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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개혁 비판자들 ‘세대 갈라치기’ 멈춰야”

      사회

      연금개혁 비판자들 ‘세대 갈라치기’ 멈춰야”

      ...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지난 20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연금개혁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높여 모수를 조정하는...

      국민연금 개혁안

      김찬호 기자 2025.03.31 06:00

    • [점선면]연금개혁, 정말 ‘미래세대 약탈’일까?

      정치 점선면

      [점선면]연금개혁, 정말 ‘미래세대 약탈’일까?

      ... 2000만원만 더 받는다”는 점이 논란이 됐는데요. 이 내용의 출처는 바로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연금개혁 관련 Q&A’ 자료입니다. 복지부가 2025년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을 309만원으로...

      유설희 기자 2025.03.26 09:54

  • 스포츠경향

    •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공무원연금개혁,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생활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공무원연금개혁,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8일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조 수석이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개혁 처리 지연과 국민연금과의 연계 논란 등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경향DB)이날 조 수석은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연금개혁이 대통령이 애초 추구하셨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는 비록 사임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은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해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소식에 네티즌들은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대체 공무원연금은 언제?” , “조윤선 정무수석 사퇴, 황당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민 대변인은 후임 청와대 정무수석과 관련한 사항은 결정되는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선 #정무수석

      온라인뉴스팀 2015.05.18 21:18

    • 조윤선 정무수석 사의 “공무원 연금개혁 기대못미쳐 무거운 책임감”

      생활

      조윤선 정무수석 사의 “공무원 연금개혁 기대못미쳐 무거운 책임감”

      ‘조윤선 사의표명’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사의를 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늘 오전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은 그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윤선 수석은 민 대변인이 대신 전달한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 뿐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선 정무수석조윤선 수석 ‘사퇴의 변’ 전문 공무원연금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연금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시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비록 사임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하여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조윤선

      디지털뉴스팀 2015.05.18 17:55

    •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사의 “공무원 연금개혁 애초 취지 심각하게 몰각”

      생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사의 “공무원 연금개혁 애초 취지 심각하게 몰각”

      ‘조윤선 사의표명’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18일 사의를 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늘 오전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은 그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윤선 수석은 민 대변인이 대신 전달한 사퇴의 변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 뿐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선 정무수석조윤선 수석 ‘사퇴의 변’ 전문 공무원연금개혁은 지금 당장의 재정 절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을 위해, 나아가 미래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이뤄졌어야 하는 막중한 개혁 과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연금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으로서 국민들께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연금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접근했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개혁의 기회를 놓쳐 파산의 위기를 맞은 미국 시카고시나 연금 포퓰리즘으로 도탄에 빠진 그리스가 반드시 남의 일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공무원연금개혁이 애초 추구하셨던 대통령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이를 미리 막지 못한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비록 사임하지만 부디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보고 개혁을 완수하여 후일 역사가 평가하는 모범적인 선례를 남겨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조윤선

      디지털뉴스팀 2015.05.18 14:27

  • 주간경향

    • 연금개혁 재시동…18년 묵은 과제 풀릴까

      사회

      연금개혁 재시동…18년 묵은 과제 풀릴까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모수개혁 신속 마무리”…입법 공청회도 열어 남은 문턱은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뿐이지만 합의 쉽지만은 않을 듯 서울 중구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 연합뉴스 “무엇이 극우 발흥의 토양을 만들었을까요. 저는 심화하는 양극화 등을 해소하지 못한 ‘사회정책의 실패’가 기저에 있다고 봐요. 좋은 사회정책의 효능감을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사회는 그대로일 겁니다. 지금 우리가 뜨겁게 정책 얘기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윤형중 LAB2050 대표) 반헌법적 계엄과 현직 대통령 구속,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가 숨 가쁘게 이어진 50여 일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난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논의가 의미 있을까. 정책연구자인 윤 대표는 “당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좋은 정책을 위해 토론하고 타협하는 정치 공간을 만드느냐 여부에 우리의 앞날이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21일 “최대한 신속하게 국민연금 모수개혁을 마무리 짓겠다”고 ‘선언’했다. 모수개혁은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율(현행 9%)과 ‘나중에 받을 돈’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2025년 기준 41.5%)의 수치를 조정하는 개혁을 말한다. 박 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들을 신속하게 심사한다면 올해 2월 내에도 (연금개혁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1월 23일 법안 심사를 위해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입법 공청회도 열었다. 국민연금은 계층 간·세대 간 연대로 국민 노후를 보장하는 방대한 복지제도지만 이 제도를 안정화하기 위한 개혁은 2007년 이후 18년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한국사회는 18년 묵은 과제를 수행해낼 수 있을까. 일단 이번 연금개혁 논의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계층 간 불평등과 세대 간 불공정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시국이 엄중해도 멈춰선 안 되기 때문”(윤 대표)이다. 그간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선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이 대립해왔다.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수치 조정을 의미하는 이번 ‘모수개혁’ 과정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관이 완전히 다른 양측 입장을 살펴보고 그간의 개혁논의 과정과 쟁점, 과제를 짚어본다. ■3대의 국민연금 1960년생인 A씨는 30~40대엔 보험설계사로, 50~60대엔 조리사로 일해오다가 최근 은퇴했다. 보험설계사 시절엔 지역가입자(개인사업자)로 보험료(소득의 9%)를 전부 내오다가 부담이 너무 커 5~6년간 중단했다. 병원 조리사로 일하고부터는 직장가입자로서 보험료 납입(직장가입자는 사용자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을 재개해 최종적으로 17년간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가 현재 받는 연금액은 월 46만원 정도다. 1982년에 태어난 A씨의 딸 B씨는 월급이 약 540만원가량 되는 직장인이다. 매월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는 약 24만원(월소득의 4.5%). 회사가 내는 보험료까지 합하면 약 48만원이다. B씨는 65세가 되는 2048년부터 매달 약 139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B씨처럼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낸 보험료를 모두 합하면 연간 58조원(2023년 기준). 이중에서 A씨와 같은 연금생활자들에게 지출되는 돈은 39조원(2023년 기준)이다. 나머지는 기금에 합산된다. 현재 1146조580억원의 기금(기금운용 수익까지 합산·2024년 9월 기준·국민연금공단 통계)이 조성돼 있다. 2022년에 태어난 B씨의 딸 C양의 경우를 살펴보자. C양이 19세가 되는 2041년엔 연금액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지금은 막대해 보이는 기금이 이때부터 빠르게 줄기 시작한다. 연금 재정안정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C양이 33세가 되는 2055년 기금은 바닥난다. 이때 C양이 A씨, B씨 같은 노인들의 연금을 감당하기 위해 내야 하는 보험료는 월소득의 3분의 1(2060년 기준 보험료율 29.8%·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가까이 된다. 연금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를 3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훗날 C양과 같은 미래세대가 막대한 부담을 질 수 있으므로 B씨와 같이 현재 ‘일하는 세대’가 보험료를 더 내고 나중에 받을 연금액은 깎자는 게 이른바 ‘재정안정론’이다. 반면 소득대체율 인상론자들은 B씨가 훗날 받게 되는 연금액을 올려야(소득대체율을 인상해야), B씨는 물론 C양에게도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제도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본다. 소득대체율 인상론은 연금액 지출 급증 등의 문제는 훗날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대비하면 될 것으로 본다. 반면 재정안정론 측에서는 ‘미래의 재정부담’ 역시 미래세대의 조세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현세대가 재정안정에 기여해야 미래세대가 받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2023년 9월 1일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금행동은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지지한다. 권도현 기자 ■언제까지 반복하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둘러싼 양측의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2010년대 후반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5년마다 재정수지를 계산하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 2년차였던 2018년 네 번째 재정계산이 이루어졌다. 당시 재정계산 결과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으면 2057년 기금이 바닥난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은 앞서 1998년(보험료율 3→9%, 소득대체율 70→60%), 2007년(소득대체율 60%를 2008년 50%로 낮춘 뒤 해마다 조금씩 떨어져 2028년 40%에 도달하도록 설계) 두 차례만 개혁이 이뤄졌다. 많은 이들이 2018년을 연금개혁의 적기로 보았지만, 끝내 개혁은 무산된다. 전문가들이 재정안정론과 소득대체율 강화론으로 나뉘어 맞서는 가운데 당시 문재인 정부는 여러 수치를 조합한 4개 개편안을 병렬해 제시했다. 그 뒤 논의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넘겼고, 경사노위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3개 개편안을 발표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같은 양상의 연금개혁 공방이 이어졌다. 2022년 10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첫 회의를 시작했다.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에 개혁 초안을 요청했으나, 자문위에서 소득대체율 인상론과 재정안정론이 재차 맞부딪히며 단일한 개혁안이 나오지 않았다. 이어 지난해 4월 500인의 시민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에선 ‘보험료율 13%로 인상, 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공론화위에 부쳐진 대안1·56% 지지)방안이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 유지’(대안 2·42.6% 지지)방안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가 과장된 자료가 공론화위에 제공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정보 왜곡 논란이 잇따라 공론화위 결과대로 개혁을 단행하기는 어려웠다. 한편에선 정부나 여야가 ‘표가 되지 않는’ 연금개혁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전문가 합의, 사회적 합의만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해 5월 여야는 대안 1·2를 절충한 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안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뜻을 모았고, 소득대체율을 놓고는 45%(더불어민주당), 43%(국민의힘)로 입장이 벌어져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이 수정 제안한 44%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용하면서 개혁이 이루어지는 듯싶었지만, 대통령실이 “구조개혁도 해야 한다”고 나서면서 결국 합의는 무산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입장 부재’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정부도 안을 내놓는다.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2%(2024년의 소득대체율 유지)로 하되, 중장년일수록 보험료가 빠르게 오르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장치를 두자고 제안했다. 가입자들의 기대 여명과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민주당은 정부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간의 논의과정에 없던 장치들이 추가된 데 대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제도”(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 “연금 대거 삭감”(자동조정장치) 등의 비판이 주류를 이뤘다. 여기까지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까지의 연금개혁 논의 과정이다. ■27년 만의 보험료율 인상, 이뤄지나 향후 연금개혁 논의는 21대 국회 말미에 여야가 이견을 좁힌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2~45%’를 둘러싼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지난 1월 21일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보험료율에 대해서는 (여야가) 더는 이견이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고, 소득대체율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를 두고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구조개혁’을 내세우며 여야 합의를 깨기 직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과 ‘자동조정장치’는 빼고 당장은 모수개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18년 만의 개혁까지 남은 문턱은 소득대체율 단 2%포인트 차뿐이다. 그러나 1월 23일 열린 입법청문회는 ‘소득대체율 합의’가 쉽지만은 않을 것을 보여줬다. 소득대체율 인상론 측의 전문가들은 “공론화위 결과를 반영해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해야 한다”(주은선 경기대 교수·남찬섭 동아대 교수)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고, 재정안정론 측에선 “제대로 된 재정안정을 위해선 자동조정장치가 필요하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에서 합의한 범위(보험료율 인상 13%·소득대체율 42~45%)는 상당한 성과”라면서 “특히 보험료율 합의가 굉장히 중요하다. 1988년 국민연금법에 9%가 명시(적용은 1998년부터)된 이후 첫 인상이 된다”면서 지금까지의 여야 협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면서 “모수개혁을 마무리하고 이걸 기반으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까지 포함한 소득보장 플랜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연금개혁까지 ‘마지막 한 발’을 딛기 위해선 어쩌면 그간의 ‘소득대체율 인상 대 재정안정’ 논쟁을 성찰하는 일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연금개혁 논의를 청년의 관점에서 모니터링해온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한쪽에선 ‘(재정안정화하지 않아도) 국가가 나중에 다 해줄 수 있다’고 하고 한쪽에선 ‘(재정안정화하지 않으면) 수천조원의 빚을 지게 된다’고 한다. 양쪽 전문가들이 합리적이지 않은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진영으로 나뉘어서 ‘어느 편이냐’ 따지는 것이 지금의 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타협하려는 태도부터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형중 LAB2050 대표 역시 “재정을 좀 중요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기금 고갈 공포를 퍼뜨린다’며 비난하거나, 재정보다 소득대체율을 중시하는 쪽에겐 ‘재정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하는 등 서로에 대해 인신공격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면서 “수익비(총보험료 대비 연금총액)를 비롯해 토론의 토대가 되는 수치에 대해서도 합의가 안 돼 있다.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에선 이런 부분은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모두 29건. 국회 보건복지위는 설 연휴 직후부터 집중적으로 심사에 나설 예정이다.

      송윤경 기자 2025.01.27 06:00

    • 무산된 연금개혁 22대 국회서 속도 낼까

      정치

      무산된 연금개혁 22대 국회서 속도 낼까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접점…“정부가 첫 개혁안 내야” 목소리 지난 3월 12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민원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는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임기를 종료했다.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했지만, 개혁방안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개혁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료율 인상 ‘합의’ 소득대체율은 ‘이견’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내는 돈, 현행 9%)·소득대체율(받는 돈, 올해 42%·2028년 40%), 수급개시 연령 등 주요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연금제도 전체 틀을 바꾸는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재설정, 직역연금·퇴직연금 개편 등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분야 3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연금개혁 논의는 그해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꾸려지면서 국회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2022년 11월 출범한 후 1·2기로 나뉘어 1년간 모수·구조개혁 방안을 각각 모색했다.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1월 16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2가지 모수개혁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소득대체율 40%)을 제시했다. 단일한 개혁안이 나오지 못한 것은 ‘소득대체율’을 두고 입장차가 컸기 때문이다. 국회는 물론 전문가, 시민사회 모두 내부에서 소득대체율을 두고 양쪽으로 갈린다.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쪽은 소득대체율을 올리자고 하고, 재정안정 강화를 강조하는 쪽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종합계획을 수립(5년 주기, 지난해 10월 말 발표)하는 해였다. 보건복지부가 꾸린 전문가 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최종 보고서에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로 한 24가지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재정계산위 논의에서도 소득대체율에 관한 전문가들의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결국 개혁안을 내지 않은 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회 뒤로 물러섰다. 국회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 논의 결과와 정부 개혁안을 기다렸지만, 단일 개혁안을 받지는 못했다. 연금특위는 올해 1월 말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소득보장 강화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과 재정안정 강화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을 두고 한 달간 학습·토론했다. 최종 설문에서 시민대표단은 재정안정 강화안(42.6%)보다 소득보장 강화안(56%)을 더 지지했다. 최종 개혁안을 만드는 건 국회 연금특위 몫이었다. 하지만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은 지난 5월 7일 특위 여야 위원들이 보험료율은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43%(국민의힘)와 45%(더불어민주당)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특위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여야가 소득대체율 입장차를 2%포인트까지 좁혀놓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5월 25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금특위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제안한 ‘소득대체율 44%’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해 연금개혁안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22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하면서 21대 국회에서는 결국 무산됐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둔 5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측이 설치한 농성장 모습. 연금행동 측은 시민 공론화 결과(소득대체율 50%로 인상)대로 연금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태형 기자 ■“모수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우선 과제임에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내 국회와 소통하고 사회적 대합의를 끌어내 반드시 연금개혁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3년 뒤인 2027년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액 지출이 더 많은 ‘보험료 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개혁 시급성과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 역대 국회·정부 모두 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 실현시키지 못했고, 선거 국면에선 더 뒤로 물러선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이 예정돼 있다. 21대 국회의 성과로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것에 사회·정치적 합의를 끌어낸 것이 꼽힌다. 언제부터 얼마씩 올릴 것인지에 관해선 더 논의가 필요하지만, 전체 인상폭을 두고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대체율은 변수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3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오종헌 사무국장은 “22대 국회에선 시민 공론화(소득대체율 50%) 결과를 반영한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기 위해서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개혁안을 짜야 한다”(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5월 28일 연금연구회 세미나)는 의견도 나온다. 22대 국회에서 연금특위를 새롭게 구성하든지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든지(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5월 29일 기자간담회), 구심점 역할을 할 논의기구를 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22대 국회가 연금개혁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개혁이 가시화하는 시점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러니까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모수·구조개혁을 함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접점을 이룬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개혁안을 토대로 모수개혁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안정 강화안을 지지해온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의 시급성을 따지자면 ‘13%-44%안’으로 빠르게 모수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차가 존재하는 구조개혁은 특위를 구성해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구조개혁 과제별로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소득보장 강화안을 지지해온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시민 공론화 결과에 부합한 개혁이 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가되 일단은 야당 대표가 수용할 수 있다고 한 ‘소득대체율 44%’안을 두고 모수개혁안부터 만들어 처리한 후 추가 모수개혁(15%-50%)이나 구조개혁 방안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남 교수는 “그간 민간자문위나 시민 공론화 과정에서 기초연금 개선방안 등을 논의해왔다”며 “여당은 구조개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연금개혁 논의에서 뒷짐만 지고 책임을 방기한 정부가 22대 국회에서 첫 개혁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보험료율은 합의가 됐으니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쟁점은 보장성 개혁 방안이 될 것”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모수·구조개혁을 같이 한다고 하면 기초연금 급여구조를 재구조화하면서 이와 연동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조정 시나리오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질적이고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보장성 개혁 방안을 만들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2024.06.03 06:00

    •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34) 더 나은 연금개혁 논의를 위해

      사회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

      [윤형중의 정책과 딜레마](34) 더 나은 연금개혁 논의를 위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5월 7일 이번 21대 국회에서의 연금개혁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사실상 21대 국회 연금개혁특위 활동을 종료하게 되는 상황에 왔다”며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 2%포인트 차이 때문에 입법이 어렵게 됐다. 이 논의를 토대로 22대 국회 때 조속한 연금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장(가운데)과 국민의힘 유경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여야 간사가 5월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종료 및 출장 취소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연금특위의 기이한 발표 이번 발표는 여러 면에서 기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오는 5월 29일까지로 이 발표날부터 3주 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임기 만료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로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22일이다. 첫 번째 이유는 시민숙의기구인 연금개혁 시민대표단 500인의 공론조사 결과가 지난 4월 21일에 나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회는 이 결과를 접하고 불과 2주 정도 논의를 진행한 뒤에 자체 종료한 셈이다. 국회가 논의한 기간이 임기까지 남은 기간보다 더 짧다. 심지어 시민대표단은 한 달간 공론화 회의를 진행했다. 국회가 이렇게 성의 없게 일해선 곤란하다. 또 다른 이유는 연금개혁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남다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가 처음 시작된 2003년 이후로 2007년 한 차례만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참여정부와 17대 국회만이 2003년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당시 여야 정당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8년 제2차 재정추계 이후 지난해 초 5차 재정추계 결과가 나오고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다. 국민연금은 빈약한 노후소득보장 기능과 광범위한 사각지대 등의 문제를 계속 가지고 있었고, 그동안의 재정추계 결과는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빠르게 악화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만일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이 무산된다면, 언제쯤 후속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 약간 비관적인 시나리오로 전망하면 제22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이 여름까지 지연되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엔 국정감사와 예산 심의에 밀려 연금개혁은 내년으로 또 미뤄질 수 있다. 그 이후 내년 상반기에도 결론을 못 내면 하반기부터 그 이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고려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에게 돈을 더 거두는 조치를 단행하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이다. 결국 제21대 국회의 남은 임기인 20여 일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되는 상황이다. 국회 연금특위의 “활동 종료” 선언 이후에도 상황은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튿날인 지난 5월 8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직 21대 국회가 21일 남았다. 남은 기간 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월 9일 오전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이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의 “활동 종료” 발언에 대해서도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기자회견”이자 “중간보고”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기대와 희망에 찬물을 끼얹듯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날 오후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연금개혁에 대해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조급하게 하기보다 22대 국회에 넘겨서 좀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을 미룬 역대 정부를 맹비난하며 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줄곧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공을 국회로 넘기더니 이젠 차기 국회로 넘기자고 하는 상황이다. 정의당 김준우 대표, 강은미 의원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5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결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이 최종? 연금개혁은 계속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남은 임기 동안의 개혁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이번이 최종 연금개혁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한 수준으로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추가 개혁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까지 여야는 ‘월소득 중 얼마만큼을 보험료로 낼지’를 의미하는 ‘보험료율’을 현재 9%(근로자는 사업주와 4.5%씩 부담)에서 13%로 올리는 것에 합의했다. 문제는 ‘은퇴 뒤 받는 연금액이 일할 때 벌던 소득의 몇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 시 2028년부터 40%가 되는데, 이를 민주당은 45%로 올리자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43%까지만 올리자고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연금특위의 여당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4%’를 타협안으로 제시했다고 하니, 여야 간 이견이 1%포인트에 그치는 셈이다. 만일 소득대체율을 44%로 합의를 봐도, 야당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 노후소득보장 체계에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퇴직연금과 공공부조, 고령층 일자리 등의 정책으로도 노후소득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 또한 5년마다 이뤄지는 재정추계 때마다 연금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다시 바꿀 수 있고, 최근의 합계출산율 추이를 감안하면 재정추계의 간격을 5년이 아닌 2~3년으로 줄일 필요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이 마지막 개혁은 더더욱 아닌 셈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타협이 수월한 의무가입 상한 연령(연금보험료 납입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안과 출산, 실업, 군복무 크레딧 확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등도 이번 국회에서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 공론조사의 복기가 필요한 이유 이번에 연금개혁에 적용된 공론조사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때부터 한국사회에서 타협이 어려운 갈등 사안을 조정하는 제도로 여러 차례 활용됐다. 공론조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번 공론조사는 양쪽의 입장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소득보장론(노후 소득의 안정을 중요시하는 입장)과 재정안정론(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입장)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시민대표단 앞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쳤고, 심지어는 공론화 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공론조사의 결과로 ‘더 내고 더 받기’(소득보장안)를 선택한 시민이 전체의 56%로 ‘더 내고 그대로 받기’(재정안정안)를 선택한 이들(42.6%)보다 13.4%포인트 많았다. 이 결과를 두고 소득보장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충분히 학습한 시민들이 지지를 보냈다’고 해석하고, 재정안정론을 주장하는 쪽은 ‘자료 제공이 부실했고, 일부 잘못된 자료가 전달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공론조사에서 아쉬운 점은 논의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모수개혁’에만 집중됐다는 점이다. 논의의 초점을 국민연금에만 맞추다 보니 기초연금, 퇴직연금, 여타 노후소득보장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쪽 간에 어느 부분에서 합의할 수 있고, 어느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내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재정안정론 쪽은 국민연금 이외에도 전액 재정으로 운영하는 기초연금과 사업주가 부담하는 퇴직연금 등으로 다층적 연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기초연금 등 정부의 재원으로 노후 소득을 안정화한다면 소득보장론 쪽과의 차이가 별로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재정추계상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엿보인다. 공론화 회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튀어나온 단어인 ‘수익비’(내는 보험료를 1로 했을 때 받는 연금을 계산한 값)는 정작 재정계산 보고서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익비가 2가 넘는다고 하는데, 경제성장률과 기금수익률 등을 모두 감안한 비율인지, 혹은 자연스레 복리의 마법으로 2에 근접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급변하는 인구 추이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라 이번 5차 재정추계는 2040년부터 합계출산율이 1.19를 회복해 2046년 이후엔 1.21 이상으로 반등하는 것을 전제로 기금의 소진 시점과 적자 규모를 계산했다. 물론 이는 중위값이고, 저위값인 0.95(2040년 기준)와 고위값인 1.39(2040년 기준)를 모두 포함해 계산했지만, 시나리오별 차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중위값을 적용한 기금소진 시기가 2055년이고, 저위값도 마찬가지이며 고위값일 때만 소진 시기가 1년 뒤인 2056년으로 늦춰진다. 저위값인 0.95조차 2023년 합계출산율인 0.72에 비하면 상당히 낙관적인 수치지만, 합계출산율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2023 국민연금재정계산 보고서1 –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에서도 그나마 찾을 수 있는 자료가 합계출산율이 저위값(2040년 기준 0.95)일 때 2070년 가입자가 월 소득의 38.6%를 보험료로 낼 수도 있다(부과방식비용률)는 내용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수치의 의미도 충격적이다. 제22대 국회가 열리면 정부와 국회가 합동으로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대한 대국민 보고회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우리의 연금과 복지 재정이 어떤 상황이고, 향후 어떤 시나리오가 그려지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

      윤형중 LAB2050 대표 2024.05.10 16:00

    • [할 말 있습니다](42)한 푼도 안 내는 정부가 왜 연금개혁 결정하나

      경제 할 말 있습니다

      [할 말 있습니다](42)한 푼도 안 내는 정부가 왜 연금개혁 결정하나

      미래 운명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를 국가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보험료 납입자와 연금수급자가 총회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험료율과 급여율 등을 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결정권을 당사자들이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현 정부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노동, 연금, 교육 등 3대 개혁을 제시했다. 세 가지 개혁 과제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시급하고도 절박하다고 하겠다. 특히 연금개혁은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당장 변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암담하다. 지난 10월 27일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다. 그리고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연금이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걸까, 아니 한쪽에선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반대 쪽에선 저출생으로 인구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개혁의 방안이 있기는 한 걸까. 대다수가 연금 외에 이렇다 할 노후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연금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논란이 많은 현재 제도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연금제도의 불안은 곧바로 노후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금개혁은 크게 모수(母數)개혁과 구조개혁의 차원에서 논의된다. 즉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 연금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 얼핏 보기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연금제도 자체가 계층 간·세대 간 이해관계를 둘러싼 지극히 정치적인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쳇바퀴 돌리는 수준의 개혁안만 양산해 왔다. 이러한 정치·경제적 성격을 잘 이해하면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쳇바퀴 돌리는 개혁을 바로 잡기 위해 이제는 혁명적 차원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제도는 사회보장제도지만 정치적·경제적 맥락과 변수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세계 최초의 연금제도는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가 도입했다. 극보수주의자로서 ‘철혈 재상’으로 알려진 그가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실은 다소 어색하거나 모순으로 들린다. 당시 독일은 경쟁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근대화가 거의 1세기 정도 뒤처진 낙후 국가였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급속한 산업화는 노동계급의 급성장을 불러왔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한 노동자들의 노동운동과 투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자 진압법을 제정해 노동투쟁을 탄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격화된 사회주의 노동운동을 회유하기 위해 세계 역사상 최초로 대대적인 사회보장제도의 도입에 나섰다. 이러한 비스마르크의 정책을 “채찍과 당근”이라고 부른다. 비스마르크는 노동계급을 자신이 속한 지주계급(융커) 편으로 포섭해 신흥 지배계급으로 부상하던 자본가 계급을 견제하려고 했다. 연금보험료를 국가와 자본이 서로 부담하겠다고 경쟁을 벌였다. 박정희·전두환 두 독재자가 추진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무상원조를 받았다. 하지만 1970년부터 유상원조인 차관으로 전환됐다. 이에 경제개발 비용 확보를 위해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갑자기 ‘국민복지연금법’을 제정했다. 이는 명목상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적립방식의 연금제도를 이용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동원하려는 내자동원(內資動員) 전략이었다. 즉 연금제도를 도입하면 20~30년 이상 매월 연금보험료를 징수해 적립할 수 있으므로 이를 경제개발에 활용하려는 계산이었다. 외국으로부터 빚을 얻지 않고 국민의 돈으로 경제개발을 해보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그러나 당시 세계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유류파동)의 엄청난 충격이 발목을 잡았다. 1974년을 목표로 시행령까지 제정하며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결국 연금제도 시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제 도입은 국제경제의 대혼란이라는 폭풍우에 그만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1985년 2월 12일 제12대 총선에서 전두환의 민정당은 김영삼·김대중 없이 나선 야당(신한민주당)에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에 재야에서는 대통령 직선제 요구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전두환 정권은 고심 끝에 1986년 9월 1일 국민연금 도입, 의료보험 전 국민 확대,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내세운 국민복지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이를 근거로 그해 12월 국민복지연금법을 국민연금법으로 전부개정해 1988년 1월 1일 시행할 것을 법의 부칙에 규정해 놓고 법대로 시행에 들어갔다. 박정희가 추진했다가 실패한 연금제도를 전두환이 강력하게 추진해 전격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우리나라 연금제도는 박정희·전두환이라는 두 독재자를 거쳐 실시됐고, 오늘까지 왔다. 김연명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9월 4일 국회 연금개혁 특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선심성 제도로 설계…선천적 부실 정당성 없는 독재권력이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목적으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연금제도를 전격적으로 도입하다 보니 합리성이나 책임성보다는 거의 퍼주기 식의 선심성 제도로 설계되었다. 선천성 부실 연금이었던 셈이다. 3%의 보험료율과 70%의 임금대체율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가입자인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쥐꼬리 수준이고, 그에 비해 연금 급여는 과도하게 많이 받아 가는 구조였다. 그래봤자 연금 급여 역시 푼돈이나 용돈 수준밖에 안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금기금 고갈 문제와 급여 수준의 적절성 문제가 수시로 부각됐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고 연금 급여는 대폭 낮추자는 논의가 폭탄 돌리기 식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도 이 폭탄을 어찌할 줄 몰라 쩔쩔매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 바로 연금개혁의 핵심이 있다. 보험료는 올리고 급여를 낮춰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반대하니 정치권은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의 재원 확보를 위해 국민복지연금법을 제정했다고 앞서 언급했다. 김영삼 정부는 한술 더 떠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제정해 국민연금기금을 아예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강제예탁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기금을 정부 차원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참여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2004년)에서 정부 주도의 투자에 국민연금기금을 끌어들였고. 이명박 정부도 ‘뉴스타트 2008’과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2009년)에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는 공공투자를 계속해서 시도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보수 정권이 추진·도입했다. 정권의 정당성 확보 차원이었다. 문제는 선심성에 치중하다 보니 부실 연금 시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IMF 외환 위기를 극복하려 분투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연금개혁에 나섰다. 김대중 정부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로 낮추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순차적으로 늦추는 개혁을 단행했다. 노무현 정부도 보험료율 인상엔 실패했지만, 연금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연차적으로 40%까지 낮추는 개혁을 이루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명박 정권으로 권력이 넘어갔다. 어떻게 보면, 일은 ‘보수 정권’이 저지르고, 설거지는 ‘민주 정권’이 비난을 무릅쓰고 해온 셈이다. 이번 정권은 어떨까.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은 국민연금 개혁에 손도 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개혁안은 수치가 빠져 있어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여당이 과연 젊은 세대의 보험료 부담 문제를 비롯한 세대갈등 요소까지 안고 있어 치명적인 폭탄이나 다름없는 국민연금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9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계산위를 규탄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연금은 누구의 것인가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재원으로 한다. 세금은 아니지만 의무가입에 따른 보험료 납입이라 세금처럼 보인다. 연금을 포함해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의 비용은 사용자, 피용자, 자영업자의 공동 부담이 원칙이다(사회보장기본법 제28조 제2항). 따라서 정부는 한 푼도 부담하지 않는다. 다만 국민연금공단 운영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할 뿐이다(국민연금법 제87조). 이는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의무(헌법 제34조 제2항) 등을 규정한 헌법 조항에 위배된다. 국민 노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보험료를 징수하고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면서 국가는 부담을 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낼 보험료와 받을 연금 수준도 국민이 정해야 한다. 실상은 정반대다. 국민의 부담(보험료)과 수급(연금 수준)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데, 정작 국민은 소외된 채 한 푼도 내지 않는 국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이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더 내고 덜 받아야 하는지를 제각각 계산하고 제시하며 논쟁만 벌일 뿐, 정작 국민은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면서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다. 노후를 위해 얼마를 부담할 것이며 얼마를 받을 것인지를 놓고 가입자 전체와 수급권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미래 운명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 과제를 국가에 맡겨놓을 수는 없다. 주주총회나 노조총회에서 주주와 노동자가 자신들의 이해관계 및 몫과 관련해 주요 결정을 내리듯이 보험료 납입자와 연금수급자가 총회를 통해 자주적으로 보험료율과 급여율 등을 정해야 한다. 연금개혁의 결정권을 당사자들이 가져와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은 참고만 하고, 최종 결정은 당사자들이 토론과 투표를 통해 내려야 한다. 언제 어디서 그 많은 사람이 다 모일 건가, 소수의 전문가도 평행선을 달리는데 분분한 의견의 접점 찾기가 가능은 할 것인가, 지금으로선 다소 막연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권한을 내려놓는 동시에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상세한 정보 공개와 더불어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가입자 및 수급권자들과 진정성을 가지고 열린 토론에 임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견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3.1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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