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화물기 띄워 인도서 아이폰 150만대 공수” 관세전쟁에 애플 ‘미션 임파서블 작전’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보급형 모델 아이폰 16e. 연합뉴스 미국에 본사를 둔 스마트폰 제조 기업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인도 공장에서 만든 아이폰 약 150만대를...
윤기은 기자 2025.04.11 11:58
국제
“화물기 띄워 인도서 아이폰 150만대 공수” 관세전쟁에 애플 ‘미션 임파서블 작전’애플이 지난 2월 출시한 보급형 모델 아이폰 16e. 연합뉴스 미국에 본사를 둔 스마트폰 제조 기업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인도 공장에서 만든 아이폰 약 150만대를...
윤기은 기자 2025.04.11 11:58
사회
경찰, ‘팀미션’ 등 사이버 신종사기 집중단속···외국인 국제범죄도 단속.... 또 투자리딩방 등 금융사기도 1만74건을 적발해 9258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기간에 ‘팀미션 사기’ 등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신종사기 수법을 중점단속 대상으로 선정했다. ‘팀미션 사기’는...
전현진 기자 2025.03.23 10:53
문화
영화 중간에 ‘15분 인터미션’ 넣은 영화 ‘브루탈리스트’...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17분(5시간17분)이었다. 영화제에서 선공개될 땐 인터미션이 없었지만 정식 개봉되면서 짧은 인터미션이 생겼다. 코베 감독은 처음 영화를 만들 때부터...
김한솔 기자 2025.02.09 14:50
국제 현장 화보
8년 만에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한국 미션코드 ‘222·2·2’ [현장 화보]중국 하얼빈서 14일까지···34개국 1300여명 참가 한국, 선수·임원 222명 참가 ‘2연속 종합 2위’ 목표 7일 중국 하얼빈 국제 컨벤션 전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제9회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하얼빈 #아시안게임
정효진 기자 2025.02.07 21:37
연예
‘미션 임파서블8’ 톰 크루즈, 5월8일 열두번째 내한 확정‘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팀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열두번째 내한한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15일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톰 크루즈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과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폼 클레멘티에프, 그렉 타잔 데이비스가 오는 5월 8일 내한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내몰린 ‘에단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원들이 목숨을 걸고 모든 선택이 향하는 단 하나의 미션에 뛰어드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과 톰 크루즈의 각별한 인연은 19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시작해 ‘미션 임파서블 2’(2000), ‘바닐라 스카이’(2001), ‘작전명 발키리’(2009),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잭 리처’(2013),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잭 리처: 네버 고 백’(2016),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탑건: 매버릭’(2022),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2023)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번이 열두번째 내한이다.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2009년 ‘작전명 발키리’를 시작으로 2013년 ‘잭 리처’, 2015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2018년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2023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이어 이번 내한으로 여섯번째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어 남다른 한국 관객 사랑을 실감케 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연출을 맡은 뒤로 꾸준히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오랜 시간 특별한 인연을 이어온 한국 관객들과 다시 한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것이다. 헤일리 앳웰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며, 친근한 매력으로 한국 팬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사이먼 페그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스타트렉 비욘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이은 네번째 내한으로 반가움을 더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시작으로 2019년 코믹콘 서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에 이어 다섯번째 내한을 맞이하는 폼 클레멘티에프는 프로 내한러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그렉 타잔 데이비스는 ‘탑건: 매버릭’으로 톰 크루즈와 함께 내한한 이후 한국 팬들과 재회를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션 임파서블’의 8번째 이야기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5월 개봉 예정이다.
이다원 기자 2025.04.15 08:25
연예
‘언더커버 하이스쿨’ 윤가이, 미션도 사랑도 잡았다배우 윤가이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출연 장면. 사진 MBC 배우 윤가이가 국정원의 만능 조력자로 활약하며 남다르 존재감을 보였다. 윤가이는 지난 29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에서 국가정보원 국내 4팀의 브레인 박미정 역을 연기했다. 박미정은 고종황제 금괴 국고 환수 임무를 위해 고등학교로 위장 잠입하 정해성(서강준)을 팀장 안석호(전배수) 등과 다방면으로 도왔다. 국내 4팀의 브레인답게 빠른 판단력과 정보 수집 능력을 활용했다. 배우 윤가이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출연 장면. 사진 MBC 특히 국내 4팀으 작별을 암시하며 떠난 정해성의 목적지를 쫓아, 위기에 처한 그를 다시 한번 구해냈다. 돈독한 팀워크 속에 그의 비상한 기지와 화려한 액셔도 돋보였다. 그는 또한 서명주(김시록)와 박재문(박진우)의 녹취가 담긴 USB가 경찰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재빨리 USB를 바꿔치기하며 결정적인 범죄 입증의 단서를 확보했다. 부서의 후배 고영훈(조복래)과의 로맨스도 진전이 있었다. 그는 고영훈을 향해 ‘팩트’와 ‘애정’을 모두 쏟아내며 유쾌한 웃음을 줬다. 배우 윤가이 MBC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출연 장면. 사진 MBC 윤가이는 ‘언더커버 하이스쿨’에서 상황마다 요점을 짚으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일터에서는 냉정함을, 일상에서는 다정함을 품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확정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경헌 기자 2025.03.30 09:38
연예
‘몬 먹어도 고’ 몬스타엑스, 급이 다른 아바타 소개팅…히든 미션까지 ‘빅웃음 선사’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믿듣퍼’ 몬스타엑스(MONSTA X)가 아바타 소개팅으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몬스타엑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체 리얼리티 ‘몬 먹어도 고’의 서른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몬스타엑스는 한 카페에 모여 아바타 소개팅 콘셉트로 ‘몬 먹어도 고’ 촬영을 진행했다. 멤버들끼리의 소개팅으로, 랜덤 뽑기를 통해 셔누와 아이엠이 조종사가 되어 각각 주헌, 민혁을 조종하기로 했다. 멤버들은 10년 이상 봐왔던 사이인 만큼 ‘찐사랑’에 오글거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곧바로 몰입하면서 소개팅에 임했다. 마주 앉은 주헌과 민혁은 스몰 토크로 분위기를 푼 뒤 각자의 조종사의 지령에 따라 움직였다. 실제 소개팅처럼 플러팅이 오가면서 분위기가 달달해진 가운데 민혁은 아이엠의 지령을 받아 충실하게 이행한 반면 주헌은 셔누의 드립을 차단하고 자유 의지로 움직여 웃음을 자아냈다. 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그러나 이 아바타 소개팅에는 상대방이 자주 쓰는 단어 1개를 지정해서 최대한 많이 듣는 미션이 숨어 있었다. 셔누와 주헌은 민혁이 많이 쓰는 말로 ‘자 그러면’과 ‘아니야’를 택했고, 아이엠과 민혁은 주헌이 많이 쓰는 말로 ‘저는’과 ‘네’를 택했다. 소개팅과 함께 미션을 진행하던 주헌은 민혁에게 ‘아니야’를 요구하며 폭주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혁과 주헌의 아바타 소개팅이 끝난 가운데 역할을 바꿔 민혁이 아이엠, 주헌이 셔누의 아바타 조종사가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정 단어 많이 듣기 미션이 진행됐고, 주헌과 셔누는 아이엠이 많이 할 말로 ‘잘 생겼다’와 ‘운동’를 택했다. 민혁과 아이엠은 셔누가 많이 할 말로 ‘저도요’와 ‘괜찮아요’를 택했다. 소개팅에 나선 아이엠은 잔뜩 짜증이 난 콘셉트를 부여받아 상황극을 시작했다. 교포 콘셉트를 부여받은 셔누는 캐릭터에 완전히 빠져 들었지만 아이엠의 영어 질문 폭탄에 진땀을 흘렸다. 이를 틈타 아이엠은 미션 단어 ‘괜찮아요’를 유도하며 포인트를 따냈고, 이를 모르는 셔누는 나름대로 미션을 수행하려 했지만 아이엠의 철벽을 넘지는 못했다. 셔누와 아이엠은 허벅지 씨름을 하다가 서로 안아주고, 손금을 봐주거나 러브샷을 진행하는 등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셔누는 주헌이 시키지 않았는데도 폭풍 애드리브를 선보였고, 윙크와 그윽한 눈빛으로 설렘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엠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고, 하트 빨대로 음료를 나눠 마시며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냈다. 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아바타 소개팅을 마친 가운데 미션 최종 결과, 민혁과 아이엠이 셔누와 주헌을 상대로 미션 단어를 72번 이끌어내며 승리를 거뒀다. 민혁과 아이엠은 승리팀 특전으로 셔누와 주헌의 데이트 코스를 계획해 주며 다음 콘텐츠를 기대케 했다. 몬스타엑스의 자체 리얼리티 ‘몬 먹어도 고’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몬스타엑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손봉석 기자 2025.03.23 18:37
연예
‘몬 먹어도 고’ 몬스타엑스, 케미스트리도 몬스터급···113초 릴레이 미션→토크까지 ‘풍성’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믿듣퍼’ 몬스타엑스(MONSTA X)가 주헌과 함께한 새로운 ‘몬 먹어도 고’(이하 ‘몬먹고’)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지난 14일 몬스타엑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체 리얼리티 ‘몬 먹어도 고’의 ‘EP.34 돌아온 몬먹고 part.2 (MONMUKGO Returns)(몬먹고 리턴즈)’를 공개했다. 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영상에서 ‘딸기 514g 따기’ 미션을 이어가던 셔누, 민혁, 주헌은 공약으로 마지막 기회를 얻었으나 끝내 성공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짙은 아쉬움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낸 셔누, 민혁, 주헌은 제작진으로부터 아이엠이 있는 곳의 힌트를 얻고 마침내 아이엠까지 뭉치는 데 성공했다. 아이엠이 합류한 가운데 몬스타엑스는 99초 릴레이 미션을 시작했다. 저녁 식사 메뉴가 걸린 만큼 의지를 다진 몬스타엑스는 첫 번째 도전에서 제기 10번 차기, 기타 피크 5개 뒤집기, 탁구공 3번 연속 컵 안에 넣기, 동전 위로 던져 4개 이상 잡기 등에 임했지만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난이도 탓에 실패하고 말았다. 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아이엠이 ‘몬먹고’ 헤나 공약을 내걸었고, 게임 바꾸기 찬스를 얻었다. 몬스타엑스는 물병 뒤집기, 탁구공 3번 연속 컵 안에 넣기, 제기차기 10번, 순발력 봉 잡기로 게임을 바꿨고, ‘협상의 달인’ 민혁이 제작진을 설득한 끝에 추가적으로 14초를 더 받아냈다. 몬스타엑스는 기분 좋게 미션을 성공했다. 셔누가 단번에 물병을 뒤집은 데 이어 아이엠이 탁구공을 3번 연속 컵 안에 넣었고, 주헌 역시 멤버들의 응원 속에 제기차기에 성공했다. 민혁은 처음 해보는 순발력 봉 잡기에서 6개의 봉 중 5개를 잡아내며 기쁨을 만끽했다. 가마솥 닭볶음탕으로 저녁 식사를 하며 몬스타엑스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역하자마자 ‘몬 먹어도 고’에 합류한 주헌은 셔누, 민혁, 아이엠이 함께 했던 ‘몬먹고 : 삼형제’ 편에 대해 들으며 열정을 불태웠다. 아이엠은 ‘몬먹고’에서 버킷리스트 특집을 해보면 좋겠다며 스카이 다이빙, 가면 쓰고 프리허그 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때 셔누는 “새로운 직업을 얻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관심 분야의 직종, 직업 찾기”라고 말했고, 주헌은 ‘타짱’을 해보고 싶다는 등 아이디어를 쏟아내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유튜브 ‘몬 먹어도 고’ 영상 캡처 셔누, 민혁, 아이엠과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주헌이 합류해 더 풍성해진 자체 리얼리티 ‘몬 먹어도 고’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몬스타엑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
손봉석 기자 2025.03.16 07:22
문화/과학 시네프리뷰
[시네프리뷰]미션 임파서블: 루벤ㆍ아이들은 알 수 없는 만화영화의 신세계 지적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감각적이지만 경박하지 않다. ‘예술성과 오락성을 모두 겸비했다’란 표현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제목 미션 임파서블: 루벤(Ruben Brandt, Collector) 제작연도 2018 제작국 헝가리 상영시간 93분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어드벤처 감독 밀로라드 크르스티치 출연 가브리엘라 하모리, 이반 카마라스, 처버 마르톤, 마트 데베레 개봉 2021년 7월 8일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더쿱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은 유효하다. 여전히 상당수 작품이 아동을 겨냥해 제작되고 실제 소비자들의 대다수가 그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그때마다 이들의 성취와 이를 맛보는 우리의 경험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깨닫는다. 시네마테크 시절 전설처럼 추앙받던 <판타스틱 플래닛>(1973)을 연출한 르네 랄루, <키리쿠와 마녀>(1998), <프린스 앤 프린세스>(1999), <파리의 딜릴리>(2018) 등을 통해 보편적인 셀 애니메이션의 편견을 깨부순 미셸 오슬로의 작품은 우리에게 영화란 매체가 지닌 예술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감케 했다. 2010년대 들어서도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8세 소녀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 뉴욕에 사는 중년 남자와의 22년 동안의 우정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애덤 엘리어트 감독의 클레이메이션 <메리와 맥스>(오스트레일리아·2009)나 빈센트 반 고흐의 걸작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화제를 모으며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라 언급되는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 감독의 <러빙 빈센트>(폴란드·2017), 또 반려견의 일생을 몽환적으로 그려낸 안카 다미안 감독의 <환상의 마로나>(프랑스, 루마니아·2019) 같은 작품은 독특한 화풍과 깊이 있는 내용으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크게 사랑을 받았다. 상당수가 유럽 작품이라는 특이점도 눈여겨볼 부분이겠다. 3D 세계를 활보하는 피카소의 입체주의 <미션 임파서블: 루벤>은 작품 속 낯선 형태로 살아 숨 쉬는 그림체만큼이나 국내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헝가리 국적의 영화다. 심리학 박사이자 예술 심리치료사인 루벤 브란트는 한달 전 아버지의 죽음 이후부터 끔찍한 악몽에 시달린다. 유명화가들의 명화 속 주인공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달리며 살해되는 것. 한편 뛰어난 스턴트 대역이자 운동신경을 가졌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면 저절로 손이 가는 여인 미미는 사립탐정 마이크의 추격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고 자신의 도벽을 치료하기 위해 루벤 박사에게 연락을 취한다. 치료 캠프에 합류한 미미는 루벤의 체험이 단순한 악몽이 아니라 맞서 극복해야 할 현실임을 조언하고 이를 위해 남다른 이력을 가진 3명의 환자와 함께 꿈속에 등장한 명화들을 훔칠 것을 제안한다. 그들의 뛰어난 능력에 박물관들은 속수무책으로 도난을 당하고 루벤의 컬렉션이 완성돼갈수록 탐정 마이크의 추격도 좁혀진다. 과거의 걸작들을 차용해 재해석하는 감독의 재주가 놀랍다. 몇몇 주요 인물들을 제외하고는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독특한 캐릭터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신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허구적 인물들과 반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사물들과 대비되면서 특별한 어울림을 빚어낸다. 창작자의 남다른 창의가 빛나는 색다른 작품 일단 영화의 소재가 된 다양한 예술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빈센트 반 고흐의 ‘우체부 조지프 룰랭의 초상’, 앤디 워홀의 ‘더블 엘비스’,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등 국적과 시대를 초월한 유명 미술작품들을 한편의 영화 안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는 것도 반갑지만, 그것들이 감독의 독특한 감각으로 재해석돼 등장한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더해 영화매체에 대한 남다른 식견과 애정도 풍성하게 드러낸다. 곳곳에 로베르트 비네 감독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 테드 코체프 감독의 <람보>(1982),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1987) 같은 수많은 걸작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의 오마주가 촘촘히 박혀 있다. 형태적으로는 범죄영화의 하위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일명 케이퍼 무비(Caper Movie·범죄의 치밀한 준비와 실행과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어 액션장르 영화의 재미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가장 큰 재미는 결국 이 모든 것을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력과 문법으로 조립하는 감독의 창의를 엿보는 것이다. 예상할 수 없는 전개와 현란한 볼거리는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지적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감각적이지만 경박하지 않다. ‘예술성과 오락성을 모두 겸비했다’란 표현을 실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노장 신인의 웅대한 기지개 (주)더쿱 감독의 다른 작품은 과연 어떨까? 이번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즐겁게 감상하고 나니 곧바로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국내외 자료를 두루 둘러봐도 전작이라곤 달랑 단편영화 한편의 정보만 검색된다. 의외의 낭패감과 당황스러움이 밀려왔다. 그의 첫 작품은 1995년 발표한 <마이 베이비 레프트 미>(My Baby Left Me). 다행스럽게도 유튜브를 통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한 남성의 성적 갈망과 혼돈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독특한 그림체로 강렬하고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성애에 대한 노골적 묘사와 신화적 은유가 초현실적인 세계 안에서 기괴하게 상충하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표현할 수 있는 창의의 가능성이란 어디까지인지를 신나게 펼쳐 보인다. 밀로라드 크르스티치 감독은 이 작품으로 단번에 제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이후 뮤지컬 공연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참여하는 등 외부활동을 해오면서도 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는 이렇다 할 활동기록은 없다. <미션 임파서블: 루벤>은 2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66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내놓은 사실상 장편 데뷔작이다. 굳이 유일한 전작인 단편과 비교하자면 당연히 스타일부터 규모까지 모든 면에서 방대해졌다. 하지만 실험영화를 방불케 하는 틀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과 이를 관철시키는 감독 특유의 실험정신은 일맥상통하게 유지된다. 이번 작품 역시 제29회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그랜드경쟁 장편대상’, 제15회 세비야 유러피안영화제 ‘최고의 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갈채를 받았다. 과작 작가이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작품을 흔쾌히 기다리게 만드는 감독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2021.07.02 13:57
문화/과학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10)동네책방의 미래를 제시합시다4월부터 책방이음은 ‘도서관 속의 서점’으로 거듭납니다. 도서관과 서점의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아예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지역 도서관에서 찾고 동네책방에서 구매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와 도서관과 동네책방이 서로 독자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셋은 참 가까워야 할 텐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체로 동네책방과 도서관은 도서 납품, 책 축제와 관련해 간헐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출판사와의 관계는 어떨까요. 일부 동네책방과 몇몇 출판사와 저자 만남, 특별한 전시, 도서의 직거래를 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서울 은평구 한 도서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게없음. / 경향신문 자료사진 도매상의 안정적인 운영 필수적 동네책방뿐 아니라 도서관·출판사 모두를 위해 이 셋은 가까워야 합니다. 책방과 도서관의 상생 방안으로 몇년 전부터 시민이 신청한 책을 도서관이 아닌 동네책방에서 바로 빌려볼 수 있는 ‘지역 서점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를 자주 언급합니다. 기존 독자가 도서관으로 희망도서를 신청해 도서관에서 빌려보던 것을, 동네책방에 신청해 그곳에서 바로 받아 보고 도서관으로 반납하는 제도로 바꾼 것입니다. 이로 인해 동네책방을 찾는 독자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도서 구매가 발생하기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참 좋은 제도입니다만 이미 시행 중인 희망도서 대출제도의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고 반복되지 않을까 싶은 우려가 없지 않습니다. 최근 몇몇 공공도서관의 희망도서 납품 요청을 받으면서, 동일한 출판사의 동일 저자의 책을 도서관의 특성과 무관하게 모든 도서관에 ‘희망도서 대출제도’를 이용해 주문한 경우가 발견됐습니다. 도서관 소장에 꼭 필요한 책으로 보기 어려운 책이라 도서관으로 연락을 했지만 몇가지 예외인 경우를 빼고 독자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는 제도의 허점을 이미 파악한 주문이어서인지 막을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구매한 책은 시민의 세금으로 구매한 공공자산이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이전과 폐기가 대단히 어렵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구매할 때부터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작은 규모의 공공도서관 중에는 서고를 갖고 있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책을 꽂을 서가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독자가 참여하는 도서관 장서위원회에서 수서 문제를 해결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동네책방이 도서관으로 책을 잘 납품하기 위해서는, 동네책방에 책을 공급하는 도매상의 안정적인 운영이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운영 가능한 수익이 확보돼야 합니다. 그러나 도매상의 수익률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도매상에서 정가의 10%에서 5%로 내려서 동네책방으로 책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매상 간 경쟁이 과열된 결과입니다. 일부 동네책방은 수익이 5% 더 생기니 이를 반깁니다. 그러나 연 매출 1000억대의 도매상 수익이 50억밖에 나지 않는데, 고정비를 지출하고도 운영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도매상은 운영난을 타개하고자, 지나치게 낮은 가격의 공급계약을 출판사에 요구한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이렇게 되면 출판사의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출판사의 비용으로 전가하는 방법으로 과잉 경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셈입니다. 현재 출판계 상황은 정말 참담합니다. 온라인서점은 덤핑판매를 하고 있고, 동네책방에서 독자의 도서 구매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익률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에 맞추려고 도매상들은 동네책방에 낮은 공급률로 도서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도매상은 출판사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넘기면서 살아나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입니다. 공멸로 가는 제로섬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온라인서점에 이를 해결할 열쇠는 문제를 야기한 온라인서점이 쥐고 있습니다. 온라인서점은 그동안 갖가지 독자 혜택으로 서점계를 석권했습니다. 결국 동네책방은 몰락하고 독자는 온라인서점으로 대부분 이동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서점이 경영 상황이 좋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서점조차 과잉 경쟁으로 수익률이 너무 낮아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전국 배송망을 갖춘 쿠팡에서 지난해부터 도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년 만에 3위 온라인서점과 어금버금한 매출이 나왔다고 합니다. 온라인서점이 이커머스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온라인서점에 어떤 방책이 있을까요. 지금은 로켓배송에 실시간 총알 배송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전국 각지에 물류창고를 두고 직배송 시스템을 이미 갖춘 이커머스업체들을 이길 수 있을까요? 오히려 온라인서점이 생존하는 방법은 전국에 촘촘하게 있는 동네책방과 상생 방안을 만들어 동네책방 도서유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공동 기획의 행사와 상품 개발로 이커머스업체들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책을 건져내고 서점을 살리는 방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단순 책 구매자를 책 읽는 독자로 탈바꿈하는 데 투자하고, 출판사의 생산비가 보전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동네책방은 ▲원활한 도서 공급 ▲적정공급률 ▲제시간 배송이 필요하다고 출판계에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 공급률 인하와 배송과 도서 공급의 문제는 거의 해결됐습니다. 이제 동네책방이 출판계를 살리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능력이 충분합니다. 공모사업 심사 때마다 동네책방의 뛰어난 기획에 감탄합니다. 꼭 한번 방문하고 싶은 책방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시샘 날 정도로 독자의 사랑을 받는 곳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제 도서관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고, 출판사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제시합시다. 이것이 곧 동네책방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책방이음은 도서관 속 서점에 이어 출판사와 관계를 한 단계 높이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국의 동네책방이 언제나 독자와 함께하는 공간이 되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그동안의 연재를 읽어준 독자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연재가 10회로 마무리됩니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2021.04.09 11:40
문화/과학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9)정부 공모사업, 왜 떨어졌는지 알겠네3월이 되면 각종 정부 공모사업이 뜬다. 며칠 밤을 새우면서 지원서를 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유조차 모른 채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분명 사업의 목적과 심사기준에 맞춰 작성하고, 수많은 사업운영 결과를 제출해도 미심쩍은 이유로 떨어지기 일쑤였다. 책방이음은 올해 공모사업에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얼마 전 공모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해서야 단서를 찾게 됐다. 공모사업은 중앙정부, 지방정부에서 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의 올해 사업에 응모하지 않았더니, ‘2021년 지역 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초빙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주 책방은 모두 합격시키라고? 담당자는 문체부와의 회의에서 책방이음이 지역 서점 지원의 미비점을 지적한 결과로 이번 사업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동안 공모사업을 수행해도 책방 살림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사업에 들이는 시간과 공에 비해 지원되는 인건비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담당자가 알려온 이번 사업은 50만원밖에 안 되는 정말 적은 액수지만, 인건비 지원 항목을 처음으로 책정한 사업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겠다고 흔쾌히 답했다. 문제는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겠다는 답을 한 다음 날부터 발생했다. 첫 번째, 심사날짜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지원서 일체를 미리 파일로 보내왔다. 원칙적으로 지원서는 대외 유출이 금지돼 있다. 심사의 비밀 유지가 어렵고, 심사의 투명성도 훼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사위원이라 할지라도 폐쇄된 장소, 정해진 시간 내에만 지원서를 볼 수 있다. 심사와 관련한 모든 내용은 대외적으로 발설할 수 없다는 보안각서를 쓰고 심사에 임한다. 그런데 아무런 주의 없이 지원서를 심사위원들의 개인 e메일로 보냈다. 채점표까지. 심지어 지원서를 자료집으로 만들어 보내겠다는 ‘편의’까지 언급했다. 두 번째, 서울과 경기지역 책방들에 임의로 감점을 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점을 지적하니 공고에 ‘지역 균형 배분’이라는 항목이 있다고 했지만, 공고 내용을 아무리 살펴봐도 없었다. 거짓말이었다. 해당 지원사업은 50개 동네책방을 지원하는데 150개가 넘는 서점이 지원해 경쟁률이 3 대 1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지원할 만큼 이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심사에 적용할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미리 공고에서 알리는 것이 타당하지, 어느 지역은 지원 사업이 많다거나 다른 지역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임의로 심사의 기준을 제시하거나 직접 주문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다. 세 번째, 출판진흥원이 소재한 전주의 책방은 모두 합격시키라 요청하는 사무처장의 의향을 전달받았다. 국토의 균형 발전과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공기업을 노무현 정부 때부터 지역으로 내려보냈다. 출판진흥원이 전주에 있다면 전주를 중심으로 출판문화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라는 뜻이지 공모사업에 그 지역 지원자에게 가점을 주거나 합격을 주는 방식으로 공치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을 사퇴하다 전주의 한 책방으로 문의해본 결과, 출판진흥원이 지역과 협력으로 하는 사업은 아는 바 없으며 개인적인 관심 이상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전국 규모의 공모사업에 전주의 책방은 지원서의 내용과 관계없이 합격시키도록 요청받았다. 네 번째, 심사위원장을 내정했다.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도 공정해야 하지만,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심사위원장을 뽑는 것도 심사위원들이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외부에서 마음대로 뽑는 게 아니다. 심사위원장으로 누군가를 내정하고 심사결과를 정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서울과 경기지역 책방엔 감점을 주고 전주지역 책방을 모두 합격시켜라는 부당한 요청을 하면서 나를 심사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연락을 받고 심사위원 자체를 사퇴해버렸다. 담당자에게는 이런 심사에 참석해 요청을 수락하는 건 부정의하며 불합리한 것 같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출판진흥원의 정략적인 행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는 ‘도서정가제 개악’에 반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출판진흥원에서 한 사업을 두고 책방넷에서 수행해주길 수차례 권했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건 적절치 않았다. 거절했다. 거절 이후에도 수차례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 또 거절하자 담당 부서의 팀장이 사업 수행을 요청해왔다. 또 거절하자 사무처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역시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챗방넷은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어떻게? 출판진흥원이 공식 루트가 아닌 이른바 ‘비선’을 통해 책방넷의 허락을 받아낸 것이다. 지난 2017년 출판계는 “공정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흥원 원장을 선정”해 ‘민선 진흥원장’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기존 이기성 출판진흥원 원장에게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책임을 물어 내쫓은 직후의 선언이다. 이전 정부의 ‘구린내’ 나는 행태에 반발해 지금의 김수영 원장이 선임됐다. 원장은 바뀌었지만 출판진흥원에서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것을 보니 아이러니하다. 동네책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것도 문제이지만, 불공정한 심사로 생존을 위해서 발버둥 치는 동네책방의 의지를 꺾는 것은 ‘출판을 진흥한다’는 기관의 소임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너무도 중대하다. 이런 조건에서 동네책방의 앞날을 꿈꾸는 것은 몽상일 뿐이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2021.03.12 16:04
문화/과학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
[미션 임파서블, 동네책방](8)남은 책들 어떡하지? 폐점도 쉽지 않네책방이음은 지난해 12월 문을 닫았다. 3개월째 오프라인 영업은 안 하고 있다. 일시적 폐점인 셈이다. 많은 서점이 방문 독자의 감소,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연속해 폐업하고 있다. 그렇다고 폐업을 할 수는 없었다. 비용을 최소화해 서점의 명맥을 잇고자 이전을 결정했다. 책방이음 폐점 전 모습. 책방이음은 지난해 12월 폐점했다. / 조진석 제공 먼저 이사할 공간을 찾아나섰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공실이 많이 나왔으니 공간 찾기가 수월할 줄 알았다. 그러나 불황에도 부동산 시세는 그다지 내려가지 않았다. 지금 있는 동네 곳곳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아 역세권의 1층 시세를 알아보았다. 지하철역 200m 거리의 1층 35평. 패션 옷가게 자리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700만원이다. 지난해까지는 월세 850만원이었다는데, 옷을 팔아서 어떻게 그 금액을 감당했나 싶다. 100m 더 들어간 곳의 1층 13평. 식당을 운영하던 곳이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가 250만원이라고 한다. 동네책방의 최소 조건은 2곳 모두 지금 있는 공간보다 조건도, 건물의 상태도 좋지 않다. 역에서 500m 이상 멀어지니 보증금과 월세가 낮아진다. 그래도 평균 월세는 150만원대다. 책방 문을 닫으면서 임대료 부담의 상한선을 월세 100만원으로 잡았다. 그런 가게는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십곳을 살펴보아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근처 시민단체에서 책방이음의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 내부 공간을 공유해 쓰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좋은 제안이었지만 몇차례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결과,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시민단체를 찾는 사람들이 책을 공유 물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서점이 필요한 최소한의 독립된 자리를 보장받기 어려웠다.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사적이 공간이 없다는 시민단체 특성상 책방으로서 적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동네책방의 최소 조건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일단 서로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이 너무 개방돼서도 안 되고 완전히 폐쇄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것. 책 놓을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와서 편안히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팬데믹 상황이 새롭게 알려준 점도 있다. 더는 공간의 크기가 매출을 결정하지 않는다. 많은 책이 놓여 있다는 것이 많은 판매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작은 공간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활동이 훨씬 더 중요해졌다. 작지만 지속가능한 공간을 빠르게 찾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작은 공간으로 옮기기 위해 남겨진 책 대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7년 이후 반품 상황이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폐점을 한 번도 상정한 적이 없기에, 이 점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2017년 이전에는 책 대부분을 도매상 송인서적(현 인터파크송인서적)에서 구매했다. 그때는 모든 책이 반품 가능했다. 책을 주문해 열심히 팔고, 팔리지 않는 책은 반품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물론 이따금 반품할 수 없는 책이 있었지만 크게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다. 2017년 1월 송인서적이 부도난 이후, 도매상으로 반품하는 것이 출판계에 끼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책방에서 반품하는 책은 최종적으로 출판사로 되돌아간다. 반품된 책은 대체로 유통 과정에서 훼손된다. 판매의 시기를 넘기기도 한다. 이런 책을 출판사에서 받아도 달리 팔 수 없는 점이 문제다. 그래서 책방이음은 2017년 이후, 도서를 직접 구매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래도 한숨, 저래도 한숨 이런 방식의 장점도 있다. 책이 서점에 남아 있는 동안 독자가 직접 와서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었고, 오래된 책도 두고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독자가 찾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구매한 모든 책은 판로를 잃어버렸다. 헌책방이 활성화돼 있다면 그곳으로 보낼 텐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이 책을 들고 온라인 중고서점으로 가서 팔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저런 방안을 고민해 보지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위탁받아 판매하는 책을 반품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출판사로 반품하면 해결될 것 아닌가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책들을 죄다 반품하면 출판사가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출간한 지 오래됐고, 일부는 훼손돼 다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출간된 지 수년 지난 책을 반길 출판사는 없다. 몇 번이나 망설이면서 연락을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재정난으로 폐점하는 책방이 이 책들을 싸안고 있을 수도 없다. 이래도 한숨, 저래도 한숨이다. 오프라인 서점의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밖에 없는데 책장이며 책과 관련한 물품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예년 같으면 인수자를 찾아 넘기면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폐점하는 책방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누가 이런 것을 필요로 할지 의문이다. 오히려 돈을 들여 폐기물로 처리해야 한다. 책방 공간에 있는 모든 것을 권리금을 받고 넘기는 통상적인 절차조차 지금은 불가능하다. 수많은 동네책방이 폐점·폐업 과정에서 손실을 온전히 감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네책방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래서 다른 책방도 이런 어려움을 알래야 알기 어려웠다. 서점단체 역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안을 낸 적도, 알려준 적도 없다. 법령에도 폐업 또는 폐점하는 서점의 도서 처리를 비롯한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새로 생기는 동네책방을 지원하는 데만 몰두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수많은 동네책방이 문을 닫고 있다. 지역 책방이 우리 동네의 문화거점이라고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폐업·폐점하는 동네책방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폐점 앞에서 어떤 지원이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폐점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책더미 앞에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길을 잃고 있다. 동네책방, 폐점도 쉽지 않다.
조진석 책방이음 대표·전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 2021.02.19 14:41
육아/교육 손녀에게 쓰는 편지
[손녀에게 쓰는 편지]미션 임파서블은 없다! 앞니 대소동헌 이를 가져가고 새 이를 가져다준다는 ‘이빨 요정’의 로맨틱한 동화를 들려줄 새도 없었다. 여주인공 소원이의 앞니가 빠지던 날, 가족은 물론 영화 스태프, 치과 의료진까지 초긴장을 하게 한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앞니 빠진 소원이 영화 예술의 세계란 ‘007 시리즈’의 긴박함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있었지. 유년기에 누구나 겪게 되는 이갈이, 이 정상적인 사건이 그토록 큰 난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소원이 여섯 살 적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도 너의 이갈이는 들쑥날쑥 진행 중이지만…. 너의 최초 이갈이를 기억하니? 앞니가 흔들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의 고민이 시작됐지. 1주일 후에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 있었거든. “어찌할 것인가?” “어쩌긴 뭘 어째. 별게 다 걱정이네. 자연스럽게 하면 되지.” 하지만 그건 그 바닥의 상식을 몰라서 하는 소리지. 앞니 빠진 소원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겠지만, 문제는 스크린 속에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데 있단다. 시나리오에 없는 건 안 되는 일이었어. 잘만 견디어서 1주일 후, 마지막 촬영까지만 붙어 있어다오. 노심초사하는 동안 시간이 금세 흘렀지. 월요일 촬영을 앞두고 토요일 밤까지도 붙어 있는 이를 보며 설마설마했단다. 그런데 촬영 바로 하루 전 일요일 아침에 이가 빠져버리고 말았지. 그것도 음식을 먹던 소원이가 이를 뱉어놓았단다. 허무하다. (내일이 촬영인데 우짜면 좋노?) 빠져버린 입 속은 커다란 동굴이 생겨서 얼굴까지 낯설고 이상했고, 말씨는 말할 것도 없었단다. 설설설~ 발음이 마구 샜지. 상담을 하자니 치과는 물론 모든 병원도 쉬는 일요일. 설상가상에 사면초가. 이런 난감한 상황이 총집합된 사건이라니! “이~” 하지 않는 이상 이 빠진 구멍이 보일 리 있나 싶어서 “소원아, ‘모모 사랑해’ 해봐”라고 시켰지. 소원이가 나를 보며 “모모 사랑해” 하는 순간. 맙소사, 까맣게 빈자리가 들여다보이고 바람이 새어 나왔단다. 이 빠진 소원이는 할머니가 보기에도 낯설어서 이거 큰일 났다 싶더구나. 정작 설마가 현실이 되자, 이 시간부터 난리 대소동이 났단다. 늦출 수도 없는 촬영 날짜, 게다가 소원이는 주인공이었지. 일단 감독님에게 알렸어. 이미 이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감독님도 우리처럼 초조한 상태였는데. 드디어 이가 빠졌다고 연락을 한 시간이 낮 12시경. 촬영 팀은 모조리 촬영지 익산에 내려가 있었고, 그날 밤 소원이도 합류할 예정이었어. 그래야만 월요일 아침 촬영에 차질이 없으니까. 익산으로 떠날 예정 시간은 오후 6시. 익산에 가서 그날 밤엔 잠만 자면 되니까. 소원이를 일찍 재우면서도 최대한 집에 머물 게 하다가 보내고 싶어 결정한 시간이 그 때였단다. 부정교합이라니! 강력한 유전자 힘 일단 일요일에도 열려 있는 치과를 찾아 헤매야 했지. 이가 빠진 채로 촬영할 순 없다는 것이었다. 감독님의 엄명이니, 인터넷의 공로로 문을 연 치과를 찾은 뒤 달렸어. 치과에 도착하니 때마침 점심시간. 오후 2시가 돼서 마주한 의사 선생님은 “임플란트를 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내일 오후는 돼야 합니다”라고 했단다. 우왕좌왕하기 시작했지. 감독님께 문의하니 “그럼 일단 본을 떠서 맡겨놓고 오세요. 완성된 본을 찾는 건 연출부 스태프를 보냅시다”라고 했지만, 이 보고를 들은 의사 선생님의 답은 단호했단다. “안 됩니다. 본인이 있어야 해요. 이가 맞는지 끼워봐야 합니다.” 그러는 동안 족히 1백 통의 전화가 오갔을 것이다. 출발 예정 시간을 2시간 앞두고 익산에서 급한 통보가 왔지. “즉각 내려오세요. 익산에 치과 마련하고 기다리겠습니다.” 매니저를 담당하는 이모와 넌 부랴부랴 익산으로 향했어. 익산 도착 시간이 오후 6시 반. 통보받은 치과로 직행했지. 이번엔 내비게이션의 공로가 컸다. 서너 명의 의료진이 퇴근도 못하고 영화사의 연출 팀과 함께 대기하고 계셨단다. 빠진 이 사이로 까만 동굴이 보이는 소원이의 잇몸을 수십 명이 들여다보았지. (조금 과장하자면) 미션 임파서블이다. 일단 난색을 보이는 의사 선생님. 막상 보니 이가 너무 작아서, 도저히 본을 뜰 처지가 아닌 듯했다. 철심을 걸어서 틀니처럼 걸어보자니, 그 또한 말만 들어도 무서운 것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소원이는 부정교합이라는 판정을 받았단다. 입을 다물면 윗니가 아랫니를 완전히 덮어버리니까 임시로 임플란트를 설치하는 것조차 불가하다는 것이었지. 뭐시라? 서울에서 이 소식을 들은 가족은 모두 손거울을 들고 새삼 본인들의 윗니와 아랫니를 맞물려보았단다. 그냥그냥 다 비슷한 정상이다. 무슨 아랫니가 안 보이냐? 이때 전광석화와 같이 네 엄마가 싱가포르에 있는 네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냈지. ‘혹시 이 부정교합 아니었어? 맞지? 맞지?’, ‘부정교합이 뭔데?’, ‘빨리 거울 보고 이를 다물어봐. 윗니가 아랫니를 완전히 덮는지 보라고’ 옥신각신 끝에 온 네 아빠의 답. ‘이를 다물면 아랫니가 당연히 안 보이지, 그게 왜 보여?’ 모두가 웃었단다. 그러면 그렇지 유전자라니까. 강한 유전자야, 부정교합! 그러나 시방 웃을 때가 아니었지. 감독에게 임무 불가능을 알리는 연출 팀. 어떻게든 이를 메워야 한다는 감독. 난색을 표명하는 치과. 007 작전은 저리 가라였지. 감독님의 꺾을 수 없는 미션을 받고, 소원이의 잇몸을 계속 살피던 의사 선생님(여기서부터가 클라이맥스의 시작이다). “캬아~ 이거 빠진 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그게 있을 리 있나. 집에서 밥 먹다가 이가 빠진 걸. “넵? 빠진 이 여기 있는데요?” 이때 네 이모가 이렇게 대답했단다(정말 웃겼다. 원래 이모 별명이 ‘닥터 리’. 꼼꼼하고 정확한 것은 누구도 못 말리지). 네 이를 검은색 종이에 싸서, 종이컵에 담아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손으로 집기 어려울 만큼 작고, 생선 비늘보다 존재감이 없는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그 물질을. 눈에 잘 띄지도 않아서 검정 종이에 쌌다는 얘기에 ‘역시 네 이모구나’ 했단다. 그와 동시에 의료진 일동이 머리를 맞대 놀라운 협동심을 발휘했고, 결국 그 이를 본드로 붙였다는 상황이 나에게까지 전해진 거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또 한 번의 위기 이튿날 드디어 촬영이 시작됐단다. 임시로 이를 붙인 소원이의 고충은 이 할머니의 군걱정에 불과했어. 동영상으로 전달된 소원이의 연기 장면은 걱정을 잊게 할 만큼 기쁨을 주었지. 오전에는 주로 멀리서 길게 잡는 망원 촬영이 있었고, 오후에 클로즈업 촬영이 남았다고 했어. 드디어 이까지 카메라에 잡히는 중요한 촬영을 남겨둔 것이었지. 그런데 여기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어. 차라리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 오전 촬영을 마치고 쉬고 있는 너에게 하필 지나가던 누군가가 캐러멜을 줬다지. 그 캐러멜을 받아 먹고 그만 이가 뽑혀버린 거야. ‘대형 참사’였어. 촬영장은 긴장의 도가니.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이었지. 클로즈업 촬영을 어쩔 수 없이 하루 미루고 치과로 다시 달려갔어. 치과 의료진은 각종 아이디어를 짜냈고,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동원했단다. 조금 과장하자면 익산 시내 치과 선생님들이 총출동했다지. 결국 양쪽 날개처럼 생긴 투명 플라스틱에 이를 붙이는 장치를 만들었어. 잠자리 날개 같은 양쪽을 잡고 이를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그 장치를 만들기까지의 시간싸움은 아유, 말도 마시라. 또 전화 통화는 끝이 없었지. 의사-감독-의사-기공사-의사-감독-의사-기공사…. 참말이지 지방에서나 가능한 훈훈한 미담이 아닐까 싶구나. 그 치과는 최선을 다해 촬영을 도운 것이지(영화가 개봉하면 이 치과 그룹에 특별 티켓을 잊지 말고 보내기로 했다). 영화 제작이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지. 그 일을 해내는 모든 영화계 종사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부디 소원이도 어려움 속에서 용기와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길 바라본단다. “소원아 잊지 마~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걸(‘7번방의 선물’ 용구 아빠 버전^^).” profile 조은일 작가는… 세 아이를 키우며 겪었던 다채로운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 「빵점엄마 백점일기」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 때로는 편안한 친구 같고 때로는 든든한 동반자 같은 두 딸과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면서도 늘 밝고 유머러스한 아들의 엄마로 살아오면서 지혜와 성숙을 배웠고, 국내 최초로 홍대 앞에서 북카페를 운영할 정도로 빛나는 감각과 자유로운 감성을 지녔다.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아역 스타 갈소원양의 외할머니로, 자녀들에게 그랬듯 소원양 또한 자유롭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보살펴왔다. 「빵점엄마 백점일기 1, 2, 3」 외에도 「가끔은 원시인처럼 살자」, 「항동에 냉이꽃이 필까」, 「작고 단단한 행복」 등의 책을 펴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사진 제공 / 조은일>
2014.04.10 18:47
뷰티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메이크오버 미션 성공!유명 연예인들이 줄지어 찾는다는 미용실도 좋고,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는 출장 아티스트도 좋다. 특별한 날 시도하면 좋을 스타일과 업체 정보를 소개한다. 이것만 기억한다면 2012 홀리데이 메이크오버 미션, 성공! Gorgeous Lip&Classic Curl Hair 부부 동반이나 포멀하게 차려입어야 하는 모임이 있을 때 우아하면서도 매혹적인 여성으로 변신하기 좋은 메이크업. 아이섀도의 컬러를 최대한 절제하며 블랙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로 눈매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입술은 짙은 와인 컬러로 포인트를 준다. 헤어는 립 포인트 메이크업과 어울리는 풍성한 웨이브 스타일링이 좋다. Styling by 라이크어유키 강남권 뷰티 숍 최신 트렌드를 신속하게 받아들이고 연예인 스타일을 창조하는 곳이 바로 강남권 뷰티 숍이다. 12월에는 미용실마다 장점을 내세운 스타일링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 패키지를 마련해 가격의 문턱을 조금씩 낮췄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추천! 미용실 리스트 페미닌 룩 ‘강추’ 라이크 어 유키 여성스럽고 차분한 스타일로 주목받는 연예인인 홍수현, 손은서 등이 다닌다. 본래 20만원이던 헤어&메이크업 스타일링 패키지를 12월 한 달 동안 10만원대에 선보일 예정.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7-11 2·3층 문의 02-540-6266 나만을 위한 컬러 스타일링 블로우 블러쉬 컬러 전문가의 이미지 컨설팅과 1백 60여 가지 컬러 칩으로 맞춤 메이크업과 염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12월 중에는 레드 카펫 스타를 모티브로 한 속눈썹 서비스를 10만원대에 선보이며, 화려한 원석을 포인트로 한 칵테일 네일 10만원대, 헤어 2만5천~15만원대, 메이크업 5만~15만원대에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청담동 80-19 문의 02-546-5569 단계별 메이크업 서비스 이희 헤어&메이크업 임수정, 공효진, 성유리, 최여진 등 연예인 이미지 메이킹 작업으로 유명한 곳. 맞춤 단계의 메이크업 서비스를 제공하며 풀 메이크업은 25만원, 간단한 모임이나 특별한 자리에 갈 때 좋은 포인트 메이크업은 7만원에 받을 수 있다. 메이크업 5회 쿠폰을 구매하면 10만원이 할인된다. 주소 서울 강남구 청담동 82-3 문의 02-3446-0031 단아하고 우아한 스타일 까라디 김희애, 박정수, 아나운서 이정민 등 깔끔하고 단아한 스타일링이 돋보이는 연예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잘하기로 유명하다. 풀 메이크업 가격은 16만5천원부터이며, 마무리 색조 메이크업은 11만원부터.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31-34 제성빌딩 3·4층 문의 02-545-4000 최신 트렌드 룩 포레스타 도산본점 골드 펄 메이크업, 버건디 립 컬러 포인트 메이크업 등 최신 트렌드 룩을 제안한다. 12월 한 달 동안 연말 파티 헤어&메이크업 풀 서비스를 11만원에 선보이는데, 3명 이상 예약시 9만9천원으로 할인해준다. 바쁠 때 받으면 좋을 퀵 메이크업 가격은 10만원.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0-8(도산본점) 문의 02-3444-2252 동안 헤어스타일과 퍼펙트 베이스 메이크업 차홍 아르더&우현증 메르시 고소영, 한지민, 박하선 등의 헤어를 담당하는 차홍 원장이 동안이 돋보이는 파티 헤어 스타일과 고소영, 김아중 등의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우현증 원장의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업을 받아볼 수 있다. 가격은 커트 10만원대·펌22만원대부터, 일반 메이크업 10만원대부터.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동 35-7, 1~2층 문의 02-3445-8520(차홍아르더), 02-546-7740(우현증 메르시) Chic Eyeline&Wave Ponytail 크리스마스 홈 파티를 비롯한 캐주얼한 모임에서 세련되고 멋있게 보이고 싶다면 깨끗한 피부와 눈매가 돋보이는 시크 아이라인 메이크업이 잘 어울린다. 베이지 계열의 아이섀도를 베이스로 펴 발라 유분기를 제거한 뒤 펜슬 아이라이너로 대략의 아이라인을 그린 다음 붓펜 타입의 아이라이너로 정교하게 마무리한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메이크업에 앞머리 컬링으로 포인트를 준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을 매치해 경쾌함을 더한다. Styling by 주니엠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 웨딩과 돌잔치 등 종전 패키지 외에 연말이면 파티 등의 모임을 위한 스타일링 패키지가 출장 메이크업 서비스에서도 진행된다. 대부분 실장급의 아티스트들이 2인 1조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준다. 프라이빗한 서비스로 만족도가 높은 편. 추천! 출장 스타일링 서비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스페셜 메이크업 주니엠 미세 브러시를 사용해 24시간 지속되는 마이크로 세팅 메이크업으로 유명한 곳. 스튜디오로 직접 찾아가면 빛을 차단한 암실 공간에서 개인 피부톤을 분석한 스페셜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다. 웨딩 제외 일반 헤어와 메이크업을 포함한 출장 스타일링을 18만원에 선보이며, 12월 한 달간 평일 3만원, 주말 2만원 할인해준다. 문의 070-4603-5599, www.junym.com 최신 유행하는 연예인 스타일 샤샤메이크업 10년 이상 경력의 실장급 아티스트들이 최신 유행하는 연예인 스타일을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12월 특별 이벤트로 파티를 비롯한 연말 모임을 위해 헤어와 메이크업 출장 패키지를 8만원에 제공한다. 문의 070-7559-2287, www.sha-sha.co.kr 단골 고객이 많은 곳 토미씨 연예인과 아나운서를 담당했던 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브랜드 수석 아티스트들이 모여 운영하는 곳으로, 메이크업과 헤어를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2인 1조를 이뤄 활동한다. 단골 고객에게는 특별 할인을 제공한다. 헤어&메이크업 포함 기본 출장비 16만원. 문의 070-8128-1452, cafe.naver.com/bytommyc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는 하우스 메이크업 재예약시 속눈썹 부착이나 액세서리 스타일링 서비스 및 특별 할인 혜택을 준다. 카페 갤러리에 웨딩과 돌잔치 등 출장 서비스 후 메이크오버한 다양한 사례가 업로드돼 있으므로 참고할 것. 헤어&메이크업 포함 기본 출장비 10만원대. 문의 02-511-9932, cafe.daum.net/ggomakeup 메이크업 아카데미 에바 메이크업 특별 모임, 돌잔치, 웨딩 등 맞춤 메이크업 서비스는 물론 메이크업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메이크업 강좌 서비스(아이브로 가이드 60분 1회 3만5천원)와 속눈썹 연장 및 펌, 네일아트 등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헤어&메이크업 포함 기본 출장비 15만원대. 문의 02-3443-1881, www.evamakeup.co.kr 자연스러운 피붓결 표현 오샤레 뷰티스튜디오 연예인 스타일링과 각종 영화 및 광고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디자이너가 개인의 피부톤을 살린 윤기 있는 베이스와 자연스러운 색조로 깔끔한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있다. 헤어&메이크업 포함 기본 출장비 10만원대. 문의 02-516-9225, www.osharestudio.co.kr <■진행 / 김성실(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제품 협찬 / 겔랑(02-3438-9628), 라네즈·이니스프리·헤라(070-7017-8235), 러쉬(02-7965-7510), 빌리프·숨37°(080-023-7007), 록시땅(02-3014-2950), 베네피트(02-3438-9683), 샤넬(02-3708-2005), 시세이도(080-564-7700), 스킨푸드(080-012-7878), 에스쁘아(080-619-8888), 에뛰드 하우스(02-3446-4058), 코스메 데코르테(080-568-3111), 키엘(080-022-3332), MAC(02-3440-2645) ■의상 협찬 / 브랜드 에비뉴(02-508-6033), 조이너스(02-542-0385) ■헤어&메이크업 / 김은혜·김유준(주니엠 070-4603-5599), 정아·정덕(라이크어유키 02-540-6266) ■모델 / 박선하, 오혜지 ■스타일리스트 / 김유미>
2012.11.29 18:41
육아/교육
[하나맘의 도쿄 육아 일기]만 2세 아이 미션! 배변 훈련어떻게 하면 내 아이를 더 잘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국경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도쿄에 사는 김민정 주부가 전하는 일본의 육아 문화, 이달에는 이제 만 2세가 된 하나가 당면한 고난도 미션인 배변 훈련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1 하나의 배변 시간. “영차, 영차, 이렇게 힘을 주면 돼요.” 너무 힘을 주다 보면 이렇게 얼굴이 비뚤어지기도 한답니다. 볼일 보며 ‘피스’ 사인을 해 보이기도 하고요. “이제 다 봤거든요. 후우, 빨리 내려주세요.” 2 하나의 기저귀 선택 기준은 바로 캐릭터입니다. 호빵맨 캐릭터 기저귀에 홀딱 반한 하나는 새 기저귀를 차고 싶어서 일부러 화장실에 가지 않기도 합니다.1 만 2세인 하나가 접하게 된 미션, 여러분도 잘 아실 거예요. 바로 배변 훈련입니다. 하나는 일찍부터 가린 편이라 만 2세가 된 직후부터 혼자 화장실을 가기 시작했어요. 먼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건 아니고, 두세 시간에 한 번꼴로 화장실에 데려가 앉히면 변을 보는 거죠. 그렇게 올 1월부터 배변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소변은 확실히 가리는 편이고, 대변은 화장실에서 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대변을 보기 전에 기저귀를 채워달라고 조릅니다. 처음에는 그냥 화장실에 데려가 앉힐까 했는데, 그랬다가 변비가 되거나 화장실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2 참고로 저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충남의 한 시골에서 다녔어요. 처음 시골 학교의 구멍 깊은 재래식 화장실을 보고는 질겁했었죠. 수세식이 아닌 화장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허걱!’ 덕분에 학교에서는 화장실에 갈 수 없었는데, 한번 큰마음 먹고 갔다가 재래식 화장실에 ‘풍덩!’ 더 이상은 말씀드리지 않을게요. 옆에서 볼일 보던 친구가 선생님을 불러와 빠진 저를 구해줬습니다. 여하튼 그 이후, 저와 화장실은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는 관계가 됐고 결국 화장실을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 엄마 속을 여간 썩인 게 아니었답니다. 3 저는 하나를 화장실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규칙적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화장실에 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건강하고 즐거운 일이라 여기도록 가르쳐주고 싶어요. 그래서 하나가 화장실에 다녀오면 무조건 “잘했다”라고 칭찬을 하고 박수를 쳐줍니다. 요강은 사용하지 않아요. 제가 치울 자신이 없거든요. 한 번도 쓰지 않았기에 요강 자체를 모르는 하나는 당연히 일반 화장실을 사용해요. 4 하나의 배변 훈련 성공 비결은 ‘먼저 화장실 가기’입니다.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 미리 가도록 하는 것이죠. 두세 시간에 한 번꼴로 화장실에 앉히면 그 간격으로 배변을 하게 됩니다. 일본의 어린이집에서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일본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두 살이 되면, 아침에 어린이집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가게 하고, 단체로 9시 반에, 11시에, 점심 먹고 나서, 낮잠 자고 나서, 4시 반에, 6시에 화장실에 데려갑니다. 단체로 가면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며 저절로 배변 활동을 배우고 효과도 높일 수 있다고 하네요. 5 덕분에 하나는 낮에는 팬티를 입고 생활합니다. 미리 화장실에 데려가고, 갈 때마다 칭찬을 해주니 아이도 자신감이 생기지요. 물론 기저귀도 쓰고 있어요. 밤에 잘 때는 기저귀를 차는데, 기저귀는 한 팩에 1천2백 엔 정도예요. 브랜드가 달라도 가격은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일본 엄마들은 출산 직후 병원에서 배급하는 기저귀 브랜드를 계속 쓰는 편인데, 저는 한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번갈아 써요. 이번에는 하나가 좋아하는 ‘호빵맨’ 캐릭터 기저귀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기저귀를 써도 질은 비슷하기에 캐릭터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하죠. 6 배변 훈련을 빨리 끝내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지만 어른이 돼서도 화장실 가는 걸 참는 경우가 있잖아요.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화장실과 배변 행위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 아닐까요?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시키는 것이 최선일 듯합니다. 모든 육아의 기본은 부모의 편의가 아니라 아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즐겁게 해나가기 위한 방법을 전수하는 데 있으니까요. P.S. 화장실에 관한 일본 풍습 하나 알려드릴까요? 일본에서는 화장실에 신이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7일째 되는 날 산파가 아이를 안고 화장실에 가서 기원하면 아이가 미인이 된다고 하고, 또 엄마가 임신했을 때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하면 예쁜 아이가 태어난다고 합니다. 엄마들 일시키려고 작정한 것 같죠?(웃음) 일본 통신원 김민정(35) www.twitter.com/slowlifetokyo 일본인 남편과 결혼한 6년 차 주부. 딸 ‘하나(일본어로 꽃이란 뜻)’를 둔 초보엄마다. 1992년 창창한 고교 시절을 일본에서 시작해 게이오대학교 종합정책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에서 잡지사 기자, TV 방송의 한국어 통역을 거쳐 현재는 도쿄 외국어대학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초보 엄마가 실제로 체험한 일본 육아, 아직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일본 문화가 궁금하다면 그녀의 트위터에 접속해보자. <■기획&정리 / 이연우 기자(www.twitter.com/chaconnegm) ■글&사진 / 김민정>
2012.11.20 17:24
레저/여행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전남 나주에서 일곱 가지 미션을 완수하라!ㆍ2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풍요의 땅 드넓은 나주평야 가운데에 영산강이 굽이치는 곳 전남 나주. 예로부터 풍요의 땅이었던 나주는 2천 년 동안 묵혀온 ‘시간’이란 녀석을 이곳저곳에 숨겨놓은 채 가족 나들이객들에게 보물찾기 미션을 제시한다. 나주가 내놓는 일곱 가지 미션 완수에 도전해보자. 첫 번째 미션 고구려 궁내성에서 인증샷 남기기 “아빠, 멋지게 폼 좀 잡아보세요!” 아이의 말에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어설픈 주몽으로 변신 중이다. “엄마! 자, 레디~ 액션!” 나주평야의 넓은 들녘 너머로 일과를 마친 해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액션이란 말에 엄마는 얼떨결에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가족이 여행을 시작한 곳은 전남 나주의 영상테마파크이다. 흔히 접할 수 없는 고구려 가옥과 성곽을 그대로 재현해놓아 찾는 이들마다 구경하는 데 여념이 없다. 흔히 생각하는 드라마 세트장의 허술한 임시 건축물이 아니라 정성 들여 잘 지어놓은 세트장이다. 덕분에 고구려로 시간 여행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매표소를 지나면 낮은 언덕을 올라야 한다. 양옆으로 송일국, 한혜진 등 드라마 ‘주몽’에 출연한 배우들의 핸드프린팅과 시설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아빠지만 인기 탤런트 한혜진을 모를 리 없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녀의 핸드프린팅 위에 슬쩍 손을 올려본다. ‘찌릿!’ 순간 날카로운 엄마의 눈빛을 직감했는지 “우와, 이 여자는 누군데 이렇게 손이 작아~” 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웅장한 성문 해자성은 세트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유럽 영화에서 많이 봤던 성벽 밖 수로를 재현해 놓았다. 유럽형 수로인 현문이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실제 존재했던 장소가 나주였다고 한다. 흔히 보던 기와나 초가의 모습이 아니라 너와집으로 저잣거리를 만들어놓은 점도 나주 영상테마파크의 돋보이는 장점 중 하나이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매점과 식당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중간 성문 앞에서는 고구려 장군 복장을 입고 기념 촬영도 할 수 있고, 염색 체험이나 도자기 체험, 한지와 매듭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1 수령이 600년이 넘은 고목이 금성관을 지키고 있다.2 나는 고구려의 주몽이다! 영상테마파크에서는 무료로 장군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3 도래한옥마을 양벽정의 솟을대문은 이층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볼 만한 구경거리는 국내성과 고구려체험관, 고구려궁, 태자궁, 신단 등이다. 대부분 고구려 때 건축물을 재현해놓아 그 규모와 생김새가 우리가 자주 보던 조선의 것과는 다른 양식이다. 테마파크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한 시간 이상을 잡아야 한다. 고구려궁 맞은편에 있는 성루에 올라서면 영산강과 넓게 펼쳐진 나주평야를 마주할 수 있어 조망이 좋다. 두 번째 미션 황포돛배 타고 영산강 누비기 “황토로 물들인 돛을 단 배가 황포돛배입니다. 이 배는 과거 영산강 수로를 이용해서 홍어, 소금, 미역, 곡물 등 온갖 생필품을 실어 나르다가 육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자취를 감췄죠. 그렇게 모습을 감춘 지 장장 30년 만에 부활해서 여러분들이 지금 뱃놀이를 즐기고 계신 겁니다.” 선장의 구수한 전라도 억양의 설명이 이어진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영산강 물결은 언제나 고요합니다. 이 물길을 따라 풍류를 즐겼던 석관정과 금강정이 병풍처럼 옆선을 수놓고 있고, 하늘에는 왜가리가 순풍에 날개를 휘휘 저으며 날아갑니다.” 선장의 말투가 마치 무성영화 시절 변사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 무렵 함께 탄 할머니께서 이미자의 ‘황포돛배’를 흥얼거린다. 마지막 석양빛을 / 깃 폭에 걸고 / 흘러가는 저 배는 / 어데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 불지를 마라 / 파도소리 구슬프면 / 이 마음도 구슬퍼 아아 아아아 / 어데로 가는 배냐 / 어데로 가는 배냐 / 황포돛배야 세 번째 미션 나주읍성 구석구석 발도장 찍기 나주읍성은 나주시청과 나주역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교통이 편리해서 나주를 찾는 사람들은 꼭 이곳을 방문한다. 금성관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둘러처진 나주읍성은 그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아쉽다. 그럼에도 역사적 흔적을 품고 있는 것들이 곳곳에 터를 잡고 있어 나주 여행의 메카임을 자부한다. 1 목사의 살림집 나주목사내아에서는 한옥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2 아이들 체험거리가 즐비한 영상테마파크. 첫 번째 방문지는 나주목의 객사인 금성관이다. 객사란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지방 궁실로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 혹은 궐패를 모셔두고 매월 초하루와 보름에 고을의 관리와 선비들이 모여 망궐례를 올리던 곳이다. 또 중앙관리들이 유숙하기도 했다. 조선 성종 때 건립된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내부를 개조해서 나주군청으로 사용했다. 여름날 선선한 바람이 그리울 때 나주 시민들은 금성관 마루에서 더위를 식힌다고 한다. 삼면이 뚫린 마루에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꿈나라로 여행을 떠날 것 같다. 영상테마파크는 흔히 보는 영화 세트장과는 수준이 다르다. 나주목문화관에서 나주목사 행렬 모형은 꼭 챙겨보자. 마한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반남고분군. 나주목사내아는 정갈한 한옥의 기풍이 가득하다. 실내에 들어서면 석빙고에 들어선 것처럼 온몸에 오싹한 한기가 든다. 천장이 높고 사면을 한지로 마감해서 열 순환이 좋아 시원하기 때문이다. 어른 키보다 최소한 다섯 배는 높아 보이는 천장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마감이 화려하다. 파란색, 녹색 그리고 붉은색이 어우러져 보는 이의 눈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나주읍성과 나주목의 전체 모습이 보고 싶다면 나주목문화관을 찾으면 된다. 이곳은 나주가 983년 나주목이 된 후부터 1895년까지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관이다. 전시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나주목사 행차와 나주읍성과 관아 모형이다. 나주목사내아(www.najumoksanaea.com 061-332-6565, 061-330-8714)는 나주 지방 관리인 목사가 살던 살림집이다. 일제강점기 때 나주읍성과 함께 많이 훼손된 목사내아를 전면 해체, 복원해 현재는 숙박이 가능한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숙박 요금은 5만원부터 15만원까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한옥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흉해진답니다. 사람의 온기가 입혀져야 집으로써 제 구실을 할 수 있어요.” 인근 주민의 말이다. 관람료도 없고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그냥 드나들 수 있어 좋다며 목사내아 자랑이 대단하다. 목사내아를 나와 토담벽 골목길로 접어들면 나주향교에 다다른다. 나주향교는 규모면에서 성균관 다음으로 컸다고 하니 타 향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향교의 중심 건물인 대성전은 건물의 크기나 모양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것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고 있다. 네 번째 미션 잃어버린 왕국 마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남고분군 찾기 이곳에 가면 신라의 천년고도 경주에 온 듯하다. 40여 기가 넘는 고분 때문이다. 나주평야는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자료에 의하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로 봐서 삼국시대 이전 마한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고분의 생김새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양식으로 봉긋한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정상부가 평평한 모양이다. 안타까운 것은 고분 발굴로 출토된 대부분의 유물들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유출됐다는 점이다. 주인과 시대를 알 수 없는 고분만 남아 있는 모습이 역사유적지라는 느낌보다 공원처럼 와 닿는 이유는 뭘까? 파릇한 잔디와 잘 정돈된 산책로가 잃어버린 왕국의 시간표를 확인할 수 없게 해 아쉬움을 더한다. 다섯 번째 미션 천연염색문화관에서 쪽빛 티셔츠 만들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이라면 무엇보다 체험거리를 찾게 된다. 체험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회색, 노랑, 분홍, 황토색 등 취향에 따라 천연 염료를 선택하고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손수건 염색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티셔츠 염색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비용은 5천원부터 9천원까지이다. 그 외에 비누 만들기와 누에고치 목걸이 만들기 등 흔히 접할 수 없는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체험은 주말 오후 2시, 3시 30분, 4시 30분에 진행된다. 희망자가 적을 경우 진행하지 않으니 사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61-335-0160 여섯 번째 미션 도래전통한옥마을과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산책하기 도래전통한옥마을은 풍산 홍씨 집성촌이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홍기창, 홍기웅, 홍기헌 가옥을 비롯해 19세기에 지어진 한옥 수십 채가 터를 잡고 있다. 한옥의 멋스러움과 토담길을 거닐어보는 여유까지 챙길 수 있는 운치 있는 곳이다. 마을에서 챙겨봐야 할 곳은 영호정과 양벽정, 계은정 등이다. 특히 양벽정의 이층 구조로 된 솟을대문과 식산 중턱에 자리한 계은정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은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한옥마을 산책을 마쳤다면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전라남도 산림연구원을 꼭 찾아보자. 이곳은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코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직선으로 곧게 늘어선 나무들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보여주는 도래한옥마을. 일곱 번째 미션 나주 3미(味) 즐기기 1味 곰탕의 특별한 맛, 나주곰탕 나주읍성 안 공영주차장 주변으로 나주의 대표 음식인 나주곰탕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흔히 곰탕 하면 우윳빛의 뽀얀 국물을 떠올리지만 이곳의 곰탕은 색깔부터 다르다. 읍성을 여행하다가 꼭 한번 들러 맛을 보고 가야 서운하지 않을 정도로 맛이 특별하다. 개운한 맛이 특징이며 기호에 따라 김치 국물을 넣어 먹어도 좋다. 노안곰탕(061-333-2053)과 남평할매집곰탕(061-334-4682) 등이 유명하다. 숲이 우거진 전라남도 산림수목원은 산책하기에 좋다. 2味 코가 뻥 뚫리는 그 맛! 귀한 음식 홍어 전라도에서 귀한 날, 귀한 손님에게 꼭 대접한다는 홍어. ‘서울에서 먹는 홍어는 홍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나주 사람들은 홍어가 먹고 싶을 때 어김없이 영산동 선창가 부근 영산포 홍어거리를 찾는다. 이 일대에 홍어 전문점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홍어가 뿜어내는 묘한 냄새가 거리에 진동하기 때문에 찾기 쉽다. 맛집으로 영산홍가(061-336-1265), 영산포대박홍어(061-335-5544)를 손에 꼽는다. 3味 미꾸라지를 먹고 자란 힘 좋은 구진포 장어 개운한 맛이 특징인 나주곰탕. 바닷장어보다 민물장어가 몇 배는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특히 나주 구진포에서 잡히는 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무엇보다 민물에서 미꾸라지를 먹고 자라기 때문에 스태미나에 탁월하다고 정평이 났다. 장어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으며 신흥장어(061-335-9109), 구진포강촌장어(061-332-6388)가 잘 알려진 맛집이다. 여행 정보 ▲ 나주 찾아가기 승용차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광주톨게이트-제2순환도로-유덕IC-나주 방면 진출 고속버스 서울센트럴터미널-나주(영산포행) 첫차 오전 7시 10분, 막차 오후 6시 35분, 1일 6회 운행 KTX 용산-나주, 1일 4회 운행, 열차 용산-나주 1일 8회 운행 ▲ 영상테마파크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요금 성인 4천원/어린이 2천원 황포돛배 체험 소요 시간 30분(5km), 운항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요금 성인 5천원/어린이 3천원 숙박 체험 무휼실 - 방 2개, 주방 시설 보유, 야외 바비큐 그릴 대여, 투숙 인원 7명, 요금 10만원 문의 www.najuthemepark.com, 061-335-7008 ▲ 나주목문화관 나주시 금계동 11-3, 061-332-5432 ▲ 천연염색문화관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163, www.naturaldyeing.or.kr 061-335-0091 ▲ 도래한옥마을 도래마을옛집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199, www.ntdorae.com 061-336-3675 ▲ 전라남도산림수목원 나주시 산포면 산제리 산23, http://jnforest.jeonnam.go.kr 061-336-6300 ▲ 기타 문의 나주시 문화관광과 061-332-5432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 후보에 올랐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 업체의 로드플래너와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
2012.06.19 1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