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유해란이 꼽은 ‘미국에서 우승하기 위한 필수 요건’ 하나는… “흐름상 꼭 필요할 때 넣는 클러치 퍼트”

      스포츠종합

      유해란이 꼽은 ‘미국에서 우승하기 위한 필수 요건’ 하나는… “흐름상 꼭 필요할 때 넣는 클러치 퍼트”

      유해란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테일러메이드 행사장에서 주니어 골퍼, 팬들을 상대로 비하인드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테일러메이드 제공 “LPGA투어 우승에 꼭 필요한 능력 한 가지만 들자면 무엇일까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3승을 거두며 세계 5위까지 오른 유해란에게 물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019년부터 4년간 5승을 올리고 2023년 미국 진출후 매년 우승을 더하며 신인왕을 거쳐 한국선수중 최고랭커가 된 그가 꼽는 미국 무대 우승의 절대 조건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이달초 LPGA투어 블랙데저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샷 점검 및 컨디션 보완을 위해 잠시 귀국한 유해란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하더니 “고비에서 꼭 필요한 퍼트를 성공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유해란은 “경기 하다보면 ‘아, 이 선수가 우승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우승경쟁을 하다보면 다른 선수가 따라붙는 경우도 있고, 선두를 달리던 선수가 무너질 때도 있는데 그런 고비에서 꼭 필요한 퍼트를 넣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유해란은 최근 우승한 블랙데저트 챔피언십을 예로 들었다. “최종라운드 11번홀인가요? 그 때 버디 퍼트를 넣은게 결정적이었거든요.”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린 유해란은 2타차 선두로 출발해 전반에 버디 3개를 낚았지만 에스더 헨젤라이트(독일)가 전반에만 5타를 줄여 1타차까지 쫓겼다. 역전당할 수 있는 고비였지만 유해란은 11번홀(파4)에서 약 3m 남짓한 클러치 퍼트를 성공하고 2타 차로 벌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본능적으로 ‘우승하려면 꼭 필요한 버디’이고, ‘흐름을 지키는 버디’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유해란은 13번홀(파5) 이글로 4타차까지 벌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물론 클러치 퍼트 성공은 미국이나, 한국에서나 우승에 꼭 필요한 조건이다. 하지만 강자들이 우글대는 LPGA투어에서는 한 순간의 느슨함도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유해란이 클러치 퍼트 능력을 발휘한 데는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제로토크 퍼터도 한몫을 했다. 직진성이 뛰어난 ‘스파이더 ZT’ 퍼터로 바꾼지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한 유해란은 “그동안 퍼팅이 조금 아쉬웠는데, 제로토크 퍼터에 적응한 뒤 헤드 페이스가 열리지 않고 어드레스 역시 전보다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해란은 21일 용품후원사 테일러메이드와 함께 한 행사에서도 “기존에 사용하던 스파이더 퍼터와 이질감 없는 외관과 디자인의 느낌이 좋아서 신뢰가 갔고 바꾸길 잘한 것 같다. 사흘 연속 이글을 기록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23년 미국 진출후 신인왕에 오르고 꾸준히 승수를 쌓으며 발전하고 있는 유해란은 “올해 또 하나의 목표는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며 “다음주 US여자오픈도 매우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코스가 익숙해진 셰브론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에도 자신이 붙었다”며 “주니어 시절 잘 한 에비앙 챔피언십은 꼭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2025.05.22 12:21

    • 백인 슈퍼스타와 맞붙은 흑인 여성 농구선수, 인종차별 발언에 미국농구계 ‘들썩’

      스포츠종합

      백인 슈퍼스타와 맞붙은 흑인 여성 농구선수, 인종차별 발언에 미국농구계 ‘들썩’

      시카고 스카이 소속 포워드 에인절 리스. AP 미국여자프로농구(WNBA)가 시카고 스카이 소속 포워드 에인절 리스를 향한 팬들의 혐오성 발언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WNBA는 20일 성명을 내고 “리그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혐오, 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제보를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 18일 열린 시카고 스카이-인디애나 피버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버 구단도 성명을 통해 “팬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제보를 인지하고 있다”며 “WNBA와 긴밀히 협조해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틀린 클라크와 에인절 리스 충동 장면. AFP 논란은 3쿼터 4분 38초전 벌어졌다. 리스가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인디애나 슈퍼스타 가드 케이틀린 클라크가 리스의 오른팔을 강하게 가격하며 파울을 범했고, 리스는 바닥에 쓰러졌다. CNN은 “두 선수 모두 경기 후 해당 충돌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일부 팬들이 리스를 향해 ‘과격하다’, ‘태도가 문제다’라며 혐오성 공격을 시작했고 흑인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시선이 뒤섞인 표현들도 나왔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시카고 스카이 구단과 WNBA 선수노조(WNBPA)도 잇달아 성명을 발표하며 리스를 지지했다. 스카이 구단 CEO 아담 폭스는 “팬의 위협적 행동에 대한 WNBA의 조사를 환영한다”며 “우리 선수 보호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노조는 “이번 혐오 발언은 우리 종목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리그의 ‘증오에 관용 없음(No Space for Hate)’ 정책 아래 철저한 조사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WNBA는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혐오 표현 근절과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증오에 관용 없음’ 캠페인을 시작했다. 리그는 인공지능 기반 온라인 감시 시스템 도입, 경기장 및 선수단 보안 강화, 정신건강 지원 확대 등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2025.05.21 05:56

    • KBS, 미국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데이터캐스팅 서비스 협력 LOI 체결

      연예

      KBS, 미국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데이터캐스팅 서비스 협력 LOI 체결

      KBS 제공 KBS는 미국 싱클레어 방송그룹과 차세대 방송통신융합망인 ‘브로드스팬(Broadspan)’ 사업에 대한 상호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20일 전했다. 이 협력은 KBS가 개발한 센티미터(cm)급 GPS 정밀위치 보정정보 서비스, 멀티미디어 기반 재난안전정보 서비스, 차세대 교통혼잡정보 서비스 등의 국내 실증 서비스 협력을 통해 ‘브로드스팬’ 플랫폼의 성능을 검증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확대하는데 의의가 있다. ‘브로드스팬’은 지상파 방송망을 활용하여 데이터 전송을 끊김 없이 이어갈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 플랫폼으로, 대규모 접속자에게 동시에 데이터를 제공하면서도 트래픽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KBS는 이번 협력을 통해 기존 DMB 매체에서 검증된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들을 AI기술 등을 이용하여 차세대방송망에 적합하게 개선하여 브로드스팬 플랫폼과 연동함으로써 모빌리티 단말을 대상으로 한 실시간 데이터 전송 서비스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KBS 민필규 전략기획실장은 “이번 LOI 체결을 통해 KBS가 보유한 방송융합망 기반의 데이터 전송 기술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브로드스팬 플랫폼과의 협력은 향후 KBS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클레어 방송그룹은 미국 내 198개 방송국을 보유한 대규모 미디어 기업으로, ATSC 3.0 표준화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KBS와 싱클레어는 이번 협력을 통해 브로드스팬 플랫폼의 성능 검증 및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손봉석 기자 2025.05.20 17:43

    • 정상빈, 미국 떠나 유럽으로?···“스웨덴 명문 말뫼, 정상빈 영입 노려”

      축구

      정상빈, 미국 떠나 유럽으로?···“스웨덴 명문 말뫼, 정상빈 영입 노려”

      정상빈.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프로축구(MLS) 미네소타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미드필더 정상빈(23)이 유럽 무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네소타 유나이티드 구단 소식을 전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MNUFC뉴스는 19일 스웨덴 스포츠 전문 신문 스포르트블라뎃 보도를 인용해 스웨덴 말뫼 FF가 올여름 정상빈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2021년 당시 K리그1 소속이던 수원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정상빈은 2022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과 계약한 뒤 스위스 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로 임대됐다. 정상빈.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 진출을 이뤘지만, 연이은 부상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정상빈은 결국 2023년 3월 미네소타와 계약하고 MLS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미네소타와 계약 기간은 3년에 1년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최장 2026년까지였다. 미네소타 입단 첫해 MLS 23경기(1골)에 출전한 정상빈은 지난해에는 리그 32경기에 나서서 6골·2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팀 내 입지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팀이 치른 리그 14경기 중 11경기에 나섰으나 선발로는 2경기에 그쳤고, 출전 시간이 적다 보니 공격포인트도 아직 없다. 정상빈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 말뫼는 스웨덴 1부리그 알스벤스칸에서 지난해 2연패에 성공하는 등 리그 최다인 27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2025시즌에는 현재 5승3무2패, 승점 17점으로 리그 16개 팀 중 5위에 자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윤은용 기자 2025.05.20 09:47

  • 주간경향

    • ‘중국의 저축’이 미국을 화나게 한다···무역전쟁의 속사정

      경제

      ‘중국의 저축’이 미국을 화나게 한다···무역전쟁의 속사정

      미국 과잉 소비는 중국 저소비 반작용”…마이클 페티스 시각 미 행정부 내 확산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동했다. 연합외신 중국은 전 세계에서 이례적으로 저축을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힌다. 돈을 당장 쓰기보다 모아두려는 성향이 강하다. 최근 미국에선 중국의 높은 저축률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심화시킨 주요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가계의 낮은 소비성향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면서 관세전쟁을 촉발했다는 논리다. 이러한 시각은 미국의 제조업 붕괴가 중국인들의 저축심리 때문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무역정책을 주무르는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시각은 꽤 퍼져 있다. 과연 그럴까. 오랜 대미 무역 흑자국…그 비결은 저축? 통계를 보면 중국의 저축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통계 사이트인 CEIC Data에 따르면 여윳돈에서 소비하지 않고 남은 부분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총저축률은 2022년 기준 46.46%에 달한다. 17.3%에 그치는 미국은 물론, 독일(25.81%), 일본(28.78%), 한국(34.26%)보다 월등히 높다. 중국의 저축률이 높은 원인은 단순히 중국인이 근면 성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어두운 전망, 거품이 낀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의 현금 보유를 늘리게 만든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4분기 50개 도시 거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 분기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이 21.1%로 상승을 예측한 사람(12.5%)보다 높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은 “GDP가 연 10%씩 성장해도 중국에서 예금금리가 3% 이상 나온 적이 없는데, 중국인의 저축 성향이 높은 건 ‘시간선호도’(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보다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교육, 의료 등 사회보장시스템이 잘 안 돼 있고 분배가 약하다 보니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2023년 애덤 포센 미국 피터슨국제연구소 소장은 언론 기고에서 중국이 ‘경제적 장기 코로나(economic long covid)’를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그간 경제활동을 멈췄던 방역정책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이 투자보다 단기 유동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시장 왜곡, 상대국에 영향 저축률이 높다는 건 뒤집어보면 소비가 부진하고 내수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장률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소비가 부진하니 중국 정부가 성장률 숫자를 높이기 위해 집중한 것이 투자와 수출이다. 중국의 가공할 만한 생산성이 여기서 비롯된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전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 가운데 중국산은 29%(2023년 기준)다. 전 세계 두 번째로 많은 미국산과도 12%포인트 격차가 나는 압도적 1위다. 미국은 물론 유럽 나라들의 공산품 생산액을 모두 합쳐도 중국에서 나오는 물량보다 적다. 이렇게 생산된 공산품은 미국과 같은 내수 시장이 큰 나라로 흘러 들어간다. 오래전부터 중국은 만성적인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중국의 총무역 흑자액 9921억달러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낸 흑자액이 3610억달러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1기인 2018년 당시(3244억달러)보다 많다. 과잉 수출에 의존한 중국의 성장이 미국의 과잉 소비로 이어졌고, 미국은 무역 적자 규모는 날로 커진 셈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 제조업 붕괴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대 교수다. 통상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무역 적자 원인은 미국의 자체적인 낮은 저축률과 과잉 소비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페티스 교수는 미국의 과잉소비는 원인이 아닌 중국의 저소비에 따른 반작용, 즉 과잉 투자·생산의 결과물이라 주장한다. 10여 년 전부터 이를 비판해온 그는 지난해 FT 기고에서 “중국의 과잉 저축은 글로벌 경제에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중국형 무역) 흑자는 높은 실업률, 높은 재정 적자 또는 높은 가계 부채의 형태로 무역 파트너에게 흡수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값싼 공산품으로 경쟁력을 잃은 산업들은 미국 내에서 도태되고 제조업 일자리도 사라졌다고 그는 말한다. 또 중국의 높은 저축률은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투자와 생산에 보조금을 주는 식으로 가계의 소비를 억압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무역 적자는 중국의 과잉생산→대미 수출 증가→달러 자산 증가→달러 가치 하락→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획득을 통해 다시 조정되는 균형이 이뤄진다. 하지만 달러는 국제간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다. 앨런 본 메렌 단스케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저축액 중 상당 수준이 은행과 연기금을 통해 (미국)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다”고 했다. 중국이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재투자를 하면서 달러 가치가 인위적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무역 적자가 조정되지 않고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뿔난 미 제조업…거스를 수 없는 흐름 물론 미국의 방만한 무역 적자, 제조업 붕괴를 중국의 저축률이란 단일한 원인으로 짚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남시훈 명지대 교수는 “중국의 과잉생산 외에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자 대체 문제, 미국의 해외 투자 증대, 제조업 비숙련화 등 다양한 원인이 미국 제조업을 붕괴시킨 원인”이라며 “중국의 과잉생산은 미 제조업 노동자들의 피해를 부를 수 있지만, 소비자가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공산품을 막는 형태로 무역 적자에 대응하면 불확실성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도 “패티스는 규제를 추가한 국제무역을 하자는 케인스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이론적으론 맞는 얘기라도, 성장이 급한 개도국이나 인구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 같은 나라는 수출지향 과잉생산이 아니면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패티스 교수의 시각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인터넷언론 더프리프레스는 미 경제 관료들이 ‘패티스에 주입되고 있다(pettis-pilled)’고 썼다.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는 “논리가 맞느냐 틀리냐를 떠나 주요 관료들이 그의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간 미국은 무역 적자에도 불구하고 강달러로 돈을 많이 벌어온 월가(뉴욕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의 목소리가 지배적이었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잃은 중서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 커졌고,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트럼프 주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확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2025.05.19 06:00

    • “두 번 안 당한다” 버틴 중국…급한 미국, 사실상 후퇴했다

      국제

      “두 번 안 당한다” 버틴 중국…급한 미국, 사실상 후퇴했다

      기념품 의류 판매상인 듀안 잭슨이 지난 4월 1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자신의 매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중국산 모자를 판매하고 있다. AP “미·중 무역 갈등이 처음 부상했던 2018년 중국의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미국이 대규모 대중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며 관세로 압박을 시작하자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곧바로 ‘칼을 너무 일찍 뽑았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많았죠.” 2018년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했던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그런 분위기가 중국에 전혀 없습니다. 내부적으로 더 결속하고, 미국의 압력에 더 이상 굴복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확연하거든요. 중국이 이젠 과거 미국이 주저앉혔던 경쟁자들과 차원이 다르게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주저앉히려고 하겠죠. 하지만 대중의 생각과 달리 중국은 쉽게 주저앉혀지지도, 주저앉혀진다고 해도 일본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제2의 패권국으로 아주 오랫동안 미국과 경쟁할 겁니다.” ■“중국, 서둘러 타협 필요 없다 확신…트럼프 약한 고리도 파악 완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집권이 시작되면서 예상됐던 2차 미·중 패권 전쟁이 본격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과 동시에 1차 미·중 갈등 당시 재미를 봤던 관세정책을 통해 다시 노골적인 대중 압박에 나섰다. 펜타닐 문제를 고리로 2월 1일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3월 추가 관세 10%, 4월 2일 상호관세 34%, 4월 9일 상호관세 84%로 인상, 10일 상호관세 125%로 인상 등 잇따른 관세 폭탄으로 무려 145%에 달하는 관세를 중국에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맞불 관세를 12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끝을 알 수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전 세계 경제를 공포로 내몰았던 두 나라의 치킨게임은 지난 5월 13일 갑작스러운 빅딜로 싱겁게 일단락된 상태다. 90일간의 유예라는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양국이 각각 115%포인트(p)에 달하는 관세를 걷어내기로 약속하면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양국의 협상단이 스위스에서 얼굴을 마주한 지 불과 이틀만이었다.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먼저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데 이견이 많지 않다. 미·중 빅딜이 성사된 직후 블룸버그 통신은 ‘시진핑의 도전이 보답을 받았다(Xi’s Defiance Pays Off as Trump Meets Most China Trade Demands)’ 기사를 통해 “이 합의는 결국 베이징의 핵심 요구 사항을 거의 모두 충족했다”며 “트럼프에 맞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기로 한 시진핑의 결정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스콧 케네디도 “이번 제네바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완전한 후퇴를 의미하며, 시진핑 주석의 강경한 보복 결정이 옳았다는 점을 입증해준다”고 평가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7년 전 중국은 1기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하며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7월에는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후 중국이 보복관세 대응에 나서면서 관세 부과 규모와 세율은 계속 올라 2019년 말에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이 25% 추가 관세의 대상에 올랐다. 그리고 중국은 타협을 선택했다. 2020년 1월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안’에 서명했다. 향후 2년간 최소 2000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한편, 환율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서비스 시장을 일부 개선한다는 등의 내용이 골자였다. 미국의 조치는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7.5%로 낮추고,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유예한다는 것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1단계 무역협상안’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를 빌미로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수입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고, 지적재산권 보호나 금융시장 일부 개방 등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미국의 관세 인하 또는 유예 약속도 일부만 지켜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와 함께 추가적인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협상으로 남겨졌다. 5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양자 회담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참석했다. 로이터 무엇보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가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2017년 3750억달러에서 2020년 3070억달러로 주춤했다가 2022년 3820억달러로 되돌아갔다. 중국은 수출 둔화에 직면했고,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중국을 떠나는 다국적 기업까지 늘어나면서 성장 둔화를 피할 수 없었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1차 미·중 무역전쟁을 ‘승자 없는 전쟁’으로 평가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승자 없는 전쟁’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은 것은 중국이었다. 정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팀장은 “1차 무역전쟁 이후 중국은 미국에 양보한다고 해도 더 이상 나아질 것이 없는 게 아니냐 의심했다”면서 “트럼프 1기, 바이든, 트럼프 2기까지 지내면서 이 같은 의심은 확신이 됐고, 미국이 혹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더라도 그것이 결국 중국과 잘 지내보자는 의미가 아니라고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와 관련해서 미국과 협상을 잘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기술 규제 등 중국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제는 중국도 안다”며 “앞으로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오더라도, 어느 정권이 오더라도 이런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피해가 있더라도 신속한 협상보다는 미국의 약한 고리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약한 고리 파악을 끝냈다고 그는 평가했다. 정 팀장은 “중국은 (미·중 갈등이 길어질수록) 급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 트럼프라고 판단 내렸다”면서 “지금 중국은 버틸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방 압력 버텨라…내수 버팀목 위해 사회보장제도 개선도 시동 미국의 대중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한 중국이 지금 가장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대규모 소비 촉진, 즉 내수를 통한 성장으로의 체질 개선이다. 중국의 내수 진작 프로젝트는 이미 10년 넘게 가동 중이다. 하지만 1차 미·중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의 투자·정책 지원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2020년 등장한 ‘쌍순환 전략’, 이듬해인 2021년 ‘공동부유’가 대표적으로, 두 전략 모두 가계 소득 확대와 사회보장성 서비스 강화, 소비환경 개선을 통한 내수 성장 시스템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지난해 중국 상무부는 1500억위안(약 28조원)에 달하는 ‘이구환신’ 프로젝트를 내놨다. 이구환신은 낡은 것을 신제품으로 바꾼다는 의미다. 노후 제품과 설비를 신형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부양 정책으로, 산업 설비나 장비 교체 시 대출금리를 인하하거나 친환경 신제품 구매 시 세제 혜택을 주는 형태가 기본이다. 지난해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열린 ‘2024 전국 가전소비 페스티벌’ 행사 현장에서 소비자가 이구환신 대상 가전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통신 중국은 특히 노후 내연차를 전기자동차로 교체하거나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하는 경우 보조금을 강화했는데, 지난해 자동차 분야에만 90억위안(약 1조7200억원), 가전제품 분야에는 40억위안(약 7600억원)이 중앙·지방정부를 통해 풀렸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추가로 높아진 올해는 이 ‘이구환신’ 재원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지난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내수 진작’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는데, ‘이구환신’ 지원을 위한 특별 장기채 발행 물량만 지난해의 2배 수준인 3000억위안(약 57조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들어서는 적용 대상도 크게 늘었는데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 위주에서 1월부터는 디지털제품(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워치)으로 적용대상이 확대됐고, 지방 정부별로는 집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소비 진작을 위한 재정 투입이 소비재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구환신’ 프로젝트가 경기침체와 갈등 상황 속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이라면,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저소득과 높은 도농 격차, 의료, 교육, 연금 등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가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려는 분위기가 낮은 민간 소비의 주된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목돼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시작된 중국 정부의 여러 내수 활성화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의 내수 중심 성장모델 전환계획에는 연금과 보험, 정년 등 사회보장제도 개선방안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고 있다. 당장 지난 3월 열린 양회에서는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합리적인 임금 성장’과 ‘최저 임금 개선을 위한 조치’가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또 높은 저축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교육비, 의료비, 노후 대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며 학생지원 확대, 연금 수령액 증액, 건강보험 개선 등 다양한 사회보장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통합보육교육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보편적 보육 서비스 공급을 늘리겠다”며 유아교육을 점진적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공적 보육서비스 강화,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 자녀에 대한 돌봄서비스 강화, 기초연금의 최저기준 상향, 퇴직자 기본연금 상향 계획 등도 언급했다. 물론 이 같은 중국의 시도가 짧은 기간 내에 극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수 시장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술 패권 전쟁의 역설?…자강 기틀 다지는 중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17일 민영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와 악수하고 있다. 중국 중앙(CC)TV 캡처 미·중 패권 전쟁의 또 다른 한 축인 기술전쟁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물러서는 대신 ‘기술굴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2월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민영기업 심포지엄을 개최, 주요 민간 기업인을 모았다. 정부와 민영기업 간 최고위급 심포지엄으로 2018년 이후 7년 만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화웨이 창립자 런정페이, 알리바바 마윈 회장,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량원평 대표, 전기차 비야디의 왕촨푸 대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텐센트의 마화텅 대표 등 중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인 18명이 참석했다. 인공지능(AI)과 통신기술, 전기차, 전자상거래 등 빅테크 기업 대표주자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것으로,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가 정신과 기술혁신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그는 특히 민영기업들에 ‘신질적 생산력’ 육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기술 자립과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외부 압력 탈피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은 중국의 급격한 기술 발전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반도체, AI, 통신망 기술발전에서 배제하기 위한 전략을 실행 중이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견제는 특정 기업을 넘어 중국의 핵심 기술 생태계 자체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등 미래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수출 통제를 시행 중이다. 단순히 완제품 수출을 막는 것을 넘어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EDA), 생산에 필수적인 첨단 제조 장비, 심지어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인 인력의 중국 내 활동까지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화웨이, SMIC 등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 기업들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술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한편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에도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선택은 ‘총력전’으로 요약된다. 외부 의존도를 극히 낮추고 자체 기술 혁신 역량을 키우는 데 모든 국가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김동수 선임연구위원은 “사실상 대부분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턱밑까지 쫓아갔고, 배터리나 전기차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을 앞선 기술도 있다”며 “나머지 분야도 중국이 중앙정부 주도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미·중 기술 격차가 의미 없어지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은 기술 패권 전쟁 발발 이후 정부 주도 연구개발 예산을 빠르게 증액해오고 있다. ‘2024년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 집행 현황 및 2025년 중앙과 지방정부의 예산 초안’을 보면 중앙정부는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일반공공예산을 전년 대비 10% 상향한 3981억위안(약 78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전국 예산으로 확대해서 보면 과학기술 분야의 2025년 중국 일반공공예산 규모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약 1조2464억위안(약 243조원)에 달한다. 올해 한국 전체 예산(613조원)의 40%에 달하는 규모로, 교육 분야 예산 일부도 간접적인 측면에서 과학기술 분야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수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과기 예산 증가는 그 규모뿐 아니라 정부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민간에게 주고 있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이런 시그널은 기존 기업과 스타트업 기업들에 동기를 부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5G 통신망 구축, 인공지능(AI) 응용 분야, 전기차 및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일부 앞서나가는 영역도 있다. 물론 반도체 설계 및 제조의 최첨단 영역, 핵심 소재 및 부품, 기초 과학 연구의 깊이 등 근본적인 기술 영역에서 뒤처져 있지만, 뒤처진 영역들에서도 발전 ‘속도’ 측면에서는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흔들리는 트럼프, 뒤에서 웃는 시진핑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로이터 중국이 대미 무역 협상에서 확연한 피해를 감수하고도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던 또 다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두 지도자가 처한 정치 현실 차이도 있다. 2차 무역전쟁 직후 두 사람은 실리와 명분 두 가지 측면에서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동맹·내부 구성원들의 지지와 자유무역 수호라는 가치가 그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시작과 동시에 글로벌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동맹과 우방을 가장 먼저 공격하는 선택을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가입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겨냥해 제일 먼저 관세 폭탄을 날렸고,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수년간 미국을 학대해왔다”며 노골적인 보복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글로벌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는 일본과 한국에 대해 비관세 장벽으로 양국이 미국의 수출을 막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우방과 동맹을 맹공하는 동안 시진핑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스스로를 포장하며 바닥을 다졌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같은 공산권 국가, 캄보디아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다. 시 주석은 이들 국가를 돌며 내놓은 공동성명 등을 통해 트럼프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자유무역 수호 메시지를 쏟아내며 우군 확보에 주력했다. 내부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워싱턴포스트와 A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취임 100일 기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지지 여부를 묻는 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는 불과 36%만이 그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역시 트럼프 1, 2기를 통틀어 가장 낮다. 민심 이반이 본격화되면서 전통 지지층인 월가와 공화당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의 경우 공개적으로 관세정책을 비판하고 나섰고, 친트럼프 성향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은 아예 관세부과 권한에 제동을 거는 민주당의 법안에 동조하고 있다. 하원 전체와 상원 3분의 1을 선출하는 중간선거(2026년 11월)가 임박할수록 공화당 안팎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트럼프를 코너에 몰아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시진핑 주석의 경우 중국 내 반미 정서를 디딤돌 삼아 외세의 압박에 맞서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트럼프의 폭주가 오히려 오는 2028년 시진핑의 4연임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지현 팀장은 “기본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잘못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 데다, 외세의 부당한 간섭에 맞서야 한다는 정서가 오히려 시 주석을 중심으로 뭉치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무역전쟁에 따른 고통은 사실 중국이 더 크겠지만, 중국이 쉽게 물러서지 않을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호준 2025.05.19 06:00

    •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새 교황 레오14세, 페루 빈민가서 활동

      국제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새 교황 레오14세, 페루 빈민가서 활동

      새 교황 레오 14세. 바티칸 AP=연합뉴스 미국 출신의 첫 교황이 탄생했다.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은 8일(현지시간) 제267대 교황으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69) 추기경을 선출했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이틀만이자, 네 번째 투표 만에 결정됐다. 그가 앞으로 사용할 교황 즉위명은 ‘레오 14세’다. 라틴어로 ‘사자’라는 의미로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1955년 미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일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서 교황을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레오 14세는 미국 국적이지만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2015년 페루 시민권도 취득하고 같은 해 페루 대주교로 임명됐다. 미국인이면서도 빈민가 등 변방에서 사목한 그의 발자취가 교황 선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때문에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AP 통신은 해설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바티칸 소식통을 인용해 레오 14세는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미국인이라고 표현했다. 레오 14세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교황청 주교부는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특히 주교 후보자 명단을 결정하는 투표단에 여성 3명을 처음으로 포함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를 주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또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이면서도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이어서 교회 내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평가된다. 레오 14세는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선출이 확정된 이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로 나와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있기를”(La pace sia con tutti voi)라고 첫 발언을 했다. 이어 페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스페인어로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 전 세계인에게 내리는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 전통에 따라 라틴어로 마무리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선출 당시 너무 화려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교황의 전통적인 복장인 진홍색 모제타(어깨 망토)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전통으로의 회귀를 어느 정도 암시한 것이라고 AP는 풀이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새 교황명 ‘레오 14세’는 19세기 말 노동권과 사회 정의를 강조한 레오 3세 교황(재위 1878-1903)을 계승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레오 13세는 회칙 ‘레룸 노바룸’(Rerum Novarum·새로운 사태)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노동 조건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 설립 권리 인정, 사유재산의 권리를 인정하되 ‘공동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했다. 사유재산을 부정하고 모든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사회주의 이념을 강하게 반대했다. 브루니 대변인은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의 선택은 레오 13세의 회칙 ‘레룸 노바룸’으로 시작된 현대 가톨릭 사회 교리에 대한 분명한 언급”이라며 “이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 교회가 고민하고 있다는 분명한 언급”이라고 밝혔다. 새 교황이 탄생한 건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17일 만이다. 교황 즉위 미사는 일반적으로 선출 후 일주일 내에 이뤄진다. 12일에는 전 세계 언론인과 첫 공식 대면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2025.05.09 10:06

    •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9) 미 기병대 몰살시킨 크레이지 호스

      국제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손호철의 미국사 뒤집어보기] (9) 미 기병대 몰살시킨 크레이지 호스

      큰바위 얼굴 근처에는 이보다 10배나 큰 규모로 원주민 최고의 전사 크레이지 호스 조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 손호철 제공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1800㎞를 달려 미 대륙 북서쪽 끝에 있는 시애틀에 도착한 후 다시 기수를 동쪽으로 틀었다. 벌써 1800㎞를 달렸지만, 이번 여정의 15분의 1도 못 달린 것이니 정말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다. 나는 동쪽으로 워싱턴주, 아이다호주를 거쳐 몬태나주 중간을 흐르는 리틀 빅혼이라는 작은 강까지 1600㎞를 1박2일 달렸다. 이 강에는 놀라운 역사가 숨겨져 있다. “자, 모두 3개 방향으로 공격한다.” 1876년 6월 25일 새벽 미 육군 7기병 연대 소속 3개 중대 268명은 조지 커스터 중령의 명령에 따라 리틀 빅혼강을 건너 원주민 마을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두 개 중대는 좌우에서 공격하고 한 개 중대는 뒤로 돌아가 퇴로를 차단해 원주민을 몰살할 계획이었다. 이 공격은 미국의 원주민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3년 뒤인 1868년 미국은 이 지역 원주민인 라코타족(수족이라고도 부른다)과 샤이엔족 등과 ‘라마리요새 2차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은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살던 많은 영토를 포기하는 대신 그중 일부인 미주리강 서쪽 다코타 지역을 이들의 영토로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이 조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조약이 보장한 원주민지역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백인들이 이 지역에 침입해 채굴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원주민들에게 해당 지역을 팔라고 설득했지만, 원주민들은 그 지역이 성지라며 거절했다. 크레이지 호스 조각이 완성되면 이 같은 모습이 될 것이다. / 손호철 제공 승리의 역풍…원주민 학살과 고사 라코타족과 샤이엔족 등은 백인들의 지속적인 도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리틀 빅혼 강가에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첩보를 입수한 7기병대는 이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특히 원주민들은 밤새 조상들과 교감하는 ‘영혼의 춤’을 추며 의식을 치르고 늦게까지 잠을 자기 때문에 새벽에 기습공격을 하기로 한 것이다. 리틀 빅혼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는 성조기 아래 하얀 묘비석이 끝없이 이어졌고, 많은 백인이 참배를 하고 있었다. 리틀 빅혼 전투 전사자들이다. 3개 중대 268명 전원이 전설적인 원주민 전사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 등의 활약으로 몰살당한 것이다. “아니 원주민들이 미 기병대를 몰살시켰어!” 묘지로부터 멀지 않은 전투 현장에 서자 답사 준비 중 처음 이 전투를 접하고 느꼈던 충격이 되살아났다. 미국의 서부 개척 하면 미 기병대들이 무기 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원주민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한 것으로만 알고 있던 나는 답사를 준비로 자료를 찾다 이 전투에 대해 읽고 깜짝 놀랐다. 놀란 정도가 아니라 신이 났다. 현장에 세워진 안내판은 고지로 후퇴한 기병대를 포위해 올라오고 있는 원주민들을 그려 놓았다. 비극적인 것은 승리의 결과다. 기병대의 참패에 놀란 백인들은 원주민들의 전투력을 다시 평가하게 됐고, 이 같은 위협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적극적인 원주민 학살, 고사작전에 들어간다. 운디드니 학살(1890)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기병대들은 전투에 참가했던 라코타족, 샤이언족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에 들어가 일부는 캐나다 쪽으로 도주했다. 1877년 5월 크레이지 호스는 부족들을 구하기 위해 자수했다. 그러나 4개월 뒤 기병대 병사에 의해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리틀 빅혼에서 동남쪽으로 300여㎞를 달리다 보면 데블스타워라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기가 막힌 바위산이 나타난다. 다시 여기서 180㎞를 달려가면 그 유명한 러시모어산 국립기념물이다. 이 산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라는, 미국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엄청나게 큰 크기(길이 18m)로 새겨져 있다. 하지만 나의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다. “조상들이 묻혀 있는 모든 곳이 우리 땅이다” 나는 공원 입구에서 ‘큰바위 얼굴’을 간단하게 찍고 다시 30분을 달려갔다. 그러자 블랙힐스의 바위산에 정말 거대한 얼굴 조각이 나타났다. 아직 건설 중이지만 높이가 러시모어 큰바위 얼굴의 10배에 달하는 172m, 길이가 192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이 조각은 바로 리틀 빅혼 전투의 주인공이자 ‘원주민 역사상 가장 용맹스러운 전사’로 알려진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이다. 1948년 의식 있는 한 조각가가 시작한 이 조각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순수한 모금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근 80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얼굴 전면과 손이 완성됐고, 2037년까지는 팔 등 상반신과 말의 머리 정도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말을 탄 그의 전신 조각이 끝나려면 얼마가 더 걸릴지 모른다. 큰바위 얼굴 근처에는 이보다 10배나 큰 규모로 원주민 최고의 전사 크레이지 호스 조각이 만들어지고 있다. 손호철 제공 원주민들의 구전에 따르면, 크레이지 호스는 1841년 사우스다코타 블랙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는 얼굴과 머리카락 색이 밝고 곱슬머리를 해 ‘곱슬머리’로 불리다가 1858년 첫 전투에서 용맹을 보여 아버지의 이름인 ‘크레이지 호스’를 물려받았다. 영혼을 찾기 위한 단식에서 전투에 나가기 전 말 위에 먼지를 뿌리고 귀밑에 돌을 매달라는 계시를 받아 이후 이를 따랐다. 성인이 된 1866년 그는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백인기병대 80명을 유인해 몰살하는데 큰 공을 세웠고, 다음 해에는 백인 요새 공격에도 참여했다. 1868년 백인들에게 더 많은 영토를 양보한 제2차 조약에 서명했지만, 크레이지 호스는 이에 불만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행동했다. 이후 1876년 리틀 빅혼강 근처에서 벌어진 로즈버드 전투에 참여해 기병대 중 일부가 리틀 빅혼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게 발목을 묶었고, 1주일 뒤에는 리틀 빅혼 전투에서 가장 용감하게 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전이라는 전달 수단의 한계 탓도 있겠지만, 그의 이야기는 ‘원주민 최고의 전사’라는 명성에 비하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그의 이야기는 유럽의 거짓 약속과 압도적 군사력에 속절없이 짓밟히면서도 자신들의 문명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의 조각은 그의 일화에 의해 팔을 뻗어 먼 곳을 가리키고 있다. 너희들의 땅은 어디 갔느냐는 한 백인의 질문에 대해 그는 먼 곳을 가르키며 말했다. “우리 조상들이 묻혀 있는 모든 곳이 우리의 땅이다.” 러시모어 공원에 만들어진 미국 대통령 4명의 큰바위 얼굴 / 손호철 제공 지역 원주민들이 성지로 모셨던 데블스타워 / 손호철 제공 동물 가죽에 리틀 빅혼 전투를 그린 원주민 역사책이 워싱턴 인디언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 손호철 제공 리틀 빅혼 전투 현장에는 당시 상황을 그려놓은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 손호철 제공 리틀 빅혼 전투에서 원주민들에게 몰살당한 미 기병대의 묘지 / 손호철 제공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2025.05.02 14:59

  • 레이디경향

    • 미국 시판 쌀 100%서 비소 검출됐다

      화제

      미국 시판 쌀 100%서 비소 검출됐다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현지 시판되는 모든 쌀에서 비소가 검출됐다. 픽셀즈 미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쌀에서 비소가 검출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비영리단체 ‘헬시 베이비즈, 브라이트 퓨처스(Healthy Babies, Bright Future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판매 중인 145개 브랜드의 쌀 제품 전부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4분의 1 이상의 샘플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유아용 쌀 시리얼의 안전 기준치를 초과했다. 사정은 더 심각하다. 추가 조사에서는 일부 쌀에서 무기 비소뿐만 아니라 카드뮴, 납, 수은 등 중금속도 함께 검출됐다. 중금속 함유량은 쌀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라 달랐는데,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산 백미나 태국산 자스민 쌀은 중금속 농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미국 남동부에서 재배된 백미와 현미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수거된 쌀은 트레이더 조(Trader Joe’s), 월마트(Walmart) 등 미국의 일반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특정 브랜드나 고급 제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쌀에 포함된 무기 비소는 장기간 섭취 시 신장암, 제2형 당뇨병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FDA 역시 무기 비소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FDA는 유아용 쌀 시리얼에 대해서만 무기 비소 기준치를 정해두었으며, 일반 쌀 소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일상적으로 쌀을 섭취하는 이들이라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왜 유독 쌀에 비소가 많을까? 이유는 침수 재배 방식 때문이다. 쌀은 다른 곡물과 달리 물을 가둔 논에서 재배된다. 이런 침수 환경에서는 토양 속의 비소가 물에 녹아 활성화되기 쉬운데, 쌀은 그 물을 통해 영양분과 함께 비소도 흡수하게 된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미국 남부 지역은 지질 특성상 토양과 지하수에 비소 농도가 높으며 예정 농업용 살충제에 비소 화합물을 썼던 이력이 있어 농지에 비소가 잔류된 경우가 많다. 비소는 쌀의 겨층에 더 많이 농축되어 있어 현미에 함유량이 높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쌀연합(USA Rice Federation)은 CBS 뉴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쌀 속 비소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쌀 속 미량의 비소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향후 FDA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퀴노아나 보리, 메밀, 스파게티 스쿼시(호박면) 등 대체 곡물을 식단에 도입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밥 없는 한 끼’가 이제는 새로운 식탁의 대안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이유진 기자 2025.05.19 17:41

    • 미국 장수 박사가 밝힌 100세 간식…바로 ‘한국식 뻥튀기’

      요리

      미국 장수 박사가 밝힌 100세 간식…바로 ‘한국식 뻥튀기’

      장수 전문가 댄 뷰트너는 100세까지 사는 데 도움 되는 ‘저렴하고 맛있는 간식’으로 팝콘 아닌 뻥튀기를 언급했다. SNS 캡처 100세까지 사는 데 도움 되는 ‘저렴하고 맛있는 간식’은? 최근 장수 연구자이자 ‘블루존(Blue Zones)’ 전문가로 알려진 댄 뷰트너(Dan Buettner)는 자신의 SNS를 통해 ‘100세 인생에 도움을 주는’ 뜻밖의 간식을 공개했다. 바로 에어팝 팝콘(Air-popped popcorn), 기름을 넣지 않고 튀기는 한국식 뻥튀기였다. 그는 “팝콘은 섬유질이 매우 풍부하고, 복합 탄수화물 함량도 높으며, 심지어 많은 채소보다 폴리페놀(polyphenols)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팝콘은 ‘장수 식단’에 어울리는 간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통곡물 식품, 혈압·콜레스테롤 낮추고 치매 위험도 줄여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말을 빌려 현미, 오트밀, 그리고 팝콘과 같은 통곡물은 혈압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을 주며, 이는 심장병, 뇌졸중, 당뇨, 대장암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연구들은 통곡물 섭취가 치매 발병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즉, 뻥튀기는 단순히 가벼운 간식이 아니라, 뇌 건강과 직결된 식재료로도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뻥튀기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은 항산화 성분으로서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이는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식 팝콘, 옥수수 뻥튀기 그외에도 뻥튀기는 낮은 칼로리와 높은 식이섬유 덕분에 포만감을 높여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며, 체중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엔 조건이 있다. 건강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반드시 버터나 기름 없이 ‘에어팝’ 방식, 뻥이요~하고 터뜨리는 한국식 방식으로 조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버터와 함께 조리하면 칼로리와 지방 섭취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집안에서 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뻥튀기를 만들려면 에어프라이어를 먼저 떠올리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방식이 팝콘을 태우거나 화재 위험을 일으킬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가장 간단하고 안전한 방법은 곡식 알갱이를 갈색 종이봉투에 담아 전자레인지에서 2~3분간 고열로 조리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냄비에 팝콘을 넣고 소량의 오일을 두른 뒤 뚜껑을 닫고 조리하는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열로 인해 내부에 생기는 증기로 알갱이가 튀겨진다.

      이유진 기자 2025.05.13 15:51

    • 미국 관세 때리자…중국 OEM 공장 ‘틱톡 직판’ 급증

      화제

      미국 관세 때리자…중국 OEM 공장 ‘틱톡 직판’ 급증

      중국 공장 직판 영상, 미국 SNS에서 확산…럭셔리 브랜드 사칭 논란 틱톡 캡처 “이 레깅스, 루루레몬 정품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었어요. 단 5달러!” 최근 미국 SNS, 특히 틱톡(TikTok)에서 중국 공장 직판 영상을 내세운 콘텐츠가 바이럴되고 있다. 이들 영상은 주로 중국 이우(Yiwu) 공장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과 ‘같은 품질’의 제품을 단돈 몇 달러에 구매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최대 145%)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품 공장? 영상 속 주장은 ‘사실 아냐’ 틱톡의 한 계정은 룰루레몬(Lululemon) 품질의 요가 팬츠를 중국 공장에서 직접 5달러에 판매한다며 “정품과 같은 생산설비에서 제작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계정(@senbags2)은 에르메스 백이 즐비한 공장 내부에서 영상을 촬영하며, “우리는 명품 브랜드의 OEM 공장”이라며 “미국인들은 우리에게서 직접 싸게 구매하라”고 권유했다. 현재 해당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해당 영상에 언급된 브랜드들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룰루레몬은 “해당 공장과는 일절 협업 관계가 없다”며 “위조품 구매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켄스탁(Birkenstock) 측은 “우리 신발은 전량 유럽, 주로 독일에서 제조된다”며 영상 속 공장을 “명백히 우리 공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 틱톡커는 에르메스백을 선보이며 “우리는 명품 브랜드의 OEM 공장”이라며 “미국인들은 우리에게서 직접 싸게 구매하라”고 권유했다. 틱톡 캡처 미국 내 ‘싼 맛 구매’ 열풍…그러나 위험성도 이같은 영상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도매 플랫폼 DH게이트(DHgate)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2위에, 타오바오(Taobao)는 7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곧 시행할 ‘디 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혜택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800달러 미만의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고 있으나, 이 기준이 조만간 폐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구매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우선, 해당 제품은 정식 유통 경로가 아니기 때문에 반품·환불 및 품질 보증이 전혀 없다. 또한,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은 철저한 계약 조건 아래 제조를 외주화하며,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어 영상 속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중국산 제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냄과 동시에,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에르메스는 최근 중국 내 수요 감소에 더해, 트럼프 관세 대응 차원에서 5월 1일부터 미국 내 가격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는 오는 6월 15일까지 미국 내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으면 퇴출당할 위기에 처해 있어, 향후 이 같은 영상 유통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유진 기자 2025.04.24 15:47

    • 미국 셰프 3명 ‘최애 땅콩버터는?’…모두 같은 브랜드를 외쳤다

      요리

      미국 셰프 3명 ‘최애 땅콩버터는?’…모두 같은 브랜드를 외쳤다

      미국 라이프 전문지 ‘더키친’은 유명 셰프 3인에게 ‘최고의 피넛버터’를 물었다. 피넛버터의 천국 미국에서 인기있는 제품은 무엇일까? 픽셀즈 피넛버터(땅콩버터)가 열풍이다. 과거에는 ‘고칼로리’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무가당, 무첨가 유기농 땅콩버터가 출시되면서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공급하는 슈퍼푸드로 새로 자리매김 중이다. 특히 저탄고지 식단을 먹는 다이어터 사이에서는 땅콩버터를 사과, 셀러리에 곁들여 먹으며 ‘최애 간식’으로 손꼽히고 있다. 땅콩버터의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땅콩버터의 종류도 다양하며 이를 이용한 샌드위치부터 과자까지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어 있다. 이들이 뽑은 최고의 땅콩버터는 무엇일까? 미국 라이프 전문지 ‘더키친’은 유명 셰프 3인에게 ‘애용하는 땅콩버터’ 브랜드를 물었다. 대답은 한 가지 제품으로 쏠렸다. 바로 코스트코에서 판매 중인 ‘커클랜드 시그니처 유기농 땅콩버터’였다. ‘커클랜드 시그니처 유기농 땅콩버터’. 현지 가격으로 두 병에 11.69$다.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다. 물론 집에서 직접 만든 땅콩버터의 고소하고 진한 맛을 따라갈 시판용 제품은 없다. 단 매번 손수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죠. 이럴 때 셰프들은 시판 제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뉴욕 브루클린의 디저트 레스토랑 ‘서드 팔콘(Third Falcon)’의 페이스트리 셰프 개빈 렌(Gavin Len)은 “부드럽고, 재료도 단순하며, 맛이 훌륭하다”며 ‘커클랜드 시그니처 유기농 땅콩버터’를 추천했다. 그는 “이 정도 품질에 두 병에 10달러 정도라면 가격 대비 성능이 최고”라고 말했다.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레시피 개발자인 KC 하이스미스(KC Hysmith) 역시 이 제품의 단골 이용자라고 말한다. 편식이 심한 두 자녀를 둔 그는 “땅콩과 소금, 두 가지 재료만으로 만들어져 안심할 수 있다”며 “코스트코 회원은 아니지만, 이 땅콩버터가 너무 좋아 친구에게 몇 주에 한 번씩 부탁해 사다 쓴다”고 말했다. 하이스미스의 아버지는 플로리다 로열 팜 비치에서 가정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베터랑 셰프다. 그는 아버지의 천장에도 같은 땅콩버터가 들어있다고 덧붙인다. 아쉽지만 해당 제품은 국내 코스트코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그럼 건강한 수제 땅콩버터는 집에서 어떻게 만들까? 수제 땅콩버터 만들기 ? 준비 재료 (약 350g 분량 기준) 볶은 땅콩 2컵 (약 300g) 생땅콩은 오븐이나 팬에서 구워 사용, 소금 약간(선택), 꿀 또는 설탕 1~2작은 술(선택), 식용유 1~2큰술(해바라기유, 포도씨유, 코코넛 오일 등) ? 만드는 법 1 볶은 땅콩을 한 번 체에 털거나 키친타월로 닦아 먼지나 껍질을 제거해 주세요. 2 생땅콩이라면 180도 오븐에서 10~15분 정도 노릇하게 구운 후 식혀 사용하세요. 3 땅콩을 믹서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갈기 시작합니다. 4 처음에는 가루처럼 되지만 점차 기름이 나오면서 덩어리지고, 시간이 지나면 크리미해져요. 5 중간에 멈춰서 긁어내기. 30초~1분 단위로 갈면서, 기계가 과열되지 않게 멈췄다 돌리고, 벽면에 붙은 부분을 주걱으로 긁어줍니다. ? 질감 조절 더 부드럽게 만들고 싶다면, 식용유를 1~2큰술 정도 추가해보세요. 소금, 꿀도 이 시점에서 넣고 원하는 맛으로 조절합니다. 크런치한 식감을 원한다면, 갈기 전에 땅콩 2~3큰술은 따로 빼놓았다가 마지막에 섞어주세요. 설탕 대신 메이플 시럽, 아가베 시럽, 스테비아 등으로 단맛을 조절해도 좋아요. 코코아 파우더나 계피를 약간 넣으면 이국적인 풍미가 납니다. ? 완성 후 보관 완성된 땅콩버터는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2~3주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요. 겉면에 기름이 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먹기 전에 저어주면 됩니다.

      이유진 기자 2025.04.03 11:11

  • 화보

  •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