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소외된 자들 돌본 청빈한 삶…개혁 지향 ‘행동하는 성직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대 교황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거행했다. 가톨릭의 고질적 병폐를 도려내기 위한 개혁에도 나섰다. 그는 성직자의 성범죄를 두고 “사탄 숭배만큼 추악한 일”이라며 취임 직후 아동 대상...
윤기은 , 박용필 , 정원식 2025.04.21 21:20
국제
소외된 자들 돌본 청빈한 삶…개혁 지향 ‘행동하는 성직자’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역대 교황 최초로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거행했다. 가톨릭의 고질적 병폐를 도려내기 위한 개혁에도 나섰다. 그는 성직자의 성범죄를 두고 “사탄 숭배만큼 추악한 일”이라며 취임 직후 아동 대상...
윤기은 , 박용필 , 정원식 2025.04.21 21:20
정치
‘대통령 친위대’ 경호처를 어쩌나…폐지부터 존치까지 개혁 셈법 복잡... 있다. 성동훈 기자 계엄 사태 이후 민주당은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연이어 발의하면서 경호처 개혁 논의를 이어왔다. 민형배·황명선·이광희·조인철·박정현 의원은 가장 고강도 개혁안인...
허진무 기자, 민서영 기자, 박용하 기자 2025.04.20 16:30
정치
[단독]기소된 ‘윤석열 사건’도 소급?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재명 싱크탱크, 검찰개혁안 구체화... 사법개혁분과는 지난주 내부 운영위원회에 공수처 강화와 수사·기소 분리 정책을 담은 검찰개혁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보고서에는 공수처법의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를...
윤석열 내란 재판
허진무 기자 2025.04.18 06:00
사회
“尹 파면 후 사회대개혁은 차별없는 최저임금부터”…응답자 94% “생계유지 위해 250만원 이상 임금 필요”공공운수노조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 개시를 앞두고 공공운수노조가 “모든 노동자가 안정적인 삶을 꿈꿀 수 있는...
최서은 기자 2025.04.16 15:12
스포츠종합
IOC 첫 여성 위원장 탄생할까…커벤트리, “트랜스젠더 출전 논란·IOC 개혁 이루겠다”커스티 커벤트리. 게티이미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차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수영선수 출신 커스티 커벤트리(42·짐바브웨)가 “IOC는 이제 여성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일 영국 BBC를 통해 “단순히 성별이나 출신이 아닌, 내가 적합한 인물이라는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 20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IOC 위원장 선거에서 커벤트리가 승리할 경우, IOC 130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이자 유럽과 북미 외 지역 출신 최초 위원장이 된다. 현재 그와 경쟁하는 후보는 다비드 라파르티앙(프랑스), 와타나베 모리나리(일본), 페이살 왕자(요르단),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스페인),요한 일리아쉬(스웨덴), 세바스찬 코(영국) 등 총 6명이다. 커벤트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성별이나 출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 IOC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림픽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획득한 경험과 스포츠 행정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IOC를 이끌어가는 데 큰 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004년과 2008년 올림픽에서 여자 배영 200m 금메달을 차지한 아프리카 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커벤트리는 이번 선거에서 자신이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며 IOC가 변화를 맞이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IOC는 현재 각 국제 스포츠 연맹(IF)들이 자체적인 성별 규정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종목에서 남성 사춘기를 거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커벤트리는 IOC 집행위원으로 활동해왔으며, 이번 인터뷰에서 IOC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연맹들이 스포츠 과학과 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여성 선수들에게 불리한 요소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제 연맹들이 이제 IOC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며 “여성 선수들의 카테고리를 보호해야 하며, IOC가 이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OC는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다. 알제리 복싱 선수 이만 켈리프는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성별 적격성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IOC가 출전을 허용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대해 커벤트리는 “IOC는 항상 배우고 개선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벤트리는 2018년부터 짐바브웨 체육부 장관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역할과 정부와의 관계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짐바브웨는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정부의 축구 운영 개입 문제로 국제 대회 출전 금지 조치를 받았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난해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과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부패 및 인권 탄압 혐의로 제재를 가했다. 이에 대해 커벤트리는 “변화를 만들려면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자기 역할을 옹호했다. 그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스포츠는 점차 나아지고 있으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는 방관자가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2025.03.04 06:40
축구
지성·정환·영표 목소리만 내지말고 발로 뛰는 개혁을…정 회장은 후보 시절 공약발표를 통해 협회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정 회장은 ‘다시 축구가 함께 하는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공약에서 거버넌스 혁신을 다짐했다. 공약집에는 ‘집행부 인적 쇄신 연령대별 현장 실무 경험 전문가 중심 구성’, ‘축구인 출신 행정가 양성’, ‘국제위원회 부활’, ‘유럽진출 센터 설치’ 등이 담겼다. 협회 인적 쇄신은 축구팬들이 가장 바라는 부분이다. 정 회장이 그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소위 ‘예스맨’을 중심으로 협회 행정을 이끌어온 것에 대한 팬들의 반감이 컸다. 최근 1년 슈퍼 스타 출신 축구인들은 정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성, 박주호, 이동국, 이영표, 안정환 등은 시기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협회 행정을 비판했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협회 행정 선진화·전문화·투명화로 집약되며 들의 의견에 많은 축구팬들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슈퍼스타 출신 젊은 축구인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특정 후보도 지지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젊은 축구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회 행정 조직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하리라 예상된다. 한 축구인은 “스타 출신 인사들도 자기 이름만 이용한 상징적인 역할이 축구 개혁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협회에 들어가서 진정한 개혁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정 회장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협회가 형식적·상징적인 자리가 아닌 현실적·실질적인 자리를 젊은 인재들에게 주고 이들 또한 비판 등을 감수하고 이런 자리를 맡아야 하는 게 과제로 남았다. △현장 중심의 겸손하고 진솔한 자세 △적은 보수 △비판을 감내하는 태도 등이 필요하다. 한 축구인은 “무엇보다 방송 출연 등으로 상대적으로 쉽고 대접받으며 돈을 벌려는 생각을 버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협회에 들어가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자기희생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강호동, 서장훈 등은 자기가 선수로 뛴 종목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고 연예인으로서 활동에 집중한다”며 “지금 방송계에서 일하는 축구 스타들도 축구계로 돌아가고 싶다면 축구계 일을 진심으로 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축구계 종사자는 “축구판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밖에서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젊은 축구 스타들이 축구계에 진심으로 헌신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2025.02.28 06:00
축구
축구협회장 선거 D-1, 안정 속 개혁? 반전 속 혁명?정몽규 후보가 축구 유망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정몽규 후보 12년 만에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축구인들의 선택은 과연 누굴까.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가 26일 열린다. 선거인단은 192명이다. 시·도협회 회장 17명, K리그 1부리그 구단 대표이사 12명, 전국연맹 회장 5명 등 총 34명이 당연직 대의원이다. 선거인 추첨을 통해 선발된 선수, 지도자, 심판 등 회원들도 표를 행사한다. 1차 투표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다. 유효 투표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당선된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차 투표 1~2위 간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결선 투표에선 다득표를 한 후보가 당선된다. 허정무 후보. 연합뉴스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현 회장이 기호 1번이다. 신문선 교수가 2번, 허정무 전 감독이 3번이다. 대체로 정 회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2년 잇단 실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 회장은 바짝 긴장한 채 선거 운동을 벌였다. 선거 운동 개시일부터 현장을 누비며 선거인단을 1대1로 모두 만나는데 주력했다. 선거인단에 개별적으로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동영상도 효과를 봤다는 게 자체 판단이다. 허정무·신문선 후보는 정 회장 후보 자격, 선거 운영 등에 문제점을 제기하는데 힘을 썼고 현장도 챙기고 있다. 한 축구인은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경선이 이뤄지면서 후보들 모두 현장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선 후보. 한국프로축구연맹 누가 당선될지를 떠나서 1차 투표에서 끝날지, 결선 투표까지 갈지가 주목된다. 정 회장이 만일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당선되면 축구계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4년 임기를 시작할 수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결선 투표까지 가는 게 사실상 패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반대로 허·신 후보는 결선 투표까지 몰고 가도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1차에서 패하면 민망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는 축구계를 넘어 축구 팬, 국민적 관심까지 쏠린다. 선거 결과에 따라 팬심은 요동할 수도 있다. 그러나 표심을 행사하는 것은 어쨌든 축구판에 주체인 ‘축구인’들이다. 축구인들이 스스로 뽑은 사람이라면, 마음에 들든 안들든, 인정하는 게 선거 정신이다. 한 축구인은 “학급 투표를 통해 반장으로 꼽힌 학생을 교장이, 교사들이, 다른 반 학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거를 다시 해서 다른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누가 뽑히든 후보들은 결과에 승복해야하고 팬, 국민, 정부도 민주적으로 결정된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축구연맹, 한국여자축구연맹 선거는 앞서 끝났다. 모두 20년 안팎 만에 경선이 이뤄졌고 두 곳 모두 ‘소위’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2013년 이후 경선으로 진행되는 축구협회장 선거는 어떻게 끝날까. 수성일까, 반란일까. 축구인들이 원하는 것은 안정 속 개혁일까, 반전 속 혁명일까. 모든 게 한국축구계를 대표하는 대의원 192명 마음에 달렸다.
김세훈 기자 2025.02.25 06:56
연예
[전문] “너희 중 죄 없는자, 돌 던져라” 故 김새론 사망에 개혁신당 최고위원 일침김새론. 연합뉴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고 김새론을 향한 가혹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17일 페이스북에 김새론 사망 관련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배우 김새론 씨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성경의 한 구절”이라면서 ‘너희 가운데 죄 없는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구절을 가져왔다. 이어 “오늘 같이 비통한 날 더욱 생각나는 배우 이선균 씨의 명대사도 있다”라며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새론 씨의 과거 일거수 일투족을 정당화하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 참담함,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은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이다. 아무리 공정의 가치가 무너진 사회에서도 그를 바로 세우겠다며 손 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라며 “진심으로 고 김새론 씨의 명복을 빈다”라고 전했다. 이하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 전문 배우 김새론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성경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간음하다 잡힌 여성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가 한 말이었습니다. 오늘 같이 비통한 날 더욱 생각나는 배우 이선균씨의 명대사도 있습니다.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김새론 씨의 과거 일거수 일투족을 정당화하자고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 참담함,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못나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정의의 편에 서있다고 생각하면 죽창을 들고 몰려가 사정없이 목표물을 찌릅니다.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인 범위를 넘어서고 잔인해도 상관 없습니다.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최근들어 이 방식은 더욱 잔혹해졌습니다. 서로를 향한 ‘파묘’는 일상이 되었고, 폭로하고 또 폭로하고, 어디든 끝까지 쫓아가 기어이 대상을 짓이겨 버립니다. 그리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우리의 냄비근성이라며 뻔한 자학론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틀렸습니다. 이런 나락보내기 문화, 소위 ‘캔슬컬쳐’는 이미 1세계 선진국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상투적으로 ‘우리 정치가 자성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은 진단입니다. 정치가 사회문화와 동떨어져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광기의 책임이 특정 정치세력에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 모두가, 상대를 공격할 수 있을 때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렇지 않게 죽창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니 누구도 신사협정을 제안할 자격이 없습니다. 때로는 저 역시도 ‘간음한 여성에게 돌을 던지자’고 말한 바리새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정파적 이해에 따라, 그리고 ‘원래 여론전은 그렇게 해야하는 거’라며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고인이 된 김새론 씨에게 던질 돌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감히 말씀드립니다. 아무리 변해야 할 것 투성이인 대한민국이지만, 저는 보수를 말하는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와 미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창의 아수라장이 펼쳐질 때, 서로를 향한 끝없는 미투와 빚투와 학투가 이어질 때, 과거에는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상식과 문명을 이야기하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며, 하다못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고 했던 국민들이 계셨습니다. 요즘은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고 합니다. 잘못한 사람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과 그의 삶에도 서사가 있음을 살펴보는 것이 왜 공존할 수 없는 일입니까? 아무리 천인공노한 일을 한 사람에게도 두번째 기회를 주는 것, 사적제재로 누군가를 인격살해 하지 않는 것, 섣불리 판단해서 집단으로 린치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놀랍게도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가 지키려고 노력했던 가치들입니다. 이제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합니다.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서로를 낭떠러지로 밀어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입니다. 아무리 공정의 가치가 무너진 사회에서도 그를 바로 세우겠다며 손 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습니다. 그 원칙이 살아있는 사회야말로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만들어낸 근대 법치국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한 대목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계속해서 다그치는 상사에게 이선균 배우가 말합니다.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모쪼록 우리 사회가 인간을 닮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숨막히는 지옥열차를 멈춰세웠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고 김새론 씨의 명복을 빕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2.17 17:56
국제
성소수자 포용한 교황, 가톨릭계 내부에 개혁적 목소리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고 있다. 천주교 교황방한위원회 제공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고 교계의 권위적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 개혁적 목소리를 내왔다. 가톨릭계 내부에선 보수파·개혁파 간 균열상이 드러났지만, 세상에 맞게 교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엄격한 교리 탓에 좁아진 교회의 문을 더 많은 신자에게 열어줬다는 평을 낳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에선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및 낙태 문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불법 이민 문제 등 교계 내부에서도 관점이 갈리는 쟁점들이 산재해 있었다. 최초의 남미 출신이자 예수회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계에서 포용과 개혁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동성애 신자를 인정할지를 두고 교황이 즉위 직후 “내가 누구를 단죄하리오”라고 말한 대목은 그의 개혁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성애자의 인간적 권리가 침해돼선 안 되며 인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는 성소수자 사회에 희망을 심어줬다. 그는 2023년 8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성전환자도 다 같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하는 등 개혁적 시각을 잃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기도 했다.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메시지였지만 가톨릭계 보수파에선 “야만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교리를 지키는 데 투철했던 전임자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대비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은 보수파와 개혁파의 균열을 부추기기도 했다. 보수파는 교회에 맞게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지만, 개혁파는 세상에 맞게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여성의 지위 역시 진영 내 시각차가 크다. 여성의 역할을 두고 보수적 시각이 많던 가톨릭계 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재정 감독 부문에 여성 5명을 임명하는 등 교계 내 지위 향상과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뒀다. 그는 2022년 11월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란 여성들의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며 “신은 남녀를 동등하게 창조했다”며 “여성에게 충분한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난민 대량 유입으로 유럽 내 반난민 감정이 높아지던 상황에서도 줄곧 관대한 입장을 견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각국이 이민자를 방치해선 안 되며 유럽연합(EU) 각국이 책임을 분담해 이들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냈다. 가톨릭계에 은폐돼 있던 사제의 아동 성폭력 문제를 놓고도 개혁적 태도를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지구상에서 제거돼야 할 범죄에 대한 “총력전”을 촉구하며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교황청은 2021년 6월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처벌을 명문화하는 등 38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했다. 다만 여성의 출산과 낙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통주의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은 지난해 9월 순방 기간에 “낙태 수술을 수행하는 의사는 살인 청부업자”라고 언급했고, 같은 달 벨기에 가톨릭대학인 루뱅대 설립 600주년 기념식에서는 “여성성은 출산을 받아들이고 생명을 주는 헌신을 가리킨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주영 기자 2025.04.21 18:00
문화/과학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59) 과학혁명, 학술지 개혁에서 시작하라/픽사베이 윤석열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보여주는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비 삭감이다. 지나친 억측은 삼가야겠지만,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지도자들은 대부분 과학을 무시하거나 경멸하고, 따라서 과학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다. 어쩌면 과학이야말로 이 처참한 비상식에 대한 유일한 구원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미국과 한국에서 과학은 유린당하고 있다. 학술지 판타지의 붕괴와 한국연구재단 권력의 역설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 연구계는 단 한 곳의 해적 학술지에 1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출판료를 세금으로 지불했다. 한국건설연구원의 경우 전체 논문 43.5%가 부실 학술지에 게재되는 충격적 기록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예산 누수 이상의 문제다. 연구자들이 ‘학술지 유통마진’에 목을 매는 구조가 고착화됐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10년 전 가짜학회 스캔들이 재현된 이 현상은 연구계 내부의 자기검열 메커니즘마저 실패했음을 방증한다. 한국연구재단(NRF)은 연구자들의 목줄을 쥔 과학계의 절대권력이다.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독점적 지위에서 탄생한 이 ‘학술 카르텔’은 부실 학술지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부실 학술지에 1000억원의 혈세가 유입된 사건은 한국연구재단의 시스템적 무능력이 빚은 참사다.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 품질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재 메커니즘을 가동했다면, 한국건설연구원의 논문 43.5%가 부실지에 게재되는 치욕은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부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부실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기관들이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과학계에서 부실 학술지 논란은 이미 10년 전부터 지속돼왔지만, 한국연구재단은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조원의 연구비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 2021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학술포럼은 이 문제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2021년 11월, KISTI는 ‘오픈 사이언스 시대, 부실 학술출판의 쟁점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건전학술활동포럼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국회의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참석했고, 부실 학술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MDPI 출판사의 출판윤리 담당자가 주제 발표를 했다. 이 행사는 MDPI를 비판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MDPI를 오픈 액세스 출판의 선두주자로 홍보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결국 2024년 3월 MDPI는 한국에 지사를 열고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국민 세금 1000억원이 이 출판사로 흘러 들어갔다. 한국연구재단은 이 모든 과정에서 침묵의 공모자 역할을 자처했다. 관료주의: 과학을 죽이는 최악의 바이러스 한국의 과학기술 정책 관료와 정치인들은 대형 행사를 열어야만 연구 역량이 발전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런 착각이 수십 년간 지속되면서 한국의 연구자들은 이제 중국의 딥러닝 기술을 바라보며 황망해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했음에도 한국은 인공지능 혁명은커녕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딥러닝 기술을 개발하자, 국회의원들은 급히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한 행사를 열고 있다. 과학기술 관료들은 정치인들과 여론의 눈치만 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폐쇄적인 연구 환경도 큰 문제다. 외국 명문대에서 한국 대학으로 이적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협력 과제 공지가 한글로만 이루어져 해외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연구 환경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국제 교류를 고려하지 않고 유지돼왔다. 일본과 중국조차 이 정도로 폐쇄적이지는 않다. 한국연구재단은 관료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어 연구 현장의 요구와 연구 환경의 발전을 위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웹사이트가 1990년대 은행 송금 인터페이스 수준이라는 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과학자에 대한 기본적 불신이 시스템으로 굳어진 결과다. 공인인증서와 각종 서류 심사의 늪 속에서 창의성은 질식당한다. GPU(그래픽처리장치) 구입에 3년이 소요되는 시스템에서 AI 혁명을 논하는 것은 공상과학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과학계 마피아’는 허구가 아니다. 연구비 배분 구조 자체가 특정 이익집단의 유착을 조장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진다. 해법은 간단하다: 논문 중심 평가체계 구축 그렇다면 무엇부터 혁신해야 할까? 적어도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연구논문의 출판을 기준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연구자에 대한 평가는 거의 100% 연구논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구비 심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연구자가 출판한 논문의 질과 양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연구비를 지원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논문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처럼 숫자와 형식만 맞춘 심사가 아니라 연구자의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구비 심사는 결코 공정할 수 없다. 다양한 이익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목숨을 걸고 경쟁하는 논문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출판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개발비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 첫걸음이다. 연구비 심사가 아니라 출판된 논문에 대한 심사가 공정해야 한다. 이는 모든 과학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한국연구재단만이 이를 모르고 있다. 과학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시스템으로 2025년 현재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세계 5위지만, 노벨상 후보자는커녕 국제학회 주도권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초과학 붕괴의 직접적 결과다. 관료주의라는 거대한 기생충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혁신이 불가능하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발견의 환호를 지를 때, 옆방에서 서류 정리에 허덕이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학술출판 시스템 개혁은 이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논문 한 편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사회에서만 진정한 과학혁명이 탄생한다. 이제 한국 과학계는 혁명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관료주의라는 거대한 기생충을 제거할 때만 진정한 과학혁명이 시작된다. 연구자의 창의성이 서류철 사이에 묻히지 않도록, 이제 과학기술계에는 체제 전복적 혁명이 필요하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2025.03.14 15:00
사회
연금개혁 재시동…18년 묵은 과제 풀릴까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모수개혁 신속 마무리”…입법 공청회도 열어 남은 문턱은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뿐이지만 합의 쉽지만은 않을 듯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 연합뉴스 “무엇이 극우 발흥의 토양을 만들었을까요. 저는 심화하는 양극화 등을 해소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실패’가 기저에 있다고 봐요. 좋은 사회정책의 효능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그대로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뜨겁게 정책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윤형중 LAB2050 대표) 반헌법적 계엄과 현직 대통령 구속,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숨 가쁘게 이어진 50여 일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논의가 의미 있을까. 정책연구자인 윤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좋은 정책을 위해 토론하고 타협하는 정치 공간을 만드느냐 여부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21일 “최대한 신속하게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 모수개혁은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율(현행 9%)과 ‘나중에 받을 돈’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2025년 기준 41.5%)의 수치를 조정하는 개혁을 말한다. 박 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들을 신속하게 심사한다면 올해 2월 내에도 (연금개혁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1월 23일 법안 심사를 위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입법 공청회도 열었다. 국민연금은 계층 간·세대 간 연대로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방대한 복지제도지만 이 제도를 안정화하기 위한 개혁은 2007년 이후 18년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사회는 18년 묵은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연금개혁 논의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계층 간 불평등과 세대 간 불공정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시국이 엄중해도 멈춰선 안 되기 때문”(윤 대표)이다. 그간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선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이 대립해왔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수치 조정을 의미하는 이번 ‘모수개혁’ 과정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관이 완전히 다른 양측 입장을 살펴보고 그간의 개혁논의 과정과 쟁점, 과제를 짚어본다. ■3대의 국민연금 1960년생인 A씨는 30~40대엔 보험설계사로, 50~60대엔 조리사로 일해오다가 최근 은퇴했다. 보험설계사 시절엔 지역가입자(개인사업자)로 보험료(소득의 9%)를 전부 내오다가 부담이 너무 커 5~6년간 중단했다. 병원 조리사로 일하고부터는 직장가입자로서 보험료 납입(직장가입자는 사용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을 재개해 최종적으로 17년간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가 현재 받는 연금액은 월 46만원 정도다. 1982년에 태어난 A씨의 딸 B씨는 월급이 약 540만원가량 되는 직장인이다. 매월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약 24만원(월소득의 4.5%). 회사가 내는 보험료까지 합하면 약 48만원이다. B씨는 65세가 되는 2048년부터 매달 약 139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B씨처럼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낸 보험료를 모두 합하면 연간 58조원(2023년 기준). 이중에서 A씨와 같은 연금생활자들에게 지출되는 돈은 39조원(2023년 기준)이다. 나머지는 기금에 합산된다. 현재 1146조580억원의 기금(기금운용 수익까지 합산·2024년 9월 기준·국민연금공단 통계)이 조성돼 있다. 2022년에 태어난 B씨의 딸 C양의 경우를 살펴보자. C양이 19세가 되는 2041년엔 연금액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지금은 막대해 보이는 기금이 이때부터 빠르게 줄기 시작한다. 연금 재정안정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C양이 33세가 되는 2055년 기금은 바닥난다. 이때 C양이 A씨, B씨 같은 노인들의 연금을 감당하기 위해 내야 하는 보험료는 월소득의 3분의 1(2060년 기준 보험료율 29.8%·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가까이 된다. 연금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를 3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훗날 C양과 같은 미래세대가 막대한 부담을 질 수 있으므로 B씨와 같이 현재 ‘일하는 세대’가 보험료를 더 내고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깎자는 게 이른바 ‘재정안정론’이다. 반면 소득대체율 인상론자들은 B씨가 훗날 받게 되는 연금액을 올려야(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B씨는 물론 C양에게도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제도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 소득대체율 인상론은 연금액 지출 급증 등의 문제는 훗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대비하면 될 것으로 본다. 반면 재정안정론 측에서는 ‘미래의 재정부담’ 역시 미래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현세대가 재정안정에 기여해야 미래세대가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2023년 9월 1일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지지한다. 권도현 기자 ■언제까지 반복하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둘러싼 양측의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5년마다 재정수지를 계산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 2년차였던 2018년 네 번째 재정계산이 이루어졌다. 당시 재정계산 결과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이 바닥난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앞서 1998년(보험료율 3→9%, 소득대체율 70→60%), 2007년(소득대체율 60%를 2008년 50%로 낮춘 뒤 해마다 조금씩 떨어져 2028년 40%에 도달하도록 설계) 두 차례만 개혁이 이뤄졌다. 많은 이들이 2018년을 연금개혁의 적기로 보았지만, 끝내 개혁은 무산된다. 전문가들이 재정안정론과 소득대체율 강화론으로 나뉘어 맞서는 가운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여러 수치를 조합한 4개 개편안을 병렬해 제시했다. 그 뒤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넘겼고, 경사노위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3개 개편안을 발표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같은 양상의 연금개혁 공방이 이어졌다. 2022년 10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첫 회의를 시작했다.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에 개혁 초안을 요청했으나, 자문위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이 재차 맞부딪히며 단일한 개혁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4월 500인의 시민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선 ‘보험료율 13%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공론화위에 부쳐진 대안1·56% 지지)방안이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 유지’(대안 2·42.6% 지지)방안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가 과장된 자료가 공론화위에 제공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정보 왜곡 논란이 잇따라 공론화위 결과대로 개혁을 단행하기는 어려웠다. 한편에선 정부나 여야가 ‘표가 되지 않는’ 연금개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전문가 합의, 사회적 합의만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해 5월 여야는 대안 1·2를 절충한 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뜻을 모았고,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45%(더불어민주당), 43%(국민의힘)로 입장이 벌어져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이 수정 제안한 44%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용하면서 개혁이 이루어지는 듯싶었지만, 대통령실이 “구조개혁도 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결국 합의는 무산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입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도 안을 내놓는다.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2%(2024년의 소득대체율 유지)로 하되, 중장년일수록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장치를 두자고 제안했다. 가입자들의 기대 여명과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간의 논의과정에 없던 장치들이 추가된 데 대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연금 대거 삭감”(자동조정장치) 등의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까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의 연금개혁 논의 과정이다. ■27년 만의 보험료율 인상, 이뤄지나 향후 연금개혁 논의는 21대 국회 말미에 여야가 이견을 좁힌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2~45%’를 둘러싼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1월 21일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보험료율에 대해서는 (여야가) 더는 이견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소득대체율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를 두고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구조개혁’을 내세우며 여야 합의를 깨기 직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과 ‘자동조정장치’는 빼고 당장은 모수개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18년 만의 개혁까지 남은 문턱은 소득대체율 단 2%포인트 차뿐이다. 그러나 1월 23일 열린 입법청문회는 ‘소득대체율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을 보여줬다. 소득대체율 인상론 측의 전문가들은 “공론화위 결과를 반영해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해야 한다”(주은선 경기대 교수·남찬섭 동아대 교수)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재정안정론 측에선 “제대로 된 재정안정을 위해선 자동조정장치가 필요하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에서 합의한 범위(보험료율 인상 13%·소득대체율 42~45%)는 상당한 성과”라면서 “특히 보험료율 합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1988년 국민연금법에 9%가 명시(적용은 1998년부터)된 이후 첫 인상이 된다”면서 지금까지의 여야 협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면서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이걸 기반으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포함한 소득보장 플랜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연금개혁까지 ‘마지막 한 발’을 딛기 위해선 어쩌면 그간의 ‘소득대체율 인상 대 재정안정’ 논쟁을 성찰하는 일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연금개혁 논의를 청년의 관점에서 모니터링해온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한쪽에선 ‘(재정안정화하지 않아도) 국가가 나중에 다 해줄 수 있다’고 하고 한쪽에선 ‘(재정안정화하지 않으면) 수천조원의 빚을 지게 된다’고 한다. 양쪽 전문가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진영으로 나뉘어서 ‘어느 편이냐’ 따지는 것이 지금의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타협하려는 태도부터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형중 LAB2050 대표 역시 “재정을 좀 중요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기금 고갈 공포를 퍼뜨린다’며 비난하거나, 재정보다 소득대체율을 중시하는 쪽에겐 ‘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하는 등 서로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면서 “수익비(총보험료 대비 연금총액)를 비롯해 토론의 토대가 되는 수치에 대해서도 합의가 안 돼 있다.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에선 이런 부분은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모두 29건. 국회 보건복지위는 설 연휴 직후부터 집중적으로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송윤경 기자 2025.01.27 06:00
정치
민주당 “윤 대통령 즉각 퇴진 안 하면 탄핵 절차 돌입”···개혁신당도 동참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해제 추가 담화 발표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4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이런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결의문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에 필요한 어떤) 요건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원천 무효이자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며 “이는 엄중한 내란 행위이자 완벽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 대통령의 헌정 파괴 범죄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은 즉각 자진해 사퇴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온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도 윤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했다”며 “원내 의원 3명과 다른 야당 의원들과 함께 탄핵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어제 본회의장에서 야당 대표들과 대화했다”면서 “개혁신당은 지금까지 탄핵에 부정적이었지만, 어젯밤 11시부로 탄핵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허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 정당성을 잃었다. 즉각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오”라며 “그것만이 역사와 국민 앞에서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사임 이후 로드맵으로 여야가 합의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원로를 책임총리로 임명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해 새로운 대통령 선출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개헌 논의를 시작해 대선과 개헌 국민 투표를 함께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내란죄 수괴로 당장 체포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단 한 순간이라도 정신 나간 사람이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로 남아있지 않도록 윤 대통령의 신속한 직무 정지와 탄핵을 추진하고, 내란죄로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4.12.04 1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