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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부라보콘 일감 몰아주기’ 빙그레 현장조사

      경제

      공정위, ‘부라보콘 일감 몰아주기’ 빙그레 현장조사

      ...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1일 서울 종로구 빙그레 본사와 해태아이스크림에 조사관을 보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공정위는 납품변경 과정에서 계열사에 자금이나 자산을...

      #빙그레 #공정 #부라보콘

      김세훈 기자 2025.04.21 15:38

    • [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오피니언 미디어 세상

      [미디어세상]선거 , 공정보도를 넘어

      ... 사회는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유난하다. 공정성은 경쟁을 전제로 한 가치이다. 선거 시기에 언론의 공정성은 더욱 중요하다. 공직선거법에서도 공정보도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선거는 누가, 어느...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2025.04.20 20:20

  • 스포츠경향

    •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제재위기…공정위에 ‘자진 시정’ 의사

      연예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제재위기…공정위에 ‘자진 시정’ 의사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위기에 놓인 구글 측이 자진 시정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의의결이란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앞서 구글의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에 대해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유튜브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면서 ‘유튜브 뮤직’을 끼워파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부당하게 전이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유튜브 뮤직 구매를 강제당하는 등 선택권을 제한 받고, 시장 내 다른 사업자 활동도 부당하게 방해받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심사보고서 발송 후 구글 측은 문제가 된 부분을 자진 시정하고, 상생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동의의결 신청서를 공정위 측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유튜브 뮤직이 빠진 별도의 상품을 출시하는 방안 등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공정위는 시정 조치안이 타당한지를 검토한 후, 전원회의를 통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 사건은 심판 없이 종결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비관세절벽’으로 간주하고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공정위가 대미 통상 이슈를 고려해 동의의결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손봉석 기자 2025.04.16 03:15

    • 세계도핑방지의 날 기념식…도핑 없는 공정함 다짐

      스포츠종합

      세계도핑방지의 날 기념식…도핑 없는 공정함 다짐

      배구 김연경 등이 ㅣ도핑없는 공정한 스포츠를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KADA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위원장 이영희)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25 세계도핑방지의 날(Play True Day)’ 기념식을 개최한다. ‘세계도핑방지의 날’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2014년부터 매년 4월 하루를 지정해 도핑방지의 중요성과 스포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캠페인이다. 올해 기념식은 ‘약한 국민 없는, 강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다. 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 다양한 스포츠 관계자들이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되리라 예상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출신 원윤종 전 선수가 KADA 선수위원으로 위촉된다. 원윤종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도핑방지 활동을 통해 공정한 스포츠 환경 조성에 기여한 인물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이 수여되며, ‘도핑방지 약속 손글씨 공모전’ 입상자에게는 교육부 장관상이 주어진다. 도핑방지 서약 퍼포먼스도 진행된다. 체조 국가대표 출신 김나라 선수위원장,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위원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부산시,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 유관기관 대표자들이 도핑 근절을 위한 서약에 동참한다. 올림픽파크텔 18층에서 체험형 도핑방지 문화공간 ‘페어플레이 그라운드(Fair Play Ground)’ 착공식도 열린다. 해당 공간은 학생선수들이 놀이와 체험을 통해 도핑의 위험성과 스포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조성되며, 향후 도핑예방 교육의 거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30분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 LG의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도핑방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시구 행사도 마련된다. ‘정직한 땀의 가치를 증명한 상징적 선수’가 시구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영희 KADA 위원장은 “세계도핑방지의 날은 공정하고 깨끗한 스포츠를 위한 우리의 약속을 되새기는 날”이라며 “모든 국민이 도핑방지의 의미를 함께 기억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2025.04.11 07:36

    • [전문] ‘현역가왕2’ 의혹 넷, 공정위 “위법 없다”

      연예

      [전문] ‘현역가왕2’ 의혹 넷, 공정위 “위법 없다”

      MBN ‘현역가왕2’ 공정성·투자 논란 등에 휩싸였던 ‘현역가왕2’ 측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문제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MBN 트로트 서바이벌 ‘현역가왕’ 제작사인 크레아스튜디오는 10일 앞서 제기된 4가지 사안(참가자 신유, 박서진의 예선 없는 본선 직행의 불공정성, 신유의 본선 무대 피처링 특혜, 신유 팬카페에서 결승전 방청권 정보가 공유된 점, 참가자인 가수 환희 소속사와 연관된 투자사의 11억 원 투자 여부)에 대해 공정위가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신유, 박서진의 예선 없는 본선 직행에 대한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신유와 박서진의 본선 직행은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미스터리 현역’ 콘셉트의 일환이었다. 제작진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득점 차감, 국민 응원투표 기간 단축, 지목권 제한이라는 핸디캡을 부여했으므로 전혀 불공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신유의 본선 무대에 피처링 특혜를 줬다는 부분은 “신유는 ‘러브스토리’라는 곡을 발매했고, 발매 당시 국악인 박애리가 구음(口音)을 피처링했다. 구음은 음악적 장치로서 사용된 것이고, 경연 시 박애리가 아닌 김지현이 구음을 하였지만 달리 부르지 않은 이상 원곡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구음을 하는 것은 특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유 팬카페에서 결승전 방청권이 지급됐다고 논란에 대해서는 “결승전에 참가자의 가족, 지인을 초대하는 것은 모든 경연 참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안된 부분이며 이들은 투표권이 전혀 없다. 따라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친 바 없다. 당시 제작진은 결승 진출 톱10 전원에게 결승전에 지인 및 가족 초대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다만 신유 측에서 지인의 범위를 팬들까지로 오해해 팬카페에 잘못 정보를 공유했던 사안으로 신유의 팬들만 초대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아울러 가수 환희 소속사와 연관된 투자자가 11억 원에 투자를 했다고 민원의 경우 “환희 소속사(비티엔터테인먼트)와 콘서트 투자는 전혀 사실무근인 상황으로, 프로그램 공정성과 전혀 무관하다”고 알렸다. 끝으로 ‘현역가왕2’ 제작진은 “그동안 제기됐던 불필요한 논란들에 대해 ‘공정위’가 결론 낸 아무 문제없음이라는 명확한 판단을 존중한다. 더불어 앞으로 무차별적인 악플로 브랜드가치를 손상시키는 악의적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크레아스튜디오 안내문 전문. 안녕하세요. <크레아스튜디오>입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된 ‘현역가왕2’ 관련 민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리 결과를 전합니다. 크레아스튜디오는 ‘현역가왕2’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된 4가지 사안(참가자 신유, 박서진의 예선 없는 본선 직행의 불공정성, 신유의 본선 무대 피처링 특혜, 신유 팬카페에서 결승전 방청권 정보가 공유된 점, 참가자인 가수 환희 소속사와 연관된 투자사의 11억 원 투자 여부)에 대해 모두 위법 사항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첫째, 참가자 신유, 박서진의 예선 없는 본선 직행에 대한 불공정성을 민원 제기한 부분. 참가자 신유와 박서진의 본선 직행은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흥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미스터리 현역’ 콘셉트의 일환이었습니다. 제작진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득점 차감, 국민 응원투표 기간 단축, 지목권 제한이라는 핸디캡을 부여했으므로 전혀 불공정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둘째, 신유의 본선 무대에 피처링 특혜를 줬다고 민원 제기한 부분. 신유는 ‘러브스토리’라는 곡을 발매했고, 발매 당시 국악인 박애리가 구음(口音)을 피처링했습니다. 구음은 음악적 장치로서 사용된 것이고, 경연 시 박애리가 아닌 김지현이 구음을 하였지만 달리 부르지 않은 이상 원곡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구음을 하는 것은 특혜가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셋째, 신유 팬카페에서 결승전 방청권이 지급됐다고 민원 제기한 부분. 마지막 결승전에 참가자의 가족, 지인을 초대하는 것은 모든 경연 참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제안된 부분이며 이들은 투표권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친 바 없습니다. 당시 제작진은 결승 진출 톱10 전원에게 결승전에 지인 및 가족 초대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습니다. 다만 신유 측에서 지인의 범위를 팬들까지로 오해해 팬카페에 잘못 정보를 공유했던 사안으로 신유의 팬들만 초대하려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넷째, 가수 환희 소속사와 연관된 투자자가 11억 원에 투자를 했다고 민원 제기한 부분, 환희 소속사(비티엔터테인먼트)와 콘서트 투자는 전혀 사실무근인 상황으로, 프로그램 공정성과 전혀 무관합니다. ‘현역가왕2’ 제작진은 그동안 제기됐던 불필요한 논란들에 대해 ‘공정위’가 결론 낸 아무 문제없음이라는 명확한 판단을 존중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무차별적인 악플로 브랜드가치를 손상시키는 악의적 민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겠습니다. 크레아스튜디오는 앞으로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지키는 오디션 콘텐츠를 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역가왕2’ 멤버들과 총 14개 지역에서 진행될 ‘현역가왕2’ 콘서트를 알차게 만드는 것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병길 기자 2025.04.10 08:38

    •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엄지원-안재욱, 공정환과 몸싸움 ‘아수라장’···단호한 유인영, 안미나만 찾는 김동완에 “김 원장 돌아오지 않아요”

      연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엄지원-안재욱, 공정환과 몸싸움 ‘아수라장’···단호한 유인영, 안미나만 찾는 김동완에 “김 원장 돌아오지 않아요”

      KBS 방송 캡처 안재욱이 엄지원을 향한 마음을 깨달았다. 지난 6일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연출 최상열, 이진아 / 극본 구현숙 / 제작 DK E&M) 20회에서는 ‘술도가 커플’의 다채로운 스토리가 펼쳐졌다. 이날 방송 시청률은 21.7%(닐슨 코리아 제공, 전국 가구 전체 기준)를 기록했고 채널 경쟁력과 화제성을 가늠하는 핵심지표인 2049 시청률 역시 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해 주말에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하며 안방극장을 휩쓸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마광숙(엄지원 분)과 한동석(안재욱 분), 박상남(공정환 분)의 삼자대면이 극의 흥미를 유발했다. 업무차 찾은 장소에서 예상치 못하게 상남과 마주친 광숙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고, 그의 끈질긴 요청에 식사자리에 앉게 됐다. 대화 내내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중 동석이 합석하게 되며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두 사람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 상남은 동석에게 “제가 몇 번이나 신호를 줬으면 대충 일어나주셔야 되는거 아닙니까?”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동석은 “행여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보호 차원에서 왔어요”라고 응수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로 인해 상남이 지방까지 내려온 이유를 알게 된 광숙은 분노했고, 점점 격해진 감정 속에서 상남과 동석은 결국 몸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광숙까지 가세하며 식사자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오천수(최대철 분)와 문미순(박효주 분)의 이전과 다른 묘한 분위기도 시선을 끌었다. 편의점 본사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천수는 고마운 마음에 케이크를 들고 미순을 찾아갔다. 천수가 잠든 미순을 깨우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는 모습은 심장을 간질이게 했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친구 이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옥분(유인영 분)은 이사를 떠나는 김선화(안미나 분)를 배웅했다. 옥분은 선화의 딸 간식비를 챙겨주는가 하면 “나중에 파마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아줌마 미장원에 와. 공짜로 해줄게”라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선화는 옥분에게 악수를 청했고 “흥수 쌤 잘 부탁해”라는 말을 남기고 동네를 떠났다. 선화의 갑작스러운 이사 소식에 놀란 흥수는 옥분 때문이라고 오해했다. 옥분은 “‘말 못 할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고 잊어요. 쌤이 애걸복걸한다고 돌아오지 않아요. 김 원장”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광숙과 동석은 휴게소에서 인형을 뽑으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동석이 인형을 뽑자 광숙은 “회장님 손이 금손이었네요”라며 감탄했고,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광숙의 모습에 동석은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말미 동석은 안부를 묻는 광숙의 말에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후 동석이 광숙과 만날 때마다 심장이 요동치고 있음을 깨닫는 ‘자각 엔딩’은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다음 방송을 더욱 기다리게 했다.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매주 토, 일요일 저녁 8시에 안방극장에 공개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07 14:25

  • 주간경향

    • [신간]이 시대 공정노동은 누가 만드는가

      문화/과학 신간

      [신간]이 시대 공정노동은 누가 만드는가

      지불되지 않는 사회 김관욱 지음·인물과사상사·1만8000원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프면 쉬는 게 당연한데 그렇지 못했고, 이제라도 그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감염병 유행에 힘입어 새삼 높아졌다. 감염병 유행이 끝난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한국에서 노동의 무게는 무겁다. 다수의 노동자는 아파도 일을 계속해야 하고, 일의 강도는 너무 세며, 함께 일하는 사람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다치기도 하고 다쳤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다.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인 저자는 ‘우리는 과연 우리가 하는 노동에 대해 합당한 지불을 받는 것인가’라 질문하고, 그렇지 못한 사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책에 담았다. 그는 우리 사회가 능력을 초월해 일해도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사회라고 말한다. 삶이, 삶을 위한 노동이 신체와 정신, 나아가 영혼까지 병들게 하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먼저 한국의 노동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저자는 인류학자로서 한국사회의 문제적 장면들을 톺아낸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절망에 취약하고 환대에 실패한 사회, 재난 이후 도덕의 기준이 무너진 사회, 나의 상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각해져야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닌지 질문한다. 또 챗GPT를 위시한 인공지능의 시대에 준비가 돼 있는지도 묻는다. 이런 사회에서 희망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각자가 지닌 능력만큼의 일만 하도록 요청하는 사회, 필요하면 좀더 가져가라는 아량을 베푸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혁에 대한 용기와 다짐이자, 서로의 노동에 대한 위로라고 말한다.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원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하는 까닭은 뭘까. 미국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우주화학자인 저자는 지구와 인간, 문명의 기원을 ‘운석’으로 설명한다. 지금 이 세계를 이룬 운석의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차·향·꽃의 문화사 김영미 지음·글항아리·4만8000원 동아시아 문화 속 차와 향, 꽃과 관련된 취미 문화를 살핀 책이다.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의 차·향·꽃 문화의 같고 다름을 읽어낸다. 국가별·시대별로 차·향·꽃을 향유했던 인물들과 예술적 형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료와 도판 등을 풍부하게 사용했다. 지옥: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와우포인트 퍼블리싱·1만7000원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의 원작 만화 <지옥>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소설집이다. 초자연적 존재로부터 예고 없는 지옥행 고지를 받은 사람들, 그로 인해 발생한 아비규환의 세계를 그린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렸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인간성에 관한 질문과 마주한다.

      김향미 기자 2025.01.01 06:00

    • “한국 사법절차 공정했다면, 사적 제재 나왔겠나…부끄러운 줄 알아야”

      사회 표지 이야기

      “한국 사법절차 공정했다면, 사적 제재 나왔겠나…부끄러운 줄 알아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 인터뷰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법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는 ‘사적 제재’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적 제재는 존재 자체로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사적 제재를 설명할 때면 이성적 판단과 별개로 형용사 하나가 더 붙을 때가 많다. ‘오죽하면’. “오죽하면 사적 제재를 하겠나”라는 심정적 동조다. 2004년 발생한 밀양 성폭력 사건은 ‘오죽하면’의 대표 사례다. “정의는 죽었다”는 표현으로 모두 담을 수 없을 만큼 밀양 사건에서 공권력은 무력했다. 대중의 공분을 만든 이 사건은 결국 20년 만에 사적 제재를 불렀다. 다만 심정적 동조를 보낼 행위의 주체가 조금 다르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밀양 사건의 사적 제재는 사건과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에 의한 것’이었다. 사건이 재점화된 초기 ‘피해자의 사적 제재’와 ‘제3자에 의한 사적 제재’는 구분되지 않았다. “미뤄진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으로 봤다. 법적 처벌 가능성 측면에서 엄연히 다른 범주에 속했지만 두 사례 모두 ‘오죽하면’의 대상이 됐다. 피해자 동의를 받았는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가능성은 없는지 등은 고려대상에서 밀렸다. 실제로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그럼에도 “가해자 처벌만 하면 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이 논란 속에 피해자가 받을 고통은 고려되지 않았다. 지난 6월 13일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소장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 현상에 관해 물었다. 표 소장은 사적 제재를 옹호하지 않았다. 다만 “사적 제재를 비판하기 전에 수사, 기소, 재판을 담당하는 한국 사법체계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서 이번 사태의 시작점이 보였다. -‘사적 제재’가 정확히 무엇인가. “세 가지 복합 개념을 혼용해 사용되고 있다. 우선, 사적 형벌이다. 국가는 정해진 형사 절차를 거쳐 유죄가 확정된 자에게 형벌을 부과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개인이 폭행, 감금, 살해 등의 형벌을 내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회사나 특정 조직이 징계 규정 등 집단 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위반해서 소속원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최근 급증하는 것이 온라인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상 공개, 조리돌림 등이다.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가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벌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적 제재를 나눠서 봐야 하는 것은 각각의 행위가 불법을 구성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적 형벌이나 집단이 가하는 폭행 등의 린치(Lynch)는 범죄다. 반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집단 따돌림’, ‘조리돌림’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처벌 가능한지 아닌지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개념으로만 보면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괴롭힘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동일하지만, 책임 등 처벌의 영역에서 보면 각각의 행위가 구분된다.” 단순히 폭로에만 그치면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의감을 보다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사적 제재 주체에 따라서는 어떻게 구분하나. “우선,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에게 제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법적으로는 ‘자력구제’, ‘정당방위’ 여부를 따질 수 있는 경우다. 그런데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공적 시스템을 생략하고 제재를 가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경우는 없다. 비질란테(Vigilante·자경단)로 대표되는데 제3자에 의한 사적 제재는 윤리적·법적 정당성 측면에서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밀양 사건으로 제3자에 의한 사적 제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제3자에 의한 사적 제재는 반드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범죄자 상당수도 자기 범죄의 정당화 근거로 ‘자의적 판단’을 언급한다. 극단적 예를 들면 연쇄살인범 유영철도 본인은 ‘사적 제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밀양 성폭력 사건처럼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식의 사적 제재가 용인되면 누군가의 극단적 망상을 사적 제재로 합리화할 가능성도 있다.” -밀양 사건처럼 특별한 상황에만 사적 제재를 하는 것은 ‘문제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이야 형사 사법제도가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상황이 분명해 보이고, 이런 경우에만 사적 제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극히 일부라도 허용되기 시작하면 적용 영역은 조금씩 확장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이 자신의 행위는 특별한 상황이라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나쁘다’라는 가치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정치적·인종적·성적 소수자에 대한 가치판단이 대표적 사례다. 무슨 기준으로 어떤 때는 나쁘니까 사적 제재가 되고, 어떤 때는 안 된다고 판단할 수 있나. 간통죄는 과거에는 범죄로 인정됐지만 이제 폐지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간통죄 폐지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상간남, 상간녀를 자신의 기준에 맞게 처벌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모여 사적 제재를 시작하면 이것은 정당한가, 아닌가. ‘누가’ 판단할 것이냐는 더욱더 문제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유튜버에 의한 가해자 폭로 방식은 지목된 사람이 실제 사건의 가해자가 맞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 자신이 미워하고 괴롭히고 싶은 사람을 성범죄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사적 제재든 ‘범죄’가 되나. “범죄 판별에서는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다만 법을 어겼다고 모두 범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아동학대에 시달린 피해자가 가해자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경우, 이 살인을 어떻게 처벌할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가벌성에 관한 것은 동기와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피해자가 오랜 기간 학대를 당하다 가해자를 공격한 경우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했다. 다시 말해 피해 당사자가 공권력에 호소했음에도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해 발생한 사적 제재는 처벌을 면하거나 감경하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제3자가 사적 제재를 하는 경우는 어떤 국가든 선처나 감경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혐오 범죄로 가중처벌 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일부 유튜버의 가해자 폭로를 선의로 해석한다. 진의를 구분할 방법이 있나. “첫째는 사익 추구냐, 아니냐를 따져봐야 한다. 사적 제재를 하는 이들이 표방하는 것만 보면 전부 순수하게 공익을 위한 것처럼 보인다. 즉 이들의 말, 행동으로는 구분이 안 된다는 의미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활동의 결과다. 사적 제재를 통해 이들이 사익을 얻고 있느냐의 문제다. 배드파더스는 공익활동을 하며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 사비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양육비를 미지급한 무책임한 아버지들 명단을 공개했다. 그 결과, 소송을 당하고 소송비용까지 내게 됐다. 밀양 사건을 다루는 유튜버들이 이러한 공익을 목표로 하는지, 대중의 분노에 편승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둘째는 피해 당사자 의사가 존중되느냐다. 배드파더스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공개했다. 피해자를 통해 자료를 확보해 객관성도 확보했다. 그런데 밀양 사건에서 유튜버의 폭로는 피해자가 배제됐다. 폭로로 인한 책임 문제와도 거리가 멀다.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 불만을 이용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이 지난 6월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인터뷰 시작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성일 선임기자 -‘범죄에 관대한 법’ 때문에 사적 제재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성립하기 어려운 논리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된다. 그럼 법이 강한 나라에서는 사적 제재가 없나. 사형이 가능한 미국이 사적 제재가 더 많다. 범죄를 처벌하는 법을 강화해서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판결을 내린다고 해보자. 이러면 사적 제재가 없어질까. 수사나 기소가 100% 완벽할 순 없다. 모든 범죄의 형량이 사형이라고 해도 억울한 사람은 나올 수밖에 없고, 사적 제재가 나타날 수 있다. 강력한 법과 사적 제재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지 몰라도 인과관계는 없다는 의미다. 다만 법 자체가 완전히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특별법이 난무하고 법 사이에 모순과 충돌이 발견된다. 당장 사적 제재의 주요 원인이 되는 권력형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자고 해도 입법이 안 된다.” -그렇다면 ‘법’을 적용하는 사법기관(경찰·검찰·법원)의 문제란 지적에는 동의하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적 제재가 나타난 대표적 사례들이 거의 예외 없이 수사기관, 기소기관, 재판기관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강력한 법이 있어도 이를 적용하는 기관이 정의롭지 못하면 사적 제재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고민해봐야 하는 지점은 있다. 지금까지 경찰, 검찰, 판사 등에 대한 사적 제재가 심각하다고 들어본 적 있나. 잘못된 수사, 기소, 판결을 했다면 이들 역시 충분히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사적 제재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사적 제재가 기회주의적이고 선택적이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 좀더 확장하면 이런 사건들이 단순히 가해자를 사적 제재해서 해결되는 문제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유튜버가 가해자를 사적 제재하는 것과 별개로 공권력의 부실 수사, 기소, 판결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에서도 사적 제재가 문제가 되나.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세분화해서 볼 수 있다. 우선, 사건과 관계없는 제3자가 가해자를 응징하는 행위는 예외 없이 처벌한다. 다수의 동조를 받든, 혼자만의 망상이든 관계없다.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는다. 특히 상대의 인종, 성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사적 제재라면 혐오범죄가 된다. 반면 피해당사자의 사적 제재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공권력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랜 기간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가 가해자를 공격해 상해를 입히거나 살인을 저지르면 정당방위, 자력구제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처럼 선진적인 사법 시스템을 갖춘 나라와 한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입법·사법 과정에 참여를 보장받느냐는 점이다.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동의하면 입법을 보장받을 수 있고, 국민참여재판을 통한 의견 제시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사회에선 굳이 사적 제재에 나설 필요가 없다. 우리 재판과정이 안타까운 것은, 국민은 심판의 대상일 뿐 심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전문가라는 법조인들은 국민을 무시하고 배제한 상태에서 판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못된 판결이 나오면 더욱 큰 사회적 분노가 생기는 것이다. 한국 사법체계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사적 제재’를 두고 일부 전문가란 사람들이 사적 제재를 무식한 것으로 비난만 한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 정치인, 법조인 등의 사회 기득권층이다. 한국의 사법절차가 공평하고, 공정했다면 사적 제재가 대체 왜 나온단 말인가.” -사적 제재를 어떻게 봐야 하나. “온라인상 가해자 신상 공개가 모두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자의 은폐된 비리를 폭로하거나 공익을 목적으로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문제를 알리는 행위까지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대표적으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시스템에 경종을 울렸다. 설사 이들을 법적으론 처벌할 수 있을진 몰라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 현재 대표적인 사적 제재로 언급되는 사례들 역시 공권력이 사법 질서에 따라 제대로 심판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고민거리를 남겼다. 다만 단순히 폭로에만 그치면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정의감을 보다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김찬호 기자 2024.06.24 06:00

    • “세대별 차등투표제가 공정할 수 있다”

      경제

      “세대별 차등투표제가 공정할 수 있다”

      50대는 ‘1표’ 20대는 ‘1.33표’…홍범교 조세연 연구위원 제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지난 4월 10일 인천의 한 투표소에서 어린이가 엄마의 투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들이 유일하게 공차고 신나게 노는 공간을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특정인을 위해 강제로 뺏는 겁니다. 아이들 많이 낳으라면서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없애다니요.”, “아기들은 걸음마를 배우고, 어린이들은 부모와 캐치볼을 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공을 차는, 평화와 생기로 가득 찬 곳입니다. 이런 힐링의 장소에 갑자기 무슨 일인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네요.” 지난 4월 말부터 서울 동작구청과 동작구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서울 동작구 대방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설치하려는 구청의 계획에 반대하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반대하는 이들은 어린이·노약자를 비롯해 전 연령대를 위한 휴식, 생태 공간인 공원에 골프시설을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주로 노년층이, 그중에서도 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 놀이공간을 빼앗아선 안 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파크골프장은 공과 홀컵의 크기가 커서 골프보다 치기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 “예약이 효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노년층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치솟는 수요를 감당하려고, 전국 지자체가 공원과 하천 둔치에 우후죽순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면서 동작구에서와 같은 갈등이 빈번하다. 파크골프장 조성을 주민 투표로 결정한다면 공정한 해결책이 될까. 파크골프장이 노년층을 위한 시설이라고 인식하는 이가 많다면 노년층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수도 많다면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예산의 활용처가 노년층의 여론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20대 인구는 50대 인구의 75% 의견이 분분할 때 다수의 의견에 따르자는 원칙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로 여겨진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에 부합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투표 결과로 소수 집단의 권리가 무시되고, 이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면서 한국사회에서 아동·청소년·청년층은 그 윗세대에 비해 소수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실제 2022년 말 내국인 유권자 비율을 보면 20대 인구는 50대 인구의 75%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가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한다면, 미래세대의 요구가 경제·사회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정책이나 제도의 영향은 미래세대가 가장 오래 받지만, 그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힘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려는 방편으로 인구분포에 따라 투표권을 차등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50대에게 ‘1’의 투표권을 준다면 20대에게는 ‘1.33’의 투표권을 줄 수 있다. 소수점이 어색하다면, 50대에게 1인당 3표를 주고 20대에게 1인당 4표를 행사하게 할 수도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창립 멤버인 홍범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세대별 차등투표제를 지난 4월 말 조세연을 퇴직하면서 내놓은 보고서에서 제안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찰: 양극화 완화를 위한 조세정책에서 정치철학까지’이다. 핵심은 인구수에 반비례해 투표권을 차등해 부여하자는 제안이다. 홍 위원은 국제조세와 금융조세 등을 연구하며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문제에 천착했는데 이번에는 정치적 양극화 해소에도 관심을 두고 고민했다. 홍 위원은 “우리 사회가 좀더 지속가능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벗어나 다원적인 사회가 되려면 젊은 층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퇴직하면서 후배들이 더 발전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인식은 ‘1인 1표’의 보통선거를 상식으로 전제하고 있다. 나이, 거주지, 재산, 인종, 성별, 교육과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1표를 행사할 권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여겨진다. 성별, 계급에 따라 투표권이 부정당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분명한 전진이다. 하지만 다수가 소수의 의견을 반영해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소수 집단에는 1인 1표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다수가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0.72(2023년 기준)로 떨어진 지금 정치에서 세대 간의 목소리가 형평성 있게 반영될 가능성은 작다. 연금과 정년연장 등 세대 간에 이해가 갈리는 문제에서 미래세대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공개변론이 진행 중인 기후위기 헌법소원에 참여한 청소년들도 정부의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미래세대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통로가 있었다면 이런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세대별 차등투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는 이유다. 홍 위원은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라 1인 1표로 하면 젊은 층의 사람 수가 모자란다. 미래 의제의 경우 오히려 인구수에 반비례해서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대별로 똑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차등투표제지만 한편으로 연령별로 평등한 투표제라고도 부를 수 있다. ■경제의 상위 체제인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홍 위원은 정치학 전공자가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는 정치철학에 대한 논의도 덧붙였다. 공리주의에 대비되는 존 롤스의 정의론이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수에 대한 불평등은 사회가 어쩔 수 없이 내야 하는 대가다. 하지만 롤스는 가장 취약한 계층의 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사회계약이 정의로운 계약이라고 본다. 어려운 사람에게 유리한 불평등은 바람직한 불평등이라고 봤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수 집단의 권리가 무시될 수 있는 공리주의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롤스의 정의론이고, 차등투표제는 이런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차등투표제는 부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홍 위원은 보고서에서 “소득과 관련한 현안에 관한 투표에서는 소득분위별 인구수를 고려해 조정된 차등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똑같은 비중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형평성을 복원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소득수준은 변동성이 커 연령별 평등투표제보다는 보완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과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투표권을 부여하던 불평등의 시기로 회귀하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유한 엘리트층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는 점을 고려한 예시적 아이디어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부유한 엘리트 계층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돈이 말하는(Money speaks)’ 현상의 최근 사례로 미국 대학가를 들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성명서가 발표되자 성명서가 발표된 대학에 대해 유대계 억만장자들이 기부를 중단하고, 유대계 법률회사는 해당 대학 법과대학 졸업생의 고용 제안을 거두는 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이들을 달래려 일부 대학 총장들은 학생들의 성명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홍 위원은 양극화가 극단으로 진행될수록 이런 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면 과거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 같은 급진적인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양극화 완화의 대표적인 수단이었던 누진세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이 높은 쪽에서 세금을 많이 내도 거기서 얻은 세수를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한 양극화를 막기는 어렵고, 실제 현실을 보더라도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유행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 피케티, 엠마누엘 사에즈 등의 경제학자들이 참여해 작성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의 상위 1%가 부의 25.4%, 상위 10%가 58.5%를 차지하고, 하위 50%의 몫은 5.6%다. 소득 상위 10%의 비중은 1980년대 35%가 채 안 됐는데, 현재는 45%를 넘는다. 차등투표제는 ‘누진세제’의 한계를 절감하며 내놓은 대안이다. 조세정책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면 결국 정치가 개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위원은 “선거 운동에 필요한 선거 자금이 거대 금융권이나 기업 등에서 조달되고, 정치·경제계의 리더들이 주로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정치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양극화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세제도의 설계도 필요하지만, 큰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조세제도의 방향을 잡는 역할은 경제의 상위 개념인 정치가 담당할 몫이라고 봤다.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타협이 없다면 아무리 급진적인 양극화 완화 정책이라도 동력을 얻을 수 없다. 누진세를 어느 정도 강화할지, 부유세나 횡재세를 도입할지와 같은 사안도 결국 정치 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홍 위원은 “피케티는 양극화 완화를 위해 세율을 80~90%까지 올리자고 말했다. 그만큼 세수가 늘면 이를 이용해 청년층에게 지원금을 주자고 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세율을 그렇게 올리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면서 “조세정책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에서 핵심인 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 완화의 해법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면서 “부의 양극화만이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도 심각한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타협하면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분배 정의의 구현뿐 아니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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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블리·하늘하늘 등 쇼핑몰 ‘상품평·베스트 상품 조작’ 공정위에 ‘덜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쇼핑몰을 운영한 임블리(왼쪽)·하늘 등이 소비자를 기망한 행위로 공정위의 처분을 받는다.공정위가 인플루언서 임블리·하늘 등이 운영하는 쇼핑몰의 소비자 기망 행위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1일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쇼핑몰 사업자 7개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총 3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임블리를 운영 중인 부건에프엔씨를 비롯해 유튜버 하늘이 운영 중인 하늘하늘, 86프로젝트, 글랜더, 온더플로우, 룩앳민, 린느데몽드가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들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부건에프씨와 하늘하늘은 후기 게시판을 운영하며 상품평이 좋은 후기만을 게시판 상단에 노출되도록 순서를 조작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이 담긴 상품평은 게시판 하단으로 내려 사용자들이 찾아보기 어렵게 했다. 이뿐 아니라 부건에프씨는 ‘이번 주 가장 잘 팔린 순위’ 상품을 선정해 홈페이지에 노출했지만 실제로는 판매 금액 순위 20위 밖의 상품도 포함시켰다. 판매 순위가 아닌 자신들의 임의로 정한 제품을 고객에게 인기 상품으로 노출한 수법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들은 상품 제조업자와 품질보증기준 등 상품·거래조건 정보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임블리와 하늘하늘은 각각 인플루언서와 SNS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미숙한 고객 응대와 거짓 상품 판매, 내부 직원 갑질 폭로 등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임블리가 운영하는 쇼핑몰 임블리(위)와 하늘이 운영하는 하늘하늘.  홈페이지 캡처최근엔 쇼핑몰을 대표하는 인플루언서 자신들의 사생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임블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20일 파티에 참석하고 이를 SNS 공유에 비판받았다. 유튜버 하늘은 지난 1월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렸고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는 △거래기록 보존 의무 위반 △표시 의무 위반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미표시 등으로 적발됐다. 이들은 각각 350만~65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최근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SNS 기반 쇼핑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대상으로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한 사례”이라며 “이번 조치로 SNS에서 파급력이 큰 인플루언서가 운영·홍보하는 쇼핑몰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 법 준수를 제고해 소비자피해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선명 기자 2020.06.22 11:08

    • 커피, 공정한 동업을 꿈꾸다 ‘카페 바모스’

      재테크

      커피, 공정한 동업을 꿈꾸다 ‘카페 바모스’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교적 수월하게 가게를 열 수 있는 프랜차이즈점을 고려해볼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들리는 이야기들. 가맹점주로부터 이익을 챙기기 위한 본사의 갖가지 횡포. ‘카페 바모스’는 이런 폐단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본사와 가맹점 간 합리적인 공생 관계를 꿈꾸고 있다. ‘갑과 을’의 구조 깬 착한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 영업에서 본사와 가맹점주는 철저한 갑과 을의 관계다. 메이저급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낼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된다. 한 번쯤 창업을 알아본 사람들은 수긍할 것이다. 일단 가맹금을 본사에 납부해야 한다. 별다른 근거가 없는 돈이다. 브랜드 사용 금액인 로열티는 별도로 있다. 또 상품 및 계약 이행에 대한 보증금을 내야 하고 매장 인테리어와 설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휴지통 하나도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 꼭 본사를 통해 규격화된 휴지통을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결국 모든 거래 형태가 본사 중심으로 결정되는 구조다. 카페 바모스의 정웅 이사(44)는 이런 시스템에 늘 회의를 느껴왔다. “시장 경험이 없거나 운영 노하우가 없는 분들이라면 프랜차이즈 매장을 생각하죠. 경험자들의 노하우를 빌려 비교적 쉽게 창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종전의 시스템은 대기업인 본사 배불리기에 지나지 않아요.” 정 이사는 커피 전문점 ‘할리스’ 창업자이자 ‘탐앤탐스’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커피 전문점 영업의 전문가라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국내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카페 바모스를 설립했다. “카페 바모스는 모든 의사 결정을 회원점(가맹점주라는 명칭 대신 ‘회원점’이라고 부른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지시 하달이 아닌 서로 개방된 테이블에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거예요. 일단 인테리어 보증금을 없앨 겁니다. 또 디자인을 고정화시키지도 않을 겁니다. 각 매장은 점주의 개성을 살려 꾸밀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브랜드만의 고유한 이미지인 트레이드 드레스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맥도널드의 ‘M’자 로고를 버리겠다는 뜻이다. “왜 모두 똑같은 모습이어야 하는지 반문하고 싶어요. 매장을 공장에서 찍어낸 듯이 만드는 것도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예요. 획일적인 프랜차이즈 형태는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매장별로 다른 주제를 갖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카페 바모스의 시청역점과 합정점은 마치 다른 브랜드의 매장처럼 분위기가 다르다. 간판도 엠블럼의 디자인도 다르다. 매장이 위치한 주변 환경에 맞춰 꾸몄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매장 모두 마일리지를 공동으로 쌓아 쓰는 카페 바모스다. “매장은 회원점주와 상의해 꾸밉니다. 개성을 살려 직접 디자인해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카페 바모스는 매장이 늘어날수록 다이내믹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본사가 해야 하는 역할은 단순하다고 말한다. 좋은 상품으로 점포를 지원하고 그에 맞는 합당한 수익을 받는 것뿐이다. “본사는 매장이 많아지고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점포당 재료비의 공급가를 낮춰야 해요. 종전의 업체들은 자의적으로 낮추는 경우가 없었죠. 가맹점주가 모여 한 목소리를 내야 비로소 낮추곤 하죠.” 상권을 고려하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매장 늘리기에만 급급한 행태도 문제다. 어떤 커피 전문점은 늘어나는 매장 수를 바퀴벌레의 번식력에 비유해 별명처럼 불리기도 하니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서로 같은 매장의 경우 간격을 직선거리 500m로 제한하지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 거죠. 저희는 합정에 매장이 있잖아요? 홍대와는 상권이 다르긴 하지만 위치상으로 가까우니 홍대점은 오픈하지 않을 거예요. 매장 개설은 1km가 떨어져 있어도 종전 회원점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따를 겁니다.” 그는 카페 바모스가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프랜차이즈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단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단다. 바모스 커피, 맛도 착하다 정 이사는 프랜차이즈 개발 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그는 프랜차이즈 영업이 예술이라면 커피는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국내 두 브랜드의 커피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커피에 푹 빠졌다. “콩이 참 웃긴 녀석이에요. 로스팅(볶기)으로 가공했지만 여전히 살아 있어요. 날씨에 따라, 사람 손에 따라 콩의 컨디션이 달라져요. 요즘은 한두 달이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최소한 1년 이상은 해야 감이 생겨요. 그래야 맛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테크닉도 생기고요.” 그렇다면 카페 바모스의 커피는 어떨까? 질문을 받은 정 이사의 표정에 자신감이 스친다. “카페 바모스의 커피콩은 다섯 지역의 것으로 적절히 블렌딩합니다. 참고로 해발 700~1,300m의 고지대에서 자란 콩들이 최상급으로, 아라비카라고 부르거든요. 고지대 콩은 열에 잘 견디기 때문에 볶을수록 가벼워지죠. 저희가 사용하는 다섯 가지의 콩은 모두 아라비카입니다.” 커피뿐이 아니다. 카페 바모스에 설탕 시럽은 없다. 모두 멕시코산 아가베 시럽을 배치했다. 고객들의 건강까지 배려한 손길이다. “아가베 시럽은 설탕 시럽에 비해 10배는 비싸지만 인공 과당보다 천연 과당이 좋은 건 당연하죠. 요즘 달콤한 커피가 성인병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거든요. 계절 과일도 매일 산지에서 올라온 것들을 쓰고 있어요.” 녹차도 티백 형태가 아닌 100% 유기농 작설차로, 쌍계제다 제품을 우려 사용하고 있다. ‘바모스(Vamos)’는 스페인어로 ‘Let’s Go’의 의미다. TV에서 ‘첫인상’이란 노래를 부르던 박정현이 중간에 ‘바모스!’ 하며 추임새를 넣는 모습을 보고 정 이사가 지은 이름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행복하고 공정한 시장으로 ‘바모스’ 하자는 의미다. 연예인을 내세운 화려한 마케팅에 이끌려 혹은 유명 브랜드 이름에 현혹돼 커피를 마시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박동민 ■문의 / 카페 바모스(02-6031-7000, www.caffevamos.co.kr)>

      2012.11.14 11:27

    • 레저/여행

      홍현경씨 “자연과 소통한 진정한 의미의 공정여행 다녀왔어요”

      ㆍ자연과 호흡하며 느린 걸음으로 만끽한 생태 체험 왜 초호화 리조트가 있는 동남아 휴양지의 현지인들은 가난할까? 자연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자연에 도움이 되는 여행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정여행은 관광객들이 소비하는 이득을 현지인들에게 돌려주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의미에서 착한여행 혹은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린다. 공정여행을 통해 올 여름 특별한 추억을 남긴 홍현경씨 가족을 만나봤다. 친환경 의미 찾아 굴업도로 떠난 1박 2일 홍현경씨는 지난 7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동우, 2학년인 딸 은우와 함께 1박 2일 동안 굴업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인천시 옹진군에 속하는 작은 섬 굴업도를 알게 된 건 공정여행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지난 5월에 중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어요. 전형적인 여행사 패키지 상품이었는데 정해진 일정대로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다 돌아왔죠.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인데 허무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여행협동조합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친환경적 의미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설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경기만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굴업도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이다. 깊은 수심과 기상의 일변화로 특이한 자연 생태환경을 이루고 있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다양한 동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아이들 생태 체험에도 좋은 곳이다. 아직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생생한 자연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곳이어서 가족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물은 물통과 개인 컵 외에 특별한 건 없었다.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품 등 가져가서 버리고 올 만한 것은 챙기지 않았다. 1박 2일 짧은 기간이라도 아이들과 여행할 때면 이런저런 준비물들로 언제나 가방이 무거웠는데 필요한 건 현지에서 구하거나 빌려 쓸 수 있었기에 몸도 마음도 가볍게 떠났다. 비용은 어른 1인당 15만원, 아이는 13만원. 뱃삯과 숙식을 따져보니 실비가 9만원 정도 되는 듯했다. 그리 비싸지 않은 비용이었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덕적도까지 1시간 정도 가요.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작은 배로 1시간 정도 더 가고요. 아이들이 작은 배를 처음 타봤는데 신기해하며 좋아하더라고요. 그렇게 2시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했는데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1박 2일 동안 우리의 숙식과 안내를 맡아주실 그곳 전 이장님께서 마중을 나와주셨어요.” 공정여행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현지인과의 교류다. 현지 주민의 안내를 받고 숙식을 함께하며 여행지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호텔이나 다른 숙박업소가 아닌 현지 주민의 집에서 민박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마을 이장님 댁에서 숙식을 했어요. 굴업도 토박이이신 사모님께서 직접 체취한 산나물과 갯음식들로 음식을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특히 아이들은 서울에 살며 바닷가 음식을 많이 먹어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신선한 바닷가 음식들도 맛보고,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죠.” 직접 경험하고 느낀 환경의 중요성,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의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공정여행의 중요한 수칙 중 하나. 가능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한다. 굴업도에서는 섬에 도착해 마을에 들어갈 때 트럭을 이용한 것을 빼고는 걸어 다녔다. “첫날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목기미 해안으로 안내를 해주셨어요. 트레킹도 하고 큰머리 해수욕장에서 해수욕도 하고, 다음날엔 개머리언덕에 갔는데 초원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이에요. 정말 멋지더라고요. 특히 꽃사슴과 흑염소가 방목 상태에서 야생화(化)가 됐대요. 멀리서 보고 아이들만큼 저도 신기했어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야생화와 나무, 곤충도 많아서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특히 곤충에 관심이 많은 동우에게 굴업도는 ‘천국’이었다고. 인터뷰 중 동우가 “손바닥만 한 메뚜기도 봤다”며 자랑을 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굴업도의 지형과 동식물에 대한 생태 설명을 해주신 전 이장님과 대화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아이들은 현지 주민들과 나눴던 친밀감에 요즘도 다시 굴업도에 가자고 조르는 중이다. “짧은 시간 동안 저도 아이들도 현지 주민들과 정이 많이 들었어요. 굴업도가 현재 개발 논란에 휩싸여 있어요. 대기업이 골프장을 건설하려고 하는데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일단 한숨은 돌린 상태예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도 환경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존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낀 것 같아요. 다녀와서 저도 모르는 사이 동우가 여행협동조합 홈페이지에 굴업도를 지켜달라는 여행 후기를 올렸더라고요. 책에서만 배웠던 것들을 직접 느끼고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뜻 깊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처음 공정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을 때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지켜야 할 몇 가지 수칙도 있었고 평소 익숙한 생활습관대로 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와보니 그러한 걱정은 기우였다. 자연과 현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나 혼자 편하고자 하는 이기심을 버리니 더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었다. “자동차도 못 타고 현지 민박을 한다고 하니 공정여행이라고 하면 불편할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걱정을 했는데 오히려 굉장히 자유로웠어요. 가져간 게 많지 않으니까 쓰레기 발생할 일도 별로 없었고 그곳에 사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지에 대한 생생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요. 느리면 느린 대로 내 걸음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아이들도 맘껏 보고 즐길 수 있었어요. 단순히 소비하고 즐기는 일방적인 여행이 아닌 자연과 소통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었어요.” 홍현경씨 가족은 다시 한번 공정여행을 계획 중이다. 좋은 건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친정식구들도 함께 갈 예정이다. 여행자의 책임을 생각하고 현지인들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새로운 여행자의 탄생. 떠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다. 공정여행에서 기억해야 할 몇 가지 하나,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홈스테이, 현지 가이드, 현지 음식 등을 이용해 여행 경비가 현지인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가능하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셋, 가급적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넷, 아동 노동이나 성매매, 동물 쇼, 코끼리 투어 등 현지인을 착취하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다섯, 지역의 산물을 직접 구매하거나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한다. 여섯, 현지인과 여행자의 교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쪹트래블러스맵(www.travelersmap.co.kr) <■글 / 이유진,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 강은호, 홍현경,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서울시청, 광주광역시청, 과천시청, 안산시청, 서울 강남구청>

      2010.09.08 15:24

    • 재테크 지구 끌어안기

      [지구 끌어안기]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공정무역

      매일 아침 마시는 5천원짜리 커피 한 잔, 이 안에 들어 있는 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5천원을 지불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커피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250원 정도다. 나머지 4천7백50원은 상인과 가공·유통 업자에게 돌아간다. 부자는 더욱 부자로,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지금의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 공정무역에 대해 에코생협 최재숙 이사에게 들었다. 커피와 초콜릿의 비밀 전 세계 60억 인구 중 12억 명이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고 이들 중 9억 명이 농민이다. 또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다. 매년 6천만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는 보고는 바로 2009년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이런 세상에서 빈곤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친환경적 물건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 소비자 운동 ‘공정무역(Fair Trade)’이 세계적 붐을 타고 우리나라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페어트레이드(Fair Trade)는 공정한 거래를 통해 생산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의미의 ‘Fair(공정)’와 나라간 무역을 뜻하는 ‘Trade(무역)’의 합성어예요.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물건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원조가 아닌 경제활동을 통해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글로벌 시민운동이죠. 생산의 전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생산자들의 자연주의 전통 기술을 상업화하는 환경보호무역이기도 해요.” 이제껏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소비해온 물건들의 가격구조를 살펴보면 다소 충격적인 진실을 알 수 있다. 동유럽에서 만든 청바지를 예로 들면 청바지 전체 가격 중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의 몫이 25%, 운송비 및 수입관세가 11%, 소매상이 50%의 이익을 가져간다. 이 청바지의 생산비용은 13%, 이 중 재료비와 기타 비용을 뺀 단 1%만이 생산자의 임금, 즉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돈으로 남겨질 뿐이다. 40달러 하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들 때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0.27달러에 불과하다. 정작 소비자는 비싼 값을 주고 청바지를 구입하지만 생산자는 터무니없이 적은 노동의 대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초콜릿의 원료 코코넛을 재배하는 가나에서는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며 1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아요. 하지만 정작 초콜릿은 먹어보지도 못하죠. 커피 한 잔에 약 3원이면 먹을 수 있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다국적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4천~5천원에 팔려요. 스타벅스가 뭔지도 모르는 에티오피아 농부가 그런 소비자들을 가엾게 여길 만하죠.” 이렇듯 지금의 무역구조는 선진국은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가 부자가 되고 제3세계 생산자들은 더욱더 가난해지는 구조다. 제3세계의 농부들이 생존 자체가 어려울 만큼의 임금을 받고 생산하는 물건들을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소비하고 있는 현실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공정무역은 이러한 제3세계의 자원과 노동을 착취하는 불공정한 무역질서와 다국적기업에 의한 가격 지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유럽에서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자선적인 원조 개념으로 시작됐는데, 일방적인 원조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원칙을 만들어 제3세계의 자립을 돕고 있죠. 현재의 무역구조에서 개발도상국이 얻는 이익을 단 1%만 올려도 전 세계 1억2천8백만 명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지구촌을 살리는 착한 소비 공정무역은 이미 5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는 1946년 푸에르토리코산 자수제품 판매를 그 시작으로 보고 있고, 유럽의 경우는 1950년대 말 구호 단체로 유명한 옥스팜이 중국 난민들의 수공예품을 옥스팜 매장에 선보인 것이 시초다. 비슷한 시기, 독일에서는 ‘당신은 이 설탕으로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번영의 기회를 줄 수 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설탕 캔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현재는 공정무역 연대조직인 국제공정무역연맹(IFAT: International Fair Trade Association)에 50여 개 국가의 300여 개 조직, 100만 명의 생산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록 세계 무역량의 0.1%에 불과하지만 2000년 이후 공정무역 거래량이 매년 20% 이상 꾸준히 증가하며 전체 매출액이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2조원을 넘었다. 혼자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꿈꾸는 지구촌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앞으로 더 큰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4년 정도 됐어요. 처음에는 동남아시아의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죠. 다시 네팔과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오면서 조금씩 알려지게 됐어요. 먹을거리 외에 유기농 면 티셔츠와 손으로 직접 짠 직물, 천연 염색으로 만든 옷, 도자기 제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생활 속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중이에요.” 그나마 최근에는 웰빙과 로하스 바람이 불며 공정무역 상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5월 둘째 주 토요일인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해 우리나라에서도 2년 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공정무역 상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소는 역시 상품 안에 담긴 의미와 생산자에 관한 이야기다. “공정무역 제품 중 필리핀 네그로스는 설탕으로, 팔레스타인은 올리브 오일로 유명해요. 이번 가자지구 전쟁 때 팔레스타인 지역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가자지구 식료품 보내기 운동 기금 마련에 팔레스타인 올리브 오일을 구매했던 소비자와 공정무역에 뜻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어요. 공정무역 제품은 생산자에 대한 스토리가 있어 소비자가 쉽게 공감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밸런타인데이 때에도 이왕이면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초콜릿’을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죠. 이야기를 가진 공정무역 제품들이 하나둘 씩 알려지면서 이왕이면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해 착한 소비에 참여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매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죠.” 우리나라에 현재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상품들은 주로 온라인과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2003년부터 동남아 수공예품으로 공정무역을 시작한 ‘아름다운 가게’는 2006년부터 네팔 오지 마을에서 재배한 생두로 볶은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커피를 팔고 있다. 역시 네팔에서 공정무역의 일환으로 들여온 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YMCA도 매출액이 지난해 2억여원으로 뛰었다. 공정무역 전문 업체인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에서는 네팔에서 생산한 의류와 도자기, 식기류, 생활용품과 팔레스타인산 올리브 오일 등 120여 종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착한 소비의 길은 열려 있다.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소비는 공정한 무역구조를 세우는 일뿐 아니라 여성과 어린이를 돕는 일에도 크게 기여한다. 공정무역 제품의 생산자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유기농 의류나 장난감을 구입할 때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한다면 우리 아이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촌 이웃인 제3세계 어린이에게 대대로 이어지는 가난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생활 터전을 마련해줄 수 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제3세계 여성들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어요. 중노동에 시달리며 생활 경제를 책임져야 함과 동시에 육아까지 병행하고 있죠. 공정무역이 활성화돼 그들이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게 되면 지역공동체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예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세계화와 지구화가 지구촌 경제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면 공정무역의 세계화는 먼 곳에 사는 제3세계의 사람들까지 우리의 이웃으로 끌어안게 한다. 지구 반대편 농민과 어린이들을 돕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착한 소비에 동참한다면 모닝커피의 향긋함과 초콜릿의 달콤함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착한 소비를 위해 꼭 기억하자!페어트레이드 마크 확인하기 페어트레이드 마크는 우리나라의 친환경 마크와 같이 일반인이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제품 포장지에 표시한 라벨이다. 주로 식료품에 적용되며 면화나 장미, 축구공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페어트레이드 마크가 표시된 제품은 최소 가격을 보장하고, 공정거래를 오랫동안 유지하며, 건강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생산됐음을 의미한다. 커피나 초콜릿, 홍차 등은 페어트레이드 마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올리브 오일이나 도자기, 수공예품 등은 마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생협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에는 민중교역이라고 되어 있기도 한데, 대안무역, 민중교역, 착한무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모두 ‘착한 소비’에 포함된다. 전문적인 공정무역 쇼핑몰이나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착한 소비 제품 구입처 ● 에코생협(www.ecocoop.coop) ● 두레생협연합(www.dure.coop) ● 여성민우회생협 (www.minwoocoop.or.kr) ● 아이쿱(www.icoop.or.kr) ● 페어트레이드 코리아 (www.ecofairtrade.co.kr) ● 에코샵(www.ecoshop.or.kr) 생협은 먹을거리, 페어트레이드 코리아와 에코 숍은 의류와 소품 등을 위주로 판매한다. 일부 유기농 매장에서도 착한 소비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다.■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훈

      200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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