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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구 노후 아파트 천장 내려앉아 시멘트 덩어리 ‘쿵’

      사회

      용산구 노후 아파트 천장 내려앉아 시멘트 덩어리 ‘쿵’

      ...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 아파트의 한 세대에 지난 16일 오전 3시쯤 거실 천장이 내려앉아 시멘트 덩어리가 떨어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노후도가 심각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파트

      탁지영 기자 2025.02.19 20:42

    • 극성수기인데…공장 가동 줄이는 시멘트업계, 왜?

      경제

      극성수기인데…공장 가동 줄이는 시멘트업계, 왜?

      ... 가변 주차장에 시멘트 수송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김창길기자 18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지난 7월 이후 킬른 6기 중 2기 가동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보수를 위해 임시로 가동을...

      심윤지 기자 2024.11.18 08:15

  • 스포츠경향

    • [채널예약] ‘일꾼의 탄생’ 배우 김형일도 무릎 꿇은 시멘트 2톤 민원

      연예

      [채널예약] ‘일꾼의 탄생’ 배우 김형일도 무릎 꿇은 시멘트 2톤 민원

      KBS 31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이 될 KBS1 ‘일꾼의 탄생’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어르신이 많은 강원 홍천 구성포 2리 마을을 찾았다. 구성포 2리 마을은 4반으로 나누어져 다른 마을보다 어르신들이 더 많이 사시는 곳이다. 달콤한 목소리에 멋진 카리스마, 여심과 시골 인심을 잡으러 온 장군 전문 배우 김형일. 아궁이에 불을 때며 오래된 흙집에서 지내는 어르신을 도와 드렸다. 바닥에 금이 가면서 불과 연기가 올라와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벽과 바닥 보수를 위해 2t의 시멘트를 나르고,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시멘트를 뿌리다 가루 때문에 숨이 막혀 공사 도중에 뛰쳐나갈 정도로 극한의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국민 부녀회장 김용임은 미장의 기술까지 선보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KBS 일꾼들은 1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한 80대 노부부를 찾아간다. 얼굴도 안 보고 결혼했던 시절에 연애했던 사연도 듣고 고추밭에 모종을 심어 드리는데, 국민 돌쇠 광수의 어리바리함에 배우 김형일은 장군 표 고함을 지른다. 그의 호통에 제대로 기강이 잡힌 일꾼들은 더욱 열심히 일을 돕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다. 기세를 몰아 정리 정돈 상태가 심각한 어르신 댁을 찾았다.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는 집안, 마음의 상처로 인해 모든 걸 놓아 버렸던 김옥례 어르신을 위해 정리 전문가와 마을 분들까지 총동원되어 두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 부녀회장 김용임의 지휘 아래 우선 많은 짐을 버리고 집 안 전체를 열심히 청소한 후 정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깔끔하게 정리한다. KBS 강원 홍천 구성포 2리 마을에 찾아가 위기의 어르신을 구출한 국민 장군과 일꾼 용사들의 이야기는 5월 31일 오후 7시 40분에 만나볼 수 있다. KBS

      손봉석 기자 2023.05.31 17:53

    • 쓰레기 시멘트로 짓는 집의 불편한 진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생활

      쓰레기 시멘트로 짓는 집의 불편한 진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황소걸음 시멘트의 중금속 함량이 놀이터 모래보다 낮다는 언론 보도는 왜곡이었다. 6가크롬은 160.5~200.6배나 차이가 났다. 납은 최대 109.8배, 구리는 610배까지 차이가 날 만큼 시멘트의 유해성이 심각했다.(책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136 페이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집은 화력하고 편리해졌지만 아토피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시멘트로 짓는 집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지은이 최병성 펴낸곳 황소걸음)는 저자가 30년 동안 전국의 시멘트 공장을 수없이 찾아다니며 살펴온 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시멘트는 우리가 사는 집을 지을 때 반드시 필요한 건축 재료다. 우리나라 시멘트 공장에서는 유해 물질 가득한 온갖 산업 쓰레기를 넣어 시멘트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많은 쓰레기 시멘트가 된다. 대한민국은 국민 1인당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 전 세계 1위 국가다. 집을 짓는 기본 건축재인 시멘트가 어느 나라보다 안전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발암물질과 유해 중금속 가득한 쓰레기 시멘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면서도 안전기준이 가장 허술하다. 저자는 그동안 쓰레기 시멘트의 유해성을 알리는 수많은 기사를 쓰고 책도 펴냈다. 하지만 시멘트 공장을 통해 쓰레기를 처리하려는 환경부의 무책임한 재활용 정책과 돈벌이에 혈안이 된 시멘트 업계의 탐욕으로 상황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 그 실상을 현장 사진과 구체적인 자료로 밝히며 대안도 제시한다. 1장 ‘대한민국은 쓰레기 시멘트 소비량 세계 1위 국가다’부터 6장 ‘아파트 숲이 된 대한민국’까지 총 6장으로 편집이 된 책 속에 작은 단락인 ‘폐암 유발 방사능 쓰레기도 시멘트에’, ‘대한민국은 일본의 쓰레기 식민지다’, ‘전 세계 쓰레기가 대한민국으로’, ‘미군 기지 오염토도 시멘트 공장으로’, ‘세계 신기록이 될 쌍용C&E 시멘트 분진’ 등 하나하나가 공포 영화에 버금 가는 환경오염 사례를 들려준다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는 아파트 투기로 돈을 버는 것과 당신 자식의 목숨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호소를하며 시멘트 등급제 등 앞으로의 대안들도 제시하고 있다.

      손봉석 기자 2023.04.05 17:06

    • ‘웜톤’ 안소희, 안 어울리는 색조에 “시멘트 바른 줄”

      연예

      ‘웜톤’ 안소희, 안 어울리는 색조에 “시멘트 바른 줄”

      안소희 유튜브 채널 캡처 가수 겸 배우 안소희가 퍼스널컬러에 대해 얘기했다. 17일 안소희의 유튜브 채널에는 ‘증명사진 메이크업과 구독자 이벤트 | GRWM, 눈 화장 꿀팁, 시현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 안소희는 새 증명사진을 찍기 위한 메이크업 과정을 공개했다. 안소희는 아이섀도를 바르며 “아멜리의 ‘발레리나’라는 섀도다. 티는 잘 안 난다. 딸기우유 컬러. 살짝의 핑크와 흰 끼가 있어서 눈 밑을 밝혀주기 좋다”고 소개했다. 제작진이 쿨톤과 웜톤 중 끌리는 색깔이 있는지 묻자 안소희는 “저는 주로 웜톤을 많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이 색은 쿨톤의 베이스컬러라더라. 근데 나 잘 맞던걸”이라며 의아해했다. 안소희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러면서 “근데 진짜 안 어울리는 것도 있긴 하다”며 “언젠가 한 번 샀는데 이름이 시멘트였다. 근데 진짜 시멘트를 바른 줄 알았다”고 색조가 맞지 않았던 일화를 떠올렸다. 반면 같은 색조가 친구에게는 잘 어울렸다며 “제 친구는 엄청 베이스 컬러처럼 자연스럽게 착붙이었다. 그런 게 다 다른가 보다”고 말했다.

      김지우 온라인기자 2023.03.19 16:19

    • [스경XWC스타] ‘투명인간’ 혹은 ‘시멘트’···브라질 카제미루, ‘삼바 영웅’ 되다

      축구 스경XWC스타

      [스경XWC스타] ‘투명인간’ 혹은 ‘시멘트’···브라질 카제미루, ‘삼바 영웅’ 되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카제미루가 29일 브라질과 스위스의 2022 카타르월드컵 G조 조별리그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하 | AP연합뉴스 “나의 최우선 목표는 불을 끄는 것이다. 하지만 슛을 할 기회도 중요하게 여긴다.” 카제미루(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말했듯이, 그의 포지션은 ‘급한 불을 끄는’ 수비에 치중한 수비형 미드필더다.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보다 오프더볼 상황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상대의 역습을 단단하게 틀어막는 역할을 해 왔다. 신출귀몰한 위치 선정 능력으로 인해 ‘투명인간’으로 불렸던 카제미루는 29일 열린 카타르월드컵 스위스와의 G조 조별리그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그 누구보다 ‘잘 보이는’ 주인공이 됐다. 주축 공격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이날 경기는 후반전이 끝나갈 때까지 골이 터지지 않으며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세계 최강 ‘삼바 군단’의 자존심을 지킨 주역은 카제미루였다. 카제미루는 후반 38분 호드리구의 원터치 패스를 논스톱 아웃프런트 킥으로 마무리하며 스위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카제미루의 월드컵 데뷔골이다. 그의 결승골로 승리한 브라질은 2승을 올리며 프랑스에 이어 이번 대회 두 번째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했다. 네이마르와 히샤를리송,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강력한 공격수들이 포진한 브라질에서 카제미루는 포백과 미드필더를 연결하는 홀딩 미드필더로서 ‘언성 히어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왔다. 영국 매체 ‘BBC 스포츠’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전 브라질 국가대표 지우베르투 시우바는 “카제미루는 브라질이 볼을 잃을 상황에 항상 준비돼 있다”라며 카제미루의 오프더볼 경기력을 평가했다.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카제미루를 ‘중원의 시멘트’라고 표현했다. 텐 하흐 감독은 “카제미루는 팀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경기를 읽을 수 있고, 선수들에게 올바른 위치를 지시한다. 라인 사이의 패스를 보는 능력도 뛰어나다”라며 카제미루를 극찬한 바 있다. 카제미루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제치고 지난달 맨유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스페인 라 리가 3회 우승, 2019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경험한 카제미루는 선수 생활 13년 동안 굵직한 대회 트로피를 여러 번 들어 올렸다. 이제는 세계 최고의 축구대회인 월드컵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카제미루는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골을 넣긴 했지만, 팀 전체를 도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면서 “이기면 같이 이기고, 지면 같이 진다. 월드컵에서의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단합력을 발휘해 경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두리 기자 2022.11.29 12:36

  • 주간경향

    • 경제

      시멘트 제조에 폐기물 재활용 괜찮을까

      ㆍ폐타이어·폐플라스틱, 시멘트 제조 원료와 연료로 사용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로마의 판테온은 모두 콘크리트의 힘으로 탄생한 건축물이다. 물에 이어 인간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자원이자 건축의 필수 자재로 전 세계에서 매년 300억t의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모래와 자갈, 물과 결합해 콘크리트를 만드는 핵심 재료는 시멘트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에 따르면 인구증가와 도시화로 세계 건물의 바닥 면적은 향후 40년 동안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생산량은 2030년까지 현재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본다. 3월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삼표레미콘 성수공장 해체공사 착공식이 열렸다. 공장은 공장 가동 44년 만에 6월 말까지 완전히 철거된다. / 연합뉴스 문제는 시멘트를 만들 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는 점이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배출한다. 농업 다음이고, 철강 산업이 그 뒤에 바짝 붙어 있다. 국내의 경우 시멘트 산업은 철강(1억500만t), 석유화학(5800만t) 다음으로 많은 이산화탄소(연간 3600만t)를 배출한다. 폐기물 사용으로 온실가스 줄인다 시멘트 1t을 만들려면 1t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시멘트 제조 공정을 보면, 석회석(CaCO₃)을 1400도 이상으로 가열된 소성로에서 구우면 산화칼슘(CaO) 덩어리가 된다. 화학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산화칼슘에 점토와 규산(알루미늄), 철 등과 혼합해 중간재인 클링커를 만든다. 클링커가 식으면 이를 분쇄해 약 5% 정도의 석고와 섞어 만든 게 시멘트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 과정을 좀더 세분화해서 보면 절반 이상은 산화칼슘으로 변하는 화학반응에서, 약 40%는 시멘트 소성로에서 화석연료(유연탄) 연소로 발생한다. 채석, 운송, 분쇄, 냉각, 혼합 등 기타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비율은 10% 이하다. 시멘트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기술(CCS)을 확보하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안에 집어넣어 콘크리트 품질을 높이고 온실가스도 잡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폐기물 재활용이 꼽힌다.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시멘트 산업의 연료와 원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쓸 경우 유연탄, 점토, 규소, 철 등을 채굴할 때의 자연훼손이나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시설의 신설·증설을 최소화해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시멘트 생산원가의 30%는 연료비다. 주요 연료는 유연탄인데 전량 수입한다. 러시아산이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연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최근 유연탄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다. 국제 유연탄 가격은 호주 뉴캐슬탄 6000㎉ 기준 지난해 1월 t당 평균 103달러에서 지난 3월 29일 272.3달러로 급등했다. 지난 3월 초 한때 t당 400달러를 넘기도 했다.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을 유연탄 대신 소성로의 연료로 사용하면 유연탄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고, 폐기물 처리에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 폐타이어의 경우 유연탄 대신 연료로 쓸 수 있는데 타고 남은 재는 클링커의 재료로 쓸 수도 있다. 타이어 안의 철심은 원래 시멘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철을 대신할 수 있어 유용하다. 넥센타이어의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폐타이어의 78%를 재활용했는데 그중 30%는 고무분말 형태로 물질 재활용했고, 나머지는 거의 시멘트 소성 연료로 재활용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찌꺼기도 점토 등을 대신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한다. 그럼에도 시멘트의 주요 원료인 석회석을 대체하지 않는 한 시멘트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결국 시멘트업계는 탄소중립의 핵심 방안으로 유연탄 등 화석연료를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는 방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폐타이어는 석유류에서 나온 제품이라 열원으로 사용하고, 타이어의 철심은 시멘트 제조에서 쓰는 철광석을 대신할 수 있다”면서 “하수 침전물은 점토 대용으로 재활용하는데 반도체 공정 폐수 침전물의 경우 국립환경과학원 재활용 평가제도의 모범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질소산화물 등 낮은 배출기준 논란 시멘트업계가 생활폐기물과 산업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활용하는 비율을 크게 늘리다 보니 폐기물 사용량은 2015년 614만t에서 2020년 807만t으로 증가했다. 정부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시멘트 업체의 연료를 유연탄에서 폐플라스틱 혹은 폐합성수지로 전환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시멘트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폐기물을 시멘트의 연료와 원료로 활용하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이런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국내에서 시멘트 1t당 사용한 부산물이나 폐기물의 양(329㎏)은 일본(473㎏)이나 독일(350㎏)보다 작고, 화석연료를 대체한 비율은 독일(68.9%)보다 낮은 24.0%이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용역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와 연료로 대체 사용하면서 줄인 온실가스는 연간 268만t 정도다. 시멘트 산업의 재활용으로 민간 매립지의 수명은 7.2년 연장되는 것으로 나왔다. 소각시설, 매립시설 등 폐기물 처리시설의 설치비·운영비도 연간 591억원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재근 교수는 “폐타이어는 1990년대까지 진지 구축용으로 사용하다 사용을 못 하게 하면서 가루를 내 도로에 탄성재로 썼는데 이런 물질 재활용도 한계가 있어 대량 소모의 방안으로 시멘트업계가 꼽혔다”면서 “사실 시멘트업계는 폐타이어보다는 폐플라스틱 활용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의 폐기물 재활용이 찬사만 받는 건 아니다.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이나 독성 화학물질인 염소의 배출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이 가장 많은 곳은 시멘트업계로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배출량이 많다. 환경부가 굴뚝에 자동측정기기를 부착한 사업장의 연간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2020년 석탄화력발전소는 4만7512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고, 시멘트업계는 4만9442t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시멘트업계에 적용되는 배출기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소각업계의 질소산화물 배출 허용기준이 50ppm 이하인데 비해 시멘트업계는 270ppm 이하다. 선민우 기후변화센터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시멘트업계를 통한 재활용이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석회석을 구워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소성)에서 질소산화물을 다량 배출하는데 법령 자체의 느슨한 부분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탈탄소의 간편한 방식으로 (시멘트업계를 통한) 재활용을 선택하는 건 개인적으로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활용 바람직하나 환경기준 강화해야 폐타이어나 폐플라스틱 같은 가연성 폐기물을 자원화하면서 소각업계와 시멘트업계는 물량 확보에서 경쟁관계에 있다. 소각업계는 폐기물 t당 20만~30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소각 과정에서 나온 열을 인근 발전업체에 공급해 수익도 창출한다. 소각업체도 열로 자원을 회수한다고 할 수 있다. 시멘트업계는 과거엔 돈을 주고 샀던 폐기물을 요즘엔 t당 4만~8만원의 처리비용을 받는다. 시멘트회사로서는 연료·원료 대체 효과에 더해 부가 수익을 얻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해 소각업계에 비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멘트협회 측은 “기준은 270ppm지만 실제론 150ppm 이내로 줄여 배출하고 있다”면서 “질소산화물 등 5개 항목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은 차이가 있지만, 중금속 등 나머지 항목은 모두 소각업계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현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배출기준을 정할 때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는데 소각시설은 여러 지정폐기물을 같이 태우는 게 주 업종이라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연료나 원료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완전연소가 이뤄질 경우 소성로에 유해물질이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현서 전주대 연구교수는 지난해 11월 3일 열린 토론회에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소성로의 온도가 높고 체류 시간이 길어 폐기물의 완전연소가 이뤄질 것이라 하는데 공기량이 부족해 불완전연소가 유도될 수 있는 특성도 있어 소성로에서 지금처럼 폐기물을 마냥 쓸 수 있도록 하는 건 고려해볼 대목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소 온도가 높을수록 불완전연소가 되면 일산화탄소나 탄화수소 같은 미연소 유기화합물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2~3월 사이의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때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정지나 출력제한, 대기오염물질 다량배출 차량 단속 강화 등을 시행한다. 시멘트업계는 이런 계절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자발적 협약으로 줄이고 있다. 장성현 과장은 “의무화는 아니지만 자발적 협약을 통해 대형업체들은 계절관리제 기간 동안 공장가동률을 80%까지 줄이고 있다”면서 “질소산화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시설(SCR)을 한곳에 설치해 실증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연탄 대신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때 질소산화물을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량이 어느 정도 변화하는지, 시멘트에 들어간 폐기물에서 중금속이 나올 우려는 없는지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명원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교수는 “시멘트업계처럼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에서 소성로 처리가 대안이지만 오염물질을 최소화하는 후처리 공정 고도화가 필요하다”면서 “폐플라스틱에 염소 성분이 많은데 이는 공정 배관을 침식시키기도 하지만 여러 환경오염물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무적으로 배출 저감장치를 달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멘트 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의 구성성분도 업계에서 선제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배재근 교수는 “그간 불법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멘트업계가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주변 지역에 피해가 없을 정도로 방진시설을 하고 폐기물을 선별해 쓰되 유해물질이 없다는 걸 먼저 공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2022.04.01 14:20

    • 사회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최예용의 환경보건이야기 ‘환경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9) 내 아파트 타일시멘트에도 혹시 석면이?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타일을 붙인 백색시멘트로부터의 석면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과정에서 베란다나 거실 및 부엌을 개조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와 아파트 이용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2009년은 대한민국이 석면 사용 금지조치를 시행에 옮긴 해이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석면 사용을 금지했는데, 석면제품의 종류별로 단계적으로 금지시켰다. 2007년에는 석면시멘트제품 사용 금지, 2008년에는 석면섬유제품 사용 금지, 그리고 2009년에는 석면브레이크 라이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석면제품 사용 금지. 석면 사용 금지조치는 석면원료는 물론이고 석면제품의 수입, 유통, 사용의 금지를 모두 포함했다. 국가 차원의 금지조치는 1983년 아이슬란드가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현재 55개 나라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석면 추방운동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그런데 한국에서의 석면 추방운동은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에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 지하철 석면문제, 재개발 석면문제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기존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석면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확산되었다. 여기에 석면공장이나 석면광산 주변의 주민들에게서 중피종암, 폐암, 석면폐와 같은 치명적인 석면질환이 확인되면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매우 심각한 환경문제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서울 강남의 레미안아파트 전경. 화장품, 약품 등으로 번진 석면문제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은 2009년 4월에 발생했다. 파우더의 원료인 활석이라는 광물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석면이 함유되어서 문제가 되었다. 활석은 영어로 탈크(talc)라고 하는데, 광물의 계통분류에서 활석은 석면과 매우 가까운 종류로, 활석광산에는 흔히 석면광맥이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석면이 함유된 탈크’를 석면과 별도의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사용 시 주의하도록 알리고 있다.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자 활석을 사용하는 화장품, 약품 등 수십여 종류의 제품과 다른 산업계로 석면문제의 불똥의 튀었고, 탈크 석면문제는 한동안 한국 사회를 흔들었다. 2009년에는 베이비파우더 석면파동 이외에도 지하철 석면문제, 석면광산 주변의 주민 건강피해 문제, 재개발지역의 석면문제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던 시기였다. 때문에 환경단체로 석면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와 신고도 계속 이어졌다. 한 번은 서울 목동에 사는 한 시민이 주상복합 건물의 건축현장을 지나다가 석면자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신고해와 현장조사를 나갔다. 그런데 그 자재는 석면이 아니라 유리섬유였다. 노란색의 섬유 또는 스폰지처럼 생긴 건축내장재였다. 유리섬유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암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현장을 나오다가 혹시 싶어서 시멘트제품 두어 가지의 시료를 채취해 돌아와 분석을 의뢰했는데, 뜻밖에 트레몰라이트라는 이름의 석면이 검출됐다. 알아 보니 일반시멘트가 아니라 부엌이나 화장실 또는 바닥의 타일을 붙이는 타일시멘트, 다른 이름으로는 백색시멘트 제품으로 활석을 주원료로 하는 제품이었다. 해당 회사인 쌍곰시멘트의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굉장히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2006년도에만 전국의 주요 건설사 45개 업체들이 131개의 아파트 등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현장인 강남구 삼성동의 레미안아파트와 용산역 아이파크몰을 찾아가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는데, 적게는 0.3%, 많게는 1.5% 농도의 트레몰라이트석면이 검출되었다. 석면 사용 금지 기준은 0.1%이므로 기준치를 3배에서 15배 초과한 불법적인 상황이었다. 백색시멘트는 당시 매년 25만톤가량 소비됐고, 관련 업체는 40여개가 되지만 석면이 검출된 쌍곰은 백색시멘트 시장의 40%를 점하는 선두업체였다. 조사 결과 다행히 쌍곰의 백색시멘트제품에서만 석면이 검출되었다.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131개 건설현장의 목록을 보고서에 담아서 공개했다. 해당 업체는 처음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더니 나중에는 석면 검출을 인정하고 활석원료 수입처를 바꿔 제품에 ‘무석면’임을 표기했다. 석면지도 대상에서 빠진 백색시멘트 그런데 정작 석면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 등의 현장에 대한 조치는 전무했다. 몇 군데 아파트 주민들의 문의가 있었지만 조사를 해달라든가 석면지도 작성이나 주민 안전교육 등의 안전대책을 취하는 곳은 전혀 없었다. 언론도 이 문제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돈 들여 재개발·재건축해서 비싼 아파트를 지었는데 석면문제로 시끄러워지면 집값이 떨어지니 아예 모른 체하자는 거였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경우 타일을 붙인 백색시멘트로부터의 석면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새 아파트로 입주하는 과정에서 베란다나 거실 및 부엌을 개조하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작업자와 아파트 이용자들이 석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석면 건축자재는 단시일 내에 교체하기 어려워 일단 건축물의 석면지도를 작성해 이용자들이 모두 알게 하고 수리나 교체 등의 과정에서 주의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석면지도 작성의 대상에서 백색시멘트의 석면문제는 아예 제외되어 있다. 이제 시간이 제법 흘러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와 백화점 등의 건물들이 조금씩 노후화되어 간다. 부분적으로 또는 전면적인 리모델링도 흔하다. 모르는 사이에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이제라도 쌍곰시멘트가 만든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건축물에 대한 일제조사를 해서 석면지도를 만들어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2006년 한 해 동안 석면이 함유된 백색시멘트를 사용한 건설현장 128곳을 지역별로 분류해서 당시 시공사와 함께 공개한다.

      2016.10.18 10:16

    • [한국 테크노 컬처 연대기](3) 제국의 시멘트, 친환경 재료로 거듭날까

      사회 한국 테크노 컬처 연대기

      [한국 테크노 컬처 연대기](3) 제국의 시멘트, 친환경 재료로 거듭날까

      시멘트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마주한 한반도 주민들은 근대적 문물에 대한 경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던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이었다. 1916년 착공되어 1926년 1월 완공된 이 건물은 경성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시멘트를 부어 놓은 공사장에 발자국을 남기거나 나뭇가지로 이름을 새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남겨진 흔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오랜 세월 동안 보존되는데, 가끔 동네 이면도로 구석에서 발견되는 이런 흔적은 미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시멘트에 물과 골재(모래와 자갈)를 혼합하여 굳혀 콘크리트를 만드는 과정을 양생(養生)이라고 한다. 종이 포대 속에 담겨 있는 시멘트는 고운 가루 형태이지만, 물과 섞이면 액체와 비슷하게 유동성을 갖고, 시간이 지나면 돌보다 단단해지는 등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포틀랜드 시멘트는 지금까지도 세계 각지에서 기본적인 건설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식민지 조선에 침입한 신식 시멘트 건물 시멘트가 20세기 건설 자재의 중추적인 위치에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사용단계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분말 형태의 시멘트는 포대에 담아 대량으로 운반하기 쉽다. 공사 현장에서 물과 골재와 섞이면 원하는 형태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양생과정을 거치면 견고한 구조물로 탄생하게 된다. 이렇듯 시멘트는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액체처럼 낮은 곳으로 끝없이 흘러들어 우리가 영위하는 공간의 틈을 메웠고, 일단 자리를 잡으면 고체처럼 강고하게 그 자리에 머물렀다. 지금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그 풍경 속에는 콘크리트가 있을 것이다. 근대 이후 한반도에 등장한 신문물은 대개 해외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것들이었다. 19세기 후반 이래 배 타고 물 건너 온 물건, 즉 박래품(舶來品)이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하던 것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반도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갔다. 이런 물건들 중에 시멘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시멘트는 때로는 다리로, 축대와 도로, 건물의 모습으로 한반도 주민 곁에 다가왔다. 시멘트가 한반도의 풍경을 바꾸어놓기 시작했던 것은 청일전쟁 직후인 1890년대 후반이었다.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확인한 일본은 용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경인선 철도를 놓기 시작했는데, 당시에 이미 시멘트는 대형 토목사업에 필수적인 자재였다. 당연하게도 시멘트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다. 수입량은 꾸준히 늘어 한일병탄 이후인 1910년대 후반에는 매년 6만톤에 이르렀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신식’ 건물들은 한반도 주민들의 눈에는 이질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의 풍경 속에 이질적인 건물들이 속속 늘어나면서 일제의 식민지 지배 또한 더욱 강고해졌다. 1993년 신도시 건설현장. 현재 다수의 한국인들은 콘크리트 정글이라고 부르는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시선을 돌렸을 때 시멘트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멘트로 지은 새로운 건물들에 대한 하나의 반응을 조정래의 대하소설 의 한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군산 부둣가에서 일본인들을 상대로 구걸 생활을 하던 양치성은 우체국장 하야가와의 후원으로 일본의 정보학교를 졸업한 후 밀정이 되어 조선으로 돌아온다. 군산항에는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시설이 갖춰졌다. 토지조사령으로 땅을 잃은 농민들은 일거리를 찾아 군산으로 모여들었다. 무엇보다 양치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쌀 창고들이었다. “양치성은 쌀 창고가 의외로 많이 생긴 것에도 놀랐지만, 그 창고를 지은 재료를 보고 더 놀랐다. 새로 자리 잡은 창고들은 모조리 시멘트벽이었던 것이다.” 부둣가에 늘어선 회색빛의 커다란 쌀 창고들은 낯선 풍경이었다. 양치성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특성에서 갓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의 운명을 읽어낸다. “벽돌과 시멘트는 돌보다 더 강하다고 했다. 일본은 앞으로도 끝없이 조선을 보호국으로 삼을 작정인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 내린 선택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는 순간이었다. 식민지 시멘트 공장 해방 이후 재건 역할 시멘트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마주한 한반도 주민들은 근대적 문물에 대한 경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던 것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 조선총독부 청사 건물이었다. 1916년 착공되어 1926년 1월 완공된 이 건물은 경성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그 무렵 관공서 건물은 벽돌을 쌓아서 만드는 조적식(組積式) 구조가 일반적이었는데, 총독부 청사는 당시로서는 세계적으로도 첨단기술이었던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이용했다. 콘크리트는 누르는 힘(압축)은 잘 견디지만 당기는 힘(인장)에는 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반대의 특성을 지닌 철근으로 틀을 짜고 그 위에 콘크리트를 덧입힌 것이 철근 콘크리트다. 말로는 쉽지만 철근과 콘크리트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초기에 사용된 일자형 철근은 콘크리트와의 계면(界面)이 분리되어 힘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독일 출신의 미국인 엔지니어 줄리우스 칸(Julius Kahn)이었다. 칸은 일정한 간격으로 45도 각도의 가지가 뻗어 있는 ‘칸 바(Kahn bar)’를 개발해 1902년에 특허를 받았다. 조선총독부 청사의 기초와 골격에는 칸 바를 이용한 공법이 적용되어 거대하고 위압적인 규모의 건물을 시멘트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총독부 청사에 들어간 시멘트는 한반도에서 생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급증하는 시멘트 수요를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언제까지나 의존할 수는 없었다. 한반도 최초의 시멘트 공장은 오노다(小野田) 시멘트 주식회사에서 평양 인근 승호리(勝湖里)에 세운 것이었다. 1919년의 일이었다. 공장 부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승호리 만달산에 시멘트의 핵심 원료인 석회석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오노다 승호리 공장은 연간 5만톤의 생산량으로 시작해 약 10년 후인 1930년에는 여섯 배가 넘는 32만톤까지 빠르게 확장해 갔다. 생산된 시멘트의 상당 부분은 부전강 발전소, 흥남 질소비료공장, 철도공사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 투입되었고 나머지는 건설 자재로 이용되어 한반도의 풍경을 탈바꿈하는 데 일조했다. 1930년대 들어서는 한반도에서 생산된 시멘트가 자체 수요의 70% 이상을 담당할 정도가 되었다. 1902년 미국의 엔지니어 줄리우스 칸은 철근 콘크리트의 강도를 20~30%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가지 모양의 철근이 뻗어 있는 형태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조선총독부 청사 건설에 적용되었다. 식민지 시기 만들어진 시멘트 생산설비는 해방 이후 재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은 1954~56년의 전후복구 3개년계획의 일환으로 승호리, 천내리, 고무산 시멘트 공장을 가장 먼저 복구했다. 오노다 시멘트 회사는 앞선 공업화로 시멘트 수요가 많고 석회석 자원이 풍부한 38선 이북 지역에 공장을 배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재건의 주요 재료로 시멘트가 선택되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시멘트는 운반과 시공이 간편하고, 필요에 따라 국산 원료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다른 소재(목재나 석재)에 비해 값도 쌌다. 이에 따라 한반도 풍경의 시멘트화 역시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1인당 소비 세계 5위, 과다사용 폐해 사정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해방 당시 38선 이남의 유일한 시멘트 공장은 오노다 삼척 공장이었다.(삼척 공장은 1957년 동양시멘트공업이 설립되면서 흡수된다.) 여기서 나오는 시멘트로 급증하는 전후 복구 및 재건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한·미협조 마크가 붙은 미국 원조품 시멘트 포대가 시중에 나돌았다. 시멘트는 한국전쟁 직후 복구과정에서 필수적인 공업으로 대두되었다. 1953년에 이미 신규 시멘트 공장 부지로 경북 문경이 선정되었고, 이듬해 6월에 유엔 한국재건단(UNKRA) 자금 525만 달러가 배정되어 연산 10만톤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국제 입찰을 통해 덴마크의 F L 스미스(Smidth)사가 건설청부업자로 선정됐다. 스미스사는 시멘트 공장 설비의 설계와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로 이집트, 파키스탄 등 1950년대 세계 시멘트 생산량의 40% 정도가 스미스 설비를 이용했다. 1957년에 완공된 문경 공장은 대한양회로 출범했고, 1962년에는 쌍용양회로 합병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후 1960년대를 거치면서 강원도 영월, 충북의 단양과 제천, 경기도 소사 등 전국 각지에 시멘트 공장이 들어섰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시멘트는 전국 각지에서 시멘트 구조물들을 만드는 데 이용되었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시멘트란 무엇이었을까? 1960년대 경제발전과 함께 쭉쭉 뻗은 시멘트 깔린 신작로처럼 근대화를 상징하는 물건이었을까?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마무리되던 1966년에 콘크리트의 문화적 의미를 둘러싼 소동이 일었다. 총독부 청사 건물이 여전히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정부는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 앞에 광화문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광화문은 총독부 청사가 들어설 당시 원래의 자리에서 옮겼다가 한국전쟁 당시 불타 기단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이를 다시 원래의 자리에 복원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어떤 재료로 복원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복원을 맡은 국보 건설단의 계획은 석축 위에 목재로 2층 문루(門樓)를 세운다는 것이었다. 정부안은 “백년대계를 생각해 철근 콘크리트로 하라”고 지시했다. 1968년 3월 20일자 에는 ‘광화문 복원에 이론(異論)’이라는 무기명 기사가 실렸다. 아무리 “영구성과 목재난이라는 현 실정을 고려”하더라도 “콘크리트 모조는 결국 기분 나쁜 가짜”라는 것이었다. 1968년에 중앙청 앞에 광화문이 복원되었다. 1926년 조선총독부 청사 건설과 함께 이전된 광화문은 한국전쟁 당시 전화로 목재 문루가 소실되어 기단만 남아 있었다. 박정희 정부는 영구성을 이유로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복원하도록 지시하였다. / 연합뉴스 1920년대 최첨단 철근 콘크리트 건물을 가리기 위해 또 다른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했다는 것도 기술사적 아이러니일 것이다. 40년 전에는 철근 콘크리트가 식민지에 제국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였다면, 1968년에는 “기분 나쁜 가짜” 신세가 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또 정부는 구조물의 영구성과 백년대계를 생각해 철근 콘크리트라는 재료로 문화재를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문화계 인사들은 그것이 속임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는 점 역시 근대 한국의 ‘테크노 컬처’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다면적인 소재를 제공한다. 1970~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시멘트의 문화적 위치는 더욱 하락했다. 그와는 관계없이 시멘트 생산량과 소비량은 더욱 늘어 2000년대 들어서는 1인당 소비량이 세계 5위권을 맴돌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시멘트 과다 사용의 폐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멘트로 간단하게 건물을 짓고 또 필요에 따라 금세 허무는 과정에서 다량의 건설 폐기물이 발생하고,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또한 시멘트를 콘크리트로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골재, 즉 모래 및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 또한 예기치 않은 환경문제를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다. 토건의 시대가 저물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시멘트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시대의 요구에 걸맞은 친환경 재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2016.01.11 17:21

    • 사회 건강설계

      [건강설계]척추압박골절 골시멘트 보강술

      서울 강동구에 사는 70세 여성 양모씨는 어느날 누웠다 일어나는데 갑자기 허리와 등이 끊어지는 것 같은 심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 가보니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이란 진단이 나왔다.  정씨는 곧바로 골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간단한 척추성형술을 받고 회복돼 통증에서 벗어났다. 나이가 들면서 뼈의 골량이 떨어지는 증상이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작은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올 수 있으므로 고령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은 골다공증으로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푸석푸석해진 척추뼈가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주저앉고 깡통처럼 찌그러지는 질환이다. 서 있을 때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위인 중간 흉추(등뼈), 또는 흉추와 요추(허리뼈)의 접합부위에서 흔히 발생한다. 골절이 된 부위를 빨리 회복시켜주지 않으면 주저앉은 부위에서 미세 골절이 계속 일어나고 그 안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이 자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척추압박골절이 생기면 허리나 등에 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찌그러진 척추뼈로 인해서 척추전만증(몸이 점점 앞으로 굽어지는 증상)이나 척추측만증(몸이 옆으로 구부러지는 증상)이 올 수 있다. 또 주위의 척추뼈도 함께 약해져 연쇄적으로 골절이 일어날 확률도 커진다.  이로 인해 키가 줄고 허리는 굽는다. 구부러진 척추뼈는 가슴과 배를 압박해 심장·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기능을 약화시키며, 거동이 불편해 누워 있게 되면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렴·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골다공증도 더 악화된다. 과거 척추압박골절 환자들은 6~8주 정도 침대에 누워 절대 안정을 취하는 방법 외에는 대책이 없었다. 이런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이다. 척추성형술은 주사기와 비슷한 특수장비로 골절된 부위에 액체상태인 골시멘트를 주입하여 굳히는 방법이다. 간단한 국소마취로 15~20분 만에 시술이 가능하며 시술 직후 통증이 사라진다. 입원기간도 길어야 1~2일 정도로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하지만 오랫동안 치료가 늦어져 허리 근육에 변성이 온 경우 제한적 효과만 있으므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로부터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2014.02.18 16:49

  • 레이디경향

    • [시인과 함께 읽는 시]송승환 시인의 ‘시멘트’

      재테크 시인과 함께 읽는 시

      [시인과 함께 읽는 시]송승환 시인의 ‘시멘트

      송승환 시인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나사’ 외 4편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존재에 대한 물음을 어떻게 시적인 것으로 풀어낼 것인지를 고민하며 시를 쓴다. 변화와 지속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즐기는 듯 보인다. 최근에는 국문학과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며, 두 번째 시집 준비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05년「현대문학」에 신인 추천 평론 부문에 등단한 뒤 문학평론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존재하고 있는 주변 사물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하고 살았으면 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1 친구와 쌈지 스페이스를 찾았다. 보통 전시장은 입구를 열어놓는 편인데, 이곳은 문이 닫혀 있다. 들어가려고 가까이 다가가자 자동문인 것 같은데 열리지 않는다. 망설이다가 한 발 물러서니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열린 틈으로 얼른 몸을 들이밀고 보니 문 모양도 좀 이상하다. 안은 더 이상했다. 휑한 그곳에는 똑같이 생긴 문 다섯 개가 있다. 문을 열어야 한다는 건가? 손잡이를 당겨본다. 어, 열리지 않는다. 옆에서 친구는 “문이 아니라 전시품인 것 같다”고 일러준다. 그런데 또 옆문은 열린다. 2층으로 가봐도 똑같다. 비슷하게 생긴 문과 벽, 계단들만 계속 보인다. 대체 뭘 감상하라는 건지. 이젠 나가는 길도 모르겠다. 알고보니 건물 전체를 활용한 전시란다. 공간에 대한 낯섦을 이야기하는 이 전시는 우리의 시공간 감각을 낯설게 보도록 해준다.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공간이, 굳건하게 서 있는 건물조차도 완전한 것이 아님을 말한다. 내 눈으로 보고 있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이다. 어쩐지 배신감이 드는 상황이다. 당연하게 확신하고 살았던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랄까. #2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것들, 이를테면 ‘파란 바닷물’을 떠올려보자. 파랗게 보이는 바닷물은 실제로 파란색을 띠지 않는다. 한 걸음 더, 그렇다면 파란색은 어떤 색이기에 바닷물이 파란색은 아니라고 말하는 걸까. 빨강과 보라가 섞인 색을 파란색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그건 그렇게 하기로 사회적 약속을 한 것에 불과하다. 실제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제껏 살아오면서 알고 있던 것들 중에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뭘까? ‘진짜’ 모습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있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이 무척이나 알고 싶어진다. 누군가에 대한 나의 감정이 뭔지 확신이 없고 헷갈릴 때면 내가 따져보는 것이 딱 두 가지 있다. 함께 있지 않을 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매사에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그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는지. 그렇게 ‘알고 싶던’ 그를 만나다보면 언젠가는 그 사람에 대해 ‘다 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서버린 그 사람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다. 한 몸처럼 잘 맞고, 내가 잘 아는, 내 품 안에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낯선 그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원래부터 그는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3 생각해보면 시간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지도 모른다. 일직선으로 흐르는 시간은 지나간 과거를 원인으로 하여 현재의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고, 다시 내일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려고 침대에 몸을 뉘었을 때 ‘그 사람이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나보다’라는 해석을 하게 된다. 시간적으로는 분명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앞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나중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뒤에 일어난 결론을 보고, 거슬러 올라가 ‘사랑’을 인식하게 됐으니 시간이 곧게 흐르지만은 않는 것 아닌가. 언젠가 책에서 본 철학자 라캉의 ‘논리적 시간’이 생각난다. 정말 시간이 논리적으로 흐르고 있나보다.#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후략)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기 때문에, 그가 꽃이 되었다. ‘이름’이라는 언어가 ‘그’를 만든 것이다. 이름이 주체를 앞서고 말았다. 당신이 나를 꽃으로 불러준다면 나는 꽃이 될 것이다. ‘나’를 접어두고 ‘당신의 꽃’으로. 에필로그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용기를 내서 잡은 그녀의 손은 딱딱하다. 나를 반기지 않는 손이다. 낯섦이 끼쳐온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돌은 막상 집에 돌아와 꺼내보면 내 것이 아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꿈을 꾸는 줄 알았던 그녀도 이제는 빌딩으로 들어가버렸다.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다. 남겨진 자에게 비치는 햇빛은 찬란하지만 서글프다. “분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 정말 알고 있는 걸까요? 존재에 대해 끝까지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우리는 흔히 주변 사물을 보면서 이름을 알면 다 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름은 사물의 속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사물과 속성 사이에는 간격이 있죠. 그 간격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송승환 시인의 시집은 제목과 본문을 연결시키기가 쉽지 않다. 제목은 대부분 현대의 사물들이다. 지극히 현대적인 그 사물들을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금방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인이 말한 대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제목과 본문 사이 간극은 좁아진다. 머릿속에 풍경이 그려지면서 쉽게 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존재하고 있는 주변 사물들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하고 살았으면 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요.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사는 건 슬픈 일이에요. 이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요. 깔려 있는 여러 의미들을 알고자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중요한 행위를 힘들어하지 마세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끝나고 나면, 그의 시집을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려 한다.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준비를 하고서. 당신은 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2008.12.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