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내우외환’ K배터리…“마음은 급한데 갈 길은 멀고”...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더 공격적인 폐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외 시장에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장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은 중국...
권재현 선임기자 2025.05.20 13:03
경제
‘내우외환’ K배터리…“마음은 급한데 갈 길은 멀고”...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더 공격적인 폐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 외 시장에선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장악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은 중국...
권재현 선임기자 2025.05.20 13:03
경제
산업부,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진용 완성…민관 합쳐 1824억원 투입..., 고분자계로 구분된다. 산업부의 이번 연구·개발 지원 사업은 앞서 산화물계·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함께 차세대 배터리 기술 지원의 진용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앞선 2023년부터...
오동욱 기자 2025.05.19 11:48
경제
K배터리, 캐즘 뒤 꽃길 준비?....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시설투자 금액이 2조9075억원에서 3조410억원으로 4.6% 증가했다. 배터리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북미·유럽을 포함한 해외 공장 증설, 기술 투자 등 재원 마련 부담은 계속...
권재현 2025.05.18 21:07
경제
“불황일수록 미래 더 준비”…K-배터리 R&D 비용 확대 지속...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용량 확대, 제조 공정 안정화, 소재 공급망 수립 등 연구개발에 역량을 쏟고...
권재현 선임기자 2025.05.18 16:09
생활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원천 차단’ 현대모비스 세계 최초 개발 ‘BMS 스스로, 소화 약제 자동 분사’‘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원천 차단’ 현대모비스 세계 최초 개발 전기차 배터리 폭발 화재 시 발생하는 ‘열폭주’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기술진 연구개발 끝에 개발됐다. ‘배터리셀 간 화재 전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이다. 특정 배터리셀에 BMS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소화약제를 뿌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셀 발화 시, 소화 약제를 자동 분사해 화재를 즉시 진압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인접한 셀로 열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 열폭주를 사전 차단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앞선 기술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내열 소재를 활용해 열과 화염으로부터 열폭주를 지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원천 차단하도록 배터리시스템을 설계했다. 유럽과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은 배터리셀의 최초 발화 후 열폭주를 최소 5분간 지연시키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일부 국가에선 열전이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규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셀 단위 소화 기능을 갖춘 현대모비스의 배터리시스템(BSA)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안전기술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BSA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화장치와 배터리 케이스 등으로 구성된 하드웨어,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로직으로 구성된다. 특정 배터리셀에 BMS가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소화약물을 뿌리고 있다. BMS는 센서가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의 온도와 전압, 그리고 배터리시스템 내부의 압력을 분석해 이상 징후를 판단하게 된다. 발화 시 불을 끄는 소화약제를 분사할 위치를 설정하고 소화장치에 작동을 명령한다. 소프트웨어는 배터리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변화에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대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현대모비스의 고신뢰성 판단로직에는 다중안전장치와 이중화된 알고리즘 구조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시스템 내부에는 일반 가정용 소화기 용량 3.3kg(킬로그램)의 5배에 달하는 소화약제를 탑재했다. 이 약제는 냉각과 절연성, 침투성이 뛰어난 물질로 환경과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다. 현대모비스는 이 기술을 개발하며 배터리케이스와 소화장치 등 총 3종의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소화약제용 배관과 강한 압력으로 분사가 가능한 설계기술 등이다. 현대모비스 배터리시스템연구실장 박용준 상무가 ‘배터리 열폭주 원천 차단’기술 특화점을 설명하고 있다. 박용준 현대모비스 배터리시스템 연구실장상무는 “주행거리를 향상시킨 대형 전기차가 등장하며 배터리시스템의 안전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글로벌 기준을 상회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고도화된 배터리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에도 배터리 과열을 방지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이를 상품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진동형 히트파이프로 불리는 이 소재는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로 구성돼 있으며, 배터리셀 사이사이에 이를 배치해 급속 충전 시 배터리시스템 내부의 온도를 낮춰주는 기술이다. 급속 충전 시 안정적인 배터리 열 관리시스템으로 양산 적용할 수 있다.
손재철 기자 2025.04.14 11:00
야구
‘스물셋’ 퓨처스 3관왕 뜨면 ‘스물둘’ 안방마님…함께 크는 LG 젊은 배터리염경엽 감독 “하고싶은거 다 해봐” 2000년대생들 매치…송승기 무실점 선발 데뷔전 합작 LG 이주헌. LG트윈스 제공 포수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2000년대생 젊은 배터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인 선발 투수를 베테랑 포수가 리드하는 통상적인 조합에서 벗어나 동년배의 저연차 선수들끼리 볼 배합을 하는 것이다.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포수와 투수는 실전에서 합을 맞추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LG는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 ‘송승기(23)-이주헌(22)’ 배터리를 선보였다. 둘 다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다승 1위, 평균자책 1위, 탈삼진 1위를 기록한 송승기는 올해 LG의 5선발로 낙점됐고 이주헌은 지난해 가을 눈도장을 찍으며 백업 포수로 자리 잡았다. LG 송승기. LG트윈스 제공 염경엽 LG 감독은 1~4선발을 모두 베테랑 포수 박동원에게 맡기다가 5선발 송승기가 등판할 때 처음으로 이주헌을 선발 포수로 출전시켰다. 주전 포수 박동원의 체력을 안배하고 송승기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염 감독은 “박동원이 포수로 앉으면 송승기는 박동원이 사인을 내는 대로 공을 던져야 하는데, 송승기로서는 자기가 던지고 싶은 걸 던져 보는 게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송승기는 2군에서 자신이 만든 결과들이 있어서 그에 가깝게 던질 수 있게 하려고 스프링캠프 전부터 이주헌과 합을 맞추게 하려고 생각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송승기는 첫 등판에 7이닝 1피안타 5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완벽한 데뷔전을 치른 송승기와 선발 포수의 경쟁력을 보여준 이주헌은 LG의 성공적인 ‘배터리 세대교체’ 시작을 알렸다. 키움에서는 이번 시즌 김동헌(21)이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김동헌은 입단 첫해인 2023년 키움의 백업 포수로 활약했으나 지난 시즌 개막 직후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김동헌이 재활에 전념하는 사이 입단 동기 김건희(21)가 많은 기회를 받으며 백업 포수 자리를 꿰찼다. 키움 박윤성(왼쪽)과 김동헌. 키움 제공 김동헌은 이번 시즌 김재현과 번갈아 선발 포수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KIA전에서는 1년 후배인 선발 투수 김윤하(20)의 공을 받았다. 팀의 막내라인으로 구성된 배터리인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날 김윤하는 5이닝 9피안타(5피홈런) 7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윤하의 두 번째 등판일인 지난달 30일 SSG전에서 전담 포수를 김재현으로 교체했다. 김동헌은 하영민, 케니 로젠버그 등 경험이 많은 선발 투수들은 물론 전준표, 박윤성 등 젊은 불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험을 쌓고 있다. 2군에서는 김건희가 1군 포수 마스크를 되찾기 위해 훈련 중이다. 김윤하, 정현우, 윤현 등 2000년대생 선발 투수를 다수 보유한 키움이 올해는 어떤 젊은 배터리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두리 기자 2025.04.03 08:00
야구
20대가 던지고 20대가 받는다···서울에 뜨는 ‘2000년대생 배터리’LG 송승기. 연합뉴스 LG 이주헌. LG 트윈스 제공 포수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면서 2000년대생 젊은 배터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신인 선발 투수를 베테랑 포수가 리드하는 통상적인 조합에서 벗어나 동년배의 저연차 선수들끼리 볼 배합을 하는 것이다. 프로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포수와 투수는 실전에서 합을 맞추며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LG는 지난달 27일 한화전에서 ‘송승기(23)-이주헌(22)’ 배터리를 선보였다. 둘 다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뛰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다승 1위, 평균자책 1위, 탈삼진 1위를 기록한 송승기는 올해 LG의 5선발로 낙점됐고 이주헌은 지난해 가을 눈도장을 찍으며 백업 포수로 자리 잡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1~4선발을 모두 베테랑 포수 박동원에게 맡기다가 5선발 송승기가 등판할 때 처음으로 이주헌을 선발 포수로 출전시켰다. 주전 포수 박동원의 체력을 안배하고 송승기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염 감독은 “박동원이 포수로 앉으면 송승기는 박동원이 사인을 내는 대로 공을 던져야 하는데, 송승기로서는 자기가 던지고 싶은 걸 던져 보는 게 훨씬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송승기는 2군에서 자신이 만든 결과들이 있어서 그에 가깝게 던질 수 있게 하려고 스프링캠프 전부터 이주헌과 합을 맞추게 하려고 생각했었다”라고 설명했다. 송승기는 첫 등판에 7이닝 1피안타 5탈삼진으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완벽한 데뷔전을 치른 송승기와 선발 포수의 경쟁력을 보여준 이주헌은 LG의 성공적인 ‘배터리 세대교체’ 시작을 알렸다. 키움 박윤성(왼쪽)과 김동헌.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에서는 이번 시즌 김동헌(21)이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썼다. 김동헌은 입단 첫해인 2023년 키움의 백업 포수로 활약했으나 지난 시즌 개막 직후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김동헌이 재활에 전념하는 사이 입단 동기 김건희(21)가 많은 기회를 받으며 백업 포수 자리를 꿰찼다. 김동헌은 이번 시즌 김재현과 번갈아 선발 포수로 출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KIA전에서는 1년 후배인 선발 투수 김윤하(20)의 공을 받았다. 팀의 막내라인으로 구성된 배터리인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날 김윤하는 5이닝 9피안타(5피홈런) 7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윤하의 두 번째 등판일인 지난달 30일 SSG전에서 전담 포수를 김재현으로 교체했다. 김동헌은 하영민, 케니 로젠버그 등 경험이 많은 선발 투수들은 물론 전준표, 박윤성 등 젊은 불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험을 쌓고 있다. 2군에서는 김건희가 1군 포수 마스크를 되찾기 위해 훈련 중이다. 김윤하, 정현우, 윤현 등 2000년대생 선발 투수를 다수 보유한 키움이 올해는 어떤 젊은 배터리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이두리 기자 2025.04.02 10:42
생활
아트뮤, Qi2 인증 맥세이프 보조배터리 2종 출시아트뮤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아트뮤(ARTMU)’를 운영하는 아트뮤코리아(대표 우석기)가 국제무선충전협회(WPC)의 Qi2 인증을 획득한 ‘맥세이프 무선 보조배터리’ 2종을 출시했다고 전했다. 출시한 제품은 1만mAh 배터리 사양의 ‘QB210’ 모델과 5000mAh의 배터리 사양의 ‘QB310’ 모델 2종으로, 유선 PD 충전 최대 20W의 고속충전과 무선 충전 최대 15W를 지원한다. 아이폰 12 이후 모델의 맥세이프(MagSafe) 기능을 통해 별도의 케이블 없이도 간편하게 무선 고속충전이 가능하다. 맥세이프 무선 보조배터리는 충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능형 최적전압관리(INOV), 과전압 보호기능(OVP), 온도 과열 보호기능(OTP), 과전류 보호기능(OCP), 과출력 보호기능(SCP) 등 첨단 보호 기능이 적용됐다. 아트뮤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앰프리어스 테크놀로지스(Amprius Technologies)의 리튬폴리머 배터리 셀을 채택해 충방전 효율성과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했으며, 과충전 상황에서도 안전성을 보장한다. 맥세이프 무선 보조배터리는 패스스루(Pass Through) 기능을 통해 배터리 충전과 맥세이프 충전을 동시에 지원하며, 입·출력 구분 없는 프리포트(Free Port) 설계를 적용해 고속 충전을 보다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볍고 콤팩트한 설계로 휴대성을 극대화한 아트뮤 맥세이프 보조배터리는 실용성과 세련된 초슬림 디자인을 겸비해 사용자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다. 아이폰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뛰어난 그립감을 제공하며, 후면 카메라를 가리지 않는 구조로 충전 중에도 간섭 없이 사진과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아트뮤 또 1300G 이상의 강력한 네오디움 자석을 탑재해 충전 중에도 기기와의 견고한 결합을 보장하며, 일체형 맥세이프 설계로 보조배터리와 케이블을 따로 휴대할 필요 없이 간편한 사용이 가능하다. 신제품은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퍼플 등 다섯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아이폰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스타일을 강조했다. 아트뮤 아트뮤에서는 Qi2 인증 맥세이프 보조배터리 외에도 애플공식인증(MFM, Mfi) 맥세이프 무선 충전기, 워치 무선고속충전(AB시리즈) 보조배터리, 디자인형(IB시리즈) 보조배터리 5종, 성능형(PB시리즈) 초고속 보조배터리 6종 등 다양한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다. 아트뮤 신제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트뮤 SNS 채널과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봉석 기자 2025.03.26 01:51
경제
트럼프 시대, 계산 복잡한 K반도체·배터리트럼프 “보조금 없애겠다”…반도체법·IRA 폐지 방침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대만 반도체 회사 TSMC의 대미 투자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왼쪽)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법(CHIPS Act)은 돈을 낭비하는 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에 제조시설을 세우면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 법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형편없는 법”이라며 폐지하고 남은 예산을 부채 감축 등 다른 곳에 써야 한다고 했다. 반도체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관세를 피해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지으려 할 텐데 굳이 이들에게 돈을 쥐여줄 필요가 있냐는 얘기다. 트럼프는 반도체에 최소 25% 관세를 매기겠다고도 했다.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아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향후 투자 계획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반도체 회사인 TSMC가 미국에 총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추가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세액공제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구매 부담을 줄여주는 법이다. 이 법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제품·설비를 생산한 업체에도 보조금을 준다. 이에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IRA 폐지 방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는 트럼프 시대를 맞아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기회는 없을까. “주도권 이어가려면 미국과 협력해야” 반도체는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의 수혜를 입은 품목이다. 지난 30년간 반도체에는 사실상 관세가 붙지 않았다. 1996년 체결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 덕분이다. ITA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반도체,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 부품·제품 등에 0% 관세를 적용한다.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관련 산업이 활성화한 것은 이 같은 다자무역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ITA에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8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반도체와 IT 산업을 키웠다. 예컨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보자. 시스템 반도체인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영국의 ARM으로부터 기본 설계 도면이라 할 수 있는 설계자산(IP)을 받아 만든다. 미국 기업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의 설계자동화프로그램(EDA)을 활용해 설계된다. 애플은 대만의 TSMC에 모바일 AP 위탁생산을 맡기고, TSMC는 네덜란드, 미국, 일본의 장비를 써서 이를 제조한다. 아이폰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도 들어간다. 모바일 AP와 메모리 반도체 등은 대만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에 탑재된다. 몇 년 전부터는 중국의 반도체 제조기술이 상당히 올라오면서 아이폰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반도체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는 미국, 유럽, 일본, 한국, 중국, 대만 등이다. ITA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다. 미국은 2018년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산 반도체에 25% 관세를 적용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관세로 대응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과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던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도 2024년 5월 중국산 반도체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이제 두 축으로 나뉘고 있다. 한 축은 미국과 동맹국, 다른 한 축은 중국. 한국은 미국을 축으로 하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주요 역할을 맡게 됐다. 반도체법 지원금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고,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전경 /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법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폐지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커 폐지가 쉽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합동회의 연설 직후, 공화당 상원의원인 토드 영은 “반도체법은 우리 시대 가장 큰 성공 중의 하나”라며 반도체법 폐지에 반대했다. 그는 SK하이닉스가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한 인디애나주 상원의원이다.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는 텍사스주의 존 코닌 상원의원(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와 미국 제조업의 성공을 위해 반도체법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TSMC와 인텔의 공장이 들어서는 애리조나주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민주당),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가 들어서기로 한 뉴욕주의 척 슈머 상원의원(민주당) 등 반도체법의 수혜를 입은 지역의 의원들이 폐지를 반대한다. 다만 보조금이 줄어들 여지는 있다. 이에 대해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투자 계획에 따라서 보조금이 정해졌는데,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이 줄면 우리 기업의 투자 계획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보조금을 못 받을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도 투자를 줄이겠다며 강하게 나가면 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의 말에 우리가 너무 휘둘릴 필요까지는 없다. 한국에도 협상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조금 축소에 따라 투자 계획 등을 줄이는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한국 반도체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을 ‘협력 국가’가 아닌 ‘관심 국가’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기술협력을 할 때 제한을 받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나중에 기술 표준을 제정하거나 신기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큰 애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 기술 생태계를 자국 안에 만들려고 할 것이고, 일부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에 일종의 아웃소싱을 주는 개념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파트너십 제안이 한국에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관세 25%를 부과하면 한국 반도체 기업에 타격은 없을까. 미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중 한국산은 7% 수준이다. 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은 있겠지만 큰 타격은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 반도체 비중이 7%에 불과한 것은 한국산 반도체는 주로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 반도체이고, 이들 메모리는 주로 다른 국가에서 조립돼 완제품의 형태로 미국 시장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HBM은 대만으로 가 TSMC 공장에서 엔비디아의 GPU와 함께 패키징 되기 때문에 미국 수입 통계에서 빠진다. 미국의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이 미국 현지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는 경우, 미국 시장에서 한국 메모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 역시 생산 공장의 대부분이 일본, 대만 등 해외에 있다. “배터리는 시간 벌게 될 것” 배터리와 전기차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IRA 역시 폐지가 쉽지 않다. IRA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 애리조나, 네바다 등을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폐지보다는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한 일부 내용의 변경이 유력하다고 말한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기업에 다소 열려 있던 기존 조항들이 삭제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IRA에서는 미국에 투자하는 중국 배터리업체 등에도 각종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됐다. 첨단 제조 세액공제(45X 조항), 투자세액공제(48C),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45W) 등에 대해 해외우려집단(FEOC) 요건을 적용해 중국 기업을 완전히 배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투자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끔 IRA 관련 조항이 일부 변경된다면 한국 기업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트럼프는 이전 정부 이상으로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려 할 것”이라며 “2차 전지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밀리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었는데, 시간을 좀 벌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할 경우, 해당 배터리를 채택한 미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도록 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 합작으로 새만금 등에 전구체·양극재 공장을 짓는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하기도 했다. 일종의 우회로를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IRA는 이런 합작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현익 부연구위원은 “이제 대중국 규제는 어떤 형태로든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과 합작하는 걸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2025.03.17 06:00
사회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정부, 안전관리 대책 발표지난 9월 2일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 공영주차장에서 열린 서초구·서초소방서 전기차 화재 대응 소방 합동훈련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국내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제조사는 배터리 주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또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추자장에는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정부는 6일 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13일 모든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 자율 공개를 권고한 데 이어 아예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 기술 등 주요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기차 제조사들이 공개하는 배터리 정보는 용량, 정격전압, 최고 출력 정도다. 정부는 여기에 셀 제조사, 형태, 주요 원료 등으로 공개 의무 항목을 추가했다. 정부는 전기차를 제작할 때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애초 내년 2월에서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범 사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기차 정기 검사 시 배터리 검사 항목에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을 추가하고 내년 2월부터 예정대로 배터리 이력관리제를 시행한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9월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는 내년부터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기로 했다. 또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와 충전사업기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실시간으로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경고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소비자 사용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 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자동으로 소방 당국에 위험을 알리는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지하주차장에서의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원칙적으로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화재 조기 감지와 연소 확산 방지가 가능한 ‘습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엔 성능이 개선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 건물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 이행 시기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 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 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240개에 달하는 전국 모든 소방관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또 군용 기술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 소방차를 연내 개발하고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려면 철저한 안전 관리가 담보돼야 한다”며 관계 부처의 빈틈 없는 대책 이행을 요구했다.
홍진수 기자 2024.09.06 13:45
경제 IT칼럼
[IT 칼럼] 중국산 배터리가 벤츠에 장착된 이유지난 8월 14일 서울 시내 한 벤츠코리아 공식 서비스센터에 서비스 접수 표지판이 놓여 있다.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날부터 자사 모든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개시했다. 연합뉴스 중국산 배터리를 장작한 벤츠 전기차가 인천 청라아파트에서 불이 난 후, 내 전기차의 배터리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을 좌우할 만큼 비싼 부품이라고 알려져 왔는데, 고급 외제차의 대명사 벤츠에 처음 듣는 브랜드의 배터리가 들어 있었다는 반전은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사실 이미 벤츠는 르노의 엔진도 가져다 장착했다. 급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어느 민감한 소비자가 묻더라도, 공동 개발했다거나 최적화됐다고 설명하면 된다. 한편 르노는 자신들 차에 벤츠 엔진을 탑재했다고 판촉하니 서로 남는 장사다. 브랜드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스리는 시대, 부품이 어디 것인지가 무슨 대수냐고 생각한 듯싶다. 하지만 벤츠로서는 이번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만큼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들 자신도 예감하고 있는 거대한 변화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란 바로 전기차 이행을 포함한 IT화, 그리고 그에 따른 완성차 브랜드의 위상 변화다. BMW와 아우디까지 이들 독일 3사는 대중적인 프리미엄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개념을 아슬아슬 유지해 오면서 높은 이윤의 비즈니스를 구가할 수 있었다. 승차감이 어떻고 하차감이 어떻고 뭐라도 있을 것 같은 바로 그 느낌의 가격, 이를 부풀릴 수 있어야 웃돈, 그러니까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런데 그 프리미엄은 내연기관 시대엔 유용했지만, 유통기한이 있다. 자동차 시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변화투성이다. 한때 미국은 압도적인 자동차 1위 생산국이었고, 호주 또한 무시 못 할 브랜드를 지녔던 나라였다. 볼보와 사브로 유명한 스웨덴도 지금은 중국 기업의 연구소 입지가 돼버리고 말았다. 중국도, 한국도 격변의 주체이자 수혜자였다. ‘중국산’이란 말에는 부정적 함축이 많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배터리가 계속 터지고 있다. 중국 검색 엔진에서 ‘突然起火的电动(돌연기화적전동)’이라고 검색해 보기만 해도 다양한 전동제품이 불붙고 있는 풍경이 나열된다. 올 초 난징의 아파트에서는 전기자전거 충전소에서 불이 타올라 15명이 사망하는 대형 인사사고도 발생했다. 마치 사회가 실험실 같은데, 모두가 동참하는 실험을 거쳐 될 때까지 밀어붙이면 세월과 함께 사회도 변화돼 있다. 지난 7월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신차 등록 과반수를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가 차지했다. 내수 시장 진작과 자국 기업 부양책의 성과이기도 하다. 우한에서 운영 중인 무인 로보택시는 앱으로 손쉽게 잡아탈 수 있는데, 가격은 일반 택시의 반값이다. 물론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 다소 제한적이라 약간 개인용 버스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염가와 편리함 덕에 이미 지역 명물이 되고 있다. 택시 운전사의 반발이 없을 리 없지만 이미 결정돼 움직이기 시작한 사회는 일사불란 굴러간다. 과연 중국식이다. 그 방식이 좋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세계 시장을 그렇게 선도할 수는 없다. 미·중의 첨예한 보호무역주의 속에 중국은 하나의 큰 온실이 돼버렸지만, 앞으로는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글로벌 밸류 체인(GVC)이 다시 하나가 될 때, 실험을 마친 중국산은 지금까지와 다른 비중의 부품이 될 수도 있다. 중국산 배터리와 손잡은 벤츠도 그러리라 생각했나 보다. 그 결단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국현 IT 칼럼니스트 2024.08.23 16:00
국제 특집
힘 받는 ‘트럼프 2.0’, 힘 빠지는 ‘전기차·배터리’“트럼프 칼춤에 국내외 시장 출렁, IRA·칩스법 등 비판” “한국 역대급 대미 흑자, 기술경쟁 선점·수출 다변화시급“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암살 미수 사건 이틀 만인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대선 TV 토론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피격 사건까지 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4개월이 남아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집권을 염두에 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발생할 태풍의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 국내 금융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도체와 2차 전지 주가가 출렁이며 휘청이고 있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압박하고, 전기자동차와 2차 전지에 주는 세제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트럼프 공약이 실현되려면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해야하는 변수가 있지만,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어 다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 한국에 보편관세 10% 부과 땐, 21조원 증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선거 구호로 내건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에서 프렌드쇼어링(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응하며 대미의존도를 높인 한국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 으로 올라섰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친환경차 수출 증가 등으로 자동차 수출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이 트럼프 캠프의 공약대로 보편 관세 10%를 한국에도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캠프는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캠프는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했다. 트럼프 캠프의 ‘주요 타깃 무역 적자국’ 목록에 한국이 오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한국은 2022년 9위(439억달러)로 10위권에 들었고, 지난해는 8위(514억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에도 자동차산업 적자 등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 다른 나라 수입 제품에는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시절보다 더 강한 미·중 통상 분쟁을 시사한 것으로 유럽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불공정 교역으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관세 전쟁을 예고했다. 공약대로 60% 이상의 관세 폭탄이 부과되면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대중 수출도 감소할 수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절반 이상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가 부진하면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위안화 절하 등으로 중국이 미국 관세에 맞서 다양한 보복 조치에 나서면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중국’에 이은 산업별 보호무역주의의 표적은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 도중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 지원으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가고 있다”며 “미국에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방위비와 TSMC를 묶어 거론한 것으로,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논리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서 받게 될 보조금에 트집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1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창립 115주년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NAACP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종식하고 흑인 유권자 입지를 넓히기 위한 단체다. AP 연합뉴스 ■ 배터리·전기차 살얼음, ‘트럼플레이션’ 우려도 반친환경 정책 기조로 전기차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트럼프는 같은 인터뷰에서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매우 비싸고 무겁다”며 “그들은(바이든 행정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체나 일부를 폐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직답 대신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않고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IRA가 지원하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비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IRA는 미국 내에서 만든 배터리·전기차에 한정해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바이든 정책을 뒤집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조는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로 한 한국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IRA법이 후퇴하고 한국 배터리의 투자 위축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 공장을 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2차 전지 업체가 미국에서 받을 보조금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다만 공화당 강세 지역과 선거 접전지에서도 IRA를 기반으로 한 투자가 늘고 있어 폐지보다는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더 거세졌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고 연방정부 토지에서의 석유, 가스 시추 허가 절차를 완화할 예정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선 당분간 변동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안팎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는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득세율을 낮추는 등의 감세정책과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은 미국 내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민자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도 노동력 공급에 대한 부담으로 임금 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소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트럼프 공약은 가격 인상 형태로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무책임한 예산으로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외 주가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출렁이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대중국 규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7월 17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대형 반도체 주가가 급락하며 휘청거렸다. ■ 사면초가 바이든, 조건부 사퇴 가능성 언급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겠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소폭 조정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자극 등으로) 예전만큼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무리한 금리 인하 베팅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무역 전쟁의 본질이 기술 패권 전쟁인 만큼 주력 업종의 경쟁력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수출 다변화 전략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트럼프 재집권 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글로벌 교역이 망가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일본과 유럽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 채널을 마련해 움직이고 있는 주요 국가들처럼 대화 통로를 공식화해 경제·안보 이슈를 망라한 범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안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은 인지력 저하 논란 속 후보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첫 공개 유세를 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완주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델라웨어 사저로 이동해 고령에 따른 건강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바이든 대통령은 조건부 사퇴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7월 18일 한 케이블 방송 인터뷰에서 ‘완주 의사 철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에게) 의학적 상황이 발생해 의사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이라고 답했다.
김은성 기자 2024.07.2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