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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신호등 없는 교차로, 누가 먼저 가야 하나

      오피니언

      [기고]신호등 없는 교차로, 누가 먼저 가야 하나

      교차로에서는 신호등이 누가 먼저 가도 되는지, 즉 통행우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그런데 다니다 보면 신호등이 없거나 통행우선권을 알려주는 아무런 장치나 표시가 없는 교차로가...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04.16 20:14

    • [기고]막 오른 대선…국민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야

      오피니언

      [기고]막 오른 대선…국민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란 말은 권력의 유한함과 무상함을 상징한다. 아무리 강력한 권세도, 아무리 찬란한 영광도 결국엔 덧없이 사라진다는 이 교훈은 그동안 역사를 통해 수없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윤배 조선대 명예교수 2025.04.15 21:21

    • [기고]‘재난 최초 대응자’ 공무원의 건강과 안전

      지역

      [기고]‘재난 최초 대응자’ 공무원의 건강과 안전

      지난 3월 경남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울산 등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는 31명에 이른다. 이 중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타깝게 사망한...

      연원정 인사혁신처장 2025.04.14 21:23

    • [기고]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오피니언

      [기고]교과서 지식보다 ‘살아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최근 한 인터넷 교육언론 매체에 따르면 경기지역 공립고 교감이 전국 10개 시도교육청이 권고한 ‘윤석열 탄핵 헌재 선고 TV 시청’ 교육과 관련해 교사들에게 “진도에 신경 써라, 정상 수업을 운영하라”고...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2025.04.13 21:20

  • 스포츠경향

    • [임민혁 기고] 몰상식한 심판과 승부조작범, 다른 게 뭐냐

      축구

      [임민혁 기고] 몰상식한 심판과 승부조작범, 다른 게 뭐냐

      광주FC 이정효 감독(가운데)이 지난 3월 29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K리그1 경기 도중 심판에게 레드카드를 받고 있다.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 어제 심판 부위원장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심판 성향 파악해 전술을 짜라’ ‘손해 본거 말고 이익 본 것도 생각해라’ 만우절 가짜 뉴스를 의심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어떻게 가장 깨끗하고 공명정대해야 할 심판의 입에서 저런 천하고 몰상식한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저 생각과 말이 사실이라면 K리그를 송두리째 흔들었던 승부조작범들과 과연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냥 잘못했으면 사과하면 된다. 때로는 큰 일도 사과 한마디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무능력하고 무지성 판정을 내린 심판들에 대해서 이제 팬들과 현장 사람들은 나름 면역이 생겼다. 그냥 사과하면 그러려니 하고 끝날 일이다. 왜 이렇게까지 일을 더 키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혹자는 곧 다가올 심판 위원장 선거에서 현 심판 위원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다른 후보의 흑색선전, 마타도어라고 한다. 정녕 K리그 팬을 봉으로 생각하는가. 본질이 틀려도 한참 틀렸다. 우리는 그냥 손해도 이익도 안 보고, 정확한 규정대로 경기를 이끌어가는 심판과 잘못했을 때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심판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선거에도 개입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저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심판 집단이 불쌍하기까지 하다. 자신들의 몸과 팔, 다리가 다 썩어가고 있는데도 괜찮다고, 곧 회복될 것이라고 자기 위로하는 모습을 보니 분노를 넘어 짠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 애정 섞인 비판도 오늘로 끝마치려 한다. 무논리 집단에 아무리 좋을 말을 해봤자 들어먹으려는 시늉도 안 하니 하는 사람도 힘들고 서로의 감정만 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심판 부위원장 발언을 강력 규탄하며 변화하기를 마지막 남은 애정을 싹싹 긁어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심판 성향 파악 같은 행동은 1주일 동안 집도 못 가고 치열하게 1승을 위해 고민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사치다. 그럴 시간이 없다. 그 정도로 한가한가. 그럼 유튜브에 ‘사과하는 법’을 검색해 보던지, 그게 정 자존심 상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를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임민혁 ▲포항제철공고 졸업 ▲고려대 체육교육과 ▲2017~2023 K리그 ▲2025 프로스포츠협회 부정행위 방지교육 강사

      이선명 기자 2025.04.02 13:56

    • [임민혁 기고] 카드로 보복하면 ‘깡패’지 그게 ‘심판’입니까?

      축구

      [임민혁 기고] 카드로 보복하면 ‘깡패’지 그게 ‘심판’입니까?

      이정효 광주FC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감독이 물병을 걷어차는 행위로 퇴장을 당했다. 비스포츠적 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규정에는 분명히 물병을 걷어차면 경고라고 적시되어있다. 직전 경기에서 이정효 감독의 항의 목소리가 중계 전파를 타자 많은 사람들이 심판들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나도 ‘무능한 집단’이라고 동조했다. 이에 대한 보복성 퇴장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물병을 걷어차는 감정적인 행위를 자제해야하고 심판은 기분나쁘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카드를 남발해도 되는가? ‘우리 규정대로 합시다! 카드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심판입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건에 대해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선수, 지도자, 구단. 모두 심판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할 시 출장정지나 심한 벌금을 물기 때문이다. 야인인 내가 입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못하면 내가 하면되고, 선배들이 안해도 내가 하면된다. 그리고 왜 심판은 공개 비판 받으면 안되나? 물론 시도때도 없이 비판하는 것은 문제지만 자정 능력을 잃어도 한참 잃은 심판 집단은 외부에서 견제하지 않으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과연 비판 금지 규정이 심판 집단과 나아가 K리그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될까? 지금까지만 봐도 답은 뻔하다. 주말 경기에서 이정효 감독이 퇴장을 당할만 한 사건이 있었을 수도 있다. 쥐뿔도 모르는 내가 오해하고 있을수도 있다. 그러면 숨지말고 입장을 밝히면 된다. 많은 축구팬들은 그것을 원한다. 심판 옷은 곤룡포가 아니다. 곤룡포를 입은 왕이라해도 비판하는 입을 막으면 안된다. 우리는 비판의 입을 막은 왕을 ‘폭군’이라 역사에 기록한다. 심판이란 자리는 일상에서 모멸받고 멸시받으며 구겨진 자존심과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권위는 카드같은 권력으로 내세우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무지성 비난이 아닌 ‘한국 축구 발전’이란 같은 목표를 가진 후배의 절실한 읍소로 들어주었으면 한다. 전 프로축구선수에 대한 심판 비판 금지 조항이 없어서 아쉬울 ‘그들에게’ 꼭 이 글이 닿길 바란다. 임민혁 ▲포항제철공고 졸업 ▲고려대 체육교육과 ▲2017~2023 K리그 ▲2025 프로스포츠협회 부정행위 방지교육 강사

      이선명 기자 2025.03.31 09:05

    • ‘라디오 욕설 논란’ 안영미, 방송 중 눈물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연예

      ‘라디오 욕설 논란’ 안영미, 방송 중 눈물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 미디어랩 시소 라디오 방송 중 욕설 논란을 겪었던 개그우먼 안영미가 라디오 방송 중 눈물을 쏟았다. 안영미는 11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FM4U ‘두시의 데이트 안영미입니다’에서 가수 황가람과 걸그룹 영파씨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황가람의 노래 ‘나는 반딧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제가 작년에 이 노래를 듣고 ‘내 노래인데’ 싶었다. 모든 분들이 다 똑같이 느끼셨을 거다. 뭔가 어렸을 때 정말 내가 뭐 된 것처럼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았는데 (중략) 어느 순간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이러면서 뭔가 점점점 나 안영미로 돌아오면서 ‘내가 너무 기고만장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눈시울을 붉힌 이후 “죄송해요. 공복에 아메리카노를 너무 많이 마셔서 카페인 탓이다. 갑자기 울컥했어요”라고 수습했다. 그는 앞서 지난해 10월 라디오 방송 중 욕설을 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더보이즈 선우와 갓세븐 영재가 출연한 상황에서 ‘말실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라디오 진행 이야기를 하던 중 안영미는 선우에게 “생방송 중에 팬들이 ‘성대모사 해주세요’라고 하면 뭐라고 하나”라고 물었고, 선우는 “시키고 싶은 걸 스케치북에 써오셔서 저는 쉬는 시간에 해준다”고 말했다. 이에 안영미는 “그리고 뒤돌아서 씨X”이라고 말했고, 게스트들이 당황하자 “신발, 신발한다고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멘트는 생방송을 타고 전파됐고, 청취자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결국 그는 이후 공개사과했다.

      하경헌 기자 2025.03.11 16:22

    • [스경x현장] 막내에서 에이스로…‘정규 1위’ 주역 허수봉 “챔프전 우승해서 팬들과 함께 즐기고파”

      스포츠종합 스경X현장

      [스경x현장] 막내에서 에이스로…‘정규 1위’ 주역 허수봉 “챔프전 우승해서 팬들과 함께 즐기고파”

      현대캐피탈이 22일 우리카드를 꺾고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현대캐피탈 주장 허수봉이 대표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허수봉이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지난 22일 우리카드를 꺾고 7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2017~2018시즌 당시 막내급에 속했던 허수봉은 주장이자 에이스로 성장해 2024~2025시즌 ‘최단기간 1위’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올시즌 득점 4위(501점), 공격 성공률 3위(54.50%), 서브 1위(세트당 0.389개)를 기록하며 외국인 선수들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에이스로 거듭난 허수봉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쌍포’를 이뤘다. 현대캐피탈이 7시즌 만에 다시 1위에 오를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1위를 조기 확정한 우리카드전에서도 허수봉은 양 팀 최다 28득점, 공격 성공률 59.52%를 기록했다. 허수봉은 경기 후 “7년 전에는 형들이 경기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이젠 코트에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커졌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있다.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빠르게 정규리그 1위를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2일 정규리그 확정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불과 3년 전 정규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팀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레오를 영입하며 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성공을 확신할 순 없었다. 허수봉은 “지난 시즌까지 선수들끼리 합도 잘 안 맞았고, 자신감도 없었던 것 같다”며 “컵대회에서 우승한 후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 마음가짐 덕분에 힘든 경기도 많이 이기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장 완장을 찬 허수봉은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부담이 많았지만, (최)민호 형이나, (문)성민 형이 많이 도와줘서 부담감을 내려놓게 됐다”며 “코트에서 한 발 더 뛰자는 마음가짐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올시즌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만 두 차례 선정됐다. 데뷔 첫 정규리그 MVP 수상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허수봉은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개인상 욕심은 없다. 우리 팀에서 MVP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미소지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22일 정규리그 1위 확정 후 서울 장충체육관을 찾아 온 원정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OVO 제공 정규리그를 압도한 현대캐피탈의 시선은 이제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한다. 6경기를 남겨 두고 1위를 확정한 만큼 여유 있게 챔프전을 준비할 수 있다. 허수봉은 “남은 기간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2일 현대캐피탈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장충체육관에는 만원 관중(3510명)이 몰렸다. 원정 응원 구역을 가득 채운 현대캐피탈 팬들은 홈팬들에게 밀리지 않는 화력을 보여줬다. 허수봉은 “현대캐피탈 응원 소리가 훨씬 커서 소름이 돋았고, 힘을 많이 받았다”며 “팬분들이 챔프전을 많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꼭 우승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충 | 배재흥 기자 2025.02.23 09:12

  • 주간경향

    • [기고] 윤석열 파면 결정문의 빛나는 문장들

      정치

      [기고] 윤석열 파면 결정문의 빛나는 문장들

      지난 1월 15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다. 이는 지난 4월 4일 나온 총 114페이지에 이르는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문 중 가장 빛나는 문장이다.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3일 22시 37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될 때까지 시민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특전사와 공수부대 군인들을 맨몸으로 막았다. 군경은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국회의원을 빨리 끌어내라는 윤석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소감을 밝힌 한강 작가가 표현한 것처럼 이날은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 날이었다. 헌재가 결정문에 쓴 이 명문은 8명의 헌법재판관 중 누군가가 생중계로 본 이 상황을 결정문에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장면이 빠졌다면 비역사적이고 비헌법적이었을 것이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마지막 계엄이 선포된 때로부터 약 45년이 지난 시점에 일어난 역사의 반동에, 역사의 주인인 시민이 직접 나서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지켜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비상계엄의 이유와 성격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결정문은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장황한 계엄 선포 사유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배척했을 뿐이다. 또한 피청구인이 말하는 ‘경고성 계엄’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것은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 주요 정치인, 법조인에 대한 체포 목적의 위치 확인 지시, 중앙선관위원회의 압수, 수색 지시 사실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병력으로써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비상계엄의 본질상 처음부터 경고성 계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처음이 아니다 나는 이번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생각한다. 또한 윤석열은 두 번의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본다. 하나는 검찰총장으로서 검찰권을 무기로 국민을 기만해 정권을 잡은 연성 쿠데타다. 다른 하나는 대통령이 되고 나서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친위 쿠데타다. 검사 출신 윤석열은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보수언론과 합작해 수사와 기소를 통해 마치 자신을 공정과 상식의 대변자인 양 국민을 속였다. 사실상 연성 쿠데타를 거쳐 불과 0.73%(24만7077표)라는 매우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처음부터 정당성이 취약한 반민주적인 정권이었으므로, 역대 권위주의 정부가 그러했듯이 검찰을 ‘정권의 칼’로 사용해 정적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재창출하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노무현의 참여정부, 촛불혁명을 거치며 성장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투쟁이 광장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등 계속된 특검 의결, 검찰 정치 수사의 물적 토대인 특수활동비 전면 삭감 등 적극적 의정활동을 전개했다. 채 해병 사망 사건에서 박정훈 대령, 공천 개입 사건인 명태균 게이트의 강혜경 공익제보자 등 곳곳에서 용기를 내 증언한 진실의 힘들이 함께 모여 검찰정권, 부패 정부를 밀어붙였다. 이에 겁을 먹고 당황한 윤석열 정권이 독재를 통한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친위쿠데타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결정문 중 빛나는 두 번째 문장은 이것이다. “피청구인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할 때마다 헌법이 규정하는 것과는 다른 숨은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헌법과 법률을 (실질적으로) 위반한 것은 아닌지 등을 끊임없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심판정 구두변론 과정에서 수많은 거짓말을 했는데, 헌법재판관들이 이를 두고 윤석열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단호하게 결정문에 못 박아 적시한 것으로 본다. 나는 대검 감찰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약 1년 5개월간 윤석열의 검찰을 직접 지켜보았다. 이 문장을 보면 검사의 부정적인 ‘종족특성(종특)’ 내지 ‘직무용 인격(working personality)’과 연결 지어 생각된다. 윤석열은 특수부 검사의 계보를 잇는 맏형 격이다. 그는 검사들이 지닌 부정적인 태도와 습성인 ‘거짓과 교만’이 극대화돼 나타난 사람이다. 검찰의 특수수사는 수사권을 독점한 가운데 수사 상황을 언론에 흘려 자신의 의도하는 바대로 ‘국민을 속인다’. 또한 기록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방법으로 공적 감시의 대상에서 벗어나 자의적으로 사건을 결정함으로써 ‘국민을 무시한다’. 결과적으로 헌재의 이 문장은 검찰 조직에서 수사부서를 분리함으로써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한 개혁과제라는 점을 시사하고 증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석열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렸고, 위와 같은 빛나는 문장들로 헌법수호의 책무를 다했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겼다. 남은 과제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탄핵심판 과정을 통해 살펴볼 지점들이 있다. 첫째, 2월 25일 변론이 종결된 이후 5주가 지나도록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안과 의구심이 증폭됐다. 둘째,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와 대통령 탄핵심판을 헌법재판소가 아닌 국민투표로 하자는 등 국민의 요구가 제기됐다. 셋째, 헌재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의 결정적 원인인 검찰의 수사 미진과 수사서류 미제출에 대한 규율, 탄핵심판 절차에서 수사로 수집된 증거의 사용, 탄핵소추 사유의 변경 관련 규정의 신설 등 헌법재판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2018년 10월 검찰개혁의 소명에 따라 한 사람의 힘을 믿고 검찰의 심장부인 대검에 들어갔다. 그때로부터 4년 6개월 만에 마침내 대통령이 돼 검찰정권을 수립했던 윤석열 파면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나는 역사의 도구로써 맡겨진 역할을 다 하고자 했다. 내란 세력은 아직 준동하면서 역사의 반동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역사의 발전을 굳게 믿는다. 많은 희생으로 쌓아올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공정하고 청렴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일조한 위대한 시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검찰

      한동수 변호사·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2025.04.18 14:27

    • [기고]세월호의 진실을 덮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문화/과학

      [기고]세월호의 진실을 덮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 비평-세월호의 잠수함 충돌설로 거대한 의혹 직조 /빈하용,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지난 4월 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침몰 10년, 제로썸>(이하 ‘제로썸’)에 나오는 주장들을 하나하나 반박하기란 고된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 영화 속 어떤 주장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비틀고 있다.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실 내부의 손상이 잠수함 충돌과 관련 있는 듯 말하는 변호사는 자신이 고위직으로 몸담았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2017~2018) 조사관들이 그와 상반되는 조사 결과를 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2018~2022)에서 침몰 원인 조사를 책임졌던 사람은 잠수함 충돌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나, 이를 심의하는 위원들의 정무적 판단으로 인해 종합보고서에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바로 그 조사의 전제, 방법, 결과 모두 대한조선학회 등 외부 전문가 그룹의 압도적 비판을 받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어떤 내용은 그 발화자의 동기와 의도가 의심스럽다. 그날 세월호의 방향타를 잡고 있었으나 침몰하는 배에 승객을 두고 도주했던 조타수는 현장 주변 영상을 보다가 진실의 잠수함을 발견한 듯 말한다. “잠망경이네.” 그에게 바다에 솟아오른 안테나처럼 보인 것은 맑은 수면에 길게 늘어져 비친 배의 그림자였다. 자신이 해오던 주장이 “지금 증명이 되는 거잖아”라고 말하는 그는 사고 당시 자신의 조타 행위에 대한 진술을 2014년에만 여섯 차례 이상 바꾼 바 있다. 또 어떤 내용은 절실한 믿음이 들어간 추측이라 반박조차 어렵다. 참사 직후 방한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참사 당일 백악관에 게양됐던 성조기를 가져와 애도하고 단원고에 목련 묘목을 보내기까지 한 것은 이 사건에 미국이 관련됐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전직 국회의원의 의심을 어찌하겠는가. 핵전쟁 가능성까지 검토한 한국전쟁 당시 미국 기록이 50년이 지나야 공개되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도 40~50년 지나야 그 실체가 밝혀지리라는 ‘진보적’ 원로 학자의 진단도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배의 문제 지적하면 ‘박근혜 동조자’로 몰아 <제로썸>은 조사위원회 관계자, 선원, 유가족, 정치인, 기자, 학자, 소설가 등의 기대와 절망과 상상을 뒤섞어 거대한 의혹을 직조해 낸다. 세월호는 미국 잠수함이 운항 중이던 바다를 지나다가 충돌해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대한민국과 미국 정부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동기에서든 이런 의혹을 사실로 믿기 시작하면, 4월 15일 인천항을 떠날 때부터 세월호 선체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 주는 모든 데이터와 문서와 진술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신의 머릿속에는 손에 잡힐 듯 그려지는 미국 잠수함의 존재를 부인하는 조사기구, 권력기관, 주류 학계, 어용 언론이 한심할 뿐이다. 선사, 선원, 규제기관의 잘못이 수년간 누적돼 위험해진 선체를 침몰 원인으로 지목하는 다수의견, 이른바 ‘내인설’에 대한 <제로썸>의 비판은 명쾌하기 그지없다. 세월호라는 배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결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문제에서 이보다 더 손쉽고 강력한 무기가 있겠는가. 사고 주변 해역에 잠수함이 없었고, 애초에 그럴 수 있는 환경도 아니며, 충돌을 뒷받침하는 데이터가 없다는 따위의 반박은 모두 박근혜 세력에 동조하는 일이 된다. <제로썸>은 진실을 진영의 소유로 만드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제로썸>이 제기하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믿는 부정선거론과 닮았다. 부정선거론 신봉자의 핵심 활동은 부정선거의 증거나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의혹을 계속 의혹으로 남겨두는 일이다. 잠수함 충돌설도 그런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식 조사기구의 시간과 예산을 소진한 후 이들은 잠수함을 찾아다니느라 바쁘지 않다. 누군가 잠수함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충돌설의 고약한 점은 그것을 공적으로 심의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그 거짓됨을 만장일치로 선고할 ‘헌법재판소’가 없다는 것이다. <제로썸>에 담긴 주장을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검토하고 평의해 온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리해줄 심판관이 없다. 윤석열의 계엄과 같은 국헌문란 행위는 재발하지 않겠지만 <제로썸> 같은 영화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나올 수 있는 이유다. 아니, 사실 우리에게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에 관해 헌재와 같은 역할을 하라고 설치한 기관이 있었다. 마치 헌재처럼 사참위에도 위원장 포함 총 9명의 위원이 있었다(위원회 종료 시점에는 3명이 사퇴해 6명). 헌법까지는 몰라도, 각종 법률과 규칙과 양심, 그리고 경험법칙과 논리법칙에 따라 증거를 검토해서 사실과 거짓을 판명할 사명이 있는 기관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기관의 세월호 침몰 원인 평의는 한없이 시간을 끌다가 마감 기한에 쫓겨 황급히, 두루뭉술하게 종료됐다. <제로썸>은 제목만으로 이미 모욕적인 영화 잠수함 충돌설의 주창자들은 조사기구가 의혹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덮어버렸으며, 다시 조사할 수만 있다면 진실이 떠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제로썸> 등장인물 중 몇몇은 바로 그 조사기구에서 핵심직책을 맡아 침몰 원인을 조사했다. 선조위에서는 오직 ‘외력설’을 검증하기 위한 추가 모형시험을 하러 네덜란드까지 다녀왔다. 사참위에서는 내인설을 부정하고 외력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각종 조사 과제와 연구 용역을 설정했다. 여러 해 동안 ‘잠수함 찾기’에 몰두했으나 그 결과는 내부 위원들도 외부 전문가들도 납득시키지 못했다. 과학의 영역에서 잠수함 충돌설은 기각됐다. 조사 담당자들의 반발 때문인지 사참위는 잠수함 설의 공식 기각을 선언하지 못했으나, 이제 그 미지의 잠수함은 깊은 불신과 이념의 바다에서만 목격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용이나 기각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검증 혹은 반증을 위한 기본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잠수함 설은 인용이나 기각이 아니라 조기에 각하됐어야 한다. 이것이 사참위 조사 담당자들을 격노하게 했던 대한조선학회의 공식 의견이다(2022년 7월 사참위에 제출). <제로썸>을 보고서 침몰의 진실을 밝히려는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이들은 부정선거론을 접하고서 윤석열을 지키려는 사명감에 북받치는 이들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제로썸>을 통해 계몽된 이들은 대체로 윤석열의 탄핵을 촉구하러 거리에 나섰을 것이나, 사실과 증거를 대하는 태도에서 양측은 슬프도록 닮았다. <제로썸> 개봉 이틀 후 윤석열 파면이 선고된 것은 물론 우연이다. 그러나 부정선거론을 대중에게 알린 영화 <더 플랜>과 누군가 공모해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는 의혹을 퍼뜨린 영화 <그날, 바다>의 제작자가 같은 사람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이후 10년, 그리고 11년, 진실을 위한 싸움 끝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제로썸>은 그 제목만으로 이미 모욕적인 영화다. <제로썸>은 잠수함을 밝히지 못했다면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공범들이 “면죄부를 던지면서 없던 일처럼” 해버렸으니 “10년 세월이 허송세월”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제로썸>은 탄압에 맞서고 무관심을 견디면서 한 걸음씩 진실로 나아갔던 참사 피해자들을 욕되게 한다. 이윤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던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을 조롱한다. 계엄을 막아내러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듯 생명과 진실을 찾아 세월호로 향했던 모든 발걸음을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는 어리석은 짓처럼 치부한다.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은 은폐된 진실을 폭로하는 비밀병기가 아니라 힘겹게 건져 올린 진실의 조각들을 다시 가라앉히는 돌덩이가 됐다. “침몰 10년, 당신의 세월호는 끝났습니까”라고 다그치듯 묻는 <제로썸>은 축적된 사실을 애써 외면하며 게으른 정의의 수호자로 나선다. 4월 4일 오후 광화문 앞에서 성조기를 두른 채 먼 곳을 응시하던 윤석열 수호자처럼 <제로썸>은 무엇이든 알고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미국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세월호의 진실을 덮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전치형·김성수·박상은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집필진 2025.04.11 14:30

    • [반론 기고] 나는 그들이 아닌 학생과 교사 편에 서기로 했다

      오피니언

      [반론 기고] 나는 그들이 아닌 학생과 교사 편에 서기로 했다

      편집자 주: 지난 10월 14일 발간한 주간경향 1599호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칼럼 ‘나는 왜 그들의 편에 서게 됐나’를 기고했습니다. 이 칼럼에서 장 활동가는 이른바 ‘레드카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전북교육감과 전북교사노조의 대응을 비판했습니다. 이 칼럼이 공개된 뒤 전북특별자치도 교육청은 주간경향에 반론 기고를 요청했습니다. 반론권 보장을 위해 최성민 전북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의 기고를 해당 칼럼과 비슷한 분량으로 게재합니다. 최성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 인터넷 포털에 ‘레드카드 아동학대’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건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가 2021년 4월 20일부터 4년간 교사에게 형사고소 7건을 하고 행정쟁송 4건,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 이 학부모는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똑같이 악의적 민원을 제기해 한 학년에서 교원 6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경찰과 검찰은 확실히 교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24년 10월 현재 형사고소는 7건 모두 교사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행정쟁송 4건은 대법원, 고등법원, 지방법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모두 학부모가 패소했다. 대법원은 “호돌이 스티커(레드카드 아동학대) 사건은 정당한 교육 활동이고 정당한 교육 활동에 대한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침해다”라고 판결했다. 민사소송 2건은 현재 전주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앞서 2023년 3월 문화방송(MBC) 시사 프로그램 은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라는 방송으로 이 학부모의 부당함을 제기했다. 전라북도교권보호위원회는 대법 판결 이후에도 교사를 괴롭히고 있는 이 학부모를 교육감이 대리고발하도록 권고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올해 4월,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이 학부모에 대한 교육감 대리고발을 결정했다. 전북의 3개 교원단체와 전북도민이 일제히 환영했다. 전북교육인권센터도 이 학부모를 형법상 무고, 공무집행방해, 상해,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피해를 받은 교사의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에 서거석 교육감이 강력한 ‘교권보호’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학부모는 멈출 생각이 없다. 오히려 1명이 더 늘어서 같이 학교를 옮겨 다니고는 또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옮겨 간 학교에서 참다 참다 못한 다른 학생들이 교육감에게 “우리 선생님을 돌려달라”고 탄원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말한다. “원래 우리 학교는 서로 친하고 선생님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행복한 학교였다. 그런데 누군가 온 뒤부터 선생님이 아프시고 다른 선생님이 오고 친해지기도 전에 떠나가고 엄마도 힘들어한다.” 해당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경찰, 검찰은 물론 헌재,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사법부 시스템 전체가, 아니 우리의 학생들이 당신들에게 그만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가해자는 누구이고 피해자는 누구인가. 없는 사실들을 만들어내고 왜곡해 가짜 피해자를 만들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을 공격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나는 지난 4년간 공격당하면서도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교사들의 편에 서기로 했다. MBC 은 2024년 11월 5일 ‘아무도 그 학부모를 막을 수 없다’란 제목으로 이 사건을 다시 다뤘다. 우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소속의 모든 변호사는 정당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교를 지키고 당신들에게 저항하기로 했다. “그만하셔라.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교권침해이고, 결국 학생들의 눈물로 돌아온다. 우리의 학생들은 당신들의 도구가, 우리의 선생님들은 당신들의 노예가 아니다.”

      최성민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교권전담변호사 2024.11.08 16:00

    • [기고]4월 총선에 묻는다…미래세대에 ‘탄소 빚’ 떠넘길 텐가

      경제

      [기고]4월 총선에 묻는다…미래세대에 ‘탄소 빚’ 떠넘길 텐가

      그린피스는 지난 3월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위 사진), 앞서 3월 4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기후 편지를 전달했다. 그린피스 제공 “대통령님, 5년 후 기후위기를 바꾸어주세요. 집이랑 갔가우면 걸어가고, 바닸가애 쓰레기도 못버리개 해주세요. 언재간은 우리나라도 잠기잔아요.”(-오다윤 목포유달초등학교 1학년) 2년 전 1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오다윤양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보낸 편지다. 오양의 편지는 1만5000통 가까이 되는 다른 학생들의 편지와 함께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사무실에 전해졌다. 편지를 받아본 모든 후보는 답장을 썼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며 꼭 노력해 보겠다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제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이다. 답변을 보내온 대통령선거 후보 중 일부는 올해 국회의원선거를 치른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오다윤양을 대신해 정치권에 묻고자 한다. “여러분은 기후위기 대응에 어떤 비전을 갖고 있습니까?” 불공정한 탄소예산, 절박한 기후 유권자들 그린피스의 활동가들은 지난 3월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다음날인 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직접 찾아가 ‘기후 편지’를 전했다. 이들은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청년과 아동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의 짐을 떠넘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며 미래세대에 가혹하고 불공정한 탄소예산의 재분배를 요구했다. 두 정치인 모두 청년의 절박함이 묻은 기후 편지를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월 20일 발표한 기후공약에서 탄소예산 기준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초등학교 1학년 오다윤양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보낸 편지 /그린피스 제공 그린피스가 문제를 제기한 탄소예산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에게 제한된 탄소 배출 총량’을 뜻한다. 그린피스가 유엔(UN) IPCC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의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으로 45억t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 계획대로라면 6년 뒤인 2030년까지 전체의 90%에 달하는 41억t을 소진하게 된다. 가까운 미래에 탄소예산을 펑펑 써버린 후,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하는 2050년까지는 단 4억t의 탄소예산으로 버티겠다는 계획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탄소예산을 펑펑 써버리면 결국 현재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이들의 삶까지 모두 저당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의 청년세대도,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도 ‘탄소의 빚’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탄소예산 문제는 미래로 그 책임을 미루는 ‘폭탄 돌리기’처럼 다뤄지고 있다. 때로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떠넘길 수 있는 문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탄소 감축, 목표는 높이고 예산은 늘려야 먼저 한국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자.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기에 매우 부족하지만, 그 방향성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2023년,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한 5년간의 국가예산으로 89조9000억원을 상정했다. 연간 17조9000억원 규모다. 이는 2023년 전체 예산의 3%에도 미치지 않는다. 탄소 배출에 따른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할 악영향을 국가예산의 3%로 막아보겠다는 주장은 누가 보아도 충분치 않아 보인다. 한국의 탄소예산은 2023년 기준으로 45억t에 불과하다. 2030년까지 41억t을 쓰면 남은 20년을 4억t으로 버텨야 한다. 그린피스 제공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18년 계획이었던 14.5%에서 11.4%로 줄였다. 언제 상용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탄소포집기술(CCUS)과 실효성이 부족한 국제 감축 사업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금보다 곱절, 아니 그보다 많이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하향하고, 불확실한 미래 기술에 운을 맡겼다. 정부는 ‘현실성’을 결정의 이유로 꼽았다. 2018년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가 애초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2030년 이후부터 2050년까지 20년 동안 남은 탄소예산은 단 4억t에 불과하다. 2022년 한 해에만 6억t가량의 탄소를 배출한 한국이 어떻게 갑자기 4억t으로 20년을 살아 낼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적인 결정이 조만간 아주 비현실적인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3월 4일 그린피스 활동가가 한동훈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타운홀미팅을 열고 있는 충남 천안 백석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기후 대응에 핑계 대지 않는 해외 국가들 한정된 탄소예산을 어떻게 잘 운용할 수 있을지는 많은 나라의 고민으로 남아 있다. 현실이 아주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과 독일이 있다. 영국은 아예 법적으로 기후변화위원회를 만든 나라다. 이 위원회는 정부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의회에 정부가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보고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영국은 탄소예산을 점검하고 준수하는 것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의 첫 목표로 설정할 수 있었다.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독일의 경우 최초, 2030년 탄소 배출 40% 감축을 목표로 삼았지만 2021년 이를 55%로 상향했다. 이후 기후변화 대응법의 목표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자 기존 목표를 다시 65%로 상향했다. 산업의 부담과 현실적 어려움 등은 이들 국가에도 결코 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국가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지금의 짐을 미래로 떠넘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그 위험을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의 문제와 연결된다. 정치가 기후위기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24년 총선은 중대한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탄소예산을 펑펑 쓰며 예견된 비극을 마주할 것인지, 아니면 그 비극을 예측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인지의 갈림길 말이다. 4년의 운명을 결정할 총선은 반드시 지구 온도 1.5도를 지켜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요한 시기, 모두의 신중한 선택을 빈다.

      신민주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2024.04.03 10:55

  • 레이디경향

    • 신문칼럼 기고로 검사 그만둔 금태섭 변호사의 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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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칼럼 기고로 검사 그만둔 금태섭 변호사의 진실 찾기

      겉으로 드러난 세상의 모습을 두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숨겨진 무언가를 보려고 노력하는 이는 흔치 않다. 가려진 속살은 남다른 시각과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통해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시도 하나하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 그리고 뒷모습을 탐구하는 이런 시도는 조금씩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칼럼 기고 논란 후 검찰총장 꿈 접고 변호사 길 택해중앙지검 검사에서 변호사로 직업을 바꾼 뒤, 라디오 DJ,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칼럼니스트, 저자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금태섭 변호사(41). 그를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금 변호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숨겨져 있는 ‘진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것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교묘하게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탐정이 되고 싶었던 소년은 법조인으로 자랐고, 이제는 두건으로 가려진 ‘디케의 눈’ 너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멀게만 느끼는 법의 그림자를 밝은 곳으로 내어놓으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고, 틈틈이 별을 찾는 취미를 즐긴다. 넓게 보면 그야말로 모든 생활이 ‘세상의 속살’을 파헤치는 작업의 연속인 셈이다.“평범한 사람이에요. 특별히 남들이 안 하는 일을 찾아 한다거나 특이한 것을 좋아한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간혹 제가 ‘돈키호테’ 같은 기질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예상했다가 실망하는 사람도 있던데, 사실 법 공부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모범생 성향이 강해요. 다만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여건을 만들어서 한다는 것 정도죠.”금태섭 변호사가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 2006년 9월, 서울중앙지검 검사 신분으로 한 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다. 10회 연재를 기획하고 시작했던 칼럼의 첫 번째 글은 ‘피의자가 됐을 때 아무것도 하지 마라’,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는 두 가지 행동 지침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2조를 쉽게 풀어쓴 것에 불과한 그 글이 그렇게까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연재하려고 했던 내용은 몇 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것들이었어요. 책으로 내려고 구상해보기도 했고요. 10년 넘게 법조인 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 검찰이나 형사사법 제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고 거기에 나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권한은 막강한데, 수준은 그에 못 미치고 국민의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으니까요.”문제는 피의자는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어버리고, 검찰이나 제도권은 늘 해오던 관행대로 국민을 객체로 두고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었다. 금 변호사는 규칙을 명확하게 하고 국민들에게 정당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물론 처음 신문에 글을 실으면서 어느 정도 반향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했죠. 그래서 글에 하자가 없도록 문장 별로 끊어 뜯어보며 굉장히 꼼꼼하게 검토했어요. 하지만 검찰의 과거사나 내부 얘기를 들춰낸 것도 아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한 것이기에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거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징계를 받을 만한 일도, 불합리한 일도 아니라 필요한 일이었다고 봅니다.”칼럼 기고 후 금 변호사는 직무상 의무 위반과 품위 손상이라는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서 총무부로 발령이 나면서 결국 12년 동안 일했던 검사직을 스스로 내놓고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자의라고는 하지만 애정을 갖고 오랜 기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한때는 검찰총장의 꿈까지 키웠던 그였다. “저도 제 나름 검찰을 위해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한 일이고 오히려 개인적으로 제게 불이익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마음먹고 실행했던 건데 막상 그렇게 되니 당시에는 실망스럽기도 했죠. 그런데 뭐, 지금은 아직까지 검찰 출신인 것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렇습니다.” 1회를 끝으로 접어야 했던 칼럼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언젠가는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를 알리고 공정한 수사 기법을 정착시키는 연재물을 끝마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판사 아버지 영향, 법조인은 내 운명검사로 일할 때는 ‘검사가 내게 딱 맞는 일이다’라고 생각했던 그였다. 그런데 또 지금은 변호사 일도 몸에 꼭 맞는 옷처럼 아주 잘 맞는다고 한다. “같은 사건인데도 반대편에서 보니 시각이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좀 더 자유롭고 재미있기도 하구요. 흔히 사건이 100만큼 있다고 하면 경찰 조사에서 50으로 줄고, 검찰 조사에서 30이 되고 나중에는 1만 남는다고 하는데 변호사는 아무래도 의뢰인에게서 바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니까요. 대신 검사는 좀 더 중립적이죠. 둘 다 매력적이고 잘 맞는 거 같아요.”서글서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인상의 금 변호사는 강직하고 곧은 법조인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추리 소설을 보며 탐정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나라에 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자연스레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껏 단 한 번도 이 길을 걸어온 데 대해 후회해본 적이 없는 그다. “아마도 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겠죠. 아버지가 법대에 가라고 하신 적도 없는데 법대에 가서 사법고시 준비를 했고, 아직까지도 정말 즐겁게 일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검사로 있을 때 가끔 착해 보인다는 소리도 듣고, 어머니도 저한테 ‘독한 데가 없어서 걱정이다’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는데, 저한테 수사 받아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요(웃음).”이야기를 듣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그 면면이 말할 수 없이 즐겁다는 것을 보니 그는 천생 법조인으로 살 운명인 모양이다. 그렇게 재미있게 일을 하면서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있다. 바로 ‘편견 없는 열린 마음’이다. 결국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더라도 법률가들은 일단 그들의 논리를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정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판결을 내릴 때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과정에서는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주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하며 열린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만큼 ‘대중들과 소통’ 하는 것 또한 그가 중시하는 목표 중 하나다.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겠다 싶어 EBS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고 꾸준히 언론 기고도 하고 있다. CBS 라디오 ‘뉴스레이다 스페셜-책과 문화’ 진행은 아직까지 맡고 있는데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는 터라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다만 음악이나 미술 분야는 조금 버거울 때도 있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 또한 새로운 활력이 된다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라디오 진행은 계속 하고 싶어요. 방송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잘 몰랐던 사회적 문제를 고민해보는 기회가 생겨서 좋습니다. 직간접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서 계속적으로 세계와 맞닥뜨리고 깊이를 채워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잘하지는 못하지만 글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몇 달 전 발간한 「디케의 눈」 외에 또 책을 내게 될지도 모른다. 대학 동기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10년 후 목표를 ‘작가’라고 써놓았더랬다. 누구나 법을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책을 써보고 싶은 ‘작가로서의 목표’를 세우고 있는 그다. 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목표는 실력 있는 변호사가 되는 것,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나라 법조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사람들이 법을 현실 속에서 친숙하게 느끼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신을 시도하게 될지도 모른다.취미는 천체 관측, 라디오 진행은 새로운 재미금태섭 변호사의 취미는 천체 관측이다. 얼마 전 거금을 들여 망원경을 샀다. 어둠 속에 숨겨져 있는 별을 보려면 추위뿐 아니라 지루함과도 싸우며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만난 토성은 썩 현란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는 몇 백만 광년 떨어진 고요한 그 빛을 보고 있는 그 순간이 평화롭다고 한다. 그리고 너무 뚫어지게 빛을 찾으려 하면 외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법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에는 저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다.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은 오랫동안 법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왔다. 강직하고 냉철하고 차가울 것만 같은 이미지를 대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두건으로 가려진 눈 너머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금 변호사는 그 두건 너머 ‘디케’의 눈에 주목한다. 디케가 사명감에 불타는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을지, 약자를 위해 눈물 흘리는 연민의 눈을 하고 있을지, 진실 앞에 끝없이 질문하는 고뇌에 찬 눈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말이다. 그리고 모든 법조인들이 이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숨겨진 것을 보려는 그의 꾸준한 시도 덕에 조금은 세상이 균형에 다가서고 있는 게 아닐까.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인성욱

      2008.11.07 00:00

    •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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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

      ‘밥 차려주는 엄마’는 자연스럽지만, ‘글 쓰는 엄마’는 어쩐지 어색하다. ‘아이들을 데리러 나가는 아내’는 익숙하지만, ‘취재하러 나가는 아내’는 낯설다. 이러한 고정된 틀을 깨고 펜을 들고 사회로 나선 ‘아줌마’들이 있다. 가정에 꽁꽁 매여 있던 밧줄을 끊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의 닻을 올린 아줌마들은 오늘도 또 다른 목표를 찾아 순항 중이다.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이들이 대부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가정집에서는 자발적인 ‘아줌마’들의 공동체 ‘줌마네 학교(www.zoomanet.co.kr)’의 글쓰기 수업이 한창이다. 2001년부터 시작한 ‘글쓰기로 돈 버는 힘 기르기’라는 자유기고가 교육과정은 꾸준히 졸업생을 배출하며 현재 9기 신입생을 맞았다. 강좌가 끝나면 바로 자유기고가로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사의 기획, 취재, 작성의 전 과정을 배우게 된다. 실제로 이 수업을 거쳐 간 많은 아줌마들이 육아지, 여성지 등의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단행본을 발행하는 등 유능한 자유기고가로 다시 태어났다. ‘글쓰기’라고 하면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줌마네’의 수업도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회원들 중에 이 과정을 밟기 전까지 제대로 글을 써본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는다. 자유기고가 과정 3기 졸업생인 김해영씨(57)는 수업을 통해 인생이 바뀐 대표적인 경우다.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에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그녀는 몇 십 년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다. 아이들도 크고, ‘삶이 참 허무하다’고 느끼던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됐다. 평범한 아줌마들이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얘기에 순간적으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은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이것저것 재면서 포기하기 일쑤였는데, 이번만큼은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줌마네’의 문을 두드렸다. “나이도 많고 배운 것도 없어서 처음에는 망설였던 게 사실이에요.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겠다고 했더니 남편도 ‘뜬금없이 웬 글쓰기? 주제를 알라’고 했어요. 솔직히 저도 걱정이 됐지만 아이들이 ‘더 나이 들면 못한다’고 용기를 줬어요. 글 솜씨가 없더라도 기사 작성 같은 것은 열심히 따라 배우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용기를 냈죠.” 꼭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4기 졸업생 김성혜씨(41)는 ‘줌마네’에서 하는 ‘창조성 깨우기 과정’의 수강생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정 일에 치이며 살다가 ‘뭔가 나의 꿈을 실현해보고 싶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제가 뭐든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성격이거든요. 계속 고민만 하다가 아까운 시간 다 보내겠다 싶더라구요. 일단 무슨 일이든 하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니 글쓰기 수업을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새롭게 발견한 나의 꿈, 나의 내일 그렇게 모여 펜을 든 아줌마들은 이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기 소광숙씨(44)는 ‘줌마네’ 웹진 편집장을 맡아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줌마네’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매체인 웹진은 졸업생들이 자유롭게 글쓰기를 연습하고 생각을 표출하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물론 수업을 듣는다고 저절로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에요. 저도 처음에는 인터뷰 대상을 섭외하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어요. 낑낑대며 취재를 하고 기사를 완성하는데 거의 한 달이 지났더라고요. 마감 일정 때문에 밤도 많이 샜고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생해서 쓴 기사를 날리기도 했어요. 아마도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과정일 거예요.” 웹진 기사는 주로 졸업이 오래지 않은 6, 7, 8기들이 도맡아 쓰고 있다. 7기 김태연씨(38)는 생활 속 소소한 이야기들부터 갖가지 주제의 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동기 중에는 정기적으로 영화 칼럼을 쓰는 이들도 있다. 얼마 전 가졌던 단행본 기획회의에서 김태연씨가 낸 기획안을 보고 관심을 표하는 출판사가 있어 조만간 책을 낼지도 모르겠다고. 김성혜씨는 이미 여러 권의 단행본을 낸 저자다. 본인은 실력이 쑥쑥 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지만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글 쓰는 재미를 깨우쳐가고 있는 중이다. 자유기고가 과정을 수료했다고 해서 모두 글 쓰는 일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넓은 공간에서 함께 부대끼며 여러 경험을 쌓다 보니 잃었던 꿈도 되살아나고 새로운 목표도 세우게 됐다. 김해영씨는 과정 수료 후 중·고등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내친김에 전문대 진학도 이뤘다. 7명이나 되는 형제들과 시골에서 자라면서 일찌감치 접어야 했던 공부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대학 진학을 결심했던 당시만 해도 어머니가 살아계셨거든요. 제가 나이도 있고 하니 사회복지를 배워서 어머니를 모시며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회복지가 정말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인 데다가 체력도 뒷받침되어야겠더라고요. 학교에서 실습을 나가면 몸이 무척 힘들었어요. 나이는 못 속이겠던데요. 그래도 과에서 2등 한 적도 있어요(웃음).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앞으로 우리 어머니나 저 같은 50, 60대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평생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얼마 전 막 과정을 수료한 풋풋한 졸업생 김은하씨(32)도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과정을 끝내고 후속 프로그램으로 단행본 기획 발표를 했는데 ‘어린이 책’에 관한 기획이 호응이 좋았단다. 동화에 대한 관심을 살려 제대로 준비해보려고 최근에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수집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직접 지은 동화를 조곤조곤 들려준다는 김씨. 그녀의 소망은 「강아지똥」의 고 권정생 작가처럼 일상의 담백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엄마·아내를 존중하게 된 가족들 ‘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을 밟으면서 회원들 스스로가 많은 변화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태도 또한 크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뭣 하러 그런 데를 다니느냐’던 가족들이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주제를 알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던 김해영씨의 남편은 어느 날 아내가 자신의 칼럼이 실린 신문의 웹페이지를 보여주며 “이게 내 주제다”라고 말한 뒤부터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아내가 쓴 책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자랑할 정도라고. “늘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던 아줌마가 글 써서 돈 벌 거라며 밖으로 나가니까 처음에는 굉장히 싫어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밥도 알아서 먹겠다고 하고, 무조건 밀어줘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엄마를 뿌듯해한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해요. 가족들이 제가 이룬 것을 함께 기뻐해주니까 살아가는 재미도 더 생겨요.” 김태연씨의 친정어머니는 요즘 은근히 그녀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살림이나 잘하지”라며 딸의 외도(?)를 걱정하던 어머니는 “나는 못하고 살았지만 너는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살아야 한다”는 주의로 돌아섰다. 요즘에 김씨는 한창 관심이 많은 사진을 배우러 다니는데 어머니도 배우고 싶어 하신다고. 열심히 배워서 어머니께 가르쳐드릴 생각이다. 사실 외부 활동을 꿈꾸지만 나서지 못하는 엄마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육아 문제다. 김성혜씨에게도 한때 육아는 무거운 짐이었다.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 아이와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된 데도 ‘줌마네’ 자유기고가 과정의 도움이 컸다. “처음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아이가 엄마랑 떨어져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무척 걱정했어요. 그런데 3일쯤 불안하게 있다 보니까 아이가 나와 떨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로부터 떨어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러다간 계속 아이를 쫓아다니는 엄마가 될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죠. 그 문제는 제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서 저절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더 눈에 잘 들어오고요. 아이를 키우는 일이 힘들거나 부담된다는 생각 대신, 즐겁고 행복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에요.” 뿐만이 아니다. 글 쓰는 엄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역할 모델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는 아빠에 비해 엄마가 하는 일의 가치를 낮게 평가했던 아이들도 엄마의 일에 관심을 갖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처음에는 불쑥불쑥 엄마를 방해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이제는 “엄마, 글 쓰세요? 얘기해도 괜찮아요?”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온다. 김성혜씨의 남편은 취재로 아내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자 집안일을 일정 부분 도맡았다. 하지만 전혀 불평하지 않는다. 아내가 생계에 큰 보탬이 될 만큼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집에만 있을 때보다 가사에 신경 쓰지 못하지만, 그래도 김성혜씨에게 찾아온 삶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제가 글을 쓰고 일을 하면서 많이 밝아졌대요. 덕분에 집안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하구요. 사실 집안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엄마의 몫이잖아요. 아이들에게 취재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아요.”서로 질책하고 고민을 해결해주는 자유로운 공동체 찾아보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스스로 실력을 쌓아야 하는 영역이다 보니 굳이 이곳을 찾지 않아도 마음만 있다면 글쓰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줌마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보통 체면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뭔가를 마음먹어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줌마네’ 사람들은 언제나 뭐든 해야 한다고 부추겨요. 나를 가두고 제한했던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더 많이 해보라’고 격려해주죠.” 김해영씨의 말처럼 ‘줌마네’ 식구들은 서로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편집장으로 후배들을 키워내고 있는 소광숙씨는 같은 아줌마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고 전한다. 요즘에는 아줌마의 시각으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글들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어 더욱 기쁘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자신의 글도 돌아보게 되고, 생각도 나눌 수 있다. 수업이 끝나고 한데 모여서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영화를 보거나 각자 처한 어려움을 털어놓는 시간은 무척 소중하다. 보통 자유기고가는 ‘개인전’이기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면 혼자서 끙끙 앓게 마련인데, ‘줌마네’ 식구들끼리 머리를 맞대면 어렵지 않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태연씨는 ‘자신이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버틸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어요. 왜 그렇게밖에 못하느냐고 질책하기도 하고, 혼도 많이 내구요. 자극을 팍팍 주죠(웃음). 친절하게 ‘다음에 꼭 나오세요’라고 권유하는 것도 아니에요. 다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죠. 그래서 더 편안할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어색할 수도 있어요.” 동그랗게 구심점을 이루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제든 튕겨나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는 공동체. ‘줌마네’는 그런 곳이다. 이곳에서 자유기고가 과정을 수강하며 펜을 잡은 이들은 꿈과 에너지를 얻어 다시 자신을 찾아 떠난다. 새롭게 시작한 자유기고가 9기 과정은 더욱 주체적인 활동을 찾아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생생한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숨 쉬는 곳, ‘줌마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

      2008.07.2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