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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SPC 또 사망사고, 반복되는 산재는 기업 살인이다

      오피니언

      [사설] SPC 또 사망사고, 반복되는 산재는 기업 살인이다

      ...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 근본적 작업 환경 개선보다는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에 그친 것 아닌가.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7명으로 전년보다 15명 늘어났다. 목숨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일그러진 사회의 단면이다....

      2025.05.20 18:15

    • 인천시, 전국 첫 고용·산재보험료 환급금 2억원 체납징수

      경제

      인천시, 전국 첫 고용·산재보험료 환급금 2억원 체납징수

      ... 개방정보보호법 위반 우려가 있다며 환급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시는 고용·산재보험료 환급금 정보를 제공받아 체납 징수에 활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g다....

      #인천시 #지방세 #체납징수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근로복지공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박준철 기자 2025.05.07 10:57

  • 스포츠경향

    • 이이경, 추성훈에 몸싸움 시도하다 봉변···“산재 처리되나요” (핸썸가이즈)

      연예

      이이경, 추성훈에 몸싸움 시도하다 봉변···“산재 처리되나요” (핸썸가이즈)

      tvN ‘핸썸가이즈’ 제공. tvN ‘핸썸가이즈’에서 차태현-오상욱-추성훈과 이이경-신승호-곽시양이 최초의 육탄전을 벌인다. 오는 23일에 방송되는 tvN ‘핸썸가이즈’(연출 류호진·윤인회) 16회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한 곽시양이 이이경, 신승호와 함께 ‘핸썸즈’ 팀을, 김동현을 대신해 1일 한정 멤버로 출연한 추성훈이 차태현, 오상욱과 함께 ‘가이즈’ 팀을 꾸리고 강원도 지역의 맛깔스러운 면 요리를 탐방하는 ‘강원도 누들로드’ 후반전 빙고 레이스가 펼쳐진다. 지난 방송에서 ‘핸썸즈’ 이이경, 신승호, 곽시양은 새로운 찬스권인 ‘소원 수리권’으로 자신들의 퀴즈 성공 소식을 상대팀에게 비밀로 하는 스텔스 전략을 취해 레이스의 향방을 오리무중으로 만든 바 있다. 이에 다가오는 후반전에서는 ‘양양’을 둘러싼 두 팀의 대격돌이 일어나 박진감을 선사한다. ‘양양’에 먼저 도착한 팀은 스텔스 전략을 통해 소리 없이 강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핸썸즈’ 이이경, 신승호, 곽시양. ‘양양’의 옹심이 맛집에 입성한 이들은 때아닌 유혈사태(?)를 맛보고 만다. 이이경이 신승호에게 옹심이 국물을 떠주려다가 실수로 신승호의 바지 위 ‘아찔한 부위’에 뜨끈한 국물을 엎질러 버린 것. 이에 이이경이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자 신승호는 “아냐 괜찮아. 나는 강해”라며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내 웃음을 유발한다. 그도 잠시 ‘핸썸즈’ 이이경, 신승호, 곽시양은 때아닌 ‘가이즈’ 차태현, 오상욱, 추성훈의 습격으로 진정한 유혈사태와 맞닥뜨리고 만다. ‘핸썸즈’의 스텔스 전략을 알아챈 ‘가이즈’ 차태현, 오상욱, 추성훈이 “우리 (핸썸즈의) 빙고판을 살짝 볼까?”라며 ‘빙고판 털이’를 도모하는 것. 이에 ‘가이즈’는 추성훈의 독보적인 피지컬을 이용한 무력 진압을 시도해 ‘핸썸즈’ 이이경, 신승호, 곽시양을 혼비백산하게 하고, 이이경은 “산재 처리되냐”며 막대한 피해를 호소해 폭소를 더한다는 후문이다. 이에 ‘핸썸즈’의 빙고판을 노린 ‘가이즈’의 기습작전이 성공했을지 궁금증이 모이는 가운데, 프로그램 역사상 최초의 육탄전이 다이내믹한 재미를 선사할 ‘핸썸가이즈’ 16회 본 방송에 기대감이 고조된다. 한편 tvN ‘핸썸가이즈’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되며, 오는 4월 17일부터는 매주 목요일에 방송될 예정이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3.21 11:21

    • 하이브, 일자리 으뜸기업 유지···뉴진스 하니 직괴·산재은폐 등 “위법성 없어”

      연예

      하이브, 일자리 으뜸기업 유지···뉴진스 하니 직괴·산재은폐 등 “위법성 없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뉴진스 멤버 하니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및 산업재해 은폐 의혹 등을 받은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일자리 으뜸기업 자격을 유지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7일 진행된 하이브에 대한 으뜸기업 선정 철회 심사위원회에서 이 같이 결정됐다고 30일 밝혔다. 노동부가 선정 철회를 할경우 노동관계법 위반 또는 이에 준하는 객관적 사정 등이 있어야 한다. 노동부는 하니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과 산업재해 미처리 의혹과 관련해 법 위반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노동부는 하니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산업재해 은폐 의혹의 경우 해당 사망자의 업무상 질병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 또한 이뤄지지 않아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고 봤다. 유족 측이 산업재해라고 보지 않는 상황에서 산업재해 은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갑질 논란에 대해 노동부는 으뜸기업 선정 철회로 이어질 객관적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부는 매년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환경 개선에 앞장선 기업 100곳을 으뜸기업으로 선정하는데 하이브는 지난 9월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으뜸기업 선정 조건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이거나 추천 제한 대상임이 판명된 경우,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언론보도·소송·민원 제기 등으로 논란이 발생한 경우,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을 경우 등에 선정을 철회할 수 있다.

      이선명 기자 2024.12.30 16:36

    • ‘생존왕’ 아모띠, 촬영 위해 신혼여행 일주일 줄인 사연…이승기 “산재 신청해야”

      연예

      ‘생존왕’ 아모띠, 촬영 위해 신혼여행 일주일 줄인 사연…이승기 “산재 신청해야”

      크리에이터 아모띠가 7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TV조선 예능 ‘생존왕’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조선 TV조선 예능 ‘생존왕’에 출연한 크리에이터 겸 방송인 아모띠가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신혼여행 기간도 줄인 사연을 공개했다. 아모띠는 7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공개된 TV조선 ‘생존왕:부족전쟁’(이하 생존왕)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기획을 맡은 이승훈CP를 비롯해 연출자 윤종호PD, 출연자인 김병만, 추성훈, 이승기, 정지현, 김민지, 아모띠 등이 참석했다. 아모띠는 운동과 피트니스 콘텐츠를 주로 선보이는 크리에이터로 올 초 방송된 넷플릭스의 예능 ‘피지컬 100: 언더그라운드’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번 ‘생존왕’에서 추성훈, 김동현 등 ‘피지컬 100’ 출연자들과 팀을 이루지 않고, 이승기와 강민호 등과 ‘군인 팀’을 이뤄 출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가 왜 군인 팀으로 나왔지?’하고 생각했지만 결국 군대 있을 때 배운 것들로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고 섭외를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지난 8월17일 결혼한 아모띠는 신혼여행 일주일 만에 귀국해 다음 날 바로 ‘생존왕’ 촬영에 나섰다. 이는 애초 2주였던 신혼여행 기간을 ‘생존왕’ 촬영 때문에 줄인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에이터 아모띠가 7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 형식으로 열린 TV조선 예능 ‘생존왕’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TV조선 아모띠는 “결혼과 촬영날짜가 가까워 걱정했다. 2주 계획을 했는데 일주일이 겹쳤다”며 “와이프에게 이야기하고 생각에 대한 고민을 전했다. 직접 말을 못 하고 메신저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양해를 받아 신혼여행을 일주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원인 모를 감염으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며 일주일 병원 신세를 졌다. 이승기는 “이에 신혼여행을 줄인 데다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산재신청을 해야 한다”고 거들기까지 할 정도였다. ‘생존왕’은 추성훈을 팀장으로 한 ‘피지컬 팀’,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정글 팀’, 박태환이 중심이 된 ‘국가대표 팀’, 이승기가 소속된 ‘군인 팀’이 낮에는 혜택을 위한 대결을 벌이고, 밤에는 정글에서 생존하는 과정을 다루는 정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정글의 법칙’ 연출을 했던 윤종호PD의 작품으로 7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TV조선을 통해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4.10.07 20:21

    • 전국 자생한방병원 17곳, 산재지정 의료기관 선정

      생활

      전국 자생한방병원 17곳, 산재지정 의료기관 선정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산재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산업재해(산재) 근로자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자생한방병원이 산재 환자들의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를 위해 힘을 보탠다. 자생의료재단(이사장 박병모)은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등 전국 17개 자생한방병원·자생한의원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지정 의료기관 선정을 마치고 산재 환자를 위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1일 밝혔다. 산재지정 의료기관이란 근로자에게 업무 중 부상 또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산재보험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서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등을 평가해 선정한다. 최근 근로자들의 산재신청 건수는 대폭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집계된 산재신청 건수는 16만2947건으로 2021년(14만1727건)과 비교해 2년 사이 약 15% 상승했다. 산재보험 규정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 4일 이상 치료가 필요한 근로자의 경우 본인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적용 질환에는 ▲디스크(추간판) 장애 ▲근골격계 수술 후 회복 ▲출퇴근 교통사고 후유증 등이 포함된다. 자생한방병원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쌓은 의료진의 한·양방 협진을 통해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회전근개파열 등의 근골격계 질환을 체계적으로 치료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등의 첨단 진단장비를 활용해 재해 근로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한의사가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으로 구성된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수술없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또한 병원 내 산재 담당자가 요양급여 신청부터 수납까지 산재 처리에 필요한 전 과정을 전담한다. 이에 환자들은 오롯이 치료와 건강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자생의료재단 박병모 이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60여년만에 산재보험 개편을 예고하는 등 안전한 일터 문화 형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자생한방병원도 근로자 건강 관리에 일조하겠다”며 “요즘처럼 팍팍한 경기 속에서 산재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지정 의료기관에 선정된 지역별 자생한방병원의 위치 및 정보는 근로복지공단 대표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며, 자생한방병원 공식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안내 받을 수 있다.

      강석봉 기자 2024.03.21 10:16

  • 주간경향

    • “산재 인정은 기적”…이주노동자 유족의 지난한 2년

      사회 특집

      산재 인정은 기적”…이주노동자 유족의 지난한 2년

      유족과 베트남 공동체의 노력으로 힘겨운 법정 싸움 끝 승소 판결 건설현장의 불법·정부기관 부실 조사로 잊힌 죽음 다시 밝혀내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021년 4월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산재 사망 건설노동자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 권도현 기자 “좀더 버텨볼게. 혈압이 떨어지는지 눈앞이 빙빙 돌고 힘이 하나도 없네.”(즈엉 반 응웬) “이번 일 끝나면 힘들지 않은 일당 자리를 찾자.”(김윤정씨) 김윤정씨(35)가 남편 즈엉 반 응웬과 나눈 대화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22년 11월 18일, 두 사람이 문자메시지를 나눈 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응웬은 일터에서 쓰러졌고, 이내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심장사. 당시 응웬은 32세였고, 아이는 첫돌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이 때문에,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있어서 힘을 냈어요.” 지난 2년간 윤정씨는 응웬의 죽음이 산업재해였음을 인정받기 위해 싸웠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싸움이었다. 애초에 돌연사는 한 해에 산재로 인정되는 사례가 17건(2022년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산재 인정이 드물게 이뤄진다. 더구나 응웬은 불법 하도급이 만연한 건설업에서 일했다. 그가 일한 시간을 증명할 서류는 형식적으로만 작성돼 있었고, 응웬이 ‘진짜 일한 시간’을 증언해 줄 동료들은 일감을 찾아 이 현장 저 현장을 떠돌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베트남 출신의 응웬은 흔히들 ‘불법’이라고 말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때문에 윤정씨와 사이에 아이를 얻고도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역시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윤정씨는 자신이 응웬의 ‘유족’이 맞다는 걸 입증한 이후에야 본격적인 산재 인정 여부를 다툴 수 있었다. “기적이에요.” 윤정씨의 지난한 싸움을 도왔던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응웬의 죽음이 산재임을 인정해 달라며 윤정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윤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원 대표의 말에 담긴 것은 가까스로 산재가 인정됐다는 안도감만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더 비공식적이고, 더 힘들고, 더 위험한 일을 도맡고 있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구제 가능성은 기적에 가까울 만큼 비현실적으로 적다는 한탄이 담겼다. 응웬의 죽음과 윤정씨의 싸움은 한국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일을 시키면서도 일하는 사람을 책임지지 않는 회사, 다단계 하도급과 불법이 일상이 된 업계, 이 구조의 제일 밑바닥에서 과중한 업무를 떠안는 이주노동자들, 이런 모든 구조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제출한 형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정부기관. 한국사회의 이 고착된 구조를 뚫고 응웬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낸 건 베트남 이주민 공동체였다. 더 위험하고 더 힘든 일로 딸과 함께 차에 타고 있는 생전의 즈엉 반 응웬. 응웬은 2022년 11월 32세의 나이로 건설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 제공 2019년 한국에 입국한 응웬은 건설현장 철근공으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체류 자격 없이 일한 미등록 노동자였다. 철근공은 철근을 운반해 자르고 구부리고 묶어 벽이나 바닥이 될 곳에 넣고 고정한다. 무거운 철근을 다루는 일이라 팔꿈치나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십상이다. 응웬이 마지막으로 일했던 곳은 인천 검단의 아파트 건설 현장이었다. 응웬은 2022년 11월 5일부터 숨을 거둔 11월 18일까지 열흘 정도 이곳에서 일했다. 이전처럼 철근공으로 일했지만 일하는 방식이 달랐다. 철근공들이 모인 팀인 ‘석방팀’의 일원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석방팀은 건설업체로부터 일감을 따낸 팀장이 팀원을 모집해 꾸린다. 일한 시간이 아니라 작업한 면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일종의 도급이다. 철근공들이 철근을 채우면 콘크리트를 타설해 벽과 바닥을 만드는 공정이 이어지는데, 이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석방팀이 활용된다. 석방팀에 일을 맡기는 건설업체는 석방팀이 몇 명이고, 어떻게 일하는 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로지 요구하는 건 정해진 시간 내에 일감을 끝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석방팀은 일감이 많은 날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고, 쉬는 시간이나 식사 시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일에 매진한다. 건설업체가 정한 마감 시한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속도에 대한 압박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일감이 너무 많으면 석방팀장이 사람을 더 구하기도 하는데, 사람이 늘수록 개개인이 가져가는 몫은 줄어든다. 일이 고된 석방팀의 유일한 장점은 후한 보수였다. 일당직 철근공으로는 하루에 17만~19만원을 벌었지만, 석방팀으로 일한 열흘간 응웬은 하루평균 27만원을 벌었다. 응웬도 석방팀 일이 힘든 걸 알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했기에 이 일을 시작했다. 2022년 1월 응웬과 윤정씨 사이에 딸이 태어났다. 응웬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였기에 윤정씨와 혼인신고도 할 수 없었고, 딸을 호적에 올릴 수도 없었다. 한국 국적이 있는 윤정씨와 혼인신고를 하면 결혼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그전에 미등록으로 지냈던 기간만큼 범칙금을 내야 했다. 제반 비용까지 합치면 3000만원가량이 필요했다고 한다. 합법적인 가족으로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은 끝내 응웬의 목숨을 앗아갔다. 응웬은 처음 경험하는 석방팀의 업무 속도를 버거워했다. 다음날 콘크리트를 타설한다는 공사 일정이 나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안에 일을 끝내야 했다. 응웬은 석방팀에서 일을 시작하고 주변에 “팀장의 눈치가 보이고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응웬의 베트남 출신 동료 A씨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응웬은 석방팀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런 방식에 적응을 못 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망 당일 아내 윤정씨에게 “아침부터 힘이 없다”고 말했던 응웬은 팀장에게 조퇴 의사를 밝혔다. 전날 팀원 한 명이 그만둬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한 터라 팀장은 처음엔 난색을 표하다 응웬의 상태를 보고 조퇴를 허락했다. 그러나 응웬은 택시를 잡는 방법을 몰랐고, 결국 다시 현장으로 복귀해야 했다. 몸이 보내는 위험신호를 참고 일하던 응웬은 이날 오후 3시쯤 쓰러진 뒤 이내 사망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죽음 윤정씨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베트남어로 “한국말에 혼백이 날아간다는 말이 있나요.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 심장이 벌렁거렸어요”라고 했다. 윤정씨는 황망하게 응웬의 장례를 치렀다. 응웬과 근로계약서를 쓴 전문 건설업체에서는 단 한 사람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정씨는 “딱 한 명 찾아왔어요. 사장은 아니고 팀장 위에 있는 사람이래요. 힘내라는 격려 한 마디 없었어요. 일 때문에 사망한 것 같은데 장례비만 주고 그 후에는 모른 척했어요. 그 회사 이름을 아직도 제대로 몰라요”라고 했다. 응웬조차 자신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의 이름은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불법 하도급을 숨기기 위한 형식상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일감을 따낸 수급인이 다시 일감을 떼주는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이 허용하는 것은 ‘발주처-종합건설업체(원청·시공사)-전문건설업체(하도급)-건설노동자’로 이어지는 계약구조다. 때문에 응웬은 표면적으로는 전문건설업체 B사와 근로계약을 썼다. 그러나 실제로는 ‘철근사장’이라는 인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석방팀의 일원으로 일했다. 실제로 석방팀이 몇 단계의 재하도급을 거쳤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기형적인 고용구조는 회사가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희석한다. 응웬의 죽음은 한동안 산재가 아닌, 경찰이 조사하는 변사사건으로 다뤄졌다. 윤정씨도 “응웬이 미등록이니까” 산재보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산재를 신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산재보험 가입자는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장이다. 사업장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급권이 있다. 윤정씨는 지인의 귀띔에 뒤늦게 산재 신청을 했지만,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그에게는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혼인신고가 안 된 상황에서 응웬의 유족임을 밝히기 위해 돈을 빌려 딸의 유전자 검사까지 해야 했다. 윤정씨는 “결혼을 안 해서 사실혼이잖아요.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갔어요. 엄청 복잡하고 힘들었어요”라고 했다. 급성 심장사 등 돌연사가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단기간 업무 부담이 늘었거나, 사망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60시간을 초과했다면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첫 관문인 셈이다. 그러나 불법하도급이 만연한 건설업의 제일 밑바닥에서 일했던 응웬의 경우에는 노동시간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베트남 결혼 이주여성이기도 한 원옥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제조업처럼 한 곳에서 일하면 알기 쉬운데, 건설업은 어느 현장에서 일했는지를 찾아내는 것도 힘들었어요. 기껏 일한 현장을 찾아내도 며칠 나오다가 며칠 안 나온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그때는 다른 현장에서 일했을 수 있는데 찾을 수가 없어요. 고인 휴대전화를 다 뒤져보고, 현장 찾아서 동료들 이야기를 듣는 걸 반복했어요.”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1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7시간 7분”이라며 응웬의 죽음이 산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응웬이 사망 전 열흘 동안 석방팀에 근무하면서 단기간 업무량이 급증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단은 회사 측이 제출한 자료를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컨대 회사 측은 해당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을 포함해 하루 2시간을 쉬었다며 응웬이 일한 석방팀도 2시간을 쉬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이 주장을 바탕으로 응웬의 근무시간에서 하루 2시간씩을 일률적으로 뺐다. 그러나 석방팀은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하루 두 차례 10분가량 쉬는 것이 전부였고, 점심시간도 30~40분만 주어졌다. 공단 측의 조사는 충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은 심장질환 등을 조사할 때 동료근로자 등의 진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응웬이 일한 석방팀의 팀장이었던 베트남 출신 노동자 C씨는 법정에서 “제가 알기로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팀원 가운데 누구도 부르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회사는 거짓도 섞었다. 회사 측은 응웬의 가슴에 수술 자국이 있다며 기존 병력이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응웬의 가슴에서는 아무런 수술 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윤정씨는 “남편이 사망하고 아무 도움은 못 줄망정 거짓말하고 책임 회피하는 것이 너무 분했다”고 말했다. 2년 만의 산재 인정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유족과 달리 윤정씨는 공단의 산재 불인정 판단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택했다. 원옥금 대표, 사건을 맡은 박다혜 변호사와 함께 응웬의 죽음을 증언해 줄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마지막 현장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그들이 새로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밤늦게 만나 증언을 수집했다. 다행히도 석방팀원들 대부분이 윤정씨와 말이 통하는 베트남 노동자였다. 이는 일이 고단한 철근공, 그중에서도 힘든 석방팀 일을 사실상 이주노동자들이 도맡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응웬과 열흘간 함께 일한 것이 인연의 전부인 A씨는 흔쾌히 진술서를 써줬다. A씨는 진술서에서 “응웬은 철근공으로 일해왔지만 일당으로만 일을 했습니다. 석방팀은 도급이라 아침 체조도 생략하고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습니다. 늘 빨리하라고 재촉받고 진도가 늦으면 안 되니까 최대한 빨리 일을 해야 합니다. 일당으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힘듭니다”라고 했다. 석방팀장이었던 C씨는 바쁘게 일터를 오가는 와중에도 진술서를 쓰고,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진술도 했다. 그가 인천 검단 현장에서 일한 내역을 기록한 노트는 응웬의 업무강도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가 되기도 했다. C씨는 진술서에서 “응웬씨가 죽은 날은 일이 많고 한 사람이 일을 나오지 않아서 작업량이 더 많았습니다. 응웬씨가 몸이 피곤하고 힘들다고 일찍 퇴근하고 싶다고 했는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응웬씨가 쓰러진 후에 팀원 4명을 더 충원해서 불렀습니다”라고 했다. 동료 A씨가 베트남으로 귀국하면서 한때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 원옥금 대표는 페이스북에 응웬의 동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고, 이 편지가 베트남 공동체를 통해 알음알음 전파되면서 다시 A씨와 연락이 닿게 됐다. 원 대표는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일이 힘들어서 사망했는데 아무 보상도 없다는 걸 직접 눈으로 본 사람들이었다. (동료들이) 자신들도 그런 일을 겪지 않을까 걱정되고 무서운 마음도 있고, 미등록(노동자)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권리라는 게 있으니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적극 도와줬다. 산재 인정이 되고 동료들에게도 바로 알려줬다. ‘너무 기쁘고 다행스럽다’고 하더라”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석방팀의 특성으로 인해 업무강도가 급증했다는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사망 직전 고인에게 급격하고 과도한 육체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이고, 이로 인해 급성 심정지가 발병,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현장의 불법, 정부 조사 기관의 실패로 잊힌 죽음을 유족과 베트남 공동체의 노력으로 다시 밝혀냈다. 박다혜 법률사무소 ‘고른’ 변호사는 “원옥금 대표님이 통·번역 지원을 해주셨다. 그런 지원이 없이 이 사건을 맡았다면 동료 노동자들을 수소문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고, 어디서 일하는지를 알아도 소통이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불법 하도급이라 형식적인 근로시간만 기록돼 있고, 실질적으로 어떤 노동을 했는지는 가려져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 필요한데 충실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사건을 다룰 때 공단의 역할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2024.12.30 06:00

    • 사회

      [후마니타스연구소·주간경향 공동기획-2024 총선, 함께 생각해봅시다]“직장내 괴롭힘, 녹음·기록 필요” “잇단 산재, 책임자 처벌이 해법”

      ㆍ(2)갑질과 재해 없는 일터ㆍ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강연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왼쪽)과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노동은 삶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각종 노동문제에 시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가운데 ‘직장내 괴롭힘’은 노동자의 인격을 짓밟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하다. 알게 모르게 일터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업재해 또한 노동자 개인은 물론 그 가족의 삶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려면 노동조합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가 주간경향과 공동 기획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의 두 번째 강연이 지난 10월 30일 개최됐다. 이번 주제는 ‘갑질도 재해도 없는 일터’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과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박 운영위원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에서 활동했으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을 지냈다. 전국을 돌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기록한 <노동여지도>(알마) 등 여러 노동 관련 책을 펴냈다. 임 지회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일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론화했고, 2017년 8월 노조 설립을 주도했다. 지난해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53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다. 직장내 괴롭힘법 더 강화해야 직장갑질119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하고 제도 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하는 민간공익단체로 2017년 11월 출범했다. 노무사·변호사·활동가 등 183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gabjil119.com)과 e메일 등을 통해 갑질 상담을 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박점규 운영위원은 직장내 갑질의 심각성을 수치를 통해 설명했다. 지난 9월 4~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36%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사이 괴롭힘을 경험한 응답자의 46.5%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 10.9%는 자살을 고민한 적도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정규직 피해자의 자살 고민 응답 비율은 20.0%로 정규직(5.0%)보다 4배나 많았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15.1%에 달했다. 박 운영위원은 그간 통계를 바탕으로 “매년 한국에서 직장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라며 “하루에 1명 가까이는 일하다가 괴롭힘을 당해 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만큼이나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박 운영위원은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한계를 짚었다. 그러면서 법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사용자가 괴롭힘의 가해자이거나, 사용자가 신고를 받고도 조사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뿐이다.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가했을 때만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호주는 징역 10년, 스웨덴·캐나다·영국 등은 5년을 받을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을 부여하기도 한다. 박 운영위원은 “호주는 2011년 직장내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 직원이 사망한 이후 국민이 대대적인 시위를 벌여 처벌 조항이 마련된 것”이라며 “한국도 향후 처벌 조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 조사토록 하는 구조로 인해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법에 ‘객관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가해자가 사용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사용자가 피해자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경우에도 과연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노동부나 노동위원회가 원칙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을 조사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다만 행정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박 운영위원은 말했다. 박 운영위원은 “조사가 객관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 증거를 모아서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회사에 경고의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라며 “회사가 가해자를 두둔하는 순간 조직문화가 후퇴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등 회사의 경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직장내 괴롭힘은 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 등 누구든 신고할 수 있다. 박 운영위원은 녹음하기, 기록하기, 알리기 등 3가지를 대응 방법으로 강조했다. 그는 “매 순간 녹음을 할 순 없더라도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을 해둬야 한다”라며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신빙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신과 진료와 상담은 그 기록 자체가 괴롭힘의 증거가 될 수 있고,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괴롭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정작 이런 사업장은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대부분의 조항이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박 운영위원은 “5인 미만 사업주는 직원들에게 욕을 해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뿐 아니라 간접고용,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등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런 문제들을 비롯해 내년 총선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로 원청갑질(노조법 제2·3조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야근갑질(포괄임금 금지 등) 등을 제시했다. “당연한 권리, 아직도 보장 못 받아”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2017년 8월 해당 노조를 설립했다. 이에 앞서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로 10년 동안 일한 임 지회장은 수당 미지급 문제로 상담을 받다가, 당시 고용 구조가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임 지회장은 정의당과 함께 제빵기사의 불법파견과 이른바 ‘임금꺾기’ 실태를 공론화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고 본사가 제빵기사 53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다. SPC는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국내 제빵업계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노사와 정치권, 시민사회는 2018년 1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SPC가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통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고 급여와 복지 수준 등을 3년 이내에 본사와 동일하게 맞추기로 했다. 임 지회장은 그러나 이날 강연에서 “당연한 권리를 당연히 보호받기 위해 노조를 시작했는데, 아직 당연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2022년 3월 28일부터 53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였다. 사측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면서다. 또 사측이 복수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노조를 탄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를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노조는 피비파트너즈 내에서 민주노총 탈퇴와 한국노총 가입을 종용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2021년 7월 관계자들을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고소했다. 노동부와 경찰은 지난해 10월과 올 1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강연이 열린 이날 SPC 본사의 허영인 회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조 탈퇴 공작이 허 회장 등 SPC 본사 차원의 기획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이 지난 10월 3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에서 개최한 ‘경향시민대학-시민이 동료 시민에게’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임 지회장은 “민주노총 탈퇴서를 가져가면 3만원, 한국노총에 가입시키면 5만원 등을 지급했다”라며 “돈 문제뿐 아니라 탈퇴 작업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괴롭힘을 당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진급 차별과 괴롭힘 등으로 조합원을 이탈시켜 민주노조를 소수 노조로 만들었다”라며 “노조가 직장내 괴롭힘의 주범이 돼버렸다”고 했다. 이런 노노 갈등으로 인해 사측과 대화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임 지회장은 지적했다. 임 지회장은 노조의 중요성을 산업재해 통계를 예로 들며 설명했다. 2017년 민주노총 노조가 설립되기 전까지 SPC그룹 내 모든 회사의 산업재해는 4건(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106건, 2019년, 167건, 2020년 172건, 2021년 181건 등으로 대거 늘어났다. 임 지회장은 “민주노조가 생겨서 산재가 많이 발생한 게 아니라 그간 은폐되고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깁스를 한 채 일을 한 조합원도 있었다”라며 “산재가 발생해도 산재인지 모르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아파도 일해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지금 SPC그룹 내 9개 법인에는 13개 노조가 설립돼 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4개이고 나머지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한국노총 노조 가운데는 이미 오래전인 1960~1980년대 설립된 곳도 있다. 임 지회장은 “한국노총이 나쁘다, 어용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2017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설립되면서 산재가 드러나고 노동 문제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임 지회장은 노조가 없는 다른 사업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임 지회장은 경쟁업체인 뚜레쥬르에서 제빵기사로 일했던 한 노동자의 근무표를 제시했다. 해당 제빵기사는 2022년 9월에 30일을 근무하고 단 하루만 쉬었다. 이 지회장은 “이분이 노동부에 연락했지만 비슷한 사례 100건을 수집해 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라며 “너무 화가 나서 그는 결국 퇴사했다”고 전했다. SPC 계열사의 제빵공장에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임 지회장은 “산재나 갑질은 개인이 해결하기 힘들다”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개인이 투사가 돼야 한다. 투사가 돼서 해결되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진짜 책임자가 처벌받아야 노동환경도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임 지회장은 “최근 노조 혐오가 심하고 정부가 노골적으로 유언비어와 허위사실까지 동원해 공격하고 있다”라며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조와 연대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정희완 기자 2023.11.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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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 비난·산재 외면···원희룡은 왜 이럴까

      ㆍ건설현장 불법행위 고발대회에서도 노골적인 ‘사용자 편들기’ 지난 3월 16일 오후 2시 47분경 충남 천안의 한 반도체 관련 업체의 공장 신축공사 현장. 와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높이 4.5m의 옹벽이 무너져내렸다. 공사현장의 절개지가 무너지지 않도록 쌓아두었던 콘크리트 블록 수십 개가 옹벽 바로 아래서 배수로 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 3명을 그대로 덮쳤다. 119구조대가 곧장 출동했지만 2명은 이미 심정지 상태. 다른 1명도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3월 16일 콘크리트 블록으로 된 옹벽이 붕괴돼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충남 천안의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배수로를 내려고 땅을 파려면 작업 장소와 주변, 특히 땅파기로 옹벽 기초가 무너져내릴 위험이 없는지, 옹벽은 튼튼한지 등 충분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현장 관리가 소홀해 발생한 전형적인 안전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었다. 천안 사고가 있던 당일 오후 8시쯤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우리의 다양한 도시개발 경험을 활용해 양국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에도, 이틀 뒤에도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썼지만 출장 얘기뿐이었다. 지난 3월 18일에는 현지 한국인 노동자들과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내걸었다.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해도 주무부처 장관은 아랑곳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노조는 맹비난, 노동자 사망엔 ‘침묵’ 원 장관이 천안 사고 소식을 몰랐을 리 없다. 사고 발생 전인 지난 3월 16일 오전에도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불법행위를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을 만큼 해외 출장 중에도 페이스북을 즐기는 그다.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국토교통 관련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원 장관이지만 유독 찾아보기 어려운 글이 있다. 바로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관련 글이다. 지난 3월 22일 기준 산업재해 예방 안전보건공단의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41곳의 건설현장에서 43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높은 공사현장에서 추락하거나, 차에 치이거나 공사 자재에 맞아 사망하는 등 안전사고가 대부분이다. 이틀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원 장관이 페이스북에서 사망사고를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건설업체들의 안전관리 소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 무리한 작업지시 등의 문제 역시 거론한 바 없다. 원 장관은 평소 “건설현장에서 안전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대원칙”이라고 밝혀왔다. 반대로 원 장관은 올해 하루가 멀다고 페이스북에 노조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올 초부터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향해선 “기생하는 독”, “조폭” 등의 거친 용어를 동원해 페이스북에서 맹비난했다. 결국 건설노조는 지난 2월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모욕 등의 혐의로 원 장관을 고소했다. 고소 이후 발언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원 장관은 여전히 타워크레인 월례비 문제, 노조전임비 문제 등을 들어 노조에 대한 날선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토부도 건설현장 사망사고와 노조 문제를 다루는 데 입장 차이를 보인다.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조사를 맡는다. 국토부도 중앙사고조사단을 꾸려 현장조사에 나서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해 이미 사고가 잊힌 뒤다. 피해자 개인정보보호 등의 명목으로 사고가 난 현장이나 원청·도급 업체의 이름도 공개되지 않는다. 천안 사고의 경우 불법 하도급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발생 1주일이 넘도록 파악된 게 없다. 현재까지 국토부가 사고와 관련해 밝힌 공식 입장은 “사고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5줄짜리 짧은 ‘보도참고자료’가 전부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찰에서 관련 서류를 모두 가져간 탓에 불법 하도급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수사를 통해 확인되기 전까진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 문제에 대해선 경찰수사와 관계없이 단정적인 입장을 취해온 국토부다. 국토부는 지난 1월 19일 ‘건설현장 (노조) 불법행위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건설업체들이 단순 신고 접수한 내역을 들어 “총 2070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고, 최근 3년간 1686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3월 18일 인도네시아 출장 중이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현지 한국인 노동자들과의 기념사진 / 원희룡 장관 페이스북 원희룡의 ‘기울어진 운동장’ 사용자 측에 해당하는 건설업체를 두둔하는 정부의 편향적인 태도는 원 장관이 지난 3월 8일 전문건설협회 주최 ‘건설현장 불법 부당행위 실태 고발 증언대회’에 참석해 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인사말에 나선 원 장관은 “건설업 하면 일용직 노동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은데, 건설현장을 파악하다 보니까 제일 불쌍한 게 전문건설인”이라며 “회계처리를 하지도 못하는 돈을 여기저기 뜯겨야 하는, 소위 노조의 간판을 단 곳에 빨대를 빨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가 쏟아졌다. 노사 문제에 있어 공정함을 유지해야 할 장관이 사용자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가서 노골적으로 노조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원 장관은 “거푸집 (작업)은 국내 근로자들이 아무도 안 하려고 해 외국인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도급 자체가 법이 안 맞다 보니까 서류제출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며 불법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이해한다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어 “노조의 탈을 쓴 불법세력에 온갖 횡포를 당하고 돈을 뜯기고 모욕을 당하고 현장통제권을 뺏겨도 감당해야 한다”며 “경찰한테 신고하면 ‘합의 보세요’ 하고, 근로감독관은 노조편을 드는 등 그동안 정부가 제대로 못 한 것에 대해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도 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연신 박수가 쏟아졌다. 업체들이 건설현장에서 벌이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잠깐 언급에 그쳤다. 원 장관은 “대신 전문건설인들도 페이퍼컴퍼니, 벌떼입찰, 임금 떼어먹는 일 등 없애야 한다”며 “그런 어물전 꼴뚜기 같은 행동들 때문에 우리가 단체로 욕을 먹고 노조에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희룡의 관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관리”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관심과 모든 지원과 모든 공권력이 뒷받침돼서 집중 투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의 인사말은 10여 차례의 박수와 함께 마무리됐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선 단속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정부가 개선하고 바로잡아야 할 건설사들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나 불법고용, 불법시공, 부실공사 등의 불법행위는 외면하고 있다”며 “건설사에 사과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자행된 부실공사로 피해를 본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진식 기자 2023.03.24 12:51

  • 레이디경향

    • 화제

      세계속에 산재한 한국정보 오류수정의 일등 공신-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몇 건을 수정했냐에 매달릴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죠” 세계인들은 아직도 우리를 그렇게 본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10년 영어를 배우고도 변변하게 영어 한마디 못하는, 이 나라 저 나라에 연이어 지배받은 유약한 민족으로, 미국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라…. 무식하다며 분개만 한다고 왜곡된 정보가 고쳐질 리 없다. 속 터지는 한국에 대한 오해를 팔 걷어붙이고 고치려는 이들이 있다. 반크! 그들은 누구?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를 어찌하나! “중국은 세계 문명의 발상지이기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일본은 부국이어선지 홍보에 열을 올립니다. 이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현실이죠. 그러니 외국에서는 우리를 잘 알지도 못하고, 안다 해도 잘못 알고 있지요.” 사이버 외교사절단을 자임한 반크(VANK : Va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 www.prkorea.com)의 박기태단장(31)의 말이다. 이들의 노심초사는 일본해로 표기된 동해를 세계지도 속에 다시 환치시키는 등 왜곡되고 일그러진 한국에 대한 정보를 되돌리는 데 공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학자 철종은 한글, 즉 이두(Nido)를 만들었으며(필리핀 고교 2년용 역사 교과서), 한국은 1945년 연합군에 항복했고, 전쟁이 끝날 무렵 미군이 38선 이남을 해방시켰다(미국 프렌티스 홀 출판사 2002년판 11학년용 역사 교과서). 또 미국이 조선 침략 전쟁을 시작했다(베트남 고교 2학년 지리 교과서). 한국은 장티푸스와 말라리아 환자가 넘쳐나서 살아가기 힘든 나라이며(아프리카 가나의 한 대학생), 인구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지만 나머지는 중국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고(터키 고교 2~3학년용 지리 교과서), 공식 언어는 한국어와 영어다(미국 NBC방송). 이번 아테네 올림픽 때 한국을 `‘South Korea’로, 북한을 `‘Korea, Repulic of’로 표기하기도 했고(영국 BBC 방송), 메달 집계에서 북한 계순희 선수의 사진을 한국 항목에 올려놓기도 했다(야후). 제주도를 일본 영토라 표기하기도 하며(캐나다 외교부 홈페이지), 울릉도를 일본 영토라 적어놓기도 했다(유럽 최대의 지도 보급사 멜티맵).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 싶다. 물론 반크의 노력으로 시정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왜곡된 정보는 끝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에서 세계 각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일본 등 23개국 50종의 교과서에서 1백27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한다. 최소한 이들 나라 학생들은 사실과 전혀 다른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각 나라의 교과서가 이 모양이니 인터넷 사이트와 홈페이지에 잘못 서술된 한국사의 오류는 집계조차 불가능할 정도다. 반크는 지난 6년간 해외 웹 사이트의 한국 오류 시정 활동을 전개, 올해 4월 현재 총 3백 건을 시정하는 성과를 냈다. 국정홍보처의 한국에 대한 오류 수정 예산은 10억원. 그 비용으로 고쳐진 한국 정보는 40건 정도라고 한다. 반크 운영비가 월 평균 1천만원 정도라고 하니, 연 1억2천만원. 결국 실적은 국정홍보처 대비 125%에 달하며, 비용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비용 대비 효과는 엄청난 셈이다. 2002년에는 세계적인 온라인 지도 제작업체인 월드 아틀라스사 자사 세계지도에 그동안 써오던 일본해 표기에 ‘동해’를 명기했으며, 이를 회사의 홈페이지(www.world alas.com)를 통해 “반크와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이번 변화의 명백한 승자”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외에도 정보 전파력이 엄청난 해외 웹 사이트가 다수 포함돼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라이코스, 세계 최대 여행 잡지 「론리 플래닛」 등에 항의성 이메일을 보내 일본해와 동해를 같이 표기토록 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97%에 달하는 지도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 그대로 온라인으로 퍼지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결할 것이 더 많다. “언론에서는 외국 웹 사이트가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있고, 반크의 활동으로 어떻게 시정되었는지에만 관심을 보여요.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는 일이죠.” 박기태 단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많은 부분이 잘못되어 있기에 그 부분을 수정하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노력은 말 그대로 숨은 노력이었다. 한국을 바로 보게 하는 작업에 관계 부처도 냉담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크 사무실의 문턱이 닳을 정도다. 적극적으로 나서면 고쳐지는 것을 1999년, 당시 대학생이던 박기태 단장과 임현숙씨(31)는 영어 공부를 위해 펜팔 사이트를 만들었다. 박 단장은 이때 메일을 주고받은 외국 대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백지 상태인 것에 놀랐다. ‘너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특권층이구나’ 등 한국 실정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내친김에 사이버 공간에 한국을 알려볼 결심을 했다. 펜팔을 통해 외국 친구들과 친분도 쌓고 국제적인 문화와 감각을 익힐 수 있었지만, 바로 이 부분이 문제였던 것이다.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다양한 오해. 이를 계기로 펜팔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시작했고, 반크 회원들은 세계 각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줄 것을 요청하고, 그 결과물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버 외교사절단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서울 남대문시장에 3평짜리 옥탑방을 얻어 사무실을 냈다. 야근을중에 1층 문을 잠그는 바람에 119를 불러서 탈출(?)한 적도 있다.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져 7평 남짓한 사무실(서울 중구 신당동)을 마련했으니 일취월장한 셈. 일하는 공간이 좁다고 하는 일까지 적지는 않다. 이들은 이 좁은 곳에서 전세계 웹 사이트를 상대로 한국에 대한 정보 오류를 잡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를 제대로 알리는 전초기지인 셈. 전세계 8억 명의 네티즌을 상대하는 이곳을 박기태 단장을 필두로 5명의 상근자가 거뜬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회원들의 회비로만 꾸려가는 반크는 넉넉할 수 없는 살림살이다. 현재 회원이 1만7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모두 회비를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 운영이었다. 상근자들은 무보수, 그야말로 자원봉사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매달 평균 1백여 명의 유료 가입자가 있다고 봤을 때, 1인당 2만원이니 2백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는 셈이었죠. 그런데 지난달엔 갑자기 5백여 명으로 늘어 1천만원의 수입이 생겼죠. 너무 기분 좋았어요. 그만큼 반크가 많이 알려진 셈이죠.” 반크의 회원은 현재 1만7천 명 선이다. 이 가운데 10%가 사이버 외교관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 회원의 약 80%는 중·고생들. 이들은 해외 펜팔, 이메일을 통해 홍보사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요즘은 젊은 여성과 주부의 참여도 눈에 띈다고 한다. 반크의 이전 노력을 개별 약진이라고 한다면,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이제 전체 진군을 시작해야 할 때. ‘겨자씨’를 자임하는 이들의 노력은 끝내 거대한 나무의 위용을 잉태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김석영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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