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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경정 여왕은 이주영, ‘2025 메이퀸 특별경정’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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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경정 여왕은 이주영, ‘2025 메이퀸 특별경정’ 우승

      올해 경정 여왕은 이주영이다. 이주영은 지난 14일 미사경정장에서 15경주로 열린 ‘2025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코스의 불리함과 강력한 도전자들을 극복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메이퀸 특별경정’에는 올해 1회차 성적부터 18회차까지의 성적을 토대로 평균 득점 상위 6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지난주 초반까지 코스 순으로 문안나(3기, B2), 이지수(3기, B2), 김인혜(12기, A1), 이미나(3기, B2), 안지민(6기, B2), 박설희(3기, A2)가 출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주 8일(목) 13경주에서 이지수가 반칙을 범해 메이퀸 특별경정 출전 자격을 잃었다. 그로 인해 김인혜, 이미나, 안지민, 박설희가 3∼6코스에서 2∼5코스로 코스가 변경되었고, 6코스에 득점 차순위인 이주영(3기, A2)이 이름을 올렸다. 이주영이 14일 열린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메이퀸 특별경정의 관전 요소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이미나를 제외하고 역대 메이퀸 특별경정(구, 경정 여왕전)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이다. 문안나 2016년, 김인혜 2022년, 박설희 2005년, 이주영 2015년 우승 경험이 있고, 안지민은 무려 3차례(2005년, 2017년, 2019년) 이 대회 우승 기록이 있다. 원조 여전사라는 별명이 있는 3기 선수 4명, 여성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꼽히는 김인혜, 가장 많은 우승 경험이 있는 안지민까지 기량만 놓고 본다면 쉽사리 우위를 6명의 선수 모두 전력의 우열을 가리긴 힘들었다. 또 다른 관전 요소는 코스와 모터의 대결이었다. 평균 득점 가장 높은 문안나, 차순위 김인혜가 1코스와 2코스에 출전했는데, 반대로 착순점 1∼2위 모터는 5코스 박설희, 6코스 이주영이 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주 시작 전 배당판은 모터보다는 코스에 기울었고, 인기 순위는 2코스 김인혜, 1코스 문안나, 5코스 박설희 순이었다. 14일 2025 메이퀸 특별경정에 출전한 선수들이 플라잉 스타트로 경주를 시작하고 있다.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대기 행동을 마친 선수들이 보트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출발부터 이변의 조짐이 보였다. 기대를 모았던 1코스 문안나, 2코스 김인혜가 생각보다 더 출발이 좋지 못했고, 5코스 박설희와 4코스 안지민이 출발을 주도하며 안쪽 코스 선수들을 압박하는 전개가 펼쳐진 것이다. 결국 안쪽 코스였던 문안나, 김인혜가 턴마크를 놓치며 크게 틈이 벌어졌고, 그 사이를 찔러 들어온 안지민과 박설희, 이주영이 초반 선두권을 형성하며 치고 나갔다. 이주영은 코스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2025 메이퀸 특별경정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중 이주영은 내선을 확실하게 장악, 직선 주로에서 치고 나가며 안지민과 박설희를 추월했고, 이후 차분하게 한 바퀴를 더 끌다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5년 우승 이후 10년 만에 경정 여왕의 자리에 다시 오른 순간이었다. 막판까지 2위를 유지하던 안지민은 모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박설희에게 막판에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박설희, 안지민 순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2위, 3위를 기록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수들의 입상이었기에 쌍승식은 203.1배, 삼쌍승식은 1,386배를 기록했다. 또 22년 김인혜, 23년 손지영, 24년 김지현 등 후배들에 밀려 주춤했으나, 이번 원조 여전사 3기 선수들이 나란히 우승,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2025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입상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2위 박설희, 1위 이주영, 3위 안지민) 경주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이주영은 “경주 전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6코스를 배정받았고, 모터와 궁합도 좋지는 않았다. 제가 잘해서 우승했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에는 대상 경정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는데,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올해 큰 대회에 자주 출전해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강석봉 기자 2025.05.20 11:23

    • ‘에든버러에서 서울까지’…이주화의 드레스에 새겨진 ‘인연의 기록’

      연예

      ‘에든버러에서 서울까지’…이주화의 드레스에 새겨진 ‘인연의 기록’

      이주화, 관객과 동료의 마음을 새긴 ‘웨딩드레스’ 탄생 배우 이주화 무대 위, 조명 아래, 단순한 의상이었던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동의 기록으로 변하고 있다. 배우 이주화의 이야기다. 이주화는 최근 음악극 ‘조선협객’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뒤, 공연 동료와 스태프의 사인을 자신의 웨딩드레스에 새기며 특별한 세리머니를 이어가고 있다. 이 드레스는 단순한 의상이 아니다. 2023년 모노드라마 ‘웨딩드레스’ 초연 무대, 그리고 2024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직접 입었던 이주화의 상징적 의상이다. 이 특별한 사인 프로젝트는 에든버러 공연을 앞두고 시작됐다. “무대는 끝나지만, 공감은 끝나지 않을 수 없을까?” 이주화는 그 물음 끝에 동료와 관객의 마음을 드레스에 새기기로 했다. 단순한 기념을 넘어,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낸 감동을 영원히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에든버러에서 시작된 이 기록은 한국으로 돌아와 ‘조선협객’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무대 뒤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씩 남긴 사인은 이 드레스를 하나의 예술적 아카이브로 완성시켜 가고 있다. 관객의 응원도 빠지지 않는다. 이 드레스는 어느새 무대 밖에서도 관객과 배우, 동료의 연결을 이어가는 예술적 상징이 되었다. 이주화는 “모든 사인이 저를 다시 무대에 서게 하는 힘이 된다”며 “이 드레스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이자 증거”라고 말했다. 오는 8월, 이주화는 다시 이해랑예술극장 무대에 선다. 셰익스피어 고전을 한국 전통 양식으로 풀어낸 연극 ‘눈먼자들’에서 리어왕의 장녀 가화공주 역을 맡아 또 한 번 관객과 만난다. 그리고 그 무대가 끝난 뒤, 또다른 이들의 소중한 사인이 웨딩드레스에 새겨질 것이다.

      강석봉 기자 2025.05.20 10:26

    • [공식] ‘파죽지세’ 3경기 연속 선발 이한범, 덴마크 수페르리가 ‘이주의 팀’ 선정

      축구

      [공식] ‘파죽지세’ 3경기 연속 선발 이한범, 덴마크 수페르리가 ‘이주의 팀’ 선정

      이한범. 미트윌란 SNS 대한민국 대표팀 차기 주전 중앙 수비수로 꼽히는 이한범이 (23·미트윌란)이 덴마크 리그 이주의 팀에 선정됐다. 13일(현지시각) 덴마크 수페르리가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024~2025 덴마크 수페르리가 30라운드 이주의 팀을 발표했다. 이한범은 같은 팀 동료 케빈 음바부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번 이한범의 이주의 팀 선정은 지난 리그 6라운드에 이어 시즌 2번째다. 수페르리가 공식 SNS 제공. 이한범은 지난 12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에서 열린 코펜하겐과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한범은 전반 38분 백헤딩으로 올리버 쇠렌센의 선제골에 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트윌란은 후반 38분 토마스 딜레이니에게 동점 골을 내주며 코펜하겐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한범은 90분 동안 클리어링 12개, 인터셉트 2개, 지상경합 성공 1회, 키패스 1개, 빅찬스 생성 1회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한범은 선제골을 기록한 쇠렌센과 함께 팀내 최고 평점인 7.3점을 받았다. 2023년 8월 미트윌란에 입단해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한범은 이번 시즌 벤치에 머무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기존 주전 중앙 수비수인 우스만 디아오가 퇴장을 당하자 기회를 받았고 최근 리그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우승을 노리는 미트윌란은 1,2위 간의 맞대결에서 추격을 실패하며 선두 코펜하겐(승점 57점)와의 승점 격차를 1점으로 유지했다. 미트윌란이 대역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이한범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5.14 17:06

    • 토종 에이스가 살아야 키움이 산다···‘송성문-이주형-최주환’ 국내 강타자들에 거는 기대

      야구

      토종 에이스가 살아야 키움이 산다···‘송성문-이주형-최주환’ 국내 강타자들에 거는 기대

      키움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번 시즌 개막 직후 키움은 리그의 ‘투고타저’ 현상을 거스르는 ‘타고투저’ 야구를 선보였다. 선발 자원을 포기하고 타선에 외국인 에이스를 몰아 넣은 전략이 통하는 듯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마운드도, 타선도 차갑게 식어갔다. 외국인 타자들이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은 다시 국내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국내 강타자들이 1인분 이상의 몫을 해내야 키움 타선이 살아날 수 있다. 개막 직후 8경기 동안은 팀 평균자책이 6.65로 리그 9위여도 팀 타율은 0.314로 선두를 달렸다.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가 이 기간 맹타를 휘두르며 3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했다. 강력한 타선이 빈약한 마운드를 상쇄했다. 그러나 두 외국인 타자는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카디네스는 최근 3경기 안타가 없다. 푸이그는 4·5월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르고 있다. 12일까지 키움의 팀 평균자책(6.00)과 타율(0.232)은 모두 리그에서 최하위다. 국내 타자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할 때다. 키움 간판타자 송성문은 4월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4월 2일부터 25일까지 21경기 타율이 0.17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5월 들어 타격감을 되찾았다. 5월 10경기 타율이 0.351이다. 그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3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연속 경기 홈런 개인 최다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키움 이주형.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주형 역시 4월 타율이 1할대로 떨어지며 슬럼프를 겪었다. 2군에 내려가 12일간 훈련한 그는 지난 9일 1군 복귀전에서 멀티 홈런을 터트리며 부활을 알렸다. 이주형은 “(타격감 저하는) 타격 사이클의 일부였던 것 같다”라며 “그 기복을 줄여야 잘하는 선수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군에 내려가서는 원래 안 좋았던 발목을 치료하는 데에 전념하면서 잡생각을 줄이려고 했다”라며 “회복에 집중하면서 늘 하던 대로 흔들리지 않고 경기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최주환은 올해 키움의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타율이 0.310이다. 지난 7일 KIA전에서는 역전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타선에 기복이 큰 와중에 최주환은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며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4월 한 달간 침체했던 키움 타선은 국내 선수들의 부활에 힘입어 조금씩 정상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키움은 푸이그가 지난 2022년에 그랬듯 여름이 오면 타격감을 되찾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약속의 여름’이 오기까지 국내 타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키움 최주환. 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두리 기자 2025.05.13 14:15

  • 주간경향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7) ‘늙은 젊음’과 ‘젊은 늙음’ 사이에서

      문화/과학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7) ‘늙은 젊음’과 ‘젊은 늙음’ 사이에서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괴벨스 극장>·<국산군인>·<꽃의 비밀> 서울역광장 노숙자들의 세계를 다룬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은 두 노인 리어와 돈키가 그들이 지켜줘야 하는 ‘백성’인 소년을 위해 다양한 로망을 실천하는 풍자극이다. 극단 걸판 제공 광개토대왕, 이순신 장군, 리어왕, 돈키호테, 괴벨스.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과거의 인물(혹은 캐릭터)들이 요즘 대학로를 휩쓸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는 시국인데도 200석 미만의 소극장이 관객으로 가득하다. 떡볶이 장인 고춘자와 올리브오일 장인 소피아 역시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힐링 캐릭터로 관객몰이 중이다. 이들은 모두 중년부터 노년에 이르는 여러 삶의 파편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이끈다. 시대의 문제적 상황과 ‘노욕’(老慾·나이 들어서도 내려놓지 못한 욕심)을 돌아보고 초심을 일깨우게 한다는 점에서 닿아 있는 작품들이다. 현실 해부하는 예술적 시도들 <국산군인>(전웅 작·연출, 박성원 드라마터그, 프로젝트W)에는 폭소와 실소가 공존한다. 에너지 넘치는 혼령들의 액션극이라는 점에서 공포물로 볼 수도 있으나 산 자와 죽은 자의 고뇌가 겹쳐지면서 제례와 애도가 동반돼 사유하게 이끈다. 12·3 비상계엄에 동원된 특전사 병욱(장우영 분)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시민에게 총구를 들이대지만 주저하다 오발탄에 맞아 사망했다. 천당의 문을 두드리며 따지다 독립운동가 금녀(박미르 분)가 구해 ‘탈옥단’이 된다. 지옥과 천당 사이를 떠도는 탈옥단은 국민을 지켰음에도 지옥행인 것에 반발하는 혼령들이다. 광개토대왕 담덕(하민욱 분)과 장군 순신(이강호 분), 선덕여왕 덕만(김보경 분) 등 역사적인 구국 영웅들도 탈옥단이라는게 놀랍다. 고통스러운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 도피하던 중 천당 문지기 천선녀(이명열 분)에 의해 검거되자 막내인 병욱을 지켜내기 위해 모두 지옥에 떨어지고 병욱은 거세게 항의한다. 제문(祭文) 같은 캘리그라피 망토를 두르고 강렬한 노래와 웅장한 12인의 군무로 막을 여는 <늙은 소년들의 왕국>(오세혁 작·연출, 박기태 작·편곡, 극단 걸판)은 서울역 광장 노숙자들 세계를 다룬다. 안위와 명예를 위해 딸들에게 의존하다가 모든 것을 잃은 리어(도창선 분)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리어왕>의 오마주다. 리어를 무조건 따르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돈키(김태현 분) 역시 미겔 데 세르반테스 원작의 <돈키호테>에서 비롯됐다. 비극과 희극을 상징하는 두 노인은 친우가 되고, 기존의 부랑자들에게 공격당하는 소년(류동휘 분)을 발견한다. 그들이 돌보고 지켜야 할 유일한 백성이다. 소년을 위해 노인들은 버스킹으로 노래하며 먹거리를 모으고 보호하며 자기들만의 왕국을 만들어간다. 채무자 같은 자식들이 찾아와 리어와 돈키의 왕국은 부서지고 다시 쇠락한 노인으로 돌아간 그들은 백성인 소년도 잊고 만다. 혼돈의 시국에는 필히 <괴벨스 극장>(오세혁 작·이은준 연출·극단 파수꾼)이 열린다. 히틀러가 건설한 폭력과 살육의 유럽은 사실상 파울 요제프 괴벨스에 의해 치밀하게 짜인 선동극이다. 한때 문학 소년이었던 괴벨스는 불편한 다리로 인해 내쳐지다가 히틀러에게 인정받으면서 거듭 괴물이 된다. 양극화를 야기하고 분노와 증오를 에너지원 삼아 반대파를 절멸시킨 결과가 홀로코스트다. 성실한 우등생 괴벨스(박완규·김대곤 분)가 나치 선동가로 급성장하는 과정은 아카이빙 영상과 상징적인 대사로 각인된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까지의 40여 년을 빠른 액션캠처럼 잡아내기 위해 무대에는 드럼통과 양은 냄비, 대형 고무통 등 소도구 몇개만 놓여 있다. 요란한 선동 사운드와 고문실을 시각화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통로를 여닫는 행위다. 동시대의 여러 군상을 나치에 빗대 풍자하는 장면들 또한 그러하다. 잠깐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언제든 과거의 폭력과 선동이 세상을 잠식한다는 경고다. 노망? 노욕? 이제는 ‘로망’!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오미영 작·연출, 노선락 작곡, 극단 오징어)는 70세 생일을 맞은 춘자(서나영·김소리 분)에게 찾아온 치매를 설득력 있고, 공감되는 에피소드로 시각화한다. 욕심과 증오가 공존하는 시국 풍자 작품들에 비하면 무대예술도 화사하다. 동네의 평범한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인 무대는 춘자가 헤매는 판타지 세계로 향한다. 기억력과 조절력 상실로 가족을 잃고 거리에서 소변을 흘리는 춘자의 모습은 충격적인 현실이다. 기억과 인식을 상징하는 영혼의 물고기(엄현수·양나은 분)가 소변을 통해 함께 빠져나가 치매가 가속화된다는 설정 또한 기발한 은유다. 칼같이 정확하고 활기찼던 춘자의 머릿속 초침과 분침이 낡아 와이퍼로 쓰이면서 새로운 기억은 지워진다는 넘버 역시 그러하다. 사랑하는 자식들 진수(성열석·김준현 분)와 성찬(김대웅·김선제 분), 다정(강나리·하미미 분)을 위해 더 아프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 치매에서 빠져나오는 춘자씨의 자각이 눈물겹다. 넘버 ‘영혼의 물고기’의 “아이는 가볍고 노인은 가엽지/ 아이는 예쁘고 노인은 안 예쁘지/ 아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노인은 보기만 해도 맘 아프지.” 등의 가사는 세대공감을 이끄는 관찰의 결과다. 노년은 외롭고 애잔한 것이지만 나보다는 남을 위해 손발을 더 뻗을 수 있다면 세상은 달라진다.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치매로 향하는 춘자씨의 인생 여행을 재치 있는 판타지와 공감 가득한 온기로 담아낸 가족극이다. 극단 오징어 제공 코미디극의 교과서 같은 <꽃의 비밀>(장진 작·연출, 문화창작집단 수다)은 ‘늙은 젊음’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우정과 연대를 꼽는다.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에 사는 올리브오일 장인이자 남편과는 절대 전화할 일이 없다고 믿는 소피아(박선옥·황정민·정영주 분), 술을 좋아하고 남편과 이혼할 꿈을 꾸는 자스민(장영남·이엘·조연진 분), 뛰어난 미모만큼 털털한 청년 세대 모니카(이연희·안소희·공승연 분)와 씩씩한 4차원 공대 출신 지나(김슬기·박지예 분)는 단체로 바람피우다 교통사고로 전복한 남편들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합심한다. 잘 꿰어 맞춰진 폭소 속에서 끝까지 빛나는 것은 남자로서 살아간 몇 시간 동안 원수 같은 남편들의 어려움과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수함이 로망으로 읽히는 따뜻한 작품이다. <국산군인>은 고래로 모든 군인이 지옥행인 이유는 군인의 본분은 국민을 지키는 것인데 잠시라도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대거나 살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늙은 소년들의 왕국>은 리어와 돈키가 소년과 함께 부랑자들을 밀어버리고 만든 서울역광장의 인공 꽃밭을 해체하고 새로운 왕국의 초석을 만들며 노년의 로망을 후대를 위한 봉사로 일군다. <괴벨스 극장>은 땀 범벅인 괴벨스가 “언론은 정부 손안의 피아노다”라며 주술을 걸듯이 강조함에도 결국 그가 비참하게 생을 마치는 과정을 수미쌍관으로 담아냈다.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인생의 비상사태 ‘치매’에도 굴하지 않고 손맛이 살아 있는 떡볶이 밀키트 사업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과 정성을 전하는 영상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꽃의 비밀>은 네 여성이 합심한 ‘작전’을 통해 되찾은 자존감과 본질이 오래 품었던 비밀임을 깨닫게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는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문구로 흔히 인용된다. 연속되는 불운이나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말라는 의미다. <꽃의 비밀>과 <늙은 소년들의 왕국>은 서울에서는 상연이 끝났고, 이후 지방 투어가 있다. <괴벨스 극장>과 <국산군인>은 끝났고,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6월 1일까지 상연한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2025.05.09 14: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문화/과학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46) ‘혐오’ 상쇄하는 ‘접촉’의 힘

      연극 <시련>·<랑데부>·<베를리너>,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 연극 <랑데부>의 접촉 즉흥 무용으로 시작하는 파드되 장면 / 예술의전당 제공 청년들이 거리에서 “빨갱이는 가라”고 외치는 모습은 실로 괴이하다. 그들이 들고 있는 조악한 플래카드들은 60여 년 전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케 한다. 거짓 뉴스 등으로 촉발된 혐중 시위 또한 점입가경이다. 새로운 양상의 ‘혐오’들이 정치권과 야합하며 점점 괴기스러운 연대를 이루기 시작한다. 이제 진지하게 그들만의 논리를 들여다보고 불통의 장벽에 균열을 가해야 할 때다. 마침 혐오의 본질인 불안과 경계, 차별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 다양하다. 마녀사냥을 다룬 <시련>과 <라파치니의 정원>, 경계에 있는 이들을 다룬 <베를리너>와 <랑데부> 등은 혐오를 상쇄하는 코어 근육인 교류(transaction)와 접촉(contact)의 힘을 돌아보게 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잘 알려진 아서 밀러가 1953년 발표한 희곡을 윤색한 연극 <시련>(신유청 연출·김진숙 번역·윤성호 윤색·이소영 안무·이태섭 무대·강지혜 조명)은 17세기 마녀재판과 20세기 매카시즘 광풍을 담아낸 사회 풍자극이다. 마을 목사 패리스(박은석 분)의 조카 애비게일(류인아 분)은 존 프락터(엄기준·강필석 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여승희 분)의 자리를 노린다. 그는 마을 소녀들에게 존과의 관계를 알리며 숲속에서 춤을 추고 이를 목격한 패리스는 딸 베티(김예지 분)를 포함해 마을 소녀들을 잡아 온다. 기절한 베티가 깨어나지 않자 마을 사람들과 목사 헤일(박정복 분)이 방문해 치료하는 과정에서 애비게일과 소녀들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마녀재판이 시작된다. 마녀사냥의 결과는 공멸 무대는 마치 텅 빈 전시공간 같다.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혐오와 욕망을 드러내는 모습 자체가 텅 빈 전시공간의 오브제로 작동한다. 소녀들이 마녀를 목격한 매개자로 등장하는 장면에선 피처럼 붉은 조명과 핏빛 안개가 객석까지 흘러넘친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하듯 교수형을 받아들이는 존의 마지막은 순교를 상징하듯 새하얀 조명과 안개로 가득하다. 마치 혐오 사회를 견인한 ‘동시대 막장 시국’을 180분짜리 연극 한 편으로 전시한 모양새다. 연극 <시련>에서 소녀들이 마치 마녀에게 조종당한 것처럼 연기하는 장면. 이로 인해 마녀재판이 시작된다.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제로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사이의 전쟁과 살육이 비일비재했던 1692년 영국 식민지 시절 미국 매사추세츠 세일럼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아서 밀러는 여기에 매카시즘 광풍 당시 공산주의자 색출에 동원돼 유죄판결을 받은 자신의 경험을 추가했다. 재판 장면이 생생해 ‘화병 유발’로 유명한 배경이다.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지고 200여 명이 구금된 역사적 사실도 그대로 작품에 반영됐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너새니얼 호손은 당시 실제 세일럼 마녀재판 판사였던 존 호손의 증손자다. 조상의 잘못에 대해 속죄하듯 혐오에 잠식된 인간 군상에 대한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 그의 소설 <라파치니의 딸>을 각색한 뮤지컬 <라파치니의 정원>(이수민 작·작사, 이다솜 작곡, 성종완 연출, 이현정 안무, 박연주 무대, 정구홍 조명, 고동욱 영상)은 아내를 마녀사냥으로 잃은 라파치니(김대종·김종구·박유덕 분)가 딸 베아트리체(한재아·박새힘·전민지 분)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누구도 공격할 수 없는 독성 체질로 만들어 격리한 불합리를 다룬다. 화가 지망생 지오바니(유현석·황순종·정지우 분)를 사랑하면서 세상을 알게 된 베아트리체는 아버지의 복수심에 희생될 사람들을 구하고 스스로 선택한 자유를 위해 삶을 놓는다. 아름다운 화초가 가득한 정원에 햇빛이 가득 드리워지는 장면과 독꽃이 비처럼 뿌려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베아트리체의 안타까운 사연과 대의를 향한 희생의 과정은 뒤늦게 자아를 찾은 기쁨과 혼재돼 소극장 뮤지컬임에도 웅장하게 와닿는다. 긍정적 스트로크와 접촉 즉흥 댄스의 마법 연극 <베를리너>(이실론 작·김재엽 연출·장호 무대·장재영 조명·이나경 작곡·김성하 영상)는 여러 층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베를린을 가기 위해 경유하는 국제공항 컨베이어벨트가 주된 무대. 짐이 나오지 않아 난감한 사진작가 우희(권슬아 분)와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내전 지역에 가려는 배우 태조(최호영 분)가 만나면서 70여 년 시공간이 얽혀든다. 냉전 시대 동독과 서독, 현재의 독일과 한국, 내전 국가들이 소환되고 경계인들의 헤어짐과 만남이 교차한다. 한국계 독일인 태조는 이주 난민 유리(박희정 분)를 사랑했으나 테러로 잃고 우희는 경계를 넘나드는 베를리너(경계인 포함 자유와 저항의 도시 베를린에 거주하는 사람들, 혹은 독일 전통 도넛)의 시위를 찍은 사진이 악용된 과거가 있다. 경계인들 사이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음유시인 버스커(이후징 분)는 음악과 노래를 통해 물리적 접촉 없이 정서적 교류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경계와 벽에 균열을 내고 소통을 돕는다. 블랙박스 전체를 상하좌우 입체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시공간의 층위를 생생하게 체감한 무대연출이 화제인 작품이다. 연극 <랑데부>(김정한 작·연출, 석성예 협력연출, 정소연 안무, 최이안 음악)는 강박증이 심한 로켓공학자 태섭(박성웅·박건형·민호 분)과 피해 의식이 심한 중국집 사장 지희(이수경·범도하·김하리 분)의 사연이다.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애써 만남을 접는 과정을 소우주 같은 런웨이 무대 위 트레이드밀의 역동으로 담아냈다. 지희의 불행이 태섭에게는 축복이었음을 깨닫고 만남을 접으려는 순간 그들은 잘라내지 못하는 마음 한 가닥을 접촉 즉흥(contact improvisation) 무용으로 표현한다. 지희가 제안한 이 즉흥 무용은 강박이 심한 태섭을 치유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초기에는 지희가 리드했던 접촉이 태섭의 리드로 바뀐다. 서로의 신체에 손대지 않고 무게 중심을 신체의 여러 부분으로 옮겨가며 움직임을 이어가는 행위 자체가 온기 가득한 교류의 여정이다. <시련>에서 처형 직전 존과 엘리자베스의 대화는 교류와 접촉이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의 백미다. 한때 반목했던 둘은 서로의 선함과 고귀함을 알아보고 용서를 구한다. <라파치니의 정원>에서 베아트리체가 마지막에 장갑을 벗고 지오바니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혐오와 공포의 장벽을 넘어서는 치유와 연민의 순간이다. <베를리너>의 버스커가 연주하는 곡에 맞춰 여러 시공간의 인물들이 몸을 흔드는 장면도 그러하다. 심리학자 에릭 번이 말하는 긍정적인 스트로크(stroke·교류와 소통에 대한 심리학 개념)다. <랑데부>의 접촉 즉흥 무용으로 시작된 파드되는 긍정적인 스트로크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네 작품은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인간성을 회복하고 간극을 좁히며 치유에 이르게 한다. 현재 양극단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혐오의 균열을 야기하고 소통을 촉발할 수 있는 교류의 한 사례이기도 하다. <라파치니의 정원>과 <베를리너>, <시련>은 공연이 끝났다. <랑데부>는 5월 11일까지 상연한다.

      2025.04.25 14:35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문화/과학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5) “모든 善은 여유에서 나온다”

      데뷔 36년,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 최정원 인터뷰 36년간 배우 최정원의 연습실은 한결같다. 남이 100번 하면 그는 1000번을 연습한다. 데뷔 초나 최정상에 있는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가장 독한 연습벌레다. /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제공 “처음에는 이게 가능한가. 나는 이걸로 추락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연극 <파우스트> 대사처럼 내가 너무 방황하고 있는 거예요. 노력하는 자는 방황을 한다. 내가 노력하고 있구나. 이 작품이 너무나 중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난 3월 30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정원(55)은 21년 만에 하는 1인극 <지킬앤하이드>가 연기 인생 36년을 통틀어 손꼽는 작품이 되기까지의 ‘방황 행군’을 넌지시 풀어 놓았다. 큰 글씨로 뽑아 68페이지에 달하는 대본부터 압박이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대사다. 주요 캐릭터만 8명, 스치는 캐릭터들까지 합하면 열댓 명은 되는 등장인물을 모두 다르게 표현해야 한다. 관객과 무릎을 맞댈 정도로 가까운 소극장에서 지루하지 않게, 90여 분 러닝타임을 혼자 책임진다는 압박이 가슴을 내리눌렀다. 악몽도 많이 꾸었다. 다음 장면 대사가 기억나지 않아 공포심에 눈을 뜨면 새벽이다. 다시 대본을 잡고 외우고 또 외워 자다가도 줄줄 터져 나오게 했다. 방황과 자괴감의 굽이 굽이를 수없이 반복하며 탄생한 최정원의 1인극 <지킬앤하이드>는 호평 일색이다. 90분간 두 손을 모으고 감동하며 봤다는 리뷰도 많다. 의표를 찌르는 서늘한 어터슨은 최정원을 통하면서 응원과 위로가 더해져 복합적인 캐릭터로 거듭났다. 이번에도 ‘최정원은 최정원했다’. 그가 최근 참여한 초연 작품들은 대중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컴 프롬 어웨이>, <멤피스>, <프리다>, <고스트>, <마틸다> 등이다. 대표작으로 25년간 전 시즌 참여 중인 <시카고>와 20년 가까운 <맘마미아>는 말할 것도 없다. ‘최정원이 출연한 작품을 나열하면 그대로 한국 뮤지컬 흥행의 역사’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4명의 더블 캐스트와 공동창작 그런 그가 21년 만에 도전한 1인극 <지킬앤하이드>는 특별했다. 함께한 배우들이 너무 좋았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뮤지컬배우 고훈정, 연극배우 백석광, 드라마에서도 주목받는 강기둥과 대본 분석하는 나날은 행복 그 자체였다. 배울 게 많은 배우들이라 매일 자극이 됐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이준우 연출과 함께 4명의 출연진은 한 달 동안 매일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본 분석을 치밀하게 했다. 공동 창작자로서 아이디어를 나누며 세계관을 함께 구축했다. 배우들의 캐릭터가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이준우 연출의 도움이 컸다. “처음에는 여러 시도를 하느라 매번 다른 해석을 했어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어터슨은 아예 처음부터 못 되게 했죠. 남자처럼 하기도 했는데 이준우 연출이 최정원 자신으로 시작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지금 공연의 첫 장면이 그렇게 완성됐습니다”라고 부연한 최정원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관객들이 더 좋아해 줘 안착할 수 있었다”고 덧붙인다. 배우 최정원은 연극 <지킬앤하이드>에서 1인다역으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내면을 섬뜩하고 애잔하게 표현했다. /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제공 젠더프리 캐릭터는 연극 <지킬앤하이드>가 두 번째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남자배우의 전유물이었던 헤르메스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인간을 측은하게 여기고 도와주는 최정원 헤르메스는 요즘 청년 세대가 갈망하는 이상향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 <지킬앤하이드>의 어터슨에게도 관객들은 위로 아닌 위로를 받는다. 작품을 여는 “아마 저를 좋아하게 될 거예요. 제가 좀 호감형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대사와 작품을 닫는 “그게 바로 자네의 하이드야, 어터슨. 그게 자네 안의 괴물이라고”라는 대사가 배우 최정원을 거치면서 공포와 질책보다는 악이 횡횡한 이중적 세상에서도 노력하면 선(善)함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응원으로 들린다. 같은 작품에 전혀 다른 해석이다. 청년들에게 “너는 특별하다”는 희망 주고 싶어 “공연 시작 직전 5분이 너무 행복합니다. 연습한 만큼 언제나 처음처럼 저만의 5분 명상을 하죠. 할 수 있다, 내 어머니가 내 안에 있다, 어디선가 나를 위해 뭔가 해주는 팬들도 생각합니다. 그러면 두렵고 무섭던 마음도 겸손해지고 따뜻해져요. 아름다워지는 스스로를 느끼면 막이 시작되고, 그다음은 내 책임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날 관객들의 분위기에 따라 매번 달라지니까요”라고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전하는 최정원은 “모든 선은 여유에서 온다”고 강조한다. 급하거나 뒤따라가거나 바쁠 때 나올 수 있는 게 ‘악’ 이다. 바쁘면 서두르게 되고 우연히 부딪히는 사람에게도 화내게 마련이다. “선과 악은 누굴 때리고 기부하고 해서 나뉘는 게 아닙니다. 내 안에 시간을 여유롭게 쓰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이 생겨나지요. 공연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여유 있으려면 남들 100번 할 때 1000번 연습합니다”라고 평생 지킨 삶의 태도를 전한다. “뮤지컬계 마틸다가 되고 싶어요. 마틸다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캐릭터거든요. 내 양심에 당당한, 내가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그 순간 부자가 됨을 깨닫게 하지요”라며 “나에게 마틸다처럼 초능력이 있다면 바로 연기잖아요. 연기로 관객들 상처를 치유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제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따뜻하게, 너는 특별하단다 알려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 있는 한국 학생들에게 말이죠. 다 뛰어난 아이들인데, 어른들이 마음은 갖고 있는데 표현을 못 해서 세대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라고 했다. 그는 최근 본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과 영화 <서브스턴스>, <콘클라베> 등에서 연극 <지킬앤하이드>와 같은 맥락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많은 사유를 할 수 있었고, 그 대안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자기만의 방법으로 실천 중이다. 연극 <지킬앤하이드> 공연이 끝나고 ‘퇴근길’ 행사를 한다. 출연 배우들이 공연장에서 퇴근하며 관객들과 눈인사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는 이벤트다. 대극장 공연에서는 대규모라 못 했지만, 대학로에서는 충분히 모든 관객과 눈빛을 나눌 수 있어 강행했단다. 첫 공연날부터 하고 있는 퇴근길 이벤트를 통해 최정원은 관객들과 작품 이야기를 나누고, 어린 학생들을 포옹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서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뮤지컬만 봤던 팬들이 이 연극에 감동받아 다른 대학로 연극도 예매해서 본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개인적으로 너무나 행복하단다. “최근 영화 <승부>를 봤는데 ‘바둑을 다 놓고 나면 아, 이렇게 놓을 수 있구나 알겠는데 놓기 전에는 안 보인다’는 대사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어요. 내 모든 공연이 그러했으니까요.” 36년차 배우 최정원은 한국 뮤지컬계의 ‘장르’이자 ‘품격’이다. ‘최정원한다’는 표현은 방황과 고민의 터널을 열심히 통과해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다 쏟아내는, 늘 에너지를 완충해 주위 동료들에게 온기와 밝은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의미다. <시카고>와 <맘마미아> 등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최정원 배우의 이런 기질을 ‘해님’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뮤지컬계는 물론이고 동시대 청년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햇살이 되는 순간을 고대한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2025.04.11 14:3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4) 정의가 잠들면, 정의는 취소된다

      문화/과학 이주영의 연뮤 덕질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44) 정의가 잠들면, 정의는 취소된다

      연극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1인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퍼포머의 해석에 따라 시공간과 캐릭터가 다르게 펼쳐진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퍼포머 최정원, 고훈정, 백석광, 강기둥 / ㈜글림아티스트·㈜글림컴퍼니 제공 광장은 수개월째 각자의 주장을 다투는 시위로 가득하다. 산야와 주요 문화재들, 수많은 민가가 기록적인 산불에 휩싸였다. 지난 4개월여 겪어낸 수많은 정치적·사회적 사건 사고가 복기된다. 법과 정의를 노래하는 이들의 거듭되는 번복과 보편적이지 않은 행보가 동기화된다. 불신과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이 혼돈의 시국에 연극 <지킬앤하이드>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장기 상연 중인 것은 어떤 시대적 무의식의 발현일까. 세상의 표리부동을 읽어내려는 시민들의 궁여지책이 통한 것일까.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극단적 이중인격으로 표현한 이 작품들은 동시대의 다양한 군상을 떠오르게 한다. 원작인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의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1886)은 고딕호러물(호러와 로맨스를 결합한 문학장르)의 시조격이다. 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근현대 이중인격 서사의 기준이 됐다. 1인 연극 <지킬앤하이드>(게리 맥네어 극본, 이준우 연출, 채석진 음악, 이강욱 액팅터그, 남경식 무대, 신동선 조명, 권지휘 음향)는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지킬 박사의 친구인 변호사 어터슨이 주된 화자인 것도 비슷하다. 한 명의 퍼포머(최정원·고훈정·백석광·강기둥 분)가 어터슨을 비롯해 최소 7명, 최대 열댓 명의 등장인물을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해 이끌어간다. 조명과 음향으로 재창조된 공포의 공간 어슴푸레한 조명 아래 반원형 소극장 무대에는 문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그 옆에 놓인 작은 의자와 테이블, 옷걸이가 전부다. 퍼포머가 입장하기 전에 관객들은 중앙에 놓여 있는 톱햇(Top Hat·영국 신사를 대표하는 원통형 모자. 마술사 모자)에 호기심을 보인다. 퍼포머는 등장하자마자 이 모자부터 조심스레 옷걸이에 건다. 상황에 따라 이 모자가 비범하게 사용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어터슨으로 분한 퍼포머는 자신이 선한 사람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무대를 연다. 퍼포머는 어터슨의 의뭉스러운 친구 엔필드로 분하며 악마 같은 하이드와의 일화를 털어놓는다. 하이드의 공포스러운 발소리와 어린 소녀의 발랄한 달리기 소리가 무대 좌우에서 입체적으로 울려 퍼지며 마치 돌비사운드처럼 객석을 지나는 순간 관객들은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길 가다 부딪힌 어린 소녀의 뼈가 부서지고 피가 쏟아지도록 짓밟은 하이드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관객을 런던 뒷골목 그로테스크한 문 앞으로 안내한다. 이어지는 참혹한 광경은 입체적인 조명디자인만으로도 환영처럼 텅 빈 무대 위에 피비린내를 뿌린다. 러닝타임 90분 내내 조명디자인과 음향디자인, 서사를 대변하는 역동적인 음악만으로 새로운 공간이 계속 생겨난다. 영상이나 LED 화면 없이도 퍼포머의 액팅과 대사에 따라 구체적인 장소와 공간이 팝업된다. 오랜 연뮤덕 입장에서도 새로운 경험이라 4명의 퍼포머 공연을 열흘에 걸쳐 차분히 보았다. 퍼포머의 해석에 따라 시공간과 캐릭터가 다르게 펼쳐진다. 작품을 여는 오프닝의 재기발랄함과 애드립, 엔딩의 모골이 송연한 공포의 질감도 퍼포머에 따라 모두 다르다. 살아 움직이는 여러 캐릭터를 영화적으로 연결한 영화적 공간(최정원)과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일상적인 실제의 공간(고훈정), 관객과 주고받는 에너지에 따라 변주되는 서늘한 에너지의 연극적 공간(백석광), 재기발랄한 액션이 난무하는 드라마적 공간(강기둥)으로 대표할 수 있겠다. 올해로 20주년 10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홍광호 분)이 시약을 투여해 하이드로 변신하기 직전 장면 / 오디컴퍼니 제공 화려한 LED 영상으로 구체화한 악마적 공간 반면 올해로 20주년 10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레슬리 브리커스 극본·작사, 이수진 번역, 고선웅 윤색,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데이비드 스완 연출, 원미솔 음악, 이모셔널씨어터 무대·영상)는 가득 채워진 대형 무대를 스펙터클한 악마적 공간으로 재편했다. 연극 <지킬앤하이드>가 인간 내면 깊숙한 보편적 악마성을 깨우는 작품이라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선악을 다룬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논 레플리카(Non Replica·음악과 대본 등 일부만 라이선스로 들여오고 연출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은 재창작하는 방식)로 오디컴퍼니가 들여와 한국형 <지킬 앤 하이드>로 재창작했다. 대표적인 넘버 ‘지금 이 순간’은 낭만적인 한국어 번안으로 극 중 등장하는 맥락과 상관없이 결혼식 축가로 애창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극과 가장 큰 차이점은 강력한 로맨스 서사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에는 없는 루시와 엠마 등 여성 캐릭터도 추가됐다. 지킬을 사랑하고 욕망하며 동정과 연민을 자아내는 인물들이다. 뮤지컬은 지킬 박사를 치밀한 과학자로 설정해 시약이 가득한 무대 디자인으로 시각화한다. 1막에서 무대가 열리며 연구실로 확장되는 장면은 첨단 무대예술의 쾌거다. 지킬 박사가 시약을 마시고 하이드로 변신하며 부르는 ‘어라이브(Alive1)’는 대표적인 인기 넘버로 배우에 따라 다양한 애드립과 시그니처 액팅이 수반된다. 지킬과 하이드 역 배우(홍광호·최재림·신성록·전동석·김성철 분)가 무대 위에서 선과 악을 동시에 연기하는 넘버 ‘대결(The Confrontation)’은 박진감 넘치는 볼거리로 손꼽힌다. 헤어스타일과 표정이 초 단위로 바뀌면서 이중인격의 고통을 표현한다. 지킬과 하이드는 우리 안의 빛과 어둠을 대변한다. 뮤지컬에서 하이드가 발동한 계기는 지킬 박사가 발명한 시약이지만 연극에서는 지킬 안의 내재한 욕망이다. 연극에서 지킬은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해 사실상 악마성을 키운 어터슨에게 책임을 돌린다. 어터슨 역시 이를 인정하고 더한 악행을 저지른다. 소설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이다. 정의와 법을 수호한다고 믿는 평범한 이들의 무의식에 자리한 괴물성을 강조하며 의표를 찌른다. 당신은 선한 척하는 자인가 선한 자인가? 법조계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명언이 있다. 탈무드에서도 ‘정의가 잠들면, 정의는 취소된다’고 했다. 악을 보고도 바로잡지 않고 키우는 것 또한 악마적 행위다.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5월 6일까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5월 18일까지 상연한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영상학 박사 2025.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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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빙빙의 그녀’ 이주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최근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프리미어 상영을 한 판빙빙과의 퀴어 영화 <그린나이트>의 배우 이주영이 티 없이 맑은 미모를 공개했다. 이주영은 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투명한 얼굴을 드러내기도, 금붕어들 사이에서 몽상적인 표정을 짓기도 하며 싱그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매력을 보여줬다.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이주영은 <그린나이트>에서 배우 판빙빙의 자필 편지를 받고 섭외에 응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결심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판빙빙 언니가 제가 지금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배우인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는지부터 예능 <런닝맨>에 나온 모습까지 사전 조사를 정말 많이 하시고 꼭 제가 나와줬으면 한다고 쓰신 편지를 받은 거죠. 감독님이 왜 이 시나리오를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요. 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뜨거운 러브콜로 영화에 합류했지만 해외 스태프들과의 촬영은 쉽지는 않았다. “낯선 현장이었어요. 중국 스태프들이 많았고, 항상 통역가와 함께 소통을 해야 해서 제약이 많았는데, 나중엔 언어를 통하지 않더라도 판빙빙 언니 눈을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더라고요. 영화 <화양연화> 같은 공간의 분위기도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데 도움을 줬어요.” 이주영이 맡은 배역 ‘초록머리 여자’는 자유로운 여성이다. “감독님은 스스로 소동물인 것처럼 생각하고 연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지만 내가 어떤 돌발적인 행동을 해도 카메라가 따라와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임했어요. 실제로 모든 촬영이 핸드헬드로 이루어졌죠. 촬영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감독님도 판빙빙 언니도 저도 모두 영화적 순간을 믿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판빙빙은 이주영과 연기한 후 “개인적으로 만났어도 사랑에 빠졌을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는데, 이주영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영화를 찍었던 순간만큼은 판빙빙의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번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포옹했어요. 서로 ‘걸프렌드’라고 하면서.(웃음)” 강단 있는 기자 서정인, 유일한 여성 야구선수 주수인, 트랜스젠더 마현이 등 단단하고 주체적인 역할을 자주 맡아온 이주영은 “가장 내세우고 싶은 손가락은 ‘주수인’, 가장 아픈 손가락은 ‘마현이’”라고 밝히며 “이젠 이주영인 줄 몰랐어, 이주영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라는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 이주영. 코스모폴리탄 제공 한편 이주영은 과거 맥도날드 라이더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연출한 단편영화 <문 앞에 두고 벨 X>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에 초청된 신인 감독이기도 하다. “첫 연출작이 자신의 이야기라는 속설을 ‘왜 그렇지?’라고 생각했는데 저 역시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고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려냈어요. 켄 로치, 다르덴 형제 감독을 좋아하거든요. 나중엔 장편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주영의 화보와 진솔한 인터뷰가 실린 <코스모폴리탄> 4월호는 2023년 3월 22일부터 전국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며, 전문은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웹사이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이유진 기자 2023.03.27 09:51

    • [퇴근뉴스] 미국인은 왜 ‘캐나다 이주’를 검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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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뉴스] 미국인은 왜 ‘캐나다 이주’를 검색할까

      하지만 실제 캐나다로 이주를 실행한 미국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인은 언제 조국 탈출을 꿈꿀까 한때 ‘헬조선 탈출’을 외치며 해외 이민을 검색하는 이들이 있었다. 미국인의 경우 ‘캐나다 이주’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언제 가장 많이 ‘캐나다 이주’를 검색했을까.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캐나다 이주’를 검색했을 때는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당시였다. 같은 해 3월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경선 승리, 2004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2020년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지난 6월 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을 때 다시 ‘캐나다 이주’ 검색이 급상승했다. 하지만 29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실제 캐나다로 이주를 실행한 미국인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300원씩 인상될 경우 지하철은 1천550원, 시내버스는 1천500원이 된다.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300원 인상 추진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300원 오른다. 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 지하철이 1천250원, 시내버스는 1천200원으로 300원씩 인상될 경우 지하철은 1천550원, 시내버스는 1천500원이 된다. 현금의 경우 지하철은 1천650원, 시내버스는 1천600원을 내야 한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심하며 정부가 내년에도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이전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15년 6월에 이뤄졌다. 전국 아파트 매매·전셋값이 또다시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 8주 연속 역대 최대 낙폭 서울 아파트값이 이번주 0.74% 떨어졌다. 올해 5월 마지막주 이후 31주 연속 하락이자 8주 연속 역대 최대 낙폭이다. 29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은 0.76% 떨어져 지난주(-0.73%)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이는 올해 5월 둘째주 이후 34주 연속 하락이자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15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노원·도봉·성북구 지역이 주간 1% 넘게 하락하며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은평구가 금주 1.01% 떨어지며 1%대 하락에 진입했다. 전셋값도 역대 최대 하락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92% 떨어져 15주 연속, 서울이 1.22% 떨어져 11주 연속 역대 최대 하락했다.

      장회정 기자 2022.12.29 17:46

    • \'안나\' 이주영 감독 “쿠팡플레이 8부작→6부작 일방적 편집…‘안나’ 내 작품 아니다”

      화제

      '안나' 이주영 감독 “쿠팡플레이 8부작→6부작 일방적 편집…‘안나’ 내 작품 아니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이주영 감독은 자신을 배제한 채 8부작 작품을 6부작으로 재편집한 쿠팡플레이에 강력히 항의하고 공식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 쿠팡플레이 제공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의 극본·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 측이 감독을 배제한 채 8부작을 6부작으로 일방적으로 편집했다”며 날을 세웠다. 2일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감독을 배제한 쿠팡플레이의 편집으로 주인공, 인물 간 구도, 개연성, 서사 구조 등이 훼손됐다”며 “쿠팡플레이의 사과 및 시정조치가 없을 시 작품 훼손, 저작인격권 침해 재발을 방지하는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 측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안나’는 6부작(회당 45~63분)으로 되어 있으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주영 감독이 최종 제출한 마스터 파일은 본래 8부작(회당 45~61분)이고,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극본도 8부작으로 되어 있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6부작 형태의 ‘안나’는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을 배제한 채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되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입장이다. 특히 이주영 감독은 자신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본인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디트에 ‘감독’과 ‘각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쿠팡플레이는 그 조차 거절했다는 것. 이 감독은 “대리인을 통해 쿠팡플레이에 문제의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쿠팡플레이는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작품은 창작자로서 감독의 분신과도 같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공개되어 있는 ‘안나’는, 도저히 제 분신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은, ‘누구의 분신도 아닌 안나’가 되어 있다.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하여, 제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다시피 하였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그동안 일방적 편집으로 작품 훼손을 시정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쿠팡플레이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시청자들은 창작자인 저의 의도와 완전히 달라진 ‘안나’를 제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고, (중략) 저와 현장 스태프, 후반 스태프, 조연 및 단역 배우, 특별 출연 배우 등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감독과 법률대리인 측은 “쿠팡플레이가 공개 사과 및 시정조치(6부작 ‘안나’에서 감독의 이름을 삭제하고 빠른 시일 내에 8부작 마스터 파일로 ‘안나’ 감독판을 릴리즈 할 것)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유진 기자 2022.08.02 15:58

    • [주말&]결정적 순간을 잡아라…이주의 추천 전시

      문화/생활 주말&

      [주말&]결정적 순간을 잡아라…이주의 추천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프랑스 출신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 ‘정원과 정원’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7일까지 펼쳐진다. 야외조각 공원과 덕수궁 정원 등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으로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여온 작가가 최근 발전시킨 작품 세계를 반영한 주요 작품 74점이 공개된다. 평소 정원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인 만큼 전시장 곳곳에 만든 정원이 인상적이다. 내부에 설치된 ‘푸른강’, 유리벽돌을 육면체로 만든 ‘프레셔스 스톤월’, 천장에 매달려 있는 ‘와일드 노트’ 등은 코로나19 극복 의지와 미래를 기원하는 신작들이다. 빛에 반사돼 일렁이는 모습이 찬란한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참고로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작품 해설을 들으며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 ‘결정적 순간’이 동명의 사진첩 발행 70주년을 기념하며 10월 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52년 프랑스어와 영어 초판, 출판 당시 편집자 및 예술가들과 주고받은 서신, 책에 수록된 사진에 대해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인터뷰 영상 등을 소개한다. 특히 작가가 처음으로 구입하고 평생 소장한 첫 라이카 카메라를 포함한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다. 책에는 1932년부터 1952년까지 미국, 인도, 프랑스, 스페인 등을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생생한 현장에서 발굴해 낸 경이로운 삶의 순간들을 비롯해 간디의 장례식, 영국 조지 6세의 대관식, 독일 데사우 나치 강제 수용소의 모습 등 역사의 변곡점이라 불릴만한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로버트 카파가 “사진작가들의 바이블”이라 일컬었을 만큼 후대 사진작가에게 큰 파급력을 불러왔던 책과 그의 철학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국제갤러리 제공 이희준 작가의 개인전 ‘Heejoon Lee’가 부산 국제갤러리에서 8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이 작가는 삶의 풍경에서 얻은 다채로운 이미지를 추상회화로 옮겨 담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가까운 주변부터 타국의 여행지까지 일상에서 축적된 이미지를 편집해 기하학적 추상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기존 작업 중 대표 연작인 ‘A Shape of Taste’와 포토콜라주 작업 ‘Image Architect’의 연장선에 있는 신작 회화 20여 점과 조각 작품으로 구성됐다. 두텁게 올린 물감, 오밀조밀 붙어있는 색 띠, 섬세한 수평선과 원 등 그만의 독특한 표현들이 인상적이다. 작은 호기심과 관찰력에서 비롯된 예술의 결과물을 즐겨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전시추천

      김지윤 기자 2022.07.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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