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언더커버 하이스쿨’ 서강준X국정원 국내 4팀, 진기주 습격한 괴한 추적 ‘충격적인 대반전 예고’

      연예

      ‘언더커버 하이스쿨’ 서강준X국정원 국내 4팀, 진기주 습격한 괴한 추적 ‘충격적인 대반전 예고’

      MBC 서강준이 진기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M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기획 남궁성우/극본 임영빈/연출 최정인/제작 네오엔터테인먼트, 슬링샷스튜디오/ 이하 ‘언더스쿨’) 9회에서는 정해성(서강준 분)이 오수아(진기주 분)를 해친 괴한의 정체를 파헤치는 데 열을 올린다. 앞서 8회 방송 말미에는 수아가 해성을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수아가 괴한의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발견돼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에 수아를 노린 인물은 누구인지, 정체 파악에 날을 세우며 다음 방송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21일 9회 방송에서는 해성이 병원에 누워 있는 수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해성은 국정원 국내 4팀 요원인 고영훈(조복래 분)에게 충격적인 지문 감식 결과를 듣게 된다. 또 해성은 수아의 피습과 내신 비리 사건을 연관 지어 추적하기 시작한다. 눈앞에 벌어진 두 사건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사건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해성과 수아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가 하면 서명주(김신록 분) 또한 수아의 피습사건에 관심을 둔다. 그는 의문의 인물을 만나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는 등 날을 세운다. 본격적으로 해성과 수아, 명주가 여러 가지 일들에 엮이게 되면서 향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이 솟구친다. ‘언더커버 하이스쿨’은 3월 2주차 드라마와 비드라마를 합친 TV 화제성에서 4주 연속 1위에 올랐고, TV-OTT 통합 화제성에서도 2위에 안착하며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서강준 또한 TV-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4주 연속 1위를 거머쥐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언더커버 하이스쿨’ 9회는 21일 밤 9시 50분 방송 된다.

      손봉석 기자 2025.03.21 17:56

    • ‘미키17’ 봉준호 “로버트 패틴슨, 불쌍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까지 가능”

      연예

      ‘미키17’ 봉준호 “로버트 패틴슨, 불쌍하면서도 기괴한 카리스마까지 가능”

      배우 로버트 패틴슨(왼쪽)과 봉준호 감독, 사진|이다원 기자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를 공개?다. 봉준호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미키17’(감독 봉준호) 기자간담회에서 주연으로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 관심이 꾸준히 있었다. ‘미키17’이란 시나리오를 쓰게 되면서 1인2역을 해야하는 터라 약간 멍청하고 불쌍한 미키17의 느낌과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18까지 소화해야했다. 그 둘이 다 되는 사람은 누군가.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은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물도 찍었지만 사프티 형제의 ‘굿 타임스’ 같은 뛰어난 미국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시나리오 초기 단계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했다며 “캐스팅 과정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인도 아주 이상한 걸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함께 자리한 로버트 패틴슨도 “이런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거대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고, 감독이 유머를 잃지 않는 게 매력적이었다”며 “‘스타워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 일을 하다가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촬영하는 SF물은 흔치 않았다. 용감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출연 이유에 대해 답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로, 전세계 최초로 오는 2월 28일 국내서 개봉한다.

      이다원 기자 2025.01.20 11:05

    • ‘열혈사제2’ 김남길, 살기 어린 괴한과 4대 1 대치 코앞

      연예

      ‘열혈사제2’ 김남길, 살기 어린 괴한과 4대 1 대치 코앞

      SBS 방송 캡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 김남길이 살기 어린 괴한과 4대 1 대치를 코앞에 두고, 도발을 가하는 ‘손끝 까딱’ 엔딩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지난 16일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극본 박재범, 연출 박보람, 제작 스튜디오S, 빅오션ENM, 레드나인픽쳐스, 길스토리이엔티) 4회는 김해일(김남길)이 위기에서 구출한 구자영(김형서)을 같은 팀으로 영입하고, 부산 남부지청으로 잠입을 시도한 박경선(이하늬)의 도움을 받아 공조의 판을 더 키워나가는 내용이 담겼다. 김해일은 “내가 책임지고 수사하게 해줄게요”라며 구자영에게 불장어(장지건)를 데리고 떠나자고 얘기했다. 김해일은 구자영, 구대영(김성균)과 이동하던 중 불장어의 위독한 모습에 급히 병원으로 향했지만, 불장어는 응급처치에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구자영은 남두헌(서현우)에 의해 수배령이 떨어지는 위기에 놓였고, 구자영으로부터 남두헌과 우마서 강력팀, 약팔이가 커넥션이 분명하다고 들은 김해일은 불장어가 사망한 것을 모르는 조직과 검찰을 이용해 마약 조직 윗선을 낚자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김해일은 박경선과 은밀하게 접선했고, 박경선은 김해일에게 현재 우마구에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조직이 나타났고, 남두헌 부장과 우마서 강력1팀이 연관됐다고 알렸다. 또한 김해일은 박경선으로부터 우마경찰서 서장의 존재감이 없다는 말을 듣자 “남부장을 맨투맨 해야겠어요”라며 박경선의 남부지청 잠입을 유도했고, 구자영의 수배를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남부지청으로 들어간 박경선은 구자영을 3억 빚이 있는 노름꾼으로 각색했고, 부산시경에서 내사 중이라 공모자들을 알아내야 한다는 명분을 만들어 구자영의 수배를 풀었다. 그리고 김해일은 자유의 몸이 된 후 불장어 윗선을 유인할 방법을 고민하는 구자영에게 “그럼 거래를 해야지”라며 구자영이 돈이 필요한 노름꾼 형사로 위장해 윗선을 엮어내는 작전을 제안했다. 이후 김해일은 송할머니(변중희) 집으로 갔고, 퇴근해서 승합차에 내리는 송할머니를 막대하는 무리를 보자 격분하며 일당의 팔을 꺾었다. 그리고 송할머니와 식사를 하던 김해일은 송할머니가 취직한 직장명도, 위치도 잘 모르는 것을 알고 불길함을 느꼈다. 김해일은 이를 채도우(서범준)에게 전하며 욱하는 채도우에게 “이성과 자제력으로 최선을 다하고, 그게 안 됐었을 때 최후의 수단이 분노여야 한다고. 그리고 그때 일으키는 분노는 하느님도 눈감아 주시는 거고”라며 신부의 본분을 지켜야 함을 강조했다. 미사가 열리는 날 김해일은 우마성당에 구대영과 함께 온 구자영에게 김수녀(백지원)와 한신부(전성우)도 같은 편임을 알렸다. 김해일은 범접 불가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우마성당으로 걸어오는 김홍식(성준)을 예의주시했고, 채도우로부터 송할머니가 일하고 있는 곳이 떡대가 있는 수상한 곳이라는 제보를 받고 심각해졌다. 더불어 김해일은 김홍식이 홍신부(오만석)에게 무려 이십억 원의 수표를 후원금이라고 준 걸 확인하고는 김홍식에게 다른 곳에 나눠 후원하는 것을 추천했다. 그러나 김해일이 손님 신부라는 걸 알게 된 김홍식은 “손님 신부면 노인 신부님 돈 마음껏 쓰시라고 하세요. 젊은 신부가 눈치도 없이”라고 무시하며 자리를 떴다. 오상만(이원식)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열빙어(오희준)는 오상만의 여친으로 위장한 채 잠입수사를 했던 구자영이 보낸 ‘불장어 현금 100억. 원한다면 내일 오후 6시 지림랜드에서 교환. 헛지랄하면 불장어는 국정원으로 고고고!’라는 문자를 발견하자 윗선에 보고했고, 김홍식의 허락을 받고 불장어 건을 맡은 박대장(양현민), 열빙어, 해파리(김정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때 불장어를 연기한 고독성(김원해)과 할리퀸으로 변신한 구자영, 광대 가면의 구대영은 세 사람의 혼을 쏙 빼놓으며 상선을 대라고 경고했다. 박대장 일당은 요양병원에 있는 불장어의 엄마를 빌미로 협박했지만, 불장어의 엄마는 이미 김해일의 계획으로 자리를 옮겼던 상태. 박대장 일당이 놀란 순간, 불 켜진 회전목마에서 조커 분장을 한 김해일이 등장해 “전국의 저혈압 치료제들이 여기 다 모여있네”라며 광기 어린 웃음을 지은 채 지팡이를 휘저으며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마술 같은 액션을 구사했다. 부산 박대장 일당은 도한경찰서 마약팀에 의해 경찰서로 끌려갔지만, 갑자기 달려온 의문의 차에서 복면의 사내들이 나타나 경찰들을 때려눕힌 후 박대장 일당의 탈출을 도와 불안감을 조성했다. 이후 등장한 김해일, 구대영, 구자영, 고독성은 쑥대밭이 된 상황을 보고 충격에 빠졌고, 김해일은 격투 현장으로 가 복면을 한 괴한과 맞섰다. 복면 괴한과 대치하던 중 다발성 경화증 증상이 일어난 김해일은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김해일의 눈앞에 계속해서 같은 옷을 입은 살기 어린 네 명의 괴한들이 등장해 위기감을 높였다. 이때 김해일이 흐릿한 미소와 강렬한 눈빛으로 준비 태세를 갖춘 채 괴한들을 향해 손끝을 까딱하는, ‘도발 엔딩’으로 기대감을 치솟게 했다. ‘열혈사제2’ 4회는 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15.9%, 2049 4.4%, 수도권 11.6%, 전국 11.2%를 기록했다. 특히 2049 시청률은 한 주간 방송된 전 채널 프로그램 1위 및 토요일 방송된 전 프로그램 1위를 달성했다.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 5회는 11월 22일 밤 10시에 안방극장에 배달된다.

      손봉석 기자 2024.11.18 07:45

    • ‘페이스미’ 이민기 쫓는 괴한의 정체 드러났다! 숨 막히는 ‘긴장 엔딩’

      연예

      ‘페이스미’ 이민기 쫓는 괴한의 정체 드러났다! 숨 막히는 ‘긴장 엔딩’

      KBS 이민기를 노리는 의문의 남성이 정체를 드러냈다. 지난 14일에 방송이 된 KBS2 수목드라마 ‘페이스미’(연출 조록환/ 극본 황예진/ 제작 웨스트월드스토리) 4회에서는 차정우(이민기 분)와 이민형(한지현 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범죄 피해자를 지켜냈다. 4회 방송 시청률은 3.1%(전국 가구 기준, 닐슨 코리아 제공)를 기록, 공감을 이끄는 에피소드로 울림을 선사하며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특히 KSH 성형외과 식구들이 범죄 피해의 아픔을 딛고 모델 콘테스트에 참가한 정희영(이화겸 분)의 당선 결과를 지켜보는 장면은 3.7%(전국 가구 기준)까지 치솟으며 시청자들의 훈훈한 호응을 얻었다. 방송에서 정우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염산 테러 사건 피해자 희영을 극적으로 구해냈다. 그는 희영에게 단호하지만 진심 가득한 마음을 담아 “죽어서 사라져 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라고 위로해 감동을 자아냈다. 범죄 피해자 희영을 향한 정우의 마음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정우는 한우진(이이경 분)이 희영에 관한 기사를 보여주면서 환자를 신경 쓰라고 말했지만 진료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며 매정하게 돌아섰다. 하지만 정우는 피해자의 상처 부위를 세심하게 보고 있었고, 희영에게 피부 이식을 권하면서 인생을 내려놓지 말라는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신정숙(이재은 분)은 자신에게 범행을 사주한 서윤하(차수연 분)를 찾아가 되려 협박하며 돈을 챙겼다. 예리한 수사력으로 정숙과 관련한 정황을 파악한 이민형(한지현 분)은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또한 서강호(이승우 분)가 희영과 윤하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소문을 이야기하자, 민형은 “누가 소문으로 수사하래? 피해자한테 2차 가해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야”라며 일에 있어 FM 모드를 장착한 형사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우와 민형의 대화도 눈길을 끌었다. 수술 기록을 받으러 온 민형은 정우에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그는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이에 민형은 “얼굴의 상처도 상처지만 정희영 씨 마음 회복하는 데도 일조한 거 아닐까요?”라고 말하고는 칭찬의 증표와도 같은 초콜릿을 정우의 주머니에 넣어줬다. 방송 말미에는 지하 주차장에서 정우를 노렸던 이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 긴장감을 더했다. 정우가 그의 뒤를 쫓던 중, 그 남자가 민형의 이름을 부르며 아는 척을 해 두 사람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것을 암시, 서로를 노리는 이들의 짜릿한 추격전을 기대하게 했다. 4회 방송에서는 정우와 민형의 범죄 피해자를 위한 마음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에게 긴 여운을 선사, 점점 짙어져가는 두 사람의 훈훈한 케미가 이목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신원을 알 수 없었던 인물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수목드라마 ‘페이스미’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50분에 안방극장에 배달된다.

      손봉석 기자 2024.11.15 23:38

  • 주간경향

    • [시네프리뷰] 서브스턴스-선정성과 서정성 사이의 기괴한 노스탤지어

      연예 시네프리뷰

      [시네프리뷰] 서브스턴스-선정성과 서정성 사이의 기괴한 노스탤지어

      많은 리뷰에서 “이 영화의 절정은 미쳤다”라고 평하고 있다. 부정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모든 악몽과 난장을 서글픈 동화로 승화시키는 인상적이며 결정적인 장면이다. /찬란 제목: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제작연도: 2024 제작국: 영국, 프랑스, 미국 상영시간: 141분 장르: 공포, 드라마 감독: 코랄리 파르자 출연: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봉: 2024년 12월 11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서브스턴스>가 올 5월에 열린 제77회 칸 영화제(각본상 수상) 경쟁 부문에 출품돼 첫선을 보인 이후, 파격적이고 극악무도한 영화라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지난 9월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후에는 영화가 노골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유명작품들에 대한 언급이 더해지며 과연 소문처럼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냐는 지적까지 쏟아졌다. 이런 가열한 논쟁과 소문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한 것은 자명하다. 시대를 직관하는 발칙한 수작인가? 과거 명작들의 명성을 등에 업은 나태한 모방작인가? 필자는 전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2024년을 되돌아보면 공포영화계에 가장 논란과 화제를 모은 작품은 <서브스턴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간신히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여배우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분). 어느 날 젊음을 회복할 수 있는 의문의 약품 ‘서브스턴스’의 존재를 알게 되고 사용을 결심한다. 문제는 그의 안에서 태어난 새로운 자아 수(마가렛 퀄리 분)가 젊음의 혈기만큼이나 강인한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이다. 여성이라 그려낼 수 있었던 위험한 선정성 <서브스턴스>는 ‘욕망’과 ‘중독’이라는 보편적인 화제를 한물간 여배우의 악몽을 통해 가시화하고 있는데 이 작품을 한마디로 응축할 수 있는 단어는 ‘자극’이다. 보통의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자극적 요소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영상, 편집, 음악 등 모든 요소가 자극을 유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이는 141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임에도 시작부터 끝까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자극이자 이 영화를 도발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선정성’이다. 엘리자베스의 비애로부터 탄생한 수는 바라보는 이의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를 자극하는 원초적이고 성적인 생명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를 위해 감독은 다양한 영화적 기법을 총동원해 화려하고 과장된 인물과 배경을 연출한다. 더불어 이에 그치지 않고 아름다운 여체를 노골적으로 탐색하는 관음적인 시선을 반복해 보여준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여주인공의 욕망은 작품의 주제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필연적 선택이자 묘사다. 하지만 사사건건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작금의 시대에는 자칫 성인지 감수성 문제로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고, 그래서 관객 처지에서도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의 나열은 용감함을 넘어서 도착(倒錯)으로까지 보여 의아하게 다가온다. 과거 걸작들에서 수혈해 낸 폭력성 이런 위태로운 혐의를 벗어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감독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 스스로가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전제는 다소 과도하고 말초적인 장면에서 야기될 수 있는 오해를 일거에 누그러뜨린다. 지난 11월 말 개봉한 조 크라비츠 감독의 <블링크 트와이스>도 비슷한 예라 할 수 있다.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파티에 초대된 한 여성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스릴러 영화는 결말에 이르러 여성 감독이 아니라면 함부로 묘사할 수 없었을 끔찍한 폭력의 전말이 드러난다. 두 번째로 두드러지는 자극적 요소는 ‘폭력성’이다. 절정을 향해갈수록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데이비드 린치, 브라이언 드 팔마, 존 카펜터 등 과거 거장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는 기괴한 신체 변형과 피 칠갑이 극에 달한다. 평소 영화광을 자처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숨어 있는 레퍼런스(Reference·참조작품)를 얼마나 많이 찾아낼 수 있는지 스스로 시험해 보는 것도 작품 외적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많은 리뷰에서 “이 영화의 절정은 미쳤다”라고 평하고 있다. 부정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모든 악몽과 난장을 서글픈 동화로 승화시키는 인상적이며 결정적인 장면이다. 독특한 장르 영화나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다. 거듭해 환생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amazon.com <서브스턴스>가 참고해 녹아낸 많은 선배 작품 중에서도 근간이 된 가장 중요한 작품은 1886년 출판된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기이한 사례(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다. 최초의 영화화는 1908년 오티스 터너 감독이 연출한 16분짜리 단편이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는 루벤 마물리안 감독(1931)과 빅터 플레밍 감독(1941)이 각각 장편으로 연출한 흑백작품 두 편이다. 이외에도 ‘지킬’과 ‘하이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영화, 드라마는 그 수를 정확히 헤아리는 것 자체가 버거울 만큼 많다. 원작을 그대로 각색한 작품이야 당연하고, 코미디, 로맨스로 장르를 변형하거나, 제목부터 <지킬 박사와 시스터 하이드>(1971), <지킬 박사와 미스 오스본의 기이한 사건>(1981), <지킬 박사와 미스 하이드>(1995)처럼 양성의 대결 구도로 그린 작품까지 등장했다. 현대에 이르러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과거 ‘다중인격’으로 불렸던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설명하는 대명사 중 하나가 됐다. 더불어 많은 작품이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국내에는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The Incredible Hulk·1977·사진)로 널리 알려진 마블 코믹스의 슈퍼영웅 <헐크>가 대표적 경우다. 실제로 2003년 극장용 대작으로 제작된 <헐크>를 연출한 이안 감독은 1931년에 만들어진 루벤 마물리안 감독의 영화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대척하던 두 인물의 몸과 정신이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구조로 진행되는 속칭 ‘스위치(Switch)’물 역시 넓은 범위에서 스티븐슨의 고전 영향력 안에서 파생된 장르라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2024.12.18 06:00

    • ‘생방송 중 괴한 난입’ 에콰도르…왜 ‘무법천지’ 됐나

      국제

      ‘생방송 중 괴한 난입’ 에콰도르…왜 ‘무법천지’ 됐나

      멕시코 마약 카르텔 연계된 갱단들 세력 확장…국가비상사태 선포 강력 대응에도 범죄 급증 에콰도르 방송국에 생방송 중 난입한 무장괴한 / AP연합뉴스 폭력사태가 전례 없는 수준의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에콰도르 사회가 통제 불능의 혼란 사태에 빠졌다. 에콰도르 TV 방송국에 난입한 무장괴한들이 무기로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됐고, 대법원장의 자택 앞에서는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갱단이 장악한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이 잇따라 탈옥하고, 교도관들을 붙잡아 인질극을 벌이기도 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에콰도르 전역에 군·경을 배치해 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폭력사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년새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갱단들이 에콰도르에서 세력을 확장해가면서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대혼돈’ 에콰도르… TV 생방송 중 무장괴한 습격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최대 도시 과야킬에 있는 TC텔레비시온 방송국에 10여명의 무장괴한이 침입해 방송국 직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실시간 생중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두건과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뉴스 생방송 중인 스튜디오에 난입했고, 총과 수류탄 등 무기로 방송 진행자와 스태프들에게 위협을 가했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모습은 15분가량 에콰도르 전역에 고스란히 생중계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괴한 중 1명은 “마피아와 장난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했고, 일부는 앵커를 인질로 잡은 후 카메라 앞에서 대통령에게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에콰도르 군과 경찰은 1시간여 만에 현장을 진압해 13명을 체포한 후 무기와 폭발물 등을 압수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에콰도르의 주요 갱단 중 하나인 ‘로스 티게로네스’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발생 직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내부 무력충돌 상태임을 선언하는 긴급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국내 20여개의 마약 밀매 갱단을 ‘테러집단’으로 지정하고, 범죄조직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한을 군대에 부여했다. 이번 사태는 에콰도르 정부가 전날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앞서 에콰도르 최대 갱단 중 하나인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인 아돌포 마시아스가 교도소에서 탈옥하는 일이 벌어졌다. 살인, 강도, 마약 밀매 등으로 징역 3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그가 탈옥하고 치안 불안이 심해지자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해 주민들에게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군·경에 강력한 치안 유지를 지시한 상태였다. ‘로스 초네로스’는 멕시코를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 최악의 마약 밀매 카르텔인 시날로아 카르텔과 동맹처럼 엮여 있는 조직으로, 최근 에콰도르에서 급증한 각종 강력 범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그간 마시아스는 교도소 내에서 파티를 열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등 자유롭게 활동해왔다. 그가 교도소 내부에서 경찰관을 들러리로 내세운 기자회견 형태의 ‘에콰도르 갱단 간 평화 협정’ 영상을 찍어 공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있었다.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강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폭력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9일 새벽 쿠엥카에 있는 이반 사키셀라 대법원장 자택 앞에선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고, 에콰도르 전역에서 폭발, 차량 방화, 약탈, 총격 사건이 잇따라 보고됐다. 이날 폭력사태로 경찰관 2명을 비롯해 하루 동안 10명이 사망했다. 에콰도르군이 교도소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다며 공개한 사진 /AFP연합뉴스 ■살인율 8년간 ‘800% 증가’… 에콰도르 치안 악화, 왜? 최근 몇 년 동안 에콰도르 범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에콰도르의 살인 사건 발생률은 지난 8년 동안 8배나 증가했고, 작년에는 거의 두 배 증가해 8000명을 넘어섰다. 유니세프는 에콰도르의 아동 및 청소년 살인율이 4년 만에 640%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에콰도르에서는 마약 카르텔 척결을 내세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대통령 후보가 대선을 며칠 앞두고 살해되는 일도 벌어졌다.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 사이에 끼어 있는 에콰도르는 몇 년새 유럽과 미국 등으로 가는 마약 거래 통로로 이용되며 갱단 간 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유럽에서 압수된 코카인의 4분의 1이 에콰도르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에콰도르를 거점으로 한 코카인 밀매는 대부분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관돼 있다. 2016년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세력 콜롬비아혁명군(FARC)의 평화협정 이후 일부 멕시코 카르텔들이 콜롬비아로 이동했고, 점점 인근 에콰도르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들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총과 자금 등을 지급하며 지역 갱단을 모집하는 등 점차 세력을 키워갔다. 멕시코 카르텔이 현지 갱단에 돈 대신 마약을 지불하기 시작하면서 에콰도르 상황은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에콰도르 정치학 교수 페르난도 카리온은 “지역 시장에서 마약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 갱단이 조직화되고, 지역 내 마약 소비와 돈세탁이 증가하며, 이 때문에 폭력도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에콰도르 갱단들은 체포된 이후 교도소에서까지 장악력을 높였다. 갱단들은 정부의 약한 통제를 이용해 교도소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면서 교도소를 통제하고, 조직을 관리해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에콰도르의 전국 36개 교도소 중 4분의 1을 갱단이 장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 때문에 에콰도르에서는 교도소 내 폭동과 라이벌 갱단 간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이후 460여명이 교도소 내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마시아스 탈옥을 전후로 에콰도르 6개 주에 있는 교도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동이 발생했고, 또 주요 갱단의 핵심 인물 1명도 탈옥했다. 일부 교도소에서는 교도관과 행정직원 180여명이 수감자에게 인질로 붙잡히기도 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교도소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대규모 군·경을 투입했다. 당국은 지난 1월 14일 교도소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고 인질들을 구출했다고 밝히며, 수감자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비상사태 이후 에콰도르 전역에 4만명의 군인이 배치됐고, 1500명 이상이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강도 단속에도 1월 15일 에콰도르 북부의 한 교도소에서 48명의 수감자가 탈출했다. 이중 5명은 붙잡혔지만, 나머지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는 에콰도르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 국가들과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남미에서 조직범죄에 맞서는 다양한 국제기구와 조직이 활동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최서은 기자 2024.01.23 05:30

    • 문화/과학 만화로 본 세상

      [만화로 본 세상]사춘기-과거의 여성상을 파괴한 순정만화

      1990년대는 만화잡지의 전성기였다. 1990년대 전반부는 중·고등학교에서, 후반부는 대학에서 보낸 “나를 키운 건 8할이” 만화잡지라고 할 수 있다. 소년만화도 많이 보았지만, 내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역시 순정만화다. 이 장르는 ‘소녀 취향의 사랑 이야기’라며 폄하됐지만, 소녀들의 세계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위인전집과 백과사전에는 왜 여성이 많지 않은가를 두고 고민하던 내게 순정만화는 별세계였다. 한때 순정만화의 대명사로 불렸던 <캔디캔디>만 보아도 소녀들은 모험과 욕망의 주체였다. 1980년대를 풍미한 순정대하서사물은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무대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을 상상하게 했다. 물론 순정만화는 전통적 성역할과 이성애로맨스 각본을 학습하는 장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그런 이야기는 만화가 아니라도 계속 듣고 있었다. 그보다는 세상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들을 찾아 누리는 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3권과 4권의 표지 / 유어마인드 출판사 제공 여성의 고등교육 기회가 확대되고 시대적 가치와 물적 환경이 달라지면서 순정만화가 다루는 세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만화잡지의 전성기에 등장한 젊은 작가들은 세계와 불화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그 작가군 중에 이진경이 있다. 1994년 데뷔한 이진경은 특히 ‘여성서사 만화’ 혹은 ‘페미니즘 만화’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을 작품을 남겼다. <피플>(People)과 <사춘기>가 대표적이다. <피플>은 여성공동체인 가상의 ‘C타운’을 배경으로 하지만 리얼리즘적 인상을 준다.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자기 몸을 학대하고 혐오범죄에 희생되는 등 성차별적 구조 안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현실이 재현된다. 이진경은 ‘fenerzation(페너제이션)’이라는 자기만의 조어를 쓰는데 여성주의적 에너지를 가진 세대(femi+energy+generation)쯤으로 바꿔쓸 수 있겠다. 예술적 에너지와 개성적 캐릭터, 여성동성애를 전면화하는 점에서도 <피플>의 매력이 있었다. <사춘기>는 <피플>의 주제의식을 한국의 구체적인 시공간 안에서 풀어간다는 점에서 당시 페미니스트 독자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사춘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대한 여성 관점의 회고담이자, 세계와 불화하는 네 여성의 성장담이다. 잡지 시대의 몰락과 함께 <사춘기>는 연재처를 옮기다 결국 중단됐는데, 근 20년 만인 2017년, 이 작품에 추억과 애정을 지닌 작은 출판사에 의해 복간됐다. 단행본으로 연재해 완결까지 간다는 게 목표다. 올해 초 새로운 연재분인 4권이 출간됐다. 다시 읽은 <사춘기>는 20년의 시차를 느끼게도 하지만, 여전히 ‘지금의 이야기’로 읽힌다. 어쩌면 크게 변하지 않은 현실이 작가가 2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0대, 20대 여성들의 성장담을 다시 이어가기로 결심하게 한 배경이지 않을까. 네 주인공을 비롯해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여성 인물의 묘사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살아간 여성들의 소중한 기록처럼 읽힌다. 인물에 얽힌 시대상과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사춘기>와 비슷한 시기 잡지에 연재되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 중 대다수가 연재처를 이리저리 옮기다 끝내 작품의 수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사라진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사춘기>의 마무리를 응원하고 싶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2021.06.11 14:40

    • 문화/과학 문화내시경

      [문화내시경]런던 골목의 기괴한 이야기

      오래된 골목길에는 사연도 많은 법이다. 때로는 가슴 철렁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안타까운 후일담들이 혀를 차게 한다. 뮤지컬에도 그런 오래된 골목길 ‘이야기들’로 꾸민 작품이 있다. 최근 우리말 공연을 시작한 화제작 다. 영국 런던의 오랜 골목길인 플리트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무차별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발사의 기막힌 사연과 그 시신를 가져다 고기파이를 만들어 팔았다는 파이가게 주인의 괴기담을 버무려놓았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옛 거리의 황당하지만 있었음직한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엮어 놓은 별난 뮤지컬이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요즘 세대의 도발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이 작품은 1978년에 올려진 ‘고전 뮤지컬’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천재 작사가 겸 연출가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으로, 충격적인 소재와 반전의 결말, 현대음악을 방불케 하는 불협화음 위로 수놓아지는 수려한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미지 등으로 정평이 자자한 작품이다. 특히,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 ‘조앤나’. ‘런던 최악의 파이’ 등은 중독성 강한 이 뮤지컬의 명곡들인데, 처음에는 낯설다가도 몇 번만 반복해 들어보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보다 특히 공연장을 찾을 계획이라면 음반을 먼저 구해보길 권하게 된다.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즐기는 것은 손드하임의 작품에선 더욱 설득력 높은 감상법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무대용 뮤지컬보다 팀 버튼이 만든 뮤지컬 영화로 더 큰 인기를 누렸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연출가의 특성과 함께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 등 색깔있는 배우들의 이색적인 조화가 마니아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일설에 의하면 별난 취향의 팀 버튼은 학창시절 때부터 이 뮤지컬의 영화화를 꿈꿔 왔다는데, 그래서인지 뮤지컬 영화에서는 장면 곳곳에서 무대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취향과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무대를 아는 사람들은 영화가 궁금해지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원작이 궁금해지는 현대 문화산업의 흥행 공식을 여실히 담아낸 콘텐츠가 됐다. 국내 초연은 2년 전이었다. 뮤지컬 애호가들로부터는 큰 환호를 얻었지만, 손드하임의 작품답게 대중적인 흥행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인상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화끈한 스타 마케팅과의 접목이 시도됐는데, 덕분에 조승우와 옥주현 등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블루칩 들이 총동원됐다. 특히, 조승우의 가세는 의 조지킬, 의 조그윅에 이어 조토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 흥미롭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역시 작품 그 자체다. 특히, 뮤지컬 하면 으레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궁중무도회 장면이나 왕가의 음모, 귀족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적잖이 충격적인 별스런 무대라서 더욱 반갑다. 이야기를 쫓다보면 기괴한 줄거리 뒤에 담긴 현대사회와 자본주의 시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날선 풍자를 발견할 수 있다. 무더위를 잠시 잊을 피서용 콘텐츠로도 제격일 것 같으니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2016.07.26 14:40

  •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