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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 해넘이 감상…공항철도 ‘노을열차’ 운행

      경제

      서해 해넘이 감상…공항철도 ‘노을열차’ 운행

      ... 운행한다. 공항철도는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직통열차를 타고 서해 일몰을 볼 수 있는 ‘노을이 물드는 공항철도’를 운행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기간 서울역에서 오후 4시 50분에 출발하는...

      #공항철도 #인천공항 #서해 #일몰 #직통열차 #청라국제도시 #서울역

      박준철 기자 2024.12.13 13:44

    • 인천 최고 노을 명소는 ‘경인아라뱃길’·야경은 ‘송도센트럴파크’

      경제

      인천 최고 노을 명소는 ‘경인아라뱃길’·야경은 ‘송도센트럴파크’

      ... 18일 밝혔다. 야경 명소는 송도에 있는 센트럴파크가 1310표를 받았다.. 경인아라뱃길에 이어 노을 명소로는 강화 동막해변, 계양산, 소래습지생태공원, 월미도·개항장거리,강화 장화리 일몰조망지...

      #인천 #노을 #야경 #경인아라뱃길 #송도센트럴파크 #명소 #인증샷

      박준철 기자 2024.06.18 10:34

  • 스포츠경향

    • 금발 박보영, 노을 무르익는 서울 한복판서 ‘몽글몽글’ (미지의 서울)

      연예

      금발 박보영, 노을 무르익는 서울 한복판서 ‘몽글몽글’ (미지의 서울)

      tvN 제공. ‘미지의 서울’이 미지 포스터로 치열한 하루를 시작하는 모두에게 다정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오는 5월 24일(토) 오후 9시 20분에 첫 방송될 tvN 새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몬스터유니온, 하이그라운드)은 얼굴 빼고 모든 게 다른 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 사랑스러운 에너지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박보영이 인생을 맞바꾼 쌍둥이 자매 유미지, 유미래 역을 맡아 유미지와 유미래, 그리고 유미지인 척하는 유미래와 유미래인 척하는 유미지까지 총 1인 4역에 도전한다. 특히 박보영(유미지, 유미래 역)이 데뷔 이래 처음으로 금발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관심을 모은 가운데 공개된 미지 포스터는 ‘미지의 서울’만의 감성을 담아내 눈길을 끈다. 포스터 속 유미지(박보영 분)는 한강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무르익어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유미지의 뒤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tvN 제공. 특히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유미지의 눈빛과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의 서울은 아직 모른다’라는 문구가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촉망받던 육상소녀라는 과거를 뒤로 하면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유미지의 오늘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 이에 지나간 어제와 다가올 미래 사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오늘, 유미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진다. 이처럼 ‘미지의 서울’은 미지 포스터를 통해 인생의 전성기를 너무나 빨리 떠나보낸 유미지의 예측불허한 오늘을 예고하며 호기심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쉽지 않지만 마냥 싫지도 않은,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모두의 오늘을 응원할 ‘미지의 서울’ 첫 방송이 기다려진다. 복잡한 일상 속 따뜻한 힐링을 선물해줄 tvN 새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오는 5월 24일(토) 밤 9시 20분에 첫 방송된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4.17 14:19

    • ‘조권·홍이삭 여동생’ 공원, 파란노을 참여한 데뷔 앨범 ‘01’ 공개

      연예

      ‘조권·홍이삭 여동생’ 공원, 파란노을 참여한 데뷔 앨범 ‘01’ 공개

      아카이브아침 신예 가수 공원이 아카이브아침을 통해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공원은 27일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첫 번째 미니 앨범 ‘01’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01’은 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원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선공개곡 ‘윤슬’을 비롯해 더블 타이틀곡 ‘불꽃놀이’, ‘문’을 포함한 총 5곡이 수록됐으며, 슈게이징 원맨밴드 파란노을이 앨범 전반에 참여해 얼터너티브 록의 하위 장르인 슈게이징(Shoegazing)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첫 번째 타이틀곡 ‘불꽃놀이’는 화려한 기타 사운드와 담담한 보컬이 어우러진 슈게이징 기반의 곡이다. 점층적으로 쌓여가는 악기 구성과 인상적인 아웃트로는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를 연상케 하며, 찰나의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다. 아카이브아침 또 다른 타이틀곡 ‘문’은 산뜻하고 경쾌한 멜로디에 다채로운 편곡이 어우러진 곡으로, 1절 후렴 이후 변화하는 BPM과 브레이크 파트가 전개에 신선함을 더한다. 두려움을 넘어 문을 열고, 기꺼이 망가지고 부서지려는 희망찬 다짐을 담은 노래다. 이외에도,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와 반복되는 보컬 라인이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을 감으면’, 기타 한 대와 보컬로만 구성된 ‘01’은 데뷔를 앞둔 공원의 진심 어린 다짐을 담아냈다. 앳된 외모와 대조되는 깊고 독특한 음색은 리스너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길 예정이다. 공원은 조권, 홍이삭, 김제형 등 실력파 아티스트들이 소속된 아카이브아침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인 아티스트다. 누구나 편히 머물 수 있는 ‘공원’처럼, 자신의 음악이 듣는 이들에게 쉼과 위로의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활동명을 정했다. 아카이브아침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공원은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공원은 이날 ‘01’ 발매와 함께 타이틀곡 ‘불꽃놀이’의 라이브 세션 뮤직비디오도 공개한다. 오는 4월 3일 열리는 민트페이퍼의 정기 공연 ‘Another Nice Day’를 통해 첫 라이브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손봉석 기자 2025.03.28 04:49

    • HYNN(박혜원), ‘오노을’ 일본어·중국어 가사 완벽 소화

      연예

      HYNN(박혜원), ‘오노을’ 일본어·중국어 가사 완벽 소화

      뉴오더엔터테인먼트 가수 HYNN(박혜원)이 새 미니앨범 ‘영하’에 수록된 곡 ‘오늘 노을이 예뻐서’의 일본어, 중국어 가사를 선보인 소감을 전했다. HYNN(박혜원)은 지난 15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영하’를 발매하며 해외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오늘 노을이 예뻐서’를 새 앨범에 수록하며, 한국어 버전뿐만 아니라 일본어 버전 ‘大人になっていくかも (오늘 노을이 예뻐서 JPN Ver.)’와 중국어 버전 ‘粉紅的天空 (오늘 노을이 예뻐서 CHN Ver.)’을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해외 팬들은 평소 좋아하던 곡을 모국어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과 특별한 연결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위해 HYNN(박혜원)은 약 1년 동안 일본어를 꾸준히 공부하며, 중국어는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연습해 완성도 높은 녹음을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열정이 담긴 결과물에 대해 녹음 당시 보컬 디렉터들 역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중국어 버전의 작사를 맡은 대만의 저명한 영화감독 청 웨이 하오 또한 극찬을 보탰다. 그는 “HYNN(박혜원)의 목소리가 나의 가사를 완벽히 해석하고 표현해 준 것을 듣고 매우 감동받았다. 그녀의 중국어 발음이 뛰어나 마치 한국 가수가 아닌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고 말했다. HYNN(박혜원)도 외국어로 곡 작업을 한 소감과 그 의미를 직접 전했다. 그는 “외국어로 곡을 녹음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해외 팬분들이 들으셨을 때 어색하게 느끼지 않도록 단어와 발음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많은 해외 팬분들이 SNS를 통해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셔서 힘든 작업이었지만 정말 기쁘고 뿌듯했다. 이번 작업을 계기로 제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을 통해 HYNN(박혜원)은 자신의 대표곡을 다국어로 재탄생시키며 글로벌 발라드 가수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입증했다. 앞으로 HYNN(박혜원)이 펼쳐나갈 음악적 도전과 글로벌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손봉석 기자 2025.01.20 19:40

    • HYNN(박혜원) ‘오노을’ 중국어 버전, ‘금마상’ 수상 대만 영화 감독 청 웨이 하오 작사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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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NN(박혜원) ‘오노을’ 중국어 버전, ‘금마상’ 수상 대만 영화 감독 청 웨이 하오 작사 맡아

      뉴오더엔터테인먼트 가수 HYNN(박혜원)의 깊은 감성과 대만 청 웨이 하오 감독의 독창적 해석이 만나 새롭게 탄생한 ‘오늘 노을이 예뻐서’ 중국어 버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HYNN(박혜원)은 지난 15일 다섯 번째 미니앨범 ‘영하’를 발매하며 한국어 버전의 ‘오늘 노을이 예뻐서’와 함께 중국어 버전의 ‘粉紅的天空 (오늘 노을이 예뻐서 CHN Ver.)’를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HYNN(박혜원)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으며, 국내외 팬들에게 새로운 매력과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중국어 버전의 작사를 맡은 대만의 저명한 영화감독 청 웨이 하오는 곡의 테마인 ‘노을’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감성과 해석을 담아 중국어 가사를 완성했다. 청 웨이 하오 감독은 “이번 협업은 매우 멋진 경험이었다. 이런 형식의 작업은 처음이었는데, 훌륭한 한국어 버전을 통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덕분에 중국어 가사를 단 사흘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고 작업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한국어 버전과 일종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매우 만족스럽고, 동시에 또 다른 감정적 확장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오더엔터테인먼트 ‘오늘 노을이 예뻐서’의 중국어 버전 제목은 ‘분홍빛하늘(粉紅的天空)’이다. 청 웨이 하오 감독은 “HYNN(박혜원)의 목소리가 나의 가사를 완벽히 해석하고 표현해 준 것을 듣고 매우 감동받았다. 그녀의 중국어 발음이 뛰어나 마치 한국 가수가 아닌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청 웨이 하오 감독은 대만의 다재다능한 창작력을 자랑하는 감독으로, 2016년 첫 장편 영화 ‘마신자1 - 빨간 옷 소녀의 비밀’로 제53회 금마상에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세계적인 팝스타 채의림과 협업해 ‘Lady In Red’ 뮤직비디오를 촬영했으며, 이 작품으로 제31회 금곡상 최우수 뮤직비디오 상 후보에 올랐다. 2021년에는 영화 ‘집혼’과 미니 시리즈 ‘연못괴담’으로 제58회 금마상과 제57회 금종상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밴드 소다그린의 칭펑, 아궁과 함께 ‘허니인삼’, ‘미안해 청춘’ 등의 가사를 공동 작업했다. 2023년에는 액션 코미디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 으로 박스오피스 수익 3억 6,200만 대만 달러를 기록하며 대만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2024년에는 가수 마념선과 함께 넷플릭스의 범죄 추리 코미디 드라마 ’정강 경찰서’의 오프닝 곡 ‘Catch Me Hunt Me’를 공동 제작하며 또 한 번의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협업은 단순한 곡의 번역을 넘어, 청 웨이 하오 감독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현지 리스너들이 곡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구현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곡의 서정성과 감동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어 가사의 섬세함을 더해 현지 팬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제작됐다. 이번 중국어 버전 발매는 HYNN(박혜원)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발라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손봉석 기자 2025.01.17 22:29

  • 주간경향

    • [오늘을 생각한다]노을을 보며 떠올린 얼굴

      오피니언

      [오늘을 생각한다]노을을 보며 떠올린 얼굴

      스스로 ‘사진치유사’라 부르는 남편과 활동가 아내. 참 꼭 닮은 부부라 생각했다. “이질적인 존재란 이유로 누군가의 존엄을 유예하지 않고 서로 다름과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고 마주할 사회”를 만들자던 그를 위해 기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태풍 전 노을은 유독 아름답다. 역대급 태풍이라는 카눈의 상륙을 앞두고도 그랬다. 뒤숭숭한 마음이 하늘의 풍경에 잠시 넋을 놓는다. 처음에는 노랑이었다가 분홍, 보라로 그리고 불타는 다홍으로 시시각각 물들어가는 장관을 길게 바라보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괜찮을까. 아프지 않기를. 201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한 <사람이 사람을 보다>라는 ‘곁지기 시선전’에서 그의 신랑, 임종진 작가를 처음 만났다. 임종진 작가는 필리핀의 수해 지역을 다니며 현지 주민들이 일상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프레임에 담았다. “사진작가의 작품 활동으로서가 아닌, 주민들의 존엄성을 부각시키는 성격을 담아 사진작가가 아닌 ‘곁지기’로, 사진전이 아닌 ‘시선전’을 썼다”는 설명에 예사롭지 않음이 묻어났다. 그렇게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을 처음 봤기에 그의 작업에 즉시 매료됐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그의 태도와 눈빛에도. 임종진 작가는 스스로를 ‘사진치유사’라고 부른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을 슬프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단편적인 존재로 내려다보는 것을 경계한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스스로 얼마나 존엄한 삶을 사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사진 속에는 소망을 품고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존재, 깔깔거리고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일상을 다시 짓는 사람이 있다. 임종진 작가의 글을 통해 그의 아내 ‘윤지영’씨를 알게 됐다. 그는 개발·인권·평화 의제를 다루는 시민사회 활동가이자 연구자였다. 그는 소란스럽지 않은, 강건하고 맑은 사람 같았다. 그가 한 활동을 찾아보고, 쓴 글도 읽었다. “불확실하고 이질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존엄을 유예하지 않고 서로 다름과 고유한 가치를 건강하게 드러내고 마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문구가 있었고, 마음에 남았다. 꼭 닮은 부부구나 했다. 윤지영씨를 직접 본 것은 단 한 번이다. 지난해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을 위해 모인 길바닥에서 옆에 앉은 그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그렇게 건강을 회복한 줄 알았던 그가 1년이 채 안 돼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 아름다워 하늘나라일까 했던 노을 너머로 그가 떠난다 생각하니 마음이 얹힌다. 노을보다는 쨍한 햇살에 가까운 삶인데. 삶은, 죽음은 무엇일까. 한 호흡의 경계에서 기도한다. 수많은 기도를 받아 그가 기적처럼 몸을 일으키길. 다른 어려운 상황에 놓인 모든 사람도 원망이 아닌 소망을 품기를.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 2023.08.11 14:44

    • 문화/과학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50)충남 보령 삽시도 - 안개 걷힌 섬의 보랏빛 노을

      ㆍ 며칠 동안 바다는 뿌연 안개에 덮여 있었다. 충남 보령의 섬, 삽시도로 떠나기로 한 날 아침. 여객터미널에서는 배가 뜰지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해무가 삽시간에 걷히기 시작했다. 어렵게 배는 바다로 나아갔다. 섬은 그렇게 한여름 여행자의 방문을 허락해 주었다. 한반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섬 중에서 삽시도는 잘 알려진 편이 아니다. 눈을 현란하게 하는 풍경이나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비경을 숨겨둔 섬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은 섬은 그 대신 여유를 선사한다. 인적 없는 해안가에 텐트를 치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호사를 누리던 오후. 멀리서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보랏빛 노을이 눈앞에 드러났다. 오직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이 섬의 선물. 이 정도면 삽시도의 오로라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아름답다. 낮에는 해변에서 동죽을 캐고, 저녁에는 자줏빛 하늘에 취하는 섬. 언제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꼭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듯하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3.07.14 11:19

    • 문화/과학 김택근의 노을 노래

      [김택근의 노을 노래]베트남, 그리고 베트남 신부

      이제 고을마다 베트남 여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한국인 자녀들이 힘차게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여인들에게도 한가위는 특별할 것이다. 보름달 속에 고향과 가족이 들어있을 것이다. 베트남이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 뿌리를 내렸고, 한류가 깊이 흐르고 있다. 최근에는 박항서 마법이 베트남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견고한 해외 기지이다. 양국 간에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인들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전통예절을 배우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여명을 파병했다. 맹호, 청룡, 백마부대 용사들이 줄을 이어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우리 생각 속의 베트남은 미개한 땅이었다. 전황은 날마다 중계되었고 그때마다 우리 국군이 이겼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강 미국이 베트남에서 도망쳐 나왔다. ‘싸우면 이겼던’ 국군도 떠나와야 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한국 병사들이 5000명 넘게 전사하고 1만6000여명이 부상했다. 베트남은 우리가 생각했던 간단한 나라가 아니었다. 베트남의 시인이며 영화감독인 반레는 이렇게 말했다. “당대 최강국에 맞서서 베트남이 쟁취한 승리는 아직도 세계 인류사의 경이로운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중국 왕조에 동화되지 않은 유일한 민족, 몽골을 물리친 유일한 민족, 프랑스 같은 제국주의 국가를 자력으로 몰아낸 유일한 민족, 미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유일한 민족…. 우리 민족에 싸움을 걸어왔던 중국, 몽골, 프랑스, 일본, 미국은 우리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신뢰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민족은 ‘강한 힘을 신뢰’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법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닮았다. 장구한 역사에 숱한 외침을 당했지만 이를 물리쳤다. 교육열이 높고 근면하며 애국심이 강하다.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가슴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베트남 사람들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신부들에 대한 차별과 천대는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베트남 신부를 얻어주는 결혼중개 광고가 경쟁적으로 나붙던 때가 있었다. 펼침막에 ‘재혼도 가능’에서부터 ‘후불제 염가 제공’ ‘100% 환불 가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런 패륜적인 광고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베트남 신부를 구해주는 결혼중개업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한국인과 ‘사랑’ 없이 결혼하는 베트남 신부들은 거의가 가난하다. 가난을 벗어나려 떠나온 낯선 땅에 신랑까지 낯선 사람이었으니 얼마나 두려웠을 것인가.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라서 욕설을 듣고, 매를 맞고,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이런 차별이 20년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개인과 나라 모두 가난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나없이 가난이 뼈에 사무쳐서 가난을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눈물을 뿌리며 해외로 떠났다. 김포국제공항은 늘 눈물에 젖어 있었다. 그때의 젖은 눈으로 베트남 신부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투신자살한 베트남 신부의 마지막 일기가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엄마를 만나고 싶다. 다만 엄마가 슬퍼할 것이, 더 아플 것이 두렵다.’ 이제 고을마다 베트남 여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한국인 자녀들이 힘차게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여인들에게도 한가위는 특별할 것이다. 보름달 속에 고향과 가족이 들어 있을 것이다. 부디 한가위가 풍성하기를! ※김택근의 노을노래는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김택근 시인·작가 2019.09.06 15:31

    • 문화/과학 김택근의 노을 노래

      [김택근의 노을 노래]고향 그리고 느티나무

      사람들의 섬김과 보살핌을 받던 느티나무가 우리 시대에 인간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느티나무는 홀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야위어가고 있다. 추석이면 고향에 간다. 길이 막혀도, 형편이 궁해도 집을 나선다. 나이가 들었어도 고향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고향 생각을 하면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오래된 마을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마을 입구나 고갯마루에 심었다. 추석날 보름달이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풍경은 마을이 풍요롭고 평화롭다는 징표처럼 보였다. 김형규 기자 하지만 설레며 찾아간 고향은 옛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뜨고 어머니들도 하나둘 떠나간다. 빈집이 늘어나고 아기 울음마저 끊긴 곳이 많다. 마을에는 풍문마저 떠돌지 않는다. 그저 고요할 뿐이다. 마을은 쇠락하여 그 이름마저 희미해졌다. 다만 느티나무만이 그대로 서 있다. 느티나무 아래는 쉼터요, 굿판이요, 의견을 모으던 회의장이요, 마을재판이 열렸던 간이법정이었다. 느티나무는 아이 울음소리, 싸우는 소리, 송아지 울음소리, 상여 나가는 소리, 기도 소리, 불효자 울음소리를 들으며 몸집을 불렸다. 마을 주민들의 태어남과 떠남을 지켜봤다. 그렇다보니 느티나무마다 이야기가 서려 있다. 그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면 전설이 되고 달빛을 받으면 설화가 되었을 것이다. 느티나무는 그 자태가 우람하지만 사람을 주눅 들게 하지 않는다.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500∼600년은 족히 살고, 어떤 나무는 천년 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이 땅에 천년을 산 느티나무가 있다면 고려의 햇빛을 받고 태어나 조선의 바람을 맞고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이렇듯 온갖 풍상을 이기고 살아남았지만 요즘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생명평화순례단과 함께 고을을 찾아가 빌어먹는 탁발순례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 땅의 많은 느티나무를 볼 수 있었다. 쇠락한 마을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한눈에 봐도 건강하지 못했다. 모습은 우람했지만 왠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급히 주저앉는다. 집은 기둥이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집식구들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 냄새가 지워지면 지붕 위에 풀이 난다. 느티나무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왔다. 울 안의 감나무가 주인이 떠나면 열매를 맺지 않듯이 아마 느티나무도 그럴 것이다. 마을사람들의 기를 받아야 비로소 늠름할 것이다. 김택근 사람들의 섬김과 보살핌을 받던 느티나무가 우리 시대에 인간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느티나무는 홀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야위어가고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펼쳐졌던 공동체의 삶이 스러지고 있다. 그럼에도 고향의 느티나무는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떠나고 홀로 고향이 되어 있다. 느티나무를 향해 안녕과 복을 빌던 사람들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 고향을 그리며 살아갈까. 느티나무가 그 무성한 잎들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 주고 너털웃음을 터뜨릴 그날이 올까. 고향은 자꾸 말라가는데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까. 고향에 가거든 느티나무에 기대어 보시라. 느티나무에게 말을 걸어 보시라. 느티나무 아래서 옛 벗들과 막걸리 한잔하시라. 좀 여유가 있다면 느티나무에 걸린 보름달을 보고 오시라.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간절한 소원들을 담아 오시라.

      김택근 시인·작가 2019.08.30 14:31

  • 레이디경향

    • [시인과 함께 읽는 시]신용목 시인의 ‘노을 만 평’

      문화/생활 시인과 함께 읽는 시

      [시인과 함께 읽는 시]신용목 시인의 ‘노을 만 평’

      조용한 시선으로 자연의 진정성을, 그늘진 곳을 바라보는 신용목 시인은 2000년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외 4편이 「작가세계」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 시대 서정시의 계보를 이어가는 젊은 시인으로 손꼽힌다. 시작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젊은 시인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이다. 삶의 지난 흔적들을 거슬러 올라 바람의 언어를 담아내는 시를 쓴다. 시집으로는 모 에어컨 CF 카피로도 쓰였던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문학과 지성사)와 「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창작과 비평사)가 있다. #1 최근 한동안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살 만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마음에 쏙 들면서 조건도 좋은 그런 집을 아직 찾지 못했다. 드넓은 서울 땅 위에 세워진 수많은 칸막이 속에 내 한 몸 편히 뉘일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드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이사를 나가기로 결정한 이상, 일을 마치고 들어가는 집도 이제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이탈감마저 들 때도 있다. 그동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평당 가격이니 등기부등본이니 역세권이니 재개발 같은 뾰족한 단어들을 자주 접하고, 집과 땅을 가진 혹은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골치가 아프다. 긴 세월을 살 집을 구하는 것도 아닌데 그저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다. 대한민국에서 내 이름으로 된 땅을 갖고, 집을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저절로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2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땅 위에 금을 그어놓고 값을 매겨 사고파는 우리의 모습을 저 세상에 있는 인디언들이 본다면 불쌍히 여길지도 모른다. 평생 집 하나를 얻기 위해 밤낮없이 일을 하고, 머리를 굴리고 허리띠를 졸라보지만 그렇게 얻은 차가운 콘크리트는 나의 등을 어루만져주지 않는다. 그나마도 이건 집값 전쟁 속에 운 좋게 한 귀퉁이라도 건질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돈은 돈을 낳고, 또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 산을 깎고 늪을 메우면서 우리들의 삶도 마음도 벼랑 끝으로 밀어낸다. 고독한 인내와 피멍 맺힌 마음을 닫아걸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3 강제로 땅을 사겠다며 자신들에게 땅을 팔길 요구하는 미국 정부에게 스쿼미시 부족의 시애틀 추장은 땅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반짝이는 소나무 잎, 바닷가 모래밭, 짙은 숲 속 안개, 수풀과 지저귀는 곤충 모두는 우리들의 가족이며 이 땅의 모든 것은 신성한 것이라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달콤한 꽃향기가 실린 바람을 만져볼 잠깐의 여유도 없이 뛰어가는 지금, 시애틀 추장의 편지를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는 ‘것’들을 두고 아등바등 매일을 버려가고 있는 우리이기에. ‘갓난아이가 엄마의 심장 고동 소리를 사랑하듯이 이 땅을 사랑’한다는 시애틀 추장이 만약 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80평짜리 ‘타워팰리스’ 대신 갈대가 휘청거리는 노을 만 평을 사두지 않았을까. 바람이 우르르 쏟아지는 폐염전 귀퉁이를 쓸어 내게 선물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파도의 끝이 붉게 물들어갈 때도 나와 그는 각자 그리움에 메어둔 연인을 꺼내 서로에게 보여주었을지 모르겠다. #4 ‘너를 갖고 싶다’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실 누군가를 갖는다고 하는 건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발상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하고 싶은 하나의 욕망에 불과한. 그를 가질 수 없기에, 우리는 그를 존중하고 소중하게 대하게 된다. 평등한 너와 내가 만나 서로의 빈 곳을 채워주며 함께 손잡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마음도, 자연도 나 혼자만 손 안에 넣어두고 꺼내보며 살 수는 없다. 우리는 타인에게 손을 내밀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물기 어린 아침 공기, 한숨 섞인 바람, 낮잠 같은 오후 햇살과도 하나가 되어 소중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돈이 아닌 ‘숨’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5 어떤 풍경은 그리움을 지불하고 사야 한다. 아련한 추억을 묻어둔 하동 벚꽃 길은, 후드득 별이 쏟아지던 지리산 밤하늘은, 설익은 바람이 거닐던 섬진강은 이제 내게는 그리움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풍경들이다. 그리움이 바닥나 제값을 치르지 못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도 보지만, 한편으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그 풍경과의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 그리움을 차곡차곡 모아둬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내 숨에 끝날까지’ 풍경과 교환할 수 있는 그리움이 남아 있다면 소중한 이들과 그 창가에 놀러가서 창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에필로그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 시흥 소래포구 폐염전 근처에 살았어요. 시간은 많고, 돈은 없고 한낮이면 폐염전 주변을 거닐다가 온 세상이 붉게 물들 즈음 발길을 돌렸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미치지 않는 갈대들을, 바람의 잔뼈 같은 새떼들을 봤어요.” 시는 삶을 반영한다. 자신만이 느끼는 감정의 한 움큼을 담아 시를 쓰는 신용목 시인은 견고해져가는 세상의 틈을 파고드는 서정을 노래한다. 선동적인 문구 대신 자연에 담긴 본질로 구조화되고 딱딱해진 삶의 균형을 맞춰 나가고자 한다. ‘가장 위대한 텍스트는 자연에 있다’는 마음으로 순간순간 간절하게 시를 붙든다. 이 세상이 노을 지는 포구 끝에 숨겨놓았던 비밀을 슬쩍 털어놓는 경험속에서 시를 쓰는 신용목 시인의 시를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바뀌는 그 찰나를 조용히 느껴보길 바란다.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이성원

      2009.04.12 00:00

    • 재테크 길 떠나는 길

      [길 떠나는 길]③자연의 아름다움과 열대 바다의 노을을 만나는 섬…하와이

      하와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제주도만큼이나 친숙하게 들린다. 집채만 한 파도가 지나가면 연한 푸른빛 바다를 선물하는 오하우의 해변들. 바다를 붉게 태우지도 못한 채 구름 속에 잠겨버리는 마우이의 수줍은 노을. 바닷가 모래알까지도 관광 상품으로 변하는 하와이의 아름다운 섬들을 만나본다. 지구상 모든 관광코스를 갖춘 섬 ‘하와이’ 1970년대부터 하와이는 낙원의 다른 이름으로 통했다. 해외여행이라도 간다면 하와이라도 가느냐고 물었고, 온천장이나 나이트 클럽에도 하와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비자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허니문 여행자는 비자 받기가 쉬워졌다. 미대사관 영사과와 하와이 관광청은 신혼여행객을 위해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춘삼월 허니문 시즌. 어디를 갈까 아직도 고민 중이라면 하와이도 고려해볼 만하다. 빌 게이츠, 박찬호 같은 유명인사들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교포들 얘기론 재벌 회장, 연예인들도 꽤 많이 찾는다고 한다. 호텔 좋고, 바다 예쁘며, 연계 관광지도 풍부한데다 나이트라이프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자, 그럼 하와이를 살펴보자. 하와이는 태평양상에 130개로 이뤄진 섬이다. 이중 관광객들이 갈 수 있는 섬은 오하우, 마우이, 빅아일랜드, 라나이, 카우아이, 몰로카이 등 6개. 다 돌아볼 수는 없고, 오하우와 마우이를 묶은 상품이 가장 보편적이다. 와이키키 등 100여 개의 해변을 자랑하는 ‘오하우’ 하와이를 찾은 여행자들은 90% 이상이 와이키키에서 여장을 풀게 된다. 와이키키 해변이 특급호텔 밀집 지역. 고래 기름을 태우던 옛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밤이면 가스횃불이 켜지는 해변. 바람은 습하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 기타 박스를 열어놓고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가, 광대분장을 하고 퍼포먼스를 벌이는 마임이스트, 밤바다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 ‘로맨틱 비치’ 그대로다. 호텔의 바에 앉아서 맥주 한잔이라도 들이켜면 연인의 입술도 안젤리나 졸리나 제니퍼 로페즈처럼 섹시해 보일 것이다. 와이키키는 그리 크지 않다. 원래는 사탕수수 농장 지역. 100년 전 로열 하와이안 호텔이 들어서면서 휴양지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에 고급리조트가 몰려들면서 이름난 해변이 됐다(정작 와이키키의 모래밭은 해마다 유실돼 북쪽 해안과 몰로키니섬에서 퍼 실어온다고 한다). 와이키키엔 전설적인 서퍼, 듀크 카하나모쿠 동상이 서 있다. 1912년 스웨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그는 파도를 즐기는 법을 세상에 알렸다. 그게 바로 서핑이다. 서핑포인트는 노스쇼어와 샌디비치가 유명하다. 매년 세계대회가 열리는 노스쇼어는 말 그대로 집채만 한 파도가 몰려오는 곳이다. 서핑대회 날짜는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파도가 높은 날을 골라 대회 직전 정한다. 산처럼 일어선 파도의 고랑을 빠져나오는 서퍼들의 재주가 경이로울 뿐이다. 그래서 관광객이 서퍼보다 많다. 샌디비치는 보디서핑 포인트. 보디서핑은 파도가 그리 높지 않은 해안에서 절반 크기의 자그마한 보드를 이용한 파도타기로 일종의 초보자 코스. 인근에는 후지산을 닮아 일본인들이 ‘리틀 후지’라고 부르는 코코헤드 분화구가 있는데 산 전체가 식물원이다. 입장료도 없이 마치 농장처럼 보이는 식물원엔 꽃목걸이에 쓰이는 플루메리아꽃이 지천이다. 노랑, 주홍, 보라 등 색깔이 다양하고, 화려하다. 하와이를 ‘원색의 섬’이라고 부를 만하다. 샌디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별장이 있다. 별장 소유권에 식품점 체인으로 넘어간 뒤 관광객들은 들어가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오하우에는 와이키키, 노스쇼어, 샌디비치 외에도 100여개의 해변이 있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다 만나는 마카푸우 전망대에선 몰디브 해안처럼 연한 푸른빛을 띠는 쿠알루아 해변이 펼쳐진다. 쿠알루아 앞에 떠 있는 섬이 ‘중국인 모자 섬’. 사탕수수밭을 일궈냈던 중국인 노동자의 밀짚모자를 빼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참고로, 야경은 탄탈루스 언덕, 일출은 다이아몬드헤드가 포인트다. 폴리네시안 문화센터도 한번쯤 가볼 만한 투어코스. 하와이, 타히티, 피지, 퉁가, 뉴질랜드 등 7개 섬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나무 막대기 하나로 능숙하게 불을 피워대는 사회자는 영어,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로 농을 던지며 관람객들을 웃긴다. 色이 소리를 삼키는 섬 ‘마우이’ 오하우가 떠들썩하고 흥겨운 섬이라면, 마우이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오로지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연인들에게 좋다. 제주도만한 크기에 인구는 12만 명이 채 못 된다. 오하우나 마우이는 대중교통이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렌터카를 하루나 이틀쯤은 빌리는 게 낫다. 컨버터블 같은 폼 나는 자동차를 하나 빌려 타는 것도 좋다(햇살이 너무 좋아 30분도 못 버티고, 지붕을 닫겠지만). 마우이를 달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교통이 복잡하지 않아 초보자도 운전이 결코 버겁지 않다. 도로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해안과 가깝다. 허니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하얏트, 메리어트 등 특급호텔이 몰려 있는 카아나팔리 해변. 해변의 길이는 5~6km는 족히 될 정도로 길다. 해변 앞에는 빌 게이츠가 통째로 빌려 결혼식을 치렀다는 라나이 섬이 보인다. 라나이는 최고급 리조트가 딱 하나 있다는데 일반인들도 들어가볼 수는 있지만 숙박비는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마우이에선 저물녘엔 딴 생각 하지 말고, 연인의 손 깍지를 끼고 모래톱에 앉아서 노을 구경을 하자. 마우이의 노을은 환상적이다. 산도 바다도 사람도 노을에 잠긴다. 해변의 잔디도 야자수도 모래톱도 붉다. 백사장에 들이치던 파도 소리나 호텔 공연장의 북소리마저 저녁놀에 묻힌다. 색깔(色)이 소리(音)를 삼킨다. 저녁놀이 아름답다는 것은 자연이 깨끗하단 뜻이다. 먼지가 많거나 공기가 탁해서 생기는 노을은 색이 선명하지 않다. 그저 붉은색에다 검은 물감을 한 방울씩 더해가듯 조금씩 어두워질 뿐이다. 습한 열대 바다의 노을은 바다를 붉게 태우지도 못한 채 구름 속에 잠겨버리고, 수분이 없는 사막의 태양은 우리 상상과는 달리 제 몸을 붉게 태우지도 못한다. 하얗게 떠서 연분홍으로 져버리고 만다. 공기도 맑고,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아야 일몰이 아름답다. 맑은 바다의 저녁놀은 황금빛으로 시작, 은은하게 붉은빛을 퍼뜨리다가 나중에는 핏물보다 더 진해진다. 순간순간 색깔이 바뀐다. 노을의 스펙트럼을 색깔로 나눈다면 수천 수만 가지가 될지도 모른다. 마우이섬도 연계 관광 코스가 많다. 할레아칼라 분화구 투어가 가장 권할 만하다. 새까만 새벽녘에 분화구를 보기 위해 할레아칼라(3,030m) 국립공원에 오르는데 운해를 뚫고 분화구 위로 솟구치는 일출이 장관. 9개의 분화구가 있는 할레아칼라는 세계 최대 휴화산으로 스탠리 큐브릭의 명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배경이 됐다. 분화구에서 또 다른 재미는 다운힐 바이크.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데 가이드가 따라붙어 안전하다. 도심은 작지만 나름대로 역사가 있다. 마우이는 원래 고래섬. 지금도 해안도로 옆 전망대에서 고래가 물을 뿜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세기엔 고래를 찾아 포경선들이 몰려들었다. 돈이 넘쳐났던 마우이는 빅아일랜드보다 작지만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였다. 카아나팔리 해안 남쪽 라하이나 항구엔 하와이의 옛 모습이 어슴푸레 남아 있다. 100년 남짓한 키 작은 목조건물이 아직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다. 고래 기름을 밤새 태우며 불을 밝혔을 법한 포구는 이제 유람선과 낚싯배 선착장으로 변했다. 이밖에도 마우이 앞바다 몰로키니 섬은 스노클링 포인트로 유명하다. 마우이의 서쪽 이아오밸리는 우리로 치면 설악동 계곡쯤 되는 곳. 늘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 한국의 계곡만 못하니 굳이 투어를 할 필요는 없다. 인근에는 한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한국 공원이 있다. 화려한 밤바다도 있고, 조용한 저녁놀 해변도 있는 하와이. 허니무너에겐 하와이만 한 ‘로맨틱 아일랜드’를 찾기 힘들다. 여행수첩 미국 정부는 알로하 허니문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고자 하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 미 대사관에서 미리 선정한 11개의 여행사를 통해 하와이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서류는 여권과 비자 신청서(DS156/157), 비자 신청 수수료 영수증(신한은행), 사진(배경이 흰색, 옷은 배경과 구분이 되는 컬러), 여행사 보증서가 필요하다. 여행사에는 신혼여행객임을 입증할 수 있는 청첩장 등을 제출하면 된다. 비자 인터뷰 예약비는 1만2천원. 신청자들은 30일 내에 각자의 일정에 맞춰 편한 날짜와 시간에 비자 인터뷰를 받을 수 있다. 알로하 프로그램을 통해 받는 비자는 기존의 관광비자인 10년짜리 B1/B2 비자와 동일하다. 대신 첫 번째 여행지는 반드시 하와이여야 하고, 본토는 갈 수 없다. 두 번째 여행부터는 미국 어느 지역이든 방문할 수 있다. 단 비자가 거부된 적이 있는 사람은 안 된다. 알로하 프로그램 운영 여행사는 서울 가야여행사(02-536-4200), 롯데관광(02-399-2300), 범한 여행사(02-2001-4774), 세중 해피투어(02-753-1803), SK투어비스(02-511-1456), 한진관광(02-726-5672), 현대드림투어(02-723-2233), 허니문 리조트 여행사(02-548-2222), 부산 지역은 고려항공(051-803-5959), 뉴부산 여행사(051-816-8811), 대화항공(051-645-7705)이다. 하와이는 성수기 비수기가 따로 없다. 굳이 따진다면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우기. 여름 휴가철과 겨울 휴가철에는 미국인들이 많이 몰려 값이 비싸다. 오히려 봄과 가을이 한적해서 여행하기 좋다. 인천∼호놀룰루 항공편은 1주일에 네 편. 갈 때는 7시간 30분, 서울로 돌아올 때는 9시간 정도 걸린다. 시차는 하와이가 한국보다 19시간 늦다. 하와이 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7-0033. 알라모 렌터카는 국제운전면허증 없이 한국 면허증을 받아준다. 한국사무소(02-2127-1222)에서 예약하는 것이 현지보다 싸다. 크라이슬러 컨버터블 스포츠카(www.alamo.co.kr)의 경우 하루에 110달러 안팎. 마우이에는 하얏트리젠시와 리츠칼튼, 메리어트 등 고급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리츠칼튼은 해마다 소니 오픈과 PGA 우승자들이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골프대회가 열린다. 마우이 할레아칼라 정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다운힐 프로그램은 4∼6시간 정도 걸린다. 점심 포함 100달러 안팎. 골퍼들에게도 마우이는 천국. 골프장만 100개가 넘는다. PGA 챔피언들만 모아 메르세데스 클래식을 여는 리츠칼튼 카팔루아 플랜테이션베이 골프코스는 미국의 유명 골프잡지가 뽑은 전 세계 100대 골프장 중 14위를 차지했다. 오하우섬은 와이키키 한가운데 하얏트를 중심으로 쉐라톤, 리츠칼튼 등 고급 체인 호텔들이 몰려 있다. 오하우엔 신라원(808-944-8700), 카멜리아(808-944-0449), 레인보우(808-293-9145) 등 한식당도 여러 개 있다. 현지 블루하와이(www.bluehawaii.co.kr)는 하와이만 전문적으로 파는 여행사. 마우이와 오하우를 연결하는 상품도 나와 있다. 글·사진/최병준 기자(경향신문 매거진X부)

      2006.03.01 00:00

    • 연예

      라디오 DJ 컴백하고 ‘노을 박물관’ 건립 준비하는 이상벽

      올해 가장 행복한 기억은 딸 시집 보낸 것, 가장 불행한 기억은 ‘아내와의 별거설’ 소동 구수한 입담으로 MC계의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상벽씨가 라디오 DJ로 돌아왔다. 무려 15년 만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첫 방송을 하는 날 마치 신인 때처럼 떨었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노을 박물관’ 건립을 준비중인 그가 2005년을 뒤돌아 봤다. 상주 사고 방송생활 중 가장 큰 사건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사고는 올해뿐 아니라 37년의 방송생활 동안 경험한 사건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는 이상벽씨(57). 눈깜짝할 새에 사고가 발생한 후 무대 밑에서는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대신 구급차 사이렌만이 들렸다. 그리고 이어진 사람들의 비명소리…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상벽 씨는 지난 3년 동안 서울을 벗어나 중소도시를 돌면서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MBC-TV ‘가요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의 땀과 열정이 맺힌 프로그램은 한순간의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종영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MC 이상벽 씨는 아직도 그 사건만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사고가 난 후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사고 현장에 내려가서 사람들을 볼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위로금을 전달하는 것도 이상하더라구요. 그 프로그램은 제 개인적으로도 좋은 뜻을 품고 시작했던 일이었어요. 사고 후 사찰에 가서 4일 동안 기도를 올렸습니다. 제 방송생활 경험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이었죠.” 이 사고로 가요 무대를 떠난 이상벽 씨는 마음을 쏟아 진행할 새 프로그램을 찾다가 15년 만에 라디오 DJ 자리로 돌아왔다. 사실 방송국 개편 때마다 그는 라디오 DJ 제의를 받았지만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기를 냈다. 매일 오후 4시 SBS Love FM의 ‘이상벽의 세상 만나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취자들과 새로운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고향에 온 느낌이죠.(웃음) 라디오는 감성적인 매체라서 청취자들의 귓가에 대고 말을 하는 느낌으로 진행을 해요. 요즘 젊은 후배들이 라디오에서 웃고 떠들기만 하는데, 라디오 매체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성실함을 밑천으로 열심히 해야 할 거예요.” 그는 지난 1967년 방송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지켜온 습관이 하나 있다. 늘 방송 2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오후 4시 방송을 위해서 매일 2시까지 도착해 오프닝 멘트와 진행 시트를 꼭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절대로 녹음방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라디오 매체의 생명은 라이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일 처음으로 라디오 부스에 들어갔을 때 그는 정말 떨었다고 한다. 청취자들도 ‘천하의 이상벽이 떠네!’라고 소감문을 올려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방송시간대는 최유라, 이금희, 전영록, 안문숙 등 쟁쟁한 DJ들의 각축장이기 때문에 그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하다. “지금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얼마나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청취율이 낮으면 금방 잘리겠죠.(웃음) 하지만 제가 예전에 ‘이상벽의 연예가 산책’으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어요. 그때처럼 이번 방송도 37년의 방송경험을 살려서 이끌어봐야죠. 연예부터 시사까지 폭넓은 주제로 청취자들을 붙잡으려고 합니다. 사형수와 콘돔 이야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뤄볼 예정이에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딸 시집 보낸 것’ 2005년은 그에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개인적으로 따져볼 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딸을 시집 보낸 것이다. 결혼식 당일 눈물을 펑펑 흘릴 만큼 딸의 결혼식은 감동적이었다고. “지연이 결혼식을 앞두고 매일 밤마다 꿈을 꿨어요. 결혼식장에 하객이 한 명도 없는 꿈을 계속 꾼 거예요. 우리 딸 결혼식을 치르는 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 하지만 결혼식장에 전·현직 장관 10명이 참석했고 나훈아, (조)용필이, 신성일·엄앵란 부부까지 하객만 2천여 명이 왔어요. 그때 얼마나 행복하든지.(웃음) 딸을 결혼시키고 나니까 남들은 언제 할아버지가 되냐고 물어보는데, 딸이랑 사위가 알아서 계획을 세우겠죠. 이젠 회계사로 일하고 있는 아들을 빨리 결혼시켜야죠.” 이상벽 씨는 딸 결혼식을 앞두고 터진 오보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한다. 바로 ‘아내와의 별거설’ 기사. 아내와 부부 싸움을 하고 며칠 동안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낸 것이 화근이었다고. 기사가 보도된 다음 날 정정기사가 실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물어볼 때는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고. “제가 구설수에 오를 만한 뉴스메이커도 아닌데 왜 그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것도 아닌 일을 확대 해석해서 발생한 일이었어요. 그래도 별탈 없이 지나갔으니 다행이죠.” 이상벽 씨는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개운치 않은 듯 짧은 이야기로 끝맺음을 했다. 요즘도 그 일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지만 이젠 잊고 지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상벽 씨는 자신을 두고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때문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TV 출연을 자제할 생각이라고. 그렇다고 한가롭게 지내는 것은 아니다. 방송이 없는 시간에는 그림과 ‘노을 박물관’ 건립에 올인할 계획이다. 그는 얼마 전부터 학창시절의 전공을 살려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개인전시회를 열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로 그림에 푹 빠져 있다고. 내년에는 지인들과 함께 그룹전이라도 열어볼 생각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을 박물관 건립에도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노을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박물관으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건립되지 않았다. “어떤 분이 대부도에 노을 박물관을 건립한다고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더라구요. 약 30만 평 부지에 건립비만 몇백 억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예요. 제가 그 프로젝트에 안성맞춤이라고 저에게 맡겼어요. 제가 아는 교수님이랑 함께 진행하고 있죠. 요즘은 이 작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안산시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덕분에 안산시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노을 박물관은 오는 2007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노을 박물관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둘러보고 올 계획도 세워두었다. 이상벽 씨는 지난 37년 동안 쉬지 않고 방송생활을 했다. 10년 동안 주부 대상 프로그램인 ‘아침마당’을 진행했고, 5년간은 ‘주부 가요열창’의 MC로 활동했다. 한 프로그램을 이렇게 오랫동안 진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산전수전 다 겪은 방송인 이상벽 씨가 라디오에서 펼칠 수더분하고 친근한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손경현

      2005.12.01 00:00

    • 재테크

      새벽 안개와 저녁 노을! 깊어가는 가을을 보듬어 안고…주산지·부석사·소수서원

      4계절이 뚜렷하지만, 가을을 느끼기에는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을이다 싶으면 벌써 겨울을 향해 달려가기 일쑤다. 가을에는 단풍여행이 좋지만, 조금 색다르게 안개와 노을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주산지 주산지는 일반인보다 사진작가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누군가 새벽 안개로 뒤덮인 주산지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 환상적인 모습에 반한 작가들이 새벽마다 그곳을 찾았다. 사찰에 들어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문이 있다. 세속과 진리의 경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一柱門)’이다. 일주문을 지날 때는 세속의 번뇌를 씻으라는 의미다. 이런 상징성 때문에 일주문을 통과할 때는 반배를 한다.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감독 김기덕)은 호수 위 암자에서 사는 한 동자승을 통해 굴곡 많은 인생사를 보여준다. 이 암자 역시 일주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의 일주문은 마치 한옥집의 대문처럼 굳게 닫혀있기 일쑤다. 일주문을 열 때 나오는 ‘삐그덕’ 소리. 마치 천둥번개를 몰고 오는 사물소리처럼 잠자고 있는 의식을 깨우는 소리 같다. 세속의 욕망으로 일주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한 동자승의 모습을 나무라는 듯하다. 이 영화는 한 인물의 인생 여정을 사계에 비유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과 너무 다르다. 피 대신 잔잔한 호수 물이 있고, 가학하는 인간보다는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구도자의 모습이 담겨 있다. 관객의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키는 데는 영화 세트장인 주산지가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암자를 뒤덮고, 마치 춤을 추듯 호수를 미끄러지는 새벽 안개는 신비스럽고 매력적이다. 반쯤 물 속에 자신의 몸을 담근 버드나무는 마치 무심하게 흐르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저예산 전문 김기덕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절대 포기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산지에 설치된 ‘부유하는 암자’다. 2002년 5월부터 2003년 3월까지 약 1년에 걸쳐 이 암자에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졌다. 이 암자가 마치 선세계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 것은, 주산지의 새벽 안개 때문이다. 주산지는 1720년 8월 조선조 숙종에 착공해 이듬해 19월 준공된 호수다. 길이 100m, 넓이 50m, 수심 8m의 아담한 호수는 주왕산 연봉에서 뻗어내린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들리는 것은 자연의 소리고, 보이는 것은 호수에 비친 산의 그림자뿐이다. 특히 호수 속에서 자라고 있는 1백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바닥이 드러난 적이 없다고 한다. 주산지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때문이다. 그 전에는 일반인보다는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었다. 우연히 주산지의 새벽 안개를 찍었던 사진작가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후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새벽 안개를 촬영할 수 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 전에는 이곳 부근에 있는 지역민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현재 영화 세트는 철거된 상태다. 영화를 봤던 이들은 주산지에서 세트장을 상상하는 것도 독특한 경험일 것이다. 지금도 영화를 봤던 사람들이 사진기를 들고, 일주문과 암자가 세워졌던 곳을 촬영하러 많이 온다. 주산지로 들어가는 길은 마치 오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제1주차장에서 제2주차장까지의 거리는 비포장 도로로 승용차로 올라가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다. 제1주차장에서 차를 놔두고 주산지까지 걸어가려면 약 30여 분 정도 소요된다. 오솔길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걸어가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주산지 계곡을 따라 별바위까지 이르는 등산로는 매우 운치있는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주산지 둑 옆에는 호수 축조에 관한 내용과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일장저수(一障貯水) 유혜만인(流惠萬人) 불망천추(不忘千秋) 유일편갈(惟一片碣)-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조각 돌을 세운다.” 주산지 이모저모 찾아가는 길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신갈JC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 → 안동시내 → 34번 국도 진보 → 청송읍 → 영천 방면 → 914번 국도 주왕산 입구 삼거리 → 영덕, 부동방면 → 주산지 버스 청송읍 → 주왕산(하루 65회, 20분 소요) 숙박시설 주산지의 새벽 안개를 보려면 주왕산 입구 삼거리에 있는 모텔(세 곳이 모여있다)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곳을 지나치면 주산지까지는 민박이나 모텔 시설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금호렌터카 외제차 이벤트 행사 허니문의 특별한 추억을 위해 희소성이 높은 외제차를 선택하는 신혼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외제차는 남자보다는 신부의 선호도가 더 높고, 자유롭게 오픈이 가능한 컨버터블형을 특히 선호하고 있다. 외제차는 여행중 특별한 기분을 낼 수 있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금호렌터카는 외제차의 수요 증가로 크라이슬러와 포드자동차, 머스탱 등 신차 70여 대를 구입해서 전체적으로 1백여 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중 제주 지역에 약 40여 대가 배치되어 있어 현재 영업중이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신혼부부를 위해 금호렌터카에서는 외제차 디스카운트 이벤트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일반 요금의 50% 할인 금액으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벤트 기간 12월 31일까지 이용요금 일반 요금의 50% 할인 대상지역 제주 적용대상 청첩장을 소지한 신혼부부 적용차량 BMW, Chrysler, Ford 예약신청 인터넷(www.kumhorent.com), 예약센터(064-751-8000) 깊어가는 가을에 걸어가고 싶은 은행나무 숲길부석사 건축가들이 꼽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부석사. 가을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소백산맥 자락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과, 비처럼 내리는 은행나무 단풍 숲길이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한다. 부석사 이모저모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신갈IC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 →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IC → 풍기 IC → 부석사 버스 풍기 → 부석사(하루 15회, 20분 소요) 입장료 어른 1천2백원, 청소년 1천원 주차요금 승용차 3천원 사찰의 매력을 느끼려면 새벽 3시와 저녁 6시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새벽 3시, 사찰은 ‘정중동(靜中動)’의 공간이다. 만물은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을 뚫고 퍼지는 스님들의 예불소리. 마치 퍼포먼스 같은 스님의 법고와 목어 그리고 운판의 연주, 마지막으로 산 전체를 감싸안으며 퍼지는 묵직한 범종소리. 어슴푸레한 안개가 휘감아 도는 사찰의 모습에 우리의 몸은 경건해진다. 움직임이 있으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는 사찰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저녁 6시, 하루의 시작이 있으면 하루의 마감이 있다. 사찰과 저멀리 보이는 산맥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은 하루의 번잡함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님들의 독경소리와 범종소리. 어떤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도 진중한 사찰의 소리를 이겨내지 못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으로 더욱 유명해진 부석사의 아침과 저녁은 광활한 태백산맥의 산줄기로 더욱 빛이 난다. 붉어지는 소백산 자락으로 퍼지는 법고 소리와 범종 소리를 듣는 저녁시간이야말로 왜 가을에 부석사를 가야만 하는지 느낄 수 있다. 부석사(浮石寺)라는 이름은 무량수전 서쪽의 큰바위에서 유래했다. 이 바위는 아래의 바위와 서로 붙지 않고 떠 있어 ‘뜬돌’이라고 부르고 있다. 부석사는 건축가들이 뽑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 의상 조사가 창건한 화엄종찰이다. 이 절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공간 구조와 세련된 건물들 때문에 전통적인 건축의 특성이 있다. 부석사가 들어선 터는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작 부석사에 들어서면 협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까지는 석단과 축단이 이어진다. 이 돌계단과 축단에 의해 구분된 터에 건물이 배치되어 좁은 느낌이 없는 것이다. 또한 건물 지붕 위로 보이는 소백산맥 자락의 경치, 특히 석양이 지는 저녁의 경치는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부석사에는 국보 제17호인 무량수전 앞 석등·보물 제220호인 석조여래좌상·국보 제19호인 조사당·보물 제249호인 삼층석탑 등 국보 5점, 보물 4점, 도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특히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이다.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다. 내부 기둥 사이의 거리가 크고 기둥도 높아 건물이 당당하고 안정감이 있다. 특히 유의해서 봐야 하는 것은 기둥의 안쏠림과 귀솟음, 배흘림인데, 모두 착시에 의한 왜곡 현상을 막는 효율적인 기법들이다. 안쏠림은 기둥 위쪽을 내부로 경사지게 세우는 것이다. 배흘림은 기둥머리가 넓어보이는 착시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무량수전의 불상은 다른 사찰과 달리 동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내부의 기둥 줄 사이로 불상을 바라보도록 해, 일반적인 불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장엄하고 깊이 있는 공간감이 생긴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는 매우 드문 방식이다. 무량수전과 같이 건물의 진입 방향과 불상을 모신 방향이 다르게 처리한 곳으로 영광 불갑사 대웅전, 대전 고산사 대웅전, 공주 마곡사 대관보전 등이 있다. 부석사는 아름다운 건축술과 자연의 신비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에서 사찰까지 오르는 길을 노랗게 물들어버린 은행나무 단풍잎이 가을을 깊어가게 한다. 바람이 불때마다 비처럼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의 매혹을 느끼는 것만으로 부석사는 가을에 가볼 만한 곳이다. 혹자는 이 길을 ‘영남 최고 사색의 길’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선비의 도도함 느끼는소수서원  서원은 선비와 학자들의 공간이다. 학문을 위한 공간이기에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막상 서원은 풍류와 한가로움이 함께 들어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은 ‘풍류’가 있어서 좋은 곳이다. 소수서원 이모저모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신갈IC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 →         중앙고속도로 서제천 IC → 풍기 IC → 소수서원 버스 풍기 → 소수서원(하루 15회, 20분 소요) 입장료 어른 1천1백원, 청소년 8백80원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부러운 일이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도시인들의 정서는 메마르기 일쑤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책 한권을 읽을 수 있고, 불어오는 바람에 취해 나지막한 흥얼거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도도한 학자의 정신이 흐르는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사액서원은 나라로부터 책과 토지, 노비를 받아 면세, 면역의 특권을 가진 서원을 말한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교학을 닦게 한다’라는 뜻으로 학문을 부흥시킨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조선 명종은 손수 ‘소수서원’이라는 편액 글씨를 써서 하사했다고 한다. 소수서원을 멀리서 바라보면 숲이 둘러싸고 주위로 강이 흐르는 모양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강당이 보이고, 바로 북쪽에는 공부하는 선비들의 숙소로 쓰이는 동·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동쪽 조금 뒤편에는 학구재가 자리잡고 있고, 학구재의 동편에는 지락재가 놓여있다. 정문밖 동쪽 강가 언덕 절벽 위에는 정자인 경렴정이 있어 선비들의 풍취를 느낄 수 있다. 강 건너편 경자바위에는 붉은 글씨의 ‘경(敬)’자가 새겨져 있는데, 강물의 귀신 울음소리를 멈추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퇴계와 주세붕 선생이 직접 친필하고 팠다고 한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은 소백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의 원류가 된다는 낙동원류 죽계수다. 조선시대 서원의 역사를 알고 싶은 이들은 사료전시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서원의 역사에서 고문서, 장서류 그리고 배출 인물과 건물의 기능까지 한눈에 소수서원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서원이라는 공간이 일반인에게는 친숙하지 않지만, 사료전시관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천천히 읽어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소수서원에 내려오는 전설을 듣는다면 재미가 한층 더해질 것이다. 소수서원에는 국보 제111호 회헌영정, 보물 제59호 숙수사지당간지주, 보물 제485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 보물 제717호 주세붕영정이 보관되어 있다. 풍기의 자랑, 인삼 풍기의 특산물로는 인삼을 꼽는다. 풍기는 미국의 화기삼, 중국의 전칠삼 등 다른 나라 삼보다 인삼 생육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풍기인삼은 내부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하여 고유의 향을 오래 간직한다. 풍기인삼은 혈압조절, 간장보호, 항암작용, 식욕증진 등에 효과가 있다. 조선 중종조 주세붕 선생이 1541년 풍기군수로 부임하면서 풍기의 토양과 기후를 조사한 결과 인삼재배지로서 가장 적합한 곳임을 발견했다. 풍기에서 제일 처음 산삼 종자를 채취하여 인삼 재배를 시작했으며, 나라에서는 풍기인삼만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풍기에서는 매년 10월 초순에 ‘풍기인삼축제’를 펼치고 있다. 풍기인삼의 유명세 덕분에 많은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인삼캐기 체험은 온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번 풍기인삼축제는 지난 10월 1일부터 5일까지 풍기읍 남원천 변 곳곳에서 열렸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정준욱·경향신문 포토뱅크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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