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U, 애플·메타 등 빅테크 제재 미뤄…관세 협상 앞두고 미국 자극 우려 탓... 처음 성사된 공식 협상인 만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시행된 DMA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법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최민지 2025.04.20 21:23
국제
EU, 애플·메타 등 빅테크 제재 미뤄…관세 협상 앞두고 미국 자극 우려 탓... 처음 성사된 공식 협상인 만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시행된 DMA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법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최민지 2025.04.20 21:23
국제
관세전쟁에 지렛대 된 빅테크…EU, 미국 기업 제재 연기... 협상인 만큼, 빅테크 제재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3월 시행된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한 법이다. 시장 영향력이 큰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최민지 기자 2025.04.20 13:23
IT
독점 논란·관세전쟁…미국 빅테크들에 유독 ‘잔인한 4월’... 전에 뒤통수부터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임명한 FTC와 사법부 반독점국 수장들은 취임 직후 빅테크 규제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관세전쟁으로 주가는 폭락했고, EU는 보복...
최민지 기자 2025.04.14 21:07
경제
‘최대 수혜’ 애플 등 미 빅테크 한숨 돌려…반도체 변수는 여전중국산 아이폰, 145% 세율서 ‘펜타닐 관세’ 20%만 부과 ‘베트남 공장’ 삼성도 부담 덜어…품목별 관세 남아 긴장 출구를 찾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트럼프발 관세 ‘혼란’
노도현 기자 2025.04.13 20:21
생활
글로벌 빅테크 성공신화 재현하는 국내 스타트업우수한 기술력과 괄목할 만한 사업 성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의 혁신 행보가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은 세계적인 권위의 언론사와 포럼 등에서 선정한 주요 기술 기업에 등재되고 국내외 대기업 및 주요 정부기관과 협력 논의를 이어가는 등 세계 무대 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래 산업을 선도할 키 플레이어로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IT 업계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글로벌 빅테크와 결을 같이 하면서도, 남다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일부 기업들의 차별화된 행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부단한 연구개발(R&D)과 사업화 노력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빅데이터 분석,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살펴본다.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업 에스투더블유(이하 S2W)는 미국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이하 팔란티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며 민관을 아우르는 데이터 기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S2W는 창업 초기부터 다크웹과 텔레그램 등 다양한 히든 채널에 산재한 난해하고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다종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기술 경쟁력을 고도화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INTERPOL)’의 파트너사로서 대규모 사이버범죄 조직 검거에 핵심 단서를 제공하는 등 조직과 국가 차원의 안보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를 겨냥한 테러 징후를 사전 탐지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Operation Neptune Spear)’에서 타깃의 위치를 특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팔란티어의 성과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S2W의 최근 행보 역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민간 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팔란티어와 닮아있다. 팔란티어는 ‘파운드리(Foundry)’와 ‘AIP(AI Platform)’ 등 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해 국방 및 안보 영역을 넘어 민간 부문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S2W 역시 비정형 빅데이터 처리로 고도화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질 높은 데이터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AI 기반 솔루션을 출시함으로써, 국가안보는 물론 제조, 제철, 유통, 금융, 방산 등 국내외 다양한 산업군의 대기업 및 정부기관 고객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S2W는 글로벌 무대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자 올해 3분기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기술특례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노선버스를 운영하며 국내 완전 무인 자율주행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한국판 기업’을 지향하는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7월부터 제주도에서 왕복 116km에 달하는 세계 최장 자율주행 노선버스를 운영하며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입증하고 있다. 웨이모가 미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로보택시를 상용화하며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면, 라이드플럭스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교통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여객 서비스 외에도 자율주행 화물운송과 같은 새로운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25톤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이며 군산항과 전주물류센터를 연결하는 61.3km 구간에서 유상 화물운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와 수익성 증대에 집중할 예정이며, 향후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웨이모와 견줄 만한 한국의 대표적인 자율주행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리벨리온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설계하는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으로 설립 3년 만에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출시하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의 계열사 사피온과의 합병을 통해 1조3천억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하며 국내 AI 반도체 기업 중 최초로 유니콘 스타트업의 반열에 올랐다. 리벨리온은 AI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엔비디아의 주요 경쟁사로 평가받으며 ‘한국의 엔비디아’라는 별칭 속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고성능 연산 작업에 적합한 범용성을 갖춘 반면, 리벨리온의 NPU는 특정 AI 작업에 최적화돼 효율성과 전문성,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AI 시장이 세분됨에 따라 소형·맞춤형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리벨리온은 NPU의 강점을 중심으로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LLM) 시장을 겨냥한 추론용 AI 반도체 ‘리벨(REBEL)’의 양산을 준비 중인 리벨리온은 내후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미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손봉석 기자 2025.01.08 04:01
생활
‘첫 대외 행보’ 김영섭 KT 대표 “빅테크에 뺏긴 주도권 되찾자”서울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서 기조연설 “6G 패러다임 선점…고객 퍼스트 서비스 발굴에 초점” “통신사들이 독점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는데 만족하는 동안 빅테크 기업들은 통신사가 구축한 인프라 위에 메신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율주행, 인터넷 금융 등 혁신 서비스를 내놓아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이 됐다.” 김영섭 KT 신임 대표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GSMA M360 APAC 콘퍼런스에서 ‘통신사 주도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KT 지난달 30일 취임한 후, 8일 만에 공개 무대에 데뷔한 김영섭 KT 대표이사가 국내 통신업계 전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로 첫 대외 메시지를 전했다. 김 대표는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막을 올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이 안정적인 인프라 제공에 안주한 게 아니냐며 이같이 밝혔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한 ‘강제 혁신’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 김 대표는 “클라우드,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영역에서 대등한 IT 역량을 축적하고, 아직 초기 단계인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에너지 등 영역에서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이 미래 디지털사회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홀로그램 통신, 딥러닝에 기반한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등 새로운 방식의 통신이 녹아든 세상으로의 변화를 6세대 이동통신(6G)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로 선점하자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이를 위해 통신망부터 준비하는 ‘인프라 퍼스트’의 접근이 아닌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시하는 ‘디지털 서비스 퍼스트’의 접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가 공식 후원사를 맡은 이 행사는 GSMA가 매년 모바일 산업 현안에 관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국내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디지털 퍼스트 미래를 선도하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행사에는 KT뿐 아니라 삼성전자, 차이나모바일 등 국내외 주요 ICT 기업 리더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학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디지털전환(DX),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핀테크 등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논의했다.
조진호 기자 2023.09.07 14:08
스포츠종합
미국 스포츠 중계권 시장 빅테크 경쟁에 방송사들 ‘휘청’빅테크(대형 정보기술회사)기업들이 산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현지시간) 애플과 아마존 등은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국프로풋볼(NFL) 중계권 입찰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경매 대상은 지역 방송사에서 송출되지 않는 경기를 중계해주는 패키지인 ‘NFL 선데이 티켓’이다. 유튜브를 보유한 구글도 응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NFL 선데이 티켓은 그동안 위성방송사 디렉TV가 독점적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NFL 측이 중계료를 현행보다 연 10억달러 이상 높은 연 25억달러(약 3조 27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하자 디렉TV가 응찰을 포기해 빅테크에도 기회가 생겼다. 디렉TV는 ‘NFL 선데이 티켓’으로 구독자 200만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으나, 이로 인해 매년 약 5억달러(6550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애플이 중계권 확보에 앞서 나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도 이번 중계권 획득을 우선순위에 뒀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NFL 관계자와 주요 구단주들을 만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마존, ESPN+, 유튜브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들은 전했다. NFL 관계자는 수개월 안에 계약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아마존으로서는 스포츠 리그 측의 회의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즉, 고품질 방송을 제작하고 차질없이 이를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앱)이 아니라 리모컨에 익숙한 스포츠 팬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들에게 확신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미국프로축구(MLS)의 중계권을, 아마존은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중계권을 획득한 바 있다. AP연합 빅테크의 관심은 스포츠 리그로서는 신나는 일이지만 기존 미디어 회사로서는 ‘공포’라고 NYT는 지적했다. 또 이는 스트리밍 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고도 NYT는 평가했다. 스트리밍 업계는 스포츠나 뉴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구독자들이 스포츠나 뉴스를 한번 보고는 다시 보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업계 구독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장이 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스포츠 중계시장도 빅테크가 지배하게 될 것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NYT는 관측했다. 리그들은 그동안 주요 경기 대부분에 대해 전통적인 방송사와 10년 이상 장기 중계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TV가 여전히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어 스포츠 리그들이 OTT에 중계를 맡기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 중계권이 어디로 가는지가 빅테크와 기존 방송사 간 경쟁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NBA 중계를 맡은 ESPN·TNT와 계약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스포츠·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방송사들이 대부분 경기의 중계권을 가지고 가고 일부 중계만 빅테크가 챙길 것으로 예상했다.
손봉석 기자 2022.07.25 16:31
정치
EU·미국 ‘빅테크 규제’ 충돌···한국 플랫폼법에도 불똥?트럼프 ‘관세 보복’ 경고 속 EU서 구글·애플 강경 제재로 갈등 증폭 한국, EU 모델로 플랫폼 규제 법안 추진…‘미 압력 올라’ 상황 주시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촉구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및 공정화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에 ‘관세 보복’을 경고한 가운데, EU가 구글과 애플을 정조준한 강경 제재를 발표하며 양측의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참고해 플랫폼 규제 법안을 추진해온 한국 역시 미국의 외교·통상적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의 항공권 및 호텔 예약 서비스를 우선 노출한 ‘자사 우대’ 행위가 디지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EU는 구글이 구글플레이 내에서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결제시스템 사용을 강제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와 경쟁 서비스의 선택권을 제한한 점도 문제 삼았다. 애플에 대해서는 아이폰 생태계를 개방해 타사 스마트워치나 헤드폰 등과의 연동이 가능하도록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시정조치는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중대한 수준으로, 디지털시장법이 규정한 최고 수준의 제재에 해당한다. 폐쇄적이고 통합된 생태계를 자사의 전략이자 정체성으로 삼아온 애플은 EU의 요구에 즉각 반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애플은 “우리가 개발한 기능을 규제를 받지 않는 경쟁사에 무상으로 넘기라는 요구”라며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도한 개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은 블로그 게시글에 “(EU 집행위의 발표는) 유럽의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혁신을 방해하며 보안을 약화시키고 제품 품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빅테크와 관련 이율배반적인 모습 이러한 규제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가 비관세 장벽을 통해 미국 기술기업을 갈취하고 있다”며 보복 관세를 경고한 이후 단행된 것으로, EU와 미국 간의 긴장을 한층 더 증폭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적으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기조를 일정 부분 유지하면서도, 해외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에는 강력히 반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빅테크와 관련해서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대내적으로는 당초 예상과 달리 바이든 전 행정부의 구글 반독점 소송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외국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로 볼 때 이번에 발표된 규제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EU와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디지털시장법을 모델로 플랫폼 규제 법안을 추진해왔던 한국 역시 그 여파와 국제적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월 6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며, 각국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차별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자국 기업이 해외 디지털 규제로 인해 차별받을 경우 구체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한국에서는 배달 수수료 논란, 쿠팡의 자사 우대,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등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관행이 누적되면서 자영업자 등 시장 참여자들의 피해가 커졌고, 이에 따라 플랫폼 독점을 규제하는 입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국회에는 주로 야당 주도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방지에 관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법안과 플랫폼과 이용사업자와의 관계를 규율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법안 등 총 1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플랫폼 독점 규제’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여러 플랫폼 동시 사용)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당초 야당의 법안대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를 도입하려 했으나, 재계 반발에 부딪혀 기존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이에 따라 4대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되,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지 않고 사후에 추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균형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계약서 교부 의무, 계약 해지 시 사전 통지, 이용사업자 단체 구성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입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추진됐으나 여야 간 입장 차이와 업계의 반발 등으로 표류하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플랫폼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간주할 가능성을 의식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무위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제 정세와 국가 간 관계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현재 추진 중인 입법안에 대한 의지를 후퇴시킨 것은 아니다. 해당 법안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상황 다층적으로 해석할 필요” 지적도 플랫폼 규제 입법을 오랫동안 요구해온 시민사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치원 민변 변호사는 “최근 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 수익 극대화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고, 이에 반발한 이들이 현재 배민 본사 앞에서 50일 가까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이같이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현재 플랫폼 독점 규제법은 통상 압력 등의 이유로 책임 있게 추진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이슈를 강하게 제기하고는 있지만, 미국 내 상황을 보다 다층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의 입장을 단선적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의원실에 퀄컴이 찾아온 적이 있는데 한국이나 유럽의 독점규제법에 미국 기업들도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미국 내 기업 간에도 입장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독과점 규제를 강화하면 미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통상 이슈가 제기되고 있더라도 미국 내부의 목소리는 다양하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4월 2일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반영한 상호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미국 기업들로부터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 해외 규제 사례를 수집 중이다. 디지털 통상 이슈도 협상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거대 플랫폼과 영세 자영업자 간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 규제가 새로운 통상 질서와 충돌하는 국면에 접어들게 될지가 주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대외 환경 변화와 통상 이슈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며 산업부와 협력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송이 기자 2025.03.31 06:00
경제 IT칼럼
[IT 칼럼] 정치를 배운 빅테크의 쿠데타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기술 쿠데타’, 도발적인 말이다. 유럽의회 의원 출신 마리에트예 스하커가 꺼내든 화두다.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기술 기업들이 규제를 성공적으로 회피하며 정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가는 현실을 폭로한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빅테크로 불리는 기술 기업과 실리콘밸리 거부들이 민주주의와 시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그는 미국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를 대상으로 한 로비만으로 쿠데타가 현실이 되는 건 아니라고 설파한다. 학계와 미국 내 싱크탱크를 후원하고 공개된 콘퍼런스나 포럼, 토론회에서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편향을 갖도록 지원하는 작업도 포함돼 있다. 물리적인 폭력만 동원하지 않을 뿐,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대표성과 힘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쿠데타와 진배없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정부나 정치인이 이해하는 건 버겁기 때문에 기술 기업들이 침투할 기회가 반복적으로 열린다는 메시지도 전한다. 쿠데타의 종착점은 기술 리더들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고 당선되는 정경이다. 막대한 자본과 로비력을 갖춘 기술 집단이 그러지 않을 이유가 더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은 “대부분의 기술 업계는 지금까지 정치와 무관하게 운영됐다. 하지만 앞으로 기술에 반대하는 후보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오픈AI는 지난 8월 빌 클린턴 정부 때 백악관에서 일한 베테랑 로비스트 크리스 르헤인을 글로벌 정책 부사장직에 앉혔다. 그는 미국 내에서 ‘정치 암흑술의 대가’라 불린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뉴요커’의 보도를 보면 그는 ‘에어비앤비’ 재직시절 단기 주택 임대를 제한하는 주민투표 발의안을 돈으로 무력화시켰다. 2023년 코인베이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정치인에게 암호화폐 지지 메시지를 내도록 압력을 넣었다. 그가 기획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성공으로 귀결됐고, 실리콘밸리 기술 리더들이 추앙하는 인물로 우뚝 서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그가 구사하는 정치적 압력 과정은 해당 IT 서비스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지지자를 동원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로비를 한 뒤 그럴듯한 유화 제스처로 정치인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순서로 구성된다. 특히 기술 반대론자를 악으로 구분하고, 중국에 대항하는 미국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집단으로 프레이밍 한다. 그의 프레이밍 전략은 여당, 야당 모두를 친기술 집단으로 돌려세우기 위한 정교한 기법이다. 미국 의회의 특성상 양당의 지원이 없이는 관련 법안 통과가 어려워서다. 자신들의 로비와 압력이 당파성을 띠게 되면 그들이 꿈꾸는 ‘기술 쿠데타’는 일어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기술 기업들은 정치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저 돈으로 로비만 하던 세력에서 지지세를 규합하고 규제를 무력화하며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적극적 개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축적된 마케팅 노하우는 합법적 쿠데타의 무기체계가 됐다. 반면 미국이나 한국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은 여전히 기술에 무지하고, 고성에만 익숙하다. 정치인들의 게으름과 함께 민주주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2024.10.18 16:00
사회 특집
일상 덮친 딥페이크, 빅테크 책임 어디까지?“표현의 자유와 범죄 방조는 달라, 빅테크 사회적 책임져야” “기술만으로 n번방 못 막아, 성착취 범죄 등 핀셋 규제 시급” n번방 사태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만나 더 악랄하게 돌아왔다. 딥페이크(AI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기업과 군대 등의 일터를 넘어 전국 초·중·고등학교까지 확산했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몰카를 근절하려 분투한 한국이 이제는 딥페이크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적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의 진앙”이라고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AI 발전으로 딥페이크를 악용한 부작용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세계 각국은 작년 선거철을 맞아 딥페이크를 악용한 가짜뉴스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례가 늘자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운동 목적의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편집·유포·상영·게시할 수 없게 했다. 정부와 국회의 관심은 선거에서 끝났다. AI를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발생해도 느슨한 제재와 처벌로 방치했다. IT(정보기술)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접근만으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만큼 교육을 비롯한 제도적 보완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 성범죄로 한정된 디지털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까지 확대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딥페이크 불법 생성물 탐지 기술은 사후 조치로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는 데다, 탐지 기술을 우회하는 신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어서다. ■ 단속 비웃는 텔레그램 흥행 신기록, 수사 응할까 지난 9월 5일 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성착취물 유포의 온상이 된 메신저 텔레그램의 국내 이용자가 지난 8월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8월 텔레그램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347만1421명으로 전월 대비 31만1130명 늘었다. 2021년 앱 마켓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노이즈 마케팅과 호기심으로 이용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증가폭의 30%인 10만명이 10대 이하로 집계돼 딥페이크 범죄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안이 철저한 텔레그램 특성상 경찰 단속에 잡히지 않는다”, “한국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어 수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잠깐 시끄럽다가 끝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은 수사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 텔레그램의 성범죄 방조 혐의를 두고 내사에 착수했다. 텔레그램이 수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IT 업계 관계자는 “경찰의 집중단속에도 텔레그램 이용자가 급증하는 것을 보면, 수사에 응하지 않아도 한국서 사업을 하는데 불이익을 받을 게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가 없는 한 ‘보안’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텔레그램이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과 범죄를 방조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안전이 보장된 서비스가 한국에서 지속가능성을 갖고 안착할 수 있다는 신호를 공적 규제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텔레그램 같은 빅테크 기업에 불법 콘텐츠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사전에 막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유통 진원지인 빅테크 기업에 범죄를 방조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폐쇄형 이미지 생성 AI는 프롬프트 입력 단계에서 부적절한 단어 차단 등으로 사전 필터링을 하거나, 생성 단계에서 불법 콘텐츠를 일부 차단할 수 있다. 반면 오픈소스(개방형) 방식을 채택한 딥페이크 생성과 합성은 막을 방법이 아직 없다. 오픈소스 AI 모델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누구나 쉽게 몇번의 클릭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 수 있게 했다. 기술의 고도화로 딥페이크는 얼굴과 목소리까지 위조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조차 쉽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피해 사실조차 모른 채 다양한 딥페이크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어 심각성이 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생성 방지와 출처 확인을 위해 AI 생성물에 워터마크(표식) 부착을 의무화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워터마크를 지우는 AI 기술도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 또 범죄자가 작정하고 만들어 유포하는 악의적인 생성물엔 워터마크가 들어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IT 보안업계 관계자는 “AI로 만든 불법 콘텐츠를 사전에 검사해 걸러내는 것도 AI로, AI와 딥페이크 모두 가치 중립적인 기술”이라며 “디지털 공간이라는 특성상 사람이 악의적으로 만든 불법 콘텐츠를 사전에 막는 건 불가능해 기술이 범죄에 쓰이지 않게 제도를 정비하고 유통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8월 30일 대구 수성구 시지중학교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탐지 AI 있지만 한계, 빅테크 법적 개입 근거 필요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빅테크에 대한 법적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성착취물 방치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며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불법 콘텐츠 유통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27개 주 정부에서 딥페이크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영국은 빅테크 기업에 아동 안전을 위협하는 콘텐츠가 게재된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경영진 개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안전법을 지난해 제정했다. 유럽연합(EU)과 프랑스 등은 이미 법을 제정해 플랫폼에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삭제, 감시, 감독 의무를 부과했다. 프랑스가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자를 지난 8월 체포한 것도 법적 근거가 있어서 가능했다.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텔레그램이 응답하지 않자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한국은 앞선 국가들처럼 해외 빅테크 사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그간 한국은 미국과 외교 분쟁 우려 등으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또 텔레그램처럼 국내에 대리인이나 사무소가 없는 국외 사업자에게는 콘텐츠 삭제를 요청할 수 없다. 다만 공직선거법에 한해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딥페이크 영상 등을 제작, 편집, 유포, 상영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유통을 제한하거나 플랫폼이 의무적으로 자체 삭제하도록 하는 법은 없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부 교수(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회장)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범죄를 방조하고 그에 따른 막대한 광고 수입 등으로 돈을 버는 영리행위를 하는 만큼 불법 콘텐츠 유통에 책임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플랫폼의 경우 자율 규제로 사전에 불법 콘텐츠가 걸러져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국회와 업계 전문가들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원포인트 입법’ 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대통령실 사이버 특별보좌관)는 “방심위가 불법 콘텐츠 삭제를 요청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빅테크 기업이 협력을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아동성착취와 리딩방 사기 등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적 범죄에 대한 영상을 규제하는 원포인트 법을 만들고 향후 보완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텔레그램 접속 금지 등의 제재를 해도 실효성이 없다. 아동 성범죄로 한정된 디지털 위장 수사 범위를 성인까지 확대하는 등의 실효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며 “한국에 대리인을 둬 접촉 창구를 만들도록 강제하고 국제 사회와 공동 대응하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AI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이용자의 의식 전환 교육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주 교수는 “국회는 입법을 미뤘고 법원은 집행유예 등의 느슨한 처벌로 딥페이크 성범죄의 위험성을 방치했다. 어른과 국가의 직무 유기 속 피해자인 10대들이 아무 교육 없이 AI에 노출돼 딥페이크 참사가 빚어졌다”며 “아이들은 물론 기술을 모르는 학부모 등의 성인도 함께 디지털 윤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피해가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성 기자 2024.09.09 06:00
경제 IT칼럼
[IT 칼럼] 데이터 고갈과 빅테크의 양극화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2024년 전 세계 인류가 생산하게 될 텍스트 데이터의 양은 대략 180조~500조토큰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가 있다. 1토큰당 한글 0.8자라 가정하면, 대략 한글 144조~400조자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가 매년 인터넷에 업로드되고 있다. 이 추정치는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인터넷 이용자 수를 추려내고 각 인터넷 이용자들이 평균적으로 매일 생산하는 텍스트 데이터의 평균치를 곱해 산출됐다. 이 추정 모델을 확장해 현재까지 인터넷에 누적된 공개 텍스트 데이터를 추산하면, 대략 3100조토큰(한글 2480조자)에 달한다. 하지만 인류가 생산한 텍스트 데이터의 양은 거대언어모델 입장에서 보면, 그리 많은 게 아니다. 새로운 거대언어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버전이 소개될 때마다 필요한 학습 데이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 높은 성능, 차별화한 기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해서다. 현재 추세라면 2026년쯤부터 텍스트 데이터 고갈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의 증가세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아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합성 데이터’에서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에 공개된 인간 생산 데이터만으로는 자사 모델을 더 이상 업그레이드하기 어렵기에 합성 데이터, 즉 생성 AI가 만들어낸 기계 생산 데이터로 부족분을 채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인터넷에 널려 있는 인간 생산 데이터는 긁어가면 그만이지만, 합성 데이터는 고품질을 담보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또 현실 속의 다채로운 경험, 가치관, 관점 등을 담고 있는 인간 생산 데이터와 달리 기계 합성 데이터는 다양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비공개 인간 생산 데이터’로 다시 관심을 돌리는 이유다. 스케일AI라는 스타트업은 ‘비공개 데이터’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오픈AI와 같은 언어모델 개발사에 공급한다. 내부에 박사급 학자, 변호사, 회계사, 시인, 작가 등 전문가풀을 두고 언어모델 개발사에 데이터를 판매한다. 한편으로 슬랙, 드롭박스처럼 방대한 ‘비공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데이터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미 현실로 닥쳐온 데이터 고갈 현상은 빅테크 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인간 생산 비공개 데이터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해서라도 여유자금을 확보하려 했던 배경이다. 생성 AI 모델 경쟁은 거의 끝물로 치닫고 있다. 오로지 자본력을 갖춘 생성 AI 빅테크만이 이 지독한 ‘머니 게임’에서 생존할 수 있다. 몇 년 뒤 3~4개 기업을 제외하면 자사 거대언어모델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결국 다양성이 보증된 데이터 확보 경쟁이 거대언어모델의 다양성을 축소시키는 아이러니컬한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의미다. 데이터 고갈이 초래한 인공지능 기술 사회의 모순적인 단면이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2024.06.07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