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스경x현장] “부모님과 약속했어요”…KIA 오선우에게 ‘내일은 없다’

      야구 스경X현장

      [스경x현장] “부모님과 약속했어요”…KIA 오선우에게 ‘내일은 없다’

      KIA 오선우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홈경기에서 홈런을 터트린 뒤 더그아웃에서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 오선우가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 홈경기에서 홈런을 때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KIA는 2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LG를 8-4로 꺾고 3연패를 끊었다. 선발 애덤 올러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 라인업에 처음 이름을 올린 김도영이 홈런 포함 멀티히트 2타점 활약을 펼쳤다. 이범호 KIA 감독은 “올러가 완벽한 투구를 해줬다”며 “7이닝을 책임져 주면서 불펜진 운용에도 여유를 줬다”고 짚었다. 이어 “김도영의 복귀가 타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복귀 후 타격감을 찾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어제오늘 타격하는 걸 보니 재활하는 동안 잘 준비를 해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올러, 김도영과 함께 내외야 유틸리티 오선우를 언급했다. 7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오선우는 4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3-0으로 앞선 3회말 2사 1·3루에서 LG 이지강을 상대로 결정적인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KIA 오선우. KIA 타이거즈 제공 이 감독은 “오선우가 하위 타순에서 좋은 역할을 해줬다”며 “3회말 터진 3점 홈런으로 분위기를 확실히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꾸준한 활약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선우는 이날까지 10경기 타율 0.345 2홈런, 7타점, OPS 0.973을 기록 중이다. 1군에선 주로 외야수로 뛰지만, 이날은 기존 1루수 패트릭 위즈덤이 몸살로 빠진 공백을 메웠다. 2019년 KIA에 입단한 오선우는 올시즌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1, 2년차 때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 경험이 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놓치지 않겠다’고 부모님과 약속했다”며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진짜 간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선우는 공격이든 수비든 궁금한 점이 생기면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질문한다. 최근에는 김도영에게 조언을 얻었다. 그는 “어제 합류한 (김)도영이에게 타석에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봤다. 존 설정은 어떻게 하고 들어가는지도 물어봤다”며 “도영이가 해준 얘기를 듣고 좋은 결과가 나와 정말 고맙다. 배우는 게 많은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광주 | 배재흥 기자 2025.04.26 17:42

    • 에일리·최시훈, 백년약속에 감추지 못한 감정

      연예

      에일리·최시훈, 백년약속에 감추지 못한 감정

      에일리·최시훈 부부. A2Z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에일리와 최시훈과의 백년가약 순간을 공개했다. 에일리 소속사 A2Z엔터테인먼트는 23일 “지난 20일 열렸던 에일리·최시훈 결혼식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에 행운이 가득하실 기원하며 변함없이 에일리의 음악 활동에 최선을 다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늘 에일리와 함께 팬들이 주신 사랑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소속사는 에일리와 최시훈 웨딩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에일리·최시훈 부부. A2Z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일리·최시훈 부부. A2Z엔터테인먼트 제공 공개된 사진에서 에일리·최시훈 부부는 각각 레이스 하이넥 웨딩 드레스와 블랙 턱시도를 입고 버진로드를 밟고 있는 모습이다. 에일리는 부케를 들어 올리며 이날의 축복을 만끽하고 있다. 에일리·최시훈 부부는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미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혼인신고를 완료해 법적 부부인 상태였다. 에일리는 1989년생, 최시훈은 1992년생으로 연상연하 부부의 탄생이다.

      이선명 기자 2025.04.23 15:44

    • 박형식, 허준호 전 재산 기부 약속받았다 (보물섬)

      연예

      박형식, 허준호 전 재산 기부 약속받았다 (보물섬)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 ‘보물섬’ 박형식이 허준호를 금고에서 풀어줬다. 12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 최종회에는 서동주(박형식)가 염장선(허준호) 복수에 열을 올렸다. 염장선이 실종된 지 1년이 지나자 실종 자작극, 살해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제보자 보상금은 3배 이상 늘어났다. 서동주는 한 금고에 햄버거를 넣었고, 그곳엔 염장선이 지내고 있었다. 1년 전 염장선이 술에 취한 틈을 타 그를 납치한 것. 염장선은 서동주를 향해 “얼마면 되겠냐”고 물었고, 서동주는 “다 줘. 염장선 재산 전부 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서동주는 허준호가 전 재산을 기부한단 말에 그를 풀어줬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2025.04.12 23:56

    • 골든블루, ‘천년약속’ 인스타그램 채널 신규 오픈

      생활

      골든블루, ‘천년약속’ 인스타그램 채널 신규 오픈

      골든블루가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Millennium Promise)’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을 신규 오픈해 젊은 세대와의 소통 창구를 강화한다고 3일 밝혔다. ‘천년약속’ 인스타그램 채널은 지난 2004년 ‘천년약속’이 출시된 이래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SNS 채널로 젊은 세대와 상호 교류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이와 동시에 약주에 익숙치 않은 젊은 세대 대상으로 ‘천년약속’ 제품 특장점을 널리 알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골든블루는 이번 채널을 통해 ‘천년약속’과 어울리는 푸드 페어링 추천, 천년약속 판매 맛집 소개, 각종 이벤트 및 프로모션 안내 등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 외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는 “앞으로 천년약속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브랜드 소식을 빠르게 전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며 “이를 기점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천년약속’을 약주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브랜드로 발전시킬 것”라고 말했다. 골든블루는 향후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천년약속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기차고 트렌디하게 변화시키고 약주시장의 저변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천년약속’은 항암효과에 좋다고 알려진 상황버섯을 연구하던 중 버섯 균사체 배양액에서 알코올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 수차례의 실험을 거쳐 개발된 제품이다. 특히 독창적인 발효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효모를 이용해 만드는 일반적인 약주와 달리 상황버섯의 균사체를 발효원으로 사용해 더욱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천년약속’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한일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등 세계적인 행사의 공식 건배주로 선정되면서 국내 대표 전통주로 자리매김했다. 또 세계 3대 주류박람회인 벨기에 몽드셀렉션(Monde Selection)에서 2020년, 2019년 각각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6월 오픈한 ‘골든블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과 연계한 감성 콘텐츠로 차별화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와 협업한 콘텐츠를 ‘릴레이’ 형식으로 ‘골든블루 릴레이리스트’ 콘텐츠는 평균 조회수 1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손재철 기자 2025.04.04 10:10

  • 주간경향

    • [주간 舌전] “김건희 여사, 약속대로 대외활동 중단해야”

      정치

      [주간 舌전] “김건희 여사, 약속대로 대외활동 중단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처럼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일들이 모든 정치 이슈를 덮치는 것이 반복되며 우리 정부의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도 있고, 당초 제대로 설명을 못 해서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총선 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는 지난 10월 15일 김 여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히 의지하는 상황”,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윤 대통령이 아닌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16일 “그 오빠가 친오빠라고 믿을 국민은 없다”며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 대해 무식하다고 말하는 걸 대선 때 이미 국민이 들어서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오빠가 누구냐가 ‘바이든 날리면’에 이어 두 번째 국민 퀴즈”라며 “대선 과정에 작동한 불법 표본 조작, 통계 조작을 국민 앞에서 확인하자”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지난 10월 17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다루는 ‘김건희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김찬호 기자 2024.10.21 06:00

    • 윤 정부도 약속한 아동기본법…보수단체에 막혀 국회 표류 중

      정치 표지 이야기

      윤 정부도 약속한 아동기본법…보수단체에 막혀 국회 표류 중

      아동을 보호 대상 아닌 권리 주체로…“아동판 차별금지법” 주장에 폐기될 판 2023년 5월 3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아동기본법안’의 발의 취지와 제정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훈식 의원실 제공 “모든 아동이 존중받으며 살 수 있도록 ‘아동기본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2023년 8월 9일 열린 ‘대한민국아동총회’에 참가한 10~17세 지역 아동대표 100명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특별결의문’ 내용이다. 올해 20회째를 맞은 아동총회는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문제에는 반드시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기구다. 아동총회에서 지난해 특별결의문까지 채택해가며 아동기본법 제정을 요구한 것은 그만큼 법 제정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도 30년 넘게 이를 뒷받침할 근거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아동의 권리와 참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여전히 낮다. 이는 아동학대 범죄와 ‘노키즈존’ 등의 사회적 문제로 나타났다. 아동단체와 학계 등의 지속된 요구 끝에 지난해 4~5월 국회에서 여야가 잇달아 ‘아동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도 아동기본법 제정을 약속했다. 기대와는 달리 아동기본법안은 발의 후 내내 국회에서 표류하다 결국 해를 넘겼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아동판 차별금지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합계출산율이 0.778명(2022년 기준)으로 ‘국가 소멸론’까지 거론되는 나라. 아동들의 ‘삶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하위권을 맴도는 나라. 2024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동은 단지 ‘보호’의 대상인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18세 미만)의 4가지 기본권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인 삶과 안전·성장 등을 보장받는 ‘생존권’, 모든 형태의 학대나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보호권’, 교육·여가·문화생활 등을 누리기 위한 ‘발달권’, 의견을 말하고 존중받기 위한 ‘참여권’ 등이다. 국내 아동 관련 법 규제는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 60여 개에 달하지만 아동권리협약에서 제시한 기본권을 명시한 법은 없다. 김형모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권리협약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협약으로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지며 협약당사국의 구체적 입법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며 “아동복지법 등 현재의 아동 관련 법률은 아동을 권리 주체가 아닌 보호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어 협약의 온전한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차원의 아동 관련 입법 활동도 소극적이다. 2022년 세이브더칠드런이 21대 국회 임기 1년 동안 아동 관련 의정활동을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발의된 법안 중 아동 관련 법안은 5.4%로, 총인구 대비 아동비율(14.9%·2021년 기준)에 비해 비중이 작았다. 그나마 발의된 법안들도 78.2%가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복지, 양육, 가정 밖 아동보호 등 ‘보호 관점’의 법안이 대부분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 스스로 자신의 기본권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비율도 낮게 나타난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2년 조사한 결과 “정책 참여 기회를 인지하고 있다”는 비율은 11%에 그쳤다. 2023년 8월 열린 ‘제20회 대한민국아동총회’에서 채택된 아동기본법 제정 촉구 특별결의문 내용 /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제공 정부 역시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아동기본법 제정을 주요 과제로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방안’을 통해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 ‘보호와 육성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여전하다”며 “모든 아동의 건강한 출생과 성장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와 국가·사회의 책임을 명시한 (가칭)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아동정책은 책임 소재나 컨트롤타워가 불분명해 2020년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과 같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극이 벌어진다”며 “제대로 된 아동정책 조정과 아동보호체계 수립을 위해서라도 아동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동판 차별금지법” 보수단체 반대에 논의 중단 정부도, 국회도, 아동(단체)도 원하는 아동기본법안이 지난해 4~5월 국회에서 잇달아 발의됐다. 2020년부터 수차례 포럼과 토론회를 거쳐 정치권과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기도 했다. 여당(양금희 의원안)과 야당(강훈식 의원안)이 각각 발의한 법안의 취지나 내용은 전반적으로 유사하다. 유엔아동협약에 기초해 아동이 ‘권리 주체’이자 인격체임을 명확히 하는 아동의 권리 규정을 뒀다.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했다. 아동종합실태조사, 아동정책영향평가, 아동정책기본계획,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관한 사항 등을 현행 아동복지법에서 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아동권리옹호관’을 신설해 아동권리의 침해 사안에 대한 조사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아동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강 의원안이 보다 전향적이다. 아동의 권리보장에 대한 의무를 일반 국민과 기업에도 부여했다. 양 의원안에는 빠진 ‘아동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도 명시됐다. 두 법안의 공동 발의에 참여한 여야 의원만 80명이다.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 검토보고에서 “법안 제정 시 모든 아동정책과 제도 및 관련 입법의 방향키이자 균형추로서 아동의 삶의 질을 증진하고, 그 권리를 신장함에 있어 중요한 제도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안은 상임위에서 제대로 법안 심사 한번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완강하게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탓이다. 이들은 “각 법안이 현행 아동복지법, 청소년기본법 등과 중복된다”며 “개별법에서 다루어야 할 권리 조항과 권리 구제 절차를 기본법에 포함한 것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부모의 친권과 양육권을 위협하고,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등 ‘아동판 차별금지법’과 다름없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들에게는 항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치기도 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적 부담을 져가며 아동기본법안 제정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법안도 폐기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막상 기본법 내용을 보면 기존 아동복지법 등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법 제정을 통한 의식과 인식의 전환, 상징적 의미가 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며 “새 국회가 출범하면 법안 찬반 양측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의 장을 열어 법안 마련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2024.02.05 05:30

    • 문화/과학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

      [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41)약속은 지켜야 한다, 제우스와 세멜레

      ‘제우스와 세멜레’(1895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 소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인이나 친구와 헤어질 때나 통화가 끝났을 때, 마지막 말이 정해져 있다. “다음에 밥 한번 먹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라 그냥 인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약속도 있지만, 대부분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 신뢰 때문이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신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랑했던 여인의 죽음을 보아야만 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전의 지도자로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티탄족과 싸움에서 승리를 이끌게 도와주었던 신들에게 상을, 자신과 끝까지 싸운 티탄족에는 반대로 벌을 주었다. 제우스가 승리를 이끌 수 있도록 도운 스틱스 여신도 마찬가지였다. 제우스는 스틱스 여신에 대고 맹세하면 누구라도 절대적으로 그 약속을 어기지 못하는 명예를 스틱스 여신에게 선사했다.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신도 마찬가지였다. 제우스 역시 그 약속을 지켰다. 제우스는 테바이의 왕 카드모스의 딸인 세멜레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제우스는 세멜레를 유혹해 사랑하고, 마침내 세멜레가 임신한다. 이 사실을 안 헤라는 질투에 눈에 멀어 세멜레를 벌주기로 한다. 헤라는 세멜레의 어릴 적 유모 베로에로 변신해 그를 찾아간다. 헤라는 세멜레에게 제우스의 정체를 아는 방법이 있다고 꼬드긴다. “제우스에게 ‘하늘에서 입는 옷을 입고 지상으로 내려와 달라’고 해보세요” 하고 부추긴다. 헤라가 돌아가자 세멜레는 제우스가 의심스러웠다. 헤라가 충고한 대로 제우스에게 부탁한다. 제우스는 세멜레와 사랑을 나누면서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기로 약속을 한 터였다. 제우스는 헤라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세멜레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했으므로 신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세멜레는 제우스의 번개를 견디지 못하고 그만 재로 변하고 만다. 그러자 제우스는 황급히 세멜레의 자궁에 있던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집어넣어 생명을 구한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바쿠스다. 제우스가 세멜레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귀스타브 모로(1826~1898)의 ‘제우스와 세멜레’다. 화면 중앙 옥좌에 앉아 있는 제우스의 모습은 하늘의 왕임을 나타낸다. 하단에 엎드린 인간들은 제우스가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암시한다. 제우스 머리의 붉은 광채는 그가 신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독수리 날개는 옥좌에 앉아 있는 남자가 제우스임을 뜻한다. 모로의 이 작품에서 세멜레의 흰색 몸은 제우스의 번개에 맞아 죽는다는 것을 드러내며, 세멜레가 허벅지에 앉아 있는 것은 그의 아이를 꺼내 제우스가 허벅지에서 키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약속은 크든 작든 파기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약속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박희숙 작가 2023.10.20 10:44

    • [취재 후]‘어떤 수식’에 담긴 약속

      경제 취재 후

      [취재 후]‘어떤 수식’에 담긴 약속

      2013년 국민연금 기사를 처음 썼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초연금 20만원’을 약속해 노인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 20만원을 그대로 지급하긴 어렵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이들에겐 기초연금을 최대 절반 깎고 지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때 국민연금 산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1.275(A+B)(1+0.05n/12).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쉽게 말하면 A값은 다른 사람들의 평균소득, B값은 내 소득입니다. 내 소득만 기준 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소득도 동등한 기준으로 삼아 연금액을 받아가도록 돼 있는 겁니다. 이 산식 덕분에 저소득층의 수익비(낸 보험료 대비 연금액)가 고소득층보다 높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민연금은 계층 간 연대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1.275라는 숫자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2007년엔 원래 1.5였는데 매년 0.015씩 감소해 1.275에 이르렀는데요,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국민연금이 보장하는 노후소득이 줄어듭니다. 물론 이 숫자를 다시 키운다면 노후소득은 커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세대 부담도 늘어납니다. 마지막으로 n도 살펴봐야 합니다. n은 20년을 초과해 보험료를 납부한 월수를 뜻합니다. 안정적으로 보험료를 낸 기간이 길수록 많이 받아가겠지요.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 유리한 성격과 가입기간이 긴 정규직 등에 유리한 성격이 동시에 있으며, 계층 간 연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연대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풀이하는 박사에게 숫자는 세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더군요. 저는 국민연금 산식을 이해한 후, 그 숫자들이 그냥 숫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산식 속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을 이끌어야 할 정부와 정당들이 이 수식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송윤경 기자 2023.10.06 11:05

  • 레이디경향

    • [퇴근뉴스]12월 31일 약속 없으면, 방구석음악회 함께해요

      화제 퇴근뉴스

      [퇴근뉴스]12월 31일 약속 없으면, 방구석음악회 함께해요

      CJ올리브영이 올해 트렌드 키워드를 분석했다. ■올해 ‘뷰티 분야’ 소비자들의 패턴은? ‘밍글’(MINGLE). 뷰티&헬스 전문 스토어 CJ올리브영이 한 해를 마감하며 분석한 올해 트렌드 키워드다. M은 멀티 쇼퍼(Multi Shoppers)의 앞글자로 오프라인, 온라인몰, 모바일 앱,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과 서비스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을 반영했다. I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Inflationary Janus). 일상에서 꼭 필요한 상품은 저렴하게 구매하지만,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상품에도 지갑을 여는 이른바 ‘야누스 소비’ 개념이다. N은 마스크 해제와 야외활동(No-Mask Beauty)으로 야외활동과 관련된 상품 매출이 오름세를 보인 것을 나타낸다. G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뷰티 헬스 시장에 신생 브랜드가 등장하며 인기 브랜드와 각축전을 보이는 모습을 의미한다. L은 라이프 플레저(Life Pleasure). 건강, 미용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노라인 언더웨어’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매출이 상승한 트렌드를 반영했다. E는 취향을 찾는 체험형 소비(Exploring New)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제품을 찾기 위해 직접 체험해보는 소비 형태가 늘었다는 점을 감안했다. ‘걸어서 10분’ ■걸어서 우리 동네로 당근마켓이 도보 10분 이내의 가까운 가게 소식과 정보를 선별해 보여주는 ‘걸어서 10분’ 기능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걸어서 10분’은 앱 이용자가 인증한 위치 기준으로 700m 이내에 있는 가게의 메뉴 출시, 할인 이벤트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으로 ‘동네 소비’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당근마켓 측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좋은 동네 가게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며 단골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취지를 담았다고 전했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예술의전당 제야음악회. ■올해 마지막 날의 특별한 이벤트 예술의전당의 재야음악회가 3년 만에 열린다. 오는 31일 밤 10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 막이 오른다. 올해 제야음악회는 지휘자 홍석원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필두로 피아니스트 신창용, 소프라노 황수미, 베이스 박종민 등이 함께한다. 1부에서는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의 춤곡 ‘바카날레’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협연하고 2부에서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베이스 박종민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소문은 미풍처럼’,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중 ‘달에게 바치는 노래’ 등을 들려준다. 공연이 끝나면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함께 카운트다운 행사를 진행한다. 탄소중립 정책 일환으로 야외 소망 풍선 날리기 행사는 열지 않는다. 공연은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 중이다. 올해는 예술의전당 유튜브 채널 ‘SAC ON SCREEN’ 등 온라인으로도 공연 실황을 감상할 수 있다.

      장회정 기자 2022.12.20 17:21

    • [MOVIE]또 하나의 약속 外

      문화/생활

      [MOVIE]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약속 택시 기사 상구는 넉넉지 못한 형편 때문에 남들처럼 대학을 보내주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던 딸이 대기업에 취직해 더 큰 효도를 하겠다는 말에 마음이 뭉클하다. 그러나 입사 2년도 채 안 돼 산재로 큰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 딸은 끝내 세상을 떠나고,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일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두레를 통해 제작비를 마련해 제작되어 관심을 모았다. 박철민·윤유선 주연, 2월 6일 개봉. 넛잡: 땅콩 도둑들 평화로운 리버티 공원의 공동 식량 창고인 떡갈나무를 태운 바람에 쫓겨난 말썽쟁이 다람쥐 설리. 그의 곁에 남은 건 착한 생쥐 친구 버디뿐이다. 위험천만한 도시를 떠돌던 이들 앞에 나타난 천국은 바로 땅콩가게. 과연 설리와 버디는 땅콩을 차지해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까?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제작비인 4백50억원이 투입됐으며, 전 세계 120여 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뤘다. 또 ‘라따뚜이’의 시나리오를 쓴 론 카메론의 합류로 완성도를 높였다. 리암 니스·윌 아넷 목소리 출연, 1월 29일 개봉. 관능의 법칙 지금이 어느 때보다 주가가 높다고 믿는 골드미스 신혜, 도발적인 성격의 주부 미연, 농염한 눈빛의 싱글 맘 해영. 꽃보다 화려하게 만개해 절정의 40대를 맞이한 이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정상급 여배우 3인의 만남과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토리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보인다. ‘싱글즈’, ‘뜨거운 것이 좋아’,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 작품이다. 엄정화·문소리·조민수 주연, 2월 13일 개봉. 찌라시: 위험한 소문 일명 ‘찌라시’라고 불리는 증권가 정보지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 매니저 우곤이 사설 정보지의 근원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밀스러운 장소에 모여 정보를 제조하는 이들 그리고 만들어진 정보를 유통하는 자들의 긴박한 상황이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누가, 어떻게, 왜 만들어지는지 아무도 모르는 ‘찌라시’라는 소재와 ‘은밀하게 속삭이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고급 정보의 실체’라는 카피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김강우·정진영 주연, 2월 20일 개봉. 폼페이: 최후의 날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지도상에서 사라진 도시가 된 이탈리아 남부의 고대 도시 폼페이. 영화는 1592년, 이곳에서 발견된 유적들 중 남녀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이른바 ‘인간 화석’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노예 출신 검투사 마일로와 영주의 딸 카시아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를 담았으며 ‘타이타닉’의 특수효과 팀과 ‘2012’의 시각효과 팀이 참여해 압도적인 스케일과 스펙터클한 영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킷 해링턴·에밀리 브라우닝 주연, 2월 20일 개봉. 아메리칸 허슬 1970년대 미국 뉴저지를 배경으로 거물 정치인을 수사하는 FBI 요원 리치 디마소와 영리한 사기꾼 어빙 로젠필드, 교활하고 유혹적인 파트너 시드니 프로서가 서로 협력해 진상을 폭로하는 과정을 그렸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실제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으며 골든글로브 3관왕에 오른 데 이어 3월 2일 열리는 아카데미상에 10개 부분 후보에 올라 기대를 한몸에 받는 영화다. 크리스찬 베일·에이미 아담스 주연, 2월 20일 개봉. <■담당 / 김지윤 기자>

      2014.02.14 11:47

    • 문화/생활 프런트 에세이

      [프런트 에세이]소설가 김연수의 은밀한 약속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마흔 살을 넘기니 말 그대로 불혹(不惑)의 나이가 시작됐다. 사전에는 ‘혹(惑)’이라는 글자가 제일 먼저 이렇게 풀이돼 있다. ‘현혹되다. 무엇에 홀려 제정신을 못 차리다’. 이 밖에도 ‘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하다’, ‘의심하다’, ‘수상해하다’ 등의 뜻도 있지만 다들 제일 먼저 나오는 뜻으로 ‘불혹’의 ‘혹’을 이해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불혹’이란 ‘현혹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아가 ‘뭔가에 홀리는 일 없이 제정신을 차리다’는 뜻이겠고, 따라서 40대란 무엇에도 홀리지 않고 제정신으로 살아가는 나이가 된다. 그러나 나의 40대란 ‘지주(知酒)’, 즉 술맛을 아는 나이랄까. 작년부터 부쩍 술이 맛있어졌다. 여름부터 해가 저물 무렵이면 꼭 편의점 파라솔 아래에서 캔맥주를 한두 개 마셨다. 그러다가 날이 추워진 뒤에는 포도주와 독주가 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폭음을 하는 건 아니다. 혼자서 그저 몸이 따뜻해질 정도로만 취할 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흔 살이 지나니 술이 좋아진 게 아니라 혼자만의 취기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게 옳겠다. 공자님이 들으면 한심하다고 말씀하실 게 분명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취기가 좋아진 것도 불혹의 여파다. 공자님 말씀이 옳았다. 마흔 살을 넘기니까 뭔가에 홀리지 않고 제정신으로 사는 게 맞더란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문제다.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뭔가에 홀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이는 불혹이라 그게 잘 안 되니까 취기에라도 홀리는 수밖에. 그것도 시급하게 홀려야만 하기 때문에 친구와 약속하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고 그나마 연락되는 친구들도 다들 바쁘다. 그러니 혼자서라도 취할 수밖에. 그러고 보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작년 여름이란 아버지를 모시고 매일 방사선 치료를 받기 위해 통원하던 여름이었다. 봄에 의사가 아버지에게 “암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그 말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런 아버지에게 제정신을 요구할 수는 없으니 나는 무조건 제정신이어야만 했다. 물론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곧 나는 제정신을 차린다는 건 ‘혹시나…’라는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혹이라는 것도 그런 것일지도. ‘혹시나’가 없는 삶일지도. 그러니 술이 맛있을 수밖에. 잠시나마 제정신을 못 차릴 수 있으니까. 술에 취하면 갖은 종류의 망상이, 그러니까 ‘혹시나…’라고 시작되는 생각들이 떠오르니까. 하지만 짧은 취기와 마찬가지로 그런 망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술이 깨면 다시 수많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고서는 버틸 수 없는 나이다. 그러다 지난 12월에 크게 좌절하고야 말았다. 이 삶에서 이제 다시는 ‘혹시나…’ 같은 기대를 하지 말고 살아야만 하는 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이뤄질지도 모를 어떤 삶이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어쩌면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 현실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지일지도 모른다고. 나이가 든다는 건 현실적이 아니라 점점 비관적으로 변한다는 뜻인 것 같다.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다. 내 잘못도 아니고 세상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그건 우리가 너무 일찍 죽기 때문이다. 1백 년 정도 산다고 해도 우리에겐 부족하다. 2백50년 정도라면 모를까. 그렇다면 나는 낙관적으로 말할 수도 있으리라. 간절히 소망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고, 살아가면서 우리가 꿈꾸는 대부분의 일들은 결국 이뤄지고야 만다고. 그게 바로 우주의 법칙이라고.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1백 년도 못 살기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이렇게 말한다. “간절히 소망해도 온 우주는 나를 돕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꿈꾸는 대부분의 일들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니 혹하지 말자. “혹시나…”라고 말하지 말자. 다른 삶을 꿈꾸지 말고 이제 제정신으로 살아가자.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의문은 남는다. 그런 게 바로 우주의 법칙이라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삶은 무슨 의미인가? 나와 다르지 않다면 그들 역시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텐데 이 삶은 이토록 흔한 것일까? 그건 우리에게 아직 미혹될 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시작은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글에서부터다. 1892년 7월 15일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난 벤야민은 1940년 9월 26일 나치의 핍박을 피해 프랑스를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쓴 마지막 글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라는 논문이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우리 스스로에게 예전 사람들을 맴돌던 바람 한 줄기가 스치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귀를 기울여 듣는 목소리들 속에는 이제는 침묵해버린 목소리들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구애하는 여인들에게는 그들이 더는 알지 못했던 자매들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과거 세대의 사람들과 우리 사이에는 은밀한 약속이 있는 셈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 ‘은밀한 약속’이란 이런 것이다. 1543년 포르투갈인들이 일본의 다네가시마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6년 뒤 예수회 신부 프란시스코 사베리오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일본 천주교의 역사는 시작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시대를 끝내고 임진왜란을 일으킬 무렵이라 서양과학 지식을 알고 있던 선교사들은 일본인들에게 환영받았다. 그러나 정권 유지에 천주교는 방해가 될 뿐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된 막부는 전쟁이 끝난 뒤인 1614년 천주교 금교령을 반포하고 이후 끔찍한 박해를 가했다. 이 박해라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천주교도들은 죽은 뒤에 천국에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상의 권력이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때, 특히 힘없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이 그 권력에 맞서 죽는 걸 겁내지 않을 때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만다. 사람들이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 공포는 권력자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 그러므로 권력자들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보다 두려워하게 만드는 데 더 골몰한다. 그건 죽음 앞에 두려워하지 않는 천주교도를 대하는 일본 막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고문자들은 천주교도를 죽이지 않고 오랫동안 공포에 떨다가 마침내 배교하도록 만드는 데 목표를 뒀다. 그들이 고안한 기발한 고문의 방법에 대해서는 여기에 쓸 생각이 없다. 다만 금교령이 내려지고 30년이 지난 1644년 마지막 신부 고니시 만쇼가 순교하면서 일본 천주교의 맥은 끊기고 말았다는 설명으로 그간의 잔인한 박해 과정을 요약하고 싶다. 그리고 1657년 일본인 전도사인 바스찬이 “교황의 배가 로마에서 올 것이다. 독신의 신부가 나타날 것이다. 그가 마리아상을 가지고 올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긴다. 30년에 걸쳐 잔인한 박해의 과정을 지켜본 일본의 천주교도들은 과연 이 말을 믿었을까?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이 예언을 믿은 사람들이 있었다. 신부가 모두 처형되고 교회가 사라진 뒤에도 이 예언을 믿고 끝까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이 사람들을 ‘가쿠레 기리시탄(れキリシタン)’이라고 부른다. 바스찬의 예언 같은 게 바로 아직 마흔 살이 안 된 젊은 사람들을 미혹시키는 말일 것이다. 제정신을 못 차리게 만드는 말, 그래서 주변에 믿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발각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를 믿게 만드는 말, 세상의 상식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그런 말. 그래서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교황의 배는 로마에서 오지 않았다. 독신의 신부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리아상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고독과 절망 속에서 죽어간다. 자기 인생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럼에도 놀라운 일은 그들이 그 예언을 계속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를 이어가며. 아버지가 죽자 그 아들이 뒤이어, 그 아들이 죽자 그 아들의 아들이 뒤이어. 마치 절망을 계승하는 것이 그들의 본업인 것처럼. 그런 식으로 2백50년 동안 7대에 걸쳐서. 지금보다 영양이나 위생 상태가 좋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들은 나보다 더 일찍 부모를 여의었을 것이다. 아마도 마흔 살 이전에는 대부분. 그렇게 마흔 살을 넘겼을 때 그들도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지 말자고, 이제는 제정신으로 살아가자고, 그게 바로 어른의 삶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생이란 그런 것일까?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흘러 일본은 쇄국정책을 풀고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다. 자연스레 금교령은 사라지고 외국인 신부가 다시 일본에 들어온다. 그리하여 프랑스인 푸지잔 신부가 나가사키에 오우라 천주당을 지은 건 1865년 3월 17일의 일이다. 그날 천주당으로 행색이 초라한 10여 명의 일본인들이 찾아온다. 다음날 푸지잔 신부는 요코하마의 지라루 신부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어제 12시 반께 어린아이까지 섞인 12~15명가량의 사람들이 교회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찾아온 사람들과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50세쯤 돼 보이는 부인 한 명이 제게 다가와 가슴에 손을 모으고 말했습니다. “마리아상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들은 교황의 배가 마리아상을 든 신부를 태우고 로마에서 올 것이라는 조상들의 말만 믿으며 그 배가 나가사키에 올 때까지 숨어서 천주교를 믿던 가쿠레 기리시탄들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예언은 이뤄진 것일까,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그 예언을 믿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생전 마리아상을 보지 못했으니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2백50년 뒤에도 그 약속을 믿었던 사람들은 마리아상을 봤으니 예언은 이뤄진 것일까?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시 조금 세월이 흐른 뒤에 하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그로부터 1백여 년 뒤인 1981년 2월 25일 눈이 내린 나가사키 공항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도착할 테니까. 다시 벤야민의 글로 돌아가자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1940년 수용소에서 풀려난 벤야민이 히틀러와 스탈린이 맺은 밀약에 맞서기 위해서 쓴 논문이다.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유럽 전역을 뒤덮던 바로 그 시간, 벤야민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그 논문을 끝맺었다. 어떤 현대 생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보잘것없는 5만 년의 역사는 지구 상의 유기체의 역사와 비교해보면 하루 24시간의 끝자락 마지막 2초에 해당한다. 문명화된 인류의 역사는 이 척도에 비추어본다면 기껏해야 마지막 시간, 마지막 초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메시아적 시간의 모델로서 전 인류의 역사를 엄청난 축소판으로 요약하고 있는 지금 시간은 우주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이루는 앞의 모습과 엄밀하게 일치한다. 고통과 절망은 우리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뜻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 개개인은 충분히 오래 살지 못하지만 우리 인류는 충분히 오래 살 테니, 우리 모두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겠지만 우리가 간절히 소망했던 일들은 모두 이뤄지리라. 우리가 우주라는 무한한 공간과 역사라는 무한한 시간을 상상할 수 있다면, 과거의 빛과 미래의 빛이 뒤섞인 밤하늘처럼 과거의 사람들과 미래의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다면. 먼 훗날 어딘가 다른 곳이 아니라 지금 즉시 바로 여기에서. 마흔 살이 지난 뒤에도 우리가 미혹돼야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편집 후기 시인 최승자는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세’ 중에서)’라고 했다. 누군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저절로 잡숫게 되는 나이인데 뭘 유별나게 의미 부여냐 하겠지만 그래도 어느 책 제목처럼 서른은 ‘설운 서른’ 아니던가. 얼마 전 찾은 순댓국집 아주머니는 생일을 막 지났다고 하자 “서른이라, 얼마나 예쁘고 좋을 때야”라며 부러움이 가득 담긴 서비스 파전을 내놓아 잠시나마 나이듦의 감동을 맛보기도 했으나, 막 20대를 통과해 생전 본 적 없는 낯설고 황량한 풍경만 가득한 서른에 불시착하고 보니 그런 말에도 괜히 입을 비쭉여보게 된다. 거대한 생기로 충만한 20대와는 다른 삭막한 질감, 메마른 열정의 흔적을 확인하며 느끼는 습기, 앞으로 겪게 될 밋밋하고 지루한 일상의 냄새. ‘서른’이란 단어가 환기하는 감각들은 어쩐지 몸을 달구고 울렁이게 만드는 것들뿐이다. 그렇다고 결코 우여곡절, 천방지축 등으로 점철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겨우 달력 한 장 차이에 이토록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서른을 참으로 요란하게도 맞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의 인생이 멈춰서는 것을 70세 정도로 잡고 있기에 정중앙 앞뒤 5년은 분명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시기로 정해뒀고, 따라서 서른이면 이제 최고점을 향한 가파른 상승곡선의 시동을 걸어야만 할 때다. 따라서 흔히들 그러하듯 스물아홉을 마무리하는 하반기에는 지금껏 살아온 길지 않은 세월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해보기 시작했다. 원래 갖고 있는 것은 (고작) 요만큼, 그나마 독립된 개체로서 10여 년 동안 쌓아둔 것도 (애걔) 요만큼, 낭비해버린 것은 (벌써) 이만큼, 잃어버리고만 것은 (맙소사) 이만큼.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도저히 이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1년 뒤에도, 5년 뒤에도, 아니 행여 인생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도 이 대차대조표의 결과는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만약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을 때는 나 자신을 얼마나 원망하고 한심해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변화구를 던져보기로. 과연 내 자신에게 변화구 그립을 잡는 능력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불어오는 바람에는 정면으로 맞서봐야 했다. 그리고 일단 어제와는 반드시 달라져야만 할 몇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결과가 엉망이면, 아니 아예 엉망조차 되지 않는다면, 하는 걱정으로 권태롭게 세월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우주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별들이 계속해서 빛을 내듯 사람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부수고 만들고 넓히고 파고들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험, 듣게 되는 이야기, 보게 되는 세상은 당장은 그대로 흘러가버릴지라도 각각 가능성의 씨앗이 돼 언제든 무엇과든 누구와든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반드시 내가 아니어도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에 의해, 혹은 정말로 먼 미래의 사람에 의해서. 세상에는 쓸모없이 소멸돼버리는 그 어떠한 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거창하게 늘어놓았지만 결국 새해를 맞아, 그것도 30대라는 새로운 숫자로의 진입에 힘입어 어제와는 다른 나를 꿈꾸는 여러 가지 변화들을 만들어보겠단 말이다. 벌써 그중 하나는 실패했고(그 시간들 또한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에 움츠리고 있다고 믿는다), 또 하나는 현재진행형이라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나조차도 모르겠다(의지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내 인생에서 결코 없을 일이라 생각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아니, 상황을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지난 12월 28일 우연히 김연수 작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꿈꾸기 시작한 또 하나의 변화는 언제 어떻게 실행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언젠가 어떠한 알 수 없는 우연의 조합과 이끌림에 의해 김연수 작가에게 직접 이 말을 꼭 전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꿈을 갖게 해주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 변화는 또 다른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결정적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김연수 작가는… 오늘날 한국 문학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소설가 김연수는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 그리고 3권의 산문집을 발표하며 ‘다산(多産)’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또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굵직굵직한 문학상을 모조리 휩쓴 ‘다상(多賞)’ 작가로도 불린다. 풍부한 상상력이 녹아 있는 전개, 세련되면서도 유려한 문체, 적절한 유머와 페이소스, 역사와 사회를 담아내는 정서 등 문단과 독자 모두가 그를 믿고 사랑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펴낸 책으로는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등이 있으며, 「세계의 끝 여자친구」 등의 소설집과 「청춘의 문장들」의 산문집이 있다. <■진행 / 이연우 기자 ■글 / 김연수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2013.02.15 18:33

    • 약속 지킨 서태지·20년 지기 팬들의 러브레터

      연예

      약속 지킨 서태지·20년 지기 팬들의 러브레터

      지난 12월 1일부터 9일까지 9일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CGV에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열었다. 그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가수 서태지가 18년 전 팬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준비한 것. 스타와 팬들의 애정으로 가득 찬 ‘서태지 카페’의 마지막 날 풍경을 전한다. 발단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서태지(41, 정현철)는 당시 진행된 자필 서면 인터뷰 중 “20년 뒤 팬들을 다시 만났다면”이란 질문에 “커피를 산다”라고 답을 했다. 아마도 그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면 이미 연예계를 떠났을 것이고, 혹시라도 자신을 알아보는 팬이 있다면 반가운 마음에 그리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실제로 1년 뒤인 1996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은 “새로움에 대한 부담과 이에 따른 창작의 고통 그리고 화려할 때 미련 없이 떠난다”라는 이유로 돌연 해체 및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서태지는 1998년, 첫 번째 솔로 음반인 「Seo Tai Ji」를 발표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했으며,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ETPFEST(Eerie TaiJi People Festival의 약자) 공연이나 전국 투어로 팬들을 만났다. 하지만 그 조차도 2009년 이후엔 뜸해졌다. 마침내 20주년. 묵묵히 곁을 지켜온 팬들은 소속사인 서태지 컴퍼니와 공식 홈페이지인 서태지 닷컴을 통해 이따금 소식을 알려온 그에게 ‘커피를 사라’라는 애교 섞인 항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서태지가 아이디어를 내 ‘서태지 카페’가 탄생했다. 카페는 서태지 팬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를 보여주면 커피를 무료로 받아갈 수 있는 형식으로 운영됐다. 증표는 서태지의 모습이 있는 책받침이나 카드, 사진, 잡지, 앨범 등 서태지와 관련된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했다. 덕분에 팬들이 서로 자랑하듯 내놓은 서태지 팬 ‘인증’ 물품들은 즉석 서태지 박물관을 차려도 될 만큼 다양하고 화려했다. “안녕 팔로스, SEOTAIJI CAFE에 온 걸 환영해! 내가 커피 산다! 20주년 약속 지킬게! 마셔!! 마셔!!” 서태지의 아이디어가 전적으로 반영됐다는 카페 곳곳에 그의 배려가 녹아 있었다.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내가 그렸어”라는 문구와 함께 아기자기하게 프린트된 벽면 캐리커처들이었다. 이 밖에 그동안 발매된 앨범들과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 다양한 모습의 피규어, 타임캡슐 우체통 등이 전시돼 있었다. 또 “모두들 잘 있지”로 시작하는 활동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들은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고, 서태지가 직접 제작한 답례품 그림엽서에는 자신의 뒷모습과 함께 초원 위에 평화롭게 서 있는 버팔로(서태지 팬을 지칭하는 말)들이 그려져 있어 팬들을 향한 그의 애정을 가늠케 했다. “어이, 팔로스. 커피 산 거 봤지? (자판기 커피 대표 아님) ㅋ ㅋ. 신용의 상징 서리스타 어때? 뭐? 원두커피를 마시고 나니 또 스멀스멀 원하는 게 생기는 것 같다고? 이런 욕심꾸러기들…. 그럼 또 20년 뒤에 원하는 걸 이 타임캡슐에 넣어봐. ㅎ ㅎ. 혹시 알아? 이 타임캡슐이 소원을 이루어줄지? 그럼 스멀~ 아니 20년 뒤에 이 캡슐을 같이 열어보자꾸나” 서태지가 준비한 팬 서비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SEOTAIJI&20th Anniversary 마지막 축제’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서태지는 역시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결혼했어요! 데뷔 시절부터 각자 팬으로 활동해왔던 박경진(35)·권선영(35) 부부. 두 사람은 또래의 팬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를 통해 만나게 됐는데 ‘서태지’란 공통분모 덕분에 2008년 부부가 됐다. 6개월 된 아이와 함께 카페에 온 부부는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했다. “태교도 서태지 음악을 들으며 했어요(웃음). 연애 시절부터 나중에 아이랑 같이 오자고 했는데, 막상 이렇게 오니까 감회가 새롭네요. 계속 건강하게 활동해주는 것,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 오랫동안 있어주는 것. 제가 바라는 건 그것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저 같은 남자 팬들도 많아요(웃음). 서태지는 제 사춘기 시절의 전부였어요. 제가 중학생 때 그가 데뷔를 했는데 정신적 지주였다고 해야 하나? 정말 운 좋게 표를 구해서 일본에서 열렸던 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맨 앞에서 LED 전광판 들고 있던 사람, 바로 접니다(웃음)! 서태지씨가 팬들 것 중 제 것을 가져가서 얼마나 기뻤는지. 외국 뮤지션들을 보면 10년 만에 앨범을 내기도 하잖아요. 팬들에 대한 배려가 많은 분이니까…. 좋은 음반, 기대하겠습니다!” 연하 신랑까지 팬으로 만들었어요! 두 아이와 끊임없이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잃지 않았던 윤창희씨(36)도 스무 해를 꼬박 채운 ‘의지의 팬’이다. 카페 방문도 세 번째라고 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잖아요(웃음). 저는 오빠가 (첫 방송 출연작인) ‘특종 TV연예’에 나온 날, 첫눈에 반했어요. 학창 시절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팬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죠. 7집 전국 투어를 함께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제가 원래 가수를 좋아하고, 따라다니는 성격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난 알아요’를 부르는 오빠를 보고 나서 확 빠져들어서 이렇게 20년이나 따라다녔네요.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있었나요. 늦은 저녁에 하는 공연 보려고 아침부터 나와서 줄 서 있고 그랬는데. 세월 참 빨라요.” 서태지보다는 H.O.T와 더 친숙했던 그녀의 여섯 살 연하 남편도 이제는 아내를 따라 팬 대열에 합류했다고.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고 자랑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행복감이 묻어 있었다. “활동을 더 많이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기다리면 기다리는 만큼 더 챙겨주는 사람이니까…. 항상 저희랑 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팬들 생각해주는 마음. 기다리게 한 만큼 저희 실망 안 시키는 사람. 그것이 바로 오빠의 매력이죠. 끝으로 약속 지켜준 오빠, 고마워요.” 제가 최연소 팬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함께 온 이들보다 네다섯 살은 족히 어려 보이던 한유나씨(27).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씩씩한 목소리로 여기저기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일곱 살 때부터 서태지를 응원해온 ‘열혈’ 팬이었다. “다 아는 사람들이에요. 20년 동안 공연 때마다 매번 봐온 언니, 오빠들이니까(웃음). 저는 서태지와 같이 컸어요. 유치원 다닐 땐 ‘난 알아요’를 따라 부르면서 좋아했고, 초등학교 땐 테이프나 CD를 사 모았죠. 그러다 중학교 들어갔을 때 ‘울트라맨이야’가 나왔는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한 건 그 즈음이에요. 8집 땐 전국 투어도 다 갔고요. 아, 오늘 카페에 오니까 마음이 뭉클뭉클해요. 울면 안 되는데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신비주의’ 서태지의 팬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한결같은 점이요. 태지가 안 변하니까 팬들도 안 변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지아씨를 만난 것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한 거니까요. 앞으로 좋은 분 만났으면 좋겠고…. 사실, 태지의 소식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흔치 않아서요(웃음). 안 좋은 뉴스로 꼽을 것도 없었어요. 저는요, 태지만 행복하면 돼요. 그래서 가끔씩 소식을 알려줄 때마다 ‘아, 살아 있구나’, ‘감사하다’ 해요.”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안진형(프리랜서) ■사진 제공 / 서태지 컴퍼니(www.seotaijicompany.com)>

      2013.01.07 15:56

  • 화보

  •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