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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씨부인전’ 소수자 서수희, 누군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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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씨부인전’ 소수자 서수희, 누군가 했더니

      JTBC ‘옥씨부인전’ 서수희가 ‘옥씨부인전’으로 안방극장을 처음 찾아왔다.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 연출 진혁, 제작 SLL, 코퍼스코리아)에서 소수자이자 애심단의 악공 ‘윤해강’ 역으로 분한 배우 서수희가 강렬한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극 중 서수희는 사내의 몸이지만 고운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소수자로 등장, 애심단의 단주 윤겸(추영우 분)과 얽히며 풍성한 전개를 이끌었다. 해강은 윤겸이 제일 처음으로 구한 인물로, 만신창이가 되어 숲 속에서 죽어가던 중 우연히 자신을 발견한 윤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이후 그와 함께 자신과 같은 소수자들을 도우며 살아왔던 것. 애심각에서 추행을 당한 피해자이지만 오히려 소수자라는 이유로 관아에 끌려간 해강은 ‘불결한 것’으로 치부되는데 이어 청수현의 안위를 어지럽혔다며 참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으나 외지부로 나선 태영(임지연 분) 덕분에 다시 한번 위기를 넘겼다. 이후 역모에 휘말린 애심단을 찾아온 이좌수(김동균 분)에게 칼을 맞고 쓰러져 목숨을 잃은 줄 알았지만, 살아 돌아와 애심단이 역당이 아님을 증언하는 등 반전 활약을 펼쳤다. 이에 새로운 얼굴로 찾아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몰입감을 선사한 서수희의 활약에 시선이 쏠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더 패뷸러스’에 이어 웹드라마 ‘손가락만 까딱하면’ 등의 작품에서 각각 색다른 인물의 모습을 보이며 차근차근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그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사극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캐릭터로 대중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에 계속해서 다채로운 행보를 이어갈 서수희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2024.12.26 13:40

    • 성 소수자 아이돌그룹 라이오네시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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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자 아이돌그룹 라이오네시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 발매

      라이오네시스 성 소수자 아이돌 그룹, 라이오네시스가 6월 1일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를 통해 컴백을 알린다. 이들은 2022년, 2023년 각 한국과 일본의 최대 규모 퀴어 축제의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로 공하며 데뷔 2년여 만에 아시아 퀴어씬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는 서울퀴어퍼레이드2024 메인 스테이지에서의 라이브 공연과 동시에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되어, 스트리밍 플랫폼과 유투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신곡 ‘Like Christina taught me에 대해 라이오네시스 리더 담준은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옆에서 응원해준 고마운 음악들과 뮤지션들에 대한 감사와 헌정의 의미를 담아 이번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라이오네시스 그동안 가면을 쓰고 활동하던 멤버 말랑은 “이번 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가면 속 제 얼굴을 공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멤버 강한은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드랙퀸 자아인 ‘루야(Rooya)’의 새 모습도 공개하고, 음악적으로도 여러 시도를 했다”고 전했다.

      손봉석 기자 2024.06.01 06:07

    • ‘성지순례’ 풍자, 성 소수자에 대한 소신 “반대할 수 있지만 공격할 자격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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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지순례’ 풍자, 성 소수자에 대한 소신 “반대할 수 있지만 공격할 자격은 없어”

      MBC에브리원 예능 ‘성지순례’에 출연한 방송인 풍자. 사진 MBC에브리원 방송화면 캡쳐 MBC에브리원 예능 ‘성지순례’에 출연한 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성직자들이 성 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지난 14일 방송된 ‘성지순례’에서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핫 플레이스를 탐방하는 ‘좋아요의 성지’ 특집으로 꾸며졌다. 낯선 속세에 발을 들인 성직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속세의 성지를 탐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날 새롭게 등장한 ‘뉴페이스 성직자 3인방’ 차성진 목사, 송산 스님, 유경선 신부는 올림픽공원, 이태원, 성수동, 압구정 로데오거리 등을 넘나들며 지금의 MZ세대들이 즐기는 핫 플레이스를 경험했다. 성직자들은 개성이 넘치는 편집숍부터 초호화 애프터눈 티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런 가운데 이들은 이른바 ‘LGBTQ’로 불리는 성 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태원에 있는 성지를 찾은 이들 사이에 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주제로 올랐고, 이에 MC 풍자는 “‘성지순례’를 하면서 언젠가는 이 주제가 한 번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제가 있기에 어려우실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편안하게 말씀해주셔도 된다”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먼저 차성진 목사는 “성경이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고 있어 동성애를 죄라고 가르치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고 한다. 결국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모두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존재들이기에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아예 동성애의 존자와 동성애자의 인권조차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소신을 밝혔다. 유경선 신부는 “이런 질문들이 종교인들에게는 너무 폭력적”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는 꼭 윤리적인 답을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저는 불편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저희 사랑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을 물어봐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MC 김이나는 “성직자에게 이러한 문제를 굳이 물어보는 게 폭력적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 우리도 뻔히 알면서 물어보는 거지 않냐”며 “좋은 깨달음을 얻어 간다”고 전했다. 송산 스님은 “불교적인 입장에서는 하나의 생명체를 고유의 성품으로 여기기에 문제가 안 된다. 오로지 우리의 행태에 대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만 중요하지, 좋고 나쁨은 없는 거다. 저도 이번에 율장을 찾아보며 좋은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풍자 역시 조심스럽게 소신을 전했다. 풍자는 “모든 사람은 나와 다를 수 있다”며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와 다르다고 공격의 대상이 될 필요도 없는 거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대놓고 혐오적인 표현을 하고 공격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스튜디오 MC들도 “반대할 자유는 있지만, 공격할 자격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며 풍자의 말에 동의했다. 이들의 소신이 등장하는 MBC에브리원 예능 ‘성지순례’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3.11.15 09:14

    • [스경X인터뷰] ‘월수금화목토’ 강형석 “소수자 캐릭터, 하나의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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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경X인터뷰] ‘월수금화목토’ 강형석 “소수자 캐릭터, 하나의 인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우광남 역을 연기한 배우 강형석. 사진 AM엔터테인먼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진 요즘이지만 아직도 드라마에서 관련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만만치 않은 부담을 동반한다. 특히 아직 이름을 많이 알리지 않은 신예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할 경우, 성장의 큰 밑바탕이 된다. 배우 강형석의 경우가 지금 그렇다. 강형석은 지난 10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주인공 최상은(박민영)의 룸메이트인 우광남 역을 연기했다. 계약결혼과 그 관계를 직업으로 하는 ‘마스터’라는 소재를 가진 작품에서 우광남은 성소수자 역할을 연기했다. “제게 굉장히 큰 자신감을 얻게 해준 작품입니다. 표현을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고, 자신감도 얻게 됐습니다. 박민영 선배와 이야기를 할 때 관계를 만드는 부분에서는 살을 많이 붙일 수 있었습니다.”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우광남 역을 연기한 배우 강형석. 사진 AM엔터테인먼트 원래 우광남은 최상은과 계약결혼 관계였다. 하지만 단순한 계약자의 사이를 넘어 인간적인 친분을 쌓아 룸메이트로 남았다. 우광남이 계약결혼을 하고 최상은과 친구가 된 것은 그가 ‘게이’라는 성소수자의 취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자신의 상황 때문에 세상에 나서는 것을 주저한다. “일반적인 주인공의 친구라면 여성 캐릭터가 많죠. 하지만 제게는 차이는 성별밖에 없었어요. 그러면서 동생과 친구, 가족으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임무였죠. 그걸 시청자분들이 잘 공감하실 수 있게 이끄는 게 중요했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박민영 누나와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성소수자를 연기하는 데는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단지 외형적인 부분에서 센스나 감각이 돋보이길 바랐다. 연기가 캐릭터의 설정에 갇히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목소리나 행동을 가장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만 했다. 보는 분들이 불편하게만 보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다행이었다.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우광남 역을 연기한 배우 강형석. 사진 AM엔터테인먼트 “혹여 과장되게 표현될까 조심스러웠어요. 하나의 인간으로 표현하면 시청자분들이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상은이는 가족 같은 사람이 없고, 광남이는 사회적으로 위축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서로 맞으면서 우정을 맺게 된 거죠.” 그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털털한 성격의 박민영 도움이 컸다. 그리고 정지호 역 고경표, 강해진 역 김재영 역시 장난을 좋아해 현장에 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연기해온 지금까지, 좋은 동료들을 만난 건 그에게도 행운이었다. “제가 요즘 하고 있는 일들이 기적 같아요. 간절하게 원했던 일이었기에 그런 것 같아요. 갑자기 제 얼굴이 변했거나, 연기가 엄청나게 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 걸 향해 노력했는데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감사한 일이니 해야 하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 중입니다.” tvN 드라마 ‘월수금화목토’에서 우광남 역을 연기한 배우 강형석. 사진 AM엔터테인먼트 연극과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한 강형석은 tvN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의 단역으로 이름을 알려 지난해 tvN ‘갯마을 차차차’에서 경찰 최은철 역을 연기하고 JTBC ‘인간실격’에도 준혁 역을 맡으면서 해외에도 꽤 이름을 알렸다. “싱가포르 영화 ‘아줌마’라는 작품으로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도 섰어요. 양조위를 비롯해 좋아하는 배우도 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졌죠. 개인적으로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이병헌 선배님이 롤모델이에요. 새로운 역할을 하고 싶은데 몸을 쓰는 운동선수나 특전사 역할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제게 다가올 시간이 정말 기대됩니다.”

      하경헌 기자 2022.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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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새들에 띄운 소수자의 꿈과 사랑

      문화/과학 신간

      [신간] 새들에 띄운 소수자의 꿈과 사랑

      블랙버드의 노래 크리스천 쿠퍼 지음·김숲 옮김·동녘·1만8500원 크리스천 쿠퍼는 자신을 흑인이고 게이이며 SF와 판타지를 사랑하는 ‘괴짜’라고 소개한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마블 코믹스에서 작가이자 편집자로 일하면서 마블 작품에 퀴어 캐릭터를 만들어낸 그의 취미는 ‘탐조’, 즉 새를 관찰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쿠퍼는 인종적 정체성은 숨길 수 없어도 가족을 비롯한 공동체 안에서는 안전했던 반면 성적 지향은 숨길 수 있는 대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그런 쿠퍼에게 어디에서나 자기 방식대로 날아오르며, 거리낌 없이 경계를 넘나드는 새들의 세계는 도피처였다. 새 한 마리를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듯,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라고 쿠퍼는 말한다. 이 에세이는 탐조하던 많은 날 속에 쿠퍼 자신이 경험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고발한 기록이자, 소수자로 살아온 생존자의 일대기다. 쿠퍼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난 다양한 새를 소개한다. 미국 뉴욕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한국 독자에겐 낯설지만, 새들의 생김새나 울음소리를 묘사하며 탐조하는 재미를 들려준다. 노스탤지어, 어느 위험한 감정의 연대기 애그니스 아널드포스터 지음·손성화 옮김·어크로스·2만2000원 ‘노스탤지어(향수)’의 사전적 의미는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영국의 감정사학자인 저자는 노스탤지어가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시대 정서라고 본다. 역사학, 심리학, 신경과학, 의학 지식 등을 종합해 400여 년에 걸쳐 노스탤지어가 어떻게 기능해왔는지 분석한다. 본래 ‘향수병’은 위험한 질병이었으나, 산업화 이후 대이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점차 무해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현대사회에선 심리적 안정제로서 마케팅 수단, 정치적 선전도구, 인지치료 기술로 역할을 한다. ‘퇴행’의 상징이기도 했던 노스탤지어가 어떻게 고독의 시대를 치유할 정서로 기능하는지 전망한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브라이언 클라스 지음·김문주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8500원 인류는 역사적 사건의 명백한 원인을 찾으려 애쓰고, 원인과 패턴을 알면 현실을 통제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그것이 ‘착각’이며 세상일이 ‘우연히’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례를 짚으며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안내한다. 대혼란의 세상 희망을 찾아서 김종대 외 지음·롤러코스터·1만7800원 오물풍선과 대북전단 등으로 대치국면에 있는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까. 전쟁터에서 인공지능(AI) 무기는 어떻게 통제하며 기후재난의 대처법은 무엇일까. 학계, 언론,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전문가 14명이 여러 위기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창비·1만8000원 김금희 작가의 첫 역사소설이다. 동양 최대 유리온실이었던 창경궁 대온실을 수리하면서 그 안의 비밀이 드러나고 과거와 현재가 엮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건축물을 수리하듯 아픈 역사의 순간을, 상처받은 인생의 순간을 수리하고 재건하는 이야기다.

      김향미 기자 2024.10.09 06:00

    •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소수자 권리로 채식선택권 보장해야”

      ㆍ인권위에 ‘군대 단체급식 채식선택권 보장’ 진정한 정태현씨와 장서연 변호사 지난해 말 국방부는 채식주의자 등 소수 장병을 위한 급식 지원 관련 규정을 신설하고 2020년 급식방침에 반영했다. 규정에는 채식주의자 장병 등이 식사에 어려움을 느낄 경우 부대 여건을 고려해 밥과 김, 채소, 과일, 두부 등 대체품목을 제공하고,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에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 진정을 제기한 당사자 정태현(오른쪽)씨와 진정 대리인 장서연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함께 자리했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제공 국방부의 채식 급식 지원 규정은 그냥 이뤄진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군 복무를 앞둔 채식주의자들이 군대 내 단체급식에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인권위 진정 당사자인 정태현씨와 인권위 진정을 도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에게 국방부 채식 지원 규정 신설의 의미를 들어봤다. 이들은 채식선택권 보장이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기후변화 해결에 개인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의 인터뷰는 10월 12, 14일 이틀에 걸쳐 전화로 이뤄졌다. -국방부의 채식 장병 지원 규정을 평가한다면. 정태현 “국가에서 징집할 때 제대로 된 음식과 의복,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생존과 직결되는 음식은 더더욱 정성 들여 준비해야 한다. 규정 신설로 최소한의 보호선이 생겨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 규정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많이 홍보되지 않아서 (채식 급식을) 요구하는 사람이 적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남과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눈치를 주거나 따돌리는 분위기가 강해서 이런 문제가 생길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장서연 “군대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이나 공공기관 급식에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국방부에서 제일 먼저 요구를 받은 것에 대해서 전향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하나의 규정일 뿐이다. 실제 현장에서 선택을 보장하는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 특히 지속가능한 식단 구성이나 균형 잡힌 영양을 고려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채식 급식이 잘 되려면. 정태현 “조리사의 채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서 김밥집에 가서 ‘동물성 재료를 빼주세요’라고 하면 햄 대신 맛살을 넣는 분도 많다. 사람들이 채식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급식의 질과 맛을 높이고, 채식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는 교육도 있어야 한다.” -비건(모든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이 된 계기라면. 정태현 “7년 전 유튜브에서 본 한 강연 영상에서 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기까지 동물이 어떻게 길러지고, 착취당하고, 죽임을 당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후 내가 고기뿐만 아니라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먹지 않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채식은 신념의 문제인가. 정태현 “철학이나 신념으로 볼 수 있다. 먹기 싫으니 빼달라는 게 아니라 난 이것을 음식으로 보지 않으니 내가 먹을 수 있는 걸 달라는 것이다. 군인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고 쥐나 뱀고기를 급식으로 준다면 많은 말이 나올 것이다. 개를 먹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전 동물 자체를 먹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채식의 장점은. 정태현 “건강에 좋다. 만성 비염이 심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호전됐다. 유제품만 끊어도 도움이 된다. 피부도 좋아지고, 체중관리도 수월하다. 면역력과 상처 회복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온실효과를 줄이는 데도 굉장히 효과적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보고서를 보면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의 한 주범으로 지목된다. 에너지 전환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지만, 채식은 다음 끼니부터 고기를 먹지 않으면 된다. 프랑스 파리시가 차량의 도심 진입을 (일부) 막는 방식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약간의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채식 역시 학교와 공공기관에서 주 1회 급식 제공 등으로 제도적인 보장을 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에 진정하게 된 계기는. 정태현 “군대에 가야 하는데 먹을 순 없으니 인권위에 진정해 살 방도를 마련하자는 생각이었다. 진정을 준비하면서 채식주의자인 전역 군인들을 만났는데 정말 먹을 게 너무 없어서 신념에 반해 살기 위해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했고, 그때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이 인권위 진정을 할 때 도움이 됐다.” 장서연 “개인적으로 동물권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과거에 공장식 축산으로 거의 물건처럼 찍어내는 사육환경을 문제 삼는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평소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던 차에 공감의 공익 소송접수 창구에 의뢰가 들어와 대리하게 됐다.” -채식한 후의 변화라면. 정태현 “‘사회학적 상상력’이 커진 것 같다. 처음 본 영상이 ‘종차별’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내가 종차별을 반대한다면 또 다른 차별, 예를 들어 성차별에도 반대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모순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차별에 관심을 갖게 되니 자본과 노동의 관계나 장애인 차별, 청소년의 권리로 관심이 확장됐다.” -학교급식에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에 대해서 재판소가 각하 결정했다. 정태현 “식단작성을 학교장의 재량행위로 봤는데 재량에만 맡겨둘 순 없다. 학생의 건강권이나 양심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그걸 보호해야 한다고 교육하는 기관에서 채식선택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모순이 아닐까. 공익을 위해 채식을 택한 학생이 많다. 이들의 급식을 일일이 신경 써주는 학교가 드물다는 점에서 강제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정태현 “무슨 일을 하든 비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교육하는 사람이 되면 동물권을 교육하는 사람이 될 테고, 무역을 하면 비건 관련 물품을 들여올 테고, 음식점을 해도 비건 관련 일을 할 것이다. 현재는 비건 디저트 연구를 짬짬이 하고 있다. 최대한 맛있게 해서 비건이라서 사는 게 아니라 정말 맛있고 예뻐서 사람들이 고를 수 있게 하려는 게 목표다. 식빵이나 파운드 케이크는 이게 정말 비건인지 의심될 정도로 결이나 향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채식 입법 운동의 방향은. 장서연 “채식주의자는 소수이고, 소수자의 권리로서 채식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더불어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도 채식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녹색당을 중심으로 기후위기비상행동, 주 1회 채식을 도입한 대안학교 학생과 교사, 동물권 활동가들을 포함해 채식 입법 운동이 논의되고 있다. 입법 운동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적어도 주 1회 채식 급식 제공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육식이 강조되는 식문화나 식습관을 의문시하는 교육적 의미가 크다. 다만 규정을 학교급식법에 넣을지 기후위기와 관련한 기본법에 넣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주영재 기자 2020.10.1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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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종교소수자 탄압, ‘제2의 로힝야’ 되나

      방글라데시계 인권활동가 나즈룰 알리 아메드는 “정부는 무슬림을 제거하겠다고 공개적 위협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가 겪은 일이 여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무슬림인 인도 동북부 아삼주 주민 400만명이 인도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인도등록원(RGI)은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아삼주 주민 3290만명 중 400만명의 이름이 빠진 국가시민등록부(NRC) 최종안을 발표했다고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힌두민족주의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종교적 소수자인 무슬림을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도 아삼주 가우하티에서 아이를 안은 한 무슬림 여성이 지난 7월 30일(현지 시간) 국가시민등록부(NRC) 인증센터를 향해 걷고 있다. / 가우하티|AP연합뉴스 아삼주 주민 400만명 쫓겨날 위기 NRC는 인도 시민과 불법체류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인도 중에서도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불법이주가 빈번한 아삼주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NRC는 2015년 시작된 갱신작업의 결과다. 여기에는 1971년 3월 24일 방글라데시(구 동파키스탄)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기 전 주민 본인이나 조상이 인도에 정착했음을 증명한 이들의 명단이 포함됐다. 이날 이후로 적절한 서류 없이 아삼주에 온 사람은 누구나 ‘외국인’으로 분류하도록 한 1985년 ‘아삼 협정’에 따른 것이다. 1947년 인도와 함께 영국에서 독립한 파키스탄은 경제·문화적 차이를 이유로 동서로 나뉘어 대립했다. 충돌을 거듭하다 1971년 내전이 벌어졌고 동파키스탄 주민 수백만 명이 이를 피해 가까운 인도 아삼주로 넘어왔다. 현재 아삼주 주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무슬림 대부분은 이들의 후손이다. 1947년 인도 독립 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이들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년간 인도 땅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들이 하루아침에 시민권을 잃고 추방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인민당(BJP)은 불법체류자를 추방해 토착민의 권리와 문화를 보호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쫓겨날 위기에 처한 400만명 대부분이 무슬림이라는 점에서 힌두민족주의 정부가 무슬림을 탄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내년 4~5월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인도 법원이 아삼 협정에 근거해 1985년부터 BJP가 정권을 잡은 2016년까지 31년간 외국인으로 분류한 사람은 약 9만명이다. BJP 집권 2년차인 2017년 한 해 동안 1만5000명이 국적을 잃고 외국인으로 전락했다. 매달 1250명 꼴이다. 이들 400만명의 추방이 현실화될 경우 ‘제2의 로힝야 사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의 소수민족 로힝야 70만명은 미얀마군의 ‘인종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란했다. 유엔은 로힝야를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소수민족의 하나로 규정한다. 방글라데시계 인권활동가 나즈룰 알리 아메드는 “정부는 무슬림을 제거하겠다고 공개적 위협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로힝야가 겪은 일이 여기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8월 말부터 이의신청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말 NRC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항소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아무도 체포하거나 추방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NRC 담당자인 프라딕 하젤라는 “최종안에 이름이 빠졌다고 해서 불법(체류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할 충분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도 아삼주 모리가온의 한 국가시민등록부(NRC) 인증센터에서 지난 7월 30일(현지 시간) 한 남성이 NRC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 모리가온|EPA연합뉴스 그러나 그 과정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RGI가 400만명을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언론, 인권단체 등의 비판도 거세다. 인도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아난드 샤르마 의원은 “인권은 물론 이웃국가 방글라데시와의 관계를 수반하는 문제”라며 “아삼주 정부는 주의 모든 정당과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 <더 힌두>는 8월 1일 사설을 통해 “누군가 인도에 오래 머물며 삶을 꾸리고 지역경제 및 공동체의 일부가 됐다면, 그들을 명부 하나만으로 ‘무국적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인도가 NRC에서 제외당한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인도 민주주의가 배려와 인정이 있는지 아닌지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밝혔다. 소수민족, 종교적 소수자들의 비극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들에 대한 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시아 내 무국적자의 숫자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는 문제도 널리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벼랑 끝에 몰린 동남아 소수자들 지난 7월 27일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는 신성모독법을 폐지하자는 이슬람교 소수종파 ‘아흐마디야’ 단체의 탄원을 기각했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신성모독법을 활용해 정치적 반대파는 물론 아흐마디야 등 종교적 소수파를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다. 무장세력에 의해 아흐마디야의 모스크가 공격당하는가 하면, 폭력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2011년 2월 서부 자바에서 아흐마디야 신도 3명이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 12명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4~6개월의 징역형만 받았다. 헌재의 기각 결정을 두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진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자유에 타격을 가했다”고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밖에도 중국의 위구르족,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박해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동남아 각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포퓰리즘 또한 이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NRC 사태 등을 두고 “빈부격차와 민족분열은 동남아시아를 포퓰리즘이 자라기 좋은 땅으로 만든다”고 평가했다.

      최민지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2018.08.06 15:02

    • [신간 탐색]청년·소수자가 시민이 되는 사회

      문화/과학 신간 탐색

      [신간 탐색]청년·소수자가 시민이 되는 사회

      ‘개념’ 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 박이대승 지음·오월의봄·1만6000원 “하, 이 놈 개념 없네.” 방금 이 말이 실제 목소리로 귓가에 들리는 듯한 경험을 한 사람, 분명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건 직장에서건 다소 폭력적인 어조를 품고 언급되는 이 ‘개념’이란 말을 다소 너그럽게 해석하면 모둠살이에 필요한 일종의 상식체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책이 말하는 ‘개념’도 흔히 쓰이는 이 말과 일면 통한다. 사전에 나오는 ‘분명하게 정의된 이론적 용어’라는 뜻보다는 ‘말과 의미 사이의 관계를 고정시키려는 경향’에 가깝다. 좀 어렵다면 저자가 대비시키는 ‘정치언어’라는 경향과 비교해 보자. ‘정치언어’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미하는 바가 수시로 바뀌는 말이지만 ‘개념’은 한 사회 안에서 ‘표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념’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소수자가 소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책의 강의는 이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청년과 소수자, 시민에 관한 세 편의 강의가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개념이 아닌데도 너무나 흔히 개념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말이고, 소수자는 반대로 스스로 ‘개념’을 만들 길이 막혀 있어 다수자의 ‘표준’에 따라 항상 나머지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청년은 실업에 시달리니 불쌍하고, 소수자도 불쌍하거나 도움을 줘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최소한이라도 합의된 ‘개념’을 만들지 못하고 통용되는 언어의 언저리만 맴돌 뿐이니 사회를 바꾸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 ‘시민’이 되어야 한다. 시혜받고 동정받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와 동일한 시민일 때에만 개념도 함께 만들 수 있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강의의 내용이다. 학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을 보면 ‘개념’은 자연과학의 ‘공리’에 관한 생각을 바탕으로 구성된 듯도 하다. 그리고 철학자인 만큼 언어가 실제 생활에 미치는 효력을 강조하는 주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하나의 ‘개념’이 다른 ‘개념’과 맞부딪치는 물리적 과정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는다.

      김태훈 기자 2017.03.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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