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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KC 윌리엄스 ‘외설 티셔츠’ 벌금 3500만원···덴버전 승리 후 기자회견장 ‘F***’ 써진 옷 입고 나와

      스포츠종합

      OKC 윌리엄스 ‘외설 티셔츠’ 벌금 3500만원···덴버전 승리 후 기자회견장 ‘F***’ 써진 옷 입고 나와

      외설적인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인터뷰장에 나서 벌금을 물게 된 제일런 윌리엄스 티셔츠 하나 잘못 입었다가 3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 포워드 제일런 윌리엄스(24)가 인터뷰장에서 입은 티셔츠 때문에 거액의 벌금을 내게 됐다. NBA 사무국은 20일 “윌리엄스가 서부 콘퍼런스 7차전 승리 후 기자회견에서 외설적인 언어가 담긴 옷을 입어 벌금 2만5000달러(약 3478만원)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19일 열린 2024-25 NBA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덴버와 7차전에서 24점·5리바운드·7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팀의 125-93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21-26으로 뒤진 채 시작한 2쿼터에 17점을 몰아쳐 역전극 발판을 놨다. 오클라호마시티는 9년 만에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 올라 미네소타와 맞붙는다. 오클라호마시티 제일런 윌리엄스가 19일 서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에서 덴버를 상대로 3점슛을 넣은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팀 승리를 책임지고 콘퍼런스 파이널에 올려놓은 윌리엄스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 나선 복장이 문제였다. 하얀색 상의 티셔츠 가슴에는 ‘F***art let’s dance’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윌리엄스는 외설적인 문구가 적힌 옷을 공식석상에서 입었다가 벌금 불똥을 맞게 됐다.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올스타에 선정되며 주가를 높였다. 올 시즌 평균 21.6득점, 5.3리바운드, 5.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오클라호마시티가 시즌 68승을 달성하는 데 앞장섰다.

      양승남 기자 2025.05.20 10:36

    • 김성준, 텍사스 입단 기자회견에 ‘옷피셜’까지 떴다…“롤모델은 오타니, ML서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 하고파”

      야구

      김성준, 텍사스 입단 기자회견에 ‘옷피셜’까지 떴다…“롤모델은 오타니, ML서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 하고파”

      텍사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준.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광주일고의 투수 겸 내야수 김성준(18)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텍사스 구단은 19일 김성준을 국제자유계약으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성준의 입단 계약금은 120만달러(약 16억8000만원)로 알려졌다. 김성준은 “빨리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고 싶었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 빨리 성장한다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텍사스와 계약을 결정했다”고 입단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우투우타인 김성준은 고교야구에서 투타를 겸업하고 있다. 지난해 투수로는 14경기 3승 1패, 평균자책 2.65을 기록했고 타자로는 28경기 타율 0.307 1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31을 기록했다. 해밀턴 와이스 텍사스 국제 스카우트 이사는 “월드 클래스의 재능을 가진 선수이자, 인성까지 훌륭하다. 유격수 수비와 타격에서도 큰 인상을 받았고, 마운드에서 퍼포먼스 역시 뛰어났다”면서 “구단은 그를 투타 겸업 선수로 육성할 확고한 계획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성준이 도전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믿는다. 중요한 건 우리 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닌 선수라는 점이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재능을 지녔고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성격도 갖췄다”라고 설명했다. 텍사스 구단은 현재로서는 김성준이 투수로서의 재능을 좀 더 보여줬다고 바라보고 있다. MLB닷컴도 “강력한 패스트볼과 두 가지 수준급 변화구, 헛스윙을 유도할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소개했다. 일단 김성준이 투타겸업을 미국에서도 이어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텍사스 구단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와이스 이사는 “음식과 언어, 지도 방식 등 모든 것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김성준이 성공하도록 환경을 만들 것이다. 향후 1년은 준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성준.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제공 또한 “투타 겸업으로 성공하려면 결국 의지가 중요하다. 그들이 해낼 수 있을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원하느냐가 중요하다. 김성준은 이러한 결정의 무게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선수이며, 적응 과정을 이겨내면 반드시 재능을 꽃피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준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때까지 열심히 던지고 뛰겠다”면서 “텍사스에서 정말 좋은 제안을 했다. 투타 겸업을 하고 싶었는데, 그걸 들어주고 프로그램까지 자세히 짜줘서 그 믿음으로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또한 “오타니 선수가 롤 모델이다. 오타니는 야구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으로도 배울 게 많은 선수”라며 “최선을 다해서 투타 모두 뛰어난 성적을 거둬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적으로 투타 겸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2025.05.19 11:44

    • “김성준, 텍사스와 130만 달러 계약 합의”···미국 유력 기자 “신체 검사만 남아”

      야구

      “김성준, 텍사스와 130만 달러 계약 합의”···미국 유력 기자 “신체 검사만 남아”

      광주일고 김성준이 텍사스와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전한 프란시스 로메로 X. 고교 야구 무대에서 ‘이도류’로 맹활약하고 있는 유망주 김성준(18·광주일고)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에 합의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에 소속된 프란시스 로메로 기자는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오타니’로 불리는 김성준이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 합의에 이르렀다고 관계자가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계약은 신체검사만 남겨놓았다. 18세인 김성준은 약 130만 달러로 추정되는 계약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일고 3학년 김성준은 고교 무대에서 투타 모두 뛰어난 ‘이도류’로 인정받으며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185㎝, 83㎏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김성준은 타자로는 장타 생산과 내야 수비도 수준급이며, 특히 투수로는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가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준은 8일 국내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덕수고와의 황금사자기 32강전에서 4타석에 3루타 1개, 볼넷 2개에 2득점 1타점을 올렸다. 5회에 등판해 삼진 2개를 잡으며 1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팀의 10-0, 5회 콜드게임승을 이끌었다. 이번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혔으나 빅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으며 결국 미국 도전을 택했다. 김성준은 최근 SBS와 인터뷰에서 “마이너리그에서부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미국에 큰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오타니처럼 투타를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양승남 기자 2025.05.09 10:47

    • “김수현 중범죄 증거있다” 김새론 유족 측, 기자회견 예고

      연예

      “김수현 중범죄 증거있다” 김새론 유족 측, 기자회견 예고

      배우 김수현(왼쪽)과 고 김새론.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 김새론 유족 측이 배우 김수현의 ‘중범죄’ 폭로를 예고하고 나섰다.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은 6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7일 오후 2시 ‘김수현 중범죄’ 폭로 기자회견이 열린다”며 “기자회견은 김세의 가세연 대표와 법무법인 부유 부지석 변호사가 진행한다”고 밝혔다.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장소는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다. 가세연은 “이번 사안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언론사 이외 매체는 참석이 불가하다”고 했다. 김새론 유족을 대리하는 부 변호사와 김 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김수현의 중대 범죄를 비롯해 고 김새론이 김수현과 미성년 당시 교제했다는 증거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새론 유족은 김수현이 고 김새론과 미성년 당시 교제를 했고 채무 변제 압박으로 고인이 죽음에 이르렀다고 폭로했다. 김수현은 지난 3월 31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함께 유족과 김 대표 등을 상대로 120억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김 대표·부 변호사를 비롯한 유족 측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 이후 김수현과 관련한 여러 증거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으로 관련 사건이 발생해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김새론은 지난 2월 16일 서울 성수동 자택에서 향년 25세 나이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명 기자 2025.05.07 09:49

  • 주간경향

    • “선한 의지는 이어진다”…‘7년 취재’ 김주완 기자가 본 어른 김장하

      사회

      “선한 의지는 이어진다”…‘7년 취재’ 김주완 기자가 본 어른 김장하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4월 2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택에서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효상 기자 “평생을 팬심으로 생각해왔던 이분을 알리고 싶었다.” 김주완 기자에게 김장하 선생 취재는 30년 기자생활 내내 간직한 과업처럼 보였다. 2년차 기자였던 1991년 처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바로 퇴짜 맞았다. 그해 김장하 선생은 사재를 털어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했다. 막연히 ‘부자가 좋은 일 하는구나’ 싶었는데, 인터뷰 거절이 오히려 기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후 김장하 선생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학교 헌납 훨씬 전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더라, 1989년 전교조 해직 사태에도 전교조 교사를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더라, 차도 없고 일하는 한약방 3층에서 산다더라. 그런데 언론에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 이후에도 인터뷰를 요청하길 몇 차례, 돌아오는 것은 “그런 거 안 합니다”라는 퉁명스러운 답변이었다. 그가 그때 포기했다면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는 경남 진주 안팎에서 아는 사람들에게만 구전되는 설화로 남았을지 모른다. 김 기자는 인터뷰를 사양하는 김장하 선생을 두고 주변인을 공략했다. 2015년부터 취재한 사람만 150명 가까이 된다. 2021년 정년을 3년 앞두고 경남도민일보를 조기 퇴직한 이유 중 하나도 김장하 선생을 더 잘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2023년 김장하 선생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가 나왔다. 이 책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차트를 역주행 중이다. 재고가 동나 지난 4월 4일 이후 3주 만에 2만5000부를 더 찍었다. 시민들을 이 책으로 이끈 건 탄핵심판에서 주문을 읽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다. 김장하 선생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문 전 재판관은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살아가는 것은 그분(김장하 선생) 말씀을 실천하는 것, 그것을 유일한 잣대로 저는 살아왔습니다”라고 했다. 그 자체로도 값졌던 <줬으면 그만이지>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면서 새로운 서사를 추가했다. “어떤 사람의 선한 의지가 세월이 지나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김주완 기자)이다. 김 기자는 퇴짜만 맞았을 뿐 별다른 인연이 없었는데도 김장하 선생을 기자생활 내내 지표로 삼았다고 한다. 유혹이 일 때마다 ‘김장하 선생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며 삼갔다. 그렇게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를 썼고, 그를 삶의 잣대로 삼은 재판관이 책을 더 널리 알렸다. 김장하 선생의 삶이 누군가의 귀감이 될 가능성은 더 커졌다. 김주완 기자를 지난 4월 2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자택에서 만나 김장하 선생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장하 선생은 2021년 12월 장학사업 등을 벌인 재단법인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고 남은 재산 34억 5000만원을 경상국립대로 이관했다. 경상국립대가 연 ‘재산 수증증서 전달식’에서 김장하 선생(왼쪽 두 번째)과 김주완 기자와 악수하고 있다. 김장하 선생은 이 전달식을 두고 “버렸으면 미련 없이 버려야지. 줬으면 그만이지. 감사패 그거 뭐 하려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주완 기자 제공 -김장하 선생의 <줬으면 그만이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김현지 PD 연출·김주완 기자 출연)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그간 인터뷰를 거절하시지 않았나. “다큐와 책이 나온 직후에 김장하 선생을 찾아뵀다. 김현지 PD가 ‘처음에 허락 안 하셨지만, 중간에는 책과 다큐 준비하는 걸 아셨잖아요. 왜 묵인하신 거예요’라고 농담처럼 물었다. ‘김 국장(김주완 기자는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이 허튼짓은 안 할 거로 믿었지’라고 하시더라” -허튼짓? “선생을 미화하거나 왜곡하거나 그렇게 안 할 거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저도 그렇고 김현지 PD도 그렇고 미화하지 않고 좀 건조하게 만들려고 조심을 했다. 김현지 PD는 웅장한 느낌 없이 하려고 다큐 배경음악에도 현악기는 일절 쓰지 말라고 했다더라.” -자신의 이야기가 최근 다시 화제가 되는 것도 김장하 선생이 알고 있나. “알고 있다. 어제(4월 21일) 전화로 ‘요즘 관심이 쏟아지니까 불편하시지예’ 했더니 ‘아이고, 마’ 한마디 하시더라. 그 말에 다 표현이 된다.” 책과 다큐에 대해 김장하 선생은 ‘좋다, 나쁘다’ 언급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다큐 내용 중 김장하 선생의 남성당한약방이 잘될 때는 하루 800제까지 지었다는 주변인의 언급이 짧게 나오는데, 이 대목을 두고 “800제까진 아니었다”고 한마디 했다고. 거꾸로 말하면 책에 실린 선행 대부분은 사실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책에 기자생활의 지표로 두 분이 언급된다. 어머니와 김장하 선생이다. 그 정도로 인상 깊었나. “기자생활하다 보면 아닌 것처럼 하면서도 은근히 언론에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분은 정말로 노출이 안 되려고 하더라. 언론만 멀리하는 게 아니고 권력자, 정치인도 멀리했다. 지역민들의 존경을 받으면 그 이미지를 표로 바꾸려고 가장 먼저 정치인들이 접근한다. 왜 멀리할까 생각해봤는데, 선행도 권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언론과 권력과 친하게 되면 권력화될 수 있다. 지역민들이 무슨 부탁을 하려고 해도 ‘저 사람 통하면 되겠네’ 생각할 수 있다.” 한 차례 예외도 있었다고 한다. 김장하 선생이 경남지역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지낸 정치인과 따로 찻집에서 만난 적이 있다. 정치인이 그날 만남을 사진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후일 ‘왜 만났느냐’는 질문에 김장하 선생은 “선거 못 나오잖아”라고 답했다고 한다. 해당 정치인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다. -여러 차례 거절에도 취재를 계속했다. “개인적 인연은 없었는데 취재하기 전부터 영향을 많이 주신 분이다. 기자생활하다 보면 이런저런 유혹도 있는데 그때마다 김장하 선생이 생각나더라. 내가 이렇게 하면 김장하 선생께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살아가는 데 나침반처럼 작용했다.”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 곁에서 취재하고 있다.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캡처 -요청을 주로 거절당한 입장 아닌가. “1999년에 경남도민일보를 시민주주신문으로 창간했는데, 기자들도 일일이 주주를 모집하러 다녔다. 일면식 없이 김장하 선생을 찾아갔다. 김장하 선생은 진주신문을 지원하실 때였는데 ‘저는 지금 진주신문 하나만으로도 버겁습니다’라고 하셨다. ‘진주신문 잘 돌봐주십시오’ 하고 나왔다. 그런 사람 많다. 취재하면서 도움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 선생을 지표로 삼은 사람들 많이 만났다.” -취재 장면이 담긴 다큐멘터리 초반부를 보면 김 기자와 김장하 선생이 걷는데 침묵이 숨 막힌다. 취재를 거부하는 취재원을 취재하며 어려움 없었나.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하고 서먹서먹하고 불안하고 그랬다. 질문을 드려도 답을 안 하면 화가 나셨나, 내가 잘못된 질문을 한 것인가, 화제를 돌릴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15년부터 선생 주변 사람들이 내가 취재하는 걸 알고 선생이 나타나는 자리에 나를 끼워줬다. 자주 얼굴 뵙고 하니까 언제부턴가 선생이 웃음을 지으면서 악수를 청하시더라. 그때 조금 편해졌다. 그때는 나도 선생님 스타일을 알아서 누굴 도와줬는지 묻지 않고 주로 주변 이야기했다.” -7년을 취재했다. 김장하 정신이 있다면 무엇인가. “김장하 선생과 닮은 사람을 꼽는다면 백촌 강상호 선생이다. 강상호 선생은 사회에서 가장 천대받는 사람을 위해 가진 재산과 삶을 통째 바치고, 묫자리 하나 구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돌아가셨다. 김장하 선생은 한결같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존중하고, 말로써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면서 공부하고 책 읽는 사람이다.” 진주의 독립운동가 강상호 선생은 1923년 천대받던 백정의 신분 해방을 위해 형평사를 조직했다. “인간은 저울처럼 평등하다”며 백정 아이들을 양자로 들여 학업을 지원했고, 재산을 형평운동에 쏟았다. 사후 묘비도 없이 길가에 묻혔는데 나중에 이름 없는 시민의 성금으로 묘비가 세워졌다. 묘비 뒷면에는 ‘모진 풍진의 세월이 계속될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선생님이십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김 기자의 취재 결과 그 시민은 김장하 선생이었다. -김장하 선생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했는데 그중에서도 형평운동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것 같다. “선생이 해왔던 말이나 활동해온 공간을 보면 관통하는 큰 줄기는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선생은 평등이란 단어도 잘 쓰지 않고 ‘사람은 다 똑같다’고 얘기한다. ‘사람은 다 똑같은 존재’라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돈 좀 있다고 돈 없는 사람 차별하는 것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들 이야기 중 문형배 전 재판관의 비중이 크다. ‘김장하 과’라고도 했다. 닮은 점이 있나. “느껴지는 포스가 비슷하다. 두 분 다 말도 조용조용히 한다. 끊임없이 책 읽고 부족함을 채우려는 모습도 닮았다. 표를 안 내니 다들 잘 모르지만, 문형배 전 재판관도 여기저기 사람들을 많이 도운 것으로 안다. 본인을 부각하지 않고 공을 돌리는 것도 닮았다. 문 재판관이 ‘제가 살아가는 것은 김장하 선생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면, 젊어서 김장하 선생은 웃어른들의 칭찬에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했을 뿐이지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한다.”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캡처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은 어떻게 보셨나. “선고가 늦어지는 과정에서 나도 그랬고 김장하 선생도 마음을 졸였다. 김장하 선생은 결과에 대한 걱정보다는 문형배 재판관이 ‘마음고생 심하겠구나’ 걱정을 하시더라. 김장하 선생은 한창 춥던 지난해 12월에도 탄핵 집회에 나왔다.” -경남도민일보 등에 있으면서 비판적인 탐사보도를 주로 했다. 특정 인물을 조명하는 <풍운아 채현국>, <줬으면 그만이지>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신문에 연재한 기사를 보완해서 처음 쓴 책이 <토호세력의 뿌리>였다. 해방 직후부터 지역사회를 지배하는 토호들의 과거까지 파헤친 책이다. 그런데 토호들이 죽으면 새로운 토호들이 출몰하더라.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됐는데, 저쪽에 붙었던 토호들이 일제히 민주당 쪽으로 붙더라. 내가 뭘 해봐도 바뀌지 않는다는 좌절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언론은 그런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과 더불어서, 채현국 선생이나 김장하 선생 같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을 발굴해 알리는 것도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언론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다.” -한편으로 이 취재는 지역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에 김장하 선생 같은 분이 있어도 소위 중앙 언론이 취재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라면 찾는 것 자체도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지역 기자라도 회사 안에 있었다면 못 썼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6000명 넘는 시민이 주주가 돼 만든 경남도민일보에 몸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생각한다. 지역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언론사에 있었다면 채현국 선생도, 김장하 선생도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 같다.” -책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바란 점이 있다면. “처음엔 세상에 이런 분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책과 다큐에 대한 사람들 반응을 보니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 믿고 따를 만한 사람이 없는 시절인데 이 사람이 살아온 길을 그냥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된다고 한다.” -어떤 지점에서 위로를 받는다고 하던가. “한 장학생이 찾아와 ‘장학금을 받고도 특별한 사람이 못 됐습니다’라고 하자 김장하 선생이 ‘내가 그런 걸 바란 게 아니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그 말에 사람들이 굉장히 위로를 받은 것 같다. 항상 내가 모자란다고 생각하고 더 큰 걸 이뤄야 하고, 더 많은 걸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교롭게 채현국 선생도 늘 얘기했다. ‘시시하게 살아라’, ‘소박하게 살아라’라고.” 고 채현국 선생은 사업을 해 번 돈으로 무상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 인사들을 후원했다. 이후 권력과 얽힐 것을 우려해 사업을 정리하고 학교법인 효암학원 이사장을 지냈다. 김 기자는 2015년 채현국 선생을 인터뷰해 책 <풍운아 채현국>을 펴냈다. -책에서 김장하 선생의 삶을 얘기하면서 알프레드 아들러의 ‘공헌감’을 얘기한다. 아들러는 공헌감이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가장 높은 단계라고 했다. 김 기자기자생활하면서 공헌감을 느꼈나.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통해서 요즘 제일 많이 느끼고 있다. 그래도 내가 우리 사회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일을 했구나.” -김장하 선생에 대한 지금의 큰 관심이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나. “취재하면서 스스로 내면의 공부를 했다.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김장하 선생의 영향을 받아서 내면을 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김장하 선생이 많은 사람을 돕고 선행을 베풀고 큰돈을 기부한 것만 부각되는 것 같은데, 더 중요한 것은 선생이 살아온 삶의 태도라고 본다. 평범한 사람들이 1000명 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 선생께 좋은 말씀 하나 해달라고 졸라서 받은 말이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한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인데, 이것 하나만 실천해도 세상에서 싸울 일 없겠다 싶다.”

      이효상 2025.04.28 06:00

    • 백악관, AP기자 출입 금지···“멕시코만 표기 고수에 불만”

      국제

      백악관, AP기자 출입 금지···“멕시코만 표기 고수에 불만”

      백악관 집무실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워싱턴 UPI=연합뉴스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AP통신의 백악관 행사 출입이 가로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AP통신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변경하라는 백악관의 요구를 거부한 자사의 표기 방침 때문에 11일(현지시간) 자사 기자의 백악관 행사 출입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AP 기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지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를 취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줄리 페이스 AP 편집상무는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페이스 상무는 “표기법을 문제 삼아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독립적인 뉴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심각히 저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제1조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AP는 보도에 있어 원래 지명인 ‘멕시코만’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표기 지침을 밝힌 바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데다 400년 이상 멕시코만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통용돼 독자들에게 친숙한 점을 고려해 자사의 스타일북을 바꾸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정부의 공식 지명을 따라온 관례에 따라 자사의 지도 앱 구급맵에서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멕시코만 #백악관 #미국 #트럼프 #AP

      이주영 기자 2025.02.12 10:19

    • [시네프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종군기자 렌즈에 찍힌 근미래 내전의 악몽

      연예 시네프리뷰

      [시네프리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종군기자 렌즈에 찍힌 근미래 내전의 악몽

      마지막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 ㈜마인드마크 제목: 시빌 워: 분열의 시대(Civil War)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9분 장르: 액션, 전쟁, 드라마 감독: 알렉스 가랜드 배우: 커스틴 던스트, 케일리 스패니, 와그너 모라, 스티븐 헨더슨, 제시 플레먼스, 닉 오퍼맨 개봉: 12월 3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 ㈜더쿱디스트리뷰션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공동제공: 콘텐츠웨이브, ㈜하이스트레인저 무장 민병대가 총을 겨누며 “당신들은 어느 쪽 미국인이지?”라고 물었을 때, 극장 관객석에서 작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마 영화에 몰입해서겠지만. 시사회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잘 만든 영화란 방증이다. 지난 10월쯤, 서울 용산 CGV 내부에 거대한 광고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수입사에 문의하니 “개봉 시기는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수입사가 예상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세상에나, 느닷없이 한밤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가 일으킨 ‘내란’은 현재 진행 중이다. ‘대국민’ 긴급 담화를 자청한 대통령은 국민이 아니라 이제 10% 남짓에 불과할 자신의 지지 세력을 향해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선동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에 맞춘 한국 개봉 시점 영화가 다루는 건 근미래의 미국이다. 어쩌다 미국이 내전(civil war·보통은 1861년에서 1865년까지 벌어졌던 남북전쟁을 지칭하는 말이다)의 구렁텅이에 빠졌는지 영화는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인 종군기자들의 대화 사이에 내전이 벌어지게 된 경위가 언급될 뿐이다. 영화는 미국 대통령이 “승전은 코앞에 와 있다”라는 연설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종군기자들의 대화 속 정보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3선을 했는데, 시민에게 공중폭격을 하라고 명령 내린 폭군이다.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연합해 반기를 들어 서부 연합군(WF)을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이들이 내건 깃발과 어깨에 붙이는 견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50개 주가 별로 표시된 미국 성조기에서 두 개의 별만 남아 있다. 그냥 소총이나 IED(임의조제 폭발물)로 무장한 비정규군이 아니다. 서부 연합군도 최신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나 탱크, 장갑차를 갖춘 정규군이다. 그러니까 미군도 둘로 쪼개진 것이다. 앞서 미국 대통령은 “승전이 코앞에 와 있다”고 TV 생중계 연설에서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패배 직전이었다. 로이터통신에서 일하는 베테랑 종군사진기자 리(커스틴 던스트 분)와 동료 조엘(와그너 모라 분)은 워싱턴으로 가서 패전을 앞둔 대통령을 인터뷰하려 한다. 워싱턴에 가기 위해서는 서부 연합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 현장을 통과해야 한다. 이들은 픽업트럭으로 전장을 우회해 시골길로 워싱턴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여행엔 이들이 인생의 멘토로 존경하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새미와 리처럼 유명 사진기자가 되고 싶은 신출내기 제시도 참여한다. 그런데 우회하는 시골길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워싱턴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이들이 목격하고 경험하는 것은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끔찍한 악몽 같은 참상이다. 종군기자라는 직업적 숙명 영화는 알렉스 가랜드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들었다. 앞서 가랜드 감독은 전작 <멘>(2022)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독립영화 배급사로 유명한 A24는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많은 돈(5000만달러)을 투자했다고 한다. 나름 블록버스터급 영화인데 카메라의 앵글을 전선을 따라가는 종군기자들의 동선으로 좁혀 비용을 아꼈다. 연출도 돋보인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백악관 전투 장면 연출은 정말 훌륭하다. 전쟁을 주제로 한 많은 영화가 있는데 현대전의 ‘리얼리티’는 대부분 영화 속 묘사와 사뭇 다르다. 어이없으면서도 비현실적인 비극이다. 끝내 마지막 백악관 전투의 목격자가 된 조엘의 ‘대통령 최후 인터뷰’도 여러 각도에서 곱씹을 대목이 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하지만, 숙명처럼 그것을 기록해야 하는 종군기자의 일에 대해서도. 전쟁기록 사진 대표작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 논란 /MoMA 영화에서 리를 닮고 싶어하는 23세의 신출내기 사진기자 제시는 디지털 대신 필름카메라를 고집한다. 그것도 흑백 사진으로. 제시의 재능을 알아본 리는 수십 년 넘게 전장을 누빈 자신의 경험을 전수한다. 종군사진기자는 비극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냉정한 기록자로 남아야 하는 걸까. 제시는 리에게 묻는다. “내가 사진을 찍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면 그 순간도 사진을 찍을 건가요.” 그는 대답을 얼버무린다. 영화 중반의 이 문답 장면은 영화의 끝이자 절정부인 장면과 대구를 이룬다. 워싱턴에 들어가기 전 서부 연합군 기지에서 리는 평생 멘토로 삼았던 언론계 선배 새미의 시신 사진을 삭제한다. 그가 지켜왔던 직업 윤리상으론 그것 역시 피사체의 존엄을 세상에 남기는 기록 행위였다. 그러나 가장 가까웠던 이의 죽음으로 리의 냉철함은 흔들린다. 영화의 주요 전투 장면마다 스틸컷으로 제시가 찍은 사진이 나온다. 현장의 절박감과 고통, 죽음의 공포가 잘 표현된 사진들이다. 영화를 보며 떠오른 건 스페인 내전의 참상을 그려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쓰러지는 병사’(사진)다. 사진에 얽힌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페데리코 보렐 가르시아라는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 24세 남자다. 카파가 1936년 9월 5일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북쪽으로 20㎞ 떨어진 세로 무리아노 지역 전투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워낙 유명한 사진이다 보니 여러 이설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보렐은 죽지 않았다는 주장부터 카파의 설명과 달리 사진이 찍힌 장소는 세로 무리아노 지역에서 남쪽으로 50㎞ 이상 떨어진 에스페호라는 지역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설까지. 1954년 베트남에서 지뢰를 밟고 폭사한 카파는 생전에 자신의 이 대표작에 대해 말을 아꼈다. 보렐이 카파를 위해서 자세를 취하다 저격당해 죽었기 때문에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고, 실제 그 사진은 자신의 조수로 활약하다 일찍 사망한 여성 전쟁 사진작가 게르다 타로가 찍은 것이기 때문에 카파가 그 사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해 말을 아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용인 기자 2024.12.25 06:00

    • 홍철호 정무수석, ‘기자 무례’ 발언 사과…“적절치 못했다”

      정치

      홍철호 정무수석, ‘기자 무례’ 발언 사과…“적절치 못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1월 19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소관 내년 예산에 대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1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당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을 두고 “무례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사과했다. 홍 수석은 이날 대통령실 공지를 통해 “지난 11월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일보 기자는 지난 11월 7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이에 대한 보충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 질문과 관련해 홍 수석은 지난 11월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지역기자단은 지난 11월 20일 입장문을 내고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한다”며 “홍 수석은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자들에 대한 ‘눈치 주기’로, 지역기자단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홍진수 기자 2024.11.21 11:15

  • 레이디경향

    • 순하지만 강력한 무기자차 선크림, ‘랩클 비건 미네랄 선스크린’ 출시

      뷰티

      순하지만 강력한 무기자차 선크림, ‘랩클 비건 미네랄 선스크린’ 출시

      현대약품 제공 춘분도 지나고 해가 길어지면서 선크림이 절실해지는 시기가 왔다. 현대약품의 고기능성 스킨케어 브랜드 랩클은 자외선이 강해지는 봄을 맞아 피부에 순하고 자외선 밀착 차단 기능을 갖춘 ‘랩클 비건 미네랄 선스크린’을 출시했다. 이번 신제품은 SPF 50+, PA++++의 강력한 자외선 차단력을 탑재했다. 또한 피부 위 얇은 막을 형성해 자외선을 튕겨내는 방식의 무기자차 선크림이다. 무기적 자외선 차단제는 성분이 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약품 측은 “자외선 차단 범위가 넓고 피부에 더욱 순한 ‘징크옥사이드’을 주 원료로 사용했다”며 독일 더마테스트 엑설런트 인증을 비롯 저자극, 민감성 피부 사용 적합, 논코메도제닉(여드름성 피부 적합성), 블루라이트 차단 테스트를 완료해 민감한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산뜻하고 촉촉한 제형으로 발림성이 좋으며 자연스러운 톤 업 효과로 산뜻한 피부를 표현할 수 있다. ‘랩클 비건 미네랄 선스크린’은 이탈리아 브이라벨 비건 인증을 받은 클린 뷰티 제품으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자외선 차단 원료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야외에서 쓰기 좋고 가벼운 사용감을 원한다면 ‘랩클 에어 펜스 선스틱’이 제격이다. 기존 11g 용량에서 크기를 100% 키워 얼굴과 몸 전체에 사용하기 편한 22g 대용량 제품이 최근 출시됐다. 현대약품 랩클 관계자는 “촉촉한 발림성으로 피부에 착 붙는 이번 신제품은 순한 원료를 사용해 민감성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며 “고기능성을 갖춘 랩클의 선케어 제품들로 자외선이 강해지는 봄, 여름 시즌에 건강하게 피부를 관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회정 기자 2024.03.26 11:10

    • [세기의 비하인드] 영국기자, 13세 소녀를 단돈 5파운드에 샀다

      문화/생활

      [세기의 비하인드] 영국기자, 13세 소녀를 단돈 5파운드에 샀다

      19세기 윌리엄 토마스 스테드 기자는 13세 소녀를 직접 5파운드에 사면서 그 과정을 생생하게 기술해 영국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집니다. Pall Mall 홈페이지 19세기 영국에서는 불과 13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13세 소년·소녀들이 성인과 동등하게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고 월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형벌도 받았습니다. 바꿔말하면 13세 소녀가 성적 착취를 당해도 아동 범죄가 아닌 매춘으로 취급받았고 일부 정치인과 대중은 이를 악용한 사례를 알고 있었지만 새 법률 만들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 탐사 저널리즘의 선구자 월리엄 토마스 스테드 기자가 독특한 취재 방식으로 기사를 써서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깁니다. 스테드는 당시 인기 잡지인 에 ‘현대 바빌론의 처녀 공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씁니다. 그는 13세 소녀의 처녀성을 사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기사에 그 과정을 자세하게 기술합니다. 그는 엘리자 암스트롱이라는 소녀를 5파운드에 삽니다. 이 금액에는 처녀성 확인을 위한 건강 검진 비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의 가치로는 한 40여만 원입니다. 스테드는 암스트롱을 릴리라는 가명으로 표기했고 아이를 사고 납치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적절하게 판단할 수 없으며 자신이 낯선 사람에게 팔려 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기술했습니다. 보통 이런 끔찍한 상황에 부닥친 아이는 남은 생애를 매춘업소에서 보내거나 거리의 부랑자나 범죄자로 남게 된다는 결말도 알려줍니다. 스테드가 쓴 당시 탐사 기사 ‘현대 바빌론의 처녀 공물’ 그의 기사는 영국 사회에 그야말로 엄청난 화두를 던집니다. 엄격한 청교도적인 개념에 젖어있던 많은 영국인들은 빅토리아 사회에 런던이나 리버풀 같은 거대 도시 빈민가에서 무슨 추악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겁니다. 스테드는 중산층과 상류 지도층 인사들에게 “커튼을 열고 하수구를 들여다보아라”라고 말합니다 기사가 게재된 후 전국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아동보호를 위한 법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영국 의회는 만장일치로 성인 연령 변경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습니다. 같은 해 1885년 성년 연령은 13세에서 16세로 상향 조정됐고 아동 성착취는 불법이 됐습니다. 스테드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언론인이 됐지만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시기 어린 동료들이 기사에 릴리로 표기된 소녀의 부모를 적극적으로 찾아댔고, 이내 엘리자 암스트롱의 어머니를 통해 스테드가 실제로 아동을 사는 과정을 거쳐 기사를 쓴 사실을 밝혀낸 거죠. 취재 대상이던 엘리자는 이후 구세군에게 인도되어 보살핌을 받고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말이죠. 영국 사법부는 윌리엄 스테드를 아동 납치 혐의로 기소합니다. 취재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실제로 아이를 매수한 것은 정당화할 수 없었습니다. 스테드와 관련자들은 모두 투옥되고 맙니다. 당시 런던 빈민가를 표현한 신문 삽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만 해도 영국에서 인신매매 사건의 형량은 상당히 관대했고 스테드는 3개월의 징역형을 받았고 그의 조수는 6개월을 받았습니다. 스테드는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마치 휴가와 같다”고 의연하게 대처했습니다. 아동 인권에 새 역사를 만들어낸 스테드는 죽음의 순간도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는 대서양을 항해하던 타이태닉호 승객의 한 명이었던 겁니다.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하자 그는 두려움 없이 갑판 위에 서서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보트에 앉히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증기선 살롱 내 의자에 앉아서 파이프를 피우고 신문을 읽으며 죽음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죽음까지도 여유롭고 초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자료제공: 유튜브 채널 <지식 아닌 지식> 지식 아닌 지식역사의 뒤안길 인물을 조명합니다. 매주 토,일 업로드합니다https://www.youtube.com/@yeswawa/videos

      이유진 기자 2023.11.05 19:05

    • 태양의 계절, ‘무기자차’는 누가 써야 하나

      뷰티

      태양의 계절, ‘무기자차’는 누가 써야 하나

      태양의 계절이 왔다. 피부 상태와 쓰는 상황에 따라 자외선 차단제를 골라 써야 한다. 전문가들이 노화를 막는 스킨케어 습관 중 1순위로 뽑는 것이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다. 아무리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을 발라도 자외선 차단제를 소홀히 한다면 피부 노화나 각종 피부 질환의 원인을 막을 수 없다. 자외선 차단제는 다양한 제형과 기능성 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다. UV 기능별로 무기자차(무기적 자외선 차단제), 유기자차(유기적 자외선 차단제) 그리고 이 두 가지의 혼합형인 혼합자차가 있다. 나에게 맞는 ‘자차’는 무엇일까? 자외선 차단제의 필수 조건은 UV-A와 UV-B를 모두 막아낼 수 있는 스펙트럼 보유다. 기본적으로 SPF 30 이상이 되어야 하고 오래되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무기자차와 유기자차의 차이점은 무얼까? 무기자차는 미네랄을 통해 피부 위에 태양 광선을 차단하는 장벽을 물리적으로 만들어 자외선을 막는다. 피부에 작은 거울이 있어 빛을 튕겨낸다고 상상하면 비슷하다. 반면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차단하지 않고 일단 흡수한 후 열로 바꿔준다. 자외선을 포착해 열 증기로 변환해 방출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가장 크게 제형으로 나타난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으로 만든 무기자차는 약간 걸쭉하다. 이런 제형은 피부에 미묘하게 백탁을 남길 수 있어 쓰기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화학물질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선택한다. 무기자차도 최근에는 피부색과 동일한 색소를 사용해 백탁이라는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 다수 출시되고 있다. 아보벤존, 옥토크릴렌 및 옥시벤존과 같은 성분을 사용하는 유기자차는 투명하고 가벼운 제형이라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피부가 예민하거나 여드름 피부인 경우, 화장품 성분이 맞지 않아 천연 스킨케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무기자차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여드름 피부는 ‘논(NON)코메도제닉’이 표기된 제품을 쓴다. 햇볕 아래에서 오랜 시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높은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SPF등급에 상관없이 실외에서는 2시간마다, 실내에서는 4시간마다 같은 농도의 차단제를 덧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크림, 젤, 스프레이, 스틱, 로션, 세럼, 파우더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는데 형태에 따른 기능의 차이는 없다. 해변에서는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활동량 많은 아이에게는 스틱을 쓰거나, 메이크업 위에 덧바를 때는 파우더를 쓰는 등 용도에 따라 자신에게 잘 맞고 편한 것으로 골라 사용하면 된다. 색조 메이크업 제품 안에 SPF 기능이 포함된 것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 조언한다. 자외선 차단제가 함유된 대부분의 메이크업 제품이나 모이스처 라이저로는 충분한 보호를 받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이유진 기자 2023.06.22 06:52

    • 기자가 직접 가봤다…‘미식 멜팅팟’ 홍콩 신생 맛집 3곳

      레저/여행

      기자가 직접 가봤다…‘미식 멜팅팟’ 홍콩 신생 맛집 3곳

      그레구아 미쇼가 2018년 완차이에 처음 문을 연 베이크하우스는 오픈 초기부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맛집’으로 통했다. 사진은 침사추이점 홍콩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식의 ‘멜팅팟’ 도시답게 길거리부터 5성급 호텔까지 먹거리로 가득하다.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홍콩 식당만 210여 개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신생 맛집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곳 또한 대기가 필수다. 이국적인 문화와 맛이 공존하는 홍콩의 ‘뉴페이스’ 세 곳을 다녀왔다. ■ 홍콩을 누비는 파란 종이가방 #베이크하우스 ▷ G/F, 14 Tai Wong Street East, Wan Chai “홍콩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오픈 후 20분이나 지나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여행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베이크하우스’의 후기다. 단언컨대 2023년, 홍콩에서 가장 ‘핫한’ 베이커리다. 기자 역시 20여 분의 대기 끝에 입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쇼핑의 목적’이었던 에그타르트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까. 갓 구워진 따끈한 에그타르트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브런치 식사가 가능한 완차이점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매장이 그리 크지 않아 테이크아웃 위주의 판매가 이뤄진다. 마침내 구입한 에그타르트.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포시즌호텔 등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수석 파티시에로 근무한 그레구아 미쇼가 2018년 완차이에 처음 문을 연 베이크하우스는 오픈 초기부터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는 소호, 코즈웨이베이, 침사추이 등 총 5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브런치 식사가 가능한 완차이점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매장이 크지 않아 테이크아웃 위주의 판매가 이뤄진다. 회전이 빠른 편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완판’이 잦다. 자타공인 ‘빵순이’ ‘빵돌이’ 라면 페스츄리와 도넛, 할라피뇨 데니시 등 다채로운 이름으로 놓여진 메뉴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것이다. 대표 메뉴는 에그타르트다. 한 입을 베어먹는 순간 솜사탕을 머금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부드럽다. K11 뮤제아 지하 1층에 있는 ‘카페 큐레이터(cafe curator)’ 카페 큐레이터는 ‘예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작품을 전시, 판매 중이다. ■ 좋아하는 명화를 커피로 마신다? #카페 큐레이터 ▷ B1/F, K11 Musea, Victoria Dockside 쇼핑몰 안에 입점돼 있는 흔한 카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에 무심했다. 무려 복합문화쇼핑센터를 지향하는 ‘K11 뮤제아’인데 말이다.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직원은 ‘입장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절하게도 ‘예약’ 방법을 알려줬다. 식사 시간을 피하면 더 수월하다는 팁과 함께. 지하 1층에 있는 ‘카페 큐레이터(cafe curator)’는 메뉴만 놓고 봤을 땐 브런치 레스토랑에 가깝다. 한국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익숙한 메뉴다. 그러나 실내장식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강남의 ‘핫한’ 갤러리 또는 편집숍이 떠오른다. 소소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진다. 옥션하우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을 차린 창업자는 ‘예술을 일상에서 즐길 수 있도록 앞장서는’ 중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일본의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을 비롯해 다채로운 캐릭터, 깜찍하고 귀여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시된 에디션은 모두 정품으로, 현장 구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기자가 의뢰한 디자인은 시나몬롤 캐릭터. ‘핸드메이드’ 제작이라 오해해 최대한 단순한 이미지를 전달했는데 이미지 파일 그대로 프린트된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실망했다. 이곳이 유명해진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대표 메뉴인 ‘크리에이티브 커피’ 덕이다. 특히 ‘아트시 프린트 커피(Artsy print coffee)’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커피다.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직원의 휴대전화 또는 메일로 전송하면 직원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음료 상단에 해당 이미지를 ‘복붙’해 가져온다. 처음엔 ‘금손’ 장인이 상주하는 줄 알았다. 비밀은 특수 제작된 프린터기였다. 거품이 많고 다소 밍밍해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지만 소셜미디어 ‘인증’을 즐긴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 봐도 좋을 비주얼이다. 밤의 도시, 젊음의 거리를 원한다면 센트럴의 ‘호란젱’이다. ■ 홍콩 그 느낌 아니까 #호란젱 ▷ 2/f, LKF29 , Central , HK ‘밤의 도시’ 홍콩의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센트럴의 ‘호란젱’을 찾아야 한다. 호란젱의 대표는 과거 유명 수제 맥줏집인 ‘65 Peel Street’의 운영자였다. 그는 2021년 지금의 자리에 새롭게 문을 열며 그 시절의 명성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추억’을 가져왔다. 어둑한 실내 콘크리트 벽에 붙인 핑크빛 네온사인, 창가를 장식하는 화려한 용과 봉황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 양이 많다. 다양한 메뉴를 쉐어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중국식 꽃차로 향을 낸 페일 에일, 홍콩 사람이 즐겨 먹는 라임 절임으로 풍미를 더한 사워 비어, 기발한 아이디어로 낸 수제 맥주 등 고르는 재미가 있다.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한다. 메뉴판을 ‘정독’해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면 가만히 손을 들어보자. 친절한 직원들이 빠르게 안내할 것이다. 다만 함께 판매되는 안주는 한 끼 식사로 해결하기엔 양이 많다. 일행들과 여러 메뉴를 주문한 다음 덜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국적 요리를 지향하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천천히 구운 이베리아 차슈다.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하다. 무엇을 먹어도 ‘새로운’ 맛이다.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홍콩 | 김지윤 기자 2023.06.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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