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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경X초점] ‘천국보다’ ‘나인퍼즐’ ‘바이러스’… 손석구 팬들은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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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경X초점] ‘천국보다’ ‘나인퍼즐’ ‘바이러스’… 손석구 팬들은 좋겠네

      디즈니+ 새 시리즈 ‘나인 퍼즐’ 속 한 장면. 배우 손석구의 팬들에겐 기쁜 봄날이다. 올봄 드라마 두 편과 영화에서 연달아 그의 신작을 볼 수 있다. 손석구는 오는 19일 첫 방송 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사랑꾼 남편이자 천국의 우편배달부 ‘고낙준’ 역을 맡아 김혜자와 부부 호흡을 맞춘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독특한 설정과 40살 연상연하의 남녀가 선보이는 사랑 이야기에 많은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석구는 “사랑과 위로가 가득한 작품이다. 주변의 아끼는 분들이 생각나는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혀 기대를 더했다. 배우 김혜자, 손석구. SNS캡처 그런가 하면 김다미와 호흡을 맞추는 추리 스릴러 시리즈 ‘나인 퍼즐’는 다음 달 베일을 벗는다. 디즈니+는 새 시리즈 ‘나인 퍼즐’을 5월 21일 공개한다고 17일 밝혔다. ‘나인 퍼즐’은 10년 전 발생한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와 그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연쇄 살인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김다미는 프로파일러 이나를, 손석구는 형사 한샘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2014)와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2022)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신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영화 ‘바이러스’ 속 한 장면. 내달 7일 개봉하는 영화 ‘바이러스’에서도 그를 볼 수 있다.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손석구가 연기하는 ‘수필’은 박사 학위에 번듯한 직장, 멀끔한 외모까지 다 갖췄지만 연애와는 거리가 먼 모태솔로 연구원이다. ‘톡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결정적 인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활약을 펼칠 예졍이다.

      강주일 기자 2025.04.17 17:57

    • [스경X현장] ‘바이러스’ 사랑에 빠진 배두나,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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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경X현장] ‘바이러스’ 사랑에 빠진 배두나, 궁금해?

      배우 배두나, 사진제공|연합뉴스 배우 배두나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무장하고 설렘을 전한다. ‘톡소 바이러스’에 걸리면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더 사랑스러운, 영화 ‘바이러스’(감독 강이관)다.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서 진행된 ‘바이러스’ 제작보고회에서는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강이관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장기하, 김윤석, 배두나. 사진제공|연합뉴스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이날 배두나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공기인형’이라는 말랑말랑 영화를 찍었는데 그 이후에는 장르물을 많이 했다. 사실 저도 지쳐서 이런 따뜻한 영화가 그리웠다. 좀 밝은 영화가 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미덕은 관객들을 웃을 수 있게 하는 건데,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하트 뿅뿅한 상태에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가 맡은 ‘택선’은 연애 세포 소멸 직전인 번역가지만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사랑스러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로 180도 달라진 인물이다. 그는 “초반엔 우울한 삶을 사는 인물이지만 감염 후에는 긍정적으로 밝게 변한다. 목석같은 사람도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이런 바이러스가 실제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밝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택선’이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가 남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게 재밌고 귀여웠다”고 설명했다. 배우 배두나(왼쪽)가 1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바이러스’ 제작보고회에서 진행자 박경림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어 자신과 싱크로율에 대해 “감염 전과 후 모두 실제 나와 조금씩 닮았다. 사랑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처럼 오는 건데, 나도 사랑에 빠지면 긍정적으로 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이번 작품에서 장기하, 손석구, 김윤석과 호흡한다. 김윤석은 “왜 세계적인 감독들이 배두나를 찾는지 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참 귀한 배우”라며 호흡한 소감을 공개했다. 배두나 역시 “김윤석 선배가 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끌렸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마음에 기대감을 가지고 출연했는데 그 기대를 넘어서는 호흡이었다”고 화답했다. 첫 영화 연기에 도전하는 장기하는 이번 작품 캐스팅 제안을 수차례 고사했다고. 장기하는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많았다. 물론 시트콤은 해봤지만, 영화 출연은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고사했다. 근데 김윤석 선배가 ‘영화계 사람들이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판을 깔아줄 테니까 놀고 간다고 생각하고 오면 된다’고 말해줘서 내가 건방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잘해야 한다고 착각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할 기회가 귀할 것 같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석구가 ‘택선’과 소개팅을 하게 된 모태솔로 연구원 ‘수필’로 특별출연한다. 강이관 감독은 “최초 감염자이자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다. ‘택선’의 소개팅남인데 매일 실험을 열심히 하다가 ‘톡소 바이러스’ 때문에 ‘택선’에게 빠지게 된다. 인간관계가 서툰 면이 있는데 손석구가 특유의 엇박자 발성으로 재치 있고, 독특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대신 전했다. ‘바이러스’는 5월7일 개봉.

      이다원 기자 2025.04.16 12:16

    • ‘바이러스’ 장기하 “캐스팅 고사? 내가 건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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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장기하 “캐스팅 고사? 내가 건방졌다”

      가수 장기하, 사진제공|연합뉴스 가수 장기하가 영화 ‘바이러스’ 캐스팅을 고사한 이유를 고백했다. 장기하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서 진행된 ‘바이러스’ 제작보고회에서 여러 차례 캐스팅 제안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 “대본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분량이 굉장히 많더라. 시트콤은 한 번 해봤는데 영화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정도의 비중을 하는 게 되는 일인가 싶었다.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라고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연우 역에 대해 “택선(배두나)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자동차 딜러로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이다. 동창한테 차를 사라고 영업 문자를 보내는 게 일상이다. 갑자기 택선이가 영업 장에서 나타나면서 얽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캐릭터 중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데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당황한 모습이 재밌게 그려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연우와 장기하가 닮은 것 같다”고 하자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나와 거리가 먼 캐릭터를 시킬 순 없었을 거다.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어서 맡긴 것 같고, 실제로 비슷한 게 많은 것 같다. 나도 저렇게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어이 없는 일에 휘말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캐스팅 제안을 고사하다가 승낙한 이유를 묻자 “김윤석 선배가 ‘영화계 사람들이 일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본인이 잘해야 되는게 아니라 우리가 판을 깔아주니까 그냥 놀고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까 내가 건방졌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영화계에서 만나기 어려운데, 배운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자 싶었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5월7일 개봉.

      이다원 기자 2025.04.16 11:58

    • ‘바이러스’ 배두나 “사랑에 빠지면 긍정적으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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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 배두나 “사랑에 빠지면 긍정적으로 변해”

      배우 배두나, 사진제공|연합뉴스 배우 배두나가 사랑에 빠지면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밝혔다. 배두나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서 진행된 ‘바이러스’ 제작보고회에서 “‘택선’과 닮았냐”는 질문에 “감염 전 택선과 많이 닮았고, 감염 후도 어느 정도 닮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란 게 바이러스처럼 감염되듯 찾아오는 건데, 나도 사랑에 빠지면 택선처럼 긍정적으로 변하고 기분 좋아진다”며 “사람들 다 그렇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택선 역에 대해 “바이러스 감염자다.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부정적인 사람도 긍정적으로 되고,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막 넘치고 언제나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로, 결과적으로 호감도가 있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증상까지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택선의 원래 성향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국문과라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잘 안돼서 번역가로 살고 있다”며 “자기 기준엔 이룬 것도 없고 우울한 사람이다. 영화 초반에는 좀 부정적인 면이 있는 여자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랑에 빠진다며 “정말 이런 바이러스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자격지심도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런 사람이 세상을 밝게 만들어 주는 거 같더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배두나)이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 오랜 동창 ‘연우’(장기하),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김윤석)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5월7일 개봉.

      이다원 기자 2025.04.16 11:44

  • 주간경향

    • “남몰래 세상 돕는 ‘김장하 바이러스’…감염자가 100명, 1000명”

      문화/과학

      “남몰래 세상 돕는 ‘김장하 바이러스’…감염자가 100명, 1000명”

      책 <줬으면 그만이지>·다큐 <어른 김장하> 참여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인터뷰 <어른 김장하>에 출연한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 네이버 영화 “책이 나오고 난 뒤, ‘우리도 김장하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책에는 반영이 안 됐다’며 뒤늦게 제보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하나하나 다시 정리하고 있는데, 그것만 해도 책 한 권이 더 나올 정도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의 말이다. 김 전 국장은 김장하 취재기 <줬으면 그만이지>(피플파워)를 쓰고, 2023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을 받은 <어른 김장하>(김현지 PD) 제작에도 참여했다. <어른 김장하>는 지난 11월 15일 영화로도 개봉해 현재 전국에서 상영 중이다.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은 경상남도 진주에서 60여 년 동안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했다. 남성당 한약방은 한때 약방을 찾는 손님들로 길거리 노천시장이 형성될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김장하 전 이사장은 한 달에 단 하루만 쉬어가며 번 돈을 지역의 돈 없는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장학금으로 내주고,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후원금으로 보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자동차도 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좁고 낡은 집에서 살며 안감이 다 헤질 때까지 옷을 입었다. 김 전 국장은 장학생 숫자가 “10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4년에는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고, 1991년에는 학교를 국가에 기부채납했다. 김 전 이사장은 퇴임 인사말에서 명신고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내가 배우지 못했던 원인이 오직 가난이었다면, 그 억울함이 다른 나의 후배들이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고, 그리고 한약업에 종사하면서 내가 돈을 번다면 그것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들에게 거둔 이윤이겠기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김장하 선생의 나눔에는 ‘진주정신’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고 짐작했다. 김 전 국장은 “김장하 선생이 쓴 ‘진주정신에 관한 소고’라는 글에서 선생은 진주농민항쟁(1862년), 형평운동(1923년),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적인 학문 정신 등을 강조하며 진주정신을 주체, 호의(好義), 평등 이 세 가지로 제시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가 심화하는 일련의 정치적 흐름 속에서 우리 진주시민들이 전통적인 진주정신을 잃어버리고 주체, 호의, 평등 정신을 살려내고 있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그 정신을 되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장학금 지원이나 시민사회단체 후원 등은 ‘진주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의 실현이기도 했다는 추측이다. 김 전 이사장은 숱하게 많은 사람을 도왔지만, 간섭하지 않았고 대가를 바라지도 않았고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김장하 장학생인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019년 후보자 청문회 자리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고 하신 선생의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김 전 이사장의 오랜 친구는 그의 인생을 ‘무주상보시’로 설명했다. ‘무주상보시’는 내가 무엇을 누구에게 베풀었다는 자만심 없이 온전한 자비심으로 베푼다는 뜻이다. 김 전 국장은 “대가 없는 나눔, 간섭 없는 지원, 바라는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보시 이런 걸 실천해온 사람이 김장하였다”고 말했다. 김장하 이사장의 삶을 7년 동안 취재해온 김주완 전 국장은 자신이 해온 나눔과 지원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 김 전 이사장을 대신해 진주 지역의 많은 인물을 만나며 증언을 들었다. 그는 취재 과정을 통해 ‘100명의 김장하, 1000명의 김장하’를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장하 전 이사장을 만난 후, 그의 삶을 닮고 싶고 그의 뜻을 조금이라도 실천하려고 하는 “‘김장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다. -김장하 전 이사장의 삶을 조명한 책 <줬으면 그만이지>와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에 많은 사람이 감동을 표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의 삶이 왜 반향을 일으킨다고 보는가. “김장하 선생의 삶이 알려지면서 진주에 여행 오는 사람도 늘었다. 남성당 한약방을 둘러보고 선생이 강조했던 진주형평운동(1923년부터 일어난 신분해방운동)의 유적지들을 돌아보고 가더라. 한약방 옆에서 자전거포 하는 사장님에게 물어보니 셔터 내려진 한약방 앞에서 사진 찍고 가는 사람도 굉장히 많다고 한다. 김장하 선생의 삶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그동안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우리 사회에 굉장히 만연하지 않았나. ‘어른’은 사실 좋은 뜻인데 ‘어른’ 하면 ‘꼰대’라는 등식이 생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 갈등도 첨예화되고, ‘노인’ 하면 즉각적으로 어버이연합의 ‘태극기부대’, ‘엄마부대’ 이런 단어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사실 ‘어버이’, ‘엄마’라는 말은 굉장히 포근한 말인데도 본래의 의미가 사라졌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대에 진짜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을 만나니까 사람들이 그만큼 반가웠던 것 같다. 어른과 ‘꼰대’를 동일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진짜 어른’에 대한 갈망, 기다림 같은 것들이 은연중에 있었던 듯하다.” <줬으면 그만이지> 표지/ 피플파워 -2015년부터 7년간 김장하 전 이사장을 취재했다. “사실 ‘김장하’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1991년이다.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한다는 뉴스를 통해서였다. 그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꾸준히 마음속에 담고 있다가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한 건 2015년 3월이었다. 2015년 2월에 포털 다음 ‘뉴스펀딩’을 통해 ‘시대의 어른’ 다섯 분을 소개했는데 그 다섯 분 가운데 김장하 선생도 있었다. 김장하 선생에게 허락받지 않고 쓴 글이었다. 그후에 선생을 찾아뵙고 허락도 없이 글을 썼다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크게 화를 내실까봐 두려웠는데, ‘이미 써버린 걸 어떡하냐’고 하시고는 말았다. 그러면서 김장하 선생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선생에 대한 취재와 기록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돌았다. 선생과 가깝게 지내던 이들도 선생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는데, 워낙 완강하게 싫어하시니 엄두를 못 내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이참에 ‘김주완 기자가 김장하 선생을 취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좀 도와주자’는 이야기가 암묵적으로 나왔다. 이분들이 김장하 선생이 참석하는 모임이나 밥 먹는 자리에 나를 끼워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선생과도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른’ 하면 ‘꼰대’라는 등식이 생길 정도다. ‘노인’ 하면 ‘태극기부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진짜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을 만나니까 사람들이 그만큼 반가웠던 것 같다. ‘진짜 어른’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영어 제목이 ‘A man who heals the city’(도시를 치유하는 사람)이다. 김 전 이사장의 삶이 지역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나. “우리나라 도시들의 특징이 익명성이 강하고, 파편화돼 있다. 그에 반해 진주는 공동체가 살아 있는 도시다. 물론 진주도 고령화가 심하고 보수적이긴 하지만 시민사회 또한 탄탄하게 살아 있다. 또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 또한 활발한 편이다. 전문예술법인 극단현장도 진주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상근 단원만 10명이 넘고, 공연 횟수는 800회가 넘는 전국구 극단이다. 서울의 유명한 극단들과 견줘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공연하러 다니는 예술공동체 ‘큰들’은 산청군에 마당극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진주의 문화예술적인 특성이 김장하 선생 한 분 덕분에 이루어진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밑바탕에는 선생의 대가 없는 지원이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단체가 지원을 받았다.” -책을 보면 진주신문을 비롯해 <친일인명사전> 편찬, 진주환경운동연합 등 정치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수많은 단체에 지원했다. “책이 나오자 선생을 평소에 잘 알고 있던 분들도 ‘이 정도였는지는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도 내가 도움을 받았고, 내가 소속된 단체가 도움을 받았다는 것 정도까지만 알지 어디까지 지원의 손길이 미쳤는지는 구체적으로 몰랐다. 선생이 스스로 말씀을 안 하니까. 책을 보고 ‘우리도 김장하 선생님한테 도움을 받았는데, 책에는 반영이 안 됐다’며 뒤늦게 제보를 하는 분도 굉장히 많다. 하나하나 다시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것만 해도 책 한 권이 더 나올 정도다. 하나만 예로 들면, 행정고시 출신인 하승철 하동군수가 젊은 나이에 동장으로 재직할 때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범죄피해자지원제도가 없었다. 관내에 부모가 범죄 피해를 당한 집이 있었는데, 그 자녀가 당장 살 곳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동장 입장에서 지원해줄 제도적 장치도 없고 끌어올 예산이 없어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한 직원이 남성당 한약방을 찾아가면 무슨 방법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한약방에 찾아갔더니 딱한 사정을 듣고 피해자의 자녀들이 살 수 있는 집을 전세로 바로 구해줬다. 빌려준 게 아니라 전세금을 그냥 준 것이다. 그런 일들이 끊임없이 제보로 들어오고 있다.” -국가 제도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상황에서 한 개인이 이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한 것 같다. “지금은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라 젊은 사람들은 학교를 설립한 의미에 대해 잘 이해를 못 한다. 굳이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학교를 설립해 국가에 헌납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1980년대는 학생 수는 엄청 늘어나는데, 학교가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한 교실에 수용되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콩나물 교실’이라고 불렸고, 그나마 수용하지 못해 2부제 수업을 할 때였다. 그 당시 진주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시험인 연합고사를 치면, 진주뿐만 아니라 그 인근에 있는 학생들도 지원했다. 해마다 수천명이 연합고사에 떨어져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외곽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야 했다. 학교 설립은 그 당시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교육 수요를 대신 감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에 이미 여성 운동 분야에까지 지원했다. 1996~2000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이사장을 맡으면서 가정폭력 피해여성 보호시설인 ‘내일을여는집’ 설립을 지원했다. 책에 수록된 내일을여는집 사회복지법인의 정행길 한울타리 이사장의 다음 말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그런 인식(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편견)이 경상도 남자는 더했는데, 김장하 이사장님은 ‘여성도 인간이다’ 거기서부터 출발을 하시더라고요. 너무나 놀라운 일이죠. 사람은 다 인간이고, 인간이면 똑같이 대접받아야 하고, 우리가 그런 서비스를 해줘야 한다. 우리 상담소는 무료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변론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거든요. 그걸 활용해 여성도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주자, 이사장님은 딱 그런 자세였어요. 참 드문 분이셨죠.” “그렇다. 선생은 정치인들에게는 지원을 안 했지만,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단체들은 지원을 해왔다. 사실 나는 ‘선생께서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분이라고 해도 그 연세, 그리고 경상도 남자라는 특성으로 여성관에 대해서는 가부장적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지레짐작으로. 만약에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이해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또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취재하는 과정에서 지레짐작이 완전히 깨졌다. 선생은 이미 그 시절에 호주제 폐지에도 동참하며 거리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사진을 보면 전부 여성들 사이에서 선생 혼자 남자로, 그것도 나이 지긋한 남자로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걸 보면서 내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네이버 영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형평운동기념사업회 회장과 이사장직을 맡았다. 지역 단체를 주로 뒤에서 돕는 편이었고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지 않는 김 전 이사장에게 이례적인 일이었다. 형평운동은 무엇인가. “1923년 진주에서 시작된 백정해방운동, 계급철폐운동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권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전국단위의 운동이 서울을 중심으로 태동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형평운동은 진주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했다. 진주의 역사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형평운동의 기본사상이 평등이다. 1992년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선생이 앞장서서 설립하면서 구두로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과거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서 그 정신을 오늘에 이어받아 지금도 잔존하는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남녀 간의 차별, 빈부의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모든 분야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평등정신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에 선생이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일찍이 그런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주’라는 공간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다. “짐작이긴 한데, 선생이 ‘진주정신에 관한 소고’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선생은 진주농민항쟁(1862년), 형평운동(1923년),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의 실천적인 학문 정신 등을 강조하며 진주정신을 주체, 호의(好義), 평등 이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 세 가지가 진주의 역사적 전통인데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일련의 정치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 진주 시민들이 전통적인 진주정신을 잃어버리고 주체, 호의, 평등 정신을 살려내고 있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정신을 되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 또한 짐작이지만 그런 연장선상에서 형평운동기념사업회도 만들고, 그 세 가지 정신에 부합하는 단체들에도 지원하셨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저 단체가 좋아 보이거나 지인이 부탁해서 지원해준 차원이 아니라 ‘진주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소명의식 내지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원을 하신 것 같다.” “선생은 단체에 지원을 하든 개인에게 장학금을 주든 일체 간섭이 없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당부나 훈계조차 들어본 사람이 한명도 없다. 남에 대한 우월의식이나 콤플렉스가 전혀 없었다.” -뜻이 강할수록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선생은 단체에 지원을 하든 개인에게 장학금을 주든 일체 간섭이 없었다.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앞으로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이런 당부나 훈계조차 들어본 사람이 한명도 없다. 명신고를 운영할 때도 교장선생님이나 교사들에게 ‘이런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교사가 돼야 한다’ 주문을 한 적이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사람 중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나만큼 노력을 안 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우월의식을 드러내는 이가 많다. 김장하 선생도 가난한 집안환경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에겐 그런 콤플렉스가 전혀 없었다. 얼마나 스스로 수양을 하면 저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김 전 국장은 30여 년 전 김장하 전 이사장의 존재를 알고 그 영향을 받아 자동차를 사지 않았다고 했다. 책에 나오는 주변 분들 모두 한결같이 조금이라도 김 전 이사장의 삶을 닮으려고 하고, 또 김 전 이사장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차를 사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검찰에 약점을 잡히고 싶지 않았다. 기자 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 지역신문 기자 월급으로는 자가용 승용차를 모는 건 아무리 따져봐도 타산이 맞지 않았지만, 너도나도 차를 사는 분위기였다. 알고보니 당시만 해도 명절을 비롯한 이런저런 기념일들에 기자실로부터 ‘촌지’가 나왔던 것이다. 규모가 작은 지역 언론사일수록 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쓰기는 어렵다. 또 그러기에는 약점이 많았다. 검찰의 정보라인은 언론사 사주의 비리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어디 가서 돈을 받았는지 수집하고 있었을 터였다. 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권력기관에 약점 잡힐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가 김장하 전 이사장의 존재였다. 돈이 그렇게 많아도 평생을 차 없이 살며 남을 돕는 분도 있는데, 나는 김장하 선생처럼 돈으로 사람들을 도울 순 없지만, 적어도 떳떳하지 못한 돈을 받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김장하 선생의 장학생들, 또 김장하 선생을 아는 분들은 모두 각자 자기 자리에서 선생을 가슴에 품고 선생만큼은 아니더라도 선생처럼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겠다는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 -2021년 타계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등 지역사회의 숨은 어른들을 발굴해 취재해왔다. 여기에 대한 남다른 소명의식이 있나. “우리 주변을 찾아보면 훌륭한 어른들이 많다. 단지 우리가 찾지 않을 뿐이다. 또 어른이라고 할 만한 분들은 김장하 선생처럼 스스로 잘 나서지를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 훌륭한 일을 할 수도 있지만,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훌륭한 삶을 살아오신 어른이 굉장히 많다. 김장하 선생과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정말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어른들을 계속 찾아서 취재하고 있다. 오히려 어른이라고 불리기 어려운 이들이 뭔가를 뻥튀기하듯 부풀려 부각하려고 해서 ‘진짜 어른’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언론이 그러한 어른들을 안 찾아서 그렇다. 얼마 전 모 대기업 회장이 초등학교 동창 등 고향 사람들에게 1억원씩 보내 화제가 되지 않았나. 포털에 몇 날 며칠씩 기사가 돌아다니던데 기업에서 홍보하는 내용은 그렇게 크게 쓰면서, 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지역에서 묵묵히 역할을 해온 어른들은 찾아서 보도하지 않는다.”

      박송이 기자 2023.11.17 16:10

    • 사회

      “손소독제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게 아니다”

      ㆍ 출간한 박은정 교수 인터뷰 3년 연속 세계 피인용 상위 1% 연구자(약리학 및 독성학 분야),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창조대상(2015), 사회혁신유공 대통령 표창(2019).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를 수식하는 말이다. 박 교수는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생활화학제품 내 화학물질 등 일상 속 유해물질에 의한 질병 발생 기전을 주로 연구하는 독성학 전문가다. ‘비(非)SKY’ 출신에다 경력단절을 겪었으며, 본래 면역학 전공이었다는 이력도 따라붙는다. 김영민 기자 그가 최근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경희대 출판문화원)를 출간했다.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대중서다. 실험실에서 1년 365일을 꼬박 보내는 독성학자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설명하겠다고 직접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박은정 교수를 3월 14일 경희대 소재 실험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생활 속 화학물질의 특성과 위험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소독제 사용을 지켜보며 들었던 고민,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보며 느꼈던 부채감을 언급할 땐 독성학 연구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연구 목표는 분명하다.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오늘도 실험실과 바깥 사회를 넘나들고 있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대중서를 출간한 계기는. “누군가 다치고 죽은 다음에 생활화학물질의 독성을 알려봐야 소용없을 것 같았다. 연구 논문이나 보도자료를 냈을 때 ‘너무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 등의 반응을 댓글로 접했다. 여기에 대한 답을 하나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중서를 준비하게 됐다. (독성으로부터의 안전은) 사람들의 공감과 협조를 얻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많이 먹으면 생식기에 안 좋다, 성장에 지연이 온다’고 아무리 알리고 싶어도 관련 데이터를 만드는 데만 최소 5개월, 논문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년이 걸린다. 그동안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제품이 얼마나 많을까. 단순히 우리 세대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 문제다. 정말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야 우리가 다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많은 사람이 조금만 더 생활화학제품 사용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50세에 아플 걸 51세, 60세로 늦출 수 있다. 아픈 채로 살아가야 할 시간을 줄이자는 거다. 그 시간을 벌어야 한다.” -무엇이 독이고 무엇이 약인가. “무엇이 독이고 약인지는 소비자, 사용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부분이 바로 그 얘기다. 생활화학제품은 효과를 보기 위해 만들었다. 그 효과를 제대로 보는 데에서 멈추느냐 아니면 독이 되게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연구자로서 아무리 열심히 연구해 안전성이나 유해성을 밝혀내도, 신제품들이 나오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일반 소비자들이 시간을 벌어주시면 좋겠다. 일반 대중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활화학제품을 안 쓸 수는 없지 않나. “제품을 사용할 때, 자기 생각(판단)을 넣지 마라. 때가 더 잘 빠지리라 생각해 여러 제품을 섞어 쓰고, 더 큰 살균 소독 효과를 보려고 락스를 넣고 그러지 않나. 그 농도가 과연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지는 검증이 안 됐다. 권장 농도 이상으로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는 건 아니다. 표기된 사용 방법이 시키는 대로, 용법과 용량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효과를 높이고 건강도 안전하게 유지하는 길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방역 관계자가 2021년 11월 5일 국무회의실을 소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뿌리고 바르고… 소독제 독성 줄이려면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중에 나오는 생활소독제의 개수도 늘었고 뿌리거나 바르는 손소독제의 사용 빈도도 증가했다. 소독제도 엄밀히 보자면 화학물질이지만,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선 소독제의 위험성보다 유용성이 컸다. 그렇다고 계속 사용 빈도를 늘려갈 수는 없다. 위험성이 유용성을 넘어서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서다. ‘4가 암모늄계열’ 성분인 염화벤잘코늄에 반복 노출될 경우 폐 손상 우려가 있다는 박은정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독성학과 응용약물학’ 온라인판에 지난 2월 22일 게재됐다. 쥐를 통해 관측한 결과, 염화벤잘코늄이 생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농도이더라도 장기간 반복 노출되면 폐 내부에 만성 염증성 병변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염화벤잘코늄은 코로나19 방역에서 흔히 쓰는 손소독제, 세정제, 방부제, 바닥청소제, 보존제 등 다양한 살균·소독용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현재 정부는 소독제를 뿌리는 방식보다는 닦아내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코로나19 초기 분무 소독을 보면서 내적 갈등을 했다는 부분이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 “가정에서 쓰는 것들이 가장 걱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제품이 판매되기 전에 스프레이(분무)로 뿌린 것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을 때 안전하리라는 검증을 거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호흡기에 노출돼도 안전하다는 독성 데이터를 가지고 승인해줬을 거라 기대한다는 얘기다. 즉 바르는 제품은 피부로, 먹는 제품은 경구로 실험하니 스프레이는 호흡기로 실험했으리라 생각하는 거다. 실상은 다르다. 그런 절차 없이 판매된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려면 살균 소독제가 분명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때만 해도 아직 분무 소독 지침이 완벽하게 없기도 했다. 그때는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막는 게 최우선이었으니까 위험 가능성을 말하는 게 괜히 혼란만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닷가에 소독제를 뿌리는 장면을 봤을 땐 이해하기 힘들었다. 소독제 성분은 표면의 흙에 주로 붙어 있다. 바람이 불어 먼지가 일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올 수밖에 없다. 빛이 있더라도 분해가 잘 안 되기 때문에, 그곳에 있던 분들은 다 들이마셨다고 봐야 한다.” 2021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10년을 맞아 1인 촛불 시위가 열렸다. / 김기남 기자 -생활방역 차원에서 쓰는 개인용 손소독제는 어떤가. “손소독제도 마찬가지다. 쓰다 보면 손이 거칠거칠 일어나지 않나. 소독제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 세균의 막과 피부의 막은 구조가 같다. 살균 소독의 원리를 본다면 피부도 당연히 망가질 수밖에 없다. 피부 자체가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막이다. 손소독제가 필요할 때 쓰더라도, 그게 아니라면 물로 씻어서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손소독제 성분도 없애줘야 한다. 사용 후 눈을 만지지 말라는 권고 또한 지켜야 한다. 항암제가 정상 세포도 죽이기 때문에 괴롭다는 건 모두가 알지 않나. 살균 소독제도 마찬가지다. 왜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게 아니라 ‘병을 갖고 오래 사는’ 상황이 됐을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독성물질이) 10년, 20년 쌓이면 어느 순간에 위험 농도에 이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신의 생활패턴에 달린 것이니 조금씩만 더 조심하면 좋겠다.” -일상생활 속에서 연구의 주제를 찾는 편인가. “(2017년 작고한) 시아버지가 기름차 운전을 하셨다. 인천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디젤차였다. 정말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세먼지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 어머니도 시장에서 일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활 속의 유해물질을 고민하게 됐다. 한번은 김치 봉지를 자르는데 가위 옆에 뭐가 막 묻어나오길래 봤더니 미세플라스틱이었다. 가위로 잘라서 생긴 건지, 김치 안의 산성 때문에 봉투가 삭은 건지를 알리고 싶었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실내 먼지의 대부분이 미세플라스틱에서 시작한다. 원래는 호흡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 김치 봉지를 보고 경구(입을 통한 물질의 이동)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이 결국 연구 분야가 됐다.” ‘독성학 연구자’란 사회적 책임 생활화학제품이 우리를 배신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다. 물때와 곰팡이가 쉽게 끼는 가습기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던 상식적인 바람이 폐섬유증을 비롯한 피해로 돌아왔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무려 1553명으로 추산된다(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2020년). 박은정 교수 연구팀은 2019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섬유증뿐만 아니라 폐암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PHMG-P, MIT, 케톤CG 등의 물질을 세포주와 실험용 쥐에 주입해 독성 연구를 진행한 결과, 살균제 속 특정 물질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경우 면역세포인 호중구(Neutrophil)와 호염기구(Eosinophils)가 염증을 일으키고 특히 MIT는 폐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암 발병 간의 상관관계 규명이었다. 당시 박은정 교수는 폐암 발병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가습기 살균제 이용자에 대한 추적관리와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추가 연구를 제안했다. 이후 박 교수는 2020년 가습기 살균제 주요 성분이면서 손소독제, 살균제에 들어가는 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DDAC)이 체내 축적과 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 출판문화원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위험성이 뒤늦게 알려져 피해가 컸다. “미국에서 연수할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 보도를 접했다. 그전까진 내가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호흡을 못 할 정도로 아픈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 정말 ‘독성학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 힘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하나하나 조사했다. 그 당시 폐섬유증과의 연관성만 인정이 되고, 폐암은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MRI 검사 비용을 사비로 대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해결하리라 결심했다. 원래 호흡기 질환의 발생기전 연구를 해온 만큼 폐섬유증 연구는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연구자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분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DDAC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방역에서 DDAC가 들어간 소독제를 뿌리는 걸 보면서 분무 소독을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려가) 조금씩 반영돼 환경부도, 질병관리청도 이제는 분무 소독을 권고하지 않는다.” -독성의 위험성을 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여러 제품을 호흡했을 때 복합적으로 들이마신 화학물질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안전한지, 언제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 차례 노출됐을 때 10명 중 5명이 죽는 농도’와 같은 호흡기 독성 데이터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10년, 20년 정도 오래 노출했을 때 가장 안전한 값’이 중요하다. 그 농도가 어떤 값이며 그 농도를 어떻게 제어할지를 봐야 한다.” -기업,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소독제 위험성 연구를 발표한 이후) 기업체들의 e메일을 많이 받는다. ‘소독제 팔아 버는 돈이 많지도 않고,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나 겨우 그 정도 번다. 그런데 준(準)만성 독성 실험을 하려면 수개월에 걸쳐 비용도 수억이 든다. 실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도 않다. 코로나19 다 끝난 다음에 해야 하느냐’는 등의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제품의 성분을 반복적으로 노출해도 독성이 추가되지 않는지만 먼저 테스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급한 대로 축적성 유무, 병리적 문제 유무만 우선 살펴보면 된다. 이런 건 비용이 훨씬 덜 든다. 호흡기 독성에 대한 실험 자체가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그것조차 안 하고 제품을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의 안전이 너무 위협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검사의 우선순위는 제품의 판매량 같은 걸 고려하면 된다. 이런 부분은 유연하게 변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요구를 반영해 시스템을 바꾸는 방법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가 3월 14일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어부지리’는 없다 -독성학 분야의 연구 현황은 어떤 편인가. “생활화학제품, 인체독성 분야에 관한 한국 연구자들이 별로 없다. 연구자가 드물다는 건 이끌어 줄 동료들이 별로 없다는 의미다. 기업체에 소송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밤길 조심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어봤다. 솔직히 생활화학제품, 인체독성 분야의 실험을 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통해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던 연구자들이 ‘아웃’되지 않았나(기자 주: 조명행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의 요구에 따라 독성 실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증거 위조와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했다). 이 분야를 하다 보면 그런 꼬임도, 욕먹을 일도 있는 반면 칭찬 들을 일은 거의 없다. ‘어떤 성분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면 어딜 가도 칭찬받겠지만, 독성 연구를 하는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보니 연구자가 적은 것 같다.” -‘늦깎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하지만 세계 1%에 들어가는 권위자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일 텐데. “늦었다는 건 없다. 늦었다, 늦어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자기가 만드는 거다. 서른일곱 살에 처음으로 피펫(액체를 옮기는 실험 도구)을 잡았다. 연구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감사했다. 어느 인터뷰를 보니 올림픽 선수에게 ‘어부지리 1위와 최선을 다한 은메달 중 어떤 것이 좋은가’를 묻던데, 어부지리란 건 없는 것 같다. 어부지리로 결승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자기 속도대로 계속 갔다. 앞에 있던 사람들이 우연히 다 넘어지긴 했지만 그도 최선을 다해 달린 거다. 나도,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거고. 따라서 늦은 건 없다. 참고 견디면서 일단 가야 한다. 뭔가를 하고 싶다면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꿈을 향해 계속 가야 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딱 10년을 살았던 것 같다. 이겨내고 계속했기 때문에 기회를 잡지 않았을까.” -여성 연구자들이 육아와 출산으로 경력단절을 겪는다. 그런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했나. “생각 없이 하는 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연구는 교과서에 나온 고정된 것이 아닌 무한한 상상력으로 가능성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다. 특히 독성학은 예측학문이다. 세포와 동물에서 관찰한 내용이 앞으로 사람한테 어떻게 펼쳐지리라 예측하는 학문이다. 계속 많은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공부하려면 연구자로서의 소신과 왜 공부를 시작했는지 등을 계속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외부상황은 좋을 수가 없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식구들이 밥을 못 챙겨먹고, 집에 반찬이 없는 걸 보면 당연히 가슴이 아프다. 아들이 쭈글쭈글한 교복을 입고 나가는 걸 보면서 ‘마음 아플 걸 예상하고 시작한 것 아니냐’고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할 건지, 어떤 사람이 될 건지는 자신의 몫이다. 끝도 시작도 결정은 결국은 다 스스로 하는 것 아닌가.”

      김서영 기자 2022.03.18 14:04

    • 국제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17)바이러스, 베트남을 멈춰 세우다

      지난 10월 1일, 인구 1000만의 베트남 최대 경제도시 호찌민은 3개월여의 도시봉쇄를 풀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식당들은 손님을 정원의 50%만 받는 조건으로 영업을 재개했고, 쇼핑몰과 백화점들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증명하는 그린카드를 제시한 사람들만 입장을 허용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위드 코로나는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체온 검사와 백신 2차 접종을 확인하는 푸미흥 크레센트몰 / 유영국 제공 베트남 보건부의 발표에 따르면 인구의 58.7%에 해당하는 4900여만명이 1차 접종을, 24%에 해당하는 1900만명이 2차 접종을 완료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의 중심이었던 호찌민은 외국인을 포함한 거주민의 99%가 1차 백신을 맞았고, 2차는 60%까지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도 베트남 전체 하루평균 확진자는 6000여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백신 접종률이 높은 호찌민조차 하루평균 1000명을 웃돌고 있다. 11월 15일이면 전체 누적 확진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1년 4개월간 베트남 전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단 2928명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방역을 잘한 국가로 칭찬받던 베트남이었지만 델타 변이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인력난으로 고통받는 베트남 호찌민의 도시봉쇄가 풀리고 이동이 가능해지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시 경계 지역은 북새통이었다. 일자리를 찾아 호찌민으로 이주한 저임금 노동자들이 5개월 동안 직장이 폐쇄되고 생계가 막막해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들의 평균 급여는 한국 돈 25만원가량이다. 빠듯하게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은 봉쇄기간 생필품 구매와 사글세로 소진하고 몇달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 탈출하는 것이다. 베트남 언론보도에 따르면 단돈 몇천원도 없이 40시간 넘게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에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문을 닫은 베트남 CGV / 유영국 제공 지난 7월부터 이렇게 호찌민을 빠져나간 노동자 수는 2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5개월 만에 식당 영업이 재개되고 공장이 재가동돼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재개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호찌민 식당 종업원 70% 이상이 고향으로 돌아가 식당 업종의 인력난은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게다가 제한적인 물류 이동으로 육류, 채소, 과일 등 식자재 물가가 치솟아 식당 영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5개월간 영업을 하지 못한 손실에다 건물 임대료까지 갚지 못해 파산하는 식당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13개 브랜드에 200여개 식당을 운영하던 베트남 최대 외식업체가 파산한 것으로 알려져 수많은 식자재 공급 업체가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베트남 수출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신발, 섬유, 의류 업종과 같은 노동집약산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찌민시 비즈니스 협회(HUBA)에 따르면 도시봉쇄 완화 이후 호찌민과 인근 동나이, 빈즈엉 지역의 섬유, 의류 기업들은 필요한 노동인력의 30%가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베트남 기업들은 내년 2월 설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노동력 부족은 베트남 경제를 위협하는 수준 정도가 아니라 베트남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각종 소비재 품목의 해외 공급망이 와해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베트남의 코로나19 대처 방안 근무지와 거주지가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노이와 호찌민 같은 대도시 유치원과 학교 역시 6개월이 넘게 문을 닫고 있어 아이들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집에 컴퓨터가 없어 온라인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들도 수두룩하다. 게다가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베트남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직장인 엄마들이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 2차 접종 증명서 그린카드 / 유영국 제공 베트남 정부는 학교 교육의 오랜 공백을 막고자 11월부터 하노이, 호찌민 지역 16~17세 청소년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미국의 화이자사는 900만명의 청소년 접종을 위해 백신 2000만도즈를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베트남 정부에 약속한 상태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학년부터 점차적으로 등교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베트남 정부의 더 많은 백신 확보가 요원하다. 현재 베트남 자체적으로 나노코박스, 코비박, ARCT-154 등 3종류의 백신을 개발 중인데 이중 나노코박스는 3b상까지 완료했다. 결과 보고에 따르면 두차례 백신 투여 후 90%가 넘는 항체 생성을 보이며 델타 변이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에도 백신 샘플을 제출해 승인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이 자체 기술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역사적인 쾌거는 보건당국의 최종 승인 지연으로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베트남 언론이 늑장 승인하는 베트남 보건부를 질타하는 기사들도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은 태국 푸껫 사례를 적극 검토해 호찌민과 베트남 남부 푸꾸억을 시작으로 패키지 관광을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베트남에 입국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도착 72시간 내에 음성확인서와 코로나19 발병 시 최소 5만달러까지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보험에 가입해야만 한다. 이동 경로는 정해진 곳만 패키지 투어를 통해서 가능하며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테스트를 통해 음성이 확인돼야만 여행할 수 있다. 향후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 달랏까지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보건 방역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은 확정된 것이 없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베트남은 총체적인 난국이다. 하지만 한국 국민처럼 베트남 사람들 역시 수천년 동안 이어온 국가적 위기를 잘 이겨왔다. 이번에도 분명 베트남 사람들 특유의 인내심과 저항력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2021.11.12 12:02

    • 문화/과학 방구석 극장전

      [방구석 극장전]바이러스보다 두려운 불평등

      “우리에게 무엇이 일어났는가?” 자막이 떠오른다. “윤리적 평가를 할 수 없는 게 바이러스이지만”, “혹자는 우리를 일깨우려는 신의 처분이라 믿는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아룬다티 로이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컨버전스-위기 속의 용기>는 코로나19에 맞선 전 지구적 대응상황을 소개한다. 중국 우한의 봉쇄 시기, 거대 도시의 인적 없는 초현실적 풍경 속에서 자원봉사자는 의료진을 픽업하는 중이다. “2020년 1월 확진 9,896명×사망 213명.”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포스터 / 넷플릭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던 순간에도 세계 곳곳은 아직 평화롭고 마스크를 쓴 이는 드물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통념을 초월했다. “4월 확진 3,110,786명×사망 229,579명.” 이제 거리에서 사람이 픽픽 쓰러져 나간다. 영국 런던, 미국 마이애미, 브라질 상파울루, 이란 테헤란…. ‘대공포-팬데믹’의 현장 스케치가 시청자에게 전염돼온다. 전 지구적 위기라는 게 확실해졌다. “5월 확진 5,950,947명×사망 384,060명.” 바이러스 재난의 공포가 폭발하는 시기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참상 소개에서 조금씩 방향을 선회하기 시작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설전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세계보건기구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인터뷰 중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게 극단적 민족주의와 불평등, 가난’ 내용과 함께 영화 속 상황을 중계하던 이들 각자의 대응이 소개된다. 영국 무상의료체계 NHS 소속 병원 청소부로 일하던 시리아 난민 출신 다큐 감독은 청소부, 포터, 조리사 등 비정규직을 생명보험 혜택에서 제외하는 정부 조치에 반대하는 영상을 올린다. 반향을 일으키자 4시간 만에 정부는 적용범위에 포함시킨다. 미국 마이애미병원 의사는 노숙인 천막촌에 위생센터를 운영하며 샤워와 세면을 지원한다. 상파울루 ‘파벨라’ 주민은 빈민가가 응급지원에서 배제된 현실을 바로잡고자 시위를 계획한다. 코로나19는 갑자기 발생했지만, 전쟁이나 재난이 늘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에게 더 가혹했던 역사는 반복되는 중이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마이애미의 의사는 집 앞에서 경찰에게 흑인이란 이유로 강제 체포되고 폭행을 당한다. 모든 순간은 CCTV로 생생히 공개된다. 그리고 곧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화면 가득 펼쳐진다(한국에서의 동조 시위도 한컷 나온다). 노숙인 구호에 헌신하던 의사는 분노에 차 공권력의 어긋난 대응에 항의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 또한 소개된다. 백신의 완성까지 예전에는 가장 빨랐던 게 4년 걸렸다는 설명과 함께 카메라는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이 주도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백신 제작도 문제지만 보급 또한 그 못지않은 난제라며 고민하는 전문가들의 풍경은 영화의 주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12월 확진 82,654,704명×사망 1,870,924명.” 숨 가쁜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세계 곳곳은 보이지 않는 적과 투쟁 중이다. 최전선에서 맞서는 의료진의 고난, 어느 병동엔 대부분 입원환자가 그 병원 의료진이라는 기막힌 초상. 하지만 퇴원하는 환자를 보는 병원 직원들의 뭉클한 표정으로 영화는 역병에 가려진 사회적 차별을 끄집어내는 임무를 완수한다. 바이러스는 불가항력이지만 불평등과 빈곤은 의지의 문제임을 분명히 하며.

      김상목 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2021.10.29 14:26

  • 레이디경향

    • ‘쥐로부터 감염’ 미국 강타한 한타바이러스 무엇?

      건강

      ‘쥐로부터 감염’ 미국 강타한 한타바이러스 무엇?

      최근 영화 <슈퍼맨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진 해크먼이 60대 부인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되어 큰 충격을 줬다. 일부에서는 부인이 한타바이러스로 인해 쇠약해지고 치매를 앓고 있던 해크먼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변을 당했다고 예측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최근 미국에서는 영화 <슈퍼맨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진 해크먼(95)이 60대 부인과 함께 사망한 채 발견되어 큰 충격을 줬다. 그는 지난 2월 26일(현지 시각) 오후 해크먼의 자택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아내 벳시와 반려견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고 아내 벳시 아라카와는 사망 당시 만 63세였다. 항간에는 아내가 최근 미국에서 유행 중인 한타바이러스에 걸렸고, 치매를 앓고 있던 해크먼이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미국을 강타한 공포의 바이러스 한타바이러스는 뭘까?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Hantavirus Pulmonary Syndrome, HPS)은 설치류, 특히 들쥐의 배설물에 의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사람에게 신증후군출혈열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이 건조되어 먼지와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오거나, 상처 난 피부, 눈, 코, 입 등의 점막에 직접 접촉하여 감염될 수 있다. HPS는 1993년 미국 남서부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로도 산발적인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서 총 728건의 HPS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이 중 약 36%가 치명적이었다. 한타바이러스의 예방법은 숙주인 설치류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들쥐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의 산이나 풀밭 방문을 피하고, 특히 10월부터 12월까지의 유행 시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야외 활동 후 옷을 세탁하고 샤워나 목욕을 통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다. 감염 위험이 큰 군인, 농부, 야외활동이 빈번한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고려할 수 있다. 접종은 1개월 간격으로 2회 기본 접종하고, 12개월 후에 1회 추가 접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타바이러스가 위험한 이유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질병관리청의 권고대로 야외 활동 시 설치류의 배설물과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진 기자 2025.03.12 17:28

    • 알코올 소독에도 살아남는 ‘노로바이러스’…예방법은?

      건강

      알코올 소독에도 살아남는 ‘노로바이러스’…예방법은?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비누와 따뜻한 물로 최소 20초간 손을 철저히 씻는 것. 픽셀즈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겨울철 식중독’ 노로바이러스 감염자가 최근 5주 새 3.6배로 증가했다. 환자 10명 중 6명은 영유아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예방 백신이 없으며 알코올 소독에도 죽지 않아 철저한 위생수칙이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이 증상은 보통 1~3일 동안 지속되며, 전염력이 강해 빠르게 퍼질 수 있어 예방이 쉽지 않은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최대 2주 동안 전파가 가능하며, 주로 오염된 표면이나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또한 감염된 음식, 특히 덜 익히거나 날것으로 섭취한 조개류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더욱이 이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한 번 감염됐더라도 면역이 생기지 않아 언제든 재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은 비누와 따뜻한 물로 최소 20초간 손을 철저히 씻는 것이다. 특히 음식을 섭취하거나 준비하기 전, 그리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과 접촉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알코올 성분의 손 소독제는 다른 바이러스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노로바이러스를 죽이지 못한다. 노로바이러스의 단백질 껍질인 캡시드가 알코올 기반 소독제를 통해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로바이러스는 오염된 표면에서 몇 주에서 몇 달간 생존할 수 있다. 따라서 감염된 사람의 구토물이나 설사로 오염된 표면은 일회용 장갑과 종이 타월을 사용해 닦아낸 후 표백제에 5분간 방치하는 것을 권장한다. 감염자의 옷이나 침구는 가능한 한 뜨거운 물과 세제를 사용해 여유있게 세탁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구토물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있어, 감염자와 가까운 의료 종사자나 보호자는 마스크 착용을 하는 것이 좋다. ※노로바이러스 예방법 ·음식물 섭취 시 충분히 익혀 먹기 특히 조개류와 채소류는 깨끗이 씻어 충분히 익혀 섭취한다. ·물 끓여 마시기 끓인 물을 마시고, 끓인 물이 없을 때는 포장 판매하는 생수나 캔 음료를 냉장 보관해 마신다. ·오염된 표면 소독 구토물이나 설사로 오염된 표면은 소독제로 철저히 세척하고 살균해야 한다. 표백제(락스) 1, 물 50의 비율로 즉석에서 만든 표백액을 사용하여 소독한다. ·감염자와의 접촉 주의 노로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가 쉬우므로 감염자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감염자의 분변이나 구토물에 대한 처리는 주의 깊게 해야 한다.

      이유진 기자 2025.01.09 18:00

    •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겨울철 기승 ‘노로바이러스’ 예방법

      요리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겨울철 기승 ‘노로바이러스’ 예방법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어 인간에게 ‘완벽한 병원체’ 불리는 노로바이러스는 11월부터 4월까지 기승을 부린다. 픽셀즈 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어 인간에게 ‘완벽한 병원체(Perfect pathogen)’로 불리는 노로바이러스는 11월부터 4월까지 기승을 부린다.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며 세계적으로 매해 20만 명의 사망자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를 예방법은? 겨울철 기승! 완벽한 병원체 노로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는 굴과 조개를 생으로 즐기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몇 주 동안 보고된 노로바이러스 발병 사례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12월 첫째 주 동안 최소 91건의 발병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같은 기간의 최대 발병 수를 두 배 이상 초과한 수치다. 노로바이러스란 구토, 설사, 두통, 발열, 몸살을 유발하며, 공기 중의 작은 토사물 방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은 며칠간 고통을 겪은 뒤 회복하지만, 매년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특성 때문에 재감염 가능성이 높다. 전파와 감염 경로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 오염된 표면을 만진 뒤 손을 입에 대는 행동, 오염된 음식 및 물을 섭취함으로써 전파된다. 특히 조개류와 굴 같은 해산물은 바이러스를 축적할 가능성이 높아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2~4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며, 약 하루에서 3일 동안 지속된다. 구토와 설사로 인한 탈수는 특히 어린이와 노인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현재 노로바이러스 치료를 위한 특정 약은 없으나, 페디아라이트(Pedialyte)와 같은 전해질 공급액을 통해 체액과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캡시드라 불리는 단단한 단백질 껍질에 둘러싸여 있어 손 소독제에 잘 제거되지 않는다. 또한 약 63도 이상의 온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어 날것이나 덜 익힌 조개류를 통한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 겨울철 노로바이러스 막는 법은? 전염을 막기 위해서는 특히 음식 준비 전후, 화장실 사용 후, 기저귀 교체 후 비누와 물로 손을 20초 이상 씻는 것이 필수적이다. 오염된 표면은 표백제로 소독하고, 세탁물은 뜨거운 물로 세척해야 한다. 오염된 표면은 일회용 종이 타월로 닦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승인된 백신은 없으나, 모더나가 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의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2만5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개인 위생 관리와 안전한 식품 섭취가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유진 기자 2025.01.02 14:10

    • [책 읽는 레이디]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는?

      육아/교육 책 읽는 레이디

      [책 읽는 레이디]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는?

      인천 나은병원 호흡기내과 의사이자 중환자실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낙원은 지난 수개월 동안 병원 일선에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선 병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은 1월 말부터 시작됐다. 병원 건물 밖 임시진료소인 천막이 설치됐고, 병원 입구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이 발열 체크를 했으며, 중국 여행력이 있거나 접촉력이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1월27일부터는 임시진료소에서 진료를 시작했고, 국내 진단 회사들의 노력으로 검사키트가 개발되고 대규모 검사가 가능해지면서 2월7일부터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이워졌다. 저자는 이 시점부터 현장의 변화와 느낌을 글로 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회 내로 침투했을 때 의료진의 대응과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고, 동시에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에 대해 알기 쉽게 쓰고 싶었다. 그 결과가 ‘바이러스와 인간’(글항아리)이다. 이 책에는 1월29일부터 3월27일까지 쓴 총 40편의 일기가 실려 있다. 1부에서는 현장감 있는 일기를 모았고, 생물학적 지식이나 질병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글은 2부에 담았다. 특히 의사가 직접 현장과 맞닥뜨리며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변화하는 과정, 고된 업무에 따른 인간적인 갈등,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펼친 학구적 노력, 일상생활에서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생물이 우리 몸에 침범해 병을 일으키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스톰’을 바이러스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진행돼 가는 과정과 나란히 놓고 다룬 부분이 이 책의 백미다. ‘생명’의 눈으로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의사’의 눈으로 그 구조를 해부하며, ‘사회학자’의 눈으로 바이러스와 인간의 관계를 종합해 본다.

      엄민용 기자 2020.05.2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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