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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서구 금산서 산불…1시간만에 진화

      사회

      인천 서구 금산서 산불…1시간만에 진화

      ... 23일 인천 서구에서 산불이 발생해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0시 42분쯤 인천시 서구 경서동 금산에서 불이 났다고 밝혔다.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은 진화 요원 166명과 장비 34대를...

      김태희 기자 2025.03.23 12:48

    • 인천 서구, 공무원 1인당 주민수 449명 ‘전국 최고’

      경제

      인천 서구, 공무원 1인당 주민수 449명 ‘전국 최고’

      ... 인천 서구가 공무원 1명당 주민수가 449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는 2024년 6월 말 기준 서구 인구는 65만1057명(외국인 포함)에 공무원 정원은 1449명이라고 25일...

      #인천 #서구 #인구 #공무원 #검단신도시

      박준철 기자 2025.02.25 13:45

  • 스포츠경향

    • 대구 서구문화회관 측 “JK김동욱 공연 취소, 이승환 케이스와 달라”

      연예

      대구 서구문화회관 측 “JK김동욱 공연 취소, 이승환 케이스와 달라”

      가수 JK 김동욱.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수 JK김동욱(49)의 ‘서구민과 함께 하는 신년음악회’ 출연을 취소한 대구 서구문화회관 측이 “단순 안전상 이유”라며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와는 다른 경우”라고 밝혔다. 앞서 7일 JK김동욱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던 대구 공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동욱은 “외부 몇몇 사람들의 터무니 없는 선동에 공연이 취소됐다”면서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전했다. JK김동욱 SNS 캡쳐. 서구문화회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수의 민원인이 JK김동욱 SNS에 업로드 된 정치 게시물을 문제 삼아 출연을 반대했다”며 “아티스트 당사자의 신원에 대한 협박 등은 없었으나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JK김동욱은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왔다. 지난 3일에는 “대통령을 지키는 게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공수처 WHO(누구)?”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JK 김동욱 인스타그램 캡쳐 다만 서구문화회관 관계자는 “가수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 취소와는 다른 경우”라고 선을 그었다. 행사 중 정치적 언행에 대한 예방 조치나 물리적 충돌 우려로 인한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3일 김장호 구미시장은 보수 우익단체와 관객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며 이승환의 구미문화예술회관 콘서트 대관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승환은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날인 거부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반발, 손해배상소송에 돌입했다. 이승환은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관계자는 “다른 공연은 그대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JK김동욱 대체 출연자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1.07 17:32

    • 로제 ‘아파트’ 논란? 말레이시아 정부 “서구의 나쁜 영향 조장” 비판

      연예

      로제 ‘아파트’ 논란? 말레이시아 정부 “서구의 나쁜 영향 조장” 비판

      로제 ‘아파트’ 관련 말레이시아 보건부 공식 입장. SNS 캡처 말레이시아 보건부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를 ‘유해 음악’으로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최근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들어봤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측은 “노래에서 ‘아파트’라는 표현이 유혹의 장소로 사용되는데 이는 동양 문화의 가치관과 상충하는 행동을 노래 속에서 정상화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 노래가 SNS 영상에서 자주 사용되며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이러한 가사를 무의식적으로 따라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부모님, 교육자,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구 문화의 영향을 분별 없이 수용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물론 이 노래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팬들의 옹호 의견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사 면면을 분석하며 스스로 판단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합작해 신곡 ‘아파트’를 지난 18일 발매했다. 이 곡은 중독적인 훅과 기억하기 쉬운 가사 등을 앞에워 멜론 ‘톱 100’ 차트를 비롯해 지니·플로 등 음원 플랫폼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오는 12월 6일(금) 발매되는 신보이자 선공개 싱글 ‘APT.’가 수록될 로제의 첫 번째 정규 앨범 ‘rosie’는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12곡이 수록된다. 로제는 이번 앨범에서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해 보다 솔직하면서도 내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4.10.28 11:04

    • 김장훈, 11월 인천 서구와 역대급 김장 대축제 ‘김장한 Day’ 개최

      연예

      김장훈, 11월 인천 서구와 역대급 김장 대축제 ‘김장한 Day’ 개최

      FX솔루션 제공 가수 김장훈이 사상 최대의 김장 축제로 올 겨울 따뜻한 나눔을 실천한다. 김장훈은 오는 11월 13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남측광장에서 열리는 제1회 서로 나눔 김장 대축제 김장훈과 ‘김장한 Day‘에 참여, 나눔을 전파하고 전 세계에 김장 문화를 알리기 위해 나선다. 김장훈과 ‘김장한 Day’는 지역 사회에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개인 및 단체가 김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점차 사라져 가는 김장 문화를 알리는 대규모 김장 행사로, 인천 서구, 서구복지재단 주최로 올해 처음 개최된다. 다방면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김장훈은 이번 김장 축제의 흥을 돋우기 위한 다채로운 축하 공연 및 홍보 캠페인과 함께 전 세계에 한국의 김장 문화를 알리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우고 김장을 하는 장관과 김장훈의 축하무대는 각종 SNS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될 계획이며, 최근 K-푸드와 김치의 글로벌 열풍 속 긍정적인 시너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김장훈은 “인천 서구와 함께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 행사라는 마음가짐으로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다. 올해는 민생이 어려운 관계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가장 추운 겨울이 될 듯하다. 이번 행사를 필두로 많은 겨울 나눔 행사에 참여하며 캠페인을 벌여 따뜻한 겨울 나눔을 독려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나눔은 아름다운 전염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전국에서 뜨거운 나눔 행사와 기부가 확산되어 오히려 가장 따뜻한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라고 전했다.

      손봉석 기자 2024.10.17 21:44

    • 부산 서구 최초 5성 호텔 윈덤 그랜드 부산, 최대 40% 특가 프로모션

      생활

      부산 서구 최초 5성 호텔 윈덤 그랜드 부산, 최대 40% 특가 프로모션

      서부산 최초의 5성 호텔인 윈덤 그랜드 부산이 6월 11일(14시)부터 14일(17시)까지 첫 번째 숙박 특가 판매 프로모션인 ‘Long Summer Flash Sale’(롱 썸머 플래쉬 세일)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윈덤 그랜드 부산이 오픈한 후 처음 선보이는 바캉스 특가 프로모션으로, 기간 내 예약한 고객들에게는 최대 40%의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부산 소재 5성 호텔 중 유일하게 전 객실 오션뷰를 보유한 윈덤 그랜드 부산의 다양한 서비스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예약은 6월 11일 오후 2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단 4일간 윈덤 그랜드 부산 공식 홈페이지 및 유선 예약 (051-993-3000)을 통해 가능하며 초성수기와 추석 연휴까지 판매되는 특가 프로모션 상품으로 예약 후 취소/변경은 불가능하다. 투숙 기간은 6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로, 긴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호캉스를 즐기고 9월과 10월에 몰려있는 연휴 일정 예약까지 노릴 수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인 부산 송도해수욕장에 위치한 윈덤 그랜드 부산은 서부산 최초의 5성 호텔로, 최고층 26층까지 271개의 객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전 객실 파노라마 형태로 에워싼 다양한 관광지들을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를 제공한다. 부대시설로는 남항대교 파노라마 오션뷰의 실내 수영장, 심층 해수 온천으로 운영되는 사우나와 최첨단 테크노 짐 기구들이 갖추어진 피트니스센터로 구성된 ‘윈덤 웰니스 클럽’, 세계 각국의 미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 ‘더 브릿지’, 스시∙오마카세 전문 레스토랑 ‘스시우미’가 있다. 또한 6월 중순 27층에 오픈 예정인 ‘온 더 클라우드 바&그릴’에서는 부산 원도심을 품은 바다 전망과 함께 이탈리안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박지호 윈덤 그랜드 부산 총 지배인은 “윈덤 그랜드 부산 론칭 후 선보이는 첫 바캉스 프로모션인 만큼, 높은 할인율과 긴 투숙 기간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더 큰 혜택을 드리고자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다”라며 “자갈치 시장, 남포동, 영도, 흰 여울 마을 등 원도심 20여 곳의 관광지와 우수한 접근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방문하시는 고객들이 해운대나 동부산권에서 볼 수 없는 가장 ‘부산스러운’ 매력을 느껴보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석봉 기자 2024.06.11 09:58

  • 주간경향

    • [구석구석 과학사](47)서구형 아파트에 정착한 온돌·장독대 문화

      문화/과학 구석구석 과학사

      [구석구석 과학사](47)서구형 아파트에 정착한 온돌·장독대 문화

      의식주는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서구형 아파트에 살아도 바닥은 따뜻해야 하고 김치는 부엌 뒤에서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한국인의 삶이다. 1975년 아파트 분양안내 광고 /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반도 최초의 아파트는 1930년 일본 기업이 서울 충정로에 직원 숙소로 지은 것이다. 광복 이후로 한정하면 1959년 종암아파트가 건립됐고 1962년에는 대한주택공사가 마포 일대에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아파트에 대한 인식도 노동자의 집단거주지에서 중산층의 고급주택으로 바뀌었고, 1980년대의 부동산 투기 열풍 덕분에 아파트는 재산 축적과 증식의 확실한 지름길이 됐다. 오늘날 한국인의 약 3분의 2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새로 공급하는 주택도 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가 한국의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는 원래 서양의 주거문화에 뿌리를 두고 만든 것이었으므로 한국인이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자니, 뭔가를 얻는 대신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문제들은 초창기 마포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서구식 생활에 가까워지겠다는 기대를 안고 입주한 이들은 이내 하나둘씩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난방과 장류의 보관 문제였다. 전통 가옥에 살던 한국인들은 온돌로 바닥을 데우는 난방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초창기의 아파트는 서양식을 그대로 들여왔기 때문에 벽에 설치한 라디에이터로 공기를 데워 대류시키는 난방 방식을 채택했다. 바닥은 싸늘하고 공기는 쉬이 건조해지는 이런 난방은 한국인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구들장 없는 온돌 생활의 근대화를 주창하던 이들은 서양식 난방이 온돌 난방보다 열효율이 높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등의 이야기로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추운 겨울날 당장 내 등이 따뜻한 게 중요한 사람에게 공학자가 계산한 열효율 같은 숫자를 들이밀어 봐야 별 소용이 없었다.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사람들의 불만을 반영해 한국인이 선호하는 난방을 최대한 구현하고자 했다. 아파트에 층층이 구들장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온돌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궁리가 이어졌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선을 보인 연탄보일러를 활용하면 방바닥에 온수파이프를 깔고 연탄불로 데운 온수를 방으로 순환시켜 바닥을 데울 수 있었다. 들어가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상 온돌과 같은 효과를 내는 셈이었다. 이 연탄보일러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바람이 불면서 ‘새마을 보일러’로 이름을 슬그머니 바꿔 보급됐고 석유보일러가 연탄을 대체할 때까지 꽤 널리 사용됐다. 이 때문에 1970년대 지은 아파트 중에는 층마다 복도 끝에 각 가구의 연탄아궁이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조를 한 것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서울 여의도시범아파트에는 복도에 잇대어 별도의 장독대 공간이 있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런데 이렇게 바닥에 온수를 순환시켜 온돌과 같은 효과를 내는 난방 방식을 발명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낙수장’으로 유명한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1867~1959)였다. 라이트는 일본의 부호 오쿠라 기하치로(1837~1928)의 설계 의뢰를 받고 1914년 겨울 도쿄를 방문했는데, 오쿠라의 ‘조선식 별채’(사실은 경복궁의 동궁 건물을 뜯어다 지은 것이다)에서 차를 마시며 온돌 난방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라이트는 ‘눈에 보이는 난방시설도 없지만 갑자기 봄이 된 것처럼’ 따뜻해지는 이 경험에 깊이 감동하고 이후 자신이 설계하는 건물에 온수파이프를 바닥에 까는 난방 방식을 종종 활용했다. 이 기술이 뒷날 한국에 역수입되면서 아파트의 ‘온돌’이 된 것이다. 그런데 장독대와 김치는 어디에? 식생활에서의 큰 문제는 김치와 장류의 보관이었다. 아파트에는 마당이 없으므로 김칫독을 묻을 곳도, 장독을 늘어놓을 곳도 없었다. 장독을 고이 아파트까지 챙겨 간 입주민들은 궁여지책으로 베란다에 장독을 늘어놓았지만 베란다에 지나친 하중이 실리는 데 따른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베란다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김치나 장이 금세 시어 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요즘의 감각으로는 장류와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지만 근대화와 서구화가 같은 것이라고 믿었던 당시의 개발주의자들은 생각의 방향이 달랐다. 박정희 정부의 서울 개발 계획을 진두지휘해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김현옥(1926~1997)은 1969년 ‘장독대 없애기’를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아파트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은 공동주택의 취지에 맞게 생활습관도 바꿔야 하는데 집집마다 장독을 갖고 들어가 장을 담가 먹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서울시에서 장류공장을 짓고 서민들을 위한 장류를 싸게 공급할 테니, 아파트로 이사 갈 때는 장독은 버리고 홀가분하게 장류를 사 먹는 새 시대의 생활로 갈아타라는 것이었다. 김현옥은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김치도 공장에서 만든 것을 사 먹을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오늘날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장류와 김치를 사 먹게 되었다. 하지만 김현옥과 같은 성급한 근대화론자들이 추진한 정책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을 무시한 탁상공론은 현실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고, 80년대 후반까지도 아파트의 베란다에는 장독대가 건재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온도 변화의 영향을 덜 받고 김치를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보온 스테인리스 김칫독 같은 틈새 발명품이 선을 보여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김치전용 냉장고가 발명되면서 김치 보관 문제는 극적으로 출구를 찾았다.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기존의 냉장고 외에 한 대 더 가전제품을 들일 수 있는 소비여력을 갖춘 가구가 늘어났다. 이를 감지한 금성사(LG전자), 삼성전자, 만도위니아 등이 앞다퉈 김치냉장고를 출시했다. 이들은 아파트 거주 중산층을 표적으로 삼고 아파트 반상회 등에서 입소문 홍보에 주력했다. 그 전략이 먹혀들면서 10년 안팎이 지나자 김치냉장고는 한국인의 새로운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다. 의식주는 사소한 것 같지만 인간의 일상 감각에 깊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국가가 서구화와 근대화를 부르짖으며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해도 개인의 일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서구형 아파트에 살아도 바닥은 따뜻해야 하고 김치는 부엌 뒤에서 (이제는 거의 사온 것이기는 하지만) 바로 꺼내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 한국인의 삶이다.

      김태호(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2019.01.07 15:16

    • 문화/과학 장르물 전성시대

      [장르물 전성시대]심리죄-서구·일본에 뒤지지 않는 중국의 범죄소설

      <심리죄>를 쓴 레이미는 현직 경찰학교 교수로 범죄심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현실의 범죄와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레이미의 <심리죄> 시리즈는 기괴한 연쇄살인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근래 중국어권 범죄소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홍콩 출신인 <13.67>과 <망내인>의 찬호께이가 높은 평가를 받았고 대만 작가인 <4번째 피해자>의 천지무한과 <탐정, 혹은 살인자>의 지웨이란, 중국 작가인 <사신의 그림자>의 마옌난과 <사악한 최면술사>의 저우하오후이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원작을 영화화한 의 한 장면. | (주)코리아스크린 범죄소설 강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영국과 유럽, 캐나다, 드물게는 아프리카의 작품들까지 한국에 소개되었고 인기를 끌었지만 중국어권의 범죄소설은 아직 낯설다. 범죄소설 중에서도 미스터리보다는 액션스릴러가 더 어울릴 것도 같다. 홍콩 누아르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하드보일드 혹은 무협지 풍의 액션이 등장하는 스릴러.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고룡의 초류향 시리즈는 일종의 추리 무협소설이었다. 김용의 <사조영웅전>을 비롯한 무협지에도 비급의 수수께끼나 의문의 살인자를 추적해가는 설정이 유난히 많았다. 정확하게 진실이 가려지지 않는 상황을 던지고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가 많다는 점에서는 중국도 미스터리나 스릴러에서 뒤처질 이유는 없다. 1980년대 이미 일어난 중국 SF붐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이나 강소국으로 잘나갔던 대만에서 범죄소설이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륙은 어떨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범죄소설은 어떤 이야기를 다룰 것인가. 범죄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다루는 방식이나 수사의 형식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련을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 소설인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 44>를 보면,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인간의 악이 반영된 자본주의와는 달리 한 단계 발전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사회적 모순을 대부분 제거했기 때문에 사악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허튼 소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허무맹랑한 주장도 얼마든지 사회 전체를 옭아맬 수 있었다. <차일드 44>는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부정하는 상부의 지시를 부정하고 고독하게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의 이야기였다. 중국 SF소설이 높은 성취를 이룩했다는 것은 휴고상을 받은 류츠신의 <삼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80년대 중국에서 SF붐이 불었다는 류츠신의 말도 있었다. 과학기술의 영역은 체제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반면 범죄소설은 흑백논리와 권선징악으로 일관하지만 않는다면 사회의 모순을 파고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체주의가 심했던 개방 이전의 중국에서 사회적 모순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범죄소설이 발전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레이미의 <심리죄>를 비롯한 중국의 범죄소설을 읽으면 그런 선입견이 깨진다. 완성도나 대중성 모두 서구나 일본 범죄소설에 뒤처지지 않는다. 총 5권인 ‘심리죄’ 시리즈는 중국에서 누계 약 130만부가 팔렸고, 웹드라마로 만들어져 9억3000만회 뷰를 기록했으며, 두 편의 영화로 각색되어 5억2000만 위안의 수익을 올렸다. 이번에 출간된 <심리죄>는 주인공인 팡무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새로운 범죄에 얽히는 두 번째 이야기다. 아직 1권은 나오지 않았지만, <심리죄>를 읽다 보면 과거 사건도 대강 파악할 수 있다. 대학 도서관에서 동일한 책을 빌린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팡무가 사랑했던 여인도 죽음을 당한다.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끔찍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팡무는 대학원에서 범죄학을 전공하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린다. 이유를 알게 되는 것과 실제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팡무는 프로파일러로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셜록 홈즈가 그랬듯이 현장을 보고, 연속 범죄의 특징을 파악해서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척척 그려낸다. 팡무는 경찰을 도와 연쇄살인범을 잡게 된다. 학교에서 유명해지고, 그를 좋아하는 여인도 생긴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팡무의 친구와 그의 애인이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대학에 관계된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연쇄살인의 목적이 팡무 자신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팡무를 도발하고, 겨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 한국어판 표지 | 한스미디어 도발적 사건 제시, 선정적 전개 <심리죄>는 도발적으로 사건을 제시하고 선정적으로 이끌어간다. 그럼에도 허황되지는 않다. <심리죄>를 쓴 레이미는 현직 경찰학교 교수로 범죄심리학과 수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실제 사건과 수사에 정통한 레이미는 우연히 도서관의 대출카드를 보고 생각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같은 공간을 드나들면서도 다른 접점이 없는 이들을 어떻게 하면 서로 모으고, 관계를 맺게 할 수 있을까? 그 교집합은 이들에게 어떤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인가? 그 발상이 ‘심리죄’ 시리즈의 출발점이었다. 현실의 범죄와 인간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레이미의 <심리죄> 시리즈는 기괴한 연쇄살인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심리죄>를 읽으면서 미국의 범죄 드라마를 떠올렸다. 인간의 심리나 주변 상황을 깊숙하게 파고들기보다 목적이 정해지면 맹렬하게 달려가며 흥미를 북돋우는 스타일이다. 정보를 제시할 때도 늘어지지 않는다. 딱 필요한 정보만을 보여주고, 사건의 구조와 논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심리죄> 역시 건조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팡무가 지난 사건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과정을 깊이 보여주면서 균형을 맞춘다. 지난 사건에 이어 팡무 자신이 살인사건에 깊숙이 얽혀 들어가며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능숙하게 그려낸다. 직선적이고, 영리하다. <심리죄>를 읽으면서 중국의 다른 범죄소설들이 궁금해졌다. 범죄소설은 단지 ‘범죄’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다. 범죄가 벌어지는 사회,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준다. 중국의 범죄를 통해서 다양한 얼굴의 중국을 보고 싶어졌다. <심리죄>는 그 출발점으로 적합한 범죄소설이다.

      김봉석 문화평론가 2018.04.23 14:40

    • 사회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사이드의 -서구는 문명이고 비서구는 미개한가

      수 세기에 걸쳐 서구가 생성하여 교육하고 전파해온 인류의 집단적 착각, 즉 ‘서구는 계몽적이고 도덕적이며 현대화된 우월한 문명이고, 비서구는 야만이거나 미개하거나 심지어 부도덕하다’는 거대한 사고체계를 뒤집어버린 책이다. 2002년 10월, 스페인 북부의 고도 오비에도 캄포 아모르 극장.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명의 저명인사가 수많은 인파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섰다. 그들은 스페인 왕실이 수여하는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수상하러 온 것이다. 노벨상의 여러 수상자들과 그 명단이 겹치는 이 상은 스페인 펠리페 왕세자의 공식 칭호인 ‘아스투리아스’를 따서 1981년부터 시상하는 것으로 사회운동, 문화예술, 사회과학, 스포츠 등 8개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사람들에게 수여해 왔다. 노벨상에는 없는 스포츠 분야가 특징인데 육상의 칼 루이스(미국·1996년), f1 그랑프리의 미하엘 슈마허(독일·2007년),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2008년) 등이 수상했다. 러시아의 높이뛰기 선수 옐레나 이신바예바도 2009년에 받았다. 과학자 스티븐 호킹, 음악가 밥 딜런과 레너드 코헨, 닌텐도사의 미야모토 시게루,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건축가 프랭크 게리 등 그 명단이 ‘역대급’이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비판론자이자 영문학자였던 에드워드 사이드(1935~2003). 스페인 왕실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수상 프랭크 게리는 2014년 10월 23일 거행된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건축은 똥이다”라는 답변을 하여 충격을 던진 바도 있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2002년에 시상식에 참석한 두 사람은 수상연설에서 그들이 할 만한 말, 아니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말을 단호하게 천명했다. “스페인의 역사 곧 이슬람과 유대교와 기독교의 역사는 전통과 신념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넓게는 문화, 좁게는 음악이 갈등을 해결할 대안이라 믿는다. 우리는 정치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계속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어떤 공동체? 다름 아닌 두 명의 수상자, 즉 비판적 문화이론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탁월한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함께 조직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다. 유럽(서양·West)과 아시아(동양·East·보다 정확히는 중동지역을 가리킴)의 문명적 대화와 연대를 200여년 전에 추구했던 독일의 문호 괴테의 시집에서 따온 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사이드와 바렌보임이 끝없는 갈등과 유혈사태로 치닫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를, 나아가 인종·종교·문화의 ‘다름’이 빚어낸 ‘차이’의 억압과 투쟁과 권력 경쟁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치유하기 위해 전개한 문화운동이다. 그들 자신이 이중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지성으로 꼽히는 사이드는 팔레스타인 출신이고, 지휘자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10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인이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출신 배경을 가진 젊은 음악가들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로 조직하여 유럽 각국은 물론 분쟁지역까지 돌아다니면서 연주를 했다. 2011년 8월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주요 교향곡을 연주하고, 마지막 날에는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9번 ‘합창’을 공연하기도 했다.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 「오리엔탈리즘」 책 표지 이미지. 그들의 공연은 그 연주의 수준 여부를 차치하고, 문화·정치적 의미가 큰 행동이었다. 분쟁지역에서의 공연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으며 신변 위협을 받았다. 2006년 8월의 베를린 공연 때는 중동 정세의 악화에 따른 유럽 주요 도시의 위험경보 때문에 몇몇 단원들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2005년 8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분쟁과 공격과 저항의 장소인 팔레스타인의 라말라 지역 공연은 단원 전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페인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써야 했고, 무장경찰의 엄격한 경호(동시에 통제)를 받으며 진행되었다. 현지에서의 외출은 일절 허용되지 않았다. 이 과정을 파울 슈마츠니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했다. 그 화면에서,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수상하는 사이드의 묵직한 연설을 들을 수 있다. 조금 더 보면 이번에는 바렌보임의 연설 장면을 볼 수 있다. 2004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의회에서 열린 울프재단 시상식. 음악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바렌보임이 이스라엘 대통령과 울프재단 이사장이자 이스라엘 정부의 교육문화체육부 장관이 냉랭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 “이스라엘 독립선언문에는 모든 접경국 그리고 그 국민들과 평화와 우호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혀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다. 남의 땅을 점령하고 그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독립정신에 부합하는 것인가? 독립이라는 미명 하에 다른 나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우리 유대민족이 고난과 박해의 역사를 보냈다고 이웃국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1970년대 후반에 던진 이 책의 충격파 장내는 술렁인다. 교육문화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랜 논의와 토론 끝에 어렵게 바렌보임씨를 수상자로 결정했으나 그는 이 자리에서 국가를 공격하고 있다.” 지휘자 바렌보임이 마이크를 요청한다. 그는 “국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독립선언의 정신을 돌이켜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바렌보임은 매우 진지하고 학구적인 자세로 사이드를 회고한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운동을 함께 한 사이드가 2003년에 타계하였기 때문이다. 바렌보임이 묵직하게 회고한대로 “없어서는 안될 친구이자 지적인 자극을 준” 사이드는 단지 바렌보임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도 그와 같은 무게를 지닌 지식인이다. 수 세기에 걸쳐 서구가 생성하여 교육하고 전파해온 인류의 집단적 착각, 즉 ‘서구는 계몽적이고 도덕적이며 현대화된 우월한 문명이고, 비서구는 야만이거나 미개하거나 심지어 부도덕하다’는 거대한 사고체계를 뒤집어버린 학자다. 그 대표작이 이다. 이 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숱하게 제출되었지만 1970년대 후반에 던진 이 책의 의미와 충격파는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언급한 서구문명 우월성의 허구는 물론이고 이 ‘서구/비서구’라는 차별적 이분법을 ‘도시/농촌’, ‘남성/여성’, ‘기독교/기타 종교’, ‘백인/비백인’ 등으로 확장해도 동일한 사고방식의 억압구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뜻밖의 재미’도 많다. 근대 서구의 저명한 학자, 소설가, 과학자들이 얼마나 비서구 사회를 잘못 알았는지, 또 왜곡했는지, 그러면서도 매혹당했는지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소설가 플로베르는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밤의 문화’에 빠져들었다가 정신적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대립과 전쟁의 20세기는 물론 편견과 차별과 테러가 빈번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이 세계의 본질을 파헤치는 데 열쇠가 되는 책이 바로 이다. 사이드 자신이 ‘서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지 않은가. “만일 이 지식이 동양에 대한 새로운 자세의 확립에 하나의 도움이 된다면, 참으로 ‘동양’과 ‘서양’이라는 관념을 같이 소멸시키는 것이 된다면, 그때 우리는 레이먼드 윌리엄스가 ‘고유한 지배양식’을 ‘버리는 것’이라고 부른 과정으로 조금 더 진전하게 될 것이다.”

      2017.10.23 18:25

    • [북리뷰]자본주의는 왜 서구에서 싹텄나

      문화/과학 북리뷰

      [북리뷰]자본주의는 왜 서구에서 싹텄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지음·김덕영 옮김·길·4만원 한국 사회의 경우, 20세기와 21세기의 가장 큰 경계선은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에서 나뉜다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아 온 국민을 윽박지르던 시절, ‘자본주의’는 곧 ‘반공주의’였고, 따라서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도 정의되지 않고 있었다. 이념의 시대가 끝나고 나니 순식간에, 21세기 초 인기를 끌었던 한 광고의 유명한 대사처럼,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으로 쓰이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야 할 시점에 한국의 담론계는 ‘신자유주의’라는 허상만을 쫓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위험 떠넘기기, 임금 착취하기, 투자금 떼어먹기 등 온갖 비윤리적 탐욕을 정상 상태로 용인하는 그런 사회에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들 이렇게 말한다. 이게 자본주의라고. “자본주의에 대한 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개념 규정은 이미 육아실에서 배우는 문화사 수준에서 영원히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무제한적으로 영리를 탐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자본주의 ‘정신’과는 더더욱 그러하다. 자본주의는 오히려 이러한 비합리적인 충동의 억제, 또는 적어도 합리적 조절과 동일할 수 있다.”(16쪽) 앞서 인용한 문단에서 저자가 직접 강조하고 있다시피, 자본주의는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탐욕에 그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탐욕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자본주의의 성립과 존속이 판가름난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부를 누리는 게 목표라면 경제 주체는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회계를 동원해서 그 부를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마치 오늘날 한국 기업들의 ‘오너’ 일가들이 하는 것처럼 자산을 대대손손 물려줄 궁리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는 바로 그게 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것. 그래서 그 번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 막스 베버는 되묻는다. 그러한 탐욕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고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했는데, 왜 자본주의는 오직 서구에서만 싹틀 수 있었느냐고 말이다. 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는 책이다. “자본주의적 기업의 근대적인 합리적 조직은 다음 두 가지 발전 요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즉 오늘날의 경제적 삶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가계와 기업의 분리가 그 한 요소이며, 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합리적 부기가 다른 한 요소이다.”(21쪽)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20세기 초에 사망한 막스 베버의 눈으로 볼 때, 전체 지분의 몇 퍼센트를 간신히 소유하는 ‘오너 일가’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결코 “근대적인 합리적 조직”이 아니다. 가계와 기업을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합리적 부기에 따른 투명한 회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 ‘극복’도 못 하고,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막스 베버의 논의에 동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일단 이 책부터 읽기 시작해야 한다.

      2016.07.11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