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좌와 우가 악수하는 곳, 성차별](https://img.khan.co.kr/news/2025/04/20/l_2025042101000563500058431.jpg)
오피니언 시선
[시선]좌와 우가 악수하는 곳, 성차별“A와 B는 같은 학과에서 어떻게 그리 잘 지냈대?” 내가 있는 학교의 교수 A와 B를 언급하며 몇년 전 지인이 했던 질문이다. 이 둘은 사회적으로 이름난 교수인데 A는 ‘이른바’ 진보, B는 ‘이른바’ 보수...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2025.04.20 20:18
오피니언 시선
[시선]좌와 우가 악수하는 곳, 성차별“A와 B는 같은 학과에서 어떻게 그리 잘 지냈대?” 내가 있는 학교의 교수 A와 B를 언급하며 몇년 전 지인이 했던 질문이다. 이 둘은 사회적으로 이름난 교수인데 A는 ‘이른바’ 진보, B는 ‘이른바’ 보수...
나임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2025.04.20 20:18
오피니언 시선
[시선]별일 없는 한국타이어광장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뜨거웠던 겨울에서 봄, 노동자들의 일터는 별일 없이 돌아갔다. 지난겨울 내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로 공장에 갈 때마다 낯선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광장의...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2025.04.13 21:24
오피니언 루페로 보는 시선
[루페로 보는 시선]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빨리 핀 꽃들은 지고, 그 위를 새로운 꽃들이 덮는다. 미련 없이 돌아서는 꽃들처럼 인간도 과욕을 버릴 수 있다면. ⓒ레나 햇볕이 부쩍 맑고 따뜻해졌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레나 사진작가 2025.04.10 21:26
오피니언 시선
[시선]‘산불 재난’과 그림자 이주민고온건조하고 강풍이 부는 2025년 3월, 전국적으로 크게 일어난 산불이 비로소 진화됐다. 31명의 사망자, 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불이 진화된 이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은 3200여명에 달한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상근변호사 2025.04.06 20:35
스포츠종합
[김세훈의 스포츠IN] 장애인의 날, 장애를 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꾸자(왼쪽부터)태권도 주정훈, 철인3종 김황태, 골볼 김희진 등 장애인 선수들이 지난 19일 서월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광주전 시축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골볼 국가대표팀 정지영 감독. 대한장애인체육회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기념 행사와 집회가 열렸고, 프로 스포츠에서도 장애인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역시 국제 캠페인 ‘WeThe15’를 실천하고 있다. ‘WeThe15’는 전 세계 인구 약 15%가 장애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이때 장애는 시각장애나 지체 장애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우울증, 노화 등도 포함된다. 즉, 누구나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선언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장애’를 ‘타자화’하고 있다. 보호와 시혜, 감동과 영웅담 속에 장애인을 가두고 있는 건 아닌가. 그동안 자주 사용해온 몇 가지 표현과 관행을 되짚어보며,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부터 바꿔야 할 시점이다. 린가드, 주정훈, 김황태, 김히진, 정지영 감독, 김진수가 지난 19일 서울-광주전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 관련 기사나 방송에서 흔히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장애를 극복하고 기적을 이뤘다”, “장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등이다. 이처럼 장애를 극복의 대상, 감동의 서사로 소비하는 방식은 장애 당사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불편하다는 반응을 낳는다. 장애는 대부분 평생 안고 살아가는 ‘상태’다. 이는 단기간 노력이나 의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불편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일부다. 업적을 이룬 장애인이 있다면, 그의 노력과 성취에 집중해야지, ‘장애를 극복했다’는 틀에 끼워 감동의 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합시다”라는 문구는 선의에서 나왔지만, 그 자체로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굳이 장애인을 특정해 배려의 대상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비장애인이 주체, 장애인이 객체’라는 위계를 전제하는 말이 될 수 있다. 배려는 동등한 존재끼리 오가는 존중의 행동이지, 위에서 내려주는 혜택이 아니다. 장애를 ‘비정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이제 드물지만, 여전히 무심코 쓰이는 차별적 언어들이 있다. ‘벙어리’, ‘장님’, ‘절름발이’ 같은 직접적인 표현부터 ‘눈먼 돈’,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같은 관용어까지, 우리 일상에는 장애를 희화화하거나 결손으로 낙인찍는 표현이 남아 있다. 심지어 ‘장애우’처럼 한때 순화된 표현으로 여겨졌던 단어조차도 지금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낱말로서 사라져야 할 표현이 됐다. 장애인 스포츠 종목 체험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장애인과 일상에서 마주쳤을 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그 도움조차도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 휠체어를 무심코 밀거나, 시각장애인의 팔을 갑자기 잡는 행위는 당사자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휠체어, 지팡이, 안내견은 장애인의 신체 일부와 같다. 그들의 공간과 몸을 존중하려면, 동의를 구하지 않은 도움보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방식으로 돕는 ‘동의 기반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패럴림픽과 아시아파러게임 같은 장애인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장애를 이겨낸 영웅”을 칭송한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면 그들의 존재는 ‘투명인간’이 된다. 장애인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과도한 찬사도, 동정도 아니다. 사람 대 사람, 선수 대 선수로서 평등한 시선이다. 장애는 일부 소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령화, 질환, 사고 등 누구든 예기치 못한 순간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진행성 장애’를 가진 존재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 시스템은 결국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배리어프리 환경, 포용적 교통과 노동, 함께 쓸 수 있는 공공시설은 특혜가 아니라 상식이 되어야 한다. 국제 캠페인 ‘WeThe15 장애인의 날에 우리가 진심으로 돌아봐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장애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내가 사용하는 말과 행동은 정말 평등한가.” 우리는 그 답을 말이 아닌 일상에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김세훈 기자 2025.04.21 08:11
연예
‘인기가요’ 유니스, 시선 올킬SBS ‘인기가요’ 그룹 유니스(UNIS)가 달콤하면서도 매운 반전 매력으로 ‘인기가요’를 홀렸다. 유니스(진현주, 나나, 젤리당카, 코토코, 방윤하, 엘리시아, 오윤아, 임서원)는 20일 오후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SWICY(스위시)’ 컴백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무대에 앞서 유니스는 MC들과의 인터뷰로 시청자들과 먼저 만났다. 유니스는 신곡 소개와 함께 포인트 안무를 짧게 선보이며 본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레드와 핑크로 포인트를 준 스쿨룩 스타일링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덟 멤버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솔직 담백한 가사를 통해 때로는 ‘Sweet(스위트)’하고 때로는 ‘Spicy(스파이시)’한 당찬 10대 소녀의 면모를 제대로 드러냈다. 퍼포먼스 역시 강력하다. 유니스는 풍부한 표정 연기를 바탕으로 따라 하기 쉬운 손동작을 통해 발랄한 매력을 뽐냈다. 특히 포크로 마음을 콕 찜하는 듯한 동작, 주문을 거는 듯한 동작이 여덟 멤버의 귀여움을 극대화하며 글로벌 팬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니스의 미니 2집 ‘SWICY’는 ‘Sweet’와 ‘Spicy’를 결합한 신조어를 의미한다. 유니스는 최근 푸드를 넘어 뷰티,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SWICY’는 경쾌한 리듬에 여덟 소녀의 매콤달콤한 매력을 음식에 비유한 재치 있는 가사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니스의 발랄함을 나타냈다. 이 곡은 중독성 있는 음악과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은 귀여운 안무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숏폼 플랫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편, 이날 ‘인기가요’에는 유니스를 비롯해 권은비, 마크, Pagaehun(박태훈), 신성, 싸이커스, 앰퍼샌드원, 에이머스, 82메이저, NCT 위시, 오드유스, 이즈나, 이프아이, 최여원, 코스모시, 클로즈 유어 아이즈, 키코 X 알렉사, 휘브가 출연했다.
안병길 기자 2025.04.20 16:34
야구
‘입단 테스트서 시속 147km 직구’ 불펜 약한 두산의 시선을 사로잡다 “불펜에서 쓰임새 많을 것”두산에 입단한 고효준.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이 베테랑 좌완투수 고효준(42)을 영입했다. 두산은 17일 “고효준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연봉 8000만원 포함 총액 1억원의 조건이다. 1983년생 고효준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로 지명한 좌완투수다. 고효준은 프로 통산 23년간 SK-KIA-롯데-LG-SSG를 거치며 601경기(890이닝)에 등판, 47승54패 4세이브 56홀드 평균자책 5.27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시즌에는 SSG에서 26경기(22이닝) 2승1패 5홀드 평균자책 8.18을 기록했고, 시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고효준은 지난 11일부터 5일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입단 테스트를 거쳤고, 여기에서 최고 시속 147㎞의 강속구를 던지며 자신을 어필했다. 두산은 “혼자 몸을 만들었음에도 시속 140㎞대 중반의 구속을 꾸준히 유지했다. 변화구 제구 및 트래킹 데이터도 준수했다. 불펜에서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며 “또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수들이 많은 두산 불펜에서 멘토 역할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산은 고효준과 육성선수로 먼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성선수 1군 등록은 5월1일부터 가능하다. 두산 관계자는 “고효준은 남은 4월 퓨처스팀에서 실전 감각을 조율 후 현장에서 1군 콜업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효준은 “현역 연장의 기회를 주신 두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정호 기자 2025.04.17 15:16
연예
[공식] 차청화, 매니지먼트 시선 합류…‘귀궁’ ‘사계의 봄’으로 계속 달린다배우 차정화. 사진 매니지먼트 시선 배우 차청화가 새롭게 설립된 매니지먼트사 시선과 전속계약을 맺고 새 출발 한다. 16일 매니지먼트 시선은 차청화와의 전속계약 소식을 전하며 “차청화가 매니지먼트 시선을 배우로 합류했다”며 “차청화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였다. 당사의 든든한 지원 속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로운 활약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매니지먼트 시선은 “배우를 바라보며, 그들의 개성과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는 매니지먼트사로 배우의 잠재력을 보고(See), 그 잠재력이 태양(Sun)처럼 빛을 발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차청화는 그동안 드라마 ‘마이데몬’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갯마을 차차차’ 등 출연하는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며 경력을 쌓았다. 차청화는 SBS 새 금토극 ‘귀궁’과 드라마 ‘사계의 봄’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차기작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하경헌 기자 2025.04.16 08:40
문화/과학 문화캘린더 문화캘린더
[문화캘린더] 비인간의 시선으로 본 ‘인간’[뮤지컬] 라이카 일시 3월 14일~5월 18일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관람료 R석 9만원, S석 7만원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라이카>가 초연된다. 냉전 시대 소련이 스푸트니크 2호에 우주 탐사견 라이카를 태워 보낸 실화를 바탕으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재해석해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다. 1957년 소련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며 미국을 제치고 우주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에 고무된 소련은 두 번째 인공위성 개발에 돌입했고, 이번에는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체를 탑승시키기로 했다. 우주 탐사의 역사적인 임무를 맡게 된 생명체는 다름 아닌 개, ‘라이카’였다.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 라이카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지구가 아닌 낯선 행성, B612에 불시착한다. 그곳에서 라이카는 외계 생명체인 왕자, 장미, 바오밥을 만난다. 이들은 라이카를 기다렸다는 듯 환영하며,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라이카는 지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가장 사랑하는 인간 캐롤라인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자 한다. 왕자와 장미가 끊임없이 라이카를 붙잡아 두려 하는 가운데 과연 라이카는 무사히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품은 최초의 우주 탐사견 라이카와 어른이 된 어린 왕자 등 비인간 존재의 시선을 빌려 인간과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한다. 인간을 사랑해 지구 최초의 우주 탐사견이 된 라이카 역은 배우 박진주, 김환희, 나하나가 맡았다. 인간을 혐오하는 왕자 역은 조형균, 윤나무, 김성식이 연기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등에서 호흡을 맞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박소영 연출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070-4190-1289 *주간경향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문화행사를 이 주소(psy@kyunghyang.com)로 알려주세요. 주간경향 독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연이나 전시면 더욱더 좋습니다. [무용] 오하드 나하린〈데카당스〉 일시 3월 14~2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원 서울시발레단이 세계적인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명작 <데카당스>를 선보인다. ‘Minus 16’, ‘Anafase’, ‘Venezuela’ 등 1993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 7편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02-399-1000 [연극] 동물 없는, 가족: 비범한 7개의 익살극 일시 2월 26일~3월 9일 장소 공간아울 관람료 전석 3만원 예측 불가능한 사건과 기묘한 유머 속에서 인간과 가족의 의미를 탐색하는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현대 가족의 모습이 어디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조명한다. 02-417-2777 [클래식] Lies of P Orchestra Concert P의 거짓 콘서트 일시 3월 22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관람료 R석 11만원, S석 9만원, A석 7만원 몰입감을 극대화한 배경음악으로 화제를 모았던 게임 ‘P의 거짓’ OST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지휘자 안두현과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 그리고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가 출연한다. 1544-7744
박송이 기자 2025.03.05 06:00
정치
과열과 관망 사이…민주 전대를 보는 엇갈린 시선고관여층은 ‘과잉’ 중도층은 ‘관망’…고관여층 분화 기류도 감지 이재명 2기 ‘팀 민주당’ 불가피…중도확장으로 노선 전환 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지난 7월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차 전국당원대회 대구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문재원 기자 민주당 전당대회가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8월 둘째 주 주말 경기·세종, 셋째 주 서울 합동연설회와 선거를 마지막으로 당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뽑는다. 시·도당 위원장 선거도 같이 치러진다. 이번 전당대회의 공식 이름은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다. 2022년 치러진 전당대회의 공식 이름은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였다. 주체가 대의원에서 당원으로 바뀐 첫 선거다. 왜 대의원이 아닌 당원일까. 이번 전당대회의 본선 룰은 대의원 투표 14%, 권리당원 투표 56%, 일반 국민여론조사 30%로 결정된다.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2022년 전당대회의 경우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국민여론조사 25%, 일반 당원여론조사 5% 비율이었다. 대의원이나 일반 당원의 의견 비율이 이번보다는 높았다. 승패는 전체 당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경기 투표 결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결과를 합산해보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그러니까 이재명 당대표 선출에 대한 이견은 나오지 않는다. 이재명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 역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한 선출직 당대표가 된다. 이번에 선출된 지도부는 2026년 지방선거 공천을 지휘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성공? 실패? “일부 언론에서 2022년 전당대회에 비교해서 투표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오보다.” 지난 8월 5일 최고위원회 후 브리핑에서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의 말이다. 민주당 공보국에서는 이날 ‘전당대회 투표율 관련 참고 자료(권리당원)’도 배포했다. 2022년 전당대회와 비교해 온라인 투표율이 0.79%포인트 감소한 강원도만 제외하면 지금까지 치러진 전국 순회 경선 대부분 지역에서 온라인 투표율이 6~7%포인트 올랐다는 것이다. 거기에 투표일 당일 치러질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를 합산하면 투표율은 더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흥행 실패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8월 첫째 주까지 온라인 투표 당대표 선거인단 누계는 69만7351명이고, 참여자는 18만4605명으로 투표율은 26.47%다. “2022년 전당대회는 그렇다면 흥행한 것인가. 그런 식의 설명자료를 낸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때도 이재명 대표가 대선 치른 후 당 대표 선거에 나오는 바람에 ‘이것은 아니지 않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을 벌써 잊은 건가.”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2022년 전당대회와 비교해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흥행했다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아직 수도권 선거 일정이 남았지만 전당대회가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는 정치평론가들은 거의 없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압승한 직후 치러지는 전당대회이니 일종의 허니문 기간인데 투표율이 높지 않다. 역대 전당대회를 보면 아무래도 정당 행사다 보니 원래 투표율이 높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직접민주주의 당원권 강화를 내세우며 규정을 바꿔 권리당원 의사 반영 비율을 높였다. 그러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은 건 역설적으로 더 큰 문제다.” 이변이 없는 한 이재명 당대표는 거의 확정적이지만 8명의 후보 중 5명을 뽑는 최고위원 후보 순위는 대폭 변동을 거듭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 초반엔 원외의 정봉주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7일 부산·울산·경남 선거부터 뒤집히기 시작했다. 김민석 후보가 치고 올라갔다. 이때까지 전체 합산에서는 김 후보가 정 후보에게 뒤졌지만, 지난 8월 3일 전북 결과 합산부터는 역전해 앞서가기 시작했다. 정봉주 지지 여부로 갈라선 친명 지지층 김민석 후보의 선전에는 어떤 ‘동인’이 있었을까. 강원·대구·경북 선거에서 7000표 이상 정봉주 후보가 앞서가기 시작하자 지난 7월 23일 여러 단톡방과 온라인 게시판에는 과거 정 후보와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경선했던 김진애 전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정봉주 후보가 수석 최고위원을 맡지 말아야 하는 이유’라는 영상이 편집돼 퍼졌다. 더 결정적인 것은 1차 경선(제주·인천)을 마친 뒤 김민석 후보에게 이재명 후보가 “왜 이리 표가 안 나와”라고 말하는 영상이다. 거의 찰나에 가까운 순간이지만 이 장면 역시 편집돼 여러 단톡방과 게시판에 퍼져나갔다. 출마한 모든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을 표방하고 있지만 ‘명심(明心)’, 즉 이재명 사실상 차기 대표가 자신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수석 최고위원, 1위 후보로는 김민석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삽시간에 대세가 된 김민석 후보의 최고위원 당선에는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관전포인트는 8명의 후보 중 턱걸이로 당선할 5위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다. 8월에 들어서면서는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를 수석 최고위원에서 밀어내기 위해서는 김민석 후보와 함께 ○○○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이 확산됐다. 확인되지도, 확인할 수도 없는 흑색선전까지 나오며 과열 양상이다. 지지 후보를 두고 ‘친명 정치 고관여층’도 분화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본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흐름을 보면 가장 많이 의지하는 스피커는 김어준이다. 유튜브에서는 박시영, 새날 등이 그 범주라고 볼 수 있다. 최고위원을 뽑는 것과 관련해서 과거 ‘나꼼수’ 인연 등으로 정봉주를 김어준과 박시영이 밀었고, 그러기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역순회 경선에서 정봉주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그 결과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사람은 김민석이라는 ‘시그널’을 내면서 지지층이 헤쳐서 모여 흐름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 정치 시사해설 채널을 운영하는 김두일 작가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같은 친명이라도 윤석열 정권의 탄생과 관련한 문재인 정권의 책임 여부에 대한 태도와 연장 선상에서 조국혁신당에 대한 관점에 따라 입장 차가 벌어지는 중이다.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 단톡방을 제외하면 정봉주 비판 성향이 두드러지는 곳은 방송인 이동형씨가 개설한 커뮤니티 사이트 ‘잇싸’다. 김 작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나치게 성역화해서 옹호한다든가, 조국혁신당에 대한 우호적 관점을 갖고 정봉주를 미는 김어준 등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딴지·클리앙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있지만, 그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잇싸’ 게시판에 몰리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를 비롯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 “엄밀히 말하면 지금은 정치 비수기다. 하지만 고관여층에는 정치 비수기란 없다. 그들은 정치를 스포츠처럼 소비하니 전당대회도 흥미진진하고 탄핵이나 특검 여부도 높은 관심을 유지하고 있지만, 활성화된 정치 지지층이 아닌 사람은 관심을 끄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지율이나 흥행 여부를 따지는 것은 사실 거의 의미 없어 보인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 정치 고관여층에는 누가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하냐 또는 누가 5위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정치 저관여층이나 중도에는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민주당 지지 성향 중 저관여층 또는 중도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걸까. 민주당 지지자 20~40% 이재명 연임 반대 한국갤럽이 지난 7월 넷째 주 자체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 지지율은 3년차 1분기 24%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최저점을 갱신했다. 갤럽은 이 수치를 공개하면서 1988년 노태우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지지율을 같이 공개했는데 그중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가장 낮았고, 반대로 3년차 1분기 부정 평가율은 67%로 가장 높았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7%, 국민의힘 35%, 조국혁신당 9%를 기록했다. 정권에 대한 강력한 반대 여론을 민주당이 끌어안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NBS가 시행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된 조사 결과도 있다. NBS가 지난 7월 둘째 주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에 찬성은 35%, 반대는 41%, 모름/무응답은 14%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들의 답이다. 찬성은 68%인 반면 반대는 22%, 모름/무응답은 10%다. 다시 자신의 이념성향이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의 58%는 찬성, 반대는 31%다.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평가에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의 경우 찬성이 47% 반대가 40%다. 같은 기관의 7월 넷째 주 조사엔 민주당 차기 당대표자 적합도에 관한 질문이 들어 있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은 34%, 김두관은 14%, “없다”가 47%를 차지하고 있다(한국갤럽·NBS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기관편향을 고려해도 민주당 지지자의 20~40% 내외는 이재명 당대표자 연임에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연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사이의 간극과 이재명 대표가 얻고 있는 80~90%의 지지율상 숫자가 교합되지 않은 면이 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총선을 치르면서 이재명 일극체제가 완성됐지만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뜻이다. 과거 비명·반명 입장이었던 사람들이 ‘새로운미래’를 만들어 떨어져 나갔으니 이전보다 순도 높은 한팀이 됐는데도 지지율이 왜 현격히 늘어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교훈을 민주당은 얻어야 한다. 총선 당시 각 지역에서 민주당이 얻은 득표율을 다 합치면 51.5%가 되는데 그게 순수한 민주당 지지율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당선돼선 안 되겠다’라는 반대표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지 민주당 힘으로 얻은 51.5%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1기 이재명 대표 때는 그나마 비명 최고위원인 고민정이라는 균형추가 미세하게나마 있었다면 지금 만들어질 2기 이재명 대표체제는 다양성이 없는 일극 친명 체제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의사결정은 신속하고 빠르게 갈 수 있을지 몰라도 중도확장 가능성엔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2기 이재명 당대표자 체제, 노선 전환 준비 중? 하헌기 소장은 이번 전당대회가 내건 당원 주권론이 정당민주주의의 관점으로 평가하면 후퇴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예컨대 전당대회 전에 총선이 있었다면 이전엔 총선에서 지역구 관리를 똑바로 하지 않았다면 뭐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재선, 삼선 의원에겐 지역구 관리가 최우선이었다. 그런 것이 무의미해진 것이 지난 총선이었다. 친명 유튜브 방송에 나가 떠드는 것이 공천에 더 도움 된 것이다.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하려면 여론 동향을 잘 파악해 ‘이재명을 지키겠다!’라고만 하면 된다. 지금처럼 ‘친명을 넘어 찐명’ 경쟁을 하는 데는 아무런 장래성이 없다. 어차피 대세가 그렇게 흘러가니 지금은 침묵하며 관망하고 있는 민주당 당원들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전당대회 이후 2기 이재명 대표체제에선 정치 저관여층이나 관망하는 중도층을 포괄하는 ‘팀 민주당’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유창오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현재 상태에서는 이재명 리더십으로 단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라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나 특검 등 현실 정치 사안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민주당이 기존의 친명 지지층을 넘어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면 정책적 스펙트럼은 더 넓혀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는 “1기 이재명 대표체제가 대선 이후 사법 위험성을 막아내기 위한 검찰과의 싸움이었다면 2기는 사법부의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라며 “사법부와 싸움이 기다리는 2기 체제에서는 사법리스크 해결을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대선 당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차기 대권주자 당대표자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당장 가을부터 가상대결 조사데이터가 나올 것이고, 그게 이 대표 재판을 담당할 판사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리스크 해결과 자기 대선 캠페인이 똑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콘셉트, 방향, 좌표는 이미 나왔다고 봐야 한다.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먹고사니즘, 종합부동산세, 금융투자세에 관해 기존 당 입장과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게 앞으로 나올 2기 이재명 대표체제의 방향이다.” 당대표 선거 이후 중도확장으로 노선 전환은 이미 예정돼 있고, 이재명 후보나 지지그룹이 지금 최고위원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와 배제 입장을 취하는 것도 그 맥락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인 기자 2024.08.12 06:00
경제 전성인의 난세직필
[전성인의 난세직필](25) 환율 급등을 바라보는 비관적 시선환율 급등은 강달러 현상으로 모든 나라가 다 겪고 있는 문제라고만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강달러 현상이 존재했던 것은 맞지만 원화의 최근 가치 하락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은 지난 4월 14일 서울 명동소의 한 환전소. 원달러, 원 엔·위안화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4월 17일, 원화의 대미 환율이 장중 한때 달러당 1400원을 돌파했다. 일순 금융시장을 바라보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한국 경제에서 환율 1400원은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굵직굵직한 경제위기 때만 등장하던 그 공포의 수치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당국은 즉각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이 함께 등장해서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경고했다. 그 결과 대미 환율은 다시 1400원 밑으로 떨어졌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여러 가지 진단도 나왔다. 이번 원화 가치 하락은 유독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강달러 현상에 따라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경제위기 때면 늘 등장하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이상 없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시장의 공포지수도 아직 크게 경계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 아무 이상 없는 것인가? 현재 상황은 강달러에 기인한 해프닝일 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정황이 있다. 4월 들어 원화의 절하세 유독 현저 우선 이번 환율 상승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맞다. 강달러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가 모두 달러화에 대해 절하됐다. 그러나 이런 공통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원화의 움직임에는 분명히 기분 나쁜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은 4월 초순 이후 원화의 절하세가 유독 현저하다는 점이다. 원화는 올해 들어 지속해서 절하돼왔으나 그 속도는 대략 다른 나라와 유사했다. 오히려 일본 엔화의 절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랐다. 그런데 4월 들어 상황이 변했다.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4월 11일 또는 12일부터 원화 가치가 급속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4월 1일부터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있기 전날인 16일까지 엔화는 약 1.86% 절하됐지만, 원화는 3.34% 절하됐다. 절하 폭이 2배 가까이 된다. 다른 인접국 통화와 비교해도 상황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대만달러화는 4월 들어 16일까지 1.53% 절하됐다. 우리의 딱 절반밖에 안 된다. 따라서 원화는 단순히 달러화에 대해서만 절하된 것이 아니라 엔화와 대만달러화에 대해서도 절하된 것이다.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절하되기는 마찬가지다. 4월 1일에 1위안당 186.06원이던 위안화 환율은 16일에 191.64원으로 상승했다. 결국 강달러 현상이 존재했던 것은 맞지만, 원화의 최근 가치 하락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원화는 모든 주변국 통화에 대해 절하됐다. 그래서 기분 나쁘다. 다음으로 과연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은지 살펴보자. 우선 무엇이 펀더멘털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성장률?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아마도 관료들은 이런 수치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이런 수치는 IMF 외환위기 때에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는 1997년 10월 28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강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속기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11월 14일에 IMF 긴급지원을 받기로 결정하고 강 부총리는 19일에 경질됐다. 따라서 펀더멘털을 말할 때는 문자 그대로 우리 경제의 숨겨진 ‘기초체력’을 살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건강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의 측면에서 불황의 늪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고, 장기 추세 측면에서는 노령화 때문에 ‘망해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중저 신용자 및 부동산 건설 관련 대출이 많은 금융회사는 부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경제활동인구는 문자 그대로 감소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파산을 걱정한 지 오래고,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는 확대일로에 있다. 한때 한강의 기적을 구가하던 우리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만큼도 성장하지 못한다. 그렇게 된 지 오래됐다.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펀더멘털에 다른 뜻이 있었나? 공포지수가 아직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공포지수가 변동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때는 늦다. 정책이란 이런 지수가 움직이기 이전에 그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은, 금리 인상에 유연한 자세 보여야 그럼 이제 원인과 대책을 생각해 보자. 나는 이런 경제 불안정성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통화정책의 실기(失期)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은 작년 2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 연준은 작년 7월 26일 금리를 인상했고,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작년 8월이나 9월에 기준금리를 조금 더 인상했어야 하지만, 그 시기를 놓쳤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위기가 닥치지 않는다는 증표가 될 수는 없다. 현 상황은 마치 밤에 대문을 활짝 열어 둔 채 잠을 자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둑은 언제든지 들어 올 수 있으며, 어제까지 도둑이 안 들었다는 것이 유효한 항변이 될 수는 없다. 어쩌면 도둑은 은밀하게 이미 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원화 절하의 모습으로.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금리를 덜컥 올려야 하는가? 아니다. 이것은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시장을 오히려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단순히 금리 인하 시점을 연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상황이 악화할 경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신호를 설득력 있게 시장에 보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 경제의 단기적 위험요소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부실 금융기관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재정 적자를 줄여나가야 한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과정에서 고통을 겪을 채무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회사는 망해도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정책 기조를 확립해야 한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축소만이 아니라 그동안 금기시된 용어인 ‘증세’를 입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위 정책들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금융기관 정리하려면 난리가 날 것이고 채무자를 보살피려면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상투적 반대가 있을 것이다. 이미 정치 집단화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보다 선거와 개각에 한눈팔 수도 있고, 총선에서 패배한 정부가 증세를 추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분 나쁜 것이다. 정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 경제팀이 그 정답을 추진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전성인(홍익대학교 경제학부) 2024.04.22 06:00
경제 김유찬의 실용재정
[김유찬의 실용재정](38) 생필품 부가가치세 세율 경감을 보는 시선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월 28일 서울 용산용문시장사거리에서 권영세 후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고물가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가공식품 등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4년 4월 총선처럼 정부·여당이 감세 정책을 미끼로 유권자들을 낚으려는 선거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 등의 선심성 공약에는 대부분 금융·부동산 자산으로부터 고소득을 누리는 이들의 감세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여당이 제안한 감세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선거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납세자이며 투표권자인 시민들의 반응이다. 시민들이 어떤 조세·재정 정책을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참여연대가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감세 공약이 시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한 가지 공약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부가가치세 공약이다. 해당 공약은 두 가지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연매출 8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겠다는 내용과 생필품에 적용되는 세율을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내리겠다는 것이다. ■ 부가가치세 공약 진지한 검토 필요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기준 약 74조원의 세수입을 가져왔다. 소득세(약 116조원), 법인세(약 80조원)와 함께 재정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세목 중의 하나다. 올해 예산 기준 부가가치세는 81조4000억원으로 전체 세수(367조3000억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지난해 56조원의 세수결손이 난 상황에서 꼭 필요한 재정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감세가 아니라 증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부가가치세에서 개인사업자는 일반과세자와 간이과세자로 나뉜다. 국민의힘의 부가가치세 공약 첫 번째 부분은 간이과세자 기준을 높여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것으로, 간이과세를 선호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의 표를 노린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다. 거래에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간이과세자가 늘면 부가가치세의 정상적인 과세기반이 무너진다. 바람직하지 않다. 부가가치세 공약의 두 번째 부문은 생필품에 대한 세율 인하 부분이다. 국민의힘이 가공식품 등 서민 밀접 품목에 부가가치세율의 한시적 인하를 요구하자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가 지원 효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상은 출산 및 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에 대한 것으로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10%에서 5%로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많은 전문가가 반대하고 있다. 물가 안정에 대한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세수 감소 등 부작용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모든 재화와 용역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거래에 동일하게 10% 세율을 부과한다. 부가가치세는 1977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가공 식품 등 일부 생활필수품을 면세 대상으로 두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귀금속과 자동차 등에는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다. 담배와 주류 등 특별한 재화의 경우에는 담배소비세, 주세 등으로 특별히 따로 관리한다. 한국의 소비세 구조는 부가세를 기본으로 하고 개별소비세 등으로 차등을 주는 체계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일부 품목만 부가가치세 세율을 조정하는 방법은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세 체계에는 없다. ■ OECD 국가 대부분 생필품에 경감세율 적용 소비세는 소득세와 비교해 납세자들의 세 부담에 대한 자각이 약해 조세저항이 작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수입목적의 재정조세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적절하다. 정부는 소비세가 가진 이러한 성격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세의 비중이 커지면 조세체계 전체적으로 역진적인 성격이 강화된다. 저소득층은 소비성향이 높은 관계로 소비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세의 부담 비율이 높다. 특히 자녀가 많은 가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소득에 역진적인 부가가치세의 성격을 보완해주는 조처가 필요하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한계소비성향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생활필수품 등에 대해 경감세율을 적용하면 소득분배의 역진성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에 제안된 바와 같이 주요 생필품의 부가가치세율을 5%로 인하하면 부가가치세의 소득분배에 대한 역진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우 대부분 생활필수품에 대해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0%의 표준세율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 부가가치세를 활용하고 있는 주요 3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표준세율 수준과 비교할 때 50% 수준이다. 주요 3국은 20% 정도의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경감세율을 활용하지 않고 일부 품목에 면세제도를 활용해 실효적인 세율은 이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차이가 작다. 학계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가가치세 실효세율 수준은 이들 3국의 부가가치세 실효세율 수준의 69%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가 부가가치세의 세 부담 수준이 낮다고 해도 소득세 및 법인세의 세 부담도 이들 나라보다 낮은 만큼 이 나라들과 비교할 때 전체 세수입에서 소비세가 담당하고 있는 비중이 작은 나라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낮은 부가가치세 세율 수준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전체 조세수입에서 법인세와 소득세로 대표되는 소득세 분야의 세수입 기여도와 부가가치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 주세, 담뱃세 등 소비세 분야의 세수입 기여도는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득계층별로 조세 부담이 공평해지려면, 즉 능력과 세 원칙에 적합한 과세가 이루어지려면 직접세 분야에서 누진세율 구조에 입각한 적절한 수준의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조세체계에서 간접세 분야의 비중이 작지 않아 간접세 분야에서도 세 부담의 역진성을 무마해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가공 식료품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세율 인하가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출산 및 육아에 필요한 재화에 대한 세율 인하를 통해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으로 재화를 소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저출산에 대한 대책으로 의미가 있다. 영국은 유아용품 부가가치세를 파격적으로 영세율, 즉 0%의 부가가치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김유찬 포용재정포럼 회장 2024.04.12 16:00
연예
남행선 이어 길복순까지, 시선 사로잡은 전도연의 주얼리 어디 꺼?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한 전도연. 부쉐론(BOUCHERON) 제공 드라마 <일타스캔들>로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전도연이 또 다른 매력을 뽐내며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전도연은 블랙 컬러의 재킷에 보타이, 부츠컷 팬츠를 매치한 턱시도 룩으로 시선을 끌었다. 또한 턱시도 룩에 어울리는 화려한 펜던트 이어링으로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참석한 전도연. 부쉐론(BOUCHERON) 제공 전도연이 선택한 주얼리는 프랑스 하이주얼리 부쉐론의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펜던트’ 귀고리다. 라운드 컷, 바게트 컷, 프린세스 컷 다이아몬드의 눈부신 반짝임을 느껴볼 수 있는 아이템이다.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목걸이 역시 다양한 형태의 다이아몬드가 눈부신 광채를 발산해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이날 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주인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싱글맘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물이다. 영화제에서 1천8백 석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한편 전도연이 선보인 부쉐론의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은 부쉐론 부티크 및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2023.02.21 10:15
패션
하시시 박, 엄마 시선을 담은 딸 봉본비 화보 공개사진작가 하시시 박이 딸 봉본비의 패션 화보를 직접 찍어 화제다. 사진 엘르 사진작가 하시시 박이 직접 찍은 딸 봉본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은 화보가 공개됐다. 패션 매거진 ‘엘르(ELLE)’에서 본비는 폴로 랄프 로렌 칠드런의 겨울 시즌 패션을 통통 튀는 귀여운 매력으로 소화했다. 본비는 하시시 박과 배우 봉태규의 딸이다. 특히 이번 화보에서 주목할 점은 사진작가이자 본비 엄마인 하시시 박의 시선으로 담았다는 것.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모습뿐만 아니라 장난기 넘치는 본비의 유쾌한 모습까지 볼 수 있다. 폴로 랄프 로렌 칠드런은 이번 겨울, 어린아이들의 민감한 피부에 자극이 덜한 부드러운 코튼 소재를 활용해 코튼 옥스퍼드 셔츠, 코튼 스웨터, 오가닉 코튼 레깅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인다. 동시에 아이코닉한 체크 패턴과 다채로운 컬러, 시그너처 디자인 등 랄프로렌의 유산에 현대적인 정신을 더해 폭넓은 패밀리 라이프스타일 룩을 제안한다. 엘르×폴로 랄프로렌 칠드런. 본비와 하시시 박 그리고 폴로 랄프 로렌 칠드런이 함께한 사랑스러운 화보는 ‘엘르’ 매거진 12월호에서, 영상은 엘르 웹사이트 및 인스타그램 등 엘르 공식 디지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2022.11.28 09:38
문화/생활
[강경희·강인구의 아주 기발한 서평] '로빈 월 키머러’를 보는 두 개의 시선intro 문학평론가 고모 강경희와 환경운동가 대학생 조카 강인구. 둘은 ‘강’씨라는 것 외에도 책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책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어느날 두 사람은 아주 기발한 서평을 함께 써 보기로 의기투합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책에는 그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소개글이 적혀 있다. 둘은 바로 그 저자 프로필을 다시 써 보기로 했다. 이는 메시지 과잉의 시대 속에서 다시 사람의 의미를 모색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우새프(우리가 새로 쓰는 저자 프로필)’가 선택한 첫 번째 저자는 ‘이끼와 함께’와 ‘향모를 땋으며’를 펴낸 ‘로빈 월 키머러’다. 안녕, 잉구! 오랜만에 눈 쌓인 공릉천을 걸었어. 낮은 둔덕에도 숨이 차더구나. 그동안 반려견 푸코를 위해 매일 내 시간을 내어 줬다고 여겼는데, 산책의 진짜 수혜자는 녀석이 아니라 나였네. 푸코의 빈자리가 여전히 아프지만, 녀석에게 배운 낮은 눈의 지도로 걷다 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한순간 선명해져. 지난 연말 너와 함께 차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차도 과일도 바닥날 때쯤 우리는 같이 책을 읽고 작가와 인생에 대해 말해 보자고 의견을 모았지. 참 기쁘고 설레는 겨울밤이었어. 며칠을 궁리하며 고른 우리의 첫 작가는 로빈 윌 키머러. 1953년 뉴욕 태생의 식물생태학자, 두 딸의 어머니,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예…. 정갈한 이 문장에 작가의 전체가 오롯이 묻어 있기에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이 ‘이끼와 함께’(하인해 옮김/눌와)를 읽었단다. 헛간을 어슬렁거리는 남편, 생일파티에 바쁜 딸들, 전화로 폭풍 수다를 떠는 자매들, 그런 중에도 이끼 생각에 여념이 없는 저자의 일상이 정겨운 친구처럼 느껴지더라. 키머러의 하루는 대부분 숲에서 시작해 숲에서 끝나. 사시나무 잎의 떨림을 보고 비가 오는 것을 알고, 저녁 하늘에 뜬 구름 모양으로 바람을 예측하는 인디언이자 눈송이를 보며 프랙털 기하학을 말하며 이끼의 형태를 관찰하느라 한 시간을 순간처럼 느끼는 과학자이기도 해. 또 딸 린든과 함께 병원 침대에 누운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는 사랑의 어머니야. 인디언, 과학자, 어머니라는 정체성은 그의 삶에 유연하고도 탄탄하게 뿌리내리고 있지. 이끼 카펫으로 짠 작은 숲처럼 그의 세상은 조화롭고 아름다워. 학자로서의 키머러는 애디론댁산맥, 화이트산맥, 애팔래치아산맥, 오대호 숲, 아마존 우림에 이르기까지 이끼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발을 딛는 철저한 경험주의자야. 뛰어난 매의 눈으로 미세한 자연의 신경망을 포착하고, 데이터로 밝힐 수 없는 생명의 경지를 해독하는 혜안을 가졌어. ‘원주민의 후예’, 나는 이 말이 좋더라. 나 또한 이 땅의 고유한 DNA를 가진 원주민의 후예니까. 이끼는 가장 단순하면서 우아한 식물로 현재 2만2000종에 달하며, 종마다 개성과 다른 고유성을 갖는대. 이끼는 각자 절묘한 균형으로 연결된 존재들이야. 키머러는 무엇보다 생명을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해. 어떤 부자가 정원조경에 맞는 이끼를 소유하려고 절벽을 통째로 독점하려 하자 이렇게 일갈해. “무언가를 소유하면서 사랑하는 건 불가능하다. 소유는 소유 대상에 내재된 자유를 억압하므로 소유자는 힘을 얻지만, 소유 대상은 쇠약해진다. 이끼를 통제하려는 게 아니라 진정 사랑한다면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매일 보러 가야 한다.” ‘원래 있던 자리’…. 사로잡고 군림하려는 과욕의 시대에 찔리는 말이더구나. 키머러가 식물학을 연구하는 이유는 ‘전통 지식을 회복해 올바른 자리를 되찾아 주는 과정’이래. 전통 지식을 낡고 무지한 것으로 여기는 오늘의 기술지상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지. 키머러는 객관 과학과 주간 경험이라는 두 날개로 이끼의 세계를 탐구하는 사람이야. 인구야!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말과 존재가 하나로 붙어 있는 사람이야. 포장된 말과 허욕이 난무하면서 말의 주인은 은폐되고 과장되곤 하지. 이 질박한 시대에 우리 두 눈을 부릅뜨고 말과 삶이 딱 붙어 있는 사람, 존재와 행위가 하나인 그런 사람을 찾자. 이끼에 대한 설명이자 키머러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문장이라 생각해 함께 동봉한다. “비가 내릴 때를 준비해 온 이끼들은 튀어오르는 물방울에 딸들을 태워 보낼 것이다. 백참나무는 다시 녹색으로 무성해지고 공기에서는 이끼가 내쉰 숨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2021년 2월에 흰 눈이 쌓인 파주에서 고모가) 안녕, 고모! 지난 학기에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어요. 고민과 성찰을 통해 내린 결론은 ‘괴물이 되지 말자’였어요. 순간마다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무고한 생명을 잔혹하게 괴롭히고 죽이는 끔찍한 괴물이 돼 버린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 많이 버는 것 말고, 정말 ‘잘 살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향모를 땋으며’(노승영 옮김/에이도스)를 읽은 것은 감사한 일이에요. 저자 로빈 월 키머러는 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지만, 여느 과학자처럼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관찰 대상을 하등의 객체로 두지 않았어요.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박이 지혜’에서는 인간을 ‘창조의 동생’이라 부른대요. 인간이 삶의 경험이 가장 적기 때문에 배울 것이 가장 많다는 뜻이에요. 다른 종들에게서 가르침을 얻는 존재죠. 그래서 저자는 늘 그들의 가르침에 겸손하게 귀 기울여요. 저자가 대학 식물학과에 지원해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면접관으로 있던 교수가 왜 식물학과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했대요. 저자는 “참취와 미역취가 함께 있을 때 왜 그리도 아름답게 보이는지 알고 싶어서”라고 말했는데, 교수는 비웃으며 “그건 과학이 아니야”라고 했대요. 교수가 말한 과학이란 존재를 구성 요소들의 결합체로 환원시키는 것 따위의 일이었겠죠. 저자는 그 지점이 서구 과학의 한계라고 지적해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겸손하지 못하고 배울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성서의 창조 이야기처럼, 이 책도 포타와미족의 ‘하늘 여인 설화’로 시작해요. 하늘나라에서 이 세상으로 한 여인이 떨어져요. 이 여인은 인류의 어머니예요. 세상의 생물들은 떨어지는 여인을 안전하게 받아주고, 등껍질을 내주어 설 수 있게 해주고, 진흙을 구해 와 여인이 발을 디딜 수 있는 대지를 만들어 줘요.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대지와 다른 종 생물들을 경외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배웠을 거예요. 그러나 이브의 후손, 서구의 문명은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서구가 이끌어 가는 현대의 세계화는 인간과 자연을 구분 짓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도록 부추기잖아요. 우리가 기후·생태 위기에 직면한 것도 대지 앞에 겸손할 줄 몰랐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며 세상을 지배해 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저자는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헤엄칠 수 있는 연못이 있는 집을 갖는 게 소원인 딸들을 위해 녹조가 가득한 연못의 수질 개선 작업에 돌입해요. 갈퀴질을 해서 두엄 더미를 걷어내고 버드나무 줄기를 잘라내고…. 그러던 중에 버드나무에 있던 새의 둥지를 해칠 뻔한 경험을 하게 돼요. 어미새의 애처로운 움직임을 보며 저자는 다른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죠.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드느라 다른 어미의 보금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좋은 어머니는 무엇을 할까’ 고민에 빠집니다. 그는 좋은 어머니란, 다른 어미의 보금자리를 해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요. 그를 보며 다시 한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 생명을 위해 다른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그림을 저자가 그려준 것 같아요. 고모가 밟고 있는 땅과 내가 밟고 있는 땅. 이 대지 위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하는 일. 제의에는 세속적인 것들을 성스러운 것과 맺어주는 힘이 있대요. 그래서 저도 기도하려고요! 우리가 함께 밟는 대지를 위해, 모든 생명을 위해! (2021년 2월에 알바와 공부에 매진하는 조카가) 아랫부분의 ‘두 사람이 새로 쓴 저자 프로필’에 대한 무단 복제와 무단 전재를 적극 권장합니다. ■강경희가 새로 쓴 로빈 월 키머러 로빈 월 키머러는 가장 성능이 뛰어난 생태 렌즈를 몸에 탑재한 식물과학자다. 그와 함께 터벅터벅 젖은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자연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이곳에 한참을 정박해도 좋을 것이다. 내 안의 깃든 자연을 깨우고 싶다면 키머러의 낮고 우아한 목소리를 경청하길…. ■강인구가 새로 쓴 로빈 월 키머러 로빈 월 키머러는 식물의 아름다움에서 삶을 배우는 사람이다. 과학으로부터는 세포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이름 짓는 법을 배우고, 토박이 지식으로부터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감사, 겸손의 자세를 배운다. 그가 해 주는 식물 이야기에는 지혜가 깃들어 있다. 힘의 논리, 지배의 법칙에서 벗어나 ‘잘 살기’를 원한다면 그가 식물로부터 배운 지혜에 귀를 기울여 보길 권한다.
#강경희 #강인구 #로빈 월 키머러
문학평론가·환경운동가 2021.02.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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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시선’ 드론으로 내려다본 대한민국국내 최초로 드론 사진전을 개최한 국내 드론 촬영계의 선구자, 조성준 작가. 그가 드론으로 포착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면에 옮겨왔다. 앞으로 30년 이상 우리나라의 숨겨진 모습을 한국인의 시선으로 기록하겠다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사진들. 1 태평염전, 증도 염전에서 소금을 수확하고 있는 인부가 눈에 들어온다. 2 가을 수확, 충남 보령 작년 11월 늦깎이 벼 수확이 한창이다. 3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드라이독에서 건조 중인 선박. 4 화성 우음도 한국의 사바나라 불리는 우음도의 습지. 5 부산신항만 컨테이너 터미널 알록달록한 컬러 패턴의 부산신항만 BNCT 터미널 풍경. 지금 세계는 드론 촬영 열풍 최근 서울시는 드론 5대를 구입했다. 경기도 경찰청은 실종자 수색에 드론 촬영을 이용하기 위해 드론 동호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드론의 쓰임새가 다방면으로 확대 중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드론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가전협회는 올해 드론 시장은 지난해보다 55% 성장한 1억3,000만 달러 규모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인명 구조와 의약품 배달, 택배, 산림 감시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드론. 그중 사진기를 탑재한 드론 촬영은 전문 사진가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들에게도 핫한 취미이다. 드론 촬영에 대한 알기 쉬운 Q&A. 드론은 무엇인가? 드론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으로 원격 조종하는 소형 무인비행기를 말한다. 윙윙거리는 소리를 뜻하는 의성어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서는 무인항공기를 뜻하는 UAV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헬기와 카메라의 합성어인 헬리캠이라는 용어로 처음 알려졌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드론 촬영은 어떤 절차를 거치나? 드론 기체 및 날개의 나사를 확인(육안으로 나사가 풀렸는지, 기타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조종기기 전원 켜고 기체 확인→기체 전원 켜고 시스템 불빛 확인→배터리 전압 확인→GPS 확인→짐벌(회전 허용 지지 틀)과 카메라 확인→시동 걸고 날개 및 시스템 불빛 확인→재시동 걸고 부드러운 이륙 및 촬영으로 이뤄진다. 드론 촬영을 할 때 비행시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 촬영용 드론의 비행시간은 길면 15분으로 다소 짧은 편이다. 때문에 미리 머릿속에 프레임을 그린 다음 비행을 시작하면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다.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장성 백암산 백양사의 풍경. 하늘을 날아다니며 촬영하는데 흔들리지 않나? 드론은 짐벌이라는지지 틀이 있다. 드론이 흔들리더라도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고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전후좌우 방향 축에 대해 회전을 허용하는 지지 틀이다. 드론 촬영을 하기에 좋은 날은 언제인가? 바람이 불지 않는 날, 비가 오지 않는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드론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서울은 촬영 가능한 곳이 없다. 그러나 광나루비행장과 가양비행장에 일정의 회비를 내면 비행할 수 있다. 현재 규정상 국가 보안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드론 비행은 금지다. 금지 구역만 아니라면 전국 어디든 지상으로부터 150m 이하에서 드론 비행을 할 수 있다. 단 비행 금지 구역이 아니더라도 도심 촬영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한 드론 촬영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드론이 조종사의 시야에 있어야 한다. 간혹 드론을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비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도심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의 비행은 삼가는 것이 좋다. 하늘을 나는 것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미리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Mini Interview “아무도 본 적 없는 모습을 담습니다. 드론의 매력이자 자부심이죠” 조성준 작가 서울 신사동의 캐논갤러리에서 10월 11일까지 열리는 ‘하늘의 시선, 드론으로 바라본 세상’ 전시장을 찾아 조성준 작가를 만났다. 수더분한 차림새에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그의 눈은 그 누구보다 정교하고 예리하다. 그의 드론이 담아낸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몽골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드론 비행 중인 조성준 작가. “뒤도 안 돌아보고 드론을 구입했습니다. 때마침 적금을 탔는데, 무척 유용했죠(웃음).” 약 2년 전 조성준(34) 작가는 드론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드론이미지를 창립했다. 1인 기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된 드론 촬영 전문 회사로, 현재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아 성장 중이다.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현재까지 세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해온 그의 본업은 외신 사진기자다. 블룸버그통신 서울 주재 사진기자로, 또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타임, 포춘 등 세계적 언론사에 사진을 기고한다. 캐나다의 에너지 기업인 스코시아 워터러스가 한 해 한 명의 사진작가를 선정해 사진집 발간 및 전시 개최를 후원하는 사업에 선정돼 2011년 캐나다에서 사진집 「마음의 여정」을 발간하고 전시회도 개최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초 드론 사진집인 「드론-공중에서 본 세상」을 발간했고, 현재 캐논 포토 아카데미 전임강사로 출강 중이다. “7년 전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한국’을 보고 항공 사진에 매료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매력적인 모습이었죠. 이후 항공 촬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헬기에 탑승해 몇 번 촬영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기적으로는 불가능했어요. 그런 제게 드론이 해답이었습니다.” 드론을 구입한 그는 1년 먼저 드론을 시작한 선배 작가를 찾아가 2개월 동안 강습을 받았다. 현재는 드론 비행 금지 구역이 된 일산의 킨텍스 부근 잔디에서 매일같이 드론을 조종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사진가의 기본기 덕분에 드론 촬영에 금방 능숙해졌고, 여러 외신에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드론 촬영은 80% 이상 사전 시각화에 의해 이뤄집니다. 머릿속에 앵글과 구도를 그린 상태로 드론을 하늘로 띄웁니다. 때문에 촬영을 하기 전 구글 등 스카이뷰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고요. 또 높이에 따라 어떤 뷰가 나올지에 대해 미리 계산을 해보기도 하죠. 그러나 종종 현장에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멋진 사진이 탄생하기도 해요.” 그가 드론 촬영을 할 때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수직으로 내려다본 뷰다. 기존의 사진과 차별을 주기 위해 다양한 앵글을 시도할 때 그의 눈에 가장 멋진 모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론 촬영을 시작하는 아마추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조 작가는 가장 주의해야 할 점으로 안전을 꼽았다. 그 역시 드론 촬영 중 위험한 순간을 겪었다. 다행히 드론의 프로펠러가 나무의 나뭇가지에 걸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필름을 사용해 촬영하던 시절의 사진가들은 깜박하고 필름을 넣지 않은 텅 빈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요즘은 메모리 카드가 없으면 아예 촬영이 되지 않아요. 어느 날 드론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던 중 녹화 버튼을 누르지 않은 사실을 안 적도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드론이 촬영한 전시장의 작품들을 둘러봤다.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태평 염전”이라 답했다. 그곳은 기존에 촬영한 무수한 사진과 항공 사진도 많지만, 자신이 찍은 태평 염전의 모습만큼은 세계 최초라고 생각한다고. 마치 추상화를 떠올리는 앵글이라고 설명했다. 새하얀 소금을 중심으로 펼쳐진 잿빛 작업장의 모습…. 그의 말처럼 멋졌다. 그다음으로 그가 언급한 사진은 현대조선소에서 촬영한 컷들로, 촬영이 성사된 것 자체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드론의 시선은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한 모습을 담아내는 거죠. 지난 2년간 드론을 이용해 우리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곳곳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차곡차곡 정리해왔습니다. 앞으로 30년 이상 변화하는 대한민국 전역을 한국인의 시선에서 기록하는 것이 포부이자 큰 바람입니다.” 국내 드론 촬영의 선구자로 그가 기록해갈 모습들, 언젠가 미래에서 과거를 추억하는 뜻깊은 자료로 남길 바란다. 그의 사진은 학창 시절부터 운영 중인 홈페이지(www.sjcho.com)에서 감상할 수 있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은주(객원기자) ■사진 제공 / 조성준(드론이미지 대표) ■참고 서적 /「드론-공중에서 본 세상」(조성준 저, 눈빛)>
2015.10.01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