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바그너 ‘탄호이저’, 45년 만에 국립오페라단 전막 공연... 쾌락주의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 등을 담았다.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무한선율’이라는 바그너의 특징이 잘 담긴 작품이다. 바그너의 작품 중에선 비교적 단순해, 입문자에게도 적합한 작품으로...
백승찬 선임기자 2024.09.25 10:15
문화
바그너 ‘탄호이저’, 45년 만에 국립오페라단 전막 공연... 쾌락주의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 등을 담았다.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무한선율’이라는 바그너의 특징이 잘 담긴 작품이다. 바그너의 작품 중에선 비교적 단순해, 입문자에게도 적합한 작품으로...
백승찬 선임기자 2024.09.25 10:15
국제
“러, 바그너그룹 통해 헤즈볼라와 이란에 무기 제공 준비 중”...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하며 “우리 정보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부의 지시에 따라 헤즈볼라와 이란에 방공 역량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선명수 기자 2023.11.22 21:41
국제
美 “러, 바그너 그룹 통해 헤즈볼라·이란에 무기 제공 준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1일(현지시간) 브리핑을 열어 “우리 정보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정부의 지시에 따라 헤즈볼라와 이란에 방공 역량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트럼프 ‘가자구상’ 파문
선명수 기자 2023.11.22 11:50
국제
바그너 그룹 인수 나선 러 용병기업들···크렘린에 ‘충성 경쟁’... 올린 바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바그너 사령관들은 이미 지난 6월 무장 반란에 실패한 뒤 바그너 그룹에서 나와 레두트에 합류했다. 전직 바그너 간부가 레두트의 신규 채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바그너그룹 #바그너 #프리고진 #러시아 #푸틴 #우크라이나전쟁 #콘보이 #레두트
북, 러시아 파병
선명수 기자 2023.09.06 16:04
축구
한국 축구 감독 후보군들의 바톤 터치…호주, 아널드 대신 바그너 선임 전망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을 뻔 했던 인물들이 호주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바톤 터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21일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이 호주의 새 감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호주는 최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을 경질한 바 있다. 아널드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호주를 16강으로 이끈 활약상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에서 예상치 못한 부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호주는 안방에서 열린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 0-1로 패하더니 인도네시아 원정에서도 0-0으로 비기면서 C조 5위로 밀려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널드 감독과 바그너 감독 모두 한국 축구의 유력한 감독 후보였다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 이임생 기술이사를 유럽으로 파견해 바그너 감독과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감독과 면접을 진행했다. 아널드 감독 역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유력한 후보로 검토했으나 최종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편 호주축구협회는 “다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월드컵 예선 일정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후임 감독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는 10월 10일 중국과 안방 3차전을 치른 뒤 15일 일본을 상대로 원정 4차전에 나선다.
황민국 기자 2024.09.21 15:47
축구
‘수비지향’ 바그너·‘옛날축구’ 포옛…진정 최선입니까둘로 압축된 대표팀 사령탑 후보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왼쪽)과 잉글랜드 2부리그 노리치시티의 전 감독 다비트 바그너.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쉬·르나르보다 명성 떨어지지만 협회 지원 고려한 현실적 선택지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 새롭게 외친 기술철학과는 거리감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후보가 진통 끝에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과 잉글랜드 2부리그 노리치시티의 전 감독 다비트 바그너로 압축됐다. 현실적으로 유럽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를 데려오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이 대표팀 기술철학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해졌다. 포옛은 그리스를 이끌고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현재 무직이다. 앞서 2011년 잉글랜드 3부 팀이던 브라이턴을 2부까지 승격시키고, 2014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를 이끌고 리그컵 준우승 등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에는 그리스, 중국 등 변방 리그만 돌았다. 바그너도 2017년 당시 잉글랜드 2부 팀이었던 허더즈필드를 구단 역사상 최초로 EPL로 승격시키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샬케(독일)와 영보이즈(스위스)에서는 경질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포옛과 바그너는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체제 위원회에서 추려놓은 후보다. 정 위원장 사퇴 이후 감독 추천 임무를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두 후보가 대표팀의 기술철학과 가장 부합하는 지도자라고 보고 현지 면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강력한 몸싸움에 볼 점유율을 높이며 사전에 계획한 대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축구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바그너와 포옛 모두 완벽하게 부합하는 축구를 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그너는 강한 전방 압박을 중시한다. 1선 공격수들부터 압박을 펼치며 상대 진영에서 빠른 역습으로 리버풀(잉글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전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수 시절 클롭과 한 팀에서 뛰었고, 클롭이 도르트문트(독일) 감독을 맡았을 당시 2군 팀을 함께 지도하며 기술철학을 공유했다. 다만 클롭이 강도 높은 전방압박에 선수들의 체력이 일찍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박 강도를 낮추거나 수비 진용을 다소 내리는 등 유연성을 발휘했지만, 바그너는 이를 고수하면서 샬케 사령탑 때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도하는 축구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전 소속팀인 노리치의 볼 점유율은 잉글랜드 2부에서도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상대에게 점유율을 다소 내주면서 기다렸다가 특정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역습으로 득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역습할 때에는 최대 6~7명까지 공격에 가담해 공수 밸런스가 깨지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압박도 역습하다가 공을 뺏겼을 때부터 시작되는 식이다. 포옛 감독도 그간 맡은 팀들에서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보여주진 못했다. 먼저 수비 진용을 갖춰놓고 시작하는 것을 중시하고, 역습 시 롱볼을 통한 직선적인 공격 전개를 선호한다. 이후 세컨드 볼을 따내 공격을 이어나가는 유형의 전술을 펼친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뛰며 후방에서부터 세밀한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에 익숙해진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옛날 축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박효재 기자 2024.07.04 06:07
축구
돌고 돌아 남은 사령탑 후보 포옛·바그너…대표팀 기술철학과 얼마나 어울릴까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EPA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후보가 진통 끝에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 거스 포옛과 잉글랜드 2부리그 노리치시티의 전 감독 다비트 바그너로 압축됐다. 앞서 1순위 후보로 언급됐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제시 마시 현 캐나다 감독,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 대표팀 감독에 비하면 인지도나 성과 모두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럽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를 데려오기 힘든 상황에서 이들이 대표팀 기술철학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해졌다. 포옛은 그리스를 이끌고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현재 무직이다. 앞서 2011년 잉글랜드 3부 팀이던 브라이턴을 2부까지 승격시키고, 2014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를 이끌고 리그컵 준우승 등 성과를 거뒀지만 이후에는 그리스, 중국 등 변방 리그만 돌았다. 바그너도 2017년 당시 잉글랜드 2부 팀이었던 허더즈필드를 구단 역사상 최초로 EPL로 승격시키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샬케(독일)와 영보이즈(스위스)에서는 경질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국 축구의 현실적인 위상과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수준을 고려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협회가 제시한 연봉 상한선은 세전 250만달러(약 32억원)로 알려졌는데, 그 정도 액수로는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는 감독을 데려오기는 어렵다. 마시 감독이 직전 소속팀 EPL 리즈에서 받았던 연봉이 350만파운드(약 57억원)다. 현재 대표팀이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국 축구 황금세대로 꾸려졌다지만, 이것만으로 동기부여를 하기는 어려운 격차다. 오히려 유럽에서 커리어가 한풀 꺾여 재기를 노리는 지도자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파울루 벤투, 거스 히딩크 감독도 한국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는 경력이 내림세였고 1~2년간 무직이었다. 포옛과 바그너는 앞서 사의를 표명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체제 위원회에서 추려놓은 후보다. 정 위원장 사퇴 이후 감독 추천 임무를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두 후보가 대표팀의 기술철학과 가장 부합하는 지도자라고 보고 현지 면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비트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강력한 몸싸움에 볼 점유율을 높이며 사전에 계획한 대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축구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바그너와 포옛 모두 완벽하게 부합하는 축구를 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바그너는 강한 전방 압박을 중시한다. 1선 공격수들부터 압박을 펼치며 상대 진영에서 빠른 역습으로 리버풀(잉글랜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전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선수 시절 클롭과 한 팀에서 뛰었고, 클롭이 도르트문트(독일) 감독을 맡았을 당시 2군 팀을 함께 지도하며 기술철학을 공유했다. 다만 클롭이 강도 높은 전방압박에 선수들의 체력이 일찍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압박 강도를 낮추거나 수비 진용을 다소 내리는 등 유연성을 발휘했지만, 바그너는 이를 고수하면서 샬케 사령탑 때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도하는 축구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직전 소속팀인 노리치의 볼 점유율은 잉글랜드 2부에서도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상대에게 점유율을 다소 내주면서 기다렸다가 특정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통해 역습으로 득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역습할 때에는 최대 6~7명까지 공격에 가담해 공수 밸런스가 깨지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압박도 역습하다가 공을 뺏겼을 때부터 시작되는 식이다. 포옛 감독도 그간 맡은 팀들에서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보여주진 못했다. 먼저 수비 진용을 갖춰놓고 시작하는 것을 중시하고, 역습 시 롱볼을 통한 직선적인 공격 전개를 선호한다. 이후 세컨드 볼을 따내 공격을 이어나가는 유형의 전술을 펼친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에서 뛰며 후방에서부터 세밀한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에 익숙해진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옛날 축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박효재 기자 2024.07.03 16:26
축구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포옛·바그너 만나러 출국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이 기술철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한국 축구의 차기 사령탑 후보군에 오른 외국인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출국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2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임생 이사가 만나는 외국인 지도자가 거스 포옛 전 그리스 축구대표팀 감독(57)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시티 감독(53)이 맞는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최근 4명으로 새로운 감독 후보군을 압축한 상태다. 국내 지도자들은 본인들의 고사 아래 후보군에서 빠진 터라 포옛 감독과 바그너 감독 그리고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축구대표팀 감독(60)이 최종 후보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루과이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인 포옛 감독은 지도자로는 브라이턴과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아테네(그리스), 상하이 선화(중국) 등에서 지도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특히 2013~201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에서 뛰었던 기성용(서울)을 지도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포옛 감독은 2022년부터 그리스를 이끌었으나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독일 태생인 바그너 감독은 허더즈필드타운(잉글랜드 2부)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이래 독일 샬케와 스위스 영보이스, 잉글랜드 2부 노리치시티를 이끌었다. 최근 노리치시티에서 경질된 이후 공석이다. 협회는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한 뒤 이임생 기술이사에게 새 감독 선임 작업을 맡겼다. 정 위원장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에서 우선 순위를 결정한 지도자 후보군이 협회 수뇌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력강화위원들도 이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황민국 기자 2024.07.02 15:16
정치 박성진의 국방 B컷
[박성진의 국방 B컷](15) 한·미 UFS 연합훈련에 웬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솔연 제공 2024년 을지프리덤실드(UFS·을지자유의방패) 연습이 지난 8월 19일 시작해 29일에 끝났다. UFS 연습은 매년 8월 중순에서 말에 실시하는 한·미연합군의 한반도 전구작전수행능력 배양 훈련이다. 한·미 공동의 모의 워게임으로 진행하는 군사지휘소연습(프리덤실드)과 한국정부연습(을지)을 함께 실시한다. ‘을지’란 명칭은 삼국시대 때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청천강)에서 몰살시킨 고구려 영웅 을지문덕 장군에서 따온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UFS 연습에 대해 “점증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 GPS 교란 및 사이버 공격,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위협과 최근 전쟁 양상 등 현실적인 위협을 상정해 내실 있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하이브리드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허위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연습을 각 부대 및 유관기관과 함께 실시해 절차와 방법을 숙달했다”고 덧붙였다. ■중·러의 군사개입 합참이 설명하지 않은 이번 UFS 연습의 핵심은 따로 있었다. 한반도 전장에 중국 인민해방군과 러시아 군사 용병이 출현하는 상황을 가정한 ‘폴밀 게임’(Polmil Game·정치군사 모의게임)의 실시였다. 통상 폴밀은 국가안보 문제에 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토의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폴밀의 기본 프로그램은 ‘DIME’(외교·정보·군사·경제) 변수를 주로 고려했다. 한·미연합 모의훈련에서 중국 정규군과 러시아 군사 세력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의훈련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 전쟁 개전 초기부터 한국 책임론을 들고나와 외교·경제·산업 부문에서 한국을 압박했다. 이후 한·미연합군이 북한의 기습도발 방어에 성공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북쪽을 향해 반격에 나서자 전면적인 군사개입에 나섰다. 중국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전쟁 초기부터 한국 영해를 침범했고, 나중에는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정규군을 대거 북한지역으로 내려보냈다. 한반도 전쟁 발발 시 중국은 1961년 체결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의 제2조(자동개입 조항)에 따라 북한에 군사력 지원을 할 수 있다. 과거 국방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군사력 지원 규모는 중국군 18개 사단 약 40만명과 항공기 약 800대, 함정 약 150척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이중 핵심전력인 선양(瀋陽)군구 전력 60%와 지난(濟南)군구 전력 50%, 북해함대 전력 30%가량이 북한에 주로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폴밀에서도 중국군 선양군구 핵심부대인 제39집단군의 주요 전력이 북한에 투입되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밀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민간군사기업(PMC)으로 유명한 바그너 그룹의 군사 용병을 대거 투입했다. 바그너 그룹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러시아군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인 드미트리 웃킨이 공동 설립한 군사기업이다. 주로 러시아 특수부대 출신들로 이뤄진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이익이 걸린 전장에 용병으로 투입되고 있다. 이번 훈련에서 바그너 그룹 투입을 가정한 것은 북한이 지난 6월 19일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국의 법에 의해 개입여부를 결정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러시아가 중국처럼 군사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조약이다. 모의훈련은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한·미연합군이 청천강 지역에서 북·중·러연합군과 마주친 후 평양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다 종료됐다. 사실상 제3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폴밀이 끝난 것이다. 이번 폴밀을 자세히 뜯어보면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상황을 종료했다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과거 연합훈련에서도 청천강 이북까지 진격하려는 의사는 없었다. ■충돌 꺼리는 미국 한반도 유사시 군사적 측면에서 당사국인 남북은 물론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 모두가 다른 속내를 드러낼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제각각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번 폴밀에서만 봐도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해 북진을 포기하고 중국,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함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빠져들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싸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북 전면전 상황을 가정한 이번 모의훈련은 원전반대그룹이 2015년 정부기관을 해킹해 공개했던 문서 내용을 연상시킨다. 이 문서는 2010년 안팎 시기의 한·미연합훈련과 관련된 사항을 기록한 자료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제안받은 ‘북한지역 4개국 분할 통제안’에 대한 논의를 합참에 요청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북한 붕괴 시 한국은 평양 외곽인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미국은 강원도, 중국은 함경남도와 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를, 러시아는 함경북도를 각각 통제하자는 것이다. 평양은 한·미·중·러 4개국의 공동 담당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중국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차지하면서 함경남도를 통해 만주를 동해로 연결하고, 러시아에도 동해에 진출할 수 있는 지역을 떼준다는 의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인 미·중·러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사안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별도의 국가라는 점을 들어 한국 헌법 제3조에 의한 행정력의 북한지역 확대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아는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군은 북한의 핵시설과 생물무기 시설 제거를 위해 중국과 협의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았다. 이후 미·중이 패권을 놓고 다투면서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군은 한·미연합훈련에서 한국 측이 원하는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는 북한 급변사태를 포함한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자국의 남방한계선처럼 여기는 남포~원산선을 굳이 넘지 않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가 작용한 탓이다. 9·11 군사합의 중단 등으로 브레이크 장치가 풀린 한국군과 북한군 사이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 일어날 경우 국지전은 물론 전면전으로까지 확전될 위험성이 커졌다. 이는 자칫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에 따라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은 설사 핵 사용을 배제하더라도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할 것임을 이번 USF 한·미연합훈련은 보여줬다.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2024.09.13 16:00
문화/과학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
[정윤수의 길 위에서 듣는 음악]바그너보다는 브람스적인 ‘허연의 시’허연 시인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발이 편한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바그너라면 신발을 찢어버리거나 반품시켰을 것이다. 브람스는 억지로 불편한 구두에 발을 우겨넣고 걸어다녔다. 소설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시인에게는 시인만의 눈빛이 있다. 소설가들은 그들의 눈빛을 가릴 줄 알고 숨길 줄 알고 다른 마음인 듯, 무심한 듯, 관심 없다는 듯 연기할 줄 안다. 그래서 이야기를 낚아채기 위한 그들의 눈매를 금세 알아보지 못하는 수가 있다. 반면, 시인의 눈빛은 숨겨지지 않는다. 가려지지 않는다. 연기하는 눈빛이라면 시인이 아니다. 연기하거나 숨기지 않는 시인의 눈빛 몇 해 전 어느 문학평론가의 상가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저명한 문학평론가의 슬픈 일에 문상을 온 사람이므로 굳이 묻지 않아도 그가 문학을 업으로 삼는 자임에 틀림없었겠지만, 슬프고 어색한 장소에서 낯선 자를 처음 마주 보았는데 한순간에 나는 그가 시인이라고 직감했다. 날카로운, 슬픈, 메마른, 서늘한 시를 쓰는 자임에 틀림없다, 생각했는데 과연 그러하였다. 누군가 소개를 시켜줘서 인사를 나누고 보니 뜨거운 시집 의 허연 시인이었다. 오랜만에 그 시의 일부를 읽어본다.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둑들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빌헬름 푸르트뱅글러가 지휘한 브람스의 1번 교향곡 음반(왼쪽)과 브람스의 클라리넷 오중주 음반. 시인의 이 시집과 더불어 라는 시집도 멀리 두지 않고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곳에 두고 마음이 무슨 까닭인지 서걱거릴 때마다 펼쳐보곤 하는데, 21세기의 기린아들이 파격의 언어로 질주할 때 허연 시인은 더러 그렇게 격을 파하는 구도가 없지는 않으나 대체로는 도회지의 오랜 서정시들이 세파와 유행의 격정에도 불구하고 견실하게 지켜온 틀을 견지한다. 물론 손택수나 문태준의 서정시와는 조금 결이 다른데, 그들의 시가 도회지 바깥에서 회한의 힘을 찾고 있다면 허연은 도회지 안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 공사장에서, 빌딩 사이에서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을 찾아내려 한다. 무더위! 한밤중에도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혹서의 계절이니 비록 휴가철이나 도심지가 조금은 비었다고는 하나 바로 그 때문에 작열하는 태양을 피하기도 어려운 이즈막에 도심을 배회하는 허연의 견고한 서정시는, 비록 몸은 아닐지라도, 마음 깊은 곳만은 서늘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를테면 에 수록된 시 ‘철로변 비가(悲歌)’의 한 구절. 내 여자는 내게 나쁜 놈이라는 말을 던지곤 막차를 타 버렸다.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렸던 화산재. 지독하게 뜨거운 반문명의 노래를 잊기로 했다. 여름날의 모든 꿈들 그 지겨운 것들.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브람스 음악 말하자면 허연의 시는 바그너적이지 않고 브람스적이다. 브람스의 어린 시절은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독학자였음에도 책 속에 파묻혀 지낸 시간이었다. 스스로 회고하기를 “책을 사는 데 아낌없이 대부분의 돈을 썼으며, 책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었으며, 아무런 지침도 없이 닥치는 대로 아주 저급한 책에서부터 최고의 양서까지 섭렵”했다. 브람스는 19세기 중엽 북유럽에 유행병처럼 번진 ‘교양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헤르만 헤세의 이나 에 잘 나타나 있듯이 정치적 시민(프랑스)이나 경제적 시민(영국)이 되지 못한 독일계 시민들은 신학, 철학, 음악 등에 대한 집요하고도 과잉된 지적 욕망을 통해 문화적 시민이 되고자 했다. 브람스는 평생 클라라에 대한 정념을 앓았고, 그 나머지 감정들을 오직 독서와 사색과 음악에 집중했다. 그것이 도달한 생의 소실점은 짙은 허무주의! 그가 만년에 쓴 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하는 구약성서의 가장 비참한 허무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독일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 당시는 바그너가 대세였다. 브람스는 한 세대 위의 음악가인 베토벤의 정신이 위기로 치닫는 유럽을 치유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여겼고, 그래서 베토벤의 악보를 되새기고 그 유산에 걸맞은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해 무려 1번 교향곡을 20년 동안이나 어루만졌지만 모든 예술적 질서를 파괴하고 모든 음악적 형식을 파괴함으로써 수 세기에 걸친 유럽의 구질서까지 뒤흔들어 버리고자 했던 바그너가 한 시대를 풍미하던 때였다. 신독일악파, 즉 리스트를 시작으로 바그너, 브룩크너, 볼프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혁신파들이 오래된 형식을 낡은 형식으로 몰아세웠다. 그러면 그럴수록 브람스는 리스트의 현란한 기교나 바그너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문명 혁신의 사상보다는 베토벤의 악보에 담겨 있는 세계시민주의라는 전통사상에 몰입하였다. 그 결과가 20대 초반에 구상하여 40대 초반에 발표한 1번 교향곡인데, 전통주의자인 에두아르드 한슬릭 같은 비평가가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극찬까지 하였으나 이미 베토벤의 생애로부터 한 세대 이상의 격차를 지닌 혁신파들은 한슬릭이 극찬한 바로 그 내용이야말로 브람스가 베토벤을 단순히 반복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음악사적인 측면에서 바그너가 끼친 영향은 브람스를 압도한다. 바그너는 단지 악극이라는 형식의 창조만이 아니라 그 장대한 악극을 통하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같은 남유럽 중심의 구질서를 타파하고 강렬한 비극적 정념(니체)으로 기존의 기독교 문명의 관념을 찢어버리고자 했다. 바그너는 독일 영웅 무훈담과 북구 전설의 신비주의를 총체적으로 결합시켜 19세기 중엽 이후 독일 전역에 팽배한 민족주의를 새로운 기운으로 더욱 고양시켰다. 이렇게 신유럽 질서를 꿈꿨던 바그너의 음악 실험이 히틀러라는 20세기의 악령으로 이어졌다는 엄연한 사실은 혼란한 시대에 예술가의 형식 실험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거듭 생각하게 한다. 그런 판단 여부를 떠나서, 누가 더 감동적인가, 하고 즉자적으로 묻는다면 아무래도 브람스를 먼저 꼽을 수밖에 없다. 바그너의 작품도 물론 음악 미학적 감동만이 아니라 음 그 자체가 빚어내는 힘들이 있다. 의 길고도 깊은 아리아들, 의 연인 젠타가 부르는 아리아, 서곡의 넘실대는 현들. 그러나 브람스의 만년작 가 들려주는 한 인간의 깊고 짙은 허무주의의 비참함에 견줄 수는 없다. 전통의 형식 안에 스며들어 있는 흔들리는 인간의 바스라지는 슬픔, 그것이 브람스의 여러 곡들에 묻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음악학자 어니스트 뉴먼이 “브람스는 진정 한 사람의 철학자이며, 그의 가장 훌륭한 철학은 그의 영혼의 근본을 이루는 구슬픈 감정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브람스는 1897년 4월 3일 세상을 떴다. 4월 6일에 장례식이 거행되었는데, 북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이 음악가의 죽음을 추도하기 위해 멀리 파리나 런던에서도 조문객이 찾아왔다. 작곡가 드보르작과 그리그가 장례식의 횃불을 들었다. 장례식이 엄수되는 동안 함부르크 항구에 정박했던 모든 배들은 쓸쓸히 반기를 게양했다. 허연 시인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발이 편한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바그너라면 신발을 찢어버리거나 반품시켰을 것이다. 브람스는 억지로 불편한 구두에 발을 우겨넣고 걸어다녔다. 브람스의 음악은 바로 그런 자들을 위한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음악이다.
2016.08.16 16:10
문화/과학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바그너의 도시에서 신화를 쓰는 한국인ㆍ사무엘 윤과 연광철을 만나다 독일에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바이로이트 바그너 무대. 사무엘 윤과 연광철이 주역을 맡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바그너 애호가들의 관심이 가장 뜨겁다. 바그너 오페라의 거장으로 우뚝 선 두 남자. 바이로이트에선 그들의 이름 앞에 ‘한국’이라는 이름 대신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바그너 오페라의 도시, 독일 바이로이트에 또 여름이 찾아왔다. 바이로이트 기차역에 내려서 축제극장까지는 걸어서 15분. 3년째 여름마다 찾아오는 곳이지만 올해는 특별히 설레는 이유가 있다. 독일에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바이로이트 바그너 무대에 한국인 성악가 바리톤 사무엘 윤(윤태현·43)과 베이스 연광철(49) 전승현(41)을 비롯한 합창단원 13명이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사무엘 윤과 연광철이 주역으로 무대에 함께 오르기에 바그너 애호가들의 관심이 가장 뜨겁다. 바그너 오페라의 두 거장이 마침 한국인이라는 건 한국인에겐 아주 특별한 일이지만, 바이로이트에선 그들의 이름 앞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사람은 없다. 대신 ‘최고’라는 수식어만 붙을 뿐이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턱시도를 입은 멋진 남성들이 ‘표를 구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축제극장을 서성이는 건 흔한 풍경이다. 이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모두 바그너(1813~1883)가 직접 작사·작곡하고 무대장치와 연출·조명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바그너의 의도대로 설계된 극장에서 관람하는 그의 작품은 감동의 진폭이 확연히 다르다. 극장 내부에 바그너의 혼령이 살아 있는 느낌이랄까. 26일, 첫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치는 내내 나는 참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한국인을 넘어 서서 ‘최고’라는 이름을 얻기에 합당한 거장들이었다. 타이틀 롤인 ‘네덜란드인’ 역을 맡은 사무엘 윤도, 주역 ‘달란트’를 맡은 연광철도 2시간 30분 동안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산했다. 바그너의 혼령이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는 여러 번 바그너에게 말했다. “우리도 당신만큼 만족했어요!” 바그너 오페라의 본고장 바이로이트에서 최고의 바리톤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사무엘 윤. ‘한국인’을 넘어 ‘최고’가 된 남자를 만나다 며칠 뒤, 축제극장에서 사무엘 윤을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과 ‘로엔그린’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관람한 후였다. 사무엘 윤과 축제극장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수많은 독일인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2012년에 그는 ‘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독일 전역에 이름을 떨치지 않았던가. 주연 배우가 무대에 서지 못할 경우 대신 출연하는 ‘커버’ 배우 사무엘 윤을, 최종 리허설 6시간을 앞두고 주연 배우로 발탁하는 파격을 바그너가(家)의 후예들이 감행한 것이다. 바그너 페스티벌은 늘 파격적이지만, 불안한 모험은 하지 않는다. 바그너가 사람들은 늘 파격적인 캐스팅을 하면서도 모험에 실패하지 않고 언제나 성공하기로 유명하다. 고정관념을 깨는 바그너의 피가 지금 극장을 운영하는 증손녀들에게도 흐르는 것 같다. 주역으로 확정됐던 예브게니 니키틴이 몸에 새긴 나치 문양 문신이 언론에 공개되어 문제가 되자, 최종 리허설 직전에 주역을 사무엘 윤으로 교체했던 파격적인 사건! ‘커버’ 배우지만, 언제든 무대에 올라 노래할 준비가 철저히 되어 있었던 놀라운, 아니 지독한 소리꾼 사무엘 윤. 나는 언론이 그를 ‘행운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것에 늘 못마땅하다. ‘준비된 영웅’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리라. 3년째 그의 공연을 즐기고 있으니,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엄격하기로 소문난 바이로이트 무대에서 주역의 커버가 프리미어는 물론 전 공연을 완주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최종 리허설 때에도 커버 배우의 관람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건, 웬만해서는 커버 배우로 대체하는 일이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사무엘은 최종 리허설 6시간 전에 무대에 올라 연기와 노래를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오페라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바그너의 증손녀들인 에바 바그너-파스키에와 카타리나 바그너가 총감독을 맡은 후 놀라운 캐스팅 사례는 더 많아졌다. 그래서 사무엘 윤의 ‘6시간 전 캐스팅’ 사건은 2012년 여름, 바이로이트를 더욱 뜨겁게 달궜고 바이로이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느낀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되었다. 그 역사적인 무대를 당일에 보지 못한 나는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한국인 황정원씨를 만나서 얘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다. 런던에 거주하면서 오페라의 언어 소통에 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는 황정원씨는 매년 바그너 축제무대에 오르는 전 공연을 다 관람할 정도로 바그너 오페라 전문가이다. 사무엘 윤에게 기적이 일어났던 당일, 그와 점심 약속을 했다가 ‘급한 일이 생겨서 약속을 못 지킨다’는 사과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공연을 보러갔다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는 그녀. “제가 그 무대를 본 유일한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때가 많아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었어요. 커버 배우가 대신 무대에 서는 건 오페라 무대에선 종종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런데 전혀 당황하지 않고 늘 연습해왔던 사람처럼 배우들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정연기를 하며 호흡을 잘 맞추어 냈어요. 단 한 번도 배우들과 연습해보지 못하고 무대에 바로 투입되었다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완벽하게 역을 소화해 냈어요. 바그너를 연구하는 교수님들도 말씀하세요. 사무엘은 외국인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겠다고, 완벽하게 역할을 잘 소화해 낸다구요. 최고의 배우를 뽑았는데 그가 우연히 외국인이었을 뿐인 것입니다.” 사무엘 윤은 여전히 그날의 일을 생각하면 꿈같다고 말한다. “극장장인 카타리나 바그너가 끝나고 무대에 주저앉은 저에게 ‘잘해냈다’고 격려해줬을 때 겨우 정신이 들었어요. 벼락같이 일어난 일이었죠. 연기자를 세우고 무대 옆에서 악보 보고 부르라고 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평소에 혼자서 연습을 많이 했기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어요.” 바그너 오페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두 ‘1인자’가 펼치는 무대, 저절로 울음이 이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공연에서는 사무엘 윤과 연광철 두 사람이 20분간 무대에서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홀랜더’ 역과 ‘달란트’ 역을 가장 잘해내는 1인자로 인정받은 두 사람의 공연을 지켜보는 동안, 정원씨도 나도 울음을 참지 못한 건 우리가 한국인이어서 솟구친 감정만은 아니었다. 바그너가 만든 곡을 바그너가 직접 설계한 극장에서, 바그너 무대의 최고 가수들을 통해서 듣고 있다는 감격이 우리를 압도했으리라. 사무엘 윤 또한 연광철과 함께한 이번 무대가 자신에겐 큰 감격이고 행운이라고 거듭 말했다. “여긴 가장 까다로운 무대예요. 공연 5분 전까지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발음 체크를 해요. 발음과 뉘앙스를 요구받고 악보에 메모를 하죠. ‘바이로이트 홀랜더 악보’를 따로 만들어서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 곳은 가수의 재량에 맡기지 않아요. 바이로이트의 방식이 있죠. 지휘자가 요구하는 발음이 따로 있어요. 구속도 많고 엄격합니다. 자음은 정확하게 발음하고, 모음은 길게 발음하라고 요구하는데 독일인들도 잘 못해요. 그걸 하는 사람이 연광철 선생님입니다. 저도 쉬지 않고 연습하고 있구요.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었으나 같은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한 건 처음이어서 저도 감격했어요. 바그너 무대의 앞길을 개척해주신 분입니다.” 해마다 이 작은 도시에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그너 오페라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건, 그야말로 ‘오리지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무엘 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는 항상 상대를 높인다. 겸손 덕분에 그가 더욱 빛난다는 걸 본인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존경하는 음악인과 앞으로의 꿈에 대해 물었다. “가장 존경하는 음악가는 헤르만 프라이(Hermann Prey)입니다. 한 번도 못 만났어요. 돌아가셨죠. 그 분 앨범을 들으면 ‘정말 솔직하다!’는 감탄이 나와요. 최상의 능력을 가장하지 않고 겸손을 통해서 드러내요. 하지만, 최고의 기량을 보여줍니다.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목소리와 표현이 많이 닮아가고 있어요.” “저처럼 느리지만 꿈 있는 후배들 돕고 싶어” 나는 개인적으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연출이 좋았지만, 대중들은 ‘로엔그린’의 연출을 가장 좋아한다. 로엔그린 연출은 캐릭터 위주여서 남다르다. 합창단은 모두 쥐의 모습을 하고 노래한다. 사람과 동물의 대비, 악인과 선인의 모습을 색채대비를 통해서 보여주는 무대가 시각적으로도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85세의 노장 연출가가 어떻게 이런 세련된 무대를 창조해 냈을까, 감탄할 만하다. 그에 비해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은 아주 젊고 글로벌한 연출자가 맡았기에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사무엘 윤의 생각은 어떤지 배우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이때까지의 연출과 정말 다른 연출이에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상처받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그렸죠. 강하고 암울하고 어두운 모습보다 약하고 내적인 상처가 가득한, 물질에 의존해서 모든 걸 회복하려 하는 불쌍한 캐릭터죠. 여기서는 나약한 홀랜더의 모습을 연기하라고 요구해요. 로엔그린에서 맡은 역은 왕의 대변인 역할이기에 심오한 고민이 필요 없어요. 간결하게 왕의 의사를 전달하면 되니까요. 엄청난 색깔과 개성을 낼 필요 없지만 홀랜더는 내면 연기가 어려워요. 연출자, 지휘자, 오페라 가수가 서로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어야죠.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 날 연기해야 하는 배우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요.” 고3때 육군사관학교 준비를 하다가 학력고사를 3개월 남겨두고 음대 입시를 준비한 사람, 서울대학교 성악과 입학 후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름 없이 학교를 다녔던, 특출 나지 않았던 사람. 4학년이 되어서야 노래의 매력에 빠져서 밤낮 없이 노래만 불렀다는 이 사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저는 아주 늦게, 조금씩 발전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느리고, 아직은 미흡하지만 노력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저는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꿈을 가졌어요. 실천이 없으면 꿈은 죽잖아요? 그래서 내가 첫 목표를 이루었을 때 내 꿈의 방향을 남을 향한 화살표로 돌렸죠. ‘나를 향한 화살표’에서 ‘남을 향한 화살표’로 방향을 돌렸을 때, 저에겐 놀라운 일들,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조건 없는 레슨을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9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80명을 레슨하는 날도 있어요. 다음 날 공연이 있다는 것도 잊고 목이 쉴 정도로요. 나는 지금 노래 잘하는 친구보다, 꿈은 있지만 헤매고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서 예전 나의 모습을 보기 때문에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도우미’가 되고 싶습니다.” 석양이 곱게 물든 저녁, 페스트슈필 하우스를 함께 걷는 동안 바그너가 그의 옆에 슬쩍 따라와서 함께 걷는 모습을 본 것도 같다. 저쪽 벤치에서 우리를 보며 미소 짓던 노인은 헤르만 프라이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해 주었다. “당신은 이미 프라이를 넘어 섰어요.”
2014.07.29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