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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친기업정책으로 국정기조 흔들렸다”

      ㆍ정부 노동정책에 반기 든 ‘민본21’ 권영진 의원의 쓴소리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협의해 온 노·사·정 6자 대표자회의가 논의 시한인 11월25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최종 결렬됐다.  이명박 정부는 현행법대로 내년부터 시행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고, 노동계는 총파업 준비를 선언해 노·정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내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민본21’이 마련한 노동법안은 정부안과 달리 복수노조의 설립을 금지하고, 노조 전임자의 임금지급 금지를 노조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 골자다. ‘민본21’은 왜 이명박 대통령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냈을까. ‘민본21’ 공동간사인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민본 21’은 내년 노동법 시행과 관련해 정부의 방침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들었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금지를 담은 노동법 시행이 13년 동안 유예돼 오다 올해 말이면 끝난다. 현행 법대로라면 내년부터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금지된다. 우리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건강한 노동운동과 선진화된 노사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복수노조 허용의 경우 정부에서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규모 사업장(강성노조)을 겨냥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사관계 전반을 볼 때 노사 안정이 아니라 노·노 간의 선명성 경쟁으로 인해 산업현장의 평화가 깨질 것으로 우려된다. 복수노조 허용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어용노조가 있는 사업장 등에 한해서만 복수노조를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금지하고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기존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업장 가운데 86%가 300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이다. 이런 사업장에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조합비로만 유지하라고 한다면 노조 자체가 운영되지 못한다. 사업장 규모별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차등화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선배 의원인 임태희 노동부 장관이 주도하고 있는데 솔직히 부담스럽지 않나. “부담은 없다.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민본21’의 역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관행(정책)을 개혁하는 것이다. 또한 ‘민본21’은 한나라당이 부도덕하고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국민들에게 가까이 가도록 당의 균형자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친서민·중도실용·국민통합 정당이 돼야 한다. ‘민본21’은 과거 이 대통령이나 정부의 국정 기조가 흐트러졌을 때 이 같은 주장을 했다. 처음에는 당과 청와대에서 불쾌하게 생각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에서 친서민·중도실용정책을 천명했다. 임 장관에게는 애정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특정인을 반대하거나 비판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함께 허심탄회하게 토론하고 임 장관도 우리를 얼마든지 설득하라는 것이었으며, 결국 임 장관도 우리의 진정성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이다. 노동부가 이런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국정 기조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친서민·중도실용·국민통합이 시대적 소명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다. ‘민본21’이 지난 6월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당 쇄신 방안을 발표했을 때 주목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이었다. 이런 면에서 친서민·중도실용·국민통합을 국정 기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이 밖에 고용안정,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이것들에 대한 해결 방안은 있나. “사실 노동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가 고용안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부 명칭을 고용노동부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노동부도 이에 동의했다. 노동부는 노사관계에서 철저하게 중립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 노동부는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말고, 가능하면 자율에 맡겨야 한다. 노사협상에서 미리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는 것은 노동부가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노동부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지난 대선과 총선 때 한국노총은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민본21’이 한국노총을 달래려고 정부와는 다른 안을 내놓은 것 아닌가. “지금 노동계 양대 축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민노당과 우호관계에 있으며,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 연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동계에 대해 노동운동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고, 노동운동이 합리적이고 온건하고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한국노총이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면 이런 정책연대의 틀은 강고히 유지될 것이다. 정당으로서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표만 보고 무작정 연대할 수 없다. 정당과 노동단체가 표방하고 있는 노동정책과 노동철학이 맞아떨어질 때 연대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연대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민본 21’은 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과 전당대회 시기는 언제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현재 정몽준 대표 체제는 승계된 지도체제다. 하지만 정몽준 대표 체제는 그동안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지도체제로 발전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지도체제로는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 정 대표가 다시 대표가 되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들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새 지도체제 출범이 필요하다.” 차기 한나라당 대표로는 누가 적당하다고 보나. “솔직히 말하면 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표 체제로 치르는 것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도체제를 인위적으로 구성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표의 대표 출마 여부는 본인의 정치적 선택과 판단의 문제다. 또한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는 당원들이 다시 한 번 지도체제를 출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대를 통해 당원들을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쟁이 아직 치열하지 않은 것 같다. “한나라당 내에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이 더 큰 정치적 꿈을 꾸는 것은 당연하다. 당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도전하는 의원들이 나오는 것이 당을 위해서도 좋다. 내년 지방선거는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여서 한나라당 입장에서 결코 유리한 여건이 아니다. 당내 경선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는 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지방선거 본선을 위해서라도 좋다. 자연스런 경선 과정이 내년 초반부터 펼쳐질 것이다. 다만 ‘민본21’은 총의로 누구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권순철 기자 사진·김석구 기자 2009.12.02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