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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한 그릇·눈물 한 스푼’ 환승연애 PD표 식당 예능 ‘대결! 팽봉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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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한 그릇·눈물 한 스푼’ 환승연애 PD표 식당 예능 ‘대결! 팽봉팽봉’

      배우 곽동원, 개그우먼 이은지, 개그맨 이봉원, 이진주, 신혜원PD, 개그우먼 팽현숙, 개그맨 최양락, 배우 유승호(왼쪽부터)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JTBC 제공 ‘환승연애’ ‘연애남매’ 등을 연출한 이진주PD가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으로 식당 예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진주 PD는 2017년 시작된 tvN ‘윤식당’ 시리즈를 통해 나영석PD와 공동으로 ‘식당 예능’의 시작을 알렸다. 그 사이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지만, 다시 식당 예능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진주PD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식당 예능 도전의 이유를 밝혔지만, 특유의 진정성은 담보하는 연출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개그우먼 팽현숙과 개그맨 이봉원의 출연 때문이다. 이PD는 ‘환승연애’ 시리즈를 통해 연애 리얼리티지만, 단순한 선택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연출을 보여왔다. ‘연애남매’를 통해서는 그 시선이 연인 뿐 아니라 가족으로 확장됐다. 그의 진정성은 팽현숙의 입담으로 승화됐다. 팽현숙은 이날 행사에서 시종일관 예능 행사에 나온 건지, 다큐멘터리 행사에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눈물 젖은 소감으로 눈길을 모았다. 실제 결혼 이후 25세 때부터 요식업에 매달려 숱한 실패를 겪었던 그는 “그냥 고생으로 넘어갈 식당의 이야기였는데 이진주PD님이 살펴주신 덕에 이렇게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울먹였다. 팽현숙은 또 “프로그램 전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님이 아프셨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하늘나라에 가시면서 저희를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제작진이 다 선배, 오빠였는데 지금은 조카, 자식뻘이 나이가 됐다. 그런 분들이 다 식사도 못 하고 열심히 더운 나라에서 일하실 때, 저는 ‘이 프로그램은 무조건 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팽현숙은 행사 끝 무렵에는 큰절도 하는 등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해프닝을 주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의 역사는 또 한 번 이진주PD의 세련된 시선으로 재단될 듯하다. 단순히 두 가지 메뉴로 세계인과 만나 승패를 겨루는 예능이 아닌, 음식을 통해 두 희극인의 눈물젖은 삶을 돌아보고 더불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무거운 어깨까지 토닥일 예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는 이진주PD가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체득한 화법으로, 그의 처음 예능이었던 ‘윤식당’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가한 버전을 ‘대결! 팽봉팽봉’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늘 웃음 뒤에 짠한 감동을 숨겨놓는 이진주PD의 작법이 어떻게 통할지. 그 시금석이 될 ‘대결! 팽봉팽봉’은 오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7시10분 JTBC에서 방송된다.

      하경헌 2025.04.18 00:01

    • [스경X현장] ‘환승연애’에서 환승한 식당 예능, 이진주PD의 진정성? 팽현숙을 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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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경X현장] ‘환승연애’에서 환승한 식당 예능, 이진주PD의 진정성? 팽현숙을 보면 안다

      이진주PD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JTBC ‘환승연애’ PD의 식당 예능? 변화가 아닌 회귀였다. 게다가 그동안의 강점을 고스란히 쌓은 ‘발전’에 가깝다. ‘환승연애’ ‘연애남매’ 등을 연출한 이진주PD가 JTBC의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으로 식당 예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진주PD는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는 2017년 시작된 tvN ‘윤식당’ 시리즈를 통해 나영석PD와 공동으로 ‘식당 얘능’의 시작을 알렸다. 그 사이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지만, 다시 식당 예능으로 기수를 돌렸다. 개그우먼 팽현숙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그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식당 예능 도전의 이유를 밝혔지만, 그 특유의 진정성은 담보하는 연출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개그우먼 팽현숙과 개그맨 이봉원의 출연 때문이다. 이진주PD는 ‘환승연애’ 시리즈를 통해 연애 리얼리티지만, 단순한 선택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연출을 보여왔다. ‘연애남매’를 통해서는 그 시선이 연인뿐 아니라 가족에게 확장됐다. 그의 진정성은 팽현숙의 입담으로 승화됐다. 팽현숙은 이날 행사에서 시종일관 예능 행사에 나온 건지, 다큐멘터리 행사에 나온 건지 알 수 없는 눈물 젖은 소감을 눈길을 모았다. 실제 결혼 이후 25세 때부터 요식업에 매달려 숱한 실패를 겪었던 그는 “그냥 고생으로 넘어갈 식당의 이야기였는데 이진주PD님이 살펴주신 덕에 이렇게 프로그램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울먹였다. 개그맨 이봉원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팽현숙은 또한 “프로그램 전 많은 일이 있었다. 아버님이 아프셨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하늘나라에 가시면서 저희를 도와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제작진이 다 선배, 오빠였는데 지금은 조카, 자식뻘이 나이가 됐다. 그런 분들이 다 식사도 못 하고 열심히 더운 나라에서 일하실 때, 저는 ‘이 프로그램은 무조건 잘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팽현숙은 행사 끝 무렵에는 큰절도 하는 등 웃음과 눈물이 뒤섞인 해프닝을 주도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들의 성공과 실패 역사는 또 한 번 이진주PD의 세련된 시선으로 재단될 듯하다. 단순히 두 가지 메뉴로 세계인과 만나 승패를 겨루는 예능이 아닌, 음식을 통해 두 희극인의 눈물젖은 삶을 돌아보고 더불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무거운 어깨까지 토닥일 예능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배우 곽동원(왼쪽부터), 개그우먼 이은지, 개그맨 이봉원, 이진주, 신혜원PD, 개그우먼 팽현숙, 개그맨 최양락, 배우 유승호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이는 이진주PD가 연애 리얼리티를 통해 체득한 화법으로, 그의 처음 예능이었던 ‘윤식당’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가한 버전을 ‘대결! 팽봉팽봉’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늘 웃음 뒤에 짠한 감동을 숨겨놓는 이진주PD의 작법이 어떻게 통할지. 그 시금석이 될 ‘대결! 팽봉팽봉’은 오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7시10분 JTBC에서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5.04.17 16:54

    • ‘대결! 팽봉팽봉’ 이진주PD “식당 예능 연출 시청률을 위해, ‘환승연애’ 때도 식당 예능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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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결! 팽봉팽봉’ 이진주PD “식당 예능 연출 시청률을 위해, ‘환승연애’ 때도 식당 예능 부러웠다”

      이진주PD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JTBC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을 연출한 이진주PD가 연애 리얼리티에서 식당 예능으로 노선을 변경한 이유를 밝혔다. 이진주PD는 17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진주, 신혜원PD와 함께 ‘봉식당’의 일원 사장 이봉원과 아르바이트생 개그우먼 이은지, 배우 곽동연, ‘팽식당’의 일원 사장 팽현숙과 남편 최양락, 배우 유승호가 함께했다. 이진주PD는 지난 2017년 방송된 tvN ‘윤식당’을 통해 나영석PD와 공동연출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티빙의 ‘환승연애’를 시작으로 JTBC ‘연애남매’까지 깊이 있는 서사를 가진 연애 리얼리티 예능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번 ‘대결! 팽봉팽봉’은 그의 입장에서도 8년 만에 노선을 되돌려 식당 예능으로 돌아온 작품이 됐다. 배우 곽동연(왼쪽부터), 개그우먼 이은지, 개그맨 이봉원, 이진주PD, 신혜원PD, 개그우먼 팽현숙, 개그맨 최양락, 배우 유승호가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TBC 새 예능 ‘대결! 팽봉팽봉’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JTBC 이 자리에서 이진주PD는 “아이템은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 식당 리얼리티가 잘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 사이 많은 변주가 일어나, 어떤 변주를 새롭게 느끼실까 생각했을 때 결국 생업으로 일가를 이룬 두 분과 함께 한다면 웃음과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관심이 연애 리얼리티에 있었지만, 식당 예능도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잘 되는 식당 예능을 보면 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이번에 기회가 돼 다시 도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결! 팽봉팽봉’은 ‘환승연애’ ‘연애남매’ 등을 연출한 이진주PD가 tvN ‘윤식당’ 이후 오랜만에 연출한 장사 예능으로, 각자 짬뽕과 순댓국으로 요식업의 일가를 이룬 개그맨 이봉원과 개그우먼 팽현숙이 해외 어느 섬에서 나란히 장사에 나선다는 내용의 예능이다. 두 팀의 대결뿐 아니라 팀 안에서의 호흡도 도드라질 ‘대결! 팽봉팽봉’은 오는 1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7시10분 방송된다.

      하경헌 기자 2025.04.17 16:33

    • ‘5살 연하♥’ 정석용, 임원희 연애도 응원 “잘 만났으면” (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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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살 연하♥’ 정석용, 임원희 연애도 응원 “잘 만났으면” (라스)

      MBC 예능 ‘라디오스타’ 배우 정석용이 열애 중이라고 밝혔다. 16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 (이하 ‘라스’)에는 정석용이 출연했다. 이날 정석용은 최근 결혼 소식을 알린 것에 대해 “‘미운 우리 새끼’에서 강제로 ‘연밍아웃’을 당했다. 이건주 씨가 (임)나랑 원희 운세를 봐주는데 날 딱 보더니 ‘형님 연애하시는데?’라고 하더라. 거짓말할 수 없잖나. 만나고 있었으니까. 보자마자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또 “연애한 지는 2년 반 됐다. 결혼에 관해선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해 축하를 받았다. 절친 임원희에 대해선 “원희도 연애가 잘됐으면 좋겠다. (연애에 관해서) 못 물어보겠다. (알아서)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2025.04.17 06:55

  • 주간경향

    • [문화캘린더]연극  - 설렘, 불안…현대인의 연애 풍경

      문화/과학 문화캘린더 문화캘린더

      [문화캘린더]연극 - 설렘, 불안…현대인의 연애 풍경

      [연극] 비기닝 일시 3월 7~23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관람료 R석 6만6000원 S석 5만5000원 A석 4만4000원 현대인의 연애를 유쾌하게 해부한 연극 <비기닝>이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영국 극작가 데이비드 엘드리지의 대표작으로, 2017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도시생활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더 이브닝 스탠더드), “데이트 앱 시대 싱글들의 씁쓸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인디펜던트) 등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여러 연극상을 수상했다. <비기닝>은 엘드리지의 ‘사랑과 관계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데이트 앱이 보편화한 시대 싱글들의 외로움과 관계의 시작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낸 2인극이다. 작품은 런던 크라우치 엔드의 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화려한 하우스파티가 끝난 새벽, 성공한 커리어우먼 로라와 이혼 후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는 대니가 우연히 마주친다. 처음엔 어색한 대화로 시작하지만, 점차 서로의 외로움과 상처를 공유하며 감정이 깊어진다. 그러나 로라가 원하는 것이 단순한 연애 이상의 것임을 알게 된 대니는 혼란에 빠진다. 두 사람은 각자의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한국 공연은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구텐버그>, <방구석 뮤지컬> 등에서 일상의 유머를 녹인 연출로 호평받은 표상아 연출이 맡았다. 이종혁과 윤현민이 ‘대니’ 역을, 유선과 김윤지가 ‘로라’ 역을 맡아 2인극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풀어낸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설렘과 불안을 섬세하게 담아낸 <비기닝>은 현대인의 연애 풍경을 따뜻하고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공감과 여운을 전하고 있다. 02-882-3518 *주간경향을 통해 소개하고 싶은 문화행사를 이 주소(psy@kyunghyang.com)로 알려주세요. 주간경향 독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연이나 전시면 더욱더 좋습니다. [무용] 국립무용단 <미인> 일시 4월 3~6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 관람료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한국 춤에 내재한 섬세함과 강렬함을 10여개의 민속춤 레퍼토리에 담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맡았던 양정웅 연출가와 독보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한 ‘범 내려온다’의 장영규가 작곡을 맡았다. 02-2280-4114 [연극] 시련 일시 4월 9~27일 장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람료 R석 11만원 S석 8만8000원 A석 5만5000원 OP석 11만원 ㅇ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의 <시련>이 엄기준 등의 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1950년대의 매카시즘 광기를 비판하며 집단 안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모습을 담아낼 예정이다. 1577-3363 [뮤지컬] 이솝이야기 일시 3월 19일~6월 8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관람료 전석 6만6000원 ‘이솝우화’가 우리와 함께 지금까지도 만들어지고 전해지고 있다는 내용의 뮤지컬. 가장 낮은 목소리로 속삭여온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우화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가치를 이야기한다. 1544-1555

      박송이 기자 2025.03.12 06:00

    • 문화/과학 시네프리뷰

      [시네프리뷰]디셉션-사적이고 섬세한 자유연애 비망록

      불가피한 ‘기만’을 통해서라도 본능적 공허와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치지만, 관습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며 안도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위선과 치부가 드러난다. 마치 중년을 위한 <비포 선라이즈>처럼도 보인다. 제목 디셉션(Deception/ Tromperie) 제작연도 2021 제작국 프랑스 상영시간 102분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감독 아르노 데플레솅 출연 드니 포달리데스, 레아 세두, 엠마뉴엘 드보스, 레베카 마흐데 개봉 2022년 10월 2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국 런던. 중년의 유대계 미국인 작가이자 유부남인 필립(드니 포달리데스 분)은 갑갑한 결혼생활에 힘겨워하는 젊은 영국 여인(레아 세두 분)과 불륜관계에 있다. 필립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과의 대화와 관찰을 토대로 얻은 영감으로 작품을 쓰는 독특한 방식을 선호하는 인물이다. 일주일에 몇 번씩 필립의 작업실에서 밀회를 나누는 두 사람은 정치·문화·역사를 아우르는 거시적 이슈는 물론 매우 은밀한 성적 판타지와 개인사까지 공유하며 유대감을 키워간다. 필립은 과거의 습관대로 여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된 경험과 대화를 상세하게 노트에 기록하고, 이를 새로운 작품 집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보편적 관습을 벗어난 두 사람의 관계는 한계를 맞이한다. 1980년대 말이란 시대적 배경이나 입체적 캐릭터, 꽤 현실적이고 신랄한 대사 등 범상치 않은 섬세함이 두드러지다 보니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의 실제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역시나 원작은 미국의 유명작가 필립 로스가 199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다. 필립 로스는 작품에 자전적 요소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 개인적 작가주의 중견 감독의 신작 아르노 데플레솅은 1991년 54분짜리 중편 <죽은 자들의 삶>으로 데뷔했다. 첫 작품부터 누벨바그를 계승하는 비범한 개인적 작가주의 감독이란 평가를 받으며 비평계로부터 두 팔 벌린 환영을 받은 그는 이후 <파수병>(1992),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1996)를 발표했는데 위의 3편은 모두 허구라기보다 자신의 개인적 고백이라고 밝혔다. 명성에 비해서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많지 않다. TV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포함한 17편의 연출작 중 2007년 개봉한 <킹스 앤 퀸>과 <나의 성생활: 나는 어떻게 싸웠는가>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마이 골든 데이즈> 2편만이 국내에 정식 소개됐다. 엘리트이자 지식인 출신 감독으로도 평가받는 데플레솅은 자신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진실’과 ‘고백’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작품 속에 자전적 요소를 강하게 투영시킨다는 점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인 대문호 필립 로스와 그의 소설에 큰 연대감을 느끼며 작업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1987년 가을부터 2000년 초까지 구체적인 연도와 장소를 언급하며 흘러간다. 하지만 소제목이 달린 12개의 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매우 부정합하고 파편적인데, 보편적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꽤 불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어른들의 수다 영화 <디셉션>은 불가피한 ‘기만’을 통해서라도 본능적 공허와 욕망을 채우고자 발버둥치지만, 관습의 테두리 안에 머무르며 안도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위선과 치부를 드러낸다. 주인공 필립과 영국 여인을 주축으로 주변 인물들이 쏟아내는 주제를 망라한 대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과 의문을 동시에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자유연애’에 대한 죄책감이나 ‘성적 판타지’만큼 도드라지는 ‘죽음’과 ‘이별’에 관한 현실적 사색은 원작 작가나 연출을 맡은 감독처럼 동년배 관객들이라면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중년을 위한 <비포 선라이즈>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지금처럼 깊어지는 가을의 계절에 더 매력적으로 비칠 만하다. 아르노 데플레솅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과 더불어 극을 이끄는 두 배우 드니 포달리데스와 레아 세두의 섬세한 연기가 영화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데뷔한 드니 포달리데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개성파 연기자로 거장 감독들이 가장 신뢰하는 배우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레아 세두는 빼어난 외모와 연기력에 더해 대대로 부유한 대기업 가문의 금수저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당연히 프랑스 영화에 많이 출연하고 있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나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007 스펙터> 같은 할리우드 대작 상업영화를 통해 더 친근하다. 퓰리처상·맨부커상을 수상한 원작자 필립 로스 The Wall Street Journal 1933년 미국 뉴저지에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태어난 필립 로스는 미국 현대소설의 아이콘, 현대 영미문학의 전설로 불리는 인물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펜 포크너상, 맨부커상 등을 수상했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수차례 거론됐다. 1959년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해 문단에 들어선 그는 마지막 작품이 된 <네메시스>(2010)까지 30여편의 소설과 논픽션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가활동을 펼쳤다. 85세가 되던 2018년 울혈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필립 로스는 자신이 대중에게 많이 오해 받고 있는 2가지가 있는데 반유대주의자라는 점과 여성혐오자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는 영화 <디셉션>에서도 충분히 거론된다. 2012년 절필을 선언하며 은퇴했는데, 이 시점부터 전문 전기 작가인 블레이크 베일리를 고용해 자신의 공식 전기를 집필하도록 했다. 한국어 번역본의 표지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꼼꼼한 성격의 그는 이 작업 역시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의 인터뷰를 주선하고,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자료까지 제공하며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고 전해진다. 유명세만큼 영화화된 작품도 10여편에 이른다. 이중 <휴먼 스테인>(2003)과 <엘레지>(2008)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하다. 둘 다 저명한 중년의 교수가 젊은 여성과 특별한 감정을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설정은 이번 작품 <디셉션>과도 중첩된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유일한 장편 연출작으로 로스의 소설 <아메리칸 패스토럴>(2016)을 선택해 주연까지 겸하기도 했다. 필립 로스는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사후 공개된 미니시리즈 <미국을 노린 음모>(2020)에는 제작책임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2022.10.14 14:51

    • 문화/과학 신간

      [신간]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外

      ㆍ사소해 보이는 폭력도 폭력이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 연아 지음·미디어일다·1만5000원 ‘이것도 데이트 폭력일까.’ 아직도 많은 여성이 연애하며 이런 고민을 한다. 과도한 스킨십을 거절하자 상대가 벌컥 화를 낼 때, 이것을 ‘폭력’이라고 알아차리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연애 감정이 달아오르는 시기에 이런 일을 겪으면 그저 ‘나를 많이 사랑하나 보다’라고 여기기 쉽다. <당신의 연애는 안전한가요>는 연애를 시작해 마무리하기까지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담은 책이다. 저자는 궂은일에 앞장서고 약자를 배려하는 ‘이상형’을 만났지만 반복되는 통제와 간섭에 지쳐간다. “너는 이기적이야”라는 비난과 함께 ‘반성’을 강요받다 자신이 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점차 깨닫게 된다. 언론은 극단적인 사례에 치중하는 속성이 있다. 데이트 폭력 사안도 마찬가지다. 폭행, 불법촬영, 살인 같은 심각한 사태만 다루기 일쑤다. 이 책은 사소해 보이는 폭력 또한 폭력임을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텍스트라 할 만하다. ▲오작동하는 뇌 | 히구치 나오미 지음·김영현 옮김·다다서재·1만5000원 50세에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은 저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기록한 책이다. 인지저하증은 우리가 말하는 ‘치매’다. 낯선 사람이 내 침대에 누워 있거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환각을 경험한 저자는 이를 글로 기록했다. 치매는 정상적인 삶을 뒤흔드는 질병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만의 대처법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상’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뇌는 때로 ‘오작동’하지만 정신은 더욱 단단하고 자유로워졌다고. ▲우리 동네 한의사 | 권해진 지음·보리·1만5000원 1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동네 한의원을 꾸려온 저자가 주민들과 ‘병’과 ‘몸’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환자를 치료하는 동시에 환자들로부터 ‘삶의 지혜’도 배웠다고 말한다. 월간지 ‘개똥이네 집’과 ‘작은책’에 4년여 동안 연재된 글 중 40편을 뽑았다. ▲10대와 통하는 기후 정의 이야기 | 권희중, 신승철 지음·철수와영희·1만3000원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를 알기 쉽게 풀었다. 잘사는 나라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면서도 기후 재난에 대비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재난을 맨몸으로 맞아야 한다. 기후위기란 무엇이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져보고 생활 속 실천법을 다뤘다. ▲남북중 고속철도의 꿈 | 진장원 지음·국민북스·1만8000원 남북중 고속철도라는 관점에서 한반도 미래를 전망한다. 교통인프라 전문가인 저자는 유라시아 지역의 교통망 구축 경쟁과 중국의 고속철도 굴기 과정을 현지 기행과 엮어 쉽게 설명한다. 남북중 고속철도를 철도통합으로 지역통합의 선구자가 된 유럽연합 사례와 비교한다.

      송윤경 기자 2021.05.28 11:32

    • 문화/과학 만화로 본 세상

      [만화로 본 세상]「유미의 세포들」-세포에 각인 못 시킨 연애는 언젠가 끝난다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박’이 있다. 사랑 세포가 설치한 그 박은 두껍고 견고하다. 그러나 익숙함이 만들어 낸 일상의 폭력들이 콩주머니가 되어 날아와 상처를 낸다. 박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주 작은 콩주머니 하나에 열린다. 연애의 시작은 설렌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눈길뿐 아니라 오가는 한마디의 말이, 맞잡은 손이, 모두 다정하고 다정하다. 마치 온몸의 세포가 상대방과 연결된 것처럼 두 사람은 교감한다. 내가 먹은 맛있는 음식을 너와 함께 먹고 싶고, 내가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너에게 들려주고는 함께 웃고 싶다. 시시콜콜한 너와 나의 이야기, 그러니까 나는 쌀떡볶이와 밀떡볶이 중 무엇을 좋아하는지, 너는 왜 겨울에도 아이스커피를 마시는지, 하는 말들을 주고받으면서도 그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게다가 그것은 모두 소중한 정보다. 다른 세포들보다 월등한 ‘프라임 세포’ 웹툰 은 사랑하는 연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의 설정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는 여러 세포들이 있어서 행동을 결정한다. 우선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있다. 이성 세포는 ‘맷돌’을 굴려 유미의 이성적 선택을 돕는다. 반면 감성 세포는 야근을 하다가도 “붉게 물든 석양을 향해 뛰어가고 싶다”고 눈물을 글썽인다. 특별한 세포들도 등장하는데 멋지게 차려 입은 패션 세포는 예쁜 옷만 보면 신용카드를 꺼내게 만들고, 머리에 떡볶이를 꽂은 출출이 세포는 밤에 야식을 먹자고 조르고, 스피커를 머리에 이고 다니는 입방정 세포는 늘 쓸데없는 말을 해서 감옥에 갇힌다. 주인공인 유미는 이러한 세포들에 전적으로 영향 받는 존재다. 특히 사랑 세포는 유미가 진심을 다해 사랑하도록 돕는다. 이동건 작가의 만화 「유미의 세포들」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누구에게나 다른 세포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프라임 세포’가 있다. 유미에게는 사랑 세포가 그렇다. 3일 밤낮을 울었던 아픈 이별,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3년 전의 대홍수’를 겪으며 사랑 세포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그 3년 동안 유미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감이 있는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에서 알코올 해독 세포들이 술에 휩쓸려가자 사랑 세포가 “오늘은 안 취하는 날이야”라는 말과 함께 깨어난다. 유미는 “많이 마셨는데 왜 이렇게 안 취하지?”라면서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사랑 세포의 힘이다. 우리도 유난히 취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어느 세포가 안간힘을 쓰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에는 이처럼 작가의 재치가 빛나는 설정들이 가득하다. 예컨대 ‘따끈따끈 사랑의 배리어’는 몸 주변에 보호막을 생성시켜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온도를 유지시킨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그와 한쪽씩 나누어 낀 장갑만으로도 손이 따뜻하다. 옷의 두께와 상관없이 주변의 온도는 언제나 벚꽃 핀 봄날이다. 당신이 그렇듯, 작가에게도 그런 특별한 경험이 있었나 보다. 유미는 소개팅에서 만난 구웅과 연애를 시작한다. 둘은 잘 어울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연인이 된다. 커플티를 맞추고,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고, 회사 앞에서 서로를 기다리기도 한다. 둘의 ‘꽁냥꽁냥’한 모습이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 구웅은 어느 날 늦은 밤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유미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아 한다. 그래서 굳이 가장 큰 컵에 음료수를 담아 건네고, 냉장고를 뒤져 초코 케이크를 내어 놓고, 자신의 졸업앨범을 펼쳤다가, 보드게임을 권하기도 한다. 유미 역시 빌린 물건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찾아왔지만 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서로 민망해져서 일어난다. 응큼 세포는 울먹이고, 사랑 세포는 웅이의 세포들이 곰돌이 복장을 하고 있을 때부터 웅이가 ‘미련 곰탱이’인 것을 알아보았다며 실망한다. 그래도 유미의 세포들이 힘을 모아 보낸 텔레파시에 구웅의 세포들이 반응해서 구웅에게 “늦었으니까 자고 가, 유미야” 하는 말을 이끌어낸다. 마치 내가 연애를 하는 것처럼, 서툴고 따뜻한, 가끔은 아슬아슬하기도 한 두 사람의 모습에 나의/당신의 세포들도 함께 설렌다. 연예 초기 설렘이 시간이 지나 익숙함으로 연애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설렘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익숙함으로 변한다. 더 이상 이전처럼 작은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찾아내고서는 아이처럼 들떠 말을 전하지 않는다. 묘하게 달라지던 목소리의 톤도 점차 일상의 높낮이를 찾고, 옷에 묻은 실밥을 떼어줄 때도 조심스러움이 없어진다. 얇게 썬 밀떡볶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 자연스럽게 몇 번째 포장마차를 찾아 들어가고, 카페에서 상대방이 말없이 화장실에 가도 계절에 관계없이 시럽을 넣지 않은 아이스커피를 미리 주문해 둔다. 이러한 익숙함이 종종 소홀함으로 느껴져서 “애들처럼 젓가락 집는 게 귀엽다고 밥도 안 먹고 바라보던 그 사람은 어디에 갔어?” 하고 물으면 “아, 그 사람은 지난 봄에 죽었지” 하고 답하며 장난스레 웃기도 한다. 유미와 구웅도 어느 단계를 지나 연애의 중반기로 접어든다. 어느 새 1년이 가까워진 그들의 만남은 이제 서로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익숙해졌다. 영화관에서 산 팝콘을 서로에게 먹여주지 않는다. 대신 구웅은 입을 벌리고 ‘쿠우워어어’ 하는 소리를 내며 팝콘을 흡입한다. 유미가 다급하게 “하나씩 먹어!” 하고 소리치지만 구웅은 이미 절반이나 먹어치운 뒤다. 영화를 보고 나와 코코아와 밀크티를 하나씩 손에 든 그들은,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나누어 마신다. 그러면서 유미는 “설레는 기분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게 생겼다, 그게 뭔지 정확히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그 순간에는 ‘으이그~’라는 말을 하게 된다” 하고 생각한다. 오래 보아 온, 분명 남이 하면 한 대 쥐어박고 싶을 것 같은 행위, 그런데도 미워할 수 없고 ‘그래 너니까 괜찮아’ 하는 마음으로 건네는 말이 있다. 유미가 구웅에게 한 그것, 오래된 많은 연인들이 으이그~, 하고는 익숙함과 애틋함을 전한다. 그런데 유미는 얼마 전 구웅에게 “우리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라고 말했다. 연애가 시작되던 날, 유미의 사랑 세포는 마음에 커다란 박을 하나 설치했다. 그러고는 세포들에게 “구웅에게 불만이 생기면 여기에 콩주머니를 던져” 하고 말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서운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세포들이 몰려가 박을 깨기 위해 콩주머니를 던졌다. 그러나 박은 터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츄러스를 사먹기 위해 줄을 선 유미에게 구웅은 “나는 줄 서서 뭐 사먹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되던데” 하고 말한다. “되게 시간 아깝지 않아?” 하고 덧붙이는 구웅에게 유미는 그럼 다른 것을 먹자며 줄에서 이탈한다. 사실 츄러스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츄러스를 먹는 시간도,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모두 연애의 시간이다. 누군가를 위한 배려와 희생이 아니라,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이 소중해야 비로소 연인이 되는 것이다. 츄러스를 못 먹은 출출이 세포는 씩씩대면서 박에 거대한 콩주머니를 던진다. 그래도 박은 터지지 않는다. 그날 밤, 유미는 구웅에게 “웅아 오랜만에 데이트하니까 넘 좋다~ㅋㅋ 츄러스 못 먹은 건 아쉽지만 다음에는 꼭 내가 말했던 빵집도 같이 가자! 오늘 넘 피곤했을 텐데 푹 쉬고 잘 자~ 히힛” 하고는 문자를 보낸다. 구웅에게서 곧 답장이 온다. “ㅇㅇ.” 유미의 예의 세포는 “ㅇㅇ 좀 안 쓰면 안 되나?” 하면서 콩주머니를 발로 걷어차고, 그것이 박에 힘없이 가서 부딪힌다. 그 순간 박이 열린다. 거기에서 ‘헤어져’ 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모두의 마음속에는 ‘박’이 있다. 사랑 세포가 설치한 그 박은 두껍고 견고하다. 그러나 익숙함이 만들어 낸 일상의 폭력들이 콩주머니가 되어 날아와 상처를 낸다. 차가운 눈빛, 자신의 손을 잡는 대신 주머니에 들어간 손, 성의 없는 짧은 문자, 그것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그 어느 날 느닷없이 연애의 종말을 고하고 만다. 박을 단번에 깨뜨릴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아주 작은 콩주머니 하나에 열린다. 이별을 앞둔 구웅은 ‘소중한 걸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대가는 가혹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의 연애도 그렇다. 설렘은 곧 익숙함이 되고, 그에 따라 가장 소중한 사람을 소홀하게 대하곤 한다. 한 번 열린 박을 다시 닫을 수는 없다. 사랑 세포는 박이 터지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사랑하는 것도 자신의 임무이지만 박이 터지면 돌아서는 것도 자신의 임무라고 말한다. 박이 견뎌내지 못하는 연애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는 익숙함이 소홀함이 되지 않게 하는,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끊임없는 투쟁일 것이다. 처음의 설렘과 반짝반짝함을 세포 하나하나에 잘 각인시켜 두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랑은 언젠가 끝난다.

      2017.04.25 11:35

  • 레이디경향

    • [화보] ‘환승연애’ 정현규, 청청패션으로 모델처럼

      연예

      [화보] ‘환승연애’ 정현규, 청청패션으로 모델처럼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화보 촬영 중인 정현규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와 방송인 정현규가 만났다. 패션 문화 매거진 ‘데이즈드’가 정현규의 화보를 공개했다. 레트로한 무드의 아메리칸 다이닝 콘셉트로 진행된 촬영에서 그는 캐주얼한 스타일링부터 과감한 모습까지 리바이스의 다양한 데님과 스타일들을 완벽히 소화해 냈다.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화보 촬영 중인 정현규 또한 셀비지 트러커 재킷과 501 청바지의 낙낙한 실루엣이 주는 뉴트로한 감성을 표현하고 스트라이프 패턴의 점프슈트를 통해 모델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화보 착용 제품들은 전국 리바이스 매장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정현규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유튜브,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김지윤 기자 2023.08.27 08:49

    •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일본판 나온다

      화제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 일본판 나온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오는 6월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티빙 제공 과몰입 연애 리얼리티 신드롬을 일으킨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오는 6월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재탄생한다. 티빙은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EXchange)>의 일본 리메이크 <러브 트랜짓(Love Transit)>이 6월 15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고 밝혔다. <환승연애>의 일본 리메이크 <러브 트랜짓(Love Transit)> <환승연애>의 일본 리메이크작 <러브 트랜짓>은 출연자들이 서로의 전 연인이 누군지 모른 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새로운 사랑과 전 연인 사이 설렘과 갈등을 겪는 솔직한 모습을 담았다. <환승연애>의 기본 콘셉트와 구성을 살리되 일본 현지 버전으로 일부 각색할 예정이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는 2021년 시즌1으로 팬덤을 모으며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프랜차이즈 IP화에 성공했다. 2022년 <환승연애2>는 역대 티빙 오리지널 중 누적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올라 놀라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환승연애>의 신선한 기획력은 해외 무대에서도 높은 관심을 모았다. <환승연애> 시즌1, 2는 북미, 아시아 주요 20여 개국에서 공개됐으며, 특히 <환승연애2>는 아시아 최대 OTT 플랫폼 Viu(뷰)의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비드라마 차트 TOP5에 안착했다. 최근에는 <환승연애>가 프랑스 OTT 플랫폼 6play(프랑스 방송국 M6 산하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개되며 유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티빙 콘텐츠 총괄 황혜정 CCO는 “기존 리니어 채널에서 찾아보기 힘든 차별화된 콘셉트와 구성으로 OTT 예능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입증한 <환승연애>가 일본 리메이크 버전으로 제작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번 포맷 수출을 발판삼아 K콘텐츠 트렌드를 이끄는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 티빙 오리지널 IP의 파급력을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 ENM 콘텐츠사업부 서장호 상무는 “<러브 트랜짓>은 원작인 <환승연애> 포맷에 충실하면서도 일본 시장에서 적합한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시켜 일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한국 예능들이 프라임 비디오(Prime Video)와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고, 리메이크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환승연애 ##연애리얼리티

      이유진 기자 2023.05.15 17:59

    • BL인가, 예능인가 ‘남의 연애’ 심상치 않다

      문화/생활

      BL인가, 예능인가 ‘남의 연애’ 심상치 않다

      웨이브(wavve) 제공 웨이브(wavve) 오리지널 리얼리티 연애 예능프로그램 ‘남의 연애’ 출연자들이 베일을 벗었다. ‘남의 연애’는 국내 최초 남자들의 연애 리얼리티다.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이 ‘남의 집’에 입주해 서로에 대해 설레는 로맨스를 담아낸다. 지금까지 이성 로맨스에만 한정됐던 국내 연애 예능이 대부분이었던만큼 출연자 면면이 노출되면서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금) 오전 11시 베일을 벗은 ‘남의 연애’ 첫 회는 완벽한 남자들의 리얼 로맨스를 신선한 시각으로 담아내 이용자들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현실 로맨스야 BL 드라마야...눈이 황홀한 출연자 6人 이날 ‘남의 연애’에 첫 등장한 6인의 출연진은 ‘안구정화’급 비주얼로 눈길을 끌었다. BL 드라마 주인공의 실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훈훈한 얼굴에 우월한 피지컬의 소유자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아이돌 못지 않은 세련된 패션 스타일과 특급 매너까지 선보여 “완벽한 남자는 게이”라는 속설을 입증하는 듯 했다. 이들 6인 외에도 다음 회에는 새로운 출연진들이 등장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전망이다. # ‘적’ 혹은 ‘썸남’과의 동침? ‘남의 집’만의 핫한 룰! ‘남의 집’에는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룰이 있다. 바로 3인, 2인, 1인실로 방을 나눠 사용해 아슬아슬한 동거에 들어가는 것. 이들은 첫날 랜덤으로 카드를 뽑아 각자 사용할 방과 룸메이트를 결정했다. 아울러 총 8일 간의 동거 기간 중, 단 3번만 룸메이트를 바꿀 수 있으며, 이외에는 자신의 마음대로 룸메이트를 바꿀 수 없는 룰을 적용받는다. 즉 ‘남의 집’ 안에서의 ‘남의 방’은 달콤한 로맨스의 배경이 될 수도 있고, 날선 견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 ‘내 남자’로 만들고 싶은 룸메이트와 함께라면 ‘썸남과의 동침’이 성사되는 셈이지만, ‘내 남자’를 엿보는 룸메이트와 함께라면 ‘적과의 동침’을 하게 되는 것. ‘썸과 쌈’을 오갈 ‘남의 집’에서 솔직하고 과감한 남자들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전개될 지 관심이 쏠린다. # 처음 보는 ‘남의 연애’, 풋풋하면서도 진중한 모습 ‘반전’이야! ‘남의 연애’ 출연진은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만큼 조심스러우면서도 진중한 모습을 보여줘 기존 ‘남남 커플’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렸다. 이들은 서로를 신중하게 지켜보는 한편, 속마음을 쉽사리 내비치지 못해 보는 이들을 가슴 졸이게 만들었다. 특히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전화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데, 출연진들은 “심장 떨려”, “어떡해”라고 수줍어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웨이브 ‘남의 연애’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2회씩 공개된다.

      이유진 기자 2022.07.15 16:41

    •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이대로 괜찮은 걸까?

      문화/생활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 그런 운명으로 태어났다는 것은···이대로 괜찮은 걸까?

      intro 청년 제원은 똑똑한 세희와 사랑에 빠졌다. 세희는 재원에게 단 하나의 연애 조건을 요구한다. ‘존중할 것!’ 처음엔 이 조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알 수 없으면 읽으면 되지!’ 세희와 제원은 연애를 위한 독서를 함께 해 보기로 한다. ‘박세희·우제원의 독서연애’는 99년생 페미니스트 대학생 세희와 기독교학을 전공한 93년생 제원의 연애독서일기다. 세희와 제원이 함께 읽은 스물일곱 번째 책은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지음/ 시대의 창)이다. 이번엔 세희가 쓴다. ▶ 세희와 제원의 대화 제원: 세희야, 혹시 오르톨랑이라는 프랑스 요리 알아? 세희 : 아니, 그게 뭔데? 제원 : 푸아그라랑 같이 프랑스 요리 중 최고 진미로 치는 음식이래. ‘프랑스의 영혼을 구현하는 요리’라고도 부른다더라. 그런데 만드는 방법이 엄청 잔인해서 더 유명해. 촉새를 산 채로 잡은 후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상자에 가두는데, 새가 앞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먹기만 하게끔 눈을 뽑아버리기도 한다고 해. 심지어 살이 알맞게 올랐다 싶으면 사과 브랜디에 익사시킨 후에 통째로 구워서 먹는다고 하더라? 세희 : 그게 뭐야…. 그런 게 진미라고? 제원 : 응, 심지어 ‘신의 음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더라. 먹을 때도 머리를 제외한 부분을 통째로 씹어 먹는 거래. 세희: 와, 너무 끔찍한 방법이다. 인간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걸까? 제원: 글쎄…. 물론 이 방법이 유독 잔인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먹기 위해 기르는 다른 동물들은 적절한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말할 수 있겠어? 세희가 비건을 지향하게 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 세희: 그렇기는 하지. ▶ 비거니즘? 비거니즘! 비거니즘은 좁게는 ‘동물성 식품(고기, 우유, 달걀 따위)을 전혀 먹지 않는 적극적인 개념의 채식’을, 넓게는 동물에 대한 착취 전반을 거부하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나는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사람이다. 나라고 처음부터 동물성 식품이 없는 삶을 익숙하게 느꼈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고기반찬 없이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 육류를 좋아하던 사람이 나였다. 이런 내가 비거니즘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스무 살, 전공을 제외한 모든 일이 즐겁던 시절, 학생회에 발을 들인 시점부터였다. 학생회는 학우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기에, 교내에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소수자를 이해하기 위한 교양이 종종 있었다. 1년 동안 페미니즘, LGBTI,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을 들었다. 하지만 비거니즘의 개념, 학생회에서 비건을 차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내가 재학 중인 학교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학우들 사이에 ‘비건’의 존재가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간식 행사를 준비할 때 비건식을 따로 준비했다) 등의 내용을 담은 비거니즘 교양이야말로 난생처음 접하는 ‘신세계’였다. 그리고 이 신세계는 빠르게 나를 매료시켰다. 물론 인식과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설득하는 일부터 난관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흔하다고 하기는 어렵더라도 편의점과 패스트푸드 판매점 등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비건 음식을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처음 비건에 관심을 가진 2018년만 하더라도 비건이라는 단어와 대중 사이에는 태평양보다 넓은 거리감이 있었고, 온갖 비아냥을 감수해야만 말이라도 꺼낼 수 있는 주제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걱정과 반대는 사회에서 규정한 ‘정상’의 범주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어느 순간 부모님 역시 이해일지 포기일지 나의 식습관이나 신념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게 됐고, 나는 비건 지향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폐사율 100%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기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어쩌면, 잔인한 우리는 왜 육류·어패류 등 동물성 식품을 소비하는 것에 있어서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을까? 바로 얼마 전까지 살아있던 ‘싱싱한’ 동물성 식품에 일말의 죄책감 대신 식욕을 느끼는 것은, 우리 안에 무언가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런 소비를 장려하는 유통·판매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우리는 살아 있는 상태의 양돈·양계보다는 이미 ‘가공된 상품’을 더 자주, 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인간이 먹기 위해 소비하는 닭·돼지·개가 어떤 환경에서 삶을 이어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책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잔인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효율적 생산’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즐거운 식사를 위해 애써 외면하던 현실이 그만큼 잔인한 것을! ‘고기로 태어나서’는 작가 한승태가 실제로 양계장을 비롯한 ‘식용 동물’을 기르는 사육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작가가 처음 양계장에서의 근무를 택한 것은 단지 ‘서울을 떠나고 싶다’라는 이유 때문이었다지만, 한 달 만에 그 잔인함에 도망치듯 양계장을 떠난 그가 직면을 선택해 다시금 식용 동물 사육장에 찾아가게 됐으니, 어쩌면 작가의 소명이자 운명의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기로 태어나서가 다른 비거니즘 서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띠는 것은 작가 한승태가 직접 근무하며 수집한 실제의 이야기와 가장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제원이와 언젠가 프랑스 요리인 오르톨랑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멀쩡히 날 수 있는 새를 가두고, 눈을 뽑고, 익사시키는 등의 요리 방식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들렸지만,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소·닭 역시 ‘괜찮은’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더랬다. 양계장의 한 케이지 안에 네 마리의 닭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자식을 낳기 위한 모돈은 사육장과 분만장의 이동만이 평생 할 수 있는 이동임을 아는 순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이다. 모두가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익숙한 즐거움을 추구하며 편히 살 수 있음에도 잔인한 현실을 직면하는 일은 불필요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동의한다. 다만 한 차례의 직면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먹지 않는 것이 어렵다면 그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부터, 아니 적어도 상품 이전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 그 자체부터…. 인지는 언젠가 큰 의미를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니 말이다. ■제원의 한마디 바로 이 대목이었어.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릴 때만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닭의 목을 비틀었다. 내 발 주위는 무도병에 걸린 것처럼 사지를 흔들어대는 닭으로 가득했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 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세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은 그날 밤 내내 나는 이 문장이 그려낸 지옥 같은 풍경 속에 갇혀 있었어. 문득 ‘우리는 지옥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고기로 태어나서’는 ‘쉬운 답’이 아니라 ‘어려운 질문’을 무수히 던지게 만드는 바로 그런 책이었어.

      #박세희·우제원 #독서연애

      북칼럼니스트 2021.06.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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