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돌아보기] ① 망가진 ‘시스템 공천’…“지역 등 중간 조직 자체가 파괴된 공천”](https://img.khan.co.kr/news/2024/04/21/news-p.v1.20240421.28485a9f52ee4829b8b92058f3044242_P1.jpg)
정치 4·10총선 돌아보기
[4·10 총선 돌아보기] ① 망가진 ‘시스템 공천’…“지역 등 중간 조직 자체가 파괴된 공천”... 문제를 해결할 과제가 남겨졌다. 망가진 시스템 공천, 비례위성정당으로 대표되는 선거제 문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공히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당이 공언한 이...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정대연 기자, 탁지영 기자, 박순봉 기자 2024.04.21 18:54
정치 4·10총선 돌아보기
[4·10 총선 돌아보기] ① 망가진 ‘시스템 공천’…“지역 등 중간 조직 자체가 파괴된 공천”... 문제를 해결할 과제가 남겨졌다. 망가진 시스템 공천, 비례위성정당으로 대표되는 선거제 문제,...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공히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다. 하지만 양당이 공언한 이...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정대연 기자, 탁지영 기자, 박순봉 기자 2024.04.21 18:54
정치
여야, 검색만 해도 나오는 막말 못 걸러…고장난 ‘시스템 공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특정 계파와 당 주류에 유리한... 하면 찾을 수 있는 것들이어서 양당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을 무색하게 한다. 이는 여야 모두...
#장예찬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
조미덥·김윤나영 기자 2024.03.17 20:43
정치
‘시스템 공천’ 무색케 하는 릴레이 공천 취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특정 계파와 당 주류에 유리한... 찾을 수 있는 것들이어서 양당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을 무색케 한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문제...
#장예찬
조미덥 기자, 김윤나영 기자 2024.03.17 18:26
정치
객관적 시스템 공천? 결과값은 ‘윤 친위대·명 친위대’..../연합뉴스 공천을 시작하며 양당은 모두 ‘시스템 공천’을 선언했다. 객관적 평가, 정해진 규칙에...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 시스템 공천? 적어도 공천 주목도 측면에서 민주당은...
김찬호 기자 2024.03.16 11:00
정치
“객관적 시스템 공천? 시스템 자체가 주관적!”양당 “정해진 규칙에 따랐다”…결과는 ‘윤석열 친위대·이재명 친위대’ 제22대 총선을 한 달가량 앞두고 본 경기에 나설 후보들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결전에 나설 인물을 결정하는 각 당 ‘공천’은 주로 현역 의원과 신인 간 대결 구도로 진행됐다. 표면적 결과만 놓고 보면 현역의 ‘이름값’이 도전자의 ‘신선함’을 눌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부 상황까지 뜯어보면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도 ‘친명’, 현역을 이기고 들어온 자도 ‘친명’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65% 가까이가 공천에서 살아남은 국민의힘 역시 ‘이름값’, ‘능력’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결과’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4일 대전 중구 으능정이 거리를 방문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1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찾아 서병수 북구갑 후보 등 부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천을 시작하며 양당은 모두 ‘시스템 공천’을 선언했다. 객관적 평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공천 결과가 나온 뒤로는 기존 공천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공천이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심으로 모여 양당이 대립하는 구도만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란 비판도 있다. 이 과정에서 간간이 눈에 띄던 정책, 공약 대결은 실종됐다. 공천 결과를 두고 조금씩 다른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 역시 이 부분에서 일관된 의견을 말한다. “양당 모두 당의 비전, 정책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공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 시스템 공천? 적어도 공천 주목도 측면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확실히 눌렀다. ‘컷오프(공천 배제), 경선 탈락, 이의신청, 탈당, 당 대표 저격’까지 공천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잡음은 모두 쏟아졌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민주당 공천은 그야말로 시스템에 의한 혁신공천”이라며 “혁신공천을 넘어서 공천 혁명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공천만 보면 과연 민주당이 총선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설사 선거에 패배해도 이 대표는 다음 대선까지 순탄하게 갈 수 있는 공천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공천은 이른바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 대표는 이를 ‘프레임’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중이다. 지난 3월 6일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열린캠프)에 참여했던 현역 의원들 명단과 공천 결과를 담은 글을 공유하며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총 54명의 현역 의원 중 단수공천을 받은 건 2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비판의 핵심을 비껴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종석, 박광온, 홍영표, 송갑석, 박용진 등은 모두 비명으로 분류된 정치인”이라며 “이들이 사실상 컷오프되거나 평가 하위 20%, 10%에 포함돼 경선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국민 눈에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이 대표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천은 통계보다 과정과 결과가 얼마나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신인들이 익숙한 비명계 후보들을 경선에서 속속 이기는 상황은 시스템 자체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 전문가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 역시 민주당 ‘시스템 공천’에 의구심을 보인다. 그는 “전체 254개 지역구에 이른바 ‘개딸’이라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가 한 지역구당 4000~5000명 정도 분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민주당 권리당원인데 경선 방식을 권리당원 투표 비중 확대 방향으로 잡으면 결과가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광온·송갑석처럼 하위 20%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결과까지 더해지며 시스템 공천이란 말이 우스워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14일 기준, 국민의힘은 254개 선거구 가운데 242곳의 공천을 확정했다. 남은 지역구가 12개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현역 의원 114명 가운데 불출마 선언과 컷오프(공천 배제), 경선 패배 등으로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의원은 모두 37명(32.4%)이다. 국민의힘 시스템 역시 일관된 선호가 있었던 셈이다.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낮은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입김이 크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류 해석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단순히 검사 출신이 공천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해서 용산 입김이 없는 것이냐. 친윤으로 알려진 인물 중 공천에 들어갈 만한 사람들은 다 들어갔다”며 “국민의힘이나 용산이 왜 현역 의원 교체를 망설였을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안 대표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지금 김건희 특검이네, 해병대 채 상병 사건 외압이네 하면서 대통령실을 겨냥해 국회가 추진 중인 사안이 여러 개 남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해 대통령실과 당이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4년 더’ 공천을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손해 볼 것 없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현역 의원 위주의 공천이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또 지역에 기반을 구축한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본선에서 불리할 것 없다는 전망이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나 공천에서 뜻대로 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본 것도 전혀 없다”며 “특히 한 위원장은 윤석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차별화했단 점에서 잘 계산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이 남긴 것 문제는 이런 식의 공천이 총선에서 어떤 대립 구도를 만드냐이다.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각 지역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별로 없다. 정책 측면에선 양당이 차별화보다 사실상 동기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결국 정권 심판·검찰독재 타도와 정권 지지·운동권 심판의 중앙정치 구도가 남는다. 애초에 이러한 구도를 상정하고 맹활약할 수 있는 후보들이 공천에서 살아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안 대표는 이 상황을 두고 “이번 선거 구도는 사실상 윤석열 친위대 100명 안팎, 이재명 친위대 100명 안팎을 뽑아서 앞으로 4년 동안 더 싸워보자는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이번 총선이 끝나면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과는 완전히 결별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공천을 두고 “구정물 공천”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썩은 물 공천”이라고 답했다. 대화와 협의가 기본인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임에도 상대를 정책을 협의할 대상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찬호 기자 2024.03.18 06:00
정치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시스템 공천’ vs ‘김형오 공천’, 누가 이길까민주당은 일찌감치 시스템 공천을 공언했다. 당 지도부의 입김을 없애고 공천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현역 의원이나 청와대 출신 후보는 반드시 경선을 거치도록 했다. 사실상 중앙당에서 내리꽂는 전략공천은 총선 불출마 의원의 지역구로 한정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시스템 공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대표의 측근 인사가 공천에서 혜택을 받지 못했을 뿐더러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는 경선 때 경력 표시에 대통령 이름을 쓰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 shutterstock 민주당은 통합당에 비해 당내 경선이 훨씬 더 많았다. 경선은 대부분 일반 여론조사 50%, 권리당원 투표 50%로 이뤄졌다. 많은 경선이 실시됐지만 시스템 공천 결과는 통합당에 비해 밋밋했다. 당내 주류 의원들에게는 내부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 사실상 단수 공천이 되거나 경선에서 승리해 공천권을 확보했다. 특히 86세대 운동권 정치인은 대부분 무난히 본선에 진출했다. 반면 일부 비주류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청와대 출신 인사는 비록 경선을 거쳤지만 많은 인사가 공천을 받았다는 외부의 비판을 듣게 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 인사는 이번 총선에 워낙 많이 신청했기 때문에 떨어진 사람들이 다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숫자가 많아졌다”며 “만약 경력에 대통령 이름을 넣었다면 그 현상이 더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 이름을 빼기로 하는 등 최대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전략공천 가운데는 유난히 법률가가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수진·소병철·김남국·김용민·이탄희 예비후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략공천으로 현역의원 불출마 지역에 출마하거나 전략적으로 통합당과 결전을 벌여야 하는 곳으로 투입됐다. 이수진 전 판사는 서울 동작을에서 역시 판사 출신인 나경원 통합당 의원과 맞대결을 펼친다. 김용민 변호사는 경기 남양주병에서 검사 출신인 주광덕 통합당 의원과 맞붙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합당도 마찬가지지만 민주당의 공천을 보면 21대 국회에서 법 논리 싸움에서 일전을 벌일 각오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패스트트랙이 만들어 놓은 정치권의 새로운 공천 흐름”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의 공천은 ‘친문’과 ‘투쟁력이 있는 인물’로 특징된다”면서 “공천 자체에서 ‘투쟁력 있는 친정체제’라는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2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제1차 회의에서 박병석 공동선대위원장이 지역별 승리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3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재심관련 서류를 건네는 한 예비후보(왼쪽)를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시스템 공천의 결과로 민주당 내부의 부작용은 예전 총선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유승희 의원 등 일부 후보들이 여론조사 기관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또한 전략공천에 대한 반발이 있었지만 예전 총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에서 대부분의 유력 후보에게 경선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한 만큼 불만의 소지를 아예 없앤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민주당은 너무 무난하고, 분열을 피하는 공천을 선택해 평가할 거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 분란은 없었지만 예전에 비해 공천의 역동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와우!’라는 감탄사는 없었지만 ‘왜?’라는 논란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통합당에서 보는 민주당 평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합당의 한 인사는 “민주당의 공천을 보면 철저히 여론조사에 기반을 둔 시스템 공천이어서 기계적이란 느낌이 든다”면서 “전략공천조차 전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밋밋했던 민주당의 당내 경선 민주당이 시스템에 기반을 둔 공천이었다면 통합당은 인위적인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인위적 물갈이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특히 영남의 다선 현역의원이나 중진 정치인은 공관위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그 결과 다선 의원이나 중진 정치인들이 대거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공천에서 탈락했다. 물갈이가 대폭 이뤄진 것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주영·권성동·강석호 등 다선 의원들이 컷오프됐다. 이 과정에서 정작 황교안 대표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김형오의 입만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공천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사천(私薦)’이라는 말까지 터져나왔다. 통합당의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의 친소 관계가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다른 한 인사는 “김 위원장이 황 대표를 위해 차기 대권주자인 홍준표·김태호 전 지사를 치는 대신, 자신의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시스템 공천을 표방한 민주당에서 원혜영 공관위원장의 존재감은 아예 드러나지 않았고, 공천의 칼을 휘두른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은 매일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됐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통합당은 현역의원의 물갈이를 하면서 공천 혁신에 방점에 뒀으나 공천이라는 것은 원래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천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황보승희(부산 중구·영도 예비후보) 등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물들이 공천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친박 의원들이 대거 불출마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했고, 아니면 험지로 나가야 했다. 때문에 감정에 치우친 공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친이계(친이명박계)와 유승민계, 안철수계 예비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공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주류 친박이 배제되고 이에 대한 부작용까지 감안해 탄핵 관련 친이 인사까지 골고루 잘랐다”면서 “참신한 인물은 보이지 않지만 향후 통합당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분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인위적 물갈이 두드러진 통합당 김 위원장의 공천은 물갈이에는 성공했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통합당의 한 인사는 “악재만 잘라냈을 뿐 그 자리에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비우기는 잘했지만 잘 채우지 못했다”면서 “준비가 덜 된 채 자르기만 하다보니 나중에는 대안을 찾기에 급급했다”고 평가했다. 2월 24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위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선거장비(선상투표용 쉴드팩스)를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합당은 민주당에 비해 단독공천이 훨씬 많았다. 때문에 민주당에 비해 경선을 치른 지역구가 훨씬 적었다. 공관위에서 단독공천을 하자, 경선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지역구 예비후보들이 대거 반발했다. ‘무소속 출마 불사’를 외치는 예비후보들도 하나둘 나타났다. 권성동 의원이 강원 강릉 지역구에서 컷오프되는 등 막바지 공천마저 논란이 일자, 급기야 3월 12일 황교안 대표가 나서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했다. 황교안 대표-김형오 공관위원장의 힘겨루기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선대위원장 설이 나도는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조차 김 위원장의 공천을 문제 삼으면서 ‘공천-사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다. 통합당의 텃밭인 영남이나 강남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이 서울 험지로 내몰리면서 또 다른 역풍도 감지되고 있다. 험지로 분류된 서울의 해당 지역구에서 ‘중진 낙하산’에 대한 반발 심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버리는 카드’라고 하지만 다른 인근 지역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됨으로써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두 당의 공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공천 전략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새로 정치권에 충원된 인물 중 공천 콘셉트를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일원 대표는 “두 당이 새로 공천한 인물을 보면 대동소이하다”며 “공천의 핵심 키워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예전 총선에서는 민생·경제·통일·세대교체와 같은 콘셉트가 있었는데, 이번에 양당에서 충원된 후보를 보면 콘셉트가 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당 공천의 비교 우위 평가에서는 통합당 쪽에 더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이슈·영입·전략 공천이 잘 됐다기보다 ‘공천 물갈이’가 더 커 보이기 때문이다. 장성철 소장은 “국민은 물갈이를 많이 한 쪽을 선호하게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김태호 전 지사와 같은 거물 정치인의 공천 탈락과 불복 역시 통합당의 물갈이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신율 교수는 “역대 선거에서는 물갈이를 잘한 쪽이 대부분 승리했다”면서 “많이 자른 것보다 거물 정치인을 자른 것에 유권자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통합당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상식 이하의 인물을 족집게식으로 끄집어냈다”면서 “이에 비해 민주당은 청와대 출신이라든지, 86운동권 출신이라는 경력만 눈에 띄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합당의 물갈이 공천 효과가 실제 선거 판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코로나에 집중돼 있을 뿐 공천 이슈나 후보에 대한 관심은 예전 총선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안일원 대표는 “코로나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블랙홀이 됐기 때문에 정치 이슈는 왜소해졌다”면서 “어느 당이 물갈이 공천을 잘했느냐는 것보다 정부의 방역 능력이 다른 나라보다 더 우수한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보수진영 통합 이후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이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투표일인 4월 중순의 코로나 국내 상황과 해외 상황이 표심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민주당은 ‘코로나 정국’의 효과를 보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덕분이다. 홍형식 소장은 “코로나 정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박원순 서울시장·이낙연 전 총리 등 민주당 소속 차기 대권주자들이 부각되면서 민주당이 이전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하는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표심의 주요 변수가 될 ‘코로나 민심’ 시스템 공천과 인위적 물갈이의 대결은 4월 15일 각 지역구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안일원 대표는 “수도권 승부가 중요한데,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에 대거 의석을 확보했다”면서 “이들 수도권 현역 민주당 의원이 대부분 다시 공천을 받게 됨으로써 지역구에서는 사실상 현역 프리미엄 10%를 안고 가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공천 결과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47석을 뽑는 정당투표가 있긴 하지만, 총선은 대선과는 달리 253개의 각 지역구에서 의원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 선거다. 지역구에서의 승패가 사실상 승부를 가른다. 때문에 물갈이 효과보다 물갈이로 빠져나간 지역구에 어떤 인물이 오느냐가 본선에서는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의 이야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민주당에서도 인위적 물갈이를 더 많이 해봤지만 성과가 그대로 나타나지는 않았다”면서 “예전과 달리 요즘은 중앙당의 정치적 인물보다 지역 밀착형 인물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시 의원 출신의 한 인사는 “큰바람이 불면 당을 선택하지만, 큰 이슈가 없을 때는 지역에서 표를 다진 인물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때문에 새로 영입된 인사들이 선거 과정에 지역구에서 어떻게 능력을 발휘하느냐가 각 당의 총선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2020.03.13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