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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직필]‘역경 극복’ 귀중한 인적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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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직필]‘역경 극복’ 귀중한 인적자본

      ....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속담이 말해주듯 역경을 극복한 경험은 발전을 이끄는 귀중한 인적자본이다. 미국의 공익미디어 WGBH의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86%에 이르는 대다수가 대학...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분배정의연구센터장 2019.05.29 20:38

  • 주간경향

    • 경제 영화 속 경제

      [영화 속 경제]비참한 전쟁, 인적자본의 엄청난 손실

      ㆍ 전쟁과 경제는 함수관계가 크다. 경제가 나빠지면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이 일어나면 경제는 초토화된다. 폐허 위에 재건이 시작되면 경제가 활기를 띤다. 경제는 정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성장한다. 그러다 변곡점을 지나면 다시 나빠진다. 1차대전이 그랬고, 2차대전이 그랬다. 한국전쟁은 냉전의 유산이다. 애초 경제적 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론은 똑같았다. 남과 북의 경제는 박살이 났다. 그 뒤 두 나라는 재건을 시작해야 했다. 장훈 감독의 (2011)은 한국전쟁을 “너무 오래 싸워서 싸우는 이유를 잊어버린 전쟁”이라고 말한다. 애록고지의 주인은 수십 번 바뀌지만 쌓이는 것은 남과 북 젊은이들의 시신이었다. 우리 기억 속의 한국전은 1951년으로 끝난다. 낙동강전투와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1·4후퇴가 전부다. 하지만 전쟁은 1953년 7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진 2년간 많은 남북의 청년들이 기록도 없이 스러져갔다. 은 1953년 2월부터 휴전이 되는 7월까지 5개월간의 이야기다.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 분)가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 파견된다. 애록고지를 지키는 악어부대에 적과 내통한 자가 있다는 첩보를 받고서다. 오늘 아침 산 자가 오후에는 시신으로 변하는 전시 최전방. 적과 싸우면서 내부의 적도 캐내야 한다. 강 중위는 ‘진실’ 찾기에 나선다. 대학 친구인 강은표 중위와 악어중대의 김수혁 중위(고수 분)는 1950년 인민군의 의정부 공격 때 포로로 잡힌다. 여기서 총살당했으면 영화는 끝인데 인민군 중대장은 두 사람을 살려준다. 이유가 있다. “이 전쟁은 일주일이면 끝난다. 전쟁이 끝나면 이 조국이 필요한 것은 너희들이다. 고향 가서 조용히 숨어 있다가 전쟁이 끝나면 조국 재건에 나서라.” 인민군 중대장은 인적 자본인 청년들의 가치를 알았다. 인적 자본이란 인간도 투자를 통해 생산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자본으로 보는 경제학적 개념이다. 원래 자본이란 생산에 투입되는 도구나 생산시설 등 물적 자본을 뜻했다. 하지만 1950년대 노동의 질 또한 중요한 생산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인적 자본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서구에서는 인적 자본이 물적 자본보다 성장에 더 기여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교육투자가 생산설비투자보다 생산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사람을 자본에 빗대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가 1964년 ‘인적 자본(Human Capital)’과 관련된 논문을 내자 반발이 극심했다. 사람을 ‘자본’에 비교할 바에는 차라리 ‘인적 가축떼(Human cattle)’라고 부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앞서 1959년 그가 미국 대학 교육에 대한 수익률과 물적 자본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비교하는 논문을 발표했을 때도 비슷한 비난이 쏟아졌다. 30여년이 지난 1992년 그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인적 자본은 주류 경제학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베커 교수는 소득과 자녀 수의 관계를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설명했다. 소득이 증가하면 자녀의 질, 즉 교육투자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이때 공교육과 같은 교육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사교육투자를 많이 해야 해 아이를 낳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만약 교육인프라가 충분히 깔려 있다면 사교육을 시켜도 다른 아이와 성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투자에 대비한 한계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교육에 추가 투자를 멈추고 자녀의 질보다는 수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김수혁 중위는 말한다. “이 전쟁으로 50만명이 죽었다.” 한국전쟁의 전체 참전국 사망자를 모두 합하면 200만명에 달했다. 한국전쟁은 그만큼 비참했고, 동시에 엄청난 인적 자본이 손실됐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다시는.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2011.10.11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