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19일 오전 충남 서천서 산불 발생··· 1시간 19분 만에 진화... 서천 산불 현장. 산림청 제공·연합뉴스 19일 오전 충남 서천군 비인면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가 1시간 남짓 만에 진화됐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24분쯤 화재가 발생했으며, 헬기 4대를 비롯해...
이혜인 기자 2025.04.19 15:31
사회
19일 오전 충남 서천서 산불 발생··· 1시간 19분 만에 진화... 서천 산불 현장. 산림청 제공·연합뉴스 19일 오전 충남 서천군 비인면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가 1시간 남짓 만에 진화됐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24분쯤 화재가 발생했으며, 헬기 4대를 비롯해...
이혜인 기자 2025.04.19 15:31
사회
또 싱크홀? 서천서 30㎝ 깊이 발생···“교통사고·부상자 없어”... 로고. 경향신문DB 31일 오후 1시32분쯤 충남 서천군 비인면 한 도로에서 가로 넓이 약 1m, 깊이 30㎝의 싱크홀(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싱크홀로 인한 교통사고나 부상자는...
#싱크홀 #부상자 #서천 #30㎝ #경찰
강정의 기자 2025.03.31 15:14
보도자료
홍매화는 현충사, 동백꽃은 서천…꽃 따라 봄 여행... 논산 시민공원)와 연계해 방문하면 더욱 알찬 봄나들이가 가능하다. 봄의 정취를 더하는 동백꽃은 서천에서 만날 수 있다. 500년 세월을 견뎌온 80여그루의 동백나무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누각...
#충청남도
2025.03.26 21:36
사회
서천 ‘산책길 여성 살인’ 피의자는 34세 이지현…경찰, 신상정보 공개.... 이지현의 신상정보는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 공개된다. 이지현은 지난 2일 오후 9시45분쯤 서천군 사곡리의 한 도로변에서 산책 중이던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종섭 기자 2025.03.13 10:00
스포츠종합
서천교육지원청, 충남교육감기 육상대회 3연패 달성서천교육지원청 제공 서천교육지원청이 2024 충남교육감기 육상대회에서 3연속 종합우승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서천교육지원청 ‘2024년도 충남교육감기 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1개 등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종합우승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충남교육감기 육상경기대회는 지난 달 30일부터 600여 명의 학생이 출전한 가운데 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사전 경기로 운영된 장대높이뛰기를 제외하고 본 대회에서는 단거리, 중장거리, 도약, 투척 등 초등 16종목, 중등 37종목의 총 53개 종목이 치러졌다. 초등부 25명과 중등부 40명 등 총 65명의 학생 선수가 47개 종목에 출전한 서천교육지원청 육상팀은 남자초등부 100m, 200m, 400mR와 멀리뛰기, 여자중등부 100m, 400m, 800m, 100mH, 400mR, 원반던지기, 중등부 1600mR(Mix)에서 금메달 총 11개를 획득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에 남자초등부 높이뛰기, 여자초등학교 포환던지기, 여자중등부 높이뛰기와 5종경기, 남자중등부 110mH과 5종경기에서 은메달 총 6개를, 여자중등부 창던지기, 포환던지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1500m, 5종경기, 1600mR와 남자중등부 3000mW,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5종경기에서 동메달 11개를 획득했다. 이 밖에도 4위 17개, 5위 12개, 6위 13개, 7위 10개, 8위 7개 등 총점 439점으로 논산계룡(259점), 천안(224점), 부여(201점), 아산(170점), 당진(170점)을 큰 점수차로 앞서며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대회 초등부 단체 시상에서는 서천초등학교가 천안삼은초(87점)에 이어 2위(84점)를 달성하였으며, 중등부 단체 시상에서는 서천여자중학교(131점)가 1위, 서천중학교(117.5점)가 2위를 달성하며 이 대회에서 트로피만 4개를 수상하였다. 특히, 1주자 김준수, 2주자 함민재, 3주자 변서균, 4주자 김윤규로 구성된 서천초 400m 계주팀은 종전 대회기록인 50초 94를 0.2초 앞당기며 대회신기록을 세우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흥집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은 “충남에서 1.26%의 학생수가 있는 서천군이 다른 종목도 아닌 50개가 넘는 종목이 열리는 육상종목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한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는데 그 기적을 3년 연속 달성했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서천의 경사”라면서 “부족한 예산과 무더운 날씨까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훈련한 학생 선수들과 헌신적으로 지도해주신 코치님들, 선생님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충진 기자 2024.09.05 01:34
생활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 청소년 공예예술전시회 ‘나의 손길, 공예로 펼치는 이야기’ 개최서천플레이어스 제공 충청남도가 주최하고 충남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는 ‘나의 손길, 공예로 펼치는 이야기’ 사업을 마무리하는 동명의 전시회 ‘나의 손길, 공예로 펼치는 이야기’가 지난 17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323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개최중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한산모시, 서천갯벌, 송림솔숲 등 지역의 자원을 이용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나의 손길, 공예로 펼치는 이야기’ 사업은 올해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청소년이 지역 자원을 활용한 공예품을 디자인·제작·전시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지역예술가와 청소년 간 교류와,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마련해 교육환경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관내 청소년 20명이 참여해 4월 8일부터 8월 5일까지 19회에 걸쳐 공예품 제작을 위한 수업을 진행한 결과를 선보인다. 전시회 운영을 맡은 서천플레이어스는 “제품 디자인, 제작, 전시기획 등 과정을 청소년들이 경험함으로써 지역 내 선순환구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9일은 휴관이며 전시회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손봉석 기자 2024.08.18 12:04
생활
한국마사회 지원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27~28일 서천서 음악회2018년 KYDO 한러 청소년 오케스트라 합동 공연 한국마사회 렛츠런재단이 후원하는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 ‘KYDO’(Korea Young Dream Orchestra)가 오는 27~28일 충남 서천에서 ‘한국마사회 렛츠런재단과 함께하는 에코 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합동연주회는 100여 명의 서천·괴산·신안지역 KYDO단원들이 참여한다. 27일에는 서천 장항송림산림욕장에서, 28일에는 서천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각각 진행될 예정이다. KYDO는 국내 유일의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다. 2011년 설립된 KYDO는 음악 교육을 통해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를 한국형으로 접목시킨 프로그램이다. 2022년 현재 전국 11개 단체 총 60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으며, 단원의 30%는 차상위 계층, 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배려 청소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농어촌 청소년 오케스트라(KYDO)합동연주회는 KYDO설립 후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됐다. 이를 통해 전국의 11개 지역 KYDO청소년 단원들에게 양질의 음악교육 기회를 제공함은 물론 지역단체 간 교류와 협력 증진의 매개체 역할도 수행해 왔다. 한국마사회는 2014년 설립한 렛츠런재단을 통해 KYDO의 교육과 공연 등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렛츠런재단은 이외에도 농업인 자녀 대상 용산장학관 운영, 사회공익 재활힐링승마 지원, 도농 격차 해소 지원 등 도농상생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렛츠런재단 관계자는 “오는 11월에는 함안·합천·칠곡·서귀포 KYDO가 공동 참여하는 ‘한국마사회 렛츠런재단과 함께하는 말이산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 기원음악회’가 경남 함안에서 개최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강석봉 기자 2022.08.25 11:42
생활
서천군, 장항에 '이색 게스트하우스·문화공간' 조성서천군 제공충남 서천군(군수 노박래)이 장항에 새로운 감각의 이색 게스트하우스와 문화공간을 만드는 ‘아우름 스테이 허브 조성사업’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대상지는 장항 미디어센터 방문자 숙소와 옛 도선장 가는 길 여인숙 건물 5채다. 매입 절차를 거쳐 7월부터 센터 방문자 숙소는 지역 자원을 활용해 활동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중장기 스테이 공간으로 조성한다. 옛 여인숙 건물은 자연과 휴양을 즐기려는 관광객의 소규모 단기 스테이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한다. 차별화된 감성적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패키지로 구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손봉석 기자 2022.02.24 18:41
문화/과학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 (81)충남 서천 장항스카이워크-하늘을 걸어 봄바다를 맞이하다충남 서천의 바다 한쪽에 자리 잡은 장항 솔바람 곰솔숲은 여러 번 찾았다. 처음에는 솔숲 아래 피어나는 보랏빛 카펫(맥문동꽃)을 보려고, 그 다음에는 숲의 곁에서 캠핑을 하러. 그리고 한 번은 이전에 걷지 못했던 길을 걸으러. 국내 여행은 트렌드에 많이 민감하다. 어느 한 곳에서 주목을 받은 아이템은 이내 다른 지자체에도 등장한다. 출렁다리가 그랬고, 벽화마을이 그랬다. 근래 몇 년 동안은 스카이워크가 유행이었다. 장항의 곰솔숲 끝자락에도 스카이워크가 놓였다. 물론 여행자의 발길을 성공적으로 끌어당긴 다른 곳의 사례를 참고했겠지만, 이곳은 하늘 위를 걸어 바다로 나아간다는 면에서 독특했다. 그래서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계단 위를 올라 스카이워크에 섰다. 높은 곳을 걸어서 관광을 즐기는 시설인 스카이워크는 주변 경관에 따라 꽤나 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이곳에서는 높게 솟아오른 숲 위로 시선을 두고 걸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길의 한쪽으로는 숲을 두고 다른 쪽으로 바다를 펼쳐서 걷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돋운다. 땅끝까지 하늘을 걸어 바다로 나아가는 느낌. 멀지 않은 봄은 바람에 실려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주었다. 늦겨울의 오후, 하늘을 걸어보기 좋은 인적 드문 어떤 날이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5.02.26 06:00
문화/과학 이유진의 중국 도읍지 기행
[이유진의 중국 도읍지 기행]1400년 전 현장법사의 ‘서천취경’ 21세기 중국·인도 가교가 되다우리에게는 삼장법사로 더 익숙한 현장법사. 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실제 모델인 그는 조정 몰래 인도로 가서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가져왔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올해 5월 14일,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시안에서 인도 총리 모디를 맞이했다. 둘은 함께 시안 자은사(慈恩寺)를 방문했는데, 이곳은 바로 현장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대안탑(大雁塔)이 있는 장소다. 지금으로부터 1400여년 전(602년) 진(陳)씨 집안에 넷째 아들이 태어났다. 10년 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세상을 떴다. 둘째 형은 출가했다. 아이 역시 삭발하고 스님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엔 형을 따라서, 나중엔 홀로 각지를 다니며 고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그는 혼란스러워졌다. 같은 불교이건만 종파와 교리가 너무 달랐다. 불경이 ‘번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오류는 그러한 분규의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현장을 맞이한 당나라 태종의 후안무치 ‘무엇이 진리란 말인가? 어디서 답을 구할 수 있을까?’ 한창 고민에 빠져 있던 그에게 결단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답은 불경에 있으니, 그것을 직접 보고 배우고 가져와야 했다. 운명이었다. 일찍이 그가 태어나던 날, 그의 어머니는 꿈을 꾸었다. 흰옷을 입은 스님이 서쪽으로 가고 있는 꿈이었다. “내 아들아, 지금 어디로 가려는 거냐?” “부처님의 진리를 구하러 갑니다.” 운명이고 사명(使命)이었다. 그 옛날 법현(法顯)대사와 지엄(智嚴)대사 모두 중생을 계도하고자 서천으로 가지 않았던가! 그 뒤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를 움직였다. 여정을 짜고 여비를 모았다. 부처님께 상서로움의 징조를 간구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망망대해에 수미산이 높이 솟아 있는 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인도 뉴델리에 도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그 산에 올라가고 싶다. 파도가 포효하고 배조차 없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바다에 발을 들여 놓았다. 순간 파도를 뚫고 석연화(石蓮花)가 솟아나는 게 아닌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석연화가 생겨났다. 순식간에 산 아래까지 갔다. 하지만 깎아지른 듯한 산을 올라갈 방법이 없다. 이번에는 휙 몸을 위로 솟구쳤다. 순간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산 정상에 올랐다. 사방을 바라보니 그 어떤 장애물도 없이 확 트여 있다. 그는 기뻐하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즉시 길을 떠났다. 이때가 정관(貞觀) 3년(629년). 두려움 없이 바라는 길을 가면 ‘탁 트임’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20대의 현장(玄奘)은 그 믿음에 의지하여 장안을 떠나 인도로 향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여정이었다. 오늘날 우리처럼 그저 비행기에 몸을 싣기만 하면 손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 들어선 현장을 떠올리면 그가 느꼈을 절대고독에 몸서리가 쳐진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새도 짐승도 풀도 없고 물도 없는 망망한 사막을 홀로 헤쳐 나가야 하는 이의 마음이란! 가고 또 가도 모래뿐인 사막, 할 수 있는 건 끝없는 그 길을 그저 쉼 없이 걷고 또 걷는 일. 적막감이 그를 휘감고 두려움이 엄습했다. 사막에서 길을 잃고 여러 날 물 한 방울 축이지 못한 그는 결국 쓰러졌다. 쓰러진 채 기도했다. 재물을 탐내서도 아니고 명예를 바라서도 아니고 오로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가는 길이니 제발 굽어살펴 주시라고. 그날 밤 그는 꿈을 꾸었다. 아주 커다란 신이 나타나서 말하길, 왜 나아가지 않고 누워 있느냐고 한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놀랍게도 맑은 연못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적의 장소에서 하루를 머문 그는 이튿날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리고 이틀 뒤에 사막에서 벗어났다. 우리에게는 삼장법사로 더 익숙한 그 현장법사의 이야기다. 에 나오는 삼장법사의 실제 모델이 바로 그이다. 판타지 에 현실의 논리를 갖다대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쑥 드는 생각이 있다. ‘손오공이 휘리릭 하고 불경을 가져오면 다들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의 핵심은 바로 이런 생각의 대척점에 있다.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부처님의 말씀은 결코 ‘휘리릭’ 가져올 수 있는 게 아니다. ‘고생 없이’ 가져올 수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81난(難)의 지난한 과정이야말로 ‘서천취경(西天取經)’의 합법성을 담보해주는 것이리라. 당나라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652년에 세운 중국 시안의 대안탑. | 경향신문 사실을 왜곡한 소설 속 역사 판타지 그런데 의 기록에 따르면, 현장이 ‘구도(求道)의 길’에서 처음으로 극복해야 했던 난관은 놀랍게도 당나라 조정이었다. 그 당시 당나라는 나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현장은 인도로 가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태종(太宗)에게 여러 차례 상소를 올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합법적인 길은 막혀 있었다. 그는 국법을 어기는 것을 감수하고 몰래 인도로 향했다. 현장의 행적을 알게 된 조정에서는 그를 잡아들일 것을 명했다. 잡혀서 장안으로 압송될 뻔한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 어디 그뿐인가. 변방 수비대가 낯선 이를 향해 날리는 화살에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겨우 월경에 성공한 뒤 갖은 고생 끝에 도착한 인도, 그곳에서 그는 열심히 답을 구했다. 정관 19년(645년) 정월, 현장은 마침내 장안으로 돌아왔다. 645년, 우리 역사에서도 잊을 수 없는 해이다.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한 바로 그 해가 아닌가! 현장이 장안으로 돌아왔을 때 공교롭게도 태종은 장안에 없었다. 요동(遼東) 출정을 앞두고 낙양(洛陽)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의 귀국 소식을 들은 태종은 서둘러 그를 낙양으로 불러들였다. 태종의 팽창 야욕은 동서로 모두 뻗어 있었다. 그에게는 현장이야말로 서역의 정보를 알려줄 가장 믿을 만한 정보원이었던 것이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이 있었던 태종이 현장을 만나서 건넨 첫 마디, 정말 기가 차는 말이다. “법사는 떠나면서 왜 조정에 알리지 않았소?” “제가 떠나고자 할 때 거듭 아뢰었나이다. 하지만 제 정성이 미천하여 윤허를 받지 못했나이다. 도를 흠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한 채 몰래 떠났사옵니다. 멋대로 행동한 죄, 심히 부끄럽고 두렵사옵니다.” 절대권력을 지닌 이의 저 후안무치함! 그 앞에서 도리어 용서를 빌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이 상황! 그런데 에서는 장안에서 현장을 맞이한 태종이 건넨 첫 마디가 “동생(御弟) 오셨는가?”이다. 이후에 펼쳐진 환대는 두말할 나위 없다. 실제 역사에서 현장이 태종의 부름을 받고 낙양으로 간 때가 정관 19년 2월, 태종이 고구려로 쳐들어간 것도 2월이다. 현장을 만난 뒤 바로 침략 전쟁에 나선 것이다. 춘추시대 공자도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지 못했듯 현장도 그러했다. 왕은 그들을 존중하는 척했을 뿐 그들의 진심에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가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소설 속에서 뒤틀려버린 이 내용은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현장이 인도로 떠나게 되는 장면이 담긴 12회의 이야기다. 태종은 수륙재(水陸齋)가 열린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가 짐의 뜻을 받들어서 서천(西天)으로 가 부처에게 경배하고 경을 구해 오겠는가?” “소승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겠나이다. 폐하께 진경(眞經)을 구해드리고 우리 왕의 강산이 영원히 굳건하길 기원하겠사옵니다.” 전례 없는 양국의 밀착도 ‘친디아’ ‘진리’를 찾고자 목숨을 걸고 떠났던 현장의 열정이 위대한 ‘왕조’를 위한 서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국법을 어기고 감행한 구도의 길이었거늘, 소설에서는 공식적인 출사(出使)가 된 것이다. 태종은 현장과 형제의 의를 맺고 그를 “어제(御弟) 성승(聖僧)”이라 부른다. 현장을 위해 통행 허가증을 발급해주고 시종과 말도 준비해준다. 그리고 관문까지 현장을 배웅하러 간다. 한사코 거절하는 현장에게 태종이 기어코 이별주를 권하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현장이 마지못해 술잔을 받아든 순간 술잔에 흙을 집어넣으며 태종이 하는 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길이 멀다오. 동생은 이 술을 마시도록 하오. 고향의 흙을 그리워할지언정 타향의 황금 만 냥을 사랑하진 마시게.” 태종의 깊은 뜻에 감격한 현종은 그 술을 남김없이 마신 뒤 길을 떠난다. 곳곳에 등장하는 온갖 요괴들의 이야기보다 이 장면이 더 판타지스럽다. 현장의 길을 어떻게든 막으려 했던 훼방꾼이, 그 길을 떠나도록 만든 주관자로 탈바꿈된 역사 판타지! 사실의 왜곡을 넘어선 ‘진실’의 왜곡이다. 소설이니까 이쯤에서 그만 다그치자. 아무튼 현실의 절대권력이 상상세계의 질서에까지 그 힘을 뻗친다는 또 다른 사실 앞에서 오싹할 뿐이다. “두 개의 몸, 같은 종류의 정신.” 지난해 인도의 구자라트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모디 총리가 한 말이다. 모디는 ‘구자라트’가 바로 그러한 양국 관계의 예라고 했다. 구자라트는 모디의 고향이자 그 옛날 현장이 들렀던 곳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모디의 말을 받아 그를 시안으로 초청하겠다며, “내 고향 산시성 시안”이 그 옛날 현장이 불경을 가져와 번역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이 회담을 가진 날은 마침 모디의 64세 생일(9·17)이기도 했다. 시진핑이 준비해온 선물에는 ‘현장의 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CD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불과 여덟 달 만인 올해 5월 14일, 시진핑은 시안에서 모디를 맞이했다. 이렇게 양국의 ‘고향 외교’가 완성된 것이다.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들른 곳도 ‘시안’이다. 이는 2013년 9월에 시진핑이 카리모프의 고향인 사마르칸트에 들렀던 것에 대한 답방이었다. 그때 사마르칸트의 테무진(칭기즈 칸) 가족역사박물관을 찾은 두 사람은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 실크로드 지도를 보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사마르칸트는 테무진 시기의 수도이자 고대 실크로드의 중추였고 나의 고향”이라고 카리모프가 말하자 시진핑은 지도의 오른쪽 부분을 가리키면서 “여기가 시안인데 실크로드의 기점이자 나의 고향”이라고 했다. 이렇게 시진핑은 시안을 활용한 고향외교술을 십분 발휘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을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진핑이 지난달 시안을 찾은 모디와 함께 둘러본 곳은 자은사(慈恩寺)다. 현장이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기 위해 만든 대안탑(大雁塔)이 바로 이곳에 있다. 시진핑과 대안탑에 올라간 다음날, 모디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회담에서 국경 분쟁을 협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중국 언론은 “중국 용과 인도 코끼리의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했다. 친디아(Chindia)라는 하나의 단어처럼 양국의 밀착도가 전례없이 강화된 지금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국의 평화로운 공존에 현장은 어떤 역할을 한 것일까? 시진핑이 연출한 영화(국가 서사) 속의 오브제? 그 영화에 시안만큼 적절한 촬영 장소는 없을 터이다. 모름지기 영화 관람의 포인트는 감독의 연출 의도를 꿰뚫는 데 있다.
2015.06.15 17:53
스포츠 유성문의 길 TRAVEL
[내 마음의 길]서천 신성리 갈대밭들어라, 갈잎의 노래 - 서천 신성리 갈대밭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 ‘갈대’ 전문 서천 신성리의 갈대밭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가을이 저무는 소리다. 그것도 서로가 몸 부비며 서럽고 시리게 저무는 소리다. 무릇 모든 것에는 그 끝이 있어, 끝은 처연하고 서글프다. 갈꽃이 시들 때 세월은 무참하고, 갈잎이 바람에 흩날리니 추억조차 아스라하다. 목신(牧神) 판(Pan)의 연모에 쫓기던 순결의 요정 시링크스(Cyrinx)는 갈대로 변하여 몸을 숨긴다. 욕정에 눈먼 판은 그 갈대를 꺾어 피리를 불지만, 그것은 숨어 우는 바람소리일 뿐이다. 그렇게 덧없는 사랑은 지고, 그리움만 소리로 남는다. 오비디우스가 전하는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Midas) 왕의 비밀을 안 이발사는 강변에 구덩이를 파고 비밀을 묻는다. 그러나 흔들리는, 생각하지 않는 갈대는 끊임없이 그 비밀을 전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삼국사기’는 더욱 끔찍한 은유를 들려준다. 보장왕을 폐위하는 데 뜻을 같이한 사람들은 그 표지로 갈대(蘆)를 모자에 꽂는다. 그 연유야 어떠하든 나는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시는 사랑’(사 42:3)을 믿는다. 서천 신성리의 갈대밭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가을이 남기고 간 소리다. 갈잎의 서걱임 밑에 갈게는 바스락거리고, 겨울을 나려는 물오리의 날갯짓은 조용히 퍼덕인다. 생명이 다하는 곳에서 생명은 이어지고, 순환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순환은 시작된다. 글·사진/유성문〈여행작가〉 rotack@lycos.co.kr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갈대밭은 전남 순천 대대포 갈대밭, 해남 고천암호 갈대밭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갈대밭이다. 비록 규모(5만여 평)에 있어 나머지 두 곳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정적인 금강의 강변을 호젓하게 거닐며 가을 사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또한 이곳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한산면의 한산모시관은 실제 모시의 직조과정을 둘러보고 질 좋은 모시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앉은뱅이 술’로 유명한 소곡주도 맛볼 수 있다. 강을 따라 내려가면 금강하구둑이 나오고, 이곳에는 철새탐조대가 세워져 있어 이제 막 찾아들기 시작한 겨울철새를 조망할 수 있다. 차를 타고 둑을 넘어 직접 군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장항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추억에 젖어 강을 건너는 맛 또한 각별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 - 서천 - 기산 - 한산|한산모시관(소곡주) - 신성리 갈대밭
2006.11.21 00:00
레저/여행 정원 여행자
[정원 여행자] 충남 서천 -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고어제의 해가 잠겼던 바다 위로 떠오른 오늘의 해를 본다. 바람에 수런대는 갈대밭에서, 가창오리떼를 기다리는 금강하굿둑에서, 포구를 바라보는 동백 숲에서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의 하루를 가만히 흘려보낸다. 이즈음의 헛헛한 속을 가라앉히려거든 끝이 곧 시작이 되는 자연의 조화 속에 기댈 따름이다. 백제 유민의 눈물로 빚었다는 달디단 소곡주 한 잔도 매우 유용하다. 국내 4대 갈대밭 중 하나인 신성리갈대밭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 주민들이 갈대를 꺾거나 게를 잡으러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을 잃고 헤맸다는 옛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서천의 해 지는 풍경은 어디나 아름답다. 금강하굿둑에서 가창오리떼를 기다리다 문득 마주해도 좋고, 낙조 감상을 위해 작정하고 오른 동백나무 숲 동산에서 바라봐도 좋다. 바다와 강을 물들인 붉은 낙조는 어느 곳에서 보든 여운이 길다. 해 뜨는 풍경 또한 그 못지않다. 서해에는 일출과 일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닷가 작은 마을들이 있다. 당진 왜목마을과 서천 마량포구가 그 대표 주자로, 세밑 세시엔 해넘이와 해맞이를 위해 각지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꽤나 북적인다. 마량포구는 바다 쪽으로 꼬리처럼 튀어나온 땅 끄트머리에 자리 잡았다. 동남쪽으로 치우친 비인만을 안고 있어 바다 위로 둥실 떠오르는 완전무결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해가 남쪽으로 많이 기우는 동짓날을 중심으로 50일 전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적기다. 해 지는 서해에서 해 뜨는 풍경을 보려거든 이처럼 끝과 시작이 맞물려 있는 시절이어야 한다. 예부터 민간에선 동지를 설 다음 가는 작은설로 대접해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했다. 중국 주나라에선 광명이 부활하는 날이라 하여 동지를 설로 삼았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에 ‘태양의 부활’이란 의미가 부여된 것은, 동지를 정점으로 그다음날부터 낮이 점점 길어지는 까닭이다. 간당간당 두 장 남은 올해의 달력을 만지작거리며 속이 헛헛해올 때면 어둠의 정점을 찍고 부활하는 태양의 힘을, 끝이 곧 시작이 되는 자연의 법칙을 되새겨볼 일이다. 인디언 달력을 빌리자면, 강물이 얼고 기러기 날아가도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 11월 아니던가. 해가 지고 다시 해가 뜨는 땅을 찾는 이유도 그래서다. 마량포구는 동남쪽으로 치우친 비인만을 안고 있어 바다 위로 둥실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동백 같은 해가 지는 포구로 일출과 일몰로 유명한 마량포구지만, 포구 뒤편 야트막한 동산 자락을 에워싼 동백나무 숲도 장관이다.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500년 수령의 마량리 동백 숲은 서천8경 중 1경으로 손꼽힌다. 오랜 숲답게 당연히 전설도 깃들어 있다. 500년 전 마량의 수군첨사가 꿈꾸길, 바다 위에 떠 있는 꽃무리를 잘 번식시키면 마을이 번영하리란 계시를 받았다는 것. 실제로 바다에 나가 발견한 붉은 꽃을 건져 심었더니 마을엔 내내 풍어의 기쁨이 이어졌다고 한다. 마량리 동백은 4월 중순경에야 절정을 이루는 춘백(春栢)이라 이즈음엔 꽃 볼 일이 없을 줄 알았건만, 반들반들 윤이 나는 진초록 이파리들 속에 드문드문 붉은 꽃이 눈에 띄었다. 철모르고 핀 저간의 사정이야 꽃만이 알 일이지만 맵찬 바람을 버티는 동백이, 앙다문 입술을 부르르 떠는 그 붉은 결기가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동백 숲을 뒤에 두르고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동백정은 서천의 일몰 명소다. 누각에 오르면 동해처럼 망망한 서해 바다가 펼쳐진다. 너른 바다 위의 한 점 바위섬과 꺼져들기 전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르는 낙조가 말을 아낀 선시(禪詩) 같다. 동백이 툭-툭- 지는 소리가 들리는 계절에 이 숲을 다시 찾으리라 다짐했다. 숲에선 해 같은 꽃이 지고 바다 위에선 꽃 같은 해가 질 터인즉. 1 동백 숲을 뒤에 두르고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동백정은 서천의 일몰 명소다. 2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숲 위에 자리한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다. 3 서천군의 대표적 특산품인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고자 건립한 한산모시관. 4 감미로운 술맛에 한 잔 두 잔 하다 보면 취기가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는 일명 ‘앉은뱅이술’. 동백 숲 인근 홍원항은 식도락 여행의 필수 코스다. 큰 방파제와 줄지어 늘어선 어선의 규모만으로도 이 고장의 중심 어항임을 알 수 있는 홍원항은 계절마다 대표 메뉴를 갱신하며 낚시꾼과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3, 4월엔 주꾸미, 5월엔 광어와 도미, 9, 10월엔 전어인 식인데, 바다에서 나는 제철 별미로 1년 내내 축제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풍성한 해산물이 쉼 없이 나는 서면 앞바다의 위상은 김에서 또 한 번 방점을 찍는다. 충남 생산량의 86%,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서천의 특산품으론 한산세모시와 한산소곡주를 빼놓을 수 없다. 희고 맑은 색감에 섬세한 결을 지닌 한산세모시는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다.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워 여름철 옷감으로 으뜸이다. 한산소곡주는 백제의 궁중 술로, 백제 유민들이 나라를 잃고 그 슬픔을 잊기 위해 빚어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번 맛을 보면 일어나지 못한다 하여 일명 ‘앉은뱅이술’이라고도 불린다. 소곡주는 달고 짙고 끈끈하다. 술이 꿀맛이다. 술잔에 흘러내린 술이 손가락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술을 마시다 말고 손가락을 쪽쪽 빨았을 정도다. 찹쌀로 빚은 술이라 달기도 하거니와 엿기름가루도 들어간다. 여기에 생강, 국화, 고추가 독특한 향미를 더해 달아도 질리는 맛은 아니다.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자면 이 정도 단맛은 필요했겠구나 싶다. 술맛에 반해 과거를 놓친 선비, 도둑질을 하려다 술에 취해 붙잡힌 일화 등 소곡주에 얽힌 옛날이야기들을 안주 삼아도 즐겁다. 한산모시관과 소곡주 양조장은 한산면에 바로 이웃해 있다. 주꾸미, 전어, 광어 등 1년 내내 해산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홍원항. 두루 둥글게 품어내는 생명의 정원 광활하게 펼쳐진 갈대밭은 영화나 드라마가 유독 사랑하는 촬영지다. 멜로든 액션이든 스릴러든, 갈대밭이 소화 못할 장르는 없다. 연인이 걷고 있다면 더없이 애틋하고, 쫓기는 이의 다급한 뒷모습에선 날 선 긴장감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한군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과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가 야간 수색 작전 중 우연히 만나는 장면의 배경도 늦가을의 갈대밭이었다. 충남 서천군 신성리의 금강변 갈대밭이 바로 그곳.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슬픈 연인, 무혁(소지섭 분)과 은채(임수정 분)가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부터 가족과 연인, 출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신성리 갈대밭은 한국의 4대 갈대밭으로 꼽히는 동시에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갈대 7선에 속할 만큼 진경을 자랑한다. 한산면 면소재지에서 강경 쪽으로 300m가량 지나 삼거리에서 금강 쪽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3km쯤 가다 보면, 서천군과 군산시가 만나는 금강하구 변에 펼쳐진 갈대밭을 조망할 수 있다. 탐방객들을 위해 조성한 갈대공원은 전체 갈대밭 면적의 2, 3%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소중한 생태자원으로 보존하고 있다. 어른 키를 웃도는 갈대가 양옆으로 도열한 2km 남짓한 산책길은 갈대소리길, 철새소리길, 갈대문학길, 솟대소망길, 영화테마길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돼 산책의 묘미를 더한다. 1 해마다 희귀종의 겨울 철새와 탐조객들이 모여드는 금강하굿둑. 조류생태전시관에서 금강과 철새의 생태를 학습한 뒤 탐조에 나서는 것이 좋다. 2 주꾸미, 전어, 광어 등 1년 내내 해산물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홍원항. 3 어른 키를 웃도는 갈대가 양옆으로 도열한 2km 남짓한 산책길은 솟대소망길, 철새소리길, 갈대문학길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돼 있다. 갈대밭에 이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바다를 앞에 놓고 느꼈던 먹먹함을 경험해본 일이 있다면, 드넓게 펼쳐질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갈대밭의 미학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서 조망하자면 흡사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게 광활한 갈대밭의 멋이다. 면적 10만여 평에 이르는 신성리 갈대밭은 규모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새들의 보금자리는 사람에게도 이롭다. 민물과 바닷물의 적당한 교차로 튼실하게 자란 신성리 갈대는 서천의 특산품인 갈꽃비의 재료가 되는데, 수수비와 달리 갈꽃의 부드러움이 섬세한 먼지까지 쓸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갈대밭에 사는 게라 하여 이름 붙은 ‘갈게’는 껍질이 얇고 무른데다 맛이 좋아 장에 내다 팔면 꽤 쏠쏠한 수익원이 됐다고 한다. 다양한 용도로 마을 주민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던 신성리 갈대밭은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한 자락 소중한 쉼이 되고 추억이 되며, 또 누군가에겐 생계와 생존의 요긴한 수단이 된다. 두루 둥글게 품어내는 이 땅을 생명의 정원이라 이름해도 좋겠다. 해마다 겨울이면 금강하굿둑엔 각양각색의 철새들이 찾아든다. 큰고니, 청둥오리, 검은머리갈매기, 재두루미 등 혹한을 피해 쉬지도 먹지도 못한 채 날아온 손님들이다. 이즈음 금강하굿둑을 서성이는 탐조객들은 기다림의 목적이 같다. 짙은 황혼녘, 일순간 먹구름처럼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떼의 장엄한 군무가 그것. 해가 다 지도록 가창오리떼는 감감무소식이었지만, 저무는 하늘에 선명한 흰 금을 그은 비행운과 쇠기러기떼의 V자 편대비행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났다. 사람의 비행이 남긴 궤적 위로 새떼의 비행이 겹쳐진다. 공존은 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하늘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Tip 국립생태원 2013년 금강하구 인근에 오픈한 국립생태원은 축구장 90여 개 규모에 4,500여 종의 살아 있는 동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국내 생태 전시·연구의 요람이다. 국립생태원의 랜드마크인 에코리움에선 한반도 생태계를 포함해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와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한눈에 관찰,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 야외에도 습지생태원, 고산생태원, 사슴생태원 등을 갖추고 있다. 문의 041-950-5300, www.nie.re.kr <■글 / 고우정(여행작가) ■사진 / 현일수(리빙룸스튜디오)>
2015.11.05 15:02
육아/교육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원장의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 특강ㆍ‘내가 사랑한 그림책’의 칼럼니스트&‘자녀교육’ 파워 트위터리안 서천석 원장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와 포근한 말씨가 아이들의 그림책과 만났다. 재밌는 이야기와 예쁜 그림 위에 그의 해설이 더해지니 애들 책이라고 치부하기엔 참 여운이 짙다.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펴지만, 그 속에서 부모들은 자신의 마음속 아이와 만나곤 한다. 그리고 위로를 받고 또 아이를 이해한다. 그림책 읽어주는 의사선생님 서천석 원장은 좋은 그림책 한 권이 아이와 부모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책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진 세계를 그린다. 동물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종이배를 타고 세계 일주를 떠날 수도 있다.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그게 무엇이든 실물로 변하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를 개미처럼 작게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미운 동생을 도깨비에게 팔아버리고, 먹기 싫은 채소를 지구 밖으로 쫓아내기도 한다. 어른의 기준으로 볼 때 그림책은 현실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허황된 이야기다. 그러니 부모들은 그저 재미로 보는 것이겠지, 그저 웃으라고 보는 것이겠지 치부해버리기 쉽다. 조금 욕심을 내는 부모들 중에는 올바른 생활습관이나 예의범절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혹은 학습을 목적으로 그림책을 권하기도 한다. 조금은 쉽고 부드럽게 아이들을 가르칠 도구가 돼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림책은 허황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과 그림 안에는 말로 할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이와 어른의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거든요. 비유와 상징 등 문학적인 코드를 통해서 말이지요.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소통의 도구입니다.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자기 자신의 감정을 만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고, 또 자신 속의 아이와 만납니다.” ‘그림책으로 보는 어린이 마음’이란 주제로 한 인문카페 창비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만난 서천석(44,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원장은 그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그림책 속 아이 세상으로 어른들을 안내했다. 한 일간지에 ‘내가 사랑한 그림책’이란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그림책 사랑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서 원장이 생각하는 그림책의 힘은 컸다. 특히 부모가 육성으로 읽어주었을 때의 효과 말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면 청각적인 주의력과 기억력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이는 집중력과 직결되는 부분이죠. 또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줍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는 서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죠. 아이는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의존하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아이에 대한 애착이 커집니다. 이런 애착 형성은 부모에게 자연스러운 권위를 부여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잘 따르게 되죠.” 어른이 되어 만난 그림책 세상 서천석 원장은 강연에서 자신은 어린 시절 그림책을 한 번도 읽지 못하고 자랐다고 밝혔다. 읽은 그림책들은 성인이 된 후, 아빠가 된 후에 만나게 된 것이라고. 그동안 2천여 권을 구입해 읽었다고 한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로, 두 아이의 아빠로, 소아정신과 의사로 만난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인 특효를 가지는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태도는 경계했다. “제가 어릴 적에는 그림책이 없었어요. 아마 제가 처음 접한 그림책이 디즈니에서 나온 「아기 코끼리 덤보」였을 거예요. 저작권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조악했죠. 그러니까 저는 그림책은 건너뛰고 동화책으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80년 12월인가 아마 컬러텔레비전이 처음 출시됐고, 그 후 1년 뒤에 학진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원색 그림책이 나왔어요. 그 이름도 호화로운 「호화로운 원색 그림책」입니다. 아마 최초의 그림책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책은 그림책일 뿐 어떤 만능의 기능을 가진 교육 자료로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 지금과 같은 그림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고 자란 서 원장은 그렇다고 자신이 아예 그림책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당시에 읽었던 동화책 속 삽화들을 통해서 충분히 상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단언한다.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밥과 물, 엄마의 사랑처럼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림책보다 더 다채로운 상상력이 펼쳐지는 곳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들의 마음속이다. 그림책을 읽었는지 유무와 독서량의 차이는 아이들의 상상력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충분히 상상하고 꿈꾸며 그것들을 시각적으로 그려낸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림책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제가 말하는 그림책 읽기란 바로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이고 그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은 아이에게 무척 특별한 시간이 돼주거든요. 수많은 그림책은 그림책일 뿐이죠. 하지만 그중 어떤 한 권을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선물받았다면 그 그림책은 ‘선물받은’ 그림책으로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잖아요. 그것처럼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은 오로지 아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기에 매우 특별한 것이 돼줍니다. 아이에게 말이죠.” 그림책 한 권이 부모와 자녀 간에 형성해주는 애착은 실로 놀라운 것이라고 한다. 책을 펼치고 함께 살을 맞대며 있는 시간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읽어주어야 유명 포털 사이트에 검색되는 주부들의 블로그를 보면 아이에게 책 몇 백 권을 읽어주었느니, 몇 천 권을 읽어주었느니 하는 게시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동화책으로 영재를 만들자는 모임들도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책을 몇 권 읽었는지 학습지 숙제하듯 기록해놓는다. 그러나 서 원장은 독서량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좋은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책의 힘이요, 독서의 힘이기 때문이다. 감동은 결코 양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좋은 책이라도 어설프게 부모가 개입해 그림책 본연의 의도를 왜곡할 거라면 아예 읽어주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말한다. “그림책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들어 있고, 작가의 마음이 들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을 읽고 해석하는 아이의 마음이 있고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아이를 좌지우지하려 해요. 나오지도 않는 장면을 넣어서 ‘잔소리’를 합니다. ‘그러면 되겠어, 안 되겠어?’ 하면서 말이에요. 길들이려는 거죠. 그러면 아이들도 압니다. 마음을 닫아버려요. 그림책을 왜곡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읽어주라는 것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림책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에 감정적인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데, 오로지 텍스트를 읽는 데 집중하다 보면 되레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재미있게 듣고 있는지, 지루해하지는 않는지, 어느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지 유심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혹 궁금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잠시 멈춰서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모가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고’ 하면서 개입해서는 안 된다. 부모에게 좋은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좋은 것을 찾고 판단한다.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어도 제대로 잘 읽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그림책은 구입자인 부모의 구미에 맞게 나오는 책이 너무 많다는 게 서 원장의 생각이다. 지극히 부모 입장에서 듣고 싶은 말, 해주고 싶은 말들이 쓰여 있는 것들 말이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 같지만 잘 보면 엄마를 위한 그림책이 아주 많아요. 이런 책들은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잘 알아요. 그래서 아이들 반응은 좋지 않죠(웃음). 엄마들을 위한 그림책은 엄마들이 가지는 미안함과 죄책감을 잘 드러내거나 보듬죠. 그리고 마지막엔 언제나 ‘사랑해’라는 말로 끝나요. 엄마가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인 거죠. 그래서 책을 통해 먼저 해주고 들으려는 거예요.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은 부모라는 것, 결국 우리들이 아이들을 매우 괴롭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책으로 아이 세상 엿보기 서 원장이 강연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한 책은 현대 그림책의 거장,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그림책이며,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해준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삽화와 그림책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삶은 괴롭습니다. 행복하다고 누가 그러나요?(웃음) 누군가 하루 30번씩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짜증과 스트레스 때문에 아마 정신병에 걸려버리고 말 거예요. 또 아이들은 무력합니다. 아이들이 가진 힘이래야 부모에게 떼를 쓰고 말을 안 듣는 정도가 전부거든요. 부모의 사랑에 기대어 사는 아이들은 언제나 두려움 속에 살고 불안합니다.” 모리스 센닥은 아이들의 괴로운 삶을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것은 그림책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집 안을 어지럽히고, 강아지를 괴롭히며 신나게 노는 장난꾸러기 맥스는 엄마에게 꾸중을 듣는다. 맥스는 저녁밥도 먹지 못하고 방에 가둬지는데 그 때부터 상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다로 항해를 떠나 1년 만에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한다. 그리고 여기서 맥스는 ‘조용히 해’ 마법을 통해 괴물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괴물 나라의 왕이 된다. 이후 신나게 괴물 소동을 벌이고 한바탕 논다. 물론 여기서 맥스가 쓰는 ‘조용히 해’ 마법은 엄마들이 자주 하는 그 말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괴물을 물리칠 정도로 아이들에게 무서운 것이다. “그림책 속 괴물은 아이 내면에 숨어 있는 충동과 공격성입니다. 모든 아이는 괴물이 될 필요가 있어요. 그저 엄마 말만 잘 듣는 아이기만 해서는 곤란해요.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고, 괴물은 통제되지 않은 미성숙한 자아의 상징이에요. 부모가 아이의 내면에 있는 괴물을 부인하고 억압할 때 아이는 위기에 빠지거든요. 비록 위험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또 다른 생명력이기도 하니까요. 아이가 괴물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괴물의 시기를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이들이 괴물을 좋아하고 공룡을 가지고 놀며 파워 레인저를 모아놓고서 자신이 힘을 얻은 듯 좋아하는 것은 자기 내면의 힘을 확인해서이다. 그래야 어른에게 통째로 잡아먹히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에 자주 나오는 ‘먹어버린다’라는 표현은 부모의 세계에 합쳐져서 자신의 존재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의 말이다. “그런데 그림책을 보면서 부모는 또 두려워해요. 정말 책의 주인공처럼 아이가 떼쓰는 것이 두렵고, 자기 통제에서 벗어나 상상하는 것이 싫은 거죠. 재밌는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요. 모리스 센닥은 디즈니 세계를 혐오했어요. 아이들의 삶이 깔끔하고 교훈적일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삶이란 아이에게 괴물과 같아요. 그래서 괴물이 되어 괴물들과 싸우는 거예요. 그래야 화해도 가능하고 성숙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있는 그대로 안아주면 아이는 절로 성숙해져 괴물이 사는 나라의 주인공 맥스는 고민에 빠진다. 괴물들과 신나게 한바탕 놀았지만 그곳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맥스는 괴물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온 집의 방에는 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맥스는 엄마의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 방에서 나갈 수는 없지만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사랑은 아니지만 말이다.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힘은 바로 성숙함이다. 성숙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가 괴물이 돼봤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괴물이 됐다가 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부모는 아이를 믿어주어야 한다고 서 원장은 강조한다. 괴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하거나, 괴물이 될 수 없도록 만들거나, 괴물이 된 상태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즉, 평가하거나 비평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행복만 주고 싶다는 부모의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그쳐야 한다. 시끄러운 것, 말썽 피우는 것, 소리를 지르는 것, 어지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아이의 모습이다. 벌어진 일에 대해서 나무라거나 탓하지 말자. 아이가 괴물에서 스스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켜보거나 돕자. 그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아이다움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안아줄 만해서 안아주는 것은 좋은 부모의 태도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아이를 안아줘야죠. 그러면 아이는 저절로 성숙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부모가 되려고 너무 노력하지 마세요. 부모란 아이를 위해서 나쁜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가르쳐야 하잖아요. 아이의 미움을 두려워하지도 마세요. 그 미움을 아이가 어디서 표출할 수 있겠어요. 부모밖에 없거든요. 대신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감이 있어야 해요. 다시 한번 말할게요. 안아줄 만해서 안아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안아주는 부모가 되어주세요.” 부모들은 아이를 수없이 용서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더 많이 용서하는 것은 아이들이라고 서 원장은 말한다. 불안하기에, 인정받고 싶기에 부모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늘 아쉬운 것은 부모의 태도다.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주춤하면 고집이 세다고 몰아붙이고, 저항하면 말도 안 되는 떼쓰기라고 혼을 낸다. 그림책은 이 지점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서 원장은 생각한다. “아이는 커가면서 저절로 사회를 배우고 경험할 텐데 부모는 마치 자신들이 아이와 사회의 대변자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 인생을 간섭합니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전달받고 싶은 것은 불안이나 전전긍긍이 아니에요. 자신감과 격려죠. 아이들이 넘어지고 깨져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믿어주세요.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읽어가면서요.” 그림책은 아이의 마음이 쓰여 있고, 그려져 있는 책이다. 그 속에서 내 아이의 마음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서천석 원장의 도움을 조금 받아가면서 말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이주석 ■취재 협조 / 창비어린이>
2012.09.04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