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내란 우두머리 대리인과 악수 못해’···선명성 무기로 존재감 키운 권영국... 줄 것 같아서 명백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리인”이라며 김 후보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19일 SNS에선 전날...
6·3 조기 대선
이유진 기자 2025.05.19 16:24
정치
‘내란 우두머리 대리인과 악수 못해’···선명성 무기로 존재감 키운 권영국... 줄 것 같아서 명백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리인”이라며 김 후보에게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19일 SNS에선 전날...
6·3 조기 대선
이유진 기자 2025.05.19 16:24
정치
김상욱 “민주당은 12·3 내란에 민주주의 지켜…참민주보수의 길”... 추구하는 ‘참민주보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우리가 민주주의를 잃지 않게 투쟁하고 싸우면서 지켜낸 정당”이라며 “저는 민주주의가...
허진무 기자, 박하얀 기자 2025.05.19 10:01
사회
탈당한 윤석열, 두 번째 포토라인···‘내란에 직권남용 추가’ 재판... 오전 재판 종료 후 식사를 위해 나서다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또다시 법원에 공개 출석한다. 서울중앙지법...
윤석열 내란 재판
전현진 기자 2025.05.19 07:23
정치
이재명 “내란 심판 선거 맞다” 김문수 “내란 여부 재판 중”... 미래를 결정하는 정말 중요한 선거”라며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내란 세력 때문에 나라가 위기에 빠졌다. 이번 선거는 (내란) 심판 선거가 맞다”면서 “기회를 주시면...
6·3 조기 대선
조미덥 , 강연주 2025.05.18 21:21
생활
“언론은 내란범죄 세탁을 멈춰라” 시민문화제 연다“언론은 내란범죄 세탁을 멈춰라” 시민문화제 포스터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내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란세력의 준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사법부-언론 카르텔은 여전히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스피커’ 노릇으로 비판을 자초했던 언론은 이제 내란세력을 ‘정상적 정치집단’으로 둔갑시키는 저널리즘 세탁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언론계에는 윤석열 언론탄압 행동대장으로 나섰던 내란잔당이 언론기관을 그대로 장악하고 있습니다. 방송장악 야욕을 버리지 못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민원사주로 방심위 근간을 흔든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TBS 폐국위기 주범 오세훈 서울시장, ‘조그만 파우치’ 박장범 KBS 사장, 유진그룹 대리인 김백 YTN 사장, 이진숙 최악의 알박기 신동호 EBS 사장 임명자 등이 대표적입니다. 전국 92개 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언론이 더 이상 내란 공범으로 전락되지 않게 이들 언론계 내란세력 청산, 언론 정상화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언론6적 이진숙·류희림·오세훈·박장범·김백·신동호 파면을 시민들과 외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5월 9일(금)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서십자각터(경복궁역 4번출구 인근)에서 ‘이제는 언론개혁이다’ 시민문화제를 엽니다. MC장원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문화제는 언론토크, 퀴즈쇼, 영상 상영 등으로 구성되며, 노래로 물들다·이한철의 공연도 선보입니다. ‘언론6적 룰렛’, ‘언론개혁 4행시 백일장’ 등 시민참여 사전행사는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됩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공식 후원합니다. “이제는 언론개혁이다 : 언론은 내란세탁을 멈춰라” 시민문화제 o 일시 : 2025년 5월 9일(금) 오후 7시~8시 30분 ※사전행사 : 18시 30분~19시 o 장소 : 광화문 서십자각터(경복궁역 4번 출구) o 주최 :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o 후원 :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출처 : 전국언론노동조합(http://media.nodong.org)
안병길 기자 2025.05.08 15:26
연예
[오늘 개봉작] ‘내란의 시작’ 극장에서 목도하라뉴스타파가 기획한 영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감독 김용진)을 극장에서 목도하라.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뉴스타파와 윤석열의 7년 전쟁을 그린 사상 최초 압수수색 르포르타주다. 개봉 전부터 검찰 특수부가 상영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할 만큼 화제의 중심에 오른 작품답게 언론과 평단, 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전국 상영회로 공개된 영화는 의미와 재미 모두 잡은 작품이라는 호평 속에 기대감을 더한다.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앞서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전국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된 VIP 시사회 현장에는 텀블벅 펀딩을 통해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같이보기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과 언론계, 종교계, 정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 250여 명이 함께 했다. 특히 한국 자유언론운동의 상징인 동아투위의 이부영 위원장 등 원로 언론인이 함께했고, 종교계에선 함세웅 신부, 정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에 의정 활동을 집중하고 있는 추미애, 서영교, 이훈기, 이건태, 부승찬 의원 등 국회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영화의 엔딩곡에 삽입된 ‘아름다운 강산’의 인연으로 음악인 신대철도 참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특별수사팀의 뉴스타파 압수수색과 강제수사 과정을 입체적으로 들춰내 윤석열 검찰 정권의 무도함과 빈민주, 반역사성을 현장 중심 르포 형식으로 폭로하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에 대한 반응 역시 놀랍다. 영화를 관람한 후 대부분 극영화를 능가하는 속도감, 긴장감과 함께 이야기 구조가 탄탄해 너무 흥미롭게 봤다고 입을 모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개혁 없이는 민주주의도 불가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우리에게 거짓말쟁이는 검찰총장이 될 수 없다는 걸 외롭게 알려준” 뉴스타파의 노고를 칭찬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속이 시원했다”며 “역사를 만들어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을 짓밟으려는 자의 실패가 낱낱이 그려져 있다”면서 “검찰이 함부로 압수수색하는 걸 막아야 되겠구나 공부했다”고 말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은 “뉴스타파 후배들이 정말 단단하게 버티고 견뎌줘서 그 긴 터널을 지나고 우리가 마침내 그 햇빛이 있는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언론 독립의 표본으로 역할을 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며 “새로운 세상이 열려도 더 큰 역할을 해주리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뉴스타파의 노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무 재미있다”면서 “500만까지 가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약속했고, 김규현 변호사는 “영화 ‘변호인’만큼 재밌었다”고 영화의 재미를 인정했으며, 강미정 조국혁신당대변인은 “스릴러를 능가하는 긴장감을 주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격찬했다. 또 언론인 홍사훈은 영화 속에서 “한상진 기자의 눈물이 보는 내내 가슴에 박혔다”며 공감했다. 김우철 전 전문위원은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검찰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느끼기를” 당부했고, 함세웅 신부는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과거의 모든 것을 마저 쓸어버리는 은총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은 전국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씨네큐와 독립예술 전용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다원 기자 2025.04.23 08:32
연예
‘내란나비’된 김흥국, 답글에 “헌재개판” 막말가수 김흥국. 스포츠경향DB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격렬하게 반대했던 가수 김흥국이 윤 전 대통령을 파면 결정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흥국은 4일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김흥국 들이대TV’의 최신 동영상에 한 누리꾼이 남긴 ‘아으 나라를 잃었다 아으’라는 댓글에 ‘헌재개판’이라는 짧은 답글로 동의의 뜻을 보였다. 이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14일 헌재에 사건이 접수가 된 지 111일 만이다. 김흥국 들이대TV 캡처 이날 김흥국은 댓글을 통해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진짜 어릴때 앗싸 호랑나비 영화도 보고 추억의 가수였는데 이렇게 추잡하게 늙어버릴줄은..진짜..ㅋㅋㅋ 욕도 아깝다’라며 자신을 비판하는 댓글에 ‘너나 욕하지 마라’라고 답글을 달며 맞서기도 했다. 또 ‘내란나비 때려잡을일만 남았네요 이제’라는 댓글에도 ‘잡어라, 누구 맘대로’라며 받아치기도 했다. 평소에도 극도의 보수지지자로 잘 알려진 김흥국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정국에서도 역시 윤 전 대통령의 편을 들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강하게 목소리를 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에서, 누리꾼들이 단 댓글에 답글로 설전을 벌이며 비판을 받았고, 그 결과 자신의 대표곡인 호랑나비 대신 ‘내란나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흥국 들이대TV 캡처 김흥국 들이대TV 캡처
윤은용 기자 2025.04.04 16:49
연예
[전문] 문화연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환영한다”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화·예술관련 시민단체인 문화연대가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환영하는 논평을 냈다. 문화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며 시민을 탄압한 정권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자,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승리”라며 “우리는 이 결정을 환영하며, 동시에 윤석열 정권이 초래한 사회적·정치적 폐해를 철저히 청산하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검열과 탄압을 종식해야 한다”며 “이는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고 주장했다. 문화연대는 이어서 “윤석열의 파면은 시민의 힘으로 이룬 성과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회대개혁과 체제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넓은 연대와 강력한 실천이 중요하다”며 “거리에서, 일터에서,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더 많은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여 함께 싸우고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국민의힘 정당 해산 등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내란에 가담한 세력들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연대 다음은 문화연대 논평 전문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환영하며, 이제는 사회대개혁과 체제전환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헌법재판소가 마침내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며 시민을 탄압한 정권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자,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승리다. 우리는 이 결정을 환영하며, 동시에 윤석열 정권이 초래한 사회적·정치적 폐해를 철저히 청산하고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다시 민주주의 길로 나아갈 기회를 얻었으며, 이 기회가 결코 헛되이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의 파면은 단순한 정권 퇴진이 아니다. 이는 기득권과 권력의 폭주를 견제하지 못한 현 체제의 총체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검찰, 사법기관, 보수언론, 재벌, 극우 세력의 결탁은 민주주의를 유린하며 부패한 권력의 수명을 연장해 왔다. 이러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또 다른 윤석열이 등장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개인의 파면에 머물지 않고, 윤석열들을 만들어낸 기득권 체제 자체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검찰과 사법부의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정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철폐하고, 생태 위기를 불러온 자본 중심의 개발 논리를 전환하며 기후위기에 맞서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며,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권리를 보장하고 불안정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등 노동권 강화를 위한 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검열과 탄압을 종식해야 한다. 이는 모두가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연대와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윤석열의 파면은 시민의 힘으로 이룬 성과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사회대개혁과 체제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넓은 연대와 강력한 실천이 중요하다. 거리에서, 일터에서,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더 많은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여 함께 싸우고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국민의힘 정당 해산 등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내란에 가담한 세력들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사회적·정치적 책임을 묻고 단호히 단죄해야 한다. 우리는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전환점이다. 윤석열 이후의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갈 것이다. 2025년 4월 4일
손봉석 기자 2025.04.04 11:47
정치
내란의 밤, 대선후보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6·3조기대선 후보들, 당일 행적 논란거리…한덕수 1시간 잠적 의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을 넘겨 다음날인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국회 사무처,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계엄이라고 하니 왠지 장기화할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으려 집에 가서 샤워하고, 택시 타고 국회로 향했는데 노들길부터 쫙 막혀 있는 것이다. 차가 한 10분 막혀 있으니 안 되겠다, 걸어 올라가자 해서 국회 앞에 도착하니 12시 50분쯤이었다.” 지난 4월 말 기자를 만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말이다. 그가 계엄 소식을 들은 것은 서울 강남의 한 술자리에서다. 국회 앞에서 경찰에 막혀 경내 진입을 못 한 그는 국회 안에 있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화해 의원 집결 상황을 물었다. 처음 157명에서 최종적으로 그가 들은 의원 숫자는 170명이었다. “‘우선 표결은 되겠네. 나는 밖에서 항의할게’라고 답했다. 당시 상황이 국회의원은 저와 안상훈 의원(국민의힘 비례 초선), 그리고 민주당 의원 한 명, 우리 당 이주영 의원 등 넷이었다. 대치 중인 경찰기동대도 다른 의원들은 잘 못 알아봐도 내 얼굴은 알아보는 눈치였다. ‘니네들 다 현행범으로 체포된다’고 엄포를 놓으니 동요하는 듯했다.” 당시 “시끄러 인마” 발언은 누구에게 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천하람 의원실에 제일 친한 보좌관이 이었다. 그게 1시 20분이다. 이미 투표가 끝난 다음이었다”고 했다. 이 의원의 이 발언은 현장 영상에 포착돼 논란이 지속됐다. “다른 의원들처럼 담 넘어 들어가면 된다”고 충고하는 시민에게 그가 욕설을 했다는 것이다. 계엄 해제의 진정성보다 언론에 노출되는 모양새만 더 신경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 후보의 답은 그 시점엔 이미 해제투표는 끝나 담 넘어 들어가는 것은 무의미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회 본관에 도착한 건 계엄 해제 의결안이 통과된 후인 1시 51분이었다. 뭔가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국민의힘 쪽으로 갔더니 서범수 의원이 앉아 있었다. ‘의원님 어떻게 되었어요’ 묻자 서 의원은 ‘대표님, 나는 우에 해야 합니까?’ 되물었다. 김재섭 의원에게 가서 ‘재섭아, 이거 뭐 어떻게 된 거야. 설명해봐’라고 하니, ‘형, X됐지 뭐’라고 답했다.” 대선후보들의 12·3 당일 행적 이번 조기 대선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의 불법 계엄이다. 5월 11일 후보등록 마감 후 후보자 간 토론에서 그날 각 후보의 입장이 뭐였는지, 이후 진행된 일련의 상황에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펴낸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그날 밤 자신이 취한 행동과 동선에 대해 소상히 밝혔다. 계엄 직후 그에게 첫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이었다. 최고위원과 주요 당직자 22명이 모여 있는 텔레그램 단톡방에 천준호 의원이 “지금 국회로 모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시간은 계엄 선포 1분 뒤인 10시 29분이었다. 이 후보가 아내가 모는 차를 타고 인천 계양 집에서 여의도 국회로 출발한 시간은 10시 40분경이다. 국회 3문 근처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5분. 국회 담을 넘자마자 의원회관 쪽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군인과 경찰의 눈에 띄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그는 책에서 밝히고 있다. “저는 계엄을 막으려고 직접 먼저 국회에 들어갔지만, 이재명 후보는 잡혀갈까봐 1시간 동안 숲에 숨어 있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한동훈 전 대표의 주장이다. 지난 2월 펴낸 <국민이 먼저입니다> 책과 그 후 당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되풀이한 이야기다. “자기도 무서워서 원래 국회의원 아니면 못 들어가는 국회 본회의장에 박주민 의원 도움받아 들어가 있던 거 아니냐. 거꾸로 묻고 싶다. 이재명이 숲에 숨어 있었다면 당신은 본회의장에 숨은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 김유정 전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이재명 후보가 낸 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이 후보는 책에서 계엄 당일 민주당 의원은 해외에 나가 있던 5명을 제외하고 165명 전원이 계엄 선포 한 시간 반 만에 ‘한 명도 예외 없이’ 국회에 달려왔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계엄 해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민주당 의원은 17명이다. 주간경향 확인 결과 이날 해외에 체류 중인 의원은 네팔 방문 중이었던 이기헌, 전재수 의원 그리고 국회 국방위 차원에서 일본 UN사 후방기지 방문 중이던 추미애 의원 등 세 사람이다. 2명이 빈다. 이 두 사람은 누구였을까. 주간경향은 투표에 불참한 17명 의원을 조사해보니 한 시간 반 만에 한 명도 예외 없이 국회에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양문석 의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경남 김해에 있던 그가 국회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30분 경이다(표 참조). 이재명 후보 측 관계자는 “당시 원내 기록을 확인해보니 해외 출장은 3명이고, 출석 체크된 분은 167명이었다”며 “계엄 해제 의결 직후 의원총회가 열렸고, 비상상황이다 보니 총회가 길어졌기 때문에 의원들 도착시간은 체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덕수의 내란 1시간 ‘침묵’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한 뒤 저는 대통령께 가서 즉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도 수락했다. 그 전에 저는 국무위원들을 다시 용산에 소집했다.” 5월 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나온 한덕수 전 총리의 말이다. 사실이 아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경찰 조사 기록에서 그는 정진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12월 4일 새벽 2시경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국무위원 소집을 명령한다. 정부서울청사에 있던 그는 2시 10분에 나와 대통령실로 이동해 2시 30분쯤 도착한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새벽 1시 3분부터 1시간 동안 그의 행적이 묘연하다. 한 후보 캠프 측은 이 문제에 대한 주간경향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계엄 선포 당시 오라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대정부 질의 때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일어나 사과하라”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 질의에 홀로 자리에 앉아 사과를 거부한 일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구여권은 ‘탄핵 반대’가 기조가 됐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공동책임론, 그러니까 ‘민주당도 줄 탄핵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까지는 와 있었다.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의 출마로 그 기조는 헌재 결정 존중에서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는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후보가 되지 않으면 내란 특검의 1차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니 필사적이 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이후 선거에 져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대선후보도 못 된다면? 전직 총리로 출마한 것이 무책임하다는 비난뿐 아니라 새 정권 출범 후 내란 특검이 시작되면 직접적인 조사대상이 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평론가가 풀이한 한덕수 권한대행의 갑작스러운 사퇴와 출마 이유다. 단일화 내홍 국민의힘, 대선 후 당권이 목적? 신용한 서원대 전 석좌교수는 후보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내홍은 “박근혜 탄핵 후 2017년 대선 상황의 판박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얼떨결에 경남지사였던 홍준표가 대선후보가 돼 당무 우선권을 세게 써서 대선 후 바로 당대표가 됐다. 김문수는 그걸 잘 안다. 친윤 당권파는 해임하면 그만이다. 당헌·당규, 시간, 돈 모두에서 김문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거기에 전광훈 세력과 유튜브가 있다. 극우 유튜브는 편드는 걸 좋아한다. 김문수가 당권을 장악하면 밥벌이가 나오니까.” 결국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안팎의 내홍은 대선 승리가 목표가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을 누가 장악하느냐를 두고 벌이는 혈전이라는 분석이다. “내란 특검은 반드시 해야 한다. 수괴가 파면되고 형사재판 받는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김유정 전 의원의 말이다. “내란에서 김태효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 3년의 등장인물 행적을 살펴봐야 한다. 포고령을 실제로 김용현이 작성했는지, 장관들에게 나눠준 한 장짜리 페이퍼는 누가 작성했는지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 모든 걸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내란 주요 종사자·방조자들에게 ‘뭉개고 가도 별일 없구나’ 하는 면죄부를 준다. 내란 세력은 흔적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내란 특검을 통과시켜 단죄해야 한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전·현직 정치인, 정치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2025.05.12 06:00
사회 표지 이야기
내란 100여 일, “맘 졸이고 긴장했지만…광장에서 희망을 봤다”시민 13명에게 물어본 계엄 이후…바뀐 일상에 희망과 비관 오가 인상 깊은 건 ‘시민과 민주노총’…“약자 포용 사회돼야” 한목소리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메리퇴진 크리스마스 민주주의 응원봉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강원도 강릉에 사는 대학생 임세경씨(21)는 최근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모든 일의 발단은 ‘계엄’이다. 대학 신문사 기자인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이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문사 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아직 불법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했고, 누군가는 정 하고 싶으면 혼자 붙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계엄이 해제되기 전이어서 두려움도 컸지만 임씨는 대자보를 썼다. 그러나 그때의 의견 대립은 이후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내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대자보를 두고 “중국인이냐”, “북한 간첩이냐”라는 악성 댓글이 달렸다. 계엄이라는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슈에 집중하면서 피로감도 쌓였다. 종종 무기력해졌고, 결국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임씨는 “일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말에는 서울로 집회를 가고 제대로 쉬지를 못했어요. (계엄이 정당하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뉴스를 보는 게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부정적인 쪽으로 변했어요”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를 꼬박꼬박 집회로 이끈 건 어떤 의무감이다. 임씨는 “지역구 의원인 권성동 의원이 ‘얼굴을 두껍게 (하고) 다녀라’라는 얘기를 했다더라고요. 얼굴 두껍게 다녀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 사람들이 알아야 하니까 갔어요. 탄핵 반대 집회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라도 좀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라고 했다. 계엄은 대통령의 정적들만 위협한 게 아니다. 시민들의 일상을 위협했고, 풍경을 바꿔놨다. 계엄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참석한 시민 13명에게 지난 3개월여의 소감을 물었다. 모두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를 경험했고, 자기 성찰이 없는 대통령의 태도에 절망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함께 모인 광장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에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담겨 있다. 또 이후의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자리했다. 덕질 중단, 긴장의 나날들 전국농민회총연맹이 트랙터를 몰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다 남태령 일대에서 밤새 대치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2일 시민들이 모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말과 달리, 시민들은 계엄 후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를 겪었다. ‘덕질(팬 활동)’ 등 일상에 쏟을 소중한 시간을 계엄 이후 정국을 살피는 데 보냈고, 뉴스를 전보다 많이 봤으며, 이따금 비관에 빠졌다. 30대 여성 제빵사 A씨는 지난 3월 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자신이 만든 깃발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의 깃발엔 “맘 편하게 덕질하게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글자를 따라 LED 전구를 달아 저녁 시간에도 눈에 띄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도 없고, 정치에도 무관심했던 그가 퇴근 후 평일 집회에도 참여할 만큼 계엄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덕질’ 때문이다. 계엄 당일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신의 최애 아티스트가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잘못됐다가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랑 어딘가에서 대치할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라고 했다. 그 뒤로는 즐겨하던 게임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티스트의 콘서트 올출(모두 출석) 대신 집회 올출을 하게 됐다. A씨는 지난 3월 8일 윤 대통령의 석방 소식에 경복궁역 인근에서 철야 농성을 했다. 그는 “해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일상이 다시 돌아오겠죠. 제 깃발대로 맘 편하게 덕질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때때로 부정적인 감정이나 답답함에 휩싸였다는 이도 많았다. 그 근원에는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도 반성하지 않는 윤 대통령이 있었다.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국민의힘과 정부, 그로부터 세력화한 탄핵 반대 목소리도 심란함의 원인이 됐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탄핵 집회에 참석한 50대 B씨는 “항상 마음을 졸이고 긴장하게 됐다. 어떻게 뒤바뀌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윤석열도 그렇고, 대통령실도 그렇고, 권한 대행들도 그렇고 수긍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니까”라고 했다. 여러 차례 탄핵 집회에 참가했던 대학생 한사현씨(25)도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계엄에 대한 충격이 커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계엄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계엄이 정당했다는 얘기가 유튜브 등에 계속 나오니까 친구들 사이에도 탄핵을 두고 찬반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다”고 했다. 궤변 쏟아낸 대통령 지난 3개월간 가장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인물이나 단체에 관해 물었을 때 인터뷰에 응한 시민 대다수는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첫손에 꼽았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 이후 내놓은 무수한 말 중에 몇 가지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대체로 계엄이라는 행위를 부정하거나 계엄을 정당화하는 말들이었다. 충북 청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 이성지씨는 윤 대통령의 말 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또렷이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상처가 됐다. 화가 나거나 이런 게 아니었다. 저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고, 일상이 변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 밖에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습니까?”, “계엄의 형식을 빌려 위기 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이상 윤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12일 담화) 등을 꼽는 시민이 많았다. 대통령이 앞장서 발화한 분열과 선동의 언어를 꼽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여성 C씨(21)는 올해 1월 1일 관저에 머물던 윤 대통령이 관저 앞에 운집한 지지층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신년사를 겸한 이날 편지에서 윤 대통령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라고 했다. C씨는 “다 밝혀졌음에도 포기 안 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충격이었다”라고 했다. 대학원생 노경배씨(24)는 대통령이 입 밖에 꺼낸 부정선거 음모론을 꼽았다. 그는 “극우 유튜버들의 언행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일국의 대통령인데, 양쪽 말을 듣고 판단해도 모자란데 한쪽 말만 듣고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 피해망상에 찌들어서 본인의 죄는 돌아보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라고 했다. 시민들은 대통령 이외에도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면면들이 있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는 “(탄핵 반대해도)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라고 했던 윤상현 의원과 “(지역구에서) 얼굴을 두껍게 (하고) 다녀라”라고 했던 권성동 의원을 꼽는 목소리가 동등하게 높았다. “살인범 현행범이라도 법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이 불법이라고 강변한 나경원 의원, 2030 청년들로 구성된 ‘백골단’을 국회에서 소개한 김민전 의원이 그 뒤를 이었다. 전광훈·손현보·전한길 등 극우 개신교 세력과 극우 유튜버들을 꼽는 시민도 다수 있었다. 대학생 C씨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교회 다닌다는 말을 원래도 못 했는데, 더 못 하겠다”고 했다. 계엄 이후 시민들에게 계엄에 버금가는 충격을 준 사건도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극우의 등장을 알렸다. 노경배씨는 “토론과 대화보다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는 것 자체가 그들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폭력 사태 이후에도 내부에서 누군가 선동을 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면서 국민 내에도 저렇게 서로에 대한 혐오감이 내장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검찰의 항고 포기를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계엄 당시에는 쿠팡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다 지금은 기술교육원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우고 있는 남형민씨(30)는 3월 8일 탄핵 집회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그는 “계엄 선포를 전혀 이해조차 할 수 없는데 화가 났다. 나중에 절차적 하자를 다투게 됐을 때 (검찰이) 위험부담을 지기 싫어서 항고를 포기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석방 결정 때문에 기세등등해진 극우 집회에서 혹시라도 폭력을 자행하러 오지 않을까 싶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고 했다. 이튿날 그는 경복궁역 인근에서 철야 농성을 했다. 남태령에서 본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지난 1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인근에서 밤샘 농성을 한 시민들이 은박 담요를 몸에 덮은 채 앉아 있다. 성동훈 기자 계엄 이후 시민들이 사회를 비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집회를 통해 관계를 확장했고, 연대의 가능성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남태령에서 있었던 일은 탄핵 집회의 판도를 질적으로 바꿔놨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행진을 경찰 차벽이 가로막자, 탄핵 집회 참가자들이 발이 묶인 농민들과 합류해 밤을 새웠다. 이튿날 오후 차벽이 열렸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 모두가 계엄 이후 희망을 본 사건으로 남태령 연대를 꼽았다. 대학생 홍예린씨는 남태령으로 달려간 시민 중 한 명이다. 그는 계엄 당일에는 국회 앞을 지키기도 했고, 계엄 이튿날에는 학내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홍씨는 “솔직히 살면서 한 번도 볼 거라고 생각지 못한 광경을 남태령에서 봤다. 여성, 소수자 문제와 농민의 문제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만남이 가능하고 가능해야 했다는 걸 남태령에서 직접적으로 느꼈다. 박근혜 퇴진 광장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감정이 전달됐다. 충북 청주에 사는 정누리씨(29)는 농사를 짓던 부모님과 어린 시절 집회에 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씨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과 집회에 갔었는데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농민들은 농민들끼리 집회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관심도 없고 ‘사람들은 농민 문제 관심 없구나’ 싶었다. ‘운동을 통해서 바꿨다’, ‘연대했다’ 이런 것은 제 세대에는 옛날이야기인데 남태령이 지금도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계엄 이후 인상 깊었던 인물이나 단체를 물었을 때, 정당이나 정치인을 꼽는 경우는 소수에 그쳤고 대부분은 다른 시민들을 꼽았다. 부산에서 열린 탄핵 집회에 참가했던 D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연단에 올라 스스로를 ‘노래방 도우미’라 소개하며 소외된 시민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그는 “3개월간 인연을 맺게 된 사람이 너무 많다. 먼저 연락해주신 분도 많았고, 집회에 참석하는 분들도 슬슬 아는 얼굴이 됐다. 계엄 이후 긴장이 계속됐고 체력적으로 소진됐지만, 그때 용기 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남태령 이후 사람들이 급속 ?R화(급속도로 운동권화)됐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봤다”라고 했다. 그는 주변의 도움으로 현재는 일을 그만두고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정누리씨는 “광장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시민들의 발언을 듣는 게 정말 좋았다. 지금 당장 윤석열이 파면돼도 세상이 엄청나게 좋아질 것 같지 않은데 좀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들을 광장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힘이 됐다”고 했다. ‘시민들’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응답은 민주노총이었다. 강원도 원주에서 재취업을 준비하며 틈틈이 탄핵집회에 참가한 여성 E씨(24)는 “민주노총이라는 집단이 인상적이었다.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갔는데 경찰이 진입을 막았다. 그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먼저 길을 터줬다. 그 전엔 직업을 갖는다고 생각했지 노동조합에 가입한다고 생각을 못 했다. 노동조합이라는 연대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겠구나 생각하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탄핵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을 때, 시민들은 저마다의 답변을 내놨다. 누군가는 ‘약자가 없는 세상’을 말했고, 누군가는 ‘약자의 자유로운 발언’을 말했으며, ‘차별금지법 제정’과 ‘불평등 해소’를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 답변을 한데 묶는 열쇳말은 ‘약자를 포용하는 사회’일 것이다. C씨는 “좀더 포용적이고 열려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차별의 시선이 사라지고, 약자들이 권리를 찾으려는 집회 시위에 안 좋은 여론을 형성하는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D씨는 “소외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삶에 내몰려 죽음을 걱정하거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왜 힘든지, 왜 극한 상황에 몰려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2025.03.17 06:00
정치 표지 이야기
내란 100여 일, 경제 충격 넘어 복합 손실…국민, 길고 무거운 ‘희생’지난 3월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영업자에겐 통상 ‘연말 특수’가 있다. ‘연말 특수’는 단순한 매출 증가를 넘어 이후 몇 달간의 비수기를 버틸 수 있는 재정 기반이 된다. 하지만 지난 연말은 자영업자들에게 최악의 시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570만명대를 유지하던 자영업자 수는 올 1월 550만명으로 주저앉았다. 단 두 달간 20만명이 감소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자영업은 통상적으로 폐업과 신규 유입이 병행되기에 이 같은 급격한 감소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현상’으로 소비 위축이 심화된 상태에서, 지난 연말 비상계엄 사태까지 터지다 보니 소비가 더욱 둔화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3월 12일은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가져온 경제적 파장은 일반 국민의 삶 속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시동씨는 “작년 12월은 연말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장사가 안됐다. 지금 대학이 개강했는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20년 넘게 장사한 이웃 사장님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하더라”며 “자영업 매출은 사회 분위기를 따라간다. 분위기가 경직되면 매출도 다운된다. 그나마 조금씩 나아졌는데 정치적 혼란이 또 소용돌이치면서 자영업자를 희생양으로 만들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계엄 직후인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로 발생한 경제적 대가는 5100만 한국 국민이 나눠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상계엄은 단순한 경제적 충격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 국제 위상의 추락, 사회 분열의 심화 등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인 비용을 초래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간 한국사회가 치른 대가를 경제·정치·국제·사회 갈등의 측면에서 짚어본다. ■경제성장률에 드리운 계엄의 그림자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증가, 소비자 물가 상승 등 구조적 문제 위에, 미·중 무역전쟁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 압력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1.6%로 하향 조정하며 1%대 초반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성장 둔화가 단순한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장기화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1년 발간한 보고서 ‘사회적 불안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The Macroeconomic Impact of Social Unrest)’에 따르면 사회적 불안이 발생할 경우 경제성장률 하락세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보고서는 RSUI라는 사회적 불안지수가 1만큼 높아질 때마다 GDP 성장률은 6분기 이후까지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한 필리핀은 마르코스 정권이 물러날 때까지 14년 동안 1인당 GDP가 1430달러에서 1570달러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태국 역시 2006년,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며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 경제 역시 내재된 구조적 취약성에, 정치 리더십 붕괴로 인한 불안정성까지 겹쳐 장기적 성장 동력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는 등 대외여건이 좋지 않다. 국내 경기도 위축돼 있는데 계엄으로 국가 리더십까지 흔들리니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어 가는 길목에 있다”라고 말했다. 3월 10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두 달 만에 20만명이 급감했다. 서울의 한 건물 상가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얼어붙은 경제심리, 멈춰선 사회적 대화 정치적 불안은 외국 자본 유출, 기업 투자 지연, 소비자 심리 위축을 초래한다. 12·3 비상계엄 직후 외국인 투자 심리는 급격히 냉각됐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12월 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360까지 하락했다. 원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27일 1달러당 1487원까지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소비심리 역시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폭인 12.8포인트 하락해 88.4를 기록했다. 지난 1~2월(95.2) 반등했지만, 여전히 계엄 전인 11월(100.7)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해 팬데믹 때인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 11월 91.9이었던 12월 CBSI는 87.3으로 떨어졌다. 1월(85.9), 2월(85.3) 연속 하락하며 기업 체감경기가 얼어붙어 있음을 보여줬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매출 감소가 일상화될 정도로 체감 경기가 빠르게 나빠졌다. 계엄 직후인 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소상공인 연합회가 실시한 소상공인 경기 전망 긴급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가 매출 감소를 호소했으며, 그중 50% 이상 감소한 경우가 36%에 달했다. 이처럼 경제주체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고령화, 노동시장 구조 변화, 인구 절벽 등 한국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및 주요 정부위원회의 활동이 멈추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일·생활 균형’, ‘인구구조 변화 대응과 계속고용’ 등 시급한 핵심의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이는 계엄으로 민주적 거버넌스가 무너져 토론과 합의 과정이 정지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 지수 32위로 추락…공고화에 균열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지만, 12·3 비상계엄은 그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헌정질서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학자는 “행정부가 군·경찰력을 이용해 입법부를 장악하려 했다는 점에서 2016년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후퇴는 국제 지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EIU)이 지난달 발표한 민주주의지수 2024(Democracy Index 2024)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10계단 하락한 32위를 기록,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강등됐다. 권혁용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계엄을 “민주주의 퇴행이 아닌 민주주의 전복 시도”로 규정했다. 민주주의 퇴행이 행정부의 권력 증대, 야당 괴롭히기, 선거 방해 등 합법적으로 선출된 현직자가 민주주의 규범과 가치를 점진적으로 잠식하는 현상이라면 12·3 비상계엄은 이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공고화’가 균열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공고화되려면, 정치 엘리트들이 민주적 수단 이외의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국민 대다수가 민주주의보다 나은 대안은 없다고 확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와 계엄 이후 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극우 정치세력화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훼손했다.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그 영향은 단순히 정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의 신뢰도와 안정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민주주의 체제가 견고할수록 국가의 신인도가 높아지고,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용이해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된 사실이다. 2023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 ‘민주주의 후퇴가 초래하는 금융 및 경제적 위험(The Financial and Economic Dangers of Democratic Backsliding)’에 따르면, 민주주의 수준이 높은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글로벌 금융 환경이 긴축될수록 이러한 ‘민주주의의 이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긴축 환경에서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위험 관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민주주의 수준이 낮은 국가의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이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장기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파워 1위 국가의 추락, 대미·대중 관계 부담 12·3 비상계엄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IMF 보고서에서 소프트파워가 가장 높은 나라로 평가됐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력과 문화적 성취, 민주주의의 안정이 결합한 성공 스토리가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이끌었다”고 설명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는 한국 정치의 취약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면서 소프트파워에 대한 국제적 평가를 크게 실추시켰다”고 했다. 계엄 직후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던 스웨덴 총리가 방한 일정을 전격 취소하는 등 ‘코리아 패싱’이 이어졌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는 시점에 한국은 내부 혼란 속에서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정치 논리에 따라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고양시키고, 이를 정파적 충성의 잣대로 활용하는 상황이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중국을 거론하며 반중 정서를 보수층 결집의 매개체로 활용했다”며 “이런 행보가 미래에 부담으로 작용해 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경우 향후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악의 사회갈등, 배제와 분열로 치닫나 윤석열 계엄의 가장 큰 문제는 법적·절차적 논란을 넘어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불법성을 인정하기보다 극우 성향 지지층에 기대는 발언을 이어갔고, 사회적 불신과 증오는 그만큼 더 깊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월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이 체감한 사회갈등지수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사는 계엄령 선포 이전인 지난해 6~9월에 실시됐는데, 계엄 이전부터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이 3.52점으로 가장 심각하게 인식됐다. 이 같은 갈등은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윤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최고조에 이르렀다. 계엄 이후인 지난 연말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국사회의 이념 갈등이 매우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3.7%에 달했다. 이는 해당 기관이 2008년 이후 17년간 진행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때보다 높았다. 사회적 갈등이 깊어지면서 국민이 상대 진영을 바라보는 감정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25년 1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상대 당이나 정치인에 대해 분노보다 역겨움을 느끼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심리학적으로 ‘역겨움’은 대상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감정이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이 확산할수록 사회 갈등은 타협보다는 배제와 분열로 치닫게 된다. 하 교수는 “이제는 서로에게 화를 내는 상황조차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화라는 감정은 상대에게 기대하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때 나타난다. 또한 내가 화를 내더라도 상대가 나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오히려 서로에 대한 ‘역겨움’을 ‘분노’로 전환하는 정도라도 돼야 관계 개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더 상대방이 사라지면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 사회적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까. 정치적 긴장과 사회적 진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 원장은 “현재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결집했고 중도층은 탄핵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라 헌법재판소 결정에 각 진영이 순순히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이 인용돼 차기 대선이 진행될 경우 대선 과정에서의 충돌이 심화하고, 심지어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 문제로까지 이어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갈등을 완화할 희망적 요소는 찾기 쉽지 않다. 정 원장은 “기대 요인은 탄핵이 인용됐을 경우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보였던 태도와는 다르게 중도층을 향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등 자기반성을 한다면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극우와 거리를 두고 윤 대통령과 단절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중도층 표심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리더가 없어 보인다. 중도층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요구와 자기의 지지 기반에서 강력히 탄핵에 저항하는 상반된 흐름을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회의적 견해를 보였다. ■길고 무거운 청구서와 불투명한 해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00일이 지난 지금, 한국사회는 위법적 권력 남용으로 인한 복합적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경제는 위축됐고, 국제적 위상은 흔들렸으며, 민주주의 지수는 하락했다. 국민 사이의 이념 갈등도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 통합이 위기에 놓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치적 혼란을 넘어 국가 전체에 장기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기업과 자영업자는 얼어붙은 시장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고, 국민은 정치 불안과 갈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탄핵 절차와 차기 대선 국면에서 갈등이 더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상계엄 이후의 후폭풍이 얼마나 오래갈지, 헌정질서 회복과 시민 갈등 완화를 위해 정당·시민사회가 어떤 대안을 모색해야 할지가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국민의 손에는 길고 무거운 청구서가 남아 있다.
박송이 기자 2025.03.17 06:00
사회
최상목 대행, 2차 내란특검법도 거부권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1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31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두 번째 ‘내란 특검법’에 대해 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헌법 질서와 국익의 수호, 당면한 위기 대응의 절박함과 국민의 바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특검 법안에 대해 재의 요청을 드리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이번 내란특검법에 대해 “이전에 정부로 이송돼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검사 제도는 삼권분립 원칙의 예외적인 제도인 만큼,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정해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며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기소 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앞으로의 사법 절차 진행을 지켜봐야 하는 현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지난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보완됐지만, (법안에) 여전히 내용적으로 위헌적 요소가 있고 국가 기밀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헌법 질서와 국익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현시점에서는 새 수사기관을 만들기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절차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공정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의 간곡한 요청을 이해해주고, 국회에서 대승적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 법안은 지난 1월 8일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을 일부 수정해 다시 발의했고 지난 1월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정안은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고, 수사 대상도 기존 법안의 11개에서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해 6개로 줄였다.
홍진수 기자 2025.01.31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