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윤석열 측, ‘상급심 판단 받아보라’는 법원행정처 의견에 반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임이 명백함에도 법원행정처장의 답변은 이를 간과해 헌법을 침해했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석우 법무부 장관 대행은...
윤석열 내란 재판
유선희 기자 2025.03.13 11:29
사회
윤석열 측, ‘상급심 판단 받아보라’는 법원행정처 의견에 반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는 위헌임이 명백함에도 법원행정처장의 답변은 이를 간과해 헌법을 침해했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석우 법무부 장관 대행은...
윤석열 내란 재판
유선희 기자 2025.03.13 11:29
정치
법원행정처장 “‘윤 구속 취소’ 상급심 판단 받아봐야”···대검 "관련 상황 검토 중"... 질의에서 “14일까지 가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사진)은 12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윤석열 내란 재판
문광호·이유진·유선희 기자 2025.03.12 20:52
정치
[속보] 법원행정처장 “즉시항고 기간 남아···‘윤 구속취소’ 상급심 판단 필요”...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2일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제기해 상급심의...
윤석열 내란 재판
문광호 기자, 이유진 기자, 유선희 기자 2025.03.12 17:34
정치
법원행정처장 “윤석열 구속 ‘시간 단위 계산’, 실무와 다소 결 다른 판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2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해 “재판부에서 실무와 다소 결을...
윤석열 내란 재판
문광호 기자, 이유진 기자 2025.03.12 15:20
생활
박범계 의원,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들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 조언 왜?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연합뉴스“‘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시오’ 한 번 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5일 국회 법사위 예산심사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조언을 했다. 박 의원은 법원 판례 모음인 ‘법고을LX’ 사업의 예산이 지난해 3천만원에서 0원으로 삭감된 것을 언급하며 조 처장의 ‘절실한 호소’를 당부했다. 박범계 의원은 “법사위는 다리 하나, 도로 하나만도 못한 예산 규모에 비해 철저하게 심사한다”며 “법고을LX는 전통에 빛나는 자료다. 살려야 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조재연 처장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잘 살펴달라”고 하자 박 의원은 “절실하게, 3000만원이라도 좀 절실하게 말씀해달라”고 했다. 박범계 의원은 또 “그래야지 된다.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정말 국민을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다리 하나, 상판 하나에 해당하는 돈 밖에 안되는 거예요’ 한 번 하세요”라고 말했다. 조 처장이 웃음만 짓자 박 의원은 “살려주십시오, 한 마디면 끝날 일을 참 답답하다”고 웃으며 “대법관님,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라고 질의를 마쳤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질의를 한 것”이라며 “다만 이 표현이 예산심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이 우월적 권한을 남용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장님께는 간접적으로 표현에 언짢으시지 않았는지 여쭈었고, 괘념치 말라는 간접 전언도 받았다”고 전했다. 법원 판례 모음 ‘법고을LX’ 사업 예산에 관심을 보인 박범계 의원은 판사로 재직한 법조인 출신이다.
손봉석 기자 2020.11.05 22:01
생활
[속보] 법원행정처,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속보] 법원행정처,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일부 출구가 통제되어 있다.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림에 따라 이날부터 출입통제 등 대응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온라인뉴스팀 2020.02.24 15:37
생활
‘사법농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의원 민원 받아 재판 개입 혐의로 추가기소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이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2015~2016년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당시 국회의원들 재판 민원을 접수하고 일선 재판에 개입을 한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5일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임종헌 전 차장은 2015년 5월 국회 파견 판사를 통해 서 의원으로부터 지인 아들 재판의 죄명을 변경하고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강제추행미수인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꿔달라는 내용이었다. 임 전 차장은 문용선 당시 서울북부지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요구했고, 문 원장은 담당 판사를 불러 이 내용을 전달했다. 재판 결과 죄명은 바뀌지 않았지만 벌금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국회 파견 판사가 임 전 차장에게 청탁 내용을 담아 보낸 e메일을 확보하고, 서 의원의 지인, 문 원장, 담당 판사 등을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해 10월2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사진.임 전 차장은 2015년 4월 전 전 의원으로부터 손아래 동서이자 선임보좌관이던 임모씨를 석방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행정처 사법지원실 심의관에게 예상 양형 관련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뒤 검토 내용을 전 전 의원에게 설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임○○ 상고심 선고 후 전망’ 문건엔 2014년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하고 추가 구금되지 않게 하려면 징역 8월로 형량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 재판부는 그해 5월에 임씨를 보석으로 석방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장인 김시철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임 전 차장에게 e메일을 보내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었지만 검찰 출석을 거부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6년 8~9월 정치자금법 사건에 연루된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에 대해서도 양형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했고, 노 전 의원 사건 재판을 맡은 성남지원장에게 청탁 취지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 전 차장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서기호 전 의원의 경우엔 재판에서 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의원은 당시 법관 재임용 탈락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임 전 차장은 조한창 당시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통해 담당 재판장인 박연욱 부장판사에게 소송을 신속하게 원고 패소로 종결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종헌 전 차장은 2016년 10~11월 당진·평택항 매립지 귀속 분쟁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분쟁 관련 사건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동시에 계류중인데, 대법원이 헌재에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조기에 선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에게 지시하고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보고한 후, 사건의 주심 대법관에게 전달한 내용이다. 검찰은 앞 서 지난해 11월14일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손봉석 기자 2019.01.16 00:00
생활
‘사법농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 치열한 법정공방‘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중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첫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임 전 차장 사건 1회 공판준비기일은 오후 2시에 시작해 1시간 넘게 검찰과 변호인단 공방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 전 사건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이 장시간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낸 242쪽 분량의 임종헌 전 차장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하며 범죄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할 필요도 없이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에 범죄혐의와 관련없는 내용을 기재해 재판부 예단을 형성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 10월 8일 검찰 구속 후 첫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제공사진변호인단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 관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 직권남용죄라고 검찰이 공소장에 쓰면서 “위안부 피해자 총 240명 중 212명이 사망해 현재 28명만이 생존 중임”이라는 정보를 넣은 게 대표적인 일본주의 위배라고 주장했다. 또 카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에 임종헌 전 차장이 개입한 혐의를 기재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치권 및 여론의 비판과 공분이 고조돼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을 함께 넣은 것도 지적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 범행의 동기와 목적, 배경에 해당해 범죄혐의와 무관한 정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수년에 걸쳐 은밀히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사실을 특정하려면 배경을 공소장에 기재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심판 대상을 명확히해야 국민들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재판의 독립이 침해된 사건인데 진실 규명보다 공소장 일본주의를 주장하면서 심리 자체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수사기록 열람’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임종헌 전 차장 공범 수사를 이유로 임 전 차장에 대한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해주지 않아 방어권 행사를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헌
손봉석 기자 2018.12.10 19:34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법원장과 법원행정처, 그 은밀한 관계법원장과 법원행정처 또는 대법원의 관계를 정의하기 위한 키워드는 ‘인사권’이다.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규모가 큰 법원의 장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반복되는 공식이 있다. 법원행정처를 거쳤는지 여부다. 전국법원장간담회가 열린 지난 6월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각급 법원장이 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지난 6월 5일 추가공개한 98개 파일을 살펴보면 두 개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법원장’과 ‘(법원장급) 수석부장판사’다. 법원행정처가 일선법원의 재판개입 방안 및 소장판사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생산해도 법원장이라는 존재를 무시하고 실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주요 법원의 법원장은 통상 법원행정처와 교감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배치돼 왔다. 소위 법원행정처 출신 법원장이다. 지난 2월 김명수 코트에서 임명된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경력이 없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양승태 코트에서 이뤄진 법원장 인사는 대부분이 법원행정처 경력을 가진 판사들이다. 민중기 원장의 전임인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59·사법연수원 13기)은 법원행정처 법무담당관, 기획조정실 기획담당관을 거쳐 2014년 8월~2015년 8월까지 1년간 법원행정처 차장을 역임한 뒤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임명돼 지난 2월까지 약 3년간 법원장직을 맡았다. 전형적인 ‘법원행정처-법원장’ 코스를 밟은 셈이다. 10년 만에 반복되는 사법행정권 남용 실제 특조단이 공개한 98개 파일 가운데 꽤 많은 문건에 ‘법원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2016년 3월 14일 법원행정처 기획 제2심의관실이 작성한 <판사회의 순기능 제고방안>을 살펴보면 법원행정처가 법원장을 사실상 가장 강력한 행정권 행사 ‘루트’로 사용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다. ‘세부적 방안 검토’ 가항 이하에 나오는 ‘법원장 주도의 의견수렴 및 안건 설정’을 비롯해 문건 전반에서 묘사되는 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수족 노릇을 하며 판사들의 동향을 보고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안건 제출, 선정, 판사회의에서의 논의 진행 등 판사회의 관련 전 과정에서 법원장이 헤게모니 장악 ▲‘법원장-일선판사’ 사이의 소통 강화→우회수단(내부 판사회의 등)을 통한 소통 무력화, 내부 판사회의 활성화 명분↓, 내부 판사회의 중요도 감소, 법원장 논의 주도 ▲‘법원행정처-법원장-일선판사’ 사이의 일관된 소통의 흐름 형성 ▲이미지 싸움에서 우위 차지→부당한 요구 제기하는 판사: 오히려 선동적·감정적·조직적·독선적·불법적 등 부정적 이미지 낙인/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원장: 포용적·합리적·노련함 등 긍정적 이미지 획득 등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사태를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사건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영철 전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사태 이후 많은 판사들이 바꾸려 노력했던 잘못된 행태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이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검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일반교통방해죄·집시법 위반혐의 등으로 무더기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에 접수된 촛불집회 사건만 106건. 단일 집회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 가운데 62건은 일반 전산 방식으로 무작위 배당됐고, 25건은 몇 개의 재판부 내에서 소위 ‘뺑뺑이 돌리기’식 배당이 이뤄졌다. 나머지 19건은 특정 재판부에 직접 배당이 이뤄졌다. 44건이 사실상 ‘임의배당’된 셈이다. 얼마 뒤 임의배당받은 한 재판부에서 촛불집회 참가자에 대한 형량이 과하게 내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해 10월 박재영 당시 형사7단독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제10조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대책회의 조직팀장이 낸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해당 법에 따라 기소된 사건은 당연히 심리를 할 수 없다. 다음날 엄상필 형사3단독 판사가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의 보석신청을 받아들이며 공판을 연기했다. 이때부터 신영철 원장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강국 당시 헌법재판소장을 만나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을 신속히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또 형사단독 판사들과의 자리 및 세 차례의 이메일을 통해 위헌제청이 있었더라도 재판 진행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제 발언을 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판사들 사이에 동요가 일어났다. 일부 판사가 언론을 통해 신 원장이 보낸 이메일 전문을 공개했다. 엄연한 재판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자 현직 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 진상조사단이 꾸려져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신 원장을 법관징계위원회가 아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윤리위는 ‘엄중 경고’라는 경징계로 결론지었다. 신 원장은 이듬해 2월 18일 고현철 대법관 후임으로 신임 대법관에 임명됐다. 당시에는 법원행정처와 신영철 중앙지법원장 사이에 어떤 교감이 있었는지를 밝히지는 못했다. 대부분 추측만 할 뿐이었다. 다만 사태 이후 법원장에 의한 자의적 사건 임의배당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하나의 성과로 평가되기도 했었다.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법원장의 제1 책임은 소속 판사들이 재판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한 전직 법원장은 “법원장은 법원 행정직원과 판사라는 두 조직을 모두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요즘같은 날씨라면 판사들이 덥지 않게 재판할 수 있도록 에어컨 상태를 살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드러난 문건들에서 묘사되는 법원장들은 보신을 위해 법원을 운영하는 존재로 비춰진다. 차기 대법원장 0순위인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고, 차기 대법관 0순위인 2차(규모가 큰)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처장의 눈치를 보는 이상한 행태가 관행처럼 이뤄져 온 것이다. 유력 후보군의 공통점은 법원행정처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대법원의 관계를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는 결국 ‘인사권’이다. 서울중앙지법이나 수원지방법원 등 규모가 큰 법원의 장이 매번 대법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이유는 애당초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반복되는 공식이 있다. 법원행정처를 거쳤는지 여부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의 설명이다. “행정처 출신+수석연구관 출신 법원장 또는 고등부장은 대법관 후보 0순위다. 예를 들어 사법연수원 기수 17기에는 항상 거론되는 선두주자가 있었다. 이번에 대법관 후보로 올랐었던 한승 전주지방법원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이다. 판사들은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한승 원장과 이민걸 전 실장이 당연히 대법관 두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유독 17기에 유력후보가 많았다.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성원 광주지법원장 역시 후보군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경력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전부 법원행정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한승 전주지법원장은 총 네 차례의 법원행정처 경력을 갖고 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기획조정심의관, 인사1심의관, 사법정책실장이다. 사실상 법원행정처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셈이다. 윤성원 광주지법원장 역시 법원행정처 법정국 법정심의관, 민사정책총괄심의관, 사법등기국장, 사법지원실장 등 법원행정처 내 보직을 두루 경험했다. 양승태 코트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민걸 전 기조실장 역시 17기 판사 가운데 행정처 경험이 가장 많은 판사로 꼽힌다. 실제 법원행정처와 재판부를 주기적으로 오가면서 ‘법관과 판사’라는 서로 다른 직무를 두루 경험하는 것은 대법관으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는 루트였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신영철 중앙지법원장 사태 이후 노골적으로 특정 재판부에 주요 사건을 밀어주는 등의 방식은 사라졌지만 대신 교묘한 방식이 부활했다. 소위 법원장의 말을 잘 듣는 특정 판사를 주요 사건이 주로 배당되는 몇 개의 재판부 중 한 자리에 배치하고, 외관상으로는 무작위로 배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건이 특정 재판부에 갈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식이다. 양승태 코트에서는 수석부장 자리를 놓고 모종의 작업도 벌어졌다. 예를 들어 통상 서울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는 법원장으로 나가지 않은 고등부장 가운데 최고 선임이 자동으로 수석부장이 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중 법원행정처가 주요 사건에 대한 재판 진행 경과 등을 알아보려는 과정에서 기존 수석부장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법원행정처 입맛대로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최고 선임 고등부장판사=수석부장’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법원행정처 출신에 법원장을 거친 판사가 최고 선임 부장판사를 제치고 수석부장 자리에 앉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이나 수원은 특히나 법원행정처장이 좋아하는 인물이 수석부장으로 많이 갔다. 사무분담이나 근무평정권은 법원장의 고유권한이지만 대부분 수석부장에게 위임하는 경우가 많았고, 법원행정처 출신에 1차 법원장을 거친 부장판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수석부장을 하는 게 아무래도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잡음없이 행사하는 데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A지방법원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정책의 통로는 법원장 현실적으로 대법관 후보 1순위 지역의 법원장은 제청권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김명수 코트 이전 사법부는 ‘인사권’으로 엮인 수직적 구조였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지명권으로 법원장의 코를 꿰고, 법원장은 근무평정권 및 사무분담권을 통해 판사들을 컨트롤해 왔다. 법원행정처에서 제안된 각종 정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달할 수 있는 통로 역시 법원장이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6년 8월 작성한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방안> 문건을 살펴보면 행정처가 어떤 방식으로 각급 법원장을 평가하고 관리했는지가 나타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태라는 검토 배경에 따라 기조실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해당 법원 내 사법 불신 목소리가 나올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처장님 또는 차장님께서 법원장에게 통지 ▲해당 법원장→차회 점검시 개선사항을 보고하여 피드백하도록 함 등이다. 거기에 법원장의 근무의욕을 고취하는 방안으로 ‘법원장의 업무수행능력 평가자료로 활용: 2차 법원장 적격 검증시 적임자 보임의 기초자료로 활용’을 제시한다. 법원행정처가 ‘인사권’을 쥐고 법원장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명수 코트에서는 더 이상 법원행정처 출신이라는 교감요인이 법원장 임명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전국 판사회의에서 논의되는 안건 가운데 대법원장의 법원장 인사권을 판사회의에 넘겨 일종의 ‘경선’으로 뽑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이상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는 없어질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에 동요하는 일선 판사를 달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인사권을 내려놓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는 7월 26일 본회의를 열고 김선수·이동원·노영희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들은 모두 법원행정처 코스를 거치지 않은 정통 판사 또는 순수 재야 변호사다. 한 고등부장판사는 “김선수 대법관은 재야에서는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적은 있지만 이동원 대법관은 오히려 17기 중 대법관 후보 후순위였던 사람”이라며 “행정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대법관이 되는 데 장애요인이 되지 않는 현상이 관행으로 자리잡으면 재판에 충실한 판사, 법원행정처의 눈치를 보지 않는 법원장이 앞으로 많이 등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법원에 남아있는 법원장들의 현실인식은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들은 지난 6월 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통해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법행정권 남용행위가 법관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합리적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동안 법원행정처를 거치거나 법원장 자리에 오른 법원장들은 설령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문건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도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법원행정처가 법원장을 입맛대로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게 방치한 것만으로도 공범으로서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7월 26일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정황을 담은 문건 410건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228건을 비실명화 작업을 거쳐 추가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류인하 기자 2018.07.30 15:03
사회
빗장 연 법원행정처, 검찰 어디까지 갈까ㆍ주요 관련자 PC 제출 요구… 임종헌 전 차장 수사에 성패 달려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 열어놓은 법원행정처의 문을 검찰은 얼마나 열고 들어갈 수 있을까. 외관상 사법부는 검찰에 빗장까지 빼고 모든 것을 줄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검찰 역시 이에 응하는 모양새다.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제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젠틀한’ 수사방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대법원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및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 및 심의관들의 PC를 요구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풀지 못한 암호파일부터 임의로 삭제한 문건까지 모두 복구해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사법부의 대응이다. 전국변호사협회 비상시국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6월 1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규탄하고 있다./강윤중 기자 대법원장이 수사의뢰를 하거나 고발조치를 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고소·고발된 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조사에 최대한 응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들의 PC 및 하드디스크 제출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이미 법원행정처 안팎으로 잡음이 들리고 있다. 한 법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알 만한 사람은 알지 않나”라고 운을 띄우는 법원 관계자도 있다. 법무부 및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각종 의견이나 법률안, 공동으로 추진해온 각종 정책에 대한 사법부 내부 대응문건을 검찰이 보지 않고 지나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수사에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검사도, 판사도 없다.” 어찌됐든 닻은 올려졌다. 검찰 역시 큰 부담을 안고 시작된 수사지만 이미 출발선은 지났다. 검찰 수사는 결국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의 입을 얼마나 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임 전 차장은 논란이 된 각종 문건을 직접 작성했거나 지시한 당사자다. 대다수의 문건이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임 전 차장의 업무스타일 상 문제가 된 문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성됐는지는 하드디스크 분석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행정처에서 각 국·실장이 소속 심의관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면 심의관들은 페이퍼(종이) 형태의 보고서를 올린다. 때문에 해당 보고서가 작성된 후 실제 보고됐는지 여부는 작성한 심의관의 입을 통해 2차 확인이 필요하다. 임 전차장 PC는 문서의 보고 반면 임 전 차장의 PC는 각종 문건의 보고(寶庫)인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지시 및 보고가 페이퍼 형태와 파일 형태로 병행돼 이뤄졌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은 파일로 보고하는 것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임 전 차장의 업무방식이 반영돼 있다. 임 전 차장은 업무지시를 내릴 때 ‘어떠한 사안을 살펴보고 보고하라’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일정한 틀을 미리 세워놓고 사실상 그 안에 빈 칸 채우기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여기서 지시문건(1차 파일)이 발생한다. 여기에 심의관이 임 전 차장에게 제출한 보고문건(2차 파일)이 나온다. 대다수의 문건은 임 전 차장의 손을 거쳐 한 번 더 수정작업이 이뤄졌다(3차 파일). 결국 검찰은 기조실 1·2심의관의 PC와 임 전 차장의 PC 속 문건 대조작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쟁점은 임 전 차장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를 했는지 여부다. 행정처 관계자는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애초에 임 전 차장의 PC에서 발견된 문건 대다수가 결제라인이 있는 보고서가 아닌 검토문건이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유와 박 전 처장 및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작성문건을 직접 보고했는지 여부는 결국 임 전 차장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은 행정처장 보고업무를 할 때 구두보고가 아닌 페이퍼 형식으로 제출을 했다. 박 전 처장이 어느 수준의 문건까지 봤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박 전 처장이 임 전 차장이 벌이는 일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검찰이 밝혀야 할 것은 박 전 처장이 임 전 차장이 작성한 각종 연구회 와해 구상 및 인사상 불이익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비롯해 특정 판결을 정권에 유리한 판결로 분류한 보고서 등을 봤는지 여부다. 각 문건들이 가지는 위험성이나 실제 실행됐을 경우 발생할 파장을 고려했을 때 단순히 법원행정처 차장의 머릿속에서 구상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박 전 처장의 지시로 이 같은 문건을 작성했는지, 혹은 작성 후 보고 및 승인을 받았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보고서가 박 전 처장이 사용한 PC에 파일 형태로 남아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의 보고라인인 박 전 처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모 및 지시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임 전 차장의 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풀지 못한 130개의 파일 과제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1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3차 특별조사단은 2차 조사 당시 풀지못한 382개의 암호파일에 대한 추가조사를 벌였으나 정상파일 205개를 제외한 나머니 177개 유실파일은 복구하지 못했다. 177개의 유실파일 중 31개는 휴지통을 통해 삭제돼 파일로 파일명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후 조사에서 추가암호로 열린 16개를 제외한 나머지 130개 파일은 작성경로나 생성위치, 수정시각 등도 확인할 수 없다. 특조단은 “작성시기가 구 한글버전으로 작성된 것으로 미뤄보아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성이 없을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임 전 차장은 현재 출국금지된 상태다. 검찰은 언제든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이 왜 이 같은 문건 작성을 지시했는지는 여전히 알려진 바가 없다. 특조단의 조사를 받은 일부 심의관들은 “별다른 배경설명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기보다는 임 전 차장이 ‘이러이러한 것을 좀 알아보고 이러한 형태로 구상해서 보고서를 올려라’고 해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제로 시행될 것을 예상했다기보다는 임 전 차장이 원하는 방향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방향대로 작성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로서는 임 전 차장의 문건 작성 지시 동기도 파악해봐야 할 부분이다. 정말 양 전 대법원장의 역점과제였던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순수한(?) 잡음제거용(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hwp, 현안 관련 말씀 자료(대외비)등)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일까. 피고발인의 소환조사 계획 아직은 없어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법원행정처 외부에서 상고법원을 미끼로 사법부를 흔드는 손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한 168명의 여야 의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법원행정처로서는 호재였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이미 의원들이 제출한 법률 개정안은 2015년 2월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하고 1년째 공회전만 하고 있었다(2016년 5월 임기만료 폐기). 당시 행정처에 근무한 한 법원 관계자는 “여당(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법원에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물론 법원행정처는 의원들의 각종 민원 및 불만사항들을 적절히 처리하거나 넘기는 일을 해야 했지만 대놓고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즉 제19대 총선(임기 2012~2016)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들의 판결 결과를 모아보니 법원이 지나치게 야당(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판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계자는 “주로 상고법원에 부정적 의견을 내는 의원들이 당시 여당 의원들이었는데 이들 사이에서 ‘여당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100만원 이상이 나오고, 야당은 100만원 미만으로 나온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실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다만 당시 정황상 알 수 있는 것은 이 주장이 임 전 차장의 귀에도 들어갔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고위법관은 “의원들은 한 번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면 자꾸만 더 큰 요구를 행정처에 해왔다”면서 “임 전 차장은 그 요구를 자꾸 귀담아 듣고 본인이 가능한 한 해결하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서 상고법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법원 바깥으로 표출된 것도 임 전 차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으로 봤다. 검찰은 현재까지는 피고발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으로부터 하드디스크 등을 넘겨받아 조사를 벌이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박병대 전 행정처장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이번 사태에 책임은 없다는 말은 못할 것이다.” 퇴임한 한 고위법관 출신 법조인은 “주도적으로 문건 작성을 하거나 사법거래를 시도한 임 전 차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그가 아무런 지지 없이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승태-박병대-임종헌으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사법부 전체를 자기들 입맛대로 통제하려 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사법부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찰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검찰이 얼마나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을지, 사법부가 단순히 이번 수사와 재판을 통해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김명수 코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류인하 기자 2018.06.25 15:55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과욕’이 부른 참사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자행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을 놓고 사법부가 내홍을 겪고 있다. 상고법원 추진을 놓고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각종 문건을 작성하고, 법원행정처의 추진방향에 비판적인 판사와 단체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의혹의 중심에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59·사법연수원 16기)이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법복을 벗은 뒤 두문불출 상태다. 법원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문건 작성의 핵심인물인 임 전 차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는 왜 그 같은 문건 작성을 지시했던 것일까. <주간경향>은 임 전 차장과 함께 근무했던 전·현직 고위법관들의 입을 빌려 당시 상황을 재정리했다. 그는 ‘악의 축’이었을까, 사법부의 ‘희생양’이었을까.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 이상훈 기자 “저의 퇴직인사에서만큼은 어떠한 의심이나 추측 없이 진심, 법원을 떠나는 아쉬움과 슬픔만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 어느 법관에게도 특히나 지나온 세월이 30년에 이른다면, 사랑하는 법원을 그만두고 동료 여러분을 떠나기로 하는 결정은 함부로 내릴 수 없는 가슴 아픈 결단일 것이기 때문입니다.”(2017년 3월 17일 사법부 내부 전산망 ‘코트넷’에 남긴 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사법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남겼다. 그가 차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작성된 수백여 건의 문제 문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법부가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증거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현직 법원장의 말이다. “과유불급이었다.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나는 수십 년 동안 그 사람을 봐 왔기 때문에 알지만 국민들은 절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아가 국민들은 이 사법부를 신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똥물을 뒤집어쓰고 법원행정처에서 일해온 모든 노력들은 이번 일로 모두 묻혀버렸다. 공이 큰들 뭐 하겠나, 과가 이리도 큰데…. 그 사람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개인 대 개인으로서 나는 임 전 차장이 안쓰럽다.” 지난 2016년 6월 23일 대법원 사진실 우형근 사무관 퇴임식에 맞춰 열린 ‘대법원 40년간의 기록’ 사진전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가운데)이 설명을 듣고 있다.(임 전 차장 왼쪽(사진 기준)은 고영한 대법관, 오른쪽은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기조실장)) / 법원행정처 홈페이지 '포토뉴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임 전 차장은 사법부 내 ‘마타 하리’로 통했다(여기서 ‘마타 하리’는 프랑스·독일의 여성 이중간첩이 아니라, 모든 일을 ‘(도)맡아 하리’를 우스갯소리로 변형한 것이다). 그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중 하나로 쓰이는 것이 ‘박치기왕’이다. 그는 지금은 많이 사라진 서초동의 밤문화를 띄우는 데도 선수급이었다. “판사들끼리 마시는 술자리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런 자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선약이 있어도 꼭 밤 11시쯤 돼서 ‘어디신가요’라며 전화를 했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비춘 뒤 사라졌다. 술자리 분위기가 너무 다운돼 있다 싶으면 자신의 주특기였던 ‘박치기’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벽에도 머리를 박고, 테이블에도 머리를 박고, 박치기 대결을 하면서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그게 그 사람의 캐릭터였다.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사람들이 웃으면 그걸로 만족했다.”(A지방법원장) 재판도 잘 하는 사법행정 전문가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재판도 잘 하는 판사였다. 민사, 형사, 행정, 도산법 등 여러 법률실무를 두루 거쳤다. 특히 도산법 분야는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법원 내 정통한 이론가로 알려져 있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되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 사람 정말 재판도 끝내주게 잘했다. ‘어, 저 사건을 저렇게 풀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선배들도 할 정도였다. 참 잘 했다. 그걸 부정하는 판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B변호사·전 법원장) 그는 모든 일에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내가 임 전 차장을 묘사한다면 일단 진정성 최고, 두 번째로 열정 최고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단, 그게 항상 너무 과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다.”(C지방법원장) 임 전 차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 법관이 묘사하는 그의 특징은 거의 동일했다.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다는 것. 심지어 그가 사법연수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동료교수들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연구과제조차 떠안아 만들었다. “교수들이랑 회의해서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데 ‘제가 다 준비하겠습니다.’ 이러면서 며칠 지나면 다 해왔다. 게다가 내놓는 결과물도 엄청 꼼꼼했다. 자기가 전부 다 준비하고 챙긴 다음에 동료교수들에게 ‘저 이거 어떻습니까’라고 보여줬다. 그걸 싫어할 사람은 없었다. 솔선수범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C지방법원장) 그는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가장 꺼리는 국회 대관업무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임했다.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의원들 가랭이 사이도 기어다닐’ 사람이었다. 자신이 사법부를 대신해 국회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고, 부적절한 청탁을 받아도 자기 선에서 삼키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국회의원과의 대면업무가 가장 많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차장에 임명된 후에도 매번 직접 여의도로 가 국회의원을 만났다. 행정처 관계자는 “보통 심의관급이 오면 의원들이 싫어한다. 기조실장은 어디 있냐고 한다. 그래서 보통 큰일이 있거나 현안보고가 필요하면 기조실장이 매번 참석하게 돼 있는데 임 전 차장은 본인은 갈 필요가 없는 위치에 올랐음에도 대관업무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봤을 때 부담스러울 정도로 90도로 인사하는 모습도 종종 후배 법관들의 눈에 띄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6월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의 놀이터에서 재판 거래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준헌 기자 문제는 그 솔선수범 정신과 열정이 지나치게 과했다는 데 있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내놓은 3차 조사 결과 및 추가공개 문건들 대부분은 임 전 차장이 ‘기획조정실장~차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작성된 것들이다. 임 전 차장 이전에도, 이후에도 이 같은 문건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사법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가 사법부를 벼랑 끝까지 밀어넣은 이유에 대해 그를 잘 알던 법관들은 ‘그 역시 그의 열정’이었다고 했다. 거기에 행정처 차장이라는 직위가 가리키는 방향(대법관)도 그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추측했다. “누구도 입 밖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임 전 차장이 다음 대법관으로 가는 것은 ‘이변’이 없는 한 당연한 코스라 생각했다.”(C지방법원장) 그는 그 누구보다 법원 내 행정엘리트 코스를 충실히 밟았다. 통상 사법부 내에서 ‘사법부 내 행정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행정처 심의관-총괄심의관-실장’을 모두 거쳐야 한다. 행정에 욕심이 있는 법관들은 대부분이 한 번 행정처 심의관을 거쳤다면 그 다음으로 총괄심의관 자리로 가기를 원한다. 총괄심의관을 거치면 그 다음으로 기획조정실장, 사법정책실장 등 ‘OO실장’으로 갈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은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인물 중 하나다. 거기다 대법관으로 가는 직행열차인 법원행정처 차장에 임명됐다는 것은 그로서는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는 ‘훈장’이자 ‘대법관으로 가는 보증수표’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그런데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바로 모든 논란의 중심에 있는 ‘상고법원 설치’ 문제였다. 대법원 상고심 사건을 줄이는 것은 사법부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다. 법원행정처가 수십여 년간 연구를 해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1년에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처리해야 할 상고심 사건 수가 2015년에만 3만6000여건에 이르렀다. 대법관 1인당 300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전직 부장판사는 “국민들은 사법부가 어느 날 갑자기 상고법원이라는 생소한 방안을 내놓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상고허가제도 만들어보고, 심리불속행제도도 만들어봤다. 그런데 상고허가제는 위헌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시에 정말 여론도 나빴다. 결국 그거 폐지하지 않았나. 대법관 수 증원 문제도 각종 안을 내놓으면서 시도해봤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20여년째 시행 중인 심리불속행제도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보고용으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된 ‘현안 관련 말씀 자료’. / 특별조사단 제공 문제의 문건들 임 전 차장 시절 작성 판사는 각자가 한 개의 법원이라는 말처럼 대법원장, 행정처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들이 하나의 통일된 방안을 마련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전임인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시절에도 상고심제도 개선은 임기 내내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전 대법원장조차 ‘어제는 상고허가제 부활에 무게를 뒀다가 오늘은 대법관 수 증원에 무게를 두는 등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다. 거기다 상고법원이라는 대안은 단 한 차례도 최선의 방안으로 꼽힌 적이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엄밀히 말해 상고법원은 마이너한 안이었다. 1안도, 2안도 아니었다. 3안 정도 됐었다. 상고허가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중반에 들어 상고법원이 급부상했다. 2014년 12월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168명의 여야 의원이 15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을 상고법원 판사로 두는 등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행정처의 끈질긴 물밑작업도 당연히 있었다. “당시 사법부로서는 ‘어! 이게 무슨 일이지?’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거기다 그 ‘꼰대스러운’ 각각의 대법관들이 이견 없이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동일하게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 전 원장이 잘 설득한 것인지 어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법부 역사상 대법관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하나의 안을 내놓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D부장판사) 당연히 순조롭게 추진될 줄 알았던 상고법원 설치 문제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그 즈음이었을 것이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어? 지금 내부적으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네? 어떻게 내부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상고법원 설치안을 가지고 우리(국회의원)가 계속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의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코트넷(법원 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그게 언론에 보도되니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B법원장) 6월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암초에 부딪친 상고법원 설치 문제 상고법원에 반대의견을 내거나 비판적인 소모임 및 각종 커뮤니티에 대한 관리(?)가 시작된 시점도 의원들의 지적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상고법원 도입 법률안은 국회의원들 간의 의견 차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좌초위기에 처했다. 거기다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법무부 역시 반대입장 제시)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멈추면 또 언제 상고심 개선방안이 추진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임 전 차장은 자신의 ‘성격’대로 밀어붙이기 작전을 펼쳤다. 전략을 바꿔 대통령의 승인을 받기로 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상고법원이 괜찮아 보이던데요”라는 말 한마디를 얻어내면 멈춰 있던 법률안이 통과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 과정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문건들이 작성됐다. 청와대(BH)와 재판 거래를 하려 한 증거로 제시되는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2015년 7월 31일 작성)다. 이들 문건에는 국가배상 제한 등 과거사 사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통상임금 사건, KTX 승무원 사건,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등이 사법부가 청와대에 ‘협력’한 사례로 기재돼 있다(사진참고). 그러나 국가 의전서열 3위인 대법원장조차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독대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박 전 대통령의 옆에는 항상 우병우 수석이 배석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행정처에 있었던 측근의 이야기다. “우 수석이 대통령 옆에 딱 붙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게 당시 (행정처) 누구에게나 보였다. 사법부에서 어떤 의견을 내도 말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대법원장이면 당연히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그 기회가 도무지 없었다. 2015년 8월 6일 당시 큰 행사(민일영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제청 관련 대통령 오찬회동)가 하나 있었는데 그때가 원장님(양 전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였다. 약간 허리도 굽혀가며 사법부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왜 상고법원이 필요한지 설명을 드리려고 (임 전 차장이 만든) 갖가지 자료를 원장이 들고 갔었다. 그런데 독대 자리인 줄 알았던 그 자리에 우 전 수석이 갑자기 배석을 했다. 원장은 당시 정말 ‘간곡하게(말이나 행동에서 보여질 정도로)’ 이야기를 드려야 하는데 민정수석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원장 자존심에) 그런 식으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원장이 돌아와서 임 전 차장한테 ‘야 이거 힘들다’라고 했다. 그러니 그동안 상고법원 추진에 매진해온 임 전 차장 입장에서는 무력감을 느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 그 사람의 폭주가 시작됐다.” 청와대 동의 얻기 위해 과욕과 폭주 임 전 차장은 그때부터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청와대 또는 그 주변에 전달할 각종 문건 작성을 지시하기 시작한다. 또 법원행정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계획에 토를 달거나 반대의견을 표하는 판사 개인이나 집단을 눌러버리려는 시도도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한 법원장은 “그 사람은 멈추는 것을 하지 못했다. 안티를 견디지 못했다. 옆에서 봐도 눌러버리려고 하는 게 보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통상적인 보고라인, 지시라인이 무시되기 시작했다. 이민걸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모르는 각종 문건 작성 지시들이 기조실 심의관들에게 하달됐다. 보고도 이민걸 실장을 건너뛰고 이뤄졌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지휘라인과 보고라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임 전 차장 역시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법원행정처를 나가 일선에서 재판을 하고 있는 판사들에게까지 문건 작성 지시가 떨어졌다. 말 그대로 폭주였다. 이것은 가정이다. 만약 지난해 2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발령받았던 이탄희 판사가 법관 뒷조사 문건 작성 및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정책 추진 지시에 반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사법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임 전 차장의 전횡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을까. 법원행정처 출신 한 부장판사는 “이 판사는 발령받은 지 불과 며칠 만에 그런 지시를 받았기에 반발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의 심의관들은 부당한 지시에도 ‘NO’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찌들어 있었고, 부당한 지시라는 것을 알면서도 반발하지 못했다”면서 “임종헌 단 한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기에는 법원행정처라는 곳이 너무나 특수한 곳이었다”고 했다. 한때 임 전 차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한 법관은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판은 시스템으로 거래될 수 없다. 그리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에게 판결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임 전 차장의 과욕이 부른 결과를 봐라. 사법부의 공정성은 이미 무너졌다. 나는 ‘판사’인 임 전 차장 스스로 재판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판결 후 사후적으로 문건이 작성됐든 말든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문건을 만든 것 자체가 BH에 그렇게 보이려 했다는 것 아닌가. 그 자체로 그는 이미 판사가 아니다.”
류인하 기자 2018.06.11 15:46
사회
법원행정처는 출세의 지름길ㆍ판사 2900명 중 37명만 뽑혀… 100% 부장판사 승진 법원 내 특정 모임에 가입해 활동했거나, 사법부 방향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판사의 성향과 동향을 조사한 문건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이다.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2일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 산하 조사위가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일부 남용한 사실이 있지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실체는 없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그러나 의혹을 모두 해소한 것은 아니다. 첫 조사위 때 열지 못한 기조실 1심의관·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PC 및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760여개의 파일 등은 여전히 들여다보지 못한 채 내려진 결론이기 때문이다. 실제 추가조사위는 ▲인사모 관련 검토+1[박OO].hwp ▲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hwp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임종헌 수정].hwp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방안 검토(인사).hwp ▲인권법연구회_대응방안.hwp 등 5개 파일은 협조의 한계 등으로 손도 대지 못한 채 조사를 마무리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사태가 불거진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 이미 사인(私人)이 된 전 법관에게 강제수사 외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향DB 판사 동향 관련 760여개 파일 조사 못해 수년째 형사재판에서 배제된 한 판사는 “이규진 부장이 언급한 판사 동향파악 관련 문건은 결국 비밀번호가 걸린 파일과 열어보지 못한 PC 안에 있지 않겠느냐”며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사법부 내 비판은 가라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후 형사부에서 배제됐다. 일부 판사들 가운데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파일과 PC 안에 자신의 동향이 기록돼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정권교체 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PC 로그기록이나 동향이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고 여기는 판사도 있었다. 일종의 노이로제 증상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전화통화에서 “주요 판결이 나와도 판결문에 접근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혹시라도 내 로그기록을 가지고 문제삼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법원행정처는 일선 판사들에게도 낯선 곳이다. 소위 사법연수원 성적부터 ‘잘 나가는’ 극소수의 법관만이 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전국 2900여명의 판사 중 단 37명의 판사만이 근무할 수 있다. 새롭게 행정처에 들어오는 인맥도 결국 행정처 근무경험이 있는 판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행정처 안에서 형성되는 유대감과 인맥은 출세의 주요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시절(2005년 9월~2017년 9월) 행정처에서 근무한 전·현직 판사 456명(연인원)을 전수조사한 결과 행정처 출신 판사 100%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판사 개개인에 따라서는 과잉충성으로 이어진다. 두 차례 법원행정처 근무를 한 ㄱ부장판사는 “행정처에 들어오는 순간 판사라는 생각을 잊고 철저히 실무국 직원처럼 일을 해야 한다”면서 “눈에 들 수도 있지만 눈밖에 벗어나기도 쉬운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행정처에서 특정 판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를 문건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 임기 때부터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고위법관은 “행정처 갑질이 가장 심했던 때는 이용훈 대법원장 재임시절인데, 그때도 특정 판사나 조직의 동향을 파악해서 문건으로 남기는 짓은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 대법원장도 초반에는 행정처가 많은 역할을 하려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다만 양 원장이 상고법원에 집착하면서부터 행정처 내에서 도를 넘어서는 무리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법원행정처의 제1업무는 일선 법원의 재판을 돕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경우도 많다. 청와대·국회에서 들어오는 ‘거절할 수 없는’ 요구다. 추가조사위가 밝힌 박근혜 정부 청와대(BH)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과 관련해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그 단적인 예다. 해당 문건은 원 전 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항소심 선고 다음날인 2015년 2월 10일 작성됐다. 해당 문건에는 ‘BH가 원 전 원장의 항소심 선고 전망을 대법원에 문의했고, 대법원은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노력했지만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답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 양승태 원장 때 시작 기획조정실 심의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법원행정처의 유일한 갑(甲)은 국회와 청와대”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근무할 당시에도 청와대로부터 특정 사건의 동향을 알아봐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정 사건에 영향을 미쳐달라’는 요청을 직접적으로 한 경우는 없었다”면서도 “‘어떻게 돼 갈 것 같은지 알아봐달라’는 요청은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알겠습니다’라고 하고 99%는 자체적으로 뭉개버리지만 혹여 해당 재판부에 친분 있는 판사가 있으면 말을 전달하는 정도는 해왔다”고 말했다. 친분이 없는 판사일 경우에는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행여 그 사람(판사)이 어디 가서 불어버리면 큰일나니까 친한 사람에게만 부탁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획조정실 심의관 출신 법조인은 “국회의원이 법원행정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 건지 되레 묻고 싶다”고 했다. 법원 내 특정 연구회의 동향 및 판사 성향 파악을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질타했던 당사자들이 이제 와서 법원행정처를 비판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는 “현재 야당인 의원들이 여당의원이었을 때의 일”이라고 한정지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제가 심의관으로 있을 때는 현재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이었는데, 국회만 가면 ‘OO연구회 조직파악 자료를 내놓으라’고 질타를 했습니다. 당시 파악한 자료도 없고, 해당 조직을 조사한 적이 없는데 의원들은 ‘이게 말이 되냐, 조직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냐, 바깥에서 문제를 삼으면 행정처는 어떻게 해서든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 상황이 계속되면 행정처 입장에서도 법원 내 조직 및 소속 판사 동향파악을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 동향파악 문건은 (정도가) 많이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저 정도 수준(문건)으로 실제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까지만 해야지 너무 과하게 충성했다”면서 “결국은 자리에 욕심을 부리니까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사결과 발표 이틀 뒤인 24일 국민께 사과한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후속조치 마련을 약속했다. 또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재판업무에 복귀시키고, 안철상 대법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류인하 기자 2018.01.30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