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마트 안 가고 전자제품 안 쓰면 생활비 30% 절약”ㆍ제윤경 에듀머니 이사에게 듣는 ‘월급쟁이 서민의 2014년 가계운용 전략’ 우석훈 박사는 지난주 주간경향 칼럼 ‘2014년에는 빚지지 않기를’에서 2014년에는 ‘딱 1년치 생활비를 먼저 현금으로 확보할 것’을 독자에게 권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대다수 월급쟁이 서민에게 ‘1년치 생활비를 현금으로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월급통장은 카드회사로 돈이 넘어가는 중간 정류장이 된 지 오래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 ‘대한민국, 저축률 꼴찌 국가 등극’, ‘카드 사용 1위 국가 미국 다음 한국’ 등의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다. 머리를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다. , 등 ‘합리적 소비’를 권하는 저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월급쟁이 서민의 2014년 가계운용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인터뷰는 서울 연희동에 자리잡은 에듀머니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학생 대자보의 반향이 크다. 대자보에 호응하는 각자가 생각하는 ‘안녕치 못함’은 다 다를 것이다. 일반 서민의 경우도 그렇다. 새해면 새로운 희망을 찾아야 하는데, ‘가계부채 1000조 시대’라는 것이 자신의 삶과 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불안이자 자각을 하고 있다. 중산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어들이는 돈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으로 나가는 현실에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라는 걸 간단히 말하면 망하고 있는 것이다. 상환 불능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도, 예를 들어 월 소득이 500만~600만원이 되는 가구도 이자비용이 20~30%대를 차지하면 나머지 소득을 갖고 살아가기 힘들다. 사실상 긴축재정을 하지 않으면 적자를 면키 어렵다. 악성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악순환이다. 당장 돈이 없으니 카드를 쓰고 그게 또 다음달 갚아야 할 돈으로 돌아오고…. 은행들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은행은 저축하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카드를 매개로 개인들에게 빚잔치를 장려하는 기관으로 바뀐 느낌이다. “기점은 외환위기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이 대출을 안 하니까 대출할 곳을 찾다가 가계로 눈을 돌렸다. 외환위기 이후부터 은행들이 현금흐름 중시 경영을 시작했다. 은행 입장에서 영업은 공격적으로 해야겠고, 주요 고객은 없는데 자꾸 수익을 내라고 하니까 가계로 눈을 돌려 대출 세일즈에 적극 나선 것이다. ‘빚을 잘 쓰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고, 저축하면 손해’라는 왜곡된 경제관념이 나타난 것도 그때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한푼 두푼 모아 저축’을 장려하는 풍토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전에 다시 그런 흐름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른바 재형저축이 그것이다. 아버지가 했던 것을 이름만 가져가 해보겠다는 것인데, 말 그대로 이름만 가져온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재형저축은 좋았다. 정부에서 보너스 금리를 주고, 은행에서도 추가적인 금리가 있었다. 게다가 저소득층이면 또 금리혜택이 있었다. 지금의 재형저축은 일종의 네이밍 정치다. 재형저축으로 경기부양도 할 수 없고, 전세자금이 부족하면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다.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2014년 한국 경제의 거시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불안요소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이를테면 미 연방준비이사회가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되는지, 서민가계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는 것 같다. “이미 부동산시장은 붕괴했다. 주택보다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자비용 갚는 데 문제가 생긴다. 원금상환 압력에 못버틴 사람들로 경매시장에 물건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거품이 터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가계빚으로 떠받혀 왔던 것이 붕괴하는 것이다. 이미 고점 대비 30-40% 가격이 빠졌다. 그래도 버티는 것은 연체율로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실채권을 손실로 처리해 상각처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적신호는 은행보다 카드사 쪽에서 올 것으로 본다. 최근 카드 연체율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는 일단 적어도 적자 보는 가계구조는 개선해야 할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비용을 줄여야 한다. 카드는 가급적 안 쓰는 것이 맞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로 돌려야 한다. 소비에 있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굉장한 불경기가 온다면, ‘전자제품 안 쓰기 운동’ ‘마트 안 다니기 운동’을 해보고 싶다. 두 가지만 실천해도 생활비의 30%는 줄어든다. 나는 우리 사회가 전자제품을 과잉소비한다고 본다. 약간 편리해지는 데에 지나치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그것도 광고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전자제품을 예로 들면 렌탈 제품을 안 쓰는 것이다. 비데나 정수기 같은 것 안 써도 크게 살아가는 데 지장 없다.” 대형마트를 끊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대형마트 물건이 싸다는 오해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동네 상가보다 훨씬 비싸다. 중산층 분석을 해보면 대형마트를 끊으면 식비에서만 100만원씩 줄일 수 있다. 끊어보면 안다. 오히려 생활이 덜 너저분해진다. 사용하지도 않는 1회용품을 잔뜩 쌓아놓고 살던 생활에서 훨씬 간편해지고 품위 있는 생활로 바뀐다.” 당장은 불편할 것이 많을 텐데. 마트 대신 동네 상가나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는 건가. “경험에 돈을 쓰고 소유에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다. 뭐를 구매하는 데 돈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물건을 사면 그게 또 다 유지비가 지출된다.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니 전기도 절약된다. 나도 마트 없는 생활을 해보니까 생활이 간편해져 좋고, 마음이 가벼워지더라. 할부가 안 나가니 카드 쓸 일도 없고 현금에 여유가 생긴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차라리 외식을 하는 것이 낫다.” 빚이 있는 사람은 우선 빚을 없애는 것이 우선인가. “혹시 빚을 못갚는 상황이 오더라도 당황할 필요 없이 그냥 마음을 놔버렸으면 한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외환위기 때처럼 힘들까. 외환위기 이전에는 고용률이 높았다. 외환위기 때 멀쩡한 회사가 하루 아침에 망하면서 내몰린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이미 일상이 망가져 있는 상태다. 더 큰 충격이 올 게 뭐 있나. 겁먹으라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면 혼자 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이 망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금융복지상담센터라는 기관이 있다. 그런 곳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편이다. 상담을 진짜 잘한다. 법원과 연계도 잘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빚에 대한 생각을 바꾸자는 것이다. 물론 새로 빚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있는 빚을 갚지 못한다고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빚을 못갚는다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이 정상인가. ‘목숨을 내걸어도 빚 갚아’라는 무언의 사회적 압력이 문제다. 못갚는 것은 못갚는 것이니 좌절할 필요 없다. 방법은 그 다음에 찾아도 늦지 않다.”
글 정용인 기자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2013.12.31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