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아프지말고 건강하렴”···고향사랑 2114명이 모여 만든 곡성 ‘기적의 소아과’... 결과에 따르면 주민 4명 중 1명은 지역에 가장 필요한 편의시설로 ‘보건의료 시설’을 꼽았다. 곡성에 소아과를 마련해 준 원동력은 ‘고향사랑기부제’다. 곡성군은 지난해 7월 24일 ‘곡성에 소아과를...
고귀한 기자 2025.05.19 06:00
사회
“아프지말고 건강하렴”···고향사랑 2114명이 모여 만든 곡성 ‘기적의 소아과’... 결과에 따르면 주민 4명 중 1명은 지역에 가장 필요한 편의시설로 ‘보건의료 시설’을 꼽았다. 곡성에 소아과를 마련해 준 원동력은 ‘고향사랑기부제’다. 곡성군은 지난해 7월 24일 ‘곡성에 소아과를...
고귀한 기자 2025.05.19 06:00
문화
목조건축 묘사한 석탑…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 국보 지정국가유산청은 11일 전남 곡성의 태안사 적인선사탑(사진)이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태안사 적인선사탑은 통일신라 시기 동리산문을 세운 적인선사 혜철(785~861)의 부도(浮圖)다....
윤승민 기자 2025.03.11 20:17
문화
목조건축 묘사한 석탑…‘곡성 태안사 적인선사탑’ 국보 지정... 태안사 적인선사탑.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11일 전남 곡성의 태안사 적인선사탑이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태안사 적인선사탑은 통일신라 시기 동리산문을 세운 적인선사...
윤승민 기자 2025.03.11 09:44
사회
[뉴스토랑] 곡성군에 첫 번째 소아과 의사가 나타났다.... 엉덩이에 빨갛게 뾰루지가 난 16개월 아기도 부모님과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지난해 8월에야 곡성군에 생긴 첫 번째 소아청소년과입니다. 곡성에 생긴 첫 번째 소아과에서 지난해 12월24일 5살...
양다영 PD 2025.01.11 15:40
연예
‘전국노래자랑’ 미스김 깜짝 등판, 곡성이 아우성KBS1 ‘전국노래자랑’ 가수 미스김이 스케줄 이동 중 ‘전국노래자랑’ 촬영장을 방문해 의리를 빛냈다. 6일 방송된 KBS1 ‘전국노래자랑’은 전라남도 곡성군 편으로, 흥과 끼로 뭉친 15개 본선 진출 팀이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담겼다. 더욱이 이 날 무대에는 ‘전남의 딸’로 불리는 가수 미스김이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곡성 주민들을 환호하게 했다. 여느 날과 다름 없이 치열한 대결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한 참가자가 곡성의 특산물에 대해 소개하던 와중 객석에 미스김이 자리한 모습이 비쳐졌다. 이를 확인한 MC 남희석은 맛있게 곡성 한상차림을 맛보다 미스김을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미스김은 “지나가는 길에 ‘전국노래자랑’ 현수막이 걸린 것을 봤다. 제가 ‘전국노래자랑’의 딸로서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오게 됐다”라며 곡성의 쌀로 지은 밥을 한 입 맛본 뒤 “찰밥같이 밥이 겁나게 찰지다”고 호평했다. 이어 미스김은 “제가 또 그냥 갈 수는 없으니 제 노래 ‘될 놈’을 불러드리겠다”며 무대를 자청했다. 다만 초대가수가 아닌 관계로 여느 참가자와 다름 없이 1절만을 부르겠다고 덧붙여 관객들의 환호와 아쉬움을 동시에 자아냈다. 미스김은 참가자와 함께 남다른 에너지를 뽐내며 ‘될 놈’ 무대를 펼쳤다.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같은 미스김의 무대에 관객들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미스김의 신명나는 무대를 함께 즐겼다. 곡성 관객들의 환영에 미스김 또한 평소보다 기분 좋은 얼굴로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될 놈’ 무대를 마무리했다. 미스김의 멋진 무대에 심사위원들은 당연하게도 ‘딩동댕’을 전했다. 미스김은 “제가 ‘전국노래자랑’ 해남 편에 재작년에 나왔다. (서바이벌 참가자였던) 작년 생각도 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라며 “제가 또 종종 놀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관객분들 모두 건강하시라”며 ‘전국노래자랑’ 딸 다운 모습으로 싹싹한 모습으로 인사를 전했다. 한편 2023년 ‘전국노래자랑’ 해남 편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대중의 주목을 받은 미스김은 TV조선 ‘미스트롯3’ 4위에 올라 실력을 인정받으며 트로트 가수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 소방 홍보대사로도 위촉되는 등 대중들의 사랑이 뜨겁다.
안병길 기자 2025.04.06 17:01
생활
‘장미의 계절’ 5월, 곡성에서 삼척까지···화려한 장미축제 즐기세요‘에버랜드 장미축제’ 에버랜드 제공 ‘장미의 계절’ 5월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장미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분홍색, 빨간색 그리고 노란색까지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만개하여 상춘객들을 맞는다. 자체 개발한 신품종 장미 전시부터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는 무대공연까지 풍성한 콘텐츠들이 늦봄 꽃나들이를 재촉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는 다음달 16일까지 장미축제를 연다.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1985년 꽃 축제로는 국내 처음으로 시작해 올해 39주년을 맞았다. 2만㎡ 규모 장미원은 빅토리아, 비너스, 큐피드, 미로 등 4개 테마정원으로 꾸며진다. 축제 기간 이곳에서 포트선라이트(영국), 뉴돈(미국), 나에마(프랑스) 등 세계 각국 720품종 300만 송이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축제는 빅토리아 가든에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한 국산 장미 30종을 만날 수 있는 ‘에버로즈 컬렉션존’이 새로 조성됐다. 에버랜드가 개발한 장미 중 강한 향기와 화려한 꽃잎이 특징인 ‘퍼퓸 에버스케이프’ 품종은 국제장미콘테스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세계 최고 장미로 인정받은 바 있다. 에버로즈 컬렉션존에는 웨딩, 가족, 에버스케이프, 카니발 등 품종별 컨셉에 맞춘 스토리 사인물과 테마 포토존도 꾸며져 있다. 에 버랜드는 장미가 만발하는 5월 말부터 6월 초에 장미원, 포시즌스가든, 뮤직가든 등 정원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특별 이용권인 ‘가든 패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에버랜드 장미축제’ 에버랜드 제공 ‘곡성 세계장미축제’ 곡성군 제공 올해 14회를 맞은 전남 곡성군(군수 이상철) ‘곡성 세계장미축제’는 전국 1200여 개 지역축제 가운데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 ‘2024~2025년 예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지난 17일 섬진강기차마을, 동화정원, 곡성천 뚝방길 일원에서 개막해 10일간 장정에 들어갔다. 올해 장미축제는 ‘WE THE ROSE,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장미’라는 주제와 ‘THE RED’를 콘셉트로 한다. RED라는 콘셉트는 로맨틱(Romantic) 흥미진진함(Exciting) 즐거움(Delight)이라는 의미와 함께 빨간색의 강렬함을 표현했다. 축제 기간 섬진강기차마을과 장미공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장한다. 17일에는 ‘The Romantic 로즈 콘서트’가 열려가수 린과 미스트롯3 곡성 출신 나영이 첫날밤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였다. 18일 ‘The Romantic 로즈 블.로.썸’ 공연에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를 부른 하이키와 곡성군 홍보대사 파스텔걸스가 출연하는 아이돌 스페셜 콘서트가 열렸다. 19일에는 익사이팅 콘셉트에 맞춰 ‘The Exciting 장미꽃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 대체불가 듀엣 노라조를 비롯해 차세대 트롯대세인 곡성 옥과 출신인 한태현 등이 무대에 오른다. 25~26일도 다양한 콘서트와 함께 ‘로즈 갈라쇼’ 폐막행사가 펼쳐진다. 장미공원에서는 게릴라 왈츠 공연과 ‘행운의 황금장미를 찾아라’ 경품이벤트 등이, 곡성 군민이 직접 참여하는 ‘곡성 살롱(시즌 2)’ 행사도 열린다. 곡성 전역에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동화정원 인근에 10만㎡ 규모 호밀밭을 조성했고 주변 뚝방마켓, 갤러리 107, 어린이도서관 등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관광객 편의를 위해 지난해보다 주차면을 400여면 늘려 5000여 면의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이상철 군수는 “축제 기간 전 공직자들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철저히 점검해 관광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전남 대표 장미축제에서 봄의 절정을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곡성 세계장미축제’ 곡성군 제공 ‘삼척장미축제’ 삼척시 제공 강원지역 유일한 장미축제로 꼽히는 삼척시(시장 박상수) ‘2024 삼척장미축제’는 ‘피어나는 장미의 꿈’을 주제로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삼척장미공원 일대에서 진행중이다. 19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지는 장미콘서트에는 가수 민경훈, 케이시, 이짜나언짜나, 우예린, 장덕철 등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다. 축제장에는 꽃길 런, 장미성 꾸미기, 어린이놀이터, 장미분식&푸드트럭 등이 마련된다. 삼척시는 시민과 관광객이 더 가까이에서 장미를 감상하고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주요 시가지를 장미로 장식하기로 했다. 바가지요금 근절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박상수 삼척시장은 “우리 삼척 장미는 꽃송이도 크고 그윽한 향기를 품은 대한민국 최고의 장미”라며 “함께 하신 모든 분들이 계시는 동안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척장미축제’ 고적대 퍼레이드. 삼척시 제공 중랑장미정원. 중랑구 제공 서울시 중랑구(구청장 류경기)와 중랑문화재단(대표 유경애)은 지난18일부터 25일 중랑장미정원 일원에서 ‘2024 중랑 서울장미축제’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미축제이자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라고 중랑구는 설명했다. 지난해 축제는 260만명이 방문했다. 중랑천 제방을 따라 조성된 5.45㎞의 국내 최대 규모 장미 터널과 수림대공원 등 곳곳에 꾸며진 장미정원을 비롯해 축제장 전역에서 천만송이 장미를 감상할 수 있다. 안젤라, 핑크퍼퓸, 그란데클라쎄, 골드파사데 등 209종 31만여 주가 만발할 예정이다. 작년에 명명식을 거친 중랑구의 신품종 ‘망우장미’도 장미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보고 싶은 장미를 쉽게 찾아보도록 ‘중랑장미공원 장미 분포지도’도 제작했다. 다양한 부스와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장미산업전 ▲장미마켓 ▲장미서점 ▲중랑구 체험·홍보 ▲16개 동별 나눔 장터 ▲중랑구 중소기업 우수상품을 판매하는 로즈로드마켓 ▲장미 꽃빛거리 프리마켓 등이 있다. 지난 18일은 중랑구 주민들과 함께하는 장미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중랑 장미주간 선포식, 장미음악회가 진행되어 가수 김희재, 소유미가 축하공연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19일는 로즈플로깅, 중랑구민대상 시상식, 장미가요제가 진행된다. 장미가요제에서는 중랑구민 노래자랑 왕중왕전이 펼쳐지며 중랑구 홍보대사인 ‘미스트롯3’ 선(善) 가수 배아현의 무대가 메인 행사 대미를 장식한다. 장미꽃길을 달리며 쓰레기를 줍는 장미플로깅, 텀블러 할인 혜택이 있는 ‘zeROSE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친환경 축제를 만들 예정이다. 축제 마지막 날 25일에는 연계행사인 중랑 아티스트 페스티벌, 면목생활상권 축제인 ‘말콩달콩人면목’, 사회복지박람회가 면목체육공원에서 열린다. 류경기 구청장은 “천만송이 만발한 아름다운 장미를 보면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니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즐기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랑장미정원. 중랑구 제공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울산광역시 제공 울산광역시(시장 김두겸) ‘2024 울산대공원 장미축제’는 오는 22~26일 울산대공원 장미원 일원에서 열린다. 울산시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러브스토리 인 울산’을 주제로 16회째 열리는 축제다. 도심 속 시민 휴식 공간인 울산대공원에서 열리는 장미축제는 2006년 1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15회까지 총 462만여 명이 방문한 울산 대표 꽃축제다. 올해는 5만 6174㎡ 규모 장미원에서 265종 300만 송이 장미를 구경하며 꽃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대표 꽃축제 명성에 걸맞은 다채로운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첫날인 22일에는 성대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장미원 내 주 무대에서 펼쳐진다. 개막식은 불꽃 쇼, 레이저 쇼, 퍼레이드, 초대형 조형물 ‘마법의 장미’ 점등, 울산시립교향악단과 가수 박정현의 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23∼26일에는 인기가수들이 참여하는 장미계곡 공연(로즈밸리 콘서트), 지역 문화예술인의 열린 무대인 러브뮤직 콘서트, 매직쇼와 다양한 거리공연으로 구성된 게릴라 공연 등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부대 행사는 전시·체험 부스, 푸드 트럭, 장미여왕과 장미인형 친구들이 함께하는 행진, 로즈랜드에서 만나는 회전목마, 어린이 장미원과 생태여행관 어린이 놀이공원에서 열리는 다양한 체험 놀이 행사 등이 이어진다. 김두겸 시장은 “올해 축제는 ‘시민이 행복한 꿀잼도시’ 울산의 위상을 국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방문객들께 잊을 수 없는 5월의 멋진 날을 선사하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4 울산대공원 장미축제’ 울산광역시 제공
손봉석 기자 2024.05.19 11:12
생활
[투어테인먼트] 증기기관차 뽀얀 연기 피어오르면 ‘歸’곡성은 ‘喜’곡성 된다~“머시 중헌디~” 영화 ‘곡성’(哭聲)이 울린 한마디는 곡성(谷城)을 전국구로 끌어 올렸다. 주술과 유령을 다룬 오컬트 영화는 개봉후 3000일을 곰삭아, 삼천리강산에 전남 ‘곡성’에 열광하는 컬트적 문화 현상을 만들었다. “기차가 어둠을 뚫고서 은하수를 건너면” 서광이 펼쳐진다. 100만 관광객을 목표로 할 자신감은 뜬금포가 아니다. 구 곡성역을 배경으로 한 기차마을과 세계장미축제를 메인 키워드는 여행객의 관심에 기름을 부었다. 철이와 메텔은 은하수를 건널 때, ‘은하철도999’를 탄다. 우리는 시간을 건널 때, 곡성 증기기관차를 탄다. 두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향한 곳은 결국 꿈이다. 그 기적이 머문 곳, 곡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몹시 중헌’ 여행 포인트. 기차도 기차고 마을도 기차고…섬진강 기차마을 기차마을이 꾸며진 곳은 구 곡성역이다. 정규 기차는 끊겼지만 발길은 끊임없다. 꼭 25년 전인 1999년 4월 섬진강 나들이 관광열차 행사가 생기면서 이름도 야속한(?) 고달면 가정리가 관광명소로 부활했다. 구 곡성역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등장한 1930년대 표준형 역사로 원형이 잘 보존돼 있어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사 옆에는 1960~1970년대 거리를 재현한 공간과 벽화골목이 있어 섬진강기차마을 관람에 앞서 에피타이저로 여행의 기대를 살리기에 더없이 좋다. 복원된 증기기관차는 구 곡성역과 가정역까지 10㎞ 구간을 오가며 웃음꽃을 실어 나른다. 기차 안에서는 이벤트도 곧잘 열린다. 이 길은 자동찻길(국도 17호)과 기찻길(전라선), 강(섬진강)이 3선을 이룬 진풍경으로 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여기에 강을 따라 조성된 길은 강 쪽으로 자전거길도 있다. 섬진강에 봄이 오면 곡성 섬진강 변을 따라 17번 국도 5㎞ 길이의 붉은 철쭉 길이 생긴다. 봄철 2주가량 즐길 수 있는 희귀템이기도 하다. 주변에 섬진강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고 철쭉꽃 사이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가면 섬진강 변 철쭉 길과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도보는 편도 약 1시간 소요된다. 섬진강 철쭉 길에서 곡성역 방면으로 뚝방마켓과 기차마을,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이 차량 이동 10분, 약 3.2㎞ 거리에 있다. 반대 방향으로는 침곡역과 가정역까지 연결되어 섬진강 변 유원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철쭉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침실습지도 있다. 발길 의지한 레일바이크, 낮은 곳 임한 섬진강 천문대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가정역에서 출발해 봉조반환점 순환하는 약 3.6㎞ 코스로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좌측으로는 섬진강이 친구처럼 동반한다. 반환점을 돌아 오르막 구간을 만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견인 장치가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다 보면 강 건너 곡성섬진강천문대를 만날 수 있다. 고산준봉에 있는 천문대는 봤어도 강가에 뿌리내린 천문대는 처음이다. 천문대는 분명 맞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제작한 600㎜ 천체망원경과 다양한 망원경들이 설치되어 있다. 주 관측실, 보조 관측실, 천체투영실 4D&VR 융합상영관, 어린이체험전시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별을 관찰하고 우주여행에 대한 꿈과 미래를 찾는 사람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옆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천문대는 천문 관측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접근성이 좋다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로등에 갓을 씌워 빛이 위로 향하지 않도록 했고 천문 관측 시간대에는 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자발적으로 헤드라이트를 끄고 지나가기도 한다. ‘눈호강’ 장미공원, ‘몸호강’ 치유의 숲…‘곡성’에 K-컬처까지 올해 제14회 곡성세계장미축제는 5월17~26일 열린다. 메인 무대인 장미공원은 섬진강 기차마을 단지 내에 있다. 1004개 품종의 장미 를 심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 장미 품었다. 장미로 이뤄진 미로공원, 장미 터널이 눈길을 끈다. 곡성 버스터미널에서 2.1㎞ 떨어져 있어 도보로 20여 분이면 닿는다. 국립곡성치유의 숲은 전라남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섬진강과 청계동 계곡의 풍경이 일품인 동악산이 있다. 이곳은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산림치유 활동을 할 수 있는 숲속 공간으로, 무장애트레킹은 물론 족욕과 아로마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곡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영화 ‘곡성’ 촬영장이다.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로 마술, 악령, 영혼, 사후 세계를 다뤘다. 이 영화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의 외가가 곡성이라, 이곳에서 경험한 장례식 등 풍습이 영화에 영감을 줬다. 석곡면 여운마을에는 영화 ‘곡성’에 등장했던 ‘외지인의 집’이 있다. 주인공 종구가 집을 부수며 이 마을을 떠나라고 외치던 외지인의 집은 마을 끝쪽 마지막 집이다. 석곡초등학교 앞에는 종구가 딸 효진에게 머리핀을 사줬던 청림문구사가 있다. 역사 방증 ‘심청’…“너 진정, 청이더냐?” 곡성에 효녀 심청이 있다? 관음사 창건 설화에는 고대소설 ‘심청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효녀 원홍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덕산 관음사 사적기’에는 백제 분서왕 3년, 장님 아버지 원량을 둔 원홍장이 진나라의 황후가 됐다. 홍장이 보낸 금동관음보살상을 성덕보살이 낙안포에서 모셔다가 절을 짓고, 관음사라 불렀다. 이 사적기는 1729년 관음사에서 간행한 목판본으로 현재 순천 송광사에 보관 중이다. 원량은 딸과 이별할 때 많은 눈물을 흘려 눈을 떴다. 심청이 왕후가 되고 앞 못 보는 아버지가 눈을 뜨는 드라마틱한 내용이 ‘원홍장 이야기’와 닮았다. 곡성읍 서쪽 오산면 선세리에 심청 설화의 원류인 관음사가 있다면, 오곡면 송정리 옛 송정마을 터에는 ‘심청전’을 토대로 한 심청한옥마을이 있다. 오산면 사거리 심청체육공원에서 관음사까지 이어지는 심청효행길(13.5㎞)을 걸어도 좋다. 관광 콘텐츠된 설화, 청정환경 기적이룬 고사 곡성에는 설화가 차고 넘친다. 어린 마천목은 병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섬진강에 물고기를 잡으려다가 도깨비를 만났다. 마천목은 도깨비들에게 어살을 만들어달라고 했고, 마침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마천목은 조선 태조 때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장군이다. 이 이야기를 빗대 강 건너편에 도깨비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우리나라 도깨비를 문화, 예술, 관광 등으로 콘텐츠화했다. 요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주역인 강감찬 장군에 대한 고사도 전해진다. 압록유원지에는 ‘모기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강감찬 장군이 한마디 하자 모기떼가 줄행랑을 쳤고, 동행중이던 어머니가 편히 쉴 수 있었다. 그 이후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 모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강석봉 기자 2024.03.28 22:56
생활
‘계절의 여왕’ 5월, 전국 곳곳서 장미축제 이어져···‘곡성세계장미축제’ 이찬원 등 가수 공연도‘서울장미축제’ 서울시 제공 ‘계절의 여왕’ 5월에 맞춰 화려하게 만계하는 장미를 주인공으로 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펼쳐진다. 서울 중랑구(구청장 류경기)는 지역 대표 축제인 ‘2023 서울장미축제’를 오는 13일부터 28일까지 중랑장미공원에서 개최한다. 올해 축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규모를 축소했다가 4년 만에 대규모로 여는 만큼 많은 관람객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랑천 문화축제를 2015년부터 ‘서울장미축제’로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단장한 후 수도권의 대표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서울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찾아가 자연을 느끼고 힐링 할 수 있다는 장점과 1000만송이 장미꽃이 어우러진 장관이 특징이다. 올해 축제에는 5km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 장미터널을 포함해 묵동교부터 겸재교까지 중랑장미공원 일원에서 200여 종의 화려한 장미를 만날 수 있다. 또 축제를 방문하는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체험·전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됐다. 올해는 주민이 축제의 주인이 되어 축제를 같이 즐기는 ‘주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축제’를 지향했다. 주민으로 구성된 중랑구 홍보모델들이 장미축제를 알리는 포스터 모델로 나섰고, 자원봉사자들이 축제를 함께 진행한다. 또 구내 16개 동 주민들이 함께하는 장미 퍼레이드, 주민이 직접 기획하는 장미 팝업 가든 조성, 각 동 디저트 카페 운영, 지역 예술가인 중랑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공연 등이 알차게 준비된다. 류경기 구청장은 “성큼 다가온 서울장미축제에서 가족, 이웃들과 행복한 추억을 한가득 쌓아가시길 바란다”며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완벽히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장미축제’ 서울시 제공 삼척장미축제. 삼척시 제공 강원도 삼척시(시장 박상수)의 ‘2023 삼척장미축제’는 20일부터 24일까지 삼척시 오십천 장미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장미의 향연이 펼쳐지는 지역의 손꼽히는 꽃 축제다. 4년 만에 정상 개최하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다 함께 로∼즈’다. 축제는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연·체험·전시·이벤트 행사로 구성됐다. 축제를 통해 220여 종, 13만 그루에 달하는 장미를 볼 수 있고, 첫날인 20일 ‘천만 송이 장미가요제’ 예선을 시작으로 오후 7시부터는 개막식과 가수 오유진의 개막 축하 공연을 진행한다. 24일까지 지역 내 학생, 시민, 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삼척시민 열정 콘서트’를 비롯해 지역 예술인 공연 ‘삼척 가수시대’, 시민들과 함께하는 꽃길 런(RUN) 퍼레이드, 신청곡을 사연과 함께 플레이해주는 ‘내 인생의 주제곡’, 버스킹 공연, OX 퀴즈 등 이벤트가 이어진다. 봄과 장미꽃에 어울리는 공연으로 구성한 ‘로즈 콘서트’는 2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 열린다. 21일에는 가수 양다일과 린, 22일에는 윈썸 밴드 공연이 있고, 23일에는 뮤지컬배우 박유겸과 윤지인의 뮤지컬 콘서트, 24일에는 가수 이희주의 디즈니 OST 콘서트가 각각 열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캐리커쳐, 페이스페인팅 등 체험 부스와 범퍼카, 회전그네, 미니바이킹, 기차, 에어바운스, 워터롤 등 어린이 놀이터도 설치된다.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와 플리마켓, 푸드트럭 존도 운영된다. 삼척시는 축제 기간 장미 꽃말과 봄 관련 감성 문구가 적힌 배너 현수막을 행사장 가로등에 걸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다. 빛 터널, 환상의 숲, 빛의 정원, 은하수 로드, LED 포토존 등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빛나는 밤을 선사하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위로와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삼척 장미축제에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여 특별한 추억을 가져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삼척장미축제. 삼척시 제공 강원지역 원주시(시장 원강수)에서도 26일부터 28일까지 단계동 장미공원 일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축제장은 공연무대와 체험부스, 로컬푸드 장터와 농산물 부스, 포토존 등으로 꾸며지며 레크리에이션 게임대회를 비롯해 버스킹 공연, 장미음악회, 댄스 경연대회, 시민들이 참여하는 장미가요제 등이 펼쳐진다. 원주시 관계자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준비했다”며 “지역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곡성세계장미축제’ 곡성군 제공 전라남도 곡성군(군수 이상철) 장미공원에선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곡성세계장미축제’가 개최된다. 1004종 유럽 장미가 심어져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축제로 2년 연속 전남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축제기간 동안은매일 오후 10시까지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달콤한 장미향과 함께 풍성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곡성군은 섬진강 기차마을 특구 고도화 1단계 사업을 통해 장미공원을 예년의 2배 규모로 확장했다. 새 장미공원 구간은 ‘세계에서 온 선물’이라는 주제로 시대적 배경에 따라 나라별로 다양한 조경시설물을 설치하고 장미를 심어 여유롭고 이색적인 공간을 조성했다. 개막행사에는 강렬한 탱고, 경쾌한 왈츠를 음악과 함께 즐기는 ‘무도회 The Red’ 퍼포먼스와 초청가수 백지영의 축하공연이 준비된다. 21일과 28일 ‘Red 콘서트’에는 팬텀싱어 이동신, 가수 바다, 홍보대사 파스텔걸스, 그룹 에피소드 등이 무대에 오른다. 27일 ‘장미트롯 레전드쇼’에는 최유나, 하동진, 박혜신, 이찬원 등 가수들이 공연을 펼친다. 피날레 공연 ‘아듀! 로즈 투게더’에는 김민교+이병철, 문연주, 진시몬, 환희, 김경호 밴드 등이 출연한다. 이상철 군수는 “전남 지역의 대표 축제로 성장한 만큼 올해 축제는 한 차원 높은 문화와 예술, 자원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곡성세계장미축제’ . 곡성군 제공
손봉석 기자 2023.05.08 16:45
경제 영화 속 경제
[영화 속 경제]-무당이 굿으로 벌어들이는 ‘사업소득’마을 사람들이 괴질에 걸리고 이유 없이 죽어나간다. 악령과 무당이 나오고 굿과 주술이 판친다. 나홍진 감독의 은 한국판 엑소시스트(퇴마사) 영화다. 배경이 되는 마을의 이름은 ‘곡성’이지만 전남 곡성과는 다른 영화상 상상의 무대다. 줄거리는 이렇다. 마을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 결론을 내리지만 어쩐지 이상하다. 민심은 흉흉해진다. 일본에서 온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뒤 마을사람들이 죽는다는 소문이 돈다.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는 외지인을 만나 사흘 안에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하지만, 딸 효진도 괴질에 걸린다. 다급해진 종구는 무속인 일광(황정민 분)을 불러 딸을 낫게 해 달라며 굿을 요청한다. 일광은 종구에게 “이번 굿은 아주 세게 해야 하기 때문에 ‘살굿’을 하려면 1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돈을 구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종구는 멈칫하다 “구해야죠”라고 답한다. 하나뿐인 딸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데, 마다할 아비는 없다. ‘겁나게’ 용한 무당은 비싸다. ‘정성이 담긴’ 제수를 마련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든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영험한 굿판이 비싼 이유는 영험을 가진 무당이 적기 때문이다.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올라간다. 굿은 귀신을 물리치는 제의이지만 동시에 무당에게는 사업이다. 무당은 굿을 해서 밥벌이를 한다. 일광이 굿을 한 대가로 벌게 되는 1000만원은 세법상 어떤 소득이 될까? 국세청에 따르면 무당의 굿은 ‘사업소득’으로 분류된다. 사업소득이란 개인이 계속적으로 행하는 사업에서 생기는 소득을 말한다. 무당은 ‘굿’이라는 서비스 용역을 불특정 다수에게 반복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굿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사업소득이 된다. 만약 무당이 아닌 옆집 신들린 할머니가 급한 김에 굿을 대신 해주고 1000만원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는 ‘기타소득’이 된다. 기타소득이란 ‘일시적이면서도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세법상으로는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 등에 포함되지 않는 소득을 통칭한다.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구분이 중요한 것은 세율 때문이다. 통상 기타소득은 분리과세가 많고, 세율도 소득세에 비해 낮다. 기타소득과 사업소득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해당 소득이 일시적인지, 고용관계가 있는지, 사업적인 요소가 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대표적인 기타소득으로는 강연료, 복권·경마 당첨금, 상금, 현상금, 사례금, 인세 등이 있다. 특이한 것은 2018년부터 과세하기로 한 종교인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종교인소득은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소득이어서 근로소득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종교계는 “종교활동은 근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끝내 이를 관철시켰다. 종교인들은 같은 소득을 얻는 노동자나 자영업자에 비해 세금을 적게 내게 돼 상당한 실리를 얻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연료는 통상 기타소득으로 잡히지만 사업소득이 될 수도 있다.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한다면 기타소득이 아닌 사업소득이 된다. 만약 특정단체와 장기계약을 맺고 정기적인 강연을 한다면 이 역시 사업소득이다. 고용관계가 맺어졌기 때문이다. 은 유근기 곡성군수의 센스 100점짜리 대응으로 더 화제가 됐다. 그는 곡성의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커지자 “행여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꼭 ‘우리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 한 자락이라도 담아갔으면 좋겠다”며 되레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곡성을 찾는다면 사업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주민들의 소득이 늘 것은 틀림없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2016.06.07 17:38
문화/과학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영화 ‘곡성’을 심연으로 몰아넣는 음악이 모든 무속의 음악들을 정돈하되 과감히 흔들리게 하면서 그 앞과 뒤로 둔중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영규/달파란’의 음악이 스크린의 나약한 인간들을 한없는 심연 속으로 몰아넣는다. 영화 을 봤다. 다들 너무 무섭다고, 잔인하다고, 두 눈 질끈 감게 된다고 해서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봤는데, 더러 잔인하고 구역질 나는 장면이 있는 정도였고, 그저 마음만 단단히 먹는 정도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였다. 그렇다고, 잔인하지 않고 무섭지 않으니 기대 이하라는 얘기인가. 그렇지는 않다. 영화는 다른 장르의 수많은 예술작품들이 그렇듯이 열린 텍스트다. 감독이 어떤 장면을 특히 강조하여 찍었다 해서 관람객 모두가 바로 그 시간에 몸을 움찔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일종의 브리지 숏으로 이 시퀀스와 저 시퀀스를 부드럽게 잇기 위하여 살짝 집어넣은 기술적인 짧은 한 커트에서도 어떤 관객의 심장은 잠시 강직될 수도 있다. 남도의 여러 곳을 나름대로 돌아다니면서, 곡성 하면 슬픈 표정을 한 아름다운 보성강을 나는 먼저 떠올리는데, 이 영화에서 브리지 숏으로 강이 나올 때, 나는 그곳이 보성강이 아닌가 하며 잠시 멀미를 했다. 영화 의 한 장면 또 이런 장면. 아마도 대부분의 관객이 함께 느꼈을 법한데, 바로 영화 시작 1시간20분쯤이 되어서야 등장한 황정민이 7분여에 걸쳐 살의의 굿판을 벌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영화가 거의 KTX 속도로 질주하는 바람에 사전에 정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1시간20분쯤 되어서야 황정민이 고갯길을 질주하며 등장했을 때, 아 맞아, 했을 정도였고, 이어지는 두 번의 굿, 특히 두 번째의 굿판은 영상도, 연출도, 연기도 충격적이었지만, 내가 느낀 충격은 보다 심연에 드리워지는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인간은 너무나 나약하고, 힘들어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온정신을 산산이 부쉈다가 다시 정돈하는 살풀이 굿판을 한 번은 해야만 하는 존재구나, 그런 생각을 그 순간 나는 했다. 급진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히 세련된 실험을 해온 ‘장영규/달파란’은 이 영화에서, 특히 굿판에서 득의의 사운드를 들려주는데, 부분적으로는 그들의 음악이 화면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이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해석들이 일고 있지만, 정직하고도 단순하게 보면 영화는 일회적인 인간의 삶을 거침없이 유린하는 가공할 공포와 그것을 묵인 방조하는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다. 이것은, 실은 또 하나의 해석이 아니라, 아예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감독이 자막으로 제시한 것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누가복음 24장 37절) 곡성, 슬픈 표정을 한 아름다운 보성강 나홍진 감독이 도스토예프스키를 탐독하였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의 수많은 대작들, 그 무수한 러시아 인물들의 담론과 고뇌와 죽음은 대체로 맨 앞에 제시한 성경의 한 구절로 수렴된다. 직접적으로 러시아 정치 상황과 혁명주의자들의 죽음을 다룬 은 누가복음 8장 32절, 즉 돼지떼의 악령 이야기이며, 쾌락과 욕망이 흥건한 광장 위로 슬라브 정신과 혁명 정신이 피를 흘리며 난투하는 역시 맨 앞에 적은 성경의 한 구절, 즉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복음 12장 24절)는 메시지를 향하여 광기의 춤을 춘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맨 앞에 제시한, 예수가 부활하여 제자들에게 나타나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고 묻는 심오한 장면은 서양미술사의 영원한 주제이기도 하다.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화가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제자들 앞에, 특히 의심 많은 제자 도마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알프레드 뒤러, 페테르 루벤스, 마티아 프레티, 조반니 바르비에리 등의 수많은 작품이 남아 있거니와 특히 명암의 대비가 선명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한 카라바지오의 작품이 불멸성을 획득하고 있다. 카라바지오는 심오한 체념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예수의 오른쪽 어깨로 강렬한 빛을 투사한 후 이 빛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의심을 하고 있는 세 명의 제자들을 거쳐 다시 예수의 옆구리에 난 끔찍한 상처로 떨어지도록 그렸다. 그 상처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던 특히 의심 많은 도마는 전율에 휩싸여 급히 손가락을 빼는데, 예수가 왼손으로 완강하게 그의 손목을 잡고, 다시 한 번 상처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보라고 한다. 카라바지오는 바로 그 결정적인 순간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하여 큰 상처 입은 예수의 옆구리 살이 일단 한 번 집어넣었던 도마의 손에 의해 바깥으로 밀려 나오도록 그려놓았다. 바로크 미술의 절대적 과제였던 ‘완벽한 디테일’의 백미다. 도마는 손을 빼지도 다시 넣지도 못한 채 등 공포와 안도감이 뒤섞인 표정을 하고 있다. 성경의 요한복음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영화 의 굿판 촬영 장면 황정민의 굿판을 울리는 무속의 소리 영화의 맨 앞에 이를 적시한 나홍진 감독은 그래도 부족하였는지 영화의 말미에서 “보고도 믿지 못하느냐”는 장면을 거듭 집어넣었고, 급기야 관객 300만 돌파 시점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까지 말하였다. 영화 속에서 광기어린 죽음이 전개될 때 만약 “내가 처음 물었던 질문은 인간이 피해자가 되는 데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서 피해를 입었는지는 알겠는데, 왜 피해를 입었는지는 모르겠더라. 이건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데, 내 존재와 직결된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감독의 이러한 자문과 자답은 이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나 관객의 다양한 반응 여부와 상관없이 소중하다. 사실 이 질문은 무신론 시대에, 신이 사라진 시대에 과연 인간은 누구에게 기도를 해야 하며, 어떤 힘에 의지하여 험난한 생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말러의 교향곡 주제이기도 하며, 아무리 신이 죽었다 하더라도 인간의 내면에 한 줌의 선이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구원이 가능하다는 메시지, 즉 도스토예프스키가 맨 앞에 제시한 한 톨의 ‘밀알’이라는 주제와 겹쳐진다. 나는 그것을 역설적이게도 황정민이 살의의 굿판을 벌이는 7분여의 장면에서 통렬하게 느꼈다. 죽임의 장면에서 생의 강렬한 힘을 말이다. 이때, 음악은 광기어린 황정민의 연기를 때로는 압도하며 스크린 밖으로 넘쳐난다. 황정민이 신칼을 뒤흔들 때 대신방울은 정신없이 흔들리고 타살칼을 던질 때 엎어놓은 징과 제금을 두드리는 소리는 내 심장을 뒤흔든다. 그리고 이 모든 무속의 음악들을 정돈하되 과감히 흔들리게 하면서 그 앞과 뒤로 둔중하게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영규/달파란’의 음악이 스크린의 나약한 인간들을 한없는 심연 속으로 몰아넣는다. 나홍진 감독은 말한다. “신에게 물었다. 선입니까, 악입니까. 진짜 존재는 합니까. 존재한다면 왜 방관합니까. 여러 참사나 이유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피해를 당하는 겁니까.” 황정민의 굿판을 울리는 무속의 소리들과 ‘장영규/달파란’의 음악은 그 질문을 더욱 처참하게 찢어버린다. 답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나약한 우리 인간들의 유일무이한 존재론적 권리, 즉 질문조차 없을 수는 없다. 답 없는 질문에 의하여 영화는, 영화 속의 음악은, 수많은 해답들을 낳고 있다. 답 없는 질문을 거듭 던짐으로써, 또한 나약한 우리 인간은 운명의 가혹하고도 절대적인 힘에 맞서 살아간다. 답은 없다. 그러나 질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2016.05.23 16:07
문화/과학 터치스크린
[터치스크린]곡성-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악의 부활제목 곡성(哭聲) 각본/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_종구, 황정민_일광, 쿠니무라 준_외지인, 천우희_무명, 김환희_효진 상영시간 156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6년 5월 12일 소문이 자자했다. 올해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을 하나 뽑는다면 그것은 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드디어 그 뚜껑이 열렸다. 영화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작품의 의도에 대해 물었다. 나홍진 감독은 “미안하다”며 답하지 못했다. 이해가 간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말이 있듯이, 감독은 영화로 말한다. 그리고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영화는 감독의 손을 떠난다. 이제부터는 관객의 몫이다. 설령 그게 오독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영화 은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닿지 못했던 어떤 지점에 도달했다. 오컬트? 찾아보면 과거에도 괴작 취급을 받았지만 그 장르의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깝게는 지난해 개봉한 강동원·김윤석 주연의 (장재현 감독)이 있지 않았는가. 봉준호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 (2003)의 장르를 굳이 따진다면 ‘농촌 스릴러’라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 영화도 ‘농촌 스릴러’라는 한국적 장르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 (2010)도 이 범주의 계보에 넣을 수 있을 것이고. 그동안 한국의 공포 장르 영화를 분석하는 데 중요한 패러다임이자 핵심 테제는 ‘압축적 근대화에 대한 전근대의 복수’다. 1960~70년대 공포영화의 전형적 무대는 근대식으로 지어진 2층 양옥집이었다. 양옥 내의 2층으로 오르내리는 계단은 계급적 신분의 상승 또는 추락으로 해석되었다. 집과 같은 공간뿐 아니라 신분 역시 압축적 근대화를 상징하는데, ‘시골이 고향이지만 상경해 자수성가한 사장님’이라든지 ‘나비 수집에 미쳐 있는 대학교수’와 같은 인물이 결국 ‘전근대의 복수’에 휘말려 들어가게 된다. 을 보자. 영화의 포스터에는 ‘곡성(哭聲)’이라고 한자 표기가 되어 있지만 실제 영화의 배경은 전라남도 곡성이다. 곡성의 시골마을, 의문의 살인사건이 줄을 잇는다. 살인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드러기를 앓는데, 이 괴질의 원인과 관련하여 독버섯 섭취가 원인이라는 ‘합리적 설명’을 넘어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지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영화의 주인공인 종구는 경찰이다. 그저 흉흉한 소문을 전하는 사람들과 달리 사건을 가까이에서 목격할 수 있는 판관에 가깝지만, 결국 자신의 초등학생 딸까지 말려들어가게 되자 적극적으로 소문을 믿게 된다. 기분 나쁜 소문의 중심에는 의문의 목격자 여인(영화의 시나리오에는 그냥 ‘무명’으로 되어 있다)이 존재한다. 은유는 모호하다. 광기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뒤바뀐다. 감독이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영화는 (알란 파커 감독·1987)의 이야기 구조를 닮아 있다. 영화는 예수 부활의 ‘증명’을 논한 누가복음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신학적으로 예수는 인간들의 죄를 대속(代贖)해 십자가에 매달렸다. 영화는 성경의 거울 이미지, 반대 이야기를 상상해 파고들어간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마리아 대신 딸 바보 아버지다.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와 광기, 악의의 총합으로 타락천사 악마가 부활한다면? 난해한 이야기가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정용인 기자 2016.05.10 15:51
문화/과학
[문화]전남 곡성 죽곡면은 ‘시인의 마을’ㆍ주민들 공동시집 출간 전남 곡성은 참 물이 많은 동네다. 말 그대로 골짜기의 나라다. 보성강물이 흘러 섬진강에 합쳐지고, 아니 그 이전에 지천에 흘러다니는 물들이 아무 곳이나 무시로 넘쳐 다닌다. 그 물들은 어느 산마루나 등성이에서 흘러내려, 흘러다니다 개울이 되고 강이 되고, 흐르고 흘러 기어이는 바다에 이른다. 그때 물의 고향은 골짜기인가 바다인가. 표지 참 별난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어요/ 집도 참 이상한 집이어서/ 가만히 다시 보니 그건 집이 아니라/ 한 채의 시였어요/ 그래요/ 시 한 채가 죽곡천변에 피어 있는 거죠/ 그래서 죽곡천은 그 아름다운 시들을 어떻게 하면/ 섬진강으로 실어 나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다는군요 (…) 섬진강에 가서 우리 시를 부려놓자!// 압록의 새들도 시를 쪼아 먹고/ 앞강 은어들도 시를 물고 다니게/ 가서 섬진강을 시의 강으로 만들자 / - 백무산 ‘죽곡천변에는 예쁜 시집 한 채가 서 있어요’ 중에서 곡성 중에서도 골짜기 동네인 죽곡에서 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여느 농촌이나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마을에서, 여느 촌부들과 다를 바 없는 시골사람들이, 그것도 88세의 할머니에서부터 7세의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05명에 이르는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시집을 펴낸 것이다. (강빛마을 간)는 소박한 감동과 함께 지금 우리 고향의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올해 논에다 콩 심었더니/ 거름이 너무 많아 키가 커서/ 베어줄까 걱정을 했는데./ 마침 노루가 들러 적당히 끊어 먹어서/ 올해 콩 농사는 풍년 들겠네. - 정계순 ‘밭농사’ 전문 한여름 뙤약볕에 고추밭을 맨다./ 봄부터 시작된 풀매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아~/ 고랑이 저만치 도망가 있다./ 축지법을 써서 매어도 힘겨울 판에/ 엿가락 늘어지듯 고랑이 늘어났다. -김현지 ‘풀매기’ 중에서 지난해 환갑을 맞은 최태석씨(61)씨는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평생 농사만 지어왔다. 아들 내외, 두 손자와 함께 대가족을 이루면서 오롯이 땅과 흙에 의지하는 농투성이의 삶을 살아왔다. 갈수록 어려운 농촌 형편 속에서도 우직하게 고향을 지켜온 그의 모습은 그가 길러온 소들과 꼭 닮았다. 요즘 그는 어릴 적 서당 훈장이었던 할아버지에게서 익힌 한문으로 시를 짓는 재미에 빠져 산다. 용정마을은 죽곡의 27개 마을 중에서도 마을사람들이 서로 화목하기로 유명하다. 마을주민 모두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번 마을시집에서 용정마을 어른들은 대부분 시를 써냈다. 養牛由來歲月深(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 石田耕牛深時間(돌투성이 밭갈 때가 언제이던가)/ 牆不知何歲月(담벼락에 세워둔 쟁기는 언제 쓰려는가)/ 歲月流去銹故障(세월이 가는 동안 녹이 슬고 말았네) -최태석 ‘牛(너를 길러온 지 몇 해이던고)’ 중에서 김드보라(9)는 아버지의 얼굴을 잘 모른다. 어머니마저 타지로 떠돌아 같이 지내는 날이 드물다. 그래도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씩씩하게 살아간다. 할머니를 사랑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드보라가 외로운 가운데서도 의지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것, 그것이 시골마을의 넉넉한 품이다.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같이/ 김밥을 나누어 먹었는데,// 친구들 김밥보다 우리 할머니께서/ 싸주신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김드보라 ‘소풍, 할머니의 김밥’ 중에서 김봉순 할머니(88)는 오랫동안 부녀회장을 하면서 마을의 대소사를 챙겨온 마을의 큰어머님이다. 젊은 시절엔 거침없이 삶을 사는 여장부였지만 지금은 뇌출혈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산다. 자녀들은 도시에서 함께 살기 원하지만 살던 마을에서 이웃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어 다시 돌아왔다. 이제는 몹쓸 놈의 병을 얻어/ 발 한 짝도 내디딜 수가 없네/ 방안에 앉아 하루 종일 마당 앞에 심어놓은/ 호박 덩굴 자라나는 모습이며/ 텔레비전에서 전해주는 세상 이야기와/ 연속극을 보는 게 내 생활이 되었네/ 저 산에 해 저물어가듯이 내 인생도 저물어가네 -김봉순 ‘내 인생’ 중에서 ‘새수궁가든’ 김혜숙씨(52)는 곡성에서는 최고 수준의 요리사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순천 낙안읍성에서 열리는 남도음식축제에서 계속 수상을 해왔고, 올해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30여년간 음식점을 경영하면서 어딘가에 갇힌 듯한 우울함을 느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요리지식을 나누어주는 일을 즐긴다. 그의 곡성문화센터 전통요리강좌는 최고 인기강좌 중 하나다. 비록 넉넉지 않은 산골마을이지만 아이들은 꿈을 잃지 않고 자란다. 내면에 다스림이 나를 이겨야/ 참을 수 있는 요리사/ 나는 오늘 나를 이겼네.// 요리는 나를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준/ 스승님!/ 요리의 재료가 나를 손짓해/ 나는 또 어느 샌가 음식이란/ 선생님 앞에 선 요리사. -김혜숙 ‘요리사’ 중에서 김동진(76), 정국(43) 부자는 자신들을 ‘강물어부’로 불러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버지는 ‘하한산장’을, 아들은 ‘나루터가든’이라는 매운탕집을 바로 이웃하여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아버지는 옛맛을 지키고 아들은 새맛을 찾는다.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고의 은어낚시 전문가다. 젊은 시절 어찌나 고기를 잘 잡는지 ‘물새’라 불렸던 아버지는 지금도 은어낚시광들 사이에서는 존경받는 원로다. 예전에는 동네 아이들부터 마을 어른들도/ 누구나 낚시를 했는데/ 이제는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구나.// 강에 다니면서 우리 지역 사람이 은어낚시하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아버님이 오래오래 건강해서/ 낚시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 -김정국 ‘아버지의 은어낚시’ 중에서 부산 출신인 김재형씨(47)는 10년 전 생면부지의 곡성으로 귀농, 와룡에 집을 짓고 정착해서 살고 있다. 전기 없이 가능한 한 조금 쓰면서 사는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것을 삶의 과제로 받아들인다. 2004년 농민도서관을 열고 관장을 맡고 있다. 아내 김도연씨(46)는 오랫동안 미용실을 하면서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 왔지만 지금은 일을 접고 동편제 판소리를 전수받고 있다. 부부는 보따리학교라는 새로운 교육실험을 꾸준히 하고 있다. 평화(19)와 본이(13) 두 아이가 있는데 두 아이 모두 늘 여행 중이다. 평화는 지금 인도를 걷고 있고, 본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곳을 찾아간다. 김드보라와 엄마. 드보라가 외로운 가운데서도 의지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것, 그것이 시골마을의 넉넉한 품이다. 내가 다니는 학교/ 나에게 여행이란 것을 가르쳐주고/ 나에게 자유란 것을 알려주고/ 나에게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의 생각을 이해해주는/ 나에게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학교// 보따리학교 -김본이 ‘보따리학교’ 전문 가미야 기요미(40)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왔다. 통일교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몇 년 전 남편을 병으로 잃었지만,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 남기로 했다. 그를 아껴주던 시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지금은 할머니와 두 딸과 함께 모두 여자만 한 집에 산다. 딸 보란(12)이와 화정(10)이가 착하게 자라는 걸 보는 게 늘 감사하다. 어머니를 보면 감동적이다/ 음식을 만들 때 정성을 들이고/ 농사일 할 때 열심히 키우시고/ 손자를 다정하게 키우신다/ 같이 살면서 내가 거짓말 하고/ 어머니께 상처 주는 일 있지만/ 나쁜 기억 다 잊어버리신다// 앞으로 어머니와/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정말 정말… -가미야 기요미 ‘어머니를 보면 감동적이다’ 전문 김진호(15)의 가족은 보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아버지, 어머니 모두 장애가 있고 막내 용호마저 심장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진호 아버지는 농사도 짓고, 나무를 키우면서 자립하는 삶을 산다. 야산으로 이어지는 집 뒤편에 닭도 놓아먹인다. 세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오롯한 소망인데, 요즘 큰아이 해심이가 마음이 많이 약해져서 걱정이다. 진호도 소심한 성격이고…. 그래도 진호는 그림을 곧잘 그리고, 학교에서 조용히 모나지 않게 잘 지낸다.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겐 너무 느리고,/ 시간은 걱정하는 사람에겐 너무 빠르고,/ 시간은 슬퍼하는 사람에겐 너무나 길고,/ 시간은 기뻐하는 사람에겐 너무나 짧다. -김진호 ‘시간’ 전문 (왼쪽) 가미야 기요미와 딸들. 어려움 속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가운데) 김재형 도서관장은 농민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마을시집 발간을 기획해냈다. (오른쪽) 죽곡사람들은 선량하고 순박한 심성에 친화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성중학교에 다니는 류혜리(16)는 시인이 꿈이다. 꾸준히 시를 써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작은 시집을 하나 내는 꿈을 지니고 있다. 붙임성이 없어 혼자 시 쓰는 걸 좋아하고, 고민은 많은데 남들이 먼저 알아주지 않으면 혼자 끙끙 앓는다. 표정 관리를 못해 기쁜 일이건 슬픈 일이건 얼굴에 다 쓰여 있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는 혜리는 사정상 인문계를 포기하고 실업계로 진로를 정했다. 그에 따른 무기력을 시로써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내 시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를 노래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내 시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류혜리 ‘나의 시’ 중에서 최호원(8)은 산골 냄새가 나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은 개구쟁이다. 곡성경찰서에 다니는 아버지 최봉기씨(33) 역시 돈 안 드는 운동이면 뭐든지 좋아하는 운동 마니아다. 아궁이에 지핀 불로 삼겹살 구워 소주 한 잔 마시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단다. 그 아내 홍수진씨(36)는 ‘누비연’이라는 바느질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바느질로 예쁜 옷도 짓고, 그걸 구실로 사람 사이 관계도 짓고 싶은 꿈을 꾸고 산다. 캄보디아 다께오지역에 있는 고엘공동체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직조하고 물들인 옷감을 가져다 읍내 캄보디아 이주여성들과 함께 바느질로 누비옷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사랑 ‘애’/ 국가 ‘국’/노래 ‘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그런데 왜 나는/ 그런 마음이 하나도 안 생기지? -최호원 ‘애국가는 어렵다’ 중에서 전남 곡성군 10개 면의 하나인 죽곡은 그 이름처럼 대나무가 무성한 동네다. 남도의 동네 거개가 그러하지만 죽곡은 유달리 물가에 대나무가 많이 자라난다. 곡성 자체가 보성강과 섬진강 등 무수한 물줄기를 지닌 탓이지만 특히 죽곡 일대를 휘돌아 흐르면서 골짜기마다 무성한 대숲을 이루어 놓는다. 그 대숲을 서걱이는 맑은 바람이 죽곡과 죽곡사람들의 삶을 빚어왔다. 천년고찰 태안사와 은어와 참게로 유명한 압록 등을 품고 있으며, ‘국토 서시’의 시인 조태일의 고향이기도 하다. 맑은 물과 바람, 그것이 이루어놓은 사람들의 심성을 미루어 짐작 못할 바 아니지만, 그래도 문화적으로 궁벽한 시골마을에서 시집을 펴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이 마을시집 발간의 모태가 된 것은 마을도서관인 죽곡농민열린도서관이었다. 2004년 마을주민들의 자치활동을 통해 문을 연 도서관은 작은 마을도서관의 활발한 운영사례로 평가받아 2006년 ‘희망의 작은 도서관’ 공모에 당선되어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건물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농민인문학강좌를 여는 등 농민문화운동과 마을민주주의의 장으로서 꾸준히 활동해왔고, 그 결실로 마침내 마을시집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글·사진 | 유성문 meonbit@hanmail.net
2012.01.17 17:01
레저/여행 정원 여행자
[정원 여행자]전남 곡성 - 기차는 추억의 속도로 달린다곡성 여행의 백미는 섬진강을 따라가는 여정에 있다. 옛 곡성역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는 종착역인 가정역까지 약 10km 남짓 섬진강 물줄기를 옆에 끼고 달린다. 추억의 속도로 나아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자장가처럼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면, 눈을 뜨고도 꿈을 꾸게 될 터. 그 꿈 자락에 화사한 장미 향기가 깃들 수도 있겠다. 곡성역엔 장미가 지천이다. 과거로부터 호출한 증기기관차는 추억의 힘을 연료 삼아 오늘도 운행 중이다. 지명은 그 지역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정확한 정보를 준다. 곡성(谷城)엔 이름 그대로 골짜기가 많다. 곡성의 주산 동악산과 제1 고봉인 통명산, 천년 고찰 태안사를 품은 봉두산 등 크고 작은 산자락을 성곽처럼 두른 까닭에 청정한 계곡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골짜기 곡(谷)’ 대신 ‘울 곡(哭)’ 자를 썼다는 설도 있지만, 이 역시 골짜기에서 유래한 이야기다. 해 질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것만으로 이동하던 시절, 험준한 심심산골엔 보부상들의 곡소리가 마르지 않았으리라. 인접한 남원이나 구례에 비하면 맛도 멋도 소박하게 느껴지는 고장이지만 알고 보면 지형적 축복이 꽤 쏠쏠하다. 곡성군을 경유하는 ‘남도의 젖줄’ 섬진강 때문이다. 섬진강을 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정을 한 자락 얹고 가는 것은 섬진강변 마을들이 누리는 특권인 바. 심지어 그 마을들 중에서도 면적상 섬진강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곳이 곡성이다. 진안과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 8부 능선에서 발원한 물은 임실-순창-남원-곡성-구례-하동을 거쳐 남해로 흘러드는데, 전체 구간 222km 가운데 46km의 물줄기가 곡성을 감아 돈다. 곡성에서 섬진강을 즐기는 코드는 낭만과 향수다. 옛 곡성역에서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는 종착역인 가정역까지 약 10km 남짓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17번 국도와 나란히 달린다. 봄에는 꽃이, 여름엔 녹음이, 가을엔 단풍이 함께하는 길이다. ‘뿌우~’ 기적 소리와 함께 하얀 수증기를 뭉게뭉게 뿜어내며 기차는 ‘추억의 속도’로 달리고, 차창 밖의 강물은 자장가처럼 흐른다. 아주 넓지도 좁지도 않은 강폭에 햇살 아래 반짝이는 잔물결은 눈부시지 않을 만큼 적당히 찬란하다. 유순한 강줄기를 바라보며 섬진강엔 어떤 수식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그리운 어머니’라 부르지 않아도 ‘엄마’, ‘어머니’라는 단어에 그리움이 내포되듯, 섬진강도 그와 같다. 1 1960년대 미카형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관광용 증기기관차는 섬진강을 따라 달린다. 2 1933년에 지어진 구 곡성역은 ‘섬진강 기차마을’로 화려하게 변신, 증기기관차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덜컹이는 기차 리듬에 몸을 맡기고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눈꺼풀이 채 닫히기도 전에 얕은 꿈이 밀려든다. 깜빡깜빡 명멸하는 알전구처럼 의식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사이사이로 섬진강의 전설이 흘러든다. 차내 방송이다. ‘섬진(蟾津)’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두꺼비 나루’란다. ‘섬섬옥수(纖纖玉手)’의 가느다랗고 고운 ‘섬(纖)’을 연상했건만, 알고 보니 ‘두꺼비 섬(蟾)’. 이유인즉, 이 강에 깃든 두꺼비 전설 때문이다. 왜구의 침탈이 잦던 고려 우왕 시절, 야음을 틈타 강을 거슬러 온 왜구를 향해 갑자기 나타난 두꺼비 떼가 엄청난 데시벨의 ‘떼창’으로 겁을 줬다는 것. 왜구를 물리친 두꺼비의 공적을 기리느라 강 이름도 두꺼비 나루가 됐다는 전설이다. 기차는 장미 향기를 싣고 달린다 ‘섬진강 기차마을’로 잘 알려진 옛 곡성역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 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오일장이 서는 날엔 제법 흥청거리기도 했던 역이지만 전라선 복선화 사업은 유서 깊은 역사에 종말을 고한다. 곡성읍에 신축한 역사에 역의 기능을 넘기며 폐선 철로와 함께 철거 위기에 놓인 구역사의 운명을 바꾼 건 곡성군이었다. 철도청으로부터 자산을 매입, ‘곡성-가정’ 구간에 증기기관차를 운영하는 등 추억을 접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과거로부터 호출한 증기기관차와 폐선 철로의 만남은 탁월했다. 2005년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한 옛 곡성역은 해마다 30만 명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다섯 차례 운행하며, 가정역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포함해 왕복 90분이 소요된다. 1933년에 지어진 옛 곡성역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맞배지붕을 멋스럽게 드러낸 역사와 수화물 창고는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드라마 ‘토지’, ‘경성스캔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같은 시대극의 배경으로도 쓰였다. 기차마을 안의 또 다른 명소는 장미공원이다. 4만㎡의 너른 부지에 꽃 피운 1,004종의 장미가 제각각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뽐낸다. 규모와 품종의 다양성 면에서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독일의 코르데스, 로젠유니온, 탄타우, 프랑스의 메이앙, 영국의 데이비드 오스틴, 하크니스 등 유럽의 주요 장미 품종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수목과 장미가 조화를 이룬 공원은 연못, 소망정, 분수, 유리온실, 야외 공연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산책과 휴식을 돕는다. 매년 장미꽃이 가장 만발한 시기에 장미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의 축제 기간은 5월 22일부터 31일까지다. 축제 기간에 방문한다면 ‘장미와 동화의 만남’이라는 테마 아래 준비된 다양한 퍼레이드와 이벤트,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장미 향기는 6월까지 지속될 터이니, 축제가 끝난 후 찾아도 무방하다. 아프로디테가 태어날 때 함께 만들어진 꽃이 장미라 했던가. ‘꽃의 여왕’이란 구태의연한 타이틀에 진심이 실린다. 옛 곡성역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또 다른 명소는 장미공원이다. 1,004종의 장미가 계절에 따라 번갈아 피고 지면서 향기를 뽐낸다. 만발한 장미정원을 걷노라면 장미 향수가 섞인 안개비를 맞는 기분이다. 이쯤에서 기억나는 인물은 장미 향수와 장미 목욕을 즐겼다는 그녀, 클레오파트라다. 안토니우스에게 장미 향기로 기억되고자, 그가 참석하는 연회엔 마룻바닥에 약 1m 높이로 장미 꽃잎을 깔았다는 여인. 클레오파트라에게 온전히 매혹됐던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무덤에 장미를 뿌려달란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에게 장미는 죽음 앞에서도 집착했던 정인의 체취였던 셈이다. 기실, 로마인들은 장미가 영원한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고 여겨 장례식 때 사용하거나 묘지에 재배하기도 했다. 천장부터 늘어뜨린 장미 아래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관습도 전해진다. 그 관습대로라면 곡성역 장미정원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끝까지 가슴에 묻어둬야 한다. 아프로디테가 태어날 때 함께 만들어진 꽃이 장미라 했던가. 이목구비 완벽한 조각 미남, 조각 미녀보다는 여백도 있고 조금 낯설기도 한 매력이 더 오래간다고 실컷 떠들다가도, 장미 앞에선 그런 말이 쑥 들어간다. ‘꽃의 여왕’이란 구태의연한 타이틀에 진심을 담아 어느 연극무대에서 들었던 이런 대사를 중얼거릴 따름이다. ‘당신이 왕이다. 그 대신 고독하라.’ 물론 꽃의 여왕은 추종자들이 많아 고독할 새가 없다. 연못 한가운데 오롯한 삼층석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어 ‘사리탑’이라고도 한다.태안사 솔바람이 키운 시인을 만나다 기차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죽곡면 원달리, 봉두산 자락에 자리 잡은 태안사는 입구에서 절집까지 이르는 숲길이 근사하다. 고로쇠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숲은 시원한 계곡과 나란히 2km 남짓 이어진다. 절 입구 계곡에 걸쳐 있는 능파각은 신라 문성왕 때의 목조 누각으로, 계곡을 건너는 다리와 사찰의 대문 역할을 겸하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경내로 들어서면 연못 한가운데 오롯한 삼층석탑이 눈길을 끈다. 고려 초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두고 있어 ‘사리탑’이라고도 한다. 석탑을 가까이에서 보려면 연못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절집의 공간 구성은 늘 그렇듯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피안이다. 태안사 숲길 초입엔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이 있다. 1970, 80년대 폭압적 현실에 시와 온몸으로 맞섰던 저항 시인으로, 시 전문지 「시인」을 창간했다.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나 유년을 절에서 보낸 시인은 태안사를 일컬어 ‘시와 삶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라 말한 바 있다. 기념관 입구에 자리한, 시인 고은의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 조국이 낳은 진솔한 시인을 기리는 집을 세워 그의 문학 불멸을 다짐하나니’라고 엄숙히 시작되는 기념사는 다음 대목에서 반전을 맞는다. ‘이 조가야, 그 체구엔 노동을 하는 게 썩 어울리겠는데 시를 쓰다니, 허허허 우습다, 조가야.’ 막역한 사이임을 짐작할 수 있는 고은 시인의 농담에 웃음이 나면서도 뒤이어 가슴이 저릿해온다. 이어지는 문장 곳곳에 그를 아끼고 잊지 못하는 마음이 짚이는 까닭이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와 사찰의 대문 역할을 겸하는 능파각. 신라 문성왕 때의 목조 누각이다. 신라 경덕왕 때 창건된 태안사는 삼층석탑과 능파각 등 유서 깊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진입로의 숲길이 특히 아름답다.‘6척 거구 조선 대지의 사나이 조태일의 풍모는 시인 자신이 일찍이 해학의 대상으로 삼아 노래한 바 있으나 그 우람한 기상과는 달리 인정머리가 깊숙하기 이를 데 없고 자상한 심금 늘 울려 마지않아, 겨레의 아픈 현실과 시대의 희로애락 그리고 자연 모체에의 애틋한 귀의의 가락이 그의 넘치는 술잔인 듯 솟아났으니 (중략) 저 식민지 시대 말 해동선풍 꽃피운 동리산 태안사 솔바람 소리 가운데 태어남이 이미 시인의 운명을 태에 감았으며 (중략) 산이 좋아 산을 오르내렸고 바다가 좋아 섬에 며칠째 갇혀 있기도 하였으며 술이 하도 좋아 술 취한 시간에 해가 지고 떠올랐더라. 여기 그이를 못 잊어 사람 냄새 진한 사람의 문학 영원히 새겨지기를.’ (조태일 시문학기념관에 부치는 고은 시인의 글 중에서) ‘태어난 곳도 자연이고, 죽어 묻힐 곳도 자연이기를 원한다’라는 시인의 바람대로 제자리를 찾은 문학관은 절집만큼이나 적요하다. 시인의 육필 원고와 유품을 찬찬히 둘러보다 장구와 꽹과리, 피아노가 눈에 걸렸다. 못 다루는 악기가 없었다는 조 시인. 언어의 가락을 짓는 시인에게 음악적 재능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복원된 시인의 집필실에서 눈길을 끄는 건 책상 앞에 걸어둔 전봉준의 초상이다. 그가 삶의 좌표로 삼았다는 녹두장군의 형형한 눈빛을 한참 마주했다. 기념관을 나와 숙소를 잡기 위해 기차마을 쪽을 다시 돌 즈음 붉게 물든 서쪽 하늘에서 조태일 시인의 시를 만났다. 여름 해는 참으로 뒤끝이 길어, 마음까지 붉게 물들였다. 태안사 숲길 초입에 자리 잡은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태안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나 유년을 절에서 보낸 시인은 태안사를 일컬어 “시와 삶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이라 했다. 집필실을 복원한 전시실에서 시인의 모습을 더듬어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해 질 녘이면 노을 한 폭씩 머리에 이고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서성거린다. 쌀쌀한 바람 속에서 싸리나무도 노을 한 폭씩 머리에 이고 흔들거린다. 저 노을 좀 봐. 저 노을 좀 봐. 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 그래도 이승이 그리워 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냐. (조태일의 시 ‘노을’ 중에서) Tip 도림사 청류동 계곡 동악산 남쪽 자락엔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 있다. 도선국사,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도인들이 숲처럼 몰려들어 도림사(道林寺)라 이름 지었다는 절이다. 도림사로 드는 길의 청류동 계곡은 200m에 달하는 암반계류가 절경을 이룬다. 아홉 구비마다 펼쳐진 너른 바위 위로 맑은 계곡물이 장쾌하게 흘러 삼남 제일의 암반계류라 불린다. <■글 / 고우정(여행작가) ■사진 / 현일수(리빙룸스튜디오)>
2015.05.28 16:26
레저/여행
[기차 여행 ]추억과 낭만 가득한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일상을 파고든 추위에 잔뜩 움츠려 있다면 잠시 숨을 돌리고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전라남도 곡성에 자리한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도시의 추위를 잊게 할 추억과 낭만이 가득하다. 덜컹거리는 증기기관차에 몸을 싣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쪽 그리움으로 남아 있던 추억은 더 이상 옛것이 아니다. 늦가을 빛의 온기를 품고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따라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자. 증기기관차 타고_추억 가득 시간 여행 도시의 가을은 짧았다. 멀어져가는 가을의 뒤꽁무니를 쫓아 떠난 여행. 아침 8시 용산역을 출발하는 곡성행 기차를 타고 남도로 떠나는 마음은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가득했다. 용산역에서 곡성역까지는 KTX로 세 시간 남짓 걸린다. 일찍 일어나 모자랐던 잠을 보충하고 나니 어느새 기차는 따뜻한 남도의 온기를 머금은 곡성역에 멈춰서 있었다. 사라진 소음, 부드러운 바람에 도시의 방문객은 이미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곡성역에서 기차마을까지는 걸어서 10분,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 템포 빨라졌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은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폐선된 예전 전라선을 활용한 기차 테마파크다. 복고풍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1천여 송이의 장미가 사계절 내내 장관을 이루는 장미공원과 동물농장, 음악분수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까만색 증기기관차와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가 이곳의 명물이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주말엔 물론 주중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기차역만큼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또 있을까. 기차마을에 들어서니 예스러운 기차역 간판이 추억 가득한 과거로 시곗바늘을 돌려놓는다. 1933년 건립돼 7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온 구 곡성역은 품고 있는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맞배지붕을 멋스럽게 드러낸 역사, 나무 의자와 창문, 아날로그적 감성을 물씬 풍기는 간판까지, 대부분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역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과거로 떠나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기차가 다니던 옛 전라선 위에는 이제 까만색 증기기관차가 다닌다. 총 3량의 증기기관차는 실제로 하얀 증기를 뿜으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어린 시절 추억을 가진 어른들에게도, 장난감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도 증기기관차는 인기 만점이다. 증기기관차는 하루 다섯 차례, 섬진강 기차마을 구 곡성역에서 출발해 침곡역을 지나 가까운 가정역까지 약 10km를 왕복하며 운행한다. 운행시간에 맞춰 기차에 올라타니 기차가 ‘뿌우~’ 하는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시속 30km. 일반 기차에 비해 느린 속도지만 유유히 흐르는 맑은 섬진강 물길을 바라보며 아련한 옛 추억에 잠기기에 딱 좋다. 봄에는 철쭉이, 여름에는 시원한 섬진강 물줄기가, 가을에는 단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이 잊을 수 없는 풍경을 그려낸다. 남녀노소에게 인기 만점_장미정원과 미니 동물원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가 바로 ‘1004 장미공원’이다. 40,000㎡ 면적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원 장미 품종이 꽃을 피우는 이곳은 매년 봄이면 만발한 장미로 장관을 이룬다. 장미축제가 열리는 5월에는 전국에서 장미를 보러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한다. 봄뿐만 아니라 여름과 가을, 겨울에도 기차마을의 장미는 각기 다른 빛으로 피어나 관광객들을 반긴다. 가을볕 듬뿍 머금은 탐스러운 장미는 기차마을을 찾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됐다. 매년 봄과 가을이면 소풍 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단다. 장미공원 옆에는 섬진강의 자연 생태와 곤충들의 천적 관계를 테마로 한 ‘천적곤충관’이 자리 잡고 있다. 곤충생태계 전시관인 이곳은 육상 곤충과 수상 곤충, 천적 곤충실 등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실제 곤충들이 전시돼 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아이와 함께한 가족 관광객이라면 잊지 말고 들러볼 것. 기차마을 내에는 토끼와 염소, 당나귀, 타조 등 동물들이 살고 있는 미니 동물원도 자리 잡고 있는데 직접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이 관광객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바이킹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기차마을 놀이공원 드림랜드도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기차마을의 명소다. 기차마을 안을 한 바퀴 순환하는 기차마을 레일바이크도 타볼 만하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따라 남도의 정취 만끽_레일바이크 섬진강 레일바이크는 기차마을 여행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다. 구 곡성역에서 침곡역, 가정역까지 이어지는 폐철로 중,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약 5.1km 구간을 직접 페달을 밟고 달릴 수 있다.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레일바이크에 탑승한 뒤 페달을 밟으니 바이크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속도는 시속 15~20km 정도. 따뜻한 햇살,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아름다운 섬진강변 풍경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날아갈 듯 상쾌한 기분은 분명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인 가정역까지는 평균 30~40분 정도가 걸리는데 함께 탄 가족과 친구, 연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흘러간다. 가정역에 도착하면 증기기관차를 타고 침곡역 혹은 기차마을로 돌아오거나 침곡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곡성에서 하룻밤을 묵고 싶다면 심청이야기마을을 추천한다. 곡성은 심청전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원홍장의 고향으로, 해마다 10월이면 심청 효 문화 대축제가 열리고 있다. 섬진강을 끼고 17번 국도를 따라 10km 정도 가면 심청이야기마을이 있다. 기와 6동, 초가 12동 총 18동의 한옥 펜션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며놓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전통 한옥 펜션에 머무르면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정보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섬진강 기차마을 입장료는 성수기(4~10월)에는 대인 3천원, 소인 2천5백원이며, 비수기(11~3월)에는 대인 2천원, 소인 1천5백원이다. 기차마을 증기기관차는 오전 9시 30분에 첫차가 출발하며, 막차는 오후 5시 30분이다. 이용료는 대인 6천원, 소인 5천5백원이며, 주말에는 찾는 사람이 많아 매진될 수 있으니 전화 혹은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섬진강 레일바이크 역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다섯 차례 운행한다. 이용료는 2인승 1만6천원, 4인승 2만3천원이며,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편도 운행으로 가정역 도착 후 침곡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문의 섬진강 기차마을(061-363-9900, www.gstrain.co.kr) 섬진강 레일바이크(061-362-7717)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취재 협조 / 코레일관광개발(1544-7755)>
2013.01.02 12:13
재테크
TV보다 재미있는 놀거리가 가득한 곡성어린시절, 꾸부정한 허리로 동구 밖까지 나와 손자·손녀를 기다리던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은 그곳으로 달려간다. 기찻길 옆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곡성에는 두계산골 외갓집체험마을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넘치는 시간을 TV와 학원에 빼앗긴 아이들을 위해, 잊고 있던 고향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하얀 수증기를 내뿜는 열차를 타고 곡성 테마마을로 향해보자. 섬진강 기차마을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한다. 총 길이 212.3km인 섬진강은 진안군과 임실군을 거쳐 곡성읍 북쪽에서 남원시를 지나 흘러드는 요천과 합류한다. 섬진강은 너비가 좁고 바닥에 암반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기차마을은 바로 그런 섬진강 옆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98년까지만 해도 기차는 곡성역을 지나 섬진강변 옆 철둑 꽃길을 달렸다. 그러다 1998년 신전라선이 개통되면서 이제 기차는 섬진강변에서 한 발짝 떨어져 곰방산 터널을 지난다. 기차마을은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폐선된 구전라선 13km 구간을 이용해 만들었다. 과거 간이역을 연상시키는 주변 풍경과 연못, 정자 그리고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를 운행하고 있어 영화·드라마 촬영 소로도 자주 쓰인다. KBS 드라마 ‘서울 1945’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바로 이 곡성 기차마을에서 촬영을 마쳤다. 최근에는 영화 ‘아이스께끼’도 이곳 기차마을 한쪽에 세트장을 꾸몄다. 현재 모든 촬영을 끝마치고 세트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촬영장은 흡사 60년대를 배경으로 아빠를 찾으러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꼬마의 이야기처럼 쓸쓸해 보인다.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곡성 기차마을에는 입장료가 없다. 다만 관광용으로 마련된 증기기관 열차를 탈 때 열차 요금만 지불하면 된다. 평일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열차에 오르면 얼마 후 열차는 커다란 기적을 울리고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역을 빠져나간다. 열차는 달리는 중에도 계속해서 기적을 울리며 복계 공사 이후 잠들어 있던 철로를 깨운다. 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섬진강은 잔잔한 물결 사이사이로 바위들이 살짝 고개를 쳐든다. 평일 열차 안은 한산하지만 덕분에 창밖에 보이는 섬진강 풍경을 여유롭게 눈에 담을 수 있다. 열차에는 종착지인 가정역에 도착할 때까지 친절하게 창밖의 소소한 풍경까지 설명해 주는 안내원이 있다. 역을 떠나 약 10분 후에 만나게 되는 ‘마천목 도깨비살’ 전설이나 곡성의 유래, 섬진강에 얽힌 재미난 설화 등을 듣고 있으면 어느새 종착지인 가정역에 도착한다. 가정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분홍색 다리 ‘두가현수교’다. 분홍색 예쁜 다리를 건너면 두가교를 세운 유례가 눈에 띈다. 두가교를 세우기 전까지 고달면과 오곡면(시내)을 잇는 것은 나룻배였다. 때문에 비만 오면 마을은 고립됐다고 한다. 그러다 1979년에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두가교를 세웠다. 두가교 아래서 본 섬진강은 잔잔하게 흐르는 물이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한번 성이 나면 순식간에 사람들을 삼켜버렸다는 글을 읽고 나서인지 가까이 다가가 발을 담그기조차 조심스럽다. 섬진강의 자갈들과 바위들은 아름답지도 신비스럽지도 않다. 그렇다고 낭만적이거나 몽환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잔잔한 물살과 어울려 자리 잡은 바위들은 물고기는 물론 사람의 발까지도 숨을 쉬게 한다. 강물에 발을 담그고 바라본 철길 반대편에 자리한 큰 키의 소나무 숲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달릴 때는 미처 느끼지 못한 여유를 선사한다. 가정역에 정차한 열차는 정해진 시각이 되자 다시 기적을 울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기적은 금방이라도 열차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역을 빠져나갈 것만 같다. 요란한 기적에 행여 열차를 놓칠세라 서둘러 열차에 오르면 마음은 빠른 걸음을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두가교 건너편에서 손짓한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차는 하얗고 긴 수증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가정역을 벗어난다. 곡성 기차마을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는 평일 2회 왕복 운행하며 주말과 공휴일에는 4회 운행한다. 왕복 소요시간은 25분씩 50분이며 가정역에서 20분 정차하는데, 20분 동안 짧게 눈요기를 하기보다는 오전 첫차를 타고 가 자전거 하이킹을 한 후 오후 막차를 타고 되돌아오면 한결 여유롭다. 다양한 농촌체험마을 곡성은 인구 4만이 안 되는 작은 마을이다. 가장 큰 시가지를 이루고 있는 곡성군청 인근에서조차 도시의 화려한 불빛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곡성의 자연은 싱그러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또 섬진강자연학습원, 농촌체험학교, 청소년 야영장, 섬진강 문화학교, 자전거 하이킹 도로 등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넘친다. 관광 열차의 종착역인 가정역 건너편에는 곡성 청소년 야영장, 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두계산골 외갓집체험마을이 있다. 곡성 청소년 야영장은 주로 청소년 단체 수련장으로 많이 애용된다. 3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자연 운동장 그리고 래프팅, 자전거 하이킹 등을 즐길 수 있다. 곡성 청소년 야영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가정 녹색농촌체험마을과 자전과 하이킹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두계산골 외갓집체험마을에서는 전통 한옥에서 두부 만들기, 떡방아 찧기, 달구지 타기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옷을 직접 황토로 염색해볼 수 있는 황토염색체험도 가능하며 도예체험, 지리산 생태체험 등을 통해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압록교 바로 밑에는 얕고 잔잔한 섬진강에 맨발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압록유원지가 있다. 압록유원지는 물이 깊지 않아 어망으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압록유원지는 단지 사람의 지친 마음을 쉬게 할 장소만을 제공할 뿐. 유원지란 이름에 기대를 걸고 찾는다면 실망이 크다. 압록유원지에서 올라와 다시 17번 국도를 타고 차를 몰다 보면 오른편으로 횟집이 보인다(잠깐 한 눈을 팔고 놓치면 바로 구례로 넘어가 버린다). 그 횟집을 끼고 비포장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전통 테마마을(하늘나리)이 나온다. 곡성은 어디를 가나 예쁜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하늘나리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늘어진 돌담은 높거나 길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시골 풍경을 선사한다.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하늘나리에서는 밀납초 만들기, 벌통 만들기, 꿀 내리기 등 농사체험과 밀원식물, 짚풀공예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압록역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태안교를 건너면 섬진강 문화학교와 태안사를 만날 수 있다. 섬진강 문화학교는 폐교를 활용해 산악사진작가 임소혁씨가 하늘, 섬진강, 야생화, 지리산 사계 등의 테마로 지난 16년간 모은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현재 그곳에서 아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그는 전시장 한쪽에 찻집도 운영하고 있으니 태안사로 가는 길에 꼭 한번 들러 지리산과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느껴보는 것도 좋다. 곡성 최북단에 자리한 섬진강 자연학습원은 도예교실, 공충교실, 조각교실 등 곡성 테마마을 중 가장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각 과목 선생님들이 각 가족별로 수업을 하기엔 한계가 있어 가족 단위로 이용하는 것은 힘들다. 대신 미리 학습원 측에 연락을 취하면 다른 팀들과 시간을 조정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효심 지극한 심청이의 고장 곡성은 효녀 심청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곡성 곳곳에 심청이의 이름을 딴 공원과 문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관음사는 심청 이야기의 기록이 남아 있는 절이다. 관음사에서 전해 내려오는 심청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지금부터 1천7백년 전, 원홍장이라는 효녀가 앞 못 보는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효성이 지극한 원홍장은 시주를 하겠다고 약속한 아버지를 대신해 스님을 따라나서던 중 새로운 황후를 찾아나선 중국 사신들의 눈에 띄어 중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중국에서 황후가 된 홍장은 고향과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소조관음불상을 배에 실어 보냈는데, 이곳 관음사에서 홍장이 보낸 불상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관음사를 빠져나오면 목공예, 한지공예, 압화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심청문화센터도 있어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심청 이야기와 현장학습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곤방산에는 심청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심청이야기마을은 동네 아낙들에게 젖동냥을 하던 심청과 아버지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예쁜 초가집과 멋진 돌담으로 꾸민 심청이야기마을은 아쉽게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대신 대나무 숲과 바람이 손님을 맞는다. 심청이야기마을은 이정표가 따로 없다. 당연히 찾아가기가 녹록치 않다. 인구가 적고 아직은 관광지 개발이 덜된 탓에 심청이야기마을뿐 아니라 대부분의 곡성의 외딴 산골마을은 자세한 이정표가 없다. 목적지에 다다라서야 보이는 이정표는 쉽게 목적지를 지나치게 만든다. 하지만 그도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면 걱정할 게 못된다. 전국에서 가장 범죄 없는 마을로 손꼽히는 곡성 주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외지 사람이 목적지를 물으면 바로 가르쳐주지 않고 꼭 “어디 갈라고 그러는디?”라고 다시 되묻는 게 특징이다. 직접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행여 다른 길로 들어서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시골 인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보다는 “어디서 오셨소~? 멀리서 오셨네. 밥은 자셨소?”라고 나직하게 묻는 곡성 주민들에게 길을 묻고 이곳저곳 발품을 팔다 보면 정겨운 외갓집의 기억에 하루 해가 짧게 느껴진다. 곡성의 3대 먹을거리 통나무집산장 곡성의 3대 먹을거리는 참계탕, 은어구이, 석곡돼지숯불구이다. 압록유원지 인근에 자리한 통나무집산장은 곡성의 3대 먹을거리 중 참계탕, 은어구이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갖은 양념과 들깨로 맛을 낸 육수에 시래기와 참게를 넣어 푹 끓인 참게탕은 얼큰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또 은어에 소금을 뿌리고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운 은어구이는 내장을 발라내고 속에 통고추 양념을 더해 비린내가 없고 맛이 깔끔하다. 섬진강변을 마주하고 얼큰한 참게탕과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은어구이를 맛보면 술을 입에도 못 대는 사람이라도 술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은어소금구이 2만원, 참계탕 2만5천 문의 061-363-3090 돌실회관 석곡돼지숯불구이가 유명해진 계기는 이렇다. 호남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당시 아침 일찍 여수에서 광주로 향하는 차들은 점심시간쯤 석곡을 지났다. 사람들은 석곡터미널 부근에서 드럼통 위에 돼지를 구워먹으며 시장한 배를 채웠는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그때 드럼통에 숯을 피워 구워 먹던 숯불돼지구이 맞을 잊을 수 없던 사람들이 다시 석곡을 찾는다고 한다. 석곡돼지숯불구이가 유명한 것은 꼭 추억 때문만은 아니다. 갖은 양념에 버무린 토종 흑돼지는 비계가 적고 육질이 부드러운데다 숯의 향기까지 더해져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우게 된다. 석곡 IC를 빠져나오면 만날 수 있는 돌실회관은 곡성 주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 집만의 은은한 숯 향이 밴 돼지숯불구이는 가던 길을 다시 돌릴 만큼 그 맛이 일품이다. 돼지숯불구이 8천원 문의 061-363-1457 편안한 잠자리 압록 유원지 인근에 자리한 화이트 빌리지는 곡성에서 유일한 펜션이다. 호텔형 펜션을 표방한 화이트 빌리지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유럽형 건물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룬다. 또 밤이면 탁 트인 창으로 섬진강을 바라보며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에 다양한 체험마을과 섬진강을 앞에 두고 있는 화이트 빌리지는 올 초 완공돼 깨끗하고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단 취사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가격 주중 4만원 문의 061-363-7531 알아두면 편리한 곡성 체험마을 연락처 기차마을 매표소 061-360-8850 곡성군 청소년 야영장 061-362-4186 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011-620-8480 두계산골 외갓집체험마을 061-363-8508 하늘나리 011-9615-8501 섬진강 문화교실 061-363-0269 섬진강 자연학습원 061-363-2999 심청문화센터 061-363-4041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박원태 차량 협찬 / 금호렌터카(1588-1230)
2006.08.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