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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책]‘부동산 가격폭락 그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지 오래다. 집값은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규제를 푸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을 내놓아야 할지 조금 더 버텨야 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집 없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집을 사야 할지, 더 기다려야 할 것인지를 놓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부동산 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 보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국내와 일본 부동산 시장이 거품 형성 등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폭락 그 이후'는 도쿄 특파원 출신의 경제 전문기자가 전하는 한국과 일본의 살아 있는 부동산 연구보고서다. 저자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일본 부동산시장의 거품 몰락 과정, 정부 정책 변화 등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책은 생생한 사례 중심으로 구성됐다. 저자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사례와 각종 통계자료, 데이터를 읽다 보면 어느새 거품경제의 원인과 결말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의 복사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지속되는 저금리, 금융권의 주택대출 증가, 쉽사리 깨지지 않던 부동산 불패 신화, 주택공급에 올인하는 건설업계 등 거품을 방치한 요소들을 분석한다. 훗날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사회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로 상징되는 인구 추이도 일본과 흡사하게 진행 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책은 맹목적인 비관론을 앞세워 '이제는 집을 투매할 때다'라는 식으로 위기를 조장하지 않는다. 가격하락 이후를 대비해 부동산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후 일본에서 나타난 시장 변화 속에서 도심, 신도시, 학군 등의 사례를 통해 가격 하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부동산의 조건들을 이야기한다.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은 거주 문화가 다르고 국내 부동산 시장이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정책당국도 일본식 불황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카드를 구사하며 일본식 부동산 거품 붕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멀리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부동산 거품신화의 역사적 진행과정, 일본의 거품 붕괴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국내 부동산 상황을 비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저자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일본 부동산의 과거에서 한국 부동산의 미래를 봤다'라는 부제가 손색이 없다.

      박재현기자 2010.10.11 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