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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골목 내시경

      [골목 내시경]부천시 원미동-소설 속 풍경 사라지고 깔끔한 신도시로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원미동은 양귀자의 소설 <원미동 사람들>로 유명한 곳이다. 부천의 옛 이름을 딴 전철 1호선 소사역에서 원미산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원미동이 있다. 길 한 편엔 ‘원미동 사람들 거리’라는 푯말도 걸려 있다. 하지만 소설 속 골목의 풍경은 어디에도 없다. 그 시절은 오로지 지금도 꾸준히 팔린다는 소설 속에만 박제돼 있다. 의 거리는 소설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서울에서 넘쳐나는 사람들을 위해 막 신도시가 생겨나던 때 원미동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 시절의 이층집과 연립주택이 골목에 간간이 보이지만, 대부분 새로 지은 높은 공동주택과 상가주택들이 지금의 원미동 골목을 이루고 있다. 구석구석 소규모 아파트단지도 보이고 골목길은 신도시답게 반듯반듯 깔끔하다. 원미동 골목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양귀자는 소설에서 “원미동 아이들은 집 안에서 틀어박혀 지내는 법은 애시당초 배운 적이 없다. 아침 눈뜨면서부터 집 앞으로 뛰쳐나와 어두워질 때까지 거리에서 놀았다”고 썼다. 그 당시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 골목에서도 옹기종기 모여 수군거리고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을 볼 수 있다. 봄을 맞아 아이들은 골목에서 활개 치고 있다. 붉은 띠를 맨 태권도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 소녀도 있고, 자전거를 쏜살같이 달리는 짓궂은 소년들도 보인다. 과자가게 앞에서 작당 모의를 하는 10대 초반의 소녀들과 아니꼬운 표정으로 도도하게 걷는 소년들도 있다. 공원 놀이터의 아이들 활력 원미동엔 아이들만 많은 건 아니다. 골목에 박힌 공원에는 펄펄한 노인들이 그다지 길지 않은 둘레길을 쌩하니 걷는다. 마치 사슬을 만들 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쁜 걸음으로 걷고 있다. 좀 더 풀기가 빠진 노인들은 장의자에 앉아 뱅글뱅글 돌아가는 행렬을 지켜본다. 바로 곁에 원미산이 있고 잘 정비된 산책로와 운동시설이 있음에도 노인들은 귀찮은 듯 동네 공원에서 봄날 오후를 즐기고 있다. 그 곁으로 어린아이들이 미끄럼틀을 오르내리고 그네를 탄다. 젊은 부모들이 곁에서 참견하거나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근래에 이렇게 붐비는 공원 놀이터는 보지 못했다. 서울 강남의 잘 꾸며진, 그러나 아이 하나 볼 수 없는 곳과 달리 놀이터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양귀자의 소설이 그린 원미동의 풍경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이와 같은 아이들의 소란과 활력이다. 운동하는 어르신들과 놀이터를 가득 채운 어린이들이 있다. 동네 안팎으로 초등학교 3개, 중학교와 여고까지 있으니 골목과 거리가 아이들로 넘치는 건 당연하다. 다만 학원을 오가는 지친 표정보다 숨이 찰 때까지 골목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아이를 상대로 하는 주산학원도 있고 피아노 학원에는 이런저런 공부 도우미까지 한다는 선전도 붙어 있다. 어디에나 아이를 책상 앞에 붙잡아두려는 부모의 심사야 뻔하지만, 원미동 아이들은 빨치산처럼 골목을 뛰어다닌다. 시로 승격되기 전 부천의 옛 이름은 소사읍이었다. 복숭아가 많이 나던 곳이라 복사골로도 불렸다. 한국전쟁 직후 이곳이 신종교의 성지 노릇을 하던 때도 있었다. 특정 종교 신자들이 모여 신앙촌을 이루어 살았고, 소사에서 정도령이 나오고 새 구세주가 세상을 구하는 역사를 이룰 거라는 믿음도 퍼졌다. 자신을 믿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외치던 교주도 나왔는데, 그 역시 죽은 후 부활했다는 소식은 없다. 그런 종교들의 극성과는 달리 원미동 골목 안의 종교 사정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개척교회와 작은 교회들이 골목 안 상가 건물에 깃들어 있고, 아주 큰 원미동 성당과 석왕사 절이 원미동의 신앙을 이끌어간다. 다만 곳곳에 병도 고쳐주고 신점도 본다는 신당도 보인다. 원미동을 남과 북으로 가로지르는 큰 골목에는 구역을 따라 3곳의 시장이 줄지어 있다. 원미종합시장, 원미부흥시장과 금강시장이 있다. 모두 한 길을 따라 있어 굳이 따로 나눌 일이 있나 싶다. 앞의 두 시장은 파는 물건이나 가격도 비슷하다. 현대화된 전통시장답게 비를 맞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도록 천장이 있고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금강시장은 골목을 따라 상점들이 이어져 있는데 시장보다 상점 거리라 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거리 곳곳을 이야기가 담긴 벽화로 치장했다. 큰 골목에 줄지어 있는 3곳의 시장 종합시장에는 터키 아저씨가 견과류 가게를 열고 있다. 열심히 먹어보라고 권하며 외치는 호객 솜씨가 남대문 상인보다 낫다. 반찬가게들도 나름 메뉴가 다르고 가격도 차이가 있어 장 보는 눈썰미가 필요하다. 떡볶이 가게에는 나이 든 모자가 세트 메뉴를 시켜놓고 그날 일과를 되짚고 있다. 금강시장 두부 가게 주인은 옌볜 출신이라고 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며 바짝 포를 뜬 건두부를 권한다. 두부 한봉지를 집어 들고 “한봉지에 2000원이다. 볶아먹고 무쳐먹어도 좋다.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게 보통 두부와는 다르다. 새벽부터 콩을 갈아 직접 만든 거니까 한번 먹어보시라”고 열을 올린다. 주인장의 권유대로 오이를 썰어 함께 무친 건두부는 일품이다. 도시를 일러 ‘가족을 잃어버린 곳’이라 부른다. 진즉 이웃은 사라졌고, 가족마저 낱낱이 자기 안에 매몰돼 모두가 외로운 곳을 도시라고 했다. 다른 곳은 그럴진대 적어도 원미동 골목에서는 가족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자식, 노모를 부축하는 딸의 느린 걸음, 3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골목을 호령하는 모양새를 골목을 걷는 내내 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서울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도 찾을 수 없던 정경이 지금 원미동 골목에는 남아 있다. 원미동 골목 끝은 원미산으로 이어진다. 장을 보고 돌아가던 이가 시장을 향하는 이웃에게 말한다. “파가 금값이더니 조금 내렸더라. 총각네 채소가게에 들어온 무가 싱싱하고 싸더라. 오징어는 비싸고 별로다.” 이웃으로 산 지가 오래된 듯 서로가 말을 놓고 수다를 떤다. 더불어 어제도 술 먹고 들어 온 서방 욕은 덤으로 퍼댄다. 장 보러 가는 길에 취직 못 한 자식 걱정이며 눈치 없는 가족 이야기까지 장마당의 약장사처럼 큰소리로 풀어놓고 있다. 도시에 아직도 이웃이란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 깊이 속살을 파고들어 이곳에 살아 보면 미움과 악다구니가 없겠나 싶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엔 날 세운 살벌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양귀자의 소설 속엔 깊은 상처와 쓰라림이 있다. 요즘 원미동 사람들은 살 만해졌고, 밀려난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 정착한 이들이 살고 있다. 골목 안 집들은 대부분 요즘 유행을 따라 정비돼 있지만, 간간이 옛날 형태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부동산은 “수도권에서 그래도 이 동네가 집값 적당하고 살 만하다. 환경도 좋고 지하철 7호선에 1호선이 지나가니 교통도 좋은 편이다. 신혼살림 하거나 초등학교 아이들 키우기에는 여러모로 좋은 곳”이라고 했다. 한참 신축 붐이 지나 시설 좋은 물건도 많고, 눈을 낮추면 싼 가격에 구축 매물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미동에는 종합시장, 부흥시장, 금강시장 모두 3곳의 시장이 있다. 상가주택 곳곳에는 불황과 팬데믹 사태 탓에 ‘임대’ 표지를 붙인 곳이 많다. 반면 깔끔하게 새로 문을 연 간식 가게와 커피집들도 골목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고 있다. 한 골목 안에도 흥망과 성쇠가 같은 줄에 놓여 있다. 옛 가게들은 아주 오래돼 1980년대의 간판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고, 이제 막 새로움과 세련됨을 자랑하는 곳들도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곳곳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벽화로 그린 길목도 이채롭다. 전봇대에 붙은 부동산 매물 광고 눈길 원미동은 곁에 원미산을 두고 있는데, 봄이면 피어나는 진달래며 복사꽃으로 유명하다. 이름대로 멀리서도 보이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간혹 대입 수능시험의 지문으로도 나오고 있으니 국민 대다수가 이곳의 이름은 들어봤을 터이다. 소설의 무대는 1980년대라서 그 안에 담긴 묵직하고 절박한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곧 진달래가 붉어질 계절이니 원미산과 원미동 주변도 봄의 기운이 절정을 맞을 것이다. 근자에 생각 없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원미동이 있는 부천이 입길에 올랐다. “이부망천(離富亡川), 이혼하면 부천으로 떠나고 망하면 인천으로 주저앉는다”는데, 그는 사과했다 하나 다시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말 한마디에서 그의 천박한 욕망과 이웃에 대한 모독과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읽을 수 있다. 원미동에는 아직도 가족의 따뜻함과 이웃의 정겨움이 남아 있다. 골목을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소란에서 이 어려운 시절의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고맙게도 원미동 사람들은 도시가 잃어버린 대부분의 미덕을 아직도 품고 있다. 활기와 희망을 보고 싶으면 원미동 골목을 걸어 보길 권한다. 다른 곳에 없는 즐거움이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2021.03.19 14:04

    • 사회 주목! 이 사람

      [주목! 이 사람]부천국제만화축제 대상작 심흥아·우영민 부부 작가

      ㆍ“치매 돌봄, 관계회복이 중요”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서랍 안에는 막내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엔 마지막까지 딸들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듯 두 딸의 이름이 여러 번 되풀이해 적혀 있었다. 올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한 해 동안 가장 주목받은 만화를 선정, 시상하는 ‘2020 부천만화대상’ 대상작으로 선정된 웹툰 <우두커니> 마지막화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작품을 만든 작가 본인의 기억이기도 하다. 심흥아·우영민 작가는 부부이자 ‘심우도’라는 팀명으로 활동하는 동료 작가다. 딸인 심 작가와 사위인 우 작가는 치매로 고통받는 늙은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가족의 현실적인 애환, 그리고 지난 시간 행복했던 순간들을 반추하는 모습도 함께 담아 <우두커니>를 그렸다. 연재 중에는 특히 가족이 투병하고 있다는 독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려 아픔을 공유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던 작품이다. “저희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는데, 미리 가족 간의 관계를 회복하고 응어리가 있으면 풀어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품을 쓴 심 작가는 가족이 치매를 앓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무엇부터 준비하면 좋을지를 묻자 ‘관계회복’이란 답을 먼저 꺼냈다. 치매 돌봄에서 가족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다정했던 가족이 한순간에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해 떼를 쓰거나 폭언을 하는 등 알아볼 수 없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 작가 역시 “미리 많은 대화를 나눠야 치매의 징후가 되는 변화를 포착하기도 쉽고, 초기에 알아차리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딸의 임신 소식을 듣자 환한 웃음을 보인다. 안타깝게도 손주가 태어나고 이 만화로 대상까지 받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아버지는 가족과 작별한다.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상을 치르고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 모두 연재 중에 있었던 일이다. 게다가 따로 작업실을 차리지도 않은 상황이라 부부에 아기까지 세 가족이 한 집에서 작업과 육아, 일상생활 전부를 이어가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부부 작가는 서로에 대한 신뢰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심 작가는 “24시간을 붙어 있었지만 남편이 배우는 입장으로 맞춰줬고, 서로 감정도 쌓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풀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장면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어도 만화로 그리지 못할 정도로 힘겹고 민감한 현실도 없지 않았다. 심 작가는 “나 자신에게 실망할 정도로 힘들었던 장면들은 최대한 절제해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작가의 간결한 그림이 이렇듯 담담하게 진행하는 이야기와 잘 어울려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두 작가의 이런 차분한 성격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시상식이 열리는 제23회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비대면 행사로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심 작가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떠들썩하게 축하받는 것도 좋지만 역시 우리 성격에는 이렇게 조용한 시상식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상금은 전셋집 이사하는 데도 보태고, 조금이나마 아기 이름으로 좋은 일하는 데도 쓸까 합니다.”

      김태훈 기자 2020.09.11 14:31

    • [문화캘린더]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문화/과학 문화 캘린더

      [문화캘린더]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제1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필하모닉 OST 콘서트 현장 축제 제16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일시 8월 14~18일|장소 한국만화박물관, 영상문화단지, 부천시 일대|관람료 한국만화박물관 입장료 5000원 “책은 안읽고 도움도 안되는 것만 읽는다”는 어머니의 성화에 아이들은 숨어서 읽어야만 했던 것이 만화다. 만화의 도시 부천부천국제만화축제를 통해 불명예를 이고 살았던 출판 만화를 양지로 끌어올렸다. 올해도 부천은 만화의 도시가 된다. 16년을 이어오면서 ‘부천=만화의 도시’라는 공식을 확고하게 했다. 부천시 승격 40주년까지 더해져 올해 만화 축제는 시민참여형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이야기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선 등 만화 원작이 영화로 탄생하는 과정과 작가들의 스토리작법이 전시된다. 이외에도 만화전시 및 콘퍼런스, 캐릭터 퍼레이드, 코스프레 최강자 대회, 인기 만화작가 사인회 등도 마련됐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만화 OST 콘서트’에서는 ‘로봇 태권 V’ ‘날아라 슈퍼보드’ 등 만화영화 주제가가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다시 태어난다. 부천만화축제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bicof.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2-310-3075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일시 9월 10일~10월 6일|장소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관람료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 이야기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가 고통으로 인한 간성혼수 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아 글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가족들의 일상이 덤덤하게 묘사되지만, 그 안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사건과 기억을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가 무엇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이다. 070-4619-2811 오페라 음악으로 읽는 세계문학-여름특선 일시 8월 14일|장소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관람료 R석 3만원/ S석 2만원 지난해 오페라 하이라이트 ‘음악으로 읽는 세계문학 - 시즌 1’에 이어 올해는 김유정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하는 오페라 이 무대에 오른다. 원작 소설은 1930년대 한국의 사회적 풍속을 농사일, 혼례, 키 재기 등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향토색 짙은 언어로 묘사했다. 오페라 은 작곡가 이건용의 작품으로 2001년 국립오페라단 초연 후 널리 사랑받고 있는 한국 오페라다. 070-7760-3435 콘서트 서울시합창단의 ‘신나는 콘서트’ 일시 8월 24일|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1만원 합창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합창단이 마련한 독특한 콘서트다. 가장 아름다운 악기로 알려진 사람 목소리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합창과 비트박스의 만남이 눈길을 끈다. 목소리 대 목소리의 대결 구도가 아닌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도다. 광고음악부터 한국민요까지 다양한 음악장르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02-399-1777 클래식 피아니스트 이민영 리사이틀 일시 9월 9일|장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관람료 2만원 독주와 실내악으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민영의 독주회다. 이번 무대에서 이민영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과 빌라 로보스의 ‘아기의 가족’,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고전적이고 학구적인 연주스타일을 맛볼 수 있고, 곡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민영은 서울대 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와 라이스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02-737-0708

      최영진 기자 2013.08.06 10:21

    • 정치

      [정치]배기선 vs 이사철 ‘부천 원미 을 4차전’

      총선격전지 서울 송파 병, 한나라당 예선 열기 후끈… 동작 갑, 유명인사 등장에 기성 정치인 긴장 서울 송파 병 서울 송파 병은 전·현직 의원 5명이 맞붙어 예선부터 벌써 관심 지역구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에서는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원창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으로 텃밭을 닦아왔다. 이 지역은 강남에 속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한 번도 깃발을 꽂은 적이 없다. 다른 지역과 달리 생활수준이 낮은데다 호남·충청 출신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에서 출마했다고 하면 고개도 들지 않았다”면서 “내가 호남 출신이고 지난 4년 동안 발벗고 다녔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계경·나경원 의원을 겨냥해 “이 지역은 낙후한 만큼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면서 “낙하산 공천으로 내려와서 이 지역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위쪽부터시계방향순)이근식·김성순·이원창·나경원·이계경 대선에서 대변인으로 이름과 얼굴을 널리 알린 나경원 의원은 ‘힘 있는 후보론’을 내세웠다. 나 의원은 “이곳은 거여·마천 지역의 개발이 관심사항”이라면서 “지역 주민의 바람 역시 능력 있는 후보가 와서 정부·서울시와 긴밀한 협조 아래 개발이 잘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평일 오전에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나 의원은 평일 오후나 주말이 돼야 지역구를 누비며 지역 주민과 접촉하고 있다. 이곳에서 23년 동안 산 이계경 의원은 “누구보다 송파를 잘 안다”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는 재개발도 중요하겠지만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여성·고령 유권자들을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신문사 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송파 갑·을·병 중 한 곳에는 여성 의원을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선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합의에 따라 묘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을 주장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본선에서 맞설 상대는 현역인 통합민주당의 이근식 의원이다. 이 의원은 4년 동안 법조타운 유치, 성동구치소 이전 등 자신의 공약이 실현된 만큼 앞으로 거여·마천 뉴타운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고 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통합됐기 때문에 이곳의 여론이 대선 이후 많이 달라졌다”면서 “영남 출신인데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을 한 것이 영·호남 가리지 않고 이 지역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은 바탕”이라고 강조했다. 전 민주당 사무총장이자 전 최고위원인 김성순 의원은 합당으로 이근식 의원과 공천 대결을 앞두고 있지만 예비후보도 등록하지 않은 채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2월 20일 김 전 의원은 “낙선한 후에도 4년 동안 지역에서 계속 활동했다”며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원미 을 부천 원미 을은 배기선 의원(통합민주당)과 이사철 전 의원(한나라당)의 네 번째 승부로 눈길을 끈다. 배 의원이 16·17대 총선에서 승리해 2승 1패, 이 전 의원이 15대 총선에서 승리해 1승 2패의 전적을 기록했다. 네 번째 승부인 만큼 상대를 너무 잘 알고 있는데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기에 극명하게 대비된다. 공안검사 대 민주화 투사의 대결로 세 차례나 진검승부를 벌인 두 사람의 총선 싸움은 말 그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상징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최순영 의원까지 가세했다. (왼쪽부터)배기선·이사철·최순영 방어에 나선 배 의원은 현재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종판결 시기가 이 지역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 의원 측은 “지역 현안이었던 지하철 7호선 연장을 16대 때 이끌어낸 만큼 지역 내부에서 배 의원의 공적을 다 알고 있다”며 “배 의원이 앞으로도 이 사업을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의원 간의 신경전이 날카로운 것에 대해 배 의원 측은 “이번 싸움이 양측간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며, 지는 쪽은 정치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사철 전 의원은 배 의원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6대 때는 불법적인 낙선운동으로, 17대 때는 탄핵바람으로 낙선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전 의원은 또 “중동·상동 신도시, 이 지역은 새로 이주해온 주민이 많은데 생활하는 데 불편이 많다”며 “여당의 힘 있는 의원이 나서서 이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대에서는 야당이어서 불리했던 것이 지금은 여당이 돼 유리해졌다는 것이 이 전 의원의 설명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이곳에서 시의원을 역임했다. 1984년부터 부천에서 살아오며 YWCA에서 활동한 최 의원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최 의원은 “이곳 지역은 정치적 수준이 높은 중간층 주민이 많다”며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싸움에 치중하기보다 지역 주민들, 특히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만들고 펼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동작 갑 서울 동작 갑은 한나라당 후보가 4배수로 압축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배우 남궁원씨의 아들인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와 유정현 아나운서의 출사표로 후끈 달아올랐다. 유명인사들이 등장한데다, 4명의 후보 이름 뒤에 강재섭·서청원·이재오·정몽준 등 한나라당 중진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당내 헤게모니 싸움의 격전장이 돼버렸다. (위쪽부터시계방향순)전병헌·서장은·권기균·홍정욱·유정현 크게 일전을 벼르고 있는 쪽은 현 당협위원장인 서장은 후보와 동작 토박이 권기균 후보다. 서장은 후보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었던 서청원 전 한나라당의 보좌역으로 일하다가 이 지역을 물려받아 조직면에서는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4년 동안 이 지역을 누비고 다녔다. 서 후보는 “야당이었지만 오히려 서울시에서 여당이었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가며 지역 민원을 해결해왔다”면서 “유명인들이 인지도는 높을지 모르지만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두 후보 측을 겨냥했다. 권기균 후보 역시 두 후보 쪽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권 후보는 “오랫동안 당에 기여했으며 당에서 드문 공학박사기 때문에 공천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또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며 “동작구를 과학교육특구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홍정욱·유정현 후보 측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홍보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유정현 후보 측은 “공천 발표 때까지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정욱 후보 측 역시 세간의 유명세 때문인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현역 의원인 통합민주당 전병헌 의원 측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신 안산선 부활, 대방동 미군 기지 이전, 노량진 민자 역사 착공 등 지역 현안을 많이 해결했다는 점을 우선 내세웠다. 전 의원 측은 한나라당의 경선이 치열한 것에 대해 “옛날 서청원 전 대표의 지역구라서 출마만 하면 당선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모두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신인들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유명인사 후보를 의식해서인지 전 의원 측은 “전 의원은 물론 부인 역시 동작에서 자라고 컸다”며 지역 연고성을 강조했다.

      2008.02.28 00:00

    • 문화/과학 유성문의 길

      [유성문의 길]부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에서

      그대 고향은 어디 인가 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누워서/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여래 같은 상을 하고 관공의 수염을 드리워서/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다. - 백석 ‘고향’ 전문 불우하게도 이 시대 고향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고향 밖을 떠도는 것이 아니라 고향이 사람 마음 밖을 떠돈다. 기껏 찾아간 고향이래야 길바닥에 나앉아 있거나 포클레인으로 무참히 파헤쳐져 있기 일쑤다. 어떤 운 좋은 이는 고향에서 출마를 꿈꾸거나 넘치는 돈으로 마름의 땅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그때 고향은 천박함으로 구슬프다. 나는 어차피 고향을 찾을 생각도 없고, 찾아봐야 부끄럽기만 할 따름이므로 어쩌다 고향이 생각날 때면 차라리 부천 원곡동 ‘국경 없는 마을’로 간다. 거기 고향을 버리고 온 사람들 사이 버려진 고향이 있다. 원곡동의 한 다방에서 만난 두 여성은 멀리 하얼빈이나 베이징에서 온 조선족들이다. 그들의 고향은 엄연히 중국이지만, 이미 버리고 왔으므로 아니 버림받고 왔으므로 이제 고향은 이곳 원곡동이거나 아니면 없다. 하얼빈에서 온 김향(그들은 ‘양’이란 말보다 향기로울 ‘향’자를 써달라고 했다)은 사십대 중반이고, 베이징에서 온 조향은 삼십대 초반이다. 김향은 원래 중국 오상현 소산자 출신으로, 그곳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함경도 어디 출신이라고 하는데, 관심이 없어 물어보지도 듣지도 않았다. 갓 스물에 조선족 남자를 만나 결혼해 그해 딸 하나를 낳았다. 남편은 인물 좋고 체격 좋고 수완 좋은 멀쩡한 위인으로 결혼 후 하얼빈으로 나와 장사를 해서 돈도 좀 벌었다. 그러나 씀씀이가 헤퍼 돈을 모으지는 못한 모양이다. 게다가 밖에 나가면 그렇게 사람 좋은 위인이 집에만 들어오면 폭력적으로 바뀌었다. 거의 매일 매질을 당하면서 숱하게 헤어질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또 막상 헤어져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참고 살아왔다. 부산 어디쯤에 시숙이 되는 사람이 살고 있어 그의 초청으로 3년 전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다. 남편은 공사판을 떠돌며 막일을 했고, 그녀는 공장이나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하지만 원래 몸도 약한 데다 그동안의 고생으로 골병이 들다시피해 그조차 쉽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당연히 원곡동으로 왔다. 그녀는 3년간의 체류기간이 다 되어서 이제 몇 달 후면 중국으로 일시적이나마 돌아가야 한다. 이제 겨우 한국생활에 익숙해질 만한 그녀로서는 솔직히 고향에 돌아가기가 싫다. 한국에 와서 돈 한 푼 모은 게 없으니 고향에 돌아가서 내놓을 면목도 없다. 들어가더라도 곧 다시 나올 생각이지만, 이제 고향에 가면 맏딸로서 늙으신 부모를 다시 뿌리치고 나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를 딸네미도 눈에 밟힌다. 조향의 경우는 더욱 어렵다. 부산 출신인 아버지와 북한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막내딸로 곱게 자라왔고, 대학까지 나와 북경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조선족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이혼했다. 몇 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어렵게 살던 아버지가 말기암으로 쓰러지자, 치료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에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가능성은 희박했고 치료비도 감당키 어려워 아버지는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한국에 남아서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로 작정했다. 그녀 역시 당연히 원곡동으로 왔다. 그리고 또 당연히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아버지께 치료비 한 푼 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죽기 전에 다시 국적을 회복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그녀 역시 어떻게든 한국에 눌러 살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중국에 있는 아버지와 통화를 해보지만 가뜩이나 말조차 하기 힘든 아버지는 눈물을 삼키느라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토록 막내딸을 예뻐하던 아버지에게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눈물밖에 없다. 혈혈단신 낯선 조국에 남은 그녀는 한국말조차 서툴러 누구 하나 붙잡고 사정할 사람조차 없으니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운다. 울고 또 운다.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숨쉴 수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한결같이 한국에서 살고 싶어했다. 비록 중국에서 하루 8시간 일로 끝인 데 반해 한국에서는 13시간이 넘도록 뼈 빠지게 일해야 하지만,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 꿈을 깨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헛된 꿈들 밖으로도 고향은 떠돈다. 그들은 어찌저찌해도 한국이 좋다고 했다. 시끄러운 중국말보다 한국말이 좋다고 했고, 부드러운 한국남자가 좋다고 했고, 한국노래가 좋다고 했다. 더구나 아무 힘없는 여자의 몸으로 그래도 돈을 벌 수 있는 한국이 좋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렇지만 돈을 좀 벌면 떳떳이 장사라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 땅이 아니라 저 먼 한국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라의 다방 TV 화면에서는 예일대 출신인지 아닌지 모를 전직 여교수의 얼굴이 연신 비치고 있었다. 모든 떠도는 사람들에게 고향은 서럽다. 고향 역시 사람의 마음 밖을 떠도니 서럽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은 유선이 아니라 무선으로도 얼마든지 천리만리 밖으로 갈 수 있게 되었지만 고향은, 사람은 서로 밖으로만 떠도니 상대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신이 부대끼고 있는 삶들이, 살아내 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그대의 고향이고, 그 삶을 끝내고 돌아가야 할 그 어느 곳이 당신의 고향이다.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든 사이 꿈속에서 누군가 내 맥을 짚는데, 그 손길이 하도 따스하고 부드러워 그 속에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국경 없는 마을 ‘국경 없는 마을’은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 형성된 외국인노동자 집단주거지역이다. 이 지역은 인근 시화·반월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몰려 살면서 마치 특구처럼 되어버린 곳이다. 초기 외국인노동자들의 애환을 받아내던 ‘국경 없는 마을’은 서서히 그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국경 없는 마을’은 이 지역 외국인노동자, 코시안, 원주민들의 삶을 담은 박채란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진정한 이야기책이라면 인권을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정직하게 인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이야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사실 내 관심사는 제도라기보다 ‘각각의 사정’이고 법이라기보다 ‘인간’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부분은 즐겁고, 어떤 부분은 슬프고, 또 어떤 부분은 패배적이거나 모순되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모든 것의 수용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사진|유성문 rotack@lycos.co.kr

      2007.09.25 00:00

    • 문화/과학 문화캘린더

      [문화게시판]부천문화재단, 발레 〈지젤〉 포함, 상반기 13편 공연

      부천문화재단, 발레 〈지젤〉 포함, 상반기 13편 공연 (재)부천문화재단은 3월 19일 부천시민회관에서 발레 〈지젤〉을 시작으로 2004년 봄시즌의 막을 올린다. 국립발레단이 펼치는 〈지젤〉 외에 3월 프로그램으로는 연극 〈이혼의 조건〉이 있다. 〈이혼의 조건〉은 이 시대 중년부부들의 자화상을 그린 화제작으로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 공식 초청작인 작가 윤대성의 이혼예찬 시리즈 중 하나다. 이밖에 4월부터 6월까지 클래식과 대중음악, 가족극, 판소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마련돼 있다. 3월 15일까지 두 편 이상의 공연을 패키지로 구매하면 3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문의:032-326-2689, 홈페이지 www.bcf.or.kr 국립창극단, '깊은 소리 우리 소리 2004' 펼쳐 국립창극단은 3월 6일과 7일 이틀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기악 중심의 음악회 '깊은 소리 우리 소리 2004'를 올린다. 내로라하는 명인으로 구성된 국립창극단 기악부가 그동안 창극 반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던 우리 기악의 아름다움과 소리의 앙상블을 보여준다. 박종선류 아쟁산조를 중심 선율로 한 산조합주, 청량한 음색과 강렬한 농음으로 사랑받는 대금 독주, 가야금 연주자가 직접 창을 하며 공연하는 가야금 병창, 다이내믹하면서도 깊은 거문고 산조 등이 준비돼 있다. 공연시간은 오후 4시이며, 관람료는 으뜸석 2만원. 버금석 1만원이다. 문의:02-2274-3507~8, 홈페이지 www.ntok.go.kr 그랜드하얏트서울, 허니문&기념일 패키지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신혼 첫날밤 또는 결혼기념일을 맞은 커플을 위해 3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 특별 패키지 3가지를 제공한다. 21만5천원인 '햅번 패키지'(금~토요일)는 ▲디럭스룸 1박 ▲레드 와인과 과일 셋업 ▲사우나 무료 ▲제이제이 마호니스와 헬리콘 송바 웨딩 애프터 파티 10% 할인 ▲호텔내 미용실 샴푸와 드라이 서비스 20% 할인 ▲오 디나쌍뜨 샤워 젤 선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31만5천~41만5천원인 '그레이스 패키지'(금~토요일)는 ▲주니어, 코너 스위트 또는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1박 ▲햅번 패키지의 호텔 관련 혜택 동일 ▲룸서비스 조식 ▲릴랙스 바디 폴리셔, 릴랙스 바디 밤 2종 선물 세트 선물 등으로 짜여 있다. 이그제규티브 스위트에서 묵을 경우 79만원, 앰버서더 스위트를 이용할 경우 2백만원인 '퀸스 패키지'는 ▲샴페인과 케익, 과일 셋업 ▲객실을 장미꽃과 풍선으로 장식 ▲호텔과 공항간 리무진 서비스 ▲사우나 무료 ▲제이제이 마호니스와 헬리콘 송바 결혼애프터 파티 10% 할인 ▲호텔 내 미용실 샴푸와 드라이 서비스 20% 할인 ▲룸서비스 조식 ▲클라란스 정품 2종과 미니어처 2종 선물세트 등을 제공한다. 문의:02-799-8888 오페라 〈카르멘〉 5월 국내 상륙 야외 오페라 〈카르멘〉이 5월 15일부터 19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서울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을 수놓는다. 이번 공연은 스페인 세빌리아 지방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초대형 무대, 스페인 정통 플라멩코팀의 화려한 공연,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선율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3대 오페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카르멘〉은 프랑스의 극작가 메리메의 소설을 작곡가 비제가 각색한 작품이다. 스페인 세빌리아 지방을 배경으로 정열의 집시여인 카르멘과 순수한 청년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쟌 카를로 델 모나코가 연출을 맡고, 테너 호세 쿠라가 돈 호세 역을, 엘레나 자렘바가 카르멘 역을 맡는다. 2월 23일 티켓박스를 오픈했다. 관람료는 5만~30만원. 문의:02-722-2693 새음반 위스퍼링 오브 더 문 (Whispering of the moon) 차이코프스키가 재직했던 우크라이나 오데사 국립음대의 성악과 교수이자 오데사 국립 오페라단 지도 교수인 소프라노 신문희의 1집 음반. 앨범에는 아프로쿠반 스타일로 재편곡된,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habanera)'를 비롯해 에디트 피아프 등 여러 가수가 부른 샹송 '장미빛 인생', 회화적 느낌의 편곡과 신문희의 감성적 보컬이 어우러진 '브람스의 자장가' 등 총 11곡이 들어있다. 이번 음반 작업에는 강호정 교수를 비롯해 박용준, 나원주, 정지찬 등 대중음악 아티스트가 편곡에 대거 참여했다. [PPW Korea] 홈랜드 (Homeland) 1988년 이후 뉴에이지 음악 전문 레이블을 통해 많은 음반을 발표해온 빌 더글러스의 최신(2002년작) 앨범. 이 음반에는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민요들과 '인간성 본연으로의 귀향'과 같은, 평화를 갈구하는 메시지가 현악기, 목관악기, 피아노, 그리고 합창단의 하모니로 표현되어 있다. 수록곡은 〈쉐난도(Shenandoah)〉 〈홈랜드〉 〈더 워터 이즈 와이드〉 등이다. 이중 〈쉐난도〉는 동이 트는 듯한 신비로움을 머금은 곡이고 〈홈랜드〉는 첼로와 오보에가 연주하는 선율이 인상적이다.   [알레스2뮤직] 새 DVD 이탈리안잡 1963년에 제작된 〈이탈리안잡〉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범죄전문가들의 뛰어난 두뇌플레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에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1963년판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절도, 금괴, 미니쿠퍼라는 뼈대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르다. 특별판에는 두 영화가 실려 있어 비교해볼 수 있다. 서플먼트에서는 고난이도 스턴트 액션 장면과 강력한 미니쿠퍼에 대한 설명, 삭제장면이 눈길을 끈다. 화면비율 2.35대1/오디오 돌비디지털 5.1 〈파라마운트〉 언더월드 흡혈귀와 늑대인간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이번에 출시된 〈언더월드〉는 흡혈귀와 늑대인간의 싸움을 다루고 있다. 환상적인 화면과 음향효과는 DVD의 재미를 더해준다. 액션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매트릭스〉와 〈이퀄리브리엄〉에서 본 듯한 액션이 한 곳에 모였기 때문이다. 반전을 중요시하는 요즘의 분위기에 맞춰 놀라운 반전도 준비돼 있다. 서플먼트에는 스턴트와 분장효과에 대한 설명, 뮤직비디오와 제작 과정이 실려 있다. 화면비율 2.35대1/오디오 DTS, 돌비디지털 5.1〈비트윈〉 커먼웰스 30억원을 둘러싼 14명의 이웃사촌간에 벌어지는 코믹 유혈낭자극으로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작된 영화는 호러영화인 듯하다가 스릴러, 코미디로 흘러가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패러디도 이 영화의 자랑거리.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나 〈킹콩〉 〈매트릭스〉 〈스타워즈〉를 패러디한 장면도 볼 만하다. 서플먼트에는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미린다 살인사건〉이 포함됐다. 화면비율 2.35대1/오디오 돌비디지털 5.1  〈파파DVD〉

      2004.03.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