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당 새 원내대표, 초선들 손에 달렸다ㆍ68명 대부분 계파 없는 부동표… 당·정·청 소통 능력에 표심 갈릴 듯 “2강 1중.”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당선인이 본 원내대표 구도다. 이 중진은 “2강 중 누가 원내대표가 될지 정말 모르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선거는 5월 7일 실시된다. 민주당 당선인 163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이 선거에는 기호 1번 김태년 후보와 기호 2번 전해철 후보, 기호 3번 정성호 후보가 맞붙었다. 김태년 후보 / 전해철 후보 / 정성호 후보 구도는 지난해 5월 선거와 똑같은 3파전이다. 지난해에는 친문(親文) 이해찬계의 김태년 후보와 비주류의 노웅래 후보, 친문 ‘부엉이모임’에서 밀었던 이인영 후보가 출마했다. 결선투표를 거친 끝에 이 원내대표가 당선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주류에서 노 후보 대신 정 후보가 나섰고, 부엉이모임의 핵심인 전해철 후보가 직접 선거에 뛰어들었다. ‘2019년 삼국지’에 이어 ‘2020년 삼국지’라는 드라마가 펼쳐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후보는 경기도에 지역구를 뒀다. 4월 총선에서 김 후보는 성남 수정구에서 4선, 전 후보는 안산 상록구갑에서 3선, 정 후보는 양주에서 4선 의원이 됐다. 각각 경기 동부와 남부, 북부의 대표주자가 나선 모양새다. 당내에서는 2강으로 분류되는 김태년 후보와 전해철 후보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를 놓고도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권파 김태년과 정권파 전해철 ‘2강’ 한 당선인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만큼 부동표가 많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초선 당선인이 무려 68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초선의 대부분은 당내 계파 역학 관계에 들어가 있지 않다. 또한 이런 역학관계 안에서 움직이는 ‘여의도 정치의 문법’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 이 당선인은 “보통 원내대표 후보의 캠프에서 동그라미와 세모로 의원들의 표를 분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셈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때문에 후보의 정견발표를 듣고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초선들의 표심은 누가 당·정·청 소통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쏠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과를 거뒀고,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4월에 껑충 뛰어올랐다. 초선 당선자들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문 정부의 국정지지도 상승이 큰 도움이 됐다. 때문에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후보가 초선 당선인에게서 표를 많이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 후보는 출마선언문을 통해 당·정·청 협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 후보의 경우 ‘신뢰를 기반으로 청와대와 소통’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전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3철(전해철·이호철·양정철)’ 중의 한 명이다. 20대 국회에서 전 의원은 중진급 재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전 후보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문 대통령과 매우 가까운 관계’가 오히려 의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태년 후보 역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친문 의원이다. 이해찬 직계로 분류되는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개월 동안 여당 정책위 의장을 맡았다. 때문에 당내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김 후보가 청와대와 밀접한 소통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후보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19대 국회 때 정치쇄신특위 민주당 간사로, 선거구 획정 협상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당권파’인 김 후보와 ‘정권파’인 전 후보가 맞붙은 형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두 후보는 ‘친문 중 누가 더 친문이냐’라는 친문 논쟁은 피해가고 있다. 코로나 정국에서 국난 극복이 최대 화두가 된 만큼, 친문 논쟁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역풍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 후보 모두 이낙연 전 총리에 지원 요청 다른 한 당선인은 “초선들의 경우 이미 자신이 어떤 경로를 통해 공천을 받게 됐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연고에 따라 후보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보 영입과 공천 과정에서 이해찬 직계인 윤호중 사무총장과 친문 직계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최재성 의원이 큰 역할을 했다. 김태년·전해철 후보와 가까운 인물들이 초선 당선인들과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 한 인사는 “초선들도 이미 그룹이 있고, 계파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한 후보의 표가 판세를 뒤집기도 했다. 만약 1차 투표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게 되면 3위 후보를 지지했던 표의 향방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2강 1중’에서 ‘1중’에 속하는 비주류의 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결정될지 여부가 하나의 분수령이 된다. 전 후보의 승리를 점치는 한 인사는 “초선 의원들의 표심 전쟁에서는 전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한 인사는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비주류의 표는 전 후보보다 김 후보에게 더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당내의 최대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더미래(더좋은미래)의 선택을 주목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들 모임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민평련의 이인영 후보가 출마했다. 더미래에서는 박완주 의원(3선 당선인)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결국 출마하지 않았다. 이들 모임과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은 “모임에 속한 개인 의원의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번 선거가 민감한 만큼 모임 이름으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대선주자 1위를 굳힌 이낙연 전 총리와의 관계 설정도 각 후보에게는 중요해졌다. 세 후보는 이미 각각 이 전 총리를 만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7일 당선되는 민주당 원내대표는 180석의 슈퍼 여당을 이끄는 원내 사령탑에 오른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당한 후 신임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21대 국회 원 구성에 나서게 된다. 원내대표를 뽑는 기준으로 당·정·청과의 협력 능력도 있지만, 야당과의 협상력도 있다. 김상일 시사평론가는 “180석의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소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야당을 어떻게 설득해 협상으로 이끄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모두 출마선언문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강조했다. 전해철 후보는 현재 예결위 민주당 간사로 야당과 협상 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협상에서 김재원 예결특위 위원장(통합당)을 상대로 무난하게 협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방점을 찍었다. 김태년 후보는 야당 시절 정개특위 간사와 예결위 간사로 활약했다. 김 후보 측은 “협치는 협상이 잘 되었을 때의 결과물”이라면서 “김 후보는 당내에서 협상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정성호 후보는 야당 시절 전병헌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 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당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윤상현 수석부대표와 굵직굵직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정 후보는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야당 시절 원내 수석으로 협상을 해봤던 만큼 협상에 관한 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2020.05.04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