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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트스탁, 1분기 전략적 파트너십 확장으로 비트코인 디파이 생태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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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스탁, 1분기 전략적 파트너십 확장으로 비트코인 디파이 생태계 확장

      병합채굴 참여율 81%로 역대 최고 기록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메사리(Messari)가 루트스탁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주요 사이드체인 루트스탁은 올해 1분기 레이어제로를 비롯한 다수의 프로토콜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네트워크 기능을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파트너십은 브릿징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솔루션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주목할만한 파트너십 대상은 옴니체인 메시징 프로토콜 레이어제로와 크로스체인 브릿지 스타게이트다. 이를 통해 루트스탁 사용자는 베이스, 아비트럼, 이더리움, 솔라나 등 20개 이상의 주요 블록체인 간 브릿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루트스탁은 ▲ 스테이블코인 브릿지 및 스왑 프로토콜 멘슨 파이낸스 ▲ 익명의 예측 시장 플랫폼 아논마켓 ▲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생태계를 연결하는 모듈형 프로토콜 아이젠 랩스를 비롯해 ▲ 하드웨어 지갑 렛저의 애플리케이션인 렛저라이브 ▲ 웹3 자동화 플랫폼 젤라토와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아울러 보고서는 1분기 루트스탁 병합채굴 참여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 최근 세계 최대 비트코인 마이닝 풀 파운드리와 스파이더풀의 참여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트코인 채굴 풀 파운드리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스파이더풀은 세계 6위다. 이 채굴풀들의 참여가 중요한 것은 루트스탁의 보안성과 분산화가 더 강화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루트스탁은 2018년 창립 이래 단 한 건의 해킹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100%의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루트스탁 병합 채굴 참여율은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대비 56.4%였던 것에 비해 올해 1분기 81%로 43.62%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운드리는 약 200 EH/s의 해시파워를 추가하며 루트스탁의 총 해시파워를 약 740 EH/s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는 비트코인 전체 마이닝 파워의 약 80%에 해당하며, 2024년 10월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 해시파워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또 “루트스탁의 핵심 기여자와 병합 채굴 파트너의 협력으로 트랜잭션 수수료가 60% 감소하면서 사용자 접근성이 향상됐다”며 “이더리움 가상 머신(EVM)과의 호환성 강화, 보안성 향상, 탈중앙화 개선을 골자로 진행한 러벨(Lovell) 업그레이드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루트스탁은 거래 처리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하반기 ‘속도 개선 거래 프로토콜’을 선보일 예정이다.

      생활경제부 2025.05.09 13:00

    • “DOGE코인 생태계 확장” 도지OS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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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GE코인 생태계 확장” 도지OS 1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솔라나 유니스왑 발굴” 업계 최고 ‘폴리체인 캐피탈’ 투자 도지OS 플랫폼 출시·개발자 지원도구 제작 등 목표 “X에서 도지코인으로 팁..새로운 사용자환경 만들 것” 도지코인(DOGE) 기반의 앱 플랫폼 도지OS(DogeOS)가 글로벌 가상자산 벤처캐피탈 폴리체인 캐피탈(Polychain Capital)로부터 690만 달러(한화 약 96억3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8일 밝혔다. 도지OS는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이용해 도지코인 기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구축 및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 도지OS 플랫폼 정식 출시 △ 개발자 지원도구 제작 △ 파트너십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도지OS는 ‘X-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 및 통합’ 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서 채팅이나 포스팅을 하면서 도지코인으로 팁을 주거나, 게임·금융 도구를 활용하는 등 X 플랫폼 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도지OS는 인기 가상자산 도지코인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앱을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플랫폼이다. 개발자들은 게임, 금융 앱, 인공지능(AI) 도구 등 도지코인과 연동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 도지OS는 1000만명이 넘는 커뮤니티를 보유한 도지코인을 보다 유용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폴리체인 캐피탈은 솔라나(Solana) 유니스왑(Uniswap) 에테나(Athena) 등 유망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발굴해온 글로벌 최고 수준의 투자사다. 폴리체인 캐피탈 루크 피어슨(Luke Pearson)은 “도지OS는 도지코인의 진화를 이끄는 핵심 프로젝트”라며 “게임부터 AI까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통해 도지코인의 유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지OS는 마이도지(MyDoge) 팀이 개발하고 있으며, 마이도지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도지코인 지갑으로 알려져 있다. 도지OS는 이들의 기술력과 커뮤니티 기반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이 도지코인을 활용한 앱을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던 제퍼슨(Jordan Jefferson) 마이도지 대표는 “도지코인은 열정적인 커뮤니티와 유쾌한 문화로 성장해온 ‘대중의 코인’”이라며 “이미 5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사용하는 마이도지 지갑에 이어 도지OS를 통해 도지코인의 실사용 사례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경제부 2025.05.08 18:25

    • 밀크 X 갤럭시(Galxe), 웹3 생태계 확대 위해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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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크 X 갤럭시(Galxe), 웹3 생태계 확대 위해 ‘맞손’

      블록체인 기반 포인트 통합 플랫폼 ‘밀크(MiL.k)’를 운영하는 밀크파트너스(대표 조정민)가 글로벌 Web3 슈퍼앱 갤럭시(Galxe)와 글로벌 Web3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밀크는 웹3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아비트럼(Arbitrum)’으로 블록체인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갤럭시와의 이번 파트너십은 마이그레이션 이후 밀크가 아비트럼 생태계 내 글로벌 프로젝트와 협업하는 첫 번째 파트너십이다. 갤럭시(Galxe)는 3300만명 이상의 글로벌 이용자와 7000개 이상의 파트너사를 보유한 Web3 슈퍼앱으로, △갤럭시 퀘스트(Galxe Quest) △갤럭시 패스포트(Galxe Passport) △갤럭시 언드롭(Galxe Earndrop) △알바(Alva) AI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Web3 커뮤니티의 성장과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비트럼 생태계에서 가장 활발히 운영되는 슈퍼앱 중 하나로, 글로벌 이용자 기반과 생태계 확장성 측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양사는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커뮤니티 기반 확장 및 웹3 생태계 확장을 가속화한다. 밀크가 보유한 150만 국내 이용자 기반 및 다양한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구축한 로열티 생태계는 갤럭시의 3300만 글로벌 이용자를 바탕으로 한 소셜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될 예정이다. 양사는 한국과 글로벌을 잇는 중장기 마케팅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 성장과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며, 실질적인 시너지를 창출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밀크와 갤럭시가 진행하는 첫 번째 협업으로 갤럭시 플랫폼 내 밀크 전용 퀘스트가 순차적으로 오픈될 예정이다. 국내외 이용자 모두가 참여 가능한 퀘스트가 진행되며, 아비트럼 생태계 내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와의 공동 퀘스트도 선보일 계획이다. 규모감 있는 다양한 보상과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협업은 향후 갤럭시의 퀘스트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션 설계와 리워드 구조가 구현될 예정이며 이용자들에게는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새로운 웹3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또, 양사는 서비스 간 온체인 환경을 연결하고, 글로벌 이용자들이 밀크와 갤럭시의 다양한 콘텐츠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협력도 확대한다. 기술 연동, 마케팅, 글로벌 유저 온보딩 등 다층적인 협력을 통해 웹3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밀크는 갤럭시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아비트럼 생태계 내 다양한 글로벌 Web3 프로젝트와의 협업을 본격화한다. 디파이, 게임, 소셜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와의 연결을 통해 글로벌 생태계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예정이다. 밀크파트너스 조정민 대표는 “갤럭시와의 협업은 아비트럼 생태계 내 밀크가 진행하는 첫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양사가 함께 만들어갈 다양한 중장기 퀘스트와 실질적 혜택을 통해 전 세계 유저들에게 새로운 Web3 경험을 제공하고, 글로벌 프로젝트로서의 입지를 빠르게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석 기자 2025.04.24 06:24

    • ‘차만 만드는 시대 지났다’ 글로벌 수소 친환경 생태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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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만 만드는 시대 지났다’ 글로벌 수소 친환경 생태계 만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수소 생태계 조성 위한 다자간 협력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인도네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프란시스쿠스 소에르조프라노토 HMID 최고운영책임자(COO), 페르타미나 홀딩스 아리 쿠르니아완 프로젝트 담당 이사, 현대차 글로벌수소비즈니스사업부장 박재하 상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에니야 리스티아니 데위 차관, 인도네시아 국가개발부 누르 라일라 위디야스투티 국장 등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소협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인도네시아 수소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주요 정부 기관 인사들과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 바흐릴 라하달리아 장관을 비롯해 국가개발부, 인프라부, 경제조정부 등 각 부처 인사들과 페르타미나 홀딩스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해외 지역에서 유기성 폐기물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첫 실증 사업으로 주목 받아왔다. 구체적으로 현대차그룹은 서부 자바주 반둥시 인근 사리묵티(Sarimukti) 매립지에서 추출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인데, 사리묵티 매립지는 반둥시에서 매일 발생하는 약 1500톤의 폐기물 중 80%가 처리되는 곳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가 지속됨에 따라 대형 화재, 홍수, 산사태 등 자연 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은 매립지 개발 전문회사인 세진지엔이와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사리묵티 매립지를 복토하여 자연 재해를 예방하고, 복토를 마친 매립지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현대로템 기술로 청정 수소로 변환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매립지 개발을 위한 기술 타당성 조사를 완료했고 연내 관련 설비 착공을 목표로 서부 자바주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향후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은 제아이엔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등 국내 유수의 기관 및 기업들과 함께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한국의 선진화된 수소 정책 및 안전 규정과 수소 생산, 운영, 충전 등에 관련된 기술을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또 페르타미나 홀딩스가 제공한 부지에 2027년까지 수소 개질기 설치 및 수소 충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페르타미나 홀딩스 측과 수소 운반 및 수소 모빌리티 활용 등 수소 밸류 체인 전 과정에 걸쳐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를 두고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전개 중인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실증 사업을 해외로 확장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수소 비즈니스 브랜드인 HTWO를 통해 인도네시아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하여 수소 생산을 확대하고, 수소 사회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인도네시아에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기지 거점을 구축하고, 아세안 시장 현지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손재철 기자 2025.04.16 14:13

  • 주간경향

    •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14) AI 산업의 파편화 위기 넘어 연합 AI 산업 생태계 구축하자

      경제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

      [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14) AI 산업의 파편화 위기 넘어 연합 AI 산업 생태계 구축하자

      스마트폰으로 챗GPT를 이용하는 모습. 출처: 언스플래시 한국은 인공지능(AI)을 왜 발전시켜야 하는가? AI가 생산성 향상과 가치 창출의 새로운 엔진이기 때문이다. AI는 범용 기술로서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모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비교할 수 있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했듯 AI 역시 그와 같은 파급력을 가진 기술이다. 더 나아가 AI는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고 산업과 직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을 제공하므로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경쟁이 심화하고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AI 기술을 단순히 잘 쓰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AI 경쟁에서 선두주자가 돼야 한다. 기술 자체, 이와 관련된 응용 제품 및 서비스, 산업 혁신과 새로운 산업 창출 등 큰 기회가 아직 한국에 남아 있다. 한국, 자금과 정책 파편화로 비효율 현재는 인터넷 혁명 초기에 비유할 수 있다. 2024년 AI 산업은 아마존닷컴, 구글, 이베이와 같은 거대 기업들이 창업되지 않았던 1994년, 인터넷 시대 초기와 유사하다.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란 의미다. 엔비디아(Nvidia)는 30년 전 시스코(Cisco)에 비유될 수 있는데, 산업 초기에는 인프라 및 하드웨어 중심의 매출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한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비용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GPT-4의 토큰당 비용은 18개월 동안 240분의 1로 하락했다. 반면 LLM의 실행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므로 오픈AI(OpenAI)는 인터넷 초창기 웹브라우저를 처음 보급한 넷스케이프와 유사하게도 시장 창조에 기여했지만 극심한 경쟁과 고비용 구조, 불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용자의 고착화(Lock-In)가 어려운 점, 구글·아마존 같은 기존 기업의 견제, 앤트로픽·메타 AI·미스트랄 AI 등 새로운 도전자들의 출현은 이 산업의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답변 엔진 퍼플렉시티(Perplexity·AI)는 초기 야후닷컴(Yahoo.com)이나 구글과 비교될 수 있으며,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현재의 네이버나 구글은 30년 전 PC통신 서비스인 하이텔이나 아메리칸 온라인에 비유될 수 있으며, 아마존닷컴과 쿠팡은 30년 전의 오프라인 상점이나 백화점의 운명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AI 에이전트에 기반한 상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면 기존의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내려놓고 수익성이 더 나빠 보이는 새로운 기술에 투자하거나 이와 경쟁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자금과 정책이 파편화돼 나눠먹기식 비효율에 빠져 있고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AI 투자, 지원, 연구개발, 파트너십에 시너지를 일으켜 성과를 낼 새로운 거버넌스(지배구조)가 필요하다. 연간 1조원 이상의 규모로 향후 5년간 투자하는 대규모 AI 펀드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AI 원천 산업과 응용 서비스, 플랫폼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 민간이 주도하되 국가와 정부 차원의 보완 및 지원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다. 민간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AI 생태계 조성의 주도권을 쥐고 AI 펀드를 중심으로 기획된 AI 스타트업을 출범시키고 최고의 AI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대한민국을 AI G3 국가로 견인하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AI 펀드를 중심으로 컴퓨팅 인프라 확보와 벤처 기업 양성, 자금 조달, 네트워킹이 한 번에 이뤄질 수 있어야 하며 현재 분리된 지원 구조를 개선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고유의 ‘연합 AI 전략’ 추진해야 해외에서는 이미 AI 원천 기술과 응용 서비스에서 파트너십(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파편화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네이버와 삼성전자 간 협력도 깨진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IMF 금융위기 시절에 있었던 빅딜(기업의 인수합병 등 큰 거래)을 연상할 만큼의 AI 기업 간 파트너십 형성에 정부가 촉매 역할을 해야 하며 세계 최우수급 AI 인재 확보, AI 학습과 추론에 사용될 반도체 기술과 물량 확보, 자본,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기획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AI 응용 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한 정책 역시 중요한 과제다. AI를 통해 산업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AI 응용 서비스와 플랫폼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검색, 커머스(상업), 미디어, B2B(기업 간 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활용한 상업적인 솔루션 개발을 지원해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SKT와 퍼플렉시티 사례와 같은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십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AI 원천 기술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 투자와 육성이 필요하다.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스타트업에 대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미국과 중국의 초거대 프론티어(Frontier·미개척지) AI 전략과 오픈 소스 전략에 대응하는 한국 고유의 ‘연합 AI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제3의 길을 걸으며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세계 최초의 연합 AI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연합 학습 프로젝트를 전 분야에 활성화해 각 분야에서 최고성능의 AI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보호하면서도 산업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데이터 뱅크 제도와 기구의 설립을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데이터 뱅크 제도에 기반한 데이터 수집 기업과 데이터 공장을 육성해야 한다. 국공립 연구소를 모두 묶는 초거대 연구개발 AI를 연합학습 기반으로 개발하고 제조, 의료, 헬스케어, 교육, 금융, 교통 등 민간 사회 전반에 연합학습을 활성화하는 촉매로서의 정부 역할을 해야 한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잘 관리해주고, 데이터가 필요한 주체에게 AI 훈련 등 사용 기회를 제공해 데이터의 정당한 사용을 둘러싼 법적·경제적·윤리적 문제를 세계 최초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축된 연합 AI 산업 생태계는 한국이 세계적인 AI 강국으로 자리 잡도록 할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 응용학과·첨단기술 비즈니스학과 교수 2024.09.27 1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8) 남극 킹조지섬-남극 생태계의 중심축 크릴

      문화/과학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48) 남극 킹조지섬-남극 생태계의 중심축 크릴

      남극 크릴(Krill)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이들은 남극 해양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남극 바다는 편서풍에 의해 형성된 남극 순환 해류의 영향으로 다른 바다와 단절돼 있다. 무엇인가 식물플랑크톤과 포식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물플랑크톤인 크릴이다. 하루 40㎏씩이나 체중이 불어나는 대왕고래 새끼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하루에 약 3t의 크릴을 먹어 치운다. 이 고래는 1년 중 6개월을 남극에서 지내므로, 이 기간에 고래 한 마리가 먹어 치우는 크릴의 양은 500t 이상이다. 고래뿐 아니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은 없다. 남극권에서 발견되는 123종의 어류에서부터 다섯 종의 남극바다 해표, 남극 털가죽 물개 등의 기각류와 펭귄, 가마우지, 갈매기, 남방자이언트페트렐 등 조류에 이르기까지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이 크릴을 먹고산다. 이처럼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크릴이 양도 많은 데다 떼를 지어 생활하기 때문이다. 바닷물 1㎥에는 크릴 1만5000마리 이상이 모여 있다. 미국 국립자연과학재단의 페퀴낫(Willis E. Pequenat)은 남극에서 1년 동안에 부화하는 크릴의 양을 15억t으로 계산했다. 이것을 개체수로 환산하면 1100조 마리에 해당한다고 한다. 전 세계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의 양이 1억t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생각하면 크릴의 자원량이 얼마나 엄청난지 알 수 있다. 크릴은 여름에는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얼음에서 배출된 조류를 섭식한다. 겨울에는 해저로 내려가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를 먹는다. 사진은 여름철 남극 킹조지섬 유빙 아래에 모여있는 크릴의 모습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2024.05.22 06:00

    • 사회

      멀쩡한 생태교육조례를 왜 없애나요

      ㆍ서울시의회 폐지 추진…학생인권 이어 생태교육까지 역주행 서울시교육청의 ‘농촌유학’에 참여한 서울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함께 텃밭 가꾸기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남 오산초등학교 제공 지난해 유럽을 덮친 이상고온과 올해 인도에서만 벌써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폭염, 그리고 캐나다에서 잇달아 발생 중인 초대형 산불.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원인은 ‘기후변화’다. 영국 엑시터대학은 최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기후정책이 변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2%인 20억명가량이 극단적인 기후(폭염)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역시 수년째 가뭄과 폭염, 기습폭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지만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기후위기 교육을 목적으로 제정된 서울시의 ‘생태전환교육조례’ 폐지를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생태전환교육 차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전남·전북교육청 등과 공동 진행하던 ‘농촌유학’ 사업도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폐지 후 새 학교환경교육 조례(안)로 통합 대체되므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교육·환경단체들은 “구시대적 역행이자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발하는 중이다. ‘기후위기 교육’ 중요도 축소한 국민의힘 ‘생태전환교육’은 교육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제22조2를 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의무에 따라 2021년 서울시의 생태전환교육조례가 마련됐다. 조례 제정 과정에는 여러 청소년단체도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조례가 제정 1년여 만에 위기를 맞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이 됐다. 국민의힘은 곧장 생태전환교육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3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의에서 국민의힘이 주도한 서울시의회는 생태전환교육 및 먹거리생태전환교육예산, 생태전환기금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시민단체 등은 “예산에서 ‘생태’를 지웠다”며 반발했다. 논란 끝에 올해 서울시 추경에서 생태전환교육 예산 등이 일부 회복됐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지난 6월 8일 생태전환교육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아예 폐지하는 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 76명 중 54명이 폐지안에 찬성했다. 이들은 폐지 사유로 “현 조례가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금운용 적절성 문제, 유사 위원회 중복 등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조례 폐지의 대안으로 ‘서울교육청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이 새 조례로 제시한 학교환경교육 활성화 조례안은 기존 생태전환교육조례와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1조인 조례의 ‘목적’에서부터 이미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조례 목적에 ‘기후위기 대응’을 명시한 현 조례와 다르다. 대신 제8조에 “기후위기 대응 등을 포함한 환경교육을 모범적으로 실시하는 학교를 모범학교로 지정해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 조례가 교육청 차원에서 생태전환교육 전담부서를 만들어 기후위기 교육 등을 위한 전담 정책을 추진하도록 한 것과 달리 개별 학교 차원의 자발적인 교육을 권장하는 내용이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서울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교육·환경시민단체들은 6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 교육기관의 책무를 규정한 조례를 없애고, 퇴행적인 조례로 대체하려는 것은 다수당의 폭거”라며 “국민의힘은 시민의 대표로서 역사와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하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농촌유학’에 참여한 서울 학생들과 지역 학생들이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전남 오산초등학교 제공 ‘농촌유학’도 좌초되나 생태전환교육조례를 통해 설치된 ‘생태전환교육기금’으로 지원되던 ‘농촌유학’ 사업도 축소 내지는 폐지 위기에 놓였다. 농촌유학은 서울에 거주 중인 학생이 지방 소도시의 시골 학교로 전학 가 6개월 이상 체류하며 “생태시민”(서울시교육청)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학부모와 함께 체류하기 때문에 교육청과 해당 지자체 등은 주거비 지원 등으로 월 60만~80만원을 학생가정에 지원한다. 2021년 시작돼 6월 기준 235명의 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전남·전북에 이어 7월부터는 강원도도 참여하기로 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농촌유학에 참여한 학생 10명 중 7명은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시골 학교에 계속 다니고 있다.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프로그램이 영국 BBC 방송에도 소개되는 등 우수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부 학교에는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지자체들도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 학교를 되살릴 주요 방안의 하나로 농촌유학을 꼽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금으로 왜 농촌유학만 지원하냐”며 적절성을 문제삼는다. 생태전환교육조례가 폐지되면 농촌유학을 지원할 기금(2022년 기준 10억원)도 사라진다. 시교육청이 “기금 용처가 문제라면 현 조례에서 기금조항을 삭제한 뒤 농촌유학 사업을 본예산에 편입해 추진할 테니 조례는 남겨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희숙 서울혁신교육네트워크 대표는 “농촌유학은 학생들이 장시간 농촌에 머물며 생태적 삶을 체험하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도시와 지방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으로 더욱 확대돼야 할 정책”이라며 “이를 지원하는 조례가 폐지된다면 이에 앞장선 시의원들은 시민들에 의해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정 학부모시민행동365 대표는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이해하고, 지구생태계 내에서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생태전환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정치적인 이유로 조례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2023.06.30 11:25

    • 문화/과학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47)대전 도솔생태숲 - 150만 대전의 허파

      도솔산을 일컬어 ‘대전의 허파’라고 부른다. 시내 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데다 습지 보전지역인 갑천이 곁에 있어 많은 생명이 깃들어 사는 까닭이다. 도솔산의 면적은 400만㎡(약 121만평) 규모다. 마을이 가까운 데다 고도가 높거나 너무 넓지 않아 하루 날을 잡아 휘적휘적 다녀오기에 좋다. 숲길은 대체로 완만한 편이다. 급격하게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 드물다. 조금만 올라가면 이내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숲 안쪽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도 보인다. 가로수가 아닌 숲속에서 자생하는 건 처음 본다. 군락이 크지는 않다. 몇 그루에 불과하지만 이런 모습이 이 숲의 다양한 생태환경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산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갔다. 오솔길의 머리 위에서 하얀 별이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꽃이 영락없이 별을 닮았다. 봄의 끝자락, 초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때죽나무꽃이다. 태양을 등지고 서자 가지 위에 만발한 꽃이 햇살에 빛났다. 하얀 꽃은 송이째 땅으로 떨어졌다. 발치에 점점이 떨어진 곳은 마치 땅 위에 별이 박힌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계절이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3.05.12 14:30

  • 레이디경향

    • 갯벌생태여행 떠나고 싶은 장애인 가정, 주목

      화제

      갯벌생태여행 떠나고 싶은 장애인 가정, 주목

      기아 초록여행 제공기아 초록여행이 ‘갯벌생태 여행’을 주제로 여행을 떠날 장애인 가정을 모집한다. 초록여행은 기아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와 함께 그동안 여행의 기회가 부족했던 장애인들의 여행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8월의 테마 갯벌생태 여행은 대표적 탄소흡입원인 갯벌의 생태를 체험하고, 환경 보호를 위해 갯벌 정화활동을 권장하고자 기획됐다. 이벤트 참가 신청 시 조개잡이 등의 갯벌 체험과 더불어 환경 정화활동을 희망하는 사연을 적어 신청하면 된다. 여행을 원하는 장애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선정된 가정에는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가 탑재 가능한 카니발 차량과 유류 완충, 문화여가활동비(30만 원), 필요 시 운전기사를 이벤트 신청 시에는 조개잡이 등의 갯벌 체험과 더불어 환경 정화활동을 희망하는 사연을 적어 신청하면 된다. 신청기간은 6월 2일(목)부터 6월 24일(금)까지 이며 초록여행 누리집(www.greentrip.kr)에서 접수하면 된다. 총 7가정이 선정될 예정이며 발표는 오는 6월 30일(목)에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 연락한다.

      장회정 기자 2022.06.02 10:46

    •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화제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정글이 우거진 열대우림부터 펭귄이 유영하는 남극까지, 전 세계 대표 기후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국립생태원은 그야말로 또 하나의 작은 지구다. 시각적 관람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는 지구촌 생태 여행,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과 함께했다. 국내 최대, 생태학자들의 꿈의 공간 지난해 말 충남 서천에 문을 연 국립생태원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생태 연구 전시공간이다. 지구상의 5대 생태 서식지를 재현한 ‘에코리움’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식생과 자연을 소개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약 100만㎡(축구장 92개의 크기)대지 위에 펼쳐져 있다. 얼마 전 조류독감으로 인한 임시 휴관을 끝내고 재개관한 후 국립생태원은 요즘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인근 주민들과 소풍 철을 맞은 아이들, 멀리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까지, 개관 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른 아침, 들뜬 마음으로 국립생태원을 찾은 기자를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 반갑게 맞았다. 통섭학자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그는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년 넘게 학자의 길을 걷다 행정가로서 첫발을 뗀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일이 참 많아요. 제가 웬만하면 ‘바쁘다’, ‘힘들다’, ‘죽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얼마 전 달력을 보니 3년 임기 중 벌써 6개월이 지났더라고요. 이러다가 제대로 못하고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한 마음도 들고, 이 좋은 곳에서 지내며 여유로움을 즐길 시간은 많지 않네요(웃음).”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촉촉한 기운 을 뿜어내고 있었다. 흙냄새 가득한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맡으며 국립생태원 탐방에 나섰다. 1 사막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사막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 습지생태원에서는 시골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3 턱수염이 난 것 같은 모습에 이름 붙었다는 턱수염 도마뱀. 사막관에서 만날 수 있다.정겨운 시골 내음 물씬 풍기는 습지생태원 최재천 원장이 가장 먼저 발길을 안내한 곳은 서천 지역의 다양한 밭작물들을 볼 수 있는 서천 농업생태원이다. 서해와 금강을 낀 서천은 풍부한 농업용수를 바탕으로 다양한 농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논농사와, 한산모시로 유명한 작물인 모시를 중심으로 한 밭작물을 활발히 재배하고 있다. 친근한 시골 풍경 때문일까? 들풀 사이로 시골길을 걷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습지와 연못, 숲 등 다양한 환경 생태계가 공존하는 국립생태원에서는 줄 맞춰 심은 화려한 꽃나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농촌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다랑논을 조성해놓은 습지생태원은 최 원장이 국립생태원에서 특별히 아끼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상당 부분이 논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대한민국 생태학을 연구하는 데 논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논이 가지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거든요. 경작을 할 때의 생물다양성과 경작을 하지 않을 때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절에 따른 논 생태계의 변화를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4 숲으로 우거진 열대관에서는 생생한 열대우림을 체험할 수 있다. 5 지중해관에서는 「어린왕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어린 시절, 시골 모내기 철에 쉽게 볼 수 있던 식물들인데 설명을 듣고 보니 비슷비슷하게 보였던 수생식물들이 다르게 보인다. 꽃창포, 나사말, 큰고랭이, 부들, 수련…. 이름마저 어여쁘니 “알면 사랑한다”라는 최 원장의 말이 과연 맞는 말이다. 습지 구역은 인공적으로 조성을 한 것인데, 가끔 방문객들이 “논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주어 고맙다”라는 인사를 한단다. 그 정도로 자연스럽게 조성이 잘돼 있다. “국립생태원에 입장하자마자 에코리움으로 달려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풀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니 습지생태원도 꼭 둘러보고 가세요.” 오감으로 느끼는 지구촌 생태계 습지생태원을 둘러보고 에코리움으로 향했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지구의 5개 대표 기후생태계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에코리움은 1천9백여 종의 식물과 2백30여 종의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지구다. 5개 기후생태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국립생태원 탐방의 백미. 첫 번째 열대관에 들어서니 순식간에 열대우림에 와 있는 듯한 ‘후끈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3천 평방미터가 넘는 커다란 온실에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을 재현한 이곳에는 나일악어, 피라루크 등을 비롯해 열대우림 지역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습도는 60%~90%,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온도와 습기에 겉옷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정글을 탐험하듯 우거진 숲을 헤치며 이국의 생태계를 만나는 일은 분명 색다른 체험이었다. 다음은 사막관이다. ‘열대관에서 이렇게나 땀을 흘렸는데 사막관은 얼마나 더 더울까’라는 걱정이 스쳤지만 의외의 선선한 공기가 관람객을 맞는다. 더위를 느끼게 하는 건 기온이 아닌 습도라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 사막관과 온도는 비슷하지만 습도는 그 반인 30%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막 지역의 동식물을 소개하는 사막관에서는 ‘사막’ 하면 떠오르는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비롯해 방울뱀 등 파충류와 프레리도그도 만날 수 있다. 서늘하게 땀이 식는 산뜻함을 느끼며 걷다 보니 익숙한 선인장 하나가 눈에 띈다. 남미에서 온 금호선인장은 ‘시어머니 방석’ 이라는 별명이 붙은 선인장이다. 마치 둥근 방석같이 생겨 깔고 앉으면 가시에 찔려 고생 좀 하게 생겼다. 시어머니가 깔고 앉으라는 뜻에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하니, 시월드에 대한 정서는 동서를 막론하나 보다. 사막관을 나오기 전 만날 수 있는 프레리도그는 사막관 최고의 인기 동물. 호기심 많은 귀여운 모습에 아이들이 떠날 줄을 모른다. 1·2·3·4 에코리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 보여주는 생태 아닌 순환하는 생태 만나게 될 것 최재천 원장이 “이곳은 여성분들이 꼭 와보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지중해관을 소개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코가 먼저 알아챘다. 지중해관 입구에 들어서니 황홀한 꽃향기가 가득이다. 온화한 기후, 그림 같은 자연으로 많은 이들이 여행지로 꿈꾸는 지중해를 옮겨놓은 곳이다. 유럽 지중해 연안과 남아프리카, 카나리아제도, 호주 등 지중해성기후의 생태 환경을 만날 수 있는데, 화려한 빛을 뽐내는 아름다운 꽃과 허브들이 로맨틱한 향기를 뿜어낸다. 허브에 가만히 손을 대보니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향수를 뿌린 듯 손끝에 향기가 배어난다. 가만히 있어도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식충식물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눈길을 빼앗는다. 온대관은 조류독감 때문에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극지관으로 향했다. 극지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펭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듯 유영하고 있다. 남극세종기지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젠투펭귄과 친스트랩펭귄이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져서 펭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최 원장이 설명을 덧붙인다. “식물원이냐, 동물원이냐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아요. 국립생태원은 생물과 환경 그리고 생물과 생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생태를 전시하는 곳입니다. 전시만큼 연구 목적도 크고요. 전시와 교육, 연구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생화 전시 등 생태원의 본질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국립생태원에서는 올해 가을쯤 동양 최대 규모의 개미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에코리움 열대관에서 식물의 잎을 따다 버섯을 길러 먹는 지구 최초의 농사짓는 개미 ‘잎꾼개미’의 긴 행렬을 직접 관람하게 될 예정이다. 5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하다람 놀이터.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생태를 둘러보시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명의 귀중함과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그 경험들이 각자의 인생에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Tip 국립생태원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입장료 성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 문의 041-950-5300, www.nie.re.kr 찾아가는 길 수도권 방문객의 경우 장항선 열차를 이용해 장항역에서 내리면 국립생태원 후문으로 연결돼 빠르고 편하게 찾을 수 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2014.06.02 19:23

    • [행복한 귀농 일기]생태뒷간 짓기

      화제 행복한 귀농일기

      [행복한 귀농 일기]생태뒷간 짓기

      지난달 심은 씨감자에서 잎과 줄기가 많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반갑다. 오원근 변호사의 밭에 이달에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생태뒷간을 짓는다는 것,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일 게다. (편집자 주) 난 오래전부터 인분을 퇴비화하는 데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언젠가 꼭 농사를 지으리라 마음먹었던 차에 검사 시절인 2005년 8월 전북 부안에 있는 변산공동체학교에 3박 4일간 머물면서 농사일을 했다. 그때 인분을 퇴비로 만들어 쓰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주 놀라운 경험이었다. 인분을 퇴비로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똥과 오줌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 둘이 섞이면 냄새가 많이 나고 구더기가 생긴다. 이렇게 분리한 뒤 대변에 톱밥이나 왕겨 같은 것으로 덮어주면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발효된다. 그렇게 1, 2년 정도 묵히면 퇴비로 쓸 수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의 퇴비장에 쌓인 인분 퇴비를 하루 종일 뒤집어주는 일을 했는데 약간 시큼한 냄새만 날 뿐이었다. 난 그때 인분을 퇴비로 만드는 것이 생태농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화장실 밭에서 난 것을 먹고 배설한 인분을 다시 밭에 돌려준다. 아주 자연스러운 생태 순환이다. 지금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위와 같은 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우린 우리의 똥오줌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난 두 차례 생태뒷간을 경험한 뒤 내 손으로 직접 뒷간을 지으리라는 꿈을 꾸어왔다. 내 몸에서 나온 것을 헛되게 버리지 않고 다시 퇴비로 재활용하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사실 옛날에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설거지를 하고 남은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퇴비장에 부었다. 나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삶을 지향한다. 최근 생태뒷간에 대한 꿈을 일부 이루었다. 밭에 생태뒷간을 만든 것이다. 작업은 지난 4월 초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나무는 바로 옆 산에서 벌채해놓은 것을 사용할 수 있었다. 기둥을 세우고 그 위로 도리(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 얹는 나무), 들보, 서까래를 얹었다. 아주 작은 건물이지만 기본적인 것은 다 갖추어야 한다.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장인어른께서 기둥의 수평 잡는 일을 도와주셨다. 지붕은 솔가지를 썼다. 일단 솔가지로 지붕을 덮었다가 가을에 이엉으로 다시 덮을 생각이다. 밭 주변에서 억새를 베어 지붕 위로 올려 편평하게 깐 다음, 벌채된 소나무에서 꺾어 온 솔가지를 아랫부분부터 차례로 꽂아 올라갔다. 생각보다 들어가는 양이 많아 솔가지를 구하러 여러 번 산에 다녀와야 했다. 혼자서 하는 것이라 일이 더디고 힘들었다. 어느 일요일엔 비를 쫄딱 맞으면서 작업했다. 벽은 높이의 1/3 아래는 돌로 쌓고, 그 위로는 나무를 가로 대고 못으로 박는 방식으로 했다. 전면 벽은 비닐하우스 지을 때 사용하고 남은 대나무를 쓰고 나머지 벽은 벌채된 나무를 가져다 썼다. 주말을 이용해 3주 정도 걸려 뒷간이 완성됐다. 뒷간 안에서 사용할 똥통과 오줌통은 아내의 제안으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구했다. 이번에 생태뒷간을 만들면서 못과 왕겨통, 오줌 받는 바가지만 돈을 주고 샀는데, 만 원 정도 들어갔다. 발판(부돌)은 한쪽 면이 평평한 돌을 흙을 파고 심어 높이를 맞추었다. 모양이 기대 이상으로 예쁘게 나왔다. 쭈그리고 앉아 변을 보면서 밖을 볼 수 있도록 눈앞에 창문도 냈다. 은은한 송진 냄새를 맡고, 밖의 자연 풍경까지 바라보며 볼일을 보는 것은 도시인들은 쉽게 맛볼 수 없는 호사(豪奢)다. 난 아내에게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은 화장실이라고 으스댔다. 생태뒷간의 사용 방법은 이렇다. 먼저 쓰레받기에 왕겨를 깔고 그 위에다 대변을 받는다. 소변은 앞쪽에서 따로 바가지로 받는다. 용변을 다 본 뒤 쓰레받기 위의 대변은 왕겨로 똥통에 붓고 그 위에 다시 왕겨를 뿌려준다. 이렇게 처리하면 인분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오줌은 2주 정도 오줌통에서 발효시키면 바로 웃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내나 아들 선재는 아직 생태뒷간 사용하는 것을 어색해하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때의 행복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서서히 농부 가족이 되어가다 요즘 우리 밭에는 마늘, 감자가 쑥쑥 자라고 있다. 감자는 한 달 만에 줄기와 잎이 많이 올라왔다. 농작물이 한창인 만큼 풀들도 앞다투어 자란다. 비닐을 쓰지 않았기에 일일이 손으로 뽑아주어야 한다. 아내는 자칭 김매기의 달인이 됐다. 햇볕이 아무리 강해도 밀짚모자와 수건을 뒤집어쓰고 끈기 있게 앉아 풀을 뽑는다. 아내는 마늘밭, 감자밭을 매고도 아직 그 여운을 이어가고 싶었는지, 이번에는 장인어른이 심어놓은 더덕과 도라지밭에도 손을 댔다. 아내가 뽑은 풀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려놓고 있다. 나중에 인분을 퇴비화할 때 사용할 생각이다. 아내는 시골서 자라지 않았어도 이미 훌륭한 농부의 자질을 갖추었다. 생태적인 삶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한 가치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설거지를 할 때 나오는 맑은 물은 따로 모아 변기 물 내릴 때 사용한다. 천으로 된 생리대를 쓰고, 개인 컵을 가지고 다니며 사용한다.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아내와 함께 농사짓는 이야기를 하면 많이 놀란다. 농사에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는 아내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소비 지상주의인 현대인의 도시적 삶의 허무함을 간파한다면 생태적 삶에 대한 이해와 실천은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내가 2주 전에 풀을 뽑아준 감자밭엔 어느새 쇠비름 같은 풀들이 막 솟아나고 있었다. 그것들을 바라보노라면 솔직히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 내가 저 풀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까. 비닐 멀칭을 하지 않은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파쟁기가 풀을 제거하는 데 무척이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밭고랑을 따라 쟁기질을 하면서 흙을 파 뒤집어주면 제초 효과뿐만 아니라 이랑 위에 있는 작물에 북까지 주는 효과(식물 주변에 있는 흙을 긁어모아 뿌리 부분을 덮어주는 것을 ‘북준다’라고 한다)가 있다. 오늘 감자밭의 김매기는 이 방법으로 했다. 이를 본 장인어른이 파쟁기의 뛰어난 효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 장인, 장모님은 주말마다 우리와 함께 밭에 나가는 것을 무척 좋아하신다. 밥도 밭에서 같이 해 먹을 때가 많다. 나무로 불을 때서 만든데다가 자연 속에서 먹는 것이라 맛이 그만이다. 언젠가 비가 오는 날 비닐하우스 안에서 장인어른과 단둘이 막걸리를 마시게 됐다. 그 자리에서 장인어른이 말씀하셨다. 큰아들도 사위처럼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밭에 왔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자연 속에서 바람을 쐬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얼마나 좋겠냐고. 사실 자연 속에 있으면 아이들 놀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선재는 아내와 내가 농사일을 하는 사이 혼자서 흙장난이나 불장난을 하고, 그것도 이내 싫증이 나면 방 안에 들어가 자기도 한다. 요새는 컵라면 끓이는 법을 배웠는데, 출출할 때 녀석을 시켜 라면을 끓여 오도록 한다. 고사리손으로 끓인 라면이 얼마나 맛있겠는가. 녀석도 아빠를 위해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눈치다. 자연 속에서 흙과 함께 있으면 아이들은 작물처럼 스스로 자란다. 자연보다 더 나은 공부거리는 없다. 우린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려고 노력해왔다.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다. 필자 오원근은…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0년간 검찰 조직에 몸담았던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뒤 돌연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조직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변호사 겸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며 자연 속에서 느꼈던 행복을 되찾은 그는 지금도 농사 공부를 하며 마음 수련에 한창이다. <■글&사진 / 오원근(변호사·농부)>

      2012.06.27 14:45

    • 육아/교육

      숲에서 놀자 ‘생태맹’ 엄마들을 위한 숲 놀이 가이드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6월. 도시의 아이들에겐 산과 들로 떠나 자연을 만끽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깨끗한 공기와 맑은 바람, 생동하는 자연으로 가득한 숲은 아이의 오감(五感)을 일깨워주는 데 더없이 좋은 놀이터다. 처음 숲에 갔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몰랐던 ‘생태맹’ 엄마들을 위한 숲 놀이 가이드. 이제 숲으로 가자. 우리 아이에게 좋은 ‘숲’ 아이들이 완구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이미 완성된 형태와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 숲은 아이의 주관적 판단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수백 가지 장난감이 있는 곳이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 없이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닌 자연물을 만지고 느끼며 상상력은 물론 자발적인 집중력과 관찰력, 창의력을 기르게 된다. 꽃과 나비, 나무, 곤충 등 살아 있는 생물체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맑은 공기와 바람, 새소리를 들으며 정서적 안정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이 공간의 제약이나 소음, 자동차의 위험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균형 감각과 운동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숲이 가진 매력이다. 가기 전에 미리 알기! 숲에서 아이의 행동반경은 어른의 시선이 닿는 범위 내로 정하고 만일을 대비해 호루라기를 목에 걸어주고 어떻게 부는지 일러두자. 아이들에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은데, 우선 높은 나무에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모험심이 강한 아이일수록 어른의 눈을 피해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솎아베기해서 모아둔 나뭇더미 위에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자칫 잘못해서 발목을 다치거나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주의를 주어야 한다. 숲에서 채취한 열매나 버섯은 함부로 먹지 못하도록 한다. 집에서는 버섯을 먹으라고 하면서 산에서는 왜 먹지 못하게 하는지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면 먹어도 되는 것과 먹어서 탈이 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자. 숲은 평지와는 달라서 땅의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고 아이가 나뭇가지 등을 들고 뛰어다니지 못하게 해야 한다. 뛰어다니다 넘어지면 나뭇가지에 찔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져갈 것과 가져올 것을 일러둔다. 짐은 엄마가 다 들지 말고 아이들 배낭을 마련해 크레파스나 작은 물병 등을 담아가는 것이 좋다. 자신의 물건을 챙기는 습관을 기르고 책임감과 독립심도 키워줄 수 있다. 쓰레기는 반드시 가져온다. 간혹 과일 껍질이나 음식물을 버리기도 하는데, 아이가 보는 앞에서 숲에 무언가를 버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여름 숲 즐기기 우거진 나무와 촉촉한 바람, 여름은 숲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시원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도 커진다. 여름 숲에서 하는 자연놀이, 아파트 화단이나 집 근처 공원, 나무와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흙냄새 맡기 준비 위생 비닐봉지, 모종삽, 여러 곳에서 모은 흙 활동 흙냄새 맡고 이야기 나누기 아이에게 흙에도 저마다 고유한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냄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게 하는 놀이다. 위생 비닐 주머니 몇 장과 모래놀이 세트에 들어 있는 삽을 준비해 숲길에 낙엽이 섞인 것으로 한 삽, 계곡 근처 축축하게 젖은 것으로 한 삽, 양달의 바삭하게 마른 모래 한 삽, 오래된 나무 밑동에서 한 삽 이렇게 공간에 따라 다른 흙을 한 줌씩 떠 속이 보이는 비닐봉지에 각각 넣는다. 흙을 다 모으면 비닐봉지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게 하고 직접 한 줌 꺼내서 엄마 손바닥에 올려달라고 한다. 엄마 손에서 맡는 냄새와 비닐봉지 안에서 맡는 냄새가 어떻게 다른지, 어디서 퍼온 흙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어떤 흙에서 식물이 잘 자랄 것 같은지, 같은 숲에서 구한 흙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서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고 한다. 퇴비, 진흙, 찰흙 등 아이가 알고 있는 흙을 꼽아보고 흙의 성질과 색깔, 쓰임새 등 자연스럽게 흙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나뭇잎 가면 만들기 준비 얼굴이 반 이상 가려지는 큰 나뭇잎 활동 나뭇잎에 구멍을 뚫어 가면 만들기 플라타너스나 떡갈나무처럼 아이 얼굴을 전체적으로 가릴 수 있는 활엽수에 구멍을 내면 쉽게 가면을 만들 수 있다. 나뭇가지를 이용해 눈, 코, 입 자리에 구멍을 낸 다음 손톱으로 뜯어내면 절반은 완성이다. 양쪽 끝에 작은 구멍을 내어 끈이나 리본 테이프를 끼운 뒤 머리 뒤쪽으로 묶어주면 나뭇잎 가면이 완성된다. 가면을 여러 장 만들어 동물 울음소리를 내거나 가족 가면을 만들어 엄마와 아빠, 동생 흉내를 내며 노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특별한 내용이 없는 간단하고 일상적인 대사라도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흉내를 내거나 역할을 주면 흥미를 나타낸다. 강아지풀을 이용해 수염을 만들거나 빨간 단풍잎을 붙여 새색시 가면을 만들 수도 있다. 나뭇잎 퍼즐 만들기 준비 나뭇잎, 유아용 가위 활동 다양한 형태로 나뭇잎 잘라 퍼즐 만들기 모양이 다른 나뭇잎을 여러 장 모은 다음 가위로 다양한 조각이 되도록 자른다. 곡선이나 직선, 지그재그 모양 등 다양하게 자르되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높여나가자. 처음에는 단순한 모양으로 두세 조각, 두 번째는 예닐곱 조각, 단계가 높아질수록 복잡한 모양으로 조각 수를 늘린다. 아이들은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나뭇잎이 새로운 모양이 되어 나오는 것을 신기해한다. 다 자른 나뭇잎 조각은 벤치나 나무 밑동, 땅 위에 섞어두고 일정한 모양을 완성하게 한다. 촉감과 색이 다른 다양한 종류의 나뭇잎을 섞어보는 것도 좋다. 나뭇잎 탁본 뜨기 준비 도화지, 크레파스, 나뭇잎 여러 장, 돌멩이 활동 도화지 사이에 나뭇잎을 깔고 크레파스로 문질러 탁본 뜨기 나뭇잎 탁본은 숲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미술활동이다. 최소한의 미술 재료만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숲에서 특별한 준비 없이도 할 수 있다. 탁본 뜨기에는 나뭇잎을 종이 아래에 넣어두고 돌멩이로 두드리는 방법과 크레파스로 문지르는 방법이 있다. 종이를 나뭇잎 위에 덮고 돌멩이로 두드리면 나뭇잎이 짓이겨지면서 녹색 즙이 종이에 묻어나온다. 나뭇잎을 천연 물감으로 사용해 잎맥을 드러내게 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은 종이에 나뭇잎 물이 드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한다. 익숙해지면 잎 모양이 독특한 것을 찾아 다양한 모양 드러내기에 재미를 붙여보자. 크레파스를 이용한 방법은 크기와 모양이 다른 다양한 나뭇잎을 여러 장 고른 다음 그 위에 종이를 덮고 크레파스로 쓱쓱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나무껍질로 탁본 뜨기에도 도전해보자. 자연물 소꿉놀이 준비 숲에서 주은 여러 자연물, 숲 해설 도구들 활동 자연물을 재료로 소꿉놀이하기 아이가 숲에 익숙지 않은 초기에는 소꿉놀이 세트나 모래놀이 세트를 가져가 놀게 할 수도 있지만 숲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아이가 어느 정도 숲에 익숙해지면 장난감은 되도록 가져가지 말고 숲에 있는 자연물을 놀이에 이용하게 하자. 풀, 꽃, 나뭇가지, 나뭇잎, 열매, 돌멩이 등 아이가 가지고 놀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나뭇가지가 국자가 되고 너럭바위가 침대가 되기도 한다. 역할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배경과 도구를 바꾸어 노는데, 이때 엄마가 나서서 참견하거나 간섭하지 말 것. 아이의 상상력이 무한대로 뻗어나가려는 순간 어른이 끼어들면 아이는 생각하기를 멈추고 노는 것조차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자연물로 노는 것이 뭔가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숲 해설에 사용하는 교구를 선물해주는 것도 좋다. 돋보기, 루페(정밀 관측용 확대경), 청진기 등 숲 해설사들이 들고 다니는 도구를 선물하면 아이와 숲에 가는 시간이 더 흥미진진해진다. 온몸으로 비 만나기 준비 비옷, 장화, 우산 활동 비 오는 날 집에서 가까운 수풀 찾아가기 비 오는 날은 아이들이 전혀 새로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달팽이나 지렁이 등 요즘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생물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빗방울이 떨어지며 나는 여러 가지 소리와 촉감, 냄새 등을 다양한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밖에 나가면 ‘지렁이 찾기’ 혹은 ‘달팽이 찾기’ 등의 미션을 주어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 지렁이와 달팽이가 왜 비 오는 날 밖에 나오는지 설명하고 아이들이 쉽게 찾지 못하면 퀴즈를 내서 호기심을 끌어낸다. 우산을 써도 좋지만 강수량이 많지 않다면 장화와 비옷만 입고 온몸으로 비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손바닥과 머리, 어깨 등 빗방울이 몸에 닿을 때 어떤 느낌인지, 빗방울의 세기, 온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어디로 갈까?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은 숲 정보 서울숲 위치 서울 성동구 이용시간 연중무휴 생태숲 하절기 오전 7시~오후 8시, 동절기 오전 8시~오후 6시 홍릉수목원 위치 서울 동대문구 이용시간 토·일요일 개방 하절기 오전 10시~오후 5시, 동절기 오전 10시~오후 4시 명옥헌원림 위치 전남 담양군 이용시간 연중무휴, 주간 개방 강원도도립화목원 위치 강원 춘천시 이용시간 연중무휴 하절기 오전 10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10시~오후 5시 입장료 어른 1천원, 어린이 5백원 죽녹원 위치 전남 담양군 이용시간 연중무휴 오전 9시~오후 7시 입장료 어른 2천원, 청소년 1천5백원, 어린이 1천원 축령산 숲학교 위치 경기 가평군 이용시간 오전 10~12시, 오후 2~4시 인원 매회 50명(사전 협의시 조정 가능) 신청방법 인터넷 접수(www.chukryong.net), 현장 접수(숲해설센터 사무실) 문의 031-592-0682 엄마의 준비물 비상약 주머니 일회용 밴드, 붕대와 함께 칼렌둘라 크림이나 알로에베라 크림 등 타박상과 피부 보호에 좋은 제품을 작은 샘플 용기에 담아 준비한다. 공작 주머니 만들기 유아용 가위, 목공 풀, 양면테이프 등 만들기를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재료들을 모아 주머니에 따로 담는다. 그림 도구 챙기기 부피가 작은 크레파스, 스케치북, 수채화 물감과 붓 등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챙기자. 예상 밖의 날씨와 일정 대비하기 배낭은 갑자기 비가 올 때를 대비해 방수천을 덧씌울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아이와 함께 느린 속도로 이동하다 보면 예상 시간보다 숲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어두워질 때를 대비해 작은 손전등을 항상 배낭 속에 넣어두자. 비닐봉지 3개 챙기기 물에 젖거나 더러워진 아이 옷을 담을 봉지, 숲에서 채취한 열매나 잎을 담을 봉지, 그리고 쓰레기봉지 총 3개를 준비한다. <■정리 / 노정연 기자 ■사진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노란우산 ■참고 서적 「아이와 함께하는 사계절 숲 놀이학교」(정진영 저, 노란우산)>

      2011.06.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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