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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스데이 출신 장혜리, 웹툰 ‘내가 죽는 이유’ OST ‘사랑에도 무게가 있을까’ 오는 21일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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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스데이 출신 장혜리, 웹툰 ‘내가 죽는 이유’ OST ‘사랑에도 무게가 있을까’ 오는 21일 발매

      디스튜디오 가수 장혜리가 ‘내가 죽는 이유’ OST로 진한 감동을 더한다. 오는 21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장혜리가 참여한 웹툰 ‘내가 죽는 이유’ OST ‘사랑에도 무게가 있을까’가 발매된다. ‘사랑에도 무게가 있을까’는 이별 후 사랑하는 이를 삶에서 덜어냈음에도 더욱 무거워진 마음을 담은 곡으로, ‘이해가 잘 안돼 널 덜어낸 지금 내 맘/텅 빈 듯 초라한데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이별이 너무 무거워/눈물로 다 비워내도’처럼 아이러니한 마음의 무게를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장혜리가 가창에 참여해 농도 짙은 표현력과 귀를 사로잡는 압도적인 톤으로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이별송을 완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곡은 수많은 히트 작품의 OST를 책임져 온 작곡가 고병식과 송재혁, 김수빈이 의기투합해 장혜리와 환상적인 음악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2010년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한 장혜리는 밴드 비밥 활동에 이어 MBN ‘헬로트로트’에 출연하는 등 트로트 가수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최근 다양한 OST에 참여하며 폭넓은 행보를 펼치고 있다. 웹툰 ‘내가 죽는 이유’는 수상한 사람들과 위험한 일에 휩싸이는 평범한 대학생 지안과 끊임없이 그를 지켜주는 우주의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으로, 독특한 발상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인기몰이 중이다. 장혜리가 참여한 웹툰 ‘내가 죽는 이유’ OST ‘사랑에도 무게가 있을까’는 오는 21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발매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20 23:52

    • ‘슬의생’ 정경호, 오늘 ‘언슬전’ 깜짝 출연한다···율제병원 찾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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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의생’ 정경호, 오늘 ‘언슬전’ 깜짝 출연한다···율제병원 찾은 이유는?

      tvN 제공. 흉부외과 교수 정경호가 종로 율제병원에 뜬다. 오늘 방송되는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크리에이터 신원호·이우정, 연출 이민수, 극본 김송희, 기획 CJ ENM 스튜디오스, 제작 에그이즈커밍)(이하 ‘언슬전’) 4회에서는 율제 본원 흉부외과장 김준완(정경호 분)이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에 등장해 전매특허 겉바속촉 매력을 뽐낸다. tvN 제공. 앞서 ‘언슬전’에는 배우 안은진(추민하 역)이 출격해 율제병원 세계관 확장의 포문을 열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상황. 특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주역인 99즈와 그 외 사람들의 출연도 예고돼 기대감이 날로 샘솟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개된 사진 속에는 흉부외과 까칠이 김준완이 종로 율제병원을 찾아온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끈다. 율제병원 본원 소속인 그가 종로 율제병원에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지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tvN 제공. 이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99즈 중 처음으로 출격하게 될 정경호(김준완 역)의 활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제작발표회 당시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자기 작품처럼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각별히 감사를 표했던 만큼 정경호가 ‘언슬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종로 율제병원을 찾아온 깜짝 손님 흉부외과 교수 정경호를 만날 수 있는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4회는 20일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4.20 13:37

    • ‘폭싹’ 아이유 동생 강유석, ‘언슬전’ 통해 눈도장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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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싹’ 아이유 동생 강유석, ‘언슬전’ 통해 눈도장 ‘쾅’

      tvN 제공.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강유석이 토요일 밤을 순삭시켰다.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회를 거듭할수록 강유석의 존재감 역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극 중 그는 전직 아이돌에서 종로 율제병원 1년차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된 엄재일 역으로 분해, 재미 백배 전개 안에서 멀티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tvN 제공.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는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줘서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라는 당찬 출사표를 전했던 것처럼, 강유석은 지난 19일 방송된 ‘언슬전’ 3회에 유쾌한 활기와 웃음을 선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기만 해도 기운이 샘솟는 ‘인간 자양강장제’에 이어, 동기들을 위한 일타강사의 면모도 아낌없이 보여준 것. 엄재일(강유석 분)은 율제병원 환자들은 물론, 화면 밖 시청자까지 사로잡았다. 그는 환자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긍정의 힘을 심어주기도, 컨디션을 꼼꼼하게 살피는 섬세함과 넉살 좋게 대화를 이어가는 남다른 친화력을 발휘해 치료에 지친 이들의 얼굴 위에 웃음꽃이 활짝 피게 했다. tvN 제공. 덕분에 엄재일은 한 환자로부터 감사 인사와 함께 간단한 선물을 건네받아 자타공인 ‘친절함의 끝판왕’으로 등극했다. 특히 병원을 방문한 고객들이 직접 뽑는 ‘칭찬합니다’의 다음 주인공이 본인이 될지 모른다는 설렘에 젖어든 그의 해맑은 모습은 깨알 같은 재미를 자아냈다. tvN 제공. 이러한 기세를 모아 엄재일은 표남경(신시아 분)과 김사비(한예지 분)의 일타강사로 깜짝 변신, 보는 이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는 동기들에게 자신만의 비결을 전수하며, 슬기로운 의사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타인에게 선뜻 도움을 건네는 엄재일의 청정한 마음씨와 열정 가득한 에너지는 안방극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한 인터뷰에서 강유석에 대해 “분명히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라며 굳건한 믿음을 내비쳤다. 이에 부응하듯, 강유석은 마치 펄떡이는 활어처럼 ‘언슬전’에서 생동감 넘치는 호연을 펼치는 중이다. 마치 ‘대문자 E’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통통 튀는 매력부터 따뜻한 인간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엄재일 캐릭터는 강유석을 만나면서 한층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tvN 제공. 이처럼 ‘언슬전’을 통해 한층 농익은 연기력은 물론, 차세대 믿고 보는 배우로서 빛나는 저력을 선보이고 있는 강유석. 캐릭터와 하나가 된 그가 향후 그려나갈 슬기로운 성장 스토리에도 많은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4회는 20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4.20 13:20

    • 안방서 사망한 50대 女교수…살해 이유는 ‘4만원’? (형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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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서 사망한 50대 女교수…살해 이유는 ‘4만원’? (형사들)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 ‘용감한 형사들4’에서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범인의 민낯을 끝까지 추적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연출 이지선) 30회에는 광주북부경찰서 동원지구대 이병석 경위와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직접 해결한 수사 일지를 펼쳤다. 그룹 엑소의 시우민이 게스트로 이번 방송도 함께했다. 이날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아랫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진입했고 안방에서 5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이불로 덮여 있었고, 성폭행 시도와 폭행 흔적이 함께 있었다. 피해자는 2층짜리 단독주택 1층에 홀로 거주 중인 교수였다. 범인은 담을 넘어 부엌 쪽문의 자물쇠를 훼손하고 몰래 침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수사 중 형사들은 쪽문 옆 지하 보일러실을 발견했고, 바닥에 반듯하게 펼쳐진 이불에서 이상기류를 감지했다. 최근 보일러 수리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수리기사를 중심으로 탐문에 나섰다. 조사 3일차에 수상한 남성이 포착됐다. 최 씨(가명)는 평소처럼 PC방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추정일 이후 3일간 로그인 기록이 없었다. 무엇보다 오른쪽 귓바퀴 위쪽에 긁힌 상처가 있었다. 이에 대해 보일러를 해체 중 다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최 씨 누나는 전혀 다른 설명을 했다. 형사의 전화에 “다시 드릴게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끈질긴 추적 끝에 검거됐다. 최 씨는 피해자에게 수리비 45만원중 4만원을 받지 못한 것이 범행 동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계속 바꿨고, 재판에서는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말했다. 보일러 물품 절도, 50대 여성 대상 강도 등 여죄도 추가로 드러났다. 보일러실에 펼쳐둔 이불은 시신 유기를 위해 준비했으나 무게 때문에 옮기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어 KCSI가 소개한 두 번째 사건은 “누나가 죽은 것 같다”라는 남동생의 신고로 시작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미 숨진 30대 중반의 여성을 발견했다. 시신 머리 뒤에는 다수의 상처가 있었고,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피해자의 귀중품과 현금이 사라졌지만 안방 외에는 범인의 흔적이 없었고, 문도 잠겨 있었다. 중요한 단서는 혈흔 위에 남겨진 양말 족적이었다.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진 무지외반증 특유의 형태로, 성별은 알 수 없었지만 범인의 발 모양을 추정할 수 있었다. 수사팀은 피해자가 당일 점심 약속이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약속 상대를 만났다. 피해자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30대 여성으로,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었다. 피해자는 평소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약 240여명과 교류해왔다. 온라인 특성상 신원 확인의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약속 상대였던 여성이 “전 남자친구가 마음에 걸린다”고 제보했다. 그녀에 따르면 피해자와 전 남자친구는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이로, 피해자의 소개로 식사한 것을 계기로 자신과 교제하게 됐다. 그러나 전 남자친구는 40대 무직으로, 피해자는 동생을 걱정해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적었다. 약속 상대는 그 영향을 우려했다. 조사 결과, 그 남자는 과거 피해자의 집에 방문한 적도 있었고, 범행 당일에는 피해자 집 인근 기지국에 신호가 잡히기도 했다. 경찰은 용의자의 차량을 추적해 접촉사고를 위장한 연기로 유인했고, 체포했다. 발뺌하던 그는 “발 좀 보자”는 형사의 말에 결국 자백했다. 그는 아침에 TV를 보다가 분노가 치솟았고, 피해자가 자신이 일을 하지 않는 사실을 커뮤니티에 올린 게 화가 나 따지러 갔다고 주장했다. 여자친구와 이별도 피해자 탓을 했다. 피해자가 사과하지 않자 밀쳤고, 신고할까 봐 목을 졸랐다고 진술했다. 물건은 훔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의 집에서 피해자의 귀금속, 현금, 집 열쇠까지 발견됐다.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그는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용감한 형사들4’는 매주 금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되며,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주요 OTT에서도 공개된다. E채널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도 프로그램에 대한 생생한 소식과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4.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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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실에서] 이재명 무죄가 반가운 이유

      오피니언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 이재명 무죄가 반가운 이유

      이주영 편집장 young78@kyunghyang.com 이런 것이 디스토피아가 아니면 무엇일까요. 시뻘건 불길이 거센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나듭니다. 화염으로 가득 찬 산골 마을에서 노인들은 차를 타고 대피하다, 매몰된 집에서 빠져나오다 미처 불길을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습니다. 천년 된 고찰이 주저앉고 국립공원도, 세계문화유산도 위협받았습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한반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경북 북동부지역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두고 온라인에선 음모론도 화마처럼 퍼졌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 원인을 놓고 간첩과 중국인 소행이네, 무속을 좋아하는 김건희 여사의 ‘호마의식’이네 하는 얘기가 떠도는 걸 보면 그저 참담합니다. 서울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갑자기 왕복 6개 차선 중 4개 차선이 무너지며 땅이 지하 20m 아래로 내려앉는 일이 벌어집니다. 몇 달 전에도 가끔 다니는 도로가 푹 꺼져 차 한 대가 통째로 빠진 장면을 보고 식겁했던 기억이 있는데, 잊을 만하면 땅이 무너져내리니 불안해서 어디 다니겠습니까. 더구나 이번 사고로 실종됐다가 17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된 사람은 낮에 직장 다니고 퇴근 후 배달일을 부업으로 했던 30대 가장이라 하네요. 재난과 사건·사고의 희생자들이 거동 불편한 노약자, 열심히 생계를 꾸려나가는 청년이라는 소식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런 와중에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무죄 소식은 차라리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어요. 만약 이 대표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대선 출마 자격 논란을 초래할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면 그 이후 정치권의 이슈는 온통 이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서는 게 맞느냐부터, 설령 이 대표가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남게 될 대법원 최종심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논란에 빨려들게 뻔하니까요. 최소한 그런 소모적인 정치 공방과 함께 또다시 전 국민이 법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안도감에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든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주간경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각종 투쟁사업장에 뛰어가 연대하는 시민들 ‘말벌 동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조직화된 단체도 아니고, 대부분 계엄 사태 이전에는 사회적 투쟁 활동에 참여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왜 말벌처럼 몰려다니며 농성장을 찾는지, 이 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지를 들여다봅니다. 경영난에 처한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회사 측은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용 불안에 떠는 노동자와 입점업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종 지지도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공개 여론조사 자료를 토대로 정치권에 깊숙이 개입했던 명태균씨 같은 정치 브로커들도 움직이고 있겠죠. 여론 ‘조사’와 여론 ‘조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들썩이기 시작한 정치 브로커의 세계도 들여다봅니다.

      이주영 편집장 2025.04.02 06:00

    • ‘지방소멸’ 시대, 지역리더를 키우는 이유

      사회

      ‘지방소멸’ 시대, 지역리더를 키우는 이유

      지역재단, 오는 4월 ‘지역리더대학원’ 설립하기로 입학금·등록금 없는 ‘1년제 비인가’···‘50세 미만’ 원칙 지역리더대학원 교수진이 지난 2월 17일 서울 동숭동 통나무출판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허헌중 지역재단 이사장, 류동민 충남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초빙교수, 도올 김용옥,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 / 지역재단 제공 커다란 다목적회관이나 생태체험전시관 따위가 들어선 농촌 마을들이 있다. 쓰지 않아 방치돼 있거나, 용도 외로 사용하거나 사유화된 시설이 상당수다. 마을 주민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추진한 사업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 농촌개발사업은 통상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공모사업(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기초생활거점 조성사업·시군역량강화사업·창조적마을만들기사업 등)을 따내기 위해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예비계획을 세운다. 지역 유지들은 주민을 동원해 설명회를 열고, 설문조사하고 사진 몇 장 찍어 주민 참여도가 높은 것처럼 포장한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권역(마을 3~4개)마다 최대 70억원까지 지원하는 농어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되는 등 주민참여형 사업이 본격화했지만, ‘눈먼 돈’을 따내기 위한 컨설팅 시장만 커졌다. 최근에는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중앙정부의 지역 개발 관련 예산이 더 늘었다. 2004년부터 지역리더 육성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농어촌마을종합개발사업 등 주민주도형 사업을 제안한 대표적인 농정 전문가다. 지난 3월 1일 주간경향과 만난 박 명예교수는 “농어촌마을종합개발사업은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라며 “시골 사람들이 1000만원, 2000만원짜리 사업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70억원짜리 사업을 추진하겠냐. 지역 주민의 능력을 키우고 이들이 마을 사업에 나서는 ‘내재적 발전’이 필요하다, 더 이상 ‘외생적 개발’은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 지적이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그냥 짜인 계획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그는 오래전부터 ‘지역리더’를 키웠다. 박 명예교수 등이 참여해 2004년 설립된 지역재단은 그동안 지역리더를 육성하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는 “‘지역리더’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지역민과 함께 노력해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사람 또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지역재단에서 20년간 지역리더를 키워왔는데 단발성 교육으로 끝나는 게 아쉬웠죠. 지역리더들이 정부의 지역개발사업에 동원돼 정력을 다 쏟느라 에너지가 고갈되고, 정권이 바뀌면 하던 일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좌절하는 사람이 많아요. 지역리더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목표, 전략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었어요. 지역리더를 키우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가 대학원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죠.” 이에 박 명예교수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지역재단이 오는 4월 ‘지역리더대학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학원’이란 이름을 붙였지만, 학위가 나오지 않는 ‘비인가’ 1년제 학교다. 번듯한 대학원 건물도 없다. 한 달에 한 번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홍익대 국제연수원 공간을 빌려 1박2일간 합숙 수업을 진행한다. 이외에 한 달에 두 번씩 실시간 온라인 특강도 한다. 등록금과 수강료 등 학비는 무료다. 3월 11일까지 신입생을 모집해 올해 30명을 선발한다. 신입생은 만 50세 미만으로 제한하지만, 학력은 보지 않는다. 지역리더대학원 모집 링크(지역재단) ▶ https://naver.me/FoE1PvCK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가 지난 3월 1일 경기 과천 지역재단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는데 농촌에 ‘지역리더’의 역량을 갖춘 이들이 남아 있을까. 박 명예교수 역시 인구 2000명도 안 되는 면 단위 지역의 지역리더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단다. 지역리더들이 이런 답을 줬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니다. ‘일할 사람’이 일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인구 1000명에서 2000명 정도 동네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5명만 있어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박 명예교수는 “역량은 경험의 과정을 통해 학습된다”며 “주민 스스로 문제해결 역량이 있다는 걸 증명한 농촌지역이 많다”고 했다. 그가 대학원을 세우겠다고 하자 뜻을 같이하는 교수와 현장 전문가, 단체가 모였다. 2021년 박 명예교수와 전국을 돌며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농산어촌 개벽대행진’ 프로그램을 진행한 도올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는 “철학 수업은 내가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동학사상, 유교와 기독교 철학 등을 가르친다. 지역리더가 ‘지방소멸’ 막을 수 있을까 정치학자인 정해구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민주주의와 주민자치’ 등을 가르친다. 정 교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시절에도 지역균형발전을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로 꼽았을 정도로 지역에 대한 관심이 크다. 류동민 충남대 교수는 ‘경제학’을 맡았다. 류 교수는 주간경향과의 전화 통화에서 “경제학 원론보다는 현실과 밀착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한국경제는 어떻게 성장해왔는가, 성장만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인가,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한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했다. 박 명예교수가 지역을 다니며 만난 지역리더들도 오프라인 합숙 수업에 와서 사례 발표를 한다. 이외에도 온라인 특강에는 기후위기, 여성, 협동조합, 조세·재정, 한국 금융 시스템, 부동산 문제, 농민 운동, 교육, 한반도 평화 등의 주제로 전문가 20명이 강사로 나선다. 예컨대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한국 금융 시스템의 현황과 개혁과제’를,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가 ‘교육과 사회혁신’을,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가 ‘여성이 살고 싶은 지역 만들기’에 대해 강의한다. 지역리더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까. 박 명예교수는 ‘지방소멸’ 같은 끔찍한 말을 쉽게 입에 올리는 세태에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지역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서 <강요된 소멸>에서 “지방, 그곳에 사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 소멸하지 않는다”며 “‘지방소멸’, ‘지역개발’을 팔아 중앙과 자본을 살찌울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비인가 대학원이라지만, 대학원 운영을 위한 재정은 충분할까. 더군다나 학생들에게는 수업료조차 받지 않는다. 박 명예교수는 지역재단이 갖고 있는 자금 내에서 어느 정도 운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학원 운영을 위한 기부금도 받는다. 잘돼서 인재들이 모이고 건물 하나 세울 여건이 되면 ‘인가 대학원’까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10대 경제 강국인데 그런 일 하나 못하겠어요?” 경제 강국이 이런 일조차 이루지 못하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박진도식 농담’이다.

      이재덕 기자 2025.03.10 06:00

    • [오늘을 생각한다] 지금, ‘이재명 주 4일제’가 틀린 이유

      오피니언 오늘을 생각한다

      [오늘을 생각한다] 지금, ‘이재명 주 4일제’가 틀린 이유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주 4일제 화두를 던졌다. 조기 대선을 겨냥해 큰 선거에 걸맞은 ‘노동시간 단축’ 이슈를 던진 것이다. 2021년 말 20대 대선을 앞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 4일제 공약을 발표하자, 나는 이 지면에 ‘주 4일제와 노동양극화’라는 글을 실어 반대를 표명했다. 2003년 9월,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 만에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됐고, 그 후로 22년이 흘렀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찬성한다. 그러나 법정 근로시간을 주 25시간 이하로 단축하기 전에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것은 결사반대다. 아무리 외국 사례를 들먹여도 소용이 없는, 명백한 한국 고유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주 4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첫째, OECD 1위에 빛나는 최장의 출퇴근 시간이다. 주 40시간·주 35시간과 병행하는 주 4일제는 퇴근 시간의 연장을 의미한다.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2019년 기준 EU 27개국 15~64세 임금노동자의 평균 통근 시간은 편도 25분이다. 반면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대도시권 광역교통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대도시권 평균 통근 시간은 왕복 116분, 수도권은 평균 120분에 이른다. 둘째, 상대적으로 긴 점심시간이다. 미국, 영국, 북유럽 국가들은 점심을 일터에서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 노동법은 무급 점심시간이 아닌 20분의 유급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때문에 20분 동안 점심을 해결하고 5시 칼퇴근할 수 있다. 즉 같은 주 40시간제라도 한국의 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 길게는 2시간까지 늦는다. 주 4일제를 섣불리 말하는 게 무지해 보이는 이유다. 국가는 일을 택하라고 등 떠밀지 말고, 돌봄과 일 중에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 돌봄 시간 쟁취를 원한다. 주 4일제는 아직 멀고 먼 얘기다. “시간 거지.” 돌봄과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으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며, 엄마들이 스스로 붙인 자조 섞인 별명이다. 부족한 엄마라는 자책, 저급한 노동자라는 평가 속에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멸시와 혐오를 뼈저리게 체감한다. 공적 돌봄·아동수당 등 양적 확대에 매몰된 정부를 향해 ‘정치하는엄마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제1 요구안으로 꼽았다. 서로 돌볼 시간을 쟁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계 최저의 출생률을 해결하겠다면서 정부는 여성 고용단절 문제에 전혀 손대지 않는다. 어린이집은 12시간 운영, 초등 돌봄교실은 저녁 8시까지 운영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아니 그럼 우리가 대를 이으려고, 종족을 보존하려고, 인구절벽에 대응하려고 출산했을까? 아니다. 우리는 서로 돌보고자, 그 안에서 행복하고자 출산했다. 여성 임금노동자들이 고용단절을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적 정리해고다. “어린이는 국가가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일하라”라는 말에 모든 모순이 담겨 있다. 국가는 일을 택하라고 등 떠밀지 말고, 돌봄과 일 중에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 5일치 밥을 4일에 먹이고 하루 굶길 수 없는 것이 돌봄이다. 우리는 노동시간 단축, 돌봄 시간 쟁취를 원한다. 주 4일제는 아직 멀고 먼 얘기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2025.03.07 14:30

    • “한땐 불행하다 생각…이젠 겨울을 견딘 이유 알게  돼”

      사회

      “한땐 불행하다 생각…이젠 겨울을 견딘 이유 알게 돼”

      보육시설서 자랐던 청년 8명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 펴내 모임 ‘몽실’ 만들어 후배들 자립 도우면서 자신들의 아픔도 치유 이진희씨(오른쪽)와 박진솔씨가 부산시 연제구에서 운영하는 카페 ‘몽실’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몽실 제공 봄이 되면 넓은 정원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여름이면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매미 소리를 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큰 운동장에서 축구나 농구, 술래잡기도 했다. 수요일 목욕 시간엔 친구들과 탕에 들어가 게임도 했다. “보육시설에서 살았다고 하면 ‘불행했겠다’라고 생각하는데 편견이에요. 저는 보육시설에서 행복했거든요. 지금도 그곳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특유의 공기가 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요.”(이진희씨) 부산의 한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지금은 어엿한 사회인이 된 20~30대 청년 8명이 최근 책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호밀밭)를 펴냈다. 이들은 4년 전 후배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을 돕는 모임 ‘몽실’을 결성하고 부산시 연제구에 같은 이름의 카페를 만들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이들 여덟 청년이 각자의 아픔을 나름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간 이야기가 담겼다. 여덟 명의 저자 가운데 카페 실무를 맡은 이진희씨(32)·박진솔씨(31)와 지난 1월 14일 영상회의 서비스 ‘줌’으로 대화했다. 두 사람은 보육시설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우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안다” 이씨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밥그릇에 밥을 적게 퍼서, 혹은 술 취한 아버지의 설교를 듣다 졸았다는 이유로 맞아 “늘 여기저기 멍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이씨 사정을 알게 된 학교 상담 선생님의 도움으로 보육시설에 가게 됐다. 이후의 변화에 대해 이씨는 이렇게 썼다. “아빠는 항상 화가 나면 내가 가장 아끼는 것부터 부쉈다. (중략) 난 아무것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가장 소중하면 먼저 망가진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시설에 들어와서야 무언가를 마음껏 좋아할 수 있었다.”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에서 여덟 청년은 각자의 아픈 사연을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다. “1990년 10월의 어느 날, (갓 태어난)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전봇대 밑에 버려졌다”는 고백, 보육시설을 뛰쳐나와 울며 매달리는데도 “무슨 소리 하노, 다시 올라가”라며 외면하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인연이 끊어진 어머니를 찾아갔지만 품에 안겨있는 다른 아이를 보고 보육시설을 스스로 선택한 이야기 등을 저자들은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이들은 말한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안다.” “숨길 이유가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어요. 힘든 시절이 있었어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었죠.”(이씨) 저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갔다. “아이는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사랑을 통해 자란다. (중략) 나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깨달음, “그 시절 우리에게 필요했던 따뜻한 어른이 돼 주고 싶다”는 소망, “보란 듯이 성장하겠다”는 다짐까지, 각자를 추스른 생각은 저마다 달랐지만 상통하는 데가 있다. 저자들은 아픔을 얘기하되 거기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저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한다. “여덟 살 때부터 ‘난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야’라는 확신이 있었다. (중략) 늘 이어지는 질문이 있었다. 그래서?”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는 못난 어른들 때문에 한때 불행했지만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끝내 내려놓지 않은 아이들의 성장기다. 행복한 추억이 많은 보육시설이었지만 선배들의 폭력적 신고식 등 잘못된 관행도 있었다. 저자들은 시설 내 부조리를 없애나가는 노력도 기울였다.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어엿한 사회인이 된 20~30대 청년 8명이 최근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라는 책을 펴냈다. 사진은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의 표지 / 호밀밭 제공 저자들의 나이는 만 24~35세다. 보육시설을 나와 대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됐고 일부는 결혼해 아이도 낳았다. 사회에 그럭저럭 적응해 나가는 가운데 다시 보육시설 후배들에게 눈을 돌린 것도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명절에 함께 모여 축구를 하곤 했는데, 4년 전 크리스마스에 모였을 때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모여서 후배들을 위해 뭔가 해보자’는 얘기를 하게 됐다”면서 “거창하진 않았다.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이들의 모임 이름인 ‘몽실’은 ‘열매를 꿈꾼다’는 의미다. 만 18세가 되면 보육시설에서 나와 자립해야 하는 후배들이 자신만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자는 뜻을 담았다. 자립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1 대 1 멘토링 프로그램, 초등학생 후배들과 나들이를 나가는 프로그램을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저자 중 한 명은 사회복지사가 됐는데, 마침 저자들이 자란 보육시설에서 자립 전담 요원으로 일하고 있어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었다고 한다. 자립을 준비하는 10대 후반의 보육시설 아이들은 어떤 고민을 주로 털어놓을까. “일단 집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부터 난관이에요. 전세나 월세 등 행정적인 부분을 많이 묻고요, ‘외로움을 느낄 것 같다’는 걱정도 많이 해요”(박씨), “대학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등 진로 고민도 많아요. 가정을 일찍 꾸리고 싶어하는 아이도 많은데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그릇이 됐는지를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그냥 외롭다고 결혼해선 안 된다’고 얘기해주고 있어요.”(이씨) 초등학생 후배들과 함께하는 나들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노는 시간”이다. “가정에선 당연히 하는 경험인데 시설에 살기 때문에 못 하는 것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자전거 타는 법 배우기’예요. 먹고 싶은 걸 직접 고르게 하기도 해요. 시설에선 ‘메뉴 선택’을 못 하거든요. 마라탕, 탕후루를 많이 고르더라고요.” ■우리가 ‘겨울’을 버틴 이유 몽실의 청년들은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3년 전 각자 빚을 내 카페도 차렸다. 사실 카페까지 열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고 한다. 특히 카페 실무를 맡게 된 박씨의 경우 이미 택배기사로 가정경제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 상태여서 지인들의 걱정이 컸다. 주위 걱정대로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해 잠시 운영을 중단할 정도로 ‘카페 시장’의 쓴맛을 본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후원자가 나타나 카페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별도의 후원 없이 홀로서기 위해서 두 사람은 매일 정성껏 쌀빵을 만들고 아몬드 쿠키를 굽는다. 이씨는 “지금은 프로그램 운영비를 모 재단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증빙 때문에) ‘사진 찍기’ 등에 익숙해진 것이 마음 아프다”면서 “카페로 돈을 많이 벌어서 ‘결과물 제출’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놀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먼 훗날, 이 카페가 자립준비청년을 많이 채용해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고 했다. 보육시설 퇴소 후 10여 년. 어렵사리 사회에 적응했는데 후배들까지 다독이며 사는 것이 버겁지는 않을까.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 자신을 치유하고 있어요. ‘괜찮아, 지금 여기서도 행복할 수 있어’와 같은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그게 결국은 ‘과거의 나’에게 하는 얘기였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많이 합니다. 책 제목대로, 저희는 이러려고 겨울을 견뎠나 봐요.” 이씨의 말이다.

      송윤경 기자 2025.01.20 06:00

  • 레이디경향

    • 과거에도 미래에도…한옥 ‘중목구조’ 포기할 수 없는 5가지 이유

      리빙

      과거에도 미래에도…한옥 ‘중목구조’ 포기할 수 없는 5가지 이유

      ‘중목구조’ 주택이란 전통 목조 건축을 현대화한 건축의 기법이다. 전통 한옥의 기둥과 보로 힘을 받는 구조로 못이나 철물을 최소하해 장부짜맞춤 등 전통기법을 일부 차용하기도 한다. 오는 4월 1일 방송되는 EBS <건축탐구 집> ‘중목구조 주택을 지어야 할 다섯 가지 이유’ 편에서는 중목구조로 집을 지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중목구조로 지은 주택들. EBS 제공 유방암 아내를 살린 중목구조 주택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아담한 중목구조 주택. 조춘순 이인숙 부부는 매일 아침 정원을 찾아오는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면 부부가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지만 불과 4년 전만 해도 이런 시간이 다시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부부였다. 교사 생활을 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던 아내 건축주. 어느 날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게 된다. 수술을 바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 항암 치료를 하고 수술을 하고 이후에 표적 치료까지… 계속되는 치료 과정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다고 다짐한 남편.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게 되는데… 바로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아내를 위한 집을 짓고 사는 것. 처음엔 다 지어진 집을 구매해서 들어갈까도 생각했지만 의외로 단층집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결국 부부만의 삶의 패턴에 맞는 자그마한 집을 짓기로 결심, 관련 자료를 찾으며 중목구조 주택이 답임을 느꼈다는데... 경량 목구조에 비해 건축비는 비싸지만, 공장에서 프리컷 과정을 거쳐 현장에서 맞추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기에 공사 시간이 짧다는 점, 그리고 하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목구조 주택을 선택하게 된 이유였다. “아내를 살리는 집” 이사 후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아내. 지금은 오히려 남편보다도 건강한 모습이다. 실제로 목조주택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입증된 상황. 이제는 식탁에 앉아 창 너머 집에 찾아온 새들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부부. 단단한 중목구조 집처럼, 부부 역시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소중한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고층 건물을 가능케 한 중목구조의 비밀 지구촌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바로 ‘저탄소’.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잇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이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목조 건축 열풍이 일고 있다. 문제는 과연 나무로 고층 건물이 가능하냐는 것. 이미 해외 선진국을 중심으로 목조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10년 전부터 고층 목조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 국립산림과학원이 있다. 수원에 위치한 국립산림과학원 종합연구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층 목조 건축물로 지하 1층, 지상 4층의 사무실 건물이다. 이 건물의 경우 건물의 60%가 목재로 되어 있으면 그중에서도 절반이 국내산 낙엽송과 소나무를 사용했다. 영주에 있는 ‘한그린 목조관’의 경우는 중목구조로 지은 공동 주택인데 공동 주택의 가장 큰 이슈인 층간소음 문제를 집성판이라고 하는 공학 목재를 통해서 해결한 국내 첫 사례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중목구조로 지은 목조 건축물은 안정성 면에서 철근 콘크리트 건물과 견줄 수 있을까? 중목구조는 강한 내구성과 구조적 안정성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경량 목구조보다 굵고 튼튼한 목재를 사용해 하중을 잘 견딘다. 층고가 높고, 큰 공간을 기둥 없이 구현할 수 있어 디자인이 자유롭기도 하다. 예상 외로 공정도 빠르다. 대부분의 구조재는 공장에서 정밀 가공되고, 현장에서 조립되기 때문. 이를 프리컷(Prefabrication) 또는 프리컷 중목 공법이라고도 부른다. 탄소 저감 효과가 뛰어난 목재 사용해 자연재료 특유의 쾌적한 실내 환경, 습도 조절, 따뜻한 느낌이 특징이다.

      이유진 기자 2025.03.31 17:02

    • 아이유만큼 …거를 타선 없는 ‘신스틸러’ 향연[드라마 파파고]

      문화/생활

      이유만큼 <폭싹 속았수다>…거를 타선 없는 ‘신스틸러’ 향연[드라마 파파고]

      “주인공만큼 빛났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신스틸러 조연 열전 염혜란부터 ‘학 씨’ 최대훈·‘강남 졸부’ 김금순까지… 애순의 어머니 ‘전광례’ 역, 배우 염혜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공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는 가운데, 아이유, 박보검 등 주연 배우뿐 아니라 짧은 등장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개성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신스틸러’라는 수식어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니입에 들어가면 천환같어” 염혜란 배우 염혜란은 극 중 주인공 애순의 어머니 ‘전광례’ 역을 맡아 딸을 향한 묵직한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빚더미에 남편의 병시중까지,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도 굳건한 어머니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의 출연은 1막에서 끝이 났지만 해녀 이모들의 찰진 대사 속에서, 애순의 기억 속에서 극 전편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염혜란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2017), <내가 죽던 날>(2020), <빛과 철>(2021) 등에서 다채로운 여성상을 선보였으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2019), <경이로운 소문> 시리즈 등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부상길’로 분한 배우 최대훈. “학 씨” 최대훈 극 중 이름보다 ‘학 씨’로 잘 알려진 오징어 배 선장이자 도동리 유지 ‘부상길’로 분한 최대훈은 대학로 연극계에서 활동해온 잔뼈 굵은 연기파 배우다. 그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과 주인공들과의 갈등을 실감 나게 표현해 시청자들의 분노와 몰입을 동시에 자아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매체(TV, 영화)로 활동 무대 옮긴 그는 <사랑의 불시착> <괴물> 등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그는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펜트하우스>(2020~2021),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2022)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산 여인숙 주인 ‘금자’로 등장한 강말금. “부산 인심 직이지예” 강말금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도 있다. 부산 여인숙 주인 ‘금자’로 등장한 강말금은 친절한 모습 뒤 숨겨진 반전 정체를 드러내며 극을 흡사 공포영화같은 섬뜩함을 자아냈다. 독립영화계의 ‘믿보배’로 알려진 강말금은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으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세자매> 등 작품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작은 아씨들>에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미향’ 역을 연기한 김금순. “베팅을 안 하면 한방도 없어요” 김금순 딸 제니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향’ 역을 연기한 김금순 역시 날 선 현실감을 보여줬다. 특히 벌거죽죽한 화장톤, 눈썹 문신으로 ‘강남 졸부’를 표현해 마치 실제 살아있는 인물처 생생함을 자아냈다. 그는 주인공 금명에게 대리시험을 제안하고 도둑 누명을 씌우는 등 날카로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강말금처럼 독립영화에선 정평이 날 정도로 유명한 연기파 배우다. 영화 <벌새>(2018), <82년생 김지영>(2019) 등에서 조연으로 활약했으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에서도 묵직한 연기로 신뢰를 얻고 있다. 배우 남권아. “난 던져” 남권아 제니네 가정부도 “누구냐”는 질문을 많이 받은 배우다. 극 중 그가 젊은시절 애순과 관식의 도움을 받고 약 20년 후 금명이 도둑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가 누명을 벗겨주는 따뜻한 메시지의 주인공이다. 가정부 역을 맡은 남권아도 연극 무대에서는 전설적인 존재다. 20대 시절부터 1989년 연극 <오구>로 데뷔한 이후 수많은 연극에서 주연과 연출을 맡으며 압도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드라마 <설강화> <괴물> 등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고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삼례> <압꾸정>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유진 기자 2025.03.24 17:41

    • ‘디저트 배’ 따로 있다?…배부른데도 단 것 당기는 이유

      건강

      ‘디저트 배’ 따로 있다?…배부른데도 단 것 당기는 이유

      배부름에도 디저트를 찾는 이유, 과학적 원인 있었다. 픽셀즈 분명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식사를 했는데 누군가 디저트를 언급하는 순간, 다시 먹고 싶어진다. “디저트 배 따로 있어”라고 안심시키며 마카롱을 권하는 친구. 먹지 않을 수 없다. 단순한 식탐 때문이 아니다. 배부를수록 과학적으로 단 것이 당긴다. ‘디저트 배’가 아닌 ‘디저트 뇌’ 탓이다. 디저트 배, 뇌에서 비롯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Metabolism Research)의 연구진은 포만감을 느낀 상태에서도 설탕 섭취 욕구가 생기는 이유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배고픔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위치한 POMC 뉴런이 이 현상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OMC 뉴런은 이중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런은 활성화되면서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쾌감을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방출하는데 이는 충분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 포만감을 느끼도록 돕는 동시에, 이후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유발해 과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뉴런이 작동하면 우리는 포만감뿐 아니라 단 음식에 대한 갈망도 함께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눈앞에 과자나 달콤한 음식을 보면 이 뉴런의 활성화가 더 활발해진다. 해당 연구 책임자인 헤닝 펜젤라우(Henning Fenselau)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설탕은 자연에서 희귀하지만 즉각적인 에너지원이 된다”며 “인간의 뇌는 설탕을 가능한 한 많이 섭취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다”라고 설명했다. 뇌는 설탕을 섭취했을 때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배부름과 상관없이 단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디저트 배, 다스리는 것이 중요 배불리 먹은 후 달콤한 디저트는 혈당 스파이크의 원인이 된다. 달달한 것이 당기는 순간, 다크 초콜릿 한 조각이나 신선한 베리류, 플레인 요거트에 과일을 섞어 먹어 욕구를 잠재우는 건 어떨까? 달콤함을 충족시키면서 건강에도 해가 되지 않는다. 껌을 씹어도 좋다. 껌을 씹는 행동만으로도 식욕 조절과 관련된 특정 호르몬이 분비되어 포만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식사 후 껌을 씹으면 디저트에 대한 욕구를 줄일 수 있다. 디저트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어렵다면,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나 작은 디저트를 천천히 음미하는 방법도 있다. 천천히 먹으면 뇌가 만족감을 더 빨리 인식하여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설탕 덩어리 간식보다 집에서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설탕 대신 과일과 견과류를 활용해 건강한 디저트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얄궂은 뇌의 신경 작용에 의한 ‘디저트 욕구’ 건강한 선택으로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진 기자 2025.03.20 17:41

    • [건강의피셜㊿]‘100세 인구 85%’ 여성이 더 오래사는 이유는?

      건강

      [건강의피셜㊿]‘100세 인구 85%’ 여성이 더 오래사는 이유는?

      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까? 과학과 장수 연구가 전하는 몇 가지 학설에 대해. 픽셀즈 1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의 85%가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다. 110세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 비율은 90%까지 증가한다. 그렇다면 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살까? 미국 야후라이프가 과학과 장수 연구를 통해 그 해답을 들여다봤다. 여성은 왜 더 오래 살까? 미국 노바 남동부 골병리 의과대학(Nova Southeastern College of Osteopathic Medicine)의 노인 의학과 교수인 나오시라 판디아(Naushira Pandya) 박사는 “신체적으로 남성이 더 강하지만, 여성이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며, 그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요인에서도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경우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약 6년 길다. 산모 사망률과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변수가 있음에도 여성은 전 세계적으로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주요 요인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은 혈관 건강을 보호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장수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항염증 작용이 있어 노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요법이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염색체 차이도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두 번째 X 염색체가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은 손주를 돌보는 과정에서 생식 후에도 생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할머니 가설’이 있다. 이는 여성이 손주를 양육함으로써 가족 전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딸이 더 많은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론이다. 케어 홈케어(CARE Homecare)의 CEO인 모티 갬버드(Moti Gamburd)는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녀, 배우자, 부모를 돌보는 역할을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건강을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남성보다 의사를 자주 방문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의 생활 습관도 장수에 영향을 끼친다. 남성은 여성보다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으며 비교적 흡연, 음주, 위험한 행동을 더 자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자살률은 여성보다 4배 이상 높다. 이러한 차이가 여성의 기대수명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관계도 장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연결이 부족하면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가족에게 더 쉽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 판디아 박사는 “90세 이상 고령자들은 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 더 나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잉글랜드 대학의 교수이자 노인의학 교육 책임자인 마릴린 구글리우치(Marilyn Gugliucci) 교수는 “목적 의식과 회복력이 장수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며, 건강한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태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수를 위한 생활 습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장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은 다음과 같다: 규칙적인 운동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 금연 및 절주 건강한 사회적 관계 유지 긍정적인 태도와 목적 의식 갖기 노인의학 전문의 에반 시아를로니(Evan Ciarloni) 박사는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식사, 운동, 수면, 인간 관계, 정신적 건강 관리가 장수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은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건강 관리 습관, 삶에 대한 태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2025.03.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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