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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숙려캠프’ 서장훈 “남편 초등학생 같아” 팩폭···충격적 행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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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숙려캠프’ 서장훈 “남편 초등학생 같아” 팩폭···충격적 행동들

      JTBC 제공. 역대급 반전을 보여준 부부의 사연이 공개된다. 17일 밤 10시 10분 방송되는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는 7살 연상인 아내와 연하 남편의 사연이 공개된다. 특히 부부의 가사 조사에서는 평화로워 보였던 일상 모습 뒤에 숨어있던 반전이 드러나 3MC를 태세 전환하게 만들 예정이다. 젊은 나이에 결혼해 현재 27세인 남편은 평일부터 주말까지 물류센터에서 강도 높은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 투잡으로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부지런한 태도를 보인다. 남편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 이를 지켜보든 박하선이 “이것만 보면 유니콘 남편 같다”라며 놀란다. 또 체력이 약한 아내는 남편이 출근한 동안 집을 지키며 남편이 찍어둔 영상을 보는 등 애정 가득한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아무런 갈등이 없어 보이는 부부의 일상 모습에 3MC도 부부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문에 빠진다고. JTBC 제공. 이어서 아내 측 가사조사 영상이 공개되며 남편의 일상 영상에서는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반전이 펼쳐진다. 영상이 공개될수록 남편의 철없는 행동들과 아내에게 깊은 상처를 준 행동들이 계속해서 드러나 3MC 모두 ‘태세 전환’에 나선다. 특히 서장훈은 남편의 해맑기만 한 태도를 보고 “초등학생 같다”라며 날카로운 팩트 폭격을 날린다. 한편, 가사 조사 후 이어진 부부 상담에서는 이일준 전문의가 모자 관계 같은 부부 사이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아내를 엄마 같다고 표현하는 남편의 문제점을 짚어줄 예정이다. 또한, 뒤이어 진행된 부부 심리극 솔루션을 통해 캠프 내내 어린아이 같이 해맑은 태도를 유지하던 남편의 아픈 과거 사연이 드러난다. 엄청난 반전으로 MC들을 태세전환하게 만든 부부의 자세한 사연과 솔루션 내용은 오늘(17일) 밤 10시 10분 JTBC ‘이혼숙려캠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신우 온라인기자 2025.04.17 11:31

    • [공식] ‘폭싹 해녀 이모’ 차미경, ‘이혼보험’ 특별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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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폭싹 해녀 이모’ 차미경, ‘이혼보험’ 특별출연

      디퍼런트컴퍼니 배우 차미경이 ‘이혼보험’에 특별출연한다. 17일 차미경의 소속사 디퍼런트컴퍼니는 “차미경이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연출 이원석·최보경, 극본 이태윤, 기획 CJ ENM·스튜디오지니, 제작 몽작소·스튜디오몬도)의 에피소드 캐릭터로 특별출연한다.” 고 전했다.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연출 이원석·최보경, 극본 이태윤, 기획 CJ ENM·스튜디오지니, 제작 몽작소·스튜디오몬도)은 최고의 브레인만 모여 있다는 보험회사 혁신상품개발팀에서 이 시대 가장 핫한 재난인 이혼에 대처하기 위한 이혼보험 상품을 선보이며 벌어지는 순수 보장형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다. 차미경은 극 중 우선희 역을 맡아 7, 8회 새 에피소드 인물로 출연한다. 우선희는 남편인 영규(박영규 분)와 황혼 이혼을 앞둔 노부부의 아내다. 이혼보험 팀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로 흥미로운 스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차미경이 연기할 우선희 역과 박영규의 부부 케미 그리고 이혼보험 팀 이동욱, 이주빈, 이광수, 이다희와의 연기 시너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충수’역으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차미경은 이전 SBS ‘굿파트너’,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등에서 노년기 여성의 삶을 연기하며 인물의 나이테만큼이나 깊은 감정선을 표현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혼보험’에서 차미경이 보여줄 진정성 있는 연기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한편, 차미경이 출연하는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 7화는 21일(월) 저녁 8시 50분 방송된다

      이민주 온라인기자 2025.04.17 09:20

    • ‘이혼보험’ 이다희, 적재적소 녹아든 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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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보험’ 이다희, 적재적소 녹아든 호연

      tvN 캡처 배우 이다희가 캐릭터를 더 매력 있게 만들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에서는 보험 가입 부부의 이혼을 막기 위해 팀원들과 움직이는 전나래(이다희 분)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전나래는 마을에서 만난 노기준에게 팀원들을 강원도로 불러 모은 이유에 대해 질문했고, 전무님은 부른 적 없다는 답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자신을 대변해 주는 안전만의 말에 전나래 역시 그의 편을 들어 전과 다른 사이를 짐작게 했다. 그런가 하면 보험 계약자들의 이은식을 하게 된 전나래는 두 사람을 위해 움직였다. 동네 어르신께 양복도 빌리고, 함께 춤도 추며 최선을 다한 것. 또한, 이은식이 끝난 후 전나래는 탈출이 시급해 보인다는 안전만의 말에 곧장 호텔로 안내해달라고 요청했다. 안전만이 선택한 호텔에 도착한 전나래는 탐탁자 않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던 전나래가 남긴 후기 작성 카드는 호기심을 자아냈다. 만족도 별 5개가 체크돼 있었던 것. 이에 안전만에 대한 전나래의 마음은 어떨지 다음 회를 기다려지게 했다. 이다희는 노련하게 연기의 강약을 조절해 캐릭터에 설득력을 입혔다. 팀의 상사로서 현실적일 때는 예리하고 날카롭게 인물을 구현하면서 반대로 팀원들과 조화를 이룰 때는 흡수력이 빠른 유연한 모습으로 완성해 적재적소에 녹아들었다. 더불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특성을 입체적인 표현력으로 완성 시켜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보면 볼수록 궁금해지는 ‘전나래’를 탁월하게 소화해 낸 이다희의 호연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다희 주연의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은 매주 월, 화 오후 8시 50분에 방송된다.

      손봉석 기자 2025.04.16 21:32

    • ‘이혼보험’ 유현수, 볼수록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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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보험’ 유현수, 볼수록 빠져든다

      tvN ‘이혼보험’ ‘이혼보험’ 유현수에게 볼수록 빠져든다. 지난 14일, 15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연출 이원석·최보경, 극본 이태윤, 기획 CJ ENM·스튜디오지니, 제작 몽작소·스튜디오몬도) 5회, 6회에서 유현수는 댄서이자 농부 ‘박웅식’ 역으로 분했다. 그는 등장마다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이혼보험 TF팀을 향한 도움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웅식은 조아영(추소정 분)과 계속되는 인연 속 유쾌한 케미를 형성했다. 그는 미팅 중인 아영을 우연히 발견하자 반가움에 춤을 췄고, 이혼 위기 부부들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는 아영의 부탁까지 선뜻 받아주었다. 또한 웅식은 아영에게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배추를 건네며 사실 본업은 농부라고 밝혀 반전 면모를 드러내기도. 이어 그는 “시크해서 매력적이에요”라고 당돌한 직진 고백을 펼쳤고, 결국 아영을 미소짓게 만들어 둘 사이에 묘한 기류를 자아냈다. 또한 웅식은 이혼보험 TF팀에 구세주로서 활약했다. 알고보니 그는 이혼 직전의 남편인 신현재(곽시양 분)를 찾으러 TF팀이 도착한 마을의 이장이었던 것. 웅식은 팀원들과 함께 마을을 수색하는가 하면, 냉랭한 상황 속에서도 강원도 별미 식사를 차려주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장으로서 마을을 총동원해 현재와 구미래(한선화 분)의 ‘이은식’을 추진시키기 위해 힘썼고, 따뜻하고 뭉클한 사회부터 신나는 댄스 타임까지 제대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처럼 유현수는 댄서와 농부를 오가는 다채로운 면면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는 웅식의 흥이 넘치는 모습부터, 해맑고 따뜻한 감성을 지닌 농부로서의 색다른 매력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이혼보험’ 속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것. 또한 극 중 아영과의 케미도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유현수가 ‘이혼보험’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유현수를 비롯해 이동욱, 이주빈, 이광수, 이다희, 김원해, 추소정 등이 출연하는 tvN 월화드라마 ‘이혼보험’은 매주 월, 화 저녁 8시 50분 방송되며,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된다.

      안병길 기자 2025.04.16 15:58

  • 주간경향

    • [이기환의 Hi-story](108)‘환향녀’ 손가락질에 이혼 상소까지…남자들은 뭘 했기에

      문화/과학 이기환의 Hi-story

      [이기환의 Hi-story](108)‘환향녀’ 손가락질에 이혼 상소까지…남자들은 뭘 했기에

      소설 <강도몽유록>의 무대인 강화도 연미정. 병자호란 당시 연미정 남쪽 초막에서 꿈을 꾼 소설 속 청허선사가 강화도 함락 당시 목숨을 잃은 여인 15명의 대화를 엿듣는다. 여인들은 “나라의 수치에 충신으로 의(義)에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매서운 정조를 보인 것은 부녀자뿐이니 이 죽음은 영광된 것인데 어찌 슬퍼하느냐”고 강화도 수비를 맡은 관리들을 질타한다. 경향신문 자료사진·국립중앙도서관 소장 ‘환향녀, 화냥년….’ 왜 다짜고짜 욕지거리로 시작하냐고 하겠네요. 그러나 단순한 욕이 아닙니다. 요즘 장안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MBC 드라마 <연인>을 보면 금방 이해할 겁니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끌려간 여주인공(길채)이 온갖 고초를 겪고 고향으로 돌아왔죠. 그러나 남편은 다른 여인을 부인으로 삼고 임신까지 시킨 뒤였습니다. 돌아온 부인과 맞닥뜨린 남편의 말이 기막힙니다. “부인은 그곳에서 무슨 일이 없었겠죠?” 하고 묻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길채를 보고 “오랑캐에게 더럽혀진 몸. 뻔뻔스럽게… 낯도 참 두껍다”고 손가락질합니다. 드라마이다 보니까 좀 과장이 섞이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외려 드라마에서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기막힌 사연들이 역사서에 나와 있어요. ■하루에 올라온 정반대의 상소문 1638년(인조 16) 3월 11일자 <인조실록>을 볼까요. 이날 대사헌·예조판서·이조판서·우의정을 역임한 장유(1587~1638)가 상소문을 올립니다. “제 외아들(장선징·1614~1678)의 처(며느리)가 청나라군에 잡혀갔다가 몸값을 주고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아들의 배필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선조의 제사를 받들 수 없습니다. 이혼하고 새장가를 들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그런데 같은 날 전 승지 한이겸(1581~?)은 정반대의 호소문을 올립니다. “제 딸이 청나라군에 사로잡혀 있다가 몸값을 주고 귀국했는데, 사위가 다시 장가들려 합니다. 원통해서 못 살겠습니다.” 이 무슨 딱한 일입니까. 어떤 이는 ‘환향녀’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진정서를 올리고, 또 다른 이는 사위가 귀국한 자기 딸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재혼하겠다고 고집한다는 호소문을 제출하고…. 난감한 처지에 빠진 예조가 이 문제를 공론에 부쳤습니다. 청나라는 인질들을 성문 밖에 모아두고 ‘인간시장’을 열었다. <심양일기>는 “청인들이 남녀 인질들을 모아놓으니 수만명이 됐다. 모자가 상봉하고 형제가 서로 만나 부여잡고 울부짖으니 곡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1637년 5월 17일)고 전했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임진왜란 때도 내치지 않았습니다’ 좌의정 최명길(1586~1647)은 단호한 어조로 ‘환향녀’ 편을 듭니다. “전쟁 중에서 몸을 더럽혔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도 진실을 밝히지 못한 여인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리고 사로잡힌 부녀자들이 모두 몸을 더럽혔다고 볼 수 있습니까.” 이날 조정에 공론을 붙였음에도 오로지 최명길의 언급만이 실록에 실려 있는데요. 그만큼 최명길의 주장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는 거죠. 왜냐면 임진왜란 때도 똑같은 논쟁이 벌어졌는데, 선조가 “이혼 및 재혼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선조는 “적진에 사로잡혔다가 돌아온 경우와 음탕한 행동으로 절개를 잃은 여인을 견줄 수는 없다”(<조야첨재>)는 ‘단칼 판결’을 내렸거든요. 최명길은 그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합니다. “어떤 종친이 적진(왜)에서 돌아온 부인과의 이혼을 청하자 선조께서 불허했습니다. 또 적진으로 끌려간 부인을 두고 다시 장가를 든 관리에게 특명을 내렸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부인을 첩으로 삼으라’고요. 이 관리는 본처가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격하된 첩을 정실부인으로 삼았습니다.” 최명길은 “임진왜란 때 고관대작들이 잡혀갔다가 돌아온 처와 그대로 살면서 자식·손자를 낳아 명문거족이 된 사람도 왕왕 있다”고 매조지합니다. 심지어 소현세자빈(강빈)은 이틀 동안이나 밤낮을 굶주리며 기다려야 했다. 세자빈은 “경징아, 경징아,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외쳤다.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 ■“여인들의 본심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환향녀와 이혼하고 다른 여인과 재혼하겠다’는 따위의 이야기가 쑥 들어갔겠네요. 불행히도 아니었습니다. 이 날짜 <인조실록>의 결론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이 뒤로 사대부 집 자제는 모두 다시 장가를 들고, 다시 (환향녀와) 합하는 자가 없었다”는 겁니다. 이 날짜 실록의 기록자인 사관의 평론도 기가 찹니다.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거늘~ 사로잡혀 갔던 부녀들은, 비록 본심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변을 만나 죽지 않았으니, 절의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사관은 “나라의 풍속을 무너뜨리고, 조선을 오랑캐로 만든 자가 최명길”이라고 비난합니다. 이렇게 당대의 여인들은 못난 임금, 못난 아비, 못난 남편을 만나 붙잡혀 간 것도 모자라 ‘화냥년’ 소리를 들으며 버림받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경징아, 경징아, 네가 이럴 수가…” 여인들의 수난은 1637년 1월 22일 ‘금성탕지’(천혜의 요새)로 꼽히던 강화도가 함락되던 날 시작됩니다. 인조는 청나라군이 침략하자 영의정 김류(1571~1648)의 아들인 판윤 김경징(1589~1637)을 강화검찰사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결정적인 ‘미스캐스팅’이었습니다. 김경징은 무능한 데다가 자기만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솔과 절친한 친구들을 강화도로 먼저 건너가게 하려고 다른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습니다. 피란민들이 수십 리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도요. 심지어 소현세자빈(강빈·1611~1646)마저 이틀 동안이나 밤낮을 굶주리며 기다려야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세자빈이 “경징아, 경징아,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외쳤겠습니까. 게다가 김경징은 적군이 천혜의 요충지인 강화도에 건너올 수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습니다. 매일 술만 퍼마시며 주사를 부렸답니다. 그러나 청나라군이 예상과 달리 강화해협을 건너자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강화도는 아비규환이 됐습니다. 강화도는 예부터 천혜의 요충지다. 물살이 빠르고 갯벌로 둘러싸인데다 겨울철엔 유빙까지 둥둥 떠다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빨리 죽으라”고 눈을 부릅뜬 남편 강화 함락의 장본인인 김경징은 가족들은 팽개친 채 혼자 몸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어머니(류씨·김류의 부인)와 부인(박씨), 며느리 그리고 다른 일가의 여인이 모두 자진했습니다. 김경징의 아내 박씨는 평소 남편에게 “제발 좀 정신을 차리라”고 바른말을 했답니다. 하지만 김경징은 “여자가 무엇을 아느냐”며 힐책했다죠. 그때 박씨는 “나라가 깨지고 집이 망하면 여자라 해서 모면하겠나” 하며 탄식했답니다. 김경징의 아들인 김진표(1614~1671)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머니 박씨를 비롯한 일가 여인들을 다그쳐 자진하게 했습니다. “적병이 강화도 갑곶진을 건너자 김경징은 늙은 어미를 버리고 배를 타고 달아났다. …김경징의 아들 김진표는 제 할미와 어미를 협박해 스스로 죽게 했다.”(<인조실록> 1637년 9월 21일) 강화유수 장신(?~1637)의 어머니도 죽었습니다. 강을 건널 때 내관이 봉림대군(효종)에게 “장신의 어머니가 있는데 어찌하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러자 봉림대군은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지 않았는데 난들 어떻게 하냐”고 했다네요. 장신의 어머니는 결국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강변에서 죽고 말았는데요. 아들(장신)도 한심하지만, 훗날 임금(효종)이 된 봉림대군의 몰인정도 딱하기만 하죠. 상황이 급박해지면 인간에게 짐승의 본성이 나오나 봅니다. 정선흥이라는 인물의 아내는 청나라 군사가 접근하자 왕족인 회은군 이덕인(?~1644)에게 달려갔답니다. “영감(회은군)은 우리 아버지와 절친하니 저 좀 살려달라”고요. 그러자 남편인 정선흥이 부인에게 눈을 부릅뜨고 “빨리 죽는 게 낫다”고 꾸짖었답니다. 아내가 칼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는데요. 회은군이 남편(정선홍)에게 “빨리 가보라”고 했고요. 가봤더니 아내는 이미 죽어 있었답니다. 청군에게 짓밟힐까 두려워 살려달라는 아내에게 “빨리 죽으라”고 겁박하고, 급기야 죽게 만드는…. 정말 피가 거꾸로 솟을 이야기입니다. 강화도 사수의 명을 받은 검찰사 김경징은 매일 술판만 벌이며 주정을 부렸다. 주변의 충고도 아랑곳없이 아무런 방비책을 세우지 않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물 위에 둥둥 뜬 여인들의 머릿수건 그뿐이 아닙니다. 배를 탔던 여성 3명은 적병이 엄습하자 서로 껴안고 물에 빠졌습니다. 어떤 선비의 아내는 “청나라군이 죽은 사람의 옷을 모두 벗긴다니 내가 죽으면 서둘러 화장하라”고 당부한 뒤 자진했습니다. 토굴에 숨어 있던 여인은 적병이 불을 질렀는데도 나오지 않고 그대로 타 죽고 말았고요. 어떤 여인은 청나라군이 총을 난사해 몸의 살이 다 뜯겨나갔지만 꼿꼿하게 선 채 넘어지지 않았답니다. <병자록>과 <비어고> 등은 “바위나 숲에 숨었다가 적에게 핍박을 당해 물에 떨어져 죽은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빠져 죽은 여인들의) 머릿수건이 마치 연못 위의 낙엽이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습니다. <병자록>은 “바위나 숲에 숨었다가 적에게 핍박을 당해 물에 떨어져 죽은 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면서 “(빠져 죽은 여인들의) 머릿수건이 마치 연못 위의 낙엽이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경향신문 자료사진 ■‘못생겼다’ 타박받은 여인들 항복(1637년 1월 30일) 후 청나라로 끌려간 이가 60만명이 넘는다는 기록(<비어고>)이 있습니다. 상당수가 여인이었죠. <병자록>은 “철수하는 청군 각 진영에 여자들이 무수했다. 이들이 발버둥치며 울부짖으니 청나라군이 채찍을 휘두르며 몰아갔다”고 했습니다. <비어고>는 “여인들은 차마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옷으로 머리를 덮었다”고 했습니다. ‘굴욕 스토리’, 또 하나…. 항복문서에는 “(청과 조선의) 신하들과 혼인을 맺어 사이좋게 지낸다”(<인조실록> 1637년 1월 28일)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청나라는 “그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습니다.(<심양장계> 1637년 9월 6일) 차일피일 미루던 조선 조정은 청의 재촉이 극심해지자 관기·관비 등에서 선발한 여인 10명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청나라 장군 용골대는 조선사신 백대규를 꾸짖었습니다.(<심양일기> 1638년 8월 21일·9월 18일) “예전 (조선이) 명나라에는 극히 예쁜 여자들만 뽑아 보냈는데, 지금은 저렇게 못생긴 여자들만 보냈는가?” 이게 무슨 수모입니까. 강제로 이역만리 먼 곳으로 떠난 것도 억울한데 ‘못생겼다’는 타박까지 들었으니 말입니다. 강도몽유록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천양지차 인질 몸값 청나라는 인질들을 성문 밖에 모아두고 ‘인간시장’을 열었습니다. “청인들이 남녀 인질들을 모아놓으니 수만명이 됐다. 모자가 상봉하고 형제가 서로 만나 부여잡고 울부짖으니 곡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심양일기> 1637년 5월 17일) 인질 1인당 몸값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원래 양국 간 교섭에 따른 1인당 몸값은 은(銀) 25~30냥이었습니다. 실제로는 1인당 100~250냥에 이르렀고요. 심지어 1000~1500냥을 호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환향녀’들에게 사대부 가문은 ‘오랑캐군에 끌려갔다가 정절을 잃고 귀환한 여인들’로 낙인찍은 겁니다. 강화도의 관문인 갑곶돈대. 청나라군이 이 돈대를 통해 강화섬에 쳐들어오자 강화도 검찰사 김경징 등은 가족들까지 팽개치고 달아났다. 경향신문 자료사진·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소장자료 ■지긋지긋한 환향녀 논쟁 맨 처음 인용한 장유의 외아들(장선징)은 어찌 됐을까요. 진정서를 제출한 장유는 6일 만인 1638년 3월 17일 사망했습니다. 인조가 장유의 진정서를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그래서 끝난 줄 알았죠. 그러나 2년 6개월 뒤인 1640년(인조 18) 9월 22일 이 문제가 재론됩니다. 끈질기죠. 이번에는 장유의 부인(김씨)이 아들의 이혼을 허락해 달라는 상소를 올립니다. 그러자 인조는 “공신의 외아들인 만큼 이번만 예외로 이혼을 허용한다’는 명을 내린 뒤 “다만 관례로 삼지 마라”고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지키지 않는 법인데, 이런 예외를 두면 어찌 됐겠습니까. 누더기법이 되는 거죠. 결국 1649년(효종 즉위년) 11월 21일 ‘환향녀와의 이혼 금지법’은 공식 폐기됩니다. ‘환향녀’ 논쟁은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심지어 강화도~개성 구간에서 청나라군에 붙잡혔다가 돌아온 여인에게도 ‘환향녀’의 낙인을 찍었답니다. <현종실록>(1667년 9월 20일)을 쓴 사관의 평가가 기가 막힙니다. “청나라 사람에게 잡혀갔다가 구차하게 돌아왔으니 허물이 있다. …그 아들도 어지러운 집안의 자식임을 면치 못한다….” 청나라까지도 아닌, 강화도~개성 구간만 붙잡혔다 돌아온 여인에게까지 ‘환향녀’라는 주홍글씨를 새겼네요. 강화도에서 죽은 15명 여인의 혼령이 한곳에 모여 수비를 맡은 관리들을 비판한 내용은 담은 소설 <강도몽유록>. “나라의 수치에 충신으로 의(義)에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매서운 정조를 보인 것은 부녀자뿐이니 이 죽음은 영광된 것인데 어찌 슬퍼하느냐”고 마무리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정절’보다 ‘충의’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강도몽유록>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강화도에서 죽은 15명 여인의 혼령이 한 많은 사연을 토로하는 꿈 이야기인데요. 무능한 아들(김경징)에게 강화 수비를 맡긴 것을 한탄한 어머니(류씨) 등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여인(기생)이 순절 여인들을 찬양하는 구절이 심금을 울립니다. “나라의 수치에 충(忠)과 의(義)에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매서운 정조를 보인 것은 부녀자뿐이니 이 죽음은 영광된 것인데 어찌 슬퍼하십니까.” 이쯤에서 한번 묻고 싶어요. 남성들이 여성들의 ‘정절’을 그다지도 따졌죠. 그럼 ‘충’과 ‘의’를 신줏단지 모시듯 지켜야 할 남성들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이기환 역사 스토리텔러 2023.11.15 07:00

    • [언더그라운드 넷]‘중고나라 이혼 에디션 PC’에 얽힌 사연, 진짜였다

      사회 언더그라운드 넷

      [언더그라운드 넷]‘중고나라 이혼 에디션 PC’에 얽힌 사연, 진짜였다

      “새것인 듯 새것 아닌 새것 같은 중고/ 150시간도 채 안 썼지만 중고는 중고. 마치 돌싱의 인생과 같이.” 이건 차라리 한 편의 시다. 10월 중순, ‘중고나라 이혼 에디션’이라는 게시 글이 화제를 모았다. 한 누리꾼이 중고물품 거래 커뮤니티인 중고나라에 내놓은 PC 소개 글인데, 신혼 때 맞춘 PC를 이혼으로 팔 수밖에 없게 된 사정을 PC 사양 설명에 맞춰 구구절절하게 풀어놓았다. 이를테면 CPU 소개는 다음과 같다. “i5-8400(인텔의 CPU 제품명)처럼 뜨거웠고, 두 장의 RAM(램)처럼 마주보던 신혼, 제법 괜찮은 듀오로 치킨도 먹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이 녀석들과 함께했습니다. 아 물론 우리의 뜨거웠던 신혼만큼 발열이 심하지는 않습니다.” 중고나라 PC 사양 소개 군데군데 묻어 있는 사연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게임이라는 공통 취미로 만난 두 사람은 LH행복주택에 입주해 단출한 신혼살림을 차렸다. 딸을 임신했는데 남편의 야근은 잦아졌고, 불화가 계속됐다.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애를 낳았지만 신뢰는 회복되지 못했다. 새출발하면서 이 PC도 정리하게 되었다.” ‘판춘문예’라는 누리꾼 용어가 있다. 네이트 판 인기글에 오르기 위해 없는 소설을 진짜처럼 지어낸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혼 에디션’ 이야기도 너무 극적이라 일종의 ‘중고나라판 판춘문예’가 아니겠느냐는 의심이 나왔다. 확인해봤다. “아, 그거 진짜 제 이야기 맞습니다. 메인보드를 소개하며 LH행복주택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도 맞고요.” 10월 23일 통화한 게시글의 주인공 한모씨(29)의 말이다. 그도 자신이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유명세를 얻은 줄 몰랐다가, 친구가 링크를 보내줘서 알았다고 덧붙였다. 들은 이야기를 다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밀한 가정사다. 잘잘못을 가리기엔 정답이 없는 문제다. 한씨는 다만 누리꾼의 해석 중 틀린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딸아이가 태어나고 알아버린 와이프의 거대한 비밀’이라는 표현에서 그 딸이 제 아이가 아니라서 이혼 계기가 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제 아이 맞습니다. 외도나 그런 것은 아니고 다른 이유로 갈등한 거예요.” 그래서 87만원에 내놓은 PC는 팔렸을까. 한씨에 따르면 두 달 할부로 받는 것으로 하고, 친구가 조금 싼값에 가져갔다고 한다. 누구나 살다보면 인생에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한씨나 한씨의 전처 모두 상처를 딛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파이팅이다.

      정용인 기자 2019.10.25 17:51

    • 사회 특집

      [포커스]이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사이

      ㆍ우리 법의 원칙은 유책주의… 파탄주의를 전면적으로 배척 안 해 #1 70대 노인이 이혼법정 대기의자에 앉아 하소연을 시작했다. “내가 그거(며느리)한테 산후조리도 해줬는데 그건 말도 안 했어요. 제가 해준 게 얼마나 많은데. 다이아 1캐럿에다 쌍가락지, 보석 3종세트까지 해줬어요. 그러면서 우리 아들은 겨우 롤렉스 시계 하나 해줘놓고 뭘 내가 못해줬다는 거야. 집 리모델링비요? 붙박이장은 원래 (그 집에) 돼 있었고, 내가 (시)부모로서 해줄 건 다 해줬는데 나 때문에 이혼한다는 게 진짜 기가 막혀서…. 나는 있잖아요, 변호사님. 나는 가는 데까지 갈 거야. 우리 애(아들)가 걔한테 월급을 단 한 장도 안 갖다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축한 흔적이 있어야지. 다 써버리고…. 그러면서 나한테 만날 빌었대. 언제 뭘 빌어. 나한테 매달 100만원을 줬다고요? 나는 기억에 없는데? 뭐 명절이나 이런 때에 얼마씩 줬겠지만 나는 기억나지도 않아요. 내가 쌀을 갖다줘도 관리를 못해서 쌀벌레가 생기게 하질 않나….” 종영한 KBS2TV(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1)의 한 장면. /경향DB 얼마 뒤 법정경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전 11시10분 재판 오신 분 들어오세요.” 변호사는 노인을 향해 “제가 정리해서 판사님께 잘 말씀드릴 테니까 일단 어머님은 방청석에 앉아 계시면 돼요.” 두 사람은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2 오랜 시간 이혼법정 복도를 서성이던 한 중년여성이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 안 와. 당신이 언제 못온다고 했는데. 없는데? 여기가 장난하는 가게야? 하… 내가 그래서 당신이 질린다는 거야. 몇 번을 말했는데. 몰라. 오지 마.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전화를 끊은 여성은 앉아 있던 자리를 바꿔 기둥 뒤 좌석으로 몸을 숨겼다. 법정에는 여성만 들어갔다. 파탄 책임자는 이혼소송 청구 못해 가정법원에는 이혼 또는 상속, 재산분할 등의 재판을 받기 위해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법정 밖 분위기는 조용하다. 대부분 사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라 변호사와 나누는 대화도 조심스럽다. 법정도 당사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다만 법정 밖 복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보면 ‘저 사람이 어떤 일로 왔구나’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는 있다. 협의이혼, 조정이혼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아 소송까지 가는 것이니 각자가 가진 분노의 감정은 감추기 어려워 보였다. 불행한 결혼생활은 누구에게나 괴로운 일이다. 식을 치를 때야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시절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장애물이 다가온다. 장애물을 잘 극복하면 좋지만 모든 부부가 행복한 삶을 그리며 살아갈 수는 없다. 판사 시절 가정법원을 거쳤던 중견 변호사는 “양말 돌돌 말아놓은 것만 봐도 살의가 느껴진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담인 게 이혼위기 부부의 감정이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싶다고 곧바로 이혼을 할 수도 없다. 상대방이 이혼할 의사가 없거나, 오기로라도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한다. 여기에도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쪽에 결혼생활 파탄의 결정적 책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놓고 우리 법은 ‘유책주의’라고 부른다. 대법원이 1965년 “혼인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50년 이상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파탄낸 것도 모자라 이혼까지 청구하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유책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 ‘파탄주의’다. 이미 결혼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정이 파탄난 상태라면 부부 일방이 혼인생활 파탄에 큰 원인을 제공했더라도 이혼을 허용해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법 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축출(逐出)이혼’이 가능하다는 점도 우리 법이 파탄주의를 고수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출이혼이란 한마디로 바람난 남편 또는 아내가 법률상 배우자 자리에 내연관계인을 들어앉히려고 하는 이혼을 말한다. 결혼생활을 파탄낸 것도 모자라 유책배우자에게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을 납득할 사람은 유책배우자밖에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법이 파탄주의를 전면으로 배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이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협의이혼’은 조금 넓게 보자면 소송 외적으로 ‘파탄주의’를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부부 중 한쪽이 외도를 했거나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등 결혼생활을 파탄낼 만큼의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부부 간에 합의로 이혼을 결정한다면 법원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혼 10건 중 8건은 협의이혼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협의이혼한 건수는 전체 이혼(10만8700건)의 78.8%인 8만5600건으로 나타났다. 재판이혼은 21.2%인 2만3000건이었다. 이 같은 비율은 약간의 증감차만 있을 뿐 매년 거의 비슷하다. 2008년 협의이혼 비율은 77.9%, 재판이혼 비율은 22.1%였다. 10년 새 협의이혼이 1%포인트 가량 늘었을 뿐이다. 결국 10쌍 중 8쌍은 협의이혼으로, 2쌍은 판결을 받아 이혼한다는 얘기다. 다만 애매한 ‘유책배우자’는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별거기간 중 ‘다른 사람’이 생긴 경우다. 이미 성격차이 등으로 떨어져 살면서 법적 혼인관계만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나에게 배우자 외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다. 이때 (편의상) 나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소송을 내는 것은 자유지만 법원의 판단은 기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배우자가 “비록 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는 남편(또는 아내)을 여전히 사랑하고, 언제든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경우 법원이 이혼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부부가 협의이혼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숙려기간 중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경우에는 어떨까. 들키지 않고 1~3개월(자녀가 있을 경우)의 숙려기간을 넘겨 이혼신청을 하면 다행이지만 배우자에게 다른 사람의 존재를 들켰다면 이 경우 들킨 사람은 유책배우자가 된다. 협의이혼 숙려기간은 이혼을 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기간이지, 이혼이 확정된 후 절차를 밟기 위해 마련된 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배우자가 “이혼 못하겠다”며 협의이혼을 철회할 경우 소송으로 가야 하지만 이때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혼전문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배우자가 실제로는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내가 너희들 잘살게 놔두나 봐라’는 식으로 오기를 부리거나 보복하기 위해 겉으로만 이혼을 거부한다면 이혼이 받아들여질 수는 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버티면 이혼할 수도 있다.” 서초동의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유책배우자가 이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버티기’를 꼽았다. 실제 이미 10년 넘게 별거하며 각자 생활을 하다가 주말에만 가끔 아이를 만나온 ㄱ씨는 직장에서 호감 가는 사람을 만났다. ㄱ씨는 아내에게 이혼해줄 것을 요구했고, 협의이혼을 하기로 했다. 아내가 원하는 위자료와 양육비를 모두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자신이 갖고 있던 재산의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숙려기간 도중 아내가 ㄱ씨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내연관계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벌여 승소하고, 협의이혼도 취소했다. ㄱ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ㄱ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적으로 유책배우자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판사는 “지금은 기각하지만 계속 그 상태로 각자 살면 언젠가는 이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고 했다. 아내는 결국 ㄱ씨의 나머지 재산을 전부 받고, 양육비도 받는 것을 조건으로 협의이혼을 했다. 이 부분이 이혼에서 가장 애매한 부분에 해당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말이다. 설령 둘 중 한 명이 결정적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혼인 파탄의 기간이 길어 유책의 정도와 파탄의 기간이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갔다면 이때는 이혼을 허가하는 게 법원의 추세라는 것이다. 다른 여성과 25년간 사실혼 관계 경우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5년 9월 15일 유책주의를 재확인한 판결을 내놓았지만 그해 11월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민유숙 수석부장판사)는 여기에 예외를 둔 판결을 내렸던 것이 그 계기다. 가정법원은 법적 배우자 외의 다른 여성과 25년간 사실혼 상태로 살아온 남성이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뒤집고 두 사람의 이혼을 허용했다. 재판부는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봐도 그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는 경우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남편에게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지만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헤어져 살아 유책성마저도 상당히 약화됐다면 이혼을 하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최근 이혼소송 항소를 포기한 홍상수 감독 측은 “사회적 여건이 갖춰지면 다시 법원의 확인을 받으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 중인 최태원 SK 회장 역시 내연녀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둘 사이에는 혼외자도 있다. 두 사람 모두 별거가 길어지면 언젠가는 이혼을 할 수 있다는 ‘파탄주의’에 기댄 버티기인 셈이다. 법의 추세에 따라 상황을 잘 만들어가면 언젠가는 정말 이혼판결을 받아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사람의 감정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신뢰를 저버린 자에 대해서까지 법이 보호를 할 필요가 있까. 법이 이혼을 허용하더라도 ‘유책배우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혼 전체 건수는 줄어도 ‘황혼이혼’은 는다 우리나라에 ‘황혼이혼’이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된 것은 정확히 20년 전인 1999년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다. 당시 70대 노인이었던 부인은 90세 남편을 상대로 “당장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혼하고 싶다”며 재산분할 및 이혼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황혼의 여생을 해로하시라”며 부인의 청구를 기각했다. 40년간 남편으로부터 욕설 및 폭력에 시달리고, 경제권마저 박탈당한 채 살아왔지만 ‘이미 오랫동안 함께 살았으니 여생도 함께하라’는 취지로 남편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남편은 부인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한 대학에 36억원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3년 뒤인 1999년 8월 25일 서울고법 특별8부는 원심을 깨고 “이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또 이혼과 함께 위자료 5000만원과 현금 3억원, 부동산 지분의 3분의 1을 재산분할로 받아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판결을 계기로 ‘황혼이혼’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차피 살던대로 살면 되고, 죽을 날도 멀지 않았는데 남보다 못하게 살더라도 이혼은 하지 말자던 노인세대의 인식이 변화한 것도 이때부터다. 여전히 ‘이혼은 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혼을 인생의 선택지에 올려놓게 된 것이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전체 이혼에서 60세 이상의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 결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1990년 만 60세 이상 이혼건수는 879건으로 전체 이혼의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남성 기준). 그러나 28년 후인 2018년 만 60세 이상 이혼건수(남성 기준)는 1만6029건으로 전체 이혼(10만8684건)의 14.7%까지 높아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1990년 이후 점점 증가하던 전체 이혼건수는 2003년 16만6617건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혼인구가 줄어들면서 이혼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28년째 이혼건수가 늘어나는 연령대는 만 55~59세 및 만 60세 이상의 노령층이다. 나머지 연령대는 전체 이혼건수가 줄어드는 만큼 소폭 감소 추세다. 통계청 역시 “전체 이혼건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노령층 이혼 증가”라고 밝혔다. 노령 이혼자들은 자녀가 대부분 성인이라 양육부담도 사라졌고, 노년 시기부터라도 각자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이혼이라는 선택에 부담이 덜하다는 분석이다. 결혼 41년 만에 이혼을 택한 정순분씨(67)는 “애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나도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며 여유롭게 살고 싶은데 집에 틀어박혀 있는 남편 삼시 세끼 차려주고, 청소하는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이혼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젊은 시절 남편이 바람 피고 다니고, 술 먹고 들어와 자는 애들까지 깨워가며 폭력을 행사해도 참아온 세월이 40년인데 나도 내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남편도 시골로 내려가서 자기 삶을 살고 있고, 나도 여기서 애들(손주)도 보고, 친구들과 계를 만들어 여행 다니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2019.07.12 14:31

    • [장르물 전성시대]책 읽다가 이혼할 뻔,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 달라는 것

      문화/과학 장르물 전성시대

      [장르물 전성시대]책 읽다가 이혼할 뻔,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인정해 달라는 것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은 취향의 전쟁 이야기다. 각자의 세계가 명확한 부부는 치열하게 서로의 진지를 탐험하고 때로는 공격한다. 하지만 일상에는 별일이 없다. 하지만 취향의 전쟁은 치열할수록 재미있다. 의 한국어판 표지. | 정은문고 21세기는 취향의 시대다. 계급이 취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향, 선택이 취향을 결정한다. 과거에는 나이, 지역, 계층 등 비슷한 환경에 속했을 때 다른 문화를 접하고 선택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아무런 연고가 없고, 주변 사람들 아무도 관심 없는 문화일지라도 혼자 접하고, 몰두할 수 있다. 만인의 인정보다 개인의 주관적 만족이 더욱 중요해지는 트렌드도 한몫 했다. 하지만 사람은 어울려 살아간다. 함께 어울려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돌입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은 중요하고, 개인의 취향은 절대적이지만 공동의 시공에서는 적절한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나의 절친한 벗과 동반자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싫어할 수 있다. 취향을 고수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주장하고 강권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이해는 필요하다고 다들 생각한다. 함께 생활을 공유하는 사이라면 어느 정도까지는. 서로의 독서 취향이 전혀 다른 부부 함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부부에게 취향이란 아주 복잡하고 미묘한 벽이다.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SF작가인 엔조 도와 호러소설 대상을 받은 호러 작가 다나베 세이아 부부에게 서로의 취향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큰 책장의 반을 갈라 남편 구역에는 PC 관련, 물리와 수학, 요리와 수예 책 등이 있고 아내 쪽에는 요괴나 저주 관련, 르포르타주, 실화 괴담 등의 책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책을 꽂거나 배치하는 습관도 판이하게 다르다. 식탁 위에서 호러 소설 등 무서운 이미지의 표지를 보게 된 남편은 아내의 고의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의 연재기획이 시작되었다. 서로에게 읽히고 싶은 책을 추천하고, 감상문을 써서 웹에 연재하는 방식이다. ‘내가 읽은 책을 남편이나 아내가 읽는다면 날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남편이 권하는 책은 테리 리슨의 <곰이 불을 발견하다>, 앨리슨 베이커의 <내가 서부로 와서 그곳의 주민의 된 이유> 같은 SF 판타지류의 소설이나 미타니 준의<입체 종이 접기 아트>, 기무라 슌이치의 <연분수의 신비>, 엔리코 모레티의 <연봉은 사는 장소에 따라 정해진다> 등 실용, 경제·경영,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아내의 책은 스티븐 킹의 <쿠조>와 쓰노다 지로의 <공포신문> 등 자신의 전문분야인 공포에서 나카지마 라모의 <서방용토 간사이 제국의 영광과 쇠락>, 진 마졸로의 <찾아라! 언제까지 놀 수 있는 숨바꼭질 그림책> 등 이건 대체 뭘까 의문이 드는 책들까지 종횡무진 펼쳐진다. 책이나 영화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만인이 좋아하는 책도 영화도 없다. 엔조와 다나베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할 만한 책이라 생각하는 것들도 추천한다. 그런데 묘하다. 부부로서 어느 정도 상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의 취향이라 생각했던 책들조차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취향이란 지극히 미세하고 주관적인 호오의 과정을 통해서 구축되고, 한 번 만들어진 후에도 계속해서 증축되고 개선된다. 의도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도 자신의 취향은 계속 다듬어진다. 물론 한 번 취향을 결정해 놓고, 오로지 한 길만 소비하는 화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을 읽으면서, 부부의 서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즐겁게 경험할 수 있었다. 웹에 자유롭게 쓴 감상문에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왜 나에게 이런 책을? 왜 우리는 함께 살게 되었고 이런 글까지 쓰게 된 것일까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이 생생하게 전개된다. 두 사람이 너무 달라서, 아주 재미있다. 부부의 이해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을 보면 스릴러 영화의 복선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다른 존재들이 어울려 산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실감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그렇구나’ 하는 마음 일본어 원서 표지 | 겐토샤 남편인 엔조 도는 손으로 만지고 실제로 하는 일을 좋아하지만, ‘머리가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문을 모르는 존재를 찾아 헤매거나 조우하는 이야기.’ 반면 아내인 다나베 세이아는 현실에서 많이 벗어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만나서 뭔가를 진행하는 필드워크를 좋아한다. 괴담을 좋아하는 것도 황당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일상에 걸친 무서운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엔조 도의 결론은 이렇다. “서로 다른, 다양한 의사가 소용돌이치는 세계라는 말을 할 때 나는 ‘다른’ 부분이 신경 쓰이고, 아내는 ‘다양한’ 쪽에 신경을 쓴다고 봐야 할까… 결국 아내는 마지막까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역시 모르는 상태 자체를 좋아함을 깨달았다.” 서로의 이해를 위한 교차 연재의 과정과 결말을 한마디로 한다면, ‘몰라도 된다’라고 할 수 있다. 엔조 도는 연재의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부부가 서로를 딱히 이해하지 않는다고 해서 별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부부는 ’상호 이해가 달성되면 해산’이 돼버리는 가정일지도 몰라.” 단순하게 우리는 ‘서로 달라, 도저히 모르겠어’라며 낙담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가 다르고, 다른 취향은 개인의 다른 성격과 사고방식,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다나베 세이아는 연재 초반 엔조가 추천한 렘 쿨하스의 <수영장 이야기>를 읽고, ‘무슨 소리인지 당최 알 수가 없네’라고 말하는 분들은 이 단편을 읽어보라면서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아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바로 그것이다. 부부만이 아니라 친구나 파트너나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전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구나’라는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이해가 아니라 인정. <사쿠란> <슈가슈가 룬> <워킹맨>의 만화가 안노 모요코가 안노 히데아키와의 결혼생활을 그린 <감독부적격>도 <책 읽다가 이혼할 뻔>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었다. 안노 히데아키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만들었고, 일본의 오타쿠 4대 천왕의 하나로 손꼽혔다. 엄청난 오타쿠의 취향에 놀라다가,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오타쿠 성향에 대해서 인정하고, 결국은 그의 취향을 이해는 못해도 인정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 <책 읽다가 이혼할 뻔>은 취향의 전쟁 이야기다. 각자의 세계가 명확한 부부는 치열하게 서로의 진지를 탐험하고 때로는 공격한다. 하지만 일상에는 별일이 없다. 연재를 읽은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냐고 걱정해준다. 타인들이 보기에는 정말, 정말 치열한 트러블이니까. 하지만 취향의 전쟁은 치열할수록 재미있다.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고, 세상에 필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인정이니까. 위대함을 평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에게 자신만의 취향이 존재하고 그것이 모여 거대한 문화적 자산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 이렇게나 많은 (취향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경이이고 무한한 즐거움이다.

      김봉석 문화평론가 2018.02.26 18:36

  • 레이디경향

    • 이별·이혼 후 ‘치유’ 위한 정리정돈 법

      리빙

      이별·이혼 후 ‘치유’ 위한 정리정돈 법

      이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것을 없애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정돈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픽셀즈 이별은 인생에서 가장 당혹스럽게 찾아온 ‘청소’와 같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한 결정은 혼란스러운 마음속에서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어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것은 치유와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지요. 연인과 헤어짐, 이혼, 사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에게는 새 기운을 줄 새 공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물건은 감정을 붙잡아 둡니다 이별 후에도 상대의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한때 사랑했던 사람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은 마음, 혹은 그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일 수 있어요. 하지만 소지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감정을 붙잡아 두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물건은 새로운 시작을 붙잡아두는 역할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과거를 정리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필요 없는 감정을 내려놓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별 후 정리정돈에는 네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1 이별한 이의 물건을 그대로 두지 말고, 최소한의 감성적인 물건(3개 이하)만 보관한다. 2 선물이나 옷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오래된 사진은 박스에 보관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둔다. 3 함께 구입한 장식품이나 예술품은 현재의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경우에만 남긴다. 그렇지 않다면 팔거나 보관을 고려한다. 4 침대 시트, 수건, 식기 등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물건은 정리하고,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떠난다면 우아하게 떠나는 사람에게도 정리정돈의 도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이별을 주도한 입장이라면 내 것은 다 가져가고 싶어도 상대방이 앞으로의 삶에 도움이 될 물건만 남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떠난다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1 필요 없는 짐을 줄이고, 새로운 공간에 어울리는 것만 선택한다. 2 악의를 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물건을 챙기는 것은 피해야 한다. 3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이 자유로움과 새로운 시작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이별을 빨리 잊고 새 출발을 하고 싶다면 이사를 하거나 최소한 집을 새롭게 단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새 에너지는 새 공간에 들이는 것입니다. 가구 배치를 바꾸고, 새로운 침구와 소품을 마련해 분위기를 바꾸고 빈 책장을 채우고,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듭니다. 내가 좋아하는 새로운 예술품이나 장식품을 들여와 ‘나만의 공간’을 완성합니다. 이별은 늘 아픈 과정이지만,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더 행복한 미래를 준비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요.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하고 성장하며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앞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이유진 기자 2025.02.28 10:07

    • 전노민·조윤희·최동석·이윤진…‘이혼 라인업’ 이보다 화려할 수 있을까

      전노민·조윤희·최동석·이윤진…‘이혼 라인업’ 이보다 화려할 수 있을까

      TV조선 신규 관찰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이제 혼자다> 출연진, 최동석, 조윤희, 전노민, 이윤진. 해당 방송 관련 보도자료가 올 때마다 ‘와! 이 사람을 섭외했다고?’ 외마디가 흘러나온다. 오는 9일 방송 예정인 TV조선 신규 관찰 예능 파일럿 프로그램 <이제 혼자다>의 출연자 라인업이 심상치 않다. <이제 혼자다>의 전노민·조윤희·최동석·이윤진. 이들의 공통점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계 커플 이혼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본의든 아니든 이혼 도중에서 혹은 이혼 이후 각종 뒷말을 자아냈던 인물들이기도 하다. 동료 아나운서 박지윤과 결혼생활 14년 만에 지난해 파경을 맞은 최동석은 그간 제주 생활을 하며 소셜 미디어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는 “다시 방송을 시작하는 게 스스로에게 도전이었고, 용기가 필요했다”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은 분이 위로해 주셨고 , 방송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12년 배우 김보연과 이혼한 후 오랜 싱글 생활 중인 배우 전노민도 합류했다. 그는 2021년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전 부인 김보연과 동반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드라마 속 동반 출연 신까지 촬영했으나 이후 큰 교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노민은 “그동안 사생활 공개가 부담스러워 예능을 피했는데, 제작진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라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배우 이동건이 이혼 후 2021년 <용감한 솔로 육아 – 내가 키운다>에 딸과 동반 출연했던 조윤희도 <이제 혼자다>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 ‘큰 용기를 냈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 새로운 일을 마주하는 게 망설여지고 겁이 나지만 딸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인생을 살면서 많은 것들에 도전하다 실패해도 다시 또 도전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자 엄마의 모습을 아이와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차례 ‘이혼 홍역’을 치른 통번역가 겸 방송인 이윤진도 발리에서의 인생 2막을 선보인다. 이윤진은 “발리에 정착하기로 한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 혼자 몰래 눈물을 흘린 밤도 많았지만, 아이들에게 포기하고 단념하는 모습보다는 실패도 하고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가며 의미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여기에 “결혼 생활의 마침표가 반드시 인생의 실패가 아닌 또 다른 도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계시는 분들과 나누고 싶다”라는 진심을 덧붙였다. 이윤진은 한국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20대를 챕터 1에 비유하면서 “발리는 조금 더 여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소확행’을 찾아가는 삶의 챕터 2가 되길 기도한다”라는 소망도 내비쳤다. <이제 혼자다> 제작진은 출연진의 ‘이혼’ 이야기가 아닌 ‘이혼 후 새 출발’을 이야기한다고 강조한다. 혼자가 된 이유나 과정이 아닌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세상에 적응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나갈 예정이다. <이제 혼자다>는 오는 7월 9일(화) 밤 10시 첫 회가 나간다.

      이유진 기자 2024.07.06 12:00

    • 지난해 초혼·이혼 동반 감소…20년 이상 산 부부 이혼 비중 가장 높아

      화제

      지난해 초혼·이혼 동반 감소…20년 이상 산 부부 이혼 비중 가장 높아

      지난해 초혼 건수는 물론 이혼 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제28회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해 여성과 남성의 모습을 부문별 통계로 살펴보는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을 6일 발표했다. 1997년부터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로 발표된 이 자료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부터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초혼 건수는 14만8천건으로, 2021년에 비해 0.6% 줄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각각 0.3세와 0.2세씩 상승했다. 이혼 건수는 9만3천건으로 전년보다 8.4% 감소했다. 그중 20년 이상 함께 한 부부의 이혼 비중이 36.7%로 가장 높았다. 1인 가구 규모는 일반 가구의 34%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인 가구는 750만2천가구로 2021년보다 4.7% 늘었다. 1인가구는 남성은 30대(22.0%), 여성은 60대(18.3%)에서 가장 많았다. 65세 이상 노인 1인가구는 총 197만4천가구로, 2021년보다 8.2% 증가했다. 맞벌이 가구는 584만6천가구로 배우자가 있는 가구 중 46.1%를 차지했다. 그 비율은 40대와 50대에서는 각각 55.2%로 높게 나타났다. 가사노동을 아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응답자는 2022년 기준 여성이 23.7%, 남성은 18.2%로 2년 전보다 각각 1.4%포인트, 2.9%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여성의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9년 기준 맞벌이 여성의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맞벌이 남성보다 2시간 13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 가구는 149만4천가구로, 일반 가구의 6.9%다. 이중 여성 한부모 가구가 112만9천가구로 전체 한부모 가구의 75.6%를 차지했다. 한부모 가구 비율은 줄고 있지만, 그중 여성 한부모 가구의 비중은 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가구 가구원은 115만1천명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고, 그중 여성 가구원이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여성 고용률은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으나 세부 자료를 들여다보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2022년 15∼64세 여성 고용률은 60.0%로, 2010년(52.7%)보다 7.3%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여성 임금 근로자 중 저임금(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근로자는 22.8%로 남성 저임금 근로자 비율(11.8%)의 2배가량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10년 대비 개선됐지만, 여성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8천113원으로 여전히 남성(2만5천886원)의 70.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68만3천원으로, 남성(413만7천원)의 65.0% 수준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해당 범죄의 검거 건수는 542건으로 12.7% 증가했다. 성폭력 검거 건수는 2021년 기준 2만9천13건으로 전년보다 8.9% 증가했고, 검거인원은 3만2천137명으로 0.6% 감소했다.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는 4천349건으로 같은 기간 10.0% 줄었으나, 불법촬영물 발생 건수는 1천355건으로 60.9% 늘었다. 교제폭력 범죄자 수는 1만975명으로 7.7% 줄었으나 폭력 상담 건수는 85만9천967만건으로 9.7% 증가했고, 이중 가정폭력 상담이 60%(51만4천6건)를 차지했다.

      장회정 기자 2023.09.06 10:53

    • 수면 장애 겪고 있나요? 남편과 ‘수면 이혼’ 합시다

      건강

      수면 장애 겪고 있나요? 남편과 ‘수면 이혼’ 합시다

      부부가 함께 자는 것으로 수면이 방해된다면 과감하게 따로 자는 것을 택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수면의 질은 건강과 직결된다. 결혼한 부부끼리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은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소 냉정한 말일 수도 있지만, 연구에 의하면 파트너와 함께 자는 행동이 수면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삶과 건강의 질도 함께 떨어진다. 미국 야후 라이프(Yahoo Life)가 전하는 ‘수면 이혼’에 대한 이야기다. 수면 및 생물학적 리듬(Sleep and Biological Rhythms)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과 침대를 공유할 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반면, 남성의 수면은 여성 파트너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대를 공유하면서 옆 사람에 의해 수면에 영향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파트너의 뒤척임, 코골이 혹은 수면 무호흡증이 방해가 되거나,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공간을 차지하거나 같은 이불을 덮다가 이불을 빼앗겨 잠에서 깰 수도 있다. 의 저자이자 수면 의학 박사 수제이 칸사그라 박사는 “수면 이혼이란 수면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따로 잠을 자기로 한 두 사람 사이의 상호 결정”이라며 “다른 방에서 각자 자는 과감한 방법이 아닌, 같은 방에서 침대를 분리하거나 같은 침대를 공유하지만 다른 담요를 사용하는 것도 수면의 질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수면 이혼’이 부부의 친밀감이 떨어뜨릴까? 심리 치료사이자 관계 전문가 리사 브레이트만은 “따로 잠을 자야 하는 이유가 잠을 깊이 자기 위한 것이라면 부부에게 긍정적인 선택”이라며 “방해를 덜 받고 수면의 질이 향상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건강에 도움이 된다. 낮에 피곤을 느끼며 뇌 기능이 저하되고 과민한 반응을 보이면 직장뿐 아니라 가족관계에서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물론 부부 사이에서 ‘따로 자고 싶다’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파트너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 이혼’을 결정을 할 때는 잠자리를 분리하는 것이 친밀감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충분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유진 기자 2023.08.2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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