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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싹’ 김선호 여친 정이서, 알고 보니 ‘기생충’ 피자집 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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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싹’ 김선호 여친 정이서, 알고 보니 ‘기생충’ 피자집 사장이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정이서가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90년대 퀸카’로 완벽 변신했다. 정이서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에서 송부선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정이서는 마치 그 시대 인물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짙은 메이크업뿐 아니라 차진 연기로 극의 재미를 살렸다. 자유연애를 추구하지만, 돈 때문에 언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연인 관계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그렸다. “어쩌자고, 어쩌자고” 등과 같이 반복되는 대사의 발화의 고저와 장단을 달리하며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제공. 극 중 송부선은 양금명(아이유 분)이 머무는 서울 하숙집 딸로 처음 등장한다. 양금명의 이삿날, 송부선은 아버지를 피해 연인인 박충섭(김선호 분)과 함께 양금명의 방에 몰래 숨어들게 되면서 삼자대면한다. 송부선은 끝내 자신의 성정을 드러내야만 하는 행동력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송부선은 박충섭의 작업실에 드나들고, 박충섭이 일하는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양금명을 아니꼽게 봤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단히 오해한 송부선은 그때부터 방 앞에 놓인 양금명의 신발을 매번 발로 차고 다녔다. 정이서는 앞서 영화 ‘기생충’에서 피자집 사장 역할을 맡아 짧은 장면이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조제’, ‘헤어질 결심’, ‘더 킬러스’, 드라마 ‘보이스 3’, ‘구미호뎐’, ‘지금 우리 학교는’, ‘살인자ㅇ난감’ 등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꾀했다.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으로 매 작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한편, ‘폭싹 속았수다’ 속 정이서의 활약은 오는 2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3.24 14:26

    • ‘빌런의 나라’ 소유진X송진우X은찬X조단, 오나라 옆집 사는 기생충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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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의 나라’ 소유진X송진우X은찬X조단, 오나라 옆집 사는 기생충 가족?

      스튜디오 플럼 배우 소유진과 송진우, 은찬, 조단이 옆집 사는 오나라 가족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그린다. 오는 19일 첫 방송 예정인 KBS2 새 수목시트콤 ‘빌런의 나라’(연출 김영조, 최정은 / 극본 채우, 박광연 / 제작 스튜디오 플럼)는 K-줌마 자매와 똘끼 충만 가족들의 때론 거칠면서도 때론 따뜻한 일상을 담은 시추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극 중 소유진은 오나라의 동생이자 두 아이의 엄마 오유진 역을, 송진우는 유진의 남편으로 분한다. 두 사람의 첫째 아들 송강 역은 은찬이 맡았고 막내아들 송바다 역은 조단이 연기한다. 한 가족으로 뭉친 네 사람의 시너지가 극의 흥미를 자극하는 가운데, 오늘(11일) 오나라(오나라 분)의 옆집에 살게 된 소유진(오유진 역), 송진우(송진우 역), 은찬(송강 역), 조단(송바다 역)의 좌충우돌 가족 스토리를 제작진이 전했다. 유진과 진우, 강, 바다는 나라네 옆집에 지내면서 그들과 유쾌한 일상을 그려간다. 유진은 언니인 나라와 허구한 날 싸우지만 때때로 사이좋은 현실 자매 모습으로 웃음을 선물할 예정이다. 진우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서 현철과 아내 몰래 일을 벌이는가 하면 함께 힘을 합치는 공조 케미를 발산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유머를 이해해 주는 처형 나라에게 감동하며 호흡을 이어간다. 강과 바다는 옆집에 사는 구원희(최예나 분), 서이나(한성민 분), 서영훈(정민규 분)과 함께 서툴고 혼란스러운 청춘 성장 과정을 펼친다. 이들의 풋풋한 스토리는 보는 이들에게 힐링을 안길 전망이다. 모든 게 완벽한 삶을 산 강과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초딩 바다가 과연 나라네 가족과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궁금증이 증폭된다. 유진은 과거 형부 서현철(서현철 분)의 소개로 진우를 만났다. 유진은 평범 이하였던 그에게 크게 실망했지만, 진우 목울대에 반하고 만다. 이후 유진은 목소리마저 섹시했던 진우와 결혼에 성공했지만, 사고뭉치인 남편 때문에 원수 같은 언니 나라와 옆집에 살게 된다. 큰 사고를 친 진우는 막내아들보다 못한 서열 꼴등으로 밀려나고, 유진은 나라네에서 반찬과 옷, 생필품 등을 가져다 쓰며 짠내를 자아낸다. 유진은 기생충처럼 나라네에 빌붙어 지내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는 성대 미남 진우를 사랑한다고. 진우가 한순간에 집안 서열 꼴등이 된 사연이 무엇인지, 두 사람의 웃픈 부부 생활이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커진다. 유진과 진우 첫째 아들 송강은 얼굴, 키, 두뇌 삼박자를 고루 갖춘 완벽남이다.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강은 학기 초 여학생들의 눈길을 끌지만, 그것도 잠시 팩폭과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에게 상처를 안겼다. 그런 강 앞에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한 사람이 나타나게 되는데. 과연 완벽했던 강의 인생에 찾아온 사람은 누구일지, 유진과 진우의 유일한 희망인 강의 첫사랑 도전기가 흥미를 더한다.

      손봉석 기자 2025.03.11 20:14

    • 권상우 “생간, 천엽 먹다 기생충 감염…폐 하얗게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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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상우 “생간, 천엽 먹다 기생충 감염…폐 하얗게 변해”

      유튜브 채널 ‘광재언니’ 배우 권상우가 기생충 감염으로 폐가 하얗게 변한 일화를 들려줬다. 3일 유튜브 채널 ‘광재언니’에는 ‘곱창에 무제한 소주를 마신 결과! (feat. 히밥 추천 맛집) 끝까지 봐야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권상우는 “곱창집에 오면 간, 천엽을 주는데 그걸 좋아한다. 예전에 고현정 누나와 ‘대물’ 드라마를 찍을 때 촬영장 옆에 한우 가게가 많았다. 서비스로 간 천엽을 주는데 너무 많이 주시니까 많이 먹고 그해 건강검진을 했다. 그런데 폐가 하얗게 변했더라”라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권상우 “그때가 신혼이었는데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간, 천엽을 하도 먹어서 기생충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나 죽는 건가 싶어서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으니 자연스럽게 없어지다 하더라. 그래서 기생충 약 사먹고 이후로 간, 천엽을 몇 년 안 먹었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5.02.06 15:11

    • 박하선, 역대급 범죄와 기생충녀에 “이상한 사람 너무 많아” (히든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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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하선, 역대급 범죄와 기생충녀에 “이상한 사람 너무 많아” (히든아이)

      13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의 한 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MBC에브리원 예능 ‘히든아이’에 출연하는 배우 박하선이 역대급 ‘기생충녀’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 사진 속에 담긴 범죄 이야기를 파헤치는 ‘현장 네 컷’에서는 식당을 찾은 중년 남녀가 역할분담까지 하며 범행을 저지르는 영상이 공개된다. 소유는 “저런 것까지 챙기는 거는 처음 본다”고 황당해했다. 또 다른 현장 네 컷에서는 커피를 마시자마자 목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 뱉어낸 카페 점장의 모습에 커피 안에 무엇이 있을지 추측이 이어진다. 13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의 한 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정답이 밝혀지자 소유는 “저건 진짜 죽는다”고 우려했고, 박하선은 “살인미수 아니냐”고 분노했다. 권일용의 범죄 규칙 ‘가장 안전해야 하지만 범죄의 온상지가 된 이곳!’에서는 영화 기생충녀의 등장에 소유는 “동작이 되게 호러스러워”라며 소름 끼쳐 했다. 심지어 2주 동안 무전취식은 기본, 싱크대에 소변까지 보는 기행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어 하반신 마비 장애인의 휠체어에 테러하는 모습을 본 권일용은 분노했다. ‘보복 범죄’를 다루는 장면에서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10대 딸의 남자친구를 찌른 엄마의 모습이 등장해 출연자들이 경악했다. 딸을 지키기 위해 딸의 남자친구를 찌를 수밖에 없었다는 엄마의 변명에 김동현은 “살벌하다”고 떨었다. 13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히든아이’의 한 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이유로 사찰을 태운 방화범의 모습에 박하선은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다. 퇴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각종 범죄의 현장을 담은 코멘터리쇼 ‘히든아이’는 오는 13일 오후 7시4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5.01.11 12:44

  • 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중국의 ‘탕핑’과 한국의

      오피니언

      [오늘을 생각한다]중국의 ‘탕핑’과 한국의

      대안이 또렷하지 않은 시대에도 저항은 있다. 오늘날 동아시아가 그렇다. 가령 2019년 홍콩의 청년 시위대 일각은 ‘란차오(攬炒)’와 “네가 불태운다면 넌 우리와 함께 불탈 것이다(If you burn, you burn with us)”라는 구호를 외치며 도시를 멈추려 했다. 란차오는 카드게임에서 유래하는데 ‘끌어안고 같이 죽는다’는 뜻을 갖는다. 화해의 포인트를 찾을 수 없었던 정부 측과 용무파 청년들의 대립은 극심한 국가폭력과 방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얀마 군부쿠데타 이후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이보다 대중적이고 저항적인 의미를 띤다. 물리적 저항의 측면에서는 수위가 낮고 다양하지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권력에 위협적이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 시위를 제압하고 학교나 공공시설을 정상화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목숨을 건 시민 불복종 운동에 가로막혀 난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극적이고 익명적인 저항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일본의 청년들은 ‘잃어버린 20년’을 경과하며 경제도 사회운동도 모두 오랜 침묵의 시기를 벗어나지 못하자 욕망을 최소화시키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는 사회변화의 대안을 창출해내지는 못하지만, 그곳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집단적인 반작용을 반영한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인기 검색어는 ‘탕핑’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네티즌이 즐겨찾는 커뮤니티인 바이두의 ‘중국 인구 게시판’에 “탕핑이 곧 정의다”라는 짧은 글이 올라왔다. 필자는 “나는 디오게네스처럼 나무통 안에서 자고 햇볕을 쬐거나 헤라클레이토스처럼 동굴 안에서 로고스를 사유할 수 있다”며 “탕핑은 나의 지식 운동이다. 탕핑만으로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적었다. 탕핑은 대륙의 무수한 ‘밈’을 연상시킨다. 바로 방바닥이나 거리에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업자의 모습이다. 그것은 단순히 쉼이나 권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 뒤에 따라붙은 무수한 논의가 가리키듯 중국공산당이 강조하는 ‘분투’와 ‘노력’에 대한 거부이자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자본과 기업가들에 대한 암묵적인 파업이다. 그러니 풀어쓰면 ‘눕다’와 ‘평평하다’를 뜻할 뿐인 ‘탕핑’에 관한 글들이 순식간에 검열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가령 출로 없는 사회에서 억압된 욕망을 누르며 감추어진 공간에 살아가는 반지하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 <기생충>을 통해 비슷한 모순을 감지할 수 있다. 10년 전 ‘헬조선’이나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도 노동권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절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조금은 진전된 저항, 조금은 나은 대안을 창출하는 게 필요하다. 동아시아 각국이 민족주의 열풍에 침식되지 않고 연대의 길을 찾기 위한 노력도 절실하다. 어쩌면 동아시아 각국 청년들이 겪는 현실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 전 ‘헬조선’이나 ‘3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도 노동권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절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조금은 진전된 저항, 조금은 나은 대안을 창출하는 게 필요하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2021.06.11 14:40

    •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기생충’이 주목한 한국사회의 모순

      ㆍ반지하와 저택 구도, 부자에 빌붙어 살아가는 가난한 자…우리사회 우화적 축소판 이 아카데미와 칸 영화제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니다. 이 가운데 조금 더 어울리는 상을 선택하라면 나는 아카데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빈부격차가 있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것을 불평등한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묘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와 에서의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익숙한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선택했고, 공간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은 유머러스하면서도 풍부한 상징성을 지닌 우화로 사람들을 홀리는 데 성공한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 바른손이에이 에 등장하는 두 가족 이야기는 한국사회의 우화적 축소판이다.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있고, 가난한 이는 부자에 빌붙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가난한 자들은 부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들의 삶은 서비스를 매개로 어떤 선을 넘지 않은 채 함께하고 있지만 가난한 자의 냄새는 부자를 불쾌하게 하고, 다시 가난한 자의 모욕감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이 단순한 구도의 이야기가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빈부격차의 심화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가난한 자들의 처지 역시 그다지 다를 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봉준호는 이러한 사회관계를 반지하와 저택 그리고 지하라는 구도로 공간화시키고, 부자에 빌붙어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저택의 수려한 화면 속으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들의 처지는 마치 밤에 형광등을 켜면 재빨리 사라져버리는 벌레들과 다를 바 없기에 그들이 담겨있는 아름다운 저택 장면은 모순으로 얼룩져 버린다. 가난한 자들의 쿨함과 부자들의 단순함 이 우화적 세계에서 주목해볼 만한 점은 가난한 자들의 ‘쿨(cool)’함과 부자들의 단순함이다. 가난한 자들의 쿨함은 이 영화를 청년영화로까지 보이게 한다. 아버지 기택과는 달리 기우와 기정은 매사에 거침이 없고, 어떤 일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사기를 위한 연기력도 출중하다. 그들의 학습능력·임기응변은 유연화된 자본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예비 노동자의 덕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년 주인공들의 쿨함에는 그에 더해 어떤 뻔뻔함이 배어 있다. 그들은 박 사장의 가족을 속일 때 어떤 도덕적 가책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서는 나 에서 주인공이 보여주는 체제 내 공범자로서의 죄책감 같은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기우와 기정의 ‘기세’는 순도 높은 집중력의 산물로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당당해 보이는 것은 거추장스러운 공동체의 도덕적 제약을 덜어내고 오직 현 상황에의 적응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당당함은 체제에 대한 저항을 완전히 제거함을 통해 성립되는 역설적인 성격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쿨함은 사실 굴복의 신호와 다름없다. 그에 비해 부자들은 착하고 단순한 사람들로 그려진다. 그들은 너무 쉽게 속고, 이상한 상징들에 집착한다. 그런데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이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의 눈에 비친 부자들이라는 점이다.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느껴지는 관객들의 불안감은 이 영화의 시선이 가난한 사람들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친 부자들은 더 이상 자본가 계급이라는 집단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도덕적 존재도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부자들은 가치를 넘어선 일종의 사회환경 같은 것이다. 그런데 가난한 자들이 부자를 순진하고 단순한 사람들로 그릴 수 있는 것에는 현 단계의 자본주의 가치체계가 먹고사는 것과는 무관한,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가상화되는 가운데서 가치는 더 이상 물질적인 것이 아닌 봉준호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상징적인 어떤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에 비친 부자들은 이상한 것에 높은 대가를 지불하는, 마치 사기를 당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감각은 빈자들이 사회시스템에 대한 이해에 실패하는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에 부자들은 때때로 영화의 우화적 분위기와 어우러져 가상의 존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는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가상화되는 것에 기반을 둔 우리 시대의 감각인 것이다. 현 사회를 비추는 기우의 마지막 장면 그런 측면에서 ‘냄새’는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관심과 오해로 분리되어 있는 두 집단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 바로 냄새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냄새는 계급 갈등을 촉발하는 매개처럼 보인다. 매너 있는 박 사장이 냄새로써 표현하는 타인에 대한 멸시는 기택으로 하여금 박 사장을 죽이게끔 한다. 하지만 기택의 칼이 한국사회에 누적된 계급 적대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그의 살인은 이야기에 누적된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서사장치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사무치게 다가오는 것은 기우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는 모멸적인 상황과 아버지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우선 돈을 벌어 그 집을 사기로 결심한다. 아마 그 돈을 벌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돈을 벌기로 함으로써 저항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 사장을 죽이는 기택의 선택이 다소간 한국사회의 과거를 상징한다면 기우의 선택은 바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한국사회를 비추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은 와 결론에서 반대에 선다. 의 흥행은 정확히 꼬집을 수 없지만 지금의 체제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감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조커의 폭력적 행동에 정합성이 아닌 적대적 감정으로 공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에서는 체제와의 싸움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징후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봉준호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위생에 대한 강박이다. 에서는 가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결핵이라는 질병의 위험을 동원했고, 기택이 연교의 손을 잡았을 때 연교는 손을 씻었는지 묻는다. 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의 위협을 내세워 사람들을 격리하고, 봉준호의 거의 모든 영화에서는 방역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봉준호는 계급투쟁 이후의 적대는 일종의 질병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되지 않을까 본 것 같다. 바이러스의 위협은 눈에 보이지 않고 누구나 타인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마치 대테러전쟁처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은 탄핵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해 가는 한국사회의 적대를 통찰력 있게 관찰하고 있다. 모순이 있는 한 적대는 소멸하지 않는다.

      2020.02.24 15:57

    • 문화/과학 해외문화 산책

      [해외문화 산책]블랙리스트 뚫고 빛을 본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외국인의 눈으로 다시 돌아보게 했다. 영국 BBC와 가디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한국의 독특한 주거구조인 반지하에 주목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예술인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던 블랙리스트에 봉 감독의 이름이 올랐던 사실을 언급했다. BBC는 2월 10일 ‘서울의 반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기사에 소개된 오기철씨(31)의 반지하 주택에는 빛이 거의 들지 않는다. 여름에는 습기와 곰팡이와 싸워야 한다. 사막의 극한기후에도 살아남는 다육식물도 오씨의 집에서는 살아남지 못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창문으로 그의 집을 들여다볼 수 있고, 10대 청소년들이 그 앞에서 침을 뱉기도 한다. 오씨는 “한국에서는 좋은 차와 집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지하는 가난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이 2월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에서 인권변호사 송우석 역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 / NEW BBC는 반지하를 영어 ‘Banjiha’로 표현했다. 영국의 주거형태와 일 대 일로 대응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반지하는 남북 갈등에서 비롯된 역사적 산물이다. 1968년 북한의 청와대 습격 사건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1970년 건축법을 개정했다. 국가 비상사태 시 모든 신축 저층 아파트의 지하를 벙커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 공간을 거주지로 임대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주택난이 심해지고 정부는 주택을 충분하게 공급할 여력이 안 되자 반지하 임대를 묵인했다. 1984년 주택법이 개정돼 반지하 주택 건설 요건이 완화되면서 반지하 주택은 더욱 늘어났다. 여기에 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반지하는 빈곤층·미취업 청년 등에게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반지하에 사는 이들의 계급상승 욕구를 그린 <기생충>은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계속 있었더라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워싱턴포스트는 칼럼을 통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성취를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봉 감독은 물론 배우 송강호와 영화 제작을 지원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 이념 성향이 다른 예술인들을 전방위로 탄압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1만 명에 달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 <괴물>은 반미주의 영화, <설국열차>는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고 저항을 부추기는 영화로 평가됐다. 신문은 송강호는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변호인>에 출연한 후 압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캐스팅 제안이 끊긴 것을 말한다. 이 부회장은 사임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랙리스트가 계속 존재했다면 <기생충>이 결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도 블랙리스트는 2016년 대중에 공개됐고,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효재 국제부 기자 2020.02.14 15:48

    • 문화/과학 언더그라운드 넷

      [언더그라운드 넷] 캐나다 피자박스녀 유튜브 영상, 얼마나 벌었을까

      “항상 그렇게 일했다. 박스를 재빨리 만드는 한편 조리를 하거나 전화주문을 받기도 했다.” ‘박스를 항상 미리 접어놓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현지시간으로 2월 9일 일요일 밤, <기생충>의 수상 소식에 캐나다 가정주부 브리아나 그레이(30)는 “내가 박스를 만든 바로 그 최고의 배우(best actor)”라며 환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글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영어권 사용자, 주로 북미지역 누리꾼이 사용하는 디시인사이드쯤 되겠다. 그녀의 레딧 활동명은 BreezyRiver. 7년을 레딧에서 활동한, 한국식 인터넷용어로 하자면 올드비, 죽돌이다.(아니 여성이니 죽순이라고 해야 할까) 브리아나 그레이의 유튜브 동영상을 쓴 영화 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아무튼 레딧의 시스템은 사용자들이 주목하는 글은 추천을 통해 위로 올라간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식에 단 그녀의 글은 이내 베스트글로 상단으로 떠올랐다. 많은 질문이 오갔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영화사 측에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했냐는 것.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백 달러를 받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녀도 지난해 자신이 사용하는 랜덤메일을 통해 영화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자신의 e메일을 어떻게 영화사 측이 알아냈는지는 자신도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레딧 글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영상이 나오는 초반 부분을 제외하고 영화 전편을 아직 보진 못했다. 신생아를 키우느라 차분히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유튜브에 이 50초짜리 영상을 올린 것은 2015년의 일이지만, 영상은 그녀의 동생이 2009년에 찍은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피자박스를 접는 사람’ 바이럴이 성공한 것도 레딧 덕분이었다. 어쨌든 첫 영상은 한동안 유튜브에서 수익창출을 했는데, 유튜브 정책이 바뀌면서 수익을 낼 수 없었다고 한다. <기생충>이 4관왕 하던 날, 오가는 축하 와중에 ‘다시 수익을 내려면 1000명의 구독자를 달성해야 한다’고 그녀가 밝히니 레딧 회원들이 앞다투어 구독신청해 도왔다. 그녀는 ‘이 맛에 레딧을 한다’고 감사 글을 남겼다. 그녀가 새로 등록한 <기생충>과 관련한 브이로그도 레딧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올린 것이다. 2월 13일 현재 그녀 채널의 구독자 수는 1620명. 댓글 등으로 미뤄보면 한국 누리꾼 응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2020.02.14 15:48

  • 레이디경향

    • 기생충, 전멸한 게 아니었네?

      건강

      기생충, 전멸한 게 아니었네?

      2024년 건강검진 수검자 중 양성자는 총 540명 장흡충 및 간흡충 감염이 가장 높게 나타나… 2024년 건강검진 수검자 111,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생충 검사 결과, 양성자는 총 540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생충 양성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주의는 필요하다. 픽셀즈 2024년 건강검진 수검자 111,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생충 검사 결과, 양성자는 총 540명(0.48%)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3년 검사 결과(102,120명 중 654명, 0.64%) 대비 0.16% 감소한 수치이며, 국내 기생충 양성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치료하지 않을 경우 합병증을 유발해 주의는 필요하다. 기생충 양성자 중 장흡충 양성자가 264명(48.9%)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간흡충 190명(35.2%), 편충 78명(14.4%) 순으로 나타났다. 양성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흡충과 간흡충은 주로 민물고기 생식, 오염된 조리도구 사용 등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에 강 유역(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 지역에서 유행하며, 2024년도 건협 지역별 양성률도 경상도 지역(1.03%), 부산(0.61%), 울산(0.58%), 전라도 지역(0.5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간흡충, 담관암 등 담도질환 유발 간흡충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생물학적 발암물질 1군으로 지정한 기생충으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담관염, 담낭염, 심할 경우 담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자연산 민물고기를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하며, 감염 시에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른 전문의약품을 복용해야 한다. 기생충 양성자 치료연계를 위한 사후관리 강화 기생충은 생활 습관에 따라 재감염의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기생충 양성자의 인식(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기생충 위험성, 치료의 중요성, 예방법 등이 포함된 리플렛을 제공하고 있다. ※기생충, 어떻게 감염될까? 장흡충, 간흡충은 모두 기생충의 한 종류로, 주로 소장(小腸)에 기생하여 감염을 일으킨다. 주로 오염된 물고기나 수생 생물을 날것으로 섭취할 때 발생한다. 1. 감염 경로 민물고기, 갑각류 등의 생식 기생충의 유충(메타세르카리아, metacercaria)이 포함된 민물고기(잉어, 붕어, 숭어 등)나 갑각류(가재, 게 등)를 날것으로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충란이 포함된 물이나 음식 섭취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충란이 묻은 손으로 음식을 조리할 경우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감염된 물고기를 덜 익힌 상태로 먹거나, 같은 도구(칼, 도마)를 사용해 오염될 수도 있다. 2. 감염 증상 초기에는 무증상이 많지만, 감염이 진행되면 소화불량, 설사, 복통, 체중 감소,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장 점막 손상 및 염증 발생장폐색(드물게 심한 감염 시 발생 가능) 3. 예방 방법 ? 민물고기 및 갑각류를 반드시 익혀서 먹기 (섭씨 70℃ 이상 조리) ? 날생선을 다룬 도구(칼, 도마 등)와 조리된 음식 구분 사용 ? 깨끗한 물을 마시고 손 씻기 ? 위험 지역(특히 동남아,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날생선 섭취 피하기 한국건강관리협회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생충 감염병 조사·연구 및 예방사업을 수행하는 법정단체로서, 매년 전국 17개 시·도지부에서 질병관리청 민간경상보조사업 및 한국건강관리협회의 기생충 조사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2025.02.20 15:11

    •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요? ‘기생충’②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화제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요? ‘기생충’②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기생충> 보도 스틸 ▶어딘가 열등감 냄새가 나지 않아요? ‘기생충’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에 이어서 윤병문 : 마지막 결말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박성근 : 결국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한 거지. 이제 기택이 가정부 남편 신세가 됐잖아? 지하 벙커에 숨어 사는. 철저한 기생형이고 더 이상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는 회피형. 거짓으로 기생한 것도, 박 사장을 칼로 찌른 것도, 건설적인 노력이 아니었으니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봐. 다만 아들은 좀 달랐어. 수석을 제자리에 갖다 놓잖아? 헛된 권력을 내려놓고 돈을 많이 벌어서 아버지를 당당하게 걸어서 올라오도록 해드리겠다고 다짐해.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지.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반지하방 신세야. 윤 : 저는 그 시점에서 이 영화를 좀 다르게 보게 됐어요. 아버지를 구하는 방식이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서잖아요? 그러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 텐데. 사실 영화의 전체 흐름을 보면 아버지는 그냥 나오면 돼요. 주인이 없을 때. 근데 그렇게 안 해요. 마치 그러면 무슨 규칙에라도 어긋나는 것처럼요. 박 : 그러네. 윤 : 우선 이 이야기의 화자는 아들이에요. 이야기를 이끌어 나아가는 게 아들인데, 이 영화에선 아들이 3명 또는 4명까지 나온다고 볼 수 있어요.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기택도 어떻게 보면 아들의 이미지에요. 박 : 그럼 이 영화는 아들의 시각, 그러니깐 박우식이 연기한 기우라는 아들만이 아니라, 아들이라는 위치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거네? 윤 : 그렇죠. 그런데 저는요 영화를 파악할 때 우선 그 감독에 대해 먼저 파악하고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의 배경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봐요. 봉준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였어요. 봉 감독의 아버지는 미대 교수님이신데 영화와 관련된 일도 많이 하셨던 분이에요. 외할아버지는 꽤 유명한 소설가이고요. 그러니까 나름대로 유서가 있는 엘리트 집안인 거죠. 형제들도 그래요. 형은 서울대 영문과 교수이고 누나도 예술 쪽으로 재능이 있어요. 대략 이런 집 안에서 자란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적부터 공부를 굉장히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좋아했다고 하네요. 아마 부모님은 형처럼 공부해서 교수나 학자가 되길 바랐겠죠? 실제로 인터뷰에서도 자기가 어렸을 때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그런 딴따라 백수 같은 거 하지 말고 교수나 회사원 같은 공부 쪽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하더라고요. 박 : 권위상인 아버지한테서 인정을 못 받은 건가? 윤 : 인정을 못 받았다고까지 말하기는 그렇고요. 형도 영화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하셨잖아요. 저도 그래요. 근데 좀 다른 식이에요. 주인집에 몰래 붙어사는 가족들 전체도 기생충이지만, 그냥 한 사람으로 놓고 보면 사람 자체가 기생충이에요. 그런 말 있잖아요, 자식은 기생충이라고. <기생충> 보도 스틸 박 : 의과대학 때 산부인과 교수님이 태아만큼 완벽한 기생충은 없다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네. 윤 : 맞아요. 그게 나쁜 뜻으로는 아니고요. 자식은 어쩔 수 없이 부모한테 기생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기생충은 나를 뜻하기도 해요. 봉준호 감독은 그걸 영화로 보여주는 거죠. 어렸을 적에 부모한테 그렇게 기생하던 내가 이만큼 자라서 그걸 극복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도 다루고 싶은데, 거기서도 똑같은 얘기가 나와요. 의존적이던 아들이 성장해서 영화를 만들어 아버지한테 바친다는…. 박 : 아버지에 대한 헌정영화라는 말이네? 윤 : 헌정영화라는 거죠. 두 영화 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영화를 바치고 싶은데 그럴 상대가 없는 거죠. 칸 영화제 시상식에선가 찍힌 사진이 있어요. 유명한 사진인데, 이게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자기가 받은 황금종려상을 송강호씨한테 무릎을 꿇고서 바쳐요. 마치 아버지께 바치는 것처럼요. 박 : 송강호씨가 아버지처럼 느껴졌나? 윤 : 어쨌든 그 모습은 아버지한테 상을 바치는 건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기자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오버하는 모습을 보이느냐 생각해보면 감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이 영화에서도 은연중에 드러난다고 저는 보는 거예요. 제가 보는 이 영화는 어떤 구조냐면 한마디로 선을 넘지 말라는 거죠. 아빠가 말하는 거예요, 엄마를 넘보지 마라. 이런 원초적인 갈등 때문이라는 암시는 반지하방이라는 설정에서부터 나타나요. 눈높이의 창으로 바깥이 살짝 보이는 반지하. 그 위는 의식 세계이지만 그 밑은 무의식의 세계인 거죠. 박 : 앞에서 내가 말한, 운전기사가 뒷자리로 넘어와서 섹스를 한 거로 의심하는 장면도 계급의 선일 수도 있지만, 윤 원장 말대로 성적인 의미의 선일 수도 있겠네. 윤 : 상도 상이지만, 영화 자체가 아버지한테 바치는 거죠. 아까 아들이 3~4명 나온다고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박 사장의 아들이에요. 근데 걔가 꼭 봉준호 감독 같아. 미술을 너무 잘해. 꼭 어렸을 적의 자신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인디언놀이도 좋아하고 인디언텐트에서 자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그 인디언텐트가 뭘 상징하느냐 하면 성기. 발기된 성기 모양 같죠. 박 : 남자들 아침에 일어날 때 발기되는 걸 보고 몽고텐트 친다는 농담을 하지. 윤 : 근데 거기서 잘 보면 아들이 인디언텐트에서 자는 동안 박 사장네 부부가 뭐를 하느냐 하면 바로 앞에서 애가 놀고 있는데 둘이 섹스를 해요. 왜 섹스를 하느냐? 이 여자는 내 거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넘보지 말라는 경고에요. 그러고 나서는 홍수가 나요. 홍수도 사실은 성적인 의미잖아요. 그러니깐 이것들이 다 무의식적으로는 성적인 의미들이에요. 그래서 이제 잘 보면 제가 왜 아들을 3명에서 4명의 이미지로까지 얘기하느냐면요…. <기생충> 보도 스틸 박 : 주인공네 아들이 있고, 박 사장네 아들이 있지. 이렇게 둘인데? 윤 : 또 한 명은 기택이예요. 기택은 아버지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해요. 박 : 아까 말한 시상식 사진에서 봉 감독의 아버지처럼 보였다는 건 알겠는데…. 윤 : 근데 영화에서는 아들이에요. 봉 감독 자신. 그럼 영화에서 아버지는 누구냐? 박 사장이에요. 박 사장을 둘러싸고는 세 명의 아들이 있어요. 인디언놀이를 하는 진짜 친아들,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 기택, 그리고 가정부의 남편 이렇게 셋이요. 가정부의 남편은 박 사장님 리스펙트 외치면서 아버지에게 절대로 복종하는 아들을 뜻하죠. 박 : 그럼 박 사장을 칼로 죽인 기택은 완전히 오이디푸스네. 윤 :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데 내가 죽이면 나쁜 거잖아요. 나의 아버지를 내가,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돼서 죽이는 거예요. 감독의 무의식적 욕망은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깐 자신의 대리인인 송강호(기택)를 통해, 자기 아버지의 대리인인 박 사장을 죽인다는 거죠. 박 사장 아들도 봉 감독이 치환된 인물이에요. 인디언놀이로 아빠 박 사장을 죽이죠. 영화라는 작품으로 이런 봉 감독의, 그러니깐 모든 인간이 가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투영이 되지만 현실에서는 완전히 다른, 아주 바람직한 형태로 해결을 해요. 바로 멋진 영화를 만드는 거죠. 아이들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바로 아빠 같은 남자가 되는 거잖아요? 영화계에 몸담았던 미술가인 아버지처럼 봉 감독도 그 길을 따르는 거예요. 박 : 그럼 봉 감독은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통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네. 윤 : 영화를 보면서도 기택이 박 사장을 죽이는 이유도 사실 좀 지나쳐요. 죽일 거까지는 없잖아요? 형은 아까 냄새 때문에 열등감을 자극해서라고 하셨지만 전 이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환상이라고 생각해요. <기생충> 보도 스틸 박 : 의식의 수준에서는 열등감 폭발이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아버지를 죽이고서 엄마를 차지하고픈 원초적인 소망이 드러난 거다? 윤 :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면 이상하게 보이니까, 감독은 그걸 영화로 포장을 한 거죠. 그런데 아버지가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 물론 진짜로 죽는 건 아니고요, 마음 속에서 죽이면 말이죠. 그러면 이제 아버지는 신격화돼, 아버지의 말씀은 법이 돼. 아버지가 무의식 속에서 죽고 나면, 사실은 죽기 전에는 아버지하고 아들은 엄마를 두고 라이벌 관계였는데, 죽은 뒤에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했던 말이나 행동들이 규칙이 되는 거죠. 그래서 규칙을 더 잘 지켜요. 그게 영화에서 또 어떻게 나오나 하면, 이번엔 기택의 아들이 봉 감독이 되는 거예요. 지하벙커에 숨어있는 자기 아버지를 그냥 꺼내오면 돼, 몰래 들어가서. 근데 그렇게 안 해요. 굳이 힘들게 규칙에 따라 그 집을 사서 아버지를 구하려고 해요. 박 : 누구한테 검열을 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게 발달심리학적으로는 이제 아버지가 죽고 없어서 벌 줄 사람이 없지만 그러면 세상은 엉망진창이 되니까 오히려 더 스스로 규칙을 지켜. 이제 자신의 초자아가 형성되는 거지. 자기 자신의 초자아가 돼서 내가 규칙을 어겨가면서 아버지를 무조건 빼내는 게 아니라 합법적으로 돈을 벌어 집을 사서 아버지를 꺼내오는 거구나. 윤 : 그냥 그렇게 꿈을 꾸는 거죠. 사실은 그냥 꿈일 뿐이기는 하지만. 박 : 결국은 봉 감독의 소망인 거네. 윤 : 소망이고 그게 이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에요. 봉 감독의 아버지는 돌아가셨으니까 아버지에 대해서 신격화하고 우러러보게 되는 거죠. 박 : 윤 원장의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아들이 4명일 수도 있다고 했는데? 윤 : 나머지 한 명은 지하벙커에 살던 또 다른 아들, 가정부의 남편이요. 그 아들은 엄마를 차지한 거죠. 아내가, 그러니까 가정부가 황급히 돌아와서 젖병을 물리잖아요? 남편은 꼭 아기처럼 젖병을 빨아요. 엄마를 독차지한 거죠. 대신 이 사람은 아버지, 그러니까 박 사장이 퇴근해서 들어올 때마다 이마를 찧어 복도 불을 켜주잖아요? 그러면서 늘 박 사장님 리스펙트 하고 외쳐요. 철저히 복종하는 거죠. 아버지한테. 박 : 그러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네 명의 아들들은 모두 봉준호 감독의 어떤 모습들이 각각에 투영되고 있다는 거네? 윤 : 저는 그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거라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 영화로 아버지 저는 딴따라 백수가 아니에요, 큰 상도 받았어요, 아버지 받아주세요 하고 딱 바치는 게 그 사진이라는 거죠. 송강호씨한테 무릎까지 꿇고서 상을 바치는…. 박 :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봉준호 감독한테 고소당하는 거 아닌가 몰라? 윤 : 그냥 이건 제가 영화를 이렇게 이해했다는 것이지 꼭 사실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고소는 하지 말아 주세요. Key Word : 아들러(Alfred Adler)에 대하여 1870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아들러는 프로이트와는 14살 차이입니다. 프로이트 학파의 핵심 멤버로 빈 정신분석학회를 설립하기까지 했지만 차츰 견해 차이를 보이며 나중에 따로 개인심리학회를 만듭니다. 여기서 개인이라는 용어 때문에 자칫 오해하기 쉬운데, 아들러의 논조는 개인주의와는 정반대 개념으로,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를 매우 강조합니다. 정신분석학회에서는 한 개인을 여러 심리구조, 그러니까 이드와 자아, 초자아 등으로 나눠서 분석하면서 과거의 트라우마를 강조한데 반해, 아들러는 이런 식으로 나누기보단 하나의 개인이 주변과 갖는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면서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자신보다 나아지고, 타인보다 우월해지려는 노력이 한 사람을 발달시킨다고 강조합니다. 열등감을 극복해내지 못해서 생기는 콤플렉스, 보다 우월해지려는 의지인 권력에의 추구, 출생 순서에 따른 성격 차이, 각 개인의 생활양식(life style) 그리고 과정을 중시하면서 선택과 책임은 개인의 몫이라고 강조한 것 등은 현대 교육학 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지는 기본 개념이 되었습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박성근 정신과 전문의 2024.01.31 07:07

    • 어딘가 열등감 냄새가 나지 않아요? ‘기생충’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화제

      어딘가 열등감 냄새가 나지 않아요? ‘기생충’① [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두 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한 편의 영화를 두고 정신분석학적 시각과 정신의학 이론을 토대로 다각도로 분석해 보는 코너입니다.] <기생충> 포스터 영화 <기생충>(2019)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지하 방에서 살고 있는 네 명의 가족은 피자박스도 제대로 접지 못하고 별다른 계획도 없다. 어느 날 아들의 친구가 찾아와 할아버지의 수석을 주면서 자신이 가르치던 과외를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명문대생이라고 속인 채 박 사장 딸의 과외를 맡은 아들은 환심을 사게 되고, 박 사장 아들을 지도해줄 미술 선생님을 소개해주겠다며 자신의 여동생을 연결해준다. 딸은 특유의 말재간으로 사모의 마음을 사로잡고는 박 사장 운전기사를 음해해 해고되도록 만든 뒤 아버지가 대신 채용되도록 꾸민다. 그런 다음 이번엔 가정부 자리까지 꿰차기 위해 또 다른 음모를 꾸며 성공한다. 이제 주인공 가족 넷은 모두 박 사장 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박 사장 아들의 생일을 맞아 캠핑을 떠난 날 주인공 가족들은 거실에 모여 주인 행세를 하며 술파티를 연다. 그때 예기치 않게 예전 가정부가 지하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며 잠시 들여보내 달라고 사정을 한다. 가정부를 따라 지하 비밀 벙커로 들어가자 거기엔 가정부의 남편이 4년째 살고 있었다. 주인공 가족이 모두 한패라는 걸 알게 된 가정부는 사진을 찍어 박 사장네한테 보내겠다며 협박하다가 결국 큰 몸싸움이 벌어진다. 그 순간 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에 캠핑이 취소됐다며 박 사장네가 돌아오자 다들 황급히 숨다가 가정부는 계단에서 굴러 죽는다. 가까스로 박 사장 집에서 탈출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마을은 침수되고 주인공 가족은 이재민 보호소 신세가 된다. 다음날 박 사장 아들을 위해 깜짝 생일파티가 준비되고 주인공 가족들은 모두 초대된다. 주인공 아들을 수석으로 내리치고 지하에서 탈출한 가정부 남편은 파티 중이던 주인공 딸을 칼로 찌르고, 인디언 분장을 하고 있던 아버지는 그 칼로 박 사장을 찌른 뒤 달아난다. 아들은 한 달 만에 깨어나 그간 아버지가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음을 알아내어 나중에 돈을 벌어 아버지를 걸어서 올라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반지하방 신세이다. 윤병문 : 형은 <기생충> 재미있게 봤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니까요. 박성근 : <기생충>이 처음 이목을 끈 게 아마 칸 영화제에서 상을 타면서 부터지? 윤 : 그렇죠, 아직 국내 개봉도 하기 전이니까요. 박 : 기사로 잠깐 소개됐을 때 난 계급갈등, 뭐 이런 소재이겠거니 하면서 사실 별로 구미에 당기진 않았었거든. 윤 : 근데 아주 잘 만든 블랙코미디죠. 박 : 난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기생충’이라는 제목이라고 봐. 윤 : 간결하면서도 아주 임팩트있죠. 박 : 과장하자면 제목이 이 영화를 다 말해준다고까지 할 수 있지. 이번에 다시 보면서 발견한 건데, 주인공 가족 있잖아. 그 가족들 이름을 보면 되게 재밌어. 아버지 이름은 기택이야. 아들 이름은 기우고, 딸은 기정이야. 사실 아버지 이름에서 자식들을 돌림자 쓰는 경우는 없잖아? 들으면서 어? 했는데, 엄마 이름은 충숙이야. ‘기’자 돌림에 충숙이 엄마, 기생충, 기생충 가족인 셈이지. 제목에서부터 딱 규정해놓고 시작해. 윤 : 재밌네요. 박 : 영화는 끝내 계급 갈등, 빈부 격차를 해결하지 못해. 살인이라는 파국에까지 이르지. 박 사장이 자주 하는 대사가 있어. 선을 넘지 말라고. 어디 하층민이 여길 넘어와? 이런 뜻이지. 넘어오면 가차 없어. 윤 기사가 차 안에서 이상한 짓을 했다고 의심하는 장면에서도, 앞자리에서 그 짓을 하는 것까지는 용서해도, 자기가 앉는 뒷자리까지 넘어와서 그랬다는 건 절대 용납 못 해. 윤 : 박 사장이 와이프랑 얘기할 때도 그러잖아요. 송강호의 말이나 행동이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도 결국엔 절대 선을 넘지 않는다고요. 박 : 그 예외가 냄새야. 퍼지는 냄새는 막을 수가 없거든. 그래서 자꾸 기생충 가족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중간 중간 얘기해. <기생충> 보도 스틸 윤 : 기택(송강호)이 박 사장을 죽이는 계기도 그래요. 박 사장이 가정부 남편한테서 나는 악취 때문에 찡그리니깐, 욱해서 칼로 찌르잖아요. 박 : 인체의 오감 중에서 가장 본능에 가까운 게 후각이라고 하지. 아무리 좋은 인상을 줘도 냄새가 나면 딱 질색하거든. 냄새에 예민하게 된 건 생존을 위한 본능이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해. 생존하려면 뭔가를 먹어야 하는데 그게 먹어도 되는 건지, 혹시 부패해서 병을 일으키는 건 아닌지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입 가까이에 붙어있는 코에서 어떤 감각을 감지하는 거거든. 뭘 먹을 때 습관적으로 우리는 냄새부터 맡잖아? 진화된, 원시시대부터 이어진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 실제로 뇌에서도 그래. 시각이나 청각, 촉각 같은 것들은 핵이나 시상 같은 곳을 거쳤다가 대뇌로 가지만, 후각은 경로가 달라. 다른 감각들과는 달리 곧바로 대뇌로 연결되는데, 그게 하필이면 편도체 바로 옆이야.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 그러니깐 사람은 오감 중에서 후각에 특히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지. 윤 : 냄새는 박 사장을 자극했고, 박 사장의 반응은 송강호를 자극한 거네요., 박 : 그렇다고 해도 욱해서 박 사장을 찌른 건 심하잖아? 냄새 때문에 찡그렸다고 해서?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런 기택의 기분을 아마 어느 정도 공감할 거야. 어느 장면에서부터인가 기택의 표정이 점점 굳거든. 박 사장이 냄새 얘기를 할 때. 그전까지는 비굴할 정도로 아양을 떨더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열등감이라고들 하잖아? 열등감이 폭발하면 눈에 보이는 게 없거든. 박 사장에 대한 열등감이 끝내 터진 거지. 윤 : 냄새는 열등감이군요. 박 : 그렇지.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열등감 폭발의 영화라고 봐. 열등감 하면 생각나는 사람 있지? 몇 년 전 <미움받을 용기>라는 베스트셀러로 사람들한테 알려지게 된 알프레드 아들러. 윤 : 그 책은 사기 서적이라고들 하던데요. 책 서두에 프로이트나 융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며 정신분석학의 3대 거장이라고 소개하는데 사실 그건 아니잖아요? 박 : 교육학이나 심리학에선 많이 거론되긴 하지만 정신의학에선 3대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 암튼 아들러는 그가 주장한 이론들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건 사실이긴 해. 대표적인 것이 콤플렉스라는 단어야. 원래는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런 식으로 처음 사용했지만 우리가 흔히 열등감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된 건 아들러의 영향 때문이지. 윤 : 그럼 이 영화는 열등감, 즉 콤플렉스에 관한 영화라는 거군요. <기생충> 보도 스틸 박 : 프로이트는 리비도라는 성적 에너지를 통해 사람이 살아간다고 봤잖아? 프로이트 학파의 후계자였던 아들러는 나중에 그건 아니다, 하고 생각을 바꿔. 그러면서 프로이트랑 결별하지. 융도 갈라섰던 걸 보면 프로이트가 독선적이긴 했나 봐. 여하튼 아들러는 사람이 살아가는 에너지는 리비도 때문이 아니라 열등감 때문이라고 주장했어. 사람은 원래 태어나서 갓난아이일 때는 극단적으로 무력하잖아? 혼자서는 먹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의존적이지. 그래서 본능적으로 열등감을 갖고 태어난다는 거야.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스스로 힘을 갖길 원해. 아들러 표현으로는 우월감이라고도 하고 권력이라고도 하지. 파워라고 보면 더 쉬울 거야. 처음에 열등하고 무력한 아이가 아빠나 형처럼 능력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파워를 갖게 되고 어른스러워지면서 성숙한다고 보는 거야. 그러니깐 열등감은 그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인간 행동의 원동력인 셈이지. 그런데 그런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러니깐 권력이나 우월감을 얻지 못하게 되면 콤플렉스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하면서 ‘열등감 = 콤플렉스’라고 이해하게 된 거지. 윤 : 돈과 힘을 갖지 못한 주인공 가족들은 열등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이군요. 박 : 그런 상황에서 어떤 계기가 되는 사건이 일어나. 바로 수석이 집에 들어오는 거지. 수석이란 게 그런 거잖아. 하찮아 보이는 많은 돌 중에 유난히 돋보이는 돌. 수석은 우월함을 뜻하고 권력과 힘을 뜻해. 의도치 않게, 그리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았는데 주인공 가족에겐 뭔가 파워가 들어온 거야. 이때부터 가족들은 뭔가에 씌운 것처럼 의욕적으로 일들을 몰아 부처. 아들이 첫 과외 시간이 이렇게 얘기하지. 시험을 어떻게 치고 나가는가, 장악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기생충> 보도 스틸 윤 : 저도 수석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징이라고 생각해요. 리비도나 성기 같은 성적인 의미이긴 하지만요. 박 :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이 영화는 아들러 이론으로 많은 것들이 설명돼. 아까 가족 이름에서 기생충이 떠오른다고 했잖아? 비슷한 게 또 있는데, 아들러는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는 방식에 따라서 사람들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어. 세상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사회형이라고 부르고 가장 바람직하다고 봤지. 정반대로 세상에 관심도 없고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을 회피형이라고 하고, 열심히 뭔가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지배형이라고 했어. 재밌는 유형은 의존형이라고 부르는 타입인데, 세상에 관심은 있는데 노력은 안 하는 사람들이지. 이 의존형은 다른 말로 기생형이라고도 불러. 주인공 가족들을 보면 딱 이래. 원래는 회피형에 가깝게 살았지. 반지하방에서 무기력하게. 그러다가 박 사장네 가족을 보면서 세상에 관심이 생겨. 아, 부자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그러면서 스스로 열심히 일할 생각보다는 부자들을 속여서 빌붙어 살거나 더 나아가 사위가 돼서 이 집을 우리가 차지하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 기생형이지. 더 심한 사람은 지하벙커에 살던 가정부 남편이야. 의존형, 기생형인 거야. 처음 등장할 때도 아내가 젖병을 물려. 그럼 갓난아기처럼 그걸 또 쪽쪽 빨아먹어. 박 사장한테도 이마로 전등을 켜면서 ‘리스펙트’를 외치지. 윤 : 가정부 남편은 철저히 의존적이지만, 주인공은 좀 다른 것 같아요. 결국 박 사장을 칼로 찌르잖아요? <기생충> 보도 스틸 박 : 그 차이는 계획이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봐. 주인공 가족들은 계획에 대해서 여러 번 말하잖아? ‘아들아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아버지 계획이 뭐예요?’ 이런 식으로. 물론 그러다가 집이 침수되고 나자 무계획이 제일 좋은 계획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해. 계획이 없으면 수석이 들어오기 전의 주인공 가족처럼 그리고 가정부 남편처럼 세상에 무관심하게 살아. 세상에 무관심하니깐 계획도 없는 거라고 말하는 게 더 맞겠지. 아들러 설명에 따르면 열등감은 극복하고 싶은데 그만한 능력이 없게 되면 왜곡된 방향으로 자기보상을 시도한다고 해. 괜히 가진 척하면서 허세를 부리는 식으로. 일종의 거짓말이지. 주인공 가족들도 결국 다들 거짓말을 하잖아? 그러다가 그 거짓말들이 한계에 다다르면 이제 무너지는 거야. 아들이 그러잖아? 자기가 수석을 들고나온 게 아니라 수석이 자꾸 자기한테 달라붙는 거라고. 생일파티 때 이곳은 나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체념한 듯 말하고는 수석을 들고 지하벙커로 내려가다가 그 수석을 가정부 남편한테 뺏겨. 이제 파워는 가정부 남편이 쥔 거야. 그 상태로 마구 칼을 휘두른 거지. 이거랑 대조적으로 기택이 칼을 휘두른 건 이유가 달라. 계획대로 안 된 거야. 심지어 딸이 칼에 찔리기까지 하고, 박 사장은 아까 말한 대로 냄새 문제로 기택의 열등감을 자극해. 기택은 열등감 폭발로 박 사장을 찌른 거지. 윤 : 생일 파티에서 가정부 남편은 미쳐 날뛰면서 칼로 찌르는데 기택은 좀 달라요. 의연해 보여요. 뭔가 결심에 찬 듯한 표정이죠. 박 : 이 영화에선 열등감 이론이 다른 부분에서도 은연중에 드러나. 아들러는 이런 태생적인 열등감 때문에 형제간에도 어떤 차이가 난다고 말해. 맨 먼저 태어난 첫째는 위로 형제가 없다 보니 극복해야 할 열등감이 비교적 적어. 부모의 사랑도 한동안 독차지하지. 그래서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지만 그다지 세련되지는 못해. 이에 반해 둘째는 욕심이 많지. 형을 이기고 부모의 사랑을 빼앗아오려면 경쟁적이고 전략적으로 되어야 해. 막내는 의존적일 수도 있지만 가장 성공적이기도 하지. 위로 두 형제의 시행착오를 잘 봐왔거든. 영화에서도 주인공네를 보면 첫째인 아들은 이 사건을 처음 주도해나가. 하지만 중간 중간 ‘허당끼’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둘째인 딸은 좀 달라. 치밀하지. 끝까지 밀어붙여. 박 사장네 애들도 그래. 물론 아들이라고 좀 더 예뻐하는 것 같긴 하지만, 누나인 딸의 시기심이 드러나. ‘다송이 저거 다 쇼라고, 설정이라고’. 이 집에서도 딸은 주인공집 아들한테 완전히 속아 넘어가지만 아들은 뭔가 아는 듯 행동해. 기택이 박 사장네 처음 들어갔을 때 장난감 화살을 쏴대잖아? 딴 얘기로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아들을 보면 쟤 혹시 ADHD 같기도 해(웃음). 윤 : 마지막 결말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요? ▶아버지에게 바치는 영화라고요? ‘기생충’②[영화에 관한 정신과 의사들의 대화] 에서 계속 됩니다 박성근과 윤병문은 정신과전문의이다.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하였고, 3년 선후배 사이로 같은 대학병원에서 정신과전문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각각 마음과마음정신건강의학과 구로점과 용인수지점의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좋아한다. 네트워크 원장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을 잡아 영화에 관해 수다를 떨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이 글이 쓰이게 되었다.

      박성근 윤병문 정신과 전문의 2024.01.30 07:39

    • 뷰티

      [신호정의 피부 읽기] 내 피부에 살고 있는 ‘기생충‘ 어쩌나

      날씨가 더워지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역이다. 하지만 땀과 피지로 범벅이 된 마스크를 쓴 우리 피부를 반길 ‘이’가 있는데, 바로 우리 피부에 기생하는 ‘모낭충’이다. 모낭충은 가축이나 사람의 머리 또는 얼굴의 모공에 기생하면서 피지와 죽은 피부조직을 먹고 사는 모낭 진드기다. 크기는 0.3㎜ 정도이며 3마디로 된 뭉툭한 다리 4쌍이 몸통 앞쪽에 몰려 있어 시간당 16㎜밖에 이동할 수 없다. 매우 작아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게 다행일 정도로 흉측하게 생겼다. 수명이 15일밖에 안 되는 모낭충은 알에서 부화한 후 약 10일이면 성체가 되고, 성체가 되면 5일 동안 짝짓기를 통해 번식을 한다. 빛을 싫어해 낮에는 주로 모낭 속에 숨어 있고 밤이 되면 모낭충 수컷이 밖으로 기어나와 피부 표면을 돌아다니며 암컷을 찾는다. 암컷은 모낭 깊숙한 곳에 있으면서 짝짓기를 위해 표면 위로 나왔다가 다시 알을 낳으러 모낭 속으로 들어간다. 성체가 된 모낭충은 5일 동안 급히 해결해야 할 과업인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을 하는데, 이들의 번식력은 어마어마하다. 배 아래쪽에 생식기만 있고 항문이 따로 없으므로 먹은 것들을 몸 속에 축적하기만 하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다. ▶모낭충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짝짓기를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모낭충은 피부 속 피지와 노폐물을 그야말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며 보낸다. 얼굴은 모낭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모낭충에게는 평생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모낭충이 피부 표면을 기어다니는 것을 우리가 잘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모낭과 모낭 사이를 기어다닐 수 있는 흉측하게 생긴 모낭충을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다. 이러다 보니 모낭충은 완전히 사멸시켜야 하는 ‘징그러운 기생충’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으나 실제로는 과도한 피지와 죽은 피부조직을 없애 준다는 점에서 피부에 유익한 면도 있다. 보통 모낭 하나에 모낭충 1~2마리가 기생하는 것은 정상이다. 그러나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면역력이 떨어졌거나 피지분비가 많은 경우에는 한 모낭당 10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모낭충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면 피부에 문제가 된다. 모낭충은 피지분비가 많은 기름진 피부를 좋아하기 때문에 피지샘이 발달하지 않은 소아에게서는 잘 발견되지 않고 피지분비가 많은 사춘기 이후 20~30대 피부에서 많이 서식한다. 모낭충이 좋아하는 환경이 조성되면 모낭충의 수는 많아지고, 그 수가 많아질수록 모공이 커지게 된다. 이뿐 아니라 뾰루지와 가려움증이 생기고 모낭염 등의 피부트러블을 초래한다. ▶모낭충을 피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잠자기 전 ‘꼼꼼한 세안’이다. 일주일에 1번 정도는 딥클렌징을 통해 죽은 피부조직인 각질을 제거해야 한다. 딥클렌징 시 스팀 타월로 모공을 열어주어 모공 속 피지와 노폐물을 깨끗하게 비워낸 후 모공 관리 팩으로 마무리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자기만의 건강한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한다. ■신호정은 누구? 신호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임상영양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피부건강 분야 강의를 하고 있으며, 뷰티칼럼니스트와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또한 여성 건강에 관한 책을 집필하며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약초, 피부에 물들다’(도서출판 파람)가 있다. <신호정 | 뷰티칼럼니스트>

      신호정 | 뷰티칼럼니스트 2020.07.0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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