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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글 오솔길]오곡백화가 피면 배만 곯는다

      ...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라는 구절의 외국 민요를 배운 기억도 있다. 한데, ‘오곡백화(五穀百花)’는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오곡백화’라 하면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에...

      2002.10.13 18:27

  • 스포츠경향

    • 생활 KRA가 우리말을 지킵니다

      [KRA가 우리말을 지킵니다]오곡백화가 피면 배곯는다

      요즘에는 별로 쓰지 않지만, 결실의 계절 가을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다"거나 "가을 들녘에선 오곡백화가 익어가고 있다"라고 하는 소리다. 그런데 '오곡백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과 100가지 꽃"을 뜻한다. 뭔가 이상하다. 뜬금없이 웬 꽃타령? 물론 식용으로 쓰이는 꽃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겨우내 배를 채우기는 좀 곤란하다. 꽃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꽃은 보기에는 좋지만, 가을의 풍요한 수확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오곡백화'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지만 짝을 잘못 이룬 사자성어다. 곡식이나 풍요한 수확과 어울리려면, 그것은 꽃이 아니라 과실이어야 한다. '오곡백화'가 아니라 '오곡백과'라는 소리다. 이때의 '오곡'은 좁게는 쌀·보리·조·기장·콩을 말하고, 넓게는 모든 곡식을 이르다. 또 '백과'는 100가지 과일, 즉 갖가지 과실을 뜻한다. 백약(百藥)이나 백성(百姓) 등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말에서 백(百)은 숫자 100을 뜻하기도 하지만, "온갖 것"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결론적으로 가을의 풍성함을 얘기할 때는 "온갖 곡식과 과실"을 뜻하는 '오곡백과'라고 해야지 '오곡백화'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실 가을에 피는 꽃은 그다지 많지도 않다.  <한국어문기자협회 제공>

      2010.06.04 17:56

    • 생활

      [우리말 산책]오곡백화가 피면 배곯는다

      결실의 계절 가을이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꼭 하는 얘기가 있어.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다”거나 “가을 들녘에선 오곡백화가 익어가고 있다”라고 하는 소리 말이야. 그런데 ‘오곡백화’라 하면 말 그대로 “다섯 가지 곡식과 100가지 꽃”이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뜬금없이 웬 꽃이냐고? 물론 식용으로 쓰이는 꽃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겨우내 배를 채우기는 좀 곤란하지 않겠어? 게다가 지금이야 식용 꽃이 많지만, 예전에는 몇 가지 되지 않았어. 또 배를 채우는 용도보다는 어떤 음식을 장식하는 일에 더 많이 이용됐지. 누구나 한번쯤 먹어 봤음직한 진달래꽃 역시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었잖아. 그렇지? 따라서 꽃은 보기에는 좋지만, 가을의 풍요한 수확을 나타내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 말이야. 눈이 즐겁다고 배까지 부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결국 ‘오곡백화’에서 ‘오곡’과 ‘백화’는 짝을 잘못 이룬 말이야. 곡식은 풍요로운 수확과 어울릴 수 있지만, 꽃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지. 가을의 풍요함을 나타내려면 꽃이 아니라 과실이어야 해. ‘오곡백화’가 아니라 ‘오곡백과’라는 소리지. 이때의 ‘오곡’은 좁게는 쌀·보리·조·기장·콩을 말하고, 넓게는 모든 곡식을 일러. 또 ‘백과’는 100가지 과일, 즉 갖가지 과실을 뜻해. ‘백약이 무효다’라고 할 때 ‘백약’이 ‘100가지의 약’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모든 약’을 뜻하듯이 말이야. 결론적으로 가을의 풍성함을 얘기할 때는 “온갖 곡식과 과실”을 뜻하는 ‘오곡백과’라고 해야지 ‘오곡백화’라 해서는 안 돼. 그리고 사실 가을에 피는 꽃은 그다지 많지도 않아.

      2008.08.28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