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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칼럼]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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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칼럼]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

      의대 증원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이 지속될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한수빈 기자 2024년 2월 시작한 의료대란이 2025년 새해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이제 슬슬 그 영향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당분간 신규 의사는 기존의 10분의 1로, 신규 전문의는 5분의 1 이하로 급감할 것이다. 모든 의료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내가 몸담은 장기이식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장기기증을 한 뇌사자는 397명이다. 2011년 이후 처음 400명 이하로 내려갔다. 2022년 코로나19 창궐 때도 405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했다. 2024년 장기이식은 코로나19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한 것이 1355건이니 뇌사자 1명이 3.3명의 환자에게 장기이식을 한 셈이다. 2023년은 코로나19 유행에서 벗어나 장기기증이 다시 활성화되던 해로 483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2024년의 의료대란만 없었다면 약 100명의 뇌사자가 더 장기기증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약 330명이 새로운 삶을 찾았을 것이다. 공든 탑 무너지는 장기이식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장기기증을 희망했고, 각막이식으로 이어지자 이듬해 장기기증 건수가 증가했다. 2017년 뇌사자의 아버지가 아들의 장기를 기증했더니 ‘장기는 적출하고 시신은 아버지가 알아서 가져가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나오자, 2017년 515건이었던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2018년 449건으로 급감했다. 이후 한국장기기증원(KODA)과 이식학회 등이 인식 개선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으나 급감하는 추세만 늦추었을 뿐이다. 다행히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는 2023년 483명으로 다시 올랐으나 지난해 의료대란으로 장기기증 건수는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대표적인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 사례다. 미끄러운 비탈길 논증은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이 연속적인 과정을 거쳐 결국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의료대란이 해결되더라도 예전만큼의 장기기증과 장기이식 수술 활성화는 단기간에는 이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어려움은 작년 겨울 한국장기기증원에서 하는 모임에서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장기기증원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대학병원에서 ‘잠재 뇌사자’ 발굴과 기증이 특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심각한 뇌 손상이나 뇌병변이 의심돼 잠재 뇌사자로 판단되면 병원은 한국장기기증원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뇌사 판정을 받고 유족이 장기기증 의사를 보이면 그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한 뒤, 장기기증 수술 전까지 뇌사자를 관리한다. 이렇듯 장기기증 수술을 하기까지는 많은 인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진 듯한데, 그것이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대학병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분야는 장기이식 분야만이 아닐 것이다. 응급의료 체계 또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응급실은 의사 부족과 배후진료 역량의 부재로 환자들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증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곳이 없어 적기를 놓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방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대거 이탈하면서 응급실 폐쇄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한 지역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아야 하는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부산대병원 본원의 경우 종양내과 의료진의 사직으로 암 환자의 진료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에 따른 생존율 감소가 우려된다. 대다수의 대학병원에서는 항암 치료 일정이 연기되거나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2024년의 초과 사망률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과 사망은 위기가 없었을 때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선 수치를 말한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시기에도 초과 사망률의 증가는 미미했으니, 2024년의 의료대란은 전무후무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의료대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또 해결되더라도 이제 과거와 같은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의사와 정부 사이의 불신은 돌이킬 수 없고, 내가 몸담은 장기이식과 같은 필수의료에 투신하려는 의사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다. 장기이식, 북유럽식 제도 고려해볼 만 한국의 장기이식 시스템은 미국과 유사하다. 장기이식을 하는 모든 병원이 각자 대기자를 등록하고 경쟁적으로 이식수술을 시행한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2019년에는 전국에 신장이식을 하는 의료기관이 80여개나 됐다.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이 제대로 나타나려면, 장기이식을 하는 병원이 경쟁해 우수한 병원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병원은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장기이식을 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버린 전공의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아 유입도 줄어든다면 이런 시스템은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영국이나 북유럽식의 장기이식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간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에딘버러에 있는 ‘로열 인퍼머리’에 가야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모든 장기이식을 오슬로대학병원에서만 한다. 오슬로대학병원에서 복부 장기이식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는 1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도 장기이식에 참여하는 의사들이 줄어든다면, 모든 병원에 장기이식을 하는 외과 의사 및 기자재를 분산할 것이 아니라 거점병원을 지정하고, 그곳으로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미 외상센터들이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만일 필수의료 분야에서 이런 식으로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적은 인원으로 더 효율적인 의료체계가 수립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필요한 것이었나.

      최병현 양산부산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2025.01.24 15:00

    • [메디칼럼](42) 의대 교수란 직함이 부끄럽고 웃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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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칼럼](42) 의대 교수란 직함이 부끄럽고 웃프다

      지난 10월 3일 의과대학 교수들이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문재원 기자 나는 국립대학병원 의과대학의 교수다. 그런데 이 직함이 부끄럽다. 최근의 의·정 갈등하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의대 교수의 역할은 교육, 연구, 진료로 구분된다. 나는 진료영역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탁월한 진료, 새로운 치료 방법, 더 자세히 말하면 나는 외과의사니까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그래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고,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교육은 가장 뒷전이었다. 뛰어난 과학적 역량을 갖춘 교수님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그 생각은 깊어졌다. 나는 그들처럼 교과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기존의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읽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실기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것 배워 의과대학생 교육에 관한 생각이 바뀐 것은 학생들을 만나 가르칠 기회가 늘어나면서부터였다. 지금처럼 의과대학에 들어오기 힘들 때라면, 나는 아마 의과대학에 입학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뛰어난 학생들을 만나 그들과 대화하고, 가르치고, 평가하면서 나도 교육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의대생일 때는 존재하지 않던 의학교육학교실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을 한 명의 훌륭한 의사로 만들기 위해 늘 새로운 커리큘럼과 교수법을 연구했다. 나도 실기평가위원회의 위원으로 실기 문제를 내보고 국가고시의 실기평가에 직접 참여해보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진단이 끝난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에 오는 환자들은 자신의 병명을 알고 있고, 치료 방법도 결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의대생들은 의사면허를 따고 일반의가 돼야 하므로 그야말로 의학의 모든 부분에 대해 얕지만 넓은 이해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학생들에게 맞는 실기평가 문제를 내는 데는 전문적인 대학병원 교수들이 오히려 부적합하다. 배가 아픈 환자가 왔다고 생각하고 문제를 만들 때 외과의사들의 머릿속에는 복강 내 무슨 암이나, 복막염처럼 수술이 필요한 외과 질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배가 아픈 원인은 심장이나 폐의 문제일 수도, 신경질환일 수도, 중금속 중독일 수도, 심지어는 정신과적 문제일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모든 질병을 생각한 뒤 하나하나 배제해가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적절하고 다양한 질문을 하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신체 진찰을 하고, 환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며 정확한 의학적 지식으로 적절한 진단 방법과 치료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실기 문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고 전문적인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 신체 진찰에 대한 반응을 교육해야 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과의 여러 교수와 같이 토의해보면서 내가 배운 것이 오히려 많았다. 의사국가고시에 실습시험이라는 것이 없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과 자본이 들어간다. 이 실습시험은 환자를 문진하고 신체 진찰을 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일반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술기를 다루는 시험도 있다. 작년에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의 채점위원으로 참여했다.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의과대학생들이 실기시험을 받으러 왔다. 나는 수혈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평가했다. 환자에게 인사하고, 적절하게 소독하고, 혈관을 찾아 (혈관 모델이 있다) 수혈하고, 수혈 부작용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학교에서 미리 연습을 다 잘해서 그런지 못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 실기시험이 의사국가고시에 포함된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고 느꼈다. 예전에는 의과대학 3~4학년이 되면 응급실에서 인턴을 하는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바로 환자들에게 필요한 시술을 했다. 비록 그리 위험하지 않은 시술이지만 만들어진 모델이나 동물에게라도 실습 한번 해보지 않고 환자들에게 바로 시술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의료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게 실제 일어나기도 했다 의대생 휴학 막는 등 법치주의 실종 의과대학은 한 학기에 수십 과목을 수학하고,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1년을 통째로 쉬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본과 1학년 2학기에 생화학에서 낙제를 받으면, 다음 해 1학기까지 쉬고 2학기에 아래 학년 학생들과 다시 수업을 들은 뒤 이를 통과해야 한다. 의대의 이러한 전통은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학문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과목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한 과목도 허투루 배울 수 없다는 정신 때문이기도 하다. 친한 내 친구들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인지 유급을 많이 당했다. 예과 1학년 때 친하게 지내던 6명의 그룹이 있었는데, 본과 4학년이 돼보니 나 혼자 살아남았다. 유급당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처절하기도 하고, 때로는 웃기기도 했다. 어느 교수님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F 학점을 받은 학생이 칼을 들고 연구실에 찾아와서는 교수님이 F 학점을 취소시켜주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 자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자네 같은 학생이 의사가 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하는 것 보다 지금 내 앞에서 죽는 게 낫네”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가 모두 웃으면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느 정도 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교수라면 1년을 쉰 학생을 다음 학기로 진급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 몫을 하는 의사가 될 때까지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하는 것이 할 일이고, 그것이 의학교육의 본질일 것이다. 그런데 의대생들의 휴학을 막고, 6년 과정을 5년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교육부와 정부의 역할이며 그들의 본질일까. 애초에 학생이 휴학한다는 것을 막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가. 사직은 헌법상의 권리가 아닌가. 이 나라는 법치주의가 지켜지고 있는가. 나는 교수라는 직함이 부끄럽고, 웃기고, 서글프다.

      최병현 양산부산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2024.10.11 16:00

    • 추경호 “2025년 의대정원 재조정 어렵다···2026년은 논의 가능”

      정치

      추경호 “2025년 의대정원 재조정 어렵다···2026년은 논의 가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9월 10일 “정부는 정부대로, 당은 당대로 의료계와 여러 형태의 접촉과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2026년 의대 증원 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가 가능하다”며 “들어오기 전에 자꾸 조건을 걸면 대화 자체가 안 되지 않겠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테니 들어와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답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 단체가 있는지 묻자 “아직 섣불리 이야기하기 이른 단계”라며 “단체별로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의료계가 ‘2025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에는 “어제(9월 9일)부터 수시 접수가 시작됐다. (이를 바꾸면)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 대혼란이 일어난다”며 “그래서 2025년 정원 재조정 문제는 현재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요구에 관해서는 “지금은 여야의정 협의체 등을 통해 현실적 의료 개혁 방안을 논의할 단계이지, 사과나 책임, 그에 따른 인사 조치를 거론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집단 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 신상을 공개한 ‘의사 블랙리스트’를 두고 “정부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추 원내대표는 “최근 응급 의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을 사실상 협박하는 범죄 행태를 용납해선 안 된다”며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조리돌림하고 악의적으로 진료를 방해하는 불법적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4.09.10 10:27

    • 2026년도 의대정원 재논의하나···대통령실도 가능성 내비쳐

      사회

      2026년도 의대정원 재논의하나···대통령실도 가능성 내비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9월 6일 ‘의료계의 합리적 안 제시’를 전제로 “2026년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2026년 정원은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논의가 가능하다고 저희가 일관되게 말씀드려왔다”면서 “의료계에서 정부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의료인력 수급 추계 조정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고, 시스템을 활용하고 의료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논의 구조도 만들겠다”며 “정부는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할 테니 의료계도 논의에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의대증원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YTN 뉴스에 출연해 “여야의정 협의체가 구성되고, 여기에 의료계 대표가 나와서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저희가 제안한 2천명이란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합리적 안을 가져오면 논의한다는 방침”이라며 “특히 집단행동으로 의료계에서 이탈한 전공의,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이 협의체에 들어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출범하기로 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조정 논의기구와 여야의정 협의체를 서로 연계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하자”고 야당과 의료계에 제안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월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계 예방에 앞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의대 증원 문제로 장기간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응급 의료 불안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현장의 진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 개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협의하고,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증원 규모를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합리적 대안을 찾자는 것이니, 여러 의견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협의체 구성 제안이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됐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2024.09.06 14:24

    • [주간 舌전] 의대생 늘린다고 소아과 하겠나

      정치 주간 舌전

      [주간 舌전] 의대생 늘린다고 소아과 하겠나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연합뉴스 “의대생 늘린다고 소아과 가겠는가.”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지난 6월 19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 병원장은 “현재 의료계는 벌집이 터졌고, 전문의는 더 이상 배출되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며 “의사 교육은 강의식이 아닌 선후배 간 일 대 일 도제식으로 이뤄져 함부로 많은 수를 양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 전과 비교해 소아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3배 늘었고, 신생아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작 부모들은 병원이 없어 ‘오픈런’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생을 200만명 늘린다고 해서 소아과를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해당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료계는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에 집단 휴진으로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난 6월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책무가 있는 만큼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지역·필수 의료를 바로 세우고, 의료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의료개혁에 흔들림 없이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절차가 최종 마무리됐는데도 일부 의대 교수들의 집단휴진이 있었고, 오늘은 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진료 거부가 진행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2024.06.24 06:00

    • [렌즈로 본 세상] ‘의대 찬스?’···막 오른 입시 경쟁

      사회 렌즈로 본 세상

      [렌즈로 본 세상] ‘의대 찬스?’···막 오른 입시 경쟁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6월 모의평가가 끝나고, 사교육업체들의 입시설명회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6월 6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한 대형 입시학원이 주최한 입시설명회가 열려 학부모와 수험생으로 북적였다. 모의평가가 끝난 뒤 이틀 만에 열린 첫 입시설명회였다. “의대 모집 정원이 1500명가량 확대돼 재수생들의 대거 유입이 예상되는 첫해다. ‘킬러문항’ 배제 후 치러지는 두 번째 해로 수험생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 전문 강사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학부모와 수험생의 눈은 번쩍였다. 지난해와 달라진 내용을 설명하는 입시자료가 대형 화면에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연신 사진을 찍었다. 벌을 서듯 양팔을 높이 치켜든 참석자들의 몸짓에서 합격을 열망하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올해는 의대 정원 증원과 무전공 선발 확대 등으로 입시 변수가 많다. 치열한 입시 경쟁의 막이 올랐다.

      정지윤 기자 2024.06.18 06:00

    • ‘의대 증원’ 정부의 뒷걸음질, 출구 찾을까

      사회

      의대 증원’ 정부의 뒷걸음질, 출구 찾을까

      정부 한 발 물러났지만 의료계 ‘싸늘’…언제 불의의 사고 터질지 불안 지난 4월 11일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한 의료계 종사자가 지친 모습으로 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의·정 갈등이 중대 기로를 지나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일부 조정하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총선 이후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4월 19일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 피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증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시한 연 2000명에서 많게는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두 달만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갈등 상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일보 후퇴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사 단체는 줄곧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연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산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획을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총선 이후, 사회적 협의를 해보자는 정부와 야당의 제안에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요구하며 일축했다. 의료 현장이 언제쯤 정상화될 지도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최대 피해자는 의료 공백에 노출된 환자, 시민들이다. 현장에서는 각 주체가 초기보다 혼란에 적응하는 기미도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전공의가 떠난 후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병원은 병원대로 외래 진료와 수술이 줄어들면서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 간호사, 일반 직원들에게 무급휴가·희망퇴직 등 고통이 전가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양측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의정 갈등 쟁점과 현 상황을 짚어봤다. 양쪽 모두 소환한 아산병원 사망 사건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간극은 한자리에 앉을 수도 없을 만큼 커 보인다. 그렇다고 공통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의외로 문제의식의 출발점은 비슷한 면이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4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2022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사망한 사건을 언급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 현상을 강조하면서 의사 수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변하는 과정이었다. 그보다 20일 앞선 3월 18일에는 방재승 당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의 정책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이야기했다. 동일 사례를 언급하면서 전혀 상반된 논리를 전개한 것이다. 2022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환자를 옮겼지만 끝내 사망했다. 병상 2700여개로 한국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단 2명뿐이었다. 1명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조차 수술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부도 이 지점에 방점을 찍었다. 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니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같은 사건을 놓고 의사 단체는 다르게 진단한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당시 쓰러진 간호사의 뇌혈관에 관을 주입해 출혈을 멈추는, 수술이 아닌 시술 치료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환자의 상태가 차도를 보이지 않아 수술이 필요했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 2명은 서울아산병원에 없었다. 왜 최상의 의료진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수술은 할 수 없었을까. 수술 자체가 고난도였기에 배운 사람도, 배우려는 사람도 적었기 때문이다. 시술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가능한 처치는 두개골을 열어 터진 혈관을 클립으로 묶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한때는 수년을 들여 이 수술법을 배우려는 의사도 많았지만, 더욱 간단한 시술법이 등장하면서 이를 익히는 의사가 많아졌다. 수술법을 익히는 시간과 노력(투자) 대비 보상이 적은 것이 원인이다. 뇌동맥류 결찰술이라 불리는 이 수술의 의료수가만 봐도 그렇다. 2022년 기준 이 수술의 건강보험 수가는 한국이 250만원, 일본이 1100만원이었다. 호주 540만원, 미국 480만원과 비교해도 적다. 병원 입장에서는 돈은 안 되고 시간은 오래 걸리는 수술보다 간단한 시술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두 방식 중 어느 쪽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면 환자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향성이 의료진 인력 배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히 따져보기 어렵다. 다만 이런 질병을 다루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의료기관별로 얼마나 진출했는지는 살필 수 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신경외과 전문의는 2388명에서 2659명으로 11%(271명) 증가했다. 의료기관 유형별 증감률을 보면 의원에서 일하는 전문의가 29.7%(138명)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요양병원 전문의가 29.6%(42명)로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종합병원도 23.5%(145명)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상급종합병원(3.6%·15명)과 병원(-3.9%·27명 감소)은 증가율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3차 의료기관에 남는 의사들보다 개원하거나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인력이 많았다는 얘기다. 지난 4월 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의사 단체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명이 달린 분야에 필요한 의사가 부족하다고 본다. 곧 인력의 배분이 문제라는 얘기다. 한국의 의료는 민간에 맡겨져 있기에,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의료진)들이 스스로 움직일 유인이 필요하다. 필수의료 영역을 떠나는 의사들을 잡아둘 보상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증원보다 중요한 선결과제라는 것이다. 수가를 높이면 건강보험 부담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의사들의 주장에도 설득력은 있다. 정부는 일단 의사 수를 늘리면 인력난으로 붕괴해 가는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으로도 의사들이 흘러갈 것이라 본다. 일종의 낙수효과다. 그러나 보상체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의료진의 필수의료 영역 이탈은 계속될 수 있다. 보상체계를 바로 세워도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4대 개혁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대책은 마련해뒀다. 보상체계 강화를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지역 의대에서 지역 출신 학생을 의무적으로 선발하는 비율을 높이는 한편, 일정기간 지역 근무를 전제로 장학금·수련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의사 단체는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 목표는 뚜렷한 데 반해 보상체계 강화·지역 의료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나백주 을지대 의대 교수는 “교육 여건을 갖춰 (연간) 의사 2000명을 더 양성한다고 해도 지역과 필수의료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수가를 올리면 된다지만, 수가를 올려봐야 대도시로 몰리는 현상을 완화할 수 없다. 지역의 환자들도 수도권으로 몰리는데 수가만으로는 답이 없다. 건강보험만으로 한다는 건 유효하지 않고 결국 재정을 써 공공병원 등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사태 장기화, 최대 피해자는 환자 의사 단체가 내세우는 논리의 정합성과는 별개로, 이들의 속내는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의대 증원이 논의될 때마다 의사들은 ‘업무중단’이라는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논의를 중단시켰다. 인력의 배분 문제 등을 다루는 추가적인 논의로 나아가지도 못했다.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이들의 우려가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 사이 전국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30년 전인 김영삼 정부(당시 정원 3260명) 때보다 줄었다. 정부가 내놓은 증원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의사의 절대 수가 부족하다는 공감대는 넓게 형성됐다. 앞선 3건의 선행연구는 모두 2035년에 국내 의사 수가 1만명가량 부족해진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각 대학들이 증원 규모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면서 한 발 물러섰다. 한덕수 총리는 4월 19일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금년에 의대 정원이 확대된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했다. 모집 인원은 이달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32개 대학 모두가 증원된 인원의 최소치인 50%씩만 선발할 경우 내년도 의대 정원은 1000명만 늘어난 4058명이 된다. 동시에 정부는 의사 단체가 대화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단일안을 제시하면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며 “오늘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날 정부 발표에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의사 단체의 대화 거부는 의사들의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여지가 있다. ‘거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을 내걸었다.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하다 의사들의 반대로 무위에 그친 정책으로 지역 내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내용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언제 불의의 인명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장은 전공의 공백에 적응한 모습도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둘째 주 기준으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일평균 6.3건이었다. 집단행동 초기인 2월 중순, 미리 잡힌 수술과 진료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일평균 45.4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된 것에 비하면 신고 건수가 줄었다. 3월 셋째 주의 13건보다 적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두 달 전에 입원, 항암치료, 수술이 연기됐던 환자들이 더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때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했기에 인내하면서 버티고 있다. 병원은 병원대로 인력이 줄었지만 신규 환자도 줄면서 아직은 여력이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사각지대에서 환자의 상태가 악화하거나 생명을 위협받는 사고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계가 임박했다. 전공의 공백에 서울대 의대 교수의 41%는 주 8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교수가 86.4%에 달했다. 외래와 입원 환자 모두 줄어든 병원은 경영 적자를 무급휴가, 희망퇴직 등으로 다른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나백주 교수는 “어쨌든 돌아가고는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정부와 의사 단체 모두 대화할 의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환자들만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2024.04.22 06:00

    • [메디칼럼](35)의대 증원 여론몰이의 의도

      건강 메디칼럼

      [메디칼럼](35)의대 증원 여론몰이의 의도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복도에서 관계자가 의협의 주장이 담긴 벽보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의대 정원 확대 이슈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에 대해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백년지대계인 교육과 더불어 백년 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역의료, 필수의료에 대한 담론과 공청회는 뒤로 한 채 총선을 위한 하나의 이슈 놀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의대 정원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고, 의료계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민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충분한 논의 과정과 철저한 계획을 세운 후에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의협을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학장들에게 원하는 의대 정원을 물어본 후 바로 언론에 발표했다. 의정 갈등만 부추기는 행위다. 공공의대, 의대 정원, 필수의료, 지역의료 등에 관련된 수많은 이익단체의 입장과 국민의 처지를 생각하는 시민단체 입장, 정부의 입장이 서로 다르다. 그렇기에 이러한 첨예한 사안을 토론할 때는 여러 번의 공청회와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참고해야 한다. 언론에서는 서울대 김모 교수가 주장하는 낙수효과에 대한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 교수가 얘기하는 낙수효과는 여러 면에서 허점이 많을 뿐 아니라 의사들의 인간적 본성을 간과하는 발언이다. 우선 의료서비스는 수요공급 원리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리면 그만큼 전 국민 의료비가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의사가 늘어난다고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지역의료를 담당하려 하겠는가. 고되고 의료사고 위험 높은 필수의료 대책 마련부터 의사 수를 적정하게 늘리자는 데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려면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의사 수만 늘리면 그 숫자는 고스란히 미용의료 등의 영역으로 빠지게 된다. 열심히 공부한 훌륭한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로 유인하는 정책이 없다면 이들은 당연히 돈을 따라서 의대 졸업과 동시에 돈을 꽤 많이 벌 수 있는 미용의료로 빠지고 만다. 그게 현실이다. 단순히 사명감 하나로 일하라는 건 너무나 열악한 의료현장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필수의료 분야는 특히 그렇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한 선배는 나한테 전화 너머로 얘기하기를 365일 중 364일을 병원에서 잔다고 했다. 집에서 잠을 자는 건 1년에 1번뿐이란다. 중간중간에 가족이 병원에 와서 잠깐 얼굴은 봤겠지만, 삶의 질을 놓고 봤을 때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노동 강도다. 이런 분들이 대우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렇게 힘들게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분들은 의료사고에 노출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은 의사가 고스란히 져야 한다. 물론 의사가 직접 한 의료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온전히 의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게 가혹한 현실이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들은 상호 부조를 통해 의사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과연 능력 있고 사명감 투철한 의사들로 하여금 필수의료로 향하게끔 만드는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정부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필수의료로 의사들을 가게 하려면 의료수가를 조정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놓고 벌이는 시소 놀이는 멈춰야 한다. 지금까지의 의료수가 조정은 여기서 울면 다른 곳에서 빼앗아 여기에 조금 주고, 빼앗긴 데서 울면 또 다른 데서 빼앗아 주는 식이었다. 악순환이었던 셈이다. 그러한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저렴한 의료수가를 방치해서는 필수의료 분야로 의사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MRI, CT 등에 의료비를 지원하는 선심성 정책은 과감히 버리고 소아, 중증환자, 취약계층 등을 진료하는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재원을 모아야 한다. 정치권은 표 놀음을 그만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라면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학생 때 의사는 종교인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배웠다. 지금까지 정말 그렇게 살았노라 자신할 순 없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업을 행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의사들은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매진할 준비가 된 굉장히 자각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또한 이러한 자성 있는 집단과 생각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현실은 그러나 두 집단의 간극이 너무도 크다. 수십 년에 걸친 상호 간의 신뢰 부족 때문이다. 의협, 범죄 연루 의사 현업 복귀 막는 등 자정노력 필요 의협에서도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다. 아프더라도 썩은 살은 도려내는 심정으로 의료계 조직의 위계와 사회적 책임감, 아주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을 위한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의료 집단이 종교인에 필적하는 도덕적 수준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한다면 모든 목소리는 공염불처럼 허공을 떠돌 수밖에 없다. 마약 의사, 성 관련 범죄 의사, 사무장 의사 등이 왜 다시 현업에 복귀하고 있는가? 내부 단속은커녕 부도덕한 몇 명 살리겠다고 엉뚱한 판단을 내리고 차일피일 책임을 미루면서 스텝이 꼬이니까 언론의 지탄, 국민의 뭇매를 맞고 이 지경에 이르고 만 것 아닐까. 향후 10년을 목표로 문제 의사는 영구적으로 퇴출하는 등 국민과 정부에 우리의 자정 의지를 꾸준히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서로 신뢰가 쌓이고, 의협도 결국에는 존경받을 수 있는 집단으로 재탄생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인재란 인재는 전부 의대로 쏠리고 있다. 그러한 인재들이 정말 필요한 곳으로 갈 수 있게끔 유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중국 관광객들이 물밀 듯이 밀어닥쳤을 때 정부는 이들의 단체비자 발급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준 바 있다. 돈이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의료계로 범위를 좁히면 미용성형, 피부시술 등을 위해 한국 병원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을 겨냥한 일종의 의료산업 진흥정책이었던 셈이다. 이런 산업적인 측면에 머물 게 아니라 정부가 정말로 국내 의료계의 발전을 원한다면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한국의 의료기술을 전 국민이 골고루 안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의료수가에 대한 전향적인 재고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의 발전 토대가 될 의과학자들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고, 발등에 떨어진 불 수준으로 위기감이 커진 필수의료 분야의 문제점도 차츰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병호 아이호성형외과 대표원장 2024.02.02 17:35

    • “지역 의무복무 등 제도적 변화 없인 의대생 늘려도 도루묵”

      사회 표지 이야기

      “지역 의무복무 등 제도적 변화 없인 의대생 늘려도 도루묵”

      지난 11월 21일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1월 21일 정부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의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까지 증원 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학년도에는 최소 2738명, 최대 3953명까지 수요가 집계됐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예상보다 큰 수요조사 결과에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삭발에 나섰고, 총파업을 언급하는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에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대학병원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파업을 벌였다. 당시 전공의 참여율이 80%에 육박했고, 의대생들은 의사고시 응시를 거부하는 등 의료현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결국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 및 증원 추진을 중단했다. 이번에는 의대 증원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아 파업의 동력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대란’ 등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인력난으로 발생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론의 공감을 얻고 있어서다. 지난 11월 21일 보건의료노조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7%가 의료 취약지역과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의사를 충원하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총증원 규모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이관하고,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논리를 넘어선 정책 필요 일각에서는 증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필수의료, 지역의료로 인력이 충원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그러나 증원만으로는 수도권·인기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더 강화된다고 우려한다.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낙수효과’라는 시장논리에서 벗어나 왜곡된 의료계 시스템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는 “개인적으로 의사 수요-공급과 관련해 절대 숫자와는 상관없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과 중증외상 분야를 중심으로 소위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분야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문제를 푸는 여러 가지 정책 옵션 중에 증원이 있지만 만능의 키는 아니다”라며 “숫자를 늘리더라도 지역에 남아서 활동할 의사를 어떻게 붙잡아 둘 것인지, 필수의료에 활동할 의사 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정책 옵션이 맞물려서 패키지로 가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21일 보건의료노조가 의대정원 확대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의사 양성 및 배치의 권한을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 16일 국회에서는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사인력 증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이 아닌 ‘지역’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조건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기만 하면 대형병원 쏠림이 심해지고 2차 병원이 붕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의사 양성과 배치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상당 부분 권한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전국을 약 1500개의 소진료권으로 나눠 봤을 때 인구 1만명당 9개의 의원이 있는 지역부터 0.2개에 불과한 지역까지 그 격차가 굉장히 크다”라며 “시·도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배정하자는 것이며, 이는 다시 말해 의료생활권 중진료권당 의사 수 격차를 기준으로 정원을 배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유인 정책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의 정책을 개별 지원이 아닌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지역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수가 인상을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정부가 정신과 상담 수가를 올리니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있는 정신과 의사들이 개원의로 전환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 결과 조현병, 우울증 환자들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두고 고민해야지 어느 한 부분만 고치기 위한 개선책을 내놓으면 더 왜곡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공급체계를 개편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으로 수가를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 뇌혈관 센터, 심장센터, 소아센터 등 각 광역시도별로 센터가 몇 개 필요한지 그 지역의 인구와 환자 수를 바탕으로 지정을 하고 해당 센터에 수가를 올려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수가 인상이 공급 과잉이나 의사 부족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과 권한이 강화돼야 하고 중앙정부는 건강보험재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재원을 통해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대 신설 정부가 제시한 대로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해당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지역의료 현장에 남지 않으면 지역의료 소멸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지역에 특화된 공공의대를 개설해 지역 사회에서 1차의료 및 필수의료에 최적화된 의사 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 공공의대가 배출한 의료 인력은 지역의료 기관에서 일정 기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되다가 의협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지역보건의료 개발에 대한 전망과 의욕을 가질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체계 구축 방안이 의사 수 증원과 동시에 개발 제시돼야 한다”며 “단순히 국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의료체계를 개편한다고 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을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지금도 지역의 국립의대 및 미니 의대에 입학하는 상당수는 수도권 쪽에서 넘어오는 학생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교육체계가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지역의료를 접하게 하고 이를 통해 의사로서의 비전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가 지역별로 의료 부족이나 편중 문제 등을 중앙정부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의료 인력 양성, 교육체계, 배치까지 권한을 갖고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는 예산을 지원하고 지역의료 구축의 성과를 모니터링해 의대 정원 숫자를 조정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교 의과대학/ 연합뉴스 나 교수는 증원으로 배출된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없이 진행되는 현재의 논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의사 수 증원이 지역의료의 필요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의료산업, 대형병원 등 자본 좋은 쪽으로만 가는 건 아닌지 하는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립대를 중심으로 증원을 한다면서 지역의 의료 인프라인 공공병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 또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공공병원은 지역의 필수의료 제공과 취약계층 진료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하던 시기,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다른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고 코로나19 감염병 환자를 돌봤다. 그 결과 공공병원의 심각한 적자와 경영위기가 이어졌고, 이 경영위기는 앞으로 4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5년까지 예상되는 의료손실 규모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의료손실 누계액보다 크다. 정부는 그러나 손실보상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자료를 보면 정부는 내년도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의료기관 등 손실보상 예산에 지난해보다 98.2% 줄어든 126억1000만원을 편성했다. 나 교수는 “예컨대 진주의료원이 만들어지면 인근의 하동이나 남해, 산청 등의 의료취약지까지 보건소 등과 연계해 지원이 가능하다. 지역 국립대 병원에서 의료인력들을 양성해 배치한다고 해도 지역에서 일하려면 공공병원이 확충돼 있어야 하고 그래야 의무 복무도 연결이 될 수 있다”라며 “최근 울산의료원과 광주의료원 설립이 예비타당성조사 탈락으로 좌초됐다. 의사 수를 늘리면서 동시에 지역에서 배출된 의사들이 일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장치를 만들어줘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겠나. 지금 정부가 지역의료를 대하는 방식은 굉장히 모순되게 각각 따로 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라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 개편 고민 현재 의료 행위의 지급방식인 ‘행위별 수가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위별 수가제는 진찰, 검사, 처치 등 개별 의료 행위에 각각 수가를 매겨 건강보험에서 이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의료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저출생 등으로 사회구조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행위별 수가제’를 바탕으로 해서는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붕괴를 막기 어렵다고 본다. 윤석준 교수는 ‘대안적 지불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예를 들어 소아과에는 저출산 문제 등으로 의사들이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분야다. 현재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는 행위가 일어나야 수입이 발생하는 구조인데 저출산 상황에서는 당연히 소아과의 행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대안적 지불제도라고 하는데, 어떤 지역에 의사가 존재함으로써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일어날 수 있는 이런 형태의 대안적 지불제도와 정책 옵션이 맞물려야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필수의료에 ‘버스 준공영제’ 같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행은 민간 업체에 맡기지만, 노선 운영 등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져 적자 노선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 11월 29일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한병원협회 KHC 2023’(KOREA HEALTH CONGRESS 2023) 학술대회에서 “필수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버스에 도입한 준공영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필수의료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로 정의한다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불 방식을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에서 대가를 사전에 지급하는 ‘소방서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운영비 전체를 사전에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지불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다. 그 결과 수익성에 대한 병원의 집착을 줄일 수 있고, 수익성이 낮은 진료과를 유지하면서 지역의료기관의 도산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몰리는 의료전달체계 문제, 실손보험 과다 청구를 초래하는 비급여 의료 수요의 폭증 등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의사들의 수입 격차가 벌어져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현재 의료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윤 교수는 의료시스템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국민의 동의를 받아 실손보험제도 개편, 병상 공급 규제 등의 문제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다. 지금 개편한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문제들인 만큼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이야말로 의료시스템 개편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첫째, 상황이 나빠졌다. 둘째, 그 나빠진 상황 때문에 국민의 관심과 정책 변화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 셋째, 보궐선거 참패이든 무슨 이유가 됐든 현 정부가 어쨌든 의사 숫자를 늘리고 의료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라며 “지금 정책의 창이 열려 있는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의대증원

      박송이 기자 2023.12.01 16:40

    • 사회 표지 이야기

      의대 쏠림 심해질라…“대입 개편 병행해야”

      ㆍ500명 확대되면 의대 5~6곳 신설 효과 ㆍ지역·계층 교육격차 심화 막을 대안 필요 2023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한 수험생이 자신의 수험표와 고사장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검토에 나선 가운데 교육계에선 가뜩이나 심각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망대로 최대 500명가량 정원이 확대될 경우 의대 5~6곳이 신설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학과 등 인재 양성이 필요한 이공계 학과들의 학생 이탈은 물론 사교육 수요 증가, 공교육 붕괴 가속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낳게 될 전망이다. 의대 입시의 경우 최근 4년간 정시 합격생 5명 중 1명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나왔다. 의대 쏠림이 심화되면 지역 간, 계층 간 교육격차 역시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계에선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입 정시 비중 축소, 수능평가 방식 변경 등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위권 학생들, 의대 입시에 ‘올인’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2020년 기준 의사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이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2020년 근로자 평균 연봉은 3828만원이다. 의사의 수입이 일반 노동자 대비 6배 이상 높다. 한번 의사가 되면 개원을 하든 월급을 받고 일하든 평생 직업이 보장된다. 높은 수입과 사회적 지위, 안정된 처우 등은 의사를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만들었다. 의대로 학생들이 몰리면서 입시 경쟁도 의대를 중심으로 개편된 지 오래다. 사교육 시장에선 ‘영어 유치원-사립 초등학교-특목중·고-의대’ 순으로 이어지는 ‘의대 코스’가 프로그램처럼 운영된다. 모 학원에서는 특정 고등학교 학생들만을 위한 의대 입시 심화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강남 대치동 학원가와 입시 열기가 높은 일부 지방 학원가에서는 최근 초등학생을 위한 의대 입시반이 생겼다. 과학고 등 영재고에서는 학생 이탈을 막고자 의대 진학 시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의대 입시 열기는 꺾이지 않는다. 최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경우 입학 직후 휴학을 하거나 재학 중 의대 시험을 치러 합격한 후 자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교육계는 추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보면 일명 ‘SKY(서울·고려·연세)’ 대학에서 재학 중 학업을 포기하는 ‘중도탈락률’이 최근 5년 새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연세대는 2018년 444명이던 중도탈락 학생이 지난해 700명으로 1.57배 늘었다. 주목할 점은 중도탈락 사유 중 ‘자퇴’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미복학’으로 인한 탈락은 48명에서 28명으로, ‘학사경고’에 따른 탈락은 104명에서 75명으로 줄었지만, 자퇴는 260명에서 560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고려대와 서울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려대는 같은 기간 중도탈락 학생이 518명에서 866명으로 1.77배, 서울대는 234명에서 405명으로 1.73배씩 각각 늘었다. 카이스트는 최근 6년간 591명의 학생이 중도탈락했는데, 이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73명(46.2%)이 의·치학 계열 대학으로 진학한 것으로 학교 측은 파악했다. 입학 직후 휴학하는 서울대 신입생 숫자 역시 크게 늘었다. 다른 사립대가 1학년 1학기 휴학을 금지하는 데 반해 서울대는 신입생도 곧장 휴학이 가능하다. 서울대가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집계 자료를 보면 2018년 65명이던 신입생 휴학생은 지난해 225명으로 3.5배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휴학생 중 의대 진입이 어려운 문과 비중도 상당히 되는 점을 감안하면 학점관리나 기타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휴학이 느는 것이지, 의대 진학이 이유라고만 볼 순 없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의 한 사립대학 교수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업을 포기할 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도탈락이나 휴학생 상당수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도체학과 등 이공계 첨단학과조차 여러 번 신입생 추가모집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오히려 최상위권 학생들의 분산보다 집중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의대 준비를 안 하던 학생까지 가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체육관에서 열린 대형 사립학원의 입시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 박민규 기자 “교육격차 심화 우려, 대입제도 개선을” 의대 쏠림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정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대입제도 개편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교육 없이 의대에 입학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상대적으로 사교육에 더 큰 비용을 들일 수 있는 계층에서 의대 입학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2019~2022년 전국 의대 정시 입학생 출신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수도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출신 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의 강남 3구 학생 비중은 전체 정시 입학생의 22%로, 5명 중 1명꼴을 차지했다.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의 경우 통상 재수생과 사교육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최근 2~3년 사이 의대 입시에 특화된 전문 사교육이 등장하면서 강남의 특정 학원이 의대 입시를 아예 석권하다시피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 집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39개 의대 정시 입시 합격생(941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470명(49.9%)이 이 학원에서 나왔다. 한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누가 어느 의대에 갈지 이미 이 학원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결정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장승진 사걱세 정책위원은 “의대 입시가 이미 특정 계층의 전유물처럼 변질된 현실을 고려해 정시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학생들 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입시제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며 “강남권의 ‘원정교육’ 대상이 된 지역인재 선발제도의 개선을 비롯해 수능평가 제도 개편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2023.06.02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