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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처스’ 자사고 전교3등 오빠와 비교 당하는 여동생···눈물의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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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처스’ 자사고 전교3등 오빠와 비교 당하는 여동생···눈물의 솔루션

      채널A ‘성적을 부탁해 : 티처스’ ‘성적을 부탁해 : 티처스’에 우등생 오빠와 비교당하고 있는 도전학생이 등장한다. 누구보다 처절했던 30일간의 가시밭길 성적상승 솔루션 결과가 주목된다. 21일 방송될 ‘티처스’ 12회에는 할머니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분위기 속에 경상북도에 살고 있다는 도전학생이 등장한다. 도전학생의 할머니는 도전학생의 오빠에게 “너 무슨 대학 가지?”라고 친근하게 물어봤고, 도전학생의 오빠는 “서울대~”라고 자신 있게 즉답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알고 보니 도전학생의 오빠는 유명 자사고 전교 3등에 빛나는 전국구 우등생으로 이미 이름나 있었고, 이에 정승제 강사는 “그러면 무조건 서울대겠다, 진짜···.”라며 감탄했다. 공개된 VCR에서는 친구, 할머니, 엄마까지 모든 사람이 도전학생과 ‘우등생 오빠’를 끝없이 비교했다. 도전학생의 어머니마저 “오빠가 하는 방식을 찾아가 보면 안 돼? 오빠랑 비슷하게 좀 해봐”라며 다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MC 장영란은 “비교 너무 많이 하시네...”라며 안타까워했다. 오빠를 따라잡기 위해 도전학생이 새벽 3시에 일어나 ‘열공’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MC 한혜진은 “세 시간 반째 공부하는 거예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조정식 강사는 “얘가 하는 것만 안 하면 성적 나온다”며 도전학생의 공부 방식을 지적했다. 정승제 강사 또한 “대학 갈 생각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냉혹하게 비판해, 도전학생의 가시밭길 솔루션이 예고됐다. 그리고 이어진 VCR에서 도전학생의 오빠는 “나를 따라오려 하면 힘들어...”라며 동생에게 말을 건넸고, 이에 도전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오열해 안타까움을 선사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오빠와 비교당하는 도전학생의 눈물 나는 30일간의 성적 상승 솔루션은 1월 21일(일) 저녁 7시 50분에 방송된다.

      강주일 기자 2024.01.18 09:04

  • 주간경향

    • [편집실에서]자사고 논란을 보며

      오피니언 편집실에서

      [편집실에서]자사고 논란을 보며

      노란색 승합차가 분주하게 오고갑니다.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아이들이 타고 내립니다. 차의 겉면에는 ‘영어’ ‘수학’ ‘태권도’ ‘수영’ 학원의 로고가 붙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아니, 이런 장면은 서울 시내 모든 동네, 전국의 웬만한 도시에서 누구나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겁니다.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알파벳을 외우고,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몇 학년 앞선 과정의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지금 우리 아이들의 ‘운명’이 돼버린 지 오랩니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덜합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자사고, 외고, 특목고에 들어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이들 학교가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에 진학할 수 있는 보증수표라 믿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올해 초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고교 진학을 앞둔 그의 아들이 자사고에 원서를 냈는데 떨어져 일반고에 가게 됐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두 곳의 학교 중 한 곳은 혁신학교이고, 다른 한 곳은 입시 실적이 좋은 일반고인데 ‘(입시보다는 창의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혁신학교에 배정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혁신학교에 진학하면 ‘인 서울(서울시내 대학 진학)’조차 힘들 것”이라는 걱정도 덧붙였습니다. 물론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게 성적순이고, 서열에 따라 움직이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이 서글프기까지 했습니다. 요즘 자사고 재지정 논란으로 교육계가 시끄럽습니다. 지난 6월 20일 전북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자 “평가가 엉터리로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평가 시점과 기준이 부당하게 적용됐다는 게 상산고 측 주장입니다. 반대 쪽에서는 상산고가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통해 인재를 배출한다는 자사고의 설립 취지와 달리 ‘의대 입시 전문학원’으로 전락했다며 재지정 취소는 당연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자사고 논란’을 표지 이야기로 택했습니다. 전국 자사고부터 광역 자사고까지 취재를 통해 장·단점을 분석해보고 현행 교육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결과를 살펴보니 선발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공정 경쟁부터 입시학원처럼 돼버린 고등학교, 일반 학생들에 대한 평등한 교육기회 박탈 등 자사고 논란을 통해 드러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은 이런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자사고 문제는 교육도 시장의 경쟁에 내맡겨야 한다는 이명박식 천민자본주의가 한국 교육에 가한 테러다. ‘내 돈 가지고 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며 막무가내로 덤비는 학부모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교육을, 사회를, 결국은 이 땅의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학부모라면 한 번쯤은 곱씹고 되새겨봐야 할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조홍민 에디터 겸 편집장 2019.07.05 15:19

    •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자사고는 설립 취지에 맞게 교육하고 있나

      자율형사립고의 설립 취지는 다양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이다. 그러나 명문대와 의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비싼 교육비 때문에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 학교가 자사고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다양성 교육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각자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일률적인 학교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따라 창의적으로 배우고 스스로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발표가 난 지난 6월 20일 학부모들이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절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가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화된 고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고교를 활성화하며, 전문계 고교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돼 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온전히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의원(이후 교육부 장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각종 논문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인한 고등학교 체제의 획일성과 학교 선택권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자율형 학교 확대를 핵심으로 한 구체적 방안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이는 곧 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져오던 고교 평준화 정책을 전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한 입시전문가는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의 머릿속에는 전 정권에서 추진한 모든 것을 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등장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장밋빛 기대와 달리 실패작이 돼버렸다. 11년이 흐르는 동안 자사고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당초 목표와 달리 변질됐다.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 설립의 목표로 내세운 ‘다양성 교육’은 다양한 방법으로 대학에 더 잘 진학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락했고, ‘수월성 교육’은 말 그대로 수월하게 지식을 잘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우선 선발되는 교육으로 변했다. 자녀가 자사고에 다니고 있는 부모들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미 다니고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자사고 학부모 연합회는 지난 7월 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사고의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자기 스스로 자사고를 선택한 학생들의 교육열과 꿈을 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이야 “내 자식이 가고 싶다고 하고, 실력도 되고, 나도 경제적으로 뒷받침해줄 수 있는데 내 돈 주고 내가 보낸다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다만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라는 욕망을 감추고, 자사고를 다양성 교육이 보장되는 양질의 교육기관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입 성공에 대한 적나라한 욕망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서울 자율형 사립고 연합회가 매년 개최하는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다. 다양성 교육을 표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사고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서울 자사고 연합설명회에서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의 장면이다.(15면 사진 참고) “자사고는 우리 아이 같은 친구들이 많은 학교”, “1등급은 1등급처럼 살고, 7등급은 7등급처럼 산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주장하는 편에서는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등급화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반면 자사고 존치론자들은 “다양성 교육을 놓고 서열화·등급화를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자사고 연합이 설명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그들의 주장과 배치된다. 자사고 스스로 학생을 성적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와 같은 친구들이 많은 학교’란 곧 우리 아이와 비슷한 학업·경제수준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 학교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사고 연합은 또 대한민국 입시의 특징으로 ▲결과에 승복하기 어렵다 ▲입시 탓에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 ▲99%를 패배자로 남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자사고 교육은 ▲‘과정’에 승복한다 ▲입시 덕분에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99%에게 자부심을 심어준다고 말한다. 이 프레젠테이션이 학부모와 학생을 자사고로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노골적이다. 대한민국 일반고교 교육은 실패라는 것을 전제로 한 설명이기 때문이다. 실패작이 된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뭐 새로운 정보라고…, 고등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입시전략을 짜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건 ‘뉴스’가 아니다.”(강남 ㄱ재수학원 관계자) 전북 상산고가 ‘의대 사관학교’라는 프레임을 언론에 만들어 준 것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지만, 상산고가 ‘의대 많이 보내는 자사고’라는 사실은 자사고를 목표로 해온 중학교 1학년 이상 부모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이미 자사고는 소위 명문대와 의대를 가기 위한 ‘입시기관’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각종 ‘자사고 입시 가이드북’을 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이드북을 쓴 저자들은 대부분이 대학입시 컨설턴트들이다. 중학교 때부터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명문고에 진학해 명문대에 입학하는 과정 속에 ‘자사고’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한 자사고 입시 가이드북 내용이다. “의대는 수많은 중학생과 학부모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꼽는 곳이다. 하지만 자연계열 중에서도 최상위권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 의대로의 진학은 결코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학업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면 특별히 의대 진학에 유리한 고교가 있을까. ‘특정 학교에 진학하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와 같은 공식은 물론 없다.…(중략)…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입시를 치르기 직전 3년간 몸담는 고교의 교육환경이 학생 개인의 역량과 노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능 성적 의대 합격선 충족한 학생수, 자사고가 최다’라는 제목의 단락을 살펴보면 자사고가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모인 과학고, 영재학교에 비해 의대 합격선 충족비율이 높다고 분석한다. 그 이유로 “과학고, 영재학교는 일반적인 고교 교육과정보다 다소 다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어 재학생들이 ‘수능체제’에 대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의대 지원 가능 학생수(수능 자연계열에서 고득점을 하는 학생수)’ 1위에 선정된 학교는 바로 상산고다(2015년도 기준). 2위가 경신고, 3위가 휘문고다. 전부 자사고다. 일반고인 수지고, 한일고가 뒤를 잇지만 이 두 학교 모두 지역 명문학교로 이미 알려져 있는 곳이다. 6위부터 8위까지는 중동고, 용인한국외대부고, 세화고다. 모두 자사고다. ‘의대 지원 가능 학생수’ 1위 상산고 상산고는 수능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데에 특화된 전국단위 자사고다. 이 책은 ‘의대에 진학하려면 자사고를 가라’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의대에 진학할 만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꾸준히 포진된 고교는 그러한 성과를 뒷받침하는 교육 및 진학 노하우가 쌓여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내용의 가이드북은 시중에서 흔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자사고’를 키워드로 검색되는 각종 서적은 30권(품절 포함)에 달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상산고는 수능형 자사고”라고 말했고,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90년대 ‘수학의 정석’을 풀던 교육에서의 ‘잘함’을 특화시킨 것이 상산고의 정체성”이라고 규정했다.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학생을 성적으로 나누고, 사회통합전형(학업성적은 우수하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 선발전형)으로 20%를 선발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 학교가 자사고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조사하고 발표한 ‘전국단위 자사고 10개교 학부모 부담금’을 살펴보면(2017년 회계결산 기준), 민족사관고 학생 한 명당 연간 납부해야 하는 학부모 부담금은 2589만여원에 달한다. 고교 3년이면 7768만여원에 달하는 돈을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위인 하나고는 연간 1280여만원을, 용인한국외대부설고는 1177만여원, 인천 하늘고는 1122만여원, 상산고는 1088여만원을 매년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자사고 가운데 가장 저렴한 납부액을 기록한 광양제철고의 1년 학부모 부담금은 645만여원이었다. 이들 10개 전국단위 자사고의 연간 평균학비는 1133만원이다. 일반고 학비(279만원)의 4배다. 심지어 전국 31개 외국어고 평균 연 학비 764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광역 자사고의 연간 평균학비도 720만원으로 일반고보다 2.5배 높다. 돈이 없으면 다닐 수 없는 학교라는 표현이 과장된 말이 아닌 셈이다. 일선고교 입시담당자(교사)는 “자사고는 1학년 때부터 교과서 외에 각종 서적과 원서를 구입해 읽고, 다양한 학교 밖 참여활동이 많은데 그게 전부 돈”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통합전형으로 입학해서 장학금 받으며 다니더라도 권당 몇만~10여만 원에 달하는 원서구입비, 체험활동비 등으로 나가는 돈은 학생이 부담해야 하다보니 그 돈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반고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다”면서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한다”고 했다. 문제점이 많다면 자사고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전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도 않고 정부의 입장 또한 애매하다. 정부 역시 자사고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월 20일 이뤄진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처분에 대해 보름이 지나도록 어떠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아무리 교육감이 재지정 취소를 해도 교육부의 승인이 없으면 취소처분이 내려지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조건부 재승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재심사를 하고, 그 전에 교육감이 요구하는 요건을 만족시키는 식이다. 여당에서조차 ‘상산고 편들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사고 폐지 논란의 정치적 셈법 교육부는 2017년 11월, 1단계 조치로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를 일원화하고, 2단계로 자사고 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내용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2단계까지 완성되면 3단계는 고교체제의 전반적 개편작업에 들어간다. 교육부는 지난해 1단계 조치에 해당하는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시기를 합쳤다. 자사고 우선선발을 없앤 것이다.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도 금지했다. 이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중복지원 금지는 유예하고, 동시선발만 이뤄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자사고·일반고 중복지원 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1단계 조치는 절반의 성과만 이뤄낸 셈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2단계 조치다. 7월 4일 기준으로 평가대상인 8개 전국단위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는 하나고를 제외하고 모두 마무리됐다. 전북 상산고가 현재까지 유일하게 교육청의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진 학교다. 하나고는 이미 12점 감점을 받은 상태에서 평가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16개 광역 자사고는 안산 동산고(경기)와 계성고(대구), 해운대고(부산)만 평가가 마무리됐다. 안산 동산고와 해운대고는 기준점(70점)에 현저히 모자라는 점수로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인천 포스코고는 7월 9일, 서울 13개 자사고는 7월 10일 평가결과가 나온다. 전국 자사고 8개교 중 1개교만이 재지정 취소처분을 받았고, 서울 13개 자사고 역시 전부 재지정 취소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하는 교육관계자들은 없다. 즉, 대부분의 학교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는 계속 자사고 형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자사고의 자발적 일반고 전환이다. 실제 2019학년도 자사고 42곳 가운데 18곳에 신입생 미달사태가 벌어졌고, 28곳은 경쟁률이 하락했다. 학부모 부담금 의존도가 높은 자사고로서는 미달사태가 지속될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우리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있느냐 여부다. 상산고가 ‘의대 입시 사관학교’로 전락할 동안 교육당국의 누구도 이를 지적하고 개선하려 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재지정 평가과정에서 다양성 교육은커녕 입시를 위한 국·영·수 위주의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문·이과 통합도 하지 않은(문과가 2개, 이과 10개) 상산고에 대해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 항목에 5점 만점을 줬다. ‘기초교과 편성비율’ 항목 역시 5점 만점이다. 79.61점이라는 점수는 어쩌면 후하게 내린 평가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태근 전 이투스 평가이사는 “지금부터라도 교육청이 정확한 자사고 평가기준을 마련해 설립 취지와 존재 이유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 근거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평가 근거와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때 문재인 정부의 교육방향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인하·반기웅 기자 2019.07.05 15:19

    • 사회 표지 이야기

      [표지 이야기] “광역 자사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ㆍ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 전국 자사고와 분리 주장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54)은 엄밀히 말해 ‘자사고 전면 폐지론자’는 아니다. 그는 입시전문가로 30여년을 교육 현장에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목도해왔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만 유 소장이 지켜본 대한민국의 교육은 정권에 따라 정책이 춤을 췄다. 그는 모든 자사고를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는 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로서 폐지가 옳다고 하는 자사고는 ‘광역 자사고’에 한해서다. 이상훈 선임기자 자사고는 학생 모집지역 범위에 따라 ‘전국 자사고’와 ‘광역 자사고’로 분류한다. 전국 단위로 학생 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는 전국 자사고, 광역시 단위에서 모집이 가능한 자사고는 광역 자사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족사관고나 하나고, 광양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사고는 전국 자사고에 해당한다. 이번에 재지정 취소처분을 받은 상산고도 전국 자사고다. 광역 자사고는 휘문고, 한가람고, 중동고, 이대부고 등 소위 명문고로 분류되는 곳들이다. 유 소장은 “광역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7월 2일 <경향신문> 본사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굳이 ‘전국 자사고’와 ‘광역 자사고’를 분리해 폐지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전국 자사고(전사고)는 애초에 졸속으로 만들어진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자립형 사립고’로 운영하며 다양성 교육을 해왔던 곳이다. 또 기업이 됐든 재단이 됐든 전국 자사고는 든든한 후원자가 존재한다. 자체적으로 양질의 교육을 시킬 능력이 있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좋은 교사를 확보할 자금력도 된다. 그런데 광역 자사고는 몇몇 곳을 제외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에 별다른 준비 없이 일괄적으로 전환한 학교들이다. 사학의 설립 철학을 바탕으로 자사고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라고 하니 이에 발맞춰 전환부터 한 곳도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자사고로 전환하려는 학교의 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좋은 자사고=입시 실적’으로 전락한 것이다. 광역 자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의 교육권 박탈이다. 집 앞에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가 있어도 자사고라는 이유로 학생들이 갈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대성고를 예로 들어보자(대성고는 호서학원이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 현재는 일반고다). 대성고가 위치한 갈현동 일대는 주택가다. 그런데 대성고가 자사고가 되면서 학교 바로 앞에 사는 학생들이 대성고를 못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왜냐. 등록금이 비싸니까. 일반고에서 분기별로 내는 등록금 50만원도 힘들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대성고는 분기별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다. 1년에 600만원이 넘는다. 아무리 대성고 가까이에 살아도 돈이 없으면 대성고를 못간다는 얘기다. 결국 학생의 학교 선택권, 통학권은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전교조가 지난 6월 서울지역 고교 교사 14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사고 일괄 폐지 의견이 72%로 나왔다. “결과는 교사가 어디에 서 있느냐(진보 또는 보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보니 보수니 이런 것을 떠나서 나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사고를 만들 때부터 반대를 해왔다. 학교의 파행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교육이 입시 위주로 갈 수밖에 없어진다.” -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전락하나. “애초에 수월성 교육, 다양성 교육이라는 말이 명분만 좋은 허울이기 때문이다. 자사고는 평균 학생보다 그래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한다. 그러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내신에 불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일반고가 유리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그렇지 않다. 실제 입시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다. 일단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학생이 작성해 온 학생부 종합을 보면 내용에서 큰 차이가 보인다. 읽었다고 적어 내는 책의 종류도 다르다. 일반고에서는 소논문 활동을 절대 못한다. 그런데 자사고, 특목고 아이들은 소논문을 써낸다. 심지어 책을 원서로 본다. 자사고는 6등급이라도 건국대에 갈 수 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일반고 6등급은 어떤가. 무기력하고, 자신의 의견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사고, 특목고 학생은 설령 내신 등급이 8~9등급이라도 자기가 지원서에 쓸 말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입시에서 자사고 출신이라는 것 자체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사고 자체가 대학입시의 브랜드가 된다. 하나고는 재수생 비율이 굉장히 낮다. 20%대다. 왜 그런 줄 아나. 입시에 최적화된 커리큘럼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많이 보낸다. 내신 위주로 갈 학생,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갈 학생 등을 분산해서 SKY(서울·고려·연세대)와 의대를 보낸다. 한마디로 학종에 최적화된 곳이란 말이다. 반면 정시에 특화된 자사고가 상산고다. 지금 내가 말한 것에 학교의 철학이 존재하나. 정말 철저히 ‘SKY·의대’ 입시 성공만으로 학교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현재의 자사고는.”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하면 고교교육이 정상화되느냐는 비판도 있다. “입시상담을 위해 아이들을 만날 때 가장 서글픈 게 일반고 4등급 이하의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학교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 4등급은 자소서도 봐주지 않는다. ‘네가 알아서 해’라고 한다. 입시계 기준으로 ‘인 서울(서울시내 대학 진학)’이 가능한 등급은 일반고 기준 2.5등급까지다. 서울에 41개의 4년제 대학이 있는데 인 서울은 16개 대학만 쳐준다. 그러니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갈 수 없는 4등급 학생들은 교사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입시실적에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을 포기하면 학생 역시 수업을 포기하게 된다. 일반고 교실은 전부 잠자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선생님의 눈에 들어서 학생부를 잘 남겨야 하는 아이들은 열심히 한다. 자사고만 ‘좋은 대학’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게 아니다. 일반고도 동일한 욕망을 갖고 운영된다. 교육이 아닌 실적을 쌓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교육감들이 해야 하는데 안 한다.” -왜 안 할까.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각을 세워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을 공약으로 내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자사고 관련 공약이다. 공약에 일반고 정상화 이야기는 없다. 왜? 해봤자 눈에 안 띄기 때문이다. 교육을 경제적 논리, 정치적 논리로 보는 사람들이 바로 교사이고, 교육감들이다. 그들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류인하 기자 2019.07.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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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이야기]강남 5대 자사고, 재수 비율 더 높다

      ㆍ졸업생 절반 이상이 재수학원으로… 수능 점수 올려 명문대로 진학 ‘서울대 206명. 연세대·고려대 839명, 의·치·한·수의예 1301명, 서·성·한·중·이·경·외·시 2478명, 경찰·KAIST·사관·교대 281명.’ 대성학원에서 2018년 한 해 동안 3개월 이상 재수 정규반 강의를 들은 원생(전국 종합)의 2019학년도 대입 실적이다. 대성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확인할 수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재수학원에서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의·치·한의대를 많이 보내면 그건 재수학원의 성과이지, 출신학교의 성과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재수학원으로서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한 재수생의 출신학교를 밝힐 이유가 없다. 종로학원에서 발표하는 재수 성공사례 역시 출신학교가 아닌 학원에서의 커리큘럼 및 각 학생별 취약점 보완전략 위주로 제시된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진실’이 있다. 원래 잘하던 학생이 재수를 통해 조금 더 ‘좋은’ 대학으로 진학한다는 사실이다. 현행 대입제도에서 재수생이 정시로 갈 경우 기존 내신등급이 반영되지 않는 점도 학생을 재수로 유인하는 요인이 된다. 내신등급은 낮은데 수능은 잘 보는 학생들이 누굴까. 자사고 혹은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다. “재수를 다짐하고 1년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등급을 올려 가는 일반고 출신이 몇이나 될 것 같습니까. 재수한다고 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이 원래 잘하던 애들이 단기간(1년)에 집중력을 발휘해 명문대를 가는 겁니다. 자사고나 특목고의 재수생 비율을 한 번 보세요. 어마어마합니다. 자사고 재학 3년간 적게는 1000여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들여 공부시켜놨는데 또 수천만 원의 돈을 재수비용에 쓰는 애들이 바로 자사고 학생들입니다.”(20년 경력 입시전문가 ㄱ씨) 내신 낮아도 수능 잘 보는 학생은 누구 지난 6월 26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상산고에서는 재수생을 포함해 한 해 275명의 학생이 의대에 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상산고는 김승환 교육감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김 교육감이 밝힌 해당 수치는 상산고 홈페이지 게시판에 게재돼 있던 내용이었다. 이 수치는 통상 해당 학교 출신이 ‘SKY+의학계열’ 대학으로 진학한 숫자를 취합할 때 중복 합격자 수 포함 및 재수생(심지어 삼수생)까지 포함시키는 관행대로 산출한 것이다. ‘인 서울 명문대 및 의대’만 보내면 된다는 학교의 그릇된 인식이 만들어낸 과장된 숫자인 셈이다. 이는 비단 상산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자율형 사립고’가 무분별하게 만들어지고, 이전부터 철학을 갖고 교육을 해온 ‘자립형 사립고’마저도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서 변질된 결과다. 부작용은 현재 나타나는 그대로다. ‘좋은 학교’는 곧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라는 이미지에 모든 자사고가 매달리기 시작했다. 재수를 시켜서라도 학생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고, 이를 수치로 광고하는 것이 자사고의 노골적인 홍보전략이 된 것이다. 이는 각 자사고의 재수생 비율을 봐도 알 수 있다. 서울 중동고와 휘문고, 세화고, 현대고, 세화여고는 대표적인 강남 5대 자사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학교 졸업자의 절반은 대학이 아닌 재수학원으로 간다. 한 입시전문가는 “자사고는 다양성 교육을 목표로 삼지만 정작 아이들의 적성이 무엇이고, 어떤 진로를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3년 내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이 일반고보다 명문대를 많이 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명문대를 간 그 학생들이 어느 과를 갔는지에 대한 결과 발표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명하다. 일단 SKY 간판만 따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어떤 과에 진학하는 게 학생을 위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니 SKY에 진학하지 못하면 그 학생은 입시에 실패한 게 된다. 그러면 어디로 가느냐. 대성이나 종로(학원)로 간다.” 이는 과장된 사례가 아니다. 현재 재수학원 종합반에 등록해 2020학년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상당수가 자사고 출신이다. 강남의 한 재수학원 입시상담가는 “(재수학원 등록) 원서를 쓸 때 출신학교를 기재하니까 우리는 누가 강남 출신인지, 자사고 출신인지, 일반고 출신인지 당연히 다 안다”면서 “아무래도 자사고 출신들이 상위권 반에 들어가고, (학원이 조금만 잡아주면) 그 친구들이 결국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은 불문율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중동고의 2019년도 졸업생 진로현황을 살펴보면 이 학교 졸업자 412명 가운데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152명(36.9%)에 불과하다. 전문대에 간 5명(1%)을 포함해도 38%가 되지 않는다. 반면 ‘기타’에 해당하는 학생은 255명(62%)에 달한다. ‘기타’는 진학 또는 취업에 속하지 않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사실상 ‘기타=재수생’이라는 말이다. 중동고는 2019년 졸업자 10명 중 6명이 재수를 택했거나 적어도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강남 전체 학교 대학 진학률 40% 미달 지난해 이사장·교장 등이 55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하는 등 ‘사학비리’로 논란을 빚었던 휘문고(해당 이사장은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전체 졸업생 465명 가운데 단 36%(168명·전문대 1명 및 국외 진학 3명 포함)만이 대학에 들어갔다. 나머지 64%(297명)는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세화고는 전체 졸업생 392명 가운데 193명(49%)이 대학 또는 전문대, 국외 진학을 했고, 나머지 199명(51%)은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현대고 역시 졸업생 447명 가운데 222명(50%)이 대학 진학 또는 취업(1명)을 했고, 나머지 225명(51%)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강남 5대 자사고 중 유일한 여고인 세화여고는 그나마 전체 졸업생 387명 가운데 56%에 해당하는 217명이 대입에 성공했다(국외 진학 1명 포함). 그러나 170명(44%)은 재수를 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강남 5대 자사고로 꼽히는 학교들마저도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졸업 후 재수를 택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놀라운 것은 강남구 전체 학교의 대학 진학률이 39.9%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전국 평균 대학 진학률 55%보다 15.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이를 두고 강남지역 학생들이 공부를 못해서 재수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강남지역 학생일수록 재수를 해서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비율이 높다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지난 7월 2일 인터뷰를 한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 소장은 이 같은 현상을 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 SNS에도 언급했지만 항간에는 그런 말들이 들린다. 강남지역 학생들은 재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성학원 재수종합반 한 달 비용이 200만~300만원 언저리인데 1년 하면 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런데 강남 학부모들은 그 돈을 지불할 능력이 된다. 그러니 재수를 시켜서라도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것이다.” 이쯤되면 ‘명문 자사고’에 대한 기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재수학원으로 옮겨가 대입 준비를 하는 자사고가 과연 대한민국 교육에 필요한 걸까. 과연 다양성 교육 및 수월성 교육에 성공한 학교라고 볼 수 있을까.

      류인하 기자 2019.07.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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