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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멕시코에 보이그룹 론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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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브, 멕시코에 보이그룹 론칭한다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남자 아이돌 그룹 프로젝트에 합류한 멘토 (왼쪽부터) 폴 베커, 로버트 스티븐슨, 케니 오르테가, 나탈리 이글레시아스. 하이브 레이블즈 제공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가 멕시코 현지에서 차세대 보이그룹 론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멕시코시티에 조성된 맞춤형 캠프에서 보이그룹 멤버를 뽑는 리얼리티 시리즈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의 두 번째 대형 사업으로, K팝 트레이닝 시스템과 라틴 특유의 문화 감각을 결합해 글로벌 아티스트를 개발하는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다. 가공현 CEO는 “라틴계 인재를 발굴·육성해 전 세계에 선보이는 도전”이라며 “라틴의 목소리를 더 멀리 울려 퍼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300명이 1차 선발됐으며 16명이 캠프에 합류해 6개월간 트레이닝을 받는다. 보컬 코치, 안무가, 프로듀서, 피트니스 코치 등 30명의 전문 인력이 지원한다. 총괄 프로듀서는 디즈니 ‘하이스쿨 뮤지컬’ ‘디센던츠’ 연출가 겸 안무가 케니 오르테가(Kenny Ortega), 수석 안무가는 켄드릭 라마 슈퍼볼 등 안무를 맡은 참 라다나(Charm La’Donna), 보컬 코치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리한나와 작업한 로버트 스티븐슨(Robert Stevenson)이다. 포맷 창작자 겸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메 에스칼론(Jaime Escallón)과 루카스 하라미요(Lucas Jaramillo)다. 프로젝트 티저 영상은 하이브 레이블즈 유튜브 채널과 공식 SNS에 공개됐으며, 열정 넘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담아 현지 음악팬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스페인어 방송사 텔레문도(Telemundo)와 협업한 밴드 오디션 ‘파세 아 라 파마’(Pase a la Fama)가 6월8일(미국 시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이선명 기자 2025.05.15 10:54

    • 한국, 9월 미국·멕시코와 평가전…손흥민, 미국 대표팀 사령탑 포체티노와 재회

      축구

      한국, 9월 미국·멕시코와 평가전…손흥민, 미국 대표팀 사령탑 포체티노와 재회

      손흥민과 토트넘 감독 시절 포체티노. 게티이미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미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9월 미국에서 다시 마주한다. 이번엔 클럽이 아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14일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 대표팀이 오는 9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인 미국 현지에서 미국, 멕시코와 차례로 맞붙는다”며 “먼저 미국과 한국시간 7일 오전 6시 뉴저지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멕시코와는 현지시간 9일에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데 아직 장소와 킥오프 시간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축구협회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남자 대표팀이 아시아 강호인 한국, 일본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미국 대표팀은 ‘홍명보호’와 먼저 맞붙고, 사흘 뒤인 한국시간 10일 오전 8시 30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의 로워닷컴 필드에서 일본 대표팀을 상대한다. 미국축구협회는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강팀들을 상대로 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북중미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는 잠재적 상대와 경기 스타일을 미리 체험해볼 기회”라고 의미를 뒀다. 멕시코축구협회 역시 홈페이지에 9월 한국, 일본과의 평가전 내용을 게재했다. 멕시코는 일본과 현지시간 6일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먼저 대결한 뒤 한국과 맞붙는다.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에서 승점 16(4승 4무)을 쌓아 요르단(승점 13)과 이라크(승점 12점) 등을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표팀은 한국시간 6월 6일 이라크 바스라에서 예정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9차전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종 10차전 결과에 상관 없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다. 미국 대표팀을 지휘하는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을 지휘할 당시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홍명보호 캡틴’ 손흥민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이 첼시(잉글랜드) 사령탑을 맡았던 2023-2024시즌 EPL 무대에서 먼저 ‘사제 대결’을 펼쳤고, 포체티노 감독이 지난해 9월 미국 대표팀을 맡은 이후로는 처음 그라운드에서 만나게 됐다. 한국은 미국과 A매치에서 11차례 만나 5승 3무 3패로 앞서 있다. 최근 대결은 11년 전인 2014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치른 평가전으로 한국이 0-2로 패했다. 또 멕시코와 역대 A매치 전적은 4승 2무 8패로 열세다. 멕시코와는 2020년 11월 15일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으로 만나 2-3으로 패했다.

      김세훈 기자 2025.05.14 08:26

    • [오피셜]홍명보호, 9월 미국과 멕시코와 연이은 A매치…미국축구협회 발표

      축구

      [오피셜]홍명보호, 9월 미국과 멕시코와 연이은 A매치…미국축구협회 발표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미국전 장면. 게티이미지 미국축구협회(USSF)가 오는 9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남자 국가대표팀 평가전 일정을 14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1년 앞두고 개최되는 실전 모의고사 성격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미국 대표팀의 전력 점검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먼저 9월 6일(현지시간) 뉴저지 해리슨에 위치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맞붙는다. 이어 9월 9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일본과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FIFA 랭킹 23위)과 일본(15위)은 모두 아시아 최상위 전력을 자랑한다. 11위인 미국은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수준 높은 비유럽권 팀들과 실전 감각을 점검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이번 한국과의 경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본머스 소속 미드필더 타일러 아담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뉴욕 레미국은 한국과의 역대 A매치 전적에서 2승 3패 2무로 열세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14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에서 열렸으며, 당시 크리스 원돌로우스키의 두 골로 미국이 2-0 승리를 거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단연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다. 당시 미국은 클린트 매티스의 선제골과 브래드 프리델의 페널티킥 선방으로 한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의 역대 A매치 전적은 총 세 차례뿐이다. 가장 최근 경기는 2022년 9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평가전으로, 일본이 2-0으로 승리한 바 있다. 이번 9월 평가전은 미국이 여름에 열리는 2025년 골드컵을 마친 뒤 치르는 경기다. 미국은 골드컵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 사우디아라비아, 아이티와 같은 조에 속해 있다. 한편, 멕시코 축구협회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한국과의 9월 평가전 일정을 발표했다. 멕시코는 6월 6일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일본과 먼저 맞붙고, 9일에는 한국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ESPN은 “2026년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유럽 이외의 강호들과의 경기력을 점검하고, 포체티노 감독 체제에서의 팀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한국 역시 남은 아시아 지역 예선 두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조 선두를 달리고 있어 사실상 본선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ESPN은 “한국과 일본은 모두 최근 몇 년간 국제무대에서 빠른 전술 전환과 높은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왔으며, 미국으로서는 아시아 특유의 역동성과 속도를 경험할 수 있는 실전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2025.05.14 07:24

    • ‘SMTOWN LIVE’ 멕시코시티·LA 핑크빛으로

      연예

      ‘SMTOWN LIVE’ 멕시코시티·LA 핑크빛으로

      동방신기부터 20여 팀 퍼레이드 카이·하츠투하츠 첫 등장 ‘빛’ 열창 ‘SMTOWN LIVE 2025’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공연 브랜드 ‘SMTOWN LIVE 2025’가 멕시코시티와 LA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0주년 기념 첫 멕시코 개최는 에스타디오 GNP 세구로스에서, 15년 만의 LA 공연은 디그니티 헬스 스포츠 파크에서 각각 진행됐다.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Rising Sun)’으로 시작된 공연은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Sorry, Sorry)’, 레드벨벳의 ‘배드 보이(Bad Boy)’, NCT 127의 ‘삐그덕(Walk)’, NCT DREAM의 ‘스무디(Smoothie)’, WayV의 ‘프리퀀시(FREQUENCY)’, 에스파의 ‘위플래시(Whiplash)’, 라이즈의 ‘붐 붐 베이스(Boom Boom Bass)’, NCT WISH의 ‘팝팝(poppop)’, 디어앨리스의 ‘아리아나(Ariana)’ 등 SM 아티스트 20여 팀의 히트곡으로 이어졌다. ‘SMTOWN LIVE 2025’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TOWN LIVE 2025’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샤이니 키는 ‘플레저 숍(Pleasure Shop)’, 민호는 ‘콜 백(CALL BACK)’, 엑소 수호는 ‘점선면(1 to 3)’, 찬열은 ‘아스타 라 비스타(Hasta La Vista)’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연습생 그룹 SMTR25는 커버 무대로 신예 매력을 더했다. 이번 투어에는 카이가 ‘웨이트 온 미(Wait On Me)’ 솔로와 수호·찬열과의 ‘투지(鬪志, Git It Up!)’, 하츠투하츠가 ‘더 체이스(The Chase)’·‘버터플라이즈(Butterflies)’ 무대를 처음 선보이며 관객의 환호를 이끌었다. 피날레에서는 전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 ‘빛’을 연달아 부르며 팬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했다. 공연장은 핑크블러드 물결로 가득 찼다. ‘SMTOWN LIVE 2025’는 6월 28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투어를 이어간다.

      이선명 기자 2025.05.13 09:46

  • 주간경향

    • 백악관, AP기자 출입 금지···“멕시코만 표기 고수에 불만”

      국제

      백악관, AP기자 출입 금지···“멕시코만 표기 고수에 불만”

      백악관 집무실의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워싱턴 UPI=연합뉴스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국 AP통신의 백악관 행사 출입이 가로막히는 일이 벌어졌다. AP통신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변경하라는 백악관의 요구를 거부한 자사의 표기 방침 때문에 11일(현지시간) 자사 기자의 백악관 행사 출입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AP 기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지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를 취재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줄리 페이스 AP 편집상무는 성명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페이스 상무는 “표기법을 문제 삼아 백악관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독립적인 뉴스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심각히 저해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 수정헌법 제1조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AP는 보도에 있어 원래 지명인 ‘멕시코만’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표기 지침을 밝힌 바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데다 400년 이상 멕시코만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통용돼 독자들에게 친숙한 점을 고려해 자사의 스타일북을 바꾸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글의 경우 정부의 공식 지명을 따라온 관례에 따라 자사의 지도 앱 구급맵에서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멕시코 #백악관 #미국 #트럼프 #AP

      이주영 기자 2025.02.12 10:19

    • 국제

      피로 물든 멕시코 선거

      “총이 아닌 포옹을.” 2018년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이하 ‘AMLO’) 멕시코 대통령이 범죄율을 낮추고 평화를 가져오겠다며 내건 표어다. 하지만 멕시코의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6월 6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96명이 피살돼 ‘피로 물든 선거’가 됐다. 이름의 약자를 따 AMLO로 불리는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약 60%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여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은 약 50석을 잃으며 국정 동력이 약해졌다. 멕시코 총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인 6월 7일(현지시간) 멕시코 중부 아과스칼리엔테스의 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아과스칼리엔테스|신화연합뉴스 힘 잃어가는 AMLO 대통령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500명과 주지사·시장, 주의원 수천명을 뽑았다. 임기 6년의 AMLO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이기도 했다. 모레나는 현재 253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국가선거관리위원회(INE) 표본 개표결과 하원 190∼203석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엔 연합 정당 의석을 합치면 개헌 가능선인 전체의 3분의 2도 넘겼는데, 이번 선거에서 이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연합 정당인 노동자당, 녹색당의 의석을 합치면 265∼292석으로 하원 전체 의석 500석의 절반은 넘겼지만, 개헌에 필요한 의석은 채우지 못한 것이다. 임기 전반 AMLO 대통령은 여당의 상·하원 장악에 힘입어 개혁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해왔다. 멕시코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와 특권 등을 없애겠다며 사회 프로그램과 교육, 빈곤과의 싸움 등 여러 개혁정책을 펼쳤다. 그는 자신의 개혁정책을 19세기 멕시코 독립전쟁과 개혁전쟁, 20세기 초 멕시코 혁명에 이은 ‘4차 변혁(4T)’으로 지칭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의 에너지 부문을 국가 통제권 아래 두려던 AMLO 대통령의 계획은 이번 선거에서 의석을 잃으며 동력이 약해졌다. 여당이 힘을 잃은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악화 등이 이유지만, 멕시코 고질병으로 꼽히는 폭력과 치안 문제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멕시코 국민의 3분의 2는 치안 개선을 위한 정부의 대응에 비판적이다. 페데리코 에스테베즈 멕시코 자치기술연구소 교수는 “2년 반 동안 코로나19 등 참담한 일이 벌어졌던 AMLO 대통령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상당한 손실”이라면서도 “다만 예산 절차 등을 진행하기 위한 의석은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전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멕시코 선거에서도 후보들이 잇따라 살해되는 잔혹사가 반복됐다. 컨설팅사 에틀렉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정치인 96명이 피살됐다. 그중 후보자로 등록한 정치인만 34명에 달한다. 정치인들에게 가해진 살해 협박을 비롯해 살해, 상해, 납치·감금, 가족 등에 대한 공격, 재물손괴 등을 모두 포함한 범죄는 총 782건이다. 2018년 선거 때의 774건보다 늘어났다. 에틀렉트는 2000년 이후 치러진 선거 중 가장 폭력으로 물든 선거라고 전했다. 멕시코 총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진 다음 날인 6월 7일(현지시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멕시코시티|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후보자들의 잇따른 피살사건이 불거져온 가운데, 선거 당일 공포와 위협은 최고조에 달했다. 무장 세력의 위협을 받고 투표를 조기 마감한 주도 있었다. 지난달엔 북서부 소노라주 소도시에서 시장 후보로 나섰던 아벨 무리에타 전 주검찰총장이 괴한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엔 남부 오악사카주 소도시 시장선거에 야당 연합 후보로 출마하려던 여성 정치인 이본 가예고스가 괴한의 피습으로 숨졌다. 모두 현직 시장에 도전하는 경쟁 후보들이었다. 선거운동 전단을 돌리던 한 후보가 대낮에 버젓이 피살당하고, 여성 정치인이 납치되기도 했다. 후보자의 집 앞에 시체가 배달되는 등 정치인을 압박하거나 협박하는 일도 흔했다. 선거 당일 투표소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정치인 96명 피살… 피로 얼룩진 선거 5월 21일(현지시간)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주의회 선거 후보로 나선 줄리에타 카스티요의 자택 앞에 시체처럼 보이는 소포가 도착해 법의학 전문가들이 현장 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 소포에는 카스티요를 협박하는 메시지도 함께 들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시우다드 후아레스|EPA연합뉴스 문제는 정치인들이 살해돼도 용의자가 붙잡혀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체포한 용의자가 청부살해범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지역 유명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건 범죄조직들이 정권을 잡은 지역 정치인과 손잡고 경쟁자들을 숙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 기예르모 트레호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범죄조직들은 마약밀매 루트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다툼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방 정부와 지역 경제, 주민, 영토를 장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곧 범죄자인 경우도 많다. 미국 마약단속국이 수배 중인 인물이 버젓이 출마한 경우도 있다. 에텔렉트 대표 루벤 살라자르는 “지역 범죄조직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면서 “정권을 장악한 정치인과 범죄조직에 대항하면 협박·살해당하는 것이 멕시코식 민주주의”라고 비판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도시 1~6위를 싹쓸이할 만큼 치안이 불안하다. AMLO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총이 아닌 포옹을” 표어를 내걸고 멕시코 범죄율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범죄 소탕 작전 대신 우범지역 젊은이들에게 일자리와 장학금을 제공해 범죄조직에 가담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 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 현 정부가 이전 정권들보다 덜 강경한 범죄대책을 고수하면서 범죄조직들이 더 활개를 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9년부터 올 1월까지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란다우는 “범죄집단이 멕시코 정부 조직의 35~40%를 장악하고 있다는 추정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너무 방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좌파 트럼프’로도 불리는 AMLO 대통령의 극단적 성향이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켜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시카고 로욜라대학의 범죄·폭력 전문가인 제마 클롭산타마리아 교수는 “대통령이 평화 약속을 이행하기는커녕 반대파 정치인들을 비판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폭력 부추기는 정치 양극화 범죄를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 사법제도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지 비영리단체 임푸니다드세로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7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검찰이 기소했지만, 재판에서 처벌을 받은 범죄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멕시코 아메리카푸에블라대학 국제정치학장 제라르도 로드리게스는 “살인사건은 제대로 조사되지도 않고, 전문가도 충분하지 않다.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는 사법체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윤정 국제부 기자 2021.06.11 14:41

    • 국제

      이민자 피 빨아먹는 멕시코 밀입국 카르텔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와 국경을 맞댄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철사 사다리를 매단 남색 승용차 1대가 장벽을 따라 달리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 멈춰선 자동차 안에서 3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이 주위를 살피며 내렸다. 사다리를 들고 있는 남성 2명이 앞장서서 장벽 쪽으로 뛰기 시작하자 나머지 2명도 서둘러 포복 자세로 그 뒤를 따랐다. 조악하게 만든 철사 사다리가 하늘 높이 던져져 장벽 위에 걸렸다. 여성과 남성이 순식간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장벽 너머로 뛰어내렸다. 순찰대에 걸리지 않고 미국 국경을 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 온두라스인들의 대규모 미국행 이민 행렬(캐러밴)이 지난 1월 1차 경유지인 과테말라 치키물라를 통과하고 있다. 이들은 과테말라 군경에 의해 강제 해산돼 ‘아메리칸드림’이 끝내 좌절됐다. / 치키물라|AP연합뉴스 2명의 ‘고객’을 미국으로 보내는 데 성공한 남성들은 일명 ‘코요테’(coyote) 혹은 ‘포예로’(pollero)라 불리는 중미의 밀입국 브로커들이다. 형제지간인 이들에게 이 일은 일종의 ‘가족 사업’이다. “요새는 매주 10~35명 정도를 밀입국시키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더 많이 늘었어요. 뒷마당 담장 위에 올라가면 항상 누군가가 달리고 있거나, 장벽에서 뛰어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빠와 삼촌의 밀입국 사업을 돕고 있는 14세 소년은 지난 4월 말 CNN에 이렇게 말했다. 500대 기업 부럽지 않은 밀입국 카르텔 2018년 유엔 마약범죄사무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으로 밀입국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멕시코로 몰려드는 사람들은 한해 8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국경수비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한다. 고국의 출발지에서 미국 국경까지 전체 루트를 책임져주는 브로커를 고용하는 사람도 있고, 멕시코에 도착한 후 가장 어려운 관문인 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현지에서 부분적으로 브로커를 고용하는 사람도 있다. 브로커에게 건네는 금액은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돼버린 밀입국 브로커 사업의 규모는 매우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연간 40억달러(약 4조48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브로커에게 얼마를 건넸든지 간에 이들 중 국경을 넘는 데 성공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1월 과테말라 치키물라에서 미국행이 좌절된 온두라스 이민자 여성 2명이 아이들과 함께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고 있다. / 치키물라|EPA연합뉴스 지난 1월 멕시코 북부 국경인 타마울리파스주 카마르고에서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된 과테말라 이민자들의 집단 영결식이 지난 3월 뒤늦게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렸다.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DNA 검사를 통한 신원 확인 과정에 오랜 시일이 걸렸다. / 과테말라시티|로이터연합뉴스 밀입국자들이 브로커에게 건넨 돈 대부분은 멕시코의 마약·인신매매 카르텔 손에 흘러들어간다. 미국 국경으로 연결된 여러 루트는 멕시코의 범죄 카르텔들이 ‘플라자’라 부르는 구역별로 나눠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구역 카르텔의 허락 없이는 사람이든 마약이든 그 지역을 통과할 수 없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대부분 카르텔 조직의 일원이거나, 아니면 카르텔에 일종의 통행세를 갖다 바쳐야 한다. 철사 사다리로 2명을 밀입국시킨 시우다드후아레스의 형제 브로커 역시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범죄조직 중 하나인 ‘후아레스 카르텔’의 조직원이다. 그들은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대가로 2000달러를 받는다고 CNN에 말했다. 물론 밀입국자들이 고국에서 출발해 국경 근처까지 오는 데 든 브로커 비용은 별도이다. 브로커들은 밀입국자들로부터 받아 챙긴 돈을 카르텔에 바치고, 대신 카르텔로부터 월급이나 커미션을 받는다.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의 국경순찰대장인 빅토르 만하레즈는 “카르텔들은 포춘 500 기업 못지않은 조직망을 갖고 있다”면서 “이 무자비한 조직은 이민자를 사람이 아닌 상품으로 취급한다”고 CNN에 말했다. 카르텔과 한 팀 이룬 멕시코 경찰 그러다 보니 브로커에게 돈을 내고도 미국 국경을 넘기는커녕 오히려 이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거나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피해자도 수두룩하다. 갓난아기를 안고 밀입국 여정에 오른 한 과테말라 여성은 3주 동안 여러 브로커 남성들에게 복잡한 길을 안내받으며 멕시코까지 오는 데 성공했지만,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약속했던 미국 국경이 아닌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있는 정체 모를 집이었다. 창문은 모두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8일 동안 아무도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는 그곳에서 수십명의 다른 밀입국자들과 함께 갇혀 있다가 겨우 구출돼 멕시코 비영리 기관이 운영하는 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다. 멕시코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일명 ‘코요테’라 불리는 밀입국 브로커들이 밀입국자들과 함께 철사 사다리를 들고 미국 국경 장벽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 CNN 캡처 그렇다면 범죄 카르텔이 밀입국자의 피를 빨아먹으며 ‘사업’을 번창시키는 동안 멕시코 경찰들은 무얼 했던 것일까. 그들이 손 놓고 있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카르텔과 손을 잡고 이중의 수탈을 자행하고 있다. 지난 1월 멕시코 북부 국경인 타마울리파스주 카마르고의 버려진 차 안에서 불에 탄 시신 19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과테말라 등에서 출발해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들이었다. 타마울리파스주는 마약 밀매와 이민자 밀입국 알선 등을 놓고 범죄 카르텔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한 곳이다. 지난 2010년에도 미국으로 가려던 중미의 이민자 72명이 한꺼번에 살해된 채 발견된 ‘타마울리파스 대학살’이 벌어진 적 있다. ‘로스세타스’ 카르텔 조직원들이 트레일러를 타고 가던 이민자들을 끌고간 후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했고, 여기에 응하지 않자 사살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들은 카르텔 조직원들이 아니었다. 12명의 경찰 특수작전부대 대원이었다. 안보 전문가인 릴리안 카파 콜로폰은 “특수작전부대는 주정부가 카르텔과 싸우기 위해 창설한 엘리트 경찰조직이지만, 이들은 오히려 카르텔과 결탁해 밀입국자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탈이 이민자들의 여정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고 쿠리에 저널에 지적했다. 미국 이민연구센터의 토드 벤스만 수석연구원도 “경찰들이 (통행세 납부를 거부한) 이민자들을 카르텔의 지시에 따라 살해했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직접 통행세를 받아내려 했는데 이민자들이 거부해 살해했거나 둘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카르텔과 경찰의 유착관계는 카르텔이 마음 놓고 암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다. 2010년 모두를 경악하게 한 대학살 사건 당시 처벌받은 카르텔 조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중남미 이민자들 목숨 건 여정 이 같은 위험을 알면서도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의 이민자들은 범죄조직의 폭력, 코로나19와 허리케인이 빚어낸 극도의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카르마고에서 사망한 19명 중 1명인 마빈 알베르토 토머스(22)는 브로커에게 건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 안 되는 가산까지 팔아야 했다. 그의 여동생은 “오빠는 그저 어머니와 4명의 여동생을 먹여살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라고 흐느꼈다.

      정유진 국제부 기자 2021.05.17 15:07

    • 문화/과학 해외문화 산책

      [해외문화 산책]원주민 문양 도용 근절 나선 멕시코

      멕시코 원주민 문양을 의상 디자인에 도용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프랑스의 유명 디자이너 이사벨 마랑이 사과했다. 마랑이 원주민 문양 도용 의혹을 제기한 멕시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앞으로는 영감의 원천에 명시적으로 존경을 표하겠다”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11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하지만 에둘러 좋게 표현했을 뿐 표절로 수익을 올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사벨 마랑의 망토 디자인과 멕시코 원주민 푸레파차족 의상 고유 문양을 비교한 멕시코 매체 디아리오 프레젠테의 트위터 캡처 앞서 지난 11월 4일 알레한드라 프라우스토 멕시코 문화부 장관은 마랑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2020~2021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에 등장한 망토의 디자인을 지적했다. 프라우스토는 “어떤 이유로 집단의 소유물을 사유화했는지, 이런 사용이 (디자인을) 창조한 공동체에 어떤 이익이 되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마랑이 선보인 망토는 베이지색에 가로줄과 다양한 패턴이 구획별로 나뉘어 있다. 멕시코 중부 미초아칸주에 사는 푸레파차족 의상 문양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랑의 웹사이트에서 이 망토는 490유로(약 64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랑은 멕시코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만약 푸레파차족과 멕시코에 무례를 범했다면 가장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길 간청한다”고 적었다. 그는 멕시코를 디자이너들이 사랑하는 나라라고 부르면서, 앞으로 선보일 디자인 제품에서는 영감을 준 지역 원주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마랑이 멕시코 지역 공동체 고유 문양을 도용했다며 비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15년 산타마리아 틀라우이톨테페크 원주민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해 블라우스를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멕시코의 유명 가수 수사나 아르프가 해당 제품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며 지적하자 이에 대응한 것이다. 멕시코 정부가 이번에 마랑의 디자인 도용에 해명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다른 글로벌 패션업체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 프랑스의 에르메스, 스페인의 인트로피아와 자라, 아르헨티나의 랍소디아 등은 원주민 디자인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된다. 표절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들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디자인을 응용한 것일 뿐이라며 맞섰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부터 디자인 도용 의심 사례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캘로리나 헤레라가 멕시코 일부 지역의 전통 문양과 비즈 공예를 도용한 것 아니냐면서 구체적인 품목들을 지목한 것이 시작이었다. 멕시코 정부는 국립기관인 멕시코 인류학-역사연구소에 원주민 공동체가 대물림하고 있는 전통 디자인을 모두 등록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이를 근거로 무단으로 원주민 디자인을 가져다 쓰는 다국적 업체들을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박효재 산업부 기자 2020.11.20 14:23

  • 레이디경향

    • 라네즈, 멕시코 뷰티 시장 공략 나선다

      뷰티

      라네즈, 멕시코 뷰티 시장 공략 나선다

      아모레퍼시픽이 멕시코 뷰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8일부터 멕시코 세포라 e커머스 채널을 통해 뷰티 브랜드 ‘라네즈’의 제품 20종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 오는 22일부터는 멕시코 전역의 36개 세포라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제품을 판매한다. 라네즈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북미 시장에서는 특히 폭발적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립슬리핑마스크, 워터뱅크 블루 히알루로닉 크림 등은 대표적인 인기 제품이다. 아모레퍼시픽 전략기획실 이진표 전무는 “프리미엄 스킨케어에 대한 수요가 높은 멕시코 20, 30대 고객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향후 중남미 시장으로도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멕시코에서 판매되는 라네즈

      박경은 기자 2023.09.11 10:46

    • 레저/여행 아메리카 여행기

      [아메리카 여행기]중미에서의 마지막 추억! 벨리즈&멕시코

      하루하루 반복되는 ‘오늘’을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유와 새로움이 가득한 곳으로 떠나는 것을 꿈꾼다. 여기,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길을 떠난 가족이 있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을 배웠다는 이 용감한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달은 남미로 떠나기 직전 멕시코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이다. (편집자 주) 수감자와의 대화 갈 길이 멀다. 결국 우리가 차를 샀던 곳으로 돌아가 공증된 계약서를 받아오기로 했다. 과테말라-온두라스 국경에서부터 차를 샀던 플라야 델 카르멘까지는 약 1,200km. 그래도 한 번만 더 고생하면 앞으로 내내 차 때문에 시비 걸릴 일은 없을 거니까. ‘액땜하는 거야, 액땜. 게다가 가는 길에 올 때 건너뛰었던 벨리즈도 갈 수 있잖아. 이건 좋은 거야. 잘하는 거야’라며 비 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며 분노의 운전을 했다. 드디어 벨리즈 국경. 벨리즈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다. 오래간만에 보는 영어 표지판들이 반갑게 인사하는 듯하다. 그런데 벨리즈는 중미 국가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인에게 비자를 요구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온두라스 국경에서 한 번 미역국을 먹은 이후로 급소심해진 우리는 국경 사무소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의 여권과 차량 관련 서류를 내밀었다. 국경 직원에게 비자피를 내고 나니 세관 직원이 와서 우리 서류를 한참 살피면서 뭐라 뭐라 하는데 ‘헉!’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다. 영어권인데도 정말 단편적인 단어 한두 개를 제외하곤 하나도 들리질 않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 회사를 다닐 때 나라별로 그들 나름의 영어를 질리게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언어라고나 할까? 한참 떠들면서 알아듣지 못할 손짓을 하더니 아예 우리 서류를 가지고 어디론가 휙 하고 떠나버렸다. 서류를 가져가버렸으니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20, 30분이 흘러도 그 직원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고 이거 이러다가 또 여기서 붙잡혀서 아무것도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거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결국 멜라니의 채근에 못 이겨 국경 사무소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밖과는 달리 건물 안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는 건지, 괜히 이러다 총이라도 맞는 거 아닌지 불안해하며 두리번거리는데 한 아저씨가 문에 난 조그만 창문에 기대어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저 아저씨한테 들켰으니 잡혀가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어 얼른 쪼르르 달려가서 “여기 직원이 내 차 서류를 가져갔는데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혹시 그 사람 불러줄 수 없느냐?”라고 속사포처럼 쏘아댔는데 그 아저씨는 나를 어이없는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창문 위로 두 손을 올려서 보여줬다. 아저씨의 두 손에서 얌전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수갑. 이런 젠장. 내가 멋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국경 사무소에 있는 구치소까지 들어간 거고 그 아저씨는 거기에 갇혀 있던 수감자였던 거다. 그러고 보니 그 문에 난 창문에는 세로로 쇠창살까지 몇 줄 박혀 있었다. “어, 어, 어? 어~~~!! 아임…, 쏘, 쏘리”라고 내뱉고 뒤돌아 뛰쳐나와 보니 아까 내 서류를 가져갔던 아저씨가 “대체 어디 갔다 왔느냐”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과의 달리기 경주 벨리즈를 여섯 시간 만에 주파해 멕시코로 들어섰다. 국경에 들어설 때까지 계속 들은 얘기가 내 목적지인 유카탄 반도 쪽으로 엄청 큰 허리케인이 접근 중이라는 것이었다. 가는 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은 “지금 플라야 델 카르멘에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차라리 며칠 쉬다가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나면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얼마 안 있으면 길도 모두 끊길 거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무척이나 컸던데다 피로에 지친 몸은 한 시간이라도 빨리 플라야 델 카르멘에 도착하라고 채근하는 듯했다. 멜라니 역시 같은 생각이었고 한규 또한 빨리 가서 카사 투칸의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고 하니 계속 가보기로 했다. 사실 가는 길은 하늘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에 바람은 미친 듯이 불고 있었고, 아직 멀긴 하지만 저 지평선 너머는 사이키 조명이라도 켜놓은 듯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유카탄 반도 쪽으로 향하는 차라고는 길 위에 달랑 우리 차 한 대밖에 없었고(여섯 시간 내내 그랬다!), 허리케인을 피해 유카탄 반도를 탈출하는 차량들이 반대편 차선에 줄을 잇고 있었으니 마치 우리가 침몰하는 타이타닉에 올라타려고 손 흔들며 미친 듯이 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계속 달린 끝에 드디어 예전에 묵었던 플라야 델 카르멘의 카사 투칸에 도착했다. 우리가 들어서니 주인인 호스트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곧바로 전 차주인인 아라와 크리스티안을 불러왔다. 아라와 크리스티안 역시 깜짝 놀라며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시 온 거냐고 물었다. “너희들도 다시 보고 싶었고, 차를 아예 여기서 내 이름으로 등록하고 떠나려고 온 거야. 당장 내일 가서 차량 등록만 마치면 바로 떠나려고 해”라고 말하자 아라가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허리케인 때문에 모든 관공서가 문을 닫았어.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까지는 다시 열지 않을 거야.” 이런 젠장! 힘들어 죽겠는데 맥주라도 마시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호스트에게 “이봐 호스트, 맥주 두 병하고 한규에겐 오렌지주스 하나만 줘”라고 얘기하니 호스트가 씩 웃으며 얘기했다. “이봐, 리.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고.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되면 유카탄 내의 어떤 슈퍼마켓이나 식당도 주류를 파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아니 이 거대한 휴양지인 유카탄 반도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한다니. 수험생들에게 책 읽기를 금지시키는 것보다 난센스다. 그제야 이곳에 들어온 것이 슬슬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까지 어디를 좀 다녀와야겠네”라는 나의 말에 호스트가 다시 한번 초를 쳤다. “허리케인이 오면 군대와 경찰이 모든 도로를 통제해. 차를 몰고 가다가 죽을 수가 있거든.” 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우리는 감옥에 갇혀버린 게다. 허리케인 체험기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에서 놀고 있으려니 호스트가 남아 있는 모든 숙박객들(이라고 해봐야 열 명 남짓한)을 호출했다. 허리케인이 왔을 때의 행동요령에 대한 설명회 같은 걸 연 것이다. ‘허리케인이 닥치면 먼저 전기가 끊기게 될 거다. 전기가 끊기면 모터가 작동을 안 하니 몇 시간 내로 물도 끊기게 된다. 밖에 나가고 싶으면 반드시 호텔 스태프에게 이야기를 하고 가라. 바다 쪽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지 마라’ 등등 온갖 살벌한 경고를 했다. 바깥으로 나가 상황이 어떤지 보는데 바다를 따라 형성된 모든 바와 식당, 기념품 숍들은 죄다 문을 닫았고 셔터를 내린 것으로도 모자라 유리로 된 모든 창문과 쇼윈도를 합판으로 막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보이더라도 우리처럼 호기심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할 뿐이고, 이미 경찰들이 좍 깔려서 해변으로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차를 몰고 마트에 가보니 주류 매장은 아예 벽을 세우거나 폴리스 라인 같은 것으로 막아 접근하지 못하게 해놨다. 그나마 마트도 오늘까지가 마지막이고 내일부터 허리케인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는 휴업한다고 했다. 답답한 상황이긴 했지만 사실 재미도 좀 있었다. 언제 이런 걸 보겠냐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맥주를 마시지 못하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정전을 대비해 호스트가 나눠준 양초를 켜놓고 밤에 밥을 해먹으려니 나름 운치 있고 좋기도 했다. 이틀 뒤, 허리케인은 다행히 우리가 있는 플라야 델 카르멘을 비켜서 좀 더 남쪽의 도시를 치고 지나갔고, 그 후로 이틀 뒤에는 아라의 도움으로 무사히 차량 등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굿바이, 중미! 차량 등록에 성공하고 나니 슬슬 움직여야 하는데 다시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를 거쳐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게 제일 싫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두라스 국경에서 또 한 번 미역국을 먹는 일이 생긴다면 아예 여행 자체가 싫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멕시코시티 옆에 위치한 베라크루스라는 멕시코 제일의 항구도시에 가면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로 가는 배를 찾을 수 있을 듯싶었다. 멕시코시티도 보지 못했으니 겸사겸사 베라크루스로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베라크루스에 도착해서 백만 곳의 선박업체와 접촉한 끝에 독일계 선박업체인 ‘Hamburg Sud.’를 이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유난히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건, 차를 보낸 곳이 만약 파나마 정도였다면 나 같은 자동차 여행자들이 많으니 경험이 많은 선박업체들이 있었겠지만 이곳의 선박업체들은 차를 보내겠다는 말에 ‘그게 무슨 개소리냐?’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장소 또한 차를 콜롬비아로 보낼지, 베네수엘라로 보낼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마약의 천국’이라는 콜롬비아보다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베네수엘라 쪽이 좀 더 관료사회가 깨끗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베네수엘라를 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고 바보 같은 결정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 밝혀지게 될 것이다. 어쨌든 일단, 차를 컨테이너에 넣으며 ‘눈물의 이별식(?)’을 마치고 멕시코시티로 가서 며칠간 푹 쉰 후 베네수엘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자는 멜라니에게 “우리도 배낭여행자인데 돈을 아껴야지”라고 얘기하며 지하철을 탔는데, ‘아뿔싸!’ 만원 지하철 안에서 깔끔하게 내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말았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날따라 평소에는 멜라니와 분배해서 갖고 다니던 현금카드며 신용카드를 모두 내 지갑에 넣어두었고, 또 하필이면 그날따라 남은 달러들을 내 지갑에 넣어두었으니 우리의 파란만장한 바보짓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고나 할까? 결국 비행기 타기 한 시간 전에야 겨우겨우 모든 카드를 정지시키고, 10원짜리 하나 없이 비상용 신용카드 한 개만 딸랑 소지한 채 우리 가족은 꿈에 그리던 ‘남미’에 입성하게 되었다. 글쓴이 덩헌(이정현)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세상 구경을 하겠다며 떠난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 좋은 사람’ 멜라니(정미자)를 만나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일 아침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헐레벌떡 회사로 향하던 어느 날, 결혼할 때 ‘너무 늙어 힘 빠지기 전에 세계 일주를 떠나자’던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잘나가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 준비에 착수해 드디어 2007년 5월, 생후 43개월 된 아들 한규까지 데리고 거의 ‘무계획’이나 다름없는 일정을 세워 길을 나섰다. 처음의 계획은 미국 LA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2년의 여행이었지만, 1년여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뒤 어쨌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북미, 중미, 남미를 거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깨달음 등을 담은 책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를 펴냈고, 아르헨티나에서 얻은 ‘보석’ 둘째 은규까지 넷이서 함께 계속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고 있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덩헌>

      2011.06.13 17:11

    • 레저/여행 아메리카 여행기

      [아메리카 여행기]멕시코 치첸이트사& 산크리스토발

      하루하루 반복되는 ‘오늘’을 살아가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사람들은 자유와 새로움이 가득한 곳으로의 떠남을 꿈꾼다. 하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일상의 무게가 버겁다”고 투정하면서도 막상 이를 뒤로하고 집을 나서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은 일. 여기, 마음속에서 꿈틀대던 그 바람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길을 떠난 가족이 있다. 손안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무작정 나선 길 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를, 그리고 함께하는 행복을 배웠다는 이 용감한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연재한다. 이달은 가족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치첸이트사와 치아파스 지역 산크리스토발의 이야기다. (편집자 주) 피라미드의 일정 위치에서 손뼉을 치면 꼭대기에서 공명이 일어난고 한다. 열심히 손뼉을 쳐보는 한규.마야문명의 대표적 유적지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라는 영화가 있다. 평화롭게 살던 한 부족이 강한 부족의 침략을 받게 되고, 한 아버지는 부인과 아이의 생사도 모른 채 하염없이 끌려가다가 거대한 피라미드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같이 끌려간 사람들이 속절없이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목이 잘리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친 주인공은 추격자들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가족을 구해낸다. 그리고 배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하는 서구인들의 모습을 보고 추격자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치첸이트사 유적지는 아이들도 무척 신기해하며 좋아하는 곳이다. 한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뛰어다녔다. 이 영화에 나오는 피라미드가 바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치첸이트사이다. 치첸이트사로 가는 길은 쇠도 녹일정도로 무더웠다. 최대로 틀어놓은 차의 에어컨에서는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참으로 자연스럽게 뜨거운 바람이 쏟아져 나왔고, 엔진이 과열될까 두려워 잠시 차를 세우고 내딛은 아스팔트가 진흙탕처럼 푹 꺼져 들어갈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 아닌가. 1 멕시코 캄페체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필자(덩헌)와 한규. 2 한규는 캄페체 성곽에서 종을 치며 즐거워했다. 치첸이트사 입구에 들어서자 제법 잘 조성된 공원식 주차장이 펼쳐져 있다. 차를 세우는데 멕시칸 하나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세뇰, 아이 워치 유어 카”라며 자연스럽게 한 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를 비비는 동작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멕시코에서는 어디든(관광지이든, 시내이든) 이런 식으로 동네 총각들이 지저분한 수건을 하나 어깨에 걸치고 서 있다가 차가 오면 다가와서 “내가 네 차를 봐줄게’라며 접근한다. 사실 말이 봐준다는 거지 당당한 표정이나 건들거리는 모습은 ‘어차피 넌 네 차를 여기에 두고 꽤 긴 시간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잖아. 동전이라도 좀 집어주지 않는다면 재미없을 거야. 억울하면 오질 말든가’라는 본 뜻을 조금도 숨김없이 드러낸다. 뭐 어차피 1천원이나 2천원 정도면 그 친구도 행복하고 나도 마음이 놓이니 대략 윈윈(Win-Win)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다. 패배자의 문화는 문화가 아닌가 치첸이트사 자체가 워낙 테마파크처럼 꾸며진 관광지이다 보니 여기저기 단체 여행객들이 많다. 덕분에 굳이 가이드를 구하지 않아도 귀동냥으로 이런저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가이드들은 영화 ‘아포칼립토’의 내용을 언급하며 “실제로 저 피라미드 위에서 인간을 산 제물로 태양신에게 바쳤다”, “저기 보이는 유적에서는 현재의 축구와 비슷한 경기가 펼쳐졌는데 그 경기의 승자는 자랑스럽게 자신의 심장을 신에게 바치고 죽어갔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흥미롭고 신기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이야기를 들을수록 마음은 점점 복잡해져갔다. 나름 독창적인 문명을 자랑하던 마야가 불과 한줌의 스페인 병사들에게 너무도 어이없이 무너져버렸던 이유는 그들의 토속 신앙에 ‘하얀 얼굴을 한 신이 와서 너희들을 구원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나? 결국 마야인들은 그들을 정복하려고 온 스페인 군인들에게 변변한 저항조차 못해보고 속절없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버렸던 것이다. 신화에 불과한 이야기를 따른 대가치고는 너무도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게 되었으니, 당시 도착한 ‘하얀 얼굴의 신’들은 구원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구대륙의 질병을 가지고 와서 불과 몇십 년 사이에 원주민의 90%가 사망해버리고 말았다. 신대륙을 발견하고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며 수없이 많은 원주민들을 죽게 만든 사람들은 미개하고 잔인한 원주민들을 개화한 것이 자기들이라며 승자로서의 역사를 써 나갔고, 그렇게 원주민들의 역사와 문화는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해버린 걸 보니 가슴이 아려왔다. 여행을 하는 도중 우연히 들른 해변에서 필자와 한규가 시체놀이 중이다. 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들의 엄마 다음 여행지인 과테말라로 넘어가기 위해 멕시코 치아파스 지역을 지나게 됐다. 치아파스는 예로부터 ‘반골의 땅’이라 불리며 각종 게릴라와 산적들이 활발하게 활동해온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우리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산크리스토발이라는 도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선 숙소를 잡았는데 일단 주차가 되질 않고, 그 다음 문제는 이스라엘 여행자들의 아지트 격인 숙소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여행 중에 가장 피곤한 것이 이스라엘 여행자들이 몰려 있는 숙소인데 안하무인, 고성방가는 기본에 마약, 지저분함, 다른 여행자들과의 말다툼(심지어는 주먹다짐)은 옵션으로 따라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책 때문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인 다른 나라 출신 여행자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고 그네들도 ‘왕따’를 당하다 보니 그럴수록 몰려다니는 경향이 강하다. 1 수공예품을 파는 인디오 할머니.2 산크리스토발 성당에서 보게 된 멕시코 결혼식.3 길 위에서 만난 인디오들. 이스라엘 예비군들(대부분의 이스라엘 여행자들은 의무복무를 마치자마자 여행을 떠난다)의 왁자지껄한 술판 사이에서 어찌어찌 밥을 해 먹고 침대에 누우니 열린 문 너머로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고막을 파고든다. 게릴라라도 만날까 노심초사하며 하루 종일 운전해서 몸은 천근만근인데 안전한 지역에서 뜬금없이 이스라엘 정규군들을 만난 격이라고나 할까? 겨우겨우 잠이 들었는데 온갖 악몽에 시달리다가 가위에 눌렸다. 무언가 내 가슴을 누르고 있다는 느낌에 힘들게 눈을 떴는데 깜깜한 어둠 속에 떠 있는 눈동자 한 개가 형형한 빛을 발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위가 눌린 상태라 어쩌지도 못하고 헉! 하는 숨소리만 겨우 입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순간 움찔하는 느낌에 놀랐는지 순식간에 눈동자는 사라지고 내 몸을 누르고 있던 압박감도 같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저녁을 지어 먹을 때 한규가 먹을 것을 던져줬던 도둑고양이 중 한 녀석이었다. 말이 고양이지 몸집이 거의 강아지만 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몸 전체가 칠흑같이 까만색인데다가 애꾸였는데, 새벽이 되어 추워지자 침대로 기어 올라와 내 배 위에서 잠을 청했다가 내가 움찔움찔하자 잠에서 깨어 날 쳐다본 거였다. 물론 애꾸이다 보니 눈은 하나밖에 안 보인 거였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나보니 이스라엘 전우회 여러분은 여전히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아래 침대에서 자고 있던 멜라니 역시 끙끙거리며 영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마자 차를 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숙소를 찾았는데 분위기가 꽤 괜찮은 ‘팔로마 호스텔’이란 이름의 호스텔을 찾았다. 사실 괜찮든 안 괜찮든 첫 번째 숙소에서는 단 하룻밤도 더 묵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체크인을 했다. 주인은 후덕하게 생긴 전형적인 멕시코 아주머니였는데 체크인을 하며 우리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물어봤다. “정현, 미자, 한규”. “영헌, 밋하, 한뉴?” 몇 번의 반복 끝에 대충 ‘쩡헌, 멜라니, 한키우’ 정도로 합의를 봤다. 뭘 그리 열심히 배우려 하나 했는데 이 아주머니는 그곳에서 묵는 4일 동안 항상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정원이 40명 정도인 호스텔이었는데 이 아주머니는 모든 여행자, 심지어 하루만 묵고 가는 여행자까지도 모두 이름을 외우고 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고단한 여행길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것, 더더군다나 그네들이 발음하기 힘든 한국 이름을 기억해주는 것, 상상 외로 큰 위안이 된다. 이 아주머니에겐 팔로마란 이름의 딸이 하나 있는데 열두 살인 이 녀석, 한규를 보자마자 껌뻑 죽는다. 하루 종일 호스텔 마당에서 한규와 함께 놀고 노래를 불렀다. 얼결에 보모가 딸린 특급 호스텔에 숙박하게 된 거다. 결혼식을 보며 느낀 빈부 격차 산크리스토발 자체는 그다지 볼 것이 많은 도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구 구성에 인디오들이 많아서 이런저런 수공예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멕시코 특유의 원색 건축물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중앙광장의 성당에 갔는데 한창 결혼식이 진행 중이었다.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이 진행되었고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도 성당 계단에 앉아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햇살도 좋고 날은 그럭저럭 선선했다. 예쁜 성당에 행복해 보이는 신랑 신부, 왁자지껄 흥이 난 하객들…. 제법 평화롭고 예쁜 풍경이었다. 하객들의 축복 속에 신랑 신부가 성당 문을 나섰고 하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 봉지에서 쌀이며 색종이를 꺼내 신랑 신부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신랑 신부가 대기하고 있던 허니문 차에 올라타고 하객들은 흩어지는 가운데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은,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까 말까 한 인디오 여자아이가 전통 복장에 맨발로 바닥에 흩어진 쌀을 줍고 있는 것이었다. 다 모아봐야 한 홉이나 될까 싶은 쌀을 흙먼지와 함께 손으로 쓸어 모아 봉지에 담는 모습이 눈에 아프게 박혔다. 여전히 햇살은 좋고, 여전히 날씨는 선선하고, 여전히 하객들은 껄껄거리며 이리저리 흩어지고, 여전히 계단 앞의 여행자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일요일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그 아이는 그저 대를 이어 물려받은,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난한 일상의 한 부분인, 묵묵히 쌀을 줍고 있을 뿐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필자 덩헌(이정현)은… 제대 후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기 전 세상 구경을 하겠다며 떠난 이탈리아 로마에서 ‘참 좋은 사람’ 멜라니(정미자)를 만나 불꽃같은 연애를 시작했고 2년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 매일 아침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헐레벌떡 회사로 향하던 어느 날, 결혼할 때 ‘너무 늙어 힘 빠지기 전에 세계 일주를 떠나자’고 한 아내와의 약속을 떠올리게 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 모두 잘나가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여행 준비에 착수해 드디어 2007년 5월, 생후 43개월 된 아들 한규까지 데리고 거의 ‘무계획’이나 다름없는 일정을 세워 길을 나섰다. 처음 계획은 미국 LA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2년의 여행이었지만, 1년여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종단한 뒤 어쨌든 지금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민박집 ‘남미사랑’을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북미, 중미, 남미를 거치며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와 소소한 깨달음 등을 담은 책 「미친 가족, 집 팔고 지도 밖으로」를 펴냈고, 아르헨티나에서 얻은 ‘보석’ 둘째 은규까지 넷이서 함께 계속 ‘행복을 찾아서’ 살아가는 중이다. <■기획 / 이연우 기자 ■글&사진 / 덩헌>

      2011.02.15 15:31

    • 멕시코 현지에서 미리 만나본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문화/생활

      멕시코 현지에서 미리 만나본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오는 7월 26일부터 107일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은 평소 보기 힘든 라틴아메리카 20세기 미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멕시코 문화의 아이콘이 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직접 만난다는 건 그야말로 행운에 가깝다. 멕시코 현지에서 취재한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에 대한 생생 리포트. 중남미 미술을 향한 시각 넓힐 절호의 기회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문화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인기가 많아 항상 많은 작품들이 해외 전시 중입니다. 멕시코인들도 프리다 작품을 보기 힘들지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틀라츠칼라(Tlaxcala)주(州). 이곳의 유일한 주립 미술관인 틀라츠칼라 주립 미술관에서 지난 14일 만난 헬레나 헤르난데스(Helena Hernandez) 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7월 26일부터 열리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하 ‘라틴아메리카전’)’에서 전시되는 프리다 칼로의 유화와 수채화 등 작품 7점은 모두 이 미술관에서 온다. 기자가 도착한 날은 작품을 아직 한국으로 보내기 전이었다. 미술관 안에 따로 마련된 ‘프리다 칼로 전시실’의 보라색 벽 위에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그동안 책이나 인터넷상으로 봐서 눈에 익은 프리다의 작품을 직접 보게 되자 기자를 포함한 일행은 저절로 눈이 동그래졌다. 1 프리다가 실제로 그렸던 스탈린 초상화로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하면서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미완성인 채 남아 있다. 2 멕시코시티 코요아칸에 있는 ‘프리다 칼로 미술관’ 모습.한국에서도 프리다 칼로의 이름은 꽤 알려져 있지만 멕시코 안에서도 프리다의 인기는 최근 들어 더욱 높아졌다고 한다. 지난해 프리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멕시코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그의 작품을 모아 대형 전시를 열었다. 개막식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할 정도로 온 국민이 관심을 가졌다. 프리다의 삶과 작품도 재조명됐다. 이 전시는 현재 세계를 돌고 있고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5일 멕시코 틀라츠칼라 주립 미술관에 설치된 백남준 작품. 이 와중에 프리다 칼로 작품을 섭외해서 라틴아메리카전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에 가깝다. 틀라츠칼라 주립 미술관은 프리다 칼로 작품을 제공해준 대신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부터 설치 작품 ‘토끼와 달’을 포함한 백남준 작품 총 12점을 받아 교환 전시를 연다. 수도도 아닌 하나의 주(州)에 속하는 미술관이지만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대표 작가와도 교환 전시할 만큼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지난 15일 백남준 작품은 현지 설치가 끝났으며 7월 31일 개막식을 갖는다. 헬레나 헤르난데스 관장은 “프리다 작품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며 “한국 대표 작품을 통해 멕시코인들도 세계 미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뻐했다. 오스왈도 과야사민_엑소더스:탈출, 소개, 탈출(1953).멕시코 현지에서 만난 미술관 관계자들은 라틴아메리카전에 출품되는 작품 리스트를 보고 한결같이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모두 모였다”고 놀라워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그동안은 일본에서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토 오로스코 멕시코 3대 벽 화가의 회화 작품을 모아 보여줬던 전시가 전부였다. 중남미 미술은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유럽 등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멕시코 출신으로는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한 3대 거장이 있으며, 콜롬비아 출신의 페르난도 보테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치오 폰타나 등도 유명하다. 그동안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을 주로 접했던 한국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중남미 미술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미술의 힘이 가득한 멕시코시티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군을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 그중에서도 수도 멕시코시티는 미술의 힘으로 가득했다. 프리다 칼로만큼 유명한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은 멕시코시티 곳곳에 있었다. 대표적인 벽 화가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과 비슷한 기관인 예술의 궁전, 국립궁전, 국립예비학교 등 각종 공공 기관에 그려져 있다. 그림을 통해 문맹인 사람들에게도 멕시코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교육시키기 위해 시작된 벽화운동의 취지답게 대중적인 공간에 관람객을 압도하는 규모로 그려진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공간은 멕시코시티 중심부에 있는 ‘디에고 벽화 박물관’이었다. 이곳에는 디에고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꼽았던 벽화 ‘알라메다 공원의 일요일 오후의 꿈’이 있다. 멕시코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멕시코의 역사와 디에고의 꿈 등을 담았다. 벽화의 크기는 가로 15.67m, 세로 4.75m. 한눈에 보기 힘든 대작이다. 그래서 작품 앞에는 몇 개의 소파가 놓여 있다. 한자리에 오래 앉아 생각에 잠기는 관람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16일 박물관에서 만난 아리아드나 파티오 해설사는 “디에고의 다른 작품은 정치적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지만 이 작품에는 해골 이미지, 어린아이로 표현된 디에고 자신, 부드러운 색채 등이 환상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줘서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한 작가들의 벽화 작품을 한국에 가져올 수는 없지만 대신 이들의 회화 작품을 라틴아메리카전에서 볼 수 있다. 에밀리오 페토루티_철학자(1918)(그림 왼쪽). 에우랄리오 톨레도 토바르_나라의 열매들(1950).작가와 작품을 대하는 멕시코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하게 작품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프리다 칼로, 디에고 리베라, 루피노 타마요 등 유명 작가의 작품들은 회화와 벽화 모두 사진 촬영을 국가나 작품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 차원에서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작품 이미지가 무단으로 사용되지 못하게 애초에 막는 것이다. 멕시코에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서도 프리다 칼로 작품, 디에고 리베라나 시케이로스의 벽화를 사진으로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멕시코시티 시내에 있는 예술의 궁전 2층 네 개의 벽면에는 디에고, 시케이로스, 오로스코, 타마요의 벽화 작품이 있다. 록펠러 재단의 주문으로 그렸던 디에고의 1934년작 ‘우주를 컨트롤하는 사람’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다. 특히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어서 더욱 화제가 되는 이곳에서도 벽화 촬영은 금지돼 있다. 다만 취재 등의 목적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고 사진 촬영비를 내야 겨우 찍을 수 있을 정도다. 그나마 타마요의 작품은 어떤 경우에도 촬영이 허용되지 않는다. 멕시코시티 예술의 궁전에 그려진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우주를 컨트롤하는 사람’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라틴아메리카 20세기 미술 작품이 한자리에 프리다 칼로의 다른 작품들을 보기 위해 7월 17일 멕시코시티 코요아칸에 있는 ‘프리다 칼로 미술관’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집 안팎의 벽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파란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프리다가 태어나고 디에고와 한때 살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다. 미술관의 외부만 찍을 수 있을 뿐 내부 촬영, 특히 작품 촬영은 금지돼 있다. 일반 관광객은 입구에서 카메라를 아예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기자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한국대사관의 협조를 얻어 취재 목적으로 촬영 허가를 겨우 받았다. 프리다와 디에고의 생활 모습과 작품들이 남아 있는 미술관 모습을 어렵게 담을 수 있었다. 작품 하나를 직접적으로 크게 찍는 것은 여전히 허락되지 않았다. 이렇게 규제가 엄격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문을 여는 10시 30분 이전부터 미술관 앞에서 관광객 2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에 25명이 넘지 않도록 입장객 수를 통제하고 있지만 이곳의 연간 방문객은 25만 명에 이른다. 멕시코 내에서 네 번째로 관람객이 많은 미술관이라고 한다. 관람객 수 1~3위가 모두 국립인류학박물관, 국립역사박물관, 예술의 궁전 등 국립기관인 것을 감안하면 이곳이 얼마나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시메나 고네츠(Ximena Gonez) 프리다 칼로 미술관 큐레이터는 “몇 년 전 이곳에서 발견된 프리다와 디에고의 유품 상자에 2만2천여 점의 작품과 자료가 있었다”면서 “오는 8월 28일 이 작품들을 모두 일반에 공개하고 대대적인 행사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리다의 유화 작품 8점을 비롯해 편지, 스케치, 낙서, 책, 사진 등 프리다와 디에고에 대한 새 자료들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멕시코시티 디에고 벽화 박물관에서 지난 16일 디에고의 작품 ‘알라메다 공원의 일요일 오후의 꿈’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라틴아메리카전은 보기 힘든 라틴아메리카 20세기 미술 작품들은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멕시코를 포함해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페루, 콜롬비아, 칠레, 우루과이, 과테말라 등 중남미 15개국에서 들어온 1백20여 점이 전시된다.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 격랑 치는 바다와 같았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안고 있는 갈등과 상처, 치유 과정이 담겨 있는 작품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전시명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전시일 7월 26일~11월 9일 관람료 성인 1만원, 청소년 8천원, 초등학생 6천원 문의 02-368-1414 홈페이지 www.laart.kr■글 & 사진 / 임영주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2008.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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