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규칙적인 운동, 뇌 속 ‘노폐물 청소’ 돕는다…서울대 연구 논문 발표

      스포츠종합

      규칙적인 운동, 뇌 속 ‘노폐물 청소’ 돕는다…서울대 연구 논문 발표

      차원(2D)과 3차원(3D) MRI 영상 기법을 사용해 뇌수막 림프관(mLV)의 크기를 비교한 결과, 장기간 운동을 한 그룹에서는 운동 후에 뇌수막 림프관의 크기(관찰된 영역의 크기)가 뚜렷하게 커졌으나 한 번만 운동한 그룹에서는 운동 후에도 뇌수막 림프관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우리 몸이 튼튼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운동이 몸뿐 아니라 뇌의 건강을 지키는 데도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최승홍 교수팀은 12주 동안 주 3회씩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운동이 사람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봤다. 우리 뇌 속에는 글림파틱 시스템이라는 일종의 ‘청소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은 뇌 속에서 생긴 노폐물을 깨끗이 청소해서 몸 밖으로 내보낸다.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라는 해로운 물질들이 쌓일 수 있다. 이 물질들이 쌓이면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뇌의 청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꾸준히 운동한 그룹에서 뇌의 청소 시스템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확인됐다. 논문에 따르면, 뇌 안에 있는 ‘기저핵(푸타멘)’이라는 중요한 부분에서 노폐물을 씻어내는 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뇌에서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통로인 뇌막 림프관도 더 커지고 활발해졌다. 하지만 단지 하루만 운동한 그룹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의 피를 조사했더니,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은 줄어들고 몸의 면역을 돕는 물질들은 오히려 늘었다. 즉, 꾸준한 운동은 뇌 건강뿐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력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약이나 치료 없이도 규칙적인 운동만으로 치매와 같은 뇌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를 주도한 최승홍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규칙적이고 장기적인 운동이 뇌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습관임을 확인한 연구”라며 “앞으로도 운동이 뇌를 어떻게 건강하게 만드는지 연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 박성홍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김유겸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기여했다. 유노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김준희 서울대 의학연구원 방사선의학연구소 연구조교수, 문효열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등 3명이 공동 1저자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실렸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는 “뇌의 노폐물 배출에 핵심 역할을 하는 글림파틱 시스템과 뇌막 림프관은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독성 단백질 제거에 중요하다”며 “본 연구는 장기간 규칙적 유산소 운동이 글림파틱 흐름과 뇌막 림프관 기능을 강화하여 치매 위험을 잠재적으로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세훈 기자 2025.04.17 08:47

    •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 전방십자인대재건술 관련 논문 국제학술지 등재

      생활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 전방십자인대재건술 관련 논문 국제학술지 등재

      아킬레스건 동종이식편을 이용한 잔여조직 보존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의 결과: 경골 터널 확장 및 합병증에 대한 후향적 분석 바른세상병원 관절센터 서동원 원장의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등재됐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병원인 바른세상병원은 관절센터 서동원 원장(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의 논문 ‘아킬레스건 동종이식편을 이용한 잔여조직 보존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의 결과: 경골 터널 확장 및 합병증에 대한 후향적 분석(Outcomes of Remnant-Preserving Anterior Cruciate Ligament Reconstruction Using Achilles Tendon Allografts: A Retrospective Analysis of Tibial Tunnel Widening and Complications)’이 국제학술지 JEO(Journal of Experimental Orthopaedics)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010~2023년, 본원에서 동종 아킬레스 이식건과 잔존 전방십자인대 보존술식을 적용하여 재건술을 시행한 환자 396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재파열의 원인이 되는 터널 와이드닝과 합병증 여부를 중심으로 집중 분석하였다. 수술 결과 확인을 위해 MRI를 촬영했고, 수술 직후와 추적 관찰 중 MRI의 변화(평균 21개월)를 측정, 비교하였다. 터널 확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터널의 넓이는 관절면에서 터널로 수직 1cm 아래에 위치한 단면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총 396명의 사례자 중 MRI 추적 관찰이 이루어진 179명의 MRI 측정 결과, 터널 단면적의 변화는 평균 3.49mm²로 터널이 증가한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45.2%의 환자에서 오히려 터널 감소가 관찰되었다. 추적관찰 중 전체 환자 396명 중 21명(약 5%)의 환자에서 이식건의 파열이 확인되었는데, 축구 및 외상으로 수술 후 불과 4개월 만에 재파열 된 2명을 제외하고, 19명의 환자는 평균 37.4개월 후에 이식건이 파열되었다. 해당 연구에서 확인된 재파열 사례는 터널 확장보다는 격렬한 운동에 참여한 환자들의 과도한 활동이 원인인 것으로 확인된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를 통해 동종 아킬레스 이식건과 잔존 전방십자인대 보존술식을 적용하여 재건술을 시행했을 때, 터널의 확장을 줄이고 합병증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논문의 저자인 서동원 원장은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 이식건의 고정 방법인데 동종 아킬레스 건은 힘줄 뿐 아니라 뼈를 이용할 수 있어서 대퇴부와 경골부의 터널에 뼈를 같이 이용해 고정하기 때문에 터널 확장을 막고 이식건을 견고히 고정할 수 있다“고 밝히며, 아울러 ”본원만의 슬개건 후방의 지방 보존법과 잔존인대 보존법도 논문에 소개했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수술법은 본원 관절센터 모든 의료진들이 시행하고 있는 수술 방식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본원에서 시행하는 방식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바른세상병원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동일 규모 병원 중 가장 많은 의료진 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성 증진을 위한 연구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 수만해도 SCI급 국제학술지 포함 480건 이상에 달하고, 주 5회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등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항상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23년 개인병원 최초로 13억 규모의 국책 과제에 선정되었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첨단재생의료실시 기관으로 지정받는 등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급에 준하는 충분한 연구인프라와 연구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강석봉 기자 2025.04.16 13:33

    •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 ‘얼굴 외상 코뼈 골절 진단의 정확성 관련 논문’ SCI 저널 등재

      생활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 ‘얼굴 외상 코뼈 골절 진단의 정확성 관련 논문’ SCI 저널 등재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 분당제생병원(병원장 나화엽)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의 ‘얼굴 외상 코뼈 골절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에 발표됐다. 코뼈 골절은 얼굴 외상에서 흔히 발생하는 손상으로, 정확한 진단이 환자의 기능적, 미용적 회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기존의 X-RAY 검사는 간편하지만 오진 가능성이 있어 보다 정밀한 진단법인 CT 촬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은 코뼈 골절이 있는 환자 206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번 연구를 통해 CT와 X-RAY 검사 간 진단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기존에 코뼈 골절이 있었거나 코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는 X-RAY 검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어 CT 촬영을 적극 고려해야 하고, 얼굴 외상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보다 정밀한 평가를 통해 오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비인후과 배미례 과장은 “모든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진단이다. 코뼈 골절 환자를 진료할 때 CT를 활용하여 정밀한 진단을 통해 보다 정확한 치료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석봉 기자 2025.04.05 12:25

    • 베이글코드, ‘WWW 2025’ 논문 채택…유저 행동 예측 정교화

      생활

      베이글코드, ‘WWW 2025’ 논문 채택…유저 행동 예측 정교화

      KDD 2023 연구 기반, 예측 정확도 대폭 향상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 베이글코드의 ‘유저 고유표현 학습을 통한 행동 예측’(TransForeCaster) 논문이 국제 웹 콘퍼런스 2025(WWW 2025)에 채택됐다. 국제 웹 콘퍼런스는 1994년 시작해 웹, 데이터마이닝, 인공지능 등 최첨단 연구가 공유되는 웹 분야 최고 권위 학술대회다. 올해 산업 연구 부문(Industry Track)에 281개의 논문이 제출됐으며, 이 중 63편 이 최종 선정됐다. 베이글코드는 2023년 KDD에서 딥러닝 기반 LTV 예측 모델(MDLUR)을 통해 AI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한층 발전된 데이터 관계 확장 기법을 적용해 특정 기간 동안 유저 생애가치(LTV)와 이탈 여부를 동시에 예측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데이터&AI팀은 유저 행동 데이터를 카테고리화해 상호 관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정교화했다. 이를 통해 예측 성능을 향상시키고 모델 해석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연구 성과를 실무에도 적용해 광고 성과를 조기에 예측하고 신규 유저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특히, 광고 투자 대비 수익률(ROAS, D7 기준)의 예측 시간은 85.7% 단축하고 예측 정확도는 37.2% 향상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베이글코드는 철저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 연구-기술 개발-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지속적인 예측 모델 고도화를 통해 서비스 환경을 최적화하고 유저 맞춤형 운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주현 베이글코드 데이터&AI 총괄 디렉터는 “지난 논문에 이어 이번 채택 역시 베이글코드의 지속적인 AI 기술 연구 투자와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선 노력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학술과 산업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균형 있는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경제부 2025.02.18 11:00

  • 주간경향

    • [신간]정신의학을 흔든 논문의 진실

      문화/과학 신간

      [신간]정신의학을 흔든 논문의 진실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수재나 캐헐런 지음·장호연 옮김·북하우스·1만9800원 50여 년 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한 논문은 ‘우리가 과연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스탠퍼드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젠한을 포함한 가짜 환자 8명은 의사에게 “비었어. 안에 아무것도 없어. 공허해. 둔탁한 소음이 나”라는 환청을 듣는다고 호소한다. 정신병원들은 하나같이 입원 결정을 내렸고, 이들은 입원 중 ‘정상적인’ 생활을 했음에도 평균 19일을 갇혀 있었다. “정신의학의 심장에 칼을 꽂은” 이 실험의 뒷이야기는 거의 알려진 게 없었다. 로젠한은 쓰고 있던 책 출간을 포기했고, 출판사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자가면역 뇌염’을 조현병으로 오진 받은 적 있는 저자는 로젠한의 동료에게 남겨진 자료와 생존 인물들을 통해 역사적 실험 이면의 진실과 논문에서 지워진 이들을 추적했다. 정신의학의 본질과 한계 등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나와 타인을 번역한다는 것 줌파 라히리 지음·이승민 옮김·마음산책·1만7000원 “나는 번역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이탈리아어로 이주’한 뒤 번역가로서 정체성을 재발견한 작가의 에세이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영어 소설을 쓸 때부터 늘 ‘머릿속에서 벵골어로 대화하는 인물을 영어로 옮기는’ 번역의 딜레마를 느꼈다. 그는 자신을 “작가이기 전부터 번역가였다”라고 정의한다. 왜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게 됐는지, 자신의 이탈리아어책을 번역하는 도전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 등 번역하는 삶의 의미와 도전을 담았다. 불편한 연금책 김태일 지음·한겨레출판·2만3000원 언제 고갈될지 모른다는 국민연금.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된 태생적 한계를 뜯어고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정 전문가인 저자는 복잡한 연금 제도를 쉽게 설명하고, ‘가입 기간 늘리기’ 등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위근우 지음·시대의창·1만6800원 열심히 쓴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비판적 글쓰기는 희로애락이 아니라 ‘노애노애’만 준다. 그런데도 쓰고 마는 17년 차 마감 노동자가 재능, 트레이닝, 실전, 논쟁, SNS, 멘탈 등 키워드로 ‘글쓰기’를 성찰했다. 수학 잘하는 환경은 따로 있습니다 천지민 지음·해뜰서가·1만6800원 그 아이들은 왜 ‘수포자’가 됐을까.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대치동 강사와 학원장으로 활동한 저자는 “수학으로 성공한 경험”을 강조한다. 학습환경과 교육과정을 분석해 수학을 좋아할 수 있는 조건을 안내한다.

      임소정 기자 2023.11.29 07:00

    • 사회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28)논문의 자격

      윤성로 서울대 교수팀의 논문 표절 사건으로 학계가 어수선하다. 윤성로 교수는 보통의 과학자가 아니다. 올해 12명만 뽑는 기초과학 ‘리더연구자’로 선정돼 향후 국가로부터 매년 8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9년 이내 최대 7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다. 게다가 그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물론이고 역대 정권 모두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쳐온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다. 그의 연구과제는 인공지능 기반 메타버스 연구다. 한마디로 말해 윤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고 과학자이자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연구 분야 권위자이며, 문재인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문제는 교수가 그 정도 규모의 학생을 제대로 된 과학자로 가르칠 확신 없이 공장형 실험실을 운영하는 무책임이다.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마치 공장형 축사처럼 학생을 뽑아내는 행태는 행복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관행이다. /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학회의 자격 이번 사건은 유튜브에 익명의 계정이 올린 7분 16초짜리 영상에서 촉발됐다. 익명의 트위터 계정이 이 유튜브 영상을 학회 계정과 표절된 논문의 저자들에게 알리면서 학회는 즉시 논문을 철회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성로 연구팀이 제출한 논문은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분야 학회인 ‘국제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학술대회(CVPR)’에 발표됐다.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매년 엄청난 숫자의 논문 철회로 몸살을 앓지만, 문장 표절이 분명한 논문을 싣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문장 표절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쉽게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검증에서 거의 매번 터지는 논문 표절은 검증되는 이들이 꽤 오래전 학계를 경험한 운 좋은 세대임을 방증한다. 이제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논문 표절은 꿈도 못 꾸는 일이 돼버렸다. 이 사건이 ‘웃픈’ 또 한가지 이유가 바로 윤성로 교수가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CVPR은 인공지능을 밥 먹듯 사용하는 전 세계 컴퓨터과학 분야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인공지능 전공자가 아닌 교수들도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표절검사 프로그램을 돌리는 게 일상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자기 제자의 논문을 인공지능 분야 최고의 학회에 제출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컴퓨터 분야의 한 교수는 인공지능 분야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이 분야의 교수들이 경쟁적으로 빠르게 논문을 발표하는 데만 급급할 뿐, 연구의 질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말한다. 남범석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CVPR을 비롯한 AI학회들은 한해 2000편이 넘는 논문을 뽑아”내며, 이를 평가하는 심사자들이 논문을 제대로 읽고 평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표절이 명백한 윤 교수의 논문은 4%만 선정된다는 구두 발표 논문으로 우수함을 인정받았다. 그러니까 해당 학회의 논문 심사위원들은 논문을 읽지 않고 제출자의 이름만 보고 구두 발표 논문을 선정했거나, 논문을 읽었지만 해당 논문이 형편없는 복사품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논란을 서울대 교수와 그 제자의 윤리적 일탈로서만이 아니라 인맥을 통한 정치질과 돈벌이로 전락한 국제학회들의 자격을 묻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윤성로 교수와 공저자들의 답은 한결같이 ‘알지 못했고, 제1저자의 단독 행동’이라는 것이다. 논문 표절이 폭로된 유튜브 영상의 베스트 댓글 중 하나는 “공저자들은 논문의 공은 나눠 먹으면서, 표절의 과실은 나누지 않는 것 같다”였다. 당연히 이번 사건의 가장 큰 과실은 제1저자에게 있다. 과학 논문에서 제1저자의 역할은 논문 대부분을 이끌고, 해당 논문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 꽤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의 논문에서도 데이터 조작이 발견됐지만, 대부분 제1저자가 고의적으로 저지른 경우였다. 물론 그렇다고 교수가 무고하다는 뜻은 아니다. 책임의 막중함 대부분의 과학 분야에서 교수는 교신저자 혹은 책임저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한국연구재단이 2019년에 발행한 <연구논문의 부당한 저자 표시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후 권고)에서, 교신저자는 “원고의 투고, 전문가 심사, 출판 과정 동안 투고된 학술지와의 소통에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논문이 출판된 후 논문의 비평에 대응하고 논문에 대한 의문이 발생하여 학술지에서 추가 자료를 요청할 때에 이에 협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성로 교수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책임의 막중함을 알아야 한다. 만약 이 논문의 도움으로 노벨상을 수상할 경우 제1저자가 아니라 윤성로 교수만이 노벨상 수상자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은 독점할 거면서 표절로 인한 과실의 책임을 미뤄선 안 된다. 공저자들도 마찬가지다. <권고>는 저자로 표시될 수 있는 요건 또한 명확하게 밝혀놓았다. 저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첫째, “연구의 개념이나 설계, 연구데이터의 획득, 분석, 또는 해석에 상당한 기여를” 했거나, 둘째, “중요한 학술적 내용에 대해 초안 작업을 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정을 가”했거나, 셋째, “출판될 버전에 최종적으로 승인을” 했거나, 넷째, “연구의 어떤 부분의 정확성 또는 진실성과 관련된 질문이 적절히 조사되고 해결되도록 연구의 모든 측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만이 저자의 자격을 갖는다. 공저자로 등록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의 아들 이모씨는 “원고 대부분은 제1저자가 썼”고, 본인은 “문장 흐름과 문법을 바로잡는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권고>에 따르면 그에겐 저자의 자격이 없다. 윤성로 교수가 자신은 몰랐다고 항변할 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실험실엔 박사과정생만 37명이 있고, 석사과정과 박사후연구원을 합치면 모두 51명이나 된다. 공장형 실험실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학생 수요는 많은데, 가르칠 교수는 적어 벌어지는 일이다. 그럴 수 있다. 외국에도 큰 규모의 실험실들이 있고, 그런 곳에서 노벨상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교수가 그 정도 규모의 학생을 제대로 된 과학자로 가르칠 확신 없이 공장형 실험실을 운영하는 무책임이다.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마치 공장형 축사처럼 학생을 뽑아내는 행태는 행복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관행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구비를 많이 가져오고, 학계 내부의 정치에 능한 사람을 훌륭한 교수로 추켜세우는 한국 학계에서 도대체 교수는 뭘 해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것도 사실 이상하지는 않다. 어쩌면 이런 세상에서 교수라는 직업으로 연명하는 것 자체가 실존의 고민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2022.07.01 14:51

    • 문화/과학 김우재의 플라이룸

      [김우재의 플라이룸](26)나의 슬픈 논문 이야기

      누군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논문으로 스펙을 쌓으려 발버둥을 치는데, 너무나 안온하게 세상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렸다. 앞으로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고등학생이 두 달 동안 논문 5편에 전자책 4권을 발표했다고 한다. 논문 주제는 정치, 경제, 과학, 기술을 총망라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그 아버지에 따르면, 논문 대부분은 습작에 불과한 에세이로, 학술지로서 문턱이 낮은 ‘오픈액세스’에 게재된 것뿐이다. 오픈액세스라는 게 발표된 논문이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되는 형태를 뜻하는 용어일 뿐, 그 자체가 문턱이 낮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처’ 등의 거대학술출판사 역시 많은 오픈액세스 학술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습작에 불과한 고등학교 숙제들이 부실 학술지 혹은 약탈적 학술지에 출판됐다는 점은 진짜 심각한 문제다. 가짜 학술지와 바늘도둑 몇년 전 국내 연구자들이 ‘와셋’과 ‘오믹스’ 등의 약탈적 학술지에 대규모로 논문을 출판하거나 이들이 주최하는 학술행사에 외유성 참가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 운영하는 건전학술활동지원시스템을 보면 ‘의심 학술지’라는 분류 아래에 ‘위조 학술지’, ‘약탈적 학술지’, 그리고 ‘대량발행학술지’를 놓아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심 학술지란 “출판 윤리를 따르지 않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여 출판하는 학술지”를 의미한다. 이중 약탈적 학술지란 “돈만 지불하면 무조건 게재해주고 출판 윤리를 어기는 학술지”를 말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의 딸이 발표한 논문 대부분은 이런 종류의 학술지에 게재됐다. 부실 학술지 사태 당시 교육부는 100여개 대학에 약 1300명에 이르는 연구자를 모두 징계하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솜방망이 징계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서울대 교수도 참석한 와셋 학회를 평범한 연구진이 어떻게 가짜인지 알았겠느냐는 변명은 물론, 심지어 해당 부실 학회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항변까지, 부실 학술지를 근절해야 할 대학교수들은 동료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역겨운 광경을 목도한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을지 뻔한 일이다. 진영 논리에 휩싸인 한 서울대 명예교수는 의심 학술지에 내 돈을 주고 논문을 내는 게 뭐가 문제냐며 한동훈 후보자 딸의 논문을 프리프린트에 비유했다. 하지만 프리프린트는 논문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논문심사 과정 동안 동료연구자들에게 연구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프리프린트와 학술지 흉내를 내며 정식 논문인 척 위장하는 의심 학술지 논문은 완벽하게 다른 개념이다. 고등학생이 자신의 습작 에세이를 프리프린트 서버에 저장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한동훈 후보자의 딸)는 표절에 대필 의심까지 받는 습작에 불과한 에세이를 돈만 내면 논문처럼 위장해주는 약탈적 학술지에 대거 발표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다면 전혀 필요 없었을 행위다. 논문작성법 교육을 위해 학교 혹은 컨설턴트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면 학술생태계를 교란한 비윤리적인 행위를 저지른 셈이다. 만약 논문작성법 훈련이 필요했고 그 결과물이 교육의 일부였다면, 프리프린트 서버에 올리는 것으로 충분했을 일이다. 그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학입시에 사용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후보자의 발언은 비상식적이다. 부실 학술지 게재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하니, 석사과정에 입학해 처음으로 발표했던 논문이 생각났다. 옛날 내가 공부하던 작은 학교는, 졸업여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해외학술지에 논문을 반드시 발표해야 했고, 논문 랭킹에 따른 점수표까지 있었다. 발표된 논문에서의 역할이 제1저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점수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나는 그 점수에서 0.5점이 모자라 몇년 더 학교에 다녀야 했다. 나의 첫 논문은 첫 논문의 주제는 두 단백질의 결합이 가진 생리학적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나에게 분자생물학 실험을 가르쳐준 실험실 선배가 첫 삽을 뜬 연구였다. 기본적인 생물학 실험을 배우는 데만 반년이 넘게 걸렸다. 그후에도 손이 좋지 못한 나는 자주 실험을 망치며 석사과정 1년 동안 제대로 된 실험데이터조차 만들지 못했다. 1년 정도가 지나자 실험의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고, 겨우겨우 데이터를 만들어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도 1년이 넘게 연구에 매달려서야 겨우 학술지라는 데에 논문을 심사해달라고 제출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권위 있는 학술지의 벽은 높았다. 겨우 한 학술지에서 심사받은 논문은 심사위원들에 의해 너덜너덜해진 채 돌아왔다. 심사위원들이 요구한 실험들을 모두 수행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다시 제출한 논문은 최종 탈락, 그렇게 대여섯개의 학술지를 전전하던 내 논문은 처음 생각했던 학술지보다 한참 아래 학술지의 게재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만 1년하고도 반이 걸렸다. 논문게재가 확정되자 연구를 처음 시작했던 선배가 장문의 e메일을 보내 자신의 이름이 제1저자에 공동으로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떠나고 2년이 넘게 혼자 했던 연구였고, 논문 작성부터 심사과정 및 논문 수정에 이르기까지 그가 기여한 바는 전혀 없었다. 심지어 그가 만든 데이터 중 단 하나도 논문에 사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그의 요구에도 수긍할 만한 점이 있었으나, 객관적인 논문기여도를 놓고 보면 그는 제2저자로 만족해야 했다. 지도교수에게 그냥 공동저자를 줘버리자고 했다. 바로 그 결정 때문에 졸업여건에서 0.5점이 모자라 몇년을 더 연구해야 했지만, 나는 당시 우울증까지 앓을 정도로 심신이 정상이 아니었다. 한국 과학자의 평균으로 계산해도 늦깎이인 나는 박사과정에 무려 8년 반이 걸렸다. 그 8년 반 동안 1저자로 발표한 논문은 겨우 두편이다. 조금만 똑똑했으면 논문 한편에 그렇게 목숨을 걸지도 않았을 테고, 공동저자 자격을 그리 쉽게 허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논문으로 스펙을 쌓으려 발버둥을 치는데, 너무나 안온하게 세상이 알아주기만을 기다렸다. 앞으로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다. 어차피 논문은 스펙일 뿐인데, 쓸데없이 너무 열심히 세상을 살아온 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세상 부끄럽지 않은 논문 몇편은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표절에 대필 의심까지 받는 습작에 불과한 에세이를 돈만 내면 논문처럼 위장해주는 약탈적 학술지에 대거 발표했다고 한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후보자의 발언은 비상식적이다. 부실 학술지 게재가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기 때문이다.

      김우재 낯선 과학자 2022.05.13 14:18

    • 사회 법률 프리즘

      [법률 프리즘]자기 논문을 표절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

      다수의 학자들은 자기 표절로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분량상 과거의 자기 연구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다 해도, 그 논문만의 독창성이 있다면 자기 표절로 보기 힘들다. 언젠가부터 인사청문회에서 ‘표절’은 가장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었다. 2006년 김병준 교수가 표절 의혹으로 청문회 단계에서 하차한 이후 수많은 청문회에서 표절 문제가 논의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강윤중 기자 여기서 문제되는 표절 중 다수는 ‘자기 표절’이다.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이번 조국 장관 후보자의 표절 의혹에서도 25건 중 20건이 자기 표절 의혹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논문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는데, 자신이 이를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라는 것일까? 가수가 자신이 작사·작곡한 노래를 수천 번 부른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연구자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다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표절과 저작권법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을 막연히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도덕적 문제인 표절과 법적 문제로 인격권·재산권과 연관된 저작권법 위반은 다르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자신의 노래라고 발표한 곡이 사실상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어 번안한 곡일 경우, 저작권법 위반은 아니지만 도덕적 비난은 가능할 수 있다. 자기 표절도 자신의 사용에 원저작자인 자신의 허락이 있었으므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즉 표절은 ‘다른 작품의 내용을 따다 쓰는 행위 중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한 행위’라는 폭 넓은 개념이다. 무엇이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한지 사람마다 견해가 달라 무엇이 표절인지 단언하기도 쉽지 않다. 표절은 국어사전의 정의와 같이 ‘남의 작품 내용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므로 자기 표절은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학자들은 자기 표절로 연구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경우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분량상 과거의 자기 연구를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다 해도, 그 논문만의 독창성이 있다면 자기 표절로 보기 힘들다. 그리고 연구실적 부풀리기를 비롯한 어떤 이익과 연관이 없다면, 예컨대 잡지에 자신의 논문을 요약해서 소개하는 것은 자기 표절이라 비난하기 힘들다고 본다. 여기서 독창성이 있는지, 자기 표절이나 중복게재로 어떤 이익을 거두는지는 섬세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디어와 창작물은 새롭기 어렵고, 과거의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아주 약간 변형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자신의 확고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거기서 약간씩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 논문을 쓸 수밖에 없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일반 상대성 이론’이라는 논문조차 ‘특수 상대성 이론’이라는 선행연구에 대한 인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논문 중 어떤 문구가 얼마나 겹치느냐를 두고 표절을 기계적으로 판단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그러므로 어떤 연구자의 논문이 ‘자기 표절’인지 여부는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그 연구자를 정치적으로 검증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2019.08.23 16:03

  • 레이디경향

    • ‘부모찬스’ 미성년 부정논문, ‘PD수첩’이 파헤친다

      육아/교육

      ‘부모찬스’ 미성년 부정논문, ‘PD수첩’이 파헤친다

      MBC 제공MBC ‘PD수첩’과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고등학생의 연구 부정 논문을 집중취재한다.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청문회에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경북대 의대 편입 당시, 경북대 병원에 근무하던 아버지 덕을 봤다는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기회 삼아 자녀가 이득을 누린다는 이른바 ‘부모 찬스’라는 말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 4월 25일, 교육부가 미성년이 참여한 연구물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포함된 논문 1033건 중 부당 저자 논문이 96건이라는 내용이다. 대학별 부당 저자 판정 논문이 가장 많이 적발된 대학교는 서울대(22건)였으며 연세대(10건), 건국대(8건), 전북대(8건)가 그 뒤를 이었다. 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에 연구 기여도가 낮은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등재한 것이다. 부당 저자로 판정된 미성년자들은 단순 실험 보조, 영문 교정 등의 역할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제공‘PD수첩’과 셜록은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문을 입수해 부당 저자 논문 22건을 전수 분석했다. 10대 고등학생들이 서울대 교수들의 논문에 과연 어떻게 함께 참여할 수 있었을까. 대학 측에서 공개한 것은 단과대학과 책임교수의 성씨뿐. 결정문에 적힌 단서를 가지고 부정 논문에 얽힌 인물들을 하나둘 추적해나갔다. 고등학생을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넣어준 교수는 고등학생과 어떤 관계일까? 취재진이 만난 서울대 교수들은 논문에 고등학생 저자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정 논문으로 결정된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A 교수는 “내가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서울대의 결정으로 완전히 부도덕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MBC 제공서울대 B 교수는 무려 5명의 고등학생을 자신의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시켰다. 그는 ‘학생들과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학생들이 본인을 직접 찾아와서 논문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PD수첩’과 셜록의 취재 결과, 논문에 참여한 고등학생 자매는 B 교수가 교회에서 만난 신도의 자녀로 밝혀졌다. 부당 저자 고등학생은 B 교수의 아내를 이모라고 불렀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B 교수의 위반 정도를 ‘비교적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MBC 제공서울대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를 부당하게 논문에 참여시킨 대학교수들은 각 대학의 판단으로 경고와 주의 등 대부분 경징계에 처벌에 그쳤다. 교수들의 논문에 공저자로 부당하게 이름 올렸던 82명의 고등학생 중 5명의 대학 입학이 취소되었다. 고등학생이 논문 저자로 오르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연구 기여도가 낮은 학생이 교수, 석박사들과 논문에 나란히 이름 올리는 것이 과연 공정일까? ‘논문 공저자 끼워넣기’ 행위가 가장 많았던 서울대의 현실과 도덕 불감증에 빠진 엘리트 사회의 실체를 ‘PD수첩’과 셜록이 파헤쳤다. MBC ‘PD수첩’ - ‘부모 찬스! 논문 쓰는 고등학생들’은 내일(17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이유진 기자 2022.05.16 10:45

    • ‘논문 표절 논란’ 김미경 다시 출발선에서

      화제

      논문 표절 논란’ 김미경 다시 출발선에서

      지난해 3월 논문 표절 논란으로 방송과 강연 무대를 떠났던 김미경이 1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돌아온다. 25년 동안 쌓아온 강사로서의 커리어를 내려놓은 1년의 시간. 오랜 고민과 물음의 시간을 보낸 뒤 그녀가 얻은 것은 불행을 해석하는 힘이었다. 비우고 나니 채울 공간이 생겼다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그녀의 집필실은 이제 막 새봄 이사를 마친 집처럼 분주한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었다. 한쪽 벽에 걸린 스케줄 보드에는 하나둘 일정이 채워지고 있었고 얼마 전 출간된 그녀의 에세이집도 눈에 띄었다. 어느새 다가온 봄, 김미경(49)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중이다. 궁금했어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원래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자기 눈에 안 보이면 쉬는 거라고. 그렇지 않아요. 사람이 산다는 게 기본은 숨 쉬는 것이고 그 위에 하나씩 보태가는 거잖아요. 1년 전 논문 표절 사건 이후로 거의 모든 활동을 접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하고 강연을 가장 오래 쉰 기간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또 채워지더라고요. 그동안 정신없이 달리느라 하지 못한 것들로 채우며 지냈어요. 그 일이 작년 3월이었으니 정확히 1년 만이네요. 스스로에게도, 또 대중에게도 급작스러운 일이었는데,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어떠세요? 작년 1, 2월에는 정말 터져나갈 듯이 바빴어요. 일이 물밀 듯이 밀려오니 도저히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일도 많았고 만나자는 사람도 많았죠. 제가 시간을 못 내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진짜 밥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하루에 7개 이상의 스케줄에 마지막 미팅은 밤 11시. 애들을 볼 시간이 거의 없었고 끼니는 먹는 게 아니라 때우는 거였어요. 저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면에서 보자면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한계를 지나치면 뭐든 좋은 게 하나도 없어요. 그렇게 바빴을 때 일이 터진 거예요.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있다가 이 일에 대해 해석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 시점에서 이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어요. 스스로도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됐는데 사람들은 당장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대답할 수가 없다는 것이 참 힘들었어요. 본인의 이름까지 내건 방송을 진행하며 강사로서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구던가요? ‘김미경쇼’ 폐지 연락받았을 때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이미지가 ‘김미경쇼’에 와서 앉아 있던 아이들의 얼굴이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주는 어떠한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 다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고 직원들의 절반이 회사를 떠나가는 상황에서 느꼈던 상실과 고통을 가늠할 수 있을까요? 괴로웠죠. 오랫동안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유리 파편처럼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사라지는 것만 같았어요. 25년간 강사로서 쌓아온 제 커리어도 자존심과 함께 무너져 내렸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까지 더해져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어요. 사람들이 물어요. 김미경만의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고요. 그런데 말이죠, 아무리 강한 사람도 고통을 극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어요. 벗어나려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발버둥 쳐도 그 시간을 지나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얼마나 걸리셨어요? 스스로 ‘그래, 이제 괜찮아졌어’ 하고 나서 이제 살겠구나 싶으면 내일 또다시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괴로운 거예요. 그래서 하루 날을 잡고 저를 괴롭히는 감정들을 정리해봤어요. 미련, 좌절, 포기, 미안, 책망, 후회…. 다 정리하고 나니 마흔한 개 더라고요. 그 감정들이 하나하나 몸으로 겪고 나서야 괜찮아지는 거였어요. 그렇게 40여 일이 지났어요. 괴롭고 힘들었죠. 하지만 내가 몸으로 느끼지 않으면 절대로 몰랐을 감정들을 경험한 시간이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제 몸을 통과해 빠져나가고 나니 그만큼 새로운 공간이 생기더라고요. 이제 다시 채워가는 일이 남았죠.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1년은 그녀에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25년 만에 주어진 새로운 시간 동안 그녀는 부지런히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논문을 고쳐 썼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됐다. 행운인 줄 알았는데 불행이었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걸. 미국 영어 연수도 그 과정 중 하나였나요? 사실은 늘 노리고 있었어요. 사람들마다 오랫동안 아껴온 삶의 이벤트가 있잖아요. 저에겐 언젠가 혼자 외국에 나가 1년 정도 마음껏 공부해보는 것이었어요. 근데 사실상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애가 셋에 책임져야 할 직원이 스무 명인데 어떻게 일을 비우겠어요. 스물다섯 살 때부터 25년간 돈을 벌면서 커리어는 열심히 키워왔지만 공부할 시간 1년을 만들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드디어 시간이 생긴 거예요. 남편과 아이들, 직원들도 모두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었어요. 내 나이 50에 드디어 뉴욕으로 떠나게 된 거예요. 3개월, 남들에겐 짧은 시간일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3년같이 금쪽같은 시간이었죠.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으니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했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처음 떠날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복귀를 한다면 그때는 제 몸에서 생각이 차올라 그게 입 밖으로 터져 나올 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를 기다리면서 차분히 생각도 정리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는 계획이었는데 웬걸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생각이 딱 바뀌었어요. 저만 바라보고 있는 직원들과 가족을 떼어놓고 여기까지 왔는데 생각만 하다 갈 수는 없는 거예요. 3개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야겠다는 생각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했어요. 연수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고, 쉬어야겠다” 했다니까요(웃음). 어쨌든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요. 상상하지도 못할 경험이었죠. 뉴욕에 있을 때 뉴저지에서 팬이 한 분 찾아왔어요. 사업에 실패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고 무척 감동을 받으셨대요. 제 책을 읽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을 통해 LA 교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하게 됐는데 그때 교포 2, 3세를 좀 더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학생들은 정말 마음의 멘토가 필요해요. 무척 고독하고 힘들거든요. 교포 2, 3세들,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 불법체류자들, 그런 분들을 위해 해외 강연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비우러 간 곳에서 더 많은 일을 얻어오셨군요(웃음). LA에서 알게 된 물리학과 교수님과 함께 책도 쓰기로 했어요. 양자역학이 생성과 소멸에 대한 학문인데 이게 인간의 원초적 고민과 굉장히 가깝더라고요. 인생이란게 참 재밌어요. 항상 뜻하지 않은 곳으로 저를 데리고 가요. 만약 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강의를 했더라면 상상도 못했겠죠. 행운인 줄 알았는데 불행이었고 불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어찌 보면 힘든 일이 제게 온 것은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그 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달라진다는 걸 알았어요. 논문도 다시 써보셨다고 들었어요. 문제가 된 논문은 제가 반드시 다시 풀어야 할 숙제였어요. 과거는 바꾸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건 피할 게 아니야, 다시 보자, 했죠. 무엇보다 제가 무척 애착을 가지고 쓴 논문이거든요. 당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에 심취해 있던 상태였어요.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고 설문조사를 해 쓴 논문이에요. 한 줄 한 줄 다시 읽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 밑줄을 긋고 고쳐 내려갔어요. 그렇게 꼬박 1주일 걸려 논문을 다시 써봤어요. 다시 쓰면서 참 좋더라고요. 힐링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논문 표절 사건을 두고 ‘불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불행은 아니더라’라고 하셨어요. 그 일이 김미경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될까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해요. 중요한 건 그 이후의 삶이에요. 인정하고 고치고 받아들이며 이미 이 사건은 제 인생의 일부분이 됐어요. 인터넷에 김미경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논문 표절 의혹이 나와요. 괜찮아요. 지우고 싶지 않아요. 이제 내가 평생 가져가도 되겠다 싶어요. 저에게 약이 된 일이고 그 일로 인해 제가 깨달은 것이 많거든요. 지금은 무척 감사해요. 만약 2013년에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전 병원 가 있었을 거예요. 영양실조나 김밥 중독으로요(웃음). 이번 일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살다 보면 손에 든 걸 내려놓아야 할 때가 와요. 쉽지 않죠. 비운다는 건 채우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거든요. 전 못할 줄 알았어요. 근데 정말 비워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비우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하고 나니 내가 보였어요. 그동안 나를 수식하던 명사와 형용사들을 걷어낸 원초적인 나 자신이요. 제가 가진 일, 관계, 명예,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죽지 않아요. 살아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 남편과 아이들이랑 집에서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시 새로운 생각들과 깨달음으로 채워나가면 된다는 걸요. 그러니 힘든 일이 있다고 의기소침할 것도 없고 나보다 잘사는 것 같다고 부러워할 것도 없어요. 앞으로 살면서 또 한 번 힘든 일이 올지도 몰라요. 아마 다음번엔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을 것 같아요. 내 주위가 변해도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불행을 약으로 만드는 법 일하느라 제대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다녔고, 미처 돌보지 못했던 아들의 아픈 속도 어루만져줬다. 왜, 지금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혼란스러웠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때가 됐기 때문에’라는 답을 찾았다. 고통을 지나고 불행을 약으로 만드는 법도 함께 말이다. 가족과의 관계나 시간에 있어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좋아졌어요. ‘가족은 곧 시간’이더라고요. 전에는 큰애가 엄마랑 밥을 먹으려면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했어요. 그만큼 바쁜 엄마였는데 쉬는 동안 강원도로 다 함께 여행도 다니고 또 세 아이와 각자 시간을 보내며 얘기도 많이 했어요.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그동안 내가 참 무심했구나 싶어 미안했죠. 근데 부작용이 있어요. 막내가 열한 살인데 자꾸 엄마 언제 오냐고 전화를 해요. 이제 다시 바빠지려고 하는데 걱정이에요(웃음). 지난 1년간 아이들과 보낸 시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둘째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얼마 전에 자퇴를 했어요. 예고에 들어갔는데 1년 정도 혼자 끙끙 앓았더라고요. 엄마를 실망시킬까 봐, 자신 때문에 엄마가 창피라도 당할까 봐 말도 못하고 마음을 졸였던 거예요. 나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 썩어문드러졌을 아들 속을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이미 자신의 고민만으로도 두 어깨가 무거웠을 텐데 제 생각까지 해줬다는 게 고마웠고요. 자퇴서에 사인하기 전에 3일 동안 함께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얘기해줬어요. 앞으로 너희들이 엄마한테 미안할까 봐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요. 얼마나 많은 정치인과 장관, 유명인의 아이들이 부모 이름에 해가 될까 봐 조심하며 힘들게 사는지 알거든요. 그리고 집에 와서 아들과 함께 케이크를 잘랐어요.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요. 자퇴해서 성공한 뮤지션들 명단을 뽑아보니 꽤 되더라고요. 아들에게 명단을 보여주며 “원래 뮤지션은 자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얘기하니 자신감을 얻더라고요. 자퇴를 실패라고 알면 실패에서 출발해야 하는 거고, 명예라고 생각하면 자랑스러운 출발이 되는 거잖아요. 불행을 해석하는 힘은 그렇게 중요해요. 1년 전의 김미경과 현재의 김미경,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변하지 않은 건 김미경 저 자신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 적극적이고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것은 지금도 그대로예요. 아무리 힘들고 피곤해도 가만히 있지를 못해요. 정말 할 일이 없으면 방이라도 닦아야 해요. 그런 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근데 나에게 무언가가 닥쳤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힘, 받아들이는 에너지, 약으로 만드는 법은 경험만큼 늘어났어요. 전에 비하면 많이 느긋해지기도 했고요. 방송 복귀 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다시 대중 앞에 서는 소감이 어떤가요? ‘나만 그런가’라는 주제로 방송을 시작해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에 ‘나만 그런가?’라는 게 있잖아요. 나만 시집 못 갔나? 우리 아들만 이렇게 공부 못하나? 나만 취업 못하나? 그렇지 않아요. 세상에 ‘나만 그런 일’은 한 건도 없어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마음 한쪽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위로하고 솔루션을 주자는 취지예요. 잘 정비하고 시작하는 느낌이에요.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놓았으니 훨씬 낫겠죠.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설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요. 올 한 해 또 열심히 달려야죠. 유난히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잡히지 않는 ‘꿈’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재는 다음에 올 것의 반대 경험이다’라고 생각하세요. 끝없이 외로운 삶도 없고 끝없이 힘든 삶도 없어요. 지금과 같지 않기 위해 내일이라는 게 있거든요. 사는 건 연습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지만 사는 건 연습이에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오늘인데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한 장 그리면 끝나는 게 아니에요. 앞으로 1천 장도 넘게 남아 있어요. 오늘 실패했으면 내일 다시, 내일도 잘 안 됐으면 그 다음날 다시, 그렇게 한 장 한 장 연습하고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완성돼 있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 안 된다고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고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드시고 한숨 푹 주무세요. 그리고 다음으로 가세요. 그래도 돼요. 올 한 해 계획하시는 일 중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얼마 전 친구 하나가 주부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생각보다 주부우울증과 산후우울증으로 아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5월쯤에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개정판이 나와요. 그때 주부들을 초청해 출판 파티를 할 예정이에요. 주부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주부들의 우울함과 그에 대한 솔루션을 함께 찾아보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영길>

      2014.02.24 17:27

    • 화제

      루게릭병 딛고 손가락 하나로 박사논문 완성한 문학박사 이원규

      “손과 발이 되어주고 목소리가 되어준 내 아내, 살아서든 죽어서든 당신만을 사랑하고 지켜주겠습니다” 삶이 고단하고 일상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론 가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갖지 못한 것에 억울해하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한다. 현대의학으로도 치료법은커녕 병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루게릭병. 그 가혹한 병마와 싸우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엄청난 의지로 영예로운 성취를 이룬 이원규 박사의 삶에선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고 있어 널리 알려진 루게릭병. 증세에 대해서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인터뷰에 앞서 이 병에 대해 좀더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루게릭’을 입력하자 많은 정보들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불리는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근력이 약화되고 근위축을 초래하여 언어장애를 비롯해 사지에 마비가 오고 급격한 체중 감소와 폐렴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호흡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사지는 서서히 마비돼가지만 정신만큼은 또렷해서 종국에는 육체라는 감옥 속에 정신이 갇혀버리고 마는 가혹한 병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그 발병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희귀병으로, 발병하면 평균적으로 3~4년밖에 살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25일, 성균관대에서 ‘한국시의 고향의식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원규 박사(44)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동성고 영어교사로 재직중이던 2000년 루게릭병을 최종 진단받은 그는 병세가 점점 나빠져 학교마저 휴직할 수밖에 없었지만 학업에 대한 열의만은 놓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는 두 팔을 거의 쓸 수 없게 되어 참고서적 등 자료들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두 발로 책장을 넘기며 볼 수밖에 없었다. 논문도 처음에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사용해 작성했지만 올 초부터는 검지에까지 마비가 와 오직 중지 하나로 화상 키보드를 이용해 한 글자 한 글자 써나갔다. 남들은 10분이면 될 일을 족히 2~3시간은 걸려야 완성할 수 있었다. 힘겨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자택에서 만난 이원규 박사 내외의 온화하고 밝은 미소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언어 구사가 자유롭지 않은 이 박사를 위해 아내 이희엽씨(41)의 ‘통역’이 필요했다. 병세가 많이 나빠져 혼자서는 걷기도 힘들고 식사도 할 수 없는 남편 곁에서 아내는 기꺼이 그의 손과 발, 그리고 목소리가 되어준다.  “어젯밤에 남편에게 선물 하나를 받았어요.” 약간 수줍은 듯 자랑스럽게 건네주는 A4용지를 받아보니 ‘내 아내에게’라는 이박사의 자작시가 쓰여 있었다. ‘사랑한다고 수천 번 말해도 아깝지 않은 아내’에게 ‘당신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는 헌시였다. ‘죽음이 갈라놓을지라도 살아서든 죽어서든 당신만을 사랑하고 지켜주겠다’는 마지막 행을 읽을 때는 당황스럽게도 두 눈이 뿌옇게 흐려지고 말았다. 한 남자의 진심이 더없이 진하게 묻어나는 시였기에 선물받은 이의 행복감이 능히 짐작되었고, 부러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밤이 깊도록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고 한다. “평생을 배우고 가르치며 살고 싶습니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 동성고등학교에서 20년 가까이 교편을 잡았던 이원규 박사는 때로는 엄하지만 특유의 유머 감각을 곁들인 명쾌한 수업으로 제자들에게 존경받고 학교에서도 신임받는 유능한 교사였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 이희엽씨와의 사이에 알토란 같은 두 아들을 두고 남부럽지 않게 화목한 가정을 이루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처음 전해진 건 5년 전인 1999년 겨울. 그 해 봄부터 술 취한 듯 혀 꼬부라지는 목소리가 나와서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봤지만 효과가 없었고, 이듬해 초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은 후 루게릭병임을 알았다. “당시 주위에 병명을 알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직장에도 나갔습니다. 직장은 퇴직해도 재학중인 대학원 박사 과정만큼은 반드시 이수하리라 굳게 결심했지요.” 모교인 고려대를 비롯해서 방송통신대와 성균관대에서 영문학과 국문학을 공부하며 무려 7개의 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이 박사의 향학열은 남다르다. 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어 많이 쇠약한 모습이지만 그에게선 열정적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가 전해졌다. “젊은 여기자가 와서 기분이 좋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시를 써서 여성 팬들의 심금을 울리고 싶다”며 시종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에서 삶을 대하는 건강한 낙천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영문도 모르고 가혹한 병에 걸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한 번도 ‘죽음’을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열심히 투병 생활을 해서 반드시 건강을 회복하겠습니다. 루게릭병이 결코 불치병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 박사는 그동안 투병과 학업을 힘겹게 병행하면서도 같은 병을 앓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국 루게릭병 연구소(www.alsfree.org)’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활발하게 운영해 왔다. 특히 이 박사가 직접 올린 투병기들은 어느 문학 작품 못지않은 감동적 메시지로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희망과 교훈을 준다. 이 박사는 “건강하던 시절 어려운 이웃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살았는데, 건강을 잃고 난 뒤엔 오히려 여러 이웃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어 송구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만으로도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그는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박사는 낙천적인 성격만큼이나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요즘은 내년 초에 발간할 예정인 에세이집(가제 :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을 집필중이다. 또 그동안 발표한 시를 모아 시집도 낼 생각이다. 자신이 학위를 받은 분야인 한국 현대문학의 발전에도 학문적인 기여를 계속하고 싶다. ‘루게릭병협회’와 함께 홍보 활동도 해야겠고, 아울러 ‘중증장애인연금법’ 제정 등 정부의 장애인 복지 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도 하고 싶다. 또 마음 한켠에 늘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교단과 제자들의 곁으로도 돌아가고 싶다. “평생을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신성하고 축복받은 삶은 드물 것입니다. 손가락 두 개만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도 음성변환장치기기에 의존해 세계 각지를 돌며 강의도 하고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회가 되면 그분처럼 의료 과학 기기 등의 도움을 받아 연구와 강의 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황정옥

      2004.10.01 00:00

    • 화제

      공주병, 왕자병 관련 논문 발표한 박상희

      “심하게 튄다 싶으면 일단 한번 의심해보시라니까요” 개성에 맞게 톡톡 튀는 이색 직업이 등장했다. ‘공주병 치료사’가 바로 그것. “요즘 세상에 공주, 왕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심각한 증상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환자를 치료해주는 상담사다. 박상희씨는 8년 동안 이 분야를 집중 연구해 석사학위 논문까지 발표한 공주병 치료 전문가다. 드라마 악역 캐릭터엔 성격장애자가 대부분 독특한 CF가 생각났다. 세련된 의상을 입은 톱 탤런트가 도도하게 길을 걷고 있다. 어느새 뒤따르는 여자들이 그녀와 똑같은 의상을 입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그녀가 입는 것은 유행이 된다”는 멘트. 그녀가 읽는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며, 모두 그녀를 따라 한다는 내용이다. 경쾌한 배경음악과 깔끔한 마무리 때문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광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박상희씨(31)는 느닷없이 광고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고 자신의 행동을 따라 하며 자신을 시샘한다고 착각하는 현상. 스스로 최고라고 자각하는 증상. 이것이 바로 공주병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MBC-TV 드라마 ‘불새’에서 열연한 정혜영의 극중 캐릭터도 공주병의 일종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경계선 인격장애’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집착이 강하며, 연극적인 요소가 평상시 행동에 깔려 있다. 분하고 원통해서 몸을 부르르 떨며 역정을 내다가 환경 변화를 순식간에 감지하곤 해맑게 웃는 성격.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한다.  SBS-TV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열연한 이휘향의 극중 캐릭터 역시 성격장애의 일종이다. 드라마 특성상 극단적이고 과장되게 연출되긴 했지만, 상대방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착취하며 항상 최고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선 어느 누구도 방해물이 되어선 안 된다. 이처럼 드라마에 등장한 인물들을 나열하지 않고도 우리 주변에서 공주병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그녀는 몇 가지 사례를 나열했다. 동료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게 된다. 이때 유난히 튀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간혹 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지나치게 관철하려는 사람, 회의 도중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박차고 나가는 사람… 이때 공주병,  왕자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부분 여자보다 남자의 경우가 높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해요. 이게 바로 성격장애거든요. 의지가 약한 사람들이 이런 증상을 보입니다. 마음의 안정, 수련, 명상, 종교 활동을 통해 극복해나가야 합니다. 만약 상담사를 찾는다면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경험할 수 있어요.” 집단 상담을 통해 증세를 파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런 상담은 ‘왕따’를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미모의 한 여성이 심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는 데이트 기간이 그녀의 증세를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상담을 통해 그녀가 데이트 중 나누는 대화를 엿볼 수 있었다. “아버님은 뭐 하세요? 몇 평짜리 집에 사시나요? 어제는 도서관에 갔는데 나만 힐끗힐끗 쳐다보는 거 있죠. 지하철에서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가 자꾸 나만 바라보는 거예요. 내가 곁눈질로 다 봤다니까요” 등의 대화를 먼저 꺼내는 이들이 있다. 물론 외모가 준수한 이들은 이런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혼자 생각으로 오버하는 경우가 대부분. 상대방에게 이런 대화를 먼저 건네며 외모를 자랑하는 이가 있다면 일단 공주병, 왕자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왕따를 주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도권을 독차지하고 싶어하고,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며, 자신의 파워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것도 성격장애의 일종이다. 박상희씨는 수많은 사례를 수집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보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1학년 재학중 우연히 ‘하이틴’ 잡지의 표지모델이 돼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룹 SOS의 멤버로 활동하며 일본에서 더 유명했던 그녀는 활동 2년 만에 연예계 생활을 접었고, 한동안 무대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내야 했다. 그녀의 특별한 이력 때문인지  공주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심리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방송가엔 공주병, 왕자병 걸린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그 병 때문에 대중 앞에서 자신의 끼를 발휘하게 되기도 하구요. 성장기 애정 결핍을 대중의 사랑으로 채우려 하죠. 특이한 점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주병, 왕자병이란 병명은 없어요. 외국 사람들에게 공주병을 ‘Princess Disorder’라고 설명하면 먼저 웃어요. 그런 병도 있냐고 반문하죠. 그러면서 느낌상 어떤 병인 줄은 짐작하는 것 같아요. 정확한 병명은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해요. 그 병의 여러 갈래 중 하나가 공주병, 왕자병이죠.” 박상희씨는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건강한 공주병, 왕자병은 조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하다’ ‘알맞다’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기업의 CEO의 경우 지나치지 않은 정도의 증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직업적인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청소년랜드’ 상담실장으로 재직중인 그녀는 인터뷰를 마치며 “마음 터놓고 말할 상대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방문하세요. 상담료는 없거든요. 친구 손 꼭 붙들고 오는 건 더욱 환영입니다”라고 했다.    문의  청소년랜드(999-0170) 글 / 강수정 기자  사진 / 강예지  장소협찬 /  바비카페(이대점) 왕자병·공주병(자기애성 성격장애) 진단법 □ 자신의 중요성에 대한 과장된 지각을 갖고 있다. □ 끝이 없는 성공에 대한 공상과 권력, 탁월함, 아름다움 혹은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자주 사로잡힌다. □ 자신이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믿고, 특별한 사람이나 상류층 사람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런 사람들하고만 어울려야 한다고 믿는다. □ 과도한 찬사를 요구한다. □ 특권의식을 갖는다. □ 대인관계가 착취적이다. 자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인들을 이용한다. □ 타인의 감정이나 요구를 인정하거나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 자주 타인을 질투하거나 타인이 자신에 대해 질투하고 있다고 믿는다. □ 거만하고 방자한 행동이나 태도를 보인다. ※위 9문항 중 6개 이상에 해당되면 상담소를 찾아야 한다. 치료 기간은 6개월 정도 예상하면 된다. 2개 이하인 경우에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우울증 초기 증세를 안고 있을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2004.08.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