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향신문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조동아리’ 럭키 “한국 영주권 받았다!” 첫 공개

      연예

      ‘조동아리’ 럭키 “한국 영주권 받았다!” 첫 공개

      유튜브 캡처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가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에서 영주권 취득 소식을 전하며 국제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28일 공개된 ‘조동아리’ 영상에는 유튜브 채널 ‘354 삼오사’를 운영하는 ‘대한외국인’ 출신 스타 다니엘, 럭키, 알베르토가 출연해 입담을 펼쳤다. 럭키는 “최근에 좋은 일이 있었다”라며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기쁜 소식을 처음으로 공개해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지석진은 “대한민국에서 영주권 받기 어렵다던데?”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용만 역시 “계속 시험 보더니 결국 된 거야?”라고 물었고, 럭키는 “맞아요”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김용만은 “럭키가 ’대한외국인’ 출연할 때도 ‘형 저 기뻐해 주세요. 시험 붙었어요’라더라. 이게 (하나씩) 단계가 있었다”라며 그의 노력을 떠올렸다. 이에 럭키는 “기억나시죠? 한국의 4대 명절?”이라며 시험 문제를 소환했다. 그러자 지석진은 “’설, 추석, 단오…야 이게 시험 문제야? 마지막 하나를 모르겠네”라며 ‘한식’을 떠올리지 못해 폭소를 유발했다.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가도 펼쳐졌다. 김용만이 “주변 친구들(다니엘, 알베르토) 은 다 한국 여자와 결혼했잖아. (럭키) 너도 혹시 한국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냐”라고 묻자, 럭키는 “한국 사람 만났을 때 대화할 때 편하고 아이스브레이킹 (쉽게) 할 수도 있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알베르토는 “(럭키는) 소개팅을 한국말로 하면 웃기고 말도 많은데, 인도말로 하면 잘 안 나온다”라고 거들었고, 럭키 역시 “(인도 말로 하면) ‘나마스테, 나이스 투 미 츄’하고 끝났다”라며 유머를 더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튜브 캡처 지석진이 “(한국 사람과 결혼) 추천해?”라고 묻자,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다니엘은 “100% 추천한다. 한국 여성분들은 정이 많고 티키타카가 정말 잘 된다”라며 강력 추천했다. 반면, 결혼 13년 차인 알베르토는 “국적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국제결혼은 사실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양가 부모님 중 한쪽은 항상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양쪽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국제결혼의 어려움을 전했다. 럭키는 “이것도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라며, “한 방송에서 국제결혼의 장점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한 커플이 ‘시댁과 멀리 살아서 잔소리가 줄어든다’라고 하더라”라며 일화를 소개해 폭소를 유발했다. 이를 들은 알베르토 역시 “우리 와이프 친구들도 그런 얘기 하더라. ‘좋겠다. 시댁이 멀어서’”라며 현실적인 공감을 더해 웃음을 자아냈다. 방송에서는 외국인 방송인으로서의 고민도 나왔다. 지석진이 “셋이서 얘기해 보니까 외국인이라는 느낌이 안 든다. 그냥 한국 사람 같은 느낌이다”라고 하자, 럭키는 “그거 때문에 섭외가 많이 없어졌다. 외국인이라서 섭외가 와야 하는데, 이제는 외국인 같지가 않다고 하더라”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알베르토는 “안 되는 발음은 고치면 안 돼요!”라며 외국인 방송인으로서 살아남는 비법(?)을 전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석진이 “고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고치는구나?”라고 묻자, 알베르토는 “안 되는 발음 몇 개 있어서 선배님들한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으니, ‘고치지 마’라고 하셨다”라고 능청스럽게 답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354 삼오사’ 멤버들은 “저희도 트리오로 오래 살아남을 비결이 있을까요?”라며 ‘조동아리’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김용만은 “내가 봤을 때, 우리 셋이 하는 채널보다 너희가 더 생명력이 길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이어 “너희는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며 ‘354 삼오사’의 강점을 짚어줬다. 이에 럭키는 “저는 ‘대한외국인’ 하면서 형님 진행하는 거 보고 정말 많이 배웠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석진, 김용만, 김수용이 이끄는 유튜브 채널 ‘조동아리’는 매회 다양한 게스트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고,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을 이끌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손봉석 기자 2025.02.28 21:31

    • 가수 영주, 가을 발라드 ‘늦어서 미안해’ 30일 발매

      연예

      가수 영주, 가을 발라드 ‘늦어서 미안해’ 30일 발매

      가수 영주가 발라드 ‘늦어서 미안해’로 돌아왔다. 영주는 30일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신곡을 공개한다. ‘늦어서 미안해’는 쌀쌀해진 가을 분위기에 맞는 발라드 곡으로 이별 후의 복잡한 감정을 노래 한다. 갑작스러운 이별과 과거의 사랑에 대한 회상을 통해 뒤늦은 후회와 미안함을 담고 있다. 영주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감성과 애잔한 멜로디가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곡은 가수 영주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도 직접 참여해 아티스트적 면모를 뽐냈다. 영주는 “가끔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켜켜이 쌓여가다가 갑자기 어떤 결론에 도달할 때가 있어요. 느껴야 할 감정들을 제때에 풀어놓지 못하면 그게 미련이 되곤 하더라고요. 그때의 마음을 가장 쉽게 담아 보려 했던 곡입니다.” 라며 ‘늦어서 미안해’ 가사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SBS ‘K팝스타 시즌3’ TOP10에 이름을 올리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 시켰던 영주는 싱글 ‘여리고 착해서’ 로 데뷔를 한 후 ‘오! 삼광빌라!’, ‘멜로가 체질’, ‘미남당’ 등 히트 드라마 OST에 참여하며 실력파 뮤지션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색깔을 보여주며 독보적인 음색으로 많은 리스너들의 사랑을 받아온 영주. 그녀의 이번 싱글 ‘늦어서 미안해’ 를 통해 K발라드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한편, 영주의 신곡 ‘늦어서 미안해’ 는 30일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주현수 기자 2024.10.25 15:38

    • ‘아주 史적인 여행’ 홍경민, ‘붉은 여우’에 홀리다?···경북 영주는 토종 붉은 여우 복원 중!

      연예

      ‘아주 史적인 여행’ 홍경민, ‘붉은 여우’에 홀리다?···경북 영주는 토종 붉은 여우 복원 중!

      KBS 29일 오후 9시 40분 KBS1에서 방송이 될 ‘아주 史적인 여행’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사롭고 역사적인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프로그?c이다. 열세 번째 이야기는 경상북도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남부지방의 가장 큰 산맥인 소백산맥이 흐르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살아 숨 쉬는 경상북도 영주시를 찾는다. 2곳의 세계 문화유산과 5개의 국보를 자랑하는 영주는 역사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볼거리가 가득한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의 땅, 영주로 가수 겸 배우 홍경민과 함께 <아주 史적인 여행>을 떠난다. 대한민국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지역, 영주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보면 역사 교과서에서 본 거 같은, 어딘가 낯 익는 장소와 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 희방사에는 소중히 지켜야 할 귀한 보물이 있다. 바로 훈민정음 언해본이다. 월인석보 1권에만 수록된 언해본 속엔 우리에게 익숙한 훈민정음 서문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가 한글로 적혀있다. 주지 스님께 듣는 훈민정음의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늘 백성들을 생각하던 세종대왕의 깊은 마음을 느껴본다. 영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 서원인 소수서원. 교과서에 나와 있는 백운동서원이 이곳의 첫 시작이다.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인 주세붕 선생이 풍기 군수로 영주에 오게 되며 처음으로 서원을 지었고 이후 퇴계 이황에 의해서 임금에게 소수서원이라는 편액을 받아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그 시절 유학생들의 학업 현장이었던 소수서원의 오랜 역사와 풍기 인삼의 아버지 주세붕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본다. KBS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는 영주에는 올곧은 선비정신으로 화를 입은 한 집안의 이야기도 전해온다. 영주로 유배됐던 금성대군이 단종 복위를 꾀하다 실패해 일어난 정축지변으로 순흥 안씨 집안 사람들이 큰 화를 입게 됐다는 것. 지금도 순흥 안씨 추원단에는 당시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있다는데, 한 집안에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어떤 역사가 숨어있을까? 영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 멸종되어 가는 여우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여우 생태관찰원에서는 토종 붉은여우를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직접 토종 붉은 여우의 실물을 보고 나면 왜 ‘여우한테 홀렸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는데, 토종 붉은 여우와 함께 여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KBS 영주 여행에는 다재다능한 가수 겸 배우 홍경민이 함께한다. ‘흔들린 우정’, ‘널 보내며’ 등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한국의 리키 마틴 홍경민이 사적인 영주 여행을 위해 하루 동안 선비로 변신했다. 영주 대표 특산물인 풍기 인삼으로 만든 인삼꽃 주와 칠향계를 먹으며 몸보신까지 제대로 한 연예계 선비 홍경민이 아주 사적인 여행을 역사 만화책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운 영주의 역사 이야기. ‘한국의 리키 마틴’ 홍경민이 선비로 변신한 아주 사적인 영주 여행은 29일 밤 9시 40분 ‘아주 史적인 여행’에서 공개된다. KBS

      손봉석 기자 2024.09.29 05:13

    • 생활

      영주시장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내달 5~6일 개최

      ‘제2회 영주시장배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가 오는 10월 5~6일 선비세상 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총상금 1370만 원 규모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 ‘FC온라인’의 일반부 3개 종목과 중고등학교 대항전의 ‘발로란트’까지 총 4개 종목으로 개최된다. 대회는 온라인 예선과 오프라인 결선으로 구분되며, 각 종목 8강까지는 온라인 예선, 준결승과 결승전은 오프라인 결선 방식으로 펼쳐진다. 참가 신청은 아마추어 누구나 가능하며, 22일까지 홍보물 QR코드 접속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한편, 영주시는 오프라인 결선 행사가 진행되는 10월 5일~6일, 방문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동양대학교 게임학과가 참여하는 ‘e스포츠 진로 상담’ 부스가 운영되며,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보드게임 존’, ‘추억의 오락실 존’, ‘닌텐도 존’, ‘VR’ 체험 부스가 설치된다. 어린이 참가자들을 겨냥한 모바일 게임 ‘브롤스타즈’(3:3 팀전) 가족 이벤트 경기도 준비될 예정이며, 전문가에게 ‘퍼스널컬러’, ‘성격유형검사(MBTI)’, ‘타로’ 상담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는 체험 부스와 프로게이머 출신 인플루언서가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도 또한 진행될 예정이다. 박남서 영주시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e스포츠 분야와 발전에 보탬이 되고, 경북을 대표하는 e스포츠 도시로 우뚝 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2024.09.19 13:51

  • 주간경향

    • [트럼프와 나] ‘500만달러’ 영주권 장사…유학길도 좁아진다

      경제 표지 이야기

      [트럼프와 나] ‘500만달러’ 영주권 장사…유학길도 좁아진다

      특집4-반이민 정책 트라우마 유학생, ‘OPT’ 제도 폐지 법안에 불안…유학생 비자 거부율도 높아질 듯 반이민 실적 보이려 영주권자들조차 추방 잇달아 ‘여행경계령’ 내리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500만달러’짜리 골드카드 영주권 판매 계획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큰아이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주부 A씨는 최근 불안감에 다른 유학생 부모들과 만나 고민을 상담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유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일정 기간 체류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인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제도가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OPT’ 프로그램은 유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 12개월에서 최장 36개월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졸업생들은 이 기간 동안 미국 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쌓으면서 단기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신청, 장기 체류의 디딤돌로 삼아왔다. A씨는 “법안이 통과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하는데 모르는 일 아니냐”며 “졸업 후 바로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닌지 다들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앞서 폴 고사르 하원의원(공화당)은 최근 이 ‘OPT’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OPT 프로그램으로 기업들이 고급 외국인 인력을 미국인보다 더 싸게 고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폴 의원이 ‘OPT’ 프로그램 폐지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그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인 2019년에도 해당 법안을 발의한 적 있다. 당장 이 법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지는 않지만, 1기 때와 달리 공화당이 미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재입성에 1기 반이민 정책 트라우마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자국민 우선주의 행보에 유학생들과 이민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반이민 정서를 무기로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국경 통제와 엄격한 이민법 시행 등 외국인에 대한 취업 및 비자규제 강화에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당장 유학생 비자(F-1)의 경우 트럼프 재집권 이전에도 거부율이 높아지는 추세였는데 앞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에 접수된 미국 유학생 비자(F-1) 신청자 중 41%가 비자 발급을 거절당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4년의 23%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한 이민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아이비리그 대학 합격증을 들고 대사관 인터뷰를 하러가면 ‘공부 잘했구나’ 정도의 인사 몇 마디가 전부였는데 요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면서 “‘학비는 누가 어떻게 지불하냐’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확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 내 기업·노동자 보호를 기치로 관세장벽을 높여가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OPT’ 폐지 시도처럼 취업시장에서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강화조치를 쏟아낼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유학생의 취업 로또로 불리는 ‘H-1B’ 비자의 경우 가뜩이나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부율이 다시 치솟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H-1B’ 비자는 학사 소지자에 6만5000개, 석사 소지자에 2만개 등 1년에 총 8만5000개만 발급되는데 2024년 기준 ‘H-1B’ 신청자는 75만9000여명으로, 발급 정원보다 8배 이상 몰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를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H-1B’ 평균 거절률은 18%로 오바마 정부(3.2%)를 크게 웃돌았는데, 신규 신청자의 경우 거절률이 한때 33%까지 치솟기도 했다. 특히 기업과 유학·이민업계에서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의 재등장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은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슬림국가 입국금지령, 가족분리정책, 그린카드(영주권) 축소, ‘H-1B’ 비자 강화 및 발급 심사 일시 중단 등 트럼프 1기의 주요 이민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대표적인 반이민 강경파다. 이런 그가 트럼프와 함께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 1기보다 더 강화된 취업·이민정책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학내 반전시위 참석 혐의로 추방 위기에 놓인 한인 학생 정모씨 측 변호사가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뉴욕 연방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학가는 ‘여행 자제’, 이민업계선 ‘SNS 자제’ 여기에 미국 내 최근 체류자격을 갖춘 영주권자들조차 추방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학과 이민업계를 중심으로 ‘여행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컬럼비아대 3학년에 재학 중인 한인 정모씨의 경우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추방 위기에 몰렸다. 7세 때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영주권자 정씨는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대 시위 참가자에 대한 대학 측의 징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했다가 추방 위기에 몰렸다. 다만 정씨의 경우 법원 판단에 따라 추방 시도가 일시 정지된 상태다. 한인은 아니지만 실제 적법한 체류 허가를 갖고도 재입국이 거절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브라운대 의대 라샤 알라위(34) 교수는 지난 3월 13일 유효한 ‘H-1B’ 비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미국에서 강제 추방됐다. 그는 레바논 친척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던 중 구금됐고, 법원의 추방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강제 출국당했다. 이 사건 이후 브라운대는 유학생 및 연구자들에게 해외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앞서 하버드대와 코넬대 등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 캠퍼스로 돌아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들 대학은 새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여행, 비자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명령을 하나 이상 내릴 수 있고, 어떤 명령이 내려질지 모르는 만큼 가장 안전한 방법은 그에 앞서 미국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추방 논란과 관련해 이민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반이민 공약 이행에서 실적을 보이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이민업체 국민이주의 이유리 미국 변호사는 “이유 없이 추방되는 경우는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정치적인 의견 등 이전 정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도 문제 삼아서 영주권을 뺏거나 추방하는 일이 생기면서 학계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에게 (예민한 주제로) 소셜미디어를 하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500만달러 골드카드 판매 계획에 투자이민 상담 신청 2배로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500만달러(약 76억원)짜리 ‘골드카드’ 프로그램까지 들고나오면서 국내 투자이민 시장도 일순간 술렁였다. ‘골드카드’ 프로그램은 500만달러를 내면 미국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그린카드보다 훨씬 특별한 것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와 돈을 쓰고 일자리를 창출해 미국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 중인 미국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EB-5’는 폐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폐지를 시사한 ‘EB-5’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최소 80만달러를 투자하고 투자자 1명당 10명 이상 미국 내 고용을 창출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로 지난 30년간 운영돼왔다. ‘골드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인 ‘EB-5’ 프로그램이 폐지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이민업체들에는 기존 신청자와 신규 신청자의 문의가 빗발쳤다. 국민이주 측에 따르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의 골드카드 프로그램 발언 이후 투자이민 상담 신청은 평소의 2배로 급증했다. 특히 자녀들의 미국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미국 취업을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상담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다만 ‘골드카드’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형태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데다, 법으로 보장된 ‘EB-5’ 프로그램이 곧바로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이민시장은 일단 냉정을 되찾은 상태다. 이유리 미국 변호사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주는 이제 비자 프로그램은 무조건 법안으로 나와야 하고, 현재의 ‘EB-5’도 2026년 9월까지 법의 보호를 받는 프로그램으로 당장 폐지되기는 어렵다”면서 “고객들도 이런 부분들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고 있고, 2026년 9월까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2026년 9월 현재의 ‘EB-5’ 프로그램이 만료되면 현재보다 투자이민 금액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트럼프 1기 이전 투자이민 금액은 50만달러였다. 트럼프 정부는 이 금액을 200만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90만달러로 상향하는 데 그쳤고, 이후 2022년 10만달러가 인하돼 현재의 80만달러로 자리 잡았다. 이병창 셀레나이민 부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지주의를 폐지하겠다거나 불법체류자를 추방한다거나 하는 발언으로 공통된 적을 만든 다음 보수층을 집결시켰다”면서도 “반면 투자이민제도를 손질하는 것은 지지층에 인기가 있거나 그렇게 관심이 있는 정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본인도 예전에 텍사스 호텔을 지을 때 EB-5 투자이민자금을 가져다 쓰려고 했고, 지금 사위인 쿠슈너도 뉴저지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 자금을 갖다 쓰는 등 트럼프와 주변인들이 모두 ‘EB-5’에 굉장히 친화적”이라며 “그런 트럼프가 ‘EB-5’를 그냥 없애기보다는 다음번 투자이민 금액을 정할 때 지금보다 훨씬 높게 책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전했다.

      이호준 기자 2025.04.07 06:00

    • [정태겸의 풍경](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문화/과학 정태겸의 풍경

      [정태겸의 풍경](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길가에는 어느덧 사과가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근처를 지날 때면 으레 들렀다 가게 되는 곳이 경북 영주의 부석사다. 소백산 끝자락 부석면에 앉은 부석사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있었다. 타들어 갈 것만 같은 태양은 누그러지고 짙게 물들어가던 초록의 빛깔도 조금씩 너그러운 색채를 갖춰가고 있었다. 여름의 꽃 백일홍(배롱나무)은 마지막 꽃잎을 산들산들 흩날렸다. 이 절의 이름인 부석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나타나는 무량수전 곁에 있는 바위가 바로 그 떠 있는 돌이라고 한다. 의상을 흠모했던 여인 선묘가 용이 되어 이 자리에 사찰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상을 도왔다는 이야기. 의상을 막아섰던 무뢰배들을 선묘가 커다란 돌을 띄워(부석) 물리쳤다는 고사가 깃든 절이 부석사다. 그래서일까. 절이 참 예쁘다. 영주에 내려올 때면 잊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는 이유다. 보물찾기하듯 모르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은 것도 부석사의 매력이다. 안양루 아래 처마의 장식이 멀리서 보면 가부좌를 튼 수없이 많은 부처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게 그중 하나다. 안양루에 올라 부석사에서만 맞이하는 풍경을 본다. 소백산 아래로 펼쳐지는 평화로움. 부처의 세상에 올라서일까. 언제 찾아와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글·사진 정태겸 /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2024.10.02 06:00

    • 사회 길에서 만난 사람

      [길에서 만난 사람]조선 성리학의 뿌리, 선비고을 영주

      조선조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질 순흥의 역사는 백운동 서원이 기개와 절개의 터에 세워지면서 다시 살아난다. 이후 영주 사람들은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참된 선비 고을의 명맥을 연연히 이어오고 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영주의 가을은 선비고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운치가 깊고도 점잖은 기품이 스며 있다. 참 선비의 정신으로 이름 높던 영주의 옛 이름은 순흥이다.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순흥의 역사는 조선조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그 이름을 잃어버리고 만다. 옷깃을 여미고 오래도록 잊혀졌던 옛 고을을 찾아간다. 한 걸음은 선현의 뜻을 따라, 또 한 걸음은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추고 선인들의 발자취를 따른다. 선비촌 입구에 세워진 선비상이 영주가 선비고을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라진 옛 지명 ‘순흥’ 비운의 운명 선비 고을 영주의 뿌리에는 서원이 자리한다. 서원은 절개와 기개로 푸르렀던 성현들의 정신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먼저 소수서원으로 길을 잡는다. 소수서원은 영주 순흥면(順興面)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조선 중종 37년(1542)에 풍기 군수였던 주세붕이 고려 때의 유명한 유학자인 안향 선생을 기리기 위해 사묘를 세우고, 백운동 서원을 세운 데서 비롯되었다. 매표소를 지나 영주가 고향이라는 문화해설사와 함께 숲길로 접어든다. “이곳은 바로 한국 성리학의 시발점입니다. 영주를 예전에는 순흥이라 하였습니다. 순흥은 우리나라에 주자학을 처음 도입한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개의 서원에서는 공자를 모시나, 소수서원은 공자 대신 안향 선생을 주향으로 모십니다. 주세붕 선생은 백운동 서원을 세울 당시 유교의 근본사상인 ‘경(敬)’자를 바위에 새겨 선생에 대한 예를 다합니다. 입구 오른편의 돌다리를 건너서면 취한대 아래 붉은 글씨로 새겨져 있는데, 그 위에 흰 글씨로 백운동(白雲洞)이라는 이 골짜기의 이름도 새겨져 있습니다.” 선비고을 영주의 무르익은 가을풍경이 아름답다. 현재의 이 터는 본래 조선 세조 때까지 숙수사가 있던 자리이다. 통일신라의 사찰인 숙수사는 안향 선생이 어린 시절 홀로 독학하며 학업에 매진하던 절이었다. 하지만 숙수사는 조선 세조 3년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운동이 실패하면서 불에 태워져 폐사되고 만다. 소위 ‘정축지변’(丁丑之變·1456)이다. 그만큼 순흥은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선비의 고장으로 당시까지만 해도 그 위세가 당당했다. 당시 순흥도호부는 영월·단양·봉화·안동·예천의 일부까지 그 행정권이 미쳤다고 할 만큼 이 지역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정축지변 이후 이곳 순흥 일대는 세조에 의해 피바다를 이루고 ‘순흥’이란 이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비운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세조가 순흥의 역사를 아예 역사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후 10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풍기 군수 주세붕이 다시 이곳 숙수사 터에 백운동이란 이름으로 서원을 세우게 된 것이다. 소수서원과 이어진 선비고을 영주의 선비촌. 선비 고을의 명맥 이어온 소수서원 조선조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질 순흥의 역사는 백운동 서원이 기개와 절개의 터에 세워지면서 다시 살아난다. 이후 영주 사람들은 오래도록 사라질 당시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올곧은 선비의 기개와 정신을 뿌리로 참된 선비 고을의 명맥을 연연히 이어온 것이다. 매표소 출입구를 지나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좌우를 호위하듯 하늘로 솟구쳐 있다. 300년에서 길게는 천년에 가까운 적송나무 수백 그루가 서원 주변을 뒤덮고 숲을 이룬다.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처럼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 선비의 의미를 담아 ‘세한송 학자수’라고 불린다. 오른편으로 당간지주 한 기가 눈에 띈다. 바로 옛 숙수사 당간지주(보물 제59호)이다. 이 당간지주는 ‘순흥도호부’가 폐부될 때 인근의 승림사와 함께 불태워져 ‘당간지주’만 남게 된 것이다. “소수서원은 바로 동방 성리학의 르네상스를 이룬 곳입니다.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 군수로 재임 시 임금에게 상소를 올립니다. 그래서 명종 5년(1550년) 임금이 서적·노비·토지와 함께 소수서원이라는 이름을 친히 내립니다.” ‘소수’(紹修)란 무너진 유학을 다시 닦게 한다는 의미로, 중국에서 무너진 주자의 성리학을 다시 이으려는 조선 성리학자들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당시 대제학 신광한이 짓고, 명종이 직접 친필로 현판에 써서 내렸다고 전해진다. 현재 소수서원 뒤편에 자리한 소수서원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취한대. 조선시대 인재 배출의 요람 이후 소수서원은 임금이 이름을 내린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수백년에 걸쳐 4000명이 넘는 유생들과 명현거유를 배출하는 조선조 학문 탐구의 산실이 된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강당인 명륜당이 자리 잡고 있다. 명륜당의 남쪽 측면으로 출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강학당은 유생들이 모여서 강의를 듣고 학문을 논하던 곳으로 요즘으로 치면 대학 강의실이다. 유생들이 기거하던 학구재, 소수서원의 원장과 교수 등이 함께 기거하던 집무실 겸 숙소인 직방재와 일신재, 지금의 도서관에 해당하는 장서각 등을 천천히 둘러본다. “당시 영남지역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선비들은 자손들을 이곳 소수서원에 보냈습니다. 소수서원은 일종의 사립대학에 해당합니다. 명실공히 조선시대 인재 배출의 요람이었죠. 당시 서원은 선례후학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선례는 제향의 기능이고, 후학은 말 그대로 학문을 닦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선현을 예로 받들고 학업으로 바르게 하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대학인 소수서원은 미국의 하버드 대학보다 93년이 앞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인재를 길러내던 소수서원은 하버드대보다 93년 앞선 대학이다. 다시 한 걸음을 내딛으니 숲속에 들어앉은 서원의 품새가 위풍당당하고 기백이 넘친다. 간간이 스승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유생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하다. 유생들이 공부하던 기숙사 건물인 지락재와 소수박물관을 둘러본다. 지락재는 ‘지극한 즐거움은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이 없고, 지극한 삶의 요체는 자식을 가르치는 것과 같은 것이 없다’에서 따온 말이다. 그 뒤편에 자리한 소수박물관에는 백운동서원의 현판, 창건자인 주세붕의 초상(보물 제717호), 고려시대부터 주자학의 기초를 닦은 회헌 안향의 초상(국보 제111호) 등이 전시되어 있어 창건 당시부터의 서원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서원을 끼고 돌아나는 죽계천과 선비들이 휴식을 취하던 취한대를 멀찍이 바라본다. 잠시 머리를 식히며 풍류를 즐기던 옛 선조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하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 어둑해진 저녁 하늘에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다. 조선 400년간 4000여명의 인재를 양성해 명실상부한 인재 양성의 요람이었던 소수서원. 장서각 앞자리의 정료대에 관솔불이 밝혀지니 죽계천으로 보름달이 잠기고 소리 높여 글 읽는 유생들의 목소리가 낭랑하고도 유려하다.

      2014.10.21 14:38

    • 문화/과학 길에서 만난 사람

      [길에서 만난 사람]육지 속의 섬,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사라졌다가 지난 2005년 마을의 옛 모습을 복원하면서 외나무다리 역시 해마다 다시 띄우고 있다. 아슬아슬한 외나무나리를 건너는 학동들의 발걸음이 위태위태하다. 마을 총각이 장가가는 날에도 다리를 건너고, 수줍은 새색시도 꽃가마 타고 다리를 건넜다. 세상 떠난 이도 꽃상여 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황천길로 갈 수 있었다.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리는 무섬마을을 찾아간다. 긴 의자를 잇대어 놓은 듯한 외나무다리는 마을사람이 외지로 나가는 통로다. 매화가지에 꽃 핀 모양새로 물 위에 뜬 섬 봄이면 연분홍 진달래가 흩날리는 강변에서 외나무다리를 건너 무섬마을로 들어간다. 무섬마을은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전통마을이다. 무섬은 말 그대로 ‘물 위의 섬’이라는 뜻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같이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상’을 한 전형적인 물돌이 마을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과 숲, 은백색 모래톱이 고색창연한 고가(古家)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소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영주 시내를 지나온 서천과 태백산에서 발원해 봉화를 거쳐온 내성천이 합류하여 마을을 350도 휘돌아 나간다. 마을 들머리에서 한평생 무섬에서 살았다는 어르신을 만났다. “옛 어른들은 이 모습을 보고 연화부수(蓮花浮水)라 하기도 하고, 마치 초봄에 ‘매화 가지에 꽃이 피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매화낙지’라고들 혔지. 말 그대로 물 우에 뜬 섬 아녀. 그려서 한자로 수도리(水島里)가 된 거니 께네.” 새하얀 모래톱이 마을을 빙 둘러 감싼 것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육지 한가운데 섬처럼 오롯하니 산수의 어울림이 빼어나다. “참말로 경치 좋지라. 여기서 평생을 살았는데, 세상 어디를 가도 우리 마을같이 이쁜 디가 없드만. 여가 알아주는 명당이구먼.” 하지만 마을은 외지와 동떨어져 자못 고립된 형국으로 마을을 감아 도는 물길 때문에 드나들기 쉽지 않다. 마을 앞으로 물이 흐르고, 모래톱이 2만6500㎡가 넘으니 논밭을 만들 공간 역시 넉넉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마을사람들은 강을 건너 12㎞를 걸어서 농사를 지으러 다녔다. 마을에 다리가 놓인 것이 불과 30여년 전 일이다. 그 이전만 해도 마을사람들은 들일을 하러 가거나 읍내 장에라도 나갈라 치면 홑바지를 걷고 첨벙첨벙 물을 건너거나 헤엄을 쳐야 했다. 한국전쟁 때에는 군용보트에 타고 강을 건너 피난길에 나섰다. “마을에서 장정들이 해마다 봄이면 외나무다리를 물 위로 띄우는데, 농사 지으러 가는 다리, 장 보러 가는 다리, 아이들 학교 가는 다리까지 모두 세 개를 띄웠어라.” 이 마을로 시집와 60년을 살아온 늙은 어미가 지난 세월을 더듬는다. 이미 팔십 준령을 훌쩍 넘은 장두진씨(86)가 홀로 100년이 넘은 고가를 지키고 있다. 장씨 할머니는 꽃다운 스물의 나이에 가마를 타고 저 다리를 건너 시집왔다. 꽃다운 스물의 나이에 가마를 타고 시집온 장두진 할머니. 이미 팔십을 훌쩍 넘겼고, 홀로 100년이 넘는 고가를 지키고 있다. “여기는 사방천지가 모래 아녀. 우물을 파도 물이 잘 안 나는 땅이여. 그래서 농사가 힘드니께 강 건너 마을에 땅을 일궈서 농사를 졌제. 여름에 농사일을 할라치면 배를 타고 나가야 했으니까. 근데 물이 불어나면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어. 그래도 물곁이라서 농사가 잘 되는 편이라 사는 형편들은 이 근방 마을에서 제일로 나았구먼. 그래서 마을로 경상도 근방의 장사치들이 모여들어 사는 재미는 좋았어라.” 외나무다리는 여름철에는 쓸모가 없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어나면 다리가 쓸려 내려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해마다 다리를 놓고 철거를 반복해야만 했다. 번잡스러운 일이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기도 했다. 긴 의자를 잇대어 놓은 듯한 외나무다리는 마을사람들이 외지로 나가는 출구이기도 했지만, 보따리장수나 외지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무섬마을은 조선 후기까지만 해도 경상도 동해안의 해산물을 비롯한 타 지역의 특산품이 모여들 정도로 번성했다. 그때는 외지인들이 섣불리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빠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어른들은 무섬마을을 드나들 때 마음 수양을 하고 다리를 건너야 한다고 했다. 체통 없이 가벼이 굴거나 거드름을 피우다가는 폭 빠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큰기침깨나 하는 양반네도 팔자걸음으로 건널 수 없는 게 외나무다리다. 외지에서 찌든 때를 모두 벗어버리고 마음 중심을 아래로 두어야 자빠지지 않는 것이 외나무다리를 무사히 건너는 요령이라면 요령이었다. “양반이건 상사람이건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는 위아래가 없지 않어. 누가 먼저 올라섰느냐에 따라 위아래가 정해지는 이치니께네. 한 발짝이라도 앞선 사람이 건너올 때까지 양보하고 엇갈리는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외나무다리의 법이었구먼. 예전 어른들 말로는, 그게 조금씩 양보하고 나누고 사는 바른 이치라고 혔구먼.” 그래서일까. 무섬마을은 근방에서 경우 바른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소리를 들어왔고, 영주 일대에서 알아주는 반촌(班村)으로 이름이 높았다. 마을 들머리에서 수도교를 건넌다. 1983년 놓여진 현대식 콘크리트 다리로 이후 무섬으로 드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 외나무다리는 사라졌다가 지난 2005년 마을의 옛 모습을 복원하면서 외나무다리 역시 해마다 다시 띄우고 있다. 수백 년 역사와 정신 그대로의 전통마을 이 마을의 역사는 1666년 반남(潘南) 박씨가 마을에 처음 터를 잡으면서부터이다. 이후 선성(宣城) 김씨가 들어와 박씨 문중과 혼인하면서 두 집안이 오래도록 세월을 함께 한 셈이다. 지금도 마을은 이 두 성씨가 주를 이루어 수백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나지막한 돌담이 이어진 길을 걸으니 전통가옥 40여 가구가 지붕을 맞대고 오순도순 들어앉았다. 마을에는 고택과 정자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고풍스런 향취를 풍긴다. 마을로 들어서며 제일 먼저 마주하는 고가가 해우당 고택. 19세기 말 의금부 도사를 지낸 김낙풍이 지은 가옥으로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가옥의 특징인 ㅁ자형 구조이다. 편안한 풍채가 인상적인데, 사랑채의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글씨로 알려져 있다. 나지막한 돌담이 이어진 길을 걸으며 전통가옥 40여 가구가 지붕을 맞대고 오순도순 들어앉았다. 마을에는 고택과 정자들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고풍스런 향취를 풍긴다. 마을의 고가는 대부분 서남향으로 앉아 있다. 북동쪽에서 서남쪽으로 흐르는 산맥의 정기를 이어받기 위함이다. 마을을 둘러보면 만죽재 고택을 비롯해 100년이 넘는 가옥도 16채나 있다. 그 중 김뢰진 가옥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처가댁이다. 시인은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사랑하는 부인을 무섬마을에 두고 공부하러 떠나는 애틋한 마음을 ‘별리’(別離)라는 시로 노래했다. 마을에는 독립운동의 본거지, 아도서숙이 자리하고 있다. 아도서숙은 일제강점기인 1928년 10월 무섬마을 해우당 출신 김화진 선생의 주도로 마을 청년들이 세운 공회당이자, 주민 교육기관이다. 1933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숙될 때까지 문맹퇴치를 위한 한글 교육과 농업기술 교육을 실시했고, 독립운동의 본거지로 활용되기도 했다. 특히 무섬마을은 지형적 특성에 힘입어 조선시대, 한국전쟁 등 여러 번의 난리를 겪고, 이런 저런 천재지변을 거치면서도 원형을 거의 잃지 않았다. 그런 까닭으로 마을주민들의 마을 사랑과 자부심은 매우 크다. 옛 모습과 정신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500년 전통의 자긍심이다. 어쩌면 외나무다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터전을 일구어 삶을 꾸려온 옛 어른들의 지혜의 산물일 것이다. 글·사진|이강 leeghang@tistory.com

      2013.03.25 18:10

  • 레이디경향

    • 이번엔 악어? 영주시, 악어 출몰 신고에 현장 수색 중

      화제

      이번엔 악어? 영주시, 악어 출몰 신고에 현장 수색 중

      경북 영주시에서 악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경북 영주시에서 악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포획에 나섰다. 15일 영주시는 “지난 13일 저녁 7시께 필리핀 계절 근로자 4명이 문수면 무섬교 부근에서 크기 1m 정도의 악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영주시는 발견 당일 경상북도와 대구 지방환경청에 상황을 보고, 공무원 6명을 파견해 현장 수색을 펼쳤으나 수중으로 사라진 악어를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신고자들이 악어의 사진을 촬영하지 못해 악어의 존재 여부 및 종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는 악어 발견 시 전문가를 통한 포획 후 경북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 기타 보호소에 인계할 예정이다. 또한 출몰 원인 파악 후 행정 조치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악어 발견 시 가급적 접촉 및 자극하는 행위를 피하고 관련 기관에 신고하기를 권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9년 외래종인 악어거북이 광주 무등산 인근에서 발견된 바 있다.

      김지윤 기자 2023.06.15 11:13

    • [화보]당차고 야무진 \'우블스\' 영주가 돌아왔다

      패션

      [화보]당차고 야무진 '우블스' 영주가 돌아왔다

      엘르 제공 주얼리&워치 브랜드 메종 까르띠에가 배우 노윤서와 함께한 ‘엘르’ 9월호 화보를 공개했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청초한 외모와 당찬 성격의 모범생 방영주 역으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 노윤서는 까르띠에 아이콘 컬렉션과 함께 도회적인 느낌의 매력을 발산했다. 엘르 제공엘르 제공엘르 제공 신인답지 않은 대담함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노윤서는 이번 화보 촬영에서도 모던한 스타일링 속 우아한 눈빛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잠재된 가능성을 기대케 했다. 화보 속 아이템은 간결한 라인, 명확한 형태, 완벽한 비율, 정교한 디테일이라는 네 가지 원리를 기반으로 한 까르띠에의 대표 아이콘으로, 저스트 앵 끌루, LOVE, 트리니티 등이다. 까르띠에와 노윤서가 함께한 화보 및 영상은 ‘엘르’ 9월호와 공식 웹사이트,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윤서

      김지윤 기자 2022.08.26 10:30

    • 레저/여행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

      [주말에 떠나는 테마여행]선비, 입신의 꿈을 안고 길을 나서다…영주 소백산 자락길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영주 소백산 자락길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2011년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하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소수서원-죽계구곡-삼가주차장의 소백산 자락길 제1구간(12.6km)은 문화생태 탐방로로 인기가 높다. 덤으로 사과 따기 체험과 부석사의 멋진 풍광도 가슴에 담아오자. 걷는 동안 가을이 친구하자며 손짓한다 소백산 자락길 제1구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유명한 영주 소수서원에서 시작한다. 여타 서원에 비해 건물들이 자유롭게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초기 서원의 모습을 간직한 것이란다. 서원 앞을 흐르는 강과 솔숲이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한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툇마루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 “공자 왈~ 맹자 왈~” 할 것 같다. 짧은 시간 서원을 돌아보고 금성단으로 향했다. 금성단으로 향하는 300m 길은 비록 아스팔트가 깔렸지만 길가에는 계절의 무게를 잔뜩 이고 머리를 숙인 벼가 친구 하자며 자리하고 있고 산들바람에 한들한들 춤추는 코스모스 역시 친구를 부르듯 손짓한다. 가을빛을 머금고 붉은 옷으로 갈아입은 사과나무를 구경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사과나무 과수원에는 감미로운 7080 음악이 흐른다. 분명 나무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일 게다. 금성단의 본디 이름은 금성대군신단이다. ‘단종 복위운동 성지’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같은 숙부임에도 세조는 조카의 왕위를 찬탈했지 동생 금성대군은 조카의 왕위를 복위시키려 애를 썼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당시 승자인 세조는 아우 금성대군을 비롯해 성삼문 등 사육신 모두를 처형했다. 그렇게 죽임을 당한 금성대군과 사육신 등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 금성단이다. 권력에 눈이 멀어 혈육 간에 피를 본 것이 비단 우리네 역사뿐이겠는가. 셰익스피어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차지한 숙부를 죽이기 위해 햄릿이라는 인물을 가공했다. 권력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금성단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가량을 걸었을까. 배점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느티나무 세 그루가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6백 년이 넘었단다. 그 가운데 대장간을 하던 배순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배순정려비가 있다. 착하고 효심이 깊었던 배순 선생은 평민의 자식이었지만 학문에도 뜻이 있어 소수서원에서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가 되었다. 퇴계 선생이 세상을 떠나자 삼년복을 입고 예를 다했다고 전한다. 이후 그가 눈을 감자 마을 주민들이 정려비를 세웠는데 그때부터 이곳을 배순의 점방(대장간)이 있던 곳이라 하여 배점리라고 부른다. 주자에게 무이산이 있다면, 안향에겐 죽계천이 있다 죽계구곡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여름 많은 비가 와서인지 좁은 계곡물 소리가 천지를 호령하는 듯하다. 소백산 국망봉에서 발원한 죽계는 소수서원이 있는 백운동을 거처 영주 서천으로 이어지는 개울이다. 주자학의 창시자 주자에게 무이산이 있다면, 주자학을 도입한 안향에게는 죽계천이 있다. 그래서 조선의 많은 선비들은 소수서원과 죽계구곡이 있는 이곳을 성리학의 성지처럼 여겼다고 한다. 평생을 두고 꼭 한 번은 걸어보고자 했던 선비의 발걸음이 맑은 물살 속에 세월을 흘려보내고 있다. 퇴계 선생 역시 이 계곡을 예찬했는데, 소수서원 앞의 백운동 취한대를 1곡으로 정하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 현재는 1, 2, 4, 5, 9곡의 이름만 전해지고 있다. 이번 구간은 의상대사가 부석사 터를 보러 다닐 때 초막을 짓고 잠시 기거했다는 초암사까지다. 전체 구간에서 3분의 2정도를 걸었으니 다리도 쉬겠다고 아우성일 터, 초암사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달밭골길로 향하자. 걷기 여행의 삼합을 경험할 수 있는 곳 그동안 포장길에 다소 실망스러웠다면 달밭골길에서 시작하는 구간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달밭이라는 말이 낯설 텐데, 이는 ‘산에 있는 밭’을 일컫는 말이란다. 즉, 화전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았을 뿐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다. 초암사를 나서 10여 분 지나면 그동안의 길과 완전히 다른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 계곡에는 이끼가 가득하고 좌우에는 빈틈없이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길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푹신하다. 도시에서 아스팔트길을 걸으며 고생한 다리가 호사를 누렸다. 더군다나 하늘 높이 솟은 전나무가 피톤치드를 내뿜고 있어 머리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 구간은 개방된 지 오래되지 않아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덕에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소백산 자락길 옆으로 붉은 사과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아람진 농촌 체험 마을에서 사과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여행객들. 전날 비가 왔는지 계곡물이 불었다. 폴짝 뛰어넘다가 여의치 않아 물을 튕기고야 말았다. 얼음골이 따로 없다. 몸서리치게 차가운 물에 몸이 먼저 놀랐다. 발아래에서는 ‘부스럭’, 계곡에서는 ‘졸졸’, 함께 걷는 동행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건넸다. 걷기 여행의 ‘삼합’이라고나 할까. 개울을 건너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돌 징검다리를 건너는가 하면 나무토막으로 만든 임시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야생화들도 삼합의 밑반찬이다.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로 있을 때 이곳을 걸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퇴계 선생은 소수서원을 출발해 국망봉 아래에 있던 석륜사에서 사흘을 머물며 소백산 기행을 했다고 한다. 하산할 때는 달밭골을 지나 비로봉으로 갔다고 하니, 우리가 지나는 이 길이 바로 퇴계 선생이 지난 그 길이다. 수백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길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길이 갖고 있는 연속성에 놀라게 된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영주시 제공).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의 모습. 소백산 자락길은 12첩 반상이다 소백산 자락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계곡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정안동 계곡은 특히나 소백산 깊숙이 숨어 있는 곳이다. 이 계곡은 등산객이나 약초를 캐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인데 하늘을 올려다봐도 빛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일제 강점기까지만 해도 띄엄띄엄 화전민이 살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지요. 하지만 인적이 끊인 지 50년이 지난 요즘은 사람의 모습을 찾기 어렵답니다. 이 길을 개척하는 게 가장 난코스였지요. 사람의 발길이 워낙 없다 보니 냉혈 계곡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어요.” 해설사의 설명이다. 하늘로 쭉 뻗은 나무들이 파란 하늘을 과녁 삼아 날아가는 화살 같다. 울창한 전나무 숲길이 끝날 쯤 작은 산장이 과객을 맞이했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아니기에 이곳에서 목만 축이고 일어나려 하는데, ‘자유의 종’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이 종소리에는 자유가 있습니다. 평화가 있습니다. 사랑이 있습니다.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꿈이 있습니다. 나지막이 종을 한 번 울려주세요. 당신의 영혼이 깨어날 것입니다.’ 안내 글에 맞춰 내 영혼을 깨우기 위해 ‘땡땡땡’ 종을 쳐봤다. 인적 없는 곳에서 축 늘어져 있던 멍멍이가 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길지 않은 길이지만 12첩 반상을 받은 기분이다. 천리 먼 길 괴나리봇짐 메고 과거를 보고 왔지만 이런 길을 걷는다면 낙방해도 실망스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해도 구중궁궐의 임금이 부러울까. 어느덧 눈앞에는 신라 말에 창건한 비로사가 지키고 있다. 여기까지 도착했다면 점심 먹고 출발한 자락길도 종착역에 다다른 셈이다. 시각은 어느새 오후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여행 가이드 ▲영주 소백산 자락길 제1구간 안내 소수서원-금성단-압각수-순흥향교-삼괴정-죽계구곡-초암사-달밭골-비로사-삼가 주차장(총 12.6km, 5시간 소요) ●문의 영주문화연구회 054-633-5636, http://www.sanjarak.or.kr/ ▲교통 안내 제1구간의 종착지 삼가주차장에서 삼가리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 26번 버스(오전 6시10분~오후 6시, 1일 8회 운행)를 타고 15분 정도 달리면 풍기이다. 이곳에서 27번 버스(오전 6시 50분~오후 7시 20분, 1일 14회 운행)를 타고 30분 정도를 달리면 출발지인 선비촌에 도착할 수 있다. ▲숙박 및 맛집 안내 대청마루에 앉아 사색에 잠겨도 보고 때론 아이들에게 특별한 한옥 숙박 체험 기회도 줄 수 있는 선비촌을 추천한다. 숙박 체험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으니 더욱 알찬 여행이 될 수 있다. 요금은 2인실 4만5천원, 4인실 7만원 선이다. ●위치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357 ●문의 054-638-6444, http://www.sunbichon.net 맛집으로는 저잣거리에 있는 선비촌종가집(054-637-9981)을 추천한다. 쇠고기국밥이 유명하다. 30년 전통의 순흥 전통묵집(054-634-4614)의 묵밥과 옛날 토담집을 개조한 청다리 옛집(054-633-4288)의 닭볶음탕도 맛있다. 선비의 고장 영주 선비촌을 지키고 있는 선비상. 배순정려비 앞에는 마을 어르신들께서 늘어놓은 붉은 고추가 가득하다. ▲함께하면 좋은 여행 영주에서 사과 과수원 농부가 되어보자! 영주는 사과가 유명한 만큼 아이들과 함께 사과 따기 체험도 하고 수확의 기쁨도 즐길 수 있다. 9월 중순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 사과 따기 체험을 하려면 아람진 농촌 체험 마을로 가면 된다. 체험 비용은 1인 기준 5천원이며 시식과 함께 사과 1kg 정도를 따갈 수 있다. ●위치 영주시 부석면 임곡2리 ●문의 054-637-8300, http://www.hanbamsil.co.kr 차 트렁크에 사과를 가득 실었다면 자동차로 7분 거리에 있는 부석사를 찾아가자. 부석사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물인 무량수전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있다. 무엇보다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가을 풍광이 장관이다. ●위치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문의 054-633-3464, http://www.pusoksa.org ‘2011 영주 풍기인삼축제’가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6일간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둔치에서 개최된다. ●문의 054-635-0020, http://www.ginsengfestival.com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소개된 외나무다리로 유명한 영주 무섬마을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축제가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양일간 개최된다. ●문의 054-639-6064 여행작가 임운석은… 2001년 본인보다 여행을 1% 더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해 평생 여행만 하며 살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전업 여행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20대 때에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면서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예술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원이며 문화재청 헤리티지채널 사진작가, 국내 아웃도어 전문업체의 로드플래너 및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다. 블로그 ‘빛과 바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라(http://room no1.blog.me/)’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글·사진 / 여행작가 임운석>

      2011.10.19 17:10

  •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