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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릭 PK 결승골’ 울산, FC안양에 1-0 설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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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PK 결승골’ 울산, FC안양에 1-0 설욕

      에릭 | 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울산 HD가 개막전에서 패배를 안겼던 FC안양에 설욕했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23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K리그1 19라운드에서 에릭의 페널티킥(PK) 결승골에 힘입어 안양을 1-0으로 눌렀다. 울산은 승점 17점을 확보해 5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반면 안양은 승점 12점에 그치면서 8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는 울산이 2월 16일 개막전에서 안양에 0-1로 패배했던 아픔을 되갚을지도 관심을 모았다. 당시 ‘디펜딩 챔피언’인 울산이 승격팀인 안양에 손쉽게 승리할 것으로 보였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라 큰 화제를 모았다. 설욕을 다짐했던 울산은 단단하게 수비를 굳히는 안양의 골문을 좀처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안양의 날카로운 역습에 실점 위기를 겪었다. 전반 막바지 에두아드로의 중거리슛에 이어 김운의 오른발슛을 연달아 막아낸 게 돋보였다. 울산은 후반 5분 PK로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3분 고승범이 페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들다가 리영직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PK를 얻어냈다. 에릭이 PK로 골 맛을 보면서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에릭은 지난 19일 강원FC전에서도 고승범이 얻어낸 PK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울산은 거센 반격에 나선 안양의 공세에 고전했다. 울산은 후반 19분 채현우의 왼발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도 후반 25분 에릭이 오른발로 때린 슛이 골대를 때리면서 추가골 기회를 놓쳤으나 후반 41분 에두아르도의 중거리슛을 잘 막아내 귀중한 승리를 지켰다.

      황민국 기자 2025.04.23 21:50

    • 구단주 내기 걸린 ‘1호선 더비’서 안양, 수원FC에 3-1 완승

      축구

      구단주 내기 걸린 ‘1호선 더비’서 안양, 수원FC에 3-1 완승

      FC 안양 모따. 프로축구연맹 제공 FC안양이 ‘구단주 내기’ 속에 펼쳐진 ‘1호선 더비’에서 승리를 거두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안양은 1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9라운드 홈 경기에서 수원FC를 3-1로 제압했다. 이로써 안양은 4승5패 승점 12점을 기록, 다득점에서 앞서 7위로 올라섰다. 반면 수원FC는 1승4무4패 승점 7점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승부욕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수원FC 구단주인 이재준 수원시장이 경기 전날 SNS를 통해 “존경하는 최대호 안양시장님, 1호선 더비 1차전에 재미있는 공약 하나를 제안드린다. 패배한 구단주가 승리한 구단주 유니폼을 착용하고 인증샷 SNS 업로드 공약을 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도발했다. 이에 안양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번엔 보라 유니폼을 꼭 챙겨야 할 것이다. 1호선 더비 첫 승의 주인공은 안양이 될 것”이라고 응수했다. 결국 경기장에서의 승자는 안양이었고, 이재준 수원시장은 안양의 보라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안양은 전반 22분 야고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김정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모따가 헤더로 방향을 바꿔 놓았고, 문전에서 야고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FC는 전반 38분 동점골을 만들었다. 루안의 중거리 슈팅이 김다솔의 선방에 막혀 나오자 싸박이 빠르게 달려들어 슬라이딩하며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싸박의 3경기 연속 골이었다. 그러나 후반 3분, 안양이 다시 앞서나갔다.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마테우스가 찬 프리킥이 수비벽에 맞은 뒤 흐르는 공을 모따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안양은 후반 37분 마테우스의 쐐기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최성범이 찔러준 패스를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컨트롤한 마테우스는 왼발 인사이드로 골대 구석에 정확히 찔러 넣어 3-1을 완성했다. 이번 승리로 안양은 지난 7라운드 강원FC전(2-0 승)에 이어 홈 2연승을 달성했다. K리그1에 승격한 이후 불과 2주 만에 연속 홈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안양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승점이 같지만 득점에서 앞서 7위에 자리하며 중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수원FC는 지난 8라운드에서 어렵게 시즌 첫 승을 거둔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다시 패배를 기록했다. 특히 전반 추가시간 이용이 갑작스럽게 종아리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부상 변수까지 겹쳐 앞으로의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박효재 기자 2025.04.19 18:49

    • [스경X현장]꼴찌에서 올라와 6강 PO 막차 탔다···안양 정관장의 봄 농구 신화

      스포츠종합 스경X현장

      [스경X현장]꼴찌에서 올라와 6강 PO 막차 탔다···안양 정관장의 봄 농구 신화

      안양 정관장 김영현(왼쪽)과 박지훈. KBL 제공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6강 플레이오프 막차에 올라탔다. 2024~2025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마지막 날 6위를 확정한 ‘언더독’ 안양 정관장은 승리의 기운을 잔뜩 안고 봄 농구를 맞이한다. 정관장은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 DB와의 경기에서 78-67로 이겼다. 공교롭게도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 ‘6위 결정전’이었다. 정관장은 7위 DB를 2경기 차이로 따돌리고 6강 플레이오프행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DB는 이날 이기면 상대전적 우위로 정관장을 떨어트리고 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DB는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밀리며 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씁쓸한 역전패에 고개를 숙였다. 김상식 정관장 감독은 경기 후 “기적을 이룬 것 같다”라며 “최하위에서 여기까지 올라오기까지의 일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갔다”라며 웃었다. 주장 박지훈은 “우승했을 때의 기분이 다시 들면서 울컥해졌다”라며 “잊지 못할 시즌이다”라고 말했다. 정관장에서는 조니 오브라이언트(16점)과 하비 고메즈(14점), 박지훈(10점), 김영현(9점), 한승희(9점) 등 국내외 선수들이 고루 활약했다. DB에서는 강상재가 40분 풀 타임을 뛰며 17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했고 이선 알바노가 후반전에 3점 슛 4개를 몰아치며 16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리드를 빼앗기며 무너지고 말았다. 1쿼터부터 챔피언결정전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높이에서 유리한 DB가 초반 흐름을 가져갔다. 강상재와 정효근이 골 밑을 단단하게 지키며 공격권을 사수했다. 오누아쿠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한승희가 거침없는 돌파로 연속 득점하며 조금씩 정관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쫓고 쫓기는 난타전이 이어졌다. 2쿼터, 양 팀은 수비 압박 강도를 높였다. 터프 슛이 잦아지며 득점이 정체됐다. 해결사는 정효근이었다. 정효근은 강상재의 킥아웃 패스를 받아 3점 슛을 꽂아넣은 뒤 몸을 던지는 림어택으로 2점을 더 추가했다. DB가 33-30으로 근소하게 앞선 채 전반전이 끝났다. 3쿼터, 알바노가 날개를 달았다. 알바노의 연속 3점포가 DB의 슛감에 불을 붙였다. 강상재의 먼 거리 3점까지 터졌다. 정관장도 3점 슛으로 맞불을 놨으나 좀처럼 역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3쿼터 종료 버저와 함께 알바노의 3점 슛이 림을 뚫었다. DB 홈 팬들의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승부처는 4쿼터였다. 정관장이 순식간에 흐름을 바꿨다. 강상재의 패스 미스로 인한 턴오버 이후 김영현이 속공으로 역습했고 버튼이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고메즈의 역전 3점포까지 터졌다. 골 밑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한승희가 5반칙 퇴장당하며 정관장은 위기를 맞았으나 직후 김영현의 외곽포가 점수 차이를 두 자릿수로 벌렸다. 정관장이 기적의 6강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원주 | 이두리 기자 2025.04.08 21:41

    • 안양대 연구단 컨소시엄, 3차원 공간정보 기술개발사업 선정···230억원 지원받아

      생활

      안양대 연구단 컨소시엄, 3차원 공간정보 기술개발사업 선정···230억원 지원받아

      안양대학교(총장 장광수) 연구단 컨소시엄(연구단장 안양대 안종욱 교수,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이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국토정보 고도화를 위한 입체격자체계 적용 및 활용 기술개발(R&D)’ 사업자로 선정돼 향후 5년간 230억원의 정부지원금을 받는다. 안양대 장광수 총장 ( 오른쪽 세번째 ) 과 안종욱 연구단장 ( 왼쪽에서 네 번째 ), 안양대 스마트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들이 사업 선정 보고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해당 사업은 UAM(도심항공교통)과 자율주행차, 실내 자율주행로봇과 같은 첨단 모빌리티를 지원하는 ▲ 공간데이터큐브 저장·관리 자동화 및 최적화 기술개발, ▲ 공간데이터큐브 기반 융복합 분석 및 지능화 기술개발, ▲ 첨단모빌리티 대상별 공간데이터큐브 기반 HCMI Map 구축 및 실증 등의 총 3개 구성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안종욱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안양대학교 연구단 컨소시엄에는 안양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연구원, LX공간정보연구원, 공간정보산업진흥원, 가이아3D, 씨엠월드, 에스지앤아이, 헬리오센, 신영이에스디, 포도, 올포랜드, 웨이버스, 지오스토리, 모라이, 아이씨티웨이 등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 등 모두 18개 기관이 참여한다. 안양대 연구단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을 통해 공중과 지상, 실내공간에서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 실내 자율주행로봇과 같은 첨단 모빌리티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율운행을 지원하는 첨단 공간정보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안양대 컨소시엄은 특히 이번 공간데이터큐브 기반의 공간정보체계 기술개발로 ▲ 머신맵 및 휴먼맵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 국제표준화 선도 및 기술 안전성을 확보하며, ▲첨단모빌리티 산업의 기술생태계 지원을 위한 핵심기술 실증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안종욱 연구단장은 “이번 입체격자체계 핵심기술 개발사업이 대한민국 공간정보 산업을 선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향후 5년간의 연구를 통해 국토정보의 디지털 대전환을 촉진하고 첨단모빌리티 시대를 앞당기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안양대 장광수 총장은 대형 국책사업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지산학연 협력체계를 통해 3차원 공간정보의 성공적인 개발로 일자리 창출과 안양대학교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해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생활경제부 2025.04.03 13:50

  • 주간경향

    • 사회 골목 내시경

      [골목 내시경]안양 골목-젊은이 도시로 탈바꿈한 일번가 골목

      안양은 극락이란 뜻의 불교 용어이다. 관악산 남쪽 기슭 안양천을 끼고 자리 잡은 땅이다. 이 땅에 안양이란 이름이 붙은 유래는 관악산이 흘러내린 삼성산에 안양사란 절이 있어 그 이름을 따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조대왕이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과 지명이 얽혀 연유했다는 설도 있다. 안양일번가는 안양 최고의 번화가이다. 예전 안양을 대표하던 명소는 1930년대에 만든 안양유원지였다.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막아 지은 수영장은 지금으로 말하면 놀이공원쯤의 휴양시설이었다. 그 주변의 딸기밭과 포도밭도 안양의 명물이던 시절이 있었다. 평촌 신시가지가 생기면서 안양은 더 크고 넓어졌다. 안양을 관통해서 경부선과 전철 1호선이 지나고, 평촌에는 지하철 4호선이 지난다. 안양역을 나와 길을 건너면 안양에서 가장 번화했다는 안양일번가 골목길이 펼쳐진다. 골목은 높은 건물들을 끼고 네모반듯하게 잘 그어졌다. 일번가 골목을 걸으면 안양이 젊은 도시로 느껴진다. 온통 젊은 취향의 옷가게와 주점, 식당과 카페가 일번가를 채우고 있다. 길을 걷는 젊은이도 많고 가게마다 손님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휴대폰 가게는 새로 나온 제품 입간판을 줄줄이 세우고 각종 혜택을 선전하며 오가는 이들을 이끈다. 안양일번가는 안양의 명소이기도 하고 상권의 중심이다. 안양을 대표하는 명소였던 안양유원지 안양에는 모두 다섯개의 대학교가 있다. 학생 대부분은 안양역을 통해 통학하니 자연 일번가 골목은 늘 그들의 차지가 된다. 유행은 어디보다 빨라 식당 메뉴부터 술집 안주며 파는 옷가지까지 새로운 것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골목이 됐다. 자주 눈에 띄는 음식점은 중국식 훠궈와 마라탕 그리고 마라상궈를 내세운 가게들이 골목 어귀마다 빠지지 않고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늘어서인지 혹은 매운 중국 음식이 유행하기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다. 겉보기엔 번영을 그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골목 곳곳에 코로나 사태가 남긴 불황의 생채기는 남아 있다. 빈 가게에 임대 표지를 크게 붙인 곳이 자주 보인다. 유흥가 뒷길에 빼놓지 않고 들어선 여관들도 단기임대 혹은 월세방 안내판을 내걸고 있다. 여관이 고시원과 호객 경쟁을 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안양역과 안양중앙시장 일대는 지하상가로 연결돼 있다. 안양역은 일대가 거대한 상업지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에는 백화점이 들어서 있고, 역과 연결된 지하상가는 길고 광대하다. 지하상가는 일번가를 둘러싸고 길게 지하도시를 이루고 있다. 백화점보다 더 많은 옷가게가 있고, 가방이며 잡화뿐 아니라 건강식품과 먹을거리까지 시장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것이 펼쳐져 있다. 일번가에서 안양로를 건너가면 안양의 오래된 골목길이 보인다. 단층 주택부터 최근에 지은 필로티 구조물의 빌라들과 그 사이를 메꾸는 다양한 연립주택들이 이어져 있다. 아주 오래된 수제구두점 안에선 재봉틀로 재단한 가죽을 깁는 구두공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세월의 관록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몸짓과 가게 분위기다. 미용실 연륜 있는 주인아주머니가 이웃과 나누는 이야기는 골목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화분을 누가 한쪽으로 예쁘게 정리해줬나 싶었더니 아저씨였네”, “거치적거려서 쓰러질 것 같더라.” 허물없이 이런저런 사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길 가던 할머니는 화분을 들여다보다가 말을 보탠다. “똑같은 화분인데 내건 꽃이 안 핀다. 요령이 따로 있나 보다”고 하자 “그 아이는 자주 들여다보고 공들이면 앵돌아진다. 물도 주지 말고 내버려 두면 꽃이 피는 심통 맞은 놈이다”라고 일러준다. 긴 시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렵고 아쉬운 일을 지켜본 사이의 친밀함이 골목 안 사람들 사이로 흘렀다. 황태 껍질 부각이 명물로 인기가 높다. 시장·주택가·공원이 어우러진 곳 가게 앞엔 나이 든 이 서넛이 앉아 대낮부터 막걸릿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얼굴 불콰한 사내가 누군가를 향해 “어디 가?” 하고 외친다. 일행 중 하나가 “아, 집에 가겠지. 집이 어딘지 몰라서 묻나” 하고 타박했다. 듣자니 술 먹는 남편이 부르자 아내는 얼굴을 돌려 외면한 것이다. “하고많은 날 술 마시면 그렇게 무시당하는 거야” 하는 말에 “그게 아니고 누구랑 같이 가니까 그런 거겠지”라며 입맛을 다셨다. 막걸리 한병을 더 가져다 놓던 가게 주인은 “이 골목 남정네들은 모두 한량 났다. 나라도 모른 척하겠네”라며 불을 지른다. 안양일번가는 젊은이의 유행에 민감한 가게들로 가득하다. 1960년대쯤 지은 것 같은 시멘트 기와집과 새로 지은 연립주택 사이로 텃밭이 있다. 도시에선 보기 힘든 주택가의 텃밭이 새롭다. 호박 넝쿨이 흙바닥이 보이지 않게 빼곡히 퍼져 있고, 누렇게 익어가는 커다란 애호박이 수확 철이 됐음을 알린다. 고춧잎은 누렇게 변해버렸고, 사이사이 붉게 익은 가을 고추가 눈에 띈다. 호박을 따던 노인은 “여긴 예전에 자리를 잡은 곳이라 집터들이 널찍하다. 농사짓던 습관대로 빈 땅만 있으면 가지가지 심어 먹는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 이곳은 밭이었고, 집들이 들어선 것은 60년대부터였다고 설명했다. 안양중앙시장은 안양 일대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이다. 주택 사이에 넓게 자리 잡은 고물상엔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다. 노인 한명이 수레에 박스며 빈 병 따위를 싣고 들어가자 고물상 주인이 웃으며 반색했다. 노인은 “노느니 하는 일이다” 했다. 이 골목이 편해서 그냥 사는 데까지 살다가 뒷일은 자식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그가 세상을 뜨면 노인과 함께 세월을 보냈던 집은 헐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이 골목 안 집들은 대체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운명을 달리한다. 길가로 난 어떤 주택은 잘 꾸며 개인공방이 됐다. 물건도 만들어 팔고 또 사람들에게 그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도 한단다. 군데군데 문을 연 백반집도 있고 수건 따위 판촉물을 파는 가게도 있다. 새로 지은 건물엔 잘 꾸민 동네 카페도 보인다. 동네 사진관도 있고 배달 맛집 중국집도 여럿 자릴 잡고 있다. 골목은 다양한 표정을 지녔다. 조용한 주택가를 곁에 두고 인근에서 제일 큰 안양중앙시장이 있다. 예전엔 주택가 골목에서 시장 골목으로 바로 이어졌다는데 지금은 전통시장 정비사업으로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 안양뿐 아니라 안산·군포 등지에서도 이곳 시장을 보러 다닐 정도로 크고 번창하던 시장은 전통시장이 겪는 다 같은 운명처럼 한풀 꺾인 모습이다. 그런데도 시장 곳곳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이 묻어 있다. 중앙시장의 명물이 뭐냐고 묻자 상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부각과 튀각이 유명하다”고 했다. 북어 껍질을 튀긴 부각은 미용에도 좋고 술안주나 군것질로도 좋다고 한다. 시장 안 구역 하나는 아예 김밥집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저것을 넣은 굵은 김밥이 푸짐해 보인다. 그중 유독 줄을 길게 선 김밥집 한곳이 있다. 우엉과 홍당무채 그리고 굵게 썬 단무지 등 익숙한 보통 김밥인데도 사람들이 몰려 있다. 기본이라는 채소 김밥 한줄에 2000원. 싼 가격에 빠지지 않는 맛이 손님을 불러들이는 모양이다. 3명이 번갈아 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김밥을 말아도 손님을 감당하기에 버거워 보인다. 안양동 골목엔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가지 표정을 가졌다. 김밥집 옆으로 시장 안 깊은 곳에 약국이 있는데, 이곳에도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시장을 둘러 큰 길가에 대형약국들 여럿이 있었으나 유독 이곳엔 바깥까지 긴 줄이 있었다. 줄을 선 이에게 웬일이냐 묻자 “이곳이 비타민을 싸게 판다. 인터넷에 비타민 성지라고 검색이 된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온다”고 했다. 그도 대전에서 여기까지 왔단다. 일반 대형약국보다 절반 가까이 싼 가격이란다. 소문에는 이곳 주인이 절대적인 가격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 종류 약 구매에 억대를 투자했다고 한다. 약국 앞 긴 줄을 보니 자본주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편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땅 부지런히 어묵을 만들고 기름에 튀겨내는 수제 어묵집도 줄줄이 있고, 어물전도 붐볐다. 과일가게에 진열된 사과는 알이 굵고 먹음직스럽다. 과일가게 주인은 “요즘 나오는 물건들은 맛이 들었는데, 예년보다 비싸다. 올해는 가격이 세다”고 했다. 노점에서 손님들은 박하사탕이며 계피사탕, 호박젤리 따위를 무게로 달아 한봉지씩 사가고 있다. 노인은 “나이가 들면 입이 쓰다. 여기가 싸서 나올 때마다 사간다”고 했다. 이곳 시장의 명물이라는 순대 곱창 골목이 길목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게마다 솥을 내걸어 짙은 국물을 끓이고 있고, 도마 위엔 모락모락 김 나는 머리 고기며 갖가지 내장과 순대를 썰어내고 있다. 순댓국은 건더기와 양념을 따로 담아 국물과 함께 포장해서 팔기도 한다. 순댓국집 주인은 “요즘엔 이대로 사가서 집에서 끓여 먹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포장 손님들이 늘었다”고 했다. 2인분을 사가면 서너 명도 너끈히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싸서 더 낫다는 것이다. 시장 안 해장국과 설렁탕을 파는 가게들도 2인분 이상의 포장 메뉴를 내놓고 있었다. 따져보니 1인분 남짓한 가격에 2인분을 싸서 주니 팬데믹 시대의 식당 이용법이 아닐까 싶다. 안양중앙시장 골목을 나와 북쪽을 보면 삼덕공원이 있다. 제지공장이 있던 자리라는데 2000년대 초 공장을 옮기면서 터를 내놓아 공원으로 꾸민 곳이란다. 안양엔 공장이 있던 자리가 공원이나 박물관으로 변한 곳이 종종 있다. 사연을 들어보면 수긍이 가거나 참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안양 구도시의 중심지인 안양역 인근 골목길을 걷다 보면 변화란 서서히 번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칼로 물 베듯 혁명의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세상은 반드시 변해간다. 한 세대가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잘 지킨 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면 또 그들의 시간을 만들어 모습을 바꾸어갈 것이다. 한 구역을 지우개로 지우듯 들어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뜯어고치며 살아가는 모습이 안양동 일대의 골목길에 남아 있다. 그 골목길을 걸으면서 우리가 변해가는 모습이 더 나은 방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양은 극락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의 뜻 그대로 편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땅인 듯싶다.

      김천 자유기고가 2020.10.30 15:39

    •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봄철 맞아 안양천에 몰려든 숭어떼

      봄볕이 따스했던 지난 4월 14일 오후, 한강의 지천인 안양천 일대에 숭어떼가 모여들었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숭어가 안양천 상류로 거슬러 오르고 있습니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이 제격인 광경이었습니다. 숭어들은 봄철 산란기를 맞아 바다에서부터 먼 물길을 헤엄쳐 오는 길이었습니다. ‘안양천 살리기 운동’ 이후 수질이 개선되면서 해마다 봄꽃이 흐드러진 이맘때면 만날 수 있는 장관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물리적 거리 두기’로 인간 활동은 크게 움츠 춰섰습니다. 하지만 산란기의 숭어처럼 자연은 어김없이 순리대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봄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사진·글 우철훈 선임기자 2020.04.17 15:03

    • 정치

      [지자체장에게 듣는다]최대호 안양시장 “국철 지하화 청년주택 확충해야”

      ㆍ청년정책과 신설 등 청년정책에 올인 강조 리턴매치. 선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대호 안양시장(60·더불어민주당)은 민선 5기 안양시장이었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는 940표 차로 석패했다.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분 민주당 바람에 힘입어 낙승이 예견됐다. 결과는 5만3902표차. 56.22%의 지지를 받아 7기 시장으로 당선됐다. “8년 전 첫 선거 당선 후 진짜 앞만 보고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4년전 낙선하고 돌이켜보니 그냥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8월 10일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밝힌 선거 소회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8월 10일, 과 인터뷰 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7월 1일부터 시장업무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한 달 조금 더 지났는데, 다시 돌아와 보니 어떻습니까. “지난 한 달간은 업무보고 받고 현안 점검하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지난주가 휴가였는데, 고향(전라남도 해남)에도 다녀오지 못했네요. 한 번은 가봐야 하는데…. 다시 9월이 되면 바빠질 것 같습니다.” -민선 5기 시장 시절 ‘스마트창조도시 안양’이라는 VI(비전 정체성)를 강조했었는데, 전임 시장 시절 그 VI를 폐기해 말이 나왔었는데요. “저도 그게 안타깝습니다. 사실 스마트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못나갑니다. 2010년 스마트창조도시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스마트시티 포럼까지 가서 발표도 했습니다. 그때까지 안양시는 상당히 앞서가고 있었어요. 박근혜 대통령 시절, ‘창조경제’를 국가 혁신전략으로 내세웠잖아요? 2013년 5월에 청와대 들어가서도 발표했습니다. 창조경제는 이미 안양시에서 실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예산지원을 부탁한다고요. 그래서 평촌 스마트스퀘어를 얻어냈습니다. 먹고살 거리는 예전에는 굴뚝산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콘텐츠 산업입니다. 스타트업, 1인 창조기업들을 유치해서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야 하는데 전임 시장 시절에 그게 다 끊겼어요. 그게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시절 창조경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논란이 있었잖아요. 현 정부에서 밀고 있는 혁신성장이라는 것도 요즘 비슷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데요. “선거할 당시 무엇을 핵심 모토로 할 것인가 주변사람들과 논의했는데 첫 번째는 모든 의사결정은 시민이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이 바로 시장이다라는 것이었고, 둘째가 스마트해야 한다였습니다. 미래산업은 스마트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나 AR, VR, 드론과 같은 기술혁신이나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제3섹터, 4섹터가 스마트시티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행복도시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예요. 행복이 뭘까, 구체적으로 부탄 같은 나라는 최빈국이지만 행복지수는 높거든요. 왜 그럴까 보면 빈부의 차가 크지 않고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이에요. 모든 것은 시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최종적으로 귀결되는 것은 행복입니다. 지금도 시장으로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일하는 것이 안양시민이 좀 더 행복해지는 데 도움되는 것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민참여위원회나 공론화위원회 같은 것도 만들어보고 강화해나갈 생각입니다.” -시민이 시장이라고 하지만 모든 결정을 직접민주주의로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선거가 시민의 뜻을 대의하는 사람, 기관을 뽑는 것인데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만 강조하다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진 것도 촛불집회를 통해서이지 않습니까. 촛불을 들고 사람들이 거리에 나선 것은 주권자의 뜻을 대의하라고 뽑아놓은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거나 국민을 배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민주권주의라는 것이 있다면 안양시에서도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실제 안양시청 앞에 가면 집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막을 게 아니라 마음껏 목소리를 내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비록 그분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100% 옳은 내용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퍼포먼스라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죠.” -살기 좋은 도시냐의 징표가 인구유입입니다. 특히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 신혼부부가 얼마나 정주하느냐가 중요할 텐데요. 안양시 상황은 어떻습니까. “수도권에서 땅값이 비싼 곳이 안양입니다. 그러다보니 인구유입도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부모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한 인근의 의왕이나 군포, 평택으로 빠져나갑니다. 전반적으로 고령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시 주민 평균연령이 40을 넘었습니다. 나이든 도시예요. 젊은 사람들이 많아야 역동적이고 소비도 이뤄집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돈도 별로 안 쓰니 경제순환이 안 됩니다. 소비가 일어나야 생산도 뒷받침됩니다. 그래서 청년정책에 올인하려고 합니다. 일단 시 조직개편을 해서 청년정책과를 만들고, 청년보좌관제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시 산하기관이 많습니다. 산하기관부터 청년채용을 의무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예비신혼부부에 대한 은행 융자지원, 주택자금 지원 등도 고민하고 있어요.” -시장님의 ‘5대비전 17개 정책’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주말이 기다려지는 재미있는 도시’라는 정책인데요. 물론 안양시도 국제청소년영화제라는 행사를 올해 3회째 치르고 있지만 ‘판타스틱 영화제’를 대표상품으로 만든 부천시 등과 비교하면 안양시민을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할 만한 행사는 눈에 띄지 않는데요. “사실 주말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보니 문화나 스포츠, 취미활동과 같은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FC안양 축구단이나 한라 아이스하키단, 캠핑장, 그리고 문화예술을 할 수 있는 평촌중앙공원과 같은 인프라를 최대한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사실 안양이 원조입니다. 신상옥 감독이 운영하던 국내 최대의 영화촬영소와 영화학교가 안양에 있었는데 전주·부천이 영화로 뜰 때 그걸 놓쳤습니다. 다시 과거의 명성, 영화도시로서의 타이틀을 되찾아오려고요.” -국철 지하화 공약이 흥미롭습니다. 실제 찾아보니 국철을 지하화하고 지상의 부지는 일부만 민자사업으로 활용해서 사업타당성은 충분하다는 용역결과도 있던데요. “제가 시장할 당시인 8년 전에 문제제기를 해서 용산, 동작, 영등포, 구로, 금천, 안양, 군포 등 7개 지자체 협의체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했습니다. 용역을 해보니 부지 중 50% 정도를 민간에게 개발을 맡기면 사업비 11조원의 90%가 마련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고 봅니다. 수도권 철도부지를 이용하면 땅값이 공짜이기 때문에 용산부터 18개 역사 선로와 부지에 청년주택 1만~2만 세대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젊은 세대들이 거기서 바로 출퇴근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토목사업이라는 논리 때문에 지난 대선 때 공약화는 안되었지만 23조원 들었던 4대강 사업에 비해 12억~13억원밖에 안 들고 사람도 살리는 산업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안양에서는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고요. 그래도 최대호가 주장해 여기까지 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시장 일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까. “늘 아내는 불만이죠. 쉬는 동안에라도 많은 시간을 함께해 주기 바랐는데…. 시장 일은 몸으로 해야 해서 고생이거든요. 그래도 훨씬 보람이 있는 직업이 단체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람을 좇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글·정용인 기자 사진·우철훈 선임기자 2018.08.20 14:39

    • 사회

      인터뷰-이필운 안양시장… “좋은 일자리 확보에 보수·진보가 어디있습니까”

      뭐 하나 쉬운 조건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시. 1973년 시로 승격됐다. 지리적으로는 서울시 관악구와 금천구의 밑에 붙어 있는 위성도시다. 관악구와 붙어 있다고 하지만 해발 632m의 관악산으로 가로막혀 있다. 관악산뿐만 아니라 청계산, 수리산, 모락산 등 전체 면적 중 절반가량이 산악지대다. 그러다보니 뭐를 해보려고 해도 땅이 부족하다. 이필운 안양시장(62)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2의 부흥’을 이루자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제1의 부흥은 언제였을까. “아무래도 시로 승격되던 1970년대였겠죠. 당시 안양이 경인공업벨트로 대표되는 산업화의 중심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금성이나 대한전선, 지금도 있습니다만 효성과 같은 기업도 있었고요. 특히 방직공장이 많았습니다. 방직산업의 중심지가 안양이었어요.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골고루 안양으로 유입됐습니다. 그래서 투표를 하면 여기가 전국의 표심(票心)을 대표하는 지역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요.” 그런데 안양의 인구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9만6000여명입니다. 인구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정체되다가 감소하고 있어요. 인근 의왕이나 군포가 개발되면서 새로 가족을 꾸린 젊은 부부들이 많이 빠져나가는 걸까요.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구가 빠지는 것을 보면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빠지고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 전국 지방에 혁신도시를 만들면서 정부기관이 많이 나갔고, 과천정부종합청사가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또 빠져나간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천청사로 출근하던 공무원들이 평촌에 많이 살았거든요. 게다가 평촌신도시도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면서 아파트도 노후화되고 그러니….”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논의에서도 핵심은 결국 일자리, 인적 자원이 중요하다는 결론입니다. 얼마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사람들을 앉혀 놓느냐, 도시의 정주성, 다시 말해 살기 좋게 만드느냐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굴뚝산업, 큰 제조업체가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업들은 대부분 떠났어요. 그 빈 터에 들어온 것이 대체로 주거단지였습니다. 인구는 늘었지만 지역의 경제구조는 취약해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벤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벤처지구 지정도 받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힘만으로는 되지 않아요. 중앙부처의 도움도 받아야 하고. 또 한편으로 평촌신도시에 거주하는 좋은 인력들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고요.” 그렇겠죠. 대부분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일테니. “어떻게 보면 안양시에 큰 기업이 오기는 어렵고 중소 강기업을 많이 유치하고 안양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가용토지가 많지 않으니 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해서 괜찮은 기업이 되고 난 다음에 떠나는 경우도 많아요. 여기서 나름의 터전을 갖고 싶어도 마땅히 안 되는 것이 있어서.” 그렇게 떠나는 기업도 많은가요? “떠났다가 안양으로 다시 돌아오는 기업도 있어요. 시의 기업정책이 좋아서 돌아오는 기업도 있고, 돌아오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인력난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면 좋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거든요. 안양만 하더라도 출퇴근을 고려해도 서울에서도 멀지 않고, 그래서 그런 양질의 인력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겠네요. “역시 제일 고민하는 것이 그런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제일 관심을 갖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에요. 그래서 재개발·재건축하듯이 기존 공업지역을 리모델링해서 신규 가용토지를 만들자는 논의입니다. 그밖에 교도소나 박달동에 있는 군부대 탄약고를 지하화하고 거기에다 테크노밸리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안이에요.” 최근 기업인들과 함께 인도를 방문해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올렸습니다. 인도의 요청에 다른 지자체는 응하지 않았는데 안양시가 응하게 된 것이 성과를 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과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인도 시장은 미래 먹거리를 생각할 때 우리 입장에서 더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를 겁니다. 마침 그때 인도대사관에서 워크숍을 한다고 해 산하 기관장에게 한 번 가서 상황을 파악해보라고 했어요. 마침 다른 지자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그때 도움을 받고 기업별로 인도 쪽과 협력을 진행하다가 ‘이번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갔어요.” 일자리 확보를 위해서 시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할 수 있는 일, 많습니다. 안양의 산업단지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하나 둘씩 모이다 보니까 밀집지역이 된 곳이거든요. 현장에 나가보면 시가 해결해줘야 하는 나름의 애로사항, 말하자면 일종의 민원이 많아요. 판로나 자금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일자리위원회 설치 관련을 제1업무로 시행했어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진보·보수 이런 것을 떠나서 한국 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 것 아닐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과정에 공약으로도 내걸었지만 아주 잘한 정책적 이니셔티브라고 봅니다. 실제로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국가적으로 보나 지방정부로 보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 없거든요. 그런 것을 선제적으로 아주 잘한 일로 봅니다. 제가 자유한국당 소속 지자체장이지만 이견은 없습니다.”

      글·사진 정용인 기자·이상훈 선임기자 2017.05.29 20:29

  • 레이디경향

    • [주말&]주민들의 애착길, 안양천 지나 커피 한 잔 코스

      레저/여행 주말&

      [주말&]주민들의 애착길, 안양천 지나 커피 한 잔 코스

      벚꽃이 터널을 이룬 안양천 제방길.서울의 벚꽃은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의서로(윤중로) 벚꽃길이나 석촌호수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우려된다면, 안양천 제방으로 눈을 돌려보자. ■해질녘 안양천의 벚꽃 나들이 안양천 둔치의 자전거 길 위쪽, 금천, 구로 지역 제방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이미 산책로로 사랑받는 길. 무엇보다 여느 벚꽃 명소보다 산만하지 않아서 슬슬 걸으며 둘러보기 좋다. 인근 직장인이 추천하는 안양천의 묘미는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의 제방길에 있다.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가 낮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도 매력이라고. 또한 금천구의 벚꽃로보다 풍성하다는 전언도 있다. 추천 시간대는 쨍한 대낮보다는 해가 뉘엿뉘엿지는 저녁 무렵. 오렌지색으로 물든 하늘과 벚꽃이 빚어내는 조화가 몽환적으로 아름답다. 인크커피 가산 플래그십 스토어.■핫플레이스에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벚꽃 나들이 전후로 들를만한 장소로는 작년 9월 오픈 후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인크커피를 추천한다. 안양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인크커피는 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원형의 중앙정원, 루프탑, 야외 정원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어 ‘코로나 시국’에 안전감을 준다. 인크커피의 시그니처, 론 자카파 밀크. 인크커피 제공 직접 수입한 생두를 로스팅 하는 로스팅 팩토리를 갖추고 있어서 신선한 맛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내부 베이커리를 갖추고 있어서 매일 굽는 빵을 함께 곁들일 수 있다. 인크커피는 이번 벚꽃 시즌에 맞춰 핑크색 레몬에이드와 아포가토를 한정 판매하고 있다. 4월까지 필름 카메라를 증정하는 포토존 이벤트도 진행한다. 주소: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 2로 127-20 영업시간: 평일 오전 8시~저녁 9시, 주말 오전 10시~저녁 9시(연중무휴)

      장회정 기자 2022.04.09 09:30

    • 연예

      파격 화보로 화제 모은 FC안양 선수들의 촬영 뒷이야기

      매년 프로축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선수들은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 대부분 소속 유니폼을 입고 깔끔하게 찍는 것이 관례. 그런데 FC안양이 공개한 프로필 사진은 말 그대로 파격적이다. 모두를 놀라게 한 그들의 문제적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3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충격적인 프로필 사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목에는 친절하게 괄호로 묶고 ‘뒤 조심’이라고까지 적혀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클릭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로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이 있음을 경고하는 일종의 신호다. 아니 프로필 사진이 충격적이면 얼마나 충격적이기에 그럴까. 궁금증 반, 기대 반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더니 상의를 탈의한 한 남자가 한쪽 손은 가볍게 청바지 주머니에 넣은 포즈를 취한 사진이 먼저 보였다. 배에 선명하게 새겨진 왕(王)자와 함께 탄탄한 가슴 근육을 자랑하며 남성미를 드러내고 있었지만 기대보다 무난한 수위에 이거 제목에 낚인 거구나라는 확신이 들 무렵, 강도 높은 사진들이 등장했다. 상의를 탈의하고 체인이 주렁주렁 달린 가죽 베스트를 걸친 남자, 아예 굵은 체인을 목에 건 남자, 호피 서스펜더를 두른 남자까지. 게다가 비장한 표정과 달리 어딘가 어색한 포즈라니! 사진 속 주인공들은 대체 누구일까, 대체 왜 이런 프로필 사진을 찍었을까. 이 문제적 남자들은 바로 K리그 챌린지 소속 프로축구단 FC안양 축구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을 꼭 만나야겠다. 네 선수가 말하는 사진의 여파 이번 취재는 4월의 어느 날 홈경기장인 안양종합운동장 내 라커룸에서 진행됐다. 앞서 FC안양 홍보팀과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레이디경향」 독자들을 위해 팀 내에서도 가장 멋진 선수들로 섭외해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상반신 노출 화보를 촬영하느니만큼 훌륭한 복근을 가진 선수는 필수였다. 홍보팀과의 ‘긴밀한’ 협의 끝에 4명의 선수가 카메라 앞에 섰다. 주장 김태봉(28), 공격수 안성빈(28), 미드필더 정재용(26), 수비수 오스틴 베리(28) 선수가 그 주인공. 그라운드 밖에서 만난 선수들은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었다. 그라운드에서의 일과를 마쳤기 때문일까. 냉혹한 승부사에서 벗어난 평범한 20대 청년다운 풋풋함과 장난기 어린 모습이 가득했다. 요즘 인터넷에서 프로필 사진이 화제라는 것을 알고 있냐고 슬쩍 운을 떼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말 모르고 있는건지, 쑥스러움의 우회적 표현인지 얼핏 감지가 어려웠다. “정말요? 저희가 인터넷을 잘 안 해서. 팬들끼리는 무슨 말이 오갔을 것 같은데, 저희에게는 직접적으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대신 지인들이 잘 나왔다고 말해주는데, 개인적으론 제 사진 별로거든요(웃음). 그래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제 앞이라 좋게 말해주는 건지 모르겠어요.” (김태봉) 지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 안성빈 선수의 부모님은 사진을 확대해 집에 걸어놓으셨다고 한다. 집에 오시는 손님은 물론 동네에선 그의 사진을 안 본 사람이 없을 거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압권은 미국에 계신 오스틴 베리 선수의 부모님이었다. 사진을 보고는 한국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어오셨다고. 축구를 하겠다며 타국에 간 아들이 한 달 만에 낯선 사진을 보냈으니 의아하게 여기셨던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진을 보고 다들 볼멘소리 한마디씩 했어요. 솔직히 사진이 공개되기 전까지만 해도 저희끼리는 누가 가장 잘 나왔다라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근히 기대했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베스트로 꼽은 사진은 다 빠지고 전혀 예상 못한 컷들이 선택되니까 좀 아쉬웠죠.” (안성빈) 아쉬운 선수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종 선택된 사진들은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FC안양 공식 홈페이지 내 선수 소개는 물론 탁상용 달력으로 제작돼 배포됐다. 연고지인 안양 시내 곳곳에는 평범한 유니폼 버전과 특별 버전의 프로필 사진이 함께 걸려 있으며, 홈 경기장 관중석에는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는 초대형 사이즈의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놀라거나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던 안양 시민도 이제는 FC안양 선수들의 이색 화보에 익숙해졌을 정도다. 특명, 여심을 사로잡아라! 이번 촬영은 새로 부임한 박영조 단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새 시즌을 맞아 분위기 전환과 팬 서비스를 위한 이벤트로 기획된 것. 촬영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선수단 내에서는 ‘설마 찍겠어?’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고. 몸이 좋은 선수들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현실을 부정하기에 급급했다는 후문. 간혹 식스팩 복근은 운동선수들의 ‘필수 아이템’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축구의 경우 체력을 기반으로 민첩성과 스피드, 지구력,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종목으로 복근을 만드는 근력운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축구선수임에도 몸이 좋은 선수들은 훈련 외에 따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근육을 만든 것이다. 그렇게 새 시즌을 준비하는 동계 훈련을 마칠 무렵 선수들이 기대 혹은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촬영 스케줄 표를 나눠주시는 거예요. 29명이 한꺼번에 가서 촬영할 수 없으니 8, 9명씩 조를 짜주신 거죠. 그 표를 받고 나서야 사진을 찍는다는 게 실감이 났어요. 이우형 감독님께서도 그 소식을 듣고 몸을 더 만들어야 하는 선수들을 챙겨주면서 멋진 모습으로 찍으라고 독려도 해주셨고요. 근데 기분 탓인지 몰라도 늘 하는 체력 훈련인데도 강도가 세진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요(웃음).” (정재용) 어쨌든 단장님의 제안으로 찍은 사진이니 딱히 내키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 터. 이 중에는 혹시 없었냐는 질문에 김태봉 선수는 “전혀요. 우리 넷 다 몸이 되니까. 외모도 준수하고요”라며 유쾌하게 답변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 전 진행된 촬영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셔터 소리에 맞춰 능숙하게 포즈를 바꿔가며 카메라를 맞았던 그들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나 싶었죠. 그런데 막상 스튜디오에 가서 포즈를 취하니까 이런 걸 또 언제 해보겠나 싶더라고요(웃음). 간혹 다른 팀 소속 친구들이 제 사진을 보고 미쳤냐고 놀리기도 하는데, 아마 그 친구들도 은근히 부러워할걸요.” (안성빈) 원래 컨셉트는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남성미를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오빠’ 사진을 보고 가슴 설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소녀 팬들의 고백이 밀려들고, 곳곳에 걸린 사진들이 누가 가져가는 듯 자꾸 사라지고 있다는 사무국 측의 제보를 들으니, 사로잡힌 여심이 꽤 있는 듯했다. 하지만 보편적인 여심을 사로잡기에는 어딘가 촬영 컨셉트가 난해하다는 ‘일말의’ 의구심은 쉽게 접을 수 없었다. 소리 없이 치열했던 촬영 현장 사실 컨셉트가 난해하게 바뀐 데는 이유가 있다. 29명이나 되는 아마추어 모델들의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포즈가 겹치기 일쑤였다. 이를 본 포토그래퍼의 긴급 제안으로 스튜디오 내에 있던 소품들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체인, 중절모, 호피 서스펜더까지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컨셉트는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거라고. “선발대로 먼저 촬영을 마치고 온 선수들이 스튜디오에 의상이 있긴 한데 입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 반드시 챙겨 가라고 해서 우린 그나마 최악은 피했죠(웃음). 그런데 키가 작은 편인 김선민 선수는 그걸 모르고 가서 결국 속옷만 입고 찍었어요. 그 사진이 동네방네 돌아다니고 있으니 굉장히 난감해하고 있죠(웃음).” (김태봉) 사무국에서 선수들에게 시안으로 올려준 해외 축구선수 화보는 결코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쉬워 보이기만 했던 포즈였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 로봇이 따로 없었다. 조명 아래에서는 포즈와의 전쟁이 한창이었다면 대기실에서는 운동 경쟁이 뜨거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근육이 좀 더 도드라져 보이도록 너나 할 것 없이 팔굽혀펴기를 했다. 안성빈 선수는 훈련장에서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한 것 같다고 말해 당시 치열했던 현장 분위기를 가늠하게 했다. 29명 선수 중 가장 포토제닉한 인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3명이 일제히 베리 선수를 꼽았다. “생큐!(웃음) 저랑 다른 외국인 선수인 모리스는 마지막에 둘이서만 따로 찍었거든요. 일반적인 프로필을 찍는 줄 알고 갔는데 갑자기 상의를 벗으라고(웃음).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많이 헤맸어요. 운동장에 걸릴 줄 알았으면 더 터프하게 찍는 건데, 아쉬워요.” (오스틴 베리) 안양종합운동장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은 올 시즌이 마무리되는 11월까지 걸릴 예정이다. 경기장을 오가며 자꾸 보다 보니 아쉬움이 점점 커지는 모양. 네 선수는 하반기에 다시 촬영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멋진 포즈를 연구해서 찍고 싶다는 김태봉 선수, 지금부터 관리를 해서 더 근사한 몸을 만들고 싶다는 정재용 선수, 이번 촬영에 동참하지 않은 이우형 감독과 그 외에 코칭스태프들도 다음에는 함께 상의를 탈의하고 화끈하게 찍었으면 좋겠다는 안성빈 선수, 마지막으로 여자 모델들과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는 오스틴 베리 선수까지. 이 정도 열의라면 올 하반기까지는 몰라도 2016 시즌에는 보다 근사한 사진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새로운 바람을 타고 순항 중인 패기의 군단 2013년 K리그에는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승강제 출범으로 K리그 클래식(1부), K리그 챌린지(2부) 리그로 나뉘었다. K리그 챌린지와 함께 새로운 구단들이 탄생했는데, FC안양도 그중 하나로 안양 LG(현 FC서울)가 연고지 이전을 한 지 9년 만에 창단된 시민 구단이다. 이제 창단 3년 차에 접어든 FC안양은 개막전에서 만난 ‘난적’ 수원FC를 3대 0으로 완파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원년 멤버인 정재용 선수는 올 시즌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3년 중 올해가 가장 선수 간에 손발이 잘 맞아요. 선수 구성도 굉장히 좋아서 모든 포지션에서 치열하게 주전 경쟁을 할 정도고요. 축구를 하면서 지난해 처음 울었어요. 수원과 치른 경기에서 결국 져서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올해는 그런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을 거예요.” (정재용) 작년 시즌을 마치고 대거 선수 이동이 있어서 우려가 컸으나, 다행히 애태운 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팀에 합류해 좋은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안성빈 선수는 개막전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을 믿어준 이우형 감독에게 보답을 했다. 2012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오스틴 베리를 1년 임대 영입한 것도 큰 수확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축구를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훈련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져 개인 시간을 보내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숙소 생활을 하니까 선수끼리 가족 같은 분위기인 것도 좋아요. 모두 잘 대해줘서 고맙고요. 한국에 온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됐지만 오길 참 잘했다 싶어요.” (오스틴 베리) 이번 시즌은 FC안양 팀으로도 그렇고, 선수 개인으로도 그렇고 새로운 도전의 연속일 듯하다. 작년에 간발의 골 득실 차로 광주FC에 밀려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게다가 FC안양을 꺾고 올라간 광주FC는 이번 시즌 승격돼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하고 있다. “작년에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력이 떨어져서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어요. 올해는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1부 리그로 승격하는 것이 제 목표이자 우리 팀의 목표예요. 또 재밌는 축구, 이기는 축구를 해서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오게끔 만드는 것도 저희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김태봉) FC안양은 경기장 안팎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또래로 구성된 팀은 그 어느 때보다 패기가 넘친다. 축구를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 말하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이번 시즌 축구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정재용 선수 (미드필더, 등번호 42) 1990년생, 188cm, 78kg 작년 시즌 후반부터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19라운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을 활용해 경기장 안에서는 분위기를 전환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오스틴 베리 (수비수, 등번호 29) 1988년생, 188cm, 85kg 미국 프로 축구를 대표하는 수비수 중 1명. ‘더 네이버스’ 등 미국 TV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 중인 배우 로렌 요크가 그의 사촌 여동생으로, 그 역시 눈에 띄는 외모다. “축구를 싫어한다면 저를 보러 경기장에 와주세요”라고 당부하는 유쾌한 유머 감각의 소유자다. 김태봉 선수(수비수, 등번호 22) 1988년생, 175cm, 65kg 이번 시즌 주장을 맡았다. 이우형 감독의 적극 추천으로 팀 창단부터 함께한 원년 멤버. 외국인 선수들과 보다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해 개인 시간에 영어 과외를 받을 정도로 선수단을 살뜰히 챙기고 있다. 안성빈 선수(공격수, 등번호 11) 1988년생, 178cm, 75kg 올해 팀에 입단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늘 벤치에서 보던 개막전에 이번에는 직접 출전해 골까지 넣어서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안양 시민들이 자신을 알아봐서 마냥 행복하다는, 알고 보면 무척 순수한 남자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사진 제공 / FC안양>

      2015.04.29 17:26

    • 레저/여행 함께 걷는 길

      [함께 걷는 길] 자연 속 미술관을 거닐다! 안양예술공원

      관악산과 삼성산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삼성천변에 조성된 안양예술공원은 자연과 어우러진 시민들의 쉼터이자 50여 점의 예술 작품이 숨어 있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전문 작품해설사 백선지씨에게 함께 걷기를 청했다. 오래된 휴양지, 예술로 재탄생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안양유원지로 기억되고 있는 안양예술공원은 오랜 시간 서울 근교의 사랑받는 휴양지였다. 1930년대 관악산 삼성천에 안양풀장이 문을 연 이래 1950, 60년대에는 휴가철이 되면 하루 4만 명 이상의 피서객들이 찾았던 ‘핫 플레이스’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시설 쇠락과 노후로 그 명맥만을 유지해오던 이곳은 지난 2005년 제1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를 통해 안양예술공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관악산과 삼성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환경 속, 야외 조각과 건축물 등 50여 개의 공공 예술 작품들이 자리한 지붕 없는 미술관의 탄생이었다. 요즘 예술작품 하나 없는 공원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범상치가 않다. 최근 급부상하는 신진 작가의 작품부터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해외 거장들의 작품까지, 예술학도들이 탐낼 만한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공원을 거쳐 삼성산 등산로가 이어져 있어 산책과 함께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이곳은 한 가지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바로 전문 도슨트(작품해설사)가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관람을 돕는 ‘APAP 투어’다. 공원을 찾는 누구나 신청을 통해 투어에 참가할 수 있으며, 도슨트로부터 작품 설명과 함께 다채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안양의 역사까지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무심히 스쳐 지나갈 돌멩이 하나도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나면 다르게 보이는 법. 지난해부터 APAP 투어를 통해 관람객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안양문화재단 도슨트 백선지씨와 공원 관람에 나섰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숲 속 산책길 투어의 시작점은 공원 중간에 자리 잡고 있는 하얀색 건축물 ‘파빌리온’이다. 바라보는 위치마다 각기 다른 모양을 그리는 독특한 비정형의 건물.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아시아에서 설계한 첫 번째 작품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공원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요리조리 고개를 빼 건물 모양을 가늠해보려 애쓰는 기자를 백선지씨가 건물 옆쪽으로 이끌었다. “ ‘파빌리온’은 한눈에 전체 모습을 보기 어려워요. 어느 각도에서든 같은 형태로 읽히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거든요. 옆에서 보면 아름다운 건물의 선을 감상할 수 있죠. 알바루 시자는 유려하고 서정적인 선을 건축적으로 잘 활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해요. 건축계의 시인으로 불리는 건축가의 특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죠.” 1 삼성천을 따라 걷다보면 축대에 피어난 화려한 꽃무더기를 만난다. 최정화 작가의 ‘돌꽃’이다. 2 비토 아콘치의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주차장 위 터널을 통과하면 야외공연장으로 이어진다. 3 작품에서 작품으로 이어지는 숲 속 산책길. 4 다양한 색상의 음료 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안양상자집’이다. 빛이 투과하며 생기는 아름다운 색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킨다. 5 박윤영 작가의 ‘그림자 호수’.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작품이다.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건물의 모양이 다르고 같은 모양의 창문도 없단다. 말을 듣고 보니 창문의 크기도 모양도 다 다르다. ‘파빌리온’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덩그러니 서 있는 공중전화 부스가 눈에 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작품의 제목은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이다. 20분마다 전화벨이 울리는데 지나가던 누군가가 망설임 끝에 수화기를 들면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외롭게 서 있는 모습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닮은 것 같죠? 전화를 받으면 ‘정말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주나?’ 하고 설레기도 하고, 또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어요.” 그녀의 말에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려볼까 하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성천을 따라 걷다 보니 물고기 모양의 분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라는 작품이에요. 여름이 되면 삼성천의 물을 끌어올려 14개의 물줄기를 뿜어내죠. 시원한 물줄기도 아름답지만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2개의 바위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1977년 안양에 큰 홍수가 났을 때 산에서 굴러 떨어진 바위인데 그 위에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때 희생된 사상자들을 기리는 마음이 담긴 거죠.” 세계 각국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지만 안양이라는 지역적 특색과 의미를 담은 작품이 많은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안양종합운동장의 잔디를 옮겨와 만든 도쿄 피크닉 클럽의 ‘잔디 휴가 중’, 삼성산 등고선에 맞춰 지은 네덜란드 건축가 그룹 MVRDV의 ‘전망대’가 그 대표적인 작품. 개성 강한 예술 작품들이 주변 산과 숲의 경관을 헤치지 않고 어우러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작품과 작가의 추적자, 도슨트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도슨트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주는 메신저다. 작품 설명은 물론 미술과 건축, 역사 등 예술 분야 전반에 걸친 전문적 식견을 토대로 작품과 작가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도슨트 역시 예술을 사랑하는 한 명의 관람객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백선지씨의 말이다. 전직 영어 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녀는 우연히 영화에서 본 그림을 통해 예술 작품의 세계에 매혹됐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았던 ‘사랑을 위하여’이라는 영화였어요. 남자 주인공이 화가 클림트의 작품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잠깐 스쳐 지나갔는데도 무척이나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그때부터 미술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죠. 작품에 담긴 세계는 무궁무진해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끝이 없어요. 도슨트는 작품과 작가를 끊임없이 쫓는 추적자이기도 해요.” 다양한 연령과 직업, 방문 목적을 가진 관람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것 역시 그녀의 역할. 박윤영 작가의 작품 ‘그림자 호수’ 앞에 선 그녀가 잠시 말을 고른다.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어났던 연쇄 살인 사건을 담은 작품이에요. 성폭행과 마약, 강간 등 끔찍한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보니 관람객의 연령에 따라 단어 선택이나 수위를 조절하게 돼요. 아이들에게 설명할 때는 좀 더 순화된 표현을 쓰죠.” 6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으로 꼽히는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의 ‘파빌리온’. 보는 시각에 따라 각각 다른 모양의 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7 네델란드 건축가 그룹 MVRDV가 설계한 전망대. 삼성산의 등고선을 딴 독특한 모양으로 인기가 높은 장소다. 8 이환권 작가의 ‘먼곳을 바라보는 남자(창학)’. 인물의 이미지를 왜곡해 조각으로 옮겨낸 작품이다. 9 도쿄 피크닉 클럽의 ‘잔디 휴가 중’. 안양종합운동장의 잔디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쉬고 있다. 10 전망대 정상에 오르면 안양시를 비롯해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안양예술공원에 오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편안할 안’과 ‘기를 양’자를 쓰는 안양은 본래 불교에서 온 이름으로 극락정토, 즉 사람이 편안하게 사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작가가 우연히 실종 사건에 얽힌 사연을 듣고 실종된 여인들이 영혼이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곳에 작품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다.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의 반응은 각기 다르다. 즉각적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방식대로 감흥을 표현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도슨트로서의 즐거움이다. “영화도 스토리를 다 알고 보면 재미없잖아요. 관심을 끄는 정도까지는 좋은데 그걸 넘어서면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어요. 도슨트의 주관이 들어갔을 때 개인의 감상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요. 작품 설명을 할 때마다 감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관객들의 몫을 남겨두려고 노력해요. 느끼는 건 각자의 몫이거든요.” 감상하는 예술에서 벗어난 경험하는 예술 우거진 숲 속 산책로를 따라 작품들을 감상하며 발걸음을 옮기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예술 작품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어가지 마시오’, ‘손대지 마시오’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신기한 것을 보면 우선 손부터 뻗는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데 더없이 좋은 놀이터가 된다. “이곳에는 특별히 조심해야 할 작품들이 거의 없어요. 누구나 스스럼 없이 작품을 만지고 느끼며 즐길 수 있죠. 관람객이 작품의 일부가 돼 완성되는 작품도 있고요.” 매달리고 부대끼며 작품을 느끼는 것이 아이들의 재미라면, 어른들에게는 호젓한 길 따라 계절과 날씨를 만끽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전망대’에 오르니 수려한 주변 경관이 펼쳐진다. 삼성천을 따라 조성된 공원 전체를 조망하고 안양사의 불상을 비롯해 멀리 안양시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다. 가까이에선 볼 수 없었던 ‘파빌리온’의 전체 모양도 한눈에 들어온다. “자주 올라오는 곳이지만 매번 올라올 때마다 감탄하는 곳이에요. 저 역시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작품들을 접하고 가까이에서 소개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행복하거든요. 특히 아이들이 귀 기울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 참 기분이 좋아요. “아니까 더 재밌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일을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는 3월 28일부터 제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가 펼쳐지는 안양예술공원은 또 한 번의 눈부신 봄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퍼블릭 스토리’를 주제로 24개의 신작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 새롭게 문을 여는 김중업박물관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Tip 안양예술공원 APAP 투어(소요시간 1시간30분~2시간) 도슨트와 함께하는 APAP 투어는 평일 2회, 주말 3회,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관람 당일 3일 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도슨트에게 비토 아콘치의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 투어도 청해보자. 공원 내 가장 포토제닉한 장소다. 문의 안양파빌리온(031-687-0548)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

      2014.03.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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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오르는 기대주, 농구 코트의 훈남 - 안양 KT&G의 신제록

      40분의 경기가 펼쳐지는 체육관. ‘슛’을 외치는 함성과 뜨거운 열기,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의 운동화 마찰 소리가 가득한 농구 코트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다. 슛을 성공시키고 뒤돌아 환하게 웃음 짓는 선수, 신제록. 낯익은 얼굴이다 했더니 배우 신성록의 친동생이란다. ‘잘생긴’ 외모만큼 뜨거운 열정을 간직한 농구선수 신제록과의 가슴 떨리는 인터뷰.스스로에게 떳떳해지고자 남들보다 두 배로 연습 몰두 동부와 KT&G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08~2009 KBL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겨울 스포츠의 꽃, 농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현재까지(지난 12월 20일) 총 100경기 정도가 치러진 가운데 3월까지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3위를 달리며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안양 KT&G의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경기가 없는 평일 오후, 팀 훈련을 마치고 선수들이 코트를 빠져나간 뒤에도 끊임없이 농구 코트와 공의 마찰 소리가 들린다. 동료들이 샤워를 하고 쉬는 자유시간, 텅 빈 코트에서 30분째 슛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신제록 선수다. “요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을 많이 읽게 됐어요. 대부분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더라고요. 마이클 조던도 정해진 연습 시간보다 먼저 나와서 연습을 했대요. 발전하려면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30분 먼저 나와서 미리 스트레칭을 하고, 끝나고는 부족했던 부분을 30분 더 연습하고 돌아가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이후 요즘처럼 농구가 재밌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해 안양 KT&G 입단과 함께 프로 세계에 뛰어들면서 결국 가장 많이 땀 흘리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농구 명문 휘문고-고려대학교를 거치며 수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정작 프로 1년 차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답답함은 ‘독한’ 마음을 먹게 했다. “제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방황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경기를 담은 비디오와 CD를 보면서 분석도 하고 체력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어요. 올 시즌은 정말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갑자기 맹장수술을 하는 바람에 끌어올려놨던 컨디션이 많이 떨어졌었어요. 수술 일주일 만에 연습을 하러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멀리 보라’며 말리셨어요. 그래도 지금은 몸이 제자리를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앞으로 더욱 실력 발휘를 해야죠.” 한 번 마음먹고 목표를 세우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대학 때 잦은 부상으로 1, 2학년을 보내고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면서 머리도 빡빡 밀고 휴대폰도 없애고 집과 체육관만 오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격은 지금도 그를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그의 쉬지 않는 자맥질을 주변에서도 아는지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농구전문지 좥점프볼좦에서는 올해의 기대주 중 한 명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말 그 기대를 현실로 바꿔내기 위해 기뻐하는 것은 잠시 미뤄두고 더욱 연습 강도를 높였다는 독한 그다. 개구쟁이 형제… 연기와 농구, 서로에게 가장 큰 조력자 초등학교 5학년, 체육대회에서 100m 달리기, 멀리뛰기, 높이뛰기 1등을 거머쥔 후 그는 우연히 농구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물론 초등학교 때긴 했지만 공부를 되게 잘했어요. 늘 전교 3등 안에 들었고,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도 나가곤 했거든요.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중학교에 가면서 농구에 푹 빠진 형이 농구선수가 되겠다며 부모님을 조르지 뭐예요. 체육대회 이후에 농구팀에서 ‘농구 한번 해보라’고 전화가 왔는데, 형이 ‘같이 가보자’고 부추기는 바람에 농구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원래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큰 꿈은 그가 아닌 형, 신성록의 것이었다. 형제가 나란히 농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형은 중학교 3학년 때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결국 농구를 그만둬야만 했다. 오히려 그보다 체격이 더 좋고 농구도 잘했던 형이었지만 부상으로 공백기를 거치면서 형은 이제 배우가 됐다. “잘 풀렸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형이 농구를 그만두고 연기에 발을 들여놓을 때, 아버지가 정말 많이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혼자서 기회를 만들고 점점 자리를 잡아가더라고요. 저야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해도 팀에 속해서 동료나 팀원들에게 의지하기도 했고,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곤 했는데 형은 정말 혼자서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거예요. 대단하죠. 그것만으로도 저는 형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농구선수를 꿈꿨던 형은 지금도 종종 그의 경기를 보러 온다. 홈 개막전 때는 코트를 찾아 시구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보러 오지 못할 때는 경기를 보고 냉철한 분석도 해준단다. 물론 그도 배우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형의 든든한 ‘열혈 팬’이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형이 나오는 작품은 꼭 챙겨 보고 연기에 대한 평가도 아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영 어색하기만 하더니 ‘연예인’이 아닌 ‘배우’로서 자리 잡고 싶다는 형은 점점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특히 신성록이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뮤지컬 ‘드라큐라’는 여덟 번이나 봤단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기막히게 잘했던 형이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는 것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또 자신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형보다 더 잘생긴 것 같은데 혹시 연예인을 해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농구를 하는 지금이 너무나 좋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는 편이고 부모님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잘생겼다’는 칭찬은 듣기에 쑥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워낙 눈에 띄는 훈훈한 외모의 형제인지라 형제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뜨겁다. 형이야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니 좋은 일이겠지만, ‘농구선수 신제록’으로서는 한편으로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아직 제가 코트에서 실력을 많이 못 보여드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남자’로만 보는 팬이 있어서 곤란한 적도 있어요. 다른 선수의 가족이나 여자친구한테는 안 그러던데, 경기를 보러 온 제 여자친구한테 심한 말을 하는 친구가 있는 거예요. 미니홈피에 욕설을 써놓기도 하고요. 그걸 보니까 저도 화가 좀 나더라고요. 뒤에서 비난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성 팬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그에게는 5년 동안 만나온 예쁜 여자친구가 있다. 중간에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적도 있지만 그래도 긴 시간 동안 그에게 힘이 되어준 고마운 여자친구다. 그동안 여자친구가 공부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바람에 많이 보고 싶었는데, 최근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쉬는 날이면 만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하단다. 두 살 연상의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을 많이 좋아해줘서 고맙고 좋다며 활짝 웃어 보인다. “대학교 선배한테 소개를 받았는데, 어느 날 제가 넘어져서 다치게 됐어요. 여자친구가 마침 연고가 있다며 제 얼굴에 연고를 발라주는데 저도 모르게 ‘아, 예쁘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결국 사귀게 됐죠. 생각도 깊고 야무져서 배울 점도 참 많아요.” 여자친구 이야기를 너무 늘어놓는 것 아니냐며 겸연쩍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농구 이야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행복감이 묻어나는 듯했다. 존경하는 주희정 선수와 한 방 쓰는 사이, 초심·됨됨이 배워 그의 소속팀인 KT&G는 주전들의 부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빠른 농구’의 위력을 선보이며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선수들 간의 호흡이 톱니바퀴처럼 척척 들어맞아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년 멤버가 거의 그대로 남아 있고 다들 힘든 훈련을 잘 참아내면서 실력이 향상됐어요. 저희 팀이라서 좋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기대해볼 만한 팀이에요. 저도 한몫 보탤 수 있도록 좀 더 뛰어야죠.”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열광하고 농구대잔치를 손꼽아 기다렸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이라면 농구공이 튀어오를 때의 흥분을 충분히 알 것이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선수, 신제록 선수가 코트에서 펼치는 드리블을 브라운관이 아닌 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어떨까. 그와 함께 다시 한번 ‘농구붐’을 일으키는 데 힘을 보태보자.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훈, 안양 KT&G 제공

      2009.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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