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금지단어 된 ‘배민 수수료’](https://img.khan.co.kr/news/2025/04/13/news-p.v1.20250413.1a98131ce0064760940024a936513552_P1.png)
오피니언
[여적]금지단어 된 ‘배민 수수료’...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주문 안내란에 ‘수수료’를 금지 단어로 설정해 업주들은 소비자들에게 사정을 알릴 수도 없다. ‘수.수.료’ ‘susu료’ 등 우회적인...
이명희 논설위원 2025.04.13 18:46
오피니언
[여적]금지단어 된 ‘배민 수수료’...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주문 안내란에 ‘수수료’를 금지 단어로 설정해 업주들은 소비자들에게 사정을 알릴 수도 없다. ‘수.수.료’ ‘susu료’ 등 우회적인...
이명희 논설위원 2025.04.13 18:46
사회 금주의 B컷
[금주의 B컷]122일간 일상 뒤덮었던 ‘수괴’…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 뷰파인더로 스티커를 바라보자 ‘계엄·포고령·내란 수괴’ 등 122일 동안 일상을 채웠던 낯선 단어들이 떠올랐다. 간절함을 담아 셔터를 눌렀다. ‘다시는 이런 단어들을 일상에서 마주하지 않기를…’...
사진·글 권도현 기자 2025.04.09 21:02
국제
웹스터 사전 올해의 단어 ‘양극화’... 했다. 메리엄웹스터는 매년 자사 검색 건수 및 사용 빈도를 추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올해 자주 검색된 단어로는 단정한, 얌전한 등으로 번역되는 ‘드뮤어(demure)’가...
김희진 기자 2024.12.10 20:42
국제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 올해의 단어 ‘양극화’ 선정...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소콜로프스키는 이 단어가 1800년대 초에 생긴 “비교적 젊은 단어”이지만 “오늘날 세계를 정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문화적 의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2024.12.10 15:39
연예
[종합] ‘일타 강사’ 주혜연, 운동부→1등급 맞은 제자 “매일 단어 200개 외워” (유퀴즈)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EBS 강사 주혜연가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를 이야기 했다. 5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하 ‘유퀴즈’)에는 일타강사 이미지와 주혜연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이제는 ‘일타강사’라는 말이 고유명사가 됐다”고 운을 뗐다. 조세호는 “일타강사가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물었고, 이미지는 “강의 사이트에 가면 강사의 등수가 있다. 사이트에 맨 위에 랭크된 강사를 보통 그렇게 부른다”고 답했다. ‘언제 처음 일타 강사가 됐냐’는 물음에, 주혜연은 “2015년에 EBS에서 처음 1위가 됐고, 10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웃음을 보였다. 이미지는 “난 사실 일타강사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 한 1년 차”라고 답했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또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주혜연은 “대학 졸업하고 나서 반도체 회사, 증권사에서 일했다. 직장 생활을 좀 했다. 근데 내가 숫자랑 안 친하다 보니까 증권사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그때 당시 남자친구가 ‘지금 회사에서 최고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겠나?’라고 물어보더라. 그건 어려울 거 같아서 ‘그럼 사범대를 나왔으니 임용을 시작해보자’해서 그래서 임용 공부를 시작했고, 3개월 만에 합격해서 무려 17년 동안 교직에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은 주혜연에 대해 “영어 일타강사 중에 유일하게 EBS 강의를 하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주혜연은 “EBS 수강생 중에 섬마을 70대 할머니도 계시고 군대에서 공부하는 군수생도 있다. 그런 분들 보면서 ‘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구나’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15년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혜연은 “어떤 섬마을에 갔는데 한 할머니가 꼬깃꼬깃해진 교재를 들고 오셔서 ‘여기 사인 좀 해줘’라고 하시더라. 교재를 보니 수험생들이 보는 기본 개념 서적을 들고 오신 거다. 그래서 ‘할머니 이걸 어떻게 공부하셨어요?’라고 물으니 ‘난 한 자 한 자 깨우치는 게 너무 재밌어’라고 하기더라. 그 말을듣고 이 일이 ‘진짜 의미 있는 일이구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또 주혜연은 기억에 남는 제자에 대해 “내 제자 중에 축구 선수를 하다가 부상을 당해 고2 겨울 방학 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같은 경우엔 알파벳 b와 d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그때 그 친구한테 하루에 200단어씩 외워오면 어떻겠냐고 이야길 했었다”며 “그 친구에게 영어는 아랍어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 그 친구는 내가 그 학교를 떠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단어를 200개씩 외워오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1등급을 맡는 모습을 봤는데 제자지만 진짜 존경스럽더라”라고 회상했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2025.03.05 23:13
연예
‘EBS 강사’ 주혜연 “알파벳 모르던 학생, 단어 200개씩 외우고 1등급 받아” (유퀴즈)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EBS 강사 주혜연이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5일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이하 ‘유퀴즈’)에는 일타강사 주혜연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주혜연에 대해 “영어 일타강사 중에 유일하게 EBS 강의를 하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주혜연은 “EBS 수강생 중에 섬마을 70대 할머니도 계시고 군대에서 공부하는 군수생도 있다. 그런 분들 보면서 ‘이게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구나’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15년째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혜연은 “어떤 섬마을에 갔는데 한 할머니가 꼬깃꼬깃해진 교재를 들고 오셔서 ‘여기 사인 좀 해줘’라고 하시더라. 교재를 보니 수험생들이 보는 기본 개념 서적을 들고 오신 거다. 그래서 ‘할머니 이걸 어떻게 공부하셨어요?’라고 물으니 ‘난 한 자 한 자 깨우치는 게 너무 재밌어’라고 하기더라. 그 말을듣고 이 일이 ‘진짜 의미 있는 일이구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 또 주혜연은 기억에 남는 제자에 대해 “내 제자 중에 축구 선수를 하다가 부상을 당해 고2 겨울 방학 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같은 경우엔 알파벳 b와 d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그때 그 친구한테 하루에 200단어씩 외워오면 어떻겠냐고 이야길 했었다”며 “그 친구에게 영어는 아랍어 같은 느낌이었을 텐데 그 친구는 내가 그 학교를 떠날 때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단어를 200개씩 외워오더라. 그리고 마지막에 1등급을 맡는 모습을 봤는데 제자지만 진짜 존경스럽더라”라고 회상했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2025.03.0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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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드라마 소재로…‘감자연구소’ 감독 “이상한 단어 조합의 재미”tvN 새 토일드라마 ‘감자연구소’ 포스터. ‘감자연구소’를 연출한 강일수 감독이 작품 연출 계기를 밝혔다.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라마다 호텔 신도림에서 tvN 새 토일극 ‘감자연구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강일수 감독을 비롯해 이선빈, 강태오, 이학주, 김가은, 신현승 배우가 참석했다. 작품은 감자에 울고 웃는 감자 연구소, 감자가 전부인 미경(이선빈 분)의 인생에 차가운 원칙주의자 백호(강태오 분)가 나타나 뱅글뱅글 회오리 감자처럼 휘몰아치는 힐링 로맨스 코미디를 다룬다. 이날 강 감독은 작품에 대해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는 감자연구소를 배경으로 한 B급 로맨스다. 흔히 보이는 감자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주목받지도 못하면서 때로는 내 마음도 내가 어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로는 “전 작품과 달리 이 작품은 같이 작업했던 김호수 작가가 먼저 제안을 했다”며 “감자 연구소가 어떤 거냐고 했을 때 ‘그런 게 있어?’하고 의아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상한 단어 조합이 주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봤다. 아이템이 주는 재미가 나를 끌어당겼고, 작가한테 같이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 강 감독은 “실제 취재를 하면서 연구소 분들도 아주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딱딱한 연구원 분위기가 아니라 보통 일반인처럼 재밌는 분이더라. 학열은 박사들이 많은데 시골에서 보는 아저씨 같은 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감자연구소’는 오는 3월 1일 오후 9시 20분 tvN에서 첫 방송된다.
김희원 온라인기자 2025.02.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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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라샬라’ 성동일 “해외 영어 네 단어, 부끄럽지 않다”배우 성동일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이하 샬라샬라)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이 당당한 ‘영어관’을 밝혔다. 성동일은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샬라샬라’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정승일, 정윤아PD와 함께 출연자 배우 성동일, 김광규, 엄기준, 신승환이 참석했다. 또 다른 출연자 장혁은 촬영일정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멤버들의 맏형으로 살림도 챙기는 ‘엄마’의 역할을 한 성동일은 실제 섭외도 가장 빨리 됐다. 성동일을 축으로 그와 친분이 있는 배우들로 멤버들이 꾸려졌다. 배우 성동일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JTBC 성동일은 출연의 계기에 대해 “영어공부 성취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었다”고 말해 의외의 반응을 불렀다. 그는 “저희 아이들은 제가 외국에서 네 개 단어로 대화한다는 사실을 안다”며 “기획안이 왔을 때 망설임이 없었다. 영국에 와도 그들이 한국어를 아는 것보다, 내가 영어를 아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끄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동일은 “50대가 이 정도의 영어 수준으로 여행을 어디까지 즐길 수 있나를 확인하고 싶었다. 여기서 2주를 배운다고 얼마나 늘겠나”며 “10년 주기로 출연자들이 나와 어떻게 영어를 받아들이는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들에게도 창피하지 않다. 자녀들은 들인 사교육비가 있지 않나. 프로그램은 ‘지금의 부모세대는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주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성동일(왼쪽부터), 김광규, 엄기준, 신승환이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늦기 전에 어학연수-샬라샬라’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샬라샬라’는 성동일과 김광규, 엄기준, 장혁, 신승환 등 평균나이 52.8세의 ‘올드맨’들이 난생처음 어학연수를 통해 영국 캠브리지를 방문해 2주짜리 어학연수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멤버들은 영국에 2주 거주하면서 어학연수 교육기관의 과정을 따르며, 평소의 생활습관 그리고 인근 주민들과의 교류를 보여주며 재미를 줄 예정이다. JTBC 새 예능 ‘샬라샬라’는 오는 5일 오후 10시20분 첫 방송 된다.
하경헌 기자 2025.02.03 15:55
문화/과학 만화로 본 세상
[만화로 본 세상]낯선 행성-어제보다 더 나은 단어를 위해어느 날 갑자기 ‘키예프’가 ‘키이우’가 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결국 비극이 찾아왔다. 얼마 후 삼일절.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한국에서 쓰는 우크라이나의 지명 표기가 러시아식이며 이것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언론과 여론은 곧바로 그들의 요청에 응했다. 우리 역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해외언론에 화를 냈고, 일제강점기의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대한민국은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대부분의 매체는 곧바로 이 같은 표기를 바로 잡는다고 발표했고, 지난 3월 14일 국립국어원은 심의를 거쳐 우크라이나 지명의 한글 표기를 확정했다. 마침내 키예프로 표기하던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키이우라는 제 이름을 되찾았다. 네이선 W 파일의 한 장면 / 시공사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도 역사와 고민이 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단어를 쓰느냐가 시선과 생각을 투영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혼란스럽게 펼쳐진 댓글에는 ‘멸칭’이 가득하고, 일상의 언어에도 오래 묵은 편견이 그대로 묻어 있다. 온라인이 주요한 발언의 장이 된 지금, 새로운 혐오의 언어도 순식간에 자라난다. 세대와 계층 혹은 자신이 넘나드는 커뮤니티에 따라서 그들만의 은어를 갖고 있어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비하 표현을 그저 유행어인 줄 알고 썼다가 식겁하는 때도 종종 있었다. 말은 순식간에 뱉을 수 있지만,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어렵다. 어떤 가치 중립적인 존재가 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말을 할까. 힌트가 될 만한 만화가 한편 있다. 작가 네이선 W 파일이 소셜 미디어에 발표한 작품 <낯선 행성>은 외계인이 지구인의 일상을 경험하며 겪는 순간을 담았다. 여기서 독창적인 건 그들이 낯선 단어들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부모를 ‘생명증여자’라고 하거나 별을 ‘가스로 된 구체’라고 표현한다. 생일은 누군가가 태어났을 때 이 행성이 있던 위치에 돌아오는 날이고, 수명은 최종 공전 수에 불과하다. 음식은 자양분이며, 이름은 부를 때 쓰는 문자 배열이다. 그들의 대화를 한참 듣다 보면 우리가 쓰는 단어가 실제 대상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문자를 만들던 이집트인들도, 지구의 언어학자들도 이미 비슷한 고민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키예프가 키이우가 됐다고 썼다. 쓰고 나니 이 한 문장에도 문제가 많다. 이미 러시아라는 단어만을 명분 삼아 한국에 거주하는 유명 러시아인 유튜버에게 달려가 차마 지면에 옮기지 못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얕은 지식은 다른 표현을 찾아내지 못했다. 잘못 쓰이는 단어 중에는, 그러나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단어들도 있다. 성차별적 단어인 저출산, 집사람, 유모차, 처녀작 같은 말은 저출생, 배우자, 유아차, 첫 작품 등으로 쉽게 옮겨 적을 수 있다. 항상 완벽한 단어를 찾아낼 수는 없겠지만, 키이우처럼 이렇게 하루아침에 표기를 바꿀 수 있다면 일상에서 어제보다 나은 단어를 쓰는 일 또한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
황순욱 초영세 만화플랫폼 운영자 2022.03.18 14:03
경제 박상영의 Re:코노미
[박상영의 Re:코노미]사라진 단어 ‘인플레이션’의 귀환?ㆍ코로나로 침체된 경기 반등 기대감 확산되자 인플레이션 예상 목소리 2000년대 들어 경제학 교과서에서만 접했던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다시 찾아올까.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올해 6.5% 성장하며 45년 만에 중국 성장률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빠른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도 이 같은 경기 회복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1년 말에는 위기 이전 수준을 훨씬 웃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UPI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반기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하더라도 선제적 통화 긴축을 하지 않겠다”며 일정 수준까지는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의 귀환? 그동안 인플레이션은 사라진 유물 취급을 받았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됐음에도 물가는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사라진 것에 대한 해석은 분분했다. 그중 온라인 쇼핑업체의 성장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전보다 사람들은 싼값에 물건을 사게 되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졌다는 이른바 ‘아마존 효과’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국내 온라인 상품 판매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같은 해 근원 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은 0.02~0.03%포인트 떨어진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전 세계 공산품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성장률이 낮아진 점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실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돌았다. 여기에 자동화와 국제 분업체제의 확산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 오히려 물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한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차의 문제였을 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됐기 때문에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 장기화와 디플레이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도했던 정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1조9000억달러(약 2139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안 입법작업을 끝낸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에는 3조달러(약 3381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패키지를 준비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반기는 정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각국 정부 입장에서도 인플레이션은 나쁘지 않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주요국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돈을 풀고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정부 부채는 물론 민간 부채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인플레이션은 부채를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급증했던 영국의 정부 부채도 파운드화 평가절하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해결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영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59%에 달했지만 1971년에 56.3%까지 낮아졌다. 인플레이션으로 GDP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빚이 줄어들게 된 셈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물가안정보다 고용 회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점도 중앙은행이 섣불리 통화 긴축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실제 코로나19로 비대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경제 수장들도 줄곧 경기 회복의 척도로 고용을 언급했다.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사람들을 일터로 복귀시키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이것이 완료될 때까지 목표를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2월에는 “지난해 2월 이후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1월 실업률은 10%에 가깝다”며 고용지표의 일시적인 개선으로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인플레이션을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미국의 나 홀로 성장에 기댄 만큼 신흥국과의 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진행된 화상 연설에서 “2013년의 긴축발작 때와 유사하게 미국의 금리 상승은 대외 금융 의존도가 높고 부채비율이 높아진 신흥국에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며 “이들 국가는 회복이 느린 관광업에 주로 의존해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으로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세는 저조한 모습이다. 2020년 4월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의 70% 이상이 중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에서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 강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웃돌고 있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2021년 2월까지 신흥국에서 유출된 금액의 69%만 재유입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으로 자금이 모이면서 2010년에는 남유럽, 2013년에는 브라질과 터키가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불균형한 형태의 회복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게는 미국의 빠른 회복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늘어난 빚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집값 상승과 주식 투자 붐으로 한국의 가계부채는 1726조원으로 1년 전보다 7.9%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75.5%로 2019년 말보다 13.2%포인트 높아졌다. 소득과 비교해 채무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재정지원 대신 이자지원 등 금융지원에 치중했던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박상영 경제부 기자 2021.04.09 11:40
사회 비상식의 사회
[비상식의 사회]새해 뉴스에서 보고 싶지 않은 단어들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로 추천되었다. 그 이면에는 국정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2017년 새해에는 뉴스에서 부디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단어를 꼽아달라고 SNS 친구들에게 부탁했다. 불과 하루 사이에 꽤 많은 분들이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올려 주었다. 익히 기대했던 단어들이 여럿 있었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단어들도 꽤 많이 있었다. 미리 밝히지만 이 단어들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된 응답의 결과물이 아니다. 그저 댓글로 모아 본 의견일 뿐이다. 당연히 우리 사회의 여론을 대표한다고 감히 일반화할 수는 없다. 또 소셜네트워크에서 형성된 친구 관계란 대부분 의견과 취향의 편향성을 띠게 마련이다. 게다가 댓글로 의견을 올리는 적극적인 행동까지 보이는 분들의 의견이라면 편향성은 한층 더 두드러진다. 그러니 결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물이라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댓글로 추천된 단어 대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었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소개하기에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하여 추천된 단어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봤다. 새누리당 등 집권세력을 지칭하는 단어들 댓글 목록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유형은 특정 인물의 이름이다. ‘박근혜’, ‘최순실’, ‘우병우’, ‘김기춘’ 등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들이 새해 뉴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로 추천되었다. 이미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에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 버린 인물들이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명확한 진상 규명과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져 조속히 이 사건이 마무리되고 국정이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반영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들 외에 몇몇 다른 이들도 새해 뉴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로 추천되었다. 현재 대통령직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과 차기 대선에서 유력 여권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 전개되고 있는 정치 상황과 여권 내 차기 대선구도에 대한 불편한 심정이 이들의 이름을 통해 대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그동안 친박계의 대표 인물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나 최근 청문회 과정에서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까지 혜성처럼 등장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은 전혀 추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인물로 전락하여 어차피 새해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댓글 목록에 나타난 두 번째 유형은 선거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아무래도 대선이 치러지는 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일단 ‘새누리당’, ‘친박’, ‘박사모’ 등 현 집권세력과 그들의 지지 집단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을 뉴스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은 곧 다가올 대선에서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보인다. 나아가 보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집단의 해체나 소멸을 열망하는 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선거와 관련하여 이보다 더 많이 추천된 부류의 단어들이 있다. 지금까지 역대 선거에서 나타났던 온갖 부작용들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부정선거’, ‘지역감정’, ‘세대갈등’, ‘종북’, ‘좌빨’, ‘북풍’, ‘국정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선거 혼탁을 조장하고 국민 분열을 선동하는 이런 섬뜩한 단어들이 차기 대선에서만큼은 부디 사라져주기를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최근 몇 년 동안 신문 사회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각종 사건·사고와 관련된 단어들이다. ‘헬조선’, ‘갑질’, ‘아동학대’, ‘성폭력’, ‘자살’, ‘불황’, ‘생활고’, ‘전·월셋값’, ‘비정규직’, ‘취업난’, ‘불평등’, ‘부정부패’, ‘미세먼지’, ‘수질악화’, ‘살처분’, ‘핵발전소’ 등 수많은 단어들이 새해 뉴스에서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추천되었다. 모두가 사회구조적 문제이거나 정책의 실패로부터 비롯되었으며 민생과 직결된 단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버거움이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 겹겹이 걸쳐져 있음을 여과 없이 말해준다. 마지막 네 번째로 분류된 유형은 부정적인 심리나 태도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것들은 다시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만연해진 증오감과 관련된 단어들이다. ‘여혐’과 ‘남혐’, ‘분노’, ‘위기’, ‘자괴감’ 같은 단어가 여기에 해당한다. 살기는 점점 힘든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여기에 사회양극화 현상까지 가속화되면서 확산된 증오의 사회심리가 새해부터는 제발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 해석된다. 부정적 심리와 태도의 또 다른 한 축은 정치인, 고위관료, 재벌 등 사회 기득권층을 겨냥하고 있다. ‘거짓말’, ‘책임회피’, ‘후안무치’, ‘표리부동’, ‘복지부동’ 등이 앞으로 뉴스에서 그만 만나고 싶은 단어들로 추천되었다. 이것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확인한 대통령과 청와대 및 정부의 고위 인사들, 그리고 재벌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단어이다. 이들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상실감을 새해부터는 결코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는 절실한 심정의 표현이라 하겠다. 삶에서 가장 만나지 말아야 할 단어는 ‘포기’ 이렇게나 보고 싶지 않은 불쾌한 인물들이 많다. 이렇게나 겪고 싶지 않은 나쁜 정치가 많다. 이렇게나 피하고 싶은 사건·사고와 그로부터 비롯된 상처와 고통이 많다. 그리고 이렇게나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많다. 뉴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은 곧 지금 온 나라가, 그리고 온 국민이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져 있는 상황임을 방증한다. 그럼 정말 새해부터는 이런 단어들을 뉴스에서 만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우리 모두는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껏 언급한 그 많은 단어들은 새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여전히 번갈아가며 뉴스 지면에 오르내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진작부터 이를 눈치챈 어떤 이는 눈치 없게도 SNS에 이런 댓글을 남겨 놨다. “댓글 포기합니다! 분명 언론에 나올 것이 분명하므로!”라고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희망을 말하는 새해가 아닌가. 누구나 크고 작은 소망 하나쯤은 조용히 마음에 품어보는 새해가 아닌가. 그러니 뉴스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단어들과의 가슴 후련한 작별을 굳이 새해부터 지레 포기하지는 말자. 어쩌면 ‘포기’야말로 우리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고 꼽은 단어들과 관련된 자들이 가장 반색해 마지않을 말일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정녕 뉴스에서, 그리고 우리 삶에서 가장 만나지 말아야 할 단어는 바로 ‘포기’이다.
2016.12.26 17:36
사회 비상식의 사회
[비상식의 사회]‘어버이’란 단어마저도 악용하는 시대내용은 없고 포장만 화려한 껍데기 정치, 가치와 철학보다 공허한 슬로건만 앞세우는 말장난 정치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단어와 개념은 속절없이 길을 잃고 헤맨다. 따지고 보면 이명박 정부의 대표 슬로건이었던 ‘녹색성장’은 꽤나 괜찮은 개념이었다.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가지 가치의 대립구조를 혁파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보다 진화된 패러다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아주 매력적인 용어였다. 문제는 녹색성장을 단지 정치적 슬로건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심지어 철학마저도 이명박 정부에는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 임기 내내 건설업체 CEO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을 한답시고 고작 벌인 일이라는 것이 4대강 사업이었고, 그 결과는 잘 알다시피 녹조가 둥둥 떠다니는 죽어버린 강이었다. 녹색의 녹조만 남겨둔 채 성장은 멈췄다. 그리고 녹색성장이란 멋진 슬로건도 4대강처럼 죽어버렸다. 더이상 두근거리지 않는 ‘새 정치’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창조경제’도 제대로만 잘 했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좋은 개념이었다. 처음 이 말이 등장했을 때 생소한 개념을 둘러싸고 그 구체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실체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온갖 해석이 분분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도 대통령은 물론이요 정부의 고위급 관료들 입에서조차도 끝내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창조경제라는 말은 곧바로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많은 사람들은 대통령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만들어 쓴 공허한 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공유경제와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창조경제란 말은 때는 잘 만났으나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린 비운의 개념이라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8일 오후 전주 완산구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왼쪽)으로부터 탄소소재 분야 성공사례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지윤 기자 지난 대선 정국에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낸 ‘새정치’란 말도 마찬가지다.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가 갈수록 팽배해지면서 누구나 정치를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생각을 갖게 되었을 바로 그 즈음이었다. 혜성같이 정계 입문을 선언한 안철수가 들고 나온 새정치란 간결한 키워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직은 막연한 말이지만 그래도 안철수라면 틀림없이 기성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정녕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보여 주리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지지도가 자신에게 훨씬 못 미쳤던 박원순에게 흔쾌히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던 안철수가 아니었던가. 사람들은 이런 것이 바로 새정치라며 안철수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박근혜에게 창조경제가 그랬듯이 안철수 역시 새정치의 구체적인 실체를 보여주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대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지만 국민의당이 새정치의 산실이 되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새정치의 결과는 새로운 정치도 새로운 인물도 아닌 그저 새로운 제3당의 국회 입성일 뿐이었다. 심지어 안철수 본인조차도 이제 가장 많이 입에 담는 단어는 ‘새정치’가 아니라 ‘캐스팅보트’이다. 더 이상 새정치란 말은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 보통명사로 흔히 사용되던 개념마저 정치적 혹은 정파적 목적에 의해 채택되는 순간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자유’, ‘애국’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이다. 자유는 민주사회의 보편적 가치이다. 특히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는 정상적인 민주사회라면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가치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우파들의 전유물로 사용 범위가 협소해졌다. 상당수의 우파 시민단체들이 자기 조직의 명칭에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들 자유라는 이름을 건 우파 단체들이 가장 열성적으로 나서는 일은 바로 자신들과 이념과 신념을 달리 하는 집단의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시키려는 활동이다. 2009년 12월 2일 대구시 달성군 낙동강 둔치에서 열린 낙동강살리기 희망선포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지역 인사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기자협회 우파 단체의 전유물이 된 자유·애국 ‘애국’이란 단어도 지금은 우파 단체들의 전유물이다. 사실 1980년대만 해도 ‘애국’은 학생 운동권에서 즐겨 쓰던 말이었다. 1986년 건대 사태의 주동 세력의 명칭이 ‘애국학생투쟁연합’이었고, 이듬해인 1987년에는 ‘애국학생회’라는 학생 운동 조직이 공안당국에 의해 검거된 사건도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에 ‘애국’을 표방했던 학생 운동 조직이 민족해방 계열, 즉 주사파였는데, 지금 ‘애국’을 표방하는 우파 단체들은 한결같이 ‘종북 척결’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80년대 좌파에게 애국은 반미였고, 2000년대 우파에게 애국은 반북이다. 하나의 보통명사가 정파적 입장에 따라 이렇게 완전히 상반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요즘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적 단어는 ‘어버이’이다. 그동안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이 지휘하고, 전경련이 지원했다는 어버이연합이란 단체 때문이다. 애초에 사회단체 명칭에 버젓이 ‘어버이’란 말을 붙인 것부터가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사회단체라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목적을 명칭에 내세우는 것이 상식인데, 생뚱맞게 ‘어버이’라는 호칭을 전면에 내세웠으니 말이다. 엄마부대라는 이름의 또 다른 우파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단체가 대한민국의 모든 어버이 혹은 엄마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혹시라도 자신들은 그렇게 생각했다면 대단한 오만과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어찌됐건 존경과 존중의 대상이어야 할 ‘어버이’라는 단어는 어버이연합 때문에 졸지에 비난과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이미 어버이연합이란 작명에 맞불을 놓는 의미를 띤 효녀연합과 자식연합이란 단체가 만들어져 있고, 급기야 최근엔 우리는 어버이연합 같은 부모를 두지 않았다며 후레자식연대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단어나 개념이라도 정치적 수식어로 활용되는 순간 본연의 의미를 상실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탈색되고 마는 것이 한국 사회의 독특한 특징이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내용은 없고 포장만 화려한 껍데기 정치, 가치와 철학보다 공허한 슬로건만 앞세우는 말장난 정치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단어와 개념은 속절없이 길을 잃고 헤맨다. 환경을 파괴시킨 ‘녹색성장’, 실체를 알 수 없는 ‘창조경제’, 새로울 게 하나도 없는 ‘새정치’,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그들만의 ‘자유’, 국민을 편 가르는 자의적인 ‘애국’, 그리고 진짜 어버이를 욕보이는 ‘어버이’처럼 얄팍한 언어유희의 혹세무민 정치도 그만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2016.05.03 14:56
문화/생활 Book Finder
[BOOK finder]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만추의 아름다운 단어들경제불황이 계속되면서 세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괜히 센티멘탈이나 멜랑꼴리해져서 허전함을 느끼며 더더욱 우울해져 사람이 살기 힘든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럴때 묘약은 바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속에 나타나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나 사람들은 살아왔고 서로에게 해도 주고 득도 주었다. 사람을 느끼고 싶은 이 순간,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책 한권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이 담긴 이야기들은 마음에 훈훈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최윤희의 「행복동화」는 삶에 지치고 또한 불평만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행복이라는 가까우면서 친숙한 의미의 내용을 제시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착한 사람들이 누리는 해피엔딩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지는 않다. 하루 하루 일하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샐러리맨, 호기심 많은 주부의 요절복통 이야기, 때로는 너무도 얄미운 악질의 주인공도 등장한다. 이렇듯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생활필수품은 바로 행복이다. 이러한 행복의 이야기를 통해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란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하면서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노벨 문학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존 쿳시의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에서는 나약한 인간의 굴곡많은 삶을 보여준다. 아들이 의문의 죽음 당한후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는 죽음에 관한 의혹을 풀기위해 노력을 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과 자책감으로 고민하는 인간의 사랑, 그 반면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본능을 추구하는 인간의 나약함이 잘 나타난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박경리의 「성녀와 마녀」를 읽어보면 좋다. 수동적이며 형식에 얽매여 있는 여자와 적극적이며 자유분방한 여자의 엇갈리고 꼬인 사랑이야기이다. 불타는 정열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충실하지만 결국은 모두 치명적인 파탄으로 이르게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박한 세상에 숨막힌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은 바로 이해인 수녀의 「꽃삽」이다. 이해인 수녀가 세상에 사랑을 베풀면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희망의 메세지로 가득한 책이다. 책의 이름처럼 읽으면 읽을수록 꽃씨가 마음에서 점점 커서 따뜻한 가슴을 만들어준다. 인생을 다룬 책이라고해서 무조건 읽는다고해서 사람을 느끼고 인생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만나고 친해지기 위해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노력을 하듯, 책에서 사람사는 삶을 느끼고 싶다면 느긋하게 조금은 느리게 다가가는 것이 좋다. 최윤희의 행복동화 연체된 카드대금, 높은 실업율, 종종 터지는 부정정치 등 요즘 얼굴을 찡그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행복은 사람들에게 기필코, 기어이, 반드시 있어야하는 생활필수품이다. 이 책은 찡그린 얼굴을 확 펴줄 따스한 행복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스물일곱 개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부자도 아니고 권력자도 아니다.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그 어떤 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해준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최악의 슬픔, 처절한 아픔, 쓰디쓴 고통도 180도 유쾌하게 뒤집어 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조그만한 것임을 알게해준다. 최윤희 지음/ 8천5백원/ 중앙M&B 성녀와 마녀 박경리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주로 낭만적 사랑과 그 좌절을 다룬 작품. 현재 MBC TV 소설극장에서 드라마로 반영 중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남자 혹은 전통적인 가치관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진보적인 삶을 개척하는 형숙, 사랑이나 관습에 얽매여 사는 하란이 두 여자의 다른 사랑방식을 나타내면서 여러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잘못된 관계를 표현하였다. 낡은 틀을 깨고 진보적인 모습으로 구현된 박경리 특유의 강한 여성상, 당시의 인습과 관념을 무너뜨리는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강하게 빠져들어갈 충분한 호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성에게 강요되는 잘못된 가치관에 대해 반기를 들며 이를 해결하려는 해결책을 제시해 놓은 책이다. 박경리 지음/ 9천5백원/ 인디북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존 쿳시의 탁월한 작품세계를 잘보여주는 책. 굴곡 많은 삶을 살아낸 천재작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주인공으로 존 쿳시의 특징인 ‘사유의 한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선악을 초월한 악마적 영혼의 소유자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이를 배반하고 자신의 영혼마저 배반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사람이다. 선과 악, 진실과 허위, 정상과 비정상, 쾌락과 고통을 가르는 선을 넘나드는 주인공의 의식과, 그의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하나의 문학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다. 죽음, 혁명, 배신이라는 통속적인 소설의 요소를 섬뜩하고 극적인 내러티브로 풀어내고 있다. 존 쿳시 지음/ 9천원/ 책세상 꽃삽 꽃밭을 가꾸듯 글밭을 가꾸어 온 이해인 수녀가 전하는 마음의 창을 열어주는 책. 이해인 수녀의 최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14편의 산문과 신작시가 담겨져 있으며, 깔끔한 표지와 화가 하정민 씨가 그린 삽화들이 곁들어져 내용도 표지도 사람들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자연과의 대화, 그동안의 인연들, 수녀원 안의 생활, 독서일기, 십대들에게 전하는 우정과 희망의 메세지, 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 등 주제별로 엮은 일곱개의 꽃씨 방은 향기로운 글들로 가득차 있다. 이 작은 글들 중 한 톨이라도 누군가의 가슴속에 날아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꽃피워, 삶을 사랑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이야기이다. 이해인 지음/ 9천5백원/ 샘터 강석봉기자
2003.1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