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트럼프, 연준 의장에 “실패자”라며 금리 인하 압박... 압박하는 성격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18일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할...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2025.04.22 07:26
국제
트럼프, 연준 의장에 “실패자”라며 금리 인하 압박... 압박하는 성격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18일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할...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2025.04.22 07:26
국제
트럼프, 금리 안 내리는 파월 의장 ‘해고’ 협박... 워시를 후임자로 임명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시는 파월 의장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내년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파월 의장을...
이영경 기자 2025.04.18 15:48
사회
‘의장단 선거’에 선물 돌린 경남도의회 의장·부의장 송치... 14일 밝혔다. 최 의장과 전직 경남도의원 A씨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최 의장은 지난해 5월 A씨와 공모해 국민의힘 도의원 18명에게 개당 10만원 상당의 장어 세트 18상자를 돌린...
김정훈 기자 2025.04.14 20:54
사회
‘의장단 선거’ 선물 돌린 경남도의회 의장·부의장 송치…의원 57명 조사... 최 의장(정치자금법 위반)과 박 부의장(뇌물공여)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최 의장과 전직 경남도의원 A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들이 공모관계라고...
김정훈 기자 2025.04.14 11:14
생활
카카오, 제30기 정기주총 개최…함춘승 이사회 의장 선임카카오가 26일 제주본사에서 제30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신규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카카오는 신규 사내외이사를 선임해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신규 선임된 사내이사는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무 및 경영 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재무 효율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외이사로는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가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했으며,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사외이사로 1년간 재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으로는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이 선임됐다. 함 사장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이사를 지낸 투자 및 리스크 관리 전문가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되었으며,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 활동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로써 카카오는 정신아, 신종환, 조석영 사내이사와 함춘승, 차경진, 최세정, 박새롬, 김선욱 사외이사 등 8인(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으로 이사회 체제를 구성하게 됐다.
조진호 기자 2025.03.26 16:27
연예
‘캣츠아이 성공적 데뷔’ 방시혁 의장, 美 빌보드 파워 100 선정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 하이브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5 빌보드 파워 100(Billboard Power 100 2025)’에 선정됐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합작한 글로벌 걸그룹 KATSEYE(캣츠아이)의 성공적인 데뷔에 힘입은 결과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27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 의장을 포함한 ‘2025 빌보드 파워 100’을 발표했다. 빌보드는 매년 전 세계 음악 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을 리더보드부터 레이블, 멀티섹터, 퍼블리싱 등에 이르기까지 각 부문별로 선정해 공개하고 있다. 방 의장은 2020년, 2022년, 2023년, 2024년에 이어 올해로 다섯 번째 이름을 올렸다. 방 의장은 음악 업계를 혁신한 40인의 리더를 뽑는 ‘리더보드’ 부문에서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와 함께 공동 17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멀티섹터’ 부문에서도 2위에 선정됐다. 올해 빌보드 파워 100 리스트에는 루시안 그레인지 UMG(유니버설뮤직그룹) CEO, 롭 스트링거 소니 뮤직 그룹 회장, 로버트 킨슬 워너 뮤직 그룹 CEO 등 글로벌 음악 산업을 이끄는 주요 인물들이 대거 포함됐다. 빌보드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젝트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탄생한 캣츠아이에 주목했다. 빌보드는 특집기사에서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 10대 팬을 상대로 하는 음악이 주류로 진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잠재력의 기준은 관객을 운집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며, 지난해 10월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의 쇼핑몰인 몰 오브 아메리카에 캣츠아이가 등장했던 당시를 언급했다. 방 의장은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7000명이 넘는 팬들이 (캣츠아이를 보기 위해) 쇼핑몰을 찾았다”며 “이는 캣츠아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캣츠아이의 데뷔는 몇 명의 K-팝 슈퍼스타를 반짝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슈퍼스타를 만들어내는 ‘K-팝 제작 시스템의 세계화’가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웠다는 의미다. 방 의장은 “처음에는 미국 음악 시장에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아직 있는지, 열정적이고 젊은 팬층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캣츠아이의 첫 번째 EP ‘SIS(Soft Is Strong)’의 성공으로 그 시장의 존재가 증명됐고, 이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발매된 캣츠아이의 데뷔 앨범 ‘SIS(Soft Is Strong)’는 2024년 미국에서 11만 5,000장이 판매됐고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19위로 입성했다. 더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Touch’는 빌보드 글로벌 송 차트에서 13주 연속 이름을 올렸으며, 영국 음악 전문 매거진 NME가 뽑은 ‘2024년 최고의 노래 50선(The 50 best songs of 2024)’에서 4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캣츠아이는 최근까지도 미국 빌보드 등 주요 차트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방 의장은 빌보드에 “스쿠터 브라운 CEO가 아티스트 매니저를 넘어 하이브 아메리카 CEO의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며 그를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스쿠터 브라운 CEO는 하이브의 글로벌 슈퍼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의 성공을 언급하면서 “더 키드 라로이, 매건 디 스탈리온, 두아 리파 같은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합류했다”며 “2025년에도 위버스는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봉석 기자 2025.01.29 02:38
생활 부고
[부고] 나성균 네오위즈홀딩스 의장 부친상■ 나정환(향년 89세)씨 별세, 김명림 배우자상, 나성균(네오위즈홀딩스 의장), 나승윤, 나승신 부친상, 이은성(MBC 정책협력국 부장), 신완재(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 장인상, 김수경 시부상=23일 06시 09분,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9호실, 031-787-1500, 발인 25일 오후 12시30분.
2025.01.23 10:48
생활
방준혁 넷마블 의장 “멀티 플랫폼·트랜스 미디어 전략 전개”“좋은 IP(지식재산권)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연결하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전개해 나가겠다.” 14일 지스타 현장을 찾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넷마블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이 14일, 지스타 현장을 찾아 “게임이 PC와 콘솔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멀티 플랫폼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속성을 위해 ‘트랜스미디어(Transmedia)’ 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열린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동명의 웹툰·웹소설 IP를 게임으로 만든 대표적인 트랜스미디어 사례다. 넷마블은 이번 지스타에 HBO의 인기 판타지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액션 게임으로 만든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를 출품하기도 했다. 방 의장은 “요즘 나오는 게임의 30∼40%가 멀티플랫폼일 정도로 멀티플랫폼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며 “넷마블이 개발하는 게임은 70∼80%가 멀티플랫폼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하나는 ‘트랜스미디어’로, 넷마블은 5∼6년간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시도해 경쟁력을 갖춰왔다”며 “물론 자체 IP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이든 해외든 이용자들과 더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좋은 IP가 많다”고 덧붙였다. 향후 지스타 참가 계획과 관련해서는 “이용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매년 참가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2024.11.14 17:27
정치
우원식 의장, 한덕수 향해 “할 일, 안할 일 구분하라” 일침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한 권한대행을 향해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답변,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12·3 비상계엄의 여파가 여전하다. 파면 당한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시점으로,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론이 나오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한 대행은 우 의장을 발언 내내 입을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경청했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대행 연설 내내 침묵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 후 처음으로 박수를 쳤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우 의장 멋집니다”라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의 발언에 “뭐 하는 거예요”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에서도 고성으로 맞받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우 의장은 “제가 말하는 것은 특정 정파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보좌했던 국무총리로서, 권한대행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을 대표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가 약속한 것과 달리 본예산 조기집행 실적이 상당히 부진하다”며 “정부 설명을 종합해 봤을 때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는 조기 예산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날은 통상 시정연설 전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사전 환담도 없었다. 한 대행 측에서 일정상 사전 환담이 어렵다는 의사를 국회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권한대행의 출마설과 맞물린 껄끄러운 분위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주영 기자 2025.04.24 13:45
정치
몸값 올라가는 정책위 의장여선 친한-친윤 힘겨루기에 부각…야선 전 대표와 각 세워 화제 강성의 원내대표 대신 협상 새로운 통로로 내세워지며 위상 상승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왼쪽)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지난 8월 7일 국회 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회동하기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늘 당 원내대표의 그늘에만 머물러 있는 것으로 여겨져 존재감이 미약했던 여야 양당의 정책위 의장이 한여름 뜨거운 정국의 한가운데에 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당 정책위 의장직을 놓고 친윤계(친 윤석열 대통령계)와 친한계(친 한동훈 대표계)가 힘겨루기를 한판 벌였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반대에 이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고수로 화제가 됐다. 두 정책위 의장은 지난 8월 7일 회동을 하면서 또다시 뉴스의 중심인물이 됐다. 여야 정쟁으로 여야 원내대표(추경호·박찬대)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진 반면, 여야 협상의 새로운 통로로 정책위 의장 간 대화가 오랜만에 두드러졌다. 예전 당 지도부 3역(원내총무·사무총장·정책위 의장)의 하나였던 정책위 의장이 이제야 ‘정책 수장’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고위원 회의 계파 간 구도 때문에 불거져 여당 정책위 의장직은 친윤-친한 갈등의 최전선이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 23일 선출되면서 친윤계인 정점식 당시 정책위 의장의 유임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예상대로 정 의장은 한동안 사퇴하지 않고 버텨, 친윤계의 ‘알박기’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계파 간 힘겨루기 끝에 결국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 대표는 4선의 김상훈 의원을 후임 정책위 의장으로 지명해 지난 8월 5일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점식 의원이 여당 정책위 의장인 줄 이제야 알았다”, “지금까지 정책위 의장 중 가장 이름을 널리 알렸다”, “평소에 정책을 세우지 않던 의장이 반한(반 한동훈) 정책을 세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또 “당대표가 정책위 의장을 임명하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시절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선출됐다. 국민의힘에서는 당대표 임명 방식으로 바꿨다. 국민의힘의 정책위 의장 논란은 정책 책임자란 자리 때문에 불거진 것은 아니다. 정책위 의장이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해 계파 간 구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전체 9명의 최고위원 중 친한계 5명(한동훈·진종오·장동혁·김종혁·김상훈)으로 친윤계 4명(추경호·인요한·김재원·김민전)보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정치평론가)는 “대선 1년 6개월 전 대표 사퇴 규정에 따라 한 대표가 내년 9월에 물러나더라도, 친한계는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당협 위원장 교체에도 최고위원 구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 3선의 추경호 원내대표에 맞서, 같은 지역 4선의 김 의장을 임명함으로써 견제를 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 한 인사는 “무색무취한 김 의장의 성향상 굳이 추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견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면서 “한 대표가 전형적인 관료 출신으로 무난한 김 의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임명으로 한 대표가 보수의 텃밭인 TK에 탄탄한 지지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정책위 의장 역할 가능성 더욱 중요해질 듯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 역시 김상훈 의장만큼이나 존재감이 커졌다. 지난 4월 총선 대승 이후 임명된 진 의장은 지난 5월 이후 종부세 폐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친명계(친 이재명계)인 박찬대 원내대표가 인터뷰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의견을 밝히자 진 의장은 “(원내대표) 개인 의견”이라며 반대 뜻을 고수했다. 그런데 이재명 전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종부세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이제는 진 정책위 의장이 자신을 임명한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내년에 도입을 앞둔 금투세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와 진 정책위 의장의 생각이 다르다. 이 전 대표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진 정책위 의장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한 지난 8월 5일의 ‘검은 월요일’ 이후 ‘개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진 의장의 블로그에 ‘증시 폭락 책임지라’며 성토의 글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진 정책위 의장의 입장은 ‘금투세는 내년에 시행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진 의장은 보좌관 시절부터 민주당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어 민주당의 가치를 지키는 것에 본분을 다하는 인물”이라면서 “정책위 의장에서 물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일각에서는 ‘친명계의 종부세·금투세 완화 대 친문계의 원칙 고집’으로 보고 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사안을 계파 간 갈등이 아닌, 대선을 앞둔 ‘이 전 대표의 중도 전략 대 진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다수 민주당 의원들의 원칙 사수’로 보고 있다. 계파에 관련 없이 종부세와 금투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엇갈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재명 일극체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오히려 민주당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다는 점에서 당의 건강성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당은 왼쪽을 지키고, 대선후보는 중도 쪽으로 가려는 전략적 대립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서로의 생각이 원칙적으로 다르다는 의견대립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금투세 폐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여당과 주식투자자의 폐지 입장과 진 정책위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내부의 도입 입장 사이에서 ‘완화’ 또는 ‘유예’라는 절묘한 당론 선택을 관철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는 8월 18일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대표에 재선출되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과연 진 정책위 의장을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유임시킬지에 이 전 대표의 진정한 뜻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협상의 새로운 통로로 정책위 의장을 내세우면서 당 정책위의 위상도 덩달아 올라갔다. 최 소장은 “여야가 대치하는 현 상황에서 이재명 전 대표와 한동훈 대표는 어떻게든 당의 새로운 변화를 끌어내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고 하므로 각 당 정책위 의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2024.08.12 06:00
사회
34세 최연소 의장은 왜 표적이 됐나강진군의회, 예산 삭감 갈등…법적 근거 없이 감사받기도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이 지난 3월 임시회 폐회를 선언하고 있다. 강진군의회 제공 요즘 전라남도 강진군의회에서는 믿지 못할 일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표면으로 드러난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군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정 활동을 지원하는 의회사무과 예산을 반 토막 냈다. 이어 같은 당 소속인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 전라남도 감사관실이 이 의장의 관용차량을 영장 없이 수색하기도 했다. 최근 이 의회는 의회사무과 예산을 보충하기 위해 제출된 추경안도 99% 삭감해 850만원만 남겼다. 이 기초의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일련의 기묘한 일들이 표적 삼은 건 단연 김보미 강진군의회 의장(34)이다. 제8회 지방선거에서 재선 의원이 된 그는 2022년 7월 ‘전국 최연소 기초의회 의장’이자 ‘강진군의회 최초 여성 의장’이 됐다.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에 선출되면서 당당하게 출발했지만,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경찰 수사를 받고 초법적인 차량 수색까지 당했다. “차 번호만 봐도 누가 타고 있는지 안다”는 인구 3만2000명의 작은 고을 강진군에서 벌어진 일은 기초의회 정치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초의회의 역할, 세대 갈등, 특정 당의 장기 독점 구조 등이 그것이다. 관행과의 충돌? 개인 감정 싸움? 최근 강진군의회는 예산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예산은 5월 20일 기준으로 의회 본회의장 등을 운영할 사무관리비가 500만원, 직원들의 출장비 등에 사용되는 여비가 450만원가량 남아 있다. 추경이 또 편성되지 않는다면 1000만원이 안 되는 운영경비로 올해 연말까지 버텨야 한다. 100만원은 줘야 하는 복합기 토너는 고사하고, A4 용지 살 돈도 없다. 한 직원은 “경리 직원이 매일매일 뭐가 없다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이미 예견됐던 문제다. 지난해 연말 군의원들은 9억7000만원으로 제출된 의회 예산안에서 절반 이상을 깎고 4억7800만원만 남겼다. 2023년 예산이 9억5500만원이었으니 당초 예산안이 방만하게 짜였다고 볼 수도 없다. 군의원들이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 그렇다기엔 집행부인 강진군청의 예산은 0.5%만 삭감됐다. 결과적으로 강진군의원들은 자신들이 견제해야 할 군청의 예산보다 자신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의회사무과 예산을 훨씬 더 큰 폭으로 삭감한 것이다. 군의원들의 제 살을 깎는 피나는 노력으로 여기기도 어려워 보인다. 의회사무과 예산에는 의회를 운영하는 행정경비 이외에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활동비,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되는 업무추진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이 예산은 전년 예산과 같거나 증액됐다. 강진군의 군의원은 모두 8명이다. 7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1명은 무소속이다. 세대별로는 30대가 2명, 40대가 1명, 50대가 2명, 60대가 3명이다. 지난 4월 의회사무과는 5억8400만원의 예산 증액을 요청했지만, 군의회는 850만원만 남기는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김보미 의장과 노두섭 의원(38)만 반대했고, 나머지 6명의 의원은 모두 찬성했다. 6 대 2. 이 구도가 고착되다 보니 지역지에서는 30대 의원들을 ‘A팀’, 나머지 의원들을 ‘B팀’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누군가는 이 갈등을 ‘의회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진흙탕 싸움’, ‘주류·비주류 간의 이전투구’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갈등에는 청년 정치가 당면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지난 5월 21일 전화로 만난 김보미 의장은 오는 6월 말 마무리되는 전반기 군의회를 돌아보며 소설 <데미안>의 문구를 인용했다. 그간의 갈등이 기존의 관행을 깨는 과정이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스물여덟 살이던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로 강진군의원이 됐다. 당시 불었던 청년·여성 정치 바람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초선 때는 경험 부족으로 고생했기에 재선에 성공하고는 초선 때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한다. 의장이 된 직후엔 군의회에 작금의 분열이 없었다. 강진 출신 전라남도의원 3명과 강진군의원들 모두가 참여하는 공부모임을 운영했다.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하고, 행정사무 감사를 앞두고는 군의원들과 의장실에 모여 질문지를 나누면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건 2022년 연말 예산 심의 과정이다. 강진만에 있는 섬 가우도의 경관·조명 사업에 3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관광 진흥을 위한 투자였지만 문제는 국비나 도비 지원 없이 100% 군비로 예산이 편성됐다는 점이다. 강진군은 재정자립도가 7.6%에 불과해 군비가 넉넉지 않다. 김 의장과 노 의원은 유사 사업에 국비나 도비를 지원받은 전례를 들어 “한 번 더 검토해보고, 필요하면 추경을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C의원의 입장은 상상 이상으로 완강했다. 갈등이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해 연말 강진군의회는 강진군청이 제출한 2023년 예산안 4790억원 중 108억원을 삭감했다. 역대 최대 규모 삭감폭이었다. 당시 강진군의회는 사업 효과가 미흡한 1회성 행사나 기존 사업, 선심성·소모성 경비, 중복 예산을 삭감했다고 설명했다. 자치행정을 감시·통제한다는 점에서 기초의회의 본분을 다한 것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암묵적인 협조 관행을 깨는 전례 없는 일로 비쳤던 것 같다. 강진군의원 6명은 올해 1월 김보미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하며 크게 4가지 사유를 댔는데, 첫째·둘째 사유가 이때의 예산 심사와 관련 있는 내용이다. 김 의장이 당시 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의사권을 방해했고, 김 의장이 집행부 본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삭감하고 개인 치적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이 불신임안은 6명 중 5명의 의원이 상정 직전 철회해 부결됐다. 원칙과 기존 관행의 충돌로만 볼 수 없는 지점이 있다.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있고 유권자의 선택을 두고 의정활동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의원들이 집행부의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놓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을까. 최소한 이를 의장 불신임 사유로는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강진군의회는 역대로 봐도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였다. 가끔 나오는 무소속 의원들도 민주당 탈·복당을 반복한 인사들이었다. 의회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일단 불이 붙은 갈등은 최소한의 체면치레도 없이 전개됐다. 지난해 초에는 군의회 차원에서 유튜브 홍보 사업을 새로이 시작하려 했다. 기존의 상업 광고에 군의원들의 얼굴을 붙인 콘티 영상을 만들어 ‘이런 방식으로 촬영하겠다’라며 군의원들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영상 제작은 불발됐다. 이른바 B팀 소속 군의원들이 “다선 의원부터 나와야 한다”, “특정 의원 얼굴은 크게 쓰고, 내 얼굴은 작게 썼다”며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2022년 연말 예산 심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있다. 당시 군의회는 군청의 군정 홍보 이미지 영상 제작 사업 예산 1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강진군의 각종 행사에서도 군의회의 분열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행사마다 군수의 축사 이후 군의회 의장 축사가 이어지는데, 김 의장이 축사를 시작하면 B팀 의원들 전원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역에서는 이 갈등을 사실상 군청과 군의회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군의원들이 각종 사업의 집행 권한을 가진 단체장의 편에 서서 군정을 견제하는 군의회 의장과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저와는 전혀 관련 없는 군의원 개인들의 감정싸움이다. 오랜 기간 군의회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갈등과 반목, 피해자는 누구? 또 다른 전선도 있었다. 김보미 의장과 강진의 청년 당원들은 불신임안이 제출된 이후인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김승남 의원(재선·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청년 정치탄압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김 의장은 2023년 9월 추석을 앞두고 김승남 의원의 전통시장 방문 행사에 동행하지 않은 것이 갈등의 발단이었다고 주장한다. 이후 김승남 의원은 국회의장이 김보미 의장에게 수여한 공로장을 전달하지 않는 등 김 의장을 배척했다는 것이다. 군의원들의 의장 불신임안 제출도 이 갈등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현역 국회의원인 지역위원장의 이른바 줄 세우기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승남 의원은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불신임안 상정은 나도 모르게 진행된 일이었고, 알게 된 이후에는 군의원들을 소집해 철회하라고 설득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렸다. 행사 불참으로 불이익을 준 바 없다. 국회의장 공로장은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달하기 어려워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보류했을 뿐”이라고 했다. 김승남 의원은 이 갈등이 22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는 지난 3월 당내 경선에서 패해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김 의장은 경찰 수사와 법적 근거도 없는 감사를 받았다. 지난해 경찰은 김 의장이 의회 홍보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군내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파프리카 상자를 나눠줬다는 첩보가 있다며 김 의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경찰은 6개월 만에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2월에는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라남도 감사관실이 택배를 수령하고 있는 김보미 의장의 관용차량을 수색하면서 차량에 있는 김 의장의 소지품까지 뒤졌다. 기초의회 의원은 행정부 소속 감사기구의 암행감찰 대상이 아니다. 지방의회 감사는 원칙적으로 상호 협의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전남도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의장이 아니라 관용차량 기사를 상대로 암행감찰을 벌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속된 사건들을 보면 단순한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다. 젊은 정치인이 겪은 수난에 가깝다. 이른바 B팀에 속한 D의원은 “의원들끼리 만나야 하는데 만나는 자리가 없어졌다. 경륜,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산다고 하지 않나. 의장이 의장이니까 다 안고 가는 포용력, 리더십이 필요한데 미숙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역시 B팀에 속한 E의원은 “뭐가 (갈등의) 발단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의견 차이가 있으면 토론해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그것이 뜻대로 안 되니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은 느낀다”고 했다. 일부 의원은 여러 차례 연락에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의회사무과 직원들의 연차·휴가 사용도 1주일에 한 번씩 주간업무보고 형태로 공지하고 있다. 저 혼자 몰래 하는 것 없이 모든 걸 공개한다. 의장으로서의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정치인인 노두섭 의원은 “(B팀의 군의원들에게) 전화도 하고 행사장에서 말도 걸고, 나름대로 소통하려고 애를 썼지만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지난해만 5차례 주민들, 주로 청년들과 간담회를 했다. 청년 소상공인, 청년 건설업자, 육아하는 청년들, 청년 농업인들과 각각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오셔서 같이 들어주십사 이야기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고 했다. 반목과 분열로 피해를 보는 건 이들 정치인만이 아니다. 강진군에서 나고 자란 자영업자 김호석씨(37)는 지난해 노 의원이 주최한 청년 소상공인 간담회에 참여해 몇 가지 의견을 제안했다. 그는 “의견수렴을 했으면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왜 이뤄지지 않는지 물었다가 의회의 갈등 상황을 알게 됐다. 청년들은 갈수록 떠나고 지역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뜻이 돼도 모자란데 엉뚱한 데 힘을 쓰고 있다. 다음 선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강진을 사랑하는 청년모임 대표이기도 한 그는 군의원들이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하자 ‘청년 정치 탄압을 중단하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엉망이 된 기초의회를 두고 폐지론도 나온다. 한 지역언론인은 “기초의회는 없어져야 한다. 예산 심의도 형식적이고, 집행부 뜻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의원들이 전문성도 없으면서 배우려는 노력도 안 한다. 인건비가 아깝다”고 했다. 정반대 입장도 있다. 강진군의회는 2022년 10월 7세 이하 아이를 둔 가정에 매달 6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아이를 키우는 노 의원이 군의원이 돼 처음으로 대표발의한 조례안이었다. 2022년 93명이던 강진군의 출생아 수는 2023년 154명으로 60% 이상 증가했다. 한 지역 공무원은 “그때 정치 효능감을 느꼈다. 여의도는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큰 정치를 하지 않나. 기초의회는 작은 정치라도 군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갈 길이 멀지만, 인구 유출을 막고 정주민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기초의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2024.05.27 06:00
국제
사상 첫 미 하원의장 해임···8명에 휘둘린 민주주의ㆍ공화당 내 강경파와 올 초부터 누적된 갈등 폭발 ㆍ임시의장, 법안 처리 권한 없어 예산 처리 불투명 지난 10월 3일 전격 해임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안 가결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이로써 하원의장직은 공석이 됐음을 선포합니다.” 스티브 워맥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아칸소)이 지난 10월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표결 결과를 발표했다. 회의장 전체가 깊은 침묵에 휩싸인 가운데 한 의원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 의회 234년 역사에서 하원의장 해임안 발의는 1910년과 2015년, 이번을 포함해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해임안 가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치 못한 하원의장 공석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비롯한 의사일정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공화당 96%가 반대했지만 해임안 통과 전날 공화당 강경파 맷 게이츠 하원의원이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 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을 때까지만 해도 결의안이 부결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공화당 내 강경파는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민주당에서도 기권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 8명의 찬성표 투표에 참석한 민주당 208명 전원의 찬성표가 가세하면서 해임안은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통과됐다. 공화당 의원의 96%에 해당하는 210명이 반대했지만 4%에 불과한 당내 강경파 8명의 반란표 탓에 해임안이 통과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의회의 안정을 위해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요청했으나 민주당은 찬성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착수를 지시하고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 사건을 조사하는 하원 위원회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그를 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WP는 전했다. 해임의 직접적 도화선은 지난 9월 30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이다. 게이츠 의원은 해임결의안 제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매카시 의장이 공화당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매카시 의장이 임시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등과 관련해 민주당과 ‘비밀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매카시 의장과) 우크라이나에 관해 (합의를) 하나 맺었다”고 발언해 이 같은 의심에 불을 질렀다. 게이츠 의원은 앞서 지난 6월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안 가결 당시에도 “우리는 매카시가 하원의장이 되면서 약속했던 근본적 약속이 위반됐다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매카시 의장 해임은 올해 초부터 축적된 그와 당내 강경파 사이 갈등이 폭발한 결과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당시부터 당내 강경파와 충돌했다. 그는 당내 강경파의 반대로 무려 15차례나 표결한 끝에 의장직에 올랐다. 매카시 의장은 당시 강경파의 반대를 넘어서기 위해 의원 한명이 하원의장 해임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강경파가 이를 활용해 의장을 축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해 11월 물러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의장이던 시절에는 당론 또는 의원총회를 통해서만 의장 해임결의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지난 10월 3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맷 게이츠 공화당 의원이 미 의회에 도착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매카시 의장에 대한 게이츠 의원의 개인적 원한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게이츠 의원은 2021년부터 성추행, 성매매 및 불법약물 복용, 선거자금 유용 등 혐의로 미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는데, 게이츠는 매카시 의장이 윤리위 조사를 부추겼다고 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게이츠 의원은 지난 10월 2일 기자들에게 “매카시 의장이 윤리위원회에 나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라고 신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사람이다. 나는 이보다 더 거친 상대들을 쓰러뜨려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매카시 의장 해임은) 올 한 해 동안 곪아 터진 공화당 분열의 정점”이라면서 “지난 1월 매카시 의장의 의장직 취임을 막으려 했던 (공화당 내) 극우세력과 매카시 사이에 벌어진 권력 투쟁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매카시는 온건파가 아니었고 공화당이 민주주의에서 멀어지는 것을 견제하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그는 그러나 극단주의의 길에서 벗어나 국가를 (셧다운의)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바이든과 합의를 모색하던 순간 해임됐다”고 평가했다. 8명 대부분 ‘티파티’ 출신 프리덤 코커스 게이츠 의원을 포함해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8명 대부분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알려져 있다. 뉴스위크는 8명 전원이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고 전했다. 2015년 공화당 강경파 ‘티파티’ 의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프리덤 코커스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이민, 임신중단, 성소수자 문제 등에서 극우적 입장을 취한다. 대다수는 게이츠 의원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20~50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하원 전체 의석(435석)에서 공화당이 221석, 민주당이 212석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숫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매카시 의장은 9개월 내내 이들의 입김에 흔들렸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안 가결 이후 “의원 96%의 찬성을 확보했는데도 불과 8명이 상대편과 손을 잡고 일을 못 하게 한다면 어떻게 통치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토로했다. 로라 블레싱 조지타운대학교 정부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는 공화당 하원 중 극소수가 의회와 재정에 커다란 기능 장애를 촉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의장으로 패트릭 맥헨리 의원(노스캐롤라이나주)이 임명됐으나 임시의장에게는 법안 처리 권한이 없어 입법 일정이 모두 중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30일 통과된 임시 예산안이 만료되는 11월 17일 이후 예정된 내년도 본예산 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매카시 의장의 해임안 통과로 기세를 올린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요구할 경우 임시 예산안에서 제외된 우크라이나 지원을 되살릴 가능성도 희박해진다.
정원식 국제부 기자 2023.10.13 11:06
문화/생활
하이브 방시혁 의장, '사랑의열매' 50억 원 기부 “모든 청소년 배움의 기회 갖도록”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사랑의열매에 50억원을 쾌척했다. 사랑의열매 제공 하이브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 방시혁씨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13일 서울시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가입식에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 사랑의열매 조흥식 회장, 황인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이로써 방시혁 의장은 한국형 기부자맞춤기금 13호로 가입됐다. 한국형 기부맞춤기금은 10억원 이상을 일시 또는 기부 약정하는 사랑의열매 개인 기부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재단을 설립한 것과 유사한 형태로 기부자의 의사를 반영해 기금 사업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맞춤형 기금사업이다. 이번 기부금은 청소년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됐다. 사랑의열매는 이번 기금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과 시설보호 청소년들이 차별 없이 배움의 기회를 누려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지지 체계 속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형성할 예정이다 방 의장은 “음악 창작가로서 또 기업인으로서 성장하기까지 여러 방면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 사회적으로 받는 도움이 한 인간을 성장시키는데 큰 양분이 된다는 것을 체득했다”며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부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이 세대의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되었다”며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이 자신 있게 꿈꾸고 진취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금 조성을 위한 기부를 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본인의 개인적 기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 기금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이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환원할 수 있는 모습을 희망한다며 이 기금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조흥식 회장은 “방시혁 의장의 기부는 특정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 기부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학교 밖 및 시설보호 청소년들이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랑의열매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2022.10.13 13:38
화제
나누고 돌보는 아름다운 동행 서울시의회 김명수 의장·송윤미 여사제8대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서울시와 함께 1천만 서울 시민의 살림살이를 돌보고 있는 김명수 의장은 서울시정에 관한 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제5대 시의원을 지냈고 의장으로 선출되기 전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으로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해왔다. 뚜렷한 소신과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는 그에게는 그를 전적으로 믿고 지원해주는 가족 그리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부인 송윤미 여사의 한결같은 내조가 있었다. 인왕산이 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어느 봄날, 닮은 마음을 가진 두 부부를 만났다. 사람과 복지를 생각하는, 시민들의 시의회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54)과 송윤미 여사(52)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은 제246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개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서울시정과 교육행정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중 잠시 시간을 내 마련된 인터뷰. 인터뷰 장소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 도착한 부부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봄꽃들에서 쉬 눈을 떼지 못했다. 2010년 출범한 제8대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와 운영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서울시의회 의장에 선출된 김명수 의장은 9개월째 의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작은 대한민국’이라 불리는 서울시의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그간 계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었다. “과거 당 원내대표와 운영위원장 시절에는 예리한 전략을 세워 시정 운영 과정을 감시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면 의장이 되고 나서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성과와 열매를 맺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요. 서울시 공무원들을 비롯한 수만 명의 근무자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도 있고요. 의장이 된 뒤로는 하루가 어떻게 저무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빨리 흘러가네요. 서울시와의 협조와 견제 하에 최선을 다해 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밀려드는 민원과 결제 건들을 처리하고 정책 방향 토론과 회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시곗바늘은 어느덧 자정을 향하기 일쑤다. 최근 부쩍 살이 빠진 남편을 바라보는 송 여사의 마음은 여느 아내들과 다르지 않다. “남편이 두 달 만에 8kg이나 빠졌어요.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 하던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살이 빠지니 걱정도 되고 안쓰럽죠. 식사는 꼬박꼬박 챙기도록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요. 아침엔 간단한 선식이라도 준비해서 빈속으로 출근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편이에요.” 3년 동안 의회 일을 해오면서 쌓였던 피로에 최근 긴장까지 더해지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 같다는 것이 김 의장의 자가진단.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의 그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어렵고 힘든 점이 많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닌 결과 서울시의회는 최근 비약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무상급식 정책이다. 제8대 의회 운영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무상급식 정책은 당시의 토건 중심 시정을 누르고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현재 대다수의 서울시 학생들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고 있다. 김 의장의 시정 운영 능력은 시민과 복지 중심 정책에서도 빛을 발했다. 소득과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복지 정책을 담은 5대 복지 공약이 순조롭게 집행 과정에 있고 노인 일자리 마련, 지역 소상공인 육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역시 계속해서 펼쳐 나가고 있다.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라는 슬로건처럼 서울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현장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차근차근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다. “사실 예전에는 서울시의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서울 시민들도 잘 모르셨어요. 지방 선거 때에도 시장이나 구청장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8대 서울시의회가 출범한 이후로는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는 시민들이 많아지셨어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사람과 복지 중심의 행정이 빛을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습니다.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몸 힘든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두 번째 만남에 프러포즈, 석 달 만에 웨딩마치 전남 화순이 고향인 김 의장은 젊은 시절 사회교육사업으로 성공한 뒤 아태평화재단 자문위원으로 후원 활동을 해오다 1998년 서울시의원에 선출돼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송 여사를 만난 건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그가 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던 시기였다. “젊은 시절 교육사업가로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어요.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했죠. 이제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학부모님들께 중매를 부탁드렸어요. 당시 꽤 많은 여성분들을 소개받았는데, 그중 딱 한 명 제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 집사람이에요.” 그는 맨 처음 아내를 만났던 당시를 생생히 기억한다. 약속 장소에 그녀가 나타나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단다. 흔히 말하는 ‘첫눈에 반한’ 순간이자 일생의 동반자를 만난 순간이었다. 게다가 다방에서 차를 마신 후 그녀가 2차를 사겠다는 제안까지 했으니 그녀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음을 확신했다. 결정적으로 정이 많고 진지한 자신과 달리 활달하고 밝은 아내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사람과 살면 돈이 없어도 우리 두 사람이 평생 부족함이 없겠구나’라는 심정이었다고. 결국 두 번째 만난 날 프러포즈를 하고 석 달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사실 아내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는 건 나중에야 들은 얘기다. “그 당시 저는 남편을 다시 볼 생각이 없었어요. 얻어먹고 끝내는 건 미안하니 제가 2차를 사고 깨끗이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남편은 정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였더군요(웃음). 결국 그 오해가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계기가 됐지요.” 그녀가 기억하는 김 의장의 첫인상은 ‘사투리 쓰는 전라도 청년’이었다. 발목 위로 껑충 올라오는 양복바지에 말끝마다 진한 사투리가 묻어나오던 그 청년이 평생 배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의 추진력은 대단했어요. 불쑥 저희 집에 찾아와 아버지께 결혼 승낙을 받는데 말을 무척 조리 있게 잘하는 거예요.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죠. 결국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식을 올리게 됐어요.” 하루빨리 부부가 되고 싶었던 마음에 김 의장이 잡아온 결혼식 날짜가 6월 6일이었다. 송 여사는 순국선열을 추도하는 현충일에 기쁜 마음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며 반대했지만 남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어느덧 27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끔, 어쩌다 현충일에 결혼을 하시게 됐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김 의장은 ‘허허’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단다. “부부가 국가관이 남달라서요”라고 말이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은퇴 없는 삶’ 사실 김 의장이 맨 처음 정치에 마음을 두었을 때 송 여사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었다. 결혼 후 1남 1녀를 두고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맛보던 그녀에게 정치인의 길은 가시밭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 힘든 길을 왜 가려고 하는지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었고요. 솔직히 남편이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원망도 많이 했는데, 처음 시의원 선거를 치를 때 선거운동으로 밤새 끙끙 앓던 사람이 시민들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 이게 이 사람이 정말 원하는 삶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정치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남편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곧 저의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이 행복하면 저도 우리 가족도 다 괜찮을 거라고 믿었고 남편 역시 그 믿음을 져버리지 않았어요.” 성실함과 추진력, 송 여사가 아내로서 정치인 남편의 장점으로 꼽는 것이다. 김 의장의 업무는 귀가 후에도 끝나지 않는다. 전화벨이 울리는 한 남편의 업무는 계속된다는 것이 송 여사의 말이다. “집에 있을 때도 지역 주민분들께서 전화로 민원을 요청해오면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해당 부서나 담당자를 연결해 해결책을 마련하는 스타일이에요. 일을 추진하고 밀어붙이는 힘이 굉장히 강해요. 이런 부분을 주민분들께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공무원은 고도로 발달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김 의장의 생각이다. 민원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미뤄지고 사장되게 된다는 것.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시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공무원의 책임이자 의무다. “시민이 설령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공무원은 그 불법 사실만을 봐서는 안 됩니다. 왜 그 사람이 불법을 저지르게 됐는지,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살피고 찾아서 알려줘야 해요. 그것이 그 사람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보거든요.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성공회대에서 사회복지학과 석사학위를 받고 오랜 시간 사회복지가로 활동해온 김 의장은 여러 복지사업 중 특히 노인 복지에 각별하다. 송 여사 역시 남편의 뜻에 따라 몇 해 전부터 요양보호사로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는 중이다. 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며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요양보호사도 양성하고 있다. 고된 일을 마다하지 않고 뜻을 따라준 아내에게 김 의장은 고마운 마음이다. “‘나이를 먹어서도 함께할 사람이 있는 삶을 산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 삶이 저에게는 가족 그리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삶입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개인의 입장이 되면 더 큰 정치를 하기 위해 저와 가족을 혹사시키지 않을 생각이에요.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한 제 사전에 ‘은퇴’란 없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사업을 통해 봉사하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우리 부부의 노년은 행복할 거라 생각해요. 그때까지 서울시와 가족을 돌보며 제 할 일을 열심히 해나갈 계획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성원(프리랜서) ■장소 협찬 / 서울시립미술관 석파정>
2013.05.02 17:58
화제
‘유니텔’에서 ‘카카오톡’까지 김범수 의장의 성공 신화대화의 방법이 변했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휴대폰 통화보다는 문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문자 이용 세대는 빠르게 ‘카카오톡’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 비공식적 집계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의장. 그의 파란만장한 모바일 앱 점령기를 들었다. ‘카카오톡’ 사용자 수가 2천9백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2천만 명을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PC 사용자의 대부분이 ‘카카오톡’ 앱을 다운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메시지는 물론 사진과 짧은 동영상 등을 무료로 전달할 수 있는 ‘카카오톡’은 해외에 있는 친구나 가족과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메신저 앱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룹 채팅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람들을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것은 획기적인 기능이다. 이제 줄임말로 “카톡 할게” 하는 대화는 일상어가 됐다. 사람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카카오톡’을 만든 사람은 ‘한게임’의 신화를 이루었던 주인공, 김범수 의장이다. ‘관점의 차이’가 세상을 바꾼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납치돼 15년간 감금이 됩니다. 15년 후 풀려난 주인공은 자신을 가둔 사람이 누군지 추적하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몰입하게 되죠. 하지만 영화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기가 막힌 반전을 맞게 됩니다. 주인공을 납치한 사람은 ‘당신이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만 나오지. 왜 가뒀나가 아니라 왜 풀어줬나가 올바른 질문이다’라고 말하죠. 이 영화를 보고 문제의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5)은 뜬금없는 영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이뤄낸 많은 성공의 경험들은 이 같은 관점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한다. 일본의 홋카이도 최북단에 위치해 아무도 찾지 않았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체험하는 동물원’으로 테마를 잡은 후 세계적인 동물원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혹은 전자시계의 등장으로 몰락하는 시계 산업을 패션 산업으로 다시 일으킨 ‘스와치’처럼 김범수 의장은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남들과 다른 사업적 성공을 일궈냈다. “대학교(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SDS에 입사했는데, 당시 내로라하는 고수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워서 따라간다는 것이 막막하기만 했죠. 그래서 6개월 후를 생각해봤어요. 6개월 후 제가 남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때 들었던 생각이 ‘윈도우가 뜰 것이다’였죠. 그래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다 건너뛰고 (온라인 개발자의 기본 언어인) C++하고 윈도우만 파고들었어요. 6개월 후 회사 내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6개월 후 컴퓨터 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동료들에게 뒤처지던 그가 오히려 동료들 앞에서 강의할 정도로 앞서나가게 됐다. 그 후로는 ‘6개월 후에 어떤 변화가 올까’를 고민하고 남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하는 습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다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려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재화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11월 8일 연세대학교에서 ‘꿈으로 끝내지 않고, 꿈을 끝내지 않고’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회사 내에서 PC통신 ‘유니텔’의 개발과 운영을 맡았던 그는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바뀌는 시대를 점쳤다. 그리고 안정된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과감히 ‘한게임’을 만들었다. 바둑, 장기, 포커, 고스톱 등의 다양한 게임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한게임’. 컴퓨터와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넘어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그의 6개월 후 이론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 당시 컴퓨터와 대결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던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한게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젊은이들은 물론 중장년층에게까지 인터넷 보급률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은 ‘한게임’은 ‘대박’이 났다. 모바일 혁명은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다 30대 초반에 첫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그 뒤 네이버와 합병해 ‘NHN’을 설립했고 얼마 후 국내 인터넷 업계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범수 의장은 7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인생의 정상에서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회가 정한 관점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정작 제가 가야 할 길을 잃어버렸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20대 초반에 했음직한 고민을 그 당시에 처음 하기 시작했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가 그 당시 직면한 저의 고민이었어요.” 당시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던 김범수 의장은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자기만의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지만 외로움은 참기가 힘들었다.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는 가족을 설득해 1년 동안 안식년을 갖기로 했어요. 그 당시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둘째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휴학을 시키고 모두 한국으로 불렀죠. 네 식구가 세계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기도 했어요. 저희 식구가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는 편인데 게임을 하다 보면 새벽 3, 4시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죠. PC방 사장님이 부부가 아이 둘을 데리고 게임하는 모습을 ‘수상쩍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어요(웃음). 아이들도 그때의 기억을 소중하게 생각할 거라 믿습니다.” 1년을 쉬기로 했는데, 정작 김범수 의장은 1년을 다 채우지 못했다. 아이폰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시대가 스마트폰 세상을 향해 달음박질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35만 개의 앱이 있지만 그 당시에도 8만5천 개의 앱이 있었어요. 그 수많은 앱 중에 하나를 더 만든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스마트폰이라 해도 기본적인 역할은 전화기거든요. TV와 인터넷이 제 기능이 있듯이, 전화기의 기능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기본적인 역할을 극대화시킬 앱 상품인 ‘카카오톡’을 구상하게 된 거예요.” 대학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길 찾기’ 남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김범수 의장은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1년간 마음대로 놀라”라고 말할 수 있는 배포 큰 아빠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는가.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막상 아이들에게만큼은 일방적인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잔소리로 느껴졌겠죠. 아이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느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특히 딸과는 대화가 쉽지 않았어요. 1년간 아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정서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됐어요.” 그는 아이를 바라볼 때에도 관점의 변화를 시도했다. 흔히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부모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데, 이를 바꿔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문제’만을 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모와 아이는 동반자가 되고 아이가 가진 문제점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 물리쳐야 하는 적이 되는 것이다. 아이의 고민과 정서를 공유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대학에 진학해야 할 첫째 아들의 근황을 물으니 머쓱하게 웃으며 “세상에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더 많다”라고 답했다. 아빠가 나서서 1년간 놀자고 했던 것이 약점이 된 터라 이제 와서 “공부해라”라는 말은 하지도 못한단다. 그는 아이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의 인생을 길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보다 ‘올바른 인생’을 사는 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승리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모바일에서는 능력으로 살아남는 생태계 경제가 패러다임을 이룰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셈이죠. 가능성이 열린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김범수 의장은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는 것이며, 성공의 비결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머지않아 스마트폰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거라며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세상이 모든 인생 스타일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그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에 김범수 의장은 어떤 비장의 카드로, 어떤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인지 기대된다. <■글 / 진혜린(객원기자) ■사진 / 원상희>
2011.1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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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부부의 사랑법“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민들이 자유롭게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까? 또 서울에서 개성공단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누가 그렸겠습니까? 꿈을 갖고 상상을 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 좁은 국토이지만 통일이 되면 엄청난 역량을 갖게 되고 세계가 주목하는 강대국이 될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개성에서 파리행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철도를 따라 파리에 도착하는 모습을…. 유난히 늦게까지 노란 개나리가 피어 있는 민통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철책을 따라 걸어오던 남자를 보고 반가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가는 여자…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 이들은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부인 민혜경씨다. 4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간의 ‘평화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정 전 의장은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나온 아내를 꼭 껴안았다. 하도 다정하고 반가워해서 마치 수십 년 만에 상봉한 부부 같기도 하고, 반나절만 떨어져도 마냥 그리운 신혼부부 같기도 하다. 숙명여대 음대에 다니던 민혜경양에게 반해 매일 기숙사에 가서 구애를 해도 반응이 없자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질러 모든 기숙사 여학생들을 놀라게 했던 서울대 복학생 정동영. 그때 화가 나서 나온 혜경양에게 막 따온 개나리 꽃묶음을 내밀어 마음을 사로잡았던 ‘개나리 아저씨’ 정동영 학생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이자 대권후보로 변신했다. 하지만 만난 지 30년, 그리고 결혼한 지 26년째인데도 이들 부부는 여전히 눈동자에 씌워진 껍질이 벗겨지지 않았다. 현재 군에 복무 중인 두 아들 역시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수십만 유권자를 달콤한 공약으로 사로잡기는 쉬운 일이지만, 가족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정치 생활을 하며 이렇게 부부나 가족 사랑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주며 30여 년을 살아온 아내에게 아직도 사랑을 받는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집에서 안 쓰는 중고품을 자선바자에 내놓으라’는 안내문을 볼 때마다 남편을 내놓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고 있는 중년 아주머니들을 위해 항상 남편에게 반할 수 있는 묘약은 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다시 태어나도 남편과 결혼할 거예요 “집에서나, 차 안에서 혼자 있을 때 남편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러다 남편도 날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질까 하는 의문이 들면 더 잘해줘야겠다는 각오를 다지죠.” 새댁처럼 볼을 발그랗게 물들이며 말하는 정동영 전 의장의 부인 민혜경씨. 50이 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이고 비결이 궁금할 만큼 뽀얗게 빛나는 피부를 유지하는 외모는 그저 남편 사랑에 흠뻑 취해 사는 행복한 아내로만 보인다. 하지만 민혜경씨는 20여 년간 엄격하고 깐깐한 시어머니 수발은 물론 세 명의 시동생까지 거둬 결혼시킨 ‘파란만장한’ 인고의 세월을 겪었다. 지금이야 최다득표에 빛나는 국회의원, 통일부장관에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두 번이나 역임한 거물정치인, 게다가 ‘귀공자풍의 미남’이란 찬사도 듣지만 청년시절의 정 의장은 홀어머니에 장남, 줄줄이 달린 어린 동생들, 키도 작고 기자란 고달픈 직업이라 교육자인 친정아버지는 금지옥엽 곱게 키워 피아노를 전공시킨 딸을 선뜻 주려 하지 않았다. 2년간 헤어져 있다가 정 의장이 직장에 사표까지 쓰고 전주에 내려가 설악산 납치소동(그저 소동일 뿐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친정부모를 설득해 결혼을 했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니 시집살이가 시작됐다. 특히 시어머니는 장남인 정동영 전 의장을 단순한 아들이 아니라 연인이자 희망으로 알아 유난히 아들사랑이 각별했다. “아휴, 두 모자 사이엔 제가 끼어들 틈이 없었어요. 아프다고 짜증을 부리시다가도 아들이 돌아오면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시고, 어리광도 부리시고, 그저 바라보기도 아깝다는 표정이셨거든요. 퇴근해서 돌아오면 일단 어머니 방에 들러 팔도 주물러드리고, 다친 손가락에 반창고도 붙여드리고, 이불 덮어드린 후에 두 아들 방에 가서 이야기 나누고 제일 마지막에 제가 있는 안방으로 왔어요.” ‘꼴찌’로 찾아왔지만 섭섭하지는 않았단다. 안방에서는 아내를 여왕 대접했고 자분자분 전하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었고 다정하게 대해주었기 때문이다. 고개 끄덕이며 정겨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여주는 남편 손길에 시집살이의 고달픔도 시동생들과 두 아들 뒷바라지하느라 피곤하고 서운한 마음도 눈 녹듯 사라졌다. “가끔 저와 세대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시어머니에 대한 불평을 하면 남편은 ‘당신이 참아’라거나 ‘도대체 왜 그래’라고 하지 않고 ‘난 그래도 우리 어머니를 이해해’라고 말하며 제게도 이해해달라고 했어요. 집안일은 물론 정치생활을 하면서도 그 어떤 상황이나 갈등에도 단 한 번도 흐트러지거나 평정을 잃는 모습을 못 봤어요. 다시 태어나도 이 남자랑 살고 싶어요.” 아내의 새벽기도가 남편을 지켜주는 힘 -어여쁜 아이여! 신이 내게 내린 최대의 선물이며 내 그대에게 줄 최선의 선물이니 그것은 사랑일 뿐. 우리의 믿음이 변치 않고 우리의 삶이 참되기 위하여 아름다움을 닦고 착함을 배우자. 나의 여인이여! 나의 마돈나여! 그대를 얻음에 내 인생에 푸른 길이 열리고 의지가 굳으며 성공의 신념이 예감처럼 휩싸여온다. 그대여 우리 사랑의 화원을 정성스런 손길로 가꾸어가자- 1978년, 처음 만난 지 1년 후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던 정동영 학생이 쓴 일기의 한 구절이다. 동그란 얼굴에 자그마한 체구의 민혜경씨를 ‘작은 아이’란 애칭으로 부르던 정동영 의장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내를 보는 눈빛이 여전히 애틋하다. 교장선생님의 외동딸로 곱게 자란 해맑은 소녀. 당시 일등 신랑감이던 의사들이 줄을 섰는데도 순진하게 사랑에 눈멀어 가난한 기자, 홀어머니 장남에게 덜컥 시집온 아내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세 명의 시동생을 교육시키고 장가까지 보냈으면서도 생색이나 투정을 내지 않음에 정 의장은 감사한다. “아내가 정말 고맙죠. 시집살이며 정치생활 내조해준 것, 두 아들 잘 키워준 것이 너무 감사하죠. 밖에서 아무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지쳐 돌아와도 가정에선 다 잊고 평화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아내란 울타리 덕분입니다. 특히 제가 정치를 시작하고부터 아내는 매일 새벽기도를 다닙니다. 어느 때 눈을 뜨면 아내가 새벽기도 다녀와 다시 내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하죠. 아내 덕분에 ‘하나님’이란 큰 ‘빽’을 얻었으니 그것도 고맙고….”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아이구, 우리 남편도 나이들었나 봐요. 고맙다는 말도 하고…’라 하면서도 마냥 흐뭇한 표정이다. 그러면서 다시 은근히 남편 자랑을 시작한다. “다른 정치인 부인들에 비해서 저는 내조를 잘 못해요. 원래 나서는 성격도 아니고요. 남편도 제게 강요하지 않아요. 다만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한 남자로서 남편을 신뢰하니까 굳이 제가 내조를 하지 않아도 정치를 잘할 것으로 믿어요. 남편은 한 번도 먼저 화를 낸 적이 없어요. 제가 좀 속 긁는 소리를 하면 웃으면서 ‘나 화난다’라고 해요. 화날 때 웃으니 더 무섭죠. 또 단 한 번도 ‘그건 안 돼’라는 말을 한 적이 없어요. 무슨 말을 해도 제 의견을 다 들어주고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라고 해요. 그런데 나중에 보면 꼭 남편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더라고요.”믿음은 꿈을 현실로 만든다 일요일 오후, 정동영 전 의장 집에서 인터뷰를 할 때 군복무 중 휴가를 나온 장남 욱진군이 외출했다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서 아버지의 구두를 발견한 욱진군은 ‘아~버~지’라며 마냥 정겹고 사랑 어린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스물네 살 청년이 이렇게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는 드문 일. 그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다가가 ‘사랑하는 아들~’하며 포옹을 했다. 지켜보던 민혜경씨가 투정 아닌 투정을 했다. “저렇게 아버지가 자상하니 엄마인 제가 악역을 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우리 두 아들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자기 아버지래요. 기자생활 때부터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으니 함께 있을 때는 항상 껴안아주고 쓰다듬고 스킨십을 자주 해요. 뭐든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주고 자유방임으로 키웠어요. 또 저한테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하는데 아들에게는 늘 ‘사랑하는 아들’ ‘난 널 믿는다’ ‘네가 내 아들인 게 자랑스럽다’란 말을 해요. 이 세 마디로 최고의 아버지 대접을 받는다니까요.”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스탠퍼드 대학에 재학 중, 군대에 입대한 욱진군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큰 만큼 미안함도 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한 번도 혼난 기억이 없어요.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으니까요. 아버지가 MBC LA 특파원 시절에 제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거든요. 귀국해서도 미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어서 유학을 가고 싶다고 졸랐어요. 저 혼자 학교 알아보고 지원서도 보냈지만 정치인의 아들이 고교시절에 조기유학을 가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죠. 또 어린 마음에 제가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 내가 좋은 게 아버지께도 좋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머니는 돈도 없다, 안 된다고 펄쩍 뛰셨지만 아버지는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어요. 나중에야 저 때문에 ‘정동영 아들, 호화 미국유학’이란 기사나 가십이 나도는 걸 알고 혼자 샤워기 틀어놓고 울었죠. 제 동생(현중, 연세대 재학 중 현재 군 복무 중)이 더 똑똑한데 나 때문에 유학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장학생으로 공부하다 귀국, 군인생활을 하는 욱진군은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묵묵히,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아버지를 보면 나도 저 나이에 저런 거센 바람이 불어도 의연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아버지처럼 나이 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가장 인기 있고 실력 있던 방송 앵커 생활을 접고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정동영 전 의장이 가족을 무조건 신뢰하듯 가족들도 아버지나 남편을 믿었다. 그리고 전국 최다득표의 영광을 얻으며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대회에 나가서 꼴찌를 했을 때는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단다. 국민들에게는 끝까지 완주하며 페어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줘 근사해 보였는데 말이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후보를 만들었으니 다 같이 축하해주자고 말하던 남편의 모습이 멋지긴 했어요. 하지만 대전에서였나, 꼴찌를 하던 날 아들과 함께 지켜봤는데 아들은 ‘엄마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하고 저는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며 아무 말도 못했죠. 그래도 남편이 경선 주창자로 정권 재창출을 한 주역이란 자부심을 느껴요.” 5년 전, 민주당 대권주자 후보로 최초의 국민 경선 드라마를 연출했던 정동영 전 의장은 5년 사이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두 번이나 당의장을 역임했고, 통일부장관을 맡아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리고 분열된 열린우리당에 아직까지(2007년 4월 말) 남아 여권의 대권주자로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물론 상황은 암담하기만 하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워낙 낮고 탈당의원들을 중심으로 범여권 구도가 재편 중인 데다 ‘통합 후보’ ‘제3세력’등의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 전 국민경선이란 새 역사를 만들었던 정 전 의장은 여전히 자신감에 넘친다. “제가 대통령이 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대통령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게 함께 동참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판단과 심판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만 함께 국민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자는 거죠.” 요즘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플레이톡’에 심취한(?) 정 전 의장은 평화대장정에서 느낀 이야기, 플레이톡의 친구로 인연을 맺은 소설가 이외수씨가 강원도 화천군 깊은 산골에 문하생들과 함께 하나의 조그마한 문학공동체를 꾸린 감성마을 바운기 등을 남겨 신세대들과의 교감을 나누고 있다. 또 통일부장관 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개성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다」란 책을 써서 곧 출간할 예정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민들이 자유롭게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까? 또 서울에서 개성공단으로 출근하는 모습을 누가 그렸겠습니까? 꿈을 갖고 상상을 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 좁은 국토이지만 통일이 되면 엄청난 역량을 갖게 되고 세계가 주목하는 강대국이 될 겁니다. 상상해보세요. 개성에서 파리행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철도를 따라 파리에 도착하는 모습을…. 그러기 위해선 전쟁을 막고 안전하게 사는 평화가 중요하죠. 제가 늘 평화는 돈이라고 주장합니다만 평화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민통선 길을 걸으면서 양 옆으로 보이던 아름다운 산과 개천, 그리고 나무들은 민통선 밖 평화로운 곳의 모습하고 차이가 없었습니다. 을지전망대에 올라가서 넓은 들에 군데군데 펼쳐져 있는 철조망과 초소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라는 생각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이러한 이념에 따른 분단과 그 유산인 철조망을 보면서 후손들은 얼마나 우리를 어리석게 비웃겠습니까? 후손들은 이 모습을 ‘선조들의 어리석음의 상징’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철조망을 한시라도 빨리 걷어내는 건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일입니다.” 평화에 대해 강조하는 정동영 전 의장 곁에서 가족들은 신뢰에 찬 눈빛을 보냈다. 가족 사랑과 서로의 믿음을 모두에게 나눠주질 기대하면서. ■글 / 유인경 기자
2007.05.1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