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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 ‘올해의 건배주’는?···익산·김제·완주·무주 전통주 4종 선정

      경제

      전북 ‘올해의 건배주’는?···익산·김제·완주·무주 전통주 4종 선정

      ..., 초이리 브루어리의 ‘리28’(익산). 전부도 제공 올해 전북 건배주에 익산·김제·완주·무주 4개 시·군의 전통주가 1개씩 선정됐다. 전북도는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올해의 건배주’에 지애의...

      #전통주 #건배주 #전북 #대비모주 #숨은공약주 #무주구천동머루와인 #리28

      김창효 선임기자 2025.03.17 13:29

    • 121억원 세금 들인 ‘김제캠핑장’ 텅 빈 이유

      사회

      121억원 세금 들인 ‘김제캠핑장’ 텅 빈 이유

      ... 오토캠핑장’이 2023년 6월 준공됐음에도 1년7개월 넘게 개장하지 못하고 있다. 대율오토캠핑장은 김제시뿐 아니라 전주 등 주변 도시의 캠핑·여가 수요를 겨냥해 조성된 공공시설이다. 금구면 대화리에...

      #세금 #대율캠핑장 #김제 #어드벤처

      글·사진 김창효 선임기자 2025.02.26 20:22

  • 스포츠경향

    • ‘파리올림픽 3관왕’ 임시현, 선발전 1위로 대표팀 선발···‘남자 3관왕’ 김우진은 2위로 선발, 김제덕도 합류

      스포츠종합

      ‘파리올림픽 3관왕’ 임시현, 선발전 1위로 대표팀 선발···‘남자 3관왕’ 김우진은 2위로 선발, 김제덕도 합류

      파리올림픽에서 활약한 임시현. 게티이미지코리아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 임시현(한국체대)이 선발전 1위로 2025년도 양궁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임시현은 21일 전북 국제양궁장에서 끝난 2025 양궁 국가대표 3차 선발전에서 종합 배점 70점, 평균 기록 28.34점을 쏴 여자 리커브 1위로 대회를 마쳤다. 리커브와 컴파운드에서 남녀 상위 8명씩을 선발하는 가운데 이가현(대전시체육회), 강채영(현대모비스), 안산(광주은행), 김수린(광주시청), 장민희(인천시청), 남수현(순천시청), 박은서(부산도시공사)가 임시현에 이어 차례로 2∼8위에 오르며 여자 리커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파리 올림픽에서 대표팀 주장으로 활약한 전훈영(인천시청)은 이번 선발전 1회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한국 양궁의 치열한 경쟁과 두꺼운 선수층을 방증하는 결과다. 남자 리커브에서는 서민기(국군체육부대)가 파리 올림픽 3관왕 김우진(청주시청)을 따돌리고 1위로 선발전을 통과했다. 김우진에 이어 김제덕(예천군청), 이우석(코오롱), 장채환(사상구청), 장지호(예천군청), 김예찬(코오롱), 이승윤(광주시청)이 3~8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남자 컴파운드 국가대표로는 최용희(현대제철), 최은규, 양재원(이상 울산남구청), 강동현(현대제철), 김수홍(전북도체육회), 김종호(현대제철), 박승현(인천계양구청), 이은호(한국체대)가 선발됐다. 여자 컴파운드 국가대표에는 소채원, 유희연(이상 현대모비스), 한승연(한국체대), 심수인(창원시청), 김수연, 박예린(이상 한국체대), 박정윤(창원시청), 문예은(한국체대)이 뽑혔다. 총 32명의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23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훈련에 돌입한다. 2025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리커브 및 컴파운드 남녀 각 4명은 오는 31일부터 4월4일까지 예천 진호국제양궁장에서 열리는 최종 1차 평가전과 4월14일부터 18일까지 원주양궁장에서 열리는 최종 2차 평가전을 통해 확정된다.

      이정호 기자 2025.03.22 07:17

    • 천정명, ♥김제이와 아슬한 스킨십 “감각적이라 좋았다” (이젠사랑)

      연예

      천정명, ♥김제이와 아슬한 스킨십 “감각적이라 좋았다” (이젠사랑)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배우 천정명이 한국 무용가 김제이와의 데이트에서 달달한 기류를 풍긴다. 오늘 3월 17일 방송되는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19화에서는 천정명과 그의 세 번째 소개팅 상대, 한국 무용가 김제이와의 데이트 장면이 공개된다. 천정명을 자신의 무용 연습실로 초대한 김제이는 오로지 그만을 위한 춤사위를 펼친다. “남자 친구도 해준 적 없는데”라며 자신이 24년간 갈고닦은 무용을 선보이며 최대의 매력 어필을 한다. 천정명 역시 그녀만의 관객이 되어 황홀한 무대를 감상하고, 김제이는 “나한테 안 넘어올 수가 있나”라며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말한다. tvN STORY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만남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던 두 사람은 이후 도예 클래스를 들을 수 있는 데이트 장소로 이동한다. 이색적인 체험에 김제이는 서툰 모습을 보이고, 천정명은 그런 서툰 모습도 귀엽게 바라봐 달달한 기류를 풍긴다. 또한 두 사람의 트렌디한 모카 무스 색으로 통일된 시밀러 룩이 촬영장 전반에 설렘을 가져왔다는 후문. 이어 흙을 빚듯 서로의 마음을 빚는 두 사람은 연애 탐색전을 벌이고, 연애 스타일을 묻는 천정명의 질문에 김제이는 시선은 천정명에 고정한 채 ‘남자 친구 바라기’가 된다며 돌직구 고백을 날린다. 먼저 작업을 마친 김제이가 천정명을 도와주는 가운데, 작은 반죽을 만지는 작업이 이어지며 서로의 손이 스쳐 두 사람의 스킨십이 진전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천정명은 “손으로 계속 뭔가 터치를 하면서 만지는 그런 부분들이 감각적인 게 되게 좋았거든요”라고 전해 기대를 증폭시킨다. 한국 무용가 김제이와 함께하는 천정명의 세 번째 소개팅 후반부가 방송되는 ‘이젠 사랑할 수 있을까’ 19화는 바로 오늘, 17일(월) 오후 8시 tvN STORY에서 방송된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5.03.17 13:08

    • ‘계엄군 체포명단’ 김제동 “저 잘 살고 있어요” 콘서트 개최

      연예

      ‘계엄군 체포명단’ 김제동 “저 잘 살고 있어요” 콘서트 개최

      방송인 김제동. 김제동 토크콘서트 ‘THE 김제동’ 주관사 제공 방송인 김제동이 3년 만에 토크 공연으로 돌아온다. 주최 측에 따르면 김제동 토크콘서트 ‘THE 김제동’은 오는 3월 29일과 4월 5일과 6일까지 총 4회에 걸쳐 홍대 앞 H-STAGE에서 진행된다. 3년 만에 진행되는 토크 콘서트인 만큼 김제동은 3번째 챕터로 관객들에게 유쾌한 선물을 안긴다는 계획이다. 더 김제동 답고, 김제동 다운, 김제동 만이 할 수 있는 입담으로 진행된다.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만큼 무대와 객석 사이 벽을 허물고 김제동 특유의 강점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께 공개된 포스터에는 미소를 짓고 있는 김제동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처럼 예쁜 제동이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어요’라는 문구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김제동이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시 계엄군의 체포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소식이 최근 알려져 의미심장함을 더한다. 김제동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오랜만에 만나서 재미있게 놀겠다. 우리 수다 떱시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2025.02.17 11:10

    • 계엄 때 연예인도 체포 계획? MBC “김제동, 차범근도 ‘수거 대상’”

      연예

      계엄 때 연예인도 체포 계획? MBC “김제동, 차범근도 ‘수거 대상’”

      방송인 김제동. 스포츠경향 DB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내란 당시 방송인 김어준 뿐 아니라 김제동과 차범근 축구대표팀 감독이 체포 명단에 포함됐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13일 MBC ‘뉴스데스크’에 따르면 12·3 내란사태를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른바 ‘수거 대상’이 적혀 있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엔 ‘500여 명 수집 하겠다’는 구체적인 체포 계획이 적혀 있었으며 명단엔 기존에 공개된 정치인 등 체포명단 14명 외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작가 등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방송인 김어준, 김제동 심지어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름이 포함됐다. MBC 뉴스데스크 캡처 노전 정보사령관은 체포 대상은 A부터 D까지 알파벳 등급으로 분류했으며, 김제동, 유시민, 김어준,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은 A급 수거 대상에 포함됐다. 이 뿐만 아니라 A급 수거대상 처리 방안은 ▲이송중 사고▲수용시설 격파▲외부 침투 후 사살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적혀 있어 충격을 안겼다. 또 지난해 총선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고, 계엄 후 3선 개헌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장기집권을 꿈꾼 흔적도 발견됐다. 이는 윤석열측이 꾸준히 비상계엄 선포 목적이라고 주장해 온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는 내용과 배치된다.

      강주일 기자 2025.02.14 11:47

  • 주간경향

    • 군산-김제, 새만금 사업 놓고 ‘서글픈’ 역사전쟁

      사회 표지 이야기

      군산-김제, 새만금 사업 놓고 ‘서글픈’ 역사전쟁

      지난 3월 6일 새만금 사업지역에 있는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바람쉼터에 ‘미래의꿈’이라고 적힌 푯말이 세워져 있다. 오래전 세워진 푯말은 녹이 슬고 글자 일부가 떨어졌다. 바람쉼터는 김제시 관할인 새만금 2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새만금 신항만 예정지역을 마주보고 있다. 이효상 기자 “막말로 이건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도 내가 사는 데 득 될 거야 없지만, 일본땅이라고 하면 기분이 솔찬히(‘상당히’를 뜻하는 전북지역 방언) 나쁘지 않냐고.” 지난 3월 5일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나고 자란 30대 노모씨는 새만금 신항만 등의 관할권을 두고 벌어지는 김제시와 군산시 사이의 갈등을 독도에 빗대어 말했다.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인 것이 당연하듯, 새만금 신항만도 군산의 관할이 되는 것이 당연한데 김제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투다. “이런 경우가 진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놈들이나 똑같은 거지. 독도도 (일본에) 뺏길 수가 없는 게 오래전부터 우리 땅이잖아요. 여기(새만금 신항만 인근)도 옛날에 구역 확정이 (김제시로) 확실히 됐는데 그대로 가야죠.” 군산시민만 독도를 떠올린 게 아니다. 지난 3월 6일 김제시 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이모씨도 새만금 신항만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군산시를 일본에 빗댔다. 만경강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군산시와 김제시가 영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새만금 사업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땅, 도로, 항만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불씨가 지펴진 갈등은 그 골이 깊다. 두 지역 시의원들의 상대 비방이 수시로 선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해역 관할권을 두고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전쟁’도 전개되고 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게 누구 땅이든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촌극이 아니다. 쇠락한 지방도시들의 실낱같은 희망이 걸린 절박한 싸움에 가깝다. 삼국시대에 우리 땅 vs 헌법 부정 군산시와 김제시의 총성 없는 전쟁은 크게 3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선의 핵심은 단연 새만금 지역에 새로 들어설 신항만이다. 이 지역에는 지금도 군산항이 있지만 수심이 낮은 데다 토사도 반복적으로 매몰돼 날이 갈수록 무역항으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 신항만은 큰 배도 드나들 수 있도록 수심이 깊은 바다 쪽 인공섬에 조성된다. 계획대로 새만금 간척지역에 많은 기업이 들어서고, 철도·도로가 신항만에 연결된다면 ‘동북아 허브 무역항’이라는 큰 꿈이 실현될 여지도 있다. 군산과 김제가 신항만을 서로 가져가려는 이유다. 두 도시는 노골적으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선봉에서 전선을 이끄는 건 두 도시의 시의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정치인들이다. 김영일 군산시의회 의장은 지난해 4월 전북도민일보에 실린 기고에서 “균형발전이란 (중략) 김제시처럼 남의 것을 빼앗고 도둑질하려는 행위를 통해 몸집만 불리는 일차원적인 발전행위가 아니다”라며 “더 이상 좀도둑과 같이 옹졸한 지역이기주의로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고 상처만 입게 되는 제로섬 게임을 우리 이웃이 멈춰주길 바라는 바이다”라고 했다. 이건식 전 김제시장은 올해 1월 전북도민일보에 실린 기고에서 “군산시의회의 현 의장이 공개적으로 김제시를 ‘도적 떼’라고 망언한 것에 대해 김제시민은 분노에 가득 차 모욕죄로 사법처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막말을 발설한 것은 저질임을 인정한 것으로 ‘미친개에겐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속담이 어울릴 것 같다”고 맞받았다.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를 이토록 원색적으로 비난한 전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정치인들만의 국지전도 아니다. 지난해 잼버리 파행으로 전라북도가 뭇매를 맞은 뒤 하나둘 자취를 감추긴 했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곳곳에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현수막이 한해 내내 즐비했다. 군산 해병대전우회는 “군산시민 희생으로 조성된 새만금 신항을 탐내는 김제시의 행태를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군산지회는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새만금은 우리 것이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당시 김제 시내에서도 이런 현수막은 쉽게 발견됐다. 김제시 우리한방병원은 “막말하는 군산시에 새만금을 절대 줄 수 없다”고 했고, 김제시 배구협회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는 군산시가 과연 상생을 논하는가!”라고 했다. 현수막을 내건 단체·기관의 면면을 보면, 이 싸움이 두 도시 시청이 주고받은 행정분규가 아니라 주민들까지 가세한 ‘영토 전면전’임을 알 수 있다. 절정은 고군산군도를 둘러싼 역사전쟁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김제시협의회는 지난해 “1200년간 고군산군도는 김제땅! 새만금 신항만도 김제땅!”이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이에 민주평통 군산시협의회는 “군산 고군산군도가 자기 것이라는 무지하고 욕심 많은 김제시!”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 맞불을 놨다. 때아닌 역사전쟁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군산군도가 새만금 관할권 분쟁의 열쇠를 쥔 핵심 지역이기 때문이다. 고군산군도는 북쪽으로는 충남 서천 앞바다 개야도부터 남쪽으로는 부안 앞바다 사당도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한 무리의 섬인데,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모두 군산 관할이다. 이 섬들이 새만금 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보니, 새만금 관할권 분쟁에서 군산은 늘 유리한 고지를 점해왔다. 반면 김제에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신항만 관할권 분쟁만 놓고 봐도 그렇다. 신항만은 2026년 일단 개항하고 2040년까지 지속해서 규모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신항만 건설 현장은 오랜 갈등 끝에 김제로 관할권이 결정된 새만금 2호 방조제하고만 연결돼 있다. 그러나 완공 후에는 고군산군도 중 하나인 두리도와도 연결된다. 대법원까지 가는 간난신고 끝에 2호 방조제를 거머쥔 김제로서는 또다시 고군산군도라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김제는 급기야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섰다. 오승경 김제시의원은 ‘삼국시대’를 소환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전북도민일보 기고에서 “고군산군도 일대의 행정구역 자체가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의 역사서를 통해 삼국시대부터 갑오경장(1894년) 이전까지 김제시의 관할 구역이요, 생활권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제시청은 <고군산군도의 역사와 해상경계선의 변천과정>이라는 책자도 내놨다. 이 역사전쟁이 시 차원의 사업인 셈이다. 김제시청에는 고군산군도를 두고도 관할권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민들 요구가 적잖이 접수됐다고 한다. 이 책자를 보면 고군산군도는 삼국시대 때 백제의 두내산현 관할이었고, 통일신라 경덕왕 때 명칭이 만경현으로 바뀐다. 두내산현은 전라북도 김제시 만경읍·진봉면 등 일대를 의미하니, 고군산군도는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 수백 년간 김제땅이었다는 얘기다. 김제시는 고려시대 때 80여 년, 조선시대 때 10여 년을 제외하고는 고군산군도가 김제 관할이었다고 본다. 나아가 김제의 지역정치인들은 고군산군도로 인해 넓게 설정된 군산의 ‘해상경계선’을 “청산해야 할 일제 잔재”라고 주장했다. 군산시도 역사적으로 고군산군도가 어디 관할이었는지를 자체 파악하며 대응에 나섰다.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다른 점이라면 고려시대 때 고군산군도가 군산에 속하는 임피현 관할로 있던 시기가 166년으로, 김제가 파악한 기간보다 길다는 정도다. 김영일 군산시의회 의장은 주간경향에 “갑오경장 때는 고군산군도가 전남으로 들어간 적도 있었는데, 삼국시대 때부터 김제땅이었다는 김제 논리대로면 전남도 관할권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 1200년 전 따질 거 같으면 전국을 고구려, 백제, 신라로 다 나눠야 한다.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라고 했다. ‘일제 잔재 청산론’에 대해 군산시 관계자는 “고군산군도가 군산시에 편입된 것은 일제의 잔재가 아닌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 인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 절벽” 물러설 곳 없는 도시들 지자체 간 관할권 분쟁이 있는 경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중분위)가 판단을 한다. 현재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는 군산·김제 간 3건의 분쟁 심의가 진행 중이다. 신항만은 아직 완공되지 않아 심의를 신청하지 못했고, 대신 신항만 공사현장에 파도가 들이치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한 신항만 방파제가 심의 대상에 올랐다. 김제시와 2호 방조제를 잇는 동서도로와 만경7공구 방수제도 관할권 심의 중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두 도시 사이에 향후 분쟁이 예상되는 지역만 10여곳에 달한다. 중분위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 판단을 구하면 분쟁이 끝도 없이 이뤄질 수 있다. 앞서 군산과 김제, 부안은 새만금 방조제 관할권을 두고 2차례 분쟁 절차를 밟았는데, 두 번 다 대법원까지 거치면서 각각 3년,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은 이 지역의 관할권 분쟁이 반복될 것을 우려해 앞선 판결에서 큰 틀의 기준을 제시했다. 군산-김제가 만경강을 기준으로 관할이 나뉘고, 김제-부안이 동진강을 기준으로 관할이 나뉘듯,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새로 생긴 매립지도 이 기준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취지다. 이 기준대로면 동서도로와 만경7공구 방수제는 김제 관할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갈등이 이렇게 폭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군산시는 올 초부터 정부가 새만금 사업 기본계획 재수립에 착수하는 등 대법원판결 이후 많은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난 판결 이후 시간이 흐른 만큼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김제시는 새만금 사업의 큰 틀은 유지되고 있으니 대법원 판례대로 관할권을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신항만 방파제에 대해서도 군산시는 새만금 매립지역 밖에 만들어지는 시설로 새만금 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제시는 기존 대법원판결에서도 신항만이 언급되는 만큼 판례대로 관할권을 나눠야 한다고 본다. 처지가 다르니 태도도 다르다. 김제시는 “법대로, 빠른 결정을”, 군산시는 “효율적으로, 신중한 결정을” 촉구한다. 군산항을 120년간 운영해온 군산시가 신항만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취지다. 새만금 신항만 조감도. 새만금 신항만은 2026년 개항하고 2040년까지 규모가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는 김제시 관할인 새만금 2방조제와 연접해 있지만, 최종 형태는 군산시 관할인 고군산군도 두리도와도 연접하게 된다. 새만금개발청 홈페이지 갈무리 도무지 접점이 없어 보이는 갈등의 뿌리에는 공통분모도 있다. 새만금이라는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김제시에 사는 80대 김모씨는 “전북 내에서 전주시 빼고는 전부 소멸위기다. 그래도 군산은 얼마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김제는 조만간 (소멸)이다. 우리 마을이 100여가구 살았는데 이제 40가구 남았다. 우리 마을만이 아니라 전부 다 소멸위기다. 김제는 갯벌 메운 땅에 소 먹일 풀만 심는다. 공장 하나도 지을 수가 없고. 희망의 절벽이다”라고 했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부터 올해까지 33년째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이 사업에 투입된 정부 예산만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김제시 인구는 1990년 14만9800명에서 지난 1월 기준 8만1400명으로 6만명 넘게 줄었다. 새만금 사업의 수혜지역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다. 전라북도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김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5.4%에서 2021년 5.8%로 소폭 증가했다. 전북내 군 단위 지자체 대부분이 같은 기간 제자리걸음을 걸었다는 점, 전국 GRDP에서 전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제 경제는 새만금 사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장을 거두지 못했거나 상대적으로 퇴보했다고 봐야 한다. 전라북도가 갈등 중재안으로 내놓은 ‘새만금 메가시티’ 카드에 대한 김제시의 냉랭한 반응에는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군산·김제·부안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겠다는 구상은 윤석열 정부의 전북지역 공약이기도 했다. 김제시 관계자는 “메가시티는 최소 인구 500만명은 돼야 한다. 군산 26만명, 김제 8만명, 부안 5만명 합쳐도 40만명이 안 된다. 큰 도시와 작은 도시가 합쳐지면 경제권은 어디로 가겠느냐. 큰 데로 가지 않겠느냐. 김제는 더 쇠퇴할 수 있다. 설령 합치더라도 완공되고 3년 넘게 지번도 없는 동서도로 등의 관할권 결정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군산은 전북 대부분 지역에 소멸위기 경고등이 켜진바 통합논의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그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간 김제와 부안은 두 지역을 합쳐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김제·부안을 합쳐도 지역구 의원 1명을 선출할 수 있는 인구 마지노선인 13만6000명을 밑돌게 됐다. 결국 군산이 일부 지역의 유권자를 떼주는 방식으로 군산·김제·부안 갑구, 을구로 선거구가 획정됐다. 그렇다고 군산 사정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군산시 인구는 1990년 28만7000명이었는데 지난 1월에는 26만명선이 무너졌다. 전북 GRDP에서 군산시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1.2%에서 2021년 18.8%로 줄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철수 등 군산 경제 근간인 제조업 기반이 약화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듬성듬성 빈 자리가 있던 산업단지가 하나둘 들어차고, 공장 가동률도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새만금개발청은 사업 시작 이래 지난해 말까지 72개 기업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한발씩 나아가고는 있지만 33년간 지속한 사업의 성과로 보기엔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군산시민은 “새만금 사업 시작한 지는 겁나게 오래됐는데 아직도 허허벌판이다. 군산에 무슨 도움이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어림짐작은 하면서도 두 도시가 정면으로 묻지 않는 질문은 ‘이 싸움의 끝에 얼마나 값진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가’이다. 새만금 신항만은 정말 동북아 허브 무역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군산시는 새만금 신항만이 2040년 완공돼 연간 약 1000만t의 물동량을 처리할 경우 2800억원의 부가가치와 800여명의 고용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간 물동량, 부가가치, 고용효과 모두 현재 군산항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면 지금 군산항은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2022년 기준 군산항의 연간 수출입 물동량은 2169만t으로 전국 물동량의 1.4%에 그쳤다. 물동량 기준으로 14개의 국가관리무역항 중 뒤에서 3번째다. 낮은 수심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다른 무역항에 비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만금 산단에 획기적인 배후산업이 들어서지 않는다면 불리한 입지 경쟁력을 뒤집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도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두 도시는 이 싸움을 멈출 수가 없다. 이 분쟁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한 지역 관계자는 신항만의 경제효과를 묻는 말에 무심코 말했다. “없는 것보다는 낫죠.”

      이효상 기자 2024.03.19 06:00

    • 문화/과학 특집

      [8인8색 여행특집]힐링하시개! 반려견과 김제·익산·전주 여행

      김제 벽골제·전주 한옥마을, 보고 즐기는 코스로 안성맞춤 ㆍ음식·숙박은 기대치 낮추고 사전 확인 필수 “방 하나 예약하려고 하는데요. 침대방이나 온돌방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크지 않아도 되고요. 혹시 반려견도 동반 입실 가능할까요. 조그만 소형견이고 짖지도 않습니다만….” 김제 만경낙조전망대 전경 / 안광호 기자 숙소 예약부터 쉽지 않다. 홈페이지에는 ‘반려견 동반 가능’으로 돼 있고, 객실 현황에서도 빈방이 있다고 나오지만 숙소 주인이 “안 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또다시 다른 곳에 전화를 돌려야 한다. 수화기 너머 “가능한데 ‘세탁비’가 추가됩니다”라고 한다. 동반 입실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해본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경험이다. 귀찮다 싶으면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반려견 동반 호텔(펫캉스) 또는 전용 펜션을 예약하거나 애견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겨야 한다. 그마저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여의치 않긴 하지만…. 어렵사리 숙소를 해결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목적지의 관광지를 검색하고 시설 이용료, 주변 맛집, 카페 등을 검색해본다. 가능한 몇 곳을 골랐으나 안심은 되지 않는다. 막상 가보면 또 다를 수 있어서다. 반려견 동반 입실이나 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성수기에는 이런 사례가 더 많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2092만7000가구)의 약 15%인 312만9000가구(통계청·2021년 조사)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40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약 6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그럼에도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은 곳곳에 높은 문턱이 여전함을 실감하게 한다. 업주만 탓할 수도 없다. 반려인 스스로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견과 함께 가볼 만한 곳 이번 여행 콘셉트는 ‘전북+반려견 동반+알뜰’로 잡았다. 3요소의 조합이니 꽤 까다로운 조건을 설정한 셈이다. 전북지역은 제주나 강원, 수도권 등에 비해 반려견과 함께할 만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전북도와 관광공사 홈페이지, 관계자 추천 등을 참고해 김제→익산→전주 코스로 일정을 짰다. ‘반려견과 2박3일 동반여행’의 첫 여행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김제 벽골제(사적 제111호)였다. 벽골제는 백제 11대 비류왕 27년(330)에 제방 길이만 1800보 규모로 처음 축조했다. 제방 축조 등에 연인원 32만명을 동원할 정도로 규모가 큰 국가사업이었다. 1420년(세종 2) 큰비로 유실된 후 지금은 약 3㎞ 길이의 둑만 남아 있다. 김제 벽골제 쌍룡조형물 / 안광호 기자 벽골제는 반려견 동반여행 콘셉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명소다. 벽골제 관광안내소를 지나 단지 정문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메인 건물인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이 나온다. 우리 농경문화의 전통과 역사를 전시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2층 카페에서 음료를 사들고 3층 전망대로 향했다. 강아지를 안고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호남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김제를 ‘지평선의 고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다. 단지 안은 산책로를 잘 갖춰 놓았다. 소나무동산과 생태연못 사이로 산책하기 좋게 데크가 깔려 있다. 곳곳에 버드나무와 푸른 잔디 사이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제법 많다. 벽골제의 상징이자 최고 인기 포토존은 잔디광장에 높게 세운 쌍룡조형물(높이 15m·폭 54m·몸통 직경 2m)이다. 이 지역의 전설에 착안해 2007년 대나무로 만든 쌍룡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형태로 마주 보고 있다. 바로 옆 그네타기와 디딜방앗간에선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쌍룡조형물을 지나 단여광장과 중앙광장까지 걸어도 1시간 정도면 여유롭게 단지를 돌아볼 수 있다. 휴일이지만 비교적 한적했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단지 맞은편과 옆에 조성해놓은 주차장의 공간도 널찍하다. 주말에는 한복과 도자기 체험, 매듭 공예 등 가족단위의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오는 9월에는 이곳에서 지평선 축제(9월 29일~10월 3일)를 연다. 글로벌, 전통, 문화, 야간, 부대 체험 등 5개 분야 59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제 벽골제 단지는 입장료가 성인 기준 1인당 3000원이다. 김제시민과 6세 이하 영유아, 65세 이상 고령자는 입장료가 무료다.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700여개의 한옥이 군집한 전주한옥마을도 반려견과 함께 가볼 만한 장소다.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으로, 강아지와 마을 골목길을 산책하기 좋다. 다만 주말이나 휴일, 휴가철 등 관광객이 몰릴 때는 반려동물을 이동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서로 편할 듯싶다. 산책코스도 사람들이 붐비는 마을 주도로가 아닌 샛길을 권한다. 마을 내에서 강아지 동반 입장이 가능한 문화재는 전주향교(입장료 무료)가 유일하다. 전주향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을 제사 지내는 곳으로, 조선시대 국가 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에는 400년 된 은행나무가 각각 2그루 있다. 가을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영화 이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한옥마을에서 큰길을 건너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자만벽화마을과 옥류벽화마을도 강아지와 함께 가볼 만한 코스 중 하나다. 한옥마을이 유명해지면서 이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언덕에 자리한 자만벽화마을에서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면 발아래 전주향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등장하고 곳곳에 카페와 쉼터가 있다. 강아지들이 짖거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다는 민원도 있어 이곳을 찾는 반려인들의 주의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익산 성동포구마을에서는 반려견을 동반한 가족단위 체험이 가능하다. 자연 생태습지와 5㎞ 구간의 바람개비길을 걷거나 자전거 투어를 할 수 있다. 금강과 아름다운 생태공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익산 용안생태습지공원 전경 / 한국관광공사 제공 편하게 먹고 마실 만한 곳 반려견과의 동반여행 일정을 짤 때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가 애견카페다. 김제 벽골제에서 차로 10분가량 거리에 있는 한 애견카페를 들렀다. 잔디가 깔린 마당 주변으로 4명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파라솔을 갖춘 탁자와 의자들이 10개가량 놓여 있다. 마당 크기는 아이들과 대형견을 포함한 반려견들이 뛰놀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대형견 2마리를 포함해 15마리 정도의 강아지가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평소 휴일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라고 했다. 마당 주변에서는 견주들이 마당을 뛰노는 강아지들을 보며 여유롭게 커피와 간식을 즐긴다. 실내에서도 간단한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있게 좌석을 마련해 놓았다. 가격대는 아이스아메리카노 6000원, 자동조리기에서 끓인 라면 3000원 정도다. 돈가스와 김치볶음밥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들도 있다. 한끼 식사하기에는 양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야외 마당 옆으로는 수영장이 있다.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소형견은 1만원, 대형견은 3만원이다. 시설 운영이나 가격은 휴가철에도 동일하다. 카페 맞은편에는 차량 7~8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애견카페 이용에 제한은 없다. 기본적인 펫티켓만 알고 가면 된다. 목줄과 배설봉투, 입마개(대형견) 등이 필수다. 수컷의 경우 실내에서는 ‘매너 벨트’로 불리는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본능적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마킹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간혹 배변을 수거하지 않는 견주들도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업주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들이 일반 강아지들과 섞이는 경우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강아지들은 처음엔 다른 강아지들을 피해다니거나 견주 주변에서만 맴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강아지들과 곧잘 어울린다. 하지만 공격성이 강한 강아지는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카페 업주는 “자신들이 키우는 강아지가 공격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생각 없이 다른 강아지와 섞이게 하는 견주들이 간혹 있다. 방문하기 전 전화로 카페 동반 입장이 가능한지 물어보거나 아니면 방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상 반려견과 여행할 때는 먹거리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 우선 실내에서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가 많지 않다. 선택지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려견 놀이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음식 맛과 가격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한옥마을에서는 비교적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한옥마을의 많은 식당과 카페가 야외석을 따로 두고 있어서다. 반려견 동반 가능 식당으로도 잘 알려진 B식당은 별관에 따로 켄넬(반려동물 이동가방)을 갖추고 있다. 중형견까지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다. 한옥마을을 찾는 반려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말이나 휴일엔 항상 긴 대기 줄이 만들어진다. 이날은 평일 오후 1시를 넘긴 터라 예약을 따로 하지 않고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면 종류(2인 1만7000원)만 팔기 때문에 회전율이 빠르다. 전주 자만벽화마을 전경 / 안광호 기자 한정식집인 T식당도 반려인들이 한 번은 가볼 만하다. 오전에는 한정식(2인 기준 3만원) 단일 메뉴만 주문할 수 있다. 이곳도 반려견 동반 손님들은 별채로 안내한다. 사람에 따라 양념이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나오는 반찬들이 깔끔하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한옥마을에 있는 카페들도 야외석을 마련한 곳이 많다. 반려견 동반 입장은 가능하지만 실내 출입은 불가하다. 카페 주인이 직접 야외석으로 나와 주문을 받고 카드로 계산한 후 주문한 음료와 영수증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김제에서는 반려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M카페를 찾았다. 만경읍 골목에 있다. 200년 된 느티나무에 버려진 나무와 자재들로 식당 입구를 멋스럽게 꾸몄다. 전체적으로 한옥과 나무 자재를 엮은 구조다. 사다리를 타고 3층 다락방 형태의 트리하우스에 오르면 고즈넉한 시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애견 전문 카페는 아니지만 야외석에서 반려견과 동반 식사할 수 있다. 대형견은 들어갈 수 없다. 식사 메뉴는 새우볶음밥 등 모두 3가지다. 영업시간은 오후 6시까지며, 식당 맞은편에 5~6대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걷기 좋은 곳과 쉴 만한 곳 전북에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맘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한 ‘눈치보지마시개 길’ 10곳이 있다. 기존 둘레길과 공원, 호수길 중에서 주차 공간이나 주변 관광지와의 연계성, 탐방객 수 등을 따져 전북도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김제와 익산, 전주 등 3곳을 둘러봤다. 김제 만경읍 화포리 새만금광역탐방로는 토정마을에서 진봉면사무소까지 이어진 편도 6.5㎞ 구간이다. 만경강 제방길을 따라 간척지와 들판, 바람, 갈대가 있는 생태환경을 반려견과 함께 체험하며 걸을 수 있다. 시작점인 만경낙조전망대에서 만경 8경 중 1경으로 꼽는 만경낙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망대 주차장에 야외 공용화장실이 있긴 하나 코스 중간에는 화장실과 쉼터가 없다. 익산 성당포구 바람개비길은 성당포구 금강체험관 뒤에 있다. 성당포구 마을에서 출발해 바람개비길과 용안생태습지공원을 거쳐 다시 성당포구 마을로 돌아오는 4.8㎞ 구간이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들이 춤을 추며 방문객을 반긴다. 쭉 뻗은 길을 반려견과 함께 걸으며 사계절 내내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여행지다. 바람개비길 주위엔 약 67만㎡ 규모의 용안생태습지공원이 있다. 이곳에선 나비광장, 풍뎅이광장, 조류전망대 등 다양한 습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또 느릿하게 흐르는 금강을 바라보며 반려견과 쉬어갈 수 있는 조망 쉼터도 잘 갖춰져 있다. 반려동물 동반 식사가 가능한 전주한옥마을 식당의 한정식 상차림 / 안광호 기자 전주 바람쐬는길은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서 출발해 슬로길 쉼터(반환점)를 거쳐 다시 전주자연생태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약 4㎞ 구간이다. 전주한옥마을에서 걸어서 5분이면 시작점에 도착할 수 있다. 길 오른편으로 맑은 전주천이 흐른다. 왼편으로 승암사, 치명자산 성지, 세계평화의전당 등을 지난다. 코스 내내 나무 그늘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반려견과 함께 느릿느릿 산책하기 좋다. 바람쐬는길을 포함해 지난 5월 눈치보지마시개 길로 추가 선정한 4곳(전주·군산·익산·고창)은 길을 알리는 이정표나 상징물이 아직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처음 이 길을 찾는 방문객들이라면 길의 시작점과 코스, 종착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북도와 관광공사는 오는 7월 중순까지 코스 주요 지점에 안내판을 설치 완료할 계획이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면서 비용까지 저렴한 숙소를 고르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여행 콘셉트에 따라 반려견 전용 펜션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반려견 동반 숙소들은 통상 ‘세탁비’ 명목으로 최소 1만~2만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결국 김제와 익산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전주에서 2박을 했다. 두 군데 모두 가격은 7만원으로 동일했다. 비성수기이면서 조식 없이 일요일과 월요일에 숙박했기에 이 가격대가 가능했다. 전주한옥마을 내 B한옥체험 숙소에서 첫 1박을 했다. 한옥마을의 감성을 느끼면서 시간에 구애없이 반려견과 산책이 가능하다. 도보로 한옥마을 내 식당이나 카페, 관광지 방문도 할 수 있다. 한옥마을 변두리에 있다. 상가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중심지에 비해 여유롭고 조용한 편이다. 주차장도 무료공영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대에서 알 수 있듯 시설 수준이 아주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방과 화장실이 좁고 냉장고 등 숙소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가전설비가 없다. 전주 구도심에 있는 D숙소의 경우 시설 수준에선 조금 나은 편이나 근처에 편의시설이 없고 한옥마을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게 단점이다. 두 군데 모두 원룸 형태인데다 조리시설이 없어 가족단위의 반려여행객들에게 그다지 추천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숙소를 예약할 때 보통 홈페이지나 블로그 후기를 참고한다.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당일이라도 사전에 방 상태와 추가 요금 등을 유선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안광호 기자 2022.06.17 11:21

    • 문화/과학

      김제동 방송 복귀 “그들은 실패했고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

      김제동은 2006년 KBS 연예대상 수상을 할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방송인이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소셜테이너 혹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대표격으로 설명된다. 방송인 김제동은 “예전에도 라디오 DJ 제의를 많이 받았었다”면서 “아침방송을 하게 된 건 일상성의 건강함에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MBC 제공 방송인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일까. 하지만 그의 방송 복귀 소식은 적잖은 화제가 됐다. 데뷔 후 처음으로 라디오 DJ를 맡게 된 김제동(44) 이야기다. 지난 9일부터 그는 MBC 라디오 <굿모닝 FM 김제동입니다>(FM4U)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한다. 방송 이틀째인 10일 서울 상암동 MBC를 찾았을 때 스튜디오 밖 대기실에는 그의 ‘새출발’을 축하하며 팬들이 보낸 꽃다발과 케이크, 과일, 음료수 따위의 먹거리가 쌓여 있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고정방송을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밤에 내 목소리를 들으면 청취자들이 더 우울해하지 않을까(웃음). 지하철이나 만원버스 안에서 매일 부대끼며 출근하는 평범한 분들의 하루가 얼마나 빡빡한가. 매일 일찍 일어나 그 고달픈 일상을 이어가는 것 자체로 대단하다. 그런 평범한, 이웃에 계신 분들의 삶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다. 일상성의 건강함에 동참하고 싶었다.” -무대에서 대중을 만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지 않나. “아침에 나와서 방송하고 스태프들과 함께 밥먹고. TV방송과는 또 다른, 사람 사는 느낌 같은 게 있다.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형님이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더라. 배철수 형님도 여긴 진짜 가족 같은 곳이고, 라디오를 하면 내게 진짜 가족이 생길 거라고 했다. 첫날 방송하는데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묘한 감동이 있더라. ‘같이 갑시다’ 하는 말이 애드립으로 나왔다.” -복귀 뉴스에 댓글이 엄청 붙었다. 불편할 법한 이야기도 있던데. “내가 라디오 진행 하나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왜 불편함이 없겠나. 방송을 하자니 정권 바뀌고 수혜 받았다고 할테고, 안 하자니 ‘거봐라, 능력 없는 것 아니냐’ 이럴테고. 또 가만히 있으면 ‘저 새끼 거룩한 척한다’고 할테고, 어디 나가서 몇 마디 하면 ‘이제 네 세상 왔다고 활개를 치는구나’ 하고. 그걸 어떻게 다 일일이 신경 쓰겠나. 내 일상에 집중하고 내 타이밍을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김제동은 2006년 KBS 연예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방송인이었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는 소셜테이너 혹은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대표격으로 설명된다. 변곡점은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에서 사회를 봤던 일이다. 그해 그는 진행하던 <스타골든벨>(KBS)에서 갑작스럽게 하차하게 됐고 방송 출연이 뜸해졌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토크콘서트’라는 신영역을 개척하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매년 겨울 전국을 돌며 열리는 그의 토크콘서트는 티켓 오픈 하기가 무섭게 매진되는 공연계의 히트상품이다. -토크콘서트는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살려고 발버둥쳤다면 아마 토크콘서트를 못했을 거다. 난 마이크를 잡는 것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다. 마이크 들고 방송에 나갈 수 없다면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자고, 그들과 마이크를 나누자고 생각했다.” -사실 블랙리스트라는 게 ‘밥줄’을 빼앗자는 심산 아닌가. 허를 찔린 셈이다.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실패했고 나는 피해자가 아니다’. 물론 피해를 입은 게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겐 승리의 경험이 있다. 토크콘서트 하면서 만난 수많은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방송에 전혀 출연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힐링캠프’도 5년간 진행했고 지난해까지 ‘톡투유’도 2년간 했다.” -토크콘서트로 전국을 다녔다. 고향인 대구는 반응이 남다르지 않나. “한 번은 경북대에서 공연을 했다. ‘김제동 불러서 강의를 하다니 경북대 총장은 자존심도 없냐’, ‘니 모교에서 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더라. 내가 대구에서 전문대를 11년간 다녔으니 이해는 하지만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틀간 4000명이 와서 성황을 이뤘다. 공연을 다니다보면 대구가 가장 반응이 뜨겁다. 양 극단에서 가장 뜨거운 분들이 모여 계신 곳 같기도 하고. 공연장에 오신 어른들 중에선 부모 말 안 듣는 골칫덩이 자식 보는 듯하는 분들도 계신다. 식당 가면 등짝을 두드려 패면서 밥은 고봉으로 수북이 담아주는 할머니들도 많다. 성주 갔을 때도 꼴 보기 싫다며 오지 말라시던 할머니들이 ‘그래도 오는 건 니뿐이다’라며 밥을 챙겨주시더라.” -뭘 해도 정치적 색안경을 끼고 보며 재단한다는 건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닐텐데. “왜 정우성 형이 KBS 정상화를 외치면 개념 있다고 하고 내가 같은 얘기를 하면 빨갱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짜증도 나고 속도 상한다. 어쩌겠나.” 스튜디오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김제동은 “첫날 방송은 많이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박경은기자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버텼다. “주변에서 힘이 되어준 동료들이 많다. 특히 국진이 형(김국진)은 지금도 자주 만난다. 형이 나에게 제일 많이 해준 말은 ‘니 잘못 아니다’는 것이었다.” -연애는 안 하나. ‘김제동 열애’ 기사 써보고 싶다. “정말 노력 열심히 한다. 그런데 안 믿는다. 토크콘서트 할 때도 ‘여자친구 생각하면서 부르겠다’면 반응이 영 그렇다. 그런데 하나 물어보자. 종교시설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면 존경 받는데, 왜 속세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면 하자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부터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억울한 표정을 짓던 그는 틈나는 대로 쓸고 닦는다며 이제는 살림솜씨도 많이 늘었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을 종류별로 꼼꼼히 비교해 구입하고 꼬박꼬박 쌀뜨물에 김치를 볶은 뒤 김치찌개를 끓인다. 얼마 전 세탁기에 돌렸다가 줄어든 옷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그는 재활용 쓰레기 문제는 어떻게 됐냐고 걱정스럽게 묻기도 했다. -그동안 무료 강연이나 기부도 많이 했던데 호구지책은 뭘로 했나.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 돈 받고 강연도 많이 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해야 한다. 왼손이 모른다면 당장 멈출 거다(웃음).” -미얀마에 학교도 짓던데. “돈만 보낸 거다. 앞으로 학교에 수영장도 지을 계획이다. 혹자는 수영장까지 짓냐고 묻던데 그 아이들도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놀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학생들에게 교복을 보내면서 입고 싶은 브랜드로 고르라고 했다. 왜 가난한 아이들은 매번 물려입거나 새것이라도 제일 싼 걸 입어야 하나.”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은 뜸했다. 초·중·고생 등 어린 친구들은 ‘연예인 김제동’을 알아보나. “얼마 전에 경복궁을 혼자 걷고 있는데 체험학습 나온 듯한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몇 명이 나더러 ‘김제동이다’ 하고 아는 척을 하니 다른 친구들이 ‘누군데?’ 하고 묻더라. 중·고등학생들은 뉴스에서 봤다면서 알아본다. 특히 중학생들은 유튜브에서 강연 동영상 봤다는 반응이 많더라. 중학생들 덕분인지 유튜브에 내 강연 동영상 조회수가 2500만 뷰가 넘었다.” -유튜브에 김제동 치면 헌법을 강의한 동영상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안 그래도 다음달쯤 헌법에 관한 책이 나온다. 각 나라의 헌법에 대해 공부한 것을 정리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은 감동적이다. 전문이 11개 부족의 언어로 쓰여 있는데 그 자체가 헌법정신이다. 이 나라 초대 헌법재판관 알비 삭스와 통화해 나눈 이야기들도 넣었다. 딱딱한 책은 아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대들기 좋은 헌법 구절, 부부싸움할 때 아내와 남편에게 각각 유리한 구절, 영화 속에 숨어 있는 헌법 등으로 나눠 재미있고 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헌법 강연 하는 것을 두고 ‘헌법 조무사’ 운운하며 비하하는 이야기도 많았다. “‘조무사’는 어떤 업무를 보조하는, 어디서나 필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비하하고 왜곡해 사용하는 것은 속상하다. 난 개헌할 때 모든 사람들이 ‘헌법 조무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헌법은 나 같은 사람이 봐도 굉장히 쉽게 설명돼 있다. 그래서 누구나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개인 누구에게나 헌법을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네가 헌법에 대해 뭘 아느냐’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난 그런 비아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헌법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필요하다.” -김제동씨가 생각하는 헌법은 뭔가. “혹시 드라마 <비밀의 숲> 봤나. 마지막에 나왔던 대사 중 ‘헌법이 있는 한 우리는 싸울 수 있다’는 대목이 있다.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헌법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힘없는 사람들을 받쳐주는 마지막 버팀목 같은 것, 영화 <베테랑>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아트박스 사장’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러다 헌법 예능도 하겠다. “재미있지 않을까. 하긴 내가 요가를 하겠나, 민박을 하겠나(웃음).” “물론 피해를 입은 게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나에겐 승리의 경험이 있다. 토크콘서트 하면서 만난 수많은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모른다”

      박경은 기자 2018.04.16 14:45

    • [주목! 이 사람]‘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시민연합’ 준비하는 김제완  대표 “아파트 비리, 더 많은 이가 싸워야”

      사회 주목! 이 사람

      [주목! 이 사람]‘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시민연합’ 준비하는 김제완 대표 “아파트 비리, 더 많은 이가 싸워야”

      / 김제완 대표 제공 “일반 회사에서는 몇천만원만 횡령하면 곧 공권력이 개입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더 큰 비리가 있어도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지 않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집을 그려보라고 하면 네모난 아파트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 국민의 65%가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관리비는 연간 1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12조원이 쓰이는 내역은 ‘깜깜이’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배우 김부선씨가 2014년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시 성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난방비 비리의혹을 제기해 ‘난방열사’로 등극한 것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전국 아파트 중 관리사무소를 두도록 한 의무관리단지가 1만5000개인데, 이 중 25%가 분쟁 중이다. 김제완 대표가 ‘투명한 아파트 만들기 시민연합’을 준비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아파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본 입장은 ‘주민자치’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업에 쫓겨 사는 시민들이 관리비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공권력도 미치지 않고, 주민들의 참여도 어려운 빈 공간에는 결국 욕심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 전횡을 하게 마련입니다.” 김 대표 역시 아파트 주민이다. 그가 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지촌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단은 2014년 경찰조사를 받았다. 100억원대 난방관 교체 공사 과정에서 비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내가 사는 곳에서 비리가 벌어지니 두고볼 수 없어서 원인을 캐다 보니 이런 모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은 아직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배우 김부선씨도 포함됐다고 귀띔했다.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다. 비리를 저지르는 주체들에 대한 제도적 감시가 필요하다. 회계부정을 막도록 한 번 작성된 회계서류를 일정 기간 정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관리비 비리 포상금제(아파라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입자도 동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오랫동안 동 대표를 해온 사람들의 담합을 막을 수 있다.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폭로와 소송으로 가기 전 분쟁을 조정할 공적 기구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는 ‘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의 활성화가 현재로서 기댈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본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가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 1년 중 한 번도 열리지 않아요. 위원회의 중재 권한을 강화하고, 지자체장이 개입할 권한을 열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처럼 위원장을 현직법관이 맡도록 해서 권위와 함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정안이 재판상의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김 대표는 재외동포 언론 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운동을 공부했다. 과 에도 글을 썼다. 극렬한 정치적 대립과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데 관심이 많다. 그가 보기에 아파트는 ‘갈등’은 넘치는데 ‘제도’는 없다. 적지 않은 비리가 발생하고, 의로운 주민들은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고개를 아파트로 돌린 이유다. 김 대표는 “김부선 같은 의인은 있다. 의로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비리와 싸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2016.09.06 13:27

  • 레이디경향

    • 밴쿠버에서 만난 법륜 스님&김제동의 즉문즉설 지상 강좌

      연예

      밴쿠버에서 만난 법륜 스님&김제동의 즉문즉설 지상 강좌

      ㆍ‘2012 희망 세상 만들기 청춘 콘서트’ 북미주 편 지난 9월 7일 캐나다 밴쿠버 뉴웨스트민스터 메시 극장에서 법륜 스님과 방송인 김제동이 함께하는 ‘2012 희망 세상 만들기 청춘 콘서트 북미주 편’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시작되기 세 시간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 1천2백 석의 좌석은 일찌감치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수십 명의 관객들은 좌석이 없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웃음과 함성, 박수로 가득 찼던 밴쿠버 공연을 지상 강좌한다. 총 3부로 진행된 공연에 앞서 법륜 스님은 한국에서 청춘 콘서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카이스트 학생들이 자살하면서 젊은이들의 자살 문제가 한국 사회에 이슈가 됐습니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돼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대학을 다니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에게 만나고 싶은 인물을 물어보니 1위 안철수 원장, 2위 김제동씨, 3위 시골 의사 박경철 원장, 4위 조국 교수 등이었습니다. 10위 안에 종교인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건 이 시대의 종교인이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과 부처님 등 옛 종교인들은 사람들에게 빛이 됐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거죠. 그래서 제가 그런 역할을 못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자리라도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법륜 스님이 청춘 콘서트를 기획해 처음 공연한 건 2011년 5월 16일 성년의 날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였다. 대학 측의 도움으로 장소를 무료로 빌렸고 안철수, 조국, 박경철, 김제동, 김여진 등 모든 출연진이 무료 공연으로 힘을 보탰다. 다섯 시간짜리 토크 콘서트의 5천 석이 1시간 만에 매진됐다. 1부 안철수 원장과 박경철 원장의 ‘도전’, 2부 조국 교수와 김여진의 ‘정의’, 3부 법륜 스님과 김제동의 ‘행복’이라는 주제로 성황리에 ‘청춘 콘서트’를 마쳤다. “2012년 초, 해외 교포들을 위해 뭔가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4월에 김제동씨가 어렵게 시간을 내줘서 워싱턴D.C, 뉴욕, LA에서 청춘 콘서트를 했습니다. 그 후에 시애틀, 밴쿠버 등에서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도 김제동씨가 어렵게 일주일간의 시간을 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해외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법륜 스님과 김제동의 청춘 콘서트는 9월 6일 시애틀을 시작으로 7일 밴쿠버, 8일 샌프란시스코, 9일 오렌지카운티에서 열렸다. 이후 법륜 스님은 김홍신 작가와 함께 ‘희망 콘서트’의 일환으로 LA, 휴스턴을 경유해 애틀랜타, 시카고, 토론토, 뉴욕, 보스턴, 워싱턴D.C를 방문했다. 제1부 법륜 스님의 청년 멘토링 ‘방황해도 괜찮아’ 법륜 스님은 이번에 ‘희망 세상 만들기 청춘 콘서트’를 기획한 목적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가져라.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말고 도전하라.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서 하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Q 지난해에 이어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독교뿐 아니라 여러 종교의 신께서 세상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하면 인간의 운명은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됐다는 건데, 인간이 과연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요? 인간의 운명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다는 것은 운명론입니다. 운명론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서양에서는 우리의 운명이 신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데 이것은 ‘신타령’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인도에서는 우리의 운명은 전생의 인연의 결과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데 이것은 ‘전생타령’입니다. 세 번째, 중국에서는 태어난 년, 월, 일, 시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정해진다고 보는데 이것은 ‘팔자타령’입니다. 궁합, 사주를 보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인간이 신타령, 전생타령, 팔자타령을 하는 이유는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지 되는 게 정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내 뜻대로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럼 왜 내 뜻대로 안 됐을 때 괴로우냐? 그것은 처음부터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 되지 않았을 때 괴로운 겁니다. 처음부터 안 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또 뜻대로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반드시 좋은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 뜻대로 돼서 크게 기뻐했는데 후에 그것이 화근이 돼서 도리어 괴로워지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이 다 될 수 없고, 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 두 가지 원리만 안다면 신타령, 전생타령, 팔자타령이 나올 이유가 없고, 궁극적으로 운명론은 올바른 삶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삶이 운명론에 의해 결정된다면 인간은 열심히 살 필요가 없습니다. 태어날 때 이미 운명이 결정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겁니다. Q 제 꿈은 의사가 되는 것인데 얼마 전에 ‘깨달음의 장’에 다녀온 후 ‘내가 의대에 진학하면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의대 진학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로 인해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습니다. 혹시 의대에 진학할 자신이 없는 건 아닌가요?(웃음) 이 고민은 마치 ‘내가 잘생긴 배우 장동건을 좋아하면 다른 여자가 좋아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라고 고민하는 것과 같습니다(웃음).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 힘으로 의사가 됐다면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겁니다.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닌데 왜 걱정을 합니까? 걱정은 의대를 졸업한 다음에 해야 하는 겁니다. 내가 의사가 됐고 사회적인 지위와 재물이 생겼다고 해서 나에게 주어진 재물이나 지위가 모두 다 내 것은 아닙니다. ‘능력이 있다, 없다’라는 것은 평가 기준의 문제지, 인간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된다면 그에 맞는 재물과 능력, 사회적 지위 등이 따라오죠. 그것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많고, 그래서 경쟁도 치열합니다. 그렇다면 의사가 됐을 때 나에게 주어진 재물이나 능력, 사회적 지위 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지, ‘내가 의사가 되면 다른 사람이 의사가 되지 못하니까 나는 의사가 되지 말아야겠다’라는 건 올바른 생각이 아닙니다. Q 제 평생의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 제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해 5년이든 10년이든 고민해보고 그 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빨리 찾기를 원하십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은 스무 살이 넘으면 가장 먼저 먹고 살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자립입니다. 즉 생존을 위한 자립을 해야 합니다. 스무 살이 넘었는데도 자기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몸뚱이만 성인이고 정신은 어린아이인 것입니다. 이때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먹고사는 일 중에서 무엇이 먼저인가 묻는다면 자립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자립을 하는 데 있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해야 할 일이 먼저입니다. 오랜 시간을 고민해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안 하면 됩니다. 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까?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안 하면 됩니다. 우리는 늘 뭔가를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안 하면 됩니다. 나중에라도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5년, 10년을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Q 제 친구 중에 자꾸 어긋난 길로 가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고 잔소리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소리도 질러보고 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그냥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인간이 인간을 고친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잘 고쳐지지도 않습니다. 그저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고, 식사를 챙겨주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려고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하면 그 친구에게는 잔소리꾼으로 인식될 뿐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친구가 진정으로 걱정된다면 그냥 옆에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제2부 김제동과 함께 나누는 ‘우리들의 이야기’ “잘생겼어요. 멋있어요”라는 관중의 환호 속에 등장한 김제동은 “잘생겼다 해놓고 여러분이 웃으면 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라며 재치 있는 농담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자신을 웃음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강연의 주제는 ‘웃음과 행복’이라고 밝혔다.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은 언제 웃을까? 언제 행복한가?’입니다. 사람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많이 웃습니다. 비웃는 거 말고 진짜 웃을 때 보면 그 사람이 행복한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김제동은 실제로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고. 답은 그런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웃게 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는 것. 또 누군가를 보고 웃는다면 바로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증거로 알아도 좋다고 한다. “지난해 구룡마을에 수해가 났을 때 제가 트위터에 ‘돕자’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삽시간에 2백 명 정도가 모여서 수해 복구를 하러 갔습니다. 한창 물을 펴내고 있는데 어떤 기자분이 ‘김제동씨는 왜 그렇게 정치적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일이 없는 날엔 집에 하루 종일 혼자 있습니다. 그게 싫어서, 사람들과 모여 뭔가를 하는 게 좋아서 수해 복구 현장에 나왔는데 저를 보고 정치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니 낮추자’라고 했더니 저를 좌파라고 했습니다. 없는 사람들과도 부를 나눠야 한다고 했더니 역시 좌파라고 했습니다. 옛날에 저희 마을에 술 취한 아버지가 밤새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집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괴롭히던 아버지가 잠깐 집 밖으로 나가면 마을 아주머니들이 그 집에 가서 ‘너희 아버지 오기 전에 어서 먹어’라며 아이들 밥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그 아버지는 미워도 아이들은 살려야 한다는 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었던 거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마음을 두고 좌파라고 합니다.” 김제동은 좌파, 우파의 문제는 좌우 계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했다. 추운 겨울날 집이 없어진다고 망루 위에 올라가서 “우리 집 좀 지켜달라”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불태워 죽이는 것이 과연 좌파, 우파로 나뉘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인지,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길거리에 나왔다고 해서 때리고 진압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지켜본 아이들은 아직도 버스를 보면 울면서 ‘저기서 우리 아버지를 때린 사람들이 내렸다’라고 한답니다. 겨우 대여섯 살 된 아이들인데…. 그런 것들이 좌파, 우파로 나뉘어야 하는 일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김제동은 내 아이가 행복하면 옆집 아이도 행복해야 한다며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사람은 행복할 때 웃는 것이니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웃는 것이 좋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실제로 웃으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 신기하게도 웃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개인의 행복은 웃는 것에서 온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행복하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라며 주체와 자립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제 통장에 10억원 이상 들어 있습니다. 서래마을에서 전세를 살고 동부이촌동에 31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최대의 수혜자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것이 저 혼자의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 함께 나눠보자는 마음을 갖고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서 여야 상관없이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애원합니다. 그러다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나면 시민들을 향해서 ‘넌 누구냐’라며 태도가 바뀝니다. 심지어 시민들에게 관등성명을 대라고 합니다. 응급상황을 접수해야 하는 119에 전화해서 관등성명을 대라는 게 말이 됩니까?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정치인들이 주권자들에게 자기들의 관등성명을 대는 것이 정상입니다.” 김제동은 현대사회에서 국민이 자립과 주체를 이룰 수 있는 길은 투표라며, 다가오는 선거에서 재외국민 투표에 꼭 참여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표하는 국민이 만드는 것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습니다. 만약 국민의 90%가 투표를 하면 정치인은 국민 90%의 눈치를 볼 것이고 40%가 투표한다면 국민 40%의 눈치를 볼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자립과 주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자는 것입니다.” 제3부 법륜 스님&김제동 ‘희망 세상 만들기’ 김제동의 백만 불짜리 공연이 끝나자 법륜 스님과 김제동의 합동 공연이 시작됐다. 이미 공연을 시작한 지 세 시간이 흘렀지만 1천2백 석의 좌석은 빈자리 없이 빽빽했고 아무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관객들의 질문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바뀌어갔다. Q 지식을 쌓아가는 것과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 지식은 모두 간접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은 어떤 사물의 진면목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즉, 많은 지식이 사물의 진면목을 보는 데 유리하기도하고, 편견이 되어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지식이 사물의 진면목을 보는 데 장애가 된다면 지식마저도 버리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지식이 사물의 진면목을 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지식을 쌓아가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지식 자체는 깨달음을 위해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어떤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편견 없이 전반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스님이 결혼을 안 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김제동씨처럼 38세의 남자가 결혼을 안 했다는 것은 조금 부족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는 관점에 따라 똑같은 상황이 달라집니다. 관념을 놓고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Q 자식을 양육하는 데 부모 중 어느 쪽이 더 책임을 져야 하는지요? 자식은 부부 중 엄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여기서 엄마라 함은 ‘기르는 자’를 말합니다. 할머니가 키운 아이에게는 할머니가 엄마가 되고 아버지가 키운 아이는 아버지가 엄마가 됩니다. 근본적으로 ‘낳은 자’가 엄마가 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낳은 자가 있는데 다른 이를 엄마라 불러야 한다면 아이 심성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럼 아이가 올바르게 자라기가 쉽지 않겠죠. 또 가족이 화목하지 못해서 엄마 심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바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아버지는 늘 집안의 화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화목한 가정에서 심성이 올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따라 배우는 게 본성입니다. 엄마가 긍정적이면 아이도 긍정적이고 엄마가 즐겁고 행복하면 아이도 즐겁고 행복한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묻기 전에 부부가 화목하게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 성폭력 등 범죄와 관련된 처벌이 미약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인권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권이라는 것은 가장 열악한 조건에 처한 사람에게도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갖게 하자는 것입니다. 전쟁 중에 적군을 잡았을 때 감정적으로 처리하면 당장 죽여야겠죠. 하지만 무장해제를 시킨 다음 먹이고, 재우고, 다친 곳을 치료해 전쟁이 끝난 후에 자기 나라로 돌려보냅니다. 이것이 바로 21세기에서 말하는 인권입니다. 마찬가지로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감정적으로 보복적인 생각을 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성폭력 등과 관련된 범죄자들을 보면 어떤 순간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네 시간에 걸친 ‘희망 세상 만들기 청춘 콘서트’는 박수와 환호, 함성의 연속이었다. 미래에 대한 진로, 현실의 체제, 현명한 교육법 등 각양각색의 즉흥 질문에 시원한 즉답을 해준 법륜 스님은 “대한민국은 살 만한 나라가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변화하는 동아시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지난 1백 년 동안의 가슴 아픈 과거를 모두 떨쳐버리고 앞으로 동아시아의 주인으로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1백 년을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말로 공연을 마쳤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던 관객들은 2013년에도 밴쿠버에서 청춘 콘서트가 열리길 희망한다며 열화와 같은 박수로 아쉬운 마음을 대신했다. Mini Interview 청춘 콘서트의 일등공신 대기실에서 만난 김제동 Q 밴쿠버에 처음 오셨는데 소감이 어떤지? 여기가 어디인지 분간이 잘 안 되는 상황입니다. 어제 시애틀에 도착해서 바로 공연하고 서포터즈들과 이야기하다가 숙소에 가니 자정이 넘었더라고요. 근데 법률 스님께서 새벽 6시부터 등산을 가자고 하셔서 산에 다녀왔습니다. 그러고는 아침 식사하고 바로 밴쿠버로 출발했는데 사실 아직까지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아, 시애틀에서 오면서 보니까 길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Q 이렇게 힘든 일정인데 출연료는 무료죠? 그럼에도 이와 같은 공연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청춘 콘서트를 여러 번했지만 그래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연하려고 합니다. 관객들이 지불한 비용이 이와 같은 무료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저는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공연을 하겠다고 했는데, 대답해놓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공연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웃어주시니까 그게 가장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옛날에 공연을 보러 다닐 때 생각해보면 공연 보는 그 시간도 좋지만 공연 보기 일주일 전부터 설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좋았습니다. 오늘 공연을 보신 분들도 그런 기분을 느꼈을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Q 한국에서 펼쳤던 청춘 콘서트와 밴쿠버 청춘 콘서트의 차이점은 뭔가요? 한국에서 한 청춘 콘서트와는 형식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의 청춘 콘서트가 정치적이라고 지적받았다면 밴쿠버 공연은 전혀 그런 부분이 없죠. 청춘 콘서트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진로, 미래, 결혼, 학업 등의 내용이 많이 닮았습니다. 역시 나라가 달라도 젊은이들의 고민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사진 경영오(프리랜서)>

      2012.09.26 17:17

    • 문화/생활

      [Book]센스 오브 원더/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外

      마음에 쏙 드는 책 한 권 고르기까지의 과정이 어렵지, 일단 손에 잡으면 그때부터는 일사천리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면, 주저 없이 손에 들어보자. 그 순간부터 오롯이 당신의 것이 될 테니까. 센스 오브 원더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중 한 사람인 생태주의자이자 보호주의자 카슨이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48주기가 된다. “자연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발견의 모험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던 그녀의 메시지가 담백하게 녹아 있는 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진정한 생태교육이 무엇인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2002년 출간된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의 개정판으로 닉 켈시의 사진 또한 큰 울림을 준다. 레이첼 카슨 / 12,000원 / 에코리브르 3, 7, 10세 공부두뇌를 키우는 결정적 순간 아무리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뇌의학자인 저자 하야시 나리유키 박사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며 지금 아이의 뇌가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필요 없는 뇌세포가 사라져 뇌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3~7세에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좋은 습관을 몸에 익혀 뇌 기초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하야시 나리유키 / 12,000원 / 테이크원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던 주인공 도랑은 애인을 가장한 산업스파이에게 회사 기밀을 유출해 해고된 이후 불판닦이,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이른바 ‘루저’의 삶을 이렇게도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일용직 노동자와 대필 작가 생활을 하며 끝내 펜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실제 인생이 작품에 입체감을 더한 듯하다.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전민식 / 12,000원 / 은행나무 인문&교육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큰 인기를 모았던 인터뷰집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에 이은 두 번째 김제동의 이야기.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힘겨운 청춘을 어루만지고, 대중과 소통의 장을 마련해온 그가 이번에는 청춘들의 따뜻한 멘토 안철수·박경철,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 문재인, 취임 1주년을 맞은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봉사와 사회참여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이효리 등 이 시대 최고의 ‘훈훈한’ 이슈메이커들을 만났다. 김제동 / 13,000원 / 위즈덤경향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걷다 산티아고 순례길과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을 이미 섭렵한 베테랑 도보여행자 김효선이 유럽에서는 널리 알려졌으나 우리에게는 생소한 스웨덴의 쿵스레덴을 다녀왔다. 총 구간 430km 중 19일 동안 260km를 걸어서 다녀온 저자의 기록은 쿵스레덴의 아름다운 대자연이 전해준 기운을 그려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책을 읽고 짐을 꾸릴 누군가를 위해 구간별 거리, 구체적인 숙박 정보 등 세세한 정보까지 담았다. 김효선 / 16,000원 / 한길사 학교에서 사귄 첫 친구예요! “친구와 친하게 지내렴”이라는 말은 입버릇처럼 내뱉지만, 정작 아이가 갖고 있을 친구 사귀기의 두려움에 대해서는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사귀는 데 두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의 사례 일곱 가지를 모아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친구를 만들 수 있는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조언을 해주는 동화다. 친구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놀이, 우정에 얽힌 옛이야기, 친구와 재미있게 공부하는 법 등도 알찬 정보가 될 것이다. 김하늬 글, 유순혜 그림 / 11,000원 / 밝은미래 미안한 마음 봄날 누군가에게 책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의 에세이를 써온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이 양장본으로 재출간됐다. 꾸밈이 없고 소탈해 술술 읽히는 저자의 글은 추덕영의 일러스트와 만나 여백과 여운이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됐다. PVC 원단에 패턴을 넣은 민트색 표지가 눈에 쏙 들어오는 산문집과 똑같은 판형의 수첩이 세트로 구성됐다. 함민복 글, 추덕영 그림 / 13,000원 / 대상 주말여행 컨설팅북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여행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이야말로 제목과 딱 들어맞는 여행 컨설팅 북이다. 각 코스마다 구간별 이동 동선을 고려해 아침, 점심, 저녁을 해결할 맛집을 소개하고 여기에 숙박지 정보까지 담아서 효율성을 높였다. 당일·1박 2일·2박 3일 등 일정에 따른 코스, 연인·가족·싱글 등 여행 파트너별 코스로 나눠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지역별·계절별·테마별로 재구성된 목차도 매력적이다. 이민학·유은영 / 16,800원 / RHK 이놈의 청소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 ‘봄맞이 대청소’는 말뿐, 엄두를 못 내는 주부라면 이 책을 주목하자. ‘청소쟁이 페코’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자신만의 청소 기술과 편리한 도구를 소개해온 일본 주부의 노하우가 한 권에 담겼다. 청소를 쉽게 할 수 있는 요일별 청소법부터 기특한 청소도구와 세제에 대한 정보를 소개한다. 가장 하기 싫은 욕실 및 베란다 청소 제대로 하는 법, 찌든 때를 말끔하게 빼는 법, 해체하기 어려운 조명기구 청소법은 알아두면 제법 유용하겠다. 페코 / 10,000원 / 북웨이 손바닥 원예식물도감 관상 목적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 정화, 오염물질 제거 등의 이유로 다양한 원예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름은 물론 식물의 습성, 관리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가까이에 두고 볼 수 있는 ‘내 손안의 도감’ 시리즈 중 원예식물도감 편이다. 초보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종류별로 식물을 분류했다. 또 가나다순으로 꽃 사진을 배열해 봄나들이에 나선 아이들에게 꽃 이름을 알려주는 용도로도 제격. 눈으로만 익었던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 역시 생생한 교육이다. 제갈영 / 15,000원 / 이비락 임신출산 요리백과 국내 최초의 임산부 음식 연구가를 표방하는 저자는 임신 초기·중기·후기별로 챙겨 먹어야 할 영양소가 다르다고 말한다. 초기에는 저하된 면역력과 입덧 등을 고려해야 하고, 중·후기에는 체중과 체력 관리, 관절 보호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신 초기에서 모유 수유 기간에 이르기까지 임산부들이 궁금해하는 식생활 상식과 산후조리 3주간의 식단까지 꼼꼼하게 담아냈다. 김명희 / 15,000원 / 미디어윌 실용&생활 도전! 수퍼키즈 다이어트 국내 최초로 시도된 소아비만 탈출 프로그램 ‘수퍼키즈’는 1천200명이 넘는 지원자 가운데 선발된 10명의 아이들이 100일간의 사투 끝에 총 143.8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의 지휘 아래 진행된 건강한 다이어트 덕분에 키가 평균 3cm 자라기도 했다. 참가자 10인의 생생한 다이어트 노하우와 함께 소아비만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아이의 비만 탈출을 위한 부모의 수칙까지 수록했다. 스토리온 ‘수퍼키즈’ 제작팀 / 14,800원 / 비타북스 설탕·버터·달걀 NO! 채식 베이킹 아토피성피부염을 앓는 아이에게는 식품첨가물이나 설탕, 버터, 달걀 등이 다량 들어간 음식이 해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과 과자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는 식물성 베이킹을 제안한다. 그렇다고 맛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을 듬뿍 넣어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바나나, 단밤, 말린 과일, 고구마, 풋콩, 단호박 등도 훌륭한 케이크와 쿠키의 재료가 된다. 후지이 메구미 / 9,500원 / 리스컴 한땀한땀 손뜨개 인형 손뜨개로 만든 인형은 어딘가 정감 있다.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라는 점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아이템은 없을 듯. 코바늘이 손에 익지 않은 초보자도 완성도 높은 인형을 만들 수 있도록 7개의 인형을 기본편으로 구성해 머리와 몸통 연결, 팔다리 달기, 표정이 살아 있는 눈과 입 만들기 등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휴대폰 줄, 티슈케이스, 브로치 등으로 구성한 소품 편도 활용도가 높을 듯하다. 장진성 / 13,800원 / 그리고책 <■담당 / 장회정 기자>

      2012.05.17 17:37

    • 연예

      우리 시대의 대변인 김제동이 말하는 ‘함께하는 우리’

      ㆍ“웃음에 바탕을 둔 ‘시민적 상상력’과 ‘진정한 소통’으로 함께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제동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한 번 올려다보며 “다행이네요. ‘방송인’ 김제동이라고 적어놓질 않아서”라며 웃었다. 이제 ‘한때 방송인’이라며 자신을 지칭하는 이 남자는 최근 강연, 토크 콘서트,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대중을 만나러 다니는 중이다. 더 이상 ‘마이크’를 잡지 않고 있지만, 그의 말들은 더 멀리 더 깊이 번져나가고 있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소통 지난 8월 13일, 경향신문사 2층 대형 강의실에서는 상상문화학습원의 개원을 기념하는 특강이 열렸다. ‘건강한 시민적 상상력과 소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의의 강연자는 방송인 김제동(36)이었다. “제가 살아온 인생이 그리 긴 것도 아니고 사실 강의를 할 자격도 별로 없는 사람인지라 강의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제가 있었던 곳, 겪었던 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느끼는 것에 대한 이야기나 들려드릴까 합니다”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김제동은 먼저 진정한 ‘소통’의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사실 소통은 별다른 게 아닌데, 요즘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죠. 소통이란 통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와 너는 틀려’가 아니라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소통의 출발입니다.” 어떠한 기준과 틀을 이미 정해놓고 그 안에 대상을 끼워 넣어 비교하고 분석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부분의 차이를 확대한다. 비교한다는 것은 그 대상의 차이를 확대하는 것. 김제동은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비교’가 아니라 각각의 개체를 올곧게 바라봐주는 ‘통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통찰’은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존하지 않는 각각의 주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의미의 소통입니다. 개개의 역사성과 주체성을 철저히 인정하는 것이죠. 나는 어느 누구보다 우월하지 않고, 반대로 누구보다 열등하지 않은 독특한 존재예요. 그런 존재들이 서로를 인정하고 기꺼이 부딪혀가며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 벽을 쌓지 않는 세상,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개인의 고유한 논리를 바탕으로 웃을 수 있는 상상력 김제동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소통’ 위에 어떠한 틀에도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더해졌을 때 ‘웃음’이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평소 “나는 웃기는 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해온 그답게 꽤 긴 시간 ‘웃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단, 그가 생각하는 웃음은 돌아서고 나면 공중으로 흩어지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뒤집어보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웃음이다. “창문을 통해 세상을 그저 바라보고 있으면 1년, 2년, 10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겁니다. 똑같은 것들이 끝없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조금의 의심도 품어보지 않는다면 웃음은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가치와 논리를 가지고 뒤집고 비틀어보며 웃을 수 있는 상상력, 그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제동은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얼마 전 책을 읽던 중 마음에 꽂혔다는 한 구절을 소개했다. ‘외롭다는 것은 두렵다는 것이 아니라 슬픈 거란다’라는. 그의 말대로 슬프지 않으려면 외롭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두렵지 않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며, 슬프지 않다는 것은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손잡고 함께한다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 글 / 이연우 기자 ■ 사진 / 이성원>

      2010.09.03 13:23

    • 백혈병 극복하고 몸짱으로 거듭난 김제헌씨의 건강한 삶

      화제

      백혈병 극복하고 몸짱으로 거듭난 김제헌씨의 건강한 삶

      ㆍ“운동을 통해서 건강뿐 아니라 자신감도 되찾았어요. ㆍ이제는 제가 누군가에게 희망의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일요일 오전 선유도 공원, 약간은 알싸하게 차가운 날씨인데도 곳곳에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온몸에 이불을 둘둘 말아 감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픈 주말 아침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가쁜 호흡이 주는 행복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즐거운 표정의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다부진 체격의 ‘몸짱’ 청년 김제헌씨. 한눈에 봐도 보기 좋은 몸을 가진 건강한 모습의 청년이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백혈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며 ‘견뎌내던’ 환자였다. 삶의 끝에서 느낀 절망감, 오기로 다시 서다 어쩌면 김제헌씨(26) 본인조차 오늘의 자신을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복막염, 후두염에 이은 급성백혈병 진단까지. 병원에서의 기억밖에 없는 20대 초반을 보낸 그로서는 당연히 지금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지금 그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여기에 서 있다. “스물두 살 때부터는 내내 병원에서 지낸 기억밖에 없어요. 몸 여기저기가 아팠거든요. 일하다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이에요. 거기에 백혈병 선고까지 받게 되니 ‘아직 젊다면 젊은 나인데 이렇게 끝나는 건가’ 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김제헌씨는 스무 살 무렵까지만 해도 특별히 아픈 곳 하나 없이 비교적 건강한 편에 속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하는 것을 즐기고 스킨스쿠버 자격증까지 있을 정도로 못하는 운동이 없는 활동적인 청년이었다. 다만, 살이 많이 찌면서 한때 140kg 가까이 나가는 거구였다는 것 정도가 남들과 다른 점이었다. 그것도 군 입대를 위해 받은 신체검사에서 몸무게 때문에 공익요원 복무 판정을 받게 되자 ‘살을 빼야겠다’는 결심을 세우고 1년여에 걸쳐 결국 70kg을 감량했다. 그러던 그가 처음 병원 신세를 졌던 것은 복막염 때문이었다. 맹장이 터진 것을 모르고 며칠째 방치하다 보니 복막염으로까지 번진 것이었다. “그때는 몸 어디가 아프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죠. 젊으니까 건강에 대해 과신했던 것 같아요. ‘배가 좀 아픈데?’ 하다가도 친구들이랑 술 마시면서 아픈 걸 잊고 그랬어요.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웠다니까요.” 건강에 대한 무모한 자신감으로 가득하던 시절,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임파선 파열과 후두염으로 크게 아파 90일 가까이 중환자실 신세를 지던 중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게 3년전 일이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데 바깥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어요.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직 한창 일하고 놀아야 할 때인데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죠. ‘이렇게 죽기는 싫은데’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백혈병이면 어차피 죽는 거니까 죽더라도 병원 밖에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 때부터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2년여 동안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체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는데 몸무게는 계속 불어났다. 자꾸만 우울한 생각이 들고 매사에 자신감도, 의욕도 떨어지기만 했다. “그때의 기억은 솔직히 지금도 떠올리고 싶지 않아요. 항암치료로 몸이 힘든 것도 문제였지만 굉장히 의기소침해지고 세상과 담을 쌓게 되더라고요. 병실에 TV가 있어도 안 보게 되고, 면회시간 외에는 사람들도 못 만나게 되니까 멀어지고요. 마치 철창 없는 교도소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렇게 돼요.” 그럼에도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순간 불쑥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든 ‘오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인생을 끝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봐야겠다’는 강한 욕구가 어느 순간 그를 확 바꿔놓았다. “제가 운전을 참 좋아했거든요. 죽더라도 독일 아우토반에 가서 시속 300km 이상 밟아보고 죽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리고 백혈병도 감기와 비슷한 것 정도로 생각하려고 애썼어요. 계속 죽느니 사느니 생각하는 것이 저를 더 망치는 것 같더라고요.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말고,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넘기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던 중 하늘이 도왔는지 지난해 7월, 그에게 꼭 맞는 골수 기증자가 어렵게 나타났다. 감사하게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경과 또한 좋아 바로 다음달 퇴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희망이 되고자 하는 또 한 번의 도전 투병생활 동안 약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김제헌씨가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과의 싸움, 운동이었다. 우연히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트레이닝 전문가가 함께 진행하는 ‘백일간의 약속’이라는 몸만들기 프로젝트를 보고 ‘아, 이거다!’ 싶은 마음에 즉시 지원서를 냈다. 몸이 아프면서 의기소침해진 자신을 새롭게 충전하고 뭔가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처럼 많이 아팠던 사람들도 다시 일어서고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하고 비슷한 시기에 골수이식을 받고도 계속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당시만 해도 아직 약을 먹는 중이었고 체력도 약한 상태이긴 했지만, 어떤 일반인들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요.” 오히려 걱정을 한 쪽은 주최 측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그의 강한 의지를 믿어보기로 한 트레이너들은 김제헌씨를 위한 세심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체중 감량 자체보다는 건강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를 도왔다. 무엇보다 김제헌씨 스스로 피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매일 6시 30분에 일어나 공복에 30~40분 동안 유산소운동을 한 뒤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개인 트레이닝을 하고 트레이너들과 근력운동에 매진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식이요법도 병행했다. “주변에서 ‘운동도 좋지만 굳이 왜 그렇게까지 무리하려고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번 시작한 이상 이 악물고 견뎌내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원래 제가 뭐든 중간에 포기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남들과 똑같이 출발한 것이 아니니까 조금 더 열심히, 많이 노력했어요.”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세균 접촉을 피해야 하는 항암치료의 특성상 2년여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집과 병실에만 있었던 탓인지 하체에 너무 힘이 없어 운동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또, 투병생활 동안 생긴 불면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다 보니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데 어려움도 따랐다. 생활리듬 자체가 깨진 상태였기 때문에 소화도 잘 안 될뿐더러 대상포진이나 급격한 당 수치 변화 등으로 어려운 순간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보다 김제헌씨의 강한 의지의 힘이 더 컸다. 정해진 운동 프로그램이 다 끝난 후에도 스스로 ‘나머지 운동’까지 자처하는 노력이 계속되자 몸은 점차 제 기능을 되찾기 시작했고 체중도 20kg 정도 줄었다.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밝고 좋아졌다며 칭찬하는 것은 물론, 백혈병 완치라는 커다란 선물도 얻었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트레이너 선생님들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친구들 덕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아플 때부터 돌봐주신 부모님이 가장 큰 공헌자세요. 제가 외아들이라 아팠을 때 많이 놀라고 힘드셨을 거예요. 이제 건강해졌으니 정말 잘 해드려야죠.” ‘백일간의 약속’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김제헌씨는 스스로에 대한 관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은 물론 균형 잡힌 식사와 영양을 섭취하는 데도 신경 쓰고 있다. 운동과 건강관리는 이제 ‘반짝’ 집중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라, 평생의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과거 몸이 아팠거나 혹은 지금 고통받는 이들이 진정으로 ‘건강한 삶’을 찾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예전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제가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고 나니 이제는 이 기쁨과 성취를 남들도 맛보게 해주고 싶네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트레이너 중에 난치병을 극복하고 일어선 사람이 없는데, 제가 그걸 이뤄보려고요. 아픈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일어날 수 있었으면 해요. 자신감과 희망도 얻고요.” 요즘 김제헌씨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기쁨에 푹 빠져 있다. 꾸준히 체계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 관련된 공부도 시작했다. 곧 자격증 시험이나 교육 과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침대에 누워 지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얼마 못 살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들었던 그가 ‘몸짱’이 되기까지, 누군가는 기적이 일어났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김제헌씨가 만들어낼 진짜 ‘기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2009.11.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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