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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톱텐쇼’ 박서진 “선생님 덕에 큰 무대 처음 서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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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톱텐쇼’ 박서진 “선생님 덕에 큰 무대 처음 서봤어요”

      크레아 스튜디오 MBN ‘한일톱텐쇼’에서 ‘현역가왕2’ 2대 가왕 박서진이 무명이었던 신인 시절 무대에 서게 해준, 지금의 박서진을 만든 운명적 은인과 출격한다. 22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되는 MBN ‘한일톱텐쇼’는 한일 수교 60주년 기념 ‘2025 한일가왕전’에 출전할 ‘현역가왕2’ 국가대표 TOP7과 ‘현역가왕1’을 비롯한 ‘한일톱텐쇼’ 멤버들의 치열한 승부와 퀄리티 높은 무대가 뜨거운 화제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화요일로 방송 시간을 옮긴 이후 4주 연속 지상파-종편-케이블 전 채널 화요일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수성하며 거침없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일톱텐쇼’ 46회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역 가수들에게 애정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은인들이 총출동한다. ‘현역가왕2’를 통해 명실상부 최강 현역으로 이름을 드높인 박서진과 강문경 등이 귀인들을 초대한 ‘은혜 갚은 현역’ 특집으로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박서진은 고마운 귀인으로 레전드 가수 김상희를 소개해 뜨거운 환호를 받는다. 박서진의 운명적 귀인 김상희는 무려 데뷔 64년 차로 1971년 TBC 가요대상을 받은 여성 학사가수 1호 타이틀의 가요계 살아있는 전설이다. 박서진은 “신인 시절 지상파 방송에 올라갈 수 있게 추천해 주셨다”라며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는 신인 시절 엄청난 도움을 준 김상희와의 인연을 털어놓는다. 김상희는 신인 시절 박서진을 회상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노래할 때 보면 호랑이 같다”라고 박서진의 남다른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극찬한다. 무명 시절부터 가왕이 된 지금까지 박서진에 대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는 어떤 내용일지, 박서진과 은혜로운 은인 김상희의 만남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역가왕2’ 진해성은 무대 위에서 역대급 대형 사고를 터트려 현장을 초토화시킨다. ‘불나방 댄스’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진해성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라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루시퍼’로 아이돌 댄스를 선보여 시선을 집중시킨 상황. 하지만 야심차게 던진 도전장과는 달리 뚝딱거리는 댄스로 웃음을 일으킨 진해성은 백스텝을 밟던 중 급기야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지면서 빅사이즈 몸 개그를 선사한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진해성이 몰고 온 초유의 무대 사고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제작진은 “박서진을 ‘현역가왕2’ 2대 가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자 여성 학사가수 1호인 가요계 레전드 김상희와 박서진의 각별한 인연이 봄처럼 따스함을 안겨줄 것”이라며 “‘한일톱텐쇼’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현역 가수들과 은혜로운 귀인과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감동의 현장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MBN ‘한일톱텐쇼’ 46회는 오는 22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22 04:29

    •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신은경 “김수미 선생님 별세에 쇼크로 이틀 못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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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신은경 “김수미 선생님 별세에 쇼크로 이틀 못 일어나”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20일 방송 주요 장면. 사진 TV조선 배우 신은경이 배우 故 김수미의 별세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20일 방송되는 TV조선의 교양 프로그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는 식객으로 90년대 X세대의 ㅇ이콘이었던 배우 신은경이 출연해 소백산의 정기를 품은 경북 영주의 밥상을 만난다. 신은경은 영화 ‘조폭 마누라’ 흥행에 이어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야망이 넘치는 세신사 진천댁의 캐릭터로 눈길을 모았다. 연기에 진심인 그는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실제 세신사를 찾아 때를 미는 방법을 배운 뒤 첫 촬영 때는 온몸에 부항까지 한 채 나타났다고 전해진다.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에 점차 비중도 커지고 극 중 없어서는 안 될 주인공도 될 수 있었다는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그는 고등학생 시절 배우 하희라를 선망해 머리에 고드름이 맺히도록 눈 오는 운동장을 뛰었던 이야기도 전했다. 또한 지난해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있었다고도 말한다. 신은경은 언제나 자신을 두둔하며 큰 품으로 안아줬던 김수미의 작고 소식을 듣고 쇼크로 쓰러져 이틀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신은경은 뒤늦게나마 그리움을 전한다. 이에 식객 허영만은 “그때 캐리커처를 예쁘게 해 드릴걸”이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따뜻한 웃음으로 어른의 길을 가르쳐준 故 김수미와 신은경의 인연을 들어본다. 두 사람은 메뉴 한 가지로 승부를 보는 소머리국밥집을 방문한다. 촬영 중 손님이 건넨 특별한 선물에 가게가 뒤집어졌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은 영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부석태콩으로 만든 구수한 청국장정식과 사장님이 직접 발골해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한우 갈비살도 경험한다.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특집은 20일 오후 10시3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5.04.20 10:09

    • 손석구, ♥김혜자에 대한 마음 전했다 “선생님이 곧 연기”(천국보다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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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석구, ♥김혜자에 대한 마음 전했다 “선생님이 곧 연기”(천국보다 아름다운)

      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비하인드 컷. 스튜디오 피닉스·SLL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시작에는 김혜자가 있다. 오는 19일(토) 첫 방송되는 JTBC 새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김수진, 제작 스튜디오 피닉스·SLL)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 분)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 분)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끝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이해숙의 다이내믹한 천국 입성기가 유쾌한 웃음 너머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 하나의 인생작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김혜자’ 이름 세 글자에 있다. 그에게 제55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안긴 ‘눈이 부시게’ 김석윤 감독, 이남규·김수진 작가와의 재회라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2011년 김혜자의 첫 시트콤 도전작 ‘청담동 살아요’를 시작으로, ‘눈이 부시게’와 ‘천국보다 아름다운’까지 이어진 이들의 인연은 우연이 아니라고. 김석윤 감독은 “이번 작품은 김혜자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정해놓고 만든 작품”이라며, “‘청담동 살아요’를 하실 때는 코미디 연기를 낯설어하셨고, ‘눈이 부시게’를 하실 때는 그런 코미디 연기를 재미있어하셨다. 이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는 코미디를 갖고 노는 수준으로 잘 해내셨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남규·김수진 작가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김혜자 트릴로지(3부작)의 완성이라고 일컬으며, “최고의 국민배우이자 시대의 어른이신 김혜자 선생님과 함께 이를 완성할 수 있게 된 것은 작가로서 무한한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첫 방송을 닷새 앞두고, ‘이해숙’으로 주말 밤마다 시청자들을 웃고 울릴 김혜자의 촬영장 비하인드컷이 공개됐다. 초여름 더위에도 지친 기색 없이 카메라를 향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데뷔 64년 차에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연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휴식 시간에도 시종일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가 하면, 촬영을 앞두고 김석윤 감독의 말에 진중하게 귀를 기울인다. 순수한 열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잃지 않으며 현재진행형 배우로서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김혜자. 그의 연기 인생에 또 한편의 대표작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함께한 후배 배우들에게도 ‘김혜자’의 존재는 작품 선택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손석구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김혜자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이 곧 연기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머리를 써서 연기하면 선생님의 발목만 잡게 될까 봐 매일을 놀듯이 즐겁게 찍었다. 그렇지만 한 번의 리허설도 대충 넘기지 않으시는 모습에 반성도 많이 했다”라며 진심 어린 존경을 표했다. 김석윤 감독 역시 “김혜자 선생님은 연기에 있어서 명불허전이고, 연출자에게는 존재만으로도 영감을 주는 분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연출자로서가 아니라, 관객으로서 넋을 놓고 감상하게 만드는 배우”라며, 연기 외에는 다른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천상배우, 김혜자 선생님은 그런 사람이다”라는 회고를 통해 훈훈함을 더했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오는 19일(토) 밤 10시 40분에 첫 방송되며,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서형우 온라인기자 2025.04.14 08:26

    • ‘천국보다 아름다운’ 한지민, 미스터리 매력 “김석윤 감독님, 김혜자 선생님…무슨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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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보다 아름다운’ 한지민, 미스터리 매력 “김석윤 감독님, 김혜자 선생님…무슨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

      배우 한지민 JTBC 새 주말극 ‘천국보다 아름다운’ 출연 장면.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 SLL 새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출연하는 배우 한지민이 미스터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한지민은 오는 19일 첫 방송 되는 JTBC 새 주말극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솜이 캐릭터로 돌아온다. 제작사 스튜디오 피닉스와 SLL 측은 한지민의 캐릭터 이미지를 4일 공개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이 30대의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현생 초월 로맨스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끝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이혜숙의 천국 생활이 유쾌한 웃음과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을 연출한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김수진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김혜자, 손석구, 한지민, 이정은, 천호진, 류덕환 등이 합류했다. 한지민은 극 중 솜이 역을 맡아 이제껏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이해숙, 고낙준 부부의 천국 하우스를 찾아들고 얼떨결에 더부살이까지 한다. 배우 한지민 JTBC 새 주말극 ‘천국보다 아름다운’ 출연 장면. 사진 스튜디오 피닉스, SLL 그런 가운데 4일 공개된 사진 속에는 순수하고 해맑은 솜이의 천사표 미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햇살처럼 말간 얼굴과 반짝이는 눈은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호기심을 한층 더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인연을 시작으로 김석윤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을 하는 한지민은 “감독님께서 김혜자 선생님과 다시 한 번 작품을 하신다는 소식에 어떤 역할이라도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합류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본을 받고 밤을 새울 정도로 재밌게 봤다. 천국에 갈 때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나이를 택할 수 있다는 설정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천국에서 삶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으로 향하는 여정이 있는데, 천국에서도 이곳의 삶처럼 잘 살아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민이 출연하는 JTBC 새 주말극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오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40분, 일요일 오후 10시3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5.04.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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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숙의 명화 속 비밀 찾기](3)‘엄격한 선생님’ 등 뒤에 웬 술병?

      문화/과학 박희숙의 명화 속 비밀 찾기

      [박희숙의 명화 속 비밀 찾기](3)‘엄격한 선생님’ 등 뒤에 웬 술병?

      ‘엄격한 선생님’(1668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요즘 학생들은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을 더 무서워한다. 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의 인권을 존중해 자유롭게 훈육할 수 없지만, 학원 선생님은 아이들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업 중에 졸거나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을 쫓아낼 수도 있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부모도 그런 학원 선생님의 태도에 대체로 불만이 없는 듯하다. 지금은 체벌을 금지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은 훈육이나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생들을 체벌하는 일이 허용됐다. 얀 스테인(1626~1679)의 ‘엄격한 선생님’은 학생들을 훈육 중인 엄격한 선생님을 그린 작품이다. 왼쪽에서 모자를 쓴 아이가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필기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선생님은 왼손에 숟가락을 든 채 손가락으로 노트에 쓴 글을 읽고 있는 아이를 지도하고 있다. 모자를 쓴 아이가 노트에 필기하는 모습은 선생님의 지도가 끝나 혼자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책상 앞에 앉아서 눈에 손을 대고 있는 아이는 선생님께 야간을 맞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선생님이 왼손에 들고 있는 갈색의 커다란 도구는 숟가락처럼 보이지만 아이들 손바닥을 때리는 체벌 도구다. 아이가 글을 읽지 못해 손바닥을 맞았음을 암시한다. 이 아이가 왜 눈물을 훔치고 있는지 알게 해준다. 뒤에 있는 여자아이가 노트를 들고 근심 어린 표정으로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 차례가 바로 이 여자아이임을 알 수 있다. 금방 울 것 같은 그의 표정은 자신감이 없는 상태임을 설명해준다. 그 뒤에서 한 소년이 웃고 있다. 선생님에게 혼이 날까봐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놀리는 중이다. 이 소년이 손가락으로 집고 있는 노트엔 필기가 빼곡하다. 여자아이와 달리 공부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는 듯하다. 선생님 뒤로 검은색 커튼이 길게 쳐져 있다. 그 뒤로 또 고개를 숙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의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커튼은 선생님의 자리와 학생들의 자리를 구분한다. 오른편 벽감에 놓여 있는 붉은색 도자기 병은 술병이다. 선생님이 ‘술꾼’임을 암시한다. 술병은 엄격한 선생님의 이중적인 생활을 풍자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림 상단부에는 책을 놓는 선반이 나온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의 배경이 17세기 일반적인 학급 풍경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17세기는 아이들의 양육과 훈육에 관심이 많던 시기였다. 선생님이 학생의 손바닥을 때리는 일 정도는 체벌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학생들의 인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강력한 체벌이 능사일 수는 없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라는 뜻은 아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자율적인 규칙과 선생님의 정당한 통제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공교육이 곧 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박희숙 작가 2024.02.22 05:30

    • 문화/과학 김정수의 시톡

      [김정수의 시톡](19)‘시똥 누는’ 쑥국 선생님반 아이들

      ㆍ군산서해초 5학년 4반 어린이시집 “어머니가 빨아놓은 빨래가 잘도 말라요/ 이젠 정말 봄이 되었나 봐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쯤 쓴 시 앞부분이랍니다. 하교 후 동시 숙제를 하려고 봄빛 가득한 마당에 멍석을 깔고 엎드려 끙끙거리는데, 마당을 가로지른 빨랫줄에 넣어놓은 빨래가 눈에 들어왔지요. 본 그대로 써서 냈습니다. 숙제 검사를 하던 선생님의 첫마디는 “이거 어디서 베꼈냐”였습니다. 아니라 해도 믿어주지 않더군요. 어릴 때 받은 상처가 아직도 마음 한 귀퉁이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송숙 선생님(왼쪽)과 표지 / 도서출판 학이사어린이 재미난 시 너무 많아 선별 어려워 전북 군산서해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시와 동식물, 특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쑥국 선생님이 계시니까요. 쑥국은 송숙 선생님의 닉네임입니다. 선생님은 해마다 아이들과 학교 공터에 화분을 들여 꽃을 심고 밭을 일구며 작은 연못도 가꿉니다. 선생님과 같이 일을 하는 아이들은 이곳에 찾아오는 곤충들의 이름을 알아가며 ‘시똥 시간’에는 시를 씁니다. <우리 반이 터지겠다>는 군산서해초 5학년 4반 어린이 25명이 쑥국 선생님과 2022년을 함께 생활하며 겪은 일을 시와 그림으로 엮은 어린이시집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선생님, 가족들, 자연과 함께한 일상, 삶의 지혜를 깨닫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순간들이 솔직하고도 엉뚱한 아이들의 문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쓴 시도 많고 수준도 높아 시를 선별할 때마다 선생님과 출판사는 머리를 싸맨다고 합니다. 그럴 만합니다. 읽다 보니 재미있는 시가 많아 입가에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시집 제목은 송은서의 시 ‘우리 반 쉬는 시간’에서 가져왔습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우리 반은/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 뛰어다니는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한데 “이러다가/ 우리 반이 터지겠다”고 합니다. 풍선 같은 교실이 소리로 가득 차 포화상태가 되면 펑 터진다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시입니다. 인상 깊은 시는 이서권의 ‘국어시험지’입니다. 5학년이 된 후 처음으로 국어 100점을 맞아 엄마한테 기분 좋게 보여줬더니 대뜸 “너 이거 뭐니? 남의 거 베낀 거 아니야?” 했답니다.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100점이라 “정말 뿌듯”했다고 의연하게 마무리합니다. 기분이 좋은 엄마가 웃는 얼굴로, 반어법으로 한 말이겠지요. 그래도 아이는 서운할 수 있으니, 칭찬은 돌려 말하기보다 직접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시 책으로 엮어 선물 화단이나 밭, 연못에 찾아온 동물이나 농작물 수확이 시의 소재에서 빠질 수 없겠지요. 김누리는 “이서권이 내 어깨에/ 지렁이를 던”(‘지렁이’)지는 장난을 쳤고, 깜짝 놀라 어깨를 털었는데 다행히 지렁이가 시멘트 바닥이 아닌 마늘밭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또 마늘을 수확하는데 “한 번에 안 뽑혔다”(이하 ‘마늘’)며 뒤로 넘어질 뻔할 만큼 힘을 줘 뽑았답니다. 뽑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작아 “쪼끄만 게 힘은 세네” 한마디 툭 던집니다. 이태연은 수확한 마늘을 까는 어려움을 옷에 비유한 시 ‘옷을 꽉 껴입은 마늘’을 썼습니다. “오늘 마늘을 캐고 껍질을 깠다./ 마늘은 옷을 꽉 껴입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옷을 꽉 껴입었나 보다./ 옷을 하나하나 벗기는데 힘들었다./ 마늘의 옷을 다 벗겼으니/ 마늘이 시원하다고 할 것 같다.” 마늘을 수확하는 시기가 초여름이니 마늘이 시원할 만도 합니다. 마늘뿐 아니라 벼도 수확하지요. 최다빈은 3교시에 낫으로 벤 벼를 “손으로 꼭 쥐고 있다가/ 홀태로 훑었더니/ 낟알이 후두두두 떨어졌다”(이하 ‘벼’)는데 떨어지는 낟알을 보니 쾌감이 엄청났다며 “다음에 또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일들이었을 테니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송시우는 직접 키운 땅콩을 먹던 날 “힘들게 물 주며 키웠더니/ 땅콩이 효도를 하는구나”(‘땅콩’)라고 합니다. 신민은 교실 창문의 매미를 보고는 “우리 반이/ 곤충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 같다”(이하 ‘매미’)면서 “선생님이 매미에게/ 우리 반 친구들을 소개해”주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동식물의 관찰과 감상은 일상으로 이어집니다. 송민채는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이하 ‘미꾸라지’) 미꾸라지가 수염이 있어 “왠지 할아버지 같다”면서 “너 어린 미꾸라지 맞지?” 말을 건네고, 이우찬은 깨워도 안 일어나는 동생을 애벌레와 번데기로 비유하며 “번데기를 콕콕 건들면/ 이불을 버리고 일어나/ 나비가 된다”(‘내 동생’) 하고, 이승제는 학교 오는 길에 본 지렁이똥이 “울퉁불퉁 여드름 같다”(‘지렁이똥’)고 합니다. 시 속에는 하은후, 임근우, 이우찬, 최다빈, 조범준, 신이환 등 반 아이들이 실명으로 등장합니다. 이중 이길성이 가장 많이 나오지요. 함준혁은 “길성이는 친구를 잘 놀린다./ 길성이는 내가 누굴 좋아한다고 놀린다./ 그런데 사실이라서 반박을 못 한다./ 길성이는 착하지도 않고/ 나쁜 애도 아니다”(‘이길성’)라고 합니다. 조범준은 길성이와 ‘도둑과 경찰’ 놀이를 하고, 신민은 “이길성이랑 수학 시험 대결”(‘음치’)을 합니다. 이길성의 시에도 친구들과 내기한 내용이 많습니다. “우찬, 근우, 준혁, 범준이랑 진실게임”(‘진실게임’)을 했는데, “얘들은 벌써 이성에 눈을 떴다”고 합니다. “준혁이랑 딱지치기”(‘고수’)를 하고, “신민이랑 시험 내기를 했는데/ 신민 100점, 나 77점”(‘벌칙’)을 맞아 벌칙으로 쉬는 시간마다 신민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했답니다. 이길성은 내기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같습니다. 쑥국 선생님은 그동안 어린이시집 <시똥누기>, <분꽃 귀걸이>, <호박꽃오리>, <감꽃을 먹었다>, <돌머리가 부럽다>를 엮었습니다. 이번에 발간한 <우리 반이 터지겠다>는 6학년이 되는 반 아이들에게도 큰 선물입니다. 올해에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요. 그 아이들이 괜히 부럽습니다. ▶시인의 말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지음·민음사·1만2000원 펜과 함께 놓여 있던 그 메모지, 그 램프, 그 방, 그 호텔, 그 마을, 그 밤. 다음 날 아침엔 안개 속으로 흔적도 없이 말끔히 사라졌던…. ▲저녁의 마음가짐 박용하 지음·달아실·1만원 다 사랑할 수는 없으리. 다 노래할 수는 없으리. 나는 시를 멈춘 적이 없었다. 시는 나의 언어였고 언어는 나의 일이었다. ▲럭키와 베토벤이 사라진 권총의 바닷가 송진 지음·작가마을·1만2000원 백오십여덟 개의 길고 흰 천, 지구의 그림자는 피투성이 보름달. ▲크로노그래프 강순 지음·여우난골·1만2000원 그리고 여전히 신은 불면의 질문들에 대답이 없다. 슬픔의 내핵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창문이 밝아온다. ▲아돌프, 내가 해롭습니까 임재정 지음·시인의일요일·1만2000원 믿어, 비 올 때의 물속이 가장 고요하다는 거. 불빛을 떠받치는 것은 어둠이라는 거.

      김정수 시인 2023.02.24 11:15

    • 경제 전성인의 난세직필

      [전성인의 난세직필](3)조순 선생님이 보고 계시다면…

      지난 6월 23일 필자의 할아버지 은사(필자의 은사는 정운찬 선생님이다)인 조순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스승의 날 즈음해 약 한 달 전인 5월 11일에 <경제학 원론> 공저자들과 쇠고기 몇점, 자몽 몇개 사 들고 찾아뵌 것이 선생님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아직도 제자들은 깨달음이 부족하고, 지금 한국 경제는 이토록 어려운데 선생님은 홀연히 먼 길을 가셨다. 지난 6월 23일 별세한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016년 2월 26일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재정학회 주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필자가 조순 선생님과 함께한 시절은 길지 않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모시고 ‘화폐금융론 특수연구’라는 강좌를 통해 경제학 고전에 눈을 뜨고, 나중에 유학을 끝내고 귀국해서는 선생님이 이끌던 경제사상연구회의 말단 멤버로 꾸벅꾸벅 졸면서 선생님의 탁견을 곁눈질해본 게 전부다. 필자는 선생님의 방대한 집필을 모두 섭렵하지도 못했다. 따라서 경제학의 이론체계 전반이나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 현실이 너무도 엄중하기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더욱 그립다. 그래서 이하에서는 가상적으로 ‘만일 선생님이 현재 한국 경제의 현실을 보고 계시다면 어떤 말씀을 들려주실까’라는 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물론 이 논의가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을 수도 있다. 독자들께서 알아서 현명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후속세대를 위한 배려가 없다 조순 선생님이 늘 하던 말씀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무릇 집안에서는 언제나 두 가지 종류의 소리가 들려야 한다. 하나는 글 읽는 소리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 울음소리다.” 첫 번째 소리는 결국 늘 배움에 힘쓰고 진리를 추구하라는 뜻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두 번째 소리다. 아이들 울음소리라. 부엌에서 음식 장만하는 소리처럼 당장의 양식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울음소리라. 이것은 보다 미래지향적인 조건처럼 들린다. 후속세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이런 선생님 말씀에 비춰볼 때 현재 한국에 과연 후속세대를 위한 사회적·정책적 배려가 있는가? 집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된 것은 아닌가?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우리 경제의 핵심적 문제는 저성장과 노령화라고 주장한 적 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가정, 젊은이가 다 떠난 농촌, 내일이 오늘보다 못할 것이라고 믿는 청년세대가 우리 현실이다. 이래서는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혹자는 우리 경제 현실을 돌아보면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는데 후속세대에 대한 배려 운운은 너무도 한가한 넋두리라고 다그칠 수도 있다. 그렇다. 케인스의 말처럼 “장기적으로 우리는 다 죽을 것(In the long-run we are all dead)이고” 풀뿌리 민중은 지금 하루하루의 끼니를 걱정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당장 빵을 만들어낼 것인가?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기업의 투자수요를 화끈하게 촉발하고 수출을 장려해 중상주의적인 부국강병책을 펴면 될까? 아니면 모든 것을 민간의 자율과 창의에 맡기고, 시장의 수요 공급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도록 화끈하게 규제를 철폐할 것인가? 경제 문제, 도식적으로 바라보지 말라 필자가 경제학 고전 강독을 통해 조순 선생님에게 배운 가르침 중 하나는 경제 문제를 절대로 도식적이고, 교조적으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도식화된 케인스주의 경제학(Keynesian Economics)은 케인스가 실제로 말한 경제학(Economics of Keynes)과 다를 수 있고, 화폐수량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비드 흄의 논문에는 통화량의 증가가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도식적 결론을 뛰어넘는 훨씬 더 풍부한 분석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시장 만능주의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케인스가 정부의 전지전능함을 신봉했던 것도 아니다. 경제학 고전에는 몇개의 수식이나 명제로 압축된 도그마가 아니라 그 당시의 현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유연한 정책적 제언이 담겨 있다. 이런 선생님의 강조는 한국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예를 들어 이번 윤석열 정부는 지나치게 파편화하고 교조적인 몇개의 명제에 경제정책을 꽁꽁 묶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 화석처럼 굳어진 명제들이 개별적으로 참이 아닐 뿐만 아니라 명제 간에 서로 조화로운 상태를 만들어내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재정준칙을 운위하면서 감세를 통한 적자재정을 내보이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다면서 서슴지 않고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도그마가 아니라 실사구시를 받드는 유연한 사고와 정책 간의 조화, 이런 것이 없다. 선생님이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진정한 경제 관료의 자세는 마지막으로 아마도 조순 선생님이 하실 말씀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관료의 자세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조순 선생님은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유학자였고, 언제나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추구했다. 선생님이 영면한 강릉 생가 인근의 입석에 선생님이 쓴 ‘준도행기 봉천수명(遵道行己 奉天受命·도를 따라서 몸을 행하고, 하늘을 받들어 명을 받는다)’의 글귀는 이런 각오를 잘 보여준다. 선생님은 또한 늘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가까이하고, 국민에 대한 사랑과 청빈의 정신을 강조했다. 과연 한국 관료와 위정자들이 이런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가지고 있는가? 왜 우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정책을 가지고 토론하지 못하고 거대 로펌 근무 이력, 재산 형성 의혹, 성추문 의혹, 논문 표절 의혹, 재벌에 의한 포획 의혹을 더 자주 거론하는가? 국정농단 사건이나 론스타 사태에서 우리는 과연 진정한 의미의 목민관을 볼 수 있었나? 아니면 그저 윗사람이 지시했다고 그 지시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기계처럼 그것을 받드는 소인배들만을 보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한 질타와 고발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다’는 항변을 떳떳하게 내세우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누구도 이상 앞에서 완전할 수 없고, 심사숙고한 정책적 판단이 늘 좋은 결과만을 낳는 건 아니다. 국민이 정말 보고 싶은 건 어쩌면 ‘부족하지만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실종된 것은 아닐까? 조순 선생님의 장례 절차 동안 많은 정치인과 고위 경제관료들이 빈소를 찾았다. 선생님이 그들의 마음에 조금 더 큰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일깨워 주셨기를 바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2022.07.08 14:23

    • 사회

      성폭력 폭로한 선생님은 오늘도 징계와 싸운다

      ㆍ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부터 ‘그루밍 성폭력’ 당해 ㆍ가해자 2020년 3월 사망…교육청 징계 안 풀려 수년째 사투 3년 전쯤 교사 A씨는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모씨로부터 당한 ‘그루밍 성폭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폭로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과 신뢰를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유형의 성범죄다. 의사 김씨의 환자로, 2년여간 치료를 받았던 A씨는 자신이 김씨의 정신적 지배하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당시 그는 자신 외에도 복수의 피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A씨의 폭로 이후 추가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그루밍 성폭력’ 고발했더니 김씨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유명 의사였다. 피해자들이 당했다고 밝힌 수법은 대부분 비슷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에게 사적으로 접촉해 병원 외의 장소에서 따로 만나 부적절한 행위를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A씨의 폭로를 비롯해 유명 남성 연예인을 임의로 진단해 병명을 온라인에 공개한 일 등으로 인해 김씨는 2018년 3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제명됐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A씨의 신상, 허위사실을 포함한 상담 내용을 유포한 점도 고려됐다. 의사 김씨는 A씨를 모욕 및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고소했다. A씨가 자신을 ‘피감독자 간음죄’로 고소한 데 따른 역고소였다. 대구지방검찰청 김천지원은 2019년 2월 20일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아직도 남은 징계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이후 경상북도 김천교육지원청은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2019년 4월 15일 견책 처분을 내렸다. 모욕,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약식명령을 받은 A씨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가 규정하는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한 때”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납득할 수 없었다. 징계위원회에 진술서를 내고 정식 재판을 청구해 징계의 부당함을 입증해보이겠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정식 재판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사 김씨는 A씨에 대한 처벌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공소도 기각됐다. A씨의 징계 근거가 된 약식명령의 효력이 뒤집힌 셈이었다. 하지만 징계처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징계 이후 A씨는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놓쳤다. 소청심사 절차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고, 징계 이후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제대로 대처할 경황이 없었다는 게 A씨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사건 이후 한 달가량 입원하기도 했다. A씨를 돕고 있는 경북교육청 성폭력피해생존자 부당징계 및 2차 가해 투쟁대책위(대책위)는 징계 이후 교육 당국의 대응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성범죄 피해자인 A씨를 조직에서 보호하지 못한, 이른바 ‘2차 가해’가 있었다고 했다. A씨의 징계를 담당했던 장학사가 2020년 4월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와 징계에 이의가 없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울면서 거부해 서명은 하지 않았지만 구두로라도 동의할 것을 요구받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후 해당 장학사는 A씨가 있는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했다. A씨는 또다시 충격을 받아 휴직했다. 피해자만 남아 A씨 측은 김천교육지원청에 징계를 직권취소해달라고 요구해왔다. A씨를 대리하는 박인숙 변호사는 “A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하겠다고 명확히 밝혔기에 약식명령이 뒤바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징계한 것”이라며 “이는 특히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보복성 고소를 한 상황에서 피해자 A씨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이 점이 김천교육지원청이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제8조를 위반했다고 본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 또는 성폭력 사실을 신고한 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불이익이란 징계, 전근, 집단 따돌림, 해고 등을 의미한다. 또한 약식명령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유죄임을 전제로 처분을 내려 무죄추정의 원칙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소장에서 “교육지원청은 원고(A씨)를 징계할 권한뿐만 아니라 보호할 의무도 갖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는 상황을 살피지 않고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에 속한 진광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정책국장은 “징계를 둘러싼 과정에서 벌어진 2차 가해에 대한 대응도 향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천교육지원청은 절차적으로 문제없이 내린 징계여서 직권 취소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행정적 하자를 범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징계했기 때문에 (A씨가) 법적인 구제 절차를 밟아오면 거기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와 김천교육지원청 측 설명을 종합하면 최근에도 김천교육지원청은 A씨 측에 법적 판단을 받아오라는 뜻을 전달했다. 아울러 김천교육지원청 측은 의사 김씨가 피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가 취하된 것과는 별개로,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공무원 품위 유지 위반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징계를 취소하지는 않는다고 안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말 서울행정법원에 김천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한 ‘징계처분 무효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가해자인 의사 김씨는 2020년 3월 사망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을 피한 상태다.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아 수년째 징계와 싸우고 있다.

      김서영 기자 2022.03.04 14:54

  • 레이디경향

    • [책 읽는 레이디] AI로 학생 마음 보듬는 선생님들 이야기

      육아/교육 책 읽는 레이디

      [책 읽는 레이디] AI로 학생 마음 보듬는 선생님들 이야기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사회정서학습: 마음이 건강해지는 미래교실> 다빈치북스 제공 정서적 함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한 선생님들이 있다. 박찬, 김병석, 전은경, 전수연, 강윤진, 김지용 현직 선생님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를 책으로 엮었다. 선생님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과 함께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효과적인 사회정서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더이상 인공지능 기술이 차갑고 비인간적인 도구가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키우는 착한 디지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 속에는 AI로 내 감정과 친해지기, 감정을 AI 음악으로 표현하기, 상담 AI 만들어 갈등 해결하기 등 AI 앞에서 오히려 솔직하고 내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 실천 방법과 성공 사례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사회정서학습> 저자 박찬 선생님. 생성형 AI 활용교육으로 교사 대상 강의를 맡고 있는 저자 박찬 선생님은 “생성형 AI 활용교육은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하고 가능성과 효율성을 키우는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박 선생님은 오토드로우로 친구들을 격려하는 이모티콘 디자인해 스티커 제작해 서로 붙여주기나 배추흰나비를 키우며 동물의 한살이를 학습하고 그 과정을 AI을 활용해 노래나 시를 만든다고 전한다. “고 이어령 선생님은 인공지능을 말로 비유하면서 말과 경주하면 인간이 반드시 진다. 말에 재갈을 물리고 말 위에 올라타서 달리면 말보다 인간이 나아지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올라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어요. 인공지능을 제어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잘 기른다면 그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는 단순한 지식 전달(AI가 검색해서 원하는 답변을 알려주는 시대)에서 벗어나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등 핵심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시대의 미래 교육은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화된, 유연한, 그리고 역량 중심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동시에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고려사항을 잊지 않고, 모든 학습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AI 시대에 걸맞은 진정한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진 기자 2024.11.14 14:49

    • ‘이모님’ 아닌 ‘선생님’으로…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앞장서는 스타트업들

      문화/생활

      ‘이모님’ 아닌 ‘선생님’으로…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앞장서는 스타트업들

      국내 시니어 돌봄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되어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적극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시니어 돌봄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시니어 돌봄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으며, 특히 대표적 관련 직종인 요양보호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실제 2019년 16만3천명 수준이었던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2022년 32만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3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렇듯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시장 내 역할 역시 점차 커지고 있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낮은 임금 수준으로 인해 사회적 인식이 좋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국내 시니어 돌봄 스타트업들이 중심이 되어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적극적인 사회적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어 이목을 모으고 있다. 이들 기업은 요양보호사의 임금 인상은 물론, 업무 환경 개선, 전문 교육 및 실습 지원, 복지 제도 개선 등 다각도 영역에서 돌봄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사회적으로 이들의 노고와 헌신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요양보호사의 직업의식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선순환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케어닥 요양보호사 직영 교육원 운영, 방문요양돌봄센터 연계를 통한 취업지원 실시 시니어 돌봄 플랫폼 케어닥은 자체 개발한 커리큘럼을 통해 2020년 ‘케어닥 교육원’을 설립하고 일찌감치 시니어 돌봄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경우다. 케어닥 교육원은 대학병원, 재활병원, 요양병원 등에서 간호사, 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근무한 전문 강사진이 배치돼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생생한 강의와 실습 교육을 동시에 제공한다. 또한 자격증 취득 이후 빠르게 근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간병 현장 교육을 시행해 교육생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케어닥 교육원은 전 과정 국비지원 수강이 가능하다. 또한 신규자반, 자격자반, 경력자반 등으로 나눠 맞춤형 커리큘럼을 마련했으며, 주간반과 야간반을 운영해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직장인도 무리 없이 수강할 수 있도록 시간 선택의 폭을 넓혔다. 케어닥 요양보호사 교육원은 케어닥에서 운영하는 전국의 직영 및 파트너 방문요양돌봄센터는 물론 지역 내 복지관, 일자리센터와 연계하여 과정을 수료한 요양보호사들의 취업지원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케어닥은 성북, 양천 두 군데 요양보호사 교육원을 운영 중이다. ■ 보살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CBT 모의고사 출시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 ‘케어파트너’를 운영하는 실버테크 스타트업 보살핌은 지난 2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요양보호사 자격시험 과정을 적용한 CBT(컴퓨터 기반 상시시험) 실전 모의고사를 출시했다. 올해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 과정이 기존 연 4회 종이시험에서 주 5회 CBT 방식으로 변경됨에 따라, 케어파트너 CBT 실전 모의고사는 새롭게 바뀐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을 미리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국시원 실제 시험과 동일한 절차로 진행되며, 새로 신설된 사진 자료 및 멀티미디어 문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출제 경향을 반영했다. CBT 실전 모의고사는 2월부터 전국 요양보호사 교육원과 시험 준비생에 온라인으로 무료 배포됐다. 케어파트너 CBT 실전 모의고사는 다년간 기출 문제집을 출간한 출판사와 협업해 적중률 높은 실전 기출 문제로 구성했다. 오답 풀이와 추가 학습을 위한 해설 영상도 함께 제공된다. 요양보호사 자격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컴퓨터,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바이엘, ‘브라보 시니어케어’ 요양보호사 명함 제작 및 배포 방문 요양 플랫폼 ‘브라보 시니어케어’를 운영하는 바이엘은 요양보호사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요양보호사들의 명함을 제작 및 배포했다.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의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시니어 돌봄 근로자로 자격을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신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4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요양보호사는 국가 공인 자격으로 분류된 전문인력임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에 노출돼 있으며 낮은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브라보 시니어케어는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요양보호사들을 위해 개인 명함을 제작 및 배포해, 요양보호사에게 직업 전문성에 대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전문인력으로서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촉구했다. ■ 케어링, 요양보호사 위한 ‘요양보호사 사랑해’ 축제 개최 보건복지부 선정 예비사회적 기업 케어링은 전국 모든 요양보호사들의 권익 향상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요양보호사 대상으로 한 제1회 케어링 ‘요양보호사랑해’ 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해당 행사는 3월 25일 오후 4시부터 서울 KBS 아레나에서 진행됐다. 전국 각지의 요양보호사들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요양보호사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마련됐으며, 케어링의 전속모델인 장민호와 정동원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이유진 기자 2023.03.30 07:25

    • 호텔서 만나는 원어민 선생님? 여기 어디?

      레저/여행

      호텔서 만나는 원어민 선생님? 여기 어디?

      한화리조트 용인 베잔송 째깍섬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즐겁지만 육체적 피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호캉스’는 없을까. 한화리조트는 아이 동반 가족 고객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 다양한 키즈 테마시설을 선보인다. 키즈룸은 물론 실내 액티비티, 교육 콘텐츠까지 키즈에 초점을 둔 테마시설을 강화 중이다. 리조트 측은 2022년 상반기 투숙객 분석을 통해 “전체 방문객의 70%가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라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며 팸잼족이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팸잼(Fam-Zam)족이란 가족(Familay)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재미(Zam)를 찾는 소비 경향을 뜻한다. 특히 한화리조트 용인 베잔송에 7월 오픈한 어린이 영어 멤버십 클럽 ‘프로맘킨더’는 오픈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아이 동반 고객에게 각광받고 있다. 소수의 아이들을 전담해 주는 원어민 선생님 덕분에 자연스러운 외국어 연습이 가능하며 부모의 휴식을 보장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최근 문을 연 베잔송의 ‘째깍섬’은 아이돌봄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창의놀이공간으로, 따뜻한 흙을 밟으며 자연을 탐구하는 ‘도시농부’, 세상이 도화지가 되고 아이의 손이 붓이 되는 ‘드로잉클래스’,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오감클래스’ 등 총 4개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거제 벨버디어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거제 벨버디어는 경남권 최대 규모의 키즈 테마시설이다. 짚라인, 클라이밍 등으로 구성된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와 영유아를 위한 ‘뽀로로 키즈카페’, 브릭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브릭라이브’, 드로잉 카페 ‘마이파파베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매출이 전년 대비 154% 증가했을 정도로 가족 단위 고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마케팅 담당자는 “아이 동반 가족 단위 투숙객과 키즈 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매출도 동반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레저산업 트렌드에 맞추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및 시설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한화리조트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한화리조트

      김지윤 기자 2022.09.26 09:58

    • 육아/교육

      [김성현·김은혜 교사 부부에게 물었다]선생님 댁 아이는 어떻게 가르치나요?

      어느 분야나 해당 전문가의 의견에 이목이 집중된다. 여기에 공적인 영역을 넘어 사적인 부분에 대한 궁금증까지 더해진다. 전문가가 선택한 것이라면 틀림없을 테니 말이다. 자녀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보고 있으면 ‘집에서는 어떻게 가르칠까’ 하고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자녀 교육법에는 정답이 없다.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상황을 겪으며 깨닫고 배우는 선생님들도 ‘해답은 있되 정답이 없는’ 자녀 교육 문제로 늘 고민이 많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성현·김은혜 부부 역시 그렇다. 「초등부모학교」, 「엄마가 꼭 알아야 할 6학년 아이의 모든 것」, 「내 아이를 바꾸는 하루 10분 부모 수업」 등 수많은 교육서를 출간한 베테랑이지만, 일곱 살 예원이와 다섯 살 예린이 두 딸을 키우는 부모이기에 다른 부모들과 같은 고민을 한다. 어쩌면 현장에서 수많은 사례를 경험했기에 자녀 교육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르치는 것이 일인데 ‘자식은 어련히 잘 가르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성현 교사는 “저는 딸아이를 직접 가르치지 않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사람들의 예상을 간단히 뒤집었다. 김성현 “가르치는 교사의 역할과 함께 생활하는 부모의 역할이 중복되는 것에 부정적입니다. 가르칠 때는 감정적 필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기 자식에게는 감정이 이입돼서 제어가 잘 안 되거든요. 여러 번 가르쳤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면 막 화가 나기도 하죠. ‘남의 아이를 교육하듯 내 아이를 가르쳐라’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 지도를 하는 교사의 입장과 보듬어주고 보육을 하는 부모의 입장이 중복되면 받아들이는 아이는 혼란스럽고 힘들다. 부모가 교사라고 해도 아이에게는 온전히 지지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있음을 알려주는 동기부여자이고, 지식을 주입시키는 사람이기보다 깨닫도록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은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전달자인 교사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교사와 아이가 잘 맞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는 첫째 예린이의 한글 공부를 방문 학습지로 선택했는데, 여러 곳의 시범 수업을 거친 뒤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선생님으로 결정했어요.” 김성현 “가르치는 큰 맥락은 선생님이 담당하고 부모는 옆에서 거드는 정도입니다. 배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을 준다든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좀 더 정교화한다든지 하는 거죠.”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학원과 과외, 학습지와 인터넷 등으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물론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집집마다 부모와 아이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정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김은혜 “방문 학습지는 제 상황에서 최선이었기 때문이에요. 직장 맘이기 때문에 제가 왔다 갔다 하는 픽업이 쉽지 않고, 아이가 어려서 체력적인 면도 고려해야 했고요.” 김성현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교육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시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간적 여유 없이 교육을 하면 조급함 때문에 아이를 다그치기 쉽습니다. 입학을 몇 달 앞두고 급하게 한글 교육을 시작하면 놀이식으로 즐겁게 진행하기 힘들고, 아이의 실수를 받아줄 여유도 줄어들게 됩니다.” 시험에 대처하는 부모들의 자세 초등학교에서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실시하며 때때로 수행평가도 진행한다. 김성현 교사는 모든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태도’라고 강조했다. 시험에 별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둬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경쟁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시험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시험은 우리 OO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된다. 언제부터인가 시험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비교와 경쟁의 매개가 돼버렸다. 때문에 아이들 역시 시험에 대해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김성현 “부모가 점수 자체에 연연하면 아이에게도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되죠. 그렇게 되면 시험에서 80점을 맞았을 때 아이 스스로 ‘나는 80점짜리야’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에게 시험은 공부 방법과 자세를 습관화하고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 좋은 기회다. 오히려 낮은 점수보다 우려되는 것은 ‘엄마표 100점’이다. 엄마가 아이를 다그쳐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말한다. 당장은 대단해 보일지 모르지만 모래성과 같은 점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강요에 의한 학습은 지속되기 힘들고 이런 과정이 계속되면 아이는 ‘학습 노동자’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에는 부모와 함께 공부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 혼자 주도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은혜 “시험 볼 때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시간 조절이에요. 적절히 시간 안배를 해야 하는데 못 푼 문제에 집착해 시간을 흘려버리는 경우도 많죠. 아이들은 익숙해지면 실수나 당황이 적기 때문에 집에서 시험 상황과 비슷하게 시간 연습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합니다.” 김성현·김은혜 부부가 초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는 것은 수학과 독서다. 수학은 흔히 나선형에 비유되는데 교과과정이 연결·반복되면서 점차 심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한 번 놓치면 이해하기 쉽지 않고, 특별히 약한 부분이 있으면 연결된 부분까지 불안해진다. 수학의 중요성 때문에 강제로 학습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학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공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조작물을 통한 수학 놀이나 활동을 통해 수 개념과 연산 능력을 키워줄 것을 권했다.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수학 동화를 통해 기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좋다. 돈 계산이나 음식 공평하게 나누기처럼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수와 친숙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한 학기 정도 앞선 예습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성현 “5학년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어렵냐고 물으면 50%가 수학, 50%가 역사라고 대답해요. 역사는 5학년 2학기부터 6학년 1학기까지 배우는데, 배경지식 없이 단편적인 부분만 습득하면 암기 과목으로 전락해서 버겁게 되는 거죠.” 이런 어려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4학년부터 역사와 관련된 만화나 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 중학년인 3~4학년부터는 책을 읽고 문화재나 관련 지역을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삼국의 성립과 발전을 배우고 경주를 방문하거나 경복궁을 살피며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육사의 시를 읽었다면 경북 안동의 이육사 생가를, 「메밀꽃 필 무렵」을 읽었다면 배경이 된 강원도 평창군 봉평의 이효석 문학관을 방문하는 식이다. 이렇게 국어와 함께 역사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다. 수학 역시 스토리텔링식으로 바뀌면서 독서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김은혜 교사는 독서도 바느질처럼 배워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비유했다. 바늘에 실을 꿰어 시침질을 하고 홈질을 하듯 책을 고르고 읽는 법도 차근차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읽으라고 다그치는 부모는 많아도 ‘이렇게 읽는 것’이라고 가르쳐주는 부모는 드물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독서 ‘공부의 신은 독서의 신이 되지 못하지만, 독서의 신은 공부의 신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은 진리다. 단순한 학습이나 공부를 뛰어넘는 것이 독서의 신이다. 물론 다독을 했다고 모두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읽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김성현 교사는 책을 많이 읽는데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세 가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김성현 “먼저 편독을 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만화책이나 동화, 과학 관련 책 등 특정 분야의 책만 읽는다면 영양의 불균형처럼 지식의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효과적인 독후 활동이 뒷받침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토론이나 북클럽 등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자신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하죠. 마지막으로 책의 글자나 그림만 대충 보는 것은 아닌지 독서 습관을 살펴야 합니다.” 수많은 권장도서와 필독서 중 우리 아이와 맞는 책을 고르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저학년 아이의 경우 한 페이지에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5개를 넘으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으로 간주한다. 새로운 단어를 맥락 속에서 알아갈 수도 있지만 낯선 단어가 5개를 넘으면 즐거움을 느끼기에 큰 걸림돌이 된다. 편독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서 활동표를 만들어 동화책은 ★, 위인전은 ♡, 영어도서는 ◎, 과학도서는 ◆ 등으로 표시해 책의 분야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다. 김은혜 “온라인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이곳에서는 학년별 교과 도서 목록을 확인할 수 있고, 초등생의 경우 토론의 장은 물론 퀴즈, 일기, 동시, 편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독후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시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독서 기록을 포트폴리오로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 부부가 관련 도서와 신문 등 여러 자료들을 살피고 현장에서 실시해본 결과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독서 방법은 책 이야기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책에 대해 함께 토의·토론하고 경험을 나누며 책의 주인공이 돼 상상해보고,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나 주제에 대한 생각도 교류하는 것이다. 서로 책에서 찾은 명구절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은 다음이다. 단순히 읽는 것으로 그치면 책에 대한 줄거리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성현 “‘책을 읽는다’라는 것은 단순히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책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50%라면 여기에 경험과 생각을 더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야 나머지 50%를 채울 수 있습니다. 이런 독서를 통해 책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보는 ‘생각의 공유 시간’, 즉 독서 토론의 기회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책의 영향력은 부모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다. 지금 우리 아이가 무슨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음에 깊이 두는 책에 따라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생활에서 시작되는 자기주도학습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공식적인 사회생활이다. 그래서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초조하고 불안하게 마련이다. 초등 1학년의 교육목표는 학교 적응과 기본 생활 습관의 정착이다. 김은혜 “아이의 입학을 앞둔 지인들이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때, 저는 3가지만 할 줄 알면 된다고 말합니다. ‘대변보고 뒤처리를 할 수 있는가? 우유갑을 딸 줄 아는가? 운동화 끈을 혼자 묶을 수 있는가?’입니다.”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뛰어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는 스스로 해본 아이들이다. 먹고, 마시고, 화장실 뒤처리 등 생리적인 문제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자립심이 갖춰진 아이들은 학교생활도 더 잘하게 마련이다. 1학년 교실에는 우유갑 여는 것조차 혼자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 쏟을까 봐 매번 부모가 열어주다 보니 스스로 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 일찍 자는 것과 아침 먹는 것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부모들의 생각보다 학교생활이 빡빡하기 때문에 일찍 자고 아침을 먹는 등 기본부터 지켜야 학교의 사이클을 무난하게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과 자립하려는 사고는 학습 태도와도 연결됩니다.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반면,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은 주입식 수업을 통한 수동적인 학습 태도를 가지는 경향이 짙습니다.” 학습 능력이 우수한 아이와 뒤처지는 아이들은 학원 선택에서도 큰 차이가 있었다. 수동적인 아이들은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 위주의 학원에 다니지만, 학습 능력이 우수한 아이들은 토론이나 탐구 중심 수업, 참여 위주의 학원을 다니는 경향이 뚜렷했다. 물론 성취도가 낮은 아이들은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주입식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계속적으로 학습을 좇고 주입받기 원하는 태도로 굳어질 수 있다. 김성현 “처음에는 조금 뒤처지더라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직접 찾아보며 공부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성현·김은혜 부부는 집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물건으로 ‘우리나라 지도, 세계지도, 지구본’을 꼽았다. 3가지 형태의 지도를 아이의 시선이 잘 닿는 곳에 비치하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자녀에게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라는 것이다. 지도 3개에 불과하지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지도는 우리나라의 위치, 주변국과 각 나라의 수도 그리고 국기 등을 파악하는 유용한 지리 학습 도구가 된다. 신문이나 방송에 언급되는 나라와 도시를 자녀에게 직접 찾아보게 하거나 국가 이름과 수도 맞히기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아이에게 여행지를 지도에서 찾아보게 하고 그곳의 날씨와 문화 등을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도와 지구본을 통해 아이는 지리를 파악하고 역사와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또 넓은 세상을 향해 더 큰 뜻을 품을 수 있다. ‘독서가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면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공부의 폭을 크게 잡으면 아이의 눈이 닿는 모든 것이 책이고 독서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는 부모. 자녀 교육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작지만 강한 힘은 그렇게 나온다. 현직 교사들의 자녀 교육 한마디 박미선 교사(고3·중2 두 아들) “예전에는 제 아이들이 스스로 하지 않을 때 야단을 치고 종용도 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사랑에도 때로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부족감보다 스스로 고민해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결핍이 느껴지거든요. 특히 첫째 아이에게는 학부모님 스스로 걱정이 많고 불안하기 때문에 뭐든 해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요. 다른 엄마들의 시선과 이야기에 동요되면 기다려줄 여유가 없어지게 되죠. 이럴 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아이를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에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좀 더 지켜봐주고 믿어줄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신경자 교사(고2·중1 두 딸) “우리 집 가훈은 자력갱생이에요.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웃으시는데, 사실입니다. 어릴 때부터 생활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걸 강조했어요. 부모가 아무리 아이에게 집중하고 희생해도 결국 선택과 책임은 아이 자신의 몫이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달걀프라이는 직접 해 먹을 수 있고, 3학년이 되면 라면 정도는 끓여 먹을 수 있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부엌에 있는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도와주면 훨씬 빨리 되겠지만 어떤 일이든 아이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딸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이게 자기주도학습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순애 교사(대학생 두 딸) “길게 보면 조금 허술한 부모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참견하고 못 미더워하면 아이들이 숨 막히지 않겠어요?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스스로 판단하고 시도해보려는 의지를 잃게 되죠. 저는 아이들에게 속는 날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괜찮았다 싶습니다. 아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고요. 큰딸은 중학생이 된 어느 날, 귀고리를 한다고 귀에 구멍을 2개나 뚫고 들어왔어요. 순간 열이 확 올랐지만 억누르고 모른 척했죠. 그렇게 놔뒀더니 언제부턴가 시들해져서는 귀고리를 빼더라고요. 위험한 행동만 아니라면 일일이 참견하지 말고 잠시 눈감아주세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스스로 시들해지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김재수 교사(고3 딸, 고1 아들) “아이들이 사춘기를 무난히 넘긴 것은 여행을 통한 대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활동 영역도 많이 다르죠. 여행은 이럴 때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일단 집을 나서서 여행을 떠나면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시간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 속에서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죠. 나이가 들수록 아들과 서먹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 여행처럼 체력적으로 힘든 여행을 떠나면 역경을 함께 이겨내며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친구이자 동지가 될 수 있습니다.” 황지연 교사(대학생 딸, 중2 아들) “영어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영어 교육법만큼은 참 많이 고민하고 다양하게 실천했지요. 그런데 영어책 읽기만 한 게 없었어요. 좋은 동화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도 있고 언어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영어 전문 서점에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부터 구매해서 차근차근 읽히며 책을 늘려가세요.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하는 칼데콧, 뉴베리 등의 수상작 위주로 살피는 것도 방법이에요. 딸의 경우 그 효과를 톡톡히 봤죠. 영어 동화는 제가 먼저 읽은 뒤 아이와 함께 읽었고, 영어 독후 기록장도 저와 주고받는 영어 감상 일기 형식으로 썼어요. 혼자 쓰게 하면 숙제가 돼버려 아이가 금세 지겨워하거든요. 이 점에서 아쉬운 건 아들이에요. 아들은 그림이 없는 챕터 영어 동화 단계에서 제가 바빠지는 바람에 같이 읽어주지 못했는데 그게 가장 후회돼요. 두 아이의 영어 실력 차이도 거기서 온 것 같아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태환 ■참고 서적 / 「유능한 교사는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는가」(이정원 저, 알투스), 「책 읽는 아이, 토론하는 우리 집」(김성현 저, 미래지식)>

      2016.03.0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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