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원의 말의 힘]성탄 선물로 카타르시스는 어떠한가](https://img.khan.co.kr/news/2024/12/24/l_2024122501000770000076711.jpg)
오피니언 안재원의 말의 힘
[안재원의 말의 힘]성탄 선물로 카타르시스는 어떠한가카타르시스(katharsis)! 연민과 공포의 정화, 혹은 찌꺼기의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 말이다. 카타르시스는 통상 비극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비극을 “서사가 아니라 연기를...
#안재원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2024.12.24 21:01
오피니언 안재원의 말의 힘
[안재원의 말의 힘]성탄 선물로 카타르시스는 어떠한가카타르시스(katharsis)! 연민과 공포의 정화, 혹은 찌꺼기의 배설을 뜻하는 그리스 말이다. 카타르시스는 통상 비극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비극을 “서사가 아니라 연기를...
#안재원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2024.12.24 21:01
오피니언 안재원의 말의 힘
[안재원의 말의 힘]일어선 국가키케로는, 시민의 자유(libertas civium)가 억압되면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시민들이 들고일어나는데, 이를 “일어선 국가(concitata civitas)”라고 불렀다. 키케로의 말이다. “여기에서부터다....
#안재원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2024.12.10 20:49
오피니언 안재원의 말의 힘
[안재원의 말의 힘]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 언어관도 한몫 크게 거들었다. 문법학자 바로(Varro)에 따르면, 언어의 주인은 국민이고, 말의 사용권과 해석권은 시민의 공유물이었다. ‘국어사전’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어의...
#안재원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2024.11.26 20:58
오피니언 안재원의 말의 힘
[안재원의 말의 힘]어떤 박절했던 결단에 대하여어느 날 로마 왕실의 기둥에서 뱀이 나왔다. 기이한 징조였다. 이런 징조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공적인 일에 해당하고, 그 해석은 에트루리아 출신의 사제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왕은 자신의 아들들을...
#안재원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2024.11.12 19:57
문화/과학 문화내시경
[문화내시경]‘말의 힘’ 보여주는 연극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근처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요구하는 수요 집회가 지난주 어느덧 1258회를 맞이했다. 단일 주제로 개최된 집회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으며, 이 기록은 매주 경신되고 있다.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이곳을 지키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갔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극단 고래의 대표인 이해성 작, 연출의 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고, 그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쓰여진 연극이다. 극단 고래의 창단작품이기도 한 는 수요 집회 1000회를 맞이하던 2011년에 첫 공연을 올렸으며, 이후에도 참여 스태프들과 배우들 모두 지속적으로 수요 집회에 참여하면서 무대와 현실 모두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에는 제7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희곡상, 작품상, 여자연기자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인정받기도 했다. 극단 고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 오고 있는 작가 이해성은 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문제와 한동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배우의 성상납 사건을 동일한 위치에 놓고 그려낸다. 위안부 문제와 성상납 사건은 시간적으로 보면 많은 차이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거대한 힘과 권력에 의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나 사건의 가해자들이 이에 대해 사죄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어지는 지점이 많다. 는 이 두 사건을 한 무대 위에 그려내면서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강조하고, 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비판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극중 과거 위안부 시절에 생긴 아들을 평생 동안 미워했던 주인공 할머니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의 두 손을 꼭 잡은 채, “니는 하늘이 낸 사람이데이…” 하고 마음을 전한 뒤 죽음을 맞이한다. 일방적인 폭력의 결과로 생긴 아들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미움을 넘어서는 모성인 동시에,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 자신의 망가진 삶에 대한 스스로의 아픈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작가 이해성이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폭력의 행위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침묵에 가깝다. 여기서 침묵은 두 가지 양상으로 드러나는데, 하나는 가해자(일본과 권력자)의 침묵이고, 다른 하나는 방관자의 침묵이다. 극중 할머니의 손자이자 기자인 동주는 성상납 사건에 연루되진 않았지만, 현장에 있던 목격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침묵한다. 작가는 이러한 동주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우리 곁에서 이러한 폭력의 역사가 실제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혹은 모른 척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침묵을 연극을 통해 비추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에는 유난히 말을 강조하는 대사나 장면이 많다. 특히 극의 절정에 이르러 할머니의 입을 통해 쏟아지듯 터져나오는 긴 독백은 긴 시간 이어진 침묵과 대비를 이루면서, 차가운 침묵을 깨는 말의 힘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12월 6~16일,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 이어서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으로 옮겨 공연을 이어간다.
2016.12.06 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