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의 문헌 속 ‘밥상’]뻔해서 허름한 조선 말고](https://img.khan.co.kr/news/2025/04/17/l_20250418010005246000545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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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의 문헌 속 ‘밥상’]뻔해서 허름한 조선 말고... 할 때, 산업상의 ‘한식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 앞서 본 한 대목 한 대목이 다 소중하지 않은가. 뻔해서 허름한 대중매체 속 ‘조선’이 지루한 시절이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2025.04.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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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의 문헌 속 ‘밥상’]뻔해서 허름한 조선 말고... 할 때, 산업상의 ‘한식 스토리텔링’이 필요할 때, 앞서 본 한 대목 한 대목이 다 소중하지 않은가. 뻔해서 허름한 대중매체 속 ‘조선’이 지루한 시절이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2025.04.17 20:10
오피니언 고영의 문헌 속 ‘밥상’
[고영의 문헌 속 ‘밥상’]바다와 제철... 생활과 실감 속에서 이즈음의 수산물, 계절의 먹을거리를 건져 올리시라. 억지 제철에 넋 놓고 있는 사이에 올해의 봄날도 어느새 속절없이 사라지고 없을 테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2025.03.20 21:37
오피니언 고영의 문헌 속 ‘밥상’
[고영의 문헌 속 ‘밥상’]뿌리채소... 시장에 내고 있다. 심는 데서는 지금이 봄감자를 심는 때이다. 이처럼 뿌리채소는 살펴보고 돌아볼수록 볼 게 많은 작물이다. ‘먹는 풀뿌리’를 훌쩍 뛰어넘는 속내가 있는 사물이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2025.02.20 20:50
오피니언 고영의 문헌 속 ‘밥상’
[고영의 문헌 속 ‘밥상’]김밥이 있었다.... 시민이 죽·커피·샌드위치·햄버거·피자 등 먹을거리를 들고 달려온 가운데 김밥은 길 위에서, 차벽 앞에서, 쌀알의 연대와 쌀밥의 나눔을 펼쳐 보였다.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
#고영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2025.01.23 21:29
야구
1098일 만의 10K, 팀 3연패 끊은 고영표 완벽투··· 마운드 아래에서 더 진한 그의 존재감KT 고영표가 8일 수원 NC전 승리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1098일 만의 10탈삼진이다. KT 고영표가 7이닝 3피안타 1실점 최고의 피칭으로 팀의 3연패를 끊었다. KT는 8일 수원에서 고영표의 호투를 앞세워 NC를 3-2로 꺾었다. 고영표는 1회초 1실점 했지만 이후 투구는 완벽했다. 선두타자 박민우에게 안타를 맞은 이후 2번 김주원부터 3회초 박민우까지 9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6회초 2사 후 박민우에게 2루타를 맞은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위기도 없이 10탈삼진을 곁들이며 7이닝을 틀어막았다. 고영표가 1경기 10삼진을 잡은 건 2022년 4월 6일 수원 SSG전이 마지막이다. 개인 통산 1경기 최다인 11탈삼진에 딱 1개가 모자랐다. 고영표는 경기 후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기를 한 것 같고, 팀도 이겨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자리 수 삼진에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7이닝 3자책 이하) 피칭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느냐는 말에 고영표는 “둘 다 같이 해서 더 좋다”고 웃었다. 고영표는 이날 호투의 비결로 초구 스트라이크와 직구의 구위를 함께 언급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면서 자신 있게 타자들과 승부할 수 있었고, 직구 구위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직구로 존을 공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영표는 “1회 첫 타자 박민우 선수가 초구부터 쳐서 안타를 때리는 걸 보고 적극적으로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초구부터 카운트를 잡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공에도 힘이 좀 붙어서 (장)성우 형도 그렇게 리드를 가져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이날 3번째 등판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3연패로 침체한 분위기를 깨뜨린 귀중한 승리다. 마운드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고영표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소형준, 박영현 등 후배 투수들과 소통하며 서로를 챙긴다. 최근 부진했던 박영현에 대해 고영표는 “사실 시즌 초에 늘 밸런스가 왔다갔다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4월에는 좀 부진한 편인데 표정에서 다 티가 난다. 그럴 때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주려고 한다. 무얼 해야 하는지 각인시키주려고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프로 2년 차, 사실상 투수조 막내인 원상현 역시 한참 선배인 고영표에게 많이 의지한다. 지난 2월 호주 캠프 때는 원상현이 고영표를 붙들고 한참을 질문 하고, 고영표가 여러 차례 반복해서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는 장면이 눈에 띄기도 했다. 고영표는 당시를 돌이키며 “상현이가 선배랑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걸 먼저 느꼈다. 본인이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 먼저 찾아와서 물으니까, 저도 아는 선 안에서 최대한 도와주려고 했다. 그렇게 후배들하고 야구 얘기할 수 있으면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올해로 2년째 투수조장인 고영표는 “그냥 단순하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것보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먼저 물어보고 이야기 들어주고 작은 관심이라도 가지는게 팀 게임에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원 | 심진용 기자 2025.04.08 22:08
연예
고영배, 결혼 14년차인데…미혼 코스프레 의혹 터졌다 (탐비)‘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 채널A 생활밀착형 탐정 실화극 ‘탐정들의 영업비밀’에 게스트로 찾아온 장수 록 밴드 소란의 보컬이자 ‘라디오계의 유재석’ 고영배가 ‘미혼 코스프레설’에 휘말린다. 10일(오늘) 방송되는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 속 탐정 실화극 ‘사건수첩-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소란의 고영배가 출격한다. 고영배의 등장에 김풍은 “우리 ‘탐정들의 영업비밀’은 보시다시피 미혼 분들에게는 살짝 위험하다”며 ‘미혼남(?)’ 걱정에 나섰다. 이에 고영배는 “자극적이긴 했지만, 저는 결혼한 지도 13년 됐고 연애도 한 8년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풍과 남성태 변호사는 “결혼하셨다고요?”라며 고영배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파민 탐정’ 데프콘은 “적극적으로 결혼 사실을 방송에 알리지 않았다”며 고영배의 ‘미혼 코스프레’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풍이 “속았다”며 경악하자 데프콘은 “저도 불과 6개월 전에 알았다. 어딘가에 계실 제수씨께 전합니다. 고영배 씨가 저한테 결혼한 사실을 숨겼다”며 가정불화(?)를 유발했다. 고영배는 “제가 안 유명해서 그렇다. 결혼식 날 기사까지 났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의 실화 재구성 코너 ‘사건수첩’에는 억대 연봉을 받는 ‘엘리트 엄친딸’이지만 자신감 없는 외모 때문에 고통받던 한 여자가 등장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결핍을 이해하고 사랑해 준 남자와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이 실수로 건 전화를 통해,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고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시작하자마자 등장한 불륜에 고영배는 “이래도 되나?”라며 당황하면서도 “이 상황과 똑같은 경험이 있다”고 실수로 눌린 통화버튼에 격하게 공감해 ‘역대급 경험담’을 예고했다. ‘숨겨진 유부남’ 고영배가 경험한 실수는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불륜을 확인한 ‘엄친딸’이 벌이는 충격적인 전개의 사연은 10일(오늘) 오후 9시 30분 채널A에서 방송되는 ‘탐정들의 영업비밀’에서 공개된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5.03.10 09:22
야구
‘최고 135㎞’ 고영표, 삼성 상대 3이닝 3K 무실점 ‘쾌투’···KT, 삼성과 연습경기서 8-1 대승KT 고영표. KT 위즈 제공 KT의 에이스 고영표가 삼성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고영표는 27일 일본 오키나와현 온나손 아카마 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고영표는 1회 내야 수비 실책으로 강민호를 내보냈으나 2사 1루에서 르윈 디아즈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2회에는 무사 1루에서 전병우를 병살타로 잡아냈고 2사 1루에서 이해승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3회 1사 1루에서 김성윤을 헛스윙 삼진, 강민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고영표는 이날 총 43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17개)와 체인지업, 슬라이더(이상 10개), 커브(6개)를 고르게 던졌다. 최고 구속은 135㎞가 찍혔다. KT는 고영표의 호투에 타선까지 폭발하며 8-1 완승을 거뒀다. 타선에서는 허경민이 2타수2안타 1타점, ‘유격수’ 황재균이 2타수1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삼성 선발 백정현은 2이닝 동안 안타 8개를 맞고 4실점했다.
윤은용 기자 2025.02.27 22:23
야구
[2025 행복 시나리오] 고영표와 소형준이 부활한다···KT가 다시 기대하는 선발 강국KT 고영표. KT 위즈 제공 KT는 선발 강팀으로 복귀를 꿈꾼다. 5년 연속 가을야구에는 진출했으나 202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서 2024년 5위 결정전으로 떨어진 결정적 이유는 선발진 붕괴였다. 외국인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와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다시 확실한 기둥이 되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고영표는 지난해 개막 2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해 두 달 넘게 공백을 가졌다. 가장 확실한 에이스라 믿었던 고영표의 부상은 KT 선발진 붕괴의 시발점이었다. 어린 선발들 속에서 사실상 혼자 남아 마운드를 지탱하던 쿠에바스도 가장 많은 173.1이닝을 던졌지만 역부족, 승수는 전보다 쌓지 못했다. 올해 고영표가 전처럼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려주고 쿠에바스도 지난해와 같은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25승 이상을 맡아주는 것은 올해 KT 목표의 출발점이다. 새로 영입한 외인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있다. 최하위 키움에서도 171.1이닝을 던져 13승(11패)을 거둔 투수인만큼 전력 구성이 좀 더 나은 KT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KT 소형준이 투구를 마친 뒤 활짝 웃으며 포수 장성우와 인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여기에 소형준의 부활은 올해 KT 마운드 부활의 정점을 찍는다. 팔꿈치 수술 뒤 지난해 막바지 복귀해 중간계투로 던진 소형준이 선발로 돌아와 풀타임 활약에 도전한다. 건강한 소형준은 안정적인 투수다. 133이닝을 던지고 13승을 거뒀던 신인 시절처럼, 규정이닝만 채워도 가뿐히 10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오원석이 KT 마운드의 좌완 갈증을 풀어주며 한 단계 올라선다면 KT는 FA 이적한 엄상백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않고 선발 강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난해 25세이브에 10승까지 거둬 마무리임에도 승률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쓴 박영현이 30세이브 이상 거두고 세이브 경쟁까지 펼쳐 본격적인 마무리 경력을 펼친다면 KT의 승률도 훌쩍 뛴다. 타선에서는 역시 멜 로하스 주니어의 파괴력이 필요하다. 리그는 급격한 ‘타고투저’로 돌아섰는데 KT에 홈런타자는 사실상 로하스뿐이다. 로하스가 다시 40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 경쟁을 끌어가고, FA 자격 획득을 앞둔 강백호가 데뷔 첫 30홈런 이상을 터뜨리면서 쌍포로 타선을 끌어주면 KT 타선의 위력은 배가 된다. 비시즌 유독 많은 변화를 맞이한 내야가 빠르게 안정과 균형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3루수 허경민이 안정된 수비와 함께 지난해처럼 3할을 쳐주고, 박경수가 은퇴한 2루 자리의 오윤석이 안정된 수비로 유격수 김상수와 키스톤콤비로 내야 축을 지켜주기를 기대한다. 1루수로 옮겨 처음으로 펼치게 될 생존경쟁이 황재균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면 KT 전체의 시너지 효과도 타올라 6년 연속 가을야구는 물론, 다시 최상의 무대까지 넘볼 수 있다. ※2024년 역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KBO리그가 2025년 새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매년 순위는 10개의 갈래로 나뉘지만 모든 팀들이 바라는 것은 최소한 가을야구, 궁극적으로는 우승이다. 스포츠경향은 지난 시즌 결과와 비시즌 전력 변화 등을 토대로 10개 구단이 올시즌 가장 바라는 모습을 예상해보았다.
김은진 기자 2025.01.27 11:50
사회 MBC의 몰락 10년사
[MBC의 몰락 10년사](13) MBC를 망친 외부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고영주 이사장의 과거는 천만 관객 영화 ‘변호인’에 등장한다. 그는 영화의 배경사건인 ‘부림사건’의 담당 검사였다. ‘부림사건’은 1980년대 부산지역 대학생 독서모임을 ‘간첩조직’으로 둔갑시킨 대표적인 조작사건이었다. 고영주씨는 현재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다. 방문진은 MBC를 관리·감독하고 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대주주이지만, 법적으로 MBC 경영에는 개입할 수 없다. 그런데 고영주 이사장이 특정 브로커를 알선해 5000억원 상당의 MBC 여의도 사옥 매각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려 했다는 대형 의혹사건이 터졌다. 고영주 이사장은 마치 왕회장처럼 경영진과 간부들에게 정체가 불투명한 브로커에게 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줄 수 있는 매각을 추진시키라고 명령하고 지시했다. 브로커는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해당 본부장에게는 인사상 불이익을 언급하면서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다. 다행히 고영주 이사장 뜻대로 추진되지는 못했지만, 지시를 받은 당시 담당국장은 명백한 압력과 월권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실이라면 형사상 책임을 면하기 힘든 위법행위임에 분명하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했던 화려한 전력을 가진 고영주 이사장. 그가 국민의 재산인 MBC를 자기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벌인 행동은 헤아릴 수가 없다. MBC를 망친 ‘내부자들’이 있었다면 그들을 비호하는 ‘외부자들’은 바로 구(舊)여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었는데, 외부자들과 내부자들은 사실상 한몸이었고 중심에 고영주 이사장이 있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015년 10월 6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답변에서 당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고 사법부가 좌경화되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최민희 의원의 질의에 고 이사장은 “사법부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강윤중 기자 극우주의자의 안식처된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의 과거는 1000만 관객 영화 에 등장한다. 그는 영화의 배경사건인 ‘부림사건’의 담당검사였다. ‘부림사건’은 1980년대 부산지역 대학생 독서모임을 ‘간첩조직’으로 둔갑시킨 대표적인 조작사건이었다. 추측컨대, 영화 에서는 배우 조민기씨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피해자들은 재심을 통해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무려 30년이 넘게 걸렸다. 부림사건이 간첩사건에서 조작사건으로 바뀌는 30년 세월은 한국 사회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어울리는 민주주의를 겨우 제도화시키는 시간이었지만, 고영주 공안검사는 그 변화에 부적응했다. 그 부적응이 개인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이 희대의 부적응자는 21세기에 공영방송을 관리·감독하는 최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역설적으로 부적응자였기에 박근혜 세력은 기꺼이 그에게 MBC를 맡겼으리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한 공안검사 고영주가 보기에 전국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결코 방송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였다. 그가 보기에 수백 명의 언론노조 소속 PD, 기자, 아나운서들에게 행해진 각종 부당노동행위는 ‘부당’하지 않고 정당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선고 직전인 지난 2월 MBC 사장을 뽑는 자리에서 사장 후보들에게 부지런히 ‘언론노조 소속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지 않을 방도’를 캐물었다. 헌법과 법률을 철저하게 유린한 이 자리에서 김장겸 사장이 뽑혔다. 고영주 이사장 눈에 노동조합에 가입한 언론인들은 불온서적을 읽는 80년대 대학생이었고, 당시 고영주 검사는 그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역사는 비극적으로 반복되었다. 2015년에는 이른바 백종문 녹취록 사건이 터졌다. 백종문 당시 미래전략본부장은 극우매체와의 저녁자리에서 “이유 없이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해고했다”고 스스로 실토했다.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고영주 이사장이 법인카드로 계산한 이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리 없지만 그는 굳이 이 자리가 ‘사적인 자리’였다는 변명을 받아들였고 사건을 철저하게 뭉갰다. 백종문 본부장은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이 되었다. 고영주 이사장 시절 방송문화진흥회는 그야말로 스펙터클의 연속이었다. 방문진은 MBC의 관리·감독기관으로 매년 경영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수억 원의 돈을 쓰는데, 이사들 합의에 따라 공정한 인사를 정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실 경영평가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평가자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다.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세은 교수는 MBC 경영평가 가운데 보도·시사분야를 담당했다. 보고서는 “MBC의 방송통신위원회 법정 제재는 지상파 3사 중 건수와 감정이 가장 많았고 객관성과 공정성 관련 사유에 따른 제재가 8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많은 지표들이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공정성에 있어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매우 객관적인 서술을 담았다. 고영주 이사장은 ‘자기 왕국’에 대한 이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나 자기가 사장으로 앉힌 김장겸 사장이 바로 그 평가 당사자가 아니던가. 그 보고서는 김장겸 사장을 주저앉히는 데 사용될 수도 있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아예 경영평가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채택 자체를 무산시켜버린 것이다. 재벌가 왕회장들도 회계사들이 하는 기업평가를 이런 식으로 취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칫 잘못하면 감옥에 가게 되기 때문인데, 고영주 이사장은 거침이 없었다. 방송통신위, 언제까지 MBC 방치할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일 수는 없다. 그런 법(法)은 없다. 방문진 이사들을 임명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법적으로 검사감독권을 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방통위는 일부러 무력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방통위는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검사감독권’을 꺼내 들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부임 직후였다. 방통위는 방문진의 회의록, 예산 집행내역, 지침과 자체 감사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 자료들이 확보된다면 방문진이 그동안 무법천지 MBC 경영진을 어떻게 감싸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위법행위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객관적으로 이들 행위가 입증되면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들을 해임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상식적인 법 해석이었다. 고영주 이사장은 기상천외한 방식을 고안했다. 고영주 이사장 등 구여권 방문진 이사들은 요청 자료들 중에서 ‘자기들이 알아서 줄 것만 주고, 안줄 것은 주지 않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통과시켰다.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초법적인 행위였다.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가, 장관급 중에서도 상석인 방통위원장이 이리 쉬운 법 해석을 못할 리 없을 텐데 일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의 ‘묘수’가 알려진 다음날 공개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은 참담했다. 방문진이 ‘줄 자료는 주고 안 줄 자료는 주지 않겠다’는데, 방통위는 보내온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봉숭아 학당’이 연출되었다. 자유한국당 추천 방송통신위원의 말에 이효성 위원장 등 다수 위원들이 동의를 했다고 한다. 2000여명 MBC 언론노동자들은 40일 넘게 ‘무노동 무임금’을 감내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고영주 이사장이 방조하고 지시한 각종 비인간적 부당노동행위와 편파방송, 방송 사유화에 맞선 행동이었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걸고 벌이는 최후의 투쟁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의 눈에도 김장겸 MBC 사장 말처럼 이 파업이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 재산인 MBC에서 언제까지 ‘외부자들’이 될 것인가?
2017.10.16 19:25
정치
[포커스]죽은 고영희·김일성이 ‘킹 메이커’엄마는 생전에 권력승계 장애물 제거… 할아버지는 ‘만재’라 칭찬 권력은 혼자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권좌에 가는 길에 장애물을 제거하는 사람이 있다. 또 그곳에 빨간 양탄자를 까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은둔의 나라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다. 북한 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권력승계와 후계 문제는 더욱 은밀할 뿐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차남 김정철의 권력승계를 돕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우선 북한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김정일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개인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김정일의 의중이 후계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변수다. 곳곳에서 그 의중이 드러나고 있다. 김정일 당 총비서는 자신의 세 아들 중에서 김정철만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서 근무하게 하고 있다. 조직지도부 근무는 김정일의 부인이며 김정철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직 김정일만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조직지도부는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 조직지도부를 장악하면 군과 내각 등 모든 권력기관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후계자 위치를 선점하려면 조직지도부에 진입하는 게 우선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김정일의 배려로 당중앙위 근무 더욱이 김정철은 내각 등 권력기관들을 지도·통제하는 부서인 조직지도부 중앙기관지도과 책임부원으로 배치됐다. 김정철은 중앙기관의 업무에 대한 지도와 간부사업 등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1960년대 중반에 당내에서 처음 맡은 직책이 중앙기관지도과 책임지도원이었다. 지도원이 1990년대 초에 부원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북한의 문헌에는 김정일이 대학 졸업후 청년동맹(민주청년동맹)에서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김일성이 당중앙위원회에서 일하라고 권고해서 그것을 받아들였다는 언급이 있다. 김정일은 그때만해도 김일성의 권고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나중에 그것이 자신을 ‘영도자’로 키우려는 ‘수령님’의 뜻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일성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간부들에게 표현했다. 김정철이 젊은 나이에도 ‘ 당중앙위원회 중앙기관지도과’에 배치된 것은 김정일의 속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 당 총비서가 김정철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최대의 후견인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 2002년부터 조직지도부 사무실에만 ‘김정철 동지의 사업체계를 세우자’는 구호가 붙어 있다. 그 구호는 조직지도부를 김정철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부서로 바꾸어가겠다는 의미다. 조직지도부는 규율이 세고 엘리트 성분 분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인원도 가장 많다. ‘김정철 사업’을 통해 아들의 업적으로 만들고 이를 명분으로 권력승계를 하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려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후원자는 2004년 사망한 김정일의 네번째 부인인 고영희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고영희는 김일성 사망 다음해인 1995년부터 김정일과 군부에 동행하는 등 ‘영부인’ 노릇을 한다. 고영희는 죽기 전까지 고위간부와의 만찬 등 각종 행사에 김정철과 김정운을 배석시켰다. 아들들이 어려서부터 북한 권력 엘리트와 인맥을 형성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는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고영희는 2004년 5월 사망하기까지 그의 아들 중 하나가 후계자로 지명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1998년부터 군 일각에서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시작되고 그것이 전면화된 시기는 2002년 여름. 고영희는 당시 어떠한 직책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상 제2인자였다. 고영희는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 시 군대 내의 사상사업에 대해서도 지도하였다. 북한 사회에서 ‘사상사업’은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북한의 내부 문헌은 ‘고영희가 충신 대오에 제일 앞장에 서 있다’고 적고 있다. 전사의 맨 앞에 서 있다는 뜻은 곧 2인자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고영희가 아들들을 위해 권력투쟁에도 관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는 리제강과 리용철 등 당 핵심간부들을 통해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있던 장성택을 축출한 것. 2003년 제2인자 장성택 축출 성공 2003년 장성택이 김정일의 권좌를 승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로서 남한에 귀순한 황장엽은 그해 7월 4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나와, “김정일 체제가 무너질 경우, 그 뒤를 이을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장성택이 제일 가깝다”고 말했다. 황장엽은 “장성택의 큰형(장성우)이 수도방위를 맡는 3군단장이고, 작은형도 군 정치위원인데다, 자신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1부부장으로 사방에 자기 사람을 박아 놓았다”며 “장성택은 지금 사실상 북한의 제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매제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인척이자 최측근 실세인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행정·공안 담당)이었다. 그런 그가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대외활동을 하루아침에 통제당했다. 황장엽의 발언이 북한 내부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아들에게 권력 이양을 추구해온 고영희가 아들의 전도를 위해 장애물 제거에 나선다. 장성택을 ‘종파(파벌)행위’와 ‘권력남용’ 혐의를 씌워 축출하게 된다. 김정일 이후의 권력을 노리는 사람으로 몰아서 사실상 제거한 것이다. 장성택을 제거하는데 가장 앞선 사람이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본부당 담당). 그가 김정철의 후계체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조직지도부의 간부 인사를 장악하면서 사실상 김정철을 후계자로 부상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리제강 제1부부장은 장성택이 직무정지된 이후 당내 2인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한 인물. 그는 김정일의 권력장악에 크게 기여하여 신임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장성택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당과 군에서 어느 누구든 그의 눈 밖에 나면 고초를 피할 수 없다. 권력에 저항하거나 권부의 의중과 다른 인사를 제거하는 악역을 주로 맡아왔다. 김정일이 김정철을 후계자로 의중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리제강은 김정철에게 매우 중요한 후원자인 셈이다. 군부장악은 리용철이 도와 리용철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군사담당)은 김정철의 군부장악을 돕는다. 김정철은 당내에서 어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쓴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철은 여자같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북한 고위간부들은 생시에 김일성이 “김정일이 천재라면 김정철은 만재다(열배나 더 똑똑하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북한에서 신적인 존재인 김일성이 김정철을 그렇게 평했다면 어느 누구도 김정철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 죽은 김일성 역시 김정철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철은 주로 젊은 측근들과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내부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급속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다. 정부, 당과 군대를 혁명 2세대와 3세대가 이끌고 있다. 당연히 ‘혁명의 계승’ ‘영도의 계승’이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들어서 ‘김정일이 1960년부터 선군혁명 영도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 당시 김정일의 나이는 만 18세다. 만 24세인 김정철이 군 지도를 못할 것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김정철을 돕는 또 다른 담론도 나오고 있다. 최근 북한은 1964년에 김정일이 ‘당 사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때 김정일은 22세다. 이와 같은 담론은 만 24세인 김정철의 후계자 부상을 도와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성장
2005.10.25 00:00
정치
김정남 VS 고영희 목숨 건 후계자 전쟁지난 9월 한 국가의 정보당국을 긴장시키는 정보가 입수됐다. 북한 최고실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정보당국은 즉시 분석팀을 가동, 미국에 망명한 북한 인사들에게 이 정보가 함축하는 의미를 캐묻기도 했다. 망명 인사들 가운데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인 고영희(50)의 여동생 고영숙(45)과, 그녀의 남편이자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담당했던 박건(47)이 포함돼 있었다. 미 망명 김정일 처제 고영숙 증언 미국 정보당국은 이 작업을 통해 북한 내부, 특히 권력 상층부에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변화의 중심에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3)이 놓여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음은 해당 국가가 입수한 정보 를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 9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차량정비소에 최고급 벤츠가 한 대 들어왔다. 벤츠는 앞 부분에 커다란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교통사고가 틀림없었다. 정비소 근무자들은 그 차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보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이자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고영희였다. 차에서는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고영희가 자주 사용하는 향수였다. 정밀조사 결과 차량 내부의 기능은 이상이 없었다. 운전자 실수나 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러나 당 중앙 차량정비소 사고조사 보고서에는 사고 이유로 브레이크 파열 즉 '차체 결함'으로 기록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누구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긴 기록이었다. 정비 불량에 따른 사고라면 정비소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숙청되거나 처형당할 수밖에 없다. 운전 실수 역시 운전자뿐 아니라 운전자의 상급자들도 무사할 수 없다. 출고된 지 1년도 안 된 차량이 브레이크 사고가 났다는 기록을 벤츠회사가 알았다면 항의할 만한 일이었지만 적어도 북한에서만큼은 그럴 일이 없었다. 고영숙에 따르면 고영희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차를 10여 대 가량 선물받았다. 모두 216(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에서 따온 것)으로 시작하는 번호판이 달려 있는 것이다. 고영희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고영희가 외출하면 무장 경호차량이 2중, 3중으로 호위한다. 다른 차량이 접근하는 일도 없지만 혹여 접근할 경우 경호차량이 무조건 공격을 한다. 따라서 좀처럼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해 교통사고가 날 수 없는 구조다. 운전자 실수에 의한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적다. 운행 상황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경호차량이 다가가 막아 멎도록 하기 때문이다. 차량 결함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고영희의 차량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벤츠다. 고영숙은 "결론은 단 하나다.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 배경에 김정남이 있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문제는 고영희가 그 사고 차량에 타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고영숙은 고영희가 외출 시 반드시 향수를 뿌릴 만큼 향수를 애용한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사고 차량에 고영희가 타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 정보당국은 모종의 루트를 통해 고영희가 김정일의 부름을 받고 급히 가다가 커브길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고영희가 암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외신들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암 전문의들은 "고영희가 암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암환자가 혼수 상태에 빠지면 하루나 이틀 안에 사망한다는 의학적 상식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암환자가 몇 달씩 혼수 상태에 놓여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즈음 정보기관들의 시선은 지난 6월 16일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 대남담당 비서의 교통사고에 집중됐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주최한 비밀파티에 참석한 직후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차량을 조사한 당 중앙 차량정비소 기록에 따르면 그 사고 원인도 브레이크 파열이었다. 이 사고로 중상을 입은 김 비서는 지난 10월 26일 숨졌다. 3개월 간격으로 발생한 두 건의 교통사고는 언뜻 보면 연결고리가 전혀 없다. 그러나 김 비서가 생전에 고영희에게 충성을 바쳤으며, 고영희의 소생인 김정철(22)-정운(20) 형제의 후계자 옹립을 위해 노력해왔다는 고영숙의 충격적 증언을 감안하면 두 건의 교통사고가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고영숙에 따르면 고영희는 1991년도부터 김 비서에게 자신에게 충성할 것을 맹세받았다고 한다. "김용순은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을 것이다. 언니의 눈 밖에 나면 숙청당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고 고영숙은 말했다고 한다. 고영희는 처음 자신의 두 아들이 당시 위세당당했던 김정남에 의해 해코지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소박한 마음에서 김 비서를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였다. 김 비서에게 자주 선물을 주었고, 비밀파티에서는 공개리에 김 비서에게만 술을 내리기도 했다. 고영희와 김 비서의 연대는 차츰 두 형제의 후계자 옹립 쪽으로 성격이 변해갔다. 두 아들의 안전을 위해선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후계자가 되는 길 밖에 없다고 고영희가 판단한 것이다. 고영숙은 자신이 미국 망명을 한 1998년에 고영희가 김 비서와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고영숙의 증언에 따라 미 정보당국의 시선은 김정남에게로 돌려졌다. 1990년대 중반까지 김정남은 누가 봐도 김 위원장의 후계자였다. 그는 10만 병력의 호위총국 간부직을 맡은 적이 있었고, 총국장 이을설로부터 무한대의 충성을 향유했다. 이을설은 김정남을 친손자나 다름없이 아꼈다고 한다. 노동당의 지지도 상당했다. 장자를 선호하는 유교적 관행이 남아 있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의 위상은 굳건한 바위 같았다. 김정남은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의 책임자가 됐고, 미사일의 해외판매업무도 맡았다. 가히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한 권세였다. 김용순 대남비서 교통사고도 의혹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가족을 일컫는 '백두산줄기' 내부에서는 김정남의 후계자 옹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 중심에는 김 위원장이 끔찍하게 여기는 여동생 김경희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있었다. 김경희 전 부장은 김정남이 김 위원장의 전처 성혜림 소생인 점을 들어 그의 후계 옹립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성혜림이 유명한 여배우로 월북작가 이기영의 며느리임을 공화국(북한)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여자의 소생을 후계자로 삼으면 무엇보다 인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게 김경희 전 부장의 논리였다. 김경희 전 부장의 남편인 장성택 당중앙 위 조직 1부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래서인지 김경희 전 부장은 성혜림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대신 고영희와는 사이좋게 지냈다. 김정남은 이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이을설의 도움을 받아 호위총국을 완전히 장악했다. 노동당과 국가안전보위부의 상당수 간부도 충성을 맹세했다. 고영숙은 "그러나 대다수 군 및 당 간부들은 김정남과 고영희 사이에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들은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김정남과 언니가 대결 양상으로 치닫자 대단히 곤혹스러워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김정남은 세력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김정일이 아끼는 언니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보일 수도 없어 전전긍긍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김정남과 고영희의 세력 다툼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1년 5월 김정남이 위조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바람에 중국으로 강제출국 조치된 뒤 귀국하지 않은 것이다. 김정남이 여태껏 쌓아온 권력기반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소식에 밝은 한 재미교포는 "김정남은 중국 추방 직후 김 위원장에게 혼날 것을 우려해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북에 들어가면 자신의 활동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교포는 "김정남은 이후 언행이 한결 신중해졌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머물 때 이전과 달리 미국 등 서방 인사들과 접촉하는 것을 자제했으며, 서방 국가로의 여행도 꼭 필요할 때 외에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으로 김정남은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호위총국 등 북한 내부 인사들과의 연락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정남이 해외에 머무는 동안 고영희는 자신의 위상 다지기와 아들들의 후계자 옹립 작업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월 북한 인민군 내부 문건이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에게 헌신하는 어머님"을 찬양한 것은 고영희를 우상화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김정남을 제치고 김정철이 후계자로 낙점됐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 정보당국은 김정남이 그의 이종여동생 이남옥에게 그가 '권력을 잡기 위해 모종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김정남은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등지로 찾아온 북한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했으며, 이들은 김정남의 지시를 받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또다른 재미교포는 "김정남은 이남옥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비밀스런 얘기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어머니 성혜림, 이종동생 이한영 등 가까운 피붙이들이 숨졌고 라이벌인 고영희가 세력을 확대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남옥은 영국 체류 중 만난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한 뒤 그 외교관이 부임한 동남아 국가에 머물고 있다. 고영숙이 단언한 상황이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김정남은 후계다툼에서 전세를 뒤집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도쿄신문]은 지난 11월 28일자에서 김정남이 현재 체재 중인 오스트리아에서 연내 귀국, 북한의 비밀경찰 간부로 취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그간 외국에 머물던 김정남이 귀국하게 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재부상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김정남 해외서 자기 위상 강화 작전 고영희와 김 비서의 교통사고는 고영희에 대한 김정남의 승부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 승부수가 적중할 것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후계다툼으로 북한은 또 한 번 요동칠 것이란 점이다. 그러나 설령 그가 후계자가 되더라도 그의 앞길은 순탄할 수 없을 것 같다. 북한은 지금 망가진 경제와 일상화된 대량 탈북 사태로 사회시스템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핵개발로 미국과 갈등하고 있고 마약 및 미사일 밀수출 등으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난국 상황을 고스란히 부담으로 떠안아야 한다. 고영숙은 미 정보당국에 "조선에 심상치 않은 일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언니와 조카들이 걱정되고 조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에서 고위층이 식물인간이 되거나 사망하는 석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언급은 바로 후계자를 목표로 한 김정남의 역공을 지목하는 것이다. 애들 학교 보내지 말라우! 北 로열패밀리 초-중-고-대학 교육 안 받아... "행적 노출로 신비감 사라져" 북한의 '별'들은 공교육을 받지 않는다. 여기서 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족을 일컫는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자녀들은 일절 공교육을 받지 않았다. 1974년 결혼한 첫번째 부인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난 설송(29),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김정남(33), 현재 부인 고영희 소생인 정철(22)-정운(20) 형제 등은 인민학교(초등학교)나 고등중학교(중-고교), 대학 교육을 일절 받지 않았다. 김 위원장 본인이 인민학교를 거쳐 남산고등중학교를 졸업한 뒤 김일성종합대 정치경제학부(1964년 졸업)를 나온 것과는 다르다.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이자 현재 주 폴란드 대사인 김평일(49)도 김일성종합대(1977년 졸업)를 나왔다.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유독 공교육을 받지 않게 된 것은 김 위원장의 특별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왜 그같은 지시를 내렸을까. 그것은 바로 김 위원장 자신의 경험 때문이라는 것이 고영숙의 증언이다. 공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학우와 교사-교수 등에게 자신의 행적이 노출돼 지도자로서의 신비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김일성종합대를 다니면서 여성 편력과 총기 사건을 일으켰고, 학우들도 이것을 다 알게 됐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의 김일성종합대 동기생 가운데 현재 고위 인사로는 노동당 중앙위 남상필 과장밖에 없다는 게 정보당국의 결론이다. 남 과장은 성격이 무던하고 개인능력도 김 위원장에 비해 크게 떨어졌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학교생활을 알고 있는 동기생들을 한직으로 내몰거나 숙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지시로 정남-정철-정운 형제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고 정보당국은 전하고 있다. 물론 김평일 등 최고 권좌에 오를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은 공교육을 받았다. 경향신문 외교안보팀-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200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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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행복]발레를 통해 일상을 재발견하는 고영혜씨가늘고 긴 보디라인부터 손끝 동작까지 그 하나하나가 우아한 고영혜씨. 걸음걸이와 몸짓은 물론 말투와 외모 모두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녀는 1년 전부터 발레를 배우고 있다. 서른 살에 접어들면서 유연성과 근력이 떨어져 취미생활로 발레를 선택한 것. 작은 습관 하나마저도 행복한 삶의 방식으로 삼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보았다. 발레로 인해 달라진 삶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가벼운 몸짓과 우아한 손동작은 발레를 고작 1년 배운 아마추어의 느낌이 아니었다. 뷰티 브랜드를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는 고영혜씨(31)는 알고 보니 청소년기에 7년 동안 발레를 취미로 배운 전력이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발레를 시작해 전공까지 생각했지만 여건상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늘 발레를 동경했기 때문에 예술적 관심에 대한 차선책으로 미술사를 부전공하며 사회인이 됐다. 바쁜 회사 업무로 인해 취미는커녕 친구들조차 만날 마음의 여유가 없던 생활의 연속.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지만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바쁘다 보니 삶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더라고요. 삶의 조화를 찾기 위해 마음뿐이었던 희망사항을 하나씩 실천하기로 했어요. 몇 년 전부터 성인 발레 붐이 일어서 발레스튜디오가 많이 생겨 의외로 쉽게 발레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발레를 시작하면서 일에만 푹 빠져 지내던 일상이 달라졌다고 한다. 반복적인 업무를 하다 보면 생활과 생각이 고정되곤 했는데, 취미를 즐기다 보니 활력이 생긴 것.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갖춘 취미생활이라 일상에서는 챙기기 힘든 건강관리는 물론 감수성까지 풍부해졌다. 유연하고 탄탄한 팔다리로 가꿔주는 발레 발레리나의 몸은 군살 없이 가늘면서도 허벅지 안쪽과 팔 근육은 탄력 있다. 고영혜씨도 마른 체형이지만 잔근육으로 몸매가 잘 다듬어졌다. 여성의 몸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다 보니 런던과 뉴욕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가장 핫한 운동으로 발레가 뜨고 있다. 정적인 요가나 필라테스는 자칫 지루해져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운동과 예술 사이에 있는 발레는 슬리밍 효과는 물론 음악에 맞춰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그녀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다. 너무 오래 쉬었기에 기초부터 다시 차근차근 익히기 시작했고, 꾸준히 연습한 결과 어려서 배웠던 동작들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퇴근 후 1주일에 두세 번, 한두 시간 하는 것뿐인데도 구부정한 자세가 꼿꼿해지고 흐트러졌던 몸에 근력이 생겨 몸짓이 가볍고 여성스러워졌다. “원래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하지만 스튜디오는 물론 집에서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고 발레를 통해 일상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다 보니 몸매가 가늘어지면서도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근력이 생겨 체력이 좋아졌고, 덕분에 회사 업무는 물론 일상에서도 활력이 넘치죠.” 이뿐만이 아니다. 발레를 하면서 체형이 교정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컴퓨터를 통해 처리해야 하는 업무로 인해 흐트러진 자세, 말린 어깨와 굽은 등이 교정되면서 가녀린 어깨와 목선을 갖게 됐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가 꼿꼿해져 키도 커 보이게 된 것. 또 다리를 뒤로 차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힙업 효과까지 봤다. 턴아웃 동작을 반복하는 발레는 특히 골반 주변 근육을 단련시키는 효과가 큰데, 임신한 여성이라면 쉬운 출산을 돕는다고 하니 단연코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취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취미를 넘어 삶의 일부가 되다 고영혜씨의 어머니는 어려서 세 딸에게 평생 가질 취미로 예술 분야를 접하게 했다. 그 중에서도 큰언니는 성악을, 둘째 딸인 그녀는 발레를, 막냇동생은 미술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 그것이 밑천이 돼 발레라는 취미를 남들보다 더 쉽게 가질 수 있었다. 발레를 하면서 무엇보다 몸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그녀. 국립발레단의 아카데미 성인 취미반에서 발레를 배우면 소규모 공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반면 일반 발레 스튜디오에서는 공연할 기회가 없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습실에서 홀로 발레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표출돼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또 여성의 심리를 읽어야 하는 뷰티 브랜드 홍보 일을 하다 보니 발레를 취미로 하는 것이 일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녀는 취미를 갖게 되면 일 외에 해야 할 것이 많아질 것 같지만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겨 삶이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말한다. 평일 저녁에는 발레를 하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미술 전시회나 음악 공연을 보러 다니며, 재충전을 위해 가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삶 속에서 일과 사랑, 우정, 여행, 취미 이렇게 5가지의 조화를 이루고 살겠노라 다짐했는데, 취미를 갖기 전까지 일에 매여 지냈어요. 일을 완벽하게 즐길 수 없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취미를 찾아보세요. 취미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면 인생이 훨씬 행복해진답니다.” <■진행 / 이서연 기자 ■사진 / 원상희 ■제품 협찬 / 레페토(02-3447-7701), 유니클로(02-3442-3012) ■헤어&메이크업 / 희유, 추유리(아름다운 규니영, 02-3443-6880) ■스타일리스트 / 김유미>
2014.01.02 11:26
연예
법률 전문가와 풀어보는 ‘대법원 간 고영욱 사건’ 어떻게 되나?고영욱이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미성년자 3인에 대한 성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심 판결에 항소해 징역 2년 6개월로 최소 형량을 받았다. 그럼에도 판결의 부당함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법률 전문가와 함께 고영욱 측 상고의 의미와 앞으로의 상황을 내다봤다. 고영욱, 결국 2년 6개월 실형 선고받다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37)이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가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또 다른 2명의 피해자가 나타나 3명의 사건을 중심으로 고영욱이 기소됐고 이어 재판이 시작됐다. 고영욱은 3명의 피해 여성 중 2명(당시 17세와 13세)을 강제추행한 혐의는 인정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호소했다. 판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남은 ㄱ양(당시 13세)에 대한 성폭행 여부였다. 2심 재판에서는 ㄱ양이 당한 3건의 강제추행 및 성폭행 가운데 첫 성관계만 위력을 사용한 간음이 인정된다며 유죄 판결이 났고, 2건은 무죄로 판결했다. ㄱ양의 경찰 진술과 검찰 진술이 달라 피해자의 진술을 완전히 믿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고영욱과 서울 서교동 한 클럽에서 만났고 “첫 만남에서 성관계를 가진 후 고영욱에게 연락이 왔고, 억지로 받았다”라고 진술했지만 휴대전화 조회 결과, 첫 번째 관계 후 ㄱ양이 먼저 연락했으며 고영욱에게 친밀한 문자를 보낸 자료가 증거로 제출됐다. 1심 재판부에서는 고영욱에게 징역 5년,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7년, 마지막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고영욱 측은 항소했고 지난 9월 말 징역 2년 6개월, 신상정보 공개 5년, 전자발찌 부착 3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 비하면 반절가량 형량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고영욱 측은 판결의 쟁점이 된 ㄱ양과의 첫 번째 성관계도 ‘무력행위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등을 돌리는 여론 1심보다 항소심에서 형량이 대폭 줄어든 것을 본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에게서 더욱 차갑게 돌아섰다. 누군가는 ‘형량도 연예인 DC를 받은 것이냐’라며 비아냥거렸다. 실제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연예인이란 이유가 재판 판결에 참작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판을 맡은 형사 5부는 “이미 많은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졌고, 이번 사건 또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고영욱)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 두 번 형량을 주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그럼에도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반인과 형을 달리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해 법이 허용하는 가장 낮은 형인 3년을 내린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영욱이 앞으로 연예인으로 활동하기 힘든 상황과 얼굴이 알려진 사람으로서 전자발찌에 대한 의미 여부를 고려해 항소심 형량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고영욱은 ‘전자발찌 연예인 1호’라는 오명은 씌워졌지만 이제 그도 판결을 승복하고 죗값을 치르리라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 10월 2일 돌연 고영욱이 이번 판결도 1심과 같은 이유인 ‘양형부당’으로 대법원에 상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법적 최소 형량임에도 항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정도 벌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 ‘과거 반성문을 쓴 저의마저 의심스럽다’라는 댓글을 달며 그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고영욱 측은 무엇을 바라고 있나 고영욱은 기존의 판례보다 현저히 적은 형량을 받았음에도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이는 ‘판결을 무죄로 이끌거나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겠다’라는 의도라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법원의 재판은 그동안 판결에 관한 시비만 따지는 것이지 고등법원의 2심처럼 형량을 줄이거나 늘리는 양형을 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등법원에서 실형을 받았다면 대법원에서 이보다 낮은 형량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영욱은 무죄를 입증할 만한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일까?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그가 주장하는 ‘무력행위 없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법적으로 무죄가 될지언정 자신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해 몇 명의 미성년자와 그릇된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그것이 씁쓸할 따름이다. Q&A 엄상익 변호사에게 물었다 고영욱 사건의 이모저모 Q 고영욱 측이 주장하는 ‘양형부당’이란? A 범죄 과정이나 범죄로 인한 피해 등 피고인이 저지른 사건의 내용에 비해 선고된 형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운 것을 양형부당이라고 한다. 양형부당은 항소의 주된 이유가 되는데 형이 너무 가벼울 경우 검사가, 너무 무거울 경우 피고인이 항소하게 된다. Q 대법원은 주로 어떤 식으로 재판을 하나? 형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가? A 대법원에서 형이 줄어드는 경우는 전체 재판의 1%도 안 된다. 대법원은 그동안 판사들이 법률적으로 바르게 판결을 내렸는지, 법리 적용의 판단만 하는 것이지 양형을 따지지 않는다. 때로는 심리불속행이라 해서 피의자의 상고를 기각하기도 한다. Q 혹여 괘씸죄가 적용돼 형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을까? A 앞서 말했듯이 대법원은 양형을 따지는 재판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형벌이 느는 경우도 없다. Q 피해자 여성과 합의가 되면 고영욱이 무죄가 될 수도 있나? A 아니다. 합의는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것이지 무죄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지난 6월 19일부로 개정된 형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돼 친고죄 규정이 폐지됐고, 피해자가 고소 취하를 하거나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검찰에서 공소를 제기해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Q 고영욱이 받은 2년 6개월 실형은 기존의 판례를 보자면 어느 정도의 처벌인가? A 아주 낮은 수위로 판결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 남성이 고시원 옆방에 들어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만진 사건이 있었다. 그 피고인도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고영욱 사건은 미성년자 대상의 범죄가 아닌가.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3.10.29 17:11
연예
충격! 고영욱 사건으로 본 연예계 성폭력 문제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그룹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이 연예인 지망생 김 모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후 두 명의 피해자가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해 총 세 명의 여성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연예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쾌한 작업남’에서 성폭력 피의자 되기까지 고영욱(36)은 자신이 출연 중인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연예인 지망생 김모씨(18)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영욱은 토크쇼 형식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연예인 지망생의 촬영분 모니터를 보고 프로그램 관계자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 전화를 걸어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라며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하고 두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밝혔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고영욱은 “스무 살인 줄 알았지 법적으로 미성년인 줄은 몰랐다“라며 강제성이 없었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 13세 이상의 미성년자인 경우,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연령으로 판단해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실명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영욱에게 10대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알려진 성폭행 피해자 외에 두 명의 여성이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데 이어 두 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 모 대학에서 10대의 성폭행 실태 조사를 위해 심층면접을 하는 과정에서 고씨에게 성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의 진술이 나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여성은 세 명이지만 과연 몇 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평소 고영욱이 ‘바람둥이’, ‘작업남’ 이미지로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활약하던(?) 터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그가 방송을 통해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던 ‘작업’ 방식이나 연락처를 알아내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찾아내며 또 다른 폭로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고영욱 사건은 유명 연예인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욕구를 지닌 어느 개인의 문제로 보기에는 많은 문제가 얽혀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 비상한 관심을 끌었던 연예인 소속사 내 성폭력 문제나 성상납 등 연예계 이면의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낸 사건으로 어떤 수사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걸그룹이나 연예인을 지망하는 수많은 10대가 존재하는 이면에는 권력을 지닌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소녀들을 대상으로 육체적 관계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득세해왔는지 모를 일이다.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는 것은 원칙적으로 법적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라거나 장담할 수 없는 대가를 내걸면서 성관계를 종용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육체적인 폭력을 동원한 강간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순수한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과 관련된 쟁점 몇 가지를 살펴봤다. 성희롱이 권력 관계에 의해 성립하는 것처럼 성폭력 또한 본질적으로 권력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다. 10대인 여성이라면 분명 취약한 점이 있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연예계 지망생이라면 더더욱 약자인 상황에서 자신의 성이라도 이용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과연 이럴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누구도 속 시원하게 말해준 적이 없고 그럴 수도 없는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판명이 필요한 이유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가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현재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최종 판단은 좀 더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쟁점 1 강제성 없는 미성년자 성관계는 처벌받지 않는다? 성적 자기결정권의 문제 우리 실정법에서는 본인의 책임으로 상대방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만 13세로 규정하고 있다. 만 20세가 안 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더라도 강제성이 없고 술이나 약물을 먹이는 등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를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13세가 넘은 중학생이 자신이 동경하는 연예인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의 꼬드김에 넘어가 훗날 후회할 선택을 한다고 해도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성관계를 가진 어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외국에서는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나이 혹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있는 나이’를 통상 만 16세나 18세로 본다. 그 정도 나이가 되어야 행동에 따른 책임 의무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동은 아니지만 미성년인 상대와 합의한 성관계에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형량을 부과하는 추세다. 쟁점 2 경찰은 왜 이례적으로 실명을 밝혔는가? 피의사실 공표의 문제 경찰이 언론을 통해 고영욱의 사건과 실명을 밝힌 것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형법 126조에 따르면 ‘피의사실 공표죄’란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나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직무를 행하며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 징역 혹은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 법에 의하면 고영욱의 경찰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경찰관은 기소돼 피의사실 공표죄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피의사실 공표죄가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법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공표한 경찰의 판단에 과연 문제가 없을까. 사건 초기 고영욱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도 수사가 끝나기 전까지는 범죄 혐의를 확정할 수 없다는 법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예인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이 미리 피의사실을 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추후 문제의 소지가 될 여지가 있다. 쟁점 3 문란한 사생활이 성폭력과 연관 있는가? 성폭력을 판단하는 기준 일부 법관이나 수사기관의 경우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문제 삼을 때가 있다. 이제는 “성폭행을 당할 때 흥분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전의 성경험을 묻거나 애인과의 성관계를 질문하는 등 과도한 심문 때문에 수치심을 갖거나 심지어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가해자는 행실의 문란함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는 주로 가해자의 입장에 서는 남성과 피해자인 여성에게 이중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성은 성폭력을 당해도 된다거나 성폭력이 성립할 수 없다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고영욱처럼 성적으로 분방한 남성은 (다소 긍정적이거나 부러움을 담은 의미로) ‘남자답다’라고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사건처럼 성폭력과 성관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데다 가해자의 행실이 문제 되는 경우 더욱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2.06.22 18:55
연예
낯가림 심한, 그러나 알고 보면 재미있는 남자 고영욱ㆍ“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있었어요” 고영욱과의 인터뷰가 잡혔다는 소식에 주변 사람들 모두가 부러워했다. 그러고는 사진 대신 ‘촤하하아’를 녹음해올 것을 부탁했다. 숨어 있던 ‘고영욱 지지자’가 이토록 많았던가. 쑥스러운 듯 굴면서 점잖게 할 말은 다 던지는 걸 보니 역시 팬들도 그를 닮았나 보다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부침을 겪는 예능계에서, 요즘 이 남자는 알게 모르게 ‘대세’가 되어 있었다. 과감한 카리스마를, 번뜩이는 순발력을, 능청스러운 친화력을, 청산유수 같은 말솜씨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치열하고 독한 예능 세계를 조금씩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 남자 자꾸 보면 볼수록, 정말 ‘재미’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화제가 된다. 방송이 나가고 나면 좌르륵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 단어가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가히 ‘차기 예능 대세’라 불릴 만하다. 이토록 재미있는 사람이 왜 그동안 방송에 뜸했었는지 모두 궁금해할 정도다. “아직도 제게 ‘최고의 그룹 룰라’라는 이름을 붙이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 같이 방송을 하는 연예인들 중에는 ‘룰라’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데다 꽤 쉬기도 했죠. 잠깐 ‘신나고’로 활동했다가 또 사무실 문제 등으로 쉬는 바람에 5년 정도는 방송을 거의 안 하고 (이)상민이 형이랑 하는 가게에만 신경썼었죠. 일본식 술집을 했는데 장사는 그때그때 돈이 들어오니까 대충 생활은 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알고 지내던 사람들한테 단체 문자를 보내서 그날 시간 맞는 사람들이랑 만나 즐기는 것, 그게 제 생활이었어요. 계속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낸 거죠.” 종종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앨범이 나온 것도 아닌데 앨범 없이 무슨 방송을 해’라는 안일한 생각에 거절하곤 했었다. 가끔은 한 번 출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지만 소심하고 낯가리는 성격상 망설이다 놓친 적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더 이상 그를 찾는 이들도 자연스레 없어졌다. “그런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인 방송을 하나라도 더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요. 저도 그 즈음 장사가 너무 힘들다고 느끼던 차였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고민 끝에 상민이 형한테 아주 어렵게 얘기를 꺼냈어요. 집중해서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요.” 마침 룰라 프로젝트 앨범 활동 직후였던 터라 SBS-TV ‘강심장’을 비롯한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다. 이제껏 방송에서 마음껏 꺼내놓지 못했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영욱은 ‘진짜 재미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다만 워낙 숫기가 없고 낯을 가리다 보니 친하지 않거나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주눅이 들어서 쉽게 입을 못 떼는 것이 문제였다. “스스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룰라 시절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나 친한 형들은 누가 ‘주변에 웃기는 사람 추천해봐라’ 그러면 늘 저를 꼽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섭외가 들어와서 방송에 나가면 워낙 사람들 기대치가 높으니까 더 긴장되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갈피를 못 잡았어요. 그런데 슬슬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노력하게 됐어요.” 다행히도 편안한 분위기의 좋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부담을 덜고 즐길 수 있었던 ‘비틀즈 코드’나 방청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보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컬투쇼’ 등은 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키워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이 유효했던 모양이다. “방송을 쉬며 가게를 하는 동안 항상 ‘언젠가는’이라는 꿈을 꿨어요. 잘나가는 동료들이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나도 저 자리에 있으면 잘할 수 있을텐데’라고 늘 생각했었죠. 무심한 듯 행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왜 나한테 기회가 오지 않나’ 속상해하기도 하고 ‘나라면 이렇게 말해야지’라고 연습해본 적도 있어요. 그렇게 알게 모르게 애태우던 시간이 길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꿈꿨던 것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아 신기하고 뿌듯해요. 요즘은 좀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요, 많이 흐뭇해요.” 드러내놓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다. 방송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로 ‘말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요즘은 이런 게 사는 건가 싶단다. 알고 보면 의외로 순정남 방송을 하는 짬짬이 시간이 날 때면 주로 다양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팬들과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포털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본다. 예능 프로그램 자체가 누군가와 어울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인 만큼,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한쪽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같아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근 저와 관련된 내용은 온통 (장)윤주씨랑 (김)준희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더군요. 물론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과장이 좀 섞여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봐주셨으면 해요. 여기저기 ‘집적대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여러 곳에서 저를 마구 활용(?)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앞에서 정색할 수도,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고요. 사실 저도 그런 기사나 반응을 보면 상처받아요. 어머니도 많이 속상해하시고요.” 자의든 타의든 방송을 통해 다양한 일화가 공개되면서 ‘잘 노는 남자, 연애 잘할 것 같은 남자’의 이미지가 덧씌워졌지만 의외로 그는 그런 쪽에 서툰 편이다. 막상 사랑을 할 때는 숫기 없고 생각 많은 ‘A형’ 특유의 기질이 더욱 앞서곤 한다. “못 믿겠다고 하시겠지만 지금껏 연애해본 건 두세 번밖에 안 되거든요. 그조차도 너무 서툴러서 금방 헤어졌어요.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만났던 것도 벌써 5, 6년 전이에요. 아마도 지금 좋은 사람이 나타난다 해도 또 서투를 것 같아요. 아직은 말이죠.”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이 하나 둘 가정을 꾸리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은근히 결혼 생각이 날 법도 한데, 그는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다고 한다. 타인이 정해놓은 인생의 나이에 굳이 맞춰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연예계 대표 ‘애견인’ 답게 개사료 제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키우는 애견들과 촬영에 나섰다. “얼마 전 MBC 최일구 앵커를 우연히 만났는데 제 나이를 물으시더니 앞으로 마흔여섯, 쉰여섯도 금방 된다며 언제나 후회 없이 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전 그 말이 마음에 참 와 닿았어요.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많고 누군가에게 얽매일 자신이 없어요. 그렇다고 뭐 ‘미친 듯’ 즐기겠다는 건 아니지만 결혼은 제가 정말 한 사람에게 충실하고 싶어질 때 생각해보고 싶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요(웃음). 아마도 마음이 맑고, 좋은 인성을 갖고 있고, 감성이 통하는, 그런 여성을 만난다면 금방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새로운 도약과 마음 깊이 간직한 꿈 최근 고영욱은 지난 9월 19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TV 시트콤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의 연습과 촬영에 여념이 없다. 수많은 유명 연기자들이 꿈꾸는 ‘기대작’에 출연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진심으로’ 기쁘고 뿌듯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던 ‘언젠가 꼭 한번 김병욱 감독님 시트콤에 출연하고 싶다’라는 바람이 기적처럼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오디션 제안을 받았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확정은 아니었고 미팅 겸 오디션을 갖자고 하셨는데 그런 자리가 생긴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어요. 현장에 갔더니 이미 5백 명 이상이 왔다 갔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제대로 된 연기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긴장했겠어요. 떨어진다 하더라도 영광스러운 기회니까 일단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만 했죠. 저는 조금이라도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에 진짜 ‘예능톤’으로 대사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엄청 크게 웃으시고는 ‘그런데 그렇게 연기하면 안 된다’라며 세 번씩 같은 대사를 시키셨어요. 그래서 ‘아, 떨어지겠구나’ 싶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했더니 ‘백 점’ 이러시는 거예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더라고요.” 시작 전부터 워낙 화제를 모은 작품인지라 기쁨과 설렘만큼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다. 다행히 현장 분위기와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아 순조롭게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비록 조기 종영의 불운을 겪은 작품이긴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가문의 영광’이란 시트콤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현장 적응도 수월하게 끝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편하게 배려해주세요. 배울 점도 많고요. 저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여러모로 미숙해요. 그래도 제작진들이나 출연진 모두 좋은 분들이라 애정이 생겨요. 앞으로 자연스러운 연기, 재미있는 연기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노력해야죠.” 간절하게 원했던 기회가 찾아온 만큼, 지금은 일단 ‘하이킥3’에 모든 걸 걸고 달릴 생각이다. 물론 이제껏 진행해오던 ‘의미 있는’ 일들 또한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주에는 유기견 보호 봉사활동을 하러 가요.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데다 ‘동물농장’ 이후로는 ‘애견’ 하면 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다고 하셔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물들을 돕고 보호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해요. 얼마 전부터는 강아지 사료 모델로 나서고 있는데, 판매 수익금의 4%를 유기견 사료 지원 보호시설에 기부하게 돼요. 저와 더불어 연예계 대표 애견인인 이효리씨도 동참하고 있어요. 홈플러스와 익스프레스, 롯데마트, GS마트와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되니까 많이들 도와주세요.” 언뜻 조용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겉모습과는달리,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는 그다. 그래서인지 그의 주변에는 유난스럽지는 않지만 진심을 다하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MBC-TV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면서 만났던 가수들과도 모두 둘도 없이 소중한 인연이 됐다. “제가 매니저 역할을 맡았던 세 가수 모두 정말 좋아하던 가수들이었어요. 사실 좋아하는 가수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손에 꼽을 정도거든요. 어쩜 그렇게 신기하게 딱 만날 수 있나 모르겠어요. 제가 댄스 음악을 했지만 정말 ‘토이’의 팬이었고, 그중에서도 (김)연우 형 보컬을 가장 좋아했어요. 다른 방송에서 만났을 때 제가 처음으로 연락처를 물었던 사람이에요. 형이 탈락했을 때 한동안 너무 속이 상해서 내내 우울할 정도였어요. 친구라서 그런지 더 편하고 좋았던 (김)동욱이나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언제나 저를 먼저 챙기는 (김)조한이 형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실 ‘나는 가수다’에서 고영욱은 ‘가수왕’ 출신 매니저로 주목을 받았다. 온 마음을 다해 열창하는 가수들을 바라보면서 룰라로 무대에 섰던 수많은 날들이 떠오르지는 않았을까. “(박)명수 형이 (김)범수랑 함께 무대에 올랐을 때 ‘나도 저렇게 흥분되는 무대에 다시 서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하지만 ‘나는 가수다’ 무대는 아무나 설 수 있는 곳도 아니고,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벅찼어요. 다만 무대에서의 그 희열을 아니까 가끔은 떠올려보며 아쉬워할 때가 있죠. 지난번에 어느 대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축제 공연을 하는 DJ DOC가 보이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팀인데 지금도 그렇게 현역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어요. 언젠가 저도 그런 좋은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댄스 그룹 ‘룰라’의 랩 담당이었던 고영욱은 사실 ‘가수’의 아우라가 강한 편은 아니다. 음악을 할 때도 뭔가 ‘웃기는’ 듯 보이기도 하고, 스스로도 그다지 음악적 욕심을 키우지 않았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의외로’ 그는 음악에 대해 말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생기 있고 기대감에 가득 차 보였다.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야기 속에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다들 의외라고 하던데 사실 저는 윤상, 유재하, 자화상, 김광진, 토이, 루시드폴의 음악을 좋아해요. 노래방 ‘18번’이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그대 모습’이랑 루시드폴의 ‘고등어’예요. 연우 형 노래는 늘 시도는 하려고 하지만 키가 너무 높아서 못하고요. 주변 반응이요? 목소리는 좋다고 해요(웃음). 저는 주로 담백하고 진솔한 음악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제가 당장 그런 음악을 할 수는 없고, 혼자서 이런저런 구상을 많이 해봐요. 기회가 된다면 꼭 제가 좋아하는, 그리고 하고 싶은 음악을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때는 조한이 형, 연우 형한테 피처링을 부탁할까 봐요(웃음).” 고영욱은 지나친 욕심 없고 별 계획도 없는 것 같은 무심한 표정을 한 채로 인터뷰 내내 ‘언젠가’, ‘꼭’, ‘열심’, ‘노력’ 등의 단어를 여러 번 쏟아냈다. 연기 이야기에서도, 음악 이야기에서도, 예능 이야기에서도 말이다. 오래 벼려온 듯한 말들을 골라 진중한 눈빛을 빛내면서. ‘의외의’ 반전이 많은 남자 고영욱, 그에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스타일리스트 / 최현주 ■의상협찬 / 지오 송지오(02-516-5611), 미소페·벨그라비아·a dress(02-542-0385), 플랙진(02-540-7817), 더셔츠스튜디오(02-548-3956), 포에버21(02-6928-8729)>
2011.10.06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