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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건진법사 말고 비선의혹 핵심인물 더 있다

      ㆍYS계 출신 노모씨… 건진과 더불어 각종 이권·공천·인사 개입 논란 “건진은 조만간 죽어나갈 것이다.” 지난 6월 중순 주말, 대통령실 주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이 인사가 전한 대통령실 주변 상황 이야기는 세간에 알려진 내용과 전혀 다른 각도의 이야기였다. 비선 의혹과 관련 당시 논란은 6월 13일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방문에 수행한 정체불명의 여성이 누구냐가 핵심 쟁점이었다. “공식 수행원은 아니며 김 여사의 지인으로 필라테스 학원 등을 겸임하는 대학 무용학과 교수”라는 대통령실 해명이 나왔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외모 등을 봤을 때 무용·체육전공으로 보기 어려우며 무속인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 논란은 트위터 등 SNS발 소문이었고, 인터넷언론을 통해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당시 의혹의 당사자로 떠오른 무속인을 접촉해 “본인이 아님”을 확인했다. 논란의 인물은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가 맞았다. 지난 6월 13일 김건희 여사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를 찾아 분향 헌화을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 오른쪽 뒤의 여성은 대통령실 근무자가 아닌 김 여사의 지인 김량영 전 코바나컨텐츠 전무이며, 뒷줄 왼쪽의 유모씨와 뒷줄 오른쪽의 정모씨 역시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대통령실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의 정치권 인사가 전한 ‘논란 확산 경위’에 따르면 정작 진짜 논란은 이틀 뒤 새벽 6시에 한 유력 보수매체가 기사를 송고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김 교수의 또 다른 직책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무였다. 이 기사에 의하면 이날 김 여사와 동행한 인물 중 코바나컨텐츠 관련 인물이 두 사람 더 있었다. 기사에서 A씨와 C씨로 표기한 인물이다(4명의 인물 중 김량영씨를 제외한 나머지 B씨는 대통령실 직원이었다). 기사는 A씨가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고, B씨는 “코바나컨텐츠의 정식 직원은 아니지만 프리랜서 자격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해온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C씨가 대선 전 논란이 된 토리인스타그램의 ‘개 사과’ 사건과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희화화했다고 비판받은 ‘김건희 귤’ 사진 업로드에 관여한 인물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정치권 인사는 왜 이 논란으로 “건진법사가 조만간 죽어나갈 것”이라고 한 것일까. 김건희 ‘지인’ 논란의 알려지지 않은 내막 이 인사가 전한 보도경위는 다음과 같다. “건진 쪽이 최근 김건희 여사와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자 김 여사 오빠 쪽 접촉을 시도하면서 거의 스토킹 수준까지 갔는데 잘 안 된 모양이다. 그래서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이다.” 이 인사의 결론은 이렇다. “결국 건진 쪽이 김건희와 연락이 안 되니 이런 일을 벌였다. 건진은 조만간 죽어나갈 것이다.” 사실일까. 검증이 필요하다. C씨는 대선 전부터 이른바 ‘무속논란’을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인물이었다. “여사님 좀 말려달라”고 윤석열 선대위 측에 하소연해 결국 무속중독 논란이 외부에 노출되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내부인사로 지목되던 당사자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의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C씨는 한남동 공관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코바나컨텐츠의 직원 A씨는 그동안 거의 노출되지 않던 인물이다. 앞의 정치권 인사 얘기다. “그 직원의 이름은 유○○로 알고 있다. 오래된 직원이고 무속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다. 변수가 없으니 노출한 것이다. 김량영은 김 여사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다. 김건희 지인으로 거론된 사람 중 제일 무해한 사람인데 논란이 커지며 상황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김량영 교수에 이어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강원도 동해시의 황 사장 아들 황모씨에 이어 이번엔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외가 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논란도 불거졌다. 기자는 대통령선거 한 달 뒤인 4월 중순 “모 대기업 부장 출신인 이 외가 6촌이 대통령실에 들어갈 예정이며 정치권 보좌진 출신 인사와 함께 대통령실에 들어갈 예정인 행정관들의 ‘군기’를 잡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당사자와 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의 외척이며 모 대기업 출신이며 대통령실에 들어갈 예정인지’ 등을 묻자 그는 뜸을 들이다 “…아니다. 모르겠다. 운전 중이라 끊겠다”며 일방적으로 통화를 중단했다.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낸 그의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 논란이 불거진 것은 3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7월 7일이었다. 대통령실 비선 인선 논란 와중이었다. 5월 22일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을 자처한 강신업 변호사가 원본사진이라고 밝히며 올린 바이든 방한 당시 윤석열·김건희 부부 사진. 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여러장의 미공개 사진을 올렸지만 입수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 강신업 페이스북 사적 채용 논란 끊이지 않은 까닭은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 말을 종합해보면 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황 사장 아들 황모씨나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우씨, 그리고 대통령 외가 6촌 최 행정관 등은 대통령실 곳곳에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진 소위 ‘건진 라인’과 관련된 인물들이 아니다. 건진법사와 깊숙한 관계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소위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씨(심 팀장)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을 황씨라고 사칭하기도 했다(기자의 지난 2월 12일자 기사 ‘[단독] 윤석열 수행비서 황씨, 양정철 수행운전 했다’ 기사 참조). 권력 내부 깊숙한 곳에선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대선 후 황씨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캠프에서 일한 뒤 다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안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 본부 논란 후 건진법사의 활동은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강남의 모 호텔에 칩거하며 밤에만 활동한다”는 등의 풍문이 정치권에 돌았다. 건진법사가 수면 아래에서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인수위 시절이던 지난 4월 초다. 당시 국민의힘 주변에 돌았던 이야기는 “인수위에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으며 특히 MB 때 청와대 인사들이 낙원동 인근에 사무실을 차렸는데 이 인사들이 건진법사와 밀접한 관계”라며 “건진은 주변에 ‘본인이 도력을 회복했다’며 5월 14일부터 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라는 것이었다. 대선 전부터 건진법사와 함께 거론되는 핵심인물은 또 있었다. 정치권 주변인사인 노○○씨다. YS계로 알려진 이 인물이 건진법사와 함께 다니며 각종 이권이나 인사청탁 사업에 개입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인수위의 ○○○○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 인사와 건진법사의 각종 이권·인사 개입 정황은 소위 ‘지라시’로 알려진 사설정보지뿐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졌고, 논란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두 사람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 시기 강남 한 건설사에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양재캠프 임대료를 두고 건진법사와 노○○가 싸웠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지난 지방선거 당시 강남의 한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들이 건진법사와 노씨를 ‘뒷배’로 두고 경쟁하다가 공천은 엉뚱한 3자에게 갔다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다(당시 건진법사가 밀었다고 알려진 전직 국회의원은 8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대후보를 노○○가 밀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모른다. 내가 잘못해서 (국민의힘 후보가) 안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대방이 제대로 된 경력도 없었고 공천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고 당시 생각했고, 지금도 (내) 마음은 변화가 없다”라고 해 여운을 남겼다). 대선 후에도 비선 이권개입·청탁 논란 대선을 지나면서 건진법사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막후에서는 꾸준히 계속됐다. 지난 7월 초 기자가 들은 이야기는 “노씨가 경찰인사에 개입하고 있다”였다. 실제 경찰 주변에서는 특정지역 인맥과 노씨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언론관계다. 건진법사가 노씨를 통해 주로 보수매체의 부장데스크급 인력을 관리하면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여론을 관리하고 있었다는 설(說)이다. ‘불협화음’이 불거진 건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자처하는 강신업 변호사가 출처불명의 대통령 부부 사진을 연속해 SNS를 통해 공개하면서부터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7월 7일자 칼럼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나 패션정보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비선으로 김 여사 친오빠가 떠오르면서 서열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비선인선 논란이 터진 것이다. 7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건진법사의 영향력은 지난 대선 시기 절정에 이르렀다. 당시 국민의힘 측 인사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선진국민연대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 핵심인물이 다 1960년생인데 박영준도 60년생이고, 권성동·윤석열도 60년생이다. 지금 윤석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60년생이 많다. 선진국민연대 국회의원 출신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데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 나오는 게 ‘윤핵관’이었다. 아니 같은 식구끼리 왜 윤핵관을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거기서 윤핵관은 권성동이 아니었고 건진법사였다. 이 사람들도 건진법사한테 밀려난 모양이다. 권성동이 거기 가서 결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예전에 넘버1은 최순실, 넘버2는 정윤회, 그리고 넘버3가 박근혜라는 이야기가 있었지 않나. 지금은 도사가 넘버1이고 김건희가 넘버2, 그리고 넘버3가 윤석열인 것 같다.” 이 인사는 윤핵관으로 거론되는 사람들도 죽을 맛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핵관으로 드러난 사람들로서는 욕은 자기들이 얻어먹는데 돈 받고 못된 짓은 건진법사 측이 다 한 것이지 않나.” 취임 후 100일이 지났다. 건진법사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 파문이 불거진 이후였다. 8월 1일 정치권 주변에 ‘[받은글] 某 법사, 대통령 내외 친분사칭 이권개입 소문 확산’이라는 제목의 소위 지라시 글이 돌면서다. 글은 “대선기간 중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다 여러 문제로 사실상 축출당한 某 법사가 대통령 내외와 친분을 사칭하며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라며 구체적 사기수법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었다. 글에 대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통령실에선 실제 지금까지 접수된 ‘모(某) 법사’의 이권개입 제보에 대해 위법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8월 2일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이 최근 고위공무원 A씨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는데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A씨에게 민원을 청탁했다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은 확산하는 모양새다. 때마침 터진 대통령사저 인테리어 공사를 과거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후원 관련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맡았다는 의혹과 함께 지난 1월 건진법사 논란 당시 이와 관련이 있는 연민복지재단에 1억원을 후원했던 희림건설이 이번엔 대통령실 용산청사 리모델링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고 있다. 8월 3일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이 건진법사의 대통령 내외와의 친분 과시 의혹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위파악에 나섰다고 전하며 추가로 “이 법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A씨가 집권당의 현역 국회의원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불교계 마당발로 알려진 이 인사(남모씨)는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총선 공천을 받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만난 여당의원에게 건진법사와 친분을 과시했다. 남씨는 대선을 앞두고 뒤늦게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2월과 4월 26일 봉은사 비공개 방문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회자하고 있다. 남씨 역시 건진법사·노모씨와 함께 지난 대선 내내 거론됐던 인물이다. 당시 이를 전한 정치권 인사는 “남씨와 노씨가 동향으로 건진법사와의 관계는 남씨가 더 오래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통화를 녹음하고 방송에 제보했다가 고발당한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8월 4일 오전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변호인과 출두해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차라리 제2부속실을 만들어라” “비선실세라는 것이 무엇인가. 감춰져 있는 것이다. 계선에는 없는데 실제로 파워는 강하다는 것 아닌가. 의무와 책임 없이 권한만 강한 존재다. 권력은 거기서부터 썩기 시작한다.” 8월 3일 기자와 통화한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의 말이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앞서 언급한 ‘권력서열 1위 최순실, 3위 박근혜’라는 말과 비선실세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당사자로 유명하다. 그는 아무런 직함 없이 김건희 여사 일정에 동행한 김량영, 신지영 이원모 비서관 부인 등의 논란과 관련해 2부속실 같은 공식조직을 만들어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금처럼 아는 사람을 데리고 가는 식이면 안 된다. 아무런 직책이 없는데 TV화면에서 김 여사 옆에 노출이 되면 실세가 되는 것이다. 실세인데 공식직책이 없다, 그러면 비선이 된다. 정윤회나 최순실이 직책이 있었나. 그런데도 정호성이 그들의 말을 녹음해 다시 들을 정도였잖는가. 그러면 실세가 맞고, 직책이 없으니 비선이 붙은 것이다.” 그가 왜 비선실세라는 말을 쓰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건 비공식적으로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캠프 때 사람이 무속인이든 아니든 어떤 사람도 정권에 참여한다면 같이 하는 것으로 국민이 동의해준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도 인사검증은 공직기강이 하고 대통령의 업무에 부담되는 일은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해야 한다. 그걸 사찰이라고 하면 안 된다. 민정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해가 되는 정보를 미리 수집해 대통령에 보고하고 민의를 알아보는 역할을 하는 업무다. 반면 사찰은 사전적 의미로 특정인에게 특정 목적을 가지고 그 사람의 사생활을 관찰하거나 도·감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내가 하면 민정이고 다른 사람들이 하면 사찰, ‘내민남사’라고 말하면 안 된다.” 현재까지 나온 비선라인 의혹은 건진법사와 불교계 인사인 남씨 관련 사안이 대부분이다. 아직 초입 단계다. 이권·인사 개입의 또 다른 핵심인사로 꼽히는 노씨와 관련해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태다. 두 달 전 “건진과 노씨는 조만간 죽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정치권 인사를 다시 접촉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건진과 노씨, 남씨는 일종의 오월동주 관계였는데 대통령실의 움직임을 보면 이번에 건진과 남씨는 확실히 쳐내려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노씨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로 남는다. 결국 동지적 관계가 분열된 셈이다. 일종의 비선 내 알력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통령실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건진법사와 함께 노씨의 이권개입 등을 알아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경찰·검찰의 첩보가 이미 다 올라가 있다. 대통령실에선 그것만 확인하면 된다.” 지켜볼 일이다.

      정용인 기자 2022.08.05 14:38

    • 정치 표지 이야기

      [단독]김건희 무속중독 논란, 핵심은 ‘비선권력’

      ㆍ윤석열의 핵심 리스크로 심화되나 기자는 지난 1월 19일 사진 한장을 전달받았다. 사진은 1월 18일 오후 8시 34분 캡처한 것이었다. 이날 오전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이 시간부로 해산한다”고 선언한 네트워크본부의 활동 모습이다. 각 본부 본부장 및 SNS 담당자는 오후 8시 34분 기준으로 1시간 전 활동을 했고, 산하 미래정책포럼의 SNS 채팅방은 30분 전까지 관련 논의를 했다. 선대위 차원에서 해산했을지는 몰라도 캡처된 6개 단톡방은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해산 소식에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래와 같은 하마평이 올라왔다. “표면상 해체하고 뒤로 모여서 쑥덕쑥덕하겠지. 저것들이 하루 이틀 모인 사이겠냐.” 확보한 자료만 놓고 볼 때 이 누리꾼의 지적은 정확했다. 기자가 무속인들과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 직속 네트워크본부의 활동 제보를 처음 받은 건 지난해 11월 중순이었다. 제보자는 서울 역삼동 한 음식점에 차린 이른바 ‘굿당’이 사실상 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 들은 얘기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무속중독’과 관련한 것이었다. 무속인들의 이른바 신기 ‘영빨’이 떨어지면 바꾸는 식으로 무속인을 끝없이 교체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무속인들의 이름도 여럿 내부 인사들로부터 제보받았다. 마지막으로 제보를 받은 무속인은 지난해 12월 말 새로 들였다는 ○○보살이었다. 앞서 무속인들과 달리 “인터넷을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귀띔이었다. 실제 검색해도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무속 의혹과 관련한 윤석열 후보 측 대응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건진법사와 관련한 세계일보 보도가 나온 직후, 원본 영상을 게시 중이던 네트워크본부의 유튜브 영상이 통째로 사라졌다. 그 전 네트워크 본부에서 건진법사가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선대위 측은 “고문으로 활동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네트워크 본부 자체를 해산하는 초강수를 뒀다. 잡음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후보의 결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증거 인멸에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여럿 있었다. 의혹 대응의 공통점: 활동 흔적 지우기 조선일보는 지난 1월 9일 조용헌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의 장기연재 칼럼인 ‘조용헌 살롱’의 1330회 연재 ‘둔갑술과 검법’ 칼럼을 포털에서 삭제했다. 칼럼은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논란이 됐던 손바닥 王자가 윤석열 캠프에 포진한 J도사의 작품이라는 주장이다. J도사는 건진법사 전모씨를 말하는 것일까. 1월 17일 조용헌 교수와 통화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조선일보 ‘둔갑술과 검법’ 기사를 왜 네이버에서 삭제했나. “윤석열 캠프에서 J도사 부분은 틀리다고 항의했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 -J도사는 전○○인가.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고 (윤 캠프에선) 주장하던데.” -王자도 당시 해명이나 지난 1월 16일 공개된 김건희 녹취록을 보면 동네주민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하던데 왜 J도사라고 확신하는가. “나는 그렇게 알고 있는데 물증을 들이밀 수 없는 부분이니까. 본인들이 아니라는데 어쩌겠는가. 그런데 도사 이야기가 그렇게 회자되나.” -그렇죠. 오늘 세계일보 보도를 봐도…. “알 만한 선수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건진법사와 관련한 무속인 의혹은 당사자에 그치는 의혹이 아니다. 김의겸 의원이 2013년부터 코바나컨텐츠 행사를 담당했다고 1월 19일 주장한 딸 전모씨(37세)도 관련이 있다(전씨는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1월 20일 자신의 SNS 계정을 닫았다). 위의 역삼동 굿당의 주소지에는 건진법사 전씨 부부와 그의 딸, 아들이 등록한 한 회사가 나온다. 딸 전씨는 2015년 설립한 한 화장품회사의 대표로 다시 나온다. 제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딸 전씨는 물의를 빚은 뒤 인스타그램 자체를 삭제한 개 사과 사진 촬영과 얽혀 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화장품회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등 상황악화로 2017년을 전후로 사업을 철수했다고 한다. 이 회사가 내놓은 제품은 아직 오픈마켓에서 검색된다. 하지만 관련한 회사 대표번호 등에 전화를 걸어보면 ‘없는 번호’라고 나온다. 지난 2주 동안 전씨와 연락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소문을 했으나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건진법사 일가의 윤석열 캠프 개입 의혹은 또 있다. 미국유학생 출신인 건진의 처남 김모씨가 해산된 네트워크 본부 활동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2009년 11월 29일 육영수 여사 탄신 84주년 탄신제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주간경향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1월 29일 열린 탄신 86주년 숭모제 및 기념식은 한국불교 일광종 일광사 총무원장 건진스님이 주관한 것으로 되어 있다. / 경향자료 일광사 연민복지재단에 쏠리는 의혹 언론을 통해 논란이 불거지자 건진법사 전모씨는 신경림 시인의 시 ‘낙타’를 주변인에 남기고 잠적했다. 그가 속한 일광조계종의 무속 논란은 이 종교법인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재단 논란으로 이어진다. 재단의 이름은 연민복지재단이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보면 2017년 법인을 설립했다. 등록지는 일광사가 소재한 충북 충주시다. 국세청이 공시한 출연자 및 이사명단을 보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상임이사로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임재원 세무법인 이원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재단 소재지는 충북 충주시 삼여울길이다. 연락처는 세무법인 이원과 임 대표의 e메일 주소가 올라 있다. 재단의 대표자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으로 돼 있지만 재단의 재무이사는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충주 일광사를 만든 혜우스님(원모씨)이 맡고 있다. 1월 20일 민주당 윤석열일가부정부패국민검증특위(TF)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민복지재단 설립 당시 출연내역을 보면 총 6개 업체가 1억에서 7억원씩 출연했는데 그중에는 희림건축과 한무경 의원이 총선 직전까지 대표로 있던 효림에이치에프가 있다”며 “희림건축은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에도 3차례나 후원했다고 알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TF는 또 “이른바 국정원 특활비 유용혐의로 구속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경우 기소될 당시 검찰라인은 윤석열 중앙지검장, 한동훈 제3차장, 송경호 특수2부장이었다”며 “이들이 전직 대통령 뒷조사라는 국가적 사안으로 기소된 이현동 전 국세청장에 대해 부실한 봐주기 기소를 해주는 대가로 특수관계인인 혜우스님을 재단의 재무이사로 참여시킴으로써 사실상 17억원 상당의 재단을 이들에게 넘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건진법사의 무속활동 관련을 보면 산 채로 소가죽을 찢는 행사로 물의를 빚은 2018년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뿐만 아니다(당시 이 행사에 대한 항의 게시물을 보면 대한불교종정협의회, 한국불교일광조계종과 함께 연민복지재단과 건진법사의 딸이 대표로 있는 화장품회사가 행사를 공동주최했다). 기자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대선을 앞둔 2011년 11월 29일 충북 옥천 관성회관(옥천문화원)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님 86회 탄신 숭모제 및 기념식’ 행사도 ‘한국불교 일광종 일광사(총무원장 건진스님)’이 주관한 것으로 돼 있다. 행사공지에는 가족(근혜·근령·지만)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행사에서 박근혜 후보의 참석이 확인된 건 2009년에 열린 84주년 행사였다(사진). 이쯤 되면 궁금한 것이 있다.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를 이어줬다는 심희리(무정스님)는 뭐고 2013년 전후부터 지금까지 김씨 회사와 이른바 비선캠프에 관여돼 있다는 건진은 또 어떤 관계일까. 무정스님과 건진법사 둘뿐일까 “심 도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건 2017년쯤이었다. 강남의 한 전집에서 만났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도사’라고 불렀는데 기분 나빠하더라고. ‘왜 나를 도사라고 하느냐’고 되묻길래 ‘그러면 스님이라고 부를까요’라고 응수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라고 부르라’ 하더라.” 기자가 최근 들은 심희리의 근황이다. 이 인사에 따르면 심씨는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두세 시간 동안 정치권 인사와 자신의 관계 등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고 한다. “뭐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도 만나 자신이 점을 봐줬다고 하던데 영은사에서 도통해 나와서 점을 봐준다는 것도, 무속 같은 것도 믿지 않기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특이했던 건 당시 출범한 지 얼마 안 되는 문재인 정부를 심씨가 마구 비판하더라는 것.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김씨를 애초에 이어준 사이라고 들었지만 심씨가 윤 총장도 그리 달갑게 보는 눈치는 아니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심씨는 당시 송파 변두리의 원룸 같은 데서 거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예전에도 한번 본 적 있는데 그때 봤었던 총기가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후보 측과 심씨가 갈라섰다는 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김건희씨의 통화녹취록에도 나온다. 1월 18일 추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김씨는 “(무정스님은) 문재인 대통령 되고 나서 남편(윤석열 후보) 앞에서 갑자기 ‘문재인은 망한다’고 했는데, 우리 남편 망한다는 말밖에 더 되냐. 그때부터 인연을 끊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과 앞서 심씨를 만난 인사의 전언, 그리고 무속중독 논란 등을 종합해보면 2017년에서 2018년 사이에 김건희씨는 심씨(무정스님)와 인연을 끊고 논란이 된 건진법사·천공스승 등의 무속인들과 서대원씨 등 역술인들을 찾아다닌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당 관계자한테 그분(건진법사)을 소개받아 인사를 한 적 있는데, 스님으로 안다. 법사라 들었다”고 밝혔다. 당 선대위도 네트워크본부 고문 등의 직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트워크본부 영상이 공개된 뒤 건진법사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 선대위 공보관계자는 “불교계에 확인해보니 건진이 소속돼 있다는 일광조계종이 조계종과 관련 없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사이비라고 보기는 어려운 비주류 종파라고 해서 ‘무속인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해명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전씨(건진법사)와 관련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일붕신문사 사장이라는 것과 사단법인 대한불교종정협의회 기획실장이라는 것이 전부이며 그것을 넘어서 건진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씨 딸 관련 의혹과 관련해서도 “개 사과 SNS 사진을 올린 담당자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SNS엔 손도 안 댔고 사진촬영만 도운 것으로 안다”며 “코바나컨텐츠에서 전씨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잠깐 와서 몇주 동안 사진 찍어주다가 그만두고 나갔다고 들었다”고 했다. ‘건진 처남’ 관련 의혹은 “확인해보면 지난해 6월 29일 (윤석열의) 첫 정치참여 선언 현장에 그 사람(처남)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윤사모 또는 윤공정(공정과 상식 윤공정 포럼) 소속으로 자원봉사 차원에서 일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하면서 김씨도 최근 들어 이쪽 일을 그만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2022.01.21 15:22

    • [김정남 편지 원문 공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비선은 김정남이었다

      정치

      [김정남 편지 원문 공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비선은 김정남이었다

      ㆍ“MB 국정원 대선 앞두고 재단 사찰 이유는 김정남 망명공작 일환” 은 지난 2월 11일 오후 인터넷 경향신문에 선출고된 기사를 통해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유럽코리아재단과 김정남-장성택 커넥션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보도 이틀 뒤인 2월 13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2명의 여성에게 독침으로 피살되었습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을까요.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남의 피살에는 김정남 감시를 맡아오고 요인암살에 관여하는 조직인 북한의 정찰총국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의 2012년 김정남 망명 시도를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라며 “김정남 망명시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같은 보도를 보고 김정은 격분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이 주고받았던 이메일 원문을 추가로 공개합니다. (2017.2.15. 주간경향 편집자 주) 김정남이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수뇌부와 주고 받은 22건의 메일 중 하나. 김정남이 부탁한 장성택의 한복사이즈에 대한 논의와 역시 김정남의 부탁으로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한국의 유명역술인들에게 본 장성택의 사주를 담고 있다. “김정일에게 보낸 박근혜 친서는 유럽코리아재단 소장이었던 장 자크 그로하가 USB와 출력물 형태로 들고 중국 베이징에 가서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만나 전달했다. 편지는 김정남의 고모부 장성택 라인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고 된 것으로 안다.”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의 박근혜 편지 보도(1207호) 이후 이 핵심 관계자는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12월 21일,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박근혜 편지가 북에 전달된 것과 관련, 유럽코리아재단이 접촉신고를 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과 관련한 어떤 결과 보고도 없었고, 재단 관계자들에게도 확인해본 결과 ‘그런 서신은 북측에 보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까지는 북측에 그러한 서신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확보한 유럽코리아재단 핵심인사들과 김정일 아들 김정남 사이에 오간 이메일들. / 정용인 기자 은 이날자 온라인 업로드 기사에 과거 여러 차례 주고받은 북측과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편지 전문을 추가로 공개했다. 유럽코리아재단이 비선을 통해 중국 등에서 북측과 접촉한 사실 등을 통일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 재단의 전 핵심 관계자는 “재단의 공식사업 이외에 대북접촉 경로 등에 대해서는 통일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도 이후 이 접촉한 다른 전 주한 EU상공회의소(EUCCK) 관계자 역시 “상공회의소 산하 유럽코리아재단과 관련한 활동은 재단의 핵심 수뇌부 몇 명만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박근혜 편지가 중국, 마카오 등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김정남을 통해 전달됐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은 입수한 하드디스크들을 분석하던 중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발견했다.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김정남과 주고받은 메일이다. 이 단독 입수한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메일은 2005년 9월 17일부터 2006년 3월 31일까지로, 총 22회 오간 내용이다. 박근혜 이사와 북측이 주고받은 편지와 마찬가지로, 입수한 메일은 실제 오간 전체 분량이 아니라 일부분으로 보인다. "김정일 편지, 김정남-장성택 비선으로 전달" 은 이들 사이에 오간 메일 내용을 분석했다. 비록 전체는 아니지만 입수한 부분만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외국 인사들과 김정남이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교류한 사실은 있지만, 국내 인사와 교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아 있는 첫 메일은 김정남이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에게 보내는 추석 인사다.(2005년 9월 17일) 인사에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어떤 답신을 보냈는지는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두 번째 메일 발송자 역시 김정남으로, 약 40일 뒤에 보낸 ‘제안사항’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이다. 제안사항이라는 제목은 남아있지만 본문은 깨진 상태다. 본격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메일은 그해 12월 1일부터 오간 것이다. 김정남은 2005년 12월 1일 보낸 메일에서 “명년 2월 23일이 고모부 회갑이다. 한복을 지어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고모부란 누굴까.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다. 장성택의 회갑을 맞아 한국에서 한복을 지어 북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이에 대해 “옷감, 재질, 체형 등 구체적 수치가 필요하다”며 장 자크 그로하를 통해 치수 재는 법 등의 설명이 들어 있는 그림을 보내겠다고 말한다. 가격대는 전주지방에서 옷을 잘 짓는 집의 최고급 가격이 미화 2400달러이며, 서울의 유명디자이너에게 부탁할 경우 5000달러 이상은 가져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간 답신에서 김정남은 고모부의 신장, 허리둘레, 키와 체중 등이 적힌 구체적 수치를 받아 넘긴다. 12월 15일,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답신에서 “장 자크 그로하가 내일 아침(12월 16일) 출국이라 여기 마무리 일에 한창 바빴다”며 “내년 일원에는 받아볼 수 있도록 한복을 맞추겠다”고 말한다. 일단 확인해야 하는 것은 유럽코리아재단 측과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이 김정남 본인이 맞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고미 요지(五味洋治)는 김정남과 2004년 12월 3일부터 2012년 1월 3일까지 8년에 걸쳐 주고받은 이메일과 중국에서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라는 책을 냈다. 책은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번역됐다. 고미 요지가 김정남과 주고 받은 메일은 야후코리아 메일이었다. 반면, 이 입수한 유럽코리아재단과 주고 받은 메일은 핫메일(hotmail.com) 계정이었다. 이름은 한글로 ‘김 정남’을 쓰고 있었다. 입수한 김정남 이메일 전체 주소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이 이메일이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에 가입돼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런데 한 해킹그룹이 해킹해 문서공유사이트에 업로드해 놓은 이 이메일 계정의 주인은 1981년생 양모씨로 돼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측근 이름으로 가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입수한 메일 곳곳에서는 이들이 단지 온라인으로만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실제 베이징이나 마카오 등지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 받았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들어 있다. 앞서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는 “김정남은 장 자크 그로하의 오랜 친구”라며 “중국 베이징뿐 아니라 마카오, 홍콩 등지에서도 장 자크 그로하뿐 아니라 유럽코리아재단 핵심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코리아재단 이사회. 맨 왼쪽이 지동훈 이사, 오른쪽이 장 자크 그로하 소장이다. / 유럽코리아재단 편지에서 거론된 ‘고모부’는 장성택이 맞을까. 김정남은 “고모부님 체중과 키를 인차 알려드리겠다”며 얼굴색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대로”라고 말한다. 김정남은 “너무 하얀 편은 아니죠?”라며 “그렇다고 김건모씨처럼 시커멓지도 않으시다”고 말한다. 가수 김건모씨를 거론한 것을 보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꽤 조예가 깊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김정남이 거론한 장성택 생일(2월 23일)이 국내 포털이나 북한 인명록 등에 게재되어 있는 장성택의 생일(1946년 1월 22일)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생년은 1946년이므로, 김정남이 거론한 2006년이 환갑인 것은 맞다. 기존 알려진 1월 22일을 음력생일로 보면 양력으로 2월 23일이다. 북에서도 양력과 음력을 구분해 생일을 쇠는 경우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코리아재단 측과 서신 교환에서 김정남이 ‘부탁’한 것은 한복만이 아니다. 한국 내 유명 역술인들에게 고모부의 사주를 봐줄 것도 의뢰했다. 유럽코리아재단 측은 “음력 2월, 6월, 9월을 조심하고 아주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 내년까지만 삼재이므로 지나면 좋으실 것 같다”는 역술인 의견을 전하고 있다. 남겨져 있는 메일에는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만들어 김정남 부부,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에게 보낸 ‘부적’과 관련한 논의도 있다. “새해를 맞아 과거에 쓰던 부적은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문의하는 것으로 보아, 2006년뿐 아니라 2005년에도 부적을 국내에서 만들어 중국에 있는 김정남과 북한에 있는 장성택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입수한 하드디스크 안에는 북측의 요청으로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 유명 역술인 세 사람이 정리한 사주풀이 문서도 들어 있었다. 파일을 근거로 이 접촉한 역술인 ㄱ씨는 “누구라고는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북에서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이라며 10여년 전 마포구 도화동 홀리데이호텔 근방에 있을 때 관련 사주를 들고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아주 어려운 시기는 지났다”는 역술인의 풀이는 7년 후 처형당한 것에 비춰보면 결과적으로 틀린 사주풀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의장을 역임한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지난해 3월에 펴낸 에 따르면 장성택은 리제강 등의 견제로 2003년 말부터 ‘혁명화 조치’를 당하고 있었다(2005년 방북한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은 “장성택은 남한에 가서 폭탄주를 너무 마셔 건강을 해쳐서 쉬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05년 말~2006년을 기점으로 장성택에 대한 혁명화 조치가 해제되고, 특히 김정일이 쓰러진 후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장성택-김경희가 핵심실세 역할을 했으므로 위 역술가들의 풀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하드디스크 안에 남아있는 메일은 고모부 한복뿐 아니라 ‘세 여인’이 입을 한복에 대한 논의에서 끝난다.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측이 논의하는 ‘세 여성’은 누구일까. 김정남은 2006년 3월 31일자 편지에서 “세 번째 분이 원하시는 당의(唐衣) 모델입니다. 색상도 같이 해주셨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편지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 사진 두 장이 첨부되어 있다. 사진 속 여성모델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한복을 구해달라는 이야기다. 김정남과 22차례 주고받은 메일들 김정남과 유럽코리아재단 수뇌부의 이 ‘비밀교류사업’은 어디까지 보고됐을까. 하드디스크에는 이들이 교류한 시기에 열린 유럽코리아재단 이사회 ‘대외비’ 문서도 들어 있었다. 문화, 체육, 자선활동, 장학프로그램, 북한사업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는 활동보고서에는 김정남과 관련된 사업은 기재돼 있지 않다. 보고된 북한사업에는 ‘2005 북측 경제인 장학프로그램’, ‘제3회 유럽 특허청-중국 특허청 트레이닝 세미나 참석’, 그리고 북한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개최한 ‘제2회 국제 통화재정세미나’와 기타로 분류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조-불란서 경제협력을 위한 프랑스 북한 경제세미나’만 적혀 있을 뿐이다. 앞의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이사도 알고 있었지만 보안이 필요한 사항이라 구두로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비를 넘어선 ‘톱 시크릿’이었던 것이다. 앞서 박근혜 편지를 다룬 의 기사에서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유럽코리아재단 사찰 정황을 담은 내부문건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문건을 읽다보면 국정원뿐 아니라 “미 CIA가 재단을 도청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정성장 실장은 “장 자크 그로하가 김정남과 접촉했으면 당연히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이 감시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정남이 외부에서 특별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북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유고 상황에 김정남이 후계자로 내세워질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한국과 미국, 중국 정보기관이 다 주시하고 있었을 것”아라며 “특히 김정남과 장성택 사이의 국제전화는 이들 정보기관에 의해 100% 도청되고 있었다고 보면 맞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이사의 김정일 서한과 마찬가지로 김정남과의 교류 역시 통일부 등 공식라인에는 보고되지 않았다. 서신 교환이 이뤄지던 시기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이어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종석 전 장관은 “박근혜 이사의 편지도 그렇지만, 유럽코리아재단과 김정남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장과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이 전 장관은 관련된 첩보가 보고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북한 권력구조 특성상 김정남과 고모부 사이에 비선라인이 운영될 수는 있다”며 “다만 국내의 박근혜나 유럽코리아재단 관계는 당시 남북 사이 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시기였고, 정보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NSC까지 올라왔었는지는 확인해줄 수 없는 이야기다”라고 덧붙였다. 국정원, 대선 앞두고 김정남 망명 공작 MB 국정원이 대선을 앞둔 2011년 말부터 왜 유럽코리아재단의 모태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를 사찰했고, 결국 강제해산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는다. 그런데 새로 밝혀진 ‘김정남과의 관계’라는 키워드는 의문을 풀 핵심 열쇠일지도 모른다. 2012년 대선 막판, 김정남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 적이 있다.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당시 MBC기자)는 SNS 등을 통해서 “국정원이 MBC를 낙점해 김정남 인터뷰를 해 대선 카드로 사용하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의 지지율이 거의 비슷해지자, 막판 역전카드로 ‘NLL 대화록 공개’를 검토하는 한편, 말레이시아에 체류하고 있던 김정남을 한국으로 망명시키거나 인터뷰해 NLL과 관련한 불리한 발언을 이끌어내 참여정부 인사인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과 통화에서 “당시 김정남을 인터뷰한 사람은 방콕 주재 특파원이었던 허무호 현 MBC 사회부장이었는데, 영상카메라가 없었다는 이유로 결국 인터뷰 내용은 방영되지 않았다”며 “김정남의 인터뷰를 했다면 세계적 특종인데도 방영하지 않은 게 의문이 들어 사내에서 전후 사정을 취재해보니 당시 찍어 정보를 건넨 국정원 측이 NLL 관련 발언을 이끌어내려 했는데,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당시 여권에서 대선 막판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판단, ‘NLL 대화록 공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는 것은 보수우파성향 언론인 조갑제씨가 낸 2012년 대선 회고록 에도 기술돼 있다. 의혹 당사자인 허무호 부장은 2월 10일 과의 통화에서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영상팀이 없어 보도를 안 한 것은 사실”이라며 “소스를 입수한 쪽은 국정원이 아니며 정보기관이 언론에 협조하는 것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그런데 당시 국정원이 김정남 망명공작을 추진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북소식통은 “한국 국정원이 김정남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정작 김정남은 한국보다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기를 원하고 있었고, 유럽은 대북정보에 목말라 하지 않았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정남이 김정일의 아들인 것은 맞지만 다른 고위급 인사들보다 정보가치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며 “특별한 대우를 원했던 김정남과 미국 측의 협상이 결렬됐고, 한국의 경우도 김정남이 요구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의 갭이 워낙 커서 결국 그 정도까지 비용을 지불하면서 데려오는 것은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코리아재단의 모태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사찰과 해산도 김정남의 약점을 잡아내고 김정남을 데리고 올 때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며 “당시 이런 일이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폭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박근혜를 당선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열한 공작을 한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당시 국정원에서 했던 공작을 조사해 백일하에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의 김정일 서신, 그리고 유럽코리아재단의 김정남 비선을 통한 대북사업과 관련해 “재단이 포괄적 승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접촉사안은 통일부에 신고하게 돼 있다”며 “사전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북에 다녀오거나 주요 인사와 접촉이 있었다면 신고를 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장 자크 그로하 소장 등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 국적자인 당시 유럽코리아재단의 핵심 수뇌부들도 김정남 등 북측 인사를 접촉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 남북교류협력법 등 실정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의 확인 요청에 통일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포괄적 대북접촉 승인을 받았다는 것 이외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구체적인 접촉행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판단·검토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성택 한복 구입 등 김정남과 서신 교류를 한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당사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은 여러 경로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정일 편지, 박근혜 삼성동 비선팀에서 조율” “김정일에게 보내는 편지 관련 결재를 받으러 삼성동 사무실을 갔던 것이 기억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출간한 자서전 표지. / 위즈덤하우스 전 유럽코리아재단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유럽코리아재단 박근혜 이사의 결재는 당시 강남구 신사동 588번지에 있던 한국문화재단 사무실, ‘삼성동팀’에서 이뤄졌다는 증언이다. 관련 서류들이 취합돼 재단 수뇌부 사이에 공유된 것은 하드디스크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자료를 출력해 삼성동 사무실을 오가며 만났던 인사는 당시 4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비서관이라고 이 관계자는 기억했다. 그는 박근혜 자서전 (위즈덤하우스·2007)에 기술된 유럽코리아재단 챕터와 관련해서도, 발간에 앞서 재단과 삼성동팀을 오가며 초안을 다듬는 작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 비서관이 술 접대를 좋아해 여러 차례 같이 갔던 기억도 난다”고 덧붙였다. 특검의 출석요구를 받고 있는 안 비서관은 현재 잠적 중이다. 정치권에서 그동안 박근혜 비선라인인 ‘삼성동팀’의 존재와 관련한 설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활동정황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른바 ‘4인방’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진 정윤회 전 비서실장은 2014년 말 국정농단 의혹사건 과정에서 이른바 ‘삼성동 비선팀’과 관련해 “국회가 시끄러우니 조용한 데 가서 페이퍼워킹을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용인 기자 2017.02.14 14:33

    • [박근혜 대북 비선 편지 추가공개]“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정치

      [박근혜 대북 비선 편지 추가공개]“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다”

      ㆍ대북 비선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달된 박근혜의 편지 단독입수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 10월 18일,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여당은 카드를 꺼내 야권을 공격했다. 그에 대한 반격이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SNS를 보면 국민은 박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접촉경로는 무엇이며 4시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가, 당시 박 대통령이 방북해서 김 위원장에 대해 온갖 칭송을 늘어놨는데 그게 뭐냐고 묻는다”고 거들었다. 박근혜의 2002년 방북과 대북접촉.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뿐 아니다. 박근혜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 자체가 미스터리다. “특검에서 밝혀야 한다. 정호성이 최순실에세 들고 간 문건에 개성공단 문제가 들어 있었다는 것 아닌가. 비선이 개성공단 폐쇄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도 박근혜 생각이 아니라 최순실 비선이 ‘딴 말 말고 닫아라’고 지시했다는 것 아니냐.” 과 통화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의 말이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3월 은 박근혜의 2002년 방북 이후 대북접촉을 담은 유럽코리아재단의 내부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 1170호,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 기사 참조)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는 북한 측이 ‘박근혜 이사’에게 보낸 답신도 들어 있었다. 이 편지는 여러모로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박근혜 당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행적을 담고 있었다. 재중동포 강향진이라는 인편을 통해 북한에 편지를 보냈으며, 편지는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 보냈다. 지금까지도 찾아보면 주간경향 기사외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는 이 강향진이라는 여성은 도대체 누구일까. 2002년 북한 방문 당시 5월 13일 저녁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린 만찬장으로 들어오고 있는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바로 뒤에 입장하는 인사들은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 이사장, 장 자크 그로하, 지동훈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스터리투성이’ 박근혜 대북정책 2004년 8월 7일 YTN은 이런 보도를 내놓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당분간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연락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독자적인 대화루트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자 일본 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기사에 따르면 인터뷰에 배석한 전여옥 대변인은 “박 대표의 언급은 핫라인 형태의 직통전화나 연락선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독자적인 채널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한다. 이 ‘독자적인 루트’는 편지를 주고 받았던 유럽코리아재단 선을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의 확인취재 결과 박 대통령은 별도의 라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 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략)” 이 단독 입수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편지다. 여기서 위원장은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말한다. 10월 초 은 유럽코리아재단의 활동상황 문서과 사진, 동영상 등을 담은 하드디스크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하드디스크에는 약 102기가가량, 수천 개 분량의 파일이 담겨져 있다. 위 편지는 이 하드디스크에 남겨져 있다. 하드디스크에는 이 편지의 미완성 초안도 들어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2002년(주체91년) 위원장님을 뵙고 말씀을 나눈 지 벌써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제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북측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하략)” 이 편지의 발송시점은 2005년 7월 13일이었다. 박근혜 이사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다. ■최순실 록히드마틴 의혹과 유럽코리아재단 이 편지는 앞서 이 3월에 입수했던 문건의 앞부분에 붙어 있었다. 3월에 입수했던 문건은 앞뒤 문맥을 보면 이 편지에 참고자료로 첨부되어 있었던 것이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편지의 내용은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이 북측과 진행한 사업을 나열하면서 2002년 박근혜와 김정일의 평양회동에서 약속되었던 ‘보천보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 경제인 양성소’ 설립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의 조속한 실현을 위한 ‘위원장님의 지시’를 바란다는 당부를 담고 있다.이 편지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답변을 했는지는 입수된 자료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은 하드디스크의 실제 소유주로 추정되는 유럽코리아재단의 핵심 관계자를 찾아가 설득했다. 한 달이 넘는 설득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편지는 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던 장 자크 그로하가 들고 가 중국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나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아는 한 편지 내용은 통일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장 자크 그로하 전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장은 프랑스 국적의 기업인으로, 박근혜의 2002년 방북에 동행한 인사다. 한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당국에 북한 주민과 접촉할 때 신고해야 하는 남북교류협력법상 신고대상이 아니다. 실제 통일부 대변인은 에 “2002년 방북 당시 신고되어 있는 사람은 한국 국적을 가진 박근혜 당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와 지동훈 공동이사장, 그리고 신희석 교수 3인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코리아재단에 이사로 참여한 경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2007년에 낸 자서전 에서 “북한 어린이에게 축구공 20만개를 보낸다는 취지가 좋아” 이사직을 맡는 것을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코리아재단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이 법인의 성립년월일은 2001년 5월 16일로 되어 있다. 이사진을 보면 박근혜 이사는 2002년 4월 25일 이사로 취임하여 계속 중임을 거듭하다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10일 퇴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단독으로 입수한 하드디스크 안에는 이 재단의 대북접촉과 활동 이외에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흥미로운 자료들이 들어 있다. 국정원이 재단과 재단의 모태인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를 사찰했다는 문건과 증거자료, 녹취록 등이다. 미완성의 성명서와 일지, 녹취록 등에 따르면 2012년 2월 17일 국세청 남대문세무서의 조사관들이 유럽코리아재단이 소재한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위치)에 예고 없이 방문해 회계자료를 가져간 후 3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세무조사가 통상적인 세무조사가 아니라 국정원이 배후에서 움직인 강도 높은 세무조사였다는 것이다. 실제 기자회견 또는 성명 용도로 작성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세무조사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미완성 문건을 보면 “정치적 목적에 따른 주한유럽연합 상공회의소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와 함께 “유럽 기업인들을 바퀴벌레로 표현하는 등 예의에 벗어난 국세청의 행동에 대하여 즉각 사과하라”는 요구사항도 들어 있다. 이들이 작성한 ‘남대문세무서의 주한 EU상의 세무조사 관련 진행사항’이라는 또 다른 문건을 보면 국정원의 압력은 장 뤽 발레리오 EADS 한국지사장이 취임(2011년 9월 26일)하면서 시작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해 10월, 국방부는 EU상의 회장에 대한 출입금지조치를 내리는데, 해제는 2개월이 지난 12월이 되어서야 이뤄졌다. 다시 국토해양부, EU상의의 부동산위원회 투자자문단 행사가 취소되는데, 당시 국토부 공무원은 “국정원의 압력으로 할 수 없었다고 전언”이라고 문건에는 적혀 있다. 이해 11월 22일 열린 ‘제6회 한·EU 산업협력의 날’ 행사 역시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의 참석이 확정되어 있었으나 행사 3일 전 취소되었는데, 이 역시 국정원의 보고와 건의 때문이라고 문건은 적고 있다. 이밖에도 EU상의가 주최하고 있던 탈북화가 작품전시회도 “북한 인권 및 반공 주제 전시회였으나 친북화가전으로 악의적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이어 교과부 MOU 취소, 국내 일간지와 월간지에 국정원이 EUCCK의 소장과 부소장을 음해하는 기사를 요청했으나 실패했다는 등의 정황을 담고 있다. 정보기관의 유럽코리아재단 사찰 정황은 의 취재에서도 일단이 드러난 적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장 자크 그로하 등의 사택이 있는 강화도를 방문한 기자는 복수의 동네 주민들으로부터 “지난해(2012년) 여름 정보기관원들이 일주일가량 상주하면서 장 자크 그로하의 집 출입 인사들의 사진을 찍고 동향을 감시한 적이 있다”는 증언을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1016호 ‘박근혜 ‘2002년 방북’ 둘러싼 소문의 진실은?‘ 기사 참조) 현재의 시점에서 앞의 기사들을 돌아보면 의혹을 풀 핵심적인 ‘정보’가 하나 더 추가되어 있다. 바로 최순실 비선이다. 딸 정유라씨의 말과 관련한 의혹으로부터 출발한 최순실 게이트에서 아직 의혹제기 단계에 머무르는 주장이 있다. 바로 국방비리,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전투기사업(FX)에서 록히드마틴사의 F-35A로 기종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수감되어 있는 린다 김과 함께 최순실·정윤회 부부가 주요한 ‘롤 플레이어’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이다. 그런데 이번에 입수한 문건에서 국정원의 조직적인 ‘압력’이 발레리오 EADS 한국지사장의 EU상의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는 기록은 흥미롭다. 발레리오 지사장의 회사는 당시 FX사업에서 핵심 경쟁기종이었던 유로파이터를 만들고 수입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불거진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보잉사의 F-15SE의 2파전 도중 박근혜 정부 들어 난데없이 록히드마틴의 F-35A로 기종이 변경 결정된 것과 관련된 의혹이었다. 앞의 유럽코리아재단의 전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발레리오가 배신했다. 세무조사가 있은 뒤 발레리오는 해외송금을 빌미로 재단 이사장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난 다음에 별도의 유럽상공회의소 조직(ECCK)를 만들어 그대로 우리가 만든 조직을 가져갔다.” ■세무조사, MB 정부의 對박근혜 카드? 한 나라에 주재하는 상공회의소 조직을 세무조사 등의 수단으로 강제해산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스캔들이다. 그런데 당시 보도를 체크해보면 몇몇 경제지가 보도한 것 이외에 이 과정은 비교적 조용히, 신속하게 이뤄졌다. 앞의 재단 전 관계자의 말이다. “언론이 다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여러 군데 선을 대보지 않았겠나. 세무조사가 나온 뒤 청와대에 들어가 민원을 했다. 그러니 이튿날 국세청 관계자가 말하길 ‘그렇게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고 답이 돌아왔다.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 고위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세무조사 당시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었던 유력 대선주자 ‘박근혜 후보’는 왜 이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을까. “당시 지동훈 이사장이 박근혜 후보를 만나 도움을 청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왜 세무조사를 했을까. 앞의 관계자는 단언했다. “카드다. 정권이 바뀌는 것을 대비해 우리를 박근혜 후보의 약한 고리로 생각한 MB 정부 측의.” 그럴까. 확실한 것은 기자가 확인한 강화도 장 자크 그로하씨의 집 내사와 함께 재단의 일부 공금을 유용했다며 벌금을 부과한 것 이외에 MB 정부가 털었던 자료와 조사경위 등이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남는 문제가 있다. 앞서 박근혜 이사가 김정일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는 비록 전달은 교류협력법 적용대상이 아닌 비국적자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당국에 보고된 적이 없다(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의원은 “장관 재직시절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통일부 대변인은 “당시 유럽코리아재단 측에서 포괄적으로 남북접촉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으며, 어떤 내용의 서신이 오갔는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길게는 14년, 가까이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에 대해 핵심관계자가 이제야 입을 연 까닭은 무엇일까. 이 관계자는 이렇게 소회를 남겼다. “그냥 두면 묻히고 말 일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는 역사의 기록을 남겼으면 해서 취재에 응했다.” 결국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실패한 정권으로 기록될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권력의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은 철저하게 복기해야 한다. MB가 권력 기관을 동원해 확보한 ‘카드’가 무엇이었는지 역시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최순실 태블릿PC에 담긴 ‘MB와 당선인 독대’ 시나리오 문건에 따르면 ‘최순실 비선’은 “당시 군과 북한 국방위원회 사이의 세 번에 걸친 비밀 접촉”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 이 역시 앞으로 규명해야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 내용이다. 다음은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위원장님께 드립니다. 벌써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위원장님은 건강히 잘 계시는지요? 위원장님을 뵌지도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위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위원장님이 약속해주신 사항들은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꾸준히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한민족의 하나됨과 진한 동포애를 느끼게 했던 “2002년 북남 통일축구경기”를 비롯해서 북측의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북측 장학생 프로그램”등 다양한 계획들이 하나씩 실천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천보 전자악단의 남측 공연” 및 평양에 건립을 추진했던 “경제인 양성소”등이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의 의견으로는 이런 부분들을 협의해가기 위해서 유럽-코리아재단의 평양사무소 설치가 절실하며 재단관계자들의 평양방문이 자유로와질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동안 유럽-코리아재단을 통해서 실천되었던 많은 사업들을 정리해서 문서로 만들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살펴보시고 부족한 부분이나 추가로 필요하신 사항들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재단과 북측의 관계기관들이 잘 협력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에 위원장님의 지시를 부탁드립니다. 북남이 하나되어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도록 저와 유럽-코리아재단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이 성과를 맺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꾸준히 사업을 추진하여 위원장님과의 약속한 사항들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길 희망합니다. 또한 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2005년 7월 13일 은 지난 3월 유럽코리아재단의 29쪽 짜리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북비선을 통한 서신교류는 이번에 이 단독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처음이 아닙니다. 아래에 첨부한 당시 북측이 보낸 답신을 보면, 대북 비선을 통해 2002년 방북 이후 여러 차례 편지가 오고 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지난 3월 기사의 근거가 되었던 박근혜 이사의 편지에 대한 북측의 답신과 그에 대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재답신 전문을 추가로 공개합니다. (참고로 이 답신, 재답신 편지 이전에 어떤 편지를 박근혜 이사가 보냈는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서신들 및 방북관련 논란은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170호,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3&artid=201603291501211 박근혜 ‘녀사’가 비선을 통해 보낸 편지를 잘 받아봤다는 북측의 답신과 그에 대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재답신. 박근혜 ‘녀사’가 비선을 통해 보낸 편지를 잘 받아봤다는 북측의 답신과 그에 대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재답신. 박근혜 ‘녀사’가 비선을 통해 보낸 편지를 잘 받아봤다는 북측의 답신과 그에 대한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재답신.

      정용인 기자 2016.12.19 17:23

    • 정치 특집

      [이슈]최순실-정윤회 비선 아직 10%도 드러나지 않았다

      ㆍ[단독입수] 최순실·정윤회 12년간 출입국 기록… 박근혜 2006년 독일서 대선 출마선언 때도 동행설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정윤회 비선(秘線) 정치는 언제부터였을까.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새롭게 쏟아진 ‘증언’은 아주 오래전부터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박근혜 시절이었던 2000년대 초반, 정윤회와 고 이춘상 보좌관을 포함한 ‘4인방’을 만났던 출입기자는 “정윤회 비서실장과 4인방의 특징을 말한다면 과묵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의원실, 심지어 당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들과도 일절 교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한다. 이번 게이트 국면에서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 경선 출마를 선언한 200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정윤회와 최순실씨가 동행 보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은 정윤회·최순실씨의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의 출입국 기록을 단독 입수해 정밀 대조해봤다. 2006년 독일 동행 목격담이 사실이라면 최순실씨 등은 이때부터 ‘보안’을 염두에 두고 암행보좌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마저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고 왕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0월 3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고 있다./이준헌 기자 독일 대선 출마선언 자리에선 무슨 일이? 11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의 ‘인연’을 언급한 대목이다.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1차 대국민 사과 때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힘들었던 시절이란 언제를 말하며, 곁을 지켜준 때는 언제인지 박 대통령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만 마땅하지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기자는 2014년 12월, 정윤회·최순실 실세설에 대한 기사를 쓰며 여의도에 퍼진 ‘비선실세설’에 대해 거론한 적이 있다. ( 1105호, ‘정윤회·최순실 실세설… 아니 땐 굴뚝의 연기?’ 기사 참조) 이 실세설의 내용은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정윤회씨도 동행했으며, 동행한 이정현 비서와 비선문제로 대판 싸웠다”는 것이었다. 이정현 의원은 이 ‘설’에 대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이번 사태-당시 불거졌던 정윤회 십상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진면목”이라고 일축했다. (11월 3일, 이 설을 기자에게 전해준 유력지 기자는 “소스는 새누리당 최고위급 핵심인사이며, 이 인사는 팩트가 아닌 이야기를 전해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건 중에 흥미로운 반박이 나왔다. 10월 26일 TV조선은 2006년 박근혜 당시 의원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2007년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 배석한 이들은 같이 간 친박 정치인들이 아니라 정윤회·최순실씨였다는 독일 교민의 증언을 단독으로 내보냈다. ‘정윤회 동행설’을 소설이라고 일축한 이정현 의원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이다. 등은 기자의 2014년 기사를 근거로 ‘이정현 의원, 최순실 존재를 10년 전에 알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자 간담회 하는 자리에서 이제 거기… 나올 생각이 있냐고 대선에, 그래서 제가 아니, 그걸 모르셨나고, 새삼스럽게 그러시냐고.” 2006년 10월 2일,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근혜 당시 의원의 말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번역’해보면 당시 언론을 통해 알려진 ‘독일 대선 출마선언’의 전모는 이렇다. 독일 방문 성과를 두고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중에 한 언론사 기자가 박 의원에게 ‘이번 대선에 나갈 계획이냐’고 물었고, 자신은 ‘당연히 나갈 것인데, 그걸 몰랐냐, 새삼스럽게 왜 또 물어보냐’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날 보도 전후를 보면 박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다음날, 이명박 당시 전 서울시장도 고향인 경북 포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위의 TV조선 보도를 보면 독일 행사 사진을 한 장 제시하고 있다. 의 취재 결과 이 사진은 대선 출마선언 당일의 사진이 아니다. 출마 선언 하루 전인 9월 28일 프랑크푸르트의 살바우 빅쿠츠홀이라는 곳에서 열린 재독동포와의 간담회 때 찍은 사진이다. 이날 진행된 간담회 내용은 당시 재독한인상공인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유상근씨의 블로그 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1월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재독교민 유상근씨는 “교민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선 출마선언은 없었고, 그때까지 대선에 나올지 교민들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선언 자리에 독일 각지에서 모인 교민들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씨는 이날 행사장에서 정윤회·최순실씨를 만난 기억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당시 의원을 따라 온 분들 중에서는 김기춘 실장이 대표급이었고, 명함을 받은 것도 김기춘 당시 의원 것뿐이었다.” 교민신문인 베를린지사장을 맡고 있는 채수웅씨는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박 대통령이 베를린 공항을 통해 들어왔을 때 여성 2명이 수행했던 것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한인회장으로부터 공항 영접 요청을 받고 꽃다발을 준비해 나갔는데, 박 대통령이 우리 차를 안 탄다며, 다른 분이 모시러 나온다고 했다. 꽃다발과 명함만 건네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대사관에서도 나온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 일행이 거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성들이 두 사람이 있던 것은 기억하는데, 최순실씨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2006년 9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일행의 독일 방문 사진.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당시 비서진은 사진에 등장하지 않는다./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제공 독일교민 “최순실 배석” 자신하는 까닭 TV조선은 앞의 보도에서 ‘교민들’의 증언이라고 밝혔지만 의외로 10년 전인 2006년 당시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존재를 아는 교민들은 거의 없었다. TV조선에 해당 증언을 한 인사는 윤남수 당시 독일 한인회장이다. 이 접촉한 다른 단체장들은 정·최씨 부부를 기억하지 못하는데, 윤씨는 어떻게 2006년 출마 당시 동행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을까. 혹시 윤씨의 기억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은 윤씨의 독일 휴대폰과 자주 가는 식당 등의 연락처를 확보해 연락을 취했지만, ‘메시지를 남기라’는 음성사서함으로만 연결될 뿐이었다. “여식이 운동(승마)을 하기 때문에 여식의 운동과 관련해 같이 해외에 몇 번 따라 나갔었다.” 지난 7월, 한 재판에서 비공개 증인으로 참석한 정윤회씨의 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윤회씨와 최순실씨가 주로 독일에서 벌인 사업의 구체적 내용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농단의 중심이 된 ‘비덱’ 이전에 정·최씨 부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들이 있었다. 트위터에서 ‘abaris@riedberg_k’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독일 현지 교민이 확인한 독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최씨 부부는 1992년 9월 3일 동업자 관계로 유벨 수입-수출(Jubel Import-Export)이라는 회사(GmbH)를 설립했다. 이 독일 현지 교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슈미텐 옆 바트홈부르크에 설립되는데, 1998년 2월 6일까지 운영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1993년쯤에는 유천호라는 교민도 동업자로 참여하는데, 다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최순실의 독일법인 ‘럭셔리(LUXURY-Handels & Vertriebs)’에 독일 쪽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분”이라고 덧붙였다. ‘유벨’이라는 회사의 존재나 유천호라는 이름은 그동안 정·최씨 부부의 ‘비선실세설’을 추적하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비덱 이전의 정·최씨 부부 행적과 관련된 내용은 이제 막 파악되기 시작하고 있다. 11월 4일 는 독일에서 최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유성준씨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전한다. 지금까지 독일 현지 교민으로 최순실씨 등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교포2세 데이빗 윤씨(48·한국명 윤영식씨)다. 재미교포 안치용씨는 10월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에 올린 글에서 데이빗 윤씨가 윤남수씨의 아들이라고 전하고 있다. 의 인터뷰에서 유성준씨는 데이빗 윤씨와 막역한 사이이며, 두 사람은 모두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와 10년 넘게 알아온 사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데이빗 윤씨의 아버지인) 윤남수씨가 최씨를 도우라”고 해서 최씨와 딸 정씨의 승마 관련 일을 도왔다고 밝히고 있다. 독일 현지 교민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앞서 정·최씨 부부 회사 서류에 등장하는 유천호씨는 유성준씨의 아버지다. 는 윤남수씨가 지국장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가 어떻게 단독으로 최순실씨를 인터뷰할 수 있었는지 추론이 가능하다. 관계자인 아버지가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아들(데이빗 윤씨)을 통해 최씨를 연결할 수 있었다는 추론이다. “통일교가 최씨 도피를 도운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알아보니 윤씨가 지국장을 그만둔 것은 4~5년 전이며, 통일교 신도는 아니었다는 것이 최종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는 “윤남수씨가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정·최씨 부부와 동행했다”는 증언도 전했다. 다시 말해, ‘다른 교민들은 얼굴도 모르는 최순실씨의 10년 전 독일 동행을 어떻게 윤남수씨가 자신있게 증언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대목이다. 2006년 박근혜 의원의 독일 출마선언과 관련해 정·최씨 부부의 역할에 대한 의혹이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고 성완종 회장의 자살 당시였다. 성 회장은 자살 전 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김기춘 의원을 만나 독일 방문 경비로 10만 달러를 건냈다”고 주장했다. 그가 남긴 유서에도 구체적인 날짜를 박아 돈을 건넨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시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초청에 의해 이뤄진 방문이었고, 은행에서 500유로(약 619만원)를 환전해 갔기 때문에 10만 달러(약 9690만원)는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단독으로 입수한 최순실·정윤회씨의 2001년부터 2013년 2월까지 출입국 기록./정용인 기자 함께 출국한 부부, 12년의 수상한 행적 인터넷에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독일 방문을 수행했다는 비서의 글이 남아있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 박근혜 의원의 수행비서는 “초청에 들어가는 비용은 에버트 재단 측에서 모두 댔다”고 밝히고 있다. 일단, 이 비서는 누구일까. 이정현 현 새누리당 대표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취재 당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측이 에 제공한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들에는 다른 비서는커녕 이정현 대표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항 귀국 사진을 보면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안봉근 비서가 박근혜 의원을 밀착 수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공항 사진이므로 사진만으로 안봉근 비서가 독일 현지에 동행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은 이 당시 정윤회씨와 최순실씨의 2001년 1월부터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2월 27일까지의 출입국 기록을 단독 입수했다. 이 기간은 두 사람이 이혼하기 전이다. 2006년 1월 최순실씨가 홀로 프랑스를 방문한 것을 제외하곤, 부부의 출입국 날짜와 행선지가 일치한다. 매년 5~6차례, 길게는 한 달 가까이 해외에 출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출입국 기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전, 비방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조웅 목사의 재판에 증거자료로 검찰 측이 제출한 자료다. 은 대통령이 되기 전 정치인 박근혜의 출입국 일정과 정·최씨 부부의 해외출국 일정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했다. 박근혜 의원 일행이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정·최씨 부부는 9월 29일 일본으로 출국하여 10월 3일 다시 돌아온다. 이들 부부가 출국하던 날은 박 의원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교민 간담회를 하던 날이었다. 애초에 돌던 소문, ‘정·최씨 부부가 비선 문제로 이정현 비서와 호텔에서 다퉜다’는 이야기는 성립하기 어려워 보였다. 일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시 독일로 향했더라도 9월 29일 교민 행사에는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TV조선 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대선 출마선언은 9월 30일에 있었으며, 따라간 다른 친박 의원 없이 정·최씨 부부만 출마선언을 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는 증언이다. 윤씨 증언이 사실이라면, 조웅 목사 재판에 제출된 출입국 자료는 다시 거꾸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최씨 부부는 도대체 무엇을 감추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던 것일까. 출옥한 뒤 최근 기자를 만난 조웅 목사는 북한 관련 여부를 의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직전까지 이사로 참여했던 유럽·코리아재단의 이사장을 맡은 프랑스인 장 자크 그로하 소장 등이 북한의 ‘이중간첩’이라는 주장이다. 은 지난 3월 유럽·코리아재단의 내부문서를 입수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박대통령과 북을 잇는 비선, ‘재중동포 강향진 여성’이 있었음을 보도한 바 있다. ( 1170호, ‘박근혜 유럽-코리아재단 이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행적’ 기사 참조) 새로 밝혀진 정·최씨 부부의 독일 행적에서도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들이 정씨의 회사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 ‘비선’ 역시 아직까지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박근혜 대통령 주위의 비선실세 존재는 이제 사실로 판명났지만, 비선실세의 정확한 실체와 규모, 참여인물들과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사해봐야 하는 까닭이다. 정윤회·최순실씨 회사 얀슨 등기부등본에 기록된 ‘사실’들 정윤회씨와 최순실씨의 회사 ‘주식회사 얀슨’의 등기부등본 상에는 독일에서 만든 회사는 언급되지 않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담고 있다. 의 정윤회씨 아버지 정관모씨의 인터뷰에서 정윤회씨의 여동생으로 밝혀진 정윤희씨는 이 회사의 이사로 기록되어 있는데, 등기부등본 상의 생년월일은 1955년 11월 30일로, 정윤회씨와 같다. 이른바 ‘정윤회 개명설’이 나왔던 근거다. 등기부등본 상의 이 회사 설립일은 1991년 6월 14일로, 최순실씨는 두 사람이 결혼 전인 1994년 6월 14일 이사로 중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최초 설립단계인 1991년 시점부터 두 사람은 함께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7월 말 열린 재판에 비공개 증인으로 참석한 정씨는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히는데, 얀슨과 비덱 이전 독일에 설립한 회사들의 관계도 앞으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등기부등본 상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정윤회씨의 주소지다. 1996년 4월 15일자로 되어 있는 정씨의 주소는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 A 501호로 되어 있는데, 이 주소는 1994년에 사망한 장인 최태민씨의 주소지이기도 하다. 정씨 아버지 정관모씨는 기자를 만나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다 대한항공 승무원 시절에 독일에 왔다갔다 하면서 최순실씨를 만나 결혼했다”고 밝혔지만, 대한항공을 그만둔 후 정씨의 행적은 뚜렷하지 않다. (강원도에서 경찰로 복무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다) 같은 집 주소가 2002년 이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은 것으로 되어 있는 최순실씨의 주소에서도 발견된다. 비록 사후이지만, 정씨가 최태민씨의 집 자리에 지어진 빌라에 살았다는 것은 정씨가 대한항공 사직 후 최태민씨의 경호업무를 하다가 최순실씨와 결혼했다는 일각의 설을 뒷받침하는 이야기가 된다. 정씨는 가토 다쓰야 재판 등에서 “장모의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을 1996년에 처음 만났다”고 주장하지만 ‘육영재단 박근혜 이사장 비서실장 정윤회’이라고 적힌 명함을 봤다는 증언도 나온다. 현재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에서 최순실씨만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오랫동안 비선으로 활동해온 정윤회의 역할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뷰를 계기로 나왔던 ‘통일교 최순실 배후설’의 중심인물인 사광기 전 사장과 정윤회씨가 과거 독일에서 두세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통일교 배후설’은 2014년 11월 의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문건 폭로에 대한 정윤회 측의 보복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용인 기자 2016.11.08 19:19

    • [편집실에서]환관 조고와 ‘비선실세’ 최순실

      오피니언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환관 조고와 ‘비선실세’ 최순실

      BC 210년, 중국 최초의 황제 진시황은 순행지에서 갑자기 죽는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환관 조고는 꾀를 부린다. 진시황의 유지를 숨긴 채 태자 부소 대신 후궁 소생의 어린 호해를 후계자로 세운다. 승상이 된 조고는 스스로 황제가 되고 싶어한다. 모반을 앞둔 그는 신하들을 시험한다. 그는 사슴을 끌고 와 호해 앞에 바치며 말한다. “말입니다.” 호해는 웃으며 말한다. “승상이 틀리지 않았소? 사슴을 말이라 하니 말이오.” 호해가 신하들에게 묻는다. 대답은 갈린다. 목숨을 걸고 직언한 신하들은 죽임을 당했다. 사마천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자성어의 유래다. 거짓된 행동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뜻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지록위마’ 고사를 떠올린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 보더라도 최씨의 행태는 현 정권의 ‘비선실세’라는 수식어가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딸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교수 교체 개입을 비롯한 숱한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고친다는 말마저 나오는 마당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승마선수인 최씨 딸의 앞날을 막은 사람들은 제거됐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정윤회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이 3위’라는 말(박관천 전 경정)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한 셈이다. 어처구니없게도 ‘지록위마 정국’은 2014년에도 있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다. 당시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경정은 기소돼 옷을 벗었다. 이를 보도한 언론사는 치도곤을 당했다. 그해 교수들은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지금과 그때가 다른 점은 정윤회 대신 그의 전처 최순실씨와 딸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명백히 다른 점은 진짜 말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최순실씨는 현대판 환관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 민정수석, 새누리당의 친박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21세기 한국판 환관들이 설칠 수 있는 환경은 두 가지다. 이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거나 박 대통령이 이들을 방관하는 경우다. 어느 경우든 박 대통령이 현재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최순실 게이트’의 끝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박 대통령만이 알 것이다. 의혹 제기 한 달 만에 나온 박 대통령의 언급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이름조차 거명하지 않았다. 또 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배후가 청와대임을 시사해도 청와대는 부인한다. 어쩌면 청와대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결국 최순실씨 개인 비리로 몰아갈지도 모른다. 이른바 ‘꼬리 자르기’다. 하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든 몸통으로 꼬리를 감추려 하든,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한 몸통이오,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형 비리다. 박 대통령이 위기를 모면하는 길은 하나뿐이다. 국정을 농단하는 최순실씨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다. 대통령 주위의 환관들도 혼란한 정국을 바로잡고 스스로 명예를 회복하려면 직위를 건 직언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자의 말로가 어떤지는 이미 역사가 보여줬다. 조고는 결국 호해를 살해하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삼세 황제로 옹립하지만 자영에게 죽임을 당한다. 진시황의 죽음을 이용해 호가호위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그가 죽은 지 2년 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도 건국 15년 만에 멸망한다. 박 대통령의 시간도 5년 가운데 3년 8개월이 지났다.

      조찬제 편집장 2016.10.26 10:07

    • 사회

      박근혜 비선실세 차은택 미스터리

      ㆍ알고 보면 야당 성향… 5·18 민주화운동·공감·촛불집회 긍정 평가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미르재단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차은택 아프리카픽쳐스 대표(47)다. TV광고 전문 사이트인 TV CF에 차 대표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만 658편이다. 이외에도 이효리, 싸이, 티아라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200여편이 차 대표의 손에서 태어났다. 겉으로 드러난 차 대표의 삶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차 대표가 미르재단 설립에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차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효리·싸이 등 뮤직비디오 200여 편 9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황교안 총리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빌려 차 대표와 최순실씨가 각별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2014년 7월 최순실씨와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순실이란 이름이 다시 세간에 퍼졌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8월 차 대표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이 그나마 두 사람의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차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 그가 비선실세, 혹은 비선실세의 측근이 아니라면 어떻게 단기간에 1급 공무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늘품체조에 대통령이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직접 시연에 나섰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단지 김상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외조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 문화정책의 중심에 차 대표가 갑자기 들어올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것은 차 대표가 정치적으로는 친박에 가깝지 않다는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차 대표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직을 사임할 즈음인 올해 4월까지는 활발한 SNS 활동을 했다. 문화융성위원으로 발탁되기 이전인 2014년 7월까지는 거의 매일 자신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홍보한다든지, 자신과 친분인 있는 연예인에 대한 신변잡기적 글을 자주 올렸다. 이따금 시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쓴 적도 있다. 2014년 차 감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몇몇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2014년 5월 9일에는 미디어몽구 김정환씨의 글을 올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의 보도행태에 분개해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참사 직후인 4월 18일에는 김선우 시인이 참사를 소재로 쓴 시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2013년에는 모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아 뜨거워, 머리가 또 뜨거워지네 우씨”라며 불만을 표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프리카픽쳐스 소유 건물의 모습. / 백철 기자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2012년 11월 22일, 차 대표는 영화 를 관람했다. 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문 장면에 대한 신랄한 묘사로 논란이 됐으며,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꼭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로 거론됐던 작품이다. 11월 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나눠왔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실언한 영상을 올리며 “이건 좀 재밌다. 오랜만에 빵 터졌다”는 글을 올렸다. 애초에 영상을 올린 사람은 영화배우인 문성근 전 민주당 고문이었다. 대선에 가까워지면서 차 대표가 글을 올리는 주기도 짧아졌다. 대선 3일 전인 2012년 12월 16일, 차 대표는 “과연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좀 달라질까? 늘 대선 때마다 희망을 꿈꾸지만 1년을 못 가서 남는 건 허무와 탄식뿐”이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미련을 가져본다”고 적었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뉘앙스다. 다음날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드리고 촬영 시작합니다”라며 인증사진을 올렸다. 당시 차 대표는 코어콘텐츠미디어(현 MBK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남성그룹 스피드의 ‘슬픈 약속’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이 6·25도 5·18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당시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민주화라는 따뜻한 봄날이 오기까지 격동기를 겪었다는 사실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차은택 대표는 ‘슬픈 약속’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대선 전날인 2012년 12월 18일에는 투표 때문에 뮤직비디오 촬영 시간을 4시간 늦췄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 다음 글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를 직접 거론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믿고 싶다. 월드컵 4강 신화도 국민들의 희망으로 만들었고, 촛불집회 때 우리가 얼마나 원하는 바가 같은 건지 보았다. 내일이 지나면 되돌이킬 수 없고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종합해보면 2012년 대선 당시 차 대표는 2008년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공감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최소한 새누리당 성향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일 하면서 성향 급격히 바뀐 듯 차씨가 정부에서 활동하면서 급격히 사람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 대표의 아프리카픽쳐스는 차씨가 2001년 10월부터 소유하고 있던 ㄱ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애초 차 대표는 광고감독 박모씨와 ㄱ건물의 지분을 공동 소유했다가 2003년 4월부터 단독 소유하게 됐다. 지난해 4월 ㄱ건물은 철거된 후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이 작업은 올해 1월 5일에 끝났다. 건물의 실거래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7일 현재 근저당만 40억원 넘게 걸려 있다. 박씨는 “10여년 전 잠깐 알고 지냈고, 지금은 차 대표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ㄱ건물의 리모델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지난해 12월 16일, 아프리카픽쳐스는 논현동의 다른 건물(ㄴ건물)을 57억원에 구입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을 기준으로 ㄱ건물이 북쪽이라면 ㄴ건물은 남쪽에 있다. ㄴ건물을 구입한 57억원은 차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스타빌딩을 팔고 받은 돈에서 나온 걸로 보인다. ㄴ건물과 지근거리에 있는 스타빌딩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MBK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차 대표는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 대표와 2006년부터 스타빌딩을 공동 소유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2012년 8월부터 스타빌딩은 차 대표가 단독으로 소유하게 됐다. 그리고 차 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스타빌딩을 105억원에 매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 대표가 정부 일을 하면서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자연스레 멀어지는 일도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3월 MBK엔터테인먼트는 차 대표와 걸그룹 티아라의 웹드라마 6편을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제작된 웹드라마 의 감독은 차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또한 2015년 여름에 MBK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이 데뷔했지만 차 대표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V CF에 따르면 2014년 8월에서 2016년 3월까지 차 대표가 감독을 맡은 TV 광고는 총 30편이다. 차 대표는 정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년 100편 가까이 광고를 찍었다. 차 대표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듣고 싶었다. 과거 SNS에 야권 성향에 가까운 게시물을 올린 취지도 듣고 싶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6일 중국 출장 중인 차 대표와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차 대표는 “언론에 몇 번 인터뷰를 응했다가 오히려 너무 힘들어졌고, 지금은 너무 괴로운 심정뿐이다”라며 “나중에 꼭 인사드리고 말씀 나누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말을 마쳤다.

      백철 기자 2016.10.11 15:38

    • [독자 댓글]1105호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外를 읽고

      오피니언 독자의 소리

      [독자 댓글]1105호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外를 읽고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 공적인 조직이나 인사를 관리하는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데 어찌 국가 경영을 할 수 있으리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그대로 진리이거늘, 인사가 망사가 되어서야…. 작금의 국정파탄은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은 집권자의 책임 아닌가. _트위터 hyoker3690 문제는 김기춘에게도 있다고 본다. 몇 번씩이나 인사에 실패한 김기춘을 문책해 책임지게 하지도 않는데, 그럼 누가 책임을 지겠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그만두지는 않고 있으니까 외부 비선세력이 손 쓰려는 게 아닌가.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김기춘은 내려와야 할 때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십상시는 뭐고, 3인방은 뭐냐? 이 나라가 너희들 것이냐? _다음 또보자 “정윤회·최순실 실세설… 아니 땐 굴뚝의 연기?” 권력의 장막은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어느 권력이나 잡음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정권도 소설의 테마가 된다는 것은 씁쓸한 시대임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창조적인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나라가 온통 미스터리와 불운 속에 갇힌 것 같습니다. 신뢰가 사라진 정권에선 소설 같은 소문이 끝없이 터져나올 수 있습니다. 시원한 해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_경향 이정표 정권이 유진룡에 대해서도 법적조치 운운했다. 이 정도면 고소정부라고 해도 되겠다. 고소에 맛들이더니 이제는 청와대가 임명한 전직 장관까지 고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권이야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눈엣가시들을 처리할 수야 있겠지만 집안 단속도 제대로 못한다는 국민들의 비웃음은 어찌할 텐가? _다음 17센티조 “투기자본 ‘단물’만 빨아먹는다” 투기자본은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나쁜 효과가 더 크다. 당하고 나서 호소하지 말고 미리 투기자본의 해악을 막아야 한다. _네이버 mend**** 노동시장과 관련된 법이나 정부기관의 감시 및 견제장치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그런데 자본시장은 선진국 따라하기 바쁘니 문제지. 근로자의 입장이나 환경은 자본시장에서 저 멀리 관심 밖이다. 고용 유연성에 대해 보상을 지급하는 체계라도 제대로 되어 있으면 인정하겠지만, 그런 기업이나 체계는 전혀 없다. 21세기에 성공하는 기업은 직원들을 내 고객처럼 여기고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독려하는 기업이다. _다음 다울 “악성 전염병 ‘하청’ 창궐하는 당진·서산·태안” 다 읽고나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모두들 딴 생각 안 하고 열심히들 사는데, 왜 우리네 삶은 점점 팍팍해지는 걸까요? 다들 힘냅시다. _다음 씨에스타

      2014.12.16 14:15

    • 정치 표지 이야기

      [표지이야기]이대로 잠잠? 임기 내내 괴롭힐 ‘비선ㆍ암투’

      ㆍ여권 “나온 게 뭐 있나. 곧 진정되고 대반격 기회 올 것” 위험한 낙관… 국민 머릿속에 각인된 ‘정윤회’ ‘문고리 3인방’ 등 두고두고 아킬레스건 될 가능성 안과 밖의 온도차는 컸다. 위기의 여권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인터뷰, 유진룡 전 장관의 증언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잔뜩 긴장하고 있던 새누리당은 더 이어지는 공세가 없자 이대로 마무리가 될 것이라며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의 관계자는 이번 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전화위복이나 대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금 나온 게 아무 것도 없지 않나. 역대 정권도 다 비선은 있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이상득 의원, 박영준 차관 등이 비선으로 거론됐고, 노무현 정권 때는 현재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비선으로 거론되지 않았나. 박영준 차관처럼 돈을 받은 정황도 안 나오고 비선이 움직였다는 결정적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잠잠해지고 나서 공무원연금 같은 거 세게 밀어붙이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대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도 조심스러운 낙관을 전했다. “지금 지지율 30%대로 떨어졌다고 나오지만, 다음주쯤 되면 반등될 것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기회에 박근혜 7시간 미스터리를 털고 가는 게 아니냐. 결국 소문이 아무 것도 확인된 것이 없지 않나. 남은 임기 또한 본인 스타일대로 끌고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마지막날인 1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여당, 청 독주 막을 안전장치 ‘견제’ 포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을 둘러싸고 비선개입, 권력암투 논란이 일어나고 있지만, 친이계 일부를 제외하고 여권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선 논란을 감싸는 모양새다. 12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의원들의 오찬에서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과 우리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사 도중 마이크를 잡고 “태권도계 비리를 바로잡으라는 것이 왜 승마협회 문제처럼 보도되도록 내버려 뒀느냐.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의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윤회씨가 딸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유진룡 장관의 전언에 대한 반박이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발언 이후 유진룡 장관의 발언이 연달아 나오면서 주말이 사실 위기의 순간이었는데, 김 대표가 잘 막아줬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내심 고맙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했다. 문건이 공개되고 나서 숨 죽이고 있던 여권이 청와대를 옹호하면서 다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봉합은 오히려 독이 될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권력에 대한 견제장치는 일종의 보호장치다. 여당 내 견제세력이 있다는 것은 권력이 전횡이나 독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있다는 의미와 같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내 친박 일색의 시스템이 앞으로도 청와대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민주주의와 시장원리에 따라 통치를 해온 것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비선이 있든 없든 일종의 독과점 형태를 통해서 물품을 공급받아 온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독과점의 문제가 이번 문건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고, 국민들은 그 체제의 도덕성에 대해 의혹을 갖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독주’가 ‘비선개입, 국정농단’이라는 주제로 전환된 이상, 정권의 도덕성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독과점 형태의 정치체제’가 지속된다면 사사건건 비슷한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유출 문건’을 찌라시라고 하면서 국민정서상 반감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이다. 과거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굳건하게 지지하고 있었던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이 간 것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5일과 8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39.7%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친 것은 소위 70년대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서 그들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12월 7일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 만나서 말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 의식과 많이 다르다. 한마디로 국민이 찌라시를 믿어서 대통령으로서 창피하다는 이야기인데, 자신이 옳고 국민이 잘못됐다는 사고관이다. 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자신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잘못 관리해서 물의를 빚었다고 사과를 해야 한다.” 비선에 중독된 청, 내칠 수도 없어 딜레마 비선의 실체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청와대 내부 권력 암투가 수면 위로 올라섰고, 거기에 거론되는 이름이 공론장에 등장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라는 지적이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던 정윤회라는 이름을 이제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는 것이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불투명한 인사와 통치스타일은 언제나 의혹을 남겼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윤진숙 전 장관, 유흥수 주일대사 등 취임 초부터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인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앞으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정윤회씨의 이름이나 비선개입 의혹이 떠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딜레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3인방+김기춘 실장, 그리고 실체는 알 수 없으나 비선이 있다면 여기에 의존해 통치하는 것에 이미 중독된 상태다. 이들과 손발이 너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대체불가능한 시스템인데, 그 시스템의 도덕성에 균열이 갔다. 시스템 추진체가 동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교체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금단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영삼 정권 때도 비선이라고 일컬어지는 차남 김현철씨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정권 초부터 제기돼 왔고, 이는 집권 기간 내내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비선개입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향후 국정운영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대로 잠잠해질 것이라는 지금의 낙관이 여권에게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박송이 기자 2014.12.16 14:05

    • 정치 표지 이야기

      [표지이야기]‘이해할 수 없는 인사’ 비선 의혹 키운다

      일개 부처의 국ㆍ과장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부속실이 수석실 경찰인사를 주물렀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유도 형식도 ‘묻지마 인사’다. 그래서 그 뒤에 그림자 권력이 있다는 의혹과 논란이 꼬리를 문다. 비선의 국정 농단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통치스타일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바뀔 여지는 있을까? 여당 인사조차 고개를 가로젓는다. “지금 청와대는 ‘공조직’과 ‘집안’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가족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정권의 한계다.” 2007년 대선 때 일이다. 당시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박근혜 의원의 삼성동 자택을 세 차례 찾아간다. 이명박 후보가 BBK로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웃돌 때였다. 이 후보로서는 박근혜 의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결과는 문전박대였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문을 열고 나온 건 박근혜 의원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만 돌아가시라”는 말을 전했다. 안봉근 비서관이었다. 당시 직급은 6급. 그때 상황을 지켜봤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국무총리에 유력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었다. 거절하더라도 적어도 의원이 나와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는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는 ‘의원급’, 청와대 입성 이후에는 ‘수석급’이라고 회자되는 측근 3인방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전했다. 상식을 벗어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감찰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비선 개입’ ‘국정농단’을 둘러싸고 연일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난타전의 중심에는 인사논란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선 개입’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청와대 내부 인사를 둘러싸고 ‘비선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사논란에 불을 댕긴 건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조 전 비서관은 와의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 경찰 인사를 제2부속실에서 전횡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말인가 11월 초인가, 청와대에 들어올 예정인 경찰관 1명에 대해 검증을 하다가 ‘부담(스럽다)’ 판정을 내렸다. 쓰지 않는 게 낫다는 말이다. 그랬더니 안봉근 비서관이 전화해서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사람은) 문제가 있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때 2부속실에서 왜 경찰 인사를 갖고 저러는지 이상했는데, 한 달 뒤쯤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후임들이 다 단수로 찍어서 내려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의 배경으로 제2부속실을 꼽았다. 경관 10여명 내보내고 후임은 콕 찍어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의 인터뷰를 보며 “어떻게 제2부속실이 공직기강비서관의 역할을 가로채서 자기 마음대로 검증 없이 인사를 하나. 그게 월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인사가 이해할 수 없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서는 나가는 이유도, 형식도 알 수 없는 식의 해임이 많았다. 해임 통보를 해임 당일 팩스로 하며 몇 시까지 퇴청하라고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고, 본인이 이유도 알 수 없이 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 짐도 못 챙겨서 쫓겨나는 식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청와대 내에서는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동료들이 갑작스럽게 해임되는 것을 보고 공포에 떨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새어나온다.” 이 관계자는 비선 개입 논란의 상당수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에 있다고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의 폭로 이후 인사논란은 봇물 터지듯이 터져나왔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장 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의 보도가 정황상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국·과장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과장급을 직접 해임하는 것은 비선이 아니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국장·과장의 목을 직접 날린다? 이건 비선에서 요청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높다. 통상 인사에 문제가 있으면 민정수석실을 통하거나 어쨌든 시스템을 통해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그걸 대통령이 다이렉트로 하는 것은 비선에서 들어온 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한 부처 관계자는 청와대가 과장급까지 인사를 통제하는 것은 이번 정권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간부 인사 문제를 청와대가 통제하니까 장관 입장에서는 자율적 인사를 할 수 없었다. 직접적으로 누가 인사를 통제하는지는 몰라도 국·실장은 물론 심지어 일부 과장까지도 청와대가 통제를 하니까 장관으로서는 소신껏 인사하기가 어려웠다. 장관으로서는 애로사항이 많았는데, 이는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인사는 ‘비선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비선 의혹’의 핵심에는 비대해진 ‘측근 3인방’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역할이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 빈 공간이 많다. 그 빈 공간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야 하는데 소위 ‘문고리 권력’이 들어가 있다 보니까 청와대 내부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집무동과 비서동은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따라서 영향력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집무동과 비서동이 구분돼 있는데, 비서동에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 부르지 않으면 집무동으로 갈 일이 별로 없다. 수석이든 비서관이든 행정관이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없는 구조라면 부속실 구조는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수시보고를 하는 게 아니라 수석비서관회의 때나 만난다는 것 아니냐. 세월호 참사 때도 대면보고를 못했다는 건데 이랬을 경우 부속실 권한은 세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지금 청와대는 박근혜 의원실의 확대판이다”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것도 부속실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통제로 장관들 마음대로 인사 못해 ‘측근 3인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감찰보고서’가 등장하면서 정윤회씨의 ‘국정농단’으로 비화됐다. ‘감찰보고서’는 정윤회씨를 비롯한 ‘측근 3인방’과 박지만 EG 회장의 권력암투 논란으로 이어졌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보고서에는 정윤회씨가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소위 ‘비선실세’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비롯한 ‘십상시’를 만나고 있다고 나와 있다. 감찰보고서에는 정씨와 이들 10인이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VIP의 국정운영과 BH(청와대 지칭) 내부 상황을 체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이들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설을 모의했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김기춘 실장은 여기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기춘 실장은 공조직의 좌장이고 관료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권력의 속성을 안다. 여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윤회-조응천 반박ㆍ재반박 진실공방 감찰보고서가 보도되자 가장 먼저 정윤회씨의 반박이 제기됐다. 정씨는 12월 1일 와의 인터뷰에서 감찰보고서에 대해 “증권가 정보 ‘찌라시’를 모아놓은 수준”이라며 “대통령은 물론 3인 측근 비서관들과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2007년 대선 때 정치인 박근혜의 10년 비서실장을 그만둔 이래 나는 7년간 야인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에는 ‘박지만 라인’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반박이 이어졌다. 조 전 비서관은 검사 출신으로 박지만 회장이 지난 1993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담당 검사였다. 이를 인연으로 박지만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전 비서관은 3인 측근 비서관들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정윤회씨의 말을 반박했다. 그는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며 “4월 15일 홍경식 민정수석이 불러 가보니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며 그만두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3차회의 참석자들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왼쪽)이 진지한 표정으로 박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아직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감찰보고서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6할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몇 가지 오류를 지적한다. 감찰보고서의 사실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관계자들은 “언급된 십상시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A씨와 B씨의 경우 사이가 틀어져서 서로 보지도 않는 사이인데 한 자리에 모일 수가 없다. 언급된 J식당 또한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식당이다. 사람들 눈길이 쏠리는 그곳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12월 4일 이 식당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들이 ‘만났다’는 것보다는 ‘만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 전 비서관 또한 와의 인터뷰에서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나의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하며 비선실세로서 정씨의 역할에 대한 확신을 보류했다. 최태민ㆍ정윤회 검증 안 된 인물 공통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윤회씨의 ‘비선 개입’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을 둘러싸고 자꾸 공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불투명한 인물들이 주목받는 것을 ‘신돈’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최태민 목사와 정윤회씨는 닮은 꼴이라는 지적이다. “최태민 목사와 정윤회씨에 대한 논란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둘은 공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그런 의미에서 신돈에 빗댈 수 있다. 정윤회씨가 비선으로 개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밝혀진 게 없다. 보인상고를 나온 것도 지금에 와서야 알려진 것 아닌가. 그렇게 불투명한 사람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과거 중앙정보부가 실체가 불분명한 최태민을 뒷조사했듯, 이번에는 민정수석실에서 불투명한 공인을 뒷조사한 것이다. 거대 정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할 정도면 최소한 검증된 사람이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정치권에서는 ‘비선 논란’의 핵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투명한 통치스타일이 있는 만큼 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이 높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청와대는 ‘공조직’과 ‘집안’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가족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 그것이 이 정권의 한계일 것이다.”

      박송이 기자 2014.12.09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